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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블 하이라이트]

    ■성범죄 사건파일(FX 밤 11시) 4년 전, 14살의 나이에 실종됐던 헤더 할랜더가 기적적으로 가족들에게 돌아왔다. 하지만 가족들은 세월의 공백과 변해버린 외모 때문에 헤더를 잘 알아보지 못한다. 헤더는 괴한에게 납치돼 4년 동안 지하실에 갇혀 성 노예로 살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는 사실을 경찰에 진술하고, 올리비아와 엘리엇은 납치범을 신속히 잡고자 온 도시를 수색한다.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OCN 밤 11시) 캡틴 잭 스패로는 영원한 젊음을 선사한다는 샘을 찾아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안젤리카의 등장과 바다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든 냉혹한 해적 검은수염, 아름답지만 잔인한 바다의 괴수 같은 배 ‘앤 여왕의 복수 호’까지.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와 초자연적인 대혼란의 거대한 막이 오른다. ■그린전쟁-대한민국 신안보전략(환경TV 오전 11시 30분) 뚫는 자와 막는 자의 대결이 펼쳐진다. 국부 유출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갈수록 다양하고 교묘해지는 산업스파이의 사례와 피해를 유형별로 알아본다. 또한 이를 막고자 현장에서 뛰는 국정원 등 관계자의 활동과 기술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대한민국 산업보안의 문제점과 해법을 찾아본다. ■아내가 사라졌다(AXN 밤 8시) 버스 폭발 사건 이후 시장 후보 신시아의 주가는 급등하고, 지는 사라와 캐리어 가문을 의심한다. 마이클은 주술의 실체를 깨닫고 갬블과 함께 아내를 찾기 위한 작업에 시동을 걸고, 캐리어 가문과 일레인은 그런 마이클과 갬블을 막고자 주변 인물들을 하나씩 제거한다. 하지만 지의 영력과 마이클의 기지로 일레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미친 사랑(tvN 오전 9시 45분) 완벽한 복수를 위해 당분간 기억이 돌아온 사실을 숨기는 미소(박선영). 나영(김연주)은 허명자 여사(유혜리)에게 자신이 유정(김영란)의 친딸임을 직접 밝힌다. 한편 미소는 조 이사의 출판기념회를 찾아가 그녀에게 자신의 복수를 도와달라 말한다. 그리고 그런 미소에게 조 이사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거는데…. ■날아라 호빵맨 3(애니맥스 오후 3시) 세균맨은 톱질맨과 도끼맨에게 자신이 산신령이라고 속이고 섬의 나무를 모두 베어버리게 한다. 결국 섬의 나무가 없어져 비가 내리니 마을에는 홍수가 난다. 다행히 나무의 요정 초록나무가 나타나 새로운 씨앗을 뿌려주자 마을은 다시 푸른 나무로 뒤덮인다. 한편 짤랑이는 세균맨에게 식빵맨이 조금만 다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 [케이블 하이라이트]

    ■후아유(tvN 밤 11시) 시온은 형준의 예전 사진을 보던 중 형준과 함께 있는 문식을 발견한다. 시온은 문식에게 6년 전 사건의 전말을 묻고, 건우는 자신이 존경하는 문식을 믿지 못한다며 시온과 말다툼을 벌인다. 한편 성찬이 준 영화 티켓으로 시온과 건우는 얼떨결에 극장 데이트를 하게 된다. 그 사이 건우는 갈수록 시온에게 상사 이상의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와타나베의 건물탐방(홈스토리 밤 11시) 일본 도쿄의 요쿠라씨 집을 찾아간다. 깃발 모양의 독특한 집이라 자칫하면 폐쇄적인 공간이 될 수 있었지만, 이웃집과의 경계를 두지 않아 탁 트인 느낌을 준다. 방과 주방 등의 배치가 독특해 복도가 마치 골목 같은 느낌을 주는 집이다. 특히 방은 독립된 공간이면서 동시에 집안 곳곳의 장소와 연결돼 있다. ■팔로잉(OCN 밤 11시) 라이언은 납치된 아이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추적해 아지트를 급습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충격적 진실 앞에 당황스러워한다. 한편 살인마 조는 변호사를 통해 언론플레이를 시작하고, FBI의 눈을 피해 자신의 전 부인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라이언이 연쇄 살인범들에게 인질로 잡혀 있는 사이 경찰과 FBI는 아지트를 포위한다. ■전현지의 게임의 법칙 시즌 2(J 골프 밤 9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최초의 여자 유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미정 교수가 출연한다. 그는 원심력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유도와 한쪽으로만 회전하는 골프 스윙 사이에 닮은 점이 많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김미정 교수는 숏 아이언이 당겨지는 습관 등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는다. ■스칸디나비아:혹독한 시련(내셔널지오그래픽 밤 11시) 스칸디나비아 북부의 외딴 지역에는 나무가 없는 광대한 황무지 북극 툰드라가 있다. 이곳은 1년 중 대부분의 기온이 영하를 맴돈다. 황량하고 사람이 살기 어려운 이 땅에서는 생물이 거의 자라지 않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곳의 척박한 환경과 싸우며 온갖 역경을 이겨 내며 번성하는 커다란 생명체가 있는데…. ■윙스클럽:무한한 바다를 위한 싸움(니켈로디언 오후 1시) 트레사와 네레우스의 연락을 받고 바다로 간 윙스는 빛의 기둥을 포위한 돌연변이들과 싸운다. 마법의 돌 ‘바다의 숨결’로 무한한 바다의 셀키들을 한자리에 모은 트레사와 네레우스. 한편 윙스는 트리타누스와 아이시, 돌연변이에 맞서 싸우지만 역부족인 데다 심지어 트리타누스는 아이샤의 사이러닉스를 노리고 있다.
  • [학교 밖에서 배운다] ‘문화로 솔안(소란)스러운 우리 마을, 송내동’

    [학교 밖에서 배운다] ‘문화로 솔안(소란)스러운 우리 마을, 송내동’

