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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대통령 “각자도생 아닌 공존 상생 나아가야”…‘부처님 오신날’ 기념사

    李대통령 “각자도생 아닌 공존 상생 나아가야”…‘부처님 오신날’ 기념사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지금 우리 사회에도 서로 다른 생각을 화합하고 아우르는 배려와 이해의 정신, 각자도생이 아닌 공존 상생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조계사에서 조계종이 주최한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부처님오신날’ 기념사에서 “부처님의 대자대비함이 온 누리에 가득하길 기원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오랜 세월 우리 삶 속에 함께해왔으며 국가적 위기와 슬픔을 맞이할 때마다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소외된 이웃의 안식처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생들이 서로를 배척하기보다 이해하고, 대립하기보다 화합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 사회를 더 단단한 공동체로 만들어 준 든든한 버팀목이었음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미움은 미움으로 사라지지 않고 오직 자비로써 사라진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는 부처님의 이 귀한 말씀을 등불로 삼겠다”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가장 낮은 곳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그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또 “무엇보다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만인이 존귀하고 누구나 평등하다’는 그 가르침을 꼭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원융회통’(통섭과 화합)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며 하나된 힘으로 국민과 나라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며 “오늘 전국을 밝힌 연꽃 등 하나하나가 서로의 마음을 잇는 희망의 빛이 되어 대한민국을, 우리 사회를 더욱 따사한 공동체로 밝혀주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불하십시오”라며 기념사를 마쳤다. 이날 봉축법요식에는 조계종 종정 성파스님과 총무원장 진우스님, 원로의장 자광스님, 정·관계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청와대에서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전성환 경청통합수석, 불교 신도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 직장인 복부 비만 키우는 원인은 바로 ‘시간 빈곤’…일에 쫓겨 운동 못해

    직장인 복부 비만 키우는 원인은 바로 ‘시간 빈곤’…일에 쫓겨 운동 못해

    직장인의 야근과 과로가 비만의 주원인 중 하나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유럽비만연구학회(EASO)에 따르면 프라디파 코랄레-게다라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박사 연구팀은 1990~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의 노동시간과 비만율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연간 노동시간이 1% 줄면 성인 비만율이 0.16% 낮아진다. 연구팀은 장시간 노동이 신체활동 감소,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져 비만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구팀은 장시간 노동이 유발하는 ‘시간 빈곤’을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일하느라 바쁘다 보니 운동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고, 자연스레 열량이 높은 간편식이나 가공식품에 의존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과로에 야식까지 더하면 심각하다. 밤늦게 섭취한 음식은 활동량이 적어 에너지로 소모되지 않고 지방으로 저장되기 쉽다. 이는 혈당을 급격히 올린 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체내 지방 축적을 가속한다. 연구진은 “비만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노동 시장의 역학 관계, 도시 설계, 식품 시스템 등 복잡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얽힌 결과”라며 “근로 시간을 규제하고 휴가를 보장하는 등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이 곧 가장 강력한 공중보건 대책”이라고 했다.
  • 초대 전남·광주 통합교육감 선거 열기 ‘후끈’

    초대 전남·광주 통합교육감 선거 열기 ‘후끈’

