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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을 사람 없고… 얼쑤, 신명 잃고… 우리 전통 잊고

    이을 사람 없고… 얼쑤, 신명 잃고… 우리 전통 잊고

    우리의 전통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무형문화재는 계승자를 찾지 못하고 하나둘씩 맥이 끊기고 있다. 사회적 외면과 정부의 쥐꼬리만 한 지원, 지자체의 무관심 등이 원인이다. 우리는 고유의 문화를 잃고 있지만, 중국은 ‘문화 동북공정’을 앞세우며 우리 문화의 침탈을 가속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수년 내에 우리의 전통문화가 자취를 감출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 무형문화재의 현주소와 과제 등을 알아봤다.●“칼 만들어 어떻게 먹고사냐” 아들 말에 침묵 은장도 등 칼집 있는 작은 칼을 만드는 경북무형문화재 15호 장도장 후계자 이면규(60)씨는 “배우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자신이 15살 때 입문한 것과 딴판이다. 고민 끝에 4년 전 무역회사에 다니던 아들(33)에게 기술을 전수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어떻게 칼을 만들어 먹고살 수 있느냐’는 아들의 반문에 이씨는 답을 하지 못했다. 장도를 만들어 자식 교육 등 기본적인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씨는 “눈이 나빠져 제작에 어려움이 많다. 내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국가무형문화재 60호 장도장 보유자 박종군(57·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 이사장)씨는 ‘인간문화재’여서 정부 지원을 받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전남 광양에 작업장이 있는 박씨는 “한 달에 한 개 안 팔릴 때도 있다”며 “지역 내 초중학교에서 장도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해 살림에 보탠다”고 했다. 후계자가 없어 두 아들에게 가르친다. 그는 “후계자가 있어도 노사관계로 변해 매달 받는 150만원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희생해 우리 장도 문화를 물려주자’고 아들들을 꼬드겨서 겨우 전승하는 중”이라며 “중국이 우리 것들을 자기네 거라고 동북공정을 외치는데, 이러다가 나라까지 빼앗긴다”고 말했다.전승에 어려움을 겪는 분야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나무로 베틀을 만드는 국가무형문화재 88호 바디장은 충남 서천의 인간문화재가 숨진 뒤 끊겼다가 같은 마을 40대 젊은이가 잇고 있다. 바디장 보유자가 생존했을 때 배워 이수자가 됐다. 장경희 한서대 교수는 “무형문화재는 일반적으로 조상이 하던 것을 자식이 물려받는데 동네 청년이 전승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아직은 이수자로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해 건축일을 곁들여 ‘투잡’을 한다”고 전했다. 가죽으로 전통 신발을 만드는 국가무형문화재 116호 화혜장(갖바치) 등 후계 작업이 순조롭지 않은 종목이 수두룩하다. 26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가무형문화재는 149개 종목이 있다. 예능 52개, 기능 53개, 생활관습 8개, 의례의식 19개, 놀이무예 13개, 전통지식 4개다. ‘인간문화재’로 불리는 보유자는 175명, 그 밑 단계로 전승교육사(조교) 253명에 이수자는 6608명이 있다. 보유단체도 70개 있다. 문화재청이 관리 지원하는 국가무형문화재 외에 시도 무형문화재도 594개 종목이 있다. 강재훈 문화재청 사무관은 “일부 종목은 국가와 시도 둘 다 지정돼 있다”며 “하지만 바디장 등 4개 종목은 보유자가 없다”고 말했다.●종묘제례악 ‘1호’… 체육처럼 인기·비인기 갈려 국가무형문화재는 1964년 12월 종묘제례악을 1호로 출발했다. 한 번에 서너 개씩 지정돼 종목이 늘면서 스포츠처럼 인기·비인기 종목으로 나뉘고 있다. 그나마 대중이나 언론매체 등에서 관심을 보이는 판소리, 현악기(거문고, 가야금)는 인기가 있다. 반면 편종과 편경, 북은 비인기 종목이다. 거의 안 팔려 다른 직업이 없으면 전업으로 이어 가기엔 언감생심이다.사회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쪼그라드는 종목도 있다. 곰방대(담뱃대)를 만드는 제65호 백동연죽은 금연 문화·정책으로 소비가 급감해 겨우 명맥을 잇고 있다. 말총으로 제작하는 갓일, 망건장, 탕건장도 마찬가지다. 이지은 문화재청 사무관은 “백동연죽은 흡연 도구보다 주로 전시용으로 나간다”면서 “갓은 공연연기자 정도만 사 가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 단체 종목인 의례의식(19개)과 놀이무예(13개)는 농어촌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마을 주민이 나이 들어 하나둘 숨지면서 굿이나 풍어제를 벌일 사람이 사라진 것이다. 옛날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과 힘을 보태 잇던 생활 속 전통 의식이다. 이동순 사무관은 “참가 인원이 부족하면 어깨 너머로 배운 이웃 마을 주민이 나서 간신히 맥을 잇고 있지만 이마저 시골 교회에서 굿을 ‘미신’으로 봐 쉽지 않다”면서 “그동안 폐지된 의식은 없지만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사무관은 “시연 때마다 전승자들 간에 ‘원형 논란’이 인다”며 “원형이란 게 있을 수 없고 발전적 변화로 봐야 하지만 이마저 전승이 끊길 위기”라고 덧붙였다.●이수자 5년 넘게 해야 ‘전승교육자’ 시험 자격 문화재청은 인간문화재(보유자)에게 매달 150만원을, 전승교육자에게 70만원을 지원한다. 단체 종목에는 다달이 360만원을 주는데, 보유자가 없으면 550만원을 지원한다. 이수자는 지원금이 없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 연간 한 번 이상 언제 어디서든 실연할 의무가 있다. 문화재청은 실연 비용으로 8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수자도 공연전시 때 만큼은 연간 600만~800만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이처럼 급이 높아질수록 지원금이 더 많아져 장인들이 승격을 위해 온 힘을 쏟지만 매년 시험이 있지는 않다. 이수자는 5년 넘게 전승활동을 해야 전승교육사 시험을 볼 수 있다. 인간문화재는 이수자든, 조교든 실력만 뒷받침되면 도전할 수 있다. 명맥을 이으려는 고육책이다. 문화재청은 발굴과 신청을 통해 후보자를 받아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면 관보에 실어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를 다시 열어 지정 여부를 정한다. 지정할지는 역사·예술성과 사회문화적 가치를 따져 판가름한다.●나전칠기 여름, 궁시장은 겨울… 시험 일정 달라 종목 특성에 따라 계절을 달리해 시험을 보는 점도 특이하다. 나전칠기 시험은 여름철에 치른다. 습기가 많아야 옻칠이 잘되기 때문에 장마철에 볼 때도 있다. 반면 궁시장은 겨울철이 좋다. 접착제로 쓰는 민어 부레가 날이 무더우면 제대로 붙지 않는 탓이다. 한지장도 종이 원료인 닥나무 수확철이 1~2월이고, 생산지인 농촌의 농한기가 겨울철인 점을 들어 그때 시험을 본다.●무형문화재 선진국이라지만… 中 침탈 우려도 이종규 사무관은 “힘들게 우리 전통 문화를 전승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는 무형문화재 선진국 축에 든다”면서 “지정하고 평생 지원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했다. 독일은 공예 위주로 ‘마이스터’를 지정하지만, 지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형문화재 전승을 위해 가장 많이 힘쓰는 지역은 동북아시아다. 특히 중국은 2011년쯤부터 무형문화재를 ‘비물질문화유산’으로 이름 지어 지정하고 지원한다. ‘유물론’ 국가다운 이름이다. 문제는 아리랑, 농악 등 조선족 문화재를 지정하고 자기네가 ‘원조’라고 마구 억지를 부리는 점이다. 이른바 무형문화재편 ‘동북공정’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은 공예만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집중 관리한다.사회주의 국가인 북한도 무형문화재를 ‘비물질민족유산’으로 명명했다. 평양랭면과 아리랑, 씨름, 연백농악무 등 100여개가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사무관은 “남한과 비슷한 게 많다. 그렇지만 원류는 같아도 사회 분위기가 달라 약간씩 차이는 난다”면서 “우리가 종목 중심이라면 북한은 인물 위주로 지정해 인간문화재 등보다 ‘쟁이’라는 용어를 많이 붙인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맥이 끊겨 사라져도 훗날 복원할 수 있도록 기록화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강 사무관은 “요즘은 온돌, 김치·장 담그기 등 생활 속 문화재를 지정하는 것이 추세”라고 했다. 이 사무관은 “무형문화재 전승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지만 그것보다 나라의 문화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코로나19로 해외 공연·전시회를 못 열어 걱정”이라고 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영주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116세 넘은 최고령 할머니들의 장수비결 [헬스픽]

