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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저는 서울시장 한번 더할 생각인데요”

    박원순 “저는 서울시장 한번 더할 생각인데요”

     “서울시 어디에 살아도 똑같은 복지수준을 누리게 하겠다. 열악한 지역에 도움이 되도록 꼭 노력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서울 은평구청 5층 대강당에서 열린 ‘은평구민이 만드는 2011 참여예산 주민총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한 뒤 “내년에 어떻게 하든 (서울시 재정을) 알뜰하게 쓰고 균형재정을 만들어서 그 다음해에 훨씬 더 많은 돈이 (은평구에) 내려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어떤 분은 ‘시민은 고객이다. 손님이다.’라고 했지만, 저는 ‘시민이 주인이다. 시민이 구청장이고, 시장이다.’고 말했고, 그 관점에서 구청이나 시청의 살림살이에 관심을 두고 여러 의견을 내고, 결정을 하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독점적으로 행사해 왔던 예산편성권을 지역사회와 주민에게 권한을 이양해 예산편성과정에 해당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참여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박 시장이 이날 은평구청 행사에 참석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 있는 일. 주민참여예산제에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 것이다.  박 시장은 “은평하면, 특별한 것을 느끼고 있다. 이 지역구 출신인 이미경 국회의원이 시민운동과 일본군 강제위안부 문제 제기에 함께 했기 때문”이라며 “우리 김우영 구청장님이 젊고 잘 생겨서 인기도 많은데, 서울시장 나올 생각 있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데 저는 (서울시장) 한 번 더 할 생각인데요.”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김 은평구청장은 “구정 살림이 어렵다 보니 고작 9억원쯤 되는 미약한 예산을 내놓고 참여해 달라고 해서 미안하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으로 참여를 많이 하는데, 직접 민주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구정이) 흐트러지면 바로 잡을 수 있는 역할이 주민참여예산제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은평구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위해, 지난해 12월 30일 주민참여 기본조례 제정해 공포했고, 지난 8월 4일 주민참여위원회 운영 조례를 공포했다.  은평구청은 ‘포스트잇 시정’을 펼치는 박 시장에게 은평주민들의 희망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을 전달하고, 이를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초 행사는 500여명의 주민이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박 시장 참석이 알려지면서 700~800여 명 이상의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이 지역 출신인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이날 참석했으나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특파원 칼럼] 임기말 지지율 올리는 법/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임기말 지지율 올리는 법/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자기 부하가 자기보다 인기가 높거나, 심지어는 자기를 대신해 그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을 때 그 상사는 얼마나 일할 맛이 떨어질까. 지난 8월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심정이 딱 이랬을 것 같다. 재정적자 감축을 둘러싼 벼랑끝 협상에서 “공화당에 지나치게 소심한 모습을 보였다.”는 민주당 지지층의 비판과 함께 오바마의 지지율은 급전직하했다. 그러면서 나온 것이 ‘힐러리 대안론’이다. ‘오바마 카드’로는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에 대권을 헌납할 우려가 있으니 차라리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내보내는 게 낫다는 여론이 저잣거리의 구시렁거림을 넘어 언론에까지 보도됐다. 이렇게 불쾌하기 짝이 없는 여론을 접한 오바마는 어떻게 했을까. 신경질적으로 반응했을까. 아니다. ‘2008년의 민주당 대선 후보 오바마’로 돌아가는 쪽을 택했다. 그는 양복 저고리를 벗어던지고 셔츠 소매를 걷어올린 차림으로 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볐다. 경호상의 위험성도 아랑곳없이 연일 타운홀 미팅을 통해 유권자들과 만나고 정제되지 않은 거친 질문에 답했다. 개인적으로, 처음엔 오바마의 셔츠 차림 민생탐방을 보면서 ‘저렇게 한다고 지지율이 올라갈까.’라고 냉소했었다.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지지율 회복을 위한 ‘쇼’라고밖에 할 수 없는, 식상한 전략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거의 매일 오바마가 국민들과 부대끼며 뭔가를 설파하는 것을 자꾸 듣다 보니 그의 말이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경제가 아주 안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우리는 할 수 있다.”라고 주문처럼 영감을 불어넣으니 완전히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 그리고 공화당의 잘못이 더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을 일종의 세뇌현상이라고 일컬어도 좋은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마침내 눈을 비비고 볼 만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 2일 퀴니피액 대학 여론조사 결과 한때 41%까지 떨어졌던 오바마의 지지율이 47%까지 오른 것이다. 오바마가 갑자기 국민한테 예쁘게 보일 만한 가시적 ‘호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일 발표를 보면, 살림살이는 더 나빠졌다. 성장률 전망치는 더 낮아졌고, 실업률 전망치는 더 올라갔다. 미국이 별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은 리비아 내전이 종료됐다고 해서 먹고살기 팍팍한 미국 국민들이 돌연 오바마 지지로 돌아섰을 것 같지도 않다. 결국 오바마가 국민들한테 겉으로라도 열심히 하는 성의를 보인 게 지지율을 끌어올린 근인이 아닐까. 오바마는 지난 몇달간 고고한 현직 대통령이 아니라 겸손한 대선 후보로 변신했다. 시골 마을 식당에 불쑥 들어가 손님들을 놀라게 하는가 하면 농촌 고등학교를 방문해 신세대 질문에 답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현직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심야 코미디 토크쇼에도 나가 서슴없이 망가졌다. 단임제인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재선에 출마할 일이 없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 한국의 대통령들은 임기 말이 되면 국정의 대단원을 정리하거나 외교적 치적에 상대적으로 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단임제는 나름대로 장점이 많다. ‘포퓰리즘’에 영합하지 않고 나라의 비전을 멀리 내다보며 소신 있게 임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대통령의 지지율이 너무 떨어지면 우선 본인 스스로가 일할 맛이 안 날 테고, 이건 결과적으로 국가적 손해다. 또 대통령의 지지율은 영원히 역사에 남는다. 임기말의 대통령이 높은 보료 위에서 내려와 마치 내일 선거를 앞둔 후보처럼 절박하게 국민들에게 손을 내민다면 어떤 기적이 일어날까. 오바마는 2일 셔츠 차림으로 포토맥강의 냄새나는 다리 밑에 서서 “경제회복”을 역설했고, 워싱턴DC 시민들은 그런 대통령의 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느라 바빴다. carlos@seoul.co.kr
  • [중앙부처 국정현안 중간점검] (10) 기획재정부

    [중앙부처 국정현안 중간점검] (10) 기획재정부

    현 정권이 출범한 2008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해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747공약’(연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은 일찌감치 현실성 없는 약속이 됐으나 성장 중시의 정책은 고환율(원화 약세)과 친기업 정책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교과서적으로 극복했다’는 찬사를 얻었으나 서민 체감경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여기에 글로벌 재정위기까지 덮쳐 앞으로의 경기전망이 밝지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제가 ‘배가 아픈 문제’가 아니라 ‘배가 고픈 문제’로 옮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 급격한 외화 유출을 겪은 정부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급한 불을 끈 뒤 제도적 방어망 구축에 돌입했다. 세계 경제의 동질화가 더욱 심해지는 상황에서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가 부정적 영향을 적게 받는 방법 중 하나는 외환 유출입에 대한 규제 강화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외국환은행의 선물환포지션에 대한 한도가 도입됐고 올 초부터는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해 세금이 부과됐다. 지난 8월부터 실시된 금융회사에 대한 외환건전성 부담금(은행세) 부과로 ‘외환 3대 방어막’이 구축됐다. 이 조치는 글로벌 재정위기인 지금 일정 정도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과거 경험을 살려 한·일, 한·중 통화스와프를 체결, 외환보유액을 포함해 우리나라가 가동할 수 있는 외환유동성을 4300억 달러 수준으로 확보했다. 외환은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물가는 올 초 이 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표방할 정도였다. 특히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물가상승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곤고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라 곳간도 급속히 부실화됐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지난해말 현재 392조 8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3.4%다. 현 정권 출범 직전인 2007년 299조 2000억원, GDP 대비 30.7%에 비해서 100조원 이상 늘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공공근로 일자리 등에 재정을 대거 투입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이후 글로벌 재정위기가 도래하면서 정부는 더욱 더 균형재정 달성에 매진하고 있다.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대상수지를 뜻하는 재정수지는 지난해말 현재 GDP 대비 1.1% 적자다. 이 대통령은 지난 8·15경축사에서 2013년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박재완 장관은 최근 “내년에 균형재정 달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국세가 예상보다 많이 걷힌 탓도 있지만 고소득층과 대기업 등에 대한 추가 감세 철회로 3조 5000억원이 추가로 확보됐기 때문이다. 대신 이 대통령의 감세 공약은 또 허망한 약속이 됐다. 체감경기 개선도 이루지 못한 약속이 됐다. 정부는 제조업 중심의 성장은 수출 중심의 성장으로 이어져 그 과실이 기업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을 유도해왔다. 그러나 이익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조업 수출기반의 성장전략에서 벗어나 고용유발 효과를 염두에 두는 정책기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부처간 정책공조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씨줄날줄] 잔소리 메모/주병철 논설위원

    사로메아 월프 부인은 너무나 잔소리가 심했다. 남편은 잔소리에 시달려 죽었는데, 그 여자는 남편이 죽고 난 뒤에 비로소 그 죄를 보상하려고 남편의 초상을 자기의 혀에다 입묵(入墨)했다. 1927년 스페인의 헤레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잔소리를 미덕으로 여기는 나라는 없을 테다. 충고든, 간섭이든, 넋두리든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못하는 게 잔소리지만 ‘이렇게 해라.’, ‘이러면 좋을 것이다.’ 등의 얘기도 한두 번이지 계속되면 짜증이 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잔소리를 하지 말라고 한다. “나는 잔소리를 늘어놓는 여자와 함께 베이징 오리고기라든지 상어 지느러미와 같은 일품 요리를 먹기보다는 차라리 안락한 분위기에서 핫도그를 먹는 편이 훨씬 유쾌하다.”(C M 슈와브) “나는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훌륭한 인사들과 접촉해 왔지만 아무리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도 잔소리를 듣고 일할 때보다 칭찬을 듣고 일할 때가 일에 열의도 있고 성과도 좋은 법이다.”(D 카네기) 가히 잔소리의 최대 피해자를 자처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빼놓을 수가 없다. 소크라테스는 아내 크산티페의 잔소리에 대들지 않고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크산티페는 처자식을 다섯이나 거느리면서도 가정을 책임지지 않는 소크라테스의 무능에 화가 나 물을 퍼붓기도 했다. 소크라테스는 죽기 전까지 제자한테 수업료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요즘말로 천하의 한량이자 백수였다. 양처를 얻으면 행복할 것이고, 악처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것이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게다. 하지만 안네마리 노르덴의 성장동화 ‘잔소리 없는 날’은 잔소리가 또 다른 사랑의 표현이란 걸 말해준다. 엄마, 아빠의 잔소리에 넌더리가 난 푸셀이 딱 하루 잔소리 없는 날을 보냈는데, 잔소리만 없으면 잘될 것 같았던 계획들이 난관에 부딪힌다. 결국 엄마와 아빠의 자상한 배려 덕분에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잔소리의 힘을 느낀다. 얼마 전 법원이 전업주부 아내에게 수시로 ‘바지 주름을 한 줄로 다려라.’ ‘음식 빨갛게 하지 말 것’ 등 잔소리 메모를 남기고 문자메시지로 살림살이를 지적한 남편의 행동은 이혼 사유가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잔소리에 메모까지 더했으니 아내의 인내가 한계에 이르렀으리라. 잔소리는 듣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에게나 지나치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맞춤형 잔소리’ 매뉴얼이라도 만들면 어떨까.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51)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51)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

