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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의료 사태 탈출구 없나] 민간 병원과 연계해 중복 과목 피하고 취약층 진료 확대되도록 정부가 지원을

    진주의료원 사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지방의료원을 놓고 적자냐, 흑자냐를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전 국민의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인 만큼 적자를 이유로 문을 닫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분명한 공공성을 갖고 지방의료원 설립을 지원했는데도 자치단체에만 운영을 맡긴 채 방치하다시피 해 진주의료원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이흥훈 국립중앙의료원 선임연구원은 “환자가 없다고 해서 의료원 문을 닫는 것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료 환경이 많이 변한 만큼 의료원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제는 민간 의원들과 연계해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 등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역 의료의 허브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방의료원의 진료과목 구조조정을 제시했다. 그는 “민간 병원에 있는 치과 등과 같은 진료과목이 의료원에도 있다”면서 “중복되는 과목을 없애고 의료원은 의료 취약 계층에 필요한 진료를 중심으로 해 나가야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는 명분이 더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 선임연구원은 “의료원들이 수익성이 낮고 간호사가 많이 필요해 민간 병원에서 기피하는 행려자 병동 같은 공적 역할을 할 때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의사 출신인 유택수 전북도 보건의료과장은 “민간과 공공의료 간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의료원이 명확히 공공성을 띤다면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진주의료원 적자가 유난히 부각된 것은 예산을 기관별로 따져서다. 외국의 지방정부는 의료원 운영비를 포괄적 보건의료 예산에 넣어 문제가 거의 불거지지 않는다”면서 “정부는 뒷전으로 빠지지 말고 지방의료원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 등을 통해 종합적이고 일괄적인 처방전을 내놓고 지원책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안행부 “자치발전위 중심 대안 제시” 학계선 “시민단체 등에 추천권 부여”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원 3100여명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 논의가 도마에 오른 것은 지역 살림꾼이 중앙정치의 논리에 예속됐다는 지적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 성남시의 경우 재정악화를 두고 시의원 간에 정당 대리전을 벌이는 사태가 반복됐다. 시장의 당적과 시의회 다수당이 달라 사사건건 대립했다. 이 같은 정당공천제의 폐해 개선책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공약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정당공천제의 근거는 현행 공직선거법 47조에 있다. 예컨대 정당의 후보자 추천을 명문화한 해당 조항에서 ‘기초의회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만 삽입하면 기초단체장 228명과 기초의원 2888명을 위한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은 끝난다. 하지만 법 개정의 열쇠를 쥔 정치권은 소극적이다. 국회 논의가 공회전하고 있는 가운데 안전행정부는 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 공론화를 추진하고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외연수 결과 공개 의무화 등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원도 약속했다. ‘공론화’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근거와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의미다. 신설되는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중심이 되면 행정부가 개입한다는 정치적 오해도 불식시킬 수 있다. 위원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제도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원의 90% 이상이 무소속인 일본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중앙정치의 영향력이 크다. 더불어 주법에 따라 다양한 선거제도가 있는 미국이나 진성당원제의 전통이 강한 유럽과 달리 선거제도가 단순하고 정당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여전히 중앙정치와 전국적 이슈에 지방선거가 휩쓸릴 가능성도 크다. 특히 여성 기초의원이 전체의 21.3%에 머무는 상황에서 여성의 정치참여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여성 의원 비율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학계에서는 대안으로 시민단체에 후보자 추천 권한을 주거나 출마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 중앙당 권한의 시도당 이양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 공직선거법 47조 5항 등 여성 후보 추천 조항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지방소비세 인상’ 안행부 vs 재정부 신경전

    지방소비세 인상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의 대립이 팽팽하다. 안행부는 당초 약속대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재정부는 나라살림이 어려워 국세를 더 떼주기 어렵다는 태도다. 8일 관가에 따르면 지방소비세는 2010년 도입됐다. 국세인 부가가치세에서 5%를 떼내 지방에 주기로 한 것이다. 안행부는 이 비율을 10%로 올리는 내용의 올해 업무계획을 지난 5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안행부 고위관계자는 “2010년 도입할 때부터 3년 뒤에 세율을 10%로 올리기로 (재정부와) 약속했다”면서 “취득세나 재산세처럼 지방자치단체 노력에 큰 상관없이 부동산시장에 따라 결정되는 세원이 지방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면 지자체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지방소비세율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지방세 가운데 취득세 비중은 27.8%(14조 8500억여원), 재산세는 14.6%(7조 8000억여원)다. 지방소비세율이 10%로 올라가면 지방세입은 3조 1000억원 늘어난다. 이영희 지방세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복지사업 확대로 인한 의무지출 확대도 지방재정 악화의 한 요인”이라면서 “새 정부 복지공약을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지방재정 확충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큰 틀에서 보면 지방재정도 국가재정”이라면서 “지방소비세를 올리게 되면 지방교부세율(19.24%)을 줄이거나 지방이전재원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 하락(3.0%→2.3%) 등으로 세입 감소분이 12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지방소비세를 올리게 되면 3조여원이 더 ‘펑크’난다는 것이다. 두 부처는 지난달 말부터 ‘재정개혁위원회’를 구성해 협의에 들어갔다. 두 부처 국·과장에 지방세연구원·조세연구원 등 관련 연구기관 전문가까지 머리를 맞댔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한 상태다. 재정부는 일단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다. 부처 간 합의가 되지 않으면 부가세법이나 지방교부세법 등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정부지출 100원 늘리면 GDP 44원 는다”

    “정부지출 100원 늘리면 GDP 44원 는다”

    정부가 지출을 100원 늘리면 국내총생산(GDP)이 3~4분기 이후 분기 최대 44원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2000년 이전에 최대 78원 늘어났던 것을 고려하면 2000년 이후에는 증가분이 절반가량(43.6%) 줄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경우 규모 못지않게 어디에 쓰는가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조사국 계량모형부의 최진호·손민규 과장은 2일 ‘재정지출의 성장에 대한 영향력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1986~2011년 정부 지출 승수는 0.63이라고 분석했다. 지출 승수는 정부 지출에 따른 GDP 증가분을 뜻한다. 0.63이라는 것은 정부가 100원을 쓰면 GDP가 63원 늘어난다는 뜻이다. 시기별로 보면 2000년 이전 지출승수는 0.78인 데 반해 2000년 이후는 0.44에 불과했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의 수입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랏돈을 풀어도 유발 효과의 일부가 수입을 통해 해외로 빠져 나갔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정부 주도의 대규모 경제사업도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정부부채 수준은 지출승수와 큰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정부부채가 늘어날수록 지출승수가 떨어지는데, 우리나라는 재정건전성이 양호해 아직 그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반면 가계부채는 지출승수와 연관 관계를 보였다. 빚으로 살림이 팍팍해진 가계가 보조금 등으로 주어진 정부 혜택을 모두 쓰면 경기에 도움을 줄 확률이 높아서다. 최 과장은 “정부 지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 지출을 적극 활용하되 이미 과잉투자가 일어난 건설 부문보다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 등 무형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보조금 등 경상이전 지출도 가계부채로 유동성이 부족한 저소득·고연령층으로 수혜 계층을 특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사설] 예술인 품격 손상하는 예총의 명인 찍어내기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가 사실상의 돈벌이 사업인 명인(名人) 인증 제도를 만들어 구설에 오르고 있는 것은 문화예술계의 앞날을 위해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예총은 50년 넘은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사회 발전에 적지 않게 기여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단체이기 때문이다. 예총은 공공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은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이익단체이다. 따라서 회원들의 권익 보호와 창작활동 여건 강화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사업이든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명인 인증 제도 같은 무리수는 회원들의 권익 보호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예총은 ‘일정한 자격을 갖출 경우’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사실상 인원의 제한 없이 명인으로 인증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공모 단계에서 이미 10만원을 내고 1차 심사를 통과한 198명에게 100만원씩의 심사비를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명인 인증 단계까지는 얼마를 더 내야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명인 인증 범위도 전통적인 문화예술 분야를 넘어 헤어, 네일아트, 메이크업은 물론 요식업과 역술까지 문화예술과 엇비슷하면 어떤 분야가 됐든 가능하도록 개방해 놓았다. 음식점 꼴만 갖추고 있으면 돈을 받고 ‘맛있는 집’ 인증패를 넘기는 행태와 다르지 않다. 당사자들도 명인 인증이 당장은 명예로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맛이 뒷받침되지 않은 ‘맛있는 집’은 오래지 않아 손님이 떨어져 나가듯 권위가 뒷받침되지 않은 명인은 세상의 인정을 받기 어렵다. 문화예술인의 창작 여건 개선을 위해 예총이 2011년 서울 목동에 새로 지은 대한민국예술인센터가 오히려 살림살이를 어렵게 하고 있음은 모르는 바가 아니다. 이 사업으로 400억원이 넘는 부채를 안은 예총은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경기까지 침체돼 임대대행사의 잔금 납부가 지연되면서 지난해 감사를 받기도 했다. 전형적인 ‘하우스 푸어’의 모습이다. 그렇다고 문화예술인의 명예욕을 자극하는 명인 인증 사업으로 돈벌이에 나서는 것은 문화예술인의 품격을 손상시킬 뿐이다. 문화예술인 복지를 위해 꼭 건물이 있어야 하는가. 예술인센터를 포함한 자산 구조조정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 [뉴스 분석] 올해 빚 480兆… 나라살림 ‘큰 그림’이 없다