    116세 넘은 최고령 할머니들의 장수비결 [헬스픽]

    좋아하는 것 먹고, 움직이세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인 일본(28.7%)에는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할머니가 살고 있다. 후쿠오카의 한 요양시설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는 다나카 가네(田中力子)씨가 그 주인공. 다나카씨는 올해 1월 118세 생일을 보냈다. 다나카씨는 2년 전 영국 기네스 월드 레코드로부터 ‘생존한 세계 최고령자’로 공인받았다. 일본의 역대 최고령자인 그는 도쿄올림픽의 성화 봉송 주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다나카씨의 장수비결은 무엇일까. 건강한 음식만 챙겨먹을 것 같지만 다나카씨는 초콜릿과 탄산음료를 좋아한다. 118세 생일 아침에도 평소처럼 오전 7시에 일어나 가벼운 아침식사를 마친 뒤 가장 좋아하는 콜라를 마셨다. 생일선물로 초콜릿을 준비한 손자가 몇개나 먹고 싶은지 묻자 “100개”라고 답해 주변을 웃게 하기도 했다. 다나카씨는 하루 세 끼를 거르지 않고, 간단한 계산문제를 푸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장수 비결은 맛있는 것을 먹고 공부하는 것”이라며 “120살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다나카씨는 중일전쟁 당시 홀로 집안살림을 도맡았던 것을 떠올리며 “몸도 마음도 남자처럼 되어 방아를 찧고 떡메질을 하는 등 뭐든지 할 수 있게 됐다”고 회상했다.아침에 바나나 먹고 정직하게 살았죠 116세로 미국 최고령자였던 헤스터 포드는 지난 17일 영면에 들었다. 1918년 스페인 독감과 코로나 등 두 번의 팬데믹을 겪어낸 그는 자녀 12명, 손주 68명, 증손주 125명, 고손주 최소 120명을 남겼다. 미 노인학연구그룹(GRG)는 포드씨의 수명을 115년 245일로 기록했다. 포드씨는 20년 넘게 보모 일을 했고, 108세까지 홀로 살았다. 가족들과 노래하거나 게임하는 것을 즐기고, 가벼운 운동을 하고, 영화를 보거나 앨범 사진을 들춰보며 시간을 보냈다. 포드씨의 한 손녀는 “할머니는 그리츠(굵게 빻은 옥수수)와 팬케이크를 좋아했고, 아침 식사 때 매일 바나나 반 개를 먹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로 외출을 삼가기 전까지 매월 첫째 일요일에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교회에 직접 나가 예배를 드렸다. 지난해 생일에는 드라이브 스루 형식의 생일 파티를 열었다. 많은 가족과 친구들, 이웃 주민들이 차량 경적을 울리고 손을 흔들며 그의 생일을 축하했다. 분홍빛 옷을 곱게 차려 입은 포드씨는 현관에 나와 미소 띤 얼굴로 화답했다. 당시 포드씨는 손녀와 함께한 언론 인터뷰에서 “장수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모르겠다. 그저 바르게 살 뿐이다”라고 답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키도, 맘도 커요… 심장병 어린이의 ‘찐’ 키다리 아저씨

    키도, 맘도 커요… 심장병 어린이의 ‘찐’ 키다리 아저씨

    진 웹스터의 소설 제목인 ‘키다리 아저씨’는 우리 사회에서 묵묵한 후원자를 표현하는 대명사로 쓰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운 이를 돕는 후원자의 따뜻한 나눔과 헌신은 ‘아직 세상에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하게 만든다. ‘키다리 아저씨’는 후원자의 성별이나 실제 키와 상관없이 두루 쓰이는 말이지만 한기범(57) 한기범희망나눔 대표에게는 단순 대명사가 아닌 실제 그를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단어가 된다. 1980~1990년대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센터 출신으로 205㎝의 ‘키다리 아저씨’ 한 대표가 재단을 통해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이야기와 그의 즐거운 인생에 대해 들어 봤다.●유튜브 대박 꿈꾸는 스타 농구 선수의 사연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한기범희망나눔을 찾은 지난 16일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 대표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다. 작업의 정체는 바로 동영상 편집. 유튜브 채널 ‘한기범뻔한농구TV’에 올릴 영상을 한창 만지는 중이었다. 그는 농구인에서 예능인으로 변신한 허재(56) 전 농구 국가대표 감독과 현주엽(46) 전 창원 LG 감독이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채널이 노출되면서 최근 구독자가 10배 가까이 늘었다며 웃는다. 느닷없이 유튜브 편집이라니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한 대표는 “선수 시절부터 컴퓨터 학원 가서 배울 정도로 컴퓨터를 좋아했다”면서 “재단 실무는 직원들이 하고 나는 사람 만나는 일이 주요 업무다 보니 시간이 조금씩 남아 옛날 생각도 할 겸 과거 농구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에 대한 취미, 과거 회상, 시간 때우기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유튜브를 운영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재단 살림을 위해서다. 한 대표는 “유튜브를 하면 돈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수익이 생기면 법인에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후원액이 반으로 줄면서 살림이 팍팍해진 상황에서 대표로서 책임감이 커졌다. 만들어 두기만 하고 사실상 방치했던 유튜브 채널은 10개월 전부터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영상을 올리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었다.●인생의 심장 다시 뛰게 한 두 번의 수술 한 대표는 선수 시절 기아자동차가 농구대잔치를 7연패하는 데 주역으로 활약했다. 큰 키를 이용해 골밑을 지배한 그의 플레이는 팀 전력의 핵심이었다. 워낙 독보적으로 키가 컸던 까닭에 한 대표의 이름은 한때 우리 사회에서 키가 큰 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이기도 했다. 선수로서 굵직한 업적을 남긴 이들은 은퇴 후에도 해당 종목의 지도자 혹은 해설가의 길을 걷는다. 한 대표처럼 스타 선수 출신일수록 수요와 기회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한 대표는 준비된 꽃길 대신 가시밭길인 비영리 나눔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심장병 어린이를 돕게 된 이유는 아버지와 남동생을 심장병으로 떠나보냈고 그 역시 심장병 수술을 받았던 경험 때문이다. 한 대표의 가족은 마르판증후군(염색체 이상으로 몸 안 섬유질에 이상이 생기는 증후군)이라는 유전 질환을 갖고 있었는데 마르판증후군으로 사망하는 환자 대부분의 사인은 심장마비다. 한 대표는 “남동생 사망 후 나도 검사했더니 심장병이 있어서 수술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며 “2000년과 2008년 두 번 수술했는데 첫 번째 수술은 은퇴하고 얼마 안 돼서 내가 비용을 댔지만 두 번째는 심장재단을 통해 수술비를 지원받았다”고 털어놨다. 한때 한국 농구를 주름잡던 선수가 타인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은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한편으로 나눔사업에 대한 그의 눈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한 대표에게 사회에 갚아야 할 빚이 생겼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그 길로 한 대표는 주변에 조언을 구했고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2011년 5월 한기범희망나눔을 출범했다. ●비아냥 이겨 내고 찾아온 나눔의 기쁨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나눔사업이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내성적인 성격의 한 대표가 용기를 내 후원을 요청했을 때 돌아오는 “사기 치는 거 아니냐”, “갈 데까지 갔구나” 라는 비아냥은 큰 스트레스가 됐다. 좌절할 만한 상황은 오히려 그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한 대표는 “오기가 생겨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아 가며 후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유명인이었기에 일단 사람들이 만나 줬고 이야기를 들어준 덕분이다. 한 대표는 “후원 요청을 하러 가면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는데 내가 가니까 일단 들어오라고 하는 곳이 많았다”면서 “도와주겠다고 하시는 분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기범희망나눔의 사업은 심장병 어린이 후원, 다문화 가정 어린이 농구 교실, 농구 꿈나무 교육으로 나뉜다. 가장 주된 사업은 심장병 어린이 후원이다. 해마다 두 차례 자선 농구대회를 열어 모인 성금은 한국심장재단,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를 통해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을 돕는 데 쓰인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개최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6월 12일에 ‘랜선 자선 농구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나눔을 통해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린다고 자랑했다. 그는 “나눔은 자기가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할 수 있는 건데 나는 농구를 가지고 있으니 농구로 나눔을 하는 것”이라며 “한번은 후원받은 아이를 만났는데 가슴에 뭉클한 감정이 오더라.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최고의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와인도 농구도 즐기는 즐거운 인생 나눔은 기본적으로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이다. 자신의 생활을 버릴 각오가 없으면 일을 지속하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취미 부자’ 한 대표는 예외다. 나눔을 위해 사는 삶이면서도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환갑에 가까운 그의 인상이 오히려 주연으로 살던 선수 때보다 밝은 이유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 한 대표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괜찮은 물건이 왔다는 소식이었다. 그 물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와인이다. 한 대표는 “젊었을 때 술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주치의가 술을 못 먹게 하더라. 그래도 와인 2잔까지는 괜찮다고 하길래 잘됐다 싶어 버킷리스트로 와인 1000가지를 먹는 계획을 세웠다”며 웃었다. 하루 한두 잔은 필수. 좋은 와인을 구하기 위해 매장 직원과 친해지는 것 또한 필수다. 이날까지 마신 와인이 151가지란다. 와인을 이야기하는 한 대표의 눈빛이 나눔에 대해 이야기할 때와는 또 다르다. 한 대표는 “동호회에서 무슨 와인이 좋은지 정보를 얻는다”며 “와인을 마시고 페이스북에 와인에 대한 평가를 올린다”고 말했다. 농구인의 피도 여전하다. 50대로 이뤄진 농구동호회 회원으로 매주 농구를 한다. 한 대표는 “농구를 한번 하고 나면 몸도 가뿐하고 스트레스도 날아간다”며 농구인 본능을 뽐냈다. 세계 시니어농구선수권 대회에 나가려고 준비를 다 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대회 참가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이나 희망하는 것은 없는지 물으니 표정이 다시 진지해진다. 한 대표는 “후원과 지원을 받으며 운영하다 보니 코로나처럼 큰 사건이 터질 때 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어 불안하더라”면서 “영리사업을 통해 조금 더 재단을 안정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에 가서 나눔사업을 더 하고 싶다. 많은 후원을 부탁드린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 사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마음도 키도 ‘찐’ 키다리 아저씨 한기범의 나눔 인생