    단풍도 알고 보면 나무가 이 땅에 살아남으려는 안간힘의 결과다. 고요히 사는 듯하지만, 나무는 자신의 생존을 지키고,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해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나무도 끝없이 이어지는 생존투쟁의 고리를 벗어날 도리가 없다. 한곳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오랫동안 살아야 하는 나무를 붉게 물들이는 단풍 빛깔 역시 자기를 지키기 위한 나무의 생존 전략이다.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 단풍 잎의 붉은 빛이 머금은 안토시아닌은 해충의 침입을 막아내는 중요한 성분이다. 붉은 단풍 낙엽을 나무 그늘 아래 떨어뜨리는 것은 나무가 긴장을 풀고 겨울잠에 드는 동안 가까이 찾아오는 해충을 막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붉은 단풍은 해충 막는 성분 함유 단풍의 계절이다. 도시에도 은행나무 가로수에 노란 물이 한창 올랐고, 숲에도 고로쇠나무 복자기 화살나무 잎의 붉은 색과 갈참나무 굴참나무의 갈색이 색깔의 향연을 벌이고 있다. 느티나무에도 단풍 물이 올랐다. 느티나무의 단풍은 독특하다. 같은 느티나무이면서도 단풍 빛이 나무마다 조금씩 다르다. 모두 붉은 계통이기는 하지만, 각각의 색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심지어 줄지어 선 나무의 경우에도 햇살이 닿는 양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다양한 빛깔로 단풍이 들기에 가을이면 어느 나무보다 먼저 느티나무를 찾게 되는지 모른다. 해마다 새로운 기대로 설레는 까닭이다. 천연기념물 제382호인 충북 괴산 장연면 오가리 느티나무에도 어김없이 가을 단풍 물이 올랐다. 조금 이르긴 해도 무성한 나뭇잎에 오른 빨간 단풍 빛은 이제 뚜렷해졌다. 바람결 더 차가워지기 전에 겨울 날 채비를 마치려 애쓰는 중이다. 해충의 침입을 막는 안토시아닌 성분을 잎 위에 잔뜩 모으는 중이라는 이야기다. 오가리 우령마을 어귀에 커다란 삼각형을 이루는 각 꼭짓점 부분에 한 그루씩 서 있는 느티나무에는 제가끔 다른 빛깔의 물이 올랐다. 어김없이 장관이다. 살아 남으려는 생명체의 안간힘이 핏빛으로 드러났다. 나무 뒤로 이어지는 서른 가구쯤 되는 마을 안쪽은 고요하다. 마침 가을걷이를 마친 농부들이 인근의 초등학교에 모두 모여 ‘장연면 농산물 축제’를 벌이는 중이어서다. 단풍으로 겨울 채비에 나선 느티나무처럼 사람들도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며 추운 겨울을 이겨낼 준비를 하는 중이다. ●마을의 평안 지키는 천연기념물 “정월 대보름 전날 저녁에 당산제를 지내. 우리 마을에선 큰 잔치인 셈이야. 느티나무가 천연기념물이어서 당산제 때, 제사음식이나 제사용품은 나라에서 보태주는 걸.” 늦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가로 산책 나온 노파가 낯선 나그네에게 데면데면한 표정으로 다가와 나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나무에 얽혀 전해오는 별다른 이야기는 없어도, 마을 사람들 모두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을 나무라고 덧붙인다. 괴산읍 동북쪽에 위치한 이 터에 우령마을이 들어선 것은 800년 전이다. 그때 마을을 세운 옛 사람들은 마을로 들어서는 개울가에 나무를 심었다. 평화로운 살림살이가 이뤄지는 마을을 가리키는 표지도 되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정자도 되는 느티나무였다. 느티나무가 잘 자라면 마을에 찾아올지도 모를 잡귀, 잡신을 막아낼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을 게다. 마을 사람들은 그래서 이 세 그루의 나무를 한데 묶어 ‘삼괴정’(三槐亭)이라 부른다. ‘세 느티나무 정자’라는 뜻이다. “나무 옆에 있던 밭을 갈아엎고 깔끔하게 정리해서, 나무 보러 오는 사람들이 좋아하더군. 쉴 자리가 넉넉하고 깨끗해졌으니 좋지. 하기야 우리들도 집 바깥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으니 나쁠 것 없지,” 느티나무 주위로 이어졌던 야트막한 비탈밭은 5년쯤 전에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으로 정비했다. 멀찌감치 자동차를 세울 주차장과 간이 화장실을 세우고, 나무 가까이에는 아담한 크기의 정자도 마련했다. 마을 사람들에게야 특별히 좋을 일이라 할 수 없지만, 나무 보호를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었다. 나무를 찾아보기에도 편리해졌다. 삼괴정의 세 그루 나무 가운데 가장 아래에 있는 나무를 하괴목, 중간의 나무를 상괴목이라고 부르는데, 이 두 그루를 하나로 묶어 천연기념물이 됐다. 그보다 조금 높은 곳에 서있는 다른 한 그루는 비교적 규모도 작고, 생육 상태도 떨어지는 편이어서 제외했다. 보호구역으로 정비된 자리는 상괴목과 하괴목 주변이다. 오랫동안 마을 사람들은 하괴목에서 당산제를 지냈다. 키 19m, 가슴높이 둘레 9.4m에 이르는 큰 나무다. 나무 줄기는 2m쯤 높이에서 셋으로 갈라졌는데, 그중 가장 굵은 줄기는 오래 전에 부러져 외과수술로 메웠다. 긴 세월의 더께가 겹겹이 쌓인 하괴목의 굵은 줄기 앞에는 당산제 지낼 때 쓰는 돌 제단이 놓였고, 줄기에는 당산제 때 쳐놓은 금줄이 둘러쳐 있다. ●농부는 마을 축제, 나무는 단풍 잔치 세 그루의 나무 가운데 가장 수려한 몸집을 보여주는 건 단연 상괴목이다. 느티나무의 전형적인 품새를 지니고 있는 상괴목은 키가 25m나 되고, 가슴높이 둘레도 8m나 된다. 사방으로 고른 가지퍼짐도 여느 느티나무 못지 않다. 우리나라의 느티나무 가운데에는 가장 아름다운 나무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나무임에 틀림없다. 이 땅의 살림살이를 오랫동안 지켜온 세 그루의 느티나무는 지금 그렇게 저마다의 단풍 빛으로 붉게 타오르는 중이다. 멀리 장연 농산물 축제장으로부터 풍악 소리를 싣고 날아오는 소슬바람 따라 나무도 흥에 겨워 온 가지를 살랑인다. 나무도 농부도 한해 살림을 잘 마쳤다는 신호다. 그건 또 새 봄을 채비하는 나무의 붉은 다짐이기도 하다. 글 사진 괴산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충북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 321. 중부내륙고속국도의 괴산나들목으로 나가서 동쪽으로 2.5㎞ 가면 추점삼거리가 나온다. 장연면 방면으로 난 오른쪽 길을 이용하여 4㎞ 조금 더 가면 장연면잡곡가공공장이 있는 우령마을입구가 나오는데, 마을 입구 도로가 작아서 그냥 지나치기 쉽다. 마을 입구에서 200m 조금 못 미처에 장연초등학교가 있다. 그 옆으로 난 마을 길로 좌회전하여 다시 200m쯤 가면 우령마을이다. 삼괴정으로 부르는 세 그루의 느티나무는 마을 어귀에 있다.
  • [사설] 10·26 이후 정치권은 환골탈태해야 한다

    10·26 재·보선전의 백미(白眉)로 꼽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에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가 이겼다. 반(反)한나라당 세력이 총결집하는 형식을 빌렸지만 어쨌든 여당도, 야당도 아닌 무소속 후보로 출발해서 당당히 서울시장에 올랐다. ‘박 시장’의 등장은 작은 시민혁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다. 기성 정치권에는 불신의 위기라는 경종을 울렸고, 민의를 거스르면 정치의 산실인 정당도 한낱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환골탈태하지 않고서는 존립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되새겨 국민의 요구와 열망에 부응하는 실천을 내보여야 할 때다. 이번 선거는 한국 정치의 역동성과 불안정성이란 두 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시민단체 출신의 서울시장 탄생은 제3 정치세력의 가능성을 현실로 보여준 동시에 정당정치의 위기를 반영한다. 한나라당은 안철수라는 한 시민으로부터 발원한 바람에 맥없이 무너졌다. 그 바람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타고 엄청난 위력을 지닌 태풍으로 확대되더니 한나라당을 삼켰다. 민주당은 존재감마저 상실된 채 박 당선자를 돕는 조역으로 비켜났다. 시민사회세력과 한몸이라고 외쳐댔지만 수권을 꿈꾸는 제1 야당의 모습으로는 옹색할 뿐이었다. 양당 모두가 참담한 패자(敗者)로 남은 셈이다. 정당의 위기는 궁극적으로 정치의 위기다. 나라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사회세력 역시 정치 변화의 주역을 꿈꾼다면 정치의 영역으로 당당히 들어가야 한다. 정당은 정치의 중심이고, 정치는 정당을 근간으로 이뤄져야 한다. 박 당선자 역시 정치는 서울시장의 영역이 아님을 일관되게 지켜야 할 것이다. 서울시장이 더 이상 대권의 징검다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바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수도 서울을 책임질 행정가이자 살림꾼으로서 본분을 다해야 한다. 초심을 잃지 말고 약속했던 정책을 내실 있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변화의 몸부림을 쳐야 할 상황에 놓였다. 정국엔 격랑이 몰아칠 것이다. 한나라당이 선거 초반 두 자릿수 격차를 그나마 좁힐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전 대표의 공이 컸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비하려면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유력 대권 주자들을 축으로 새 진용을 짤 수밖에 없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민주당도 시민사회단체와 힘을 합치기로 했다면 기형적인 연대의 극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분출한 변화의 열망을 희망으로 이어가느냐는 정치권의 몫이다. 여야 모두 새 출발선에 서 있음을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 [사설] 진흙탕싸움 옥석 구분 서울시민 몫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범야권 박원순 후보 진영에 대권주자들이 가세해 사력을 다한 드잡이를 벌이면서 서포터들이 온갖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을 보태면서다. 특히 어제 안철수 교수가 박 후보 캠프에 가세하면서 선거전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1000만 시민의 살림살이를 맡을 시장을 뽑는 선거가 상대를 넘어뜨리는 데 급급한 살벌한 네거티브 대전으로 변질된 것은 퍽 유감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서울시민들이라도 깨어 있는 주인의식으로 냉철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우리는 진작에 각 후보 측에 이전투구를 삼가고 정책 경쟁을 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작금의 선거판 양태는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한나라당은 박 후보의 ‘아름다운재단’에서 대기업으로부터 거액 기부금을 모금한 사실을 겨냥, “재벌 옆구리 찔러 삥뜯는 ‘캐비아 시민운동가’”라고 깎아내렸다. 박 후보 측도 나 후보가 고액 피부클리닉을 이용한 점을 공격하면서 “억대 피부관리실을 드나드는 ‘강남 공주’”라고 낙인찍었다. 두 후보 캠프의 이런 비방전을 양측 서포터들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나르면서 혼탁상은 극심해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그제 서울시선관위가 법정 공방 등 후유증을 우려하며 후보들에게 직접 경고서한까지 보냈겠는가. 물론 후보들의 병역·학력 등 경력, 재산형성 과정, 그리고 정책적 시각이나 안보관 등은 당연히 검증대에 올라야 한다. 까닭에 박 후보는 대기업의 기부금에 매달리는 아름다운재단이 무슨 돈으로 50억원이나 들여 사옥을 신축하는지 명확히 밝혀야 했다. 나 후보도 마찬가지다. 부친이 소유한 중·고교 교사들로부터 무슨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았는지를 정확히 설명해야 했다. 그런데도 서로 “상대 측의 네거티브 공세”라며 슬그머니 넘어가니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을 듣는 것이다. 이처럼 흙먼지 자욱한 막장 선거판을 심판하는 것은 이제 오롯이 서울시민의 몫이다. 어찌 보면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덜 오염된 후보를 가려내는 일만 남은 꼴이다. 어차피 네거티브와 인물 검증의 경계가 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이를 제대로 가려낼 유권자들의 현명한 분별력을 기대한다.
  • 羅 “임대 8만호 부채 줄겠나” 朴 “재건축 연한↓ 제2 뉴타운”