    [뉴스 분석] 올해 빚 480兆… 나라살림 ‘큰 그림’이 없다

    정부가 17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공식화하고 ‘4·1 부동산 대책’으로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깎아주기로 함에 따라 나라살림이 더 흔들리게 됐다. 8분기 연속 0%대(전기 대비) 성장 늪에 빠질 위험한 형국이라 나라 곳간을 축내서라도 경기를 살리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국가재정에 관한 새 정부의 ‘큰 밑그림’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추경 재원은 대부분 국채로 조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쓰고 남은 돈(세계잉여금)이 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올해 나랏빚은 48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할 당시 재정부가 제시한 올해 국가채무 규모는 464조 8000억원이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도 지난해 9월 전망치였던 1326조 9000억원에서 1301조 7000억원으로 25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성장 전망치가 4.0%에서 2.3%로 거의 반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빚은 늘고 GDP는 줄다 보니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기존 전망치 33.2%에서 36.9%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나라살림 건전성을 재는 척도인 관리재정수지(재정수입-재정지출) 적자 규모는 당초 예상했던 4조 8000억원에서 20조원 수준으로 불게 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중이 0.3%에서 1.5%로 오르는 셈이다. 통상 이 비중이 ±0.3%이면 ‘균형재정’으로 본다. 현재로서는 올해 균형재정은커녕 지난해(-1.1%)보다 적자가 더 악화될 공산이 커졌다. 추경호 재정부 1차관은 “법인세 인상 등으로 추경 재원을 마련하자는 야권 등의 주장은 경기를 오히려 더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재정을 투입한 뒤 (경기를 살려) 세금으로 다시 걷는 것은 재정건전성을 확충하는 또 다른 방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 경제팀이 ‘한국판 재정절벽’ 등을 경고할 뿐, 장기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경기 부양을 위해 일정 정도의 국가채무 증가는 감내해야 하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중장기 재정 계획 등을 통해 언제부터 어떻게 흑자 재정으로 돌리겠다는 등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 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추경 예산을 집행, 경기를 효과적으로 되살린다면 앞으로 재정건전성 확충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장미’ 건넸던 관료들, 그 장미 손수 버렸다

    ‘장미’ 건넸던 관료들, 그 장미 손수 버렸다

    “내년에 4% 성장은 충분히 가능하다. 정부가 이야기할 때는 단순한 전망치가 아니다.”(2012년 9월) “올해 추가경정예산은 지난해 (예산안 책정 때 높은 성장률로) 과다 계상된 것을 바로잡는 작업이다.”(2013년 3월) 두 발언 모두 올해 우리 경제를 겨냥한 얘기다. 하지만 의미는 정반대다. 앞의 얘기는 올해 4% 성장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이고 뒤의 발언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는 모두 한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이다. 지난해 9월 나라살림을 짠 당사자도 당시 예산실장이었던 이 차관이었다. 이 차관뿐이 아니다. 최근 정부와 청와대가 잇따라 “세수 부족을 이대로 방치하면 한국판 재정절벽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그 세수를 추계한 당사자들이나 경고를 내놓은 사람들이나 거의 같은 사람이다. 주관적인 정책 판단은 정권 교체 등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바뀔 수 있다고 치더라도 경제 전망과 세수 추계와 같은 객관적인 작업이 이렇게 널을 뛰는 것은 ‘한 나라 경제를 실험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아무리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냉소와 “정부가 되레 시장 혼선을 키운다”는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3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와 청와대는 올해 12조원의 세입 부족 예상치 가운데 6조원은 석 달 전 ‘2013년 예산안’을 짤 때 성장률 전망치(지난해 3.3%, 올해 4.0%)를 과도하게 책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산안 편성 당시 책임자 라인은 박재완 장관, 신제윤 1차관, 김동연 2차관, 주형환 차관보, 이석준 예산실장, 백운찬 세제실장, 최상목 경제정책국장 등이다. 이 차관은 최 국장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4.0% 안팎에서 2.3%로 거의 ‘반토막’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0.7% 포인트나 깎았다. 그렇다고 그 사이에 심각한 돌발 악재가 새로 발생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9월과 연말 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이어서 세수 부족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으나 경제정책 책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말이 180도 바뀐 것이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매각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예산안 발표 때는 “공공기관 선진화(매각) 계획은 변화가 없다”(당시 김동연 재정부 2차관)고 했다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당시에도 매각 예상 대금을 수입으로 잡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균형재정에 목을 매 씀씀이에 수입을 끼워 맞췄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그런데도 김 차관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으로 영전했다. 당시 정책 결정 라인에 있지 않았던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재정부 장관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도 ‘말 바꾸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들은 당시 각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조세연구원의 수장으로 정부 정책의 근거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경제관료들도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한 재정부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에는 실무 라인들이 (국정철학 변화 등에 따라) 마음고생이 많지만 이번에는 좀 심하다”고 전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대선을 의식해 장밋빛 전망을 했다는 점에 대해 경제관료들이 솔직하게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해야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일관돼야 할 경제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국민과 시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제대로 된 경제 철학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부산 동구 ‘더 나눔센터’ 문연다

    부산 동구 ‘더 나눔센터’ 문연다

    부산시와 부산 동구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 사업이 구체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동구는 지난달 초 부산역~산복도로를 잇는 초량 이바구길이 개통되고 산복도로 이바구 공작소가 문을 연 데 이어 새달 1일 고(故) 성산 장기려 박사의 박애정신을 기리는 ‘더 나눔센터’가 문을 연다고 29일 밝혔다. 더 나눔센터는 부산시 청십자의료보험조합 설립자인 장기려 박사 정신을 계승한 복지공동체로, 고인의 봉사적인 삶과 가치관을 조명하고 산복도로 주민들에게 의료 혜택과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건립됐다. 동구 초량동 856-31에 들어선 센터는 지상 2층, 연면적 383㎡ 규모로 7억 4800만원의 시비가 투입됐다. 센터는 동구가 운영하며 요일별 특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할 계획이다. 센터는 한평생을 부산 시민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했던 장기려 박사의 업적을 기리고 산복도로 지역주민의 건강지원사업을 펼치게 된다. 1층에는 작은 도서관과 살림 나눔방을 조성, 책 읽기 외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일자리사업도 추진하며 2층엔 장기려 박사 기념관·건강나눔방·마음 나눔방을 만들어 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소통 공간으로 활용한다. 건강나눔방은 제일나라병원 등 지역 6개 병원에서 돌아가며 주 2회 운영한다. 화요일에는 오후 2~4시 양방진료를 하고 수요일에는 오전 10시~낮 12시 한방진료를 할 계획이다. 무료건강검진이 없는 날에는 건강강좌와 근력증진프로그램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장기려 박사는 우리나라 의료보험 효시로 국가보다 먼저 민영의료보험인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1968년 5월 초량동 복음병원 분원에서 발족했다. 아시아에서는 2번째고 세계에서는 18번째로 1989년 전면 시행된 국민의료보험 제도의 뿌리가 됐다. 또 같은 해 수정동에 청십자병원을 설립해 직접 무료 진료에 나서 1979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고 일컫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았다. 동구는 장기려 박사를 기리고자 장기려 기념 더 나눔 센터를 1966년 4월 1일 초량복음병원 분원이 개원된 날에 개소하게 됐다. 정영석 동구청장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 성과물들이 연속적으로 완공되고 있다”며 “초량동 산복도로 지역에 성산 장기려 선생의 희생과 봉사정신을 기리는 더 나눔센터까지 개소돼 앞으로 산복도로 노령주민들의 건강과 문화생활 수준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김덕중, 대기업 세무조사 강화 시사

