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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대강 나루터 37곳 되살린다

    4대강 나루터 37곳 되살린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강변의 나루터가 복원돼 관광자원으로 활용된다. 나루터가 복원되면 영산강에서 운항 중인 ‘황포돛배’가 4대강 전역에서 운항될 예정이다.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구간의 현장조사를 실시해 구간 내에 한강 이포나루를 비롯해 모두 37곳의 나루터를 복원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한강에 이포나루, 양화나루 등 7곳, 금강에 황진나루지구의 합제나루광장, 왕진나루 좌·우안 나루터 등 7곳이다. 또 영산강에 사포나루, 승촌나루 등 12곳, 낙동강에 배나루 등 11곳이다. 국토부는 금강 백제나루터, 낙동강 덕남나루 등 29곳은 목재를 활용해 전통 나루터의 분위기를 되살리기로 했다. 반면 한강 찬우물나루, 양촌나루, 양화나루 등 3곳은 콘크리트 선착장으로 만들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문화유적지인 낙동강 33공구 구간의 강창나루와 금강 6공구 창강나루, 7공구 웅진지구 나루터는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원형대로 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강둑·오솔길… DMZ 함께 걸어요

    강둑·오솔길… DMZ 함께 걸어요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의 남쪽 접경지역을 논둑, 밭둑, 강둑, 오솔길 등으로 연결하는 트레킹 코스가 다음달 초 개장한다. 경기도는 8일 김포~고양~파주~연천을 지나는 트레킹 코스(182.3㎞)의 주요 구간을 공개했다. 5월 초 개장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선보일 트레킹 코스의 이름은 현재 공모 진행 중이다. 코스는 지역별로 김포시 3개 코스(38.4㎞), 고양시 2개 코스(25.4㎞), 파주시 4개 코스(56.3㎞), 연천군 3개 코스(62.2㎞) 등 모두 12개다. 1개 코스당 평균 거리는 15㎞ 정도로, 짧게는 8㎞부터 길게는 21.8㎞까지 다양하다. 보통 체력을 가진 성인이라면 15㎞짜리 코스를 걷는 데 5시간이면 충분하다. 코스는 임진강 둑길과 철새도래지, 김포평야, 태풍전망대, 행주, 임진나루 등 다양한 안보, 생태관광지를 지나게 돼 있어 보는 즐거움과 알아가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 특히 대명항에서 출발해 덕포진을 지나 문수산성에 이르는 김포 1코스(15.4㎞)는 군 순찰로를 따라 나 있어 철책을 보며 가는 느낌이 새롭다. 휴전선에 가장 근접한 김포 2코스(8.0㎞)는 고려, 조선시대 남쪽 지방의 세곡선이 개성과 한양으로 가기 위한 나루터였던 조강포를 비롯해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곳에 솟아 있는 애기봉 앞을 지나간다. 이 밖에 경원선의 남한측 최북단 종착역인 신탄리역을 지나는 연천 3코스(18.8㎞)도 추천 코스다. 한배수 경기도2청 특별대책지역과장은 “수도권의 많은 사람이 제주 올레길을 찾고 있는데, 가까운 곳에서도 걷기를 즐길 수 있도록 코스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백석의 전환기 詩세계 엿보는 열쇠

    백석의 전환기 詩세계 엿보는 열쇠

    이번에 발굴된 백석의 동시 세 편은 북한에서 ‘백석 문학의 부재(不在) 기간’으로 알려졌던 시기에 쓰여진 것들이다. 백석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 세 편의 동시에 대해 ‘1950년대 중후반까지 북한의 문예지 ‘문학신문’의 편집위원이자 아동문학가로서 동화시(童話詩)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활동하던 백석이 1962년 북한 사회주의 체제를 찬양하는 거칠고 노골적인 시를 쓰기까지의 급격한 변화 과정을 설명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아동문학 논쟁의 패배…그리고 숙청되기까지 1957년 5월 북한에서는 아동문학 논쟁이 벌어진다. 남한도 아닌 북한에서, 그것도 수십 년 전에 벌어진 논쟁이 중요할 것은 없다. 하지만 몇 년 전 시인들의 설문조사에서 한국 근대시 100년 역사상 최고의 시집으로 꼽힌 ‘사슴’을 남긴 주인공이자 최근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동시 ‘개구리네 한솥밥’의 작가인 백석과 관련된 논쟁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백석은 당시 아동문학 논쟁에서 “계급적인 것을 강조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글감과 정서를 갖고 시적으로 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북한 아동문학계의 주류인 리원우 등으로부터 “낡은 사상의 잔재이자 수정주의 우편향”이라며 맹렬히 비판받았다. 결국 그해 9월 그는 이틀 동안 자아비판의 자리에 선다. 그리고 1958년 1월 함경북도 삼수군 관평리 국영협동조합으로 쫓겨간다. 백석의 불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1962년 10월 문학계의 대대적인 숙청 작업의 대상이 되며 아예 펜을 빼앗긴다. 그 뒤 숨질 때(1995년으로 추정)까지 더 이상 창작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화시와 체제 찬양시 사이의 간극 메워줘 협동조합으로 쫓겨간 뒤 숙청될 때까지의 기간 동안 국내에 소개된 백석의 작품은 ‘나루터’, ‘강철 장수’, ‘사회주의 바다’, ‘석탄이 하는 말’ 단 4편뿐이었다. 이 작품들은 북한 체제를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시어로 이뤄진 것들이다. 충만했던 민족어의 시어(詩語)도, 가득 차오르는 예민한 감성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새로 공개된 3편의 우화시에서 노골적으로 체제를 찬양하는 의도는 쉬 보이지 않는다. 백석 특유의 시적 운율과 우화시의 내용은 유지하는 가운데 한두 줄의 구절을 보태 아이들의 계급성, 혁명성 교양을 요구하는 북한 아동문학계와 타협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송아지들은 이렇게 잡니다’를 보면 기존에 알려진 백석 동화시의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맨 마지막 줄에 ‘(…)송아지들은 어려서부터 원쑤에게 마음을 놓지 않으니까요.’라는 시구를 덧붙인다. 이는 당시 북한 아동문학계가 요구하는 의식성, 교양성 고취를 다분히 의식한 것이다. 김재용 원광대 국문과 교수는 “1957년까지 백석이 썼던 동화시와 1962년에 쓴 우상화, 체제 찬양시와는 간극이 너무 컸고 그 변화를 설명해줄 구체적인 작품의 부재는 그동안 백석 연구의 빈틈과 같았다.”면서 “이번 동시 세 편을 통해 그 빈틈이 메워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숙청 분위기를 예감한 백석이 자신의 문학세계를 바꿔가면서까지 글을 쓰고 싶었던 쓸쓸한 처지를 짐작케 해준다.”고 덧붙였다. 백석 아동문학 연구자인 장성유 동화작가도 “이 동시들은 작품성 자체보다 백석의 삶과 문학 세계를 좀더 자세히 읽을 수 있는 열쇠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1962년 협동조합 시기 백석 작품이 좀더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백석은 누구인가 본명은 백기행(白夔行)이다. 1912년 평안북도 정주(定州)에서 출생했다. 해방 전까지 주로 모더니즘 계열의 시를 썼다. 1936년 발간한 시집 ‘사슴’은 민족어의 아름다움과 모더니즘의 시적 형상화에 있어 최고였다는 상찬을 한몸에 받았다. 8·15 광복 뒤 고향으로 돌아가 북쪽에서 살며 아동문학으로 방향을 틀어 여기에 전념했다. 1962년 10월 이후 문학을 비롯한 그의 작품 기록이 남지 않았다. 사망연도가 불명확했으나 최근 들어 1995년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63) 하동 ‘섬진강을 따라가는 토지길’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63) 하동 ‘섬진강을 따라가는 토지길’