    마음도 키도 ‘찐’ 키다리 아저씨 한기범의 나눔 인생

    진 웹스터의 소설 제목인 ‘키다리 아저씨’는 우리 사회에서 묵묵한 후원자를 표현하는 대명사로 쓰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운 이를 돕는 후원자의 따뜻한 나눔과 헌신은 ‘아직 세상에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하게 만든다. ‘키다리 아저씨’는 후원자의 성별이나 실제 키와 상관없이 두루 쓰이는 말이지만 한기범(57) 한기범희망나눔 대표에게는 단순 대명사가 아닌 실제 그를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단어가 된다. 1980~1990년대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센터 출신으로 205㎝의 ‘키다리 아저씨’ 한 대표가 재단을 통해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이야기와 그의 즐거운 인생에 대해 들어 봤다.유튜브 대박을 꿈꾸는 한기범의 사연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한기범희망나눔을 찾은 지난 16일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 대표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다. 작업의 정체는 바로 동영상 편집. 유튜브 채널 ‘한기범뻔한농구TV’에 올릴 과거 농구대잔치시절 농구 영상을 한창 만지는 중이었다. 한 대표는 최근 허재(56) 전 농구 국가대표 감독과 현주엽(46) 전 창원 LG 감독이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채널이 노출된 덕에 구독자가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웃었다. 느닷없이 유튜브 편집이라니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한 대표는 “선수 시절부터 컴퓨터 학원 가서 배울 정도로 컴퓨터를 좋아했다”면서 “재단 실무는 직원들이 하고 나는 사람 만나는 일이 주요 업무다 보니 시간이 조금씩 남아 옛날 생각도 할 겸 과거 농구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에 대한 취미, 과거 회상, 시간 때우기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유튜브를 운영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재단 살림을 위해서다. 한 대표는 “유튜브를 하면 돈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수익이 생기면 법인에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후원액이 반으로 줄면서 살림이 팍팍해진 상황에서 대표로서 책임감이 커졌다. 만들어 두기만 하고 사실상 방치했던 유튜브 채널은 10개월 전부터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영상을 올리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었다.인생의 심장 다시 뛰게 한 두 번의 수술 한 대표는 선수 시절 기아자동차가 농구대잔치를 7연패하는 데 주역으로 활약했다. 센터로서 큰 키를 이용해 골밑을 지배한 그의 플레이는 팀 전력의 핵심이었다. 워낙 독보적으로 키가 컸던 까닭에 한 대표의 이름은 한때 우리 사회에서 키가 큰 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이기도 했다. 선수로서 굵직한 업적을 남긴 이들은 은퇴 후에도 해당 종목의 지도자 혹은 해설가의 길을 걷는다. 한 대표처럼 스타 선수 출신일수록 수요와 기회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한 대표는 준비된 꽃길 대신 가시밭길인 비영리 나눔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심장병 어린이를 돕게 된 이유는 아버지와 남동생을 심장병으로 떠나보냈고 그 역시 심장병 수술을 받았던 경험 때문이다. 한 대표의 가족은 마르판증후군(염색체 이상으로 몸 안 섬유질에 이상이 생기는 증후군)이라는 유전 질환을 갖고 있었는데 마르판증후군으로 사망하는 환자 대부분의 사인은 심장마비다. 한 대표는 “남동생 사망 후 나도 검사했더니 심장병이 있어서 수술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며 “2000년과 2008년 두 번 수술했는데 첫 번째 수술은 은퇴하고 얼마 안 돼서 내가 비용을 댔지만 두 번째는 심장재단을 통해 수술비를 지원받았다”고 털어놨다. 한때 한국 농구를 주름잡던 선수가 타인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은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한편으로 나눔사업에 대한 그의 눈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한 대표에게 사회에 갚아야 할 빚이 생겼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그 길로 한 대표는 주변에 조언을 구했고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2011년 5월 한기범희망나눔을 출범했다.비아냥 이겨 내고 찾아온 나눔의 기쁨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나눔사업이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내성적인 성격의 한 대표가 용기를 내 후원을 요청했을 때 돌아오는 “사기 치는 거 아니냐”, “갈 데까지 갔구나”라는 비아냥은 큰 스트레스가 됐다. 좌절할 만한 상황은 오히려 그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한 대표는 “오기가 생겨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아 가며 후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유명인이었기에 일단 사람들이 만나 줬고 이야기를 들어준 덕분이다. 한 대표는 “후원 요청을 하러 가면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는데 내가 가니까 일단 들어오라고 하는 곳이 많았다”면서 “도와주겠다고 하시는 분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기범희망나눔의 사업은 심장병 어린이 후원, 다문화 가정 어린이 농구 교실, 농구 꿈나무 교육으로 나뉜다. 가장 주된 사업은 심장병 어린이 후원이다. 해마다 두 차례 자선 농구대회를 열어 모인 성금은 한국심장재단,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를 통해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을 돕는 데 쓰인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개최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6월 12일에 ‘랜선 자선 농구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나눔을 통해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린다고 자랑했다. 그는 “나눔은 자기가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할 수 있는 건데 나는 농구를 가지고 있으니 농구로 나눔을 하는 것”이라며 “한번은 후원받은 아이를 만났는데 가슴에 뭉클한 감정이 오더라.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최고의 기쁨이었다”고 말했다.와인도 농구도 즐기는 즐거운 인생 나눔은 기본적으로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이다. 자신의 생활을 버릴 각오가 없으면 일을 지속하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취미 부자’ 한 대표는 예외다. 나눔을 위해 사는 삶이면서도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환갑에 가까운 그의 인상이 오히려 주연으로 살던 선수 때보다 밝은 이유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 한 대표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괜찮은 물건이 왔다는 소식이었다. 그 물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와인이다. 한 대표는 “젊었을 때 술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주치의가 술을 못 먹게 하더라. 그래도 와인 2잔까지는 괜찮다고 하길래 잘됐다 싶어 버킷리스트로 와인 1000가지를 먹는 계획을 세웠다”며 웃었다. 하루 한두 잔은 필수. 좋은 와인을 구하기 위해 매장 직원과 친해지는 것 또한 필수다. 이날까지 마신 와인이 151가지란다. 와인을 이야기하는 한 대표의 눈빛이 나눔에 대해 이야기할 때와는 또 다르다. 한 대표는 “동호회에서 무슨 와인이 좋은지 정보를 얻는다”며 “와인을 마시고 페이스북에 와인에 대한 평가를 올린다”고 말했다. 농구인의 피도 여전하다. 50대로 이뤄진 농구동호회 회원으로 매주 농구를 한다. 한 대표는 “농구를 한번 하고 나면 몸도 가뿐하고 스트레스도 날아간다”며 농구인 본능을 뽐냈다. 세계 시니어농구선수권 대회에 나가려고 준비를 다 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대회 참가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이나 희망하는 것은 없는지 물으니 표정이 다시 진지해진다. 한 대표는 “후원과 지원을 받으며 운영하다 보니 코로나처럼 큰 사건이 터질 때 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어 불안하더라”면서 “영리사업을 통해 조금 더 재단을 안정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에 가서 나눔사업을 더 하고 싶다. 많은 후원을 부탁드린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후원문의 : 02-3391-7091 yeshan21@hanmail.net후원계좌 : IBK기업은행 02-3391-7091 우리은행 1005-602-125495후원ARS : 060-700-1101(한 통에 3000원)유튜브 채널 : 한기범뻔한농구TV
  • 1510억짜리 사업을 151조원으로…행안부, 황당한 고시로 신뢰 훼손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지방재정365’ 등에 실린 지방재정 관련 데이터에 황당한 오류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데이터를 부정확하게 기입하거나 심지어 0을 몇 개 더 붙이는 사례까지 있었다. 14일 나라살림연구소가 행안부에서 ‘지방재정365’를 통해 고시하는 대규모 투자사업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행안부는 최근 대구권 광역철도 건설 사업비 1510억원을 151조원으로 잘못 입력했다. 결과적으로 사업비가 실제보다 1000배나 뻥튀기가 돼 버렸다. 행안부는 나라살림연구소에서 오류를 지적하고 나서야 관련 데이터를 수정했다. 삼척의료원 이전 신축 사업 역시 사업비 83억 1000만원을 831억원으로 행안부에서 잘못 입력한 경우였다. 송윤정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 9일 오류를 확인하고 행안부에 연락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어렵게 연결이 됐지만 ‘(코로나19 방역) 소독해야 해서 나가야 하니 나중에 다시 전화하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행안부의 데이터 입력 오류를 확인하고 사실 확인을 하려 해도 소관 부서로 전화 연결이 되지 않거나, 소관 부서에서 정정한 자료에서 또다시 새로운 오류가 나오거나, 담당 공무원이 왜 오류인지 제대로 숙지를 못 하는 등 문제점이 되풀이되면서 데이터 공개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정보공개를 한다면서도 정작 복사가 힘든 PDF 파일 형태로만 공개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PDF에서 바로 작업했기 때문에 한글(또는 엑셀) 파일이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하는 곳도 있다”면서 “PDF 파일로 문서 작업을 하는 방법을 정부만 독점할 게 아니라 특허라도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연구원은 “투명하고도 정확한 데이터 관리는 예산 절약과 정부 청렴도 증진으로 이어진다”며 “행안부는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운영 실적을 종합평가하는 기관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지자체는 정보공개 의무가 있는데도 자료 공개를 하지 않거나 공개 요구를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지자체 재정정보 공개 수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마다 금액 표시 방법이 다르다거나 분류체계 차이가 있다 보니 일부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검증을 더 철저히 하겠다”고 해명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1510억짜리 사업 151조로 고시...황당한 행안부