    ‘쓱싹쓱싹’, ‘뚝딱뚝딱.’ 지난 17일 경기 부천시 송내동의 한 지하 공방(工房). 앳된 얼굴을 한 학생들이 망치와 톱을 손에 들고 연신 움직였다. 무서울 법도 하지만 거침없이 목재를 손질했다. 사포질도 쓱쓱 잘해 냈다. 곁에 서 있던 부모들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작업을 도왔다. 그렇게 2시간 정도 흘렀을까. 형태가 없던 나무가 탁상시계로 다시 태어났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하나둘 모여 만들어진 결과였다. 작업에 열중하던 김서진(8)양은 “하나도 안 무섭고 오히려 재밌다”면서 활짝 웃었다. 김양의 손에는 1㎏ 정도 돼 보이는 망치가 들려 있었다. 송내동이 소란스럽다.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후부터다. 사업 타이틀을 ‘문화로 솔안(소란)스러운 우리 마을, 송내동’으로 정하고 마을 사람들이 중심이 돼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체부에서 받은 지원금 3000만원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 이날 진행된 ‘아빠와 함께하는 목공교실’ 수업 역시 이 사업의 일부다. 7월 처음 시작해 벌써 세 번째 기수를 받았다. 기수당 5가족, 10여명 정도를 뽑아 매주 토요일 3회에 걸쳐 시계, 솟대, 보물함 등을 만든다. 솟대는 마을 사람들의 안정과 평화를 기리기 위해 과거부터 만들어 온 긴 장대를 일컫는다. 수업은 현재 공방 대표인 곽계원(40)씨가 도맡아 진행한다. 1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10월 공방을 열었다. 곽씨는 “10년 전쯤 부모들끼리 마을에서 조합을 만들고 교사를 고용해 공동 육아를 한 적이 있다”면서 “당시 경험을 통해 이웃 간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목공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목공교실 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취미를 찾은 학생도 있다. 지난 7월 1기 수업을 수료한 김승주(11)군이 대표적 사례다. 이날도 아버지와 함께 공방을 찾은 김군은 요즘 목재 사다리를 만드는 데 열심이다. 아버지 김두영(42)씨는 “프로그램을 들은 이후로 매주 토요일이면 혼자 공방에 나가 깜깜무소식”이라면서 “대여섯 시간쯤 지나 저녁 먹을 때 돌아오는 걸 보면 재밌긴 한가 보다”라고 말했다. 아버지 옆에서 오일 마감 작업을 하던 김군도 “토요일이면 집에서 게임밖에 할 게 없었는데 내 손으로 목재를 가공해 새롭게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 신기하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본적인 목적은 파편화된 지역사회 살리기와 아이들이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다. 이윤철 마을사랑방 공동체 사무국장은 “오래 살아온 원주민들과 아파트 단지로 이사 온 사람들이 혼재돼 지역사회가 개인화된 부분이 있었다”면서 “여러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주민 간에 소통의 기회를 만들고 문화 욕구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송내 2동에는 전체 인구 중 유아·청소년이 30%에 이르고 초·중·고등학교가 6개나 있지만 그에 걸맞은 마을 공동체 프로그램이 없었다. 지역 주민들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목공교실에 참여한 조아영(7)양의 어머니는 “관공서 등에서 진행하는 체험학습은 돈이 많이 들어가고 거리도 멀 뿐만 아니라 경쟁률이 굉장히 높다”면서 “지역공동체 프로그램의 취지와 목적 모두 마음에 들고 이런 프로그램이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른 부모와 소통하는 기회도 되고 직접 아이가 개진하는 의견을 들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도 했다. 서진양의 어머니는 “몇 년 전 부산에서 송내동으로 이사 온 후 이웃사촌이 없었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낯설음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9월에는 ‘두근두근 가족 숲길 걷기’라는 새 프로그램이 시행된다. 송내 2동에 위치한 성주산의 낮밤의 모습을 살펴보는 게 주요 내용이다. 참가자들은 불빛이 없는 밤에 숲길을 체험하고 마을 주변의 자연을 느끼게 된다. 김현미 부천문화재단 문화사업팀 사업담당자는 “앞으로도 많은 프로그램과 활동을 통해 주민들과 호흡할 것”이라면서 “동 주민센터와 협력해 연계점을 찾을 수 있는 일을 추진하고 홍보 효과를 높여 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길세만의 노래는 어찌된 셈인지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서늘하게 서글퍼지면서 눈물이 쑥 빠지게 하였다. 아마도 이러저러한 곡경을 겪으면서 굽도 젖도 못하는 그의 딱한 신세 때문에 목소리에 청승이 실린 까닭이었다. 그는 어렵사리 접소에 남게 되든지 아니면 접소에서 배송되든지 둘 사이에 놓인 신세였기 때문이다. 그의 딱한 신세가 내성 떠난 지 사흘 뒤인 샛재 비석거리에서 다시 한번 외대를 당하게 되었다. 온 집안이 눈에 띄게 초례청을 차린답시고 분주하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월천댁은 그 바쁜 중에도 마당가에 몰래 옹솥을 걸고 익모초를 달이고 있었다. 구월이에게 먹일 상약인 듯한데, 자궁이 빈약하여 유산할 걱정이 있는 산모는 감꼭지나 벼 뿌리를 삶거나, 아니면 호박 넝쿨의 곧은 순을 고아 먹이면 자궁을 튼튼하게 보전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익모초가 가장 효험이 있다 해서 달이는 눈치였다. 소금 짐을 짊어지고 십이령길에 올라야 할 차인꾼 두 사람이 삼남이*를 비딱하게 쓰고 분주하게 설치고 있었고, 말래 접소에서 동자치 노릇하던 월이도 와 있었다. 이웃 아낙네들 역시 품앗이를 한답시고 숫막을 들락거리며 매통을 갈거나 짚방석을 깔고 앉아 전병을 굽고 술을 담근다며 난리 법석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 북새통 피우는 광경을 바라보는 길세만은 예상과는 달리 초연한 낯빛이었다. 구월이가 배고령과 맺어질 줄 진작부터 알고 있던 눈치였다. 바쁜 중에 마침 천봉삼을 발견한 월이가 박우물로 달려가서 옹가지에 시원한 물을 떠다 일행들에게 대접하였다. 냉수 한 바가지를 벌컥벌컥 들이켠 천봉삼이 월이에게 물었다. “임자… 월천댁이 울바자 밑에서 무얼 달이나?” “감꼭지와 익모초인 듯하오.” “그렇다면 자궁을 도울 상약임이 분명한데…. 구월이 배태하였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팔의 나이에 자궁이 그토록 약하다는 것인가?”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평소에 대꾸하는 말버슴새가 야무지던 월이의 대답이 듣기에 따라서는 무언가 은휘하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서 천봉삼이 돌아서다 말고 다잡아 물었다. “내가 남의 일에 공연히 잘난 체하고 헤집고 들었나?” “아니오.” “아니라니?” “사실 약탕기에 끓고 있는 상약이 자궁을 받쳐 주는 상약인 것은 분명한데, 구월이가 먹을 약은 아니오.” “그래, 그럼 누가 먹을 약이오?” “너무 헤집고 들지 마세요. 실은 제가 먹을 약을 달이고 있소.” “아니…? 임자 배태를 했더란 말이오?” 천봉삼의 떨리는 목소리에 월이가 대답은 않고 돌아서며 얼굴만 붉혔다. “임자, 접소에 겹경사가 났소. 그런데 임자가 몸이 그토록 쇠약해질 때까지 내가 보살피지 못했구려. 더욱이나 이 바쁜 와중에 혼주되는 월천댁이 임자에게 먹인답시고 약탕기를 달이고 있다는 게 믿을 수가 없소.” “그래서 저도 놀랐습니다. 은인을 만난 게지요.” 그로부터 이틀 뒤에 월천댁 숫막의 협소한 마당에는 조촐한 초례청이 마련되었다. 혼례식에는 정한조와 곽개천과 천봉삼 내외와 공원 몇 사람이 참례하였다. 신혼부부를 위하여 접소의 공원들이 갹출한 50냥 가까운 축의금이 마련되었으나 그 돈을 부부에게 건네지 않고 월천댁에게 건네주었다. 혼례에 쓰일 물자는 모두 이웃의 품앗이로 마련되었다. 사추리 밑까지 샅샅이 뒤져봐야 불알 두 쪽만 달그락거리는 가난뱅이라고 야무진 말투로 험담을 늘어놓았던 월천댁은 목돈을 건네받자, 고맙고 무안했던 나머지 또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날 밤 신혼의 부부는 안방에 버젓하게 자리를 펴고 나란히 누웠다. 때죽나무 열매를 빻아 짜낸 기름을 접시에 붓고 심지를 넣어 붙인 접싯불이 두 사람의 자태를 희미하게 비추었다. 때죽나무 기름은 연기가 나지 않아 신방을 밤새워 밝혀 두어도 그을음 냄새가 나지 않았다. 십이령에 때죽나무가 흔치는 않지만, 월천댁은 혼사 때 쓰려고 때죽나무 기름까지 짜 두었던 것이었다. 배고령은 아내인 구월이의 목덜미를 가만히 끌어안으면서 귓속말을 하였다. “우리가 지붕이 엄연하고 삿갓반자가 쳐다보이는 안방에서 두동베개를 베고 눕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꿈만 같구먼.” “누가 아니래요…. 사실 그동안 아비 묘 앞에서 이녁과 관계를 가질 때, 가시가 등줄기를 파고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왜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나?” “이녁이 날 소박놓을까 그때마다 이 악물고 참았소.” “사추리에 파고드는 가시 때문에 아파서 내지르는 소리를 난 감창소리로 알고, 처자의 몸으로 일찌감치 살송곳 맛을 들였구나 했지. 잔뜩 끌어안고 흔들고 뿌리치는 것이 모두 요분질로만 알고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곤 하였지….” “이녁이 그 맛을 들이게 주선해 주기도 했지만, 아프기도 했지요. 이녁이 정분을 거두고 날 상종하지 않을까 등줄기가 멍들고 허벅지가 가시에 찔려도 참았지요.” “오늘밤은 등메 위에 누웠으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군.” “모두가 엄니 덕분이오.” *삼남이:대로 결어 만든 모자
  • “사과도 더위 타면 스트레스 받아”

    “사과도 더위 타면 스트레스 받아”

    지난 14일 전북 장수군 장수읍의 한 과수원에서 만난 윤영선(51)씨는 땡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로 사과나무들을 살폈다. 이제 막 붉은 빛이 돌기 시작한 사과 알은 여자 어른 주먹만 했다. 윤씨는 “뿌리만 튼튼했으면 알도 실하고 더 많이 달렸을 텐데…”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해 이맘때, 윤씨는 악몽 같은 나날을 보냈다. 추석철 본격 수확시기인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볼라벤, 덴빈, 산바 등 3개의 대형 태풍이 사과밭을 휩쓸고 지나갔다. 1000그루의 나무 중 800그루가 맥없이 쓰러졌다. 애지중지 키운 사과들은 우수수 떨어졌다. 한 해 농사를 순식간에 망친 것이다. 지난해 태풍을 겪고 나서 장수 사과농가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철제 지지대를 세우고 뿌리를 튼튼히 하는 발근제도 일일이 손으로 뿌려줬지만 뿌리 길이가 30㎝밖에 안 된다. 나무는 손으로 밀면 금방 쓰러질 듯 흔들린다. 홍형수 장수군조합 공동사업법인 마케팅팀장은 “지난해 일으켜 세운 나무가 올여름 열매를 맺어도 일부러 따서 버린 농민들도 있다”면서 “영양분 손실을 막아서 나무만이라도 살려보려는 몸부림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열매가 많이 달리는 수령 8~11년 된 나무들이라 농가 손해가 컸다. 장수는 ‘추석 사과’로 불리는 홍로의 주산지다. 720개 사과농가가 연간 1만t의 홍로를 생산한다. 홍로는 달고 식감이 좋지만 쉽게 물러서 저장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수확량 전부가 추석 무렵 팔린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태풍 때문에 400t의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홍 팀장은 “태풍에 놀란 농민들이 올해는 낙과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농작물 재해보험에 80% 이상 가입했다”고 전했다. 폭염은 농가의 또 다른 근심거리다. 사과는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야 크기가 크고 맛도 달다. 지대가 높아 시원한 편이었던 장수군은 최근 33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열대야로 밤에도 잔열이 남아 있어 사과 열매가 미지근하다. 미약수농원을 운영하는 백영만(51)씨는 “사과도 사람처럼 더위를 타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잘 크지 않는다”면서 “사과를 따기 전까지 2주 정도 남았는데 비가 와서 열을 좀 식혀주고 기온이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날씨 탓에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올 추석 5㎏ 상자에 11~13개가 들어가는 큰 사과의 물량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달 말까지 태풍과 병충해 피해만 없다면 크기가 중간급 이하인 사과는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나일염 롯데마트 과일 상품기획자(MD)는 “지난 3~4월 냉해를 입은 배와 달리 사과는 작황이 좋아 지난해보다 가격이 10%가량 내려갈 것”이라면서 “일반적으로 가격대가 5만~6만원인 과일 선물세트보다 30% 정도 저렴한 3만원대 사과세트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대구에 전국 유일 ‘광복 소나무’ 있다

    대구에 전국 유일 ‘광복 소나무’ 있다

    ‘광복소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15일 결성됐다. 대구 동구 도평동장과 대구시 농산유통과장을 지낸 최주원씨, 단양 우씨 첨백당문중 종손인 우효씨가 공동 발기인 대표다. 또 광복소나무가 있는 동구 도동, 평광동 일대 주민 7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했다. 광복소나무는 평광동 단양 우씨 문중 재실인 ‘첨백당’ 앞에 있는 높이 6m의 소나무다. 이 소나무는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뒤 얼마 되지 않아 우채정씨를 비롯해 단양 우씨 문중의 청년 5명이 조국 해방을 기념해 마을 인근의 산에서 옮겨와 심었다. 광복소나무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복 당시에 만들어진 기념물로 알려졌다. 최주원 대표는 2004년 도평동장으로 일할 때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최 대표는 “광복 당시 만들어진 기념물로는 광복소나무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이 모임은 광복소나무를 가꾸고 보존하는 일뿐만 아니라 광복소나무를 대구 시민의 애국심을 키우는 관광명소로 만드는 노력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단종의 恨과 눈물을 목격하다