    지리산 맑은 계곡물로 몸집 불린 섬진강이 하동포구 80리를 이루는 악양면 평사리. 고(故) 박경리 선생은 섬진강과 지리산이 어우러진 평사리를 무대로 4대에 걸친 만석꾼 가문의 이야기를 실처럼 풀어냈다. ‘섬진강을 따라가는 토지길’(이하 토지길)은 소설 ‘토지’의 무대를 굽이굽이 스며들며 우리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1960년대 말 박경리 선생은 우연히 하동 악양면을 지나다 드넓은 평사리 들판을 발견한다. 마침 저자는 경상도 땅에서 작품의 무대를 찾던 중이었다. 만석꾼 토지란 전라도 땅에나 있고 경상도 쪽에서는 생각도 못했던 저자는 ‘옳다구나.’ 무릎을 쳤다. 토지길은 현대문학 100년 역사상 가장 훌륭한 소설로 손꼽히는 대작 ‘토지’의 무대를 밟아가는 길이다. ‘토지’는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의 대지주 최씨 가문의 4대에 걸친 비극적 사건을 다루면서 개인사와 가족사뿐 아니라 우리의 역사, 풍속, 사회사를 모두 담고 있다. ●향기로운 흙길·꽃길 따라 소설 속으로 토지길은 평사리 공원에서 시작해 평사리 들판~동정호~고소성~최참판댁~조씨 고택~취간림~악양루를 거쳐 다시 공원까지 돌아오는데, 약 10㎞로 4시간쯤 걸린다. 토지길이 시작되는 예전 개치나루터인 섬진강 평사리 공원은 모래톱이 넓게 펼쳐진 곳이고, 그 옆으로 이어진 19번 국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꼽힌다. 다음 주쯤이면 섬진강을 따라 벚꽃이 눈처럼 흩날린다. 평사리 공원에서 사람들은 대개 반짝이는 강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백사장으로 내려간다. 섬진강에서 손을 씻고 올라와 도로를 건너면 길은 평사리 들판으로 이어진다. ‘무딤이들’로 불리는 들판은 무려 83만평으로 소설 ‘토지’가 이곳에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만석지기 두엇은 능히 낼 만한 이 넉넉한 들판이 4대에 걸친 만석지기 사대부 집안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모태가 된 것이다.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들판 가운데 소나무 두 그루가 다정하게 선 부부송이 보인다. 들판에는 푸릇푸릇한 보리가 쑥쑥 자랐다. 아직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보리는 싱그러운 연초록빛으로 봄기운을 듬뿍 전해준다. 부부송 주변은 매화밭이고, 그 가운데 무덤이 자리잡았다. 무덤 뒤로 성제봉(형제봉, 1115m)이 두 팔을 벌려 평사리와 악양면 일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부부송을 지나면 작은 호수인 동정호. 공사 중인 호수를 스쳐 지나면 평사리 최참판댁 입구 삼거리다. 여기서 우선 한산사 방향으로 오른다. 평사리 최고 전망대인 고소성을 들르기 위해서다. ●별당 아씨와 구천이의 야반도주 한산사 뒤로 난 오솔길을 따라 20분쯤 오르면 잘 복원된 고소성에 닿는다. 성벽에 올라서면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소나무 아래 배낭을 내려놓고 원없이 조망을 즐긴다. 고소성에서 계속 산길을 걸으면 성제봉을 거쳐 지리산으로 들어간다. ‘토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엮어 가는 사랑의 유형은 색동저고리처럼 각양각색이다. 최 참판댁 윤씨 부인과 동학 접주 김개주의 ‘증오의 사랑’, 용이와 월선네의 ‘불륜의 사랑’, 귀녀를 향한 강포수의 ‘지고지순한 사랑’, 구천이와 별당 아씨의 ‘근친의 사랑’ 등…. 그 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것은 별당 아씨와 머슴이자 최치수의 이복동생인 구천이의 사랑이다. 두 사람은 달도 뜨지 않은 어느 밤 지리산으로 야반도주했다. 별당 아씨가 양반이라는 신분과 딸 서희를 모두 버리고 오직 사랑을 택한 것이 너무도 의외였다. 그들이 도주한 길이 고소성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진 길이다. 신분과 근친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한 그들의 용기와 사랑은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그들의 앞날은 험난하기만 하다. ●최참판댁 실제 모델 조씨 고택 고소성에서 성제봉 방향으로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최참판댁으로 내려가는 산길을 만난다. 슬슬 산비탈을 타고 내려오면 드라마 ‘토지’의 촬영지인 최 참판댁이다. “수동아~ 밖에 누가 오셨느냐!” 사랑채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의 최치수가 금방이라도 나올 것만 같고, 별당에서는 매화 꽃향기를 맡던 서희가 고개를 돌려 쳐다볼 것 같다. 주민들이 살던 초가집들을 둘러보면서 용이, 임이네, 월선, 김훈장, 두만네 등 드라마의 주인공을 떠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랑채 뒤로 세트장을 빠져나오면 길은 마을 농로로 이어진다. 이제는 최참판댁에서 조씨 고택(조부잣집)으로 가는 길이다. 조씨 고택은 최참판댁의 실제 모델로, 대대로 평사리의 만석꾼 집안이다. 길에서 꽃향기가 진동한다. 길은 녹차밭과 매화밭 사이를 물결치듯 타고 돈다. 토지길이 아니라면 만날 수 없는 보석 같은 길이다. 대촌마을에서 작은 고개를 넘어 정서마을, 다시 고샅길을 돌아 상신마을의 조씨 고택에 이른다. 10여년 전 뵈었던 고택 주인장 조한승 할아버지는 여전히 건강했고, 반갑다며 주전자에 끓인 녹차를 내왔다. 조씨 고택은 어마어마한 식솔과 넘쳐나는 손님들로 늘 밥 짓는 연기가 끊이지 않았고, 집에서 나오는 쌀뜨물 때문에 섬진강이 뿌옇게 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과거 만석꾼의 자취는 거의 남지 않았다. 어느덧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쓸쓸함이 검버섯처럼 피어 있었다. 조씨 고택을 나오면 500년 나이를 자랑하는 향나무가 선 취간림. 나무 아래서 쉬는 주민 틈에서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다. 취간림에서 내려와 평사리 들판을 가로지르면 다시 섬진강 평사리 공원이다. 토지길은 평사리 공원에서 다시 화개를 거쳐 쌍계사와 불일폭포까지 이어진다. 글·사진 여행전문작가 mtswamp@naver.com ■가는 길&맛집 자가용은 남해고속도로 진교 나들목으로 나와 하동으로 향한다. 대중교통은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화개·하동행 버스가 07:30~19:30 하루 7회 다닌다. 화개에서 쌍계사행 버스는 07:00~21:10 대략 1시간 간격으로 있다. 화개에서 평사리 공원까지는 대중교통이 없어 택시를 이용한다. 화개 개인택시 055-883-2332, 011-877-1889(김준선 기사). 토지길 문의는 한국문인협회 하동지부 055-882-2675. 쌍계사 입구의 단야식당(055-883-1667)은 스님들이 1년에 한두 번씩 별미로 먹었다는 사찰국수(6000원)로 유명한 집이다.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들깻가루와 버섯 등을 재료로 하고 국수는 메밀로 만든다. 매화 고목이 있는 아담한 정원과 주인아주머니의 정갈함도 인상적이다.
  • [우리고장 최고]충남 당진 필경사

    [우리고장 최고]충남 당진 필경사

    ‘브나로드(민중속으로).’ 러시아의 이 운동을 모티브 삼아 쓴 농촌소설의 백미가 ‘상록수’이고, 이 소설은 충남 당진 송악읍 부곡리 ‘필경사(筆耕舍)’에서 탄생했다. 심훈 선생이 직접 건립하고 이름 붙인 태어난 집이다. 마을 일대는 상록수의 무대이기도 하다.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남쪽 송악IC를 빠져나와 현대제철 방향으로 가는 길은 부곡리와 한진리를 가로 지른다. 소설 속 ‘한곡리’는 두 마을을 합쳐 이름 지은 가상의 마을로 주인공 박동혁이 열정적으로 농촌계몽운동을 펼친 곳이다. ● 마을 곳곳 소설 소재로 지금은 부곡국가산업단지로 변했지만 농촌인 부곡리와 갯마을 한진리는 아산만 갯벌과 염전을 가르는 신작로로 연결돼 있었다. ‘해변에서 새우를 잡아 말리고, 준치나 숭어 잡는 철이 되면’이란 묘사는 당시 한진리의 실제 풍경이다. 지금은 준치, 새우가 잡히지 않지만 서해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관광지로, 해맞이 명소로 인기를 끈다. 소설에 실제 지명을 넣은 ‘큰덕미’도 고대공단이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박동혁이 농촌운동을 함께하면서 사랑을 키우던 채영신을 맞은 한진리 뒤 해변의 조그만 산이다. ‘하루 한 번 똑딱이(석유발동선)가 와닿는 조그만 포구로 주막 몇 집과 미류나무만 엉성하게 선 나루터’라고 묘사했다. 큰덕미가 아니라 한진리가 그랬다. 1970년대 초반까지 인천을 왕래하는 여객선이 드나들었고, 80년대 초까지 손님을 태우고 경기 평택을 오가는 배가 운행됐다. 심훈 선생은 경기 안산에서 농촌운동을 하다 숨진 ‘최용신’과 큰조카 ‘심재영’을 주인공 모델로 해 상록수를 썼다. 부곡리에서 마을 청년들과 공동경작회를 조직, 농촌운동을 벌였던 심씨는 1995년 작고하기 전 저술한 수필집에서 “숙부는 11살이 많았지만 나와 친구처럼 지냈다.”고 회고했다. 심훈 선생은 심씨의 권유로 1932년 서울에서 부곡리로 내려왔다. 선생은 심씨 집 사랑방에 머물다 소설 ‘직녀성’의 고료로 200여m쯤 떨어진 곳에 필경사를 짓고 가족을 데려와 살면서 상록수를 썼다. 야트막한 구릉을 뒤로하고 소나무, 대나무, 측백나무 등 상록수로 둘러싸인 초가의 필경사는 1989년 충남도문화재자료 312호로 지정됐다. 건평 60㎡ 정도에 방 2개, 다락방, 드레스룸, 거실, 주방으로 이뤄졌다. 당시로는 화장실과 목욕탕을 집 안에 둔 점이 특이하다. 필경사 옆에 심훈 선생이 직접 심은 수령 150년 된 향나무가 아직 있다. 선생의 묘도 2008년 11월 경기 안성에서 이곳으로 옮겨 왔다. 그 옆에 1993년 지어진 ‘상록수문화관’이 있다. 소설 원고의 사본과 선생이 출연한 영화 관련 신문기사 등 자료가 전시돼 있다. 하루 평균 100여명의 관람객이 찾는다. 당진군은 상록문화제와 심훈추모제 등을 열고 있다. ● 상록초교 등엔 그의 발자취 마을에는 또 심씨가 세운 상록초등학교가 있다. 그가 농촌운동을 하면서 집 근처에 지은 야학당이 전신이다. 이 학교는 최근 황해경제자유구역에 포함되면서 이전설이 나와 주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필경사 관리사무소 구자원(51·당진군 문화체육과)씨는 “당진 최고의 문학 명소이자 농촌운동의 성지다운 면모를 더욱 갖추려면 진짜 육필 원고와 유품을 확보해 전시 기능을 강화하고 필경사에서 상록초교 사이 터 10만여㎡를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당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도시와 길] 춘천 의암호 뱃길