    김덕중, 대기업 세무조사 강화 시사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는 25일 올 1~2월 세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 8000억원 덜 걷혔다고 밝혔다. 대기업 세무조사 강화도 시사했다. 한 번이라도 금품을 받은 직원은 영구히 조사 분야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세수 확보에 대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김 후보자는 “2011년 말이 공휴일이라 2011년 세수 가운데 3조 2000억원이 지난해 1월에 납부됐다”고 말했다. 그래도 나머지 3조원가량은 실제 감소분으로 추정된다. 가뜩이나 복지공약 달성을 위해 세수를 더 늘려야 하는 판에 오히려 세수가 줄어 올해 나라살림에 ‘비상’이 걸렸다. “많은 대기업의 세무조사 횟수가 적다”는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김 후보자는 “대기업의 정기 세무조사 건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기조사는 5년마다 하지만 탈루 제보나 탈세 혐의가 있으면 (기획조사 등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지하경제로 꼽히는 대기업의 비자금 및 부당 내부거래 등을 근절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늘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세무비리 근절 대책과 관련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라든지 조사팀장과 조사반장을 1년 이상 같이 일하지 못하게 하는 등 제도적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사 분야를 전담 관리하는 특별 감찰조직 설치안도 제안했다. 김 후보자는 국세청장 후보자로 지명된 날로부터 사흘 뒤인 지난 18일 이중 소득 공제로 누락된 소득세 등 세금 302만 2510원을 납부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 정부 들어 ‘입각세’를 낸 사람이 많다”고 꼬집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세금을 지각 납부했다. 이날 청문회는 다른 청문회와 달리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보다는 정책 검증에 치중했다. 의원들은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접근 확대에 따른 부작용,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복지재원 조달 가능성, 역외탈세 추적 강화 등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은 질의에 앞서 “국회가 흙탕물 속에 허우적거리는데 오랜만에 ‘최소 2급수 후보자’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기재위는 인사청문회가 끝난 직후 바로 전체회의를 열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통과시켰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시론] 상설특검을 위한 6가지 제언/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상설특검을 위한 6가지 제언/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던 특별감찰관 제도와 상설특검 제도에 대해 지난주 국회에서 여야까지 합의하면서 국민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별감찰관이 ‘경찰’이라면 상설특검은 ‘검찰’로 기능하면서, 기존 검찰이 수사할 경우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는 대통령 친인척 및 행정권력 고위층, 특히 고위 검찰간부들에 대한 수사를 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첫째, 수사와 기소는 국민의 생활을 철저하게 파괴할 수도, 든든하게 보호할 수도 있는 매우 강력한 공권력 행사이고 인구 5000만이 되는 나라에서 이 권력의 행사를 검찰총장이라는 1인의 통제 하에 둔 곳은 없다. 이 정도 인구가 되면 대부분 연방제나 지방분권을 통해 기소권과 수사권이 분산되어 있다. 일부러라도 ‘분권’ 두 글자를 마음에 새기고 ‘작지만 강한 대한민국 제2의 검찰’을 만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둘째, 진정한 분권은 단순히 검찰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제2의 검찰’을 행정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분리시켜야 의미가 있다. 검찰이 개혁대상이 아니라 검찰을 둘러싼 권력환경이 개혁 대상임을 잊지 말자. 유럽은 입법부가, 미국은 사법부가 행정권력을 견제하지만 이런 장치가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검찰이 시시콜콜 대통령편을 들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위에서 말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전일(全一)한 피라미드 구조의 진짜 수혜자는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의 임명에만 적절히 간여하면 전국의 모든 검사들을 평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원, 경찰, 검찰, 국정원 등 사정기관을 아무리 만들어도 이들이 서로의 고위층을 사정한다거나 대통령 친인척을 사정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별감찰관·상설특검이 “대통령 휘하의 제5의 사정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즉, 특별감찰관·상설특검의 임명에 대통령의 입김이 전혀 작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질적인 임명권자는 국회가 될 수도 있고 사법부가 될 수도 있다. 국회에서 다수당이 전횡할 수도 있고 대법원장도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대통령이 안살림 챙기듯이 간여할 수 있는 상황보다는 훨씬 진일보한 것이 될 것이다. 셋째, 검찰이 예외적으로 대통령 편을 적극적으로 들지 않던 때도 있었다. 노무현·김대중 시절이다. 한정된 숫자의 법률가 집단의 엘리트로 인정받는 검사들은 특권층으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하게 되고 보수 성향의 대통령이 선출될 경우 과도한 충성을 하게 된다. 변호사 정원제 폐지를 전제로 도입된 로스쿨 제도가 원래 취지대로 운영되도록 감시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넷째, 상설특검은 실제로 ‘상설’(常設)이 되어야 한다. 상당한 기간의 임기가 보장되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감사원장이나 대법원장처럼 대통령 임기를 횡단할 수 있는 정도의 임기가 보장되어야 상설특검 설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다섯째, 특별감찰관·상설특검제 성공의 핵심은 ‘인지수사권’이다.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 모두에게 인지수사 및 인지조사 권한이 있어야 한다.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진정한 ‘상설특검’은 인지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상설특별검사제도는 이제 ‘특별’한 것을 ‘상설’한다는 형용모순이 거슬리지 않게 ‘상설’이란 글자는 빼버리고 ‘특별검찰청’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여섯째, 검사들을 설득해야 한다. 검사는 직업이다. 헌법이 정한 기소권과 수사권을 행사하는 직업이다. 검사들이 일할 정부기관을 작게나마 하나 더 만든다는 자세로 임하고 검사들도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평검사들이 싫어할 이유가 없다.
  • 이스라엘-신의 땅에서 울다가 웃다가 ②喜 소금꽃이 핀 호수에서 수영을