    단종의 恨과 눈물을 목격하다

    지금부터 꼬박 556년 전입니다. 만 열여섯 살 단종은 한양을 떠나야 했습니다. 숙부 수양대군은 조카의 왕위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 영월로 유배를 보냅니다. 딱 이맘때, 그러니까 가마솥 같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 어린 임금은 길을 떠납니다. 유배지까지는 700리. 얼추 하루 100리 씩 강행군했다지요. 6일째 저녁 다다른 영월 초입에서 청령포까지는 또 100리. 칼 같은 산들이 얽히고 설킨 영월땅을 하루 만에 지난 단종은 7일째 되던 날 마침내 청령포에 닿습니다. 이처럼 지난했던 단종의 영월 여정을 모티브로 조성된 길이 ‘단종유배길’입니다. 길 곳곳에 스민 단종 애사가 가슴을 적시는 데다 영월의 관광지들 또한 굴비처럼 엮여 있어 한번쯤 돌아볼 만합니다. 먼저 단종(端宗·1441∼1457)에 대해 개략적이나마 알고 가자. 그래야 영월 풍경이 좀 더 잘 보인다. 조선 6대 임금이었던 단종은 애초부터 불행했다.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어머니 현덕왕후 권씨를 잃고(1441년 7월 24일, 조선왕조실록, 이하 음력) 12세 되던 1452년엔 아버지 문종마저 승하했다. 창졸간에 왕위에 올랐으나, 3년 뒤 작은아버지 수양대군(세조)에게 권좌를 빼앗기고 상왕으로 물러난다. 1457년엔 사육신의 단종 복위 운동에 연루돼 신분이 노산군(魯山君)으로 강등된 채 6월 22일 영월 청령포로 유배된다. 여기서부터의 기록이 문제다. 정사와 야사가 마구 뒤섞였다.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은 “첨지중추원사 어득해에게 명하여 군사 50명을 거느리고 호송하게 하였다”고 적고 있다. 일각에서 회자되듯, 왕방연이 단종 호송을 담당했다는 대목은 없다. 단종의 죽음을 다루는 부분에선 확연히 사실관계가 엇갈린다. 실록은 1457년 10월 21일 “노산군이 자결했고, 예로써 장사지냈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믿는 백성은 없었다. 되레 세조 타살설이 훨씬 설득력을 얻었다. 장릉지(莊陵誌)의 경우 “세조 3년 10월 24일 유시(酉時, 오후 5~7시)에 공생(貢生)이 활끈으로 노산군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노산군의 옥체는 청령포의 강물에 던져 버린 것을 영월호장 엄흥도(嚴興道)가 몰래 거두어 영월군 북쪽 5리쯤의 동을지에 매장했다”고 적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장례를 치렀고 어떤 곳에 묘를 정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는 실록에 견줘 훨씬 정교하다. 예나 지금이나 ‘사초’가 문제였던 모양이다. 여기에 숙종이 ‘결정타’를 날린다. 실록에 따르면 재임 25년째인 1699년 1월 2일, 숙종은 하직 인사 온 수령을 만난 자리에서 “단종대왕이 영월에 피하여 계실 적에 금부도사 왕방연이 고을에 도착하여 머뭇거리면서 감히 들어가지 못하였고/중략/단종대왕께서 관복을 갖추고 마루로 나아오시어 온 이유를 하문하셨으나, 왕방연이 대답하지 못하였었다/중략/그때 앞에서 늘 모시던 공생(貢生) 하나가 차마하지 못할 일을 스스로 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라며 단종이 교살(絞殺·목을 졸라 죽임)됐다고 보던 자신의 견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야사에서 전하는 역사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이를 지켜보던 좌의정 최석정이 “덮어두자”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숙종이 발설한 내용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았다. 단종유배길은 6월 22일 한양을 출발한 단종이 영월 관내에 들어온 26일 이후의 행적을 따라간다. 전체 길이는 43㎞. 통곡의 길(솔치고개~주천 10.5㎞)과 충절의 길(주천~배일치 마을 17㎞), 인륜의 길(배일치 마을~청령포 15.5㎞)등 3개 코스다. 김원식 문화관광해설사는 “저물녘 영월땅에 들어선 단종은 솔치고개에서 7.5㎞ 떨어진 역골(공순원)에서 묵은 뒤 이튿날 길을 재촉해 청령포에 이르렀다”고 했다. 100리 가까운 35.5㎞를 하루에 걸은 셈이다. 이팔의 나이긴 하나 가마솥 같은 무더위에 험한 영월의 산길, 강길을 하루 만에 걷는 건 무리였을 터다. 그러니 그 길 곳곳에 얼마나 많은 단종의 땀과 눈물, 그리고 한숨이 배어있을지는 누구라도 쉬 짐작할 수 있다. 차로 단종유배길을 돌아볼 수도 있다. 대부분의 명소들이 88번 지방도에 인접해 있어 승용차로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들머리인 솔치고개는 원주시와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예서 단종이 목을 축인 샘물터 어음정(御飮亭)과 다리쉼을 했다는 주천쉼터 등을 지나면 군등치(君登峙)에 닿는다. 단종이 오르다 하도 힘이 들어 이름을 물으니 호송하던 관리가 “임금이 오르는 고개니 군등치”라 했다는 유래를 가진 고개다. 고갯마루에 서면 단종이 걸어왔던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이 한눈에 보인다.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선암마을 인근엔 방울재가 있다. 단종이 타고 가던 말에서 방울이 떨어졌다는 전설이 담긴 고개다. 한반도 지형 전망대는 반드시 들르시라. 단종유배길과 거리는 있지만 영월의 아이콘일 정도로 절경인 데다, 군등치 등 영월의 산자락들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배일치(拜日峙)는 단종이 서산에 지는 해를 보고 절을 했다는 고개다. 88번 지방도 배일치터널 못 미쳐 왼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가야 한다. 이정표는 없다. 외지인이 찾기가 쉽지 않다. 걷는 길 못지않게 차도에도 이정표를 세웠으면 좋으련만 후세의 인심이 야박하기 짝이 없다. 사실 단종유배길에 대한 정보도 박약하기 그지 없다. 영월군청 홈페이지나 관광지도 등 어디에도 전체 코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정보는 없다. 단종이 어떤 경로로 험한 영월땅을 지나왔는지 볼 수 있다면 어린 임금이 겪었던 고통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고갯마루에 세워둔 단종 조각상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엎드려 절하는 형태의 조각상을 가까이서 보면 기골이 장대한 무장(武將)을 보는 듯하다. 단종의 당시 나이에 적합한 체구의 조각상을 세웠더라면 좀더 사실적이고 처연한 느낌이 더했지 싶다. 단종이 아내 정순왕후를 그리며 이름 지었다는 옥녀봉과 선돌 등을 지나면 마침내 청령포(명승 제50호)다. 휘휘 돌아가던 서강이 동강과 몸을 섞기 직전 만들어둔 몰돌이동이다. 청령포는 삼면이 강이다. 나머지 한쪽은 험준한 육육봉으로 막혔다. 유배지로 제격인 셈이다. 단종어소 입구의 소나무가 특이하다. 담을 넘어 마당 한가운데까지 가지를 뻗었다. 어린 임금 앞에 부복하는 듯한 모습이다. 솔숲엔 국내 소나무 중 가장 키가 크다는 관음송(30m)이 서있다. 단종의 유배 생활을 지켜보고(觀) 단종의 절규를 들었다(音)는 수령 600여년의 노송이다. 솔숲 뒤편은 단종이 아내를 그리며 쌓았다는 망향탑과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는 노산대다. 돌아 나오는 길에 왕방연 시비도 잊지 말고 찾아야 한다. 청령포 맞은편 강변 언덕에 있다. 금부도사 왕방연이 단종에게 사약을 진어하고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통한 심정으로 읊었다는 시구가 새겨져 있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저 물도 내 안 같아서 울어 발길 예놋다’ 단종유배길은 여기서 끝이다. 하지만 여정은 이제부터 절정이다. 청령포에 머물던 단종은 두 달 만에 영월 동헌의 객사인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긴다. 홍수로 청령포가 물에 잠길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이어 작은아버지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시도가 발각되고, 단종에게 사약이 내려진다. 물론 실록엔 신하들이 줄기차게 사사를 외쳤지만 세조가 윤허하지 않았다고 기록돼 있다. 이때 관풍헌으로 사약을 가져온 이가 왕방연이다. 그가 사약을 내밀지 못하고 머뭇대자, 공명심에 눈 먼 공생이 활줄로 단종의 목을 졸라 숨을 끊는다. 단종의 주검은 청령포 앞 강물에 버려진다. 후환이 두려운 탓에 장례를 치르겠다며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이때 “옳은 일을 하다 화를 당한다 하더라도 나는 달게 받겠다”며 시신을 수습한 이가 영월 호장(지금의 읍장) 엄흥도다. 그는 아들 광순과 함께 영월 인근 산기슭에 단종을 묻는다. 노루가 앉아 있다 인기척에 놀라 뛰쳐나갔다는 자리다. 초겨울 날씨지만 산을 오르는 그의 등줄기는 땀으로 흠뻑 젖었을 터다. 늘어진 소년의 무게가 어깨를 누르고, 세조의 서슬 퍼런 눈초리가 시종 뒷덜미에 꽂히는 듯했을 테니 말이다. 그날 밤 엄흥도는 가족을 이끌고 남쪽으로 떠난다. 단종의 무덤은 중종 36년(1541) 영월군수 박충원이 찾아냈고, 숙종 24년(1698)에 장릉(莊陵)으로 명명된다. ■가는 길:중앙고속도로 신림나들목을 나와 88번 지방도를 타고 주천을 지나 영월 방면으로 내처 가면 된다. 영월 읍내로 곧장 가려면 제천나들목에서 38번 국도를 타는 게 낫다. ■맛집:주천면 다하누(1577-5330)에선 한우를 싸게 맛볼 수 있다. 영월읍내에선 상동식당(033-374-4059) 막국수, 청산회관(033-374-3030) 곤드레밥, 장릉에서 1㎞쯤 떨어진 장릉보리밥집(033-374-3986) 등이 이름났다. 글 사진 영월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다빈치 디몬스(FOX 밤 10시) 루크레치아의 칼에 찔린 줄리아노는 한 노인에게 구조돼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고, 로렌조에게 파치가와 로마의 계략을 알리기 위해 돌아가던 중 파치가와 한패인 드라고네티를 만난다. 한편 바실리스크호를 타고 나뭇잎의 서를 찾으러 가려던 다빈치는 파치가와 리아리오가 로렌조를 죽일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성당으로 향한다. ■두 남자의 캠핑쿡(올리브 채널 밤 9시) 웹툰 ‘폐인 가족’의 작가이자 ‘더 만만한 레시피’의 진행자 김풍이 와인과 함께 하는 ‘더 맛있는 캠핑 요리’ 레시피를 공개한다. 로맨틱한 캠핑 분위기 연출에 딱 맞는 레드 와인 소스를 곁들인 소고기 스테이크부터 간편하게 즐기는 연어 핑거푸드까지 캠핑장에서 펼쳐지는 와인 마리아주가 공개된다. ■로우리스: 나쁜 영웅들(스크린 밤 11시)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진 포레스트를 중심으로 프랭클린 카운티의 전설로 불리는 본두란가 삼 형제. 하지만 새로 부임한 특별수사관 찰리가 거액의 상납금을 요구하며 형제들의 가업인 밀주 사업을 위협한다. 그렇게 법을 빌미로 악랄하게 숨통을 조여 오던 찰리의 최후통첩에 형제들은 굴복하느냐 맞서느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수상한 쇼(SBS MTV 오후 5시) 뜨거운 여름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놀고 싶을 땐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야 되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땐 어떻게 할까. 여의도 한강 수영장에서 20대 여성에게 물었다. 밤늦게 들어갈 때 부모님에게 하는 거짓말 베스트 5로 아슬아슬 조마조마한 거짓말의 세계로 함께 빠져본다. ■와타나베의 건물탐방(홈스토리 밤 11시) 사이타마 현에 있는 슈나켄베르그 댁을 찾아간다. 독일인인 슈나켄베르그는 일본인과 결혼해 살고 있으며, 나무가 울창한 곳에 부지를 사서 집을 지었다. 또한 거실에 자리한 그랜드 피아노와 색소폰은 넓은 거실을 음악 홀 분위기로 바꾸며, 거실 한쪽에 자리한 다다미방은 외국에서 오신 손님을 위한 공간인데…. ■날아라 호빵맨3(애니맥스 오후 5시) 마늘 스님은 맛있는 요리를 잘 만들기로 유명하다. 덮밥 3총사는 마늘 스님의 요리 비법을 배우려고 스님이 시키는 힘든 일을 도맡아 한다. 마늘 스님의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은 세균맨은 스님의 요리 항아리를 훔쳐 달아난다. 한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행복 소년과 가방맨들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만다.
  • 망우3동 명일초교 골목길 花~알짝