    [도시와 길] 춘천 의암호 뱃길

    강원 춘천 도심을 따라 남북으로 흐르는 의암호에는 수천년 이어져 온 뱃길이 있다. 지난 2000년 강 상류를 가로질러 신매대교가 놓이면서 지금은 호수 속 섬들을 오가며 명맥만 유지하고 있지만 의암호 뱃길은 춘천을 살찌운 교통로였다. 호수를 마주하고 있는 삼천동·근화동· 소양로와 서면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고 서울을 오가는 교역길이었다. 옛길을 다시 살려 관광명소로 만들려는 붐을 타고 의암호수변을 따라 걷는 길, 자전거 길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춘천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의암호에 묻힌 뱃길의 역사를 들여다보자. 지금의 의암호는 춘천호쪽에서 이어지는 자양(장양)강과 소양호에서 흐르는 소양강이 만나는 신영강에 지난 1968년 의암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인공호수다. 북한강 상류의 의암호로 통칭되면서 지금은 생경스러운 옛 강 이름이 됐다. ●신영강 협곡 기암절벽 물속에 잠겨 의암호수가 생겨나기 전 이들 자양강과 소양강, 신영강에는 배가 드나드는 곳마다 나루터가 있었다. 삼한시대부터 있던 오미나루와 옥산포, 우두나루, 신영강 배터 등 지금도 흔적이 남아 있다. 고대 맥국(貊國)이 터전을 잡았던 우두벌이 지척에 있어 의암호 뱃길의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뱃길은 강 상류쪽 우두벌의 옥산포, 우두나루에서 서면 오미나루를 잇는 길과 근화동 배터에서 상중도를 지나 서면 금산리를 잇는 길, 지금의 중도 배터 인근인 마삼대에서 붕어섬을 들러 서면 지시울(지금의 현암리)을 이었다. 강 하류에는 신영강배터(지금의 송암리)에서 서면 덕두원을 오가는 뱃길이 있었다. 세월 따라 물길 따라 뱃길은 수시로 바뀌었고 강 상류와 하류를 구분 짓지 않고 분주하게 배들이 드나들었다. 구한말 이곳의 뱃삯은 1년에 쌀이나 잡곡 2말씩을 주고 이용했다니 인심도 좋았던 시절이다. 인제쪽 강 상류에서는 뗏목들이 강을 따라 서울쪽으로 수시로 오갔다. ●정약용 등 문필가 찾은 관광명소 지금의 의암댐이 위치한 곳에는 삼악산과 드름산을 끼고 흐르는 신영강 협곡(문등협)의 기암절벽이 장관이었다. 댐으로 호수가 생겨나면서 물속에 많은 풍치가 잠겼지만 이전에는 상중도의 고산(孤山)을 비롯해 지금의 어린이회관 일대 봉황대, 고운 모래가 깔려 유명세를 탔던 백로주 등 기암절경이 즐비했다. 백로주는 소양8경의 하나로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기도 하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춘천을 ‘강을 낀 고을이 평양 다음으로 살기 좋은 곳이다’고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다산 정약용 등 문필가들이 수시로 찾아 유람하며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다산의 기행문 ‘산수심원기’에는 당시 춘천의 풍광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지금으로 말하면 최고 관광명소였던 셈이다. 이렇게 문장가들이 드나들면서 서원들이 하나 둘 들어서 북한강 상류 주변이 품격 있는 마을로 자리잡았다. 서면 신매3리에는 도포서원이 있었고 춘천의 유일한 사액서원인 문암서원, 화천쪽으로 거슬러 올라 곡운서원이 있었다. 서면이 전국 최고의 박사를 배출하며 박사마을로 불려지고 있는 이유도 학문을 좋아하던 선조들의 피를 이어받은 후손들의 향학열이 살아 있음이다. 그 뱃길을 따라 사람들이 오가고 곡물과 각종 생필품이 흐르며 자연스레 강 주변은 풍성했다. 우두벌에는 고대 맥국이 터전을 잡았었고 봉의산 아래에는 부자들이 기와집을 짓고 모여 살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기와짓골이 생겨났다. 이곳은 쌀 100석 이상을 짓는 사람들이 살았다 해서 백석동으로 불렸다. 또 마을앞에는 신라·고려시대 때 융성했던 충원사 절터의 흔적이 남아 있다. 당간지주와 7층석탑의 흔적과 터전으로 미뤄 상당한 규모의 사찰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서면 덕두원은 관리들 숙소 서면 덕두원은 서울로 오가던 관리들의 숙소가 있다 해서 지금도 지명이 덕두원이다. 관리들은 신영강배터에서 뱃길을 이용해 강을 건넌 뒤 덕두원에서 머물다 삼악산을 끼고 뚫린 석파령 길을 따라 서울로 드나들었다. 이곳에는 뗏목을 타던 떼꾼들도 머물며 유숙했다. 일제강점기 때는 지금의 의암댐 인근에 철교인 신영교가 놓여 이용됐지만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모두 사라졌다. 배터는 수상레저사업장이나 낚시꾼들을 위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뱃길도 대부분 사라지고 지금은 근화동배터와 중도배터에서 상중도와 중도를 오가는 관광용 배와 섬 주민들을 위한 배가 하루 7~12차례씩 오갈 뿐이다. 주민들은 “댐이 생겨나기 전에는 산세가 수려하고 인심이 넉넉해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호수 속에 모두 잠겨 아쉽기만 하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울산 태화강에 연어회귀 관찰길 조성

    울산시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 연어회귀길, 백리오솔길, 녹색건강길 조성과 청정흐름길 확보 등 4대 사업을 골자로 한 ‘태화강 2단계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고 28일 밝혔다. 시는 연어회귀길을 조성하기 위해 강에 설치되는 각종 인공지장물을 철거하고, 중류 구영교~삼호교 사이에 연어의 회귀를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와 구수리, 범서읍 망성리 일대를 수달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하고, 친환경적 자연형 호안 정비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백리오솔길 조성은 시비 건립, 시가 문화제 개최, 역사 문화거리 조성, 태화강 옛나루터 태화진 복원, 선사문화유산 연결 네트워크 구축 등으로 추진된다. 녹색건강길은 심휴(心休)존 조성, 자전거 도로 조성, 친환경 솔라 가로등 설치 등에 초점을 맞췄다. 태화강 2단계 마스터플랜 추진에는 373억 23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시는 중구와 북구를 가로질러 흘러 태화강 하류에 합류하는 동천강 마스터플랜도 마련했다. 동천강에는 올해부터 2015년까지 438억원을 들여 하수처리장 건설 등 수질개선, 유지수 확보, 자전거 산책로 조성, 모레 체험장과 운동장 등 다목적 주민이용시설 설치, 4계절 꽃길 조성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시는 이날 시청 상황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마스터플랜 보고회를 가졌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백마강 황포돛배 더 늘린다

    백마강 황포돛배 더 늘린다

    충남 부여 백마강에 황포돛배 5척이 더 뜬다. 부여군은 오는 7월까지 백마강 황포돛배 45인승 4척과 12인승 1척 등 모두 5척을 건조, 운항한다고 25일 밝혔다. 백마강에는 2008년 9월 처음으로 황포돛배 2척이 운항 중이다. 군 관계자는 “부여를 찾은 관광객들이 기존 유람선보다 운치 있는 황포돛배를 선호해 추가 건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운항 1년4개월여 만에 3만 5000여명이 황포돛배를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45인승 황포돛배는 폭 5.5m 길이 19m 높이 1m 크기로 지어진다. 코스는 고란사~구드래나루터~수북정간 3㎞ 구간으로 1시간 정도 황포돛배를 타면서 백마강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편도 요금은 5500원. 부여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추노’ 장혁 vs 오지호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