    이스라엘-신의 땅에서 울다가 웃다가 ②喜 소금꽃이 핀 호수에서 수영을

    ●喜 소금꽃이 핀 호수에서 수영을 Dead Sea 사해 바다는 죽어 소금을 남긴다. 일종의 유언장이다. 소금의 탄생기는 언제 들어도 신비로웠다. 대개 바다의 품을 떠난 물은 저수지, 증발지, 함수창고를 유랑하며 한 줌의 소금이 된다. 그러나 사해Dead Sea 소금은 강한 햇볕과 바람만으로 하얀 속살을 드러냈다. 사실 사해는 바다가 아니라 호수인데, 염도는 일반 해수보다 7~10배가량 더 높다. 어디 염도만 높을까. 피부에 좋은 미네랄도 일반 해수보다 수십배나 많다. 사해 물질로 만든 화장품은 이스라엘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하바AHAVA’는 국내에서도 시판 중인 화장품 브랜드 로 이스라엘에선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사해의 명성을 일찍이 들은 유럽인은 이곳에서 몇 날 며칠을 ‘잘 먹고 잘 쉬다 간다’고 했다. 이스라엘 접경지대인 이웃 나라 요르단에서도 사해가 펼쳐진다. 이스라엘에서 사해를 즐기려면 휴양단지인 엔보켁En Boqeq이 좋다. 이곳엔 르 메르디앙, 로열 리모님, 레오나르도, 크라운 플라자 등 이름난 숙소가 사해를 굽어보고 있다. 동남아 풀 빌라 못지않은 사해 리조트에 들어서자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었다. 특히 르 메르디앙은 사해의 물을 이용한 스파를 운영 중이다. 굳이 리조트 밖으로 사해를 찾아 나서지 않아도 실내에서 사해를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이 멀리까지 와서 진짜배기 사해를 놓칠 수 있나.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후 가운 하나 걸치고 리조트에서 10분 거리인 사해까지 나왔다. 모래가 펼쳐진 틈 사이사이로 소금 꽃이 만발했다. 조심스레 만져 보니 까끌까끌하면서도 끈적끈적하다. 본격적으로 물에 들어가면 몸이 공중부양 하는 것처럼 부웅 떠오른다. 무중력의 우주공간과 다를 바가 없다. 몸이 따끔따끔하다면 상처를 비집고 사해의 성분이 침투했다는 증거다. 잠시 몸을 담그고 나왔을 뿐인데 전신 마사지를 한 것처럼 몸이 매끈해졌다. 그러나 사해와는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너무 오래 물속에 들어가 있으면 오히려 피부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제아무리 ‘수영 황제’ 펠프스가 울고 갈 만한 수영 실력을 뽐낸다고 한들, 헤엄을 쳐서도 안 된다. 사해는 성분도 성분이지만 지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유명하다. 해발 -417m. 사해는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그냥 놔 주지 않았다. 고도차 때문에 귀가 멍해졌으며 소금 꽃의 향기는 오래도록 코끝을 맴돌았다. 1 생물체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염도가 높은 사해에선 몸이 둥둥 뜬다. 물 위에 떠서 신문을 펼친 여행자의 표정이 즐겁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사해 즐기기 당일 관광 프로그램, 숙소 등 사해를 야무지게 즐길 수 있는 고급 정보를 현지 홈페이지에서 찾아보자. 사해 주변에선 산악 바이크 대회Festival of Mountain Bikes Race, 엔게디 국제 세미 마라톤 대회The Ein Gedi International Semi-marathon Race 등 다양한 스포츠 축제도 열리니 참고할 것. www.deadsea.co.il 네게브 사막은 이스라엘 국토의 50~60%를 차지한다. 러시아에서 왔다는 어느 배낭 여행객은 바이크로 사막을 누비는 중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척박한 땅에서 받은 후한 대접 Desert사막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 우물이 숨어 있어서 그래.” 황량한 그곳엔 어린왕자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이스라엘 국토의 50~60%가 바로 사막이다. 사막을 떠올리면 목이 칼칼해지고 머리가 띵해진다. 이 척박한 토양에도 꽃은 핀다. 이스라엘 민족은 선인장을 닮았다. 강한 조상을 둔 까닭인지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는 네팔이나 남미다. 남자도 여자도 군대를 제대하면 무전여행을 하며 세상을 배운단다. 유대인은 사막을 일궈 정착하는 삶을 택했지만 유목민인 베두인은 한곳에 뿌리내리는 것을 불명예로 여긴다. 이스라엘, 요르단 등 중동의 사막을 떠돌며 사는 그들을 꼭 만나고 싶었다. ‘베두’란 말 자체도 아랍어로 직역하면 ‘사막’이다. 일단 베두인의 무대인 사막을 지프차를 타고 달렸다. 황토 빛깔 바람을 일으키며 사륜구동 자동차가 앞으로 나가자, 아웃도어 광고의 한 장면 같은 절경이 펼쳐졌다. 너른 사막의 한가운데는 난데없이 작은 폭포가 보였다. 휴가 나온 군인들이 그곳에서 아담과 이브처럼 부끄러움도 잊고 첨벙첨벙 물놀이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기다란 뿔이 매력적인 아이벡스도 예고 없이 불쑥불쑥 나타났다. 네게브 지프 투어는 아프리카 탐방만큼이나 이색적이다. 지프 투어의 막바지, 베두인 숙소를 찾아갔다. 베두인의 손님맞이는 극진하기로 유명하다. 차와 양고기 요리 등을 넘치도록 준비해 손님이 두 손을 들 때까지 대접한다는 얘기를 익히 들었다. 접시를 비우면 금방 또 음식을 내어 오기 때문에 소량의 음식을 일부러 남기는 게 좋다. 없는 살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방인을 거두는 그들은 ‘자신이 누군가를 거두면 언젠가 자신도 남에게 도움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단다. 베두인의 공동체 의식은 ‘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현대인이 배워야 할 미덕으로 보였다. 2 사막을 이리저리 떠도는 베두인을 만나면 낙타를 탈 수 있다 2 지프 투어 중 불쑥 나타난 아이벡스. 뿔이 매력적이다 3 경상남북도 크기의 이스라엘이 거대한 사막을 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지프 투어 & 베두인 체험 네게브 사막 일대를 지프차로 달리고 싶다면 현지 여행사를 통해 미리 예약해야 한다. 비용은 인원수, 코스,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5~6인이 2~3시간을 탑승할 때를 기준으로 보면, 1인당 약 39달러가량 든다. 지프투어를 예약하면서 베두인 식사 체험을 동시에 예약할 수도 있으니 참조할 것. 지프 투어 예약 www.negevjeeptours.com, www.negevjeep.com/english 베두인 체험 예약 www.hanokdim.com 예술가의 마을에서 타박타박 Mediterranean Sea지중해 경상남북도 크기의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다. 몸집은 작지만 오밀조밀 없는 게 없다. 사해와 사막만 봐도 그랬다. 자그마한 몸으로 어찌 저리 위대한 것을 끌어안고 사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이스라엘에서 지중해를 마주쳤을 땐, 사해나 사막을 만났을 때보다 몇 배는 충격이 더 컸다. 대형 쇼핑센터, 유명 호텔, 화려한 레스토랑과 카페 등…. 이스라엘을 향해 던졌던 선입견이 티 없이 맑고 푸른 지중해에 부딪혀 흩어졌다. 이렇게 따뜻해도 이렇게 다정해도 좋을까 싶을 정도로 지중해변과 맞닿은 이스라엘은 ‘평화’ 그 자체였다. 지중해의 물살은 봄의 언덕으로 불리는 텔아비브Tel Aviv, 로마 시대의 원형 극장이 보존된 카이사레아Caesarea, 무역의 중심지 하이파Haifa, 십자군 시대를 재현하는 아코Akko 등을 타고서 분주히 흘렀다. 압권은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20여 분이면 당도하는 텔아비브다. 텔아비브는 항구도시라는 신분을 과시했다. 정통성을 지키는 데 급급했던 여타의 도시와 달리 텔아비브는 외지인이 몰고 오는 낯선 기운을 흡수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이 임시수도 역할을 한 것처럼 텔아비브도 잦은 싸움에 지친 예루살렘을 대신해 제2의 도시로 성장했다. 디아스포라를 겪은 유대인이 하나둘씩 텔아비브로 밀려왔으며 1948년, 마침내 이곳에서 초대 수상 벤 구리온이 “이스라엘이라 불리는 국가를 팔레스타인에 세울 것을 선언한다”고 낭독하기에 이른다. 정신없이 돌아가던 텔아비브의 시곗바늘이 네베쩨덱Neve Tzedek에선 느릿느릿 움직였다. 유럽의 아기자기한 소도시를 닮은 네베쩨덱은 빛과 색을 중시한 인상파 미술작품과 같다. 세계 각지를 떠돌다 돌아온 유대인의 영혼이 깃든 그곳엔 파스텔톤의 집, 히피족이 장난친 것만 같은 거리 벽화가 알록달록하게 펼쳐졌다. 네브쩨덱만큼이나 예술가의 기운이 충만한 곳은 ‘욥바’다. 욥바의 애칭은 올드 자파Old Jaffa. 텔아비브 해안가에서 남쪽으로 떨어진 욥바의 갤러리들은 하나같이 포스트모더니즘을 따랐다. 그중에서도 욥바의 랜드마크인 베드로의 교회를 따라 내려가다 마주친 일리아나 구어 박물관Ilana Goor Museum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박물관 옥상에 서면 욥바 일대가 한 장의 파노라마 사진이 되어 돌아온다. 박물관을 채우고 있던 다소 난해한 미술작품들은 알면 알수록 더 알쏭달쏭해지는 이스라엘과 통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책꽂이]

    근대영국헌정 (이태숙 지음, 한길사 펴냄) 헌정사의 관점에서 영국을 살폈다. 영국인들은 스스로 세련된 맛이 부족하고 무뚝뚝하며 차가워 살갑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실하고도 훌륭한 정치체제를 통해 세계 패권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대단했다. 영국 헌정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고정된 헌법전이 없다는 점이다. 또 다른 특징이라면 텅빈 공간이다보니 논의가 확산됐고 많은 얘기들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래저래 중심을 잡아왔다는 것이다. 보수주의의 원조인 에드먼트 버크, 최초의 페미니스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등을 거쳐 영국 헌정체제를 가장 엉망으로 망쳐놨다 평가받는 마거릿 대처까지, 영국 헌정 체제에 대한 논란을 담았다. 3만원. 숫자의 문화사 (하랄트 하르만 지음, 전대호 옮김, 알마 펴냄) 행운의 수, 불행의 수, 마법의 수, 성스러운 수. 그냥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는 수를 둘러싸고 각 문화권마다 다양한 금기나 관습을 가지고 있다. 그런 금기나 관습이 생겨나게 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숫자 개념이라는 것이 각 문화권에서 어떻게 생겨나고 자라왔는지를 추적해뒀다. 옛 아메리카, 유대인, 고대 유럽, 인도-아라비아 숫자, 중구문화권 등으로 분류되어 있다. 1만 3500원. 니체 자서전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성균 옮김, 까만양 펴냄) 니체가 예나 정신병원에 있을 1889년 직접 써서 밀반출한 뒤 1927년 영어 번역본이 출간된, 그럼에도 이런저런 사연으로 니체의 육필 원고가 분실되면서 위작논란에 휩싸인 책이다. 2만원. 코펜하겐에서 일주일을 (유승호 글, 가쎄 펴냄) 유엔이 실시하는 삶의 질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덴마크 관찰기다. 유럽은 복지 때문에 썩어 문드러지는 곳일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정치면에서는 종북좌파라 욕하고, 경제면에서는 나라 살림 거덜낼 포퓰리즘이라 씹는 보수언론도 간혹 기획특집기사에서는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곳으로 묘사하니까.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의 기준이 뭘까에 대해 먼저 얘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저자가 현지 덴마크인들에게 직접 들어서 구성했다. 1만 2000원. 실천윤리학 (피터 싱어 지음, 황경식·김성동 옮김, 연암서가 펴냄) 생명윤리 문제를 다루면서 낙태 찬성, 안락사 지지 등을 표방해 숱한 논란에 휩싸였던 저자가 윤리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해뒀다. 기후변화, 테러, 시민불복종의 문제 등을 다루면서 어떻게 하면 도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2만 5000원.
  • 부처에 임의예산 7% 감축 통보

    부처에 임의예산 7% 감축 통보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 재원이 당초 135조원에서 10조원 정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복지 재원 등이 적게 산정됐다는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감안, 기획재정부가 전체 재원을 다시 계산한 결과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최근 각 부처에 임의로 쓸 수 있는 사업 예산을 7% 정도씩 줄이라고 통보했다. 이어 다음달 말까지 전체 재원 및 연도별 주요 공약 사업을 확정할 계획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대통령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세출입 구조조정을 어떻게 진행하고, 이를 통해 만들 수 있는 금액이 얼마나 될 것인가를 추산하는 과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약재원은 당초 예상됐던 135조원보다 10조원 정도 늘겠지만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복지공약 실행을 위한 재원이 새누리당 안보다 2~3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새누리당 안의 두 배인 270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예상한 재원 증가분은 이보다는 훨씬 적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예산 편성과 세수 등 등 나라 살림살이의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 공약재원 중 가장 덩치가 큰 부문은 71조원의 세출 구조조정이다. 이를 위해 재정부는 비공식적으로 각 부처에 ‘공약집 내용을 기초로 재량지출 부분에서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보고하라’고 통보했다. 사실상 공약집에 제시된 재량지출 7% 삭감안이 기준이 된 셈이다. 재량지출은 정부 부처가 임의로 쓸 수 있는 사업 예산을 말한다.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의무지출과 반대 개념이다. 올해 전체 예산 342조원 중 53.2%인 182조원 정도가 재량지출에 해당한다. 새누리당은 대선 공약집을 통해 재량지출 7%에 사회간접자본(SOC)과 산업지원 예산 7%, 교육·국방·연구개발 예산 2% 추가 삭감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내년에 16조 6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100조원 정도인 복지 지출은 삭감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는 부처별 재정지출 감축 가이드라인은 7%이지만 조정 과정에서 상황에 맞춰 소폭의 조정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일부 부처의 경우 10% 가까운 재정지출 감소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135조원의 구체안은 늦어도 4월 중 확정될 전망이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박근혜 파워엘리트 100인] (2)청와대 핵심 참모진