    1510억짜리 사업 151조로 고시...황당한 행안부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지방재정365’ 등에 실린 지방재정 관련 데이터에 황당한 오류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데이터를 부정확하게 기입하거나 심지어 0을 몇개 더 붙이는 사례까지 있었다. 14일 나라살림연구소가 행안부에서 ‘지방재정365’를 통해 고시하는 대규모투자사업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행안부는 최근 대구권 광역철도 건설 사업비 1510억원을 151조원으로 잘못 입력했다. 결과적으로 사업비가 실제보다 1000배나 뻥튀기가 돼 버렸다. 행안부는 나라살림연구소에서 오류를 지적하고 나서야 관련 데이터를 수정했다.삼척의료원 이전 신축 사업 역시 사업비 83.1억원을 831억원으로 행안부에서 잘못 입력한 경우였다. 송윤정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 9일 오류를 확인하고 행안부에 연락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어렵게 연결이 됐지만 ‘(코로나19 방역) 소독해야 해서 나가야 하니 나중에 다시 전화하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말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행안부의 데이터 입력 오류를 확인하고 사실 확인을 하려 해도 소관 부서로 전화 연결이 되지 않거나, 소관 부서에서 정정한 자료에서 또다시 새로운 오류가 나오거나, 담당 공무원이 왜 오류인지 제대로 숙지를 못하는 등 문제점이 되풀이되면서 데이터 공개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정보공개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복사가 힘든 PDF파일 형태로만 공개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PDF에서 바로 작업했기 때문에 한글(또는 엑셀)파일이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하는 곳도 있다”면서 “PDF파일로 문서작업을 하는 방법을 정부만 독점할 게 아니라 특허라도 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송 연구원은 “투명하고도 정확한 데이터 관리는 예산 절약과 정부 청렴도 증진으로 이어진다”며 “행안부는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운영실적을 종합평가하는 기관으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일부 지자체는 정보공개 의무가 있는데도 자료 공개를 하지 않거나 공개 요구를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지자체 재정정보공개 수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데스크 시각] 허깨비와 숨바꼭질하기, 연금충당부채 유감/강국진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허깨비와 숨바꼭질하기, 연금충당부채 유감/강국진 정책뉴스부 차장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정부는 국가회계 결산자료를 발표한다. 그러면 어김없이 나랏빚이 역대 최대 규모라거나 국내총생산(GDP) 두 배를 초과했다느니 하며 재정건전성 논란이 폭발한다. 그 중심에는 연금충당부채가 있다. 연금충당부채란 현재 공무원·군인연금 수급자와 재직자에게 앞으로 지급해야 할 미래 연금액을 약 70년 이상 추정치를 적용해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을 말한다. 정부 발표로는 지난해 기준 연금충당부채는 1044조원이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백척간두, 풍전등화, 국가파산 같은 무시무시한 생각이 머리를 스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최근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총부채는 132조원이다. 일개 공기업이 100조원 넘는 빚을 지고 있으니 언제 망할지 몰라 걱정된다는 사람이 있을까.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도 국민은행 부채 규모가 570조원이나 된다고 불안에 떨지 않는다. 왜 그럴까. 집안 살림이나 기업, 국가를 막론하고 부채 규모만 봐서는 재정이 얼마나 건강한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먼저 부채와 자산도 함께 봐야 한다. LH는 자산이 184조원이다. 국내총생산의 30%나 되는 국민은행 부채 가운데 340조원은 예수부채, 그러니까 우리가 국민은행에 맡긴 돈이다. 대출채권 규모도 380조원이나 된다. 국가 결산자료를 다시 살펴보자. 자산이 2490조원이다. 게다가 연금충당부채는 연금 수입을 포함하지 않고 예상 지출액만 계산한 액수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연금충당부채 자체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일단 할인율(미래 연금 지급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비율) 자체가 불합리하다. 한국은 10년치 국채이자율 평균(2.7%)을 적용한다. 그런데 국가파산 가능성은 민간기업보다 훨씬 낮은데도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채권 할인율보다도 낮은 국채이자율을 적용해야 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실제 영국은 민간기업에서 발행하는 우량회사채 할인율(3.5%)을 사용한다. 영국식으로 계산하면 한국의 연금충당부채는 대번에 713조원으로 줄어든다. 연금충당부채에는 국가직뿐 아니라 지방직 공무원의 연금 지급 추정액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도 지적했듯이 국가와 지방회계가 구분돼 있는 것과 상호 모순된다. 실제 미국은 국가 충당부채에서 지방공무원은 제외한다. 미국식으로 계산해 보면 연금충당부채는 289조원으로 줄어든다. 게다가 영국처럼 우량회사채 할인율까지 적용하면 250조원까지 떨어진다. 좀더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해 보자. 연금충당부채를 발표하는 게 타당한 것일까. 기획재정부도 누누이 강조하듯이 연금충당부채는 ‘나랏빚’이 아니다. 국가 간 부채 규모를 비교할 때도 제외한다. 게다가 연금충당부채란 민간기업 파산에 대비해 충당부채에 상응하는 적립자산을 보유하도록 하려는 게 목적인데, 공적연금은 파산하지도 않고 연금을 적립하지 않는 부과 방식이기 때문에 연금충당부채를 산정해야 할 필요성 자체가 크다고 할 수 없다. 혹자는 아껴야 잘산다거나 재정건전성이 중요하다고 반박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가재정은 집안 살림과 전혀 다르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라고 허리띠 졸라맨다면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그런데도 연금충당부채를 들어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은 국가가 국가로서 해야 할 역할을 문제 삼는다. 사실 연금충당부채는 그래서 더 위험한 허깨비다. 우리 스스로 허깨비를 만든 뒤 그 허깨비에 쫓겨 밤마다 잠을 설치는 건 이제 그만하는 게 좋지 않을까. 연금충당부채 때문에 나라가 망할 일도 없는데 말이다. betulo@seoul.co.kr
  • 양도세 더 걷혀… 올 1~2월 국세 수입 11조 증가