    한나라당 나경원·범야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20일 사실상 마지막 TV 토론회에서 주요 정책을 놓고 팽팽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70분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상대방 헐뜯기식의 의혹 공방은 비교적 자제한 가운데 서울시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포문은 먼저 박 후보가 열었다. 박 후보는 기조연설에서 “지난 한달간 선거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으로 후퇴 정치세력이라는 점을 증명했다.”면서 “선거 역사에서 네거티브가 성공한 적은 없다.”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변화는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다. 표를 구하기 위해 인기 영합적인 정책을 남발하고 선동적인 구호를 외칠 수는 없다.”면서 “엄마의 마음으로 꼼꼼하고 야무지게 서울 살림을 챙기겠다.”고 맞섰다. 서울시 도시개발사업 문제에 대해 두 후보는 모두 ‘뉴타운’을 꼽았다. 그러나 해법은 달랐다. 나 후보는 “개발 중심 도시계획에서 생활 중심 도시계획으로 가야 하며, 생활편의시설을 지역마다 골고루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균형발전을 위해 10대 거점도시를 만들고 중복 규제도 완화하겠다.”고 제안했다. 박 후보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 같은 전시행정을 통해 많은 부분이 낭비됐다. 10년의 토목·전시행정과 결별하고 복지시정을 펼 것”이라면서 “도시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꿔 사람 중심으로 자연과 전통이 공존하는 개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뉴타운 개발과 관련해 박 후보가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들이 벌여 놓은 것이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분명해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나 후보는 “무조건 매도하기보다는 발전시켜야 도시의 미래가 발전한다. 양화대교 (공사를 중단한 채) 그대로 두겠다는 박 후보의 말은 또 다른 전시행정”이라고 반박했다. 대중교통 분담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에서도 설전이 벌어졌다. 나 후보가 공약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도마에 올랐다. 박 후보는 “경기 용인 경전철 등 수요 예측을 잘못해 빚더미에 앉았다. 나 후보가 서울~인천 간 GTX를 조기 착공하겠다고 했는데,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나 후보는 “더 큰 서울을 만들려면 이러한 교통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대책과 관련, 박 후보는 “기본적으로 출퇴근 거리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택시도 대중교통으로 인정해 종합발전대책을 만들고, 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 배차 간격도 줄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나 후보는 “대중교통은 ‘더 빠르고 더 편리한’ 두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면서 “경전철 사업을 적극 추진해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없애고, 택시도 대중교통으로 간주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주택정책에서도 두 후보의 생각이 엇갈렸다. 나 후보는 “그동안 아파트 위주의 정책이 펼쳐졌으며, 지원도 조례에 따라 아파트에만 지원해 왔다.”면서 “다세대·다가구 지원을 위해 아파트관리사무소 역할을 하는 햇빛센터를 만들겠다. 전세난 역시 원인에 맞춰 강남·북에 서로 다른 유형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 후보는 “전세난의 원인은 뉴타운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면서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20년으로 하겠다는 나 후보의 주장은 제2의 뉴타운으로, 선거만 의식해서 표심을 흔들어 놓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나 후보는 “박 후보는 공공 임대주택 8만호를 짓겠다고 했는데, 부채를 줄이겠다면서 임대주택을 이렇게 많이 짓겠다는 건 부동산 갖고 표심을 흔드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 30년 동안 지은 임대주택이 16만호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어떤 예산보다 임대주택 예산을 우선적으로 쓰겠다.”고 재반박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방재 대책에 대해 박 후보는 “서울시장의 첫 번째 임무가 됐다.”면서 “우면산 사태, 광화문 물난리는 서울시장의 임무를 방기한 것이다. 하지만 책임지고 사과하는 공무원, 징계받은 공무원은 한명도 없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수해 예방 예산을 많이 줄였다고 해서 들여다봤다. 이상기후에 대비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큰 문제점이 있다. 이상기후가 평균기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세훈·이재연기자 shjang@seoul.co.kr
  • [열린세상] 직장, 희망 그리고 주머니를 향한 절규/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직장, 희망 그리고 주머니를 향한 절규/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애플 신화를 만든 스티브 잡스의 충격적인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에서는 가슴 아픈 유머가 등장했다. “10년 전에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 코미디언 밥 호프(Bob Hope), 그리고 가수 조니 캐시(Johnny Cash)가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직장(Jobs)도, 희망(Hope)도, 돈(Cash)도 없다.”는 탄식이다. 이미 고인이 된 세 사람의 독특한 이름을 빗대어 젊은이들의 좌절과 상실감을 뼈아픈 한마디에 담았다. ‘월가를 정복하자’며 미국의 젊은이들이 거리에 나섰다. 금융위기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탐욕스러운 보너스 잔치를 벌이자 젊은이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정의에 목마른 젊은이들이 느끼는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 불만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다. 점령(occupy)이라는 슬로건도 도발적이다. 전략적으로 99대1로 피아(彼我)를 구분해 잠재적인 폭발력을 극대화했다. 세계 금융권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시작된 시위는 사회연결망을 타고 80여개국으로 확산되었다. 거리시위의 열기는 당분간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취업난으로 인한 젊은이들의 절망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폭약이었다. 공적자금을 수혈받아 구사일생한 금융권의 이중성에 대한 분노가 폭약에 기름을 붓고 불씨를 댕긴 꼴이다. 사회적 책임과 고통 분담에는 소극적이면서도 자신의 이익에는 극도로 탐욕스러운 모습에 뿔이 난 것이다. 공정과 변화를 요구하며 거리에 나선 젊은이들의 외침은 순식간에 중요한 정치적 의제로 부상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묘수를 찾아 헤매던 국가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취업난과 경기침체로 희망의 불씨를 살리지 못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진 자의 사회적 책임과 고통 분담에 대한 요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청년실업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발을 동동거리며 취업문을 두드리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인생의 쓴 맛을 보는 젊은이들이 늘어가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 직장인들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실업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자녀들이 커가면서 씀씀이는 커지고 살림살이는 하루가 다르게 팍팍해진다. 늘어나는 가계부채로 한숨 쉬는 가정도 많아졌다. 더 큰 문제는 나아질 기미를 좀처럼 찾지 못하는 희망 상실증이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정치권 로비와 특혜시비 속에서 불공정 관행과 양극화 현상을 체감하는 국민은 맥이 풀려 주저앉는다. 최근 금융권의 자성과 함께 따뜻한 금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정과 배려에 소극적인 기업과 금융권을 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며칠 전에는 음식점 주인들이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형마트에 비해 턱없이 높은 불공정한 신용카드 수수료에 대한 불만을 성토하는 자리였다. 정확한 원가계산 없이 부가되는 각종 금융수수료에 대한 불만도 거세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땅 짚고 헤엄치는 수수료 장사에 열중한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사회적 정서를 반영해 최근 기업이나 금융권도 배려와 나눔을 통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자 노력해 보지만 아직도 멀었다. 재벌 총수도 사재를 출연해서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따뜻한 진정성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자본주의 4.0 주장에 대한 공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자본주의로의 진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쟁과 혁신이라는 세로축에 공생과 동반성장이라는 가로축을 엮어서 새로운 경제생태계를 만들라는 시대적 요구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배려와 나눔을 찾는 과정을 미움과 분노의 방정식이 아닌, 희망과 배려의 방정식으로 풀어야 한다. 이제 정치권과 정부도 제대로 나서야 한다. 젊은이의 좌절과 서민의 절망을 풀어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표 계산을 위한 장밋빛 약속이나 무책임한 반짝 정책은 아니함만 못하다. 희망의 불씨가 완전히 꺼질까 걱정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가 상생적 경제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직장과 희망 그리고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 때까지.
  • 민주당·朴측, 후보 검증 대반격

    민주당·朴측, 후보 검증 대반격

    민주당과 박원순(얼굴) 범야권 단일 후보 측이 선거 막바지에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검증’ 칼날을 꺼내들고 있다. 나 후보의 아버지 학교(홍신학원)와 관련된 의혹과 다이아몬드 축소 신고 의혹에 이어 20일엔 변호사 시절 수임료 탈루, 1억원대 피부 관리, 어머니 유치원 헐값 임대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폈다. ●“羅, 10년째 홍신학원 이사” 박 후보 선대위의 우상호 대변인은 나 후보가 변호사 시절 직원 계좌로 수임료를 받아 세무 신고를 축소해 세금을 포탈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우 대변인은 “수임료를 빼돌려서 세금을 탈루했다면 공직 후보자의 자격이 없다.”고 몰아세웠다. 우 대변인은 또 “나 후보가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시가 700만원으로 재산 신고했다.”면서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의 평균 시가는 약 3000만원대다. 축소해서 재산을 신고했다면 법에 어긋난다.”며 감정평가서 공개를 요구했다. 나 후보가 연간 1억원대 피부 관리를 받았다는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나 후보의 씀씀이를 보며 서울시 살림을 알뜰살뜰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믿는 시민은 없다.”고 비판했다. ●“羅, 소속 교사 후원금 받아” 나 후보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홍신학원 문제도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나 후보 어머니가 운영하는 한 유치원이 나 후보 아버지가 이사장인 학교법인 홍신학원의 소유 건물을 수년간 헐값에 임대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나 후보는 2001년부터 홍신학원의 이사로 재직 중이고, 2005년 사학법 개정 당시 이 학원을 교육부 감사에서 빼 달라고 청탁했다.”면서 “이 학원은 16대 국회 시절 회계자료를 불태웠다는 의혹이 있고 소속 교사들은 나 후보에게 정치 후원금을 냈다.”고 지적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열린세상] 유전자의 흐름과 효도 교육/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열린세상] 유전자의 흐름과 효도 교육/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리처드 도킨즈의 ‘이기적 유전자’를 보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유전자를 담고 후세로 전달하는 매개체고, 생물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대부분의 신호는 이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한다. 자신의 유전자 보호를 위해 어떠한 일도 할 수 있으므로 ‘이기적인’이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생물들은 마치 험악한 시카고 뒷골목의 갱들 간 전쟁처럼 서로 유전자를 남기고 보호하기 위해서 투쟁한다. 그래서 수백만년에 걸쳐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면서 유전자 보호를 위해 진화해 온 것이 현재의 생물 형태라는 것이다. 다윈주의의 관점에서, 아주 사소한 변화라고 하여도 만일 그것이 생물의 생존 확률을 높인다면 오랜 세월에 걸쳐 점차 큰 변화로 이어진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 이론으로는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이타주의에 대한 설명이 쉽지 않다. 일부 학자들은 집단 선택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이타적인 희생이 결국 그 집단 전체 유전자의 보존에 도움이 되므로 이러한 행동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도킨즈의 주장은 과격한 듯 보이지만 나름대로 충분히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이는 도덕적인 관점과는 상관없이 순전히 생물학적 관점에서 본 소견이다. 그러나 생물들 중에서 사람만이 유일하게 문화를 만들고 이를 보존하고 후세에 전달해 왔기 때문에 오히려 도덕과 문화에 대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론이기도 하다. 바로 우리 자신들이 이기적인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므로 거꾸로 교육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내리사랑이 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중요한 이유 하나를 대자면 자신이 남긴 유전자에 대한 보호 본능일 것이다. 자기가 남기고 지켜야 하는 유전자에 대하여는 정성을 쏟지만 이미 유전자를 받은 자식들은 부모에 대해서 그만큼의 사랑과 정성을 쏟기는 힘들다. 다시 말하면 유전자의 흐름이 항상 다음 세대를 향하기 때문에 그 흐름을 거스르는 것보다는 그 흐름에 맞는 사랑과 정성이 더 지극해질 수밖에 없다. 또 일반적으로 아버지의 사랑에 비하여 어머니의 사랑이 더 큰 이유는, 어머니는 자신의 자식에 대하여 100%의 확신이 있지만 원시시대의 집단 거주를 생각해 보면 아버지는 자신의 자식에 대해서 그만큼의 확신은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여성이 폐경이 오는 이유를 그 나이에 새로이 자식을 생산해서 유전자를 남기고 이를 보호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유전자를 4분의1이라도 갖고 있는 손자, 손녀를 잘 돌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유전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최근에 노인 학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하철에서도 노인을 향해 막말을 해대는 젊은이들에 대한 보도가 줄을 잇는다. 노인을 능력을 다 소진한 사회의 짐으로 생각하는 풍조도 늘어나고 있다. 수명은 점점 길어지는데 고령화사회로 연금, 의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식의 보도로 은연중에 노인들 때문에 사회가 불안해지고 나라살림이 거덜나는 것처럼 노인들을 매도한다. 이러다가 현대판 고려장이 다시 부활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부모에 대한 효, 어른에 대한 공경이 유교를 비롯한 여러 문화에서 강조된 이유도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유전자의 흐름상 어른들이 자식이나 손자, 손녀를 사랑하고 돌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미 유전자를 건네 버린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필자도 자식 생각은 매일 하면서도 부모님에게는 자주 연락도 못 드리고 있다. 그러나 노인은 우리에게 단순히 유전자를 건넨 소모성 존재가 아니다. 만일 이렇게 인간을 이기적인 유전자에 의해 지배받는 단순한 전달도구로만 생각한다면 발달한 우리의 뇌가 아깝다. 우리가 전해야 할 유전자를 주신 분들도 그 어른들이고 현재 우리 사회를 만드신 분들도 바로 그 어른들이다.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역시 교육밖에 없어 보인다. 갑자기 고리타분하게 노인 공경을 꺼내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고령화사회에서 이를 방치하면 결국 사회의 갈등과 불안 요인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 JAPAN TOKYO-도쿄 아주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같은