    중랑구는 7일 망우3동 명일초등학교 인근 골목길에 대한 골목길 꾸미기 사업을 마무리지었다. 장마가 그친 뒤 초등학교 길 140m에 걸쳐 77개의 목재 화분을 설치했다. 측백, 라일락, 연산홍, 덩굴장미, 사철패랭이꽃, 겹금계국꽃 등 다양한 종류가 한데 모였다. 구는 올해 서울시의 ‘우리 골목길, 우리 손으로 가꾸기’ 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마을 가꾸기 사업을 집중 추진했다. 망우동 용마산로 96 일대가 평범한 통학로에서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명소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업엔 적극적인 주민 참여가 뒷받침됐다. 구는 시에서 조경 멘토링을 받은 데 이어 망우3동 마을골목가꾸기 봉사단원 20명과 주변 주택가 주민들이 한데 모여 심을 꽃과 나무 종류, 필요한 기반시설, 화분설치 방식 등을 협의했다. 이를 통해 이웃끼리 만남과 소통의 자리가 여러 차례 열리기도 했다. 문병권 구청장은 “골목길 가꾸기 사업을 통해 단조롭고 삭막했던 초등학교 통학로 주변이 밝게 바뀌었을뿐더러 이웃 간 정이 훈훈해졌다”면서 “앞으로도 학교, 인근 주민들과 꾸준히 협조해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적조 등 현안에 총리실 적극 나서 숲의 시각으로 판단하고 처리를”

    정홍원 국무총리는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 자리에서 “총리실이 확정된 정책이나 큰 국정과제만 처리하는 곳은 아니다”라면서 국정 현안 해결에 대한 총리실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정 총리는 회의에서 “모든 국정 전반이 우리의 일”이라고 강조한 뒤 “부처나 일선 기관만 쳐다보고 있지 말고 총리실이 적극적으로 나서 지혜를 모으고 방향을 잡아 매듭을 지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최근 확산되고 있는 남해안과 동해안 연안 적조 현상을 예로 들며 “새 현안이 생기면 총리실이 즉각 나서 ‘나무가 아닌 숲의 시각’으로 판단하고 처리해야 한다”면서 국정 현안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을 당부했다. 또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에 대해 정 총리는 “코넥스에 지금 필요한 것은 장기적 대책이 아니라 출범 초기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단기적 지원”이라면서 활성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총리실은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달 중 개인 투자자의 예탁금 기준 완화, 투자 세제 지원, 창업 투자 회사의 투자 규제 완화 등 코넥스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밖에 정 총리는 가습기 살균제 후속 조치를 위해 이날 열린 관계부처 회의에서 피해자 지원을 위한 근거와 예산 확보 방안 등도 적극적으로 논의하라고 했다. 토론 주제인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시간제를 좋은 일자리로 보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총리실이 적극 나서 시간제 일자리가 양질의 새로운 고용 형태임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레버리지 5(AXN 밤 10시 50분) 와인 양조장의 포도밭에서 포도를 따던 일꾼이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밝혀졌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회사의 변호사가 사망자의 딸을 찾아와 비밀 유지 계약서와 거액의 돈을 내놓고 돌아간다. 이상하게 여긴 딸은 그들이 아버지에게 어떤 일을 한 건지 밝혀달라며 레버리지에 부탁을 한다. ■J골프 스페셜-스코틀랜드 기행(J 골프 밤 12시) 이신 프로와 함께 ‘디 오픈 챔피언십’ 140여년의 골프 역사를 따라 스코틀랜드를 찾는다. 골퍼라면 ‘디 오픈 챔피언십’이 열리는 태초의 링크스 코스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세인트 앤드루스는 작은 해안도시이지만, 곳곳에 골프와 관련된 장소들이 가득하다. ■캠핑크루(내셔널지오그래픽 밤 9시) 서울에서 단 30분 거리. 수도 서울과 가까운 곳에도 거대한 자연을 품은 오지가 있다. 울창한 숲과 남한강의 아름다운 비경을 품은 경기도로 떠나는 오토캠핑. 대중교통을 타고, 혹은 자전거 트레킹을 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광들을 만나본다. 과연 도심 속 숨은 1인치의 오지마을에서 즐기는 오토캠핑은 어떤 모습일까. ■세계의 농경수리시설과 벽골제(환경TV 오전 11시 30분) 척박했던 청두평원을 하늘의 곳간으로 바꾼 중국 쓰촨성의 두장옌. 이곳을 비롯해 한국, 일본의 고대 수리시설들에서 발견된 수리기술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대 수리시설 축조에 가장 많이 사용된 부엽공법이다. 중국에서 건너와 우리나라에서 발전해 그 기술이 일본에까지 전파되었는데…. ■와타나베의 건물탐방(홈스토리 밤 11시) 사이타마 현에 있는 토야씨 댁을 찾아간다. 드넓은 들판이 보이는 전원에 자리한 집에는 수많은 나무가 심겨진 정원이 있고, 거실에는 바닥을 뚫어 직접 땅에 나무와 꽃을 심어놓아 집 밖의 초록이 집 안까지 이어져 싱그럽다. 집 안 어디에서나 보이는 바깥 풍경은 탁 트인 느낌으로 집을 더 넓어 보이게 한다. ■원피스 4(애니맥스 밤 8시) 우솝은 화장실 용무가 급해서 한밤중에 일어난다. 그런데 배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간 우솝은 자기를 향해 웃고 있는 존재에 놀라 그만 기절하고 만다. 다음 날 루피 일행은 고잉메리호의 초기 형태로 배가 말끔히 수리되어 있는 것에 놀라고 우솝은 자신이 꿈을 꾼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다.
  • 국립공원 속 우리집…월악산 ‘골뫼골 명품마을’

    국립공원 속 우리집…월악산 ‘골뫼골 명품마을’

    전국 국립공원 구역 안에는 130여개 자연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생태계 보존이 잘된 국립공원은 대부분 농어촌 지역에 있다. 따라서 공원구역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각종 규제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많다며 불만과 민원도 많이 제기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립공원마다 지역 특색에 맞는 ‘명품마을’을 조성해 주민들의 소득 향상은 물론, 탐방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명품마을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소득 수준을 높여주기 위한 취지에서 조성을 시작했다. 2010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인 ‘관매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9곳이 지정됐다. 명품마을로 지정되면 마을 환경 개선과 인프라 확충 등 자연생태 자원을 활용해 소득과 연계하는 각종 사업비가 지원된다. 지난주 월악산국립공원 ‘골뫼골 명품마을’을 찾아 이색 프로그램 체험과 향후 개선해야 될 점 등을 취재했다. “처음 이곳 골뫼골에 터전을 잡았을 때 하늘만 보였고, 외지 사람들 구경하기도 힘들었지요. 요즘 명품마을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북적여 살맛 납니다.” 월악산국립공원 내 골뫼골 명품마을에서 만난 이장 정종호(63)씨는 외지 방문객들을 친절히 맞이했다. 그는 “1983년 초 이곳 산골을 찾아 터전을 잡았는데 이듬해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 발표됐다”면서 “처음엔 주민들이 공원법이 뭔지도 모르고 산골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기대감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규제만 많아 공단 직원들을 보기만 해도 밉상이었다고 회상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나 할까, 각종 지원과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정보까지 제공해 주니 요즘은 공단 직원들이 한식구처럼 느껴진다며 환하게 웃었다. ‘골뫼골’은 골짜기와 산이 결합된 말로 산골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충북 제천시 한수면 송계4리에 위치한 마을로 과거에는 주변에 광산이 있었고, 1970년대 중반까지 화전민들이 살았다고 한다. 소나무가 무성한 데다 맑은 송계계곡이 길게 이어지고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주변에는 덕주산성과 사자빈신사지석탑(보물 94호) 등 문화유산들도 곳곳에 숨어 있다. 마을에서 이어지는 영봉과 북바위산 탐방로 덕주야영장이 있어 탐방객들로 북적였다. 특히 닷돈재 야영장은 장비를 풀옵션으로 이용할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을이야기 해설판과 함께 4㎞를 걸어 들어가면 숲속 끝에서 아담한 학교를 만날 수 있다. ‘골뫼골 숲속학교’로 옛 초등학교 분교를 개조해 세미나실로 꾸미고, 바로 옆에 군불 황토집도 새로 지었다. 주변에는 폴딩텐트와 산막 등 다양한 야외 숙박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30여명 규모의 워크숍 장소로 인기가 높다. 골짜기 맨끝에 위치한 이곳에는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망이 설치되지 않았다. 대신 새소리와 계곡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만 들을 수 있다. 이장 정씨는 다음 달 초까지 5개 팀이 예약돼 있고, 문의 전화도 많다고 자랑했다. 아울러 숲속학교를 이용할 때는 사전예약(043-653-3250)이 필수라고 홍보도 잊지 않았다. 그는 “명품마을 지정으로 주민들에게 희망과 자연의 고마움을 새삼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숲속학교는 모든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데 50만원(1박 기준)을 받는다. 경비를 제외하고 모두 마을기금으로 적립된다. 월악산사무소 최유화 주임은 “골뫼골에는 32가구 40명의 주민들이 사는데 대부분 상가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향후 송계양파, 표고버섯 등 지역 특산품을 가공해 판매하는 등 상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립공원 명품마을은 관매도(다도해해상국립공원)를 1호로 지정한 뒤, 3년 동안 9개가 조성되었다. 명품마을은 자연생태적인 여건과 주민 구성원, 특산물 등 환경을 고려해서 개발 방향을 설정한다. 마을당 적게는 2억원, 많게는 1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데, 주민이 직접 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공원관리공단은 2020년까지 전국 국립공원 내 130개 마을 가운데 50곳을 명품마을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이미 조성된 명품마을은 마을별 여건에 따라 2가지(복합형과 기업형) 유형으로 운영 중이다. 복합형 명품마을은 우수한 경관과 자연자원을 활용하여 생태관광객 유치와 음식, 숙박, 특산품을 연계해 궁극적으로 마을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탐방객 유입이 원활하지 않은 마을은 특산품 개발과 판매에 집중하여 저노동 고부가가치를 창출, 사회적기업으로 특화시키는 쪽으로 지원하고 있다. 명품마을 1호인 전남 완도군의 관매도는 어촌과 농촌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자연자원이 우수해 연간 탐방객이 5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늘다리를 소재로 대표 트레킹 코스를 개설하여 보고 걸으면서, 향토음식까지 맛볼 수 있는 생태관광지의 대표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경남 통영시 함목마을(한려해상)은 거제도 해금강과 신선대 등 관광지를 기반으로 독창적인 문패를 단 민박(펜션)업을 특화시켰다. 전남 신안군의 상서마을(다도해해상)은 슬로시티 투어버스의 중간 기착지로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조성됐다. 국립공원 내 명품마을은 다양한 특성으로 탐방객의 눈길을 끌게 한 것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안정화되기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마을사업 경험이 미천한 공원공단은 1호 명품마을인 관매도가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자, 생태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마을사업의 성공 여부는 주민들 간 화합에 달려 있다”면서 “소득이 생길수록 오해와 반목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종천 국립공원공단 자원보전이사는 “명품마을 활성화를 위해 매월 주민 반상회를 열어 정보를 공유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발전방향을 논의하고 있다”며 “마을 수익에 대한 투명한 회계관리를 위해 ‘판매시점 정보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는 9월부터 전체 명품마을 주민 운영자가 모여 정보를 교류하는 자리도 정기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제천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운동장 대신 숲을 품은 학교… 도심 속 아이들의 ‘힐링 놀이터’