    [박근혜 파워엘리트 100인] (2)청와대 핵심 참모진

    인선과 조직에서 불완전하게 출발했지만 청와대는 명실상부한 ‘박근혜 정부’의 컨트롤 타워이자 권력의 심장부다.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주역들과 앞으로 5년간 ‘박근혜호(號)’를 떠받칠 실세들이 포진해 있다. 한편으론 과거 정권에서 나타나듯 청와대는 권력 투쟁과 암투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최고 권력자와 물리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권력의 힘이 커지고, 그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어서 역대 청와대 내 핵심 실세들은 마무리가 아름답지 못했다. ‘박심’(朴心)을 사로잡아 청와대에 입성한 파워엘리트 25인을 들여다본다. 당·정과 교감하고 조율하는 청와대 정무라인의 최고 꼭짓점은 허태열 비서실장이다. 친박(친박근혜)계 측근 인사인 데다 장·차관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인사위원장까지 겸직해 사실상 ‘2인자’로 볼 수 있다. 개인적 흠이 많았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허 실장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신뢰가 깊다는 것을 방증한다. 허 실장은 지난해 4·11 총선에서 ‘중진 물갈이론’이 떠오르자, 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불출마를 택할 정도로 충성심이 강하다. 다만 야당에는 ‘강경 인물’로 통해 정무 역할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허 실장이 비서실장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경우 이정현 정무수석에게 힘이 쏠릴 수도 있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의 ‘복심’이자 ‘입’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말과 움직임이 바로 박 대통령의 의중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인수위 시절처럼 몸을 낮추는 것이 오해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일각에선 현재 진행 중인 파행적인 청와대 비서관급 ‘기습 인선 흘리기’ 작업을 이 수석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무비서관에 내정된 김선동 전 의원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을 당시 비서실 부실장을 지낸 친박계 핵심 인사다. 18대 대선에서 직능본부와 종교특별본부를 동시에 수행하며 대선 승리에 일조했다. 묵묵히 맡은 일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스타일이다. 이처럼 정무라인의 ‘핵심 3인방’이 이른바 ‘친박 직계’ 라인이어서 내부 소통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외부와의 소통에서는 ‘듣고 싶은 것’만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범(汎)정무라인으로 볼 수 있는 홍보와 대변인엔 전문가 출신과 측근 그룹이 섞여 있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예능 PD 출신으로 보도본부장을 지낸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18대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외곽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원 홍보기획비서관 내정자는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이며, 백기승 국정홍보비서관 내정자는 대우그룹 홍보맨으로 2007년 경선 때부터 박 대통령을 도운 인사다. 최상화 춘추관장 내정자는 친박 인사로서 대선 캠프에서는 직능총괄단장, 인수위에선 대통령 취임준비위실무단장을 맡았다. 윤창중 대변인은 인수위 대변인에 이어 ‘대통령의 입’을 맡게 됐고, 김행 대변인은 전문성과 보수적 성향이 발탁의 주요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녀 대변인 모두 소통엔 서투르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한동안 불통의 청와대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어느 보직을 맡느냐가 관심 사항이었던 박 대통령의 ‘측근 3인방’은 청와대 살림과 일정, 민원 업무 등을 맡는다. 박 대통령의 1998년 정치 입문 이후 15년 동안 곁을 지켜온 ‘3인방’은 비서실장 소속 비서관실에 배치돼 향후 5년간 박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게 됐다. 정책을 주로 담당해 온 이재만 전 보좌관이 총무비서관으로 청와대 살림을 도맡는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대통령 일정을 전담하는 제1부속비서관에 내정됐다. 안봉근 전 비서관은 기존에 대통령 부인 보좌 전담이었던 제2부속실 비서관을 맡아 주로 청와대 관련 민원을 다루게 됐다. 앞서 정 전 비서관은 정무·메시지를, 안 전 비서관은 일정·수행을 담당해 왔다. 이들은 지난 대선 기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춘상 전 보좌관과 함께 ‘문고리 권력‘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비서실 부실장을 맡겼던 조인근 전 중앙선대위 메시지팀장은 연설기록비서관에 내정됐다. 조씨는 2007년 대선 경선 때도 당시 후보였던 박 대통령 캠프의 정책메시지 총괄부단장으로 연설문을 담당했다. 정책라인의 최고 실세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를 꼽을 수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안보 문제가 박근혜 정부의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김 내정자의 발언권이 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꼿꼿 장수’로 유명한 김 내정자는 국방부 장관을 거쳐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국방정책 전문가로서 박 대통령의 국방·안보 분야 공약을 주도했다. 지난 정부 때와 명칭이 바뀌었지만, 아직 정부조직법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내정자 신분이다. 정책라인 인맥에는 ‘써 본 사람 또 쓰기’라는 박 대통령 특유의 인사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됐다.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은 18대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과학기술특보를 지냈으며, 곽상도 민정수석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최성재 고용복지수석,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은 인수위 출신으로 청와대에 직행했다. 특히 최 수석은 국가미래연구원과 대선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인수위를 모두 거친 이른바 ‘박근혜 정책사단’을 대표하는 인사다. 최 수석은 고(故) 육영수 여사가 설립을 주도했던 서울대 엘리트 기숙사인 ‘정영사’(正英舍) 출신이다. 정영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 여사의 가운데 글자인 ‘정’과 ‘영’을 따서 지어졌다. 박 대통령도 1975년 정영사 동문회장이던 최 내정자를 청와대에 초청해 지원금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전문성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인사도 있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정통 외교관으로 프랑스 대사와 외교통상부 본부대사, 모로코 대사 등을 지냈다. 외교부 내 비주류 출신이어서 안보 외교 경험이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옛 재정경제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재정경제부 정책조정심의관, 경제정책국장을 거치며 정통 경제관료로 경력을 쌓았다. 참여정부 말기에 재경부 차관보를 맡으며 부동산정책 등 거시경제 정책을 맡았다. 사회안전비서관으로 내정된 강신명 전 경북지방경찰청장과 공직기강비서관에 내정된 조응천 변호사도 눈길을 끈다. 경남 합천 출신인 강 비서관은 청구고를 졸업하는 등 어린시절을 대구에서 보냈다. 경찰대를 나와 서울경찰청 경무부장과 경찰청 정보·수사 국장을 역임했다. 조 비서관은 인수위 전문위원 출신이다. 경제금융비서관에 내정된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덕수상고 출신으로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육영수 장학금’을 받아 학교를 다녔다는 후문이다. 그는 기획재정부 성장기반정책관과 대외경제국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추진단장 등을 거쳤다. 청와대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경호실을 책임지는 박흥렬 경호실장도 핵심 인사다. 장관급으로 격상된 데다 경호실 조직도 확대되면서 제3공화국의 ‘막강 경호실’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호실장의 장관급 격상은 과거 유신체제와 군사정권으로 대변되는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군 출신의 경우 소장·중장 출신으로 경호실장을 임명하는 관례를 깨고 육군을 대표하는 참모총장(대장)을 임명해 이 같은 우려를 더한다. 박 실장은 육군참모총장 당시 국방부장관이었던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와 2년 가까이 호흡을 맞췄다. 군에서는 인사참모부장과 육군발전위원회 위원장, 3군단장(중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으며, 특히 인사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생가터에 조형물 설치·풍물공연… 축제 분위기