    JAPAN TOKYO-도쿄 아주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같은

    JAPAN TOKYO 도쿄 아주 오래된 아날로그 시계같은 도쿄에서의 나흘은 조금 불편했다. 대지진의 후유증 때문은 아니었으며, 서울보다 평균 2도 높은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도 아니었다. 그냥 그곳이 도쿄였기 때문이다. 삼성과 애플의 전쟁이 마치 국가대항전이라도 되는 듯 중계되고, 스마트폰 사용자 1,000만명이 넘는 나라에 사는 사람의 눈에, 이 도시는 깊이 들여다볼수록 불편함을 감수하는 아날로그의 세계라는 점이 명백해진다. 지킬 것을 지키는 ‘진득함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도쿄와 그곳 사람들의 차분한 일상에 잠시나마 깃들어 있었다. 조바심에 길들여진 서울의 디지털적 일상이 왠지 더 어색하게 느껴졌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호텔스닷컴 kr.hotels.com 1, 3, 4,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여행을 꺼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도쿄를 여행하는 데 큰 불편은 없었으며, 도쿄 사람들은 덤덤하고 의연하게 일상을 살고 있었다 2 서울 명동만큼 많은 인파가 몰리는 시부야의 밤거리는 여전히 복작복작했다. 전통 복장을 한 거리의 예술가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도쿄의 안부를 묻는 당신에게 하네다공항에 내려 모노레일을 탔다. 일본 전역에서는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공공장소의 냉방시설 가동률을 80% 수준으로 낮췄다고 했지만 실내 공기는 견딜 만했다. 사람들은 차분히 책을 읽고 있었고, 더러는 조용히 담소를 나누고 있었으며, 빈자리가 있는데도 20분 가량을 서 있는 사람도 있었다. 긴팔옷을 끼어 입어야 할 정도로 싸늘한, 한여름의 서울 전철과는 사뭇 달랐다. 전철을 세 번 갈아타고 숙소가 있는 도쿄의 중심가, 아카사카로 향했다. 공항 리무진버스의 배차 간격이 너무 길어 기다릴 수 없어서 이용한 전철이었는데 무거운 여행가방을 들고 수차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나흘간 도쿄의 곳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역설적으로 도쿄의 촘촘한 전철망은 가장 큰 불편 요소 중 하나였다. 아무리 도쿄 메트로와 JR라인이 경쟁회사라지만 도무지 어느 역에서 어떻게 갈아타야 하는지 명확한 정보를 찾기란 어려웠다. 역무원들도 헷갈리는지 전화번호부만한 책을 꺼내 질문에 답해 주기도 했다. 그나마도 한참 돌아가는 길을 알려주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스마트폰을 찾아보고 알았다. 세계 최대의 전자기술을 가진 나라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의외의 풍경을 나흘간 매일 마주쳤다. 직장인들이 많은 시오도메 지역에는 금권金券숍이 많았다. 겉모양은 우리의 복덕방과 흡사한데 신칸센 탑승권부터 공연 관람권, 야구경기 입장권, 맥도날드 할인권까지, ‘별의별’ 티켓이 다 있었다. 도쿄에는 온라인 쇼핑몰이며, 소셜커머스며, 할인 혜택 풍성한 카드며…, 이런 것들이 없는 세상인 것만 같았다. 아날로그 도쿄의 면모는 거리를 지나면서, 사소한 식사 한 끼를 하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외국인들이 많은 번화가를 제외하고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무선인터넷이 잡히는 카페라고는 도통 찾아볼 수 없고, 웬만한 가게들은 신용카드를 내밀면 ‘No, Sorry’라고 답했다. 비영어권 국가에서 영어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고, 신용카드로 껌 하나까지 살 수 있는 것이 과연 ‘글로벌’한 것인지, 잠시나마 생각해 봤다. 한국에서는 일본이 지진의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할 것처럼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큰 재난을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단서라고는 무지MUJI 매장 1층에 비치된 재난 대비 구호용품 세트가 전부였다. 도쿄인들은 평범하고 담담하게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호들갑은 느껴지지 않았다. 우에노 시장에서는 늘상 그러하듯 고소한 다코야키의 향이 풍겼고, 젊은 예술가는 기치조지의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밝은 그림으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주말 벼룩시장, 거기 사람이 있었네 토요일의 정오, 하네다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서둘러 찾아간 곳은 센다가야역. 도쿄의 곳곳에서 열리는 주말 벼룩시장 중에서도 규모가 크기로 유명한 메이지공원이었다. 유행과 첨단의 도시보다는 사람냄새 나는 이면의 풍경을 만나고 싶어 오래 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곳이다. 야외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의 풍경은 얼핏 보기엔 우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버려도 주워가지 않을 듯한 아이템부터 장인정신이 담긴 수공예품까지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목이 없는 기타가 있는가 하면, 고급 자기제품도 있었다. 아이템이 다양하다는 것은 천차만별의 상인들이 이곳에 운집해 있다는 증거다. 한국 아이돌 공연장에서 피켓을 들고 있으면 어울릴 만한 여대생들부터, 시내에서 번듯한 중고 전문 가게를 운영하다가 경제난으로 가게를 접고 주말마다 벼룩시장을 돌며 근근이 살고 있다는 영어를 잘하던 중년 사내, 자신이 직접 만든 안경은 명품 안경보다 좋다며 호기롭게 20만원짜리 안경테를 팔고 있는 30대 남성, ‘뼛속까지’ 장사꾼인 터키인도 케밥을 팔고 있었다. 이 얼마나 아날로그적인 사람 풍경인가. 굳이 주머니를 열지 않아도 정겨운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조금만 발품을 팔고, 두 눈을 부릅뜨면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용 캐리어에 한 살림을 채울 수도 있다. 필름카메라, 자기 제품, 앤티크 장식품, 구제 가방 정도는 믿고 구매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80년대 초반 태생의 탐나는 필름카메라가 있어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장 마감 시간을 기다려 상인과 약간의 실랑이 끝에 구매한 가격은 1,800엔(약 2만4,000원).나름대로 ‘득템’에 성공했다. 도쿄 재활용 운동 시민 모임은 1992년부터 메이지공원, 오이경마장, 세이부돔, 요코하마 등 수도권 근교 및 미야기현에서 벼룩 시장을 주최하고 있다. 입점비용 2,500~3,500엔을 내면 누구나 자신만의 제품을 들고 나와 ‘주말 장사꾼’이 될 수 있다. 시장 정보는 홈페이지(www.trx.jp)에 상세히 나와 있다.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면 위치, 운영 시간 등 핵심 정보를 어렵지 않게 취할 수 있다. 1 도쿄에 여행을 간다면 반드시 주말에 벼룩시장을 들러 볼 것을 추천한다. 쓸 만한 제품을 헐값에 건질 수도 있으며, 정겨운 사람 풍경을 보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2 주말 벼룩시장에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사전에 신청만 하면 누구나 자리를 깔고 생활용품을 판매할 수 있다 3, 4 벼룩시장에는 의외로 건질 만한 아이템이 많다. 반면 공짜로 줘도 쓰지 않을 것 같은 엉뚱한 물품들도 적지 않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골목길을 걷다가 느긋하게 커피 한 잔 일본인들이 도쿄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손꼽는 기치조지와 지유가오카의 공통점은 느긋한 분위기의 아날로그적 매력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번화한 긴자, 신주쿠, 롯폰기 등 중심가에 있다가 이곳으로 오면 시간마저 절반의 속도로 흐르는 듯하다. 사실 기치조지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브리 미술관’ 때문이었다. 헌데 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 또한 ‘아날로그적’인 미술관의 정책 탓이었다. 버젓이 인터넷이 있는데도 미술관은 지정 여행사와 로손Lawson이라는 편의점에서만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입장일이 가까워지면 구하는 것도 어렵다. 나의 정보 부재를 한탄하며, ‘지브리’가 없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기치조지로 향했다. 기치조지 전철역과 이노카시라 공원 사이에는 수많은 앤티크 숍과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로 가득했다.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의 주요 배경이 된 이노카시라 공원은 주말을 맞아 호수에서 보트를 타는 연인들과 수공예품을 들고 나온 예술가들로 활기가 넘쳤다. 폐품을 활용한 기괴한 모형의 장식품부터, 시중의 상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수공예품들로 가득했다. 이튿날, 이른 아침 지유가오카로 향했다. 커피숍 2층에 앉아 전철역 앞 작은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잠시나마 권태를 즐겼다. 갓 구워낸 빵 한 조각과 커피를 즐기고,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오밀조밀한 인테리어 소품들을 구경하며, 필름카메라를 전문으로 다루는 카메라 가게를 배회하는 시간 동안 나는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우 재믹스’로 조악한 게임을 즐기던 시절. 내게는 ‘닌텐도 패밀리’가 있었으며, 일본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는 물론 국산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정교한 일제 학용품도 많았다. 도쿄에 살던 이모가 보내주는 선물 꾸러미가 도착할 때마다 나는 동네에서 영웅이 되었다. 지유가오카의 문구점과 장난감 가게, 낡은 건물 간판들까지…. 이 낯선 도시는 묘한 힘을 갖고 있었다. 나로 하여금 잊혀졌던 유년의 기억을 살포시 끄집어내 미소짓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5 지유가오카의 명소인 라비타는 작은 쇼핑거리로, 물의 도시 베니스를 연상케 한다 6, 7 기치조지의 이노카시라 공원은 주말마다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장이 선다. 폐품을 활용한 예술품과 일본인들의 정교한 손기술을 보여주는 실용품들이 눈길을 끈다 8 지유가오카에 위치한 뽀빠이 카메라. 필름 카메라 사용자를 위한 제품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people] 호텔스닷컴 피터 요시하라 한·일 마케팅 총괄이사 “도쿄 자유여행, 안심하고 오세요” 호텔스닷컴에서 한국과 일본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피터 요시하라 이사는 한국 여행객들에게 안심하고 도쿄를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의 자유여행 인구가 놀라울 정도로 늘고 있다. 아시아에서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일본, 호주보다도 그 성장세가 빠르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여행사인 ‘익스피디아Expedia’의 계열사인 호텔스닷컴Hotels.com이 한국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내 맘대로’ 호텔을 선택하는 자유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다는 증거다. 3월11일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한국인 여행객의 발길이 뚝 끊겼지만 도쿄를 중심으로 서서히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의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피터 요시하라(한국이름 양성호) 이사를 만나 최근 동향을 들어 봤다. Q. 대지진으로 한국에서는 일본 여행이 급감했는데 얼마나 체감하고 있나. A. 호텔스닷컴 한국 사이트에서 도쿄는 부동의 1위를 점하고 있었으나 대지진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사실이다. 일부 도쿄 호텔은 방문객 감소로 영업을 중지하기도 했으며, 많은 호텔들이 방문객이 줄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도쿄는 여행에 전혀 지장이 없으며, 지진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여행객이 느끼기에 위험하거나 불편한 요소는 없으니 한국인들이 안심하고 도쿄를 여행했으면 한다. 올여름 일본에서는 오사카, 후쿠오카, 규슈, 오키나와 등의 호텔 예약이 가장 활발했다. 오사카는 올 여름, 호텔스닷컴 한국사이트에서 예약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호황이었다. 호텔스닷컴이 전세계 여행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분의 2 이상이 일본 여행에 긍정적이라고 밝혔고, 일본은 3대 선호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일본 관광산업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다. Q. 여름 휴가철 한국인들의 인기 여행지역은? A. 오사카, 뉴욕, 상하이, 홍콩, 파리 등이 인기가 많았다. 한국에서는 필리핀의 예약률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호텔스닷컴이 강점을 가진 미국 지역의 예약도 많은데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의 예약이 꾸준한 편이다. Q. 호텔스닷컴은 최근 3년간 한국에서 매우 공격적인 모습이다. A. 한국어 사이트(kr.hotels.com)를 개설한 2008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세자리 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기본적인 온라인 키워드 광고 외에도 케이블 및 공중파 TV 채널에도 광고를 진행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단골 고객이 늘고 있다는 점은 한국인들이 그만큼 호텔스닷컴의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는 증거다. Q.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반응은 어떠한가. A. 호텔스닷컴은 지난 5월 새로운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선보였으며,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서인지 예약이 꾸준히 늘고 있다. 아이폰을 통해 8~9건 예약될 때, 안드로이드를 통해 4~5건 예약되는 비율을 보이고 있다. 아이패드를 통한 예약도 적지 않다. Q. 최근 모회사인 익스피디아도 한국어 사이트를 오픈했는데. A. 호텔스닷컴의 강점은 ‘현지화된 서비스’다. 지금 익스피디아의 한국 사이트를 보면, 호텔스닷컴의 처음 모습처럼 어색하다. 호텔스닷컴은 ‘한국 웹사이트보다 더 한국스럽게’ 만든다는 목표로 변화를 이뤄 왔다. 현재는 웹사이트에 대한 고객불만이 거의 없을 정도로 고객들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콜센터 직원들도 호텔스닷컴의 큰 경쟁력이다. 이외에도 올해 내에는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는 항공사 마일리지 개념의 ‘보상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다. ‘호텔스닷컴 Hotels.com’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의 자회사로서, 전세계 13만5,000개의 호텔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원스톱 쇼핑 사이트이다. 2~3일간 반짝 할인, 마감 임박 할인, 주요 도시 40~50% 할인 이벤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08년부터 한국어로 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콜센터에서는 한국어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place] 여전히 매력적인 도쿄, 고급 호텔을 노려라 도쿄의 주요 호텔 관계자들은 “해외여행객이 크게 줄어들어 가격이 저렴해진 지금이 여행의 호기”라며 한국인들의 방문을 당부했다. 최근 인터넷을 이용해 고급 호텔을 이용하는 수요가 늘면서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는 호텔도 늘고 있다. 호텔스닷컴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도쿄의 5성급 호텔 두 곳을 들러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나눴다. 일본 전통에 서양의 미를 가미하다 캐피톨 호텔 도큐 Capitol Hotel Tokyu 수수무 토가시 총지배인 일본의 명성 높은 호텔 그룹인 도큐Tokyu는 지금의 캐피톨호텔을 2010년 새롭게 공개했다. 4년간의 대공사는 ‘개보수Renovation’의 개념이 아닌 ‘재건축Rebuliding’에 가까운 수준으로 진행됐다. 관공서, 기업체가 많은 아카사카 중심 지역에 위치한 만큼 출장자들이 많고, 한국 기업들도 주변에 많아 한국인들의 방문도 많은 편이다. 캐피톨호텔도큐는 일본 전통의 미를 철저히 표방한다. 건물 외관은 서양식이지만 객실 내부나 레스토랑, 로비 등을 최대한 일본식으로 꾸몄다. 최근 리츠칼튼, 페닌슐라 등 해외의 특급 체인 호텔들이 일본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과 비교해도 객실 넓이는 45m2 수준으로 매우 넓은 편이다. 음식과 차도 일본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특히 식사 후에 일본식 다도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지난 3월 대지진의 영향으로 올해까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한국에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고객을 유치할 예정이다. 오히려 지금은 호텔 가격이 많이 내려간 만큼 출장 목적뿐 아니라 레저 여행객들도 캐피톨호텔도큐를 찾으면 좋을 것이다. www.capitolhoteltokyu.com 최고의 전망 자랑하는 디자인호텔 파크 호텔 도쿄 Park Hotel Tokyo 마코토 엔도 영업 이사 파크호텔은 전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진 디자인 호텔Design Hotels의 유일한 일본 회원 호텔로서 독특한 디자인과 편리한 접근성, 빼어난 전망이 강점이다. 시오도메 미디어 타워의 25층부터 34층까지 호텔로 사용하고 있으며,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행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익스피디아의 직원들이 우수 호텔로 선정한 바 있으며,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레스토랑도 보유하고 있다. 긴자 지역까지 걸어갈 수 있는 시오도메역에 위치한 호텔은 오다이바로 갈 수 있는 유리카모메(전용열차)를 탑승하기에도 편리하다. 객실이 전부 고층에 자리한 만큼 전망도 좋다. 도쿄타워가 가까이 보일 뿐 아니라 맑은 날에는 후지산도 보인다. 친환경적인 객실 디자인은 물론 삼각형 모양으로 34층까지 천장이 뚫려 있는 로비 등은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일본 교토식 레스토랑,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바텐더가 있는 펍, 아로마 테라피 등도 파크호텔의 강점이다. 현재 한국인 직원도 1명 있어 한국인들에게 더욱 친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www.parkhoteltokyo.com 1 캐피톨호텔도큐는 일본 전통의 미를 철저히 표방한다. 건물 외관은 서양식이지만 객실 내부나 레스토랑, 로비 등을 일본 전통식으로 꾸몄다 2 파크호텔은 일본 유일의 디자인 호텔의 회원 호텔로서 독특한 디자인과 편리한 접근성, 빼어난 전망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도입 효과