    역사적인 전남·광주 교육 통합의 수장을 뽑는 제9회 6·3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1일, 초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교육감 후보들은 각자의 비전과 철학을 담은 출정식을 열고 13일간의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김대중 후보 ‘대통합’ 구축…“제2의 빛의 혁명 완수” 김대중 후보는 21일 오후 2시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에서 지지자 300여 명과 함께 대규모 출정식을 가졌다. 김 후보는 ‘K-민주, 시도민과 함께하는 교육감!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교육감’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전남·광주의 미래 교육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출정식에는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문승태 순천대 부총장, 오경미 전 광주교육청 교육국장 등 과거 경쟁 관계였던 인사들이 대거 합류한 ‘매머드급 대통합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해 세를 과시했다. 김 후보는 “전남·광주 교육 통합은 지역과 나라를 살리는 ‘제2의 빛의 혁명’”이라며 “미래 산업과 교육을 결합해 지역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정선 후보 ‘용광로 캠프’…실무 정책 공약 봇물 이정선 후보 역시 이날 오후 5시 30분, 수완지구에서 ‘용광로 캠프’ 출정식을 열고 교육 대전환의 시작을 알렸다. 이 후보는 구체적인 체감형 공약을 앞세워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주요 공약으로는 ▲학생 기본교육수당 연 120만 원 지급 ▲1000드림 디딤돌 장학금 조성 ▲전남 미래명장 100인 프로젝트 ▲24시 올케어 통합 돌봄센터 구축 등을 제시하며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 완화와 돌봄 공백 해소를 약속했다. 이 후보는 연단에서 “이번 선거는 권력이 아닌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라며 “도덕성과 진정성, 양심이 승리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관호 후보 “무너진 교육 바로 세울 것”…도덕성 승부 장관호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광주 5·18기념공원에서 ‘짱짱선거’ 출정식을 열고 정성홍 후보와 원팀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장 후보는 현재 전남·광주 교육이 신뢰와 권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교육계 일각의 도덕성 논란을 겨냥해 “교육감은 단순한 행정가가 아닌 아이들의 도덕적 상징”이라며 “카지노와 도박 논란 등으로 흔들리는 교육 현장의 신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어 “깨끗함과 당당함으로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교육감, 원칙과 상식이 바로 서는 교육을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강숙영 후보, 여고생 살해 현장서 추모식 갖고 선거운동 강숙영 후보는 이날 지난 5일 새벽 여고생이 흉기 피습을 당해 살해된 광주 광산구 월계동 거리 현장에서 선거 캠프 관계자들과 추모식을 갖고 공식 선거운동에 나섰다. 강 후보는 “꿈 많던 여고생이 무고하게 살해된 현장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교육감에 당선돼 ‘24시간 촘촘한 돌봄체계’를 통해 방과 후는 물론 주말과 야간에도 아이들을 안전하게 품을 수 있도록 공교육의 책임 범위를 넓히겠다는 다짐을 하며 본격적 선거운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이어 자신의 중학교 모교 자리인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상인과 주민을 만나며 지지를 호소했다.
  • 다시 뜬 ‘선거의 여왕’ 박근혜…칠성시장 찾아 추경호 지원

    다시 뜬 ‘선거의 여왕’ 박근혜…칠성시장 찾아 추경호 지원

    박근혜 전 대통령이 6·3 지방선거를 열흘 남짓 앞둔 23일 대구 칠성시장을 찾았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과거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던 박 전 대통령은 “추 후보가 좋은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신뢰감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쯤 추 후보, 유영하 의원 등과 함께 대구 북구 칠성시장을 방문했다. 황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박 전 대통령이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시민과 상인들은 일제히 ‘대통령 박근혜’를 외치며 박수로 맞이했다. 추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도 눈에 띄었다. 박 전 대통령은 시장 상인들과 부처님 오신 날 연휴를 맞아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 등의 인사말을 건넸다. 좁은 시장통에 지지자와 취재진, 경호 인력 등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그는 30여 분 칠성시장 일대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많은 분들이 저를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그래서 참 오랜만에 칠성시장에 오게 됐는데, 반가워해 주시는 여러 시민들을 보니 ‘진작 와서 뵀어야 하는데’라는 죄송한 마음도 들고 감사하기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경제가 안 좋다고 하니 이렇게 조금이라도 위로를 드리고 싶다”면서 “오늘 마침 추 후보도 같이 오셔서 시장을 둘러봤는데 (추 후보가) 어려운 경제 상황을 잘 알고 계시니까 좋은 정책을 마련하실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도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 없이 미소만 띤 채 자리를 떴다. 박 전 대통령이 떠난 뒤 추 후보는 유세차에 올라 민생경제 활성화를 약속했다. 추 후보는 “많은 분들께서 그동안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시던 박 전 대통령을 보고 눈물을 흘리셨다”며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님을 그리워하면서 두 분께서 나라가 잘살고 국민들이 편안한 것만 생각하셨기에 눈물을 흘리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걸 지켜본 저 추경호는 대구 경제를 확실히 살릴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인정한 경제부총리 출신으로 경제 문제에 대한 해법이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이 꿈꿔온 세상을 제가 이어받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부처님 오신 날 대체공휴일인 25일 모친인 고 육영수 여사의 생가가 있는 충북 옥천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李대통령, 盧 서거 17주기 추도 “대통령님의 못다 이룬 꿈, 반드시 완수”

