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나라 살림
    2026-03-15
    검색기록 지우기
  • 자체감사
    2026-03-15
    검색기록 지우기
  • 일본 시위
    2026-03-15
    검색기록 지우기
  • 민사 불법성
    2026-03-15
    검색기록 지우기
  • 평화체제
    2026-03-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808
  • 보유세 강화논쟁 2라운드 ‘과세기준’ 전쟁

    정부와 한나라당의 부동산 보유세(재산세+토지세) 강화 논쟁이 ‘과세기준 일원화’로 옮겨붙었다.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은 정부 부처별로 제각각인 과세 기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먼저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반면,정부는 “당장은 어렵다.”며 난색이다.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과세기준 단일화가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보유세 강화의 전제 조건이 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한나라당이 ‘부동산 투기억제’라는 큰 틀보다는 ‘지지층 이익 대변’에 매달려 선진 세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로부터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5일 재정경제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선(先) 과세기준 통일’과 ‘지역 차별’을 내세워 정부의 보유세 강화 방침에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보유세 강화 ‘반대→찬성→반대’ 한나라당은 지난 4일 오전 보유세 강화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 네티즌들의 비난 여론이 급등하자 오후들어 ‘조건부 찬성’으로 선회했다.그러자 이번에는 지지기반이 반발했다.결국 하루만에 ‘사실상 반대’로 되돌아갔다.한나라당측은 “양도소득세는 국세청 기준시가,토지세는 건설교통부 공시지가,재산세와 취득·등록세는 행정자치부 시가표준액을 각각 쓰고 있다.”면서 “보유세 강화에 앞서 들쭉날쭉인 과세기준부터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아울러 서울 강남 등 특정지역에 부담이 가중되는 정부의 보유세 강화 방안에도 찬성할 수 없다며 별도의 대안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보유세 강화 후퇴없다” 과세기준 일원화 주장과 관련,재경부·행자부·건교부 등 주무부처들은 “그렇게 하기 위해 실거래가 과세기반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당장은 엄청난 행정력이 소요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행자부 관계자는 “지방세인 재산세의 경우 각 자치단체의 살림살이와 과세 목적에 맞게 (시가와는 별도의)기준금액을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 “이웃 일본을 포함해 선진 외국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보유세 강화의 지역차별 시비와 관련해서도 재경부는 “특정지역의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실제 부동산 가격에 비례해 보유세를 전체적으로 조정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비싼 집이 많은 강남지역의 세 부담이 높아진 것”이라고 역설했다.당장 내년에 실시할 보유세 강화는 세율 인상이 아닌,과표 현실화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한나라당의 반대와 무관하게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다.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정부 방안을 지지했다. ●전문가들,“한나라당 주장 설득력 없어”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부동산투기를 잡기 위해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면서 “한나라당이 문제삼는 형평성 논란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조세연구원 노영훈 연구위원도 “부동산에는 굳이 일물일가(一物一價)의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면서 “이를 트집삼아 보유세 강화를 문제삼는 것은 조세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참여연대 하성수 변호사는 “현행 과세기준이 불필요하게 쪼개져 있어 비효율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일원화가 바람직하지만 한나라당이 이를 문제삼는 것은 지지기반을 의식,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에 딴죽을 걸려는 속셈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안미현기자 hyun@
  • [씨줄날줄] 그림자 게임

    대선자금 정국이 점입가경이다.검찰이 정치권 전체를 향해 칼날을 곧추세우고 있음에도 각 당은 상대편을 생채기 내기에 여념이 없다.이른바 ‘저격수’들의 전면 포진이다.이 때문에 디지털 파고에 떼밀려 뒷방 신세로 전락했던 옛 자객들이 다시 기세를 올리고 있다.저격수들의 총탄이 터질 때마다 익숙한 얼굴들이 선혈이 낭자한 채 허둥대니 관객들은 삿대질을 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모양이다.옛말에도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 가장 재미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번 싸움은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과거와는 달리 출연진도 훨씬 더 화려할 뿐 아니라 규모면에서도 ‘스펙터클’‘파노라마’ 수준이다.먼저 한나라당 저격수들의 표적은 현직인 노무현 대통령이다.대선자금이 막 불거진 만큼 공격거리가 많아 ‘실탄’도 넉넉한 것 같다.여기에 지난 대선에서 노 대통령의 선거 살림을 맡았던 민주당도 측면지원을 하고 있다.마치 스타 크래프트 게임에서 한 표적을 향해 화력이 집중되는 형국이다. 또다른 타깃은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회창씨다.검찰과 열린우리당,민주당으로부터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그럼에도 대선에 패배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한,정치적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야인이라는 점에서 흥행은 다소 떨어지는 듯하다. 조연급들도 맹활약이다.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이 떨어져 나가면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서로 칼날을 겨눈다.관객 입장에서도 피아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다.과거 정치게임에서 때론 피해자가,때론 가해자가 되기도 했지만 결국 중재자 역할을 했던 청와대마저 화염에 휩싸여 있다.검찰이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이번 대선자금 수사와 정국을 ‘그림자 게임’에 비유했다.화상에서는 포성과 저격수의 총탄이 난무하지만 기대했던 전사자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비극보다는 희극에 가깝다고 정의를 내렸다. 대선자금 공방이 관객들에게 한바탕 재미만 주는 가부키(歌舞伎)로 막내리지 않으려면 정치의 틀과 운영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 ‘동병상련’ 2인의 婚事/ 이회창·이재현 오늘 자녀 결혼식

    SK 대선자금의 소용돌이 속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회창 전 총재와 핵심 재정실무자였던 이재현 전 재정국장이 25일 나란히 자녀 혼사를 치른다.이 전 총재는 서울 성북동 성당에서 차남 수연(36)씨,이 전 국장은 여의도 성당에서 장녀의 결혼식을 각각 갖는다. 귀국 후 자금 문제와는 거리를 둔 채 두문불출해 온 이 전 총재는 지난 20일 공항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지겠다.”고 말했었다.이 전 국장도 최돈웅 의원이 100억원을 당 재정국에 전액 전달했다고 밝힘으로써 SK 자금의 용처를 밝히는 데 핵심인물 중 한 사람으로 지목되고 있으나,22일부터 잠적해 일체의 연락을 끊고 있다.결혼식에 참석할지 여부도 관심이다. 민정당 공채 6기 출신의 전문당료인 이 전 국장은 지난 1998년 전임 김모 국장이 ‘세풍(稅風)’에 연루돼 물러난 뒤 5년여간 당 살림을 꾸려왔다.이 전 총재의 경기고 후배다.사무처 관계자는 24일 “정치자금을 다룰 때는 출처를 묻지 않는다.”면서 “실무자야 돈을 건네받은 뒤 분배나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해 ‘혼사’와 ‘수사’가 겹친 것을 안타까워했다. 박정경기자 olive@
  • [사설] 충격의 연패, 4강 신화는 어디로

    이러고도 아시아 최고의 축구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가.월드컵 축구 4강 신화를 얘기할 수 있는가.불과 1년전 우리는 붉은 악마의 뜨거운 함성으로 세계를 경악시켰다.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이 어떤 나란가.우리는 투지와 단결로 이들을 연파하면서 한국인의 저력을 세계에 과시했다.이참에 결집된 국민적 열정을 국운 상승에 모아가자고 두 주먹을 불끈 쥐기까지 했었다. 이제 그 한국 축구가 세계 랭킹 102위의 오만에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했다.세계 랭킹 98위 베트남에 패한 데 이은 또 하나의 치욕이라 더욱 충격적이다.축구공은 둥글고 승부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지만 아시안컵 예선대회에서마저 이렇게 불안한 전력을 보여서야 어떻게 세계 무대를 다시 넘볼 수 있겠는가.그러잖아도 불안정한 나라살림으로 국민들이 심란한데 축구까지 이렇게 국민을 실망시켜도 되는가. 당국은 면밀한 패인 분석과 대책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해외파 선수들의 대회 불참과 이에 따른 일시적 선수단 구성으로 팀워크나 정신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도 있는 줄 안다.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다.취임 9개월 된 감독을 흔드는 것은 신중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코엘류 감독의 한국축구 이해방식과 선수장악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심각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월드컵 이후 시들해진 대표팀 지원체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큰 대회가 있을 때만 성과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미리부터 여건을 갖춰가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축구는 국민의 스포츠다.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책을 찾기 바란다.
  • [나의 건강보감]‘영원한 國手’ 조훈현