    생가터에 조형물 설치·풍물공연… 축제 분위기

    박근혜 대통령의 생가터가 있는 대구 중구 삼덕동 일대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 주관의 축하 이벤트가 열렸다. 생가터는 현재 도시개발로 흔적이 남아 있지 않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신접살림을 차린 한옥이 있던 곳이다. 이 날 오전 10시 40분 풍선 100여개가 하늘 위로 떠오르자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를 나타내는 조형 사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박 대통령 취임을 맞아 이곳에 생가터를 표시하는 조형사인물을 설치했다. 이어 삼덕동 주민들로 이뤄진 ‘영남풍물보존회’가 흥겨운 공연을 펼쳤고, 이를 지켜보던 시민 100여명은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췄다. 삼덕동 류진기(65) 주민자치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태어난 곳의 주민으로 자랑스럽고 긍지를 가진다”며 “앞으로 박 대통령이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이룰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생가터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전현숙(45·여)씨는 “박 대통령이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걸 듣고 너무 기뻤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상점에 들러 기념사진을 찍고 간다”면서 “서민과 소외계층이 행복하고 도움이 되는 정치를 펼쳐 세계에서 존경받을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주민 정순자(49·여)씨는 “가슴이 벅차오르고 감회가 남다르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시론] 새 정부 경제정책의 과제/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시론] 새 정부 경제정책의 과제/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박근혜 정부 출범의 모양새가 썩 좋지는 못하다. 국무위원 임명절차가 늦어졌고, 새 대통령의 지지율은 저조하다. 대통령이 당선인으로서 지금까지 행한 중요한 통치행위는 국무위원 및 청와대 보좌진의 인선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지휘하여 국정과제를 정리한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실망스러웠다. 핵심 선거공약이자 가히 시대정신이라고 할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그리고 국민통합의 정신이 후퇴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민생 안정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박근혜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 성공의 관건은 이러한 시대정신을 잘 구현해 내려는 진지한 노력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추구해야 할 근본적인 과제는 누가 뭐래도 경제민주화여야 한다. 경제민주화는 지난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주요 정치세력과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국민적 합의사항이다. 이는 국민소득은 증가해도 대다수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는 모순된 현실의 산물이다.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가 마치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성장과 배치되는 것인 양 얘기하기도 한다. 이는 잘못된 시각이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안정된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 경제민주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경제력 집중과 마구잡이 규제 완화는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수위가 제시한 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가 빠진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다. 경제민주화 관련 세부 정책들이 추진과제에 포함되었으니 상관없다는 것은 매우 안이한 인식이다. 경제민주화는 재벌과 모피아 등 거대한 기득권 세력에 맞서 싸우면서 추진해 나가야 하며 오랫동안 형성된 관행과 의식을 혁파하면서 이루어 나가야 하는 지난한 과제다. 입법과정에서의 각종 로비는 물론이고 성장우선론과 시장주의, 경제위기론과 속도조절론 등 수많은 반론을 뚫고 나가야 한다. 정부가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천명하여 힘을 싣지 않는다면 경제민주화 정책들이 제대로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 경제팀의 면면을 보면 경제민주화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경제팀을 이끌어 나갈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규제 완화, 시장주의, 성장 중시의 경제관을 가진 인물들이다. 자칫 경제민주화는 시작도 하기 전에 폐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하게 된다. 그래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항상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임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최우선 공약이었음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고 본다. 경제민주화처럼 저항이 만만치 않을 정책은 새 정부 초기에 강력하게 추진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대통령이 직접 경제민주화가 여전히 국정의 최고 목표임을 확인해 주었으면 한다. 한 가지 방법은 국민경제자문회의를 경제민주화추진위원회로 개편하고, 김종인(경제민주화 공약을 주도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박사를 의장에 임명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외에도 새 정부가 주력해야 할 많은 경제정책 과제들이 있다. 몇 가지 중요한 것만 언급한다. 불확실한 세계경제의 파고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 환율 관리와 자본유출입 관리를 위한 정책수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토빈세 도입을 권한다. 가계부채 문제가 뇌관으로 남아 있다. 부동산 시장 붕괴를 방지하고 하우스푸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은 금물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여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재정문제도 걱정이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공약 탓에 인수위는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재원조달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부유세를 포함하여 증세방안을 준비할 것을 촉구한다. 박정희 시대에 무리한 고도성장을 추진하면서 왜곡된 경제구조를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잡는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 일주일 앞둔 中 최대 정치행사 ‘양회’ 관전 포인트

    일주일 앞둔 中 최대 정치행사 ‘양회’ 관전 포인트

    중국 최대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양회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는 국가주석에 선출돼 명실상부하게 공산당과 인민해방군,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된다. 국정자문회의 격인 정협은 다음 달 3일, 그리고 국회 격인 전인대는 5일 개막한다. 시 총서기에게 이번 양회는 전권 장악의 ‘화룡점정’ 정치쇼가 되는 셈이다. 중국 공산당은 양회 개막에 앞서 26일부터 이틀간 18기 2중전회(18기 중앙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열어 양회 안건을 확정키로 했다고 24일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전인대와 국무원 등의 국가기구 인선안, 국무원 조직개편안, 정부업무보고안 등을 확정한 뒤 전인대로 넘겨 형식적인 최종 승인 절차를 밟게 된다. 최대 관심은 국가기구 인선안이다. 시 총서기 체제의 당정군 재편이 완료되는 까닭이다.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시 총서기는 국가주석과 국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선임된다.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는 국무원 총리가 돼 나라살림을 맡을 예정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완전히 2선으로 물러난다. 장더장(張德江)은 전인대 상무위원장, 위정성(兪正聲)은 정협 주석에 내정됐고, 류윈산(劉雲山)은 ‘전공’대로 사상 및 선전 부문 상무위원에 낙점됐다. 장가오리(張高麗)는 리커창의 뒤를 이어 국무원 상무부총리에 선임될 예정이다. 왕치산(王岐山)은 이미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로 임명됐다. 최고지도부 입성에는 실패했지만 ‘5년 뒤’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계열의 리위안차오(李源潮)·왕양(汪洋) 정치국 위원은 각각 국가 부주석과 부총리에 올라 대부(大部)제 개편 과제를 지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리위안차오의 전인대 제1부위원장 안배설도 나온다. 또 장가오리와 왕양을 비롯해 류옌둥(劉延東)·마카이(馬凱) 정치국위원이 ‘부총리 4인방’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요 2개국(G2) 위상에 걸맞게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격을 높여 왕후닝(王?寧) 정치국위원에게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양제츠 외교부장이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대부제 개혁의 경우 최근 정치국 회의에서 ‘점진적으로 신중히 추진한다’는 기조를 정함에 따라 정부부처 통폐합 개혁은 소폭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토 분쟁의 최전방에 있는 국가해양국의 권한은 크게 커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인대 개막식 때 발표될 정부업무보고에서 제시할 올해 경제성장목표는 7.5% 안팎 수준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원 총리가 마지막으로 정부업무보고를 하고, 전인대 마지막 날 총리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리커창 신임 총리가 데뷔하게 된다. 시 총서기의 형식주의 타파 지침에 따라 열흘씩 열리던 정협과 전인대 회기는 하루씩 단축된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공맹에 묻힌 儒家의 신선한 이단아 순자, 매력 발산하다