    李대통령, 盧 서거 17주기 추도 “대통령님의 못다 이룬 꿈, 반드시 완수”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를 맞아 “이제 저는 추모하는 마음을 넘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막중한 책임과 무게를 느끼며 당신의 뜻을 이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 추도식에 참석, 추도사를 통해 “당신께서 떠나신 후 이 땅에는 수많은 ‘노무현’들이 다시 태어났다. 저 역시 그중 한 사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수도권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사회, 다른 출신과 환경을 품어주는 공동체, 먹고사는 문제로 삶을 포기하는 일 없는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존중받는 대한민국을 언급하며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평생에 걸쳐 만들고자 하셨던 대한민국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님의 못다 이룬 꿈 국민주권정부가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칙과 특권을 걷어내는 개혁, 균형 발전, 남북 간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당신께서 그러하셨듯 정치적 유불리보다 옳고 그름을 언제나 먼저 묻겠다. 타협보다 양심을, 계산보다 진심을 선택할 것”이라며 “성공한 대통령의 유일한 척도는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임을 마음에 새기며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당신이 없는, 그러나 당신으로 가득한 ‘노무현의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며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던,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던 ‘사람 노무현’을 우리 모두가 지금도 기억한다”고 전했다. 이어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역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권력보다 국민이 더 힘이 세다’, ‘민주주의는 몇몇 지도자가 아니라 시민의 참여와 연대로 지켜진다’ 이렇게 말씀하셨다”며 “대통령님께서 남기신 그 굳건한 믿음을 우리 대한국민 여러분께서 끊임없이 증명해 주고 계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당신께서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이 나라와 국민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며 “우리 모두의 과거이자 미래인 대통령님의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홍준표, ‘스타벅스 옹호’ 보수 향해 “5·18은 국가폭력…과오 덮지 말라”

    홍준표, ‘스타벅스 옹호’ 보수 향해 “5·18은 국가폭력…과오 덮지 말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5·18 민주화운동을 “국가폭력”으로 규정하며 “두번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참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으로 지탄을 받은 스타벅스코리아와 관련해 일부 보수우파 지지층이 스타벅스 옹호와 더불어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자제를 권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 전 시장은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1980년 5월 18일 직후 나는 전북 부안군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었다”면서 “모두 쉬쉬하는 와중에 들은 광주 참상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북한군 개입설이 그때도 있긴 했으나 그건 국가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술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1991년 3월 광주지검으로 발령받아 광주 북구 우산동에 살면서 이듬해까지 5월의 광주를 온몸으로 체험했다”고 덧붙였다. 홍 전 시장은 “한때 나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오해를 한 적도 있었지만, 그때의 국가폭력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참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똑같은 이유로 제주 4·3사건도 마찬가지”라며 “당시 제주도민 3분의 1을 학살한 사건을 어찌 공비 소탕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홍 전 시장은 “아무리 이 땅의 보수세력이 나라를 건국하고 조국 근대화를 하고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통해 민주화를 완성했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저지른 역사적 과오까지 덮으려고 해선 안 된다”면서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은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글을 마쳤다. 최근 스타벅스코리아가 ‘탱크데이’ 이벤트 홍보 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폄훼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뒤 불매 움직임이 일자 스스로 ‘우파’라 칭하는 이들이 스타벅스를 지지하고 적극 이용하겠다는 인증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잇따라 올렸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전한길씨와 강용석 변호사 등 강성 보수 인사들도 잇따라 스타벅스를 옹호하는 발언을 내놨다. 심지어 소셜미디어(SNS)에는 전두환씨가 ‘탱크 텀블러’로 음료를 마시며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인공지능(AI) 생성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 “에볼라는 백인이 만든 가짜” 민주콩고 주민들, 시신 달라며 치료소 습격해 불 질러