    국수로 불리는 조훈현(51)씨가 담배를 끊은 것이 한동안 세간의 화제가 됐다.“못 끊을 걸.”이라며 비관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더러는 “만약 끊는다면 바둑이 안되겠지.그렇잖아.대국 때마다 그렇게 피워댄 담밴데….”라며 그의 바둑 퇴조론과 결부시키는 사람도 있었다.이런 전망이 결코 근거없는 것은 아니었다.그때까지만 해도 담배를 빼놓고는 그의 바둑을 말하기가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한 대국서 담배 다섯갑 태우기도 73년 군에 입대해서 시작해 96년까지 23∼24년 정도 피운 셈이다.그냥 피운 게 아니라 한국의 바둑 역사를 홀로 일군 그의 발자국마다 담뱃진이 눅진하게 배어 있었다.“많이 피웠어요.대국이 있는 날이면 피우던 것 말고 ‘쌍권총’이라고 해서 양 주머니에 한갑씩 넣어가 바둑 한판에 서너갑씩 태웠지요.떨어지면 따로 사달래서 피워댈 정도였으니 ‘담배없이 어떻게 바둑을 두나.’라고 생각한 게 당연했지요.한 대국에서는 무려 다섯갑을 태우기도 했어요.”그런 그가 지난 96년 돌연 금연을 선언하고 나섰다.바둑을아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그들의 생각은 “그게 될까?”였다. 그런 세간의 예측을 일축하듯 그는 담배를 끊었고,한 공익광고에 나서 “담배를 끊고 나니 집중력도 좋아지고….”라며 금연 홍보까지 하고 있다.혹시 그동안 몰래 한두번이라도 피운 적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단언했다.“제 바둑인생에서 참 힘든 때였어요.큰 대국에서 거푸 지고,그래서 결국 무관으로 주저앉았을 땐데,뭔가 촉발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여겼지요.그러던 차에 친구인 차민수 4단의 초청으로 미국엘 가게 됐어요.”차민수,프로갬블러로 TV드라마 ‘올인’의 주인공 바로 그다.그때의 미국행이 그의 ‘흡연 바둑사’를 바꾼 계기가 됐다.“미국엘 가보니 공항이고 집이고 담배 피울 곳이 없어요.10분에 한대는 피워야 하는데,그걸 못피우니 오죽했겠어요.게다가 민수까지 ‘끊으라.’고 채근해 금연을 작심했지요.”그후 귀국해 우연히 금연초 제작자를 만난 것을 계기로 금연을 단행했다.거기서 끝내지 않고 그때부터 등산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30년 넘게 산을 타왔지만 절박한 심정을 느끼며 산을 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심신을 담금질하지 않으면 이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금연 이후 등산에 더욱 박차 프로기사 조훈현 9단.누구든 그를 ‘국수(國手)’라고 부른다.국수가 아니어도 그는 국수다.바둑 종주국인 중국을 따돌렸는가 하면,현대 바둑의 본산을 자처한 일본을 아우른 한 개인에 대한 최대의 서훈(敍勳)이요,작위(爵位)다.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부턴가 ‘국수’라는 외경의 수사가 함께했다. ‘요산요수(樂山樂水)’라고 했다.산은 중후하여 변하지 않고,물은 사리에 통달해 막힘이 없으므로 지혜롭고 어진 사람은 산수를 좋아한다는 의미다.궁극적으로 가장 현명한 선택을 묻는 기예인 바둑의 황제 조훈현이 산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기도 하다.그러나 30년 넘게 산을 탔으면서도 그때처럼 절박한 심정을 갖기는 처음이었다고 돌이킨다. 조훈현처럼 많은 별명을 가진 기사는 없다.‘국수’말고도 ‘황제’,‘제비’,‘전신(戰神)’.하나같이 그가 바둑을 통해이룬 업적을 담고 있지만 ‘제비’는 사연이 좀 다르다.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제비’라는 별명을 그의 발빠른 행마와 연관짓곤 한다.그러나 이 별명을 얻은 사연은 전혀 다르다.“작고하신 강철민 8단이 붙여준 별명인데,기사들끼리 산에 올랐다가 제가 나는 듯 산을 잘 탄다고 그렇게 불렀어요.그랬던 것이 나중에 행마와 결부돼 제비,제비 하더라고요.”그는 결혼 전인 20대 때부터 산을 탔다.주로 동료 기사들과 함께했는데 그 덕분에 북한산,도봉산은 훤히 꿰고 있다. “바둑을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들 하는데 등산이 그래요.오를수록 힘든 한계상황에서 다리를 접느냐,더 오르느냐를 항상 선택해야 하거든요.제 경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힘을 등산에서 얻는데,이런 겁니다.사람도 살다가 ‘회사,이거 때려치울까.’ 할 때가 있듯 저도 ‘바둑,때려치워?’ 할 때가 왜 없겠습니까.그때마다 그런 갈등의 답을 산에서 찾곤 하죠.” ●‘어려운 상황 이겨내는 힘' 등산서 얻어 평생을 반상의 승부로 채운 탓인지 그는 의외로 승부에 담담했다.이기고 지는일에 단련돼 있어서라고 했다.“중요한 대국을 마치고나면 몸이 퍼져요.특히나 혼신을 다한 대국에서 지고 나면 혼이 나간 듯 한 사나흘간 ‘멍’한 상태가 계속되기도 하고요.그럴 땐 빨리 잊는 게 상책인데,그때 내 자신을 추스르고 다시 서는 힘이 산에는 있다는 말입니다.”그렇다고 해도 승부사에게 패배가 주는 충격이 적을 리 없다.한번은 큰 대국에서 진 뒤 집에서 TV를 보다가 갑자기 “아,거긴가.”하고 외쳤다.눈을 TV에 두고도 마음은 복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둘째딸이 “바둑,그만두라.”며 펑펑 울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 연배로는 세계 바둑 무대에서 유일한 현역이자 제왕이다.중국의 네웨이핑과 일본의 고바야시,한국의 서봉수도 시들었지만 그만은 ‘바둑의 고려장’에 들지 않고 여전히 예각의 기세를 자랑하고 있다.“대국을 앞두고는 절대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5분만에 기보 한장’을 독파해 내는 그의 신품(神品)을 천재성만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틀림없이 그는 지금도 바둑에 혼을 바치는 노력을 쏟고 있고 그래서 여전히 세계 바둑의 태산준령인 것이다.“이제는 애제자라도 한명 들여 가르치는 재미를 느껴보고도 싶다.”는 그의 얼굴에서 ‘해가 지지 않는 또 다른 나라’를 본다. 글 심재억 기자 jeshim@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 ■조훈현의 등산 건강론 사람들은 그의 바둑에서 날렵한 속도감을 보지만 정작 그는 “나처럼 승부나 수읽기에서 둔감하고 또 둔감하려고 애쓰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승패를 떠나 그런 무심(無心)의 경지에 들지 못했다면 오랜 세월,수많은 승부의 부침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다.그런 그에게 산은 미더운 의지처였다.산에서 바둑의 이치를 깨닫고 힘을 얻는다는 그가 아닌가. 그는 20대 시절부터 김인 국수 등 바둑인들과 함께 산을 탔다.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71년부터였는데,결혼도 하지 않았던 젊은 기사 조훈현이 하는 일은 바둑과 등산이 전부였다.“종로4가에서 만나 주로 도봉산을 올랐어요.가끔 지리산과 설악산도 올랐고요.결혼해 화곡동에 신접살림을 차리는 바람에 좀 뜸했지요.그랬다가 10년전 지금 사는 평창동으로 이사와 본격적으로 등산을 다시 시작한 겁니다.”평창동 매표소에서 출발해 구기동이나 정릉쪽으로 방향을 잡아 2∼3시간쯤 타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지만 더러는 백운대나 상명여대쪽으로 빠지기도 한다. 젊어서는 산에만 오르면 마치 제비처럼 가벼운 ‘행마’로 많은 기사들의 부러움을 샀지만,지금은 다르다.젊은 시절의 발빠른 행마 대신 요새는 한 걸음 한 걸음 구도하듯 산을 탄다.서두르지 않는 대신 집요하다.“그러면서 대국의 스트레스도 씻고 또 내가 뒀던 바둑을 반추하는 거죠.전 한번도 제 바둑에 만족해 본 적이 없습니다.항상 아쉬움이 남고,그런 자성이 장수의 밑거름 아닐까요.” 담배를 끊은 뒤 173㎝에 70㎏이던 체중이 한때 80㎏까지 늘었다가 이제는 76㎏으로 자리를 잡았다.식성도 회 등 해산물을 좋아하나 그렇다고 따로 가려 먹지는 않는다.여기에 등산으로 심신을 추스른다.프로로서 언제든 대국할 수 있게 긴장하는 삶이다. 코오롱등산학교 원종민 교무는 “유산소운동인 산행은 육체적 단련뿐 아니라 조 국수처럼 극심한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의 인체 자기장을 회복시키고 깊은 명상의 기회를 제공하며 피톤치드 같은 생체 활성물질을 다량 흡수하도록 해 심신의 기능을 촉진하는 유효한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심재억기자
  • [열린세상] 한 ‘수치(數癡)’의 고백