    운동장 대신 숲을 품은 학교… 도심 속 아이들의 ‘힐링 놀이터’

    막연히 나무와 꽃이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지위 높은 사람들이 학교에 순시 왔을 때 심은 ‘기념식수’가 출발점이었다. 지금은 자투리땅이 거의 남지 않고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시의 허파 기능을 할 ‘마지막 희망’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학교에 조성된 숲, 학교숲 이야기다. 최근 ‘탄소지킴이 도시숲’이란 제목의 책을 발간한 산림청은 학교숲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에 대해 큰 기대를 내비쳤다. 서울시만 해도 전체 초·중·고교가 1341곳이고, 구마다 학교가 골고루 배치되어 있다. 이곳에 ‘녹색 환경’이 조성될 경우 전체적인 산소 배출 효과뿐 아니라 미세먼지 흡착, 소음감소 및 차단과 같은 지엽적인 효과도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산림청은 건물·운동장과 몇 그루 나무, 작은 화단이 있는 일반 학교의 평균 탄소 저장량은 9887㎏C(건조된 목재 1㎥당 탄소저장량은 250㎏C)인 데 비해, 나무와 연못 등 학교숲이 조성된 학교의 탄소 저장량은 1만 412㎏C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산책로 등 대규모 식재를 통해 학교 공원화를 하면 저장량은 1만 651㎏C로, 학교숲과 학교공원화를 함께한다면 저장량은 1만 1176㎏C로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연구 결과에 힘입어 올해 15년째인 학교숲 조성 운동이 재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그동안 진행되어 온 ‘운동장 vs 학교숲’ 논쟁에서 학교숲에 대한 지지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열린 ‘학교숲이 미래다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학교숲 조성 초기와 달라진 학교 분위기를 설명했다. 오창길 인천구산초 교사는 “조선시대 향교와 서원에는 대개 오래된 큰 나무가 위용을 과시하며 상징물 역할을 했지만, 일제시대 이후 학교는 건물과 운동장으로 꾸며졌다”면서 “운동장이 들어선 데에는 1895년 교과과정에 병식체조를 도입한 학교령이 공포된 것과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김인호 신구대 환경조경과 교수도 “학교숲 운동의 가장 큰 장애물은 운동장에 대한 막연한 신화(神話) 때문으로, 학교숲 조성 대신 운동장에 인조잔디와 트랙을 설치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면서 “2000년대 중반 인조잔디를 깐 학교들은 최근 낡아서 새로 시공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 반면 학교숲은 환경적 효과뿐 아니라 교육적인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운동장을 대체할 실내 체육관 건립, 자투리 숲 조성기술의 발전도 학교숲 조성에 동력을 보탰지만, 인성교육뿐 아니라 교과교육에서도 유용하다는 점이 학교숲 확산을 이끌었다. 학교숲 운동을 해 온 ‘생명의 숲’은 학교숲이 1999년 700여곳에서 최근 3000여곳으로 늘었다고 집계했다. 허윤선 서울대 조경학과 박사는 “학교 안에 숲이나 텃밭을 조성하거나 담장을 숲으로 대신하는 등 여러 가지 학교숲 조성 방식이 있다”면서 “일단 학교숲이 조성되면 수업시간이나 방과 후 활동 시간에 생태체험 교실을 운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방과 후에는 주민들의 운동공간과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도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해 녹색학교를 만드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면서 “영국의 지속가능한 학교 프로그램은 학교를 중심으로 개인에서부터 타인과의 관계, 지역과의 네트워크 형성에 이르는 범위를 다루며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인식을 키워 준다”고 강조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순천정원박람회] 정원을 품은 순천만

    [순천정원박람회] 정원을 품은 순천만

    바람이 분다. 갈대가 넘실댄다. 언제 가더라도 변함없는 순천만이다. 그러나 최근 황금빛 일색이던 지상에 오만가지 색이 등장했다. 꽃이 가득한 정원이 들어섰다. 순천 정원박람회의 시작이다. 지속가능한 자연 보전을 꿈꾸다 모든 것은 순천만에서 시작됐다. 순천이 알려진 것도, 순천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도, 그로 인해 몸살을 앓기 시작한 것도, 그래서 환경 보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것도 말이다. 순천만은 지난 2003년 이후 연간 관광객이 약 1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늘었다. 10년 만에 30배라니. 순천만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러야 하는 관광지가 됐다. 문제는 관광객을 따라 순천만으로 무분별하게 침투하려는 사업자들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그 시점에 순천 정원박람회 개최가 확정됐다. 순천만과 시내 사이에 대규모의 정원을 조성해 거대한 울타리 역할을 하도록 한 것. 박람회 관계자로부터 엄중한 취지를 듣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박람회장에 들어설 때는 마냥 마음이 들떴다. 꽃구경 기대에 몸이 달싹였다. 평소 비실용적이라는 이유로 꽃다발 선물을 꺼리던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다. 물론 박람회장의 꽃을 꽃다발과 동급으로 여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네모난 정원 속 지구 박람회장은 순천만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동천을 기준으로 서쪽과 동쪽으로 나뉜다. 서쪽에는 한국정원과 편백숲이, 동쪽에는 10여 개의 세계정원과 테마정원이 자리잡고 있다. 어느 쪽으로 입장하든 관람에는 지장이 없지만 서쪽부터 관람하기로 했다.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정원’이라는 개념을 체험하기 위해선 가장 한국적인 정원부터 봐 둬야 할 것 같았다. 한국정원은 꽤나 소박했다. 낮은 담장엔 눈에 익은 전통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창덕궁의 부용정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했다. 언제 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우리네 궁의 풍경이다. 좁은 공간에 방문객이 몰려 다소 북적였지만 그만큼 인기 있는 정원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망대까지 잰걸음으로 다녀온 후 서둘러 ‘꿈의 다리’로 향했다. 이 다리는 동쪽으로 건너가기 위한 관문과도 같아서 늘 사람들이 오간다. 그러나 바삐 지나던 발걸음도 반드시 한번은 멈춰 서게 되는데 벽면을 도배한 14만5,000여 점의 그림 때문이다. 그림도 삐뚤, 글도 삐뚤, 영락없이 어린이들의 그림이다. 대부분 무심히 발길을 옮기며 훑어보는 것에 그쳤지만 할아버지 한 분이 그림 앞에 한참동안 서서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차례차례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다리를 설계한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 또한 많고 많은 그림 중 적어도 하나쯤은 누군가의 시선을 잡을 수 있으리라 잠작했을지도 모른다. 박람회장의 동쪽으로 넘어오면 그야말로 꽃천지다. 영국정원, 일본정원, 네덜란드정원 등 10여 개의 세계정원이 호수정원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펼쳐져 있다. 동선은 자유롭다. 10여 개의 정원 중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불쑥 들어가 마음껏 구경하면 된다. 양산백과 축영대의 전설이 담긴 중국정원에 발길이 머물렀다가 베르사유궁전을 연상케 하는 프랑스정원으로 옮겨 가는 식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네덜란드정원이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풍차 때문이다. 미니어처마냥 크기는 작지만 축제 분위기를 내기에는 그만한 게 없다. 풍차 아래에는 울긋불긋한 튤립이 만개해 있다. 한낮의 햇살이 한 떨기 한 떨기마다 내리꽂혀 원색의 튤립은 더욱 진하게 제 색을 뽐낸다. 기념사진에 무관심한 이들도 이쯤 되면 단숨에 무너져 버린다. 나 역시 어쩐지 멋쩍지만 인파 사이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다. 몇년 뒤 발견하면 필시 촌스럽기 그지없을 꼭 그런 사진을 말이다. 상관없다. 그것이 축제가 아니던가. 용산전망대에 올라야만 하는 이유 해질 무렵에야 순천만에 도착했다. 안개가 많았고 날이 흐렸다. 구름도 많아 일몰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어쩌랴. 안개야말로 순천만의 특징인 것을. 무진교를 건널 때는 자연스레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이 떠올랐다. 소설의 배경인 ‘무진’이 순천이기 때문이기도 했고, 순천만의 풍경이 마치 ‘어디에도 없는 곳’인 무진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안개 자욱한 곳으로 묘사되는 무진처럼 순천만의 풍경도 겹겹이 안개에 싸인 채 아득하게 멀어진다. 무진교 너머 갈대밭에서는 갈대들이 살랑살랑 흔들리며 빗살무늬를 그려낸다. 좀더 높은 곳에서 순천만을 굽어보기 위해 용산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까지 함께 오르던 해설사의 손가락 끝에 엄나무, 굴피나무, 생강나무가 걸렸다가 멀어진다. 중턱쯤 올랐을까. 산허리에서 작은 전망대를 만났다. 올라가는 길 내내 무성한 나무에 가려져 있던 순천만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야의 오른쪽이 나무에 가려져 있었다. “용산전망대에 오를 때까지는 탁 트인 전경을 보지 못하죠. 다만 높이에 따라 조금씩 다른 순천만을 볼 수 있답니다.” 해설사가 알려주었다. 자연은 한번에 모든 것을 허락하지는 않는다는 말처럼 들렸다. 발길을 재촉했다. 늦장을 부리다 일몰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내내 ‘S’라는 알파벳과 ‘낙조’라는 단어가 맴돈다. 물이 빠져 선명하게 새겨진 S자 물길, 그 위에 내려앉은 선홍빛 낙조가 가히 장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자연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지만, 일행 중 한 명은 용산전망대에 오를 때마다 그 광경을 보았노라 자랑을 한다. 그 탓에 한 발짝 옮길 때마다 피로물질이 사라지면서 기대감에 부풀었다. 40분 정도 걸리는 산행을 마치고 이윽고 정상에 도착했다. 예감이 좋지 않다. 산등성이에 걸린 구름이 점차 짙어지고 있었다. 일몰은커녕 언제 해가 지는지도 모르게 어두컴컴해질 것 같았다. 일찌감치 삼각대에 카메라를 세워두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에도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끝이었다. 반나절짜리 뜨내기 손님에게는 불평의 여지도 주지 않는다. 대부분 발길을 돌렸지만 미련 때문인지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일몰이라는 환상을 걷어낸, 있는 그대로의 순천만을 바라봤다. 그것은 그 나름대로 담백한 맛이 있었다. 어두워지는 갯벌 속에서 새들과 식물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윽고 어둑해진 순천만은 가없이 넓어 보였다. 아니 실제로 순천만은 넓다. 하마터면 나는 이 드넓은 순천만 앞에서 좁디좁은 물길 하나만을 보고 갈 뻔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글·사진 Travie writer 전은경 취재협조 한국관광공사, 순천만 정원박람회 조직위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순천 정원박람회 주제 지구의 정원, 순천만Garden of the Earth 기간 4월20일~10월20일 입장시간 오전 9시~오후 5시(하절기는 오후 7시) 입장료 1일권 성인 1만6,000원, 청소년 1만2,000원, 어린이 8,000원 박람회 티켓 소지자 할인혜택 순천만자연생태공원, 낙안읍성민속마을, 순천드라마촬영장,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 순천자연휴양림 무료입장, 송광사, 선암사 입장료 50% 할인 문의 1577-2013 www.2013expo.or.kr 순천 에코그라드 호텔 집을 떠날 때면 가장 먼저 숙소 걱정부터 하게 된다. 순천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에코그라드는 구시대 유물로 전락하고 있는 여느 관광호텔과는 달랐다. 객실은 널찍하고 깨끗했다. 특급호텔 같은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푸짐한 조식 덕에 점수를 보태게 된다. 오믈렛, 토스트, 샐러드가 주를 이루며 한식파를 위한 밥과 국도 준비돼 있다. 객실료 디럭스 더블 1박 16만5,000원(조식 불포함), 조식 1인당 1만6,500원 주소 순천시 조례동 1587-4 문의 061-811-0000 www.hotelecograd.com
  • 임진왜란 승전은 소나무 덕분?