    “에볼라는 백인이 만든 가짜” 민주콩고 주민들, 시신 달라며 치료소 습격해 불 질러

    에볼라가 확산 중인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주민들이 보건 당국의 장례 절차 통제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에볼라 확산 진원지 중 한 곳인 북동부 이투리주에서는 에볼라 의심 사례로 숨진 청년의 친지들이 에볼라 치료소 텐트에 불을 지르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이투리주 르왐파라에서 발생했다. 이곳은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분쟁으로 인해 많은 주민이 피난민이 된 곳으로, 이번 에볼라 발병 사태 속에서 의료진들이 고군분투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에볼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지역 축구 선수의 유족과 친구들은 그의 시신을 바로 인도받지 못하게 되자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젊은 남성들이 임시 텐트로 세워진 에볼라 치료소를 습격했다. 이들은 치료소 내부로 침입해 안에 있던 물품에 불을 질렀고, 이 화재로 안치 중인 에볼라 감염 의심 시신에도 불이 붙었다. 구호 활동가들은 차량을 이용해 화재 현장을 가까스로 탈출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혈액, 체액, 토사물 등이나 이것으로 오염된 물체와 직접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장례식 중 시신을 만지다 감염될 위험이 있기에 보건 당국은 의심 환자 시신의 장례 절차를 엄격히 규제 중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숨진 청년이 에볼라가 아닌 다른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격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나서서 상황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고 경고 사격까지 하며 대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이 공개한 영상에는 습격 이후 의료 텐트가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고, 화재 진압 후 새까맣게 탄 병원 침대 위로 그을린 텐트 골조가 드러난 모습이 담겨 있었다. 패트릭 무야야 민주콩고 대변인은 CNN에 “현지 주민들이 절대 해서는 안될 짓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인도주의 단체 국제의료행동연맹(ALIMA)은 성명을 통해 습격 당시 환자 6명이 ALIMA 의료 텐트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소셜미디어(SNS)와 인터넷에 유포되는 “부정확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을 경고하며 이는 의료 시설에 대한 공포, 잘못된 정보 및 불신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뤽 맘벨레 민주콩고 정당 A2RC 부대표는 “이투리주 주민들 상당수가 ‘에볼라는 거짓말’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외딴 지역 주민들에게 에볼라는 ‘백인이 만들어낸 허구의 병’이자 실존하지 않는 질병”이라고 전했다. 민주콩고 보건부에 따르면 21일 현재 민주콩고 내 에볼라 의심 사례는 670건, 관련 사망자는 160명으로 파악됐다. 다만 민주콩고 내 검사 시설과 장비 부족 등으로 지금까지 에볼라로 확진된 경우는 61건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 심각한 것은 에볼라가 반군이 장악한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콩고와 인접한 우간다 정부는 에볼라 추가 유입을 막기 위해 민주콩고를 오가는 항공편을 잠정적으로 운항 중단했다. 우리나라 외교부도 민주콩고 이투리주에 대해 22일 오후 2시부로 여행경보 4단계, 즉 여행금지를 발령했다. 이번 조치로 콩고민주공화국 내 여행금지 지역은 북키부주와 남키부주에 이어 이투리주까지 총 3개 주로 확대됐다. 여행경보 4단계가 발령되면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받지 않고 해당 지역에 방문·체류할 경우 여권법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발병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현재 승인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분디부조(Bundibugyo) 변종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에볼라에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 섬에서 섬으로… 제주서 영도·쓰시마까지 ‘국경 넘은 해녀들의 삶’

    섬에서 섬으로… 제주서 영도·쓰시마까지 ‘국경 넘은 해녀들의 삶’

    제주 바다를 떠나 생계를 위해 낯선 섬 부산 영도와 일본 쓰시마(對馬島)까지 삶의 터전을 넓혀간 제주해녀들의 ‘바깥물질’ 역사가 한일 공동기획전으로 재조명된다. 제주도 해녀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일본 쓰시마박물관과 공동 기획한 특별전 ‘섬에서 태어나 해녀로 산다-제주·영도·쓰시마’를 오는 7월 26일까지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인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제주해녀들이 제주를 넘어 영도와 쓰시마를 오가며 삶의 터전을 넓혀간 여정을 따라간다. 물질을 통해 이어진 여성들의 노동과 이주, 섬과 섬을 연결한 해양문화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전시는 한·일 두 나라를 순회하며 이어진다. 제주 전시에 이어 일본 쓰시마박물관에서는 오는 30일부터 8월 31일까지, 부산 영도해녀문화전시관에서는 10월 20일부터 11월 20일까지 같은 제목의 전시가 열린다. 영도는 19세기 말 제주해녀들이 처음 제주 밖으로 진출한 상징적인 공간이다. 해녀들은 영도와 쓰시마를 거점 삼아 일본 전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고, 바다 위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삶을 개척했다. 전시장에는 1950년대 일본 아마(海女)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비롯해 1990년대까지 쓰시마에서 활동한 제주해녀들의 기록사진, 영도에서 물질하던 해녀들의 삶을 담은 영상과 사진 등 30여 점이 소개된다. 거친 바다를 삶의 현장으로 삼았던 여성들의 시간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김종수 도 해양수산국장은 “이번 전시는 제주와 영도, 쓰시마를 잇는 해녀문화의 역사와 섬 문화의 연대성을 함께 조명하는 자리”라며 “해녀문화가 지닌 공동체적 가치와 국제적 의미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사)한국참외생산자협의회·농협경제지주, 성수동 ‘참외 소비촉진 팝업 홍보관’ 22~23일 운영