    정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게 아니면,잘 위장된 연기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앞부분이 감성(感性) 담은 말들로 시작되었고,목소리는 깊은 감상(感傷)을 실었다.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가슴이 미어집니다.…밤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차마 국민 여러분을 대할 면목이 없습니다.…송구스럽습니다.” 국정에 관한 대통령의 중요 연설이,본론에 앞서 ‘사죄’와 ‘회한’을 되풀이하고 있음은 이례적이다.노 대통령은 장사 안돼 울상인 서민,손님 없는 택시 기사,절망에 빠진 농민,삶의 터전까지 잃은 수재민,천정부지로 뛰는 아파트 값,싸움만 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 자신,터져 나오는 측근 비리의혹 등을 일일이 짚어가며 아픔과 위로와 잘못을 드러내고,그리고 도무지 어디에도 면목 없을 자신의 처지를 심히 자책했다. 독한 마음으로 억눌러서 그렇지,눈물이 나지 않았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대통령의 현실이다.TV 중계 화면에서 대통령의 눈물을 똑똑히 보았노라고 내가 강변하고 나선들 큰 망발도 아닌상황이다. ‘2004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 연설’은 노무현 대통령 자신의 ‘재신임’을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그 일정은 언제인가 하는 것이 관심사요 주제였기 때문에 117조원에 이르는 나라살림이나 대통령의 정책 약속은 관심 밖으로 밀렸다.그러나 재신임은 재신임이고,민생과 관련된 두 가지 약속만은 재신임과는 별개의 무게를 지닌다.도박이라면 또 하나의 도박인,결코 무관심할 수 없는 시무(時務)다. 약속의 하나는 토지 공개념을 제도화해서라도 부동산 투기,특히 강남 아파트 값을 ‘꼭 잡겠다’는 것이다.다른 하나는 지난 수십년동안 해결하지 못한 사교육비 대책,그것을 포함한 근본적인 교육 혁신 방안을 연말까지 내놓겠다는 것이다. 부동산과 사교육비,이 두 사안은 별개의 문제인 듯이 보이지만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것을 세상은 안다.강남의 아파트 수요가 자녀 교육 때문에 생기는 거품인 것은 상식이다. 엊그제 무역협회는 ‘203개 경제·무역·사회 지표로 본 대한민국’이라는 자료를 냈다.눈에 띄는 것은 대한민국이 ‘세계 1위’인 지표들인데,이를테면 선박수주량 및 선박건조량,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생산,CDMA(코드분할다중접속)단말기 판매,초고속인터넷가입자 수,월중 페이지뷰 같은 것들이 빛나는 톱 랭킹이다.세계 1위를 손꼽을 수 있는 목록이 는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자랑하고 싶지 않은 1위가 하나 남았다.사교육비다.국민총생산(GDP)중 교육기관에 대한 지출 비중과,민간 교육기관에 대한 지출 비중이 모두 OECD국가들 중 1위라고 한다.숫자를 따질 것이 없다.3∼4세 젖먹이 시절부터 대학 진학 때까지 이집 저집 주변의 우리 2세들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우리 자신들이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다.그리고 그것이 우리 이웃들의 가계를 어떻게 멍들게 하고 있으며,얼마나 나라 경제를 거덜내는지도 짐작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그동안 ‘특단의 대책’이 나올 때마다 그 ‘특단’만큼 오히려 더 뛰었다는 실적(?)이 비극적이다.지난 ‘9·5 대책’도 대표적 사례라고 한다. 노 대통령의 ‘토지 공개념’ 언급에 반응하면서 야당의 정책담당자는 “600조원이나 되는 시중 부동(浮動)자금이 의미있는 투자처를 찾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논평했다.우리사회의 부동산 문제가 잡히지 않는 이유는 투기의 찬스만을 좇아서 그곳이 어디라도 달려가는 거대한 자금,‘떠도는 뭉칫돈’ 때문이라는 것은 알려진 진단이다. 도대체 600조원이 얼마나 큰 돈인가.써본다면 6 아래 0이 14개다.노래라면 체질적인 음치(音癡)가 있듯이 요즘 10대들은 춤 못 추면 ‘몸치’인데,음치 몸치에 숫자에 관한 한 ‘수치(數癡)’인 나는 600조든 117조든 가늠할 길을 알지 못한다. 알 수 있는 것은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아파트 투기,그로 인한 빈부격차가 악화일로라는 사실,‘중산층 붕괴-빈곤층 급증’이라는 중남미화 현상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는 인식이다.대통령은 눈물 보일 계제가 아니다. 정 달 영 칼럼니스트
  • SK비자금 파문 확산 / ‘최돈웅 100억수수’ 당혹