    ‘추노’ 장혁 vs 오지호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

    KBS 2TV 수목드라마 ‘추노’의 장혁과 오지호가 치밀한 추격전을 벌이며 긴장감과 시청률이 동반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일 오후 방송된 ‘추노’는 추노꾼 대길(장혁 분)의 추격과 혜원(이다해 분)을 데리고 도망치는 태하(오지호 분)의 머리싸움이 박진감 넘치게 그려졌다. 세 사람은 나루터에서 극적으로 만나지만, 대길과 혜원은 첫사랑이었던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대길 등 추노꾼들의 추격에 태하는 뱃길을 포기하고 혜원과 함께 험한 산길을 선택한다. 하지만 태하는 산에서 산적을 만나 격투를 벌이고, 힘들어하는 혜원을 위해 길을 터주는 등 흔적을 남겨 추격을 용이하게 만든다. 이에 대길은 태하가 방심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태하는 추노꾼을 따돌리기 위한 계략으로 일부러 흔적을 남긴다. 주막에서 함께 밤을 지낸 태하와 혜원은 각각 가족과 정인을 잃은 과거를 회상하며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대길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혜원과 혜원에게 마음이 쏠린 태하의 감정선이 점차 강화되고 있어, 앞으로 대길·태하·혜원의 삼각 러브 라인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태하가 주막을 떠났다고 생각한 대길은 태하를 추격하던 중 주막에 말을 두고 갔다는 사당패 설화(김하은 분)의 말에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말머리를 돌린다. 다시 태하를 놓친 대길은 그가 동쪽으로 향하고 있음을 눈치 채 또 한 번의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예고했다. ‘추노’는 사극답지 않은 속도감 넘치는 진행과 박력 넘치는 남성 캐릭터를 비롯, 다양한 성격의 조연 캐릭터들이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 결과 20일 방송된 ‘추노’ 5회는 전국 시청률 30.8%(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며 수목드라마의 왕좌를 장악했다. 사진 = KBS 2TV ‘추노’ 화면 캡쳐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광주·양평·남양주 ‘에코관광벨트’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경기 광주 귀여리와 양평 두물머리, 남양주 다산유적지 일대가 수도권 친환경관광지로 탈바꿈한다. 경기도는 이들 3개 지역을 엮는 ‘에코-트리-벨트’ 조성 사업을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사업은 생태복원 등 친환경 관련 사업, 다산유적지 일대 관광자원 개발 및 나루·포구 복원 사업, 유기농 확대 등으로 나눠 진행된다.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북한강변 다산 정약용 유적지 일대 16만 6600여㎡는 내년 6월까지 128억원을 들여 생태공원으로 꾸민다. 생태경작지, 체험농장, 습지, 물푸레나무 등으로 이뤄진 숲, 조류관찰지 등이 만들어진다. 생태체험 및 관광은 물론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한강의 수질을 개선하는 기능도 하게 된다. 인근에는 이미 다산유적지가 조성돼 있는 데다 최근 실학사상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실학박물관이 문을 열어 역사 탐방코스로도 주목받고 있다. 도는 이와 함께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에도 150억원을 들여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양평군 양수리 두물머리 나루터를 복원한다. 가평 달전리나루터, 양주 사기막나루터, 광주 문호리 나루터 등 16개 나루터도 복원된다. 삼각형을 이루며 마주하고 있는 이 시설들이 모두 완공되면 이 일대는 황포돛배가 오가는 친환경 관광벨트로 떠오르게 된다. 특히 남양주시 조안면 삼봉리에는 2011년 개최 예정인 세계유기농대회에 발맞춰 웰빙 농산물의 모든 것을 보고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유기농 박물관’이 조성될 예정이어서 두물머리 일대가 자연생태 종합체험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선 숙박 및 편의 시설 등이 필수적이지만 상수원보호구역에 묶여 적지 않은 어려움도 예상된다. 최근 이들 3개 지역을 둘러본 경기도 비전기획관실 현지 답사팀은 “규제완화와 함께 생태복원을 역사·문화 관광자원과 어떻게 연계시키느냐가 사업의 관건”이라며 “주변 관광지간 네트워크 구축 및 다양한 볼거리 제공을 위한 지역별 관광특화 사업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성수·가양·서빙고 지역 한강전망보행데크 조성

    내년부터 성수·가양·서빙고에서 한강으로 가는 길이 가까워진다. 서울시는 30일 한강 접근성 개선사업의 하나인 ‘한강 전망보행데크’ 조성 공사를 본격 착수한다고 28일 밝혔다.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이 공사는 기존 지하통로를 통해 한강에 접근하던 틀에서 벗어나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상부에 설치된 나들목으로 한강에 이르게 하는 게 특징이다. 가양·성수·서빙고 지역에 지하철역과 한강공원을 연결하고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보행데크가 설치되는 셈이다. 또 이 나들목에서 수려한 한강의 경관까지 감상할 수 있다.길이 181m 폭 4.5~7.5m로 조성될 서빙고 전망보행데크는 강변북로 위를 가로질러 서빙고역(국철)과 이촌한강공원, 거북선 나루터와 연계된다. 또 구암공원 안에 설치될 가양 전망보행데크는 폭 3.5m 길이 185m로 올림픽대로 위를 지나 구암공원과 한강을 연결한다. 이 데크 위에선 북한산과 노을공원, 행주산성 등까지 감상할 수 있다. 한강의 다양한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성수데크는 강변북로 위를 가로질러 한강변 자전거 전용도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인근에 지하철 신분당선인 서울숲역(분당선)이 자리 잡을 예정이어서 접근성도 뛰어나다.시 관계자는 “그동안 한강은 접근이 어려워 시민의 삶에서 떨어져 있었다.”면서 “한강이 이번 접근성 개선 사업을 통해 시민들이 한강을 더 쉽고 가깝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화천 북한강 40년만에 황포돛배 뜬다

    화천 북한강 40년만에 황포돛배 뜬다

    강원 화천 북한강 상류에 40여년 만에 황포돛단배가 다시 뜬다. 화천군은 레저도로를 이용하는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황포돛단배를 복원, 운항한다고 11일 밝혔다. 황포돛단배는 이달 초 2000만원을 들여 길이 10m, 폭 2.2m 크기로 제작됐다. 평소에는 엔진으로 움직이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과 노를 이용해 운항할 수 있다. 최대 20명까지 승선할 수 있고, 자전거 등을 실을 수 있다. 현재는 관광객에게 공개하고 있고 연내 운항하기로 했다. 화천읍 대이리~구만리 산랑골 부교~수상도로(1.2㎞)~원시림 흙길(1㎞)~위라리 구간을 오가며 레저도로를 이용하는 주민과 관광객이 위라리 여우나루터에서 대이리로 이동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여름철 쪽배캠프 기간에 강상문화를 체험하는 체험거리로도 이용할 계획이다. 황토돛단배는 황토로 염색한 돛을 단 배로 과거 한강 마포나루와 광나루, 경기 여주 이포나루와 조포나루 등을 오가며 소금과 새우젓, 땔감 등을 물물교환할 때 이용됐다. 하지만 1970년대 팔당댐 건설로 뱃길이 끊긴 이후 자취를 감췄다. 또 한강 곳곳에 댐이 들어서기 전 화천 수밀리(나무가 빽빽하다는 뜻), 다목리(나무가 많다는 뜻)에서 뗏목을 만들어 서울로 가던 떼꾼이 타고 다니던 ‘떼배’, 소금을 싣고 올라가 콩·담배 등과 교환하던 ‘바꿈배(돛단배)’ 등이 북한강 물길을 따라 운항을 했다. 심근식 군 관광과 담당은 “새롭게 재현한 황포돛단배가 전통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친환경적 선박으로 청소년들이 살아있는 강상문화를 체험하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며 “화천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낭만의 거리’ 광나루터로 오세요

    ‘낭만의 거리’ 광나루터로 오세요

    서울 광진구에 있는 옛 광나루터(조선시대 한강변에 설치된 나루터)가 2010년 6월까지 한강의 운치와 광나루의 역사를 담은 공간으로 변신한다. 구는 옛 광나루터였던 광장동 한강호텔~광진정보도서관 800m 구간에 20억원을 들여 목제 데크로드와 조망데크 등을 설치하는 ‘낭만의 거리(조감도)’ 조성사업에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이를 위해 구는 지난 3일 광장동 광진정보도서관 앞에서 정송학 구청장과 권택기 국회의원, 이재홍 서울시의원, 지역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나루 낭만의 거리’기공식을 열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한강변으로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야간조명으로 아름답게 물든 한강과 광진교의 멋진 야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낭만의 거리 중간지점에서 옛 나루터의 돛단배를 형상화한 조망데크도 만날 수 있다. 조망데크 양 옆에는 물결 모양의 파고라(그늘막)와 야외 탁자, 벤치가 설치돼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이 전망을 즐기며 도란도란 얘기도 나눌 수도 있다. 또 구는 야경을 구경하러 나온 시민들이 편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제방부분에 폭 3m의 목재 데크로드를 설치하고, 노후한 보도블록도 깨끗하게 정비할 계획이다. 낭만의 거리가 조성되는 곳은 지난 10월 구리시가 광장동 서울시 경계에서 구리 왕숙천 둔치까지 조성한 36㎞ 구간의 자전거 도로와도 연결되는 지점. 구는 서울시와 구리시의 자전거 도로가 만나는 이 경계지점을 서울시 자전거 도로 마지막 쉼터 공간인 ‘자전거 이야기 정거장’으로 꾸미기로 했다. 자전거 이야기 정거장에는 시민들이 땀을 식히며 쉬어갈 수 있도록 각종 나무를 심고, 공기주입기와 나무쉼터도 설치한다. 정송학 광진구청장은 “광나루 낭만의 거리는 광진교와 구리시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와도 연결돼, 한강과 아차산을 중심으로 ‘걷고, 머물고, 즐기는’문화의 중심점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경기 여주 여강길 따라 문화 생태체험