    (사)한국참외생산자협의회·농협경제지주, 성수동 ‘참외 소비촉진 팝업 홍보관’ 22~23일 운영

    (사)한국참외생산자협의회와 농협경제지주가 22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참외 소비 촉진 행사 ‘서울 국제정원밖참외’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빠져드는 달콤함 only-K, 참외’, ‘세계가 좋아할 next-K, 참외’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참외 성수기를 맞아 국산 과일의 인지도를 제고하고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는 서울숲 인근 유동 인구가 많은 성수동에서 진행돼 가족 단위 나들이객과 2030세대, 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시민들이 현장을 찾고 있다. 현장에 마련된 팝업 홍보관은 방문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오감 만족형 체험 공간으로 운영된다. 현장에서는 참외 음료 시식 코너와 수조 동전 넣기 등 다채로운 대면 프로그램이 상시 진행된다. 특히 SNS 이벤트 참여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참외를 자택으로 신선 배송해 주는 특별 혜택을 제공하며, 현장에서 즐기는 ‘참외 뽑기’ 이벤트 참여 기회도 함께 마련해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방문객을 대상으로 배포하는 ‘참외 나눔 꾸러미’는 참외 원물과 마스크팩, 부채 등으로 풍성하게 구성됐다. 주최 측은 행사 기간 동안 꾸러미를 비롯해 참외 원물과 굿즈 총 2000여개를 참여객에게 제공하며 제철 참외의 매력을 알릴 예정이다. 행사장 내·외부와 굿즈에는 ‘이참에 이참외’, ‘참외를 가장 신나게 먹는 나라 대한민국’,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참외 보유국 대한민국’, ‘걷던 참에 참외, 쉬던 참에 참외’ 등 다채로운 캐치프레이즈가 배치돼 참외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사)한국참외생산자협의회 강도수 회장은 “외국인을 비롯해 유동 인구가 많은 성수동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과일인 참외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여러 연령층이 참외를 접할 수 있도록 소비 촉진 행사를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ILO 사무총장 만난 李대통령 “한국 인재들 국제기구서 많이 활용해달라”(종합)

    ILO 사무총장 만난 李대통령 “한국 인재들 국제기구서 많이 활용해달라”(종합)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질베르 웅보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과 만나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시장·산업구조의 변화와 한국 정부의 노동정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웅보 총장을 접견하고 “대한민국의 노동운동 발전사에 ILO가 참으로 큰 영향도 많이 끼쳤고 대한민국 노동운동에 크게 도움도 그간 많이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국제적으로,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 문제가 큰 화두가 될 텐데 ILO의 역할이 매우 기대가 된다”며 “쉽지 않은 기회가 생겼는데, 우리가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할지 노동정책 관련해서도 많은 조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웅보 사무총장은 “어제 글로벌 AI 허브가 출범하게 됐고 대한민국이 유치하게 된 점에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ILO는 대한민국이 추진하는 글로벌 AI 허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AI 허브는 한국 정부 주도로 조성되는 범지구적 AI 협력 플랫폼으로 ILO 등 국제기구 9곳과 다자개발은행(MDB) 5곳이 동참한다. 웅보 사무총장은 전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AI 허브 비전 선포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웅보 사무총장은 “(글로벌 AI 허브를 통해) 저희가 노동 분야에서 AI를 극대화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뿐만 아니라 글로벌 AI 허브를 통해 다른 국가들에게 AI를 활용한 노동 행정과 정책까지 다양하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웅보 사무총장은 “이 자리를 빌려서 대한민국의 다양한 기여와 공여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며 “대한민국이 ILO 내에서 공여금 순위가 10위 안에 든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그 점을 고려해서 우리 대한민국에 아주 유능한 인재들 많이 있으니까, 국제기구 ILO에서도 많이 활용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고, 웅보 사무총장은 “지당하신 말씀”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이 대통령과 웅보 사무총장은 비공개 접견에서 노동권 보호와 기술혁신 간의 균형 확보가 국제사회의 중요한 과제임을 확인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AI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노동 존중’ 정책 기조를 강조하면서 “AI를 활용하는 경우에도 노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한민국이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노동권 보호, 사회안전망 구축, 직업훈련과 평생 학습 강화, 사회적 대화를 통한 신뢰 구축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ILO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웅보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노동 존중’ 정책 기조의 성과에 공감을 표했다. 아울러 내년 6월 개최되는 ILO 총회에 이 대통령이 참석해 노동 존중 정책 방향과 성과에 대해 연설해달라고 제의했다.
  • 장남 결혼식도 눈치 보나…트럼프, 이란전쟁에 “가도 욕먹어” [핫이슈]