    올 1~2월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11조원이나 늘었다. 연초부터 재정적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지난해보단 폭이 줄었다. 7일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을 보면 올 1∼2월 국세 수입은 57조 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조원 증가했다. 세수진도율도 20.4%로 4.0% 포인트 상승했다. 소득세(23조 8000억원)가 4조 8000억원이나 늘어난 덕을 봤다. 지난해 12월∼올해 1월 주택매매 거래량이 1년 전보다 5.1% 늘어나는 등 부동산 거래 증가로 양도소득세가 많이 걷혔다. 영세 개인사업자의 종합소득세 납부유예 조치에 따른 유예분이 이번에 납부된 것도 원인이다. 국세 수입 외 세외 수입(8조 2000억원)도 한은잉여금 증가로 1조 4000억원 늘었고, 기금 수입(31조 2000억원) 역시 국민연금 자산운용 수익 증가로 6조 9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1∼2월 정부 총수입은 97조 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조 4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부 총지출은 109조 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조 8000억원 증가했다. 일자리 창출 등 경기회복 관련 예산이 집행됐기 때문이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1~2월 통합재정수지는 12조 7000억원 적자다. 1년 전보다 13조 6000억원 적자 폭이 축소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실제 나라 살림살이를 보여 주는 관리재정수지도 적자 폭이 1년 전보다 8조 7000억원 줄어든 22조 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배민아의 일상공감] 4월, 사의 찬미

    [배민아의 일상공감] 4월, 사의 찬미

    울긋불긋 동네 곳곳이 꽃대궐인 계절 4월에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떠올린다. 이 좋은 봄날에 누가 죽음을 말하고 싶으랴마는 잔인한 4월이라는 별칭이 생길 만큼 4월이 우리에게 주는 기억은 죽음과 무관하지 않다. 일제강점기 제암리 마을의 비극에서부터 1947년 제주도민들, 1960년 학생과 시민들, 2014년 세월호 학생 등 무고한 시민들의 수많은 죽음이 겹치며 잔인한 4월의 명성이 이어진다. 우리 현대사의 아픈 사건 이전에도 T 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시구로 세계인 모두에게 4월은 공히 잔인한 죽음의 달로 알려졌다. 시인은 4월이 잔인한 것은 라일락을 죽은 땅에서 꽃피우듯 죽은 땅에 묻혀 있는 욕망을 추억으로 섞어 꽃피우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생명을 꽃피우고 부활의 봄을 열기 위해 반드시 죽음이 수반돼야 하기에 4월은 잔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죽음이 아픔에만 머물지 않고 살림으로 이어지는 완성을 위한 고통이기에 모두가 4월의 죽음을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 ‘사의 찬미’(死의 讚美)는 1926년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이 발표한 노래 제목이다. 죽음을 칭송하는 것도 역설인데, 죽음을 노래로 불렀던 그 비장함과 용기는 무엇이었을까. 음반을 일본에서 발표한 후 이 생에서는 인정받을 수 없었던 유부남 연인과의 동반 자살로 사랑의 완성을 꾀했던 뒷이야기가 알려지며 노래의 애잔함과 의미가 더해졌다. 사회의 손가락질 속에서 스스로 죽음이 아니고는 이룰 수 없음을 알았기에, 아니 죽음으로만 사랑을 완성할 수 있었기에 죽음을 칭송했던 그녀의 노래는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1930년대 후반 시골 작은 읍내에서 한 해 차이로 태어난 소년과 소녀가 교회 부설 유치원에서 처음 만났다. 먹고살기도 척박했던 시절 유치원 교육은 사치와도 같았기에 읍내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셋째 딸인 소녀에게는 당연했지만 이 마을 저 마을 발품 전도에 나선 가난한 전도인의 외동아들에게 유치원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것이었으나 부모의 돌봄을 대신한 교회의 특별 배려로 소년에게도 입학의 특혜가 주어졌다. 그렇게 인연이 된 소년과 소녀는 유년 시절 소녀의 월반으로 동급생 친구가 됐고, 청년 시절 성가대 지휘자와 반주자로 활동하며 연인이 됐다. 어울리는 집안끼리의 중매가 정석이었던 시절 극심한 반대로 모진 고초를 겪으면서도 사랑만을 선택한 두 남녀는 57년 동안 한결같은 부부의 정을 나누며 살았고,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 지 2개월 만에 남편마저 병으로 누워 1년 2개월간 남은 생을 차분히 정리하신 후에야 훌훌 아내 곁으로 떠나셨다.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다. 죽음이 임박했음을 병원에서 전달받은 시점은 기독교의 사순절이 시작되는 지난달 중순이었고, 고난 주간이 시작되는 첫날 아빠는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혹자는 병원에 누워만 계셨던 1년 2개월의 삶을 안타깝다고도 하지만 아빠의 마지막 시간은 라일락을 꽃피우기 위해, 묻혀 있는 희망의 소식을 추억으로 섞어 후손들에게 전해 주시기 위해 묵묵히 죽음을 받아들인 시간이었다. 아빠가 떠나신 후 평생 본인 소유의 재산 하나 없이 사회와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오신 삶을 기리기보다 부모님의 인간적인 사랑 이야기를 새삼 기억하는 이유는 일생의 모든 업적이 두 분의 사랑의 삶에서 비롯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빠의 유골을 엄마 곁에 안치하고 돌아오는 길가에 만개한 벚꽃이 잔인하도록 눈부시게 하늘거린다. 이렇게 눈이 부시도록 꽃피우기 위해 얼마나 오랜 죽음의 시간이 필요했을까. 엄마에 이어 아빠까지 하늘로 보낸 슬픔은 크지만 이렇게 죽음의 끝은 또 다른 희망으로 꽃피워지기에 잔인한 4월에도 우리는 사의 찬미를 부르며 위로받게 된다.
  • 코로나라지만… 나라살림 적자 112조 ‘역대 최대’