    공맹에 묻힌 儒家의 신선한 이단아 순자, 매력 발산하다

    고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맹꽁’이 소리는 끊이질 않는데 그 속에서 슬쩍 빠진 사람이 있습니다. 순자입니다. 옆집 아주머니 순자도, 29만원으로 수년간 억척살림을 꾸려오고 계신 그분도 아닙니다. 춘추전국시대 마지막 유학자로 성악설을 주장한 그 순자입니다. ‘순자교양강의’(우치야마 도시히코 지음, 석하고전연구원 옮김, 돌베게 펴냄)는 출판 담당 1년 만에 처음 받아보는 순자 책입니다. 다른 분들은 인문교양은 물론, 아동·청소년 책까지 이래저래 많이 봤는데 순자는 처음입니다. 궁금해서 한국언론재단 기사 검색 서비스를 이용해봤습니다. 중앙종합일간지 기준으로 지난 1년간 ‘공자’는 2752건, ‘맹자’는 276건이 나왔습니다. ‘순자’는? 무려 1067건입니다. 자세히 보니 ‘공자’ 검색 결과에도 국가 유‘공자’와 금품 제‘공자’가 끼어 있긴 합니다만 ‘순자’ 검색 결과는 대부분이 이웃집 어머니나 성공하신 여사장님 이름이거나 펀드‘순자’산이더군요. 교보문고 인터넷 홈페이지도 찾아봤습니다. 인문서 기준으로 검색했더니 ‘공자’ 224권, ‘맹자’ 210권, ‘순자’ 38권입니다. 책이다 보니 국가 유‘공자’와 금품 제‘공자’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자 혹은 번역자 이름으로는 순자씨가 계십니다. 이건 양이 얼마 안 되니 직접 셌습니다. 그러니 12권 빼고 달랑 26권이 남더군요. 인터넷서점 예스24로 검색해도 ‘공자’ 578권, ‘맹자’ 204권인데 ‘순자’는 고작 40권입니다. 고전을 즐기시는 분들 가운데 책의 문장 그 자체로만 보자면 순자를 최고로 꼽는 분들이 있습니다. 인(仁)을 강조한 공자가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느낌이라면, 호연지기(浩然之氣)와 역성혁명(易姓革命)으로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맹자는 그답게 우락부락한 열혈청년처럼 느껴지고, 순자는 논리적으로 똑 부러지면서도 절묘한 비유나 천연덕스러운 대구가 많아서 아주 재미나게 읽힌다는 평입니다. 저자의 평가도 그렇습니다. 맹자를 두고 “‘맹자’에 근거해서 보면 상승지향형으로서 자존심이 무척 세고 험하게 말하면 속물 같은 구석이 있다”고 해뒀습니다. 반면 순자에 대해서는 “명석한 논리전개 방식이나 주도면밀한 어조 등으로 추측건대 돈후하며 치밀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다소 소박한 개성의 소유자”라고 평했습니다. 그런데도 순자는 왜 이리 인기가 없는 것일까요. 제일 큰 원인은 아마 성악설 때문일 겁니다. 인간을 못 돼먹은 존재로 봤고, 그 때문에 성선설에 기반한 유학의 도통에서 이단 취급 당했습니다. 이단 취급 받았으니 후대 영향력도 컸다고 볼 수는 없고, 더구나 제자 이사와 한비가 진시황의 부름을 받아 통일 제국에 기여하는 법가의 인물이 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순자의 매력을 이런 이단적 성격에서 찾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책의 뼈대인데 몇 가지만 꼽자면 이렇습니다. 일단 ‘천인지분’(天人之分), 즉 하늘과 사람은 별개라 선언합니다. 천명을 중시했던 공맹과 달리 하늘은 하늘대로 살고 사람은 사람대로 살라 합니다. 유물론, 무신론, 인간 주체성 등 현대적인 성격이 도드라집니다. 두 번째로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이 현대 민주정치에 보다 잘 어울립니다. 권력분립과 견제의 원리가 왜 나왔겠습니까. 못 믿겠으니 서로 견제하도록 하자는 것 아니겠습니까. 세 번째는 분(分) 개념입니다. “인간은 자연적으로 군(群)을 형성하지만 성(性)이 악하기 때문에 질서가 필요하고 이것이 곧 분(分)인데 이 분을 선왕의 작위로 인위적으로 실현한다고 보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공자가 정명(正名)을 말했다면 순자는 제명(制名)을 말합니다. 정명이 변화하는 현실을 과거로 되돌리자는 것이라면, 제명은 변화한 현실에 맞춰 군주가 적당한 이름을 만들어주라는 쪽에 섭니다. 옛 요순시대가 무조건 좋았다던 공맹의 복고적 태도에 비해 진일보한 자세입니다. 네 번째는 예(禮)의 개념입니다. 성이 악하다는 말은 서구적인 의미에서의 절대악 같은 개념이라기보다, 가만 앉아 있으면 저절로 착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에 더 가깝습니다. 법(法)이니 형(刑)이니 하는 것은 예에 따른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분(分)은 또 농업뿐 아니라 상공업의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역할이 나누어져 있다면 농업도 있겠지만, 상업도 있고 공업도 있는 겁니다. 이는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부강한 나라에 대한 개념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연구자들 가운데서는 현대인들이 공자, 맹자보다 순자를 더 열심히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습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동양에서 유학의 도통을 이어받은 이가 맹자가 아니라 순자였다면 이후 동양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성인군자 같은 정치인 뫼시려고 5년 주기로 대통령 갈아치우는 역성혁명하고 국회의원 3분의1을 갈아치우는 공천혁명을 해봐야 살림살이가 얼마나 나아졌는지요. 그보다는 성악설에 맞춰 각 기관별 권한을 철저히 제한하고 경제활동을 부추기는 데 집중한다면 어떨까 싶은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저자도 책 전반에 걸쳐 맹자와 순자를 비교하면서 은근히 맹자를 낮춥니다. 맹자를 두고 “비록 객관적으로 공상가로 보였어도 주관적으로는 그 이상 정열적일 수 없었다”는 식으로 묘사합니다. 뜻은 가상하나 헛된 얘기만 했다는 것이지요. 이 책의 매력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순자 역시 실패자입니다. “순자가 살던 시대에 법(法)과 형(刑)은 국가 권력 행사 수단으로서 이미 홀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예(禮)를 통해 유가의 덕치(德治) 이념을 끝까지 지켜내려 헛심을 썼다”는 겁니다. 더 나아가 그냥 실패만 한 게 아니라 “사이비 예의 왕국인 전제국가의 가면으로서 예교국가가 정착”되어버리는 데 역설적으로 기여했다고 호되게 비판합니다. 잘 다뤄지지 않는 순자를 불러냈으면서도, 동시에 우와~ 우와~ 박수치고 감탄만 하는 고전 읽기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신선함이 한층 더 합니다. 1만 5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금융권 머니게임에 서민들 놀아나고 있다”

    “금융권 머니게임에 서민들 놀아나고 있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이진명(35)씨는 매일 아침마다 신문의 경제면을 빼놓지 않고 읽는다. 괜찮은 재테크 정보는 오려 두기도 한다. 1년에 한두 권꼴로 읽는 책은 재테크서가 유일하다. 온라인서점 ‘비즈니스·경제’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가운데 고른다. 요즘에는 주식 투자에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온라인 재테크 카페도 하루에 서너 번은 들어가 본다.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하면서 알게 된 카페인데 각종 재테크 정보가 올라와 가끔은 신문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이씨는 “친구들과 만나도 부동산, 주식, 펀드 이야기를 주로 한다”면서 “요즘 은행 이자가 워낙 낮아서 주식 투자를 시작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재테크 과잉 시대다.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에 접어든 데다 경기 부진 장기화로 소득마저 줄어들면서 돈 불리기가 핵심화두로 떠올랐다. 인터넷 공간에는 수많은 재테크 카페들이 활거 중이다. 재테크 서적이 홍수를 이룬 지는 이미 오래다. 최근에는 각 금융사의 재테크 강연이 중장년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다. 부동산에서 펀드로, 펀드에서 다시 뉴타운으로 대박 신화가 옮겨가면서 재테크 열기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러다 보니 재테크를 하는 사람은 하는 대로, 하지 않는 사람은 하지 않는 대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테크 신화는 허상”이라고 잘라 말한다. 현대인의 조급증과 금융권의 과도한 마케팅이 ‘재테크 거짓 신화’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사들이 자사 상품 팔기에 집중하면서 그것이 마치 재테크인 양 둔갑시켰다”고 비판했다.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월급쟁이들이 자산 불리기에 급급해하는 것도 이 같은 허상을 키웠다는 게 조 대표의 분석이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재무상담사)도 “월급쟁이들의 로망이 월세 받고 사는 것 아니냐. 이 사회가 극히 드문 성공사례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과대포장했다”면서 “금융권의 머니게임에 대다수 서민, 중산층이 놀아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5년 ‘주(住)테크’ 광풍으로 ‘하우스 푸어’(빚을 내 집을 샀다가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빈곤층)가 양산된 것은 그 단적인 예라고 제 대표는 덧붙였다. 저축률이 크게 떨어진 데는 저금할 여력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요인이지만 이렇듯 너도나도 재테크 신화를 꿈꾸는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 총저축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0.4%다. 1982년 3분기(27.9%)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가계 순저축률(처분 가능한 가계소득 대비 저축 비율)은 2011년 말 2.7%로 떨어졌다. 재테크에 쏟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계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빚은 오히려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계빚(대출+외상구매)은 959조 4000억원이다. 석 달 전보다 23조 6000억원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자영업자를 포함하면 1000조원이 훨씬 넘는다. 빚 부담이 커지면서 중산층도 줄었다. 1990년까지만 해도 중산층 비중은 75.4%였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2010년 67.5%로 감소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재테크가 아니라 재무 관리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빚을 먼저 줄인 다음 수입·지출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 대표는 “우리 부모님 세대는 적금이 만기가 되면 가전제품을 교체하는 식으로 조금씩 살림을 불려왔는데 그것이 현명한 재무관리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도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은 나라의 공통점은 저축률이 높다는 것”이라며 “국민 스스로가 ‘카더라’식의 재테크 허상을 좇을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보를 얻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도한 재테크 열기는 버블(거품)을 낳고 이는 결국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로 돌아온다는 경고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CHINA] 창춘, 안개도시의 사람들