    장남 결혼식도 눈치 보나…트럼프, 이란전쟁에 “가도 욕먹어”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 와중에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결혼식 참석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주말 가족 행사에 참석하면 “전쟁 중 사적 일정을 챙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불참하면 “아들 결혼식에도 가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의식한 모습이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장남 결혼식 참석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가보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란 전쟁 상황을 거론하며 확답은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지금 이란 문제와 다른 일들 한가운데 있다”며 “좋은 타이밍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들은 내가 오길 원한다”며 “아주 작고 사적인 행사일 것이고, 참석하려 노력은 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참석해도 욕을 먹고, 참석하지 않아도 욕을 먹을 것”이라며 “물론 ‘가짜뉴스’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타이밍 아니다”…전쟁 속 가족행사도 부담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정치적 논란에서 이미지나 평판에 비교적 무심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여론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가족 행사에 참석하는 장면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도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이 매체는 미국인들이 치솟는 휘발유 가격과 식료품 비용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밤새 파티를 즐기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을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알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번 주말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에서 베티나 앤더슨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앤더슨은 플로리다주 팜비치 출신 사교계 인사로, 컬럼비아대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비 며느리에 대해서는 호감을 드러냈다. 그는 “나는 베티나를 오래전부터 알았다”며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또 “그들이 행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2005년 모델 겸 배우 바네사 헤이든과 결혼해 다섯 자녀를 뒀으나 2018년 이혼했다. 이후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 킴벌리 길포일과 2021년 약혼했지만 지난해 파혼했고, 이후 앤더슨과 연인 관계로 발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사도 정치가 되는 트럼프 일가 트럼프 대통령은 자녀와 사위·며느리를 정치·외교 무대에 적극 활용해왔다. 장녀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외교 협상에 깊이 관여했고, 차남 에릭 트럼프의 아내 라라 트럼프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지도부에서 활동했다. 트럼프 주니어의 옛 약혼녀인 길포일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그리스 대사로 지명됐다. 트럼프 일가의 사적 관계가 정치권 인맥과 맞물려온 만큼, 장남의 결혼식 참석 여부도 단순한 가족 행사를 넘어 정치적 시선을 받는 일정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참석 여부를 최종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직접 “좋은 타이밍은 아니다”라고 밝힌 만큼, 결정은 이란 전쟁 상황과 여론 흐름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 주한미군도 흔드나…트럼프, ‘러 코앞’ 폴란드에 미군 5000명 파병 [핫이슈]