    경기 여주 여강길 따라 문화 생태체험

    요즘 길 따라 걷기가 여행의 한 테마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이 그중 대표적이지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추세에 맞춰 지난 9월 인천 강화 나들길 등 7곳을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선정했습니다. 내 나라 안 아름다운 길이 여기뿐이겠습니까만 우리 길들을 새롭게 이해하려는 첫 시도라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문화생태탐방로 중 한 곳인 경기 여주 여강길을 다녀왔습니다. 다른 길들을 제쳐두고 여강길을 서둘러 찾은 까닭은 영속성이 위협받고 있는 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원인은 4대강 사업에 따른 여강 일대 강천보 조성공사였습니다. 보를 세우면 사실상 여강길의 훼손이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고 현지 지역 주민들이나 환경단체 등은 보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문화와 생태가 ‘있는’ 길이 아닌 ‘있었던’ 길이 되고 말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여강길 운영 단체인 ‘강길’의 박희진 사무국장이 서둘러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찾길 바란다는 뜻을 밝힌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여강길에 서니 차가운 강바람이 두 볼과 머릿결을 스칩니다. 굽돌아 가는 강물을 따라 물억새도 춤을 춥니다. 겨울 여강길은 이렇듯 넉넉하면서도 역동적인 자태로 여행자를 맞고 있었습니다. 여주 사람들은 여주를 휘돌아가는 남한강을 여강이라 부릅니다. 검은 말(驪)을 닮은 강(江)이란 뜻이지요. 예로부터 남한강은 세곡을 실어 나르고 한양 가는 길손들이 주로 이용하던 길이어서 여주에만 12개의 나루터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여강길은 이처럼 선인들이 걷던 남한강 주변의 여러 길들을 하나로 모아 탐방코스로 만든 것입니다. 전체 길이는 55㎞쯤 됩니다. 하루에 다 볼 수는 없어 ‘강길’에서는 여주읍내로 돌아오는 대중교통 유·무에 따라 3개 코스로 나눴습니다. ▶1코스 - 우만리, 흔암리… 나루터 흔적 따라 15.4㎞ 1코스는 특성상 ‘나루터길’이라 불린다. 부라우와 우만리, 흔암리 등 이름만큼 아름다운 나루터의 흔적들을 좇는 길이다. 달을 맞는 누각 영월루에서 출발해 고운 모래가 특히 아름다운 금모래은모래 유원지, 아홉사리과거길 등을 거쳐 도리마을에서 끝난다. 거리는 15.4㎞. 5~6시간 소요된다. ▶2코스 - 경기·강원·충청 3도 3색 문화의 향기 솔솔 2코스는 ‘세물머리길’이다.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도 등 삼도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따라 각 지역 문화를 엿보며 걸을 수 있다. 모래톱이 예쁜 청미천과 합수머리에 버티고 선 붉은 절벽 자산, 1970년대 풍경으로 착색된 듯한 부론마을 등을 거친다. 다만 차도를 따라 걷는 구간이 많은 것이 흠. 17.4㎞에 6~7시간가량 걸린다. ▶3코스 - 바위늪구비길 원시강 생태와 만나 보세요 3코스는 ‘바위늪구비길’. 원시강의 생태와 만날 수 있다. 골재채취장이 습지로 변한 바위늪구비 일대가 하이라이트다. 물억새의 흔들림도 좋고, 단양쑥부쟁이(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등 희귀 동식물과 만나는 것도 뜻밖의 즐거움을 안겨 준다. 모랫길에선 신발을 벗고 걸어도 좋겠다. 22.2㎞. 7~8시간 소요된다. ‘강길’은 1코스와 3코스의 핵심 지역들을 엮은 ‘추천 코스’를 내놨다. 바쁘고 성격 급한 도시인들의 성화가 빗발쳤기 때문. 1코스 우만리 나루터에서 옛 남한강대교를 타고 여강을 뛰어넘은 뒤 3코스 바위늪구비가 있는 강천마을에서 끝난다. 5~6시간가량 걸린다. 낙엽 쌓인 흙길과 모랫길, 자갈길 등이 번갈아 나오는 여강길은 아름다웠다. 물억새도 지천이다. 물살이 잔잔해지는 곳에선 조약돌 던져 물수제비 한번 떠 보시라. 예전 과거 보러 한양 가던 선비들도 오랜 여정에서 오는 지루함을 떨치기 위해 비슷한 놀이를 즐기지 않았을까. 여강길은 철 따라 다른 자태를 선보인다. 박희진 사무국장은 “봄에는 강물의 색깔이 돌아오는 느낌이 좋아요. 여름엔 강수욕도 즐기고 달빛 쏟아지는 강길을 걸을 수도 있지요. 가을엔 끝 간 데 없이 핀 물억새가 지평선을 만들어요.”라고 설명했다. 눈 내리는 강변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철새들의 자태는 겨울철 여강길의 백미. 호사비오리(천연기념물 제448호)와 백조로 불리는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 등이 한가롭게 여강 위를 유영하고, 청둥오리 등은 무시로 군무를 펼친다. 말똥가리 등 맹금류와도 어렵지 않게 조우할 수 있다. 곳곳에 옛이야기 숨겨둔 유적들도 많다. 부라우나루터의 부라우는 ‘붉은 바위’란 뜻. 여강을 향해 불쑥 솟은 암반에는 인현왕후의 오빠 민진원의 정자터가 남아 있다. 민진원의 호 또한 붉은 바위를 뜻하는 단암(丹巖). 바위 앞쪽에 또렷이 음각(陰刻)돼 그 시대를 웅변하고 있다. 우만리 나루터는 조선시대 우만이라는 이름의 장수가 난 곳이다. 도리마을과 흔암리 마을을 잇는 아홉사리 산길은 충주 사람들이 과거 보러 가던 길. 9월9일 이곳에 피는 구절초를 캐내 달여 먹으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박 사무국장에 따르면 그 전설을 믿고 미리 구절초를 심어 놓는 사람들도 있단다. 하류의 삼합마을은 남한강과 섬강, 청미천 등 강줄기 세 개가 합쳐지는 마을이다. 원주와 여주, 충주의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3도 사람들이 아직도 일년에 한 차례 체육대회를 연다. 삼합을 바라보고 있는 흥원창터는 고려시대 세곡을 모아둔 조창. 굽이쳐 흐르는 세 강줄기를 여유있게 내려다보고 있는 자산의 풍채도 일품이다.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강길’(blog.daum.net/rivertrail)은 매달 2·4주 여강길 정기 답사를 진행한다. 식대 5000원. 물과 음료수, 모자, 선블록 등을 가져가면 좋다. 단체는 예약을 하면 요일에 관계없이 안내자와 함께 답사할 수 있다. 코스는 수시로 변경된다. 5일에는 특별히 ‘여강 5일 장터길’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여주 5일장에 들러 잔막걸리 마셔가며 옛 정취를 만끽할 예정이다. 강길 885-9089, 박희진 사무국장 016-744-3930.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여주 나들목을 나와 37번도로를 타고 여주 버스터미널 방향으로 가다보면 은모래금모래 유원지가 나온다. 가족·연인 등 개별적으로 탐방을 할 경우 이정표와 ‘강길’ 측에서 나무 등에 매 놓은 파란색 리본을 따라 가면 된다. →맛집:(구)보배네 만두(884-4243)가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집. 배춧속을 넣은 시골만두를 푸짐하게 내준다. 여주읍 오금리에 있다. 보리밥(5000원), 만두(5000원), 두부(4000원). 글ㆍ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 알뜰주부라면 꼭한번!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 알뜰주부라면 꼭한번!

    ‘실물크기로 제작한 5척의 황포돛배, 옛 모습대로 재현한 난전과 주막, 뱃사공 등 조선시대 복장을 한 인물들까지….’ 15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이 옛 마포나루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축제 한마당으로 변신한다. ‘제2회 한강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를 맞아 전국 유명 산지에서 올라온 새우젓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서울 마포구는 마포나루의 옛 모습을 감상하고 강경, 광천, 신안, 소래 등 전국 유명 산지에서 올라온 품질 좋은 새우젓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새우젓 축제를 17일까지 3일간 연다고 12일 밝혔다. ●김장철 앞두고 전국 유명 새우젓 염가판매 마포구가 주최하고 마포문화원이 주관한 이 축제는 특히 김장철 필수품목인 새우젓을 산지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알뜰주부라면 꼭 한번 들러 볼만하다. 강화새우젓영어조합, 소래포구 젓갈상인회, 강경맛깔젓상인협동조합, 광천특산물토굴새우젓재래맛김영어조합, 신안군 등 15개 업체가 참여해 지역의 명예를 걸고 새우젓 판매에 나선다. 15일과 16일엔 하루 한번씩 새우젓 경매행사도 열린다. 마포구청 앞 광장에서는 11개 지역의 특산물 판매장도 운영된다.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는 마포나루의 옛 모습을 고증해 만든 난전과 주막, 실물크기의 황포돛배가 선을 보인다. 전통 캐노피 천막 50여채가 들어서는 난전에는 옛 복장을 한 뱃사공, 보부상, 주모 등이 나와 조선시대 서민들의 생활상과 풍물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전통문화 체험장에서 떡메치기·새끼 꼬기·홀태·베틀·다듬이질 등 101가지에 이르는 옛 물건들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다. 과거와 우리것에 대한 향수가 자극된다. 옛 마포나루의 풍경을 소개하는 희귀 사진전도 열린다. 옛 마포나루 전경을 비롯해 석재운반을 담은 모습, 소를 태운 나룻배 등 당시의 현장을 담은 희귀 사진들이 대거 전시된다. ●풍성해진 문화공연 등 볼거리 다양 올해 2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첫해에 비해 문화공연이 한층 풍성해진 것이 특징이다. 신명나는 강강술래와 흥겨운 춤사위가 어우러지는 북놀이 등 전통민속놀이가 강릉, 진도 등지에서 올라온 마을공동체의 참여로 펼쳐진다. 특히 16일 평화광장에서 펼쳐질 강강술래는 관람객과 진도 소포리 주민이 하나가 돼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연출할 것이다. 새우젓 축제 개막 축하공연 ‘tbs 교통방송 한마음 콘서트’가 15일 저녁 평화광장 특설무대에서 진행된다. 16일에는 ‘한전과 함께하는 희망사랑 나눔콘서트’가 마련된다. 신영섭 마포구청장은 “한강 마포나루 새우젓축제는 한강, 마포나루, 새우젓, 황포돛배라는 콘텐츠를 소재로 마포의 전통성을 복원한 축제”라며 “100년 전 경제 항구였던 마포가 21세기에 문화 포구로 거듭나게 되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발언대] 실직·신종플루 걱정 벗어나고파/차길환 서울동부고용지원센터 취업지원과장