    코로나라지만… 나라살림 적자 112조 ‘역대 최대’

    지난해 나라살림은 사상 최대인 11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6~19년 4년간 적자를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대표적인 재정건전성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1년 새 6% 포인트 넘게 급등하며 40%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코로나19 위기로 어쩔 수 없었다지만,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비롯해 앞으로도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6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1조 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12조원 적자다. 관리재정수지는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 주기 때문에 정부의 ‘가계부’로 불린다. 2019년(54조 4000억원)보다 두 배 넘게 더 큰 적자가 났다. 2016~19년 4년간 적자 규모(106조 2000억원)보다 지난 한 해가 더 컸다. 다만 당초 정부 예상보단 재정수지가 소폭 개선됐다. 지난해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당시 정부는 통합재정수지가 84조원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했는데, 12조 8000억원 축소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도 전망치(-118조 6000억원)보단 6조 6000억원 줄었다. 기재부는 부동산과 주식거래 증가로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등이 예상보다 8조 1000억원 더 늘어난 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강승준 기재부 재정관리관(차관보)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 재정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폭의 재정 적자가 발생하는 건 일반적인 상황”이라며 “선진국이나 세계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을 보면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3.1%(통합재정수지 기준)로 세계(-11.8%)와 선진국(-13.3%) 평균보다 낮다. 지난해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는 846조 9000억원으로 1년 새 123조 7000억원(17.1%) 늘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2019년 37.7%에서 지난해 44.0%로 1년 새 6.3% 포인트 증가했다. 발생주의 회계로 국가 재무제표가 작성된 2011년 이래 국가채무 규모와 GDP 대비 비율 모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나랏빚 증가 속도가 가파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해도 이미 한 차례 추경을 편성해 연말 국가채무는 965조 9000억원으로 치솟는다. 기재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2~24년에도 해마다 120조~130조원가량의 국가채무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성명재(한국재정학회장)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효성 있는 재정 준칙 도입과 함께 미래 수요를 대비하는 장기적인 안목의 증세가 필요하다”며 “복지 지출도 이미 분배가 악화된 상황에서 사후적으로 대처하기보다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재정 소요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작년 나랏빚 1985조원, 사상 처음 GDP 넘었다

    작년 나랏빚 1985조원, 사상 처음 GDP 넘었다

    지난해 나랏빚이 2000조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했다. 코로나19로 재정지출이 급격하게 늘고 나라살림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정부가 6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국가부채는 1985조 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1조 6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GDP(1924조 5000억원)를 60조원 웃도는 규모다. ‘국가부채 > GDP’는 국가결산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이래 처음이다. 국가부채는 중앙·지방정부의 채무(국가채무)에 공무원·군인연금 등 국가가 앞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액의 현재가치(연금충당부채)를 더해 산출하는 개념이다. 현재와 미래의 잠재적인 빚을 합산한 넓은 의미의 부채다. 코로나19로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이에 따른 국채 발행(119조원)이 늘어난 게 원인이다. 또 저금리로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이 하락하면서 100조원 넘게 장부상 부채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꼭 갚아야 하는 나랏빚’(중앙·지방정부 채무)도 123조 7000억원 늘어난 846조 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민(5178만명) 1인당 1635만원씩 빚이 있는 셈이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朴, 엘시티 거짓말 실체 드러나” vs “허수아비 세워 놓고 의혹 생산”

    “朴, 엘시티 거짓말 실체 드러나” vs “허수아비 세워 놓고 의혹 생산”

    4·7 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5일 부산의 여야 후보들도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마지막 TV토론에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김 후보는 이틀간 부산 16개 구·군을 유세차로 순회하며 바닥 민심을 훑는 48시간 릴레이 퍼레이드 유세를 시작했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는 대통령을 뽑는 정치선거가 아닌 어려운 부산의 살림을 살릴 경제 시장을 뽑는, 일꾼을 뽑는 선거”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 후보의 유세에는 나경원 전 의원, 박진 의원 등이 함께했다. 나 전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는 무조건 정권 심판을 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박 후보에게 별 네거티브를 다 한다. 박 후보는 청와대에서는 나라를 위해, 국회에선 변혁과 개혁에만 몰두했다”고 강조했다. 날 선 공방도 이어졌다. 김 후보 선대위는 박 후보의 엘시티 분양권 취득과 여성 금품 매수 의혹 등에 대한 해명을 거듭 촉구했다. 김 후보 측은 “라디오 방송에 엘시티 분양 관계자가 출연해 시행사 내부 문건을 공개하며 박 후보 일가가 소유한 1703호, 1803호는 이영복 회장이 따로 관리한 매물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박 후보가 총선에서 당내 경선 경쟁자를 떨어뜨리기 위해 여성에게 5000만원을 제공하고 성추문 사건을 조작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박 후보의 6대 비리 의혹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를 했다. KNN 주최로 열린 TV토론은 네거티브로 점철됐다. 박 후보는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을 해명하며 “이번 선거가 정책선거로 진행되길 바랐는데 민주당이 하는 일을 보면 허수아비를 세워 놓고 각종 의혹을 생산하고 있다”며 “상대 후보를 흠집 내서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어 득을 보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라임 사건 연루 의혹과 관련, “검찰이 제 계좌도 조사했을 것이다. 줬다고 말한 김봉현이나 다른 대상자나 철저히 수사했다고 들었다”며 “그 건에 대해서는 도저히 김영춘을 상대로 수사할 수 없는 웃긴 사건이라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부산 민심잡기에 총력전 나선 여야…네거티브 공방도 계속

    부산 민심잡기에 총력전 나선 여야…네거티브 공방도 계속

    48시간 릴레이 유세 vs. 1박 2일 투혼 유세민주당, 엘시티 의혹·여성 금품 매수 의혹 등 제기국민의힘, 10만원 재난지원금 “유권자 매수” 비판4·7 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5일, 부산의 여야 후보들도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각각 48시간 릴레이 퍼레이드 유세와 1박 2일 투혼 유세로 민심 훑기에 나섰다. 여야간 의혹제기와 해명 요구 공방도 계속됐다. 김 후보는 이틀간 부산 16개 구·군을 유세차로 순회하며 바닥 민심을 훑는 48시간 릴레이 퍼레이드 유세를 시작했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는 대통령을 뽑는 정치선거가 아닌 어려운 부산의 살림을 살릴 경제 시장을 뽑는, 일꾼을 뽑는 선거”라며 지지를 호소했다.박 후보 역시 1박 2일간 릴레이 투혼 유세에 나선다. 특히 이날 합동 유세에는 나경원 전 의원, 박진 의원 등이 함께했다. 나 전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는 무조건 정권 심판을 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박 후보에게 별 네거티브를 다 한다. 박 후보는 청와대에서는 나라를 위해, 국회에선 변혁과 개혁에만 몰두했다”고 강조했다. 날 선 공방도 이어졌다. 김 후보 선대위는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의 엘시티 분양권 취득과 여성 금품 매수 의혹 등에 대한 해명을 거듭 촉구하며 그의 사퇴를 주장했다. 김 후보 측은 “라디오 방송에 엘시티 분양 관계자가 출연해 시행사 내부 문건을 공개하며 박 후보 일가가 소유한 1703호, 1803호는 이영복 회장이 따로 관리한 매물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박 후보가 총선에서 당내 경선 경쟁자를 떨어뜨리기 위해 여성에게 5000만원을 제공하고 성추문 사건을 조작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박 후보의 6대 비리 의혹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를 했다.박 후보는 부산 수영구 합동 유세에서 김 후보 측의 의혹 제기를 정면 반박했다. 박 후보는 “설명해도 듣지도 않고, 민주당은 새 공작을 짜고 있다”면서 “그렇게 막살지 않았다. 그렇게 헛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내건 ‘부산시민 재난지원금 10만원’ 현수막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부산 선대위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재난지원금이라 썼지만 유권자 매수 유혹이라 읽는다”면서 “부산 시민은 결코 소액 매수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소설 속 인도는 없다… 새 희망 없는 한밤뿐”