    SK비자금 수사의 ‘최종 행선지’가 지난해 대선자금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나라당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특히 9일 최돈웅 의원의 100억원 수수 혐의가 터져나오자 “사건이 어디로 가는 거냐.”며 당황해하는 모습이다.당초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수사대상에 포함되자 비교적 느긋해하던 전날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수사가 어디로 가는 거냐” 이날 최 의원의 기자회견 때 뒤 벽의 당 로고가 짙은 청색 커튼으로 가려져 눈길을 끌었다.최 의원의 자금수수 의혹을 최대한 당으로부터 떼내 보고픈 심사를 반영하는 듯했다. 한나라당의 ‘동요’는 두 가지에서 비롯된다.우선 수사의 칼날이 ‘판도라의 상자’(대선자금) 위에 있다는 점이다.둘째,사건의 향배와 파장이 쉽게 가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아침부터 분주했다.최병렬 대표와 홍사덕 총무는 최 의원을 불러 아침식사를 함께 하며 장시간 사건경위와 대책을 논의했다.그러나 별 진전은 없었던 것 같다.홍 총무는 “본인이 아니라니…믿을 수밖에 더 있느냐.”고 답답해했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인 최도술씨와 이상수 통합신당 총무위원장이 함께 소환통보를 받은 사실도 그다지 위안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특히 홍 총무는 “이상수 의원은 별 문제가 안되는데도 끌어들인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고 했다.최씨에 대해서도 “고도로 트레이닝(훈련) 안된 사람이 노 대통령 주변에 많지 않으냐.”며 ‘개인비리’로 끝날 가능성을 점쳤다. ●대선자금엔 ‘모르쇠’ 한나라당 현 지도부는 대부분 대선 당시 자금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이다.때문에 대선자금의 실체를 모를 가능성이 높다.홍 총무는 “프런트(전면)에 있지 않았던 나로서는 알 수도 없고,알려고 해서도 안될 일”이라고 일단 거리를 뒀다. “모른다.”는 답변은 당시 지도부 인사들도 마찬가지다.이회창 전 후보의 한 측근은 “최 의원 건은 아는 바 없다.이 후보도 매우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했다.중앙당 후원회장인 나오연 의원은 “SK측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으나,모두 정상적으로 영수증 처리를 했다.”면서 “그러나 액수를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김영일 사무총장 역시 “총장으로서 집행만 했지 (대선자금 전체규모는)모른다.”면서 “다만 당에 들어온 돈은 국고보조금 138억여원과 중앙당후원금 110억여원,그리고 약간의 당비가 전부”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문제의 100억원이 외곽조직,즉 이 전 후보의 개인후원회인 ‘부국팀’이나 또 다른 제3의 루트를 통해 들어왔을 가능성도 거론된다.이 전 후보의 개인후원회는 회원수만 25만여명인 데다 유력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대선 직전 이 전 후보 진영에 들어온 SK 전 임원 Y씨를 매개로 돈이 오갔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이럴 경우 사건은 이 후보를 직접 겨냥할 가능성도 있다.그러나 이 전 후보의 법률고문으로 외곽조직을 챙겨온 서정우 변호사는 “이 전 후보는 결코 돈을 직접 받는 분이 아니다.돈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상수 수사부터 지켜보고…” 한나라당은 일단 시간을 벌자는 생각이다.10일로 통보된 검찰의 최 의원 소환에 불응한다는 방침이다.홍 총무는 “오는 14일 이상수 의원 소환조사를먼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진전돼 있는 것인지,수사가 어디로 향하고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 등을 살펴보고,이에 따른 정국 향배를 가늠해 본 다음 대응책을 모색하겠다는 의도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비,여권에 대한 공세의 포문도 열어 놓고 있다.박진 대변인은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살림을 도맡았던 이상수 의원과 노 대통령 집사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혐의가 확인되면 이는 현 정부의 정통성 상실을 의미한다.”면서 “검찰이 야당을 끌어들여 구색 맞추기를 기도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최악의 경우 현대 비자금 사건에 대한 특검수사로 맞불을 놓는 배수진이 예상된다. 진경호기자 jade@
  • SK서 총·대선전후 수십억씩 수수혐의/최도술·이상수·최돈웅씨 소환

    대검 중수부(부장 安大熙)는 7일 통합신당 이상수 의원,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3명이 SK비자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오는 11일쯤부터 출두토록 개별 통보했다고 밝혔다.최 의원과 최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출국금지했다. ▶관련기사 3면 검찰은 또 구 여권 인사를 비롯,여야 현역의원 등 정치인 3∼4명이 SK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단서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따라 현대비자금 사건에 이은 SK비자금 사건은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으로 선거자금 전반을 관리하면서 SK그룹측으로 70억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최 의원은 2000년 4·13 총선을 전후해 SK그룹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뒤 정식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혐의다.최 의원은 2000년 6월부터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을 맡아 당의 살림을 책임졌었다. 검찰측은 이 의원과 최 의원이 SK측으로부터 기업에 대한 각종 편의 제공 등 포괄적인 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 전 비서관은 대선 직후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SK측으로부터 비자금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SK그룹이 대선 직후 10억원대 양도성예금증서(CD)를 마련한 사실을 이미 확인했으며 이 중 상당액이 최 전 비서관에게 건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뇌물 또는 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그러나 검찰은 사건의 파장을 의식,이들의 혐의 사실에 대해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소환일정이 조정되는대로 손길승 SK그룹 회장도 다시 소환하기로 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
  • “SK비자금 신당띄우기用”민주·한나라 의혹제기

    SK비자금 수사가 민주당과 통합신당간 신경전으로 비화되고,신당 띄우기용 수사 의혹 공방도 일고 있다. 민주당은 70억원대의 비자금이 통합신당 핵심인사인 이상수 의원을 통해 지난해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전달됐을 것이라며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이에 신당측은 이 비자금이 민주당 인사들과 연결됐을 것이라고 즉각 반격했다. 민주당이 지난 3일 노 후보 진영 전달설로 대통령을 겨냥하자,장영달 의원이 곧바로 “민주당이 많이 연루돼 있을 것이고,그것이 나오면 여러 사람이 다칠 것 같은 분위기”라고 역공을 가해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이어 신당의 살림을 맡고 있는 이상수 의원도 지난 4일 일부 기자와 만나 “SK비자금 문제는 더 커져야지.그래야 한번 더 정치권을 흔들지.우리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잘라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비자금 수사를 ‘통합신당 띄우기’용으로 비쳐지게 한 대목이다.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들 두 의원의 발언을 예로 들며 “이런 발언은 ‘노 후보 진영에 비선을 통한 자금 전달설’이돌자 차단막을 치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할 말 안할 말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장 부대변인은 “더욱이 이상수 의원은 현재까지 SK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유일한 사람이며,최태원 회장이 구속됐을 때 검찰지휘부에 전화해 선처를 부탁한 전력이 있다.”면서 “두 의원은 어떤 정치적 목적에서 이런 비상식적인 발언을 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신당인사들의 발언에 대해 “신당측이 검찰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검찰수사가 정치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도 5일 “노무현당이 뜰 때쯤 되면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을 키우려는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날 것이란 예고를 내가 오래 전부터 해왔다.”면서 “(SK비자금 수사는)그 가운데 하나로 보면 된다.”고 말해 SK비자금 수사가 ‘신당띄우기’용이란 의혹에 가세했다. 이춘규기자 taein@
  • SK비자금 ‘불똥’ 정치권 초긴장

    SK비자금 수백억원의 정치권 유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더하면서 여야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당사자들은 범죄와 연관성을 부인하지만 관련 정치인 수 및 액수 면에서 현대비자금 이상의 폭발성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 수사가 새로운 정치세력 대 구태 정치세력으로 정치권을 재편하려는 일련의 흐름과 연결될 경우 파괴력이 배가될 것이라며 경계하는 기류도 있다. ●의혹 당사자들은 “쉬쉬” 실제로 SK비자금 수사와 관련해선 여야를 떠나 중진 의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세대교체와 부패정치세력의 척결을 주장하는 범여권 내 386세력들의 움직임과 대비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한나라당과 민주당,통합신당은 모두 SK비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향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특정 정당 또는 정치세력이 중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그래서인지 각 정당이나 의혹당사자들의 반응은 어느 때보다 조심조심하는 분위기다. 지난 2000년 총선과 지난해 대선 때 100억원의 SK비자금이 유입됐다는 의혹이 3일 제기된 한나라당은 검찰수사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겨냥한 정치적인 표적수사로 규정했다. 박진 대변인은 “여권 인사가 다수 연루된 현대비자금 사건을 미봉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의심했고,SK비자금의 한나라당 전달창구로 지목된 중진의원측은 “공식후원금으로 영수증 처리가 됐다.”며 불법수수설을 부인했다. ●통합신당도 신경 곤두세워 민주당은 전·현직 의원 여러 명의 이름과 각각 20억원 안팎의 수수설이 나돌자 “민주당을 부패정치세력으로 매도하려는 악의적 음모”라고 반발하면서도 수사의 파장을 주시했다. 나아가 지난해 대선 직전 비자금 유입 의혹에 대해선 김영환 정책위의장이 “만약 사실이라면 돼지저금통으로 표상되는 깨끗한 선거로 당선됐다는 현 정부의 도덕성에 의문을 던지는 일이 될 것”이라고 노무현 대통령과 실질적 여당을 선언한 통합신당을 겨냥했다. 통합신당측은 대선 직전 비자금 유입설을 부인하면서도 신경을 곤두세웠다.당시 노무현 후보 진영에 검은 자금이 유입됐다는 의혹 자체가 걸음마를 시작한 통합신당의 향후 행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선 당시 당 살림을 담당한 총무본부장이었던 이상수 의원은 “미미한 돈이 후원금으로 들어와 영수증 처리했을 뿐 다른 돈은 없었다.”고 주장했다.장영달 의원은 “노 대통령과 통합신당이 잘못되기를 기대하는 것 아니냐.”고 의혹설을 일축했다. 이춘규기자 taein@
  • [씨줄날줄] 신언패(愼言牌)