    [발언대] 실직·신종플루 걱정 벗어나고파/차길환 서울동부고용지원센터 취업지원과장

    거리의 수많은 간판 속에 노동부 고용지원센터는 이제 낯설지 않다. 실직의 아픔을 겪는 샐러리맨이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고용지원센터는 지난해 8월 시작된 미국 발 금융 쓰나미로 거리로 내몰린 실직근로자의 큰 위안이 되고 있다. 실업급여(구직급여)는 본의 아니게 실직된 근로자가 안정된 직업을 빨리 구할 수 있도록 생계를 보조하는 성격으로, 반드시 구직활동이 전제돼야 한다. 근로자가 고용보험이 가입된 사업장에 7년 근무하고 월 평균임금 240만원(퇴직 당시)을 받다가 35세에 퇴직한 경우 180일 동안 총 7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실직 근로자가 고용지원센터를 방문하면 실업급여도 받고 새 직업도 얻을 수 있어 요즘 노동부 서울동부고용지원센터는 하루 찾는 사람이 자그마치 1000명이 넘는다. 직원들은 업무처리에 파김치가 된다. 그런데다 요즘 신종플루 때문에 직원들의 어깨는 더욱 처져 있다. 신종플루가 확산일로지만 지구촌은 속수무책이다. 예방대책이 고작 외출 자제, 손 세척, 마스크 착용, 다중이 모이는 곳 피하기 등이다. 신종플루 백신이 나오기까지 별 대책이 없고 백신이 나오더라도 충분한 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일부 학교의 임시 휴교사태를 보면서 우리 고용지원센터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민원인이나 직원 중에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고용지원센터는 희망과 꿈을 배달해 주는 나루터다. 직원들은 신종플루 백신을 우선 접종시켜 달라고 떼를 쓰지도 않는다. 그저 신종플루가 피해 가기만을 학수고대하면서 오늘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문을 열고 있다. 마스크를 쓴 직원들의 모습이 다소 볼썽사납더라도 민원인을 위한 궁여지책임을 혜량하기 바란다. 고용지원센터가 문을 닫고 직원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 하더라도 실업자가 없어 실업급여가 지급이 되지 않는 세상, 신종플루를 걱정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차길환 서울동부고용지원센터 취업지원과장
  • [Let´s Go] 경남 함안 둑길

    [Let´s Go] 경남 함안 둑길

    “아니, 하먕이 아이고, 하만. 걩남 하~만. 마, 좀 단디 하소.”  경상남도 함안군은 1시간 남짓 떨어진 지리산 자락의 함양군과 늘상 헷갈린다. 경남 20개 시·군 기초단체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재정자립도도 높고, 인구수도 8만명 가까이 되니 제법 큰 군(郡)임에도 타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강렬한 뭔가가 부족했나보다. 실제 함안으로 와야할 우편물이 함양땅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고 한다. 참 답답할 노릇이겠다.  채 알려지지 않은 점이 있다. 바로 강(江). 함안 땅을 끼고 돌거나 복판을 가로지르는 함안천, 남강, 낙동강 줄기가 유장히 이어져 있다. 핵심은 강이 아니라 그 둘레의 둑방길이다. 무려 338㎞가 구비구비 이어져있다. 요즘 참살이(웰빙)의 핵심 트렌드가 뭔가, 바로 길, 그리고 걷기 아닌가. 5㎞ 걷기, 10㎞ 건강마라톤, 풀코스 마라톤, 울트라마라톤 등 어떤 대회든 못 치를 게 없다. 게다가 아스팔트 달리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상쾌함을 주는 황토 흙길이다. 천혜의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으니 매연을 걱정하거나 교통을 통제할 필요조차 없다. 그냥 둑 위로 올라가 걷고 뛰면 된다.  이리도 푸른 가을 하늘, 뻥 뚫린 길이 놓여있는데 뛰지 않고 배길 수 있나. 강변따라 338㎞… 가을을 느껴보세요 제주에 올레길, 지리산에 둘레길이 있다면 함안은 둑길이다. 이런 천혜의 관광 자원을 함안 사는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주말이면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등이 몰려든다. 이들은 “확 트인 전망은 오히려 (그런 길보다)낫다.”고 자부한다. 허나 엄밀히 말하면 천혜의 자원이라기보다는 역사의 산물에 가깝겠다. 해마다 물 피해를 보곤 했기에 일제시대 함안천, 남강의 수해를 막기 위해 쌓은 둑이라고 한다. 수해를 막기 위한 필요로 만들었지만 아무튼 지금은 사시사철 상쾌한 바람 부는 둑길은 물론, 골프장 몇 개는 짓고도 남을 너른 둔치와 함께, 야트막한 키로도 하늘을 충분히 가릴 수 있는 풍성한 갯버들 수풀길까지 덤으로 얻었다. 338㎞의 강변 둑길은 네 군데 정도가 50m 남짓씩 끊어졌다. 함안에서는 조만간 끊어진 둑길을 몽땅 이을 계획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트레일 런 코스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일단 오는 27일 둑길 마라톤 축제인 ‘제1회 함안 둑방 마라투어’를 준비했다가 신종플루 탓에 부랴부랴 취소했다. 대회는 열리지 않더라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이날 함안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함안군 측은 이동 차량과 안내, 주차시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둑길을 미리 되짚어봤다. 딱히 출발 지점이 따로 있을 이유는 없지만 합수천과 남강이 만나는 지점, 악양루가 올려다 보이는 곳에서 길을 시작했다. 농촌의 가을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벼가 누렇게 잘도 익었다. 길 양쪽에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꽉찬 가을을 즐겨라고 소곤거린다. 둑 아래쪽 한편에 고추모종이 삐죽삐죽 솟아 농촌의 한가로운 느낌을 전한다. 평화로운 농촌의 풍경 외에도 둑길 양쪽은 제법 신기한 볼거리들이 많다. 둑길 왼쪽 아래에 무거운 시멘트를 발라놓은 타이어가 널려 있었다. 바로 싸움용 소 훈련장이다. 그 오른쪽에는 일반 소보다 두 배 가까이 큰 싸움소들이 엎드려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조금 더 달려보니 백로 서 너 마리가 마치 어미 뒤를 쫓듯 풀 뜯는 황소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정작 송아지는 어미 곁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소똥에 섞인 먹잇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부드러운 흙이 깔린 황톳길은 단단하지만 발에 피로감을 주지 않을 만큼 폭신폭신하다. ‘황토길에 선연한/ 핏자웃 핏자욱 따라/ 나는 간다 애비야/’로 시작하는 김지하의 처연한 시 ‘황토길’과는 느낌이 사뭇 다른 것은 당연지사다. 함안군체육회 안준욱 사무국장은 “겨울에는 둑길 주변에서 철새들이 떼를 지어 군무를 펼치는 모습을 무시로 볼 수 있다.”면서 “가을걷이 끝난 논이 수박비닐하우스로 온통 바뀌어 은빛으로 번쩍거리는 모습은 가을 풍경 못지 않은 장관”이라고 자랑했다. 악양마을엔 처녀뱃사공 노래비 법수면 옆 대산면 악양마을에는 ‘처녀 뱃사공 노래비’가 있다. ‘군인 간 오라버니’ 대신 노를 잡고 뱃사공 역할을 했다는 ‘큰 애기 사공’의 실제 주인공은 여전히 살아 있지만 함안을 떠나 마산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만 남아 있다. 가수 윤항기, 윤복희 남매의 아버지인 윤부길씨가 유랑공연을 다니다가 악양나루터에서 처녀뱃사공을 보고서 가사를 써내려갔다고. 당시 나룻배를 기다리며 지친 다리쉼을 한편, 허기와 조갈을 달래던 나루터 주막은 이제 전망좋은 식당이 됐다. 또한 유유히 흐르는 남강과 둑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악양루는 이 식당에서 좁은 길로 1~2분만 오르면 된다. 함안 둑길의 전모를 확인하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처녀뱃사공 노래의 현장을 보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여행수첩 ▲먹거리 붕어찜과 참게탕, 장어구이, 민물고기회 등 남강에 기댄 먹거리가 유명하다. 장어구이는 다른 곳과 달리 머리까지 통째로 구워 내놓는다. 눈에 익숙하지 않지만, 숨어있는 머릿살을 발라 먹는 맛이 일품이다. 장어 또한 물고기 아닌가. 역시 어두일미(魚頭一味)다. 산초와 방아잎을 듬뿍 넣은 참게탕은 향긋하지만 쌉싸름하다. 혹시 산초에 거부감이 있는 이들은 주문 때 미리 말하는 것이 좋다. 회로 먹는 민물고기는 향어다. 뼈째 썰어준 향어회를 참기름, 마늘로 양념한 된장에 푹 찍어먹으면 약간의 오독거림과 고소함이 입안에 감돈다. 함안에서는 잉어와 붕어도 회로 먹는다고 하니 민물고기의 천국이다. 둑길 마라톤 출발지(법수면)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악양둘안횟집(055-584-3393)이 남강에서 뛰놀던 각종 먹거리를 모두 담고 있다. ‘처녀뱃사공’의 조카손녀가 운영하는 곳이라 한다. 가을에 최고의 당도를 더하는 씨없는 칠북포도가 있다. 겨울에는 하우스수박이 유명하다. ▲가는 길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함양분기점을 지나 진주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함안나들목으로 빠지면 된다.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열차는 하루 세 차례 서울에서 함안까지 직접 간다. 5시간~5시간30분 소요된다. 좀 더 빠른 방법은 KTX를 타고 밀양역에서 갈아타는 방법이 있다. 환승 시간을 감안해도 4시간 남짓이면 된다. 글ㆍ사진 함안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두물머리·다산유적지·귀여리 경기 생태관광벨트 만든다