    임진왜란 승전은 소나무 덕분?

    신목(神木). 민간신앙에서 ‘신령이 강림하여 머물러 있다고 믿는 나무’를 뜻한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저자는 소나무를 한반도 수호신의 반열에 올려놓는다는 얘기다. 소나무야 오래전부터 한국인에게 그 어떤 나무보다 친근한 나무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나무로, 전체 산림 면적의 27%를 차지한다. 혹한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과 옹골진 자태는 강인한 기백과 지조의 상징으로 즐겨 회자됐다. 사군자(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에는 못 들어도 추운 계절의 세 벗인 ‘세한삼우’(소나무, 매화, 대나무)로 사랑받아왔다. 그런데 상징으로서가 아니라 실제로 소나무가 조선을 구했다는 것이 저자인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의 주장이다. 나아가 소나무에 대한 이해가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핵심이라고까지 강조하니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소나무에 대한 애정이 지극하기로서니 어떻게 조선의 생명을 지킨 주역으로까지 격상시킬 수 있을까. 먼저 저자의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남 창녕의 화왕산 인근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농사에 대한 애정과 역사에 대한 관심을 접목시켜 중국농업경제사를 전공했다. 이후 인문학과 식물, 특히 나무를 결합하는 공부에 몰두해 ‘세상을 바꾼 나무’‘나무 열전’‘어느 인문학자의 나무세기’ 등 나무로 역사와 문화를 읽는 저술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책은 역사학자이자 나무 연구가인 저자가 소나무와 한반도, 그중에서도 조선의 역사에 얽힌 인연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결과물이다. 시작은 소나무로 만든 전함에 대한 관심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을 검토하던 저자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왜구가 한반도에 출몰한 이유 중 하나가 소나무를 구하기 위해서였다는 내용이었다. 세종 3년(1421) 8월 24일 일지를 보면 전라도 관찰사가 임금에게 왜선 한두 척이 해도에 드나든다고 보고하면서 그 까닭으로 왜구가 소나무로 만든 배를 노리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러한 역사적 기록을 통해 저자는 신라때부터 한반도를 위협하는 존재였던 왜구가 조선 양민의 재산을 약탈하는 한편으로 소나무와 소나무로 만든 병선을 호시탐탐 노렸음을 처음으로 조명하고 있다. 소나무로 만든 조선의 전함은 왜구의 침략에 대비한 조선 왕조의 핵심 국토방위 전략이었다. 일본 병선과의 성능 비교와 개선 노력은 조선 전기 내내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다. 그러나 선박관리 소홀과 담당자들의 비리, 목재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폐로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소나무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였다. 조선은 2, 3차 대마도 원정을 통해 왜구를 선제 제압하기도 했으나 삼포왜란, 을묘왜변 등을 겪으며 왜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이어갔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은 국가 최대의 위기였다. 저자는 임진왜란을 ‘조선의 거북선과 일본의 안택선 간의 싸움’이란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거북선이 승리한 이유로 전함의 재료인 소나무의 우수성에 주목했다. 왜군의 주력 함선인 안택선은 빠른 속도가 장점이지만 소나무보다 재질이 무른 삼나무로 만들어져 거북선과 충돌시 쉽게 부서졌다. 왜구 침입에 맞서기에 조선의 병선 체제는 충분치 못했다. 하지만 소나무라는 우수한 선박 재료, 전술적 우수성을 지닌 거북선과 판옥선, 그리고 뛰어난 전략과 리더십으로 해전을 진두지휘한 이순신 장군이 시너지 작용을 일으켜 막강한 병력의 일본 수군에게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책은 이 밖에 조선시대 소나무의 쓰임과 남용 사례 등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왕가의 관곽 제작과 궁궐 신축 및 보수, 사찰 건립과 목장 조성, 기근 시 구황식품으로 활용된 사례들을 사료를 통해 정리했다. 또한 조선 왕조가 대를 이어 수시로 정책을 보완하면서 소나무 보호 노력에 힘쓴 과정도 곁들여 다각적인 이해가 가능하도록 했다. 저자는 “역사학자들은 나무를 임학의 영역으로 생각했을 뿐 역사학의 영역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역사학도 생태사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소나무만으로 조선시대의 산림 정책과 전함을 분석한 것은 생태사학에 대한 시론”이라고 말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대전 괴곡동 700년 느티나무 천연기념물 제545호로 지정

    대전 괴곡동 700년 느티나무 천연기념물 제545호로 지정

    대전 서구 괴곡동의 700여년 된 느티나무가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 제545호로 지정됐다고 문화재청이 17일 밝혔다. 괴곡동 985번지에 자리한 이 느티나무는 높이 16m, 밑둥치 둘레 9.2m로 수형이 무척 아름다우며 규모나 나이로 봐도 문화재 지정 가치가 충분하다고 문화재청 측은 덧붙였다. 또 마을에서 오랫동안 수호목(守護木)으로 여겨 매년 칠월칠석이면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목신제(木神祭)를 올릴 만큼 지역사회에서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 지정 구역은 2필지 389㎡로, 대전 지역 제1호 천연기념물로 기록됐다. 문화재청은 괴곡동 느티나무를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자연유산으로 보전·활용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문헌연구와 함께 생태·인문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집 떠나면 호강한다