    폭군으로 전해지는 연산군의 일화다.인륜을 저버린 폭정에 나라 살림을 도탄으로 몰아 넣는 난정을 일삼았다고 한다.백성을 걱정하는 대신들,그러니까 지금으로 말하면 장관쯤 되는 고관들이 앞을 다투어 연산군의 실정을 지적하며 군주 본래의 자리로 돌아 오라는 충간을 했다는 것이다.그러나 모친에 대한 원한에 함몰된 연산군의 가슴에 닿을 리 없었다.그래도 대신들의 상소가 이어지자 연산군은 한시(漢詩) 한 수를 곁들여 신언패(愼言牌)를 내렸다고 한다. 고관들에게 신언패라는 목걸이를 걸게하고,입은 화근의 문이요(口是禍之門)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舌是切身刀)고 협박했다는 것이다.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고관들은 몸이 잘리는 상황에서도 나라님에게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던 것 같다.국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대신들의 노력이 눈물겨웠다는 생각이 든다.요즘 몇몇 장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눈길 끄는 ‘발언’을 만들어 낸다.쓴소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계산된 듯한 단소리 행보인 것 같아 씁쓸해진다. 세상을 들여다 보면 말 솜씨로 공론(空論)을 양산하는 사람들이 많다.공론은 논쟁을 낳고,논쟁은 변론술을 낳고,변론술은 사회의 건강성을 좀먹기 십상이다.쟁점마다 대립각을 세우는 요즘 세태는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궤변론자라고 매도되는 소피스트들도 처음엔 현인(賢人)으로 존경받았다.각기 자부하는 전문 지식이 있었지만 결국엔 공론의 함정에 빠져들고 만다.문제는 세상 사람들이 말재주의 허구를 바로 알아채지 못한다는 점이다.아테네의 궤변 시대는 소크라테스의 등장까지 반세기 이상 이어졌다. 요즘엔 세상의 말 재주꾼들에게 신언패 하나씩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적당히 단소리를 해 놓고 사과했다며 어물쩡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계산된 제스처를 핑계삼아 농담이었다는 식으로 발뺌한다고 사람들이 모르겠는가.뒤늦게 본 뜻이 와전됐다는 식으로 호도해선 안 된다.공인을 자처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뜻 하나 다른 사람이 오해하지 않도록 표현하지 못한다는 말인가.말은 재주가 아니라 몸이 잘려도 좋다는 확신을 가지고 해야 한다.아테네 궤변 시대의 역사 공백을 답습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 [열린세상] 민심을 똑바로 읽어라

    국민이 혼란과 불안감에 빠져있다.먹고 살기 힘든 경제적 이유나 지난번의 태풍 ‘매미’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차라리 이것은 운명적이거나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라고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이다.그러나 요즘의 혼란과 불안의 근원은 정치권의 태만과 무책임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 더욱 분노하게 된다.며칠전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으로 전에 없는 새로운 실험과 창조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에서 거대한 한나라당을 제치고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승리를 쟁취했다.대선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지난해 6월 지방자치 단체 선거에서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참패당하고 국민으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그 때문에 대선 당시 민주당의 승리는 매우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그리하여 많은 동지들이 배신과 변절을 거듭하기도 했다.그러나 일반 국민은 보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민주당과 그 후보자를 선택했다.이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국가의 운명이고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집권 후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치개혁을 착수했어야 했다.그런데 정치개혁을 위한 통합과 관용보다는 갈등과 분열의 연속이었다.이것은 진정한 개혁과 발전을 위한 진통이라기보다는 사실 코드에 맞는 사람들끼리의 친소관계에 의한 감정싸움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었다.민주당의 신당파와 구당파의 분열이 현재의 국내외적 위기나 과제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었을까.노 대통령까지 여기에 가세하여 분열을 재촉한 것이다.위기의 시대에 대통령은 국가의 대표자로서 통합과 관용으로 중심을 잡고 나가야 한다. 가까운 중국 현대사에서 제1,2차 국공합작의 역사적 사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서로 다른 이념과 목표를 가진 국민당과 중국공산당이 타락한 군벌과 제국주의 일본을 물리치기 위해 목전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서로 손을 잡고 연대했다.다시 말하면 국내외적 위기와 과제 앞에 공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국민당과 공산당이 함께 손을 잡은 것이다.서로 같은 뜻과 목표를 가지고 모인 민주당이 그것도 어렵게 집권하고 나서 다시 분열한다는 것은 국가와 국민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우선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을 박차고 나와 새롭게 탄생한 ‘국민참여통합신당’은 지역구도타파와 정치개혁을 전면에 내걸고 새 살림을 차렸다.자신이 몸담고 커왔던 정당을 제대로 개혁하지 못하고 무책임하게 부정하고 나와서 또 다른 개혁정당을 만든다는 것이 꼭 당위성을 갖는 일이었을까.자신이 걸어온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을 배반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기존의 것을 부정하는 것만이 항상 개혁의 능사는 아니다.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대로 기존의 제도나 법에서 가장 잘못된 것(악폐)을 점차로 고쳐나가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라고 했다.모든 폐단을 일시에 제거해 놓고 그 뒤를 잘 이어가지 못한다면 시작은 있으되 마무리가 없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의 민주당은 과거 수십년의 핍박과 설움의 야당 역사 속에서 성장해 왔다.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승리로 민주당은 이미 지역구도를 타파했고,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국민경선제를 통해 정치개혁을 시작했다.갈등과 분열 때문에 민주당이 졸지에 모든 구악을 짊어지고 청산해야 할 몹쓸 정당으로 비쳐지고 있다.그렇다면 지금까지 민주당을 지지했던 국민은 무엇인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권력을 따라 깃발만 선명하게 나부낀다고 국민은 노예처럼 쉽게 따라가지 않는다.성실하게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겸허하게 실행해 나갈 때 언제나 국민은 그들의 편에 서 있을 것이다.국민을 더 이상 불안과 혼란속으로 빠져들게 하지 말라. 신 일 섭 호남대 교수 동양사
  • 한나라 PK걱정에 ‘安風 양동작전’