    두물머리·다산유적지·귀여리 경기 생태관광벨트 만든다

    경기도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평 두물머리와 남양주 다산유적지, 광주 귀여리를 황포돛배가 오가는 친환경 관광벨트(위치도)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도는 양평군 양수리 두물머리에 359억원을 들여 나루터를 복원하고,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에 생태습지 및 생태환경 체험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 다산유적지 주변에는 128억원을 들여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6만 6600여㎡ 규모의 생태공원 조성사업을 추진중이다. 생태공원에는 공원 관리동과 홍보·전시시설, 생태경작지, 체험농장, 습지, 물푸레나무 등으로 이뤄진 숲, 조류관찰지 등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도는 한강을 사이에 두고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3곳을 황포돛배를 타고 오가며 관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도는 조만간 관광벨트 조성계획안을 구체화한 뒤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에 반영해 줄 것을 건의하기로 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떠나볼래요-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자유로는 염원을 달리고 돛배는 낭만을 물결치고

    [떠나볼래요-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자유로는 염원을 달리고 돛배는 낭만을 물결치고

    휴일에는 외곽의 이정표에서 나를 잊는다. 길게 뻗어가는 자유로, 북으로 향하는 갓길은 문득문득 부재의 연결망이다. 4차선 곁 엉켜 이어지는 철조망은 상흔이라는 단어에 그물을 씌운다. 분단. 냉정과 이념의 갈등이 그어놓은 그 횡축을 우리는 종종 깨닫지 못한다. 아직도 자유로의 끝에는 우회로만 있을 뿐이다. 책장을 휙휙 넘기듯 가로수들은 둥근 나이테에 이 길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상념이 끝없이 차창 밖에서 휘감기는 동안, 자동차는 방향지시등을 켜고 속도를 줄인다. 무의식은 그렇게 내가 없어도 여전히 나처럼 살아간다. 어느덧 임진각 이정표를 따라 광장에 와 있다. 평일에 맞는 임진각 평화누리에서의 휴일은 적요롭다. 다만 햇볕이 광장과 내통하며 드넓은 능선을 따라 반짝거린다. 멀리 임진강역에는 신의주까지 가야할 기차가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멈춰 있을 것이다. 종착역이 아닌 드넓은 평화누리공원은 그래서 3만 평의 고요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잘 가꾸어진 잔디와 흙길을 걷다보면 마음은 고즈넉한 음악처럼 편안해진다. 부채꼴 모양으로 뻗어 있는 언덕에 색색 바람개비가 눈에 띈다. 가까이 가보니 수천 개의 파랑, 빨강, 노랑이 각각의 동심원을 그린다. 바람은 그 중심을 가볍게 터치하며 플라스틱의 날개를 그려준다. 귀퉁이가 찢겨진 바람개비도 섞여 있다. 얼마나 바람을 감아야 이 언덕을 날아오를 수 있을까. 구름에서 내려다보면 바람개비들은 고단한 한반도 형상으로 배치되어 있다. 2005년 세계평화축전 행사를 기점으로 조성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잔디 언덕과 복합문화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임진각이 그동안 갖고 있는 분단의 상징을 초월해 화해와 평화, 상생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 이 공원의 조성취지이다. 연중 다양한 공연, 전시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평화누리공원 언덕, 대나무로 엮어놓은 조형물이 북녘을 굽어본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4개의 사람 형상이 마치 땅에서 솟아나고 있는 듯하다. 언덕 가장자리 가장 큰 조형물 아래에 서서 나는, 그처럼 북녘을 바라본다. 북의 고향을 그리다 땅에 묻혔을 사람의 표정이었을까. 대나무 엮인 틈틈 바람이 깁은 어느 영혼의 초상일까. 어쩌면 우리의 육신도 이 대나무처럼 스스로를 옭아온 껍질일지도 모른다. 그리움은 나를 벗어나는 순간 다가갈 수 있다. 그러니 나를 버리고 당신에게 깃드는 길은 나의 틈틈을 통해 한순간이라도 바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평화누리공원 옆 임진각에는 경의선 증기기관차와 반세기 전 한국전쟁의 흔적이 간직되어 있다. 1953년 휴전 때 남북의 포로 교환이 있었던 ‘자유의 다리’ 끝에는 통일을 염원한 천조각들이 신성하게 매달려 있고, 실향민의 제사 장소인 망배단도 숙연하다. 특히 전망대에 오르면 임진강 줄기의 아름다움과 울창한 숲, 도라산역으로 향한 철도를 조망할 수 있다. 아울러 인근 화석정과 자운서원, 반구정도 가보기 좋은 곳이다. 화석정은 율곡 선생이 벼슬 후 여생을 보낸 곳으로 정자에 걸터앉아 바라보면 임진강이 탁 트인다. 자원서원은 율곡 선생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지방 유림들이 세운 서원으로 신사임당과 율곡의 묘와 가족묘들이 모셔져 있다. 율곡 기념관은 학생들의 교육장소로도 유명하다. 반구정은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와 더불어 여생을 보냈다고 해서 반구정(伴鷗亭)이라고 한다. 우거진 송림과 임진강의 아름다움이 정자 주변에 펼쳐진다. 임진각을 뒤로 하고 37번 적성 방면 국도를 달린다. 자유로에서 이정표로 마주친 ‘황포돛배’를 보기 위해서이다. 황톳물에 우러난 누런 광목의 돛이 바람에 부풀듯 적성면 두지나루터에 다다른다. 60여 년 전만 해도 두지나루터는 서해 해산물이나 각종 지역 농산물이 크게 왕래되었다고 한다. 황토빛 돛배들로 붐비는 나루터를 상상해 보니 강물이 유난히도 평온하다. 뱃길에서 청명한 날이면 개성 송악산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두 척의 돛배가 정박한 작은 포구. 돛배 안을 들여다보니 유선형의 좌석에서 강줄기를 따라 유유히 즐기는 감흥이 묻어난다. 2004년부터 운행된 이 황포돛배 유람선의 코스는 자장리석벽을 풍경 삼아 3km를 내려가다 수심이 낮아지는 고랑포 여울목에서 배를 돌려 40여 분 만에 돌아온다. 이때 펼쳐지는 임진강 수직바위벽은 최고 40m까지 절경을 드러낸다. 적벽의 재질은 현무암으로 60만 년 전 철원지역 화산으로 형성된 것이라 한다. 예로부터 임진강 적벽은 양반들의 뱃놀이 8경 중에 하나로 꼽아 왔다. 유명한 겸재 정선의 <연강임술첩> <임진적벽도> 등의 작품에도 등장할 정도이다. 저녁놀이 물들어 가는 서녘 임진강은 가히 황금색이라 할 정도로 아름답다. 두지리에서 적성면으로 가다보면 같은 간판의 ‘임진강 한우마을’이 있다. 이 간판을 제외하면 여느 시골마을 풍경 그대로이다. 방앗간이 있고 그 옆 철물점도 보인다. 전깃줄이 높은 곳에서 이곳저곳을 가로지르며 마리오네트처럼 상점들을 일으켜 세운 것 같다. 적성면은 비무장지대와 가까운 감악산 인근으로 청정지역으로 불린다. 이런 시골마을에 ‘한우’라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매장과 식당이 들어선 것이 신기하다. 임진강 한우마을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가보고 싶은 한우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직거래정육식당 프랜차이즈 사업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해소와 더불어 인기 있는 마을로 자리 잡았다.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시작된 것이지만 지역 경기의 활성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연계된 주변 관광 및 상권들도 소비가 증대되기 때문이다. 임진강 한우마을의 고기는 부안과 안성에서 사육되는 한우를 직거래로 연결하여 시중가보다 저렴하다. 고기를 사서 인근 구이매장에서 바로 구워먹을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주말에는 조용한 이 시골마을 좁은 2차선 도로가 서울, 일산 등에서 몰려온 차들로 북적이며 사람들로 붐빈다. 휴일은 속도로 기념되곤 한다. 일상에 벗어나 있다가도 한정된 시간 안에 되돌아오기 위해 우리는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자유로를 따라 37번 국도 여행길은 이렇게 풍경의 과감한 생략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여행지에서의 상념은 시간을 부재시키며 존재를 깨닫게 한다. 그렇게 눈으로 본 것을 마음에 그리는 것이 인간의 오랜 기록 방식이다. 그래서 때론 휴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멀리 가 있을 수 있다. 누구의 시간도 아닌 나만의 시간에게. 길 윤성택 밤이 길을 보낸다 속도와 속도의 빛줄기는 텅 빈 시간 속에서 쉴 새 없이 먼지로 흩어진다 길의 끝에는 내가 기억하려 한 저녁이 있을 것이다 뒤돌아보면 生은 위태로우나 그저 쓸쓸한 점멸로 길 위를 추억할 뿐이다 나는 멀리서 이 밤을, 이제 막 당신을, 통과하는 것이다 글·사진_ 윤성택 시인
  • [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평화누리 바람 타고 황포돛배에서 한우마을까지