    “소설 속 인도는 없다… 새 희망 없는 한밤뿐”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을 세 번이나 받은 인도 출신 작가 살만 루슈디(74)가 “인도는 더이상 내가 소설을 쓰던 40년 전 그곳이 아니다”라며 모국의 종파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3일(현지시간) 소설 ‘한밤의 아이들’의 출간 40년을 맞아 쓴 가디언 기고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밤의 아이들은 1947년 인도가 독립하는 순간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1001명의 아이들이 태어난다는 설정으로 주인공 살림 시나이의 서른 해를 그린 작품이다. 1981년 출간 이후 그해 부커상과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상, 이후 부커상 25주년과 40주년 기념상까지 받는 등 부커상을 3차례 휩쓰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한밤의 아이들’ 출간 40주년 가디언에 기고 인도 구전문학의 전통에 특유의 문학적 언어를 녹여낸 이 작품에 대해 루슈디는 “캐릭터에 생명감을 불어넣기 위해 실제 모델을 삼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주인공 시나이가 봄베이(현 뭄바이)에 살았던 자신의 과거를 투영해서 만든 것이고, 시나이의 친구들에게도 어린 시절 놀던 이들의 모습이 일부 반영됐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40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루슈디는 “오늘날의 인도는 훨씬 더 어두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인도에서는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루슈디 본인 역시 소설 ‘악마의 시’ 때문에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을 가는 등 생명의 위협을 겪었다. 당시 이란 지도자 호메이니는 이슬람교에 대한 모독이라며 그에 대한 공개 처단을 명령했다. ●여성·청년들 잔혹한 종파주의에 절망 그는 “한밤의 아이들 책을 쓸 때 나는 ‘피투성이’ 희망이지만, 새로운 희망이 탄생하는 역사의 궤적을 느꼈다”며 “그러나 지금의 인도는 소설 속에 그려진 나라가 아니다”라고 썼다. 이어 “여성에 대한 끔찍한 폭행, 점점 더 권위주의적인 국가, 이에 감히 맞서는 사람들에 대한 정당화할 수 없는 체포, 종교적 광신주의는 절망을 불러일으킨다”며 “인도는 우리 모두의 것이었다. 여성들과 젊은 대학생들이 잔혹한 종파주의에 저항하는 데서 희망을 보지만, 지금 인도는 다시 한밤이 되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내년 나라살림 600조 육박…재량지출은 10% 구조조정

    내년 나라살림 600조 육박…재량지출은 10% 구조조정

    지출 증가율 전망치 6%… 더 높아질 듯재정총량관리·재정혁신에 중점 두기로코로나 위기 대응 한시적 증액도 재검토내년도 예산안 편성 준비에 들어간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적극적인 재정운영’ 기조를 종전처럼 유지하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재정혁신’에도 중점을 두기로 했다. 내년 예산이 6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2022년도 예산안 편성·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예산편성의 기본 방침을 ‘활력·혁신·포용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재정운용’과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재정총량관리·재정혁신’ 2가지로 잡았다. 올해 예산안 재정 기조였던 ‘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재정건전성’과 비교해 ‘총량관리’를 보다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0~2024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2년의 전년 대비 총지출 증가율 전망치는 6%였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재부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9% 내외 수준으로 재정지출을 늘렸다. 올해 예산(558조원)에서 내년에도 9%의 증가율을 보인다면 사상 처음으로 예산 600조원 시대를 연다. 다만 기재부가 총량관리를 강조했던 만큼 ‘600조 시대’는 이듬해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내년 주요 재정정책 추진 방향은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미래 혁신투자 ▲민생·포용기반 구축 ▲국민 안전과 삶의 질 등 4가지다. 우선 국정 과제인 디지털과 그린 등 한국판 뉴딜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대면·저탄소화 등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해 신기술 직업훈련 등을 지원한다. 사회기반시설(SOC)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환승센터 등 광역 교통망 구축도 추진한다. 이 외에 탄소중립 이행기반 구축, 공공임대 같은 서민 주거 확충, 맞춤형 소득·주거·고용·돌봄안전망 구축, 사회재난 대응시스템 보강 등에도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재정혁신을 위해선 필수 소요를 제외한 재량지출의 10%를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또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증액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대표적으로 정책금융기관 출자와 고용유지 지원사업 등이 있다. 국세·세외수입 증대 노력과 민간투자재원 발굴 등을 통해 안정적인 세입기반도 확충하기로 했다. 이날 기재부는 2021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도 수립해 취약계층 지원과 경제활력 회복을 중심으로 조세 지출을 운영하되 불요불급한 비과세·감면을 적극 정비해 감면 한도를 준수하기로 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지방재정365’ 데이터 엉망… 관리도 부실

    ‘지방재정365’ 데이터 엉망… 관리도 부실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지방재정포털 ‘지방재정365’에 데이터 입력 오류와 관리 부실이 적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나라살림연구소는 25일 ‘실시간 정보 제공이 목표였던 지방재정365의 실시간 오류’ 보고서를 통해 지방재정365가 집행 잔액을 마이너스로 표시하는가 하면 예산현액 액수 자체가 틀리는 등 다수의 오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2021년 본예산보다 지방재정365에서 추출한 지자체 예산현액이 더 적은 것으로 나온다”면서 “예산현액은 본예산에 이월액을 포함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본예산 금액보다 적을 수 없다. 시스템상 오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20년 세부 사업별 세출 현황 집계도 오류투성이였다. 지방재정365에서는 경기 수원시 수원화성문화제는 예산현액보다 지출액이 550%가 넘었고, 강원 화천군 쪽배축제는 330%, 경남 함안예술제는 208% 이상 지출한 것으로 집계돼 있다. 김유리 책임연구원은 “해당 지자체에서도 실제 지출한 액수와 다르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까지도 2021년도 예산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가 없을 정도로 정보 업데이트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방재정365 취지인 ‘실시간 정보 제공’이 전혀 안 되는 등 품질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지방재정365는 지자체, 지방공기업, 지방출자출연기관, 교육청 등의 재정 관련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2016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 연구원은 “지방재정365는 대표적 공공데이터다. 더구나 행안부는 디지털정부 주무부처로서 공공데이터 관리지침에 따라 지방재정365를 제대로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국세 2조 늘었지만 나라 곳간 벌써 비었다

    국세 2조 늘었지만 나라 곳간 벌써 비었다

    주택 거래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올 1월 국세가 전년 같은 달 대비 2조원 넘게 더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지출도 덩달아 늘면서 나라살림 가계부인 관리재정수지는 적자로 출발했다. 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재정동향 3월호’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2조 4000억원 증가한 38조 8000억원을 기록했다. 주택 거래량과 펀드 환매 규모가 증가하면서 소득세가 2조 4000억원 늘었고, 종합부동산세와 증권거래세 등이 포함된 기타국세도 1조원이 더 걷혔다. 법인세 세수도 기저효과 등으로 4000억원 늘었다. 반면 국세청의 부가가치세 신고 기간 연장 등의 영향으로 부가세 세수는 1조원 줄었고, 관세도 원유와 같은 고율 수입 품목의 비중이 줄면서 3000억원 덜 걷혔다. 국세 외에 세외수입(1000억원)과 기금수입(3조 6000억원)도 모두 늘면서 정부 총수입은 전년보다 6조 1000억원 늘어난 57조 3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간 걷어야 할 세금 대비 실제 걷은 세금 비율을 의미하는 세수 진도율도 1.0% 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나라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는 보여 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조 8000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총수입에서 총지출과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가 1월부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월(-1조 7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적자 규모도 더욱 커졌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비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지난 1월 총지출이 전년보다 2조 9000억원 증가했다. 다만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조 4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20년만에 바꾼 국가대표 재정지표, ‘적자 감소’ 착시 노렸나