    한나라당이 ‘안풍(安風) 재판’에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26일 드러난 윤곽은 ‘양동 전술’이다.먼저 재판 과정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김영삼(YS) 전 대통령에 대한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YS가 밝혀라” 당 정치발전특위는 이날 회의를 갖고 안풍사건은 YS가 나서서 밝혀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이를 최병렬 대표에게 전달했다.이는 “안풍자금은 YS 대선잔금”이라는 전날 홍준표 의원의 주장을 전제로 한다. 홍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젠 YS가 나서서 밝혀야 하며 그가 밝히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다 죽는다.”면서 직접 진실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한나라당이 국민의 세금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누명을 벗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다. 그러나 당은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하지는 않을 전망이다.특위는 국정감사나 정기국회 기간 중 개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인식을 같이했다고 한다.내년 총선을 앞두고 YS와의 관계는 물론 부산·경남(PK) 정서를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한 소장파 의원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 PK 민심을 감안한다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YS에게 적절한 고려없이 압박만 가했다가는 한나라당 텃밭인 PK민심의 이반과 신당에 대한 YS 지지선언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계좌추적을 실시하라” 당은 지금 ‘법정 투쟁’을 준비 중이다.한나라당은 안기부 계좌를 추적하기만 하면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는 점을 금방 밝힐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도동측이 강조하는 것도 이 점이다.상도동의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증거재판이 아니라 절차에 법적하자가 많은 정치재판이라는 본질적인 것을 부각해야지 YS 대선잔금 얘기가 왜 나오느냐.”면서 “YS가 선거 때 당살림을 일일이 다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대변인 격인 박종웅 의원은 “잘못된 정치재판에 대해 바로잡을 생각은 않고 정치자금·대선잔금을 언급하는 것은 자중지란만 생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지운기자 jj@
  • [사설] 한투·대투, 밑 빠진 독부터 고쳐라

    정부가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에 또다시 2조∼4조원의 공적자금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만성적 부실 금융회사인 두 회사의 민영화를 마무리짓기 위해 공자금 추가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우리는 정부가 과연 국민혈세를 귀하게 여기는 자세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지난 1999년의 대우채 환매사태 때 두 회사를 합쳐 모두 5조 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하면 경영 정상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한 약속은 어떻게 됐는가.불과 4년만에 6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거덜내고 다시 최대 4조원까지 쏟아붓겠다는 것인가.하루 벌어 하루 먹는 서민들이 금융회사 부실을 메우자고 어려운 살림에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밑 빠진 독에 물을 아무리 쏟아부은들 고일 리 없다.정부는 공자금 추가 지원 얘기를 꺼내기 전에 밑 빠진 독부터 고쳐야 한다.금융회사라고 해서 경영이 나빠질 때마다 몇번이고 공자금을 지원해 살려주는 특혜를 인정해야 할 이유는 없다.금융회사도 자생력이 없으면 퇴출시키는 것이 원칙이다.이번에 2조∼4조원을 지원하면 경영이 정상화된다는 보장이 있는가.설혹 정부가 그렇게 얘기하더라도 이제는 국민이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헌 집을 고치는 것보다 새 집을 짓는 것이 돈이 덜 들 때도 있다.정부는 부실 금융사의 퇴출이나 통폐합 등 보다 근원적인 처방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국회는 정부가 어설픈 미봉책을 위해 국민혈세를 다시 낭비하는 일을 하지 않도록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혹여라도 공자금 추가 조성에 동의해줄 것이란 기대를 갖지 않도록 국회가 미리 정부에 못을 박아주기 바란다.그것이 나라의 곳간을 지키는 소임을 다하는 길이다.
  • [씨줄날줄] 文人과 26만9천원

    한 문학평론가가 창작활동의 경제적 대가를 돈으로 환산해 보았다고 한다.지난 한해 동안 팔린 시집이나 소설,수필집이나 평론집의 권 수와 단가를 곱해 말하자면 ‘창작활동 총생산’을 산출했다.그리고 총생산에서 창작 활동의 직접적 대가인 인세(印稅)를 계산해 국내 3대 문인 단체 회원 수로 나눠 보았다고 한다.문인들의 한달 평균 인세 수입은 26만 9000원이었다.줄 담배 피워가며 써 내려간 한줄 한줄의 경제적 보상인 셈이다. 문인들이 26만 9000원의 인세를 받고 있을 때 대한건설업협회는 건설임금동향을 발표했다.미장이 등 건설 현장 근로자 일당은 평균 8만 8600원이었다고 한다.한달 인세를 일당으로 치면 8900원 남짓이니 10배쯤 된다.인세를 문인들 개인 차를 무시한 채 평균적으로 계산하는 게 무리다.또 인세와 건설 현장 일당을 한 저울에 올려 놓는 것은 말도 안 된다.그럼에도 ‘창작’과 ‘건설’을 같은 저울에 달아 보고 싶은 강렬한 유혹을 느끼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요즘 고약한 태풍을 만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피해액이 1조 3000억원을 넘어 2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소설 한편보다 거의 10배나 비싼 값을 들여 만들어 놓은 건설이 순식간에 폐허가 됐다.외경심마저 풍겼던 거대한 컨테이너 크레인의 붕괴 현장을 보면서 창작으로 일궈낸 ‘세상의 혼’(魂)은 어떤 태풍에도 끄떡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한 순간의 광풍에 사라질 것들에 100원씩을 쓰면서 재난에 대적할 ‘혼’엔 10원을 쓰는 자화상이 안쓰럽다. 확실히 세상엔 혼이 없어 보인다.혼이 깃든 건설이라면 바람 앞에 백지장처럼 갈기갈기 찢기지 않았을 것이다.초속 50m 강풍에 견디도록 만들어진 컨테이너 크레인이 순간적인 52m의 바람에 폭삭해야 하겠는가.나라 살림을 도맡은 고관이 태풍으로 전국이 요동치는 동안 부부동반으로 제주도를 찾아 휴가를 즐겨야 하겠는가.한쪽에선 자연 재해라고 목청을 높이지만 세상 사람들은 싸워서 이길 수는 없었지만 그러나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은다.지금 우리는 쇠약한 혼을 보양(補陽)해야 한다.제발 이번만은 건설 복구만 하지 말고 혼도 함께 복구했으면 좋겠다. 정인학 논설위원
  • 민주 신·구당파 움직임/추석연휴 민심을 잡아라