    주한미군도 흔드나…트럼프, ‘러 코앞’ 폴란드에 미군 5000명 파병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인접한 폴란드에 미군 5000명을 보내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불과 일주일 전 미 국방부가 폴란드 배치 계획을 취소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이를 뒤집으면서 유럽 주둔 미군 재배치를 둘러싼 혼선이 커지고 있다. 이번 결정은 한국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의 방위비 부담 확대와 미군 재배치 필요성을 반복해 주장해왔다. 유럽에서 독일 주둔 미군 감축과 폴란드 증파를 동시에 꺼내 든 만큼, 향후 아시아에서도 주한미군 규모나 역할 조정을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펜타곤 당국자들에게도 예상 밖이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자신이 공개 지지했던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의 당선을 언급하며 “미국은 폴란드에 5000명의 추가 병력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보수 민족주의 성향 정치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인물이다. 논란은 발표 시점에서 커졌다. NYT에 따르면 펜타곤은 지난주 폴란드에 수천 명 규모의 미군을 보내려던 계획을 갑자기 취소했다. 일부 병력과 장비는 이미 현지에 도착한 상태였다. 국방부는 이 배치를 독일 주둔 미군 감축 계획과 연동해 조정하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파병을 꺼내 들면서 일주일 만에 기류가 바뀌었다. 독일엔 감축 압박, 폴란드엔 증파…트럼프식 동맹 관리 이번 혼선은 3주 전 독일 주둔 미군 감축 발표에서 시작됐다. 미 국방부는 독일에 있는 미군 5000명을 철수해 미국 본토와 다른 해외 기지로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추진했던 유럽 내 미사일 장착 포병부대 배치 계획도 접었다. 이 결정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발언 이후 나왔다. 메르츠 총리는 이란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굴욕을 당했다”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해법에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폴란드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서 가장 신뢰하는 동맹 중 하나로 꼽아온 나라다. 미 국방부도 최근 폴란드를 “모범적인 미국의 동맹”이라고 표현했다. 이 때문에 이번 발표는 단순한 병력 증파를 넘어,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동맹을 보상과 압박의 방식으로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독일에는 감축을 압박하고, 폴란드에는 병력을 더 보내겠다는 구도다. 러시아와 가까운 동유럽 방위선에는 힘을 싣는 동시에, 방위비와 외교 발언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독일에는 경고장을 보낸 셈이다. 국방부 결정도 뒤집었다…펜타곤 패싱 논란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펜타곤에도 충격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발표가 국방부 당국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관련 질의에 직접 답하지 않고 백악관에 문의하라고만 밝혔다. 이에 따라 의문은 더 커졌다. 미국은 폴란드에 보낼 병력 5000명을 어디서 충원할 것인지, 독일 감축 계획을 유지할 것인지, 유럽 전체 주둔 미군 규모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아직 설명하지 않았다. 현재 유럽에는 약 8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자국 방위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미군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동유럽 병력 조정은 미국 의회에서도 반발을 불렀다. 의원들은 동유럽 주둔 미군을 줄이면 러시아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폴란드 정부도 미국 측과 긴급히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지난 19일 폴란드 파병 취소가 “일시적 지연”일 뿐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폴란드 측과 통화했다. 그러나 이틀 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5000명 배치를 발표하면서 국방부의 설명은 다시 설득력을 잃었다. 러시아 견제냐, 정치적 보상이냐…주한미군도 촉각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부전선의 최전방 국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과 나토는 폴란드, 루마니아, 발트 3국 등 동유럽 방어력을 강화해왔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지원의 핵심 통로이자 러시아 견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폴란드 미군 증파는 러시아를 향한 강한 경고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가 논란이 된 이유는 규모보다 절차와 맥락에 있다. 국방부가 취소한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되살렸고, 그 배경으로 자신이 지지한 폴란드 대통령의 당선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럽 안보정책이 전략적 검토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과 동맹 정상에 대한 호감에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독일 감축과 폴란드 증파가 맞물리면서 나토 내부에서는 미국의 방위 공약이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불안도 커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한반도에도 시사점을 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주한미군 주둔 비용과 한국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강하게 거론했다. 이번 폴란드 파병 번복이 곧바로 주한미군 조정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동맹국별 기여도와 정치적 관계를 기준으로 미군 배치를 조정하는 듯한 신호를 보인 점은 한국에도 부담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서 독일에는 감축 압박을, 폴란드에는 증파 결정을 동시에 내린 만큼 아시아 동맹국들도 미국의 병력 운용 원칙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방위비 분담, 대중 견제, 북한 위협 대응을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토 당국자들은 미국의 병력 조정이 동맹의 억지·방어 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해왔다. 캐나다와 독일이 이미 나토 동부전선 병력을 늘렸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의 결정이 며칠 사이 바뀌는 상황은 동맹국들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안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러시아를 향한 강경 메시지일 수 있다. 동시에 독일에는 압박을, 폴란드에는 보상을 주는 트럼프식 동맹 관리의 단면으로도 보인다. 러시아 코앞의 병력 배치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안보 결정이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그 불확실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 佛아비뇽 장식하는 한강·제주·판소리…“한국어, 역사 깊고 역동적”

    佛아비뇽 장식하는 한강·제주·판소리…“한국어, 역사 깊고 역동적”