    현행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임투제)와 내년부터 도입되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고투제)는 투자한 만큼 세금을 공제해준다는 면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다. 다만 투자에 따른 기본 세액 공제율을 기존 5%에서 4%(대기업 비수도권 투자)로 낮추고, 고용에 따른 세액 공제를 늘린 게 차이점이다. 1인당 고용 세액 공제는 일반 근로자 1000만원, 청년 근로자 1500만원,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졸업자 2000만원 등으로 세분화했다. 고투제 도입에 따른 효과는 아직까지 예단하기 힘들다. 내년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고투제 도입 여부와 상관없이 기업의 고용과 투자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나라 살림살이에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 기획재정부는 고투제 도입에 따라 2015년까지 1조원 정도의 세수가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본 세액 공제율이 1% 포인트 낮아지면서 그만큼 세금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법인세·소득세 인하 환원과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을 통해 모두 3조 5000억원의 세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30대 그룹의 고투제 도입에 따른 추가 부담은 5400억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30대 그룹이 설비투자액의 2%에 해당하는 추가공제 혜택을 전부 받기 위해서는 총 근로자 수가 9만 7573명 늘어나야 한다. 지난해 30대 그룹의 총 근로자 수는 7만 6000명 증가한 만큼 계획되었던 신규채용 인원에 더해 2만 1573명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임금과 복리후생비 등으로 1명 채용 때 연 250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5393억원을 추가로 써야 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서울시장 보선 D-14] 羅·페일린 ‘선별 복지·엄마 리더십’ 공감

    [서울시장 보선 D-14] 羅·페일린 ‘선별 복지·엄마 리더십’ 공감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와 미국 공화당의 대선 주자 출신인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11일 서울에서 만나 복지정책, 여성 리더십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두 사람의 정치이력과 개인사는 닮은 구석이 많다. 보수정당 소속 유력 여성 정치인이자 다운증후군 자녀를 둔 엄마라는 게 공통 분모다. 이날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40분간 대담한 이들은 선별적 복지정책과 여성 리더십에서 공감대를 같이 했다. 남 다른 모정을 지닌 데다 정치적 이념 성향까지 비슷하다 보니 두 사람의 만남은 시종 화기애애했다. 나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보선 배경에는 복지 정책 논란이 깔려 있다.”면서 “보수 정당으로서 재정이 허락하는 한 복지를 확장해야 한다고는 하는데 그러다 보면 표를 얻기에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의견을 구했다. 이에 페일린 전 주지사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재원도 고민해야 한다.”며 “꼭 필요한 곳에 복지정책을 펼치는 게 공정하다.”고 강조했다. 엄마 정치인이라는 점에서도 공감대를 나눴다. 나 후보가 “엄마가 알뜰살뜰 가계를 꾸리는 것처럼 나라 살림도 후세에 넉넉하게 물려주도록 책임감 있게 잘할 것”이라고 하자 페일린 전 주지사는 “엄마의 마음은 섬기는 마음”이라고 응수했다. 또 페일린 전 주지사는 “아이들이 다툴 때 엄마가 해결하듯 사회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슈퍼마켓에서 가격이 얼마인지 따지는 것은 (각종 사업이) 예산에 맞는지 따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한편 이날 나 후보는 ‘어르신 맞춤형 공약’을 발표하고 노인복지센터 2014년까지 18곳 확충, 어르신행복타운 건립 등을 약속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WHO&WHAT] 무궁무진한 미래 사극 주역들