    집 떠나면 호강한다

    계곡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릴 때입니다. 저마다 몇 가지 ‘검색 요건’도 있겠지요. 계곡이 지나치게 깊거나 위압적이지 않아야 할 겁니다. 텐트 칠 자리도 넉넉해야 하고요. 여기에 수도권 등에서 그리 멀지 않고, 덜 알려져 한적하며, 늘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가 흐르는 곳이어야 할 텐데, 어디 그런 곳이 있을라고요. 한데, 기대치를 낮춰 얼추 비슷한 곳을 찾는다면 대안은 있습니다. 충북의 등줄기, 그러니까 월악산과 속리산이 품은 수많은 계곡들입니다. 충북 북쪽에서 풍경의 맹주는 단연 월악산이다. 충주와 제천, 단양 등 충북 북부의 소도시와 수많은 경승지들이 월악산 자락에 매달려 있다. 여름철 사람들이 많이 찾기로는 송계계곡이 가장 앞줄에 선다. 단양 쪽에서는 선암계곡이 꼽힌다. 사인암 등의 명소들이 이 계곡에 몰려 있다. 반면 월악산의 1000m급 준봉들이 꼭꼭 숨겨 놓은 곳도 있다. 제천시 덕산면 억수리의 억수계곡이다. 흔히 용하(用夏)계곡, 또는 아홉 개의 풍경을 지니고 있다는 뜻에서 ‘용하구곡’이라고도 불린다. 일부 호사가들은 농반진반 계곡물이 ‘억수로’ 많아 억수계곡이라고 부른다는 논리를 편다. 얼핏 뚱딴지 같아도, 전혀 근거 없는 말장난은 아닌 듯하다. 행정구역명인 억수리(億水里)에서 계곡 이름을 따왔을 텐데, 한자 이름조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량이 풍부하다는 뜻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름만큼 수량이 ‘억수로’ 많지는 않다. 다만 물은 정말 ‘억수로’ 맑다. 계곡물이 흐르다 고인 소와 담은 어김없이 옥빛의 명경지수다. 거기엔 까닭이 있다. 억수계곡에서 탐방객들이 오를 수 있는 곳은 관폭대가 마지막이다. 계곡 위쪽은 국립공원 측에서 막아놨다. 사람이 다닐 수 없으니 당연히 상류에 수질을 악화시킬 만한 시설물도 없다. 현지 주민 신태철(46)씨는 “오가다 갈증 날 때면 계곡물을 그냥 마시기도 한다”며 “같은 월악산 내 다른 계곡들에 견줘도 훨씬 뛰어난 수질을 가졌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관폭대에 서면 아쉬움도 남는다. 용하구곡의 아홉 가지 풍경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관폭대 위쪽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청벽대, 활래담, 선미대 등 이름만으로 청량한 느낌을 안겨 주는 경승지를 앞에 두고 돌아서기가 쉽지만은 않다. 관폭대 아래쪽으로 야영장과 펜션 등 시설들이 몰려 있다. 국립공원 바깥 지역이어서 반두 등을 이용한 천렵도 즐길 수 있다. 억수계곡 끝자락에 불쑥 솟은 만수봉을 경계로 건너편은 저 유명한 송계계곡이다. 소나무가 많아 계곡에 들면 늘 솔향이 가득하다는 곳. 계곡미가 빼어나고 곳곳에 텐트 칠 자리가 넉넉해 진작부터 캠핑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월악산국립공원사무소가 송계계곡 상류의 닷돈재에 ‘풀 옵션 야영장’을 만들었다. 텐트와 취사도구, 침구류 등 캠핑에 필요한 장비 일체를 빌려 주는 서비스다. 1년에 한두 번 사용하는 고가의 캠핑장비를 구매하기가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풀 옵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 1박 이용료가 4만∼5만원으로 민간인이 운영하는 유료 캠핑 시설에 견줘 훨씬 싸다. 이 때문에 홈페이지(www.knps.or.kr)에서 치열한 예약 경쟁을 거쳐야 한다. 다만 샤워 시설이 없어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송계계곡에서 온천으로 유명한 충주 수안보면을 지나면 곧 괴산군이다. 속리산 국립공원 끝자락에 걸쳐 있는 괴산은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소박하면서도 거친 산들이 사방을 겹겹이 싸고 있다. 그 사이로 남한강의 지류인 달천과 쌍천, 성환천, 음성천 등이 흘러간다. 산이 깊고 물이 많으니 계곡과 폭포가 발달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화양계곡, 선유계곡 등 ‘계곡의 천국’이라 할 만큼 곳곳에 빼어난 계곡이 널렸다. 그 가운데 비교적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곳이 청천면의 사담계곡이다. 경북 상주와 경계를 이룬 곳으로, 지역 사람들만 알음알음 찾는 곳이다. 오래전 우암 송시열은 청천면 사담리 일대를 사담동천(沙潭洞天)이라고 불렀다. ‘사담’은 고운 모래밭과 깊은 못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고 ‘동천’은 산과 내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곳이란 뜻이다. 요즘 말로 쉽게 쓰자. ‘텐트 치고 한갓지게 놀기 좋은 곳’이다. 물길을 따라 오르내리다 아무 곳에나 자리를 펴고 물놀이를 즐기다 보면 그곳이 곧 유원지다. 사담동천 내에 숨어 있는 공주폭포와 대왕폭포는 찾아보는 게 좋겠다. 공주폭포는 사담리 중대방래에서 대왕봉 쪽 계곡 길로 30분 거리다. 단아하고 조형미가 빼어나다. 대왕폭포는 공주폭포 위쪽에 있다. 거대한 암벽을 타고 내리는 30여m의 물줄기가 일품이다. 탁족처를 찾는다면 갈은구곡(葛隱九曲)도 좋다. 괴산호를 따라 조성한 산막이옛길 덕에 최근에야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계곡이다. 괴산호 옆을 따라 차로 10여분 들어가면 갈론마을이 나오고 이어 갈은동문(1곡), 금병(5곡) 등 아홉 개의 경승지들이 2㎞ 남짓한 계곡에 펼쳐져 있다. 덜 알려져 한적하긴 하나 편의시설이 없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글 사진 괴산·제천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가는 길 억수계곡은 행정구역상 제천시에 속하지만 충주시 쪽에서 접근하는 게 수월하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나들목으로 나와 충주 방향으로 직진하다 시내 초입에서 수안보 방면 중원대로로 바꿔 탄 뒤 용천휴게소 앞에서 36번 국도 제천 방면으로 좌회전해 곧장 간다. 수산리 2구에서 용하계곡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 다시 월악리 옛 매표소 앞에서 좌회전해 곧장 들어가면 된다. 캠핑장과 주차장 등 시설물이 죄다 이 구간에 몰려 있다. 송계계곡은 충주에서 억수계곡 방향으로 가다 월악대교 넘자마자 우회전해 곧장 가면 된다.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나들목으로 나와 19번 국도를 타고 수안보 방면으로 가다 세성삼거리에서 우회전해 곧장 가는 방법도 있다. 사담계곡은 다소 복잡하다. 중부고속도로 증평나들목으로 나와 592번 지방도 청안·화양계곡 방면, 37번 국도 속리산·청천 방면 이정표를 따라가다 청천 시내 초입에서 속리산·보은 방면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곧장 가면 나온다. 다소 돌더라도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 혹은 연풍나들목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교통량 적고 주변 풍경도 빼어나다. 수옥폭포 등 괴산의 명소들을 훑으며 지날 수 있다.
  • 물 오른 여름, 물 만난 축제

    물 오른 여름, 물 만난 축제

    이른바 ‘7말 8초’가 코앞이다. 국민 대다수가 휴가를 떠나는 시기다. 전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피서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물축제를 준비했다. 물놀이와 축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수변 축제를 꼽았다. 먼저 ‘2013 정남진 장흥물축제’에 주목하자. 26일~8월 1일 전남 장흥 탐진강과 편백숲 우드랜드 등에서 열린다. ‘물과 숲-휴(休)’가 올해의 주제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열린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방문객이 늘고 있다. 올해 겨우 6회째지만, 한국소비자브랜드위원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브랜드 대상’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수상할 만큼 ‘인기 폭발’이다. 무엇보다 맑고 시원한 물이 인기 비결이다. 해마다 물축제 기간에만 탐진강 상류 탐진호의 수문을 여는데, 수문을 나설 때 약 16도였던 차가운 물이 햇빛을 받으며 7㎞ 정도 장흥 읍내까지 흘러가는 동안 22~23도의 시원한 온도로 바뀐다. 축제 장소도 빼놓을 수 없다. 탐진강은 은어가 뛰어놀 만큼 원형이 잘 보존된 강으로 꼽힌다. 편백숲 우드랜드는 40~50년 된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100㏊에 걸쳐 군락을 이룬 곳이다. 군데군데 삼나무도 섞여 있어 ‘피톤치드의 보고’라는 상찬을 받고 있다. 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은 세 가지다. ‘지상 최대 물싸움’은 악당(진행요원)과 관광객이 편을 짜서 물싸움을 벌이는 이벤트다. 물총과 물풍선, 물대포에 소방차와 헬기까지 동원된다. ‘천연 약초 힐링 풀’은 재미와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힐링 물놀이다. 편백과 표고버섯, 헛개, 석창포, 매실, 다시마 등으로 이루어진 약초 풀을 오가며 물놀이를 즐긴다. ‘맨손 물고기 잡기’도 준비됐다. 축제기간 오후 3~5시 열린다. 다양한 수상 놀이시설도 마련됐다. 슈퍼 슬라이드는 강물 위에 설치된 대형 슬라이드를 타고 물 속으로 질주하는 놀이기구다. 편백나무를 이용한 뗏목과 오리보트, 수상 자전거, 희망의 줄배 등 탈것들도 인기를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탐진강 한쪽엔 수영장과 얼음 이글루도 마련된다. 정남진 물축제추진위원회 (061)860-0828~30. 강원 화천에선 27일~8월 11일 화천쪽배축제가 열린다. 붕어섬 등 북한강변이 주무대다. 3~4인용 수상 자전거 ‘월엽편주’, 붕어섬 자전거길과 북한강 물 위를 오갈 수 있는 ‘수륙양용자전거’, 용머리를 단 ‘북한강 산천호’ 등 다양한 뱃놀이 기구들이 운영된다. 워터 슬라이드를 갖춘 ‘강변 물놀이장’과 어린이를 위한 ‘붕어섬 물놀이장’, 수생식물과 곤충을 관찰할 수 있는 ‘붕어섬 생태체험장’ 등의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캠핑마당’은 텐트를 제공하는 ‘예약 텐트촌’과 장소만 제공하는 ‘자율캠핑촌’으로 이원화됐다. 200동 규모인 예약텐트촌은 1박에 3만원이다. 이 가운데 2만원은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 준다. 자율캠핑촌은 1박에 2만원이다. 역시 1만원은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대한민국 창작쪽배 콘테스트’도 함께 열린다. (재)나라 1688-3005. 경북 봉화 내성천에선 27일~8월 3일 봉화은어축제가 열린다. 대표 프로그램은 은어 잡기다. ‘어획량’ 늘리는 비결은 간단하다. 시작과 동시에 물의 유입구, 혹은 퇴수구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사람들에 놀란 은어가 몰리는 곳이 대부분 물이 들고 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러 명의 참가자들이 원을 그린 뒤 점차 폭을 좁혀가며 잡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잡은 은어는 곧바로 구워먹는다. 축제장 곳곳에 굼터가 마련돼 있다. 은어잡이 입장료는 어른 1만원이다. 이 가운데 4000원은 봉화군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봉화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봉화군청 문화관광과 (054)679-6311~6.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 땀띠공원에선 8월 2~11일 ‘평창더위사냥축제’가 열린다. 땀띠물은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냉천수다. 이 물로 목욕을 하면 몸에 난 땀띠가 씻은 듯이 사라진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은어·송어 맨손잡기, 대화천 반두 물고기 잡기 등 천렵 프로그램과 감자캐기, 땀띠물 족욕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입장료는 천렵 프로그램 각각 1만 5000원, 캠핑 2만 5000원, 텐트임대캠핑 3만원이다. 이 가운데 5000원은 대화면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군악대 연주 등 매일 밤 다채로운 콘서트도 열린다. 평창더위사냥축제위원회 (033)334-2277.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길섶에서] 운칠복삼(運七福三)/정기홍 논설위원

    시골마을을 지나다 보면 더러 대문가에 서 있는 음나무를 보게 된다. 가시가 삐죽삐죽한 이 나무를 왜 굳이 이웃이 드나드는 대문 옆에 심었을까 싶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음나무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나쁜 기운과 잡귀를 막아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옛날엔 가지를 잘라 대문에 걸어놓기도 했다. 삼재(三災)란 것도 있다. 사람에게 액운(厄運)이 들어와 3년간 머문다는 뜻인데, ‘삼재막이’라 하여 정초에 머리 셋 달린 매나 호랑이를 그려 문 위에 붙이고 매사 조심했다. 복을 기원하는 민간신앙이다. 우리 조상들은 복과 운을 사람의 힘을 초월한 천운(天運)에 달린 것으로 여겼다. 이 같은 기복신앙은 지금도 면면히 이어져 우리네 삶의 한 모퉁이를 채워가고 있다. 출근길에 기어이 ‘오늘의 운수’를 봐야 직성이 풀리고, 퇴근길에 산 복권이 ‘한낮의 꿈’이 아니길 바라며 지내는 식이다. 그제 미국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에서 기사회생한 탑승객들을 보며 운칠복삼(運七福三)이란 시중의 우스개 말을 떠올려 본다. 이들은 정녕 운과 복이 있는 것일까.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④한강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④한강