    신당파의 국정감사 전 탈당선언으로 사실상 분당상태에 돌입한 민주당 신·구당파가 추석연휴 기간 여론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8일 현재까진 신·구당파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팽팽한 세싸움을 하고 있지만 민심향배에 따라 급속히 대세가 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귀향 활동 결과 중도 성향은 물론 신·구당파 의원들조차 선택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따라서 신·구당파는 중도파 공략은 물론 연휴기간 민심을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신당파는 속전속결식 딴살림으로,구당파는 당직정리촉구로 상대를 압박 중이다. ●신당파,전국구·당직정리 부심 신당파는 이날 창당주비위 운영위원회의를 갖고 분과위원장단 구성,국회교섭단체 등록 및 다음달 발기인대회 개최를 위한 세부일정 등을 논의했다. 신당파는 ‘22일 이전 탈당→교섭단체 등록→신당연대·통합연대와의 연대 본격화→창당준비위 발족’ 등 일정을 사실상 확정했고,추석 직후 2단계에 걸쳐 각계 전문가를 중심으로 영입인사 명단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이상수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나라당 탈당파 5인 등과 함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것임을 밝힌 뒤 “10만 발기인을 각자 모집해,10월말쯤 창당발기인대회를 하고 창준위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와 함께 신당의 성패는 탈당의원 숫자에 좌우될 것으로 보고 추가탈당자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 신당파는 그러나 50명 이상의 최종탈당을 주장하면서도 초기 대세장악을 못하자 우려하기도 했다.특히 김근태 고문이 합류했는데도 김 고문 계보 의원 대부분이 합류하지 않고 도리어 김 고문을 비판하자 곤혹스러워했다.비례대표인 전국구 의원과 사표를 낸 당직자들의 신변정리 문제를 놓고도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구당파,추가이탈자 막기 총력전 구당파의 축인 정통모임은 조찬모임을 갖고 주비위 참여와 동시에 사의를 표명한 당직자들의 사표를 수리하고 당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하지만 정대철 대표가 이 사무총장의 사표만 수리하고 다른 당직자의 사표는 추후에 처리키로 하자는 중재안을받아들이기도 했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신당추진이 정당사상 가장 추악하고 부도덕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우리민족이 속한 퉁구스족은 부도덕하고 정의롭지 못한 행위를 용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신랄히 비난했다. 구당파는 신당참여를 선언하고 나선 의원들의 지역구 중 신당파 핵심 의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조직책 내정자의 이름을 거론하며 압박했다. 아울러 ‘비상대책기구’ 구성도 검토하고 연내 전당대회 개최 준비에 들어가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구당파는 또 신당관련 여론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여론 향배에 신경을 쓰고 있다.아울러 정 대표의 잔류를 강력히 요청하는 등 명분축적에도 애썼다. 특히 구당파 핵심인물들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중도파 의원들과 골프라운딩을 강행하면서 당잔류를 간곡히 설득하는 등 이탈가능 중도파 설득에 총력전을 폈다. ●몸값 오르는 중도파,“통합해야” 신·구당파들로부터 파상적인 구애공세를 받고 있는 통합모임 공동대표 조순형·추미애 의원은 이날 정대표를 면담한 뒤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했다.이들은 집권당 분열사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책임론을 강하게 거론하면서 분명한 입장표명을 거듭 촉구했다. 추 의원도 기자회견을 통해 “노 대통령의 마음은 이미 민주당을 떠나 있지만 막상 탈당하려하니 우리 정치사에서 최대의 배신행위가 되고 배은망덕으로 낙인찍힐까봐 차마 탈당하지 못하고 측근들에게 은밀히 지시해 민주당을 지역정당으로 왜소화시켜 없애 버리고자 하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고 압박했다. 김영환 의원은 김근태 고문에게 보낸 개인편지에서 노 대통령을 신당의 배후로 지목한 뒤 “분당을 막는 것이 최선의 개혁”이라고 촉구했다. 이춘규기자 taein@
  • 한가위 특집 / 가족과 들른 古宅고향 정취 물씬~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이 있다.한가위가 품은 풍성함을 이르는 것이리라.그래선지 지옥같은 교통체증을 겪었음에도 고향을 찾은 이들의 표정엔 보름달 같은 여유로움이 넘친다.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엔 예전의 정겹던 운치를 맛볼 수 없는 고향의 모습에 서운함이 느껴지기 마련.이번 추석 연휴엔 ‘지금의 내 고향보다 더 고향같은 고택과 생가’를 찾아보자.어릴적 고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고택과 생가들을 소개한다. ●정지용 생가(충북 옥천군 하계리) 옥천은 우리나라 현대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정지용이 태어난 곳.그렇기에 지용 생가를 찾는 여정은 그의 대표작 ‘향수’가 주는 감동만큼이나 가슴 설렌다. 경부고속도로 옥천 IC에서 나와 지용생가 안내판을 따라 37번 국도를 타고 보은 방면으로 가다보면 생가 입구에 도착한다. 생가엔 초가집 한 채와 헛간 한 채,그리고 마당에서 7∼8m 길이의 너럭바위 두개가 다리처럼 놓여 있다.마당 한 편에 새겨진 ‘향수’ 시비가 지용 생가임을 알려준다.초가집 주위로 민가들과 5층 건물까지 들어서 운치를 반감시키는 것이 흠.생가 앞으론 시에서처럼 실개천이 흐른다. 옥천군청 직원이 상주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생가에 드나들 수 있다.인근에 장룡산 자연휴양림,옥천향교,옥천 5일장 등에 들러볼 만하다.문의 옥천군청 문화관광과(043-730-3544). ●지례예술촌(경북 안동시 임동면 박곡리) 안동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수몰지에 있던 의성김씨 지촌파 종택을 종손인 김원길씨가 마을 뒷산 자락에 옮겨 지었다.종택과 함께 서당,제청 등 건물 10여채가 들어서 있다.1990년 정부로부터 예술창작마을로 지정받아 예술인들의 창작과 연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청마루,돌계단,장독대,화장실 등 옛 모습에서 고향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고택 앞으로 펼쳐진 호수 풍광이 그림같다.예술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이곳에서 숙박과 함께 전통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안동의 전통 반가음식도 맛볼 수 있다. 워낙 외지고 길이 험해 버스는 들어가지 못하며,승용차 또는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안동시내에서 영덕방면 34번 국도를 따라 30분쯤 가다가 길을 꺾어고천리 입구를 지나 산자락으로 난 길을 넘어야 지례예술촌에 닿는다.안동시내에서 약 50분 거리.(054)857-5553. ●평사리 최참판댁(경남 하동군 악양면)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 나오는 ‘최참판댁’을 섬진강변 전망 좋은 곳에 재현했다.지리산 남쪽 자락 아래 자리잡은 평사리는 섬진강이 주는 혜택을 한 몸에 받은 땅.마을 아래 섬진강까지 펼쳐진 너른 들판은 만석지기 서넛은 낼 만하고,들판과 강이 어우러진 풍광은 마냥 평화롭다. ‘최참판댁’은 아직 재현중이다.3000여평의 부지에 안채와 사랑채,행랑채,초당 등 10여동의 건물과 연못이 들어서 있어 나들이객들이 꾸준히 찾아온다. 평사리가 위치한 악양면은 중국 호남성의 악양과 닮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중국의 지명을 따라 평사리 강변 모래밭은 ‘금당’,모래밭에 갇힌 호수는 ‘동정호’라고 했다. 인근에 화개장터와 쌍계사,구례 쪽으로 올라가면 화엄사 등 둘러볼만한 곳이 지천이다.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빠져 17번 국도를 타고 구례까지 온 다음 19번 국도로 갈아타고, 섬진강변을 따라하동 방면으로 가다보면 왼쪽으로 ‘최참판댁’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문의 하동군청 문화관광과(055-880-2341). ●운림산방(전남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로 불리는 소치 허유(小痴 許維)가 그림을 그리던 화실의 당호(堂號).소치는 말년에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이곳에 내려와 거처하며 그림을 그렸다.소치의 3남인 허형과 손자 허건도 이곳에서 남종화의 대를 이었다. ‘ㄷ’자 모양의 기와집인 운림산방과 그 뒤편의 초가로 된 살림채,소치의 유품과 작품을 전시한 기념관이 있다.운림산방 앞에 펼쳐진 널찍한 연못엔 요즘 연꽃이 피어 있다.연못 가운데의 인공섬엔 ‘나무 백일홍’으로 불리는 배롱나무가 빨간 꽃을 피우고 있다.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것을 1982년 손자 허건이 지금과 같이 복원했다.운림산방(雲林山房)이란 이름은 첨찰산을 지붕으로 하여 사방으로 수많은 봉우리가 어우러져 있는 산골에,아침 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숲을 이룬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에서 빠져 2,13,18번도로를 차례로 갈아타면 진도대교에 진입할 수 있다.다리를 건너 진도읍까지 가서 9번 군도로 갈아타면 운림산방에 닿는다.(061)543-0088. ●영랑생가(전남 강진읍) 한국의 순수시를 대표하는 영랑 김윤식이 자란 곳.1906년 영랑이 어렸을 적에 건립되어 지금까지도 거의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되고 있다. 원래 정면 5칸 측면 1칸의 팔작 초가지붕집이었으나,지난 92년 강진군이 대부분의 기둥과 석축을 옛 모습 그대로 남겨둔 채 정면 5칸,측면 2칸의 초가집으로 복원했다.본채 옆의 사랑채는 1930년대 지어진 것으로 전해지며,정면 4칸,측면 2칸의 팔작지붕집이다. 생가엔 모란꽃을 심어놓아 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심에 젖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꾸며놓았다. 강진읍 버스터미널 네거리에서 서쪽 길로 200m쯤 가면 영랑생가 입구가 나오고,안내판을 따라 골목길로 150m쯤 가면 생가가 나온다.문의 강진군청 문화관광과(061-430-3223·4. 임창용기자 sdargon@
  • [사설] 대통령 먼저 相生정치 보여야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례적으로 춘추관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같이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딱딱한 의전에서 벗어난 형식파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기자들과 자유로이 국정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설명하는 방식 또한 좋았다.노 대통령이 앞으로도 현안 중심으로 출입기자들과 경쾌한 만남을 자주 갖기를 권한다.언론과 건강한 긴장관계는 먼저 출입기자들과 맺어야 착근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건강을 비롯해 정국의 뇌관인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노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다행스럽다.대통령은 ‘평범한 사람들의 성공’을 거론하며 김 장관에 대한 강한 애정을 표시했다.그러면서 정국이 시끄러워질 것을 우려해 부당한 횡포에 굴복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항변했다고 한다.‘부당한 횡포’ 역시 혼란스럽더라도 항거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원칙적인 얘기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치는 선택이다.국무위원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 표시와 야당과 관계개선을 통한 정국정상화 중 어느 것이 더 큰 원칙인지는 대통령의 생각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은 국가 최고경영자로서 내각의 수장에만 머물러서는 안되는 자리이다.국정운영자로서 상생·협력의 정치에 대해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다.청와대 5자회동의 모습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나라당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통령과 직접 싸움’을 선언하고 나서지 않는가.정치불안의 폐해는 결국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고,끝내는 나라살림만 멍들게 할 뿐이다.정치불안이 지속되는 판에 경제나 민생,치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모든 것엔 때가 있다고 한다.아직은 대통령이 야당의 부당한 횡포에 즉각 맞설 때가 아니다.지금은 국민을 위한 큰 정치,큰 국가경영에 진력하는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일 때다.
  • [사설] 핵폐기장 반대 학생 볼모 안돼