    [WHO&WHAT] 무궁무진한 미래 사극 주역들

     등장인물이 칼에 찔리거나 물에 빠진다. 거의 매회 생명의 위기를 맞고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장면이 되풀이되지만 보는 사람들은 이미 그가 역경을 극복하고, 죽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심지어 그가 품은 꿈이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지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반면 때가 되면 누가 원해도 주인공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비극을 희극으로 바꿀 수도 없고, 삼각관계의 결말도 정해져 있다. 드라마라면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시청자의 요청’이나 ‘여론’도 통하지 않는다. 바로 끝이 정해진 드라마 사극의 운명이다.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엮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극은 줄타기에 가깝다. 김종서와 수양대군이 사실은 사돈이었다는 줄거리로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렸던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김종서의 손자와 수양대군의 딸이 연인이었다는 몇 줄의 야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그들 가문의 족보로 보면 엄연한 허구다.  이순신 장군을 한산대첩에서 미리 전사시키거나 명성황후가 사실은 살아있다는 식의 무리수만 두지 않는다면 사극은 무한한 상상력이 보장된다. 특히 주인공을 바꾸거나 조금만 틀어본다면 무궁무진한 시나리오를 얻을 수 있다. 역사는 승자의 시각에서 쓰이지만, 사극은 그렇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왕의 여자, 왕이 되지 못하고 스러져간 세자는 물론 아무런 공헌도 남기지 못하고 살다갔다는 기록만 남긴 사람도 얼마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 사극이다. 수백년간 ‘성춘향과 이몽룡’의 시각에서 쓰인 춘향전이 방자의 시각에서 쓰이기만 해도 얼마나 달라지는지 이미 영화 ‘방자전’을 통해 입증되지 않았는가.  이번주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에서는 미래에 영화나 드라마의 중심이 될 사극의 주인공들을 찾아봤다. 시놉시스를 통해 이미 만들어진 사극에서는 주인공의 주변인, 엑스트라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졌던 그들의 시각에서 역사를 한번 들여다보자.  드라마나 책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세종의 둘째딸 정의공주는 한글 창제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는 얘기가 그녀의 시가였던 죽산 안씨 문중 문헌에 기록돼 있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의 공으로만 알고 있는 한글 창제에 조선시대의 공주가 관여했다는 것은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한 소재다. 정의공주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지 않는가.  조선왕조 518년간 27명의 왕이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왕이 되지 못한 세자 11명이 있었다. 장자 계승을 토대로 한 유교적 사상이 지배했지만, 정작 맏아들이 왕위를 이은 것은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등 6명에 불과하다. 순종은 요절한 형이 있는 차남이었다. 왕후 자리는 ‘국모’로 불리며 절대 비워서는 안 되는 자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29년이나 세자의 자리에 있었던 문종은 세자 시절 두 명의 세자빈을 폐위시켰고, 홀로 왕위에 올라 세자빈을 왕후에 추증한 유일한 홀아비 왕이었다. ‘왜’라는 궁금증을 품으면 스토리가 될 소재는 얼마든지 있다. 여기 세 가지의 스토리를 꺼내봤다.    [심양의 왕자들] 청나라 볼모 8년… 소현·효종 형제와 그들 부부의 불운했던 삶  ●주요 등장인물  소현세자 이왕/세자빈 강씨/효종/효종비 인선왕후/인조/인조의 후궁 조소용  ●극적 요소  조선의 세자 27명 중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우유부단한 형 소현세자와 강인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동생 효종 형제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 남편만큼 불행했던 소현세자빈 강씨와 남편보다 더욱 강건했던 인선왕후의 시각에서 풀어간다.  ●시놉시스  스물네 살이 되어서야 세자로 봉해진 소현세자는 결혼 8년 만에 후사를 보지만 불과 몇 달 뒤 병자호란이 터진다.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의심 많은 아버지 인조는 전쟁 과정에서 신하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무책임한 군주의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고, 세자에게도 항상 짜증 섞인 태도로 일관한다. 삼전도의 굴욕과 함께 세자는 아버지와 대신들의 강권에 의해 “자진해서 적국에 볼모로 가겠다.”고 말해버린 후 울음을 터뜨리는 유약한 모습이었다. 세자 부부는 동생 봉림대군(훗날의 효종) 부부와 함께 볼모살이를 떠난다. 가는 길에 청나라 군대가 조선의 여러 고을을 약탈하고, 백성들을 노비로 끌고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세자는 무력감을, 봉림대군은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정작 청나라에 도착한 후 세자는 돌변한다. 이국에서의 고생으로 몸은 무너져 갔지만 조국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세자로서의 책임감은 점차 커져간다. 반면 세자빈은 오랜 타국생활을 겪으면서 조선에서 건너온 물건을 팔아 재산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인조는 아들과 며느리를 불신하고 점점 더 싸늘한 시선을 보내게 된다. 볼모살이 8년 만에 돌아온 세자를 인조는 ‘오랑캐 물이 들었다.’며 만나 보려고도 하지 않았고, 급기야 황제의 하사품이라며 세자가 내민 벼루를 세자의 머리를 향해 집어던졌다. 결국 귀국 두 달 만에 세자는 인조와 애첩인 조소용에 의해 독살당하고 만다. 인조는 예비 국모의 체통을 내팽개친 며느리도 가만두지 않았다. 인조의 수라상에 오른 전복구이에 독이 들었다는 누명을 씌워 세자빈 강씨를 폐위시켜 죽이고 만다.  청나라의 문물에 관심을 두고 배우려고 했던 형과 달리 봉림대군은 오로지 병자호란의 복수에만 관심이 있었다. 형의 죽음 이후 세자에 책봉되어, 효종이 된 봉림대군은 북벌을 위해 궁중 살림을 극도로 긴축했고, 인선왕후 역시 이에 앞장섰다. 인선왕후는 병자호란 당시 피신한 강화도에서 오랑캐에게 잡힐 처지가 되자 자결하려고 했고, 볼모살이 후 돌아와 왕후가 되자 청나라의 첩자 노릇을 하던 김자점과 조소용의 역모를 밝혀내 처단한 여걸이었다. 하지만 효종은 순치제의 등장으로 청나라가 더욱 강해지면서 북벌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죽었고, 인선왕후는 아들 현종이 그 뜻을 이루기를 바랐지만 현종은 그럴 뜻이 없었다. 결국 8년간이나 굴욕의 세월을 보낸 왕가의 형제와 그 부인들은 마지막까지 뜻하는 바를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들이 되고 만다.    [7일의 행복, 영원한 이별] 7일만에 폐위 단경왕후… 50년 넘도록 중종만을 그리며  ●주요 등장인물  단경왕후 신씨/중종  ●극적 요소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왕후로 단종비 정순왕후와 중종의 첫 번째 부인 단경왕후 신씨를 꼽는 이들이 많다. 왕의 이복동생에서 한순간 왕이 된 남편과, 남편을 왕으로 만든 세력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왕후 자리를 내놓아야 했던 비운의 여성. 그리고 그녀를 향한 임금의 순애보가 담긴 치마바위 이야기.  ●시놉시스  성종은 왕비였던 윤씨가 연산군을 낳고 폐위된 후 세 번째 왕후로 정현왕후 윤씨를 맞아 진성대군을 낳았다. 진성대군은 12살 때 13세인 신수근의 딸과 결혼했다. 왕이 되지 못하는 대군의 생활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고, 이들 부부 역시 이를 충실하게 지켰다. 특히 연산군이 폭군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은 진성대군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진성대군은 더욱 은인자중했다. 어느 날 밤, 여러 장수와 조정 대신들이 진성대군의 집에 들이닥쳤다. 횃불을 켜 든 이들은 “반정을 일으켰으니, 대군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알게 된 대군 부부는 조용히 결과를 기다렸고, 그 결과 하루아침에 왕좌에 올라 중종이 됐다. 왕비가 됐다는 기쁨을 누리고 있던 다음 날 아침, 단경왕후에게 급작스러운 소식이 날아든다. 아버지 신수근이 전날 밤 반정군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신수근의 여동생은 연산군의 비였고, 폐주의 처남인 아버지가 죽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했다. 모든 가족들이 반정군에게 죽임을 당하고, 노비로 끌려가는 와중에도 단경왕후는 정신을 추스르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중종이 보위에 오르고 7일이 지나자 반정 공신들은 단경왕후의 폐위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중종과 단경왕후는 보기 드물게 의좋은 부부였지만 칼로 정권을 잡은 반정 공신들 앞에서 그는 무력했다. 결국 단경왕후는 폐위돼 사가로 나가야 했고, 이때 중종은 19세, 왕후는 20세였다. 중종은 새로운 왕비 간택을 1년 가까이 미뤘지만, 신하들의 압박에 장경왕후 윤씨를 새 왕비로 맞았다. 그러나 중종은 항상 인왕산 산자락을 바라보면서 단경왕후를 그렸다. 이를 전해들은 신씨는 인왕산 바위에 자신의 분홍치마를 펼쳐놓고 남편이 자신을 잊지 않기를 바랐다. 10년 후 장경왕후가 원자를 낳고 죽자 일부 대신들이 다시 단경왕후를 불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반정 공신들의 힘은 여전히 막강했고, 결국 신씨는 잊혀졌다. 고작 7일간의 왕후 생활을 하고 스무 살에 왕궁에서 쫓겨난 단경왕후는 무려 71세까지 50년 넘게 남편만을 그리며 살았다.    [왕궁의 스캔들] 조선 최초 세자 이방석은 여색에 빠지고 세자빈은 불륜을  ●주요 등장인물  이방석/이성계/태종/정도전/세자빈 유씨/이만  ●극적 요소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와, 국정의 기틀을 잡은 강인한 왕 태종과의 관계에서 희생양이 된 조선 최초의 세자 이방석. 어린 나이에 형에게 목숨을 잃기까지 자신의 의지는 아무것도 없었던 불운한 그와, 조선왕실 최초의 스캔들을 일으킨 세자빈 유씨를 통해 왕실의 비틀어진 모습을 들여다본다.  ●시놉시스  북방의 무인 이성계는 두 번째 부인 강씨(신덕왕후)와의 사이에서 48세에 막내아들을 본다. 방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아이는 조선이 개국했을 때 11세였고, 한 달 만에 조선 최초의 세자에 책봉된다. 어머니 신덕왕후와 개국공신들이 장성해 사병을 가진 이방원(태종)과 이방간 등을 경계한 덕분이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군이 되겠다는 꿈을 꿨던 방석은 본인의 자리를 탐탁지 않아 했다. 총명하지 않은 방석은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고, 어느새 여색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궁궐을 나서 기생집에 가고, 사냥 대신 민간의 가축을 쏘아 죽이는 일도 허다했다. 한편 방석에게는 나이가 한참 많은 세자빈 유씨가 있었다. 어린아이와 결혼해 억지로 궁궐에 끌려온 유씨는 마음 줄 곳을 찾지 못하다가 궁궐의 내시 이만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철없는 망나니 방석보다는 정감 있고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이만에게 마음이 끌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개국 초기, 궁궐 안팎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몰래 불륜을 이어가던 이들의 행동은 결국 태조에게 발각되고, 끝을 맞게 된다. 태조는 이만을 참수하고 세자빈은 폐서인해 사가로 내쫓았다. 조선왕조에 처음으로 기록된 불륜스토리의 결말이었다.  방석을 앞세운 정도전 등 일부 개국공신들은 태조의 장성한 왕자들이 거느린 사병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결국 정도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동 정벌을 기획했고, 왕자들이 사병 차출을 거부하자 관직을 빼앗고 사병까지 몰수했다. 그러나 불과 17일 만에 이방원은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켰고, 태조에게 세자 폐위를 요구했다. 경각에 달린 방석의 목숨을 살려 주는 조건으로 태조는 영안군(정종)을 세자로 삼았다. 그러나 방석은 대궐 밖으로 나서는 순간 이방원 일가의 칼을 맞고 스러졌다. 임금의 적자였던 방석이 ‘대군’의 위치를 돌려받은 것은 그로부터 270여년이 흐른 숙종 6년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올라, 자유로움을 갈망하던 철부지 세자는 ‘조선왕조의 첫 세자’이자 ‘권력투쟁의 희생양’으로만 남았다. 폐서인된 세자빈 유씨가 그 후 어떻게 살았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왕후들(이수광·다산북스)  왕을 낳은 후궁들(최선경·김영사)  왕이 못된 세자들(함규진·김영사)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박영규·들녘)  정의공주(한소진·해냄출판사)  소현세자(박안식·예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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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WHAT] 미래 사극의 주인공을 만나다