    >>청계천:거꾸로 흐르는 역수(逆水)가 서울 풍수의 핵심 서울은 하천의 도시다. 서울 바닥에는 35개의 하천이 흐른다. 큰 하천은 강(江)이요, 작은 하천은 내(川)다. 한강이 모든 하천의 본류이자 유일한 강이며 나머지 청계천, 중랑천, 홍제천, 불광천, 양재천, 안양천, 탄천, 고덕천, 성내천 등이 한강의 지류인 하천이다. 하천의 발원지는 대부분 북한산, 도봉산, 남산, 관악산이다. 2000년 이전에는 한강을 제외한 34개 하천의 31%가 복개돼 생명을 잃었다. 2005년 10월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19개 하천 복원 계획이 세워져 지금까지 15개의 하천이 되살아났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도 절반가량의 하천이 청계고가를 뜯어내고 복개도로의 배 속을 갈랐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누워 있다. 빛과 바람이 끊기면서 광합성 활동이 정지된 지하 세계에 남아 있다. 정도전의 북악주산설(北岳主山說)에 의한 한양 풍수의 핵심은 북악을 주산으로 목멱산(남산)이 내명당(內明堂)을 이루는 혈(穴) 자리에 경복궁을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도읍 중심부에 개천(청계천)이 흐르고 외명당(外明堂)을 이루는 목멱산과 관악산 사이에 한강이 흐르도록 설계했다. 청계천을 내수(內水), 한강을 외수(外水)라고 불렀다. 서울을 관통하는 두 개의 하천, 한강과 청계천은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본류인 한강은 태백에서 발원해 황해로 흘러가지만 지류인 청계천은 역으로 북악에서 발원해 사대문 중심부를 흐르고서 중랑천을 거쳐 한강으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청계천을 역수(逆水)라고 한다. 풍수에서 ‘세상만사는 순(順)해야 하나 지리(地理)는 역(逆)해야 한다’는 이치 그대로다. 풍수에 따르면 거꾸로 흐르는 청계천의 역기(逆氣)가 사대문 안을 조선 도읍터로 600년 세월을 버티게 한 ‘힘’이라고 풀이한다. >>한강의 섬과 나루:여의도 등 10여개 크고 작은 섬들 물길 따라… 뚝섬, 잠실(잠실도), 여의도, 난지도가 대표적 하중도(河中島)였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300년 전 강원도를 여행하고 나서 “홍수가 나서 산이 무너지면 한강으로 흘러들어 한강의 깊이가 점점 얕아진다”라고 기록했다. 한강을 따라 흘러들어 온 모래와 흙은 자연 제방과 삼각주 섬을 형성했다. 한강변 지명에 섬 도(島)와 나루 진(津) 자가 많이 들어 있는 이유다. 눈에 보이는 밤섬, 노들섬, 선유도를 하중도의 전부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불과 60년 전만 해도 한강에는 뚝섬, 잠실도, 여의도, 난지도 같은 큰 섬을 비롯해 석도, 부리도, 저자도, 선유도 같은 크고 작은 10여개의 섬들이 그림처럼 떠 있었다. 광나루(광진)부터 뚝섬, 이촌, 노량진, 양화진(합정)까지 은빛 백사장으로 이어져 강(江)수욕을 즐기던 자연 휴양지였다. 뽕나무가 숲을 이룬 잠실은 대대적인 매립공사가 이뤄진 1971년 이전에는 강북 쪽에 근접해 있었다. 지금은 내륙의 인공호가 돼 버린 석촌호수는 한강의 물줄기가 이곳으로 흘렀던 유일한 증거로 남았다. 난지도는 이름처럼 꽃섬이었지만 쓰레기매립장으로 둔갑했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동호대교 아래 저자도는 정선의 그림에 등장하는 경승지였으며 얼음을 채빙하는 벌빙꾼이 살았다. ‘신선이 노닌다’는 선유도는 정수장이 되었다가 공원으로 돌아왔다. 1968년 한강제방과 여의도를 짓는 골재 채취로 파괴된 밤섬은 자연의 치유력으로 기적처럼 되살아나 철새도래지가 됐다. 지금은 서강대교를 머리에 이고 있다. 조선시대 한양은 전국의 재물이 모이는 수운(水運)의 중심지였다. 한강 중 한양을 감싸고 흐르는 강을 경강(京江)이라고 불렀는데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에 걸쳐 경강상인들이 용산과 마포 그리고 서강 나루를 주름잡았다. 두모포(두무개)와 뚝섬은 땔나무의 집산지였다. 송파나루에는 쌀과 지방 특산품 등이 몰렸다. 고려시대 한강은 사평도(沙平渡) 또는 사리진(沙里津)이라고 불릴 정도로 모래 천지였다. 광나루, 뚝섬, 난지도 등이 퇴적 사면이며 백사장이었다. 한강 나루를 이루는 이촌은 사평리(沙坪里)라고도 불렸고 광나루 둔치는 서울의 마지막 강수욕장이었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선거 구호가 난무했던 1959년 대통령 선거 유세장에 20만 인파가 구름 떼처럼 몰린 곳이 한강백사장이었다. 한강제방이 축조되기 전 경원선(지금의 용산~성북 간 전철) 철길 바로 옆 지금의 동부이촌동에서 흑석동까지가 바로 그곳이다. 이때 강물은 흑석동~노량진 언덕에 붙어 가늘게 흐르고 있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10만, 15만명의 인파가 강수욕을 즐겼다. 겨울이면 천연 얼음 스케이트장이 제공됐다. 60년 전 한강 풍경이다. >>3차례 한강 개발:개발독재시대의 비극 3차례의 한강 개발 사업은 한강의 쓰임새와 풍광을 바꿨다. 지도를 다시 그려야 했다. 강변은 콘크리트 호안과 도로가 됐으며 강수욕을 즐기던 모래밭은 매립용 모래로 쓰였다. 한강은 ‘강물’이 주가 아니라 ‘강변’이 주가 되는 이상한 강이 됐다. 손이나 발을 담글 수 없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변했다. 일차적인 원인은 홍수와의 전쟁 때문이었다. 한강 상류에 댐이 없고, 제방이 없던 시절 물난리는 최악의 재앙이었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용산, 뚝섬, 광진, 여의도, 잠실, 압구정동, 신사동, 반포, 잠원이 잠겼다. 이때 몽촌토성과 암사동 유적지가 발견됐다. 한강은 자원이 아닌 극복의 대상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한강철교 폭파에서 보았듯이 군사정권은 한강을 피란 시간 확보 대책용으로 여겼다. 1967년 김현옥 서울시장이 급조한 ‘한강 개발 3개년 계획’에 따라 강변을 메워 제방을 쌓았고, 제방 위에 강변도로가 건설되고, 여의도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윤중제가 건설되고, 잠실이 내륙이 됐다. 택지 개발과 도로 건설을 목적으로 한강을 파괴한 것이다. 서울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대비용으로 1982년부터 1986년까지 진행된 ‘한강종합개발계획’에 따라 2개의 수중보(잠실보와 신곡보)와 올림픽대로, 한강둔치공원이 들어섰다. 두 번의 공사를 거친 이후 한강은 본모습을 잃었다. 풍광은 사라졌다. 혹자는 ‘빠질까 봐 겁나는 강’ ‘거대한 콘크리트 호수’라고 깎아내린다. 개발독재시대의 즉흥적인 개발이 빚은 비극이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는 2001년 펴낸 ‘한강의 어제와 오늘’에서 1982년 착공한 한강종합개발사업을 “말끔하게 정리된 한강의 모습이 보기에 좋을지 모르나 자연미의 상실과 함께 한강 본래의 생태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고 말았다.…한강종합개발사업은 한강 자연 하천의 모습을 앗아갔으며 생명 서식지 교란으로 한강 생태계를 크게 바꾸어 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서울 도심 속에서 한강 생태계가 갖는 기능과 역할은 경제 가치로는 평가할 수 없을 만큼 귀중하다”라고 기록해 놓았다. 2007년 오세훈 시장이 내건 ‘한강 르네상스’도 구호만 요란했을 뿐 저수 제방 탈피, 호안 콘크리트 철거라는 한강 복원의 핵심에는 손이 미치지 않았다. ‘유람선과 요트가 떠다니는 한강’이라는 서구식 만화경에 매달려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다. >>한강 복원:도시고속도로 울타리를 걷어내자 동서로 뻗은 두 개의 도시고속도로가 거대한 철책선처럼 한강을 남과 북으로 갈라놓고 있다. 강은 도시와 유리된 채 따로 흐른다. 서울은 남과 북으로 인위적으로 절단됐으며 서울 사람은 강북 사람, 강남 사람으로 나뉘었다. 양쪽은 다리로만 통행한다. 자전거길과 산책길이 부분적으로 열렸지만 강북 사람은 강북 쪽으로, 강남 사람은 강남 쪽에서 다닐 뿐이다. ‘한강의 남북 절단’에서 ‘한반도의 분단’이 떠올려진다. 환경학자들은 두 도로를 일반도로로 바꿔서 건널목과 신호등을 놓아 사람들이 자유롭게 건너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버스전용차선을 놓거나 전차를 놓는 방법도 제시됐다. 한강은 사람들을 위해 심장(잠실)과 내장(여의도)을 아파트 택지로 내놓았다. 두 개의 보(洑)가 목젖과 다리를 각각 누르고 있고, 29개의 한강 다리가 포박하고, 고층 아파트 숲이 태양과 바람을 가로막고 있다. 양팔과 두 발은 올림픽대로와 강변도로가 돼 꼼짝달싹 못하지만 묵묵히 흐를 뿐이다. 이제 한강을 풀어줘야 한다. 한강은 대한민국과 서울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지난해 서울 시민 1000명에게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니 37%가 한강을 꼽았다고 한다. 남산타워(35%)와 경복궁(25%)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에게도 ‘한강의 기적’은 한국과 한국의 경제성장을 대표한다. 우리는 60년 전 아름다운 섬과 백사장이 있었던 시절의 한강을 잠시 잊고 있다. 다리 위에서, 배 위에서, 자전거 위에서,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강이 아니라 손발을 담글 수 있는 강이 필요하다. 사람이 자유롭게 다가갈 수 있는 진정한 한강 복원이 이뤄져야 서울 소통, 한민족 통합도 가능하다. 서울이 세계 최고의 관광 휴양 도시로 발돋움하는 건 덤이다. 파괴된 밤섬이 20년 만에 기적처럼 스스로 살아난 것이 그 예언이다. j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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