    핵폐기장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전북 부안의 초·중학생들이 학교 대신 이번엔 국회를 찾았다.이른 아침 버스에 올랐던 학생들은 밤 늦게서야 지칠 대로 지쳐 집에 도착했을 것이다.2학기 중간고사 준비를 시작해야 할 학생들이 핵폐기장 다툼의 ‘새우’가 되어 열흘이나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지역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걸핏하면 자녀의 학교 등교를 막아온 방법이 동원된 것이다.문제는 이번 부안의 등교 거부 사태는 대규모인데다가 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내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겠느냐.’는 부안 주민들의 주장에 할 말이 많지는 않다.반대 주장의 옥타브를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자녀의 학교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핵폐기장 유치를 반대하는 것이 바로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닌가.다음 세대를 위한다면서 다음 세대를 수단으로 삼아서야 되겠는가.학교에 있어야 할 학생들이 길거리를 헤매며 받게되는 정신적 충격을 헤아려 보라.벌써 열흘 넘게 생긴 그들의 수업 손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자녀의 교육 포기는 곧 미래의 포기일 것이다. 정부 당국도 한심하다.한 군 지역에서 열흘이나 학교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교육 부총리가 학부모에게 등교를 당부만 해서 될 일인가.산업자원부를 비롯,관계 부처가 혹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핵폐기장을 어딘가에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성도 있다.그러나 위도의 핵폐기장 유치 과정이나 그 뒤의 뒷정리 행정이 허점투성이라는 비판도 넘쳐난다.국가 사회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으면 나라 살림을 맡은 정부 당국의 몫일 것이다.부안의 등교 거부 사태가 서둘러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 [열린세상] 고전을 읽는 대통령

    정치권이 혼란스럽다.희망과 비전은 없고 비판과 독설만 가득하다.관용과 설득보다는 대결과 독선만이 날카롭게 마주치고 있다.죽이느냐,죽음을 당하느냐 하는 살얼음판이다.광복 후 반세기를 넘은 지금까지 우리는 남북대결과 남남갈등,동서갈등,여야갈등 등 첨예한 갈등과 반목 속에서 살아왔다.하루라도 진정으로 갈등 없는 평화의 날을 지내본 적이 없다.오랜 세월속에 체질화되어버린 불신과 적대적인 갈등의식은 우리 각자 마음속에 어느덧 차가운 빙벽을 높이 쌓아왔다. 출범 6개월이 지난 노무현 참여정부에 대해 언론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여러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참여정부에 대한 기대만큼 이제 그 문제점들에 대해 냉정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비판을 넘어 야유에 가까운 독설들도 난무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초부터 한나라당은 색깔론과 지역할거주의의 한계 속에서 구태의연한 야당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정치 선진국에서 관행처럼 지켜져 온 언론과의 밀월기간도 없었다.처음부터 막 가자는 것이었다.새 살림을 차리는데 도와주지는못할망정 조금은 지켜보는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았을까.그렇다고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기반이었던 민주당의 지지력을 완전히 확보하지도 못했다.참여정부는 출발부터 외롭고 쓸쓸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코드에 맞는 사람들끼리의 정치를 앞세워 통합보다는 배타적인 면을 보여주었다.이것은 스스로 표방했던 ‘참여정부’라는 말에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여기에 취임 초부터 노 대통령의 파격적인 발언은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등 경솔하고 직설적인 발언들과 인터넷 국정홍보신문 계획 등 감정적인 정책들은 뜻 있는 사람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다.미국 방문 때의 발언,특검법 처리는 노무현 참여정부의 성격을 결정하는 데 혼란스럽게 했다.사실 대선 전 노무현 후보의 모습과는 거리를 갖는 것이었다.정치적 혼란 속에서 급기야는 최근에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까지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노 대통령은 그 이전의 어느 대통령보다 탈(脫)권위주의적이고 서민적이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기존의 때묻은 정치권의 영향을벗어나 무엇인가 참신한 개혁정치를 기대해보고 싶었다.그러나 취임 초부터 노 대통령은 토론정부를 내세우면서 절제되지 않은 말과 정책들을 혼란스럽게 자주 던져 놓았다.말을 많이 하다 보면 신뢰감이 떨어지고 지도자로서의 권위도 사라진다.많은 말보다는 차분하게 국민을 다스리는 정치철학을 연마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이런 의미에서 중국 마오쩌둥의 지도력을 다시 되새겨 보고 싶다. 10억 인민을 다스렸던 마오쩌둥의 생활은 놀랍게도 지극히 단순했다.물론 국가적인 주요 행사나 국빈을 접견하는 일에는 빠질 수 없었지만 그 외의 일상은 주로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고 그 옆에 침대를 놓아두고 누워서 책을 읽는 일이었다.국가는 공산당의 조직과 제도 속에서 운영되었다.그는 당과 국가의 중요한 줄기만 잘 간추리면서 조용히 책 속에 묻혀 인민을 다스리는 통치술을 연마했다. 그에 관한 일화 한마디.1949년 국공내전에서 어렵게 승리한 마오쩌둥은 중국의 서울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이었다.그의 일용품들은 먼저 보내졌지만 최후적으로 그가 탄 지프 좌석 옆에는 전쟁 중에도 언제나 끼고 지낸 두툼한 책 뭉치가 놓여 있었다.역대 황제와 제후장상의 통치내력을 담은 사기(史記)와 자치통감,그리고 중국어 어휘사전,어원사전이 그것이었다.그는 베이징의 거소에서도 그 고전들을 손이 닿는 침실에 쌓아두고 언제든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곤 했다.중국의 역대 어느 황제보다 강력한 통치자로 인민을 이끌었던 마오쩌둥은 거친 말보다는 고전 속에 담긴 통치자들의 지혜를 배움으로써 자신의 지도력을 세워나갔던 것이다.우리도 고전 속의 지혜를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신 일 섭 호남대교수 역사문화학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