    [WHO&WHAT] 미래 사극의 주인공을 만나다

     등장인물이 칼에 찔리거나 물에 빠진다. 거의 매회 생명의 위기를 맞고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장면이 되풀이되지만 보는 사람들은 이미 그가 역경을 극복하고, 죽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심지어 그가 품은 꿈이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지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반면 때가 되면 누가 원해도 주인공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비극을 희극으로 바꿀 수도 없고, 삼각관계의 결말도 정해져 있다. 드라마라면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시청자의 요청’이나 ‘여론’도 통하지 않는다. 바로 끝이 정해진 드라마 사극의 운명이다.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엮어야 한다는 점에서 사극은 줄타기에 가깝다. 김종서와 수양대군이 사실은 사돈이었다는 줄거리로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렸던 드라마 ‘공주의 남자’는 김종서의 손자와 수양대군의 딸이 연인이었다는 몇 줄의 야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그들 가문의 족보로 보면 엄연한 허구다.  이순신 장군을 한산대첩에서 미리 전사시키거나 명성황후가 사실은 살아있다는 식의 무리수만 두지 않는다면 사극은 무한한 상상력이 보장된다. 특히 주인공을 바꾸거나 조금만 틀어본다면 무궁무진한 시나리오를 얻을 수 있다. 역사는 승자의 시각에서 쓰이지만, 사극은 그렇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왕의 여자, 왕이 되지 못하고 스러져간 세자는 물론 아무런 공헌도 남기지 못하고 살다갔다는 기록만 남긴 사람도 얼마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 사극이다. 수백년간 ‘성춘향과 이몽룡’의 시각에서 쓰인 춘향전이 방자의 시각에서 쓰이기만 해도 얼마나 달라지는지 이미 영화 ‘방자전’을 통해 입증되지 않았는가.  이번주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에서는 미래에 영화나 드라마의 중심이 될 사극의 주인공들을 찾아봤다. 시놉시스를 통해 이미 만들어진 사극에서는 주인공의 주변인, 엑스트라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졌던 그들의 시각에서 역사를 한번 들여다보자.  드라마나 책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세종의 둘째딸 정의공주는 한글 창제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는 얘기가 그녀의 시가였던 죽산 안씨 문중 문헌에 기록돼 있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의 공으로만 알고 있는 한글 창제에 조선시대의 공주가 관여했다는 것은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한 소재다. 정의공주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지 않는가.  조선왕조 518년간 27명의 왕이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왕이 되지 못한 세자 11명이 있었다. 장자 계승을 토대로 한 유교적 사상이 지배했지만, 정작 맏아들이 왕위를 이은 것은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등 6명에 불과하다. 순종은 요절한 형이 있는 차남이었다. 왕후 자리는 ‘국모’로 불리며 절대 비워서는 안 되는 자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29년이나 세자의 자리에 있었던 문종은 세자 시절 두 명의 세자빈을 폐위시켰고, 홀로 왕위에 올라 세자빈을 왕후에 추증한 유일한 홀아비 왕이었다. ‘왜’라는 궁금증을 품으면 스토리가 될 소재는 얼마든지 있다. 여기 세 가지의 스토리를 꺼내봤다.    ##심양의 왕자들  ●주요 등장인물  소현세자 이왕/세자빈 강씨/효종/효종비 인선왕후/인조/인조의 후궁 조소용  ●극적 요소  조선의 세자 27명 중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우유부단한 형 소현세자와 강인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동생 효종 형제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 남편만큼 불행했던 소현세자빈 강씨와 남편보다 더욱 강건했던 인선왕후의 시각에서 풀어간다.  ●시놉시스  스물네 살이 되어서야 세자로 봉해진 소현세자는 결혼 8년 만에 후사를 보지만 불과 몇 달 뒤 병자호란이 터진다.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의심 많은 아버지 인조는 전쟁 과정에서 신하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무책임한 군주의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고, 세자에게도 항상 짜증 섞인 태도로 일관한다. 삼전도의 굴욕과 함께 세자는 아버지와 대신들의 강권에 의해 “자진해서 적국에 볼모로 가겠다.”고 말해버린 후 울음을 터뜨리는 유약한 모습이었다. 세자 부부는 동생 봉림대군(훗날의 효종) 부부와 함께 볼모살이를 떠난다. 가는 길에 청나라 군대가 조선의 여러 고을을 약탈하고, 백성들을 노비로 끌고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세자는 무력감을, 봉림대군은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정작 청나라에 도착한 후 세자는 돌변한다. 이국에서의 고생으로 몸은 무너져 갔지만 조국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진 세자로서의 책임감은 점차 커져간다. 반면 세자빈은 오랜 타국생활을 겪으면서 조선에서 건너온 물건을 팔아 재산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인조는 아들과 며느리를 불신하고 점점 더 싸늘한 시선을 보내게 된다. 볼모살이 8년 만에 돌아온 세자를 인조는 ‘오랑캐 물이 들었다.’며 만나 보려고도 하지 않았고, 급기야 황제의 하사품이라며 세자가 내민 벼루를 세자의 머리를 향해 집어던졌다. 결국 귀국 두 달 만에 세자는 인조와 애첩인 조소용에 의해 독살당하고 만다. 인조는 예비 국모의 체통을 내팽개친 며느리도 가만두지 않았다. 인조의 수라상에 오른 전복구이에 독이 들었다는 누명을 씌워 세자빈 강씨를 폐위시켜 죽이고 만다.  청나라의 문물에 관심을 두고 배우려고 했던 형과 달리 봉림대군은 오로지 병자호란의 복수에만 관심이 있었다. 형의 죽음 이후 세자에 책봉되어, 효종이 된 봉림대군은 북벌을 위해 궁중 살림을 극도로 긴축했고, 인선왕후 역시 이에 앞장섰다. 인선왕후는 병자호란 당시 피신한 강화도에서 오랑캐에게 잡힐 처지가 되자 자결하려고 했고, 볼모살이 후 돌아와 왕후가 되자 청나라의 첩자 노릇을 하던 김자점과 조소용의 역모를 밝혀내 처단한 여걸이었다. 하지만 효종은 순치제의 등장으로 청나라가 더욱 강해지면서 북벌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죽었고, 인선왕후는 아들 현종이 그 뜻을 이루기를 바랐지만 현종은 그럴 뜻이 없었다. 결국 8년간이나 굴욕의 세월을 보낸 왕가의 형제와 그 부인들은 마지막까지 뜻하는 바를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들이 되고 만다.    ##7일의 행복, 영원한 이별  ●주요 등장인물  단경왕후 신씨/중종  ●극적 요소  조선왕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왕후로 단종비 정순왕후와 중종의 첫 번째 부인 단경왕후 신씨를 꼽는 이들이 많다. 왕의 이복동생에서 한순간 왕이 된 남편과, 남편을 왕으로 만든 세력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왕후 자리를 내놓아야 했던 비운의 여성. 그리고 그녀를 향한 임금의 순애보가 담긴 치마바위 이야기.  ●시놉시스  성종은 왕비였던 윤씨가 연산군을 낳고 폐위된 후 세 번째 왕후로 정현왕후 윤씨를 맞아 진성대군을 낳았다. 진성대군은 12살 때 13세인 신수근의 딸과 결혼했다. 왕이 되지 못하는 대군의 생활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아야 하는 것이었고, 이들 부부 역시 이를 충실하게 지켰다. 특히 연산군이 폭군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은 진성대군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진성대군은 더욱 은인자중했다. 어느 날 밤, 여러 장수와 조정 대신들이 진성대군의 집에 들이닥쳤다. 횃불을 켜 든 이들은 “반정을 일으켰으니, 대군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알게 된 대군 부부는 조용히 결과를 기다렸고, 그 결과 하루아침에 왕좌에 올라 중종이 됐다. 왕비가 됐다는 기쁨을 누리고 있던 다음 날 아침, 단경왕후에게 급작스러운 소식이 날아든다. 아버지 신수근이 전날 밤 반정군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신수근의 여동생은 연산군의 비였고, 폐주의 처남인 아버지가 죽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했다. 모든 가족들이 반정군에게 죽임을 당하고, 노비로 끌려가는 와중에도 단경왕후는 정신을 추스르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중종이 보위에 오르고 7일이 지나자 반정 공신들은 단경왕후의 폐위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중종과 단경왕후는 보기 드물게 의좋은 부부였지만 칼로 정권을 잡은 반정 공신들 앞에서 그는 무력했다. 결국 단경왕후는 폐위돼 사가로 나가야 했고, 이때 중종은 19세, 왕후는 20세였다. 중종은 새로운 왕비 간택을 1년 가까이 미뤘지만, 신하들의 압박에 장경왕후 윤씨를 새 왕비로 맞았다. 그러나 중종은 항상 인왕산 산자락을 바라보면서 단경왕후를 그렸다. 이를 전해들은 신씨는 인왕산 바위에 자신의 분홍치마를 펼쳐놓고 남편이 자신을 잊지 않기를 바랐다. 10년 후 장경왕후가 원자를 낳고 죽자 일부 대신들이 다시 단경왕후를 불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반정 공신들의 힘은 여전히 막강했고, 결국 신씨는 잊혀졌다. 고작 7일간의 왕후 생활을 하고 스무 살에 왕궁에서 쫓겨난 단경왕후는 무려 71세까지 50년 넘게 남편만을 그리며 살았다.    ##왕궁의 스캔들  ●주요 등장인물  이방석/이성계/태종/정도전/세자빈 유씨/이만  ●극적 요소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와, 국정의 기틀을 잡은 강인한 왕 태종과의 관계에서 희생양이 된 조선 최초의 세자 이방석. 어린 나이에 형에게 목숨을 잃기까지 자신의 의지는 아무것도 없었던 불운한 그와, 조선왕실 최초의 스캔들을 일으킨 세자빈 유씨를 통해 왕실의 비틀어진 모습을 들여다본다.  ●시놉시스  북방의 무인 이성계는 두 번째 부인 강씨(신덕왕후)와의 사이에서 48세에 막내아들을 본다. 방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아이는 조선이 개국했을 때 11세였고, 한 달 만에 조선 최초의 세자에 책봉된다. 어머니 신덕왕후와 개국공신들이 장성해 사병을 가진 이방원(태종)과 이방간 등을 경계한 덕분이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군이 되겠다는 꿈을 꿨던 방석은 본인의 자리를 탐탁지 않아 했다. 총명하지 않은 방석은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고, 어느새 여색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궁궐을 나서 기생집에 가고, 사냥 대신 민간의 가축을 쏘아 죽이는 일도 허다했다. 한편 방석에게는 나이가 한참 많은 세자빈 유씨가 있었다. 어린아이와 결혼해 억지로 궁궐에 끌려온 유씨는 마음 줄 곳을 찾지 못하다가 궁궐의 내시 이만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철없는 망나니 방석보다는 정감 있고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이만에게 마음이 끌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개국 초기, 궁궐 안팎이 어지러운 상황에서 몰래 불륜을 이어가던 이들의 행동은 결국 태조에게 발각되고, 끝을 맞게 된다. 태조는 이만을 참수하고 세자빈은 폐서인해 사가로 내쫓았다. 조선왕조에 처음으로 기록된 불륜스토리의 결말이었다.  방석을 앞세운 정도전 등 일부 개국공신들은 태조의 장성한 왕자들이 거느린 사병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결국 정도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동 정벌을 기획했고, 왕자들이 사병 차출을 거부하자 관직을 빼앗고 사병까지 몰수했다. 그러나 불과 17일 만에 이방원은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켰고, 태조에게 세자 폐위를 요구했다. 경각에 달린 방석의 목숨을 살려 주는 조건으로 태조는 영안군(정종)을 세자로 삼았다. 그러나 방석은 대궐 밖으로 나서는 순간 이방원 일가의 칼을 맞고 스러졌다. 임금의 적자였던 방석이 ‘대군’의 위치를 돌려받은 것은 그로부터 270여년이 흐른 숙종 6년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올라, 자유로움을 갈망하던 철부지 세자는 ‘조선왕조의 첫 세자’이자 ‘권력투쟁의 희생양’으로만 남았다. 폐서인된 세자빈 유씨가 그 후 어떻게 살았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왕후들(이수광·다산북스)  왕을 낳은 후궁들(최선경·김영사)  왕이 못된 세자들(함규진·김영사)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박영규·들녘)  정의공주(한소진·해냄출판사)  소현세자(박안식·예담)
  • [데스크 시각] 돈이 언제나 축복은 아니다/박정현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돈이 언제나 축복은 아니다/박정현 경제부장

    ‘하나의 유럽’을 만드는 명분의 하나는 환전이었다. 많은 나라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유럽에서는 승용차로 몇 시간만 달리면 국경이 나온다. 국경 검문소를 지나면서 여권에 출입국 스탬프를 찍고 환전을 해야 한다. 여간 번거로온 일이 아니다. 여행 몇 번만 하고 나면 여권은 금세 붉은 스탬프로 가득하고, 주머니는 각 나라의 동전들로 묵직해진다. 유럽을 하나의 통화권으로 묶으면 이런 불편이 사라진다는 논리가 유럽사람들에게는 설득력 있게 들렸다. 독일, 프랑스 등 11개 나라가 유럽 통합에 찬성했다. 드디어 1999년 1월 1일 단일 화폐 유로가 유통되자 유럽은 환호했다. 유로는 달러에 버금가는 새로운 기축통화로 주목을 받았다. 유럽국가들의 경제수준은 독일과 프랑스의 수준으로 올라선 듯했다. 유럽의 기세는 북미자유무역협정, 아세안 같은 지역경제체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유로는 달러보다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축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유로 출범 이후 유럽의 물가는 두배가량 올랐다. 사달은 통합 12년 만에 터지고 말았다. 나라 살림을 북유럽국가처럼 복지에 펑펑 쓴 남유럽국가들은 올 들어 심각한 도미노 국가 부도위기에 몰렸다. 남유럽국가들에 채권이 물린 프랑스와 독일 은행들도 등급 강등을 당할 처지다. 프랑스·독일의 은행들은 자신들에 투자한 미국과 신흥국을 흔들고 있다. ‘피그스’(PIIGS)로 불리는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등 유로존 5개국이 유럽뿐 아니라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 구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독일은 지금쯤 마르크화를 없앤 걸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유럽 통합 당시 독일에서는 세계 기축통화 마르크화 포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유독 강했다. 그리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후회하는 건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화폐 드라크마를 갖고 있었더라면 환율을 수단 삼아 재정위기를 돌파할 여지도 있었다. 하지만 유로체제에서 그리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주변국의 처분만 기다릴 뿐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그리스의 국가부도 시점과 유로존의 해체 여부에 있다면 지나치게 냉정하게 들릴까. 유럽 위기는 화폐 주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절히 느끼게 한다. 비록 원화가 5000만명의 소규모 경제권에서 사용되는 화폐라 하더라도, 국가의 3대 요소인 영토에 비길까. 동남아와 중국에서 우리 화폐를 환전하지 않고도 사용하면서 느끼는 뿌듯함이 바로 우리나라의 국력이자 자긍심이다. 그 화폐가 기축통화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은 달러를 마구 찍어내는 세뇨리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나라다. 중세 때 프랑스 세뇨르(군주)가 재정을 메우려 금화에 불순물을 섞어 유통시키면서 챙긴 이익이 바로 세뇨리지 효과다. 이런 달러 대비 우리의 화폐가치인 환율이 오를 때나 내릴 때나 걱정을 떨칠 수 없는 게 우리나라 사정이다. 소금장수와 우산장수 아들을 둔 부모의 비애랄까. 환율이 높아지면 국민이 져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환율마저 오른다는 것은 서민의 삶을 짓누르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다고 환율이 내린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다. 외환보유고의 달러를 꺼내 환율을 방어하기는 쉽지 않다. 세계 각국의 외환 보유고는 10조 달러, 우리의 외환보유고는 고작 3000억 달러다. 환투기세력의 규모도 10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2003년 환율 하락을 막느라 14조원의 외환보유고가 줄어들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는 환율 상승을 막느라 72조원어치의 달러가 사라졌다.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전망을 놓고 논란이 많지만 이미 미국 경제는 더블딥 상태에 빠져들었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갖는다. 4분기에는 미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비공식적으로 나온다. 위기의 긴 터널을 지나기에는 여전히 캄캄하다. 외환보유고는 소중하지만 함부로 다루기에는 너무나 위험하다. 돈이 언제나 축복일 수 없다는 점은 ‘반(反)월가 시위’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jhpark@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49)문경 장수황씨 종택 탱자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49)문경 장수황씨 종택 탱자나무