    [CHINA] 창춘, 안개도시의 사람들

    영하 30도는 아무것도 멈추지 못했다. 그런 날에도 창춘 사람들은 얼음수영을 하고, 조깅을 즐기고, 스키를 탄다. 이곳에서 추위는 안개처럼 사소한 불편일 뿐이다. 1월1일의 한국은 추웠다. 그후 며칠은 영하 22도까지 내려가는 기록적인 한파 뉴스가 연일 TV를 장식했다고 들었다. 그날 나는 중국 길림성 창춘의 한복판에 떨어졌다. 안개가 자욱한 아침이었다. 그리고 또, 안개가 자욱한 저녁이었다. 시야가 뿌옇다고 해야 할지, 혹은 하얗다고 해야 할지 잘 알 수 없었지만 그 촉감만큼은 명확했다. 피부를 찌르는 듯한 축축한 한기. 창춘의 겨울 속으로 걸어 들어간 첫 느낌은 그랬다. 그런 도시의 이름이 아이러니하게도 창춘장춘·長春. ‘긴 봄’이었다. 1, 4 매년 1월1일에 시작되는 창춘 빙설축제의 볼거리는 모두 눈에서 탄생한 것이다 2 인공호수변에 만들어진 창춘 징웨이탄 스키장은 크로스컨트리에 최적인 평지 지형으로 이뤄져 있다 3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공산림이 만들어내는 설경도 인상적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추위는 사소한 불편이다 창춘 샹그릴라 호텔의 메이드가 침대 머리맡에 놓고 간 1월2일자 날씨 예보카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날씨 맑음, 최저기온 -28℃, 최고 기온 -18℃’. 레깅스 두 겹, 방한속옷 위에 면 티 4겹, 양말 두 켤레,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다운 점퍼에 장갑과 모자, 턱까지 감싸 버린 두툼한 목도리.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지만 미처 준비하지 못한 중요한 한 가지는 창춘시에서 준비해 주었다. 가이드를 통해 전달받은 마스크를 착용해서 눈을 제외한 모든 피부를 감싼 후에야 비로소 외출 준비가 끝났다. 버스 안의 온도는 한국과 비슷할 것 같았다. 영하 10도 정도? ‘잠깐이니’ 하며 옷깃을 여미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온 남자들의 표정이 호되게 당한 얼굴이었다. 버스 안에서 하얀 입김을 솔솔 뿜으며 가이드 애란씨가 말하길, ‘창춘은 겨울이 성수기인 여행지’라는 것이다.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잡은 하얼빈의 빙등제나 삿포로 눈 축제를 떠올리니 기대감이 몰려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금세 따뜻해지지는 않았다. 눈만 내놓은 사람들이 부지런한 걸음으로 빙설축제 개막식이 열리는 징웨이탄정월담·淨月潭 스키장 개막 무대를 향하고 있었다. 시내에서 20여 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창춘 시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휴식 공간인 징웨이탄 국가삼림공원은 4.3km2 넓이의 인공호수와 드넓은 인공산림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누각, 식물원, 골프장, 삼림욕, 동물원, 스포츠 클라이밍 시설을 갖추고 연중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지만 겨울의 징웨이탄에는 하늘과 땅의 경계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10월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모든 것을 덮어 버린 지 꽤 오래된 풍경이었다. 80년 전부터 조성되어 울창한 산림을 이룬 낙엽송, 사시나무, 자작나무, 느릅나무, 해화나무, 홍송 등도 모두 하얀 조끼를 껴입은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꽝꽝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썰매를 타거나 연을 날리는 사람들은 활기차 보였다. 호수 옆 공터에는 온통 눈으로 만든 건축물들이 세워졌다. 눈으로 조각한 동물상, 여인상들이 숲의 여기저기를 지키고 있었다. 사람들은 전혀 움츠러들지 않고 설경을 즐기고 있었다. 750만 창춘 사람들에게 영하 20도의 추위는 안개처럼 사소한 불편인 듯 보였다. ▶travie info 징웨이탄 스키장 완만한 구릉지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크로스컨트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도시형 스키장이다. 매년 원단(1월1일)에 이 스키장에서 개막해 4일간 진행되는 장춘 빙설축제도 국제 크로스컨트리 대회와 함께 진행된다. 창춘에는 징웨이탄 외에도 북대호 스키장, 연화산 스키장, 묘향산 스키장 등 3곳의 스키장이 더 있으며 2007년 동계아시안게임의 개최지이기도 하다. 입장료 30위안 개장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4시30분 찾아가기 창춘시 징웨이 경제개발구 동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시내에서 18km 떨어져 있다. 102번, 104번, 120번, 160번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문의 0431-8451-8000 마지막 황제의 마지막 자리 온도 차이가 있겠지만, 창춘 사람들과 우리가 공유하는 춥고 아픈 기억이 있다. 창춘은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킨 일제가 만주국滿洲國, 1932~1945을 세우고 그 수도로 삼은 도시였다. 당시 이름은 신징신경·新京. ‘일본의 새로운 수도’라는 뜻이다. 당시 만주국 황제가 살았던 황궁은 ‘위만황궁박물관’이 되어 일반인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만주국의 허수아비 황제로 살아야 했던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1906~1967’의 기막힌 인생살이가 고스란히 읽히는 곳이다. 황궁은 규모가 아주 크거나 호화찬란하지는 않았지만 궁으로서의 구색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깡마르고 내성적으로 보이는 16세의 소년 푸이가 사진 속에서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5명의 부인을 두었지만 성기능 장애로 단 한 번도 동침을 하지 않았다는 황제의 침대는 작았다. 하지만 변비가 심했던 황제의 화장실은 넓고 쾌적했다. 총명하고 아름다웠으나 신하와의 불륜으로(겁탈이라는 설도 있다) 아들을 낳았던 첫 번째 부인, 효각민황후완용 공주는 감금당한 채 아편 중독자가 되어 생을 마쳤다. 밀랍인형으로 재현되어 있는 그녀는 걷지도 못해서 누운 채로 신하에게 아편을 받아 피우고 있었다. 일본 여자와 결혼시키려고 일본은 부단히 노력했지만 푸이는 그것만큼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장 사랑했다는 3번째 부인 담옥령은 결혼 7년 만에 의문스러운 병사로 생을 마쳤다. 평소 일본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그녀는 가벼운 질병에 걸렸다가 치료를 받은 후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난 것. 만주국황궁 복원 사업에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창춘 출신이었던 4번째 부인 이옥금 여사였다. 푸이의 마지막 5년은 간호사 출신이었던 19세 연하의 마지막 부인 이숙현 여사가 함께했다. 이런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몇시간의 박물관 관람도 지겹지 않다. 창춘에 남아있는 만주국의 흔적을 하나 더 찾으라면 영화제작소다. 일본은 영화를 좋아했던 푸이 황제를 위해, 아니 그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창춘에 중국 최초의 영화제작소를 세워 주었다. 지금은 동북영화제작소로 이름을 바꾸고 2년에 한 번씩 창춘영화제도 실시하고 있다. 1 창춘은 일본이 세운 만주국의 수도였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만주황궁박물관의 안내원 2 창춘 샹그릴라 호텔 객실에서 내려다본 창춘 시내 전경 3 마지막 황제 푸이가 머물렀던 흔적이 만주황궁 곳곳에 남아있다 4 10월부터 3월까지, 영하 30도를 밑도는 혹독한 겨울은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5 물엿을 입힌 과일 꼬치는 인기 높은 길거리 간식이다 6 겨울날 창춘의 거리는 인적이 뜸하고, 꼭 그만큼 창춘 중앙시장에는 사람들이 붐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봄날의 장날’을 기다리며 창춘이 항상 춥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여름이 되면 38도까지 치솟는 극성스러운 더위가 찾아온다. 한국의 날씨와 흐름은 비슷한데, 좀더 ‘극적’인 셈이다. 그 사이에 잠깐 찾아오는 것이 있으니, 봄이다. 봄이 되면 창춘에는 나물과 특산물을 파는 큰 장이 서곤 했는데 정부는 이 기간 동안 상인들에게 면세 혜택을 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살림살이의 얼음까지 녹일 수 있었던 봄날이 길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이름이 바로 창춘이다. 지금이야 한겨울에도 시장에만 나가면 활짝 핀 꽃다발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시장의 계절감은 그만큼 모호하다. 하지만 두툼한 솜바지와 털 장식 부츠가 쌓여 있는 창춘에서만큼은 겨울스러운 시장을 만날 수 있었다. 월마트에 가서 보온물주머니를 2개 사고, 시장에 가서 발토시를 하나 샀다. 패딩 무릎 방한대처럼 한국에는 없을 것 같은 창춘만의 생활필수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국의 겨울도 만만치 않게 추워졌으니 말이다. 시장을 나와 택시를 잡기로 했다. 합승이야 기본으로 각오한 것. 하지만 창문을 빼꼼 연 택시들은 목적지를 듣는 둥 마는 둥 휑하니 멀어져 버리곤 했다. 그렇게 뒤꽁무니를 바라보며 30분을 서 있자니 발끝에 감각이 없었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사방에서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 소리와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로 몸을 던지는 사람들에 치이다 보니 갑자기 치열한 근성이 불쑥 올라왔다. ‘자동차성’이라는 닉네임이 있을 정도로 차가 많다는 창춘에서, 저렇게 많은 택시 중에서 단 한 대를 못 잡고 있단 말인가. 창춘은 1953년 중국 최초로 자동차 공장이 세워진 곳이다. 1956년에는 최초의 중국산 자동차 ‘해방표’가 공개됐다. 파란색 트럭이었다. 1988년에는 독일과 합작으로 폭스바겐 생산을 시작했는데, 그런 이유로 창춘에서는 택시의 흔한 기종이 폭스바겐이고, 자가용은 아우디가 많다는 것이 옆에서 함께 발을 동동 구르던 가이드 애란씨의 설명이었다. 덧붙여 최근에는 일본과 사이가 나빠지면서 일본 수입차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그런 설명이 무색하게 30분 만에 어렵사리 잡아 탄 택시는 달리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허름한 차였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달리기만 하면 되지.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것은 그만큼 소중한 법이다. 봄을 간절히 기다리는 창춘의 사람들에게 봄날이 얼마나 감사한 계절일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어서 오시게 봄! 부디 오래 머물다 가시게!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중국남방항공 kr.csair.com ▶travie info 항공편 중국남방항공은 서울-창춘 노선을 매일 운항하고 있다. 인천 출발편은 오전 9시40분, 귀국편은 창춘에서 오전 9시30분에 출발하며,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문의 1588-9503 kr.csair.com 위만황궁박물관 창춘시 동북부에 위치한 국가AAAAA풍경구로 만주국 황제 푸이가 살았던 황궁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황제의 경마장부터 침실 등 생활공간과 외빈접객실 등 당시 사용됐던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개방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여름철은 오후 5시50분까지) 입장료 성인 80위안, 학생 30위안 찾아가기 창춘역에서 택시로 10분 소요(창춘시 동북부 광복로 5번지 장통로와 섬서로 교차지), 버스는 80번, 264번, 225번, 114번, 256번, 276번, 287번 이용. 문의 0431-8286-6611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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