    20년만에 바꾼 국가대표 재정지표, ‘적자 감소’ 착시 노렸나

    정부 순수 재정 나타낸 ‘관리재정’ 빼고4대 기금 포함한 ‘통합재정’ 변화만 공개당국 “기금 관리·국제 통용 따른 변화매달 관리재정수지 공개도 계속할 것” 기획재정부가 나라 살림을 보여 주는 ‘대표 가계부’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20년 만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가계부’만 쓰겠다는 것인데, 여러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재정적자가 급격하게 불어나자 재정 상황이 유리하게 나타나는 지표를 쓰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3일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2일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통합재정수지 변화만 제시하고 관리재정수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통합재정수지는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세금 징수 등으로 올린 수입이 500조원인데, 520조원을 썼다면 통합재정수지는 20조원 적자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순수 재정상황을 좀더 정확하게 보여 준다. 그간 기재부는 재정 상황을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두 가지로 관리해 왔다. 지난해 본예산(2021년도) 편성과 함께 공개한 ‘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 모두 해마다 적자 규모를 예측했다. 기재부는 2001년부터 관리재정수지 개념을 도입했는데,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이 수지를 활용한다고 한다. 다른 국가는 모두 통합재정수지를 쓴다. 우리나라가 관리재정수지를 쓰는 이유가 있다.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국민연금 같은 보장성 기금의 흑자 규모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보장성 기금 수지까지 합쳐진 통합재정수지만 보며 착시 현상에 빠지지 말자고 스스로 경계한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라는 아픔을 겪었기에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추경을 편성한 뒤에는 올해 통합재정수지가 기존 전망치인 75조 4000억원 적자에서 89조 6000억원 적자로 악화된다고만 공개하고, 관리재정수지 변화는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은 추경 설명 브리핑에서 이런 이유에 대해 “(재정수지) 기준을 바꿀 때가 됐다.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게 통합재정수지다. 이번에 통합재정수지를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고도 성장기 땐 4대 보장성 기금이 계속 흑자를 냈기에 관리할 필요가 없었지만 최근엔 상황이 바뀌었다”며 “특히 고용보험 같은 경우 정부가 (수지를) 예민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4대 보장성 기금 수지가 나빠지고 있으니 이를 포함한 통합재정수지를 대표 ‘가계부’로 쓰겠다는 것이다. 통합재정수지는 여전히 관리재정수지보다 수치가 좋게 나온다. 지난해 통합재정수지(4차 추경 기준)는 84조원 적자, 관리재정수지는 118조 6000억원 적자로 전망돼 30조원 이상 차이가 났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적자 규모가 큰 관리재정수지를 ‘버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관리재정수지는 매달 발간하는 ‘월간 재정동향’을 통해 계속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주호영 “文 ‘닥치고 더더더’…10만원은 구속, 20조는 돌려도 되나”

    주호영 “文 ‘닥치고 더더더’…10만원은 구속, 20조는 돌려도 되나”

    “文, ‘닥치고 돈풀면 표 된다’ 확신”“‘닥치고 가덕도법’ 통과 현장 지휘,‘김경수 예산’ 22조 SOC 예타 면제”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정부·여당이 20조원 규모로 가닥을 잡은 4차 재난지원금 방안을 이달 중 지급하는 것과 관련해 “문재인식 포퓰리즘이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구호는 ‘닥치고 더더더’다”라고 비판했다. 다음달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돈풀기라는 지적이다. “문재인식 포퓰리즘 완성 단계”“대통령, 선거 앞에 나랏돈 20조 돌려” 주 원내대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때 일반 국민은 10만원만 돈을 나눠줘도 구속되는데,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국채를 발행해 나랏돈을 20조씩 돌려도 괜찮은 건가”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3차 재난지원금이 다 집행되지 않았는데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4차 재난지원금 20조원을 더 풀겠다고 한다”면서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닥치고 돈을 풀면 풀수록 표가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19조 5000억원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을 마련해 3월 하순부터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앞선 재난지원금보다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지원 금액은 상향했다.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알뜰한 나라살림’ 원칙을 앞장서 훼손했다”면서 “‘김경수 예산’이라 불린 22조원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닥치고 가덕도법’ 통과를 현장에서 지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을 거론하며 “재정 건전성을 얘기하는 사람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사람으로 몰린다”고 개탄했다.“20조? 상공인 20만명에 1억씩 가능”“20조 확정에 단 한 마디 상의도 안 해” 주 원내대표는 “야당이 선거를 앞둔 선심성 예산 살포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해도 콧방귀조차 뀌지 않는다”면서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을 확정했다는 데 제1야당 원내대표인 제게는 단 한 마디 상의하지 않았다. 180석의 의석으로 국회에서 모든 법률안과 예산안을 완력으로 밀어붙이는, 야당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주 원내대표는 “20조원이면 영세자영업자 상공인 20만명에게 1억원씩 무상으로 나눠줄 수 있는 돈이고, 유니콘이 될 수 있는 유망기업 40개에 5000억원씩 투자할 수 있는 돈”이라면서 “국회에서 20조원 규모의 예산을 철저하게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이 소고기 구워 먹을 수 있어서 문 대통령이 마음 뿌듯해했던, 그 재난 지원금의 규모가 12조원이었다”면서 “코로나 위기 탈출에 어떤 방법이 더 효율적인지 따져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되물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베이징 주부’의 가사노동 가치는 얼마? 中 역사적 판결에 갑론을박

    세계적으로 여성의 육아·청소 등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가사노동의 대가를 인정하라는 판결이 처음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법원이 이혼 소송 중인 남편에게 “전업주부 아내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가사 노동을 돈으로 환산한 역사적 판단’이라는 긍정론과 ‘남성의 입장을 지나치게 반영한 결과’라는 비판론이 엇갈린다. 24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혼 소송 중인 여성이 5년간 가사노동에 대한 대가로 5만 위안(약 850만원)을 받게 됐다’는 법원 판결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라고 전했다. 남편 천모씨와 아내 왕모씨는 5년의 열애 끝에 2015년 결혼했다. 그러나 관계가 나빠져 2018년 별거에 들어갔다. 천씨는 줄곧 이혼을 요구했지만 왕씨는 “부부의 감정이 남아 있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이 다른 여성과 살림을 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마음을 바꿔 “그간 가사노동을 보상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 20일 베이징팡산법원은 천씨에게 “혼인 기간 동안 전적으로 가사를 책임진 왕씨에게 5만 위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최근 개정된 민법 1088조를 근거로 들었다. 배우자 중 한 명이 육아나 노인 돌봄 등 의무를 지면 상대방이 이를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베이징 로펌 캉다의 한 변호사는 “중국 본토에서 집안일을 보상하라는 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환구시보는 설명했다. 곧바로 이 사건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6억회 이상 조회돼 논쟁거리가 됐다. 누리꾼들의 입장은 둘로 갈렸다. ‘이제 중국도 남녀평등에 한발 더 다가섰다’며 칭찬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5년간 노동의 대가로 5만 위안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자조도 상당했다. 왕씨가 받은 보상금이 우리 돈으로 매달 15만원 정도에 불과해서다. 유명 논평가는 “할 말이 없다. 전업주부의 일이 지나치게 과소평가됐다”며 “베이징에서 가정부를 고용하는 데도 1년에 5만 위안은 더 든다”고 지적했다. 한 여성도 “이번 사건을 봐도 알 수 있듯 중국에서 여성은 늘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어야 한다. 결혼한 뒤에도 일을 포기하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가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통계청이 처음 가사노동 가치를 산정했다. 2014년 기준 가사노동 시급은 1만 569원으로 당시 최저임금(5210원)의 두 배 수준이었다. 올해 최저임금 8720원을 적용하면 대략 1만 7000원 정도로 추산된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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