    나무의 살림살이는 사람살이를 닮았다. 숲 속에서 말없이 고요하고 평화롭게 사는 듯하지만, 제가끔 스스로에게 주어진 생명의 몫을 다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도 그렇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서로에게 자리를 내주며 배려하는 모습도 영락없다. 그중에서도 나무들이 숲의 균형을 이루며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은 사람살이를 닮았다기보다는 오히려 사람이 나무에게서 배워야 하는 지혜인지 모른다. 이를테면 여러 그루의 나무가 붙어서 자라는 경우에 그들은 놀랍게도 서로 어울리며 마치 한 그루인 것같은 모습을 지어낸다. 그게 나무들이 살아가는 지혜다. 다툼이 끊이지 않는 사람살이에서 꼭 배워야 할 생명의 이치다. ●장수황씨 가문의 기개와 너그러움 상징 경북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에서 특이한 모습으로 자라난 탱자나무 한 쌍을 바라볼 때에도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 대개의 탱자나무가 생울타리로 심어지는 것과 달리 이 탱자나무는 정원 한가운데에서 한 가문의 상징처럼 자란 독특한 나무다. 바로 경상북도 기념물 제135호인 문경 장수황씨 종택 탱자나무다. “지금은 갈아엎었지만, 옛날에는 이 탱자나무 앞에 연못이 있었어요. 선조께서 집안 환경을 조성하면서 연못 가장자리에 탱자나무를 심어 키웠지요.” 종택 지킴이인 장수황씨 소윤공파 종친회 황문주(75) 회장은 이 탱자나무가 집안에서 대대로 정성 들여 키운 나무라고 강조한다. 무려 400살을 넘긴 노거수다. 나이만으로도 인천 강화도 갑곶리와 사기리의 천연기념물 탱자나무와 맞먹는다. 종택 사랑채 앞마당 한쪽에 근사한 자태로 서 있는 탱자나무는 얼핏 보면 한 그루의 나무처럼 보인다. 게다가 탱자나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곧게 뻗어오른 중심 줄기나 사방으로 넓게 펼친 가지 모두가 빼어날 정도로 아름답다.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일쑤 탱자나무임을 모르고 지나치게 된다. 이 즈음에는 나뭇가지에 한가득 맺힌 노란 탱자 열매가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그나마 탱자나무임을 알아볼 수 있다. 물론 탱자뿐 아니라, 가지마다 서슬이 퍼렇게 돋아난 억센 가시도 여느 탱자나무와 다름이 없다. 마침 방금 전에 찾아왔을 듯한 어느 나그네가 저절로 떨어진 탱자 열매들을 주워서 돌무지처럼 쌓아두었다. ●400년 세월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 바짝 붙어서 자라난 한 쌍의 탱자나무가 완벽한 한 그루처럼 보이는 탱자나무의 생김새를 이루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놀라움은 배가 된다. 얽히고설킨 나뭇가지들이 어느 쪽 나무에서 뻗어 나왔는지를 일일이 살펴보는 건 불가능하지만, 내남없이 자란 두 그루의 탱자나무는 마치 거울을 보고 마주선 것처럼 대칭을 이뤘다. 한 그루의 잘생긴 나무 모습을 이루며 자라기 위해 나무들은 오랜 세월 동안 곁의 나무를 배려하며 가지를 뻗었다. 다른 나무가 막고 선 쪽으로 가지를 뻗지 않은 건 나무들의 생존 전략이었다. 경쟁과 배려가 담긴 두 그루의 조화로운 어울림은 필경 모든 생명들이 닮아가야 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다. “나무 뒤쪽의 사당, 숙청사 대문 앞에 낮은 키의 나무들이 여럿 있었지요. 그 나무들이 잘 자라지 않고 어지럽기만 해서, 아예 깨끗하게 비워두기로 한 거죠.” 황 회장은 최근 들어 바뀐 주변의 모습을 일일이 짚어 가며 설명한다. 안채와 사랑채 보수도 마치고, 예전과 달리 대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한때 종택의 유물 도난 사건 탓에 대문을 닫아걸었던 때와 달라진 모습이다. 원하는 사람들을 이 고택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개방할 준비도 마쳤다고 한다. “나무가 좀 약해졌어요. 1999년에 지방기념물로 지정하면서, 썩어 구멍난 줄기 중간 부분을 외과수술로 막아 주었는데, 그게 오히려 나무에게는 방해였던 거죠. 나무들은요, 자기 상처는 자기 스스로 이겨내거든요. 강제로 치료한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죠.” 400년이라는 긴 세월의 풍파가 지어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며 살아온 나무다. 섣불리 닿은 사람의 손길이 오히려 나무의 건강을 약화시켰다는 게 황 회장의 생각이다. 하지만 여전히 탱자나무로서 더할 나위 없이 크고 아름다운 자태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조차 탱자나무를 이처럼 정원 한가운데에 조경수로 심어 키우는 곳은 흔치 않다. 지체 높은 가문의 상징이 되어 대를 이어 보살핌을 받으며 정원 한가운데에 서 있는 나무라는 건 더 그렇다. ●서로를 배려하면 공생의 지혜 터득 장수황씨 종택 탱자나무는 두 그루가 어우러지면서 7m 높이까지 자랐고, 줄기 둘레는 두 그루 모두 2m 가까이 된다. 가지 퍼짐은 더 놀랍다. 두 그루가 한데 뭉쳐서 사방으로 10m가 훨씬 넘게 퍼졌다. 굵은 줄기가 솟아오른 뒤에 한 그루에서는 3개의 가지가, 다른 한 그루에서는 4개의 가지가 굵직하게 나와 제가끔 주어진 공간을 촘촘히 활용하며 빈틈을 남기지 않았다. 필경 모든 나무들에게는 가지를 펼칠 만큼의 공간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공간이 배려되지 않은 상태로 바짝 붙어서 자라려면 어쩔 수 없다. 서로에게 조금씩 양보해야만 공생할 수 있다. 상대를 상처내며 홀로 일어서려 한다면, 결국 둘 다 죽음에 들게 되는 게 모든 생명의 이치다. 한 쌍의 탱자나무가 가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건 단지 크고 오래된 나무라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공존과 공생의 지혜를 온몸으로 가르쳐 주는 나무이기 때문이리라. 나무가 살아있는 곳은 바로 조선의 명재상 황희 정승의 후예들이 살아가는 장수황씨 종택이다. 글 사진 문경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경상북도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 460-6:중부내륙고속도로의 점촌함창나들목으로 나가서 2㎞ 남짓 가면 문경시청을 찾아갈 수 있다. 시청에서 동북쪽으로 가면 문경시 동쪽을 흐르는 영강에 이른다. 영강대교를 건너면 산양산업단지가 나오는데, 단지를 지나자마자 주유소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2.5㎞쯤 가면 국도 59호선과 이어지는 봉정삼거리다. 좌회전하여 북쪽으로 4㎞ 가서 직진하면 산북면 주민센터를 지나서 왼편으로 장수황씨 종택이 있다. 나무는 종택 앞마당에 있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 “오세훈 정책 전면 재검토”

    [서울시장 보궐선거] “오세훈 정책 전면 재검토”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한강 르네상스 사업’ 등 오세훈 전 시장의 핵심 정책에 대해 사실상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정 건전성 확보에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나 후보는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의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면서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 어르신 행복타운 사업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한강 르네상스 전체 33개 사업 중 27개 사업은 이미 마무리됐다. 경인 아라뱃길 사업과도 연계된 양화대교 구조 개선 등 4개 사업이 추진 중이며, 나머지 2개 사업은 장기 과제로 분류돼 있다. 또 서울시내를 5개 권역으로 나눠 추진되는 어르신 행복타운 건립에는 5526억원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나 후보는 “아라뱃길 사업 중 수상호텔을 짓는 부분 등은 재정 형편상 맞지 않다.”면서 “어르신 행복타운도 대규모보다는 생활에 가까운 소규모로 지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한강예술섬(노들섬)은 민간이 추진하는 게 맞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면서 “세빛둥둥섬은 (SH공사가 보유한 120억원가량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도 강구할 수 있다.”고 사실상 사업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나 후보는 이어 “(오 전 시장이 취임한) 2006년에서 2010년까지 증가된 부채 7조 8931억원 중 4조원 이상을 2014년까지 갚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 ▲추진 사업의 시기 조정 등 ‘5대 알뜰살림 프로젝트’도 제시했다. 그는 “시민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하는 ‘예산배심원제’를 통해 사업 우선순위나 예산 편성의 적절성을 심사할 것”이라면서 “연간 2200억원의 서울시 지하철 무임승차비용은 오로지 서울시 부담으로, 정부에 건의해 지원받아 세수로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나 후보는 부채 증가 원인과 관련,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까지 2년간 1조 5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마땅한 대응이었다.”면서 오 시장을 두둔했다. 앞서 나 후보는 전날 서울 면목동 중곡초등학교에서 열린 학부모들과의 간담회에서는 ‘맹모삼천지교’를 본뜬, 이른바 ‘맹모안심지교’ 교육정책을 일부 발표했다. 이는 학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뒷받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는 “서울시내 1300여개 학교 시설의 편차가 굉장히 크다.”면서 “1년에 3000억원씩 3년간 지원하면 이 같은 편차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통학로에 도우미 선생님을 배치해 스쿨버스처럼 골목길을 도는 ‘걸어다니는 스쿨버스’를 해보자.”고 제안했으며,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위해 한 학교당 1000만원씩 시에서 지원하는 방안과 음악, 체육수업 활성화를 꾀하겠다.”고 설명했다. 나 후보는 앞으로 현장을 돌며 분야별 공약을 잇따라 발표할 계획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나경원, 오세훈 정책 전면 재검토

    나경원, 오세훈 정책 전면 재검토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한강 르네상스 사업’ 등 오세훈 전 시장의 핵심 정책에 대해 사실상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정 건전성 확보에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나 후보는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의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면서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 어르신 행복타운 사업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한강 르네상스 전체 33개 사업 중 27개 사업은 이미 마무리됐다. 경인 아라뱃길 사업과도 연계된 양화대교 구조개선 등 4개 사업이 추진 중이며, 나머지 2개 사업은 장기 과제로 분류돼 있다. 또 서울시내를 5개 권역으로 나눠 추진되는 어르신 행복타운 건립에는 5526억원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나 후보는 “아라뱃길 사업 중 수상호텔을 짓는 부분 등은 재정 형편상 맞지 않다.”면서 “어르신 행복타운도 대규모보다는 생활에 가까운 소규모로 지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한강예술섬(노들섬)은 민간이 추진하는 게 맞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면서 “세빛둥둥섬은 (SH공사가 보유한 120억원 가량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도 강구할 수 있다.”고 사실상 사업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나 후보는 이어 “(오 전 시장이 취임한) 2006년에서 2010년까지 증가된 부채 7조 8931억원 중 4조원 이상을 2014년까지 갚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 ?추진 사업의 시기 조정 등의 ‘5대 알뜰살림 프로젝트’도 제시했다. 그는 “시민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하는 ‘예산배심원제’를 통해 사업 우선 순위나 예산 편성의 적절성을 심사할 것”이라면서 “연간 2200억원의 서울시 지하철 무임승차비용은 오로지 서울시 부담으로, 정부에 건의해 지원받아 세수로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나 후보는 부채 증가 원인과 관련,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까지 2년간 1조 5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는데, 이는 마땅한 대응이었다.”면서 오 시장을 두둔했다.  앞서 나 후보는 전날 서울 면목동 중곡초등학교에서 열린 학부모들과의 간담회에서는 ‘맹모삼천지교’를 본뜬, 이른바 ‘맹모안심지교’ 교육정책을 일부 발표했다. 이는 학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뒷받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는 “서울시내 1300여개 학교 시설의 편차가 굉장히 크다.”면서 “1년에 3000억원씩 3년간 지원하면 이같은 편차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통학로에 도우미 선생님을 배치해 스쿨버스처럼 골목길을 도는 ‘걸어다니는 스쿨버스’를 해보자.”고 제안했으며,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위해 한 학교당 1000만원씩 시에서 지원하는 방안과 음악, 체육수업 활성화를 꾀하겠다,”고 설명했다. 나 후보는 앞으로 현장을 돌며 분야별 공약을 잇따라 발표할 계획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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