    [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평화누리 바람 타고 황포돛배에서 한우마을까지

    휴일에는 외곽의 이정표에서 나를 잊는다. 길게 뻗어가는 자유로, 북으로 향하는 갓길은 문득문득 부재의 연결망이다. 4차선 곁 엉켜 이어지는 철조망은 상흔이라는 단어에 그물을 씌운다. 분단. 냉정과 이념의 갈등이 그어놓은 그 횡축을 우리는 종종 깨닫지 못한다. 아직도 자유로의 끝에는 우회로만 있을 뿐이다. 책장을 휙휙 넘기듯 가로수들은 둥근 나이테에 이 길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상념이 끝없이 차창 밖에서 휘감기는 동안, 자동차는 방향지시등을 켜고 속도를 줄인다. 무의식은 그렇게 내가 없어도 여전히 나처럼 살아간다. 어느덧 임진각 이정표를 따라 광장에 와 있다. 평일에 맞는 임진각 평화누리에서의 휴일은 적요롭다. 다만 햇볕이 광장과 내통하며 드넓은 능선을 따라 반짝거린다. 멀리 임진강역에는 신의주까지 가야할 기차가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멈춰 있을 것이다. 종착역이 아닌 드넓은 평화누리공원은 그래서 3만 평의 고요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잘 가꾸어진 잔디와 흙길을 걷다보면 마음은 고즈넉한 음악처럼 편안해진다. 부채꼴 모양으로 뻗어 있는 언덕에 색색 바람개비가 눈에 띈다. 가까이 가보니 수천 개의 파랑, 빨강, 노랑이 각각의 동심원을 그린다. 바람은 그 중심을 가볍게 터치하며 플라스틱의 날개를 그려준다. 귀퉁이가 찢겨진 바람개비도 섞여 있다. 얼마나 바람을 감아야 이 언덕을 날아오를 수 있을까. 구름에서 내려다보면 바람개비들은 고단한 한반도 형상으로 배치되어 있다. 2005년 세계평화축전 행사를 기점으로 조성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잔디 언덕과 복합문화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임진각이 그동안 갖고 있는 분단의 상징을 초월해 화해와 평화, 상생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 이 공원의 조성취지이다. 연중 다양한 공연, 전시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평화누리공원 언덕, 대나무로 엮어놓은 조형물이 북녘을 굽어본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4개의 사람 형상이 마치 땅에서 솟아나고 있는 듯하다. 언덕 가장자리 가장 큰 조형물 아래에 서서 나는, 그처럼 북녘을 바라본다. 북의 고향을 그리다 땅에 묻혔을 사람의 표정이었을까. 대나무 엮인 틈틈 바람이 깁은 어느 영혼의 초상일까. 어쩌면 우리의 육신도 이 대나무처럼 스스로를 옭아온 껍질일지도 모른다. 그리움은 나를 벗어나는 순간 다가갈 수 있다. 그러니 나를 버리고 당신에게 깃드는 길은 나의 틈틈을 통해 한순간이라도 바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평화누리공원 옆 임진각에는 경의선 증기기관차와 반세기 전 한국전쟁의 흔적이 간직되어 있다. 1953년 휴전 때 남북의 포로 교환이 있었던 ‘자유의 다리’ 끝에는 통일을 염원한 천조각들이 신성하게 매달려 있고, 실향민의 제사 장소인 망배단도 숙연하다. 특히 전망대에 오르면 임진강 줄기의 아름다움과 울창한 숲, 도라산역으로 향한 철도를 조망할 수 있다. 아울러 인근 화석정과 자운서원, 반구정도 가보기 좋은 곳이다. 화석정은 율곡 선생이 벼슬 후 여생을 보낸 곳으로 정자에 걸터앉아 바라보면 임진강이 탁 트인다. 자원서원은 율곡 선생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지방 유림들이 세운 서원으로 신사임당과 율곡의 묘와 가족묘들이 모셔져 있다. 율곡 기념관은 학생들의 교육장소로도 유명하다. 반구정은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와 더불어 여생을 보냈다고 해서 반구정(伴鷗亭)이라고 한다. 우거진 송림과 임진강의 아름다움이 정자 주변에 펼쳐진다. 임진각을 뒤로 하고 37번 적성 방면 국도를 달린다. 자유로에서 이정표로 마주친 ‘황포돛배’를 보기 위해서이다. 황톳물에 우러난 누런 광목의 돛이 바람에 부풀듯 적성면 두지나루터에 다다른다. 60여 년 전만 해도 두지나루터는 서해 해산물이나 각종 지역 농산물이 크게 왕래되었다고 한다. 황토빛 돛배들로 붐비는 나루터를 상상해 보니 강물이 유난히도 평온하다. 뱃길에서 청명한 날이면 개성 송악산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두 척의 돛배가 정박한 작은 포구. 돛배 안을 들여다보니 유선형의 좌석에서 강줄기를 따라 유유히 즐기는 감흥이 묻어난다. 2004년부터 운행된 이 황포돛배 유람선의 코스는 자장리석벽을 풍경 삼아 3km를 내려가다 수심이 낮아지는 고랑포 여울목에서 배를 돌려 40여 분 만에 돌아온다. 이때 펼쳐지는 임진강 수직바위벽은 최고 40m까지 절경을 드러낸다. 적벽의 재질은 현무암으로 60만 년 전 철원지역 화산으로 형성된 것이라 한다. 예로부터 임진강 적벽은 양반들의 뱃놀이 8경 중에 하나로 꼽아 왔다. 유명한 겸재 정선의 <연강임술첩> <임진적벽도> 등의 작품에도 등장할 정도이다. 저녁놀이 물들어 가는 서녘 임진강은 가히 황금색이라 할 정도로 아름답다. 두지리에서 적성면으로 가다보면 같은 간판의 ‘임진강 한우마을’이 있다. 이 간판을 제외하면 여느 시골마을 풍경 그대로이다. 방앗간이 있고 그 옆 철물점도 보인다. 전깃줄이 높은 곳에서 이곳저곳을 가로지르며 마리오네트처럼 상점들을 일으켜 세운 것 같다. 적성면은 비무장지대와 가까운 감악산 인근으로 청정지역으로 불린다. 이런 시골마을에 ‘한우’라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매장과 식당이 들어선 것이 신기하다. 임진강 한우마을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가보고 싶은 한우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직거래정육식당 프랜차이즈 사업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해소와 더불어 인기 있는 마을로 자리 잡았다.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시작된 것이지만 지역 경기의 활성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연계된 주변 관광 및 상권들도 소비가 증대되기 때문이다. 임진강 한우마을의 고기는 부안과 안성에서 사육되는 한우를 직거래로 연결하여 시중가보다 저렴하다. 고기를 사서 인근 구이매장에서 바로 구워먹을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주말에는 조용한 이 시골마을 좁은 2차선 도로가 서울, 일산 등에서 몰려온 차들로 북적이며 사람들로 붐빈다. 휴일은 속도로 기념되곤 한다. 일상에 벗어나 있다가도 한정된 시간 안에 되돌아오기 위해 우리는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자유로를 따라 37번 국도 여행길은 이렇게 풍경의 과감한 생략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여행지에서의 상념은 시간을 부재시키며 존재를 깨닫게 한다. 그렇게 눈으로 본 것을 마음에 그리는 것이 인간의 오랜 기록 방식이다. 그래서 때론 휴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멀리 가 있을 수 있다. 누구의 시간도 아닌 나만의 시간에게. 길 윤성택 밤이 길을 보낸다 속도와 속도의 빛줄기는 텅 빈 시간 속에서 쉴 새 없이 먼지로 흩어진다 길의 끝에는 내가 기억하려 한 저녁이 있을 것이다 뒤돌아보면 生은 위태로우나 그저 쓸쓸한 점멸로 길 위를 추억할 뿐이다 나는 멀리서 이 밤을, 이제 막 당신을, 통과하는 것이다 글·사진_ 윤성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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