    “너무 너무 너무 너무 기쁩니다. 예전에 아비뇽 페스티벌 비공식 부문에 참여했을 때 친구와 (프랑스) 아비뇽 교황청 담벼락에 앉아 ‘우리가 공식 초청공연으로 올 수 있을까’ 얘기했던 적이 있었어요. 한국의 문화예술이 큰 걸음을 뗀 것 같아 너무 기쁘고 기대됩니다.”(소리꾼 이자람) “아비뇽이라는 벽은 제가 상상도 못 했던, 넘어갈 수 없는 벽이었어요. 이렇게 세계 페스티벌 중심에 서게 돼 감개무량합니다.”(안무가 허성임) “24년 전 대학교 1학년 때 연극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에 빠져 있을 때 아비뇽에서 한 마임니스트를 만났어요. 경제학도였던 그를 만나 다시 정진하게 됐습니다. 그 친구를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만 그런 만남이 이 축제를 통해 일어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연출가 이경성) 오는 7월 4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공연예술 축제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한국 예술가들은 기대와 설렘, 궁금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페스티벌에는 전체 공연 작품의 20%에 해당하는 9개 공연이 우리나라 작품으로 채워진다.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페스티벌 공식 초청언어(Guest Language)로 한국어를 선정했다. 초청언어는 특정 언어권의 예술과 문화를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2023년 티아고 호드리게스가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주빈국 형식으로 시작했다.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에 이어 네 번째, 아시아 언어권에서는 최초이자 단일 국가 언어로는 첫 사례다.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에 이어 한국어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호드리게스 예술감독은 “유럽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줄 수 있는 언어를 찾고 싶었다”면서 “여러 번 한국을 방문하면서 공연예술이 주는 풍성하고 강렬한 에너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한국어는 깊은 역사성과 매우 역동적인 동시대 창작의 흐름이 공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초청작에 대해 “한국 사회와 예술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했다. 지금 한국 공연예술이 어떤 고민과 감각,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고 덧붙였다. 페스티벌 공식 파트너 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1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참석 예술가들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초청작을 소개했다. 페스티벌 기획을 지원한 최석규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예술감독은 “한국 미학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정하는 데 주력했다”며 “텍스트를 토대로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경향의 연극으로도 볼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부연했다. 초청작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새’ 낭독회가 포함됐다. 주 무대인 아비뇽 교황청 극장에서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배우 이혜영이 낭독자로 나서 작품을 발표한다. 이 작품을 기반으로 창작된 이탈리아 연출가 다리아 데플로리안의 신작 ‘끔찍한 고통 그리고 사랑’(The Dolore Terrible e L’amore)도 무대에 오른다. ‘작별하지 않는다’처럼 제주 4·3 사건을 다룬 이경성 연출의 ‘섬 이야기’(크리에이티브 바키)도 초청작에 이름을 올렸다. 희생자와 생존자 자녀들의 증언을 통해 과거의 비극을 마주한다. 이 연출은 “아버지가 갑자기 사라진 지난 70년의 시간, 유해를 한 구 한 구 정성스럽게 발굴하는 의식 등 애도의 의미를 떠올려봤다”면서 “이 어두운 이야기를 끄집어내기까지 우리 공동체는 견디고 치유하고 회복됐다. 이런 것들을 계속해서 함께 말할 수 있는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진엽 연출의 ‘물질’(코끼리들이 웃는다)은 제주 해녀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수조 속의 퍼포먼스로 숨과 노동, 삶과 죽음, 경계의 감각을 읽어낸다. 이 연출은 “초청 소식이 알려진 뒤 많은 축제와 다양한 분야에서 연락을 받고 있다”면서 “이 축제가 가진 의미와 무게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해외 관객들은 거침없이 작품을 평가한다고 들었다. 어떤 반응을 받게 될지 너무나 궁금하다”고 덧댔다. 소리꾼 이자람이 레프 톨스토이 단편 ‘주인과 하인’을 토대로 작창한 판소리 공연 ‘눈, 눈, 눈’, 전통예술 기반 창작단체 리퀴드사운드의 공연 ‘긴: 연희해체프로젝트Ⅰ’도 페스티벌 관객과 만난다. 자신을 “36년째 판소리를 공부하는”이라고 소개한 이자람은 “판소리는 관객의 상상력과 저의 소리가 만나 각자의 그림을 만드는 장르”라며 “이번 공연도 관객들이 어떤 그림을 만들지 기대된다. 지금 목표는 건강 잘 챙겨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치는 것”이라며 웃었다. 이인보 리퀴드사운드 대표는 “전통 연희를 해체하고 결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 작품에선 전통 연희자 두 명과 현대무용가 두 명이 충돌하고 화합하면서 예술을 완성해나간다. 이 공연이 페스티벌 관객들에게 어떻게 공유되고 어떤 부분이 유효하게 다가갈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날 화상으로 간담회에 참여한 허성임 안무가는 지구가 직면한 온난화의 경고를 역동적으로 그린 ‘1도씨’(허프로젝트)를 들고 페스티벌을 찾아간다. 그는 “가장 큰 걱정은 지구온난화”라는 아들 마루의 말, 그리고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우리는 좀 더 걸어야 해’라고 대답한 데서 작업을 시작했다. “몸을 작업의 중심에 놓고, 걷는 패턴을 통해 자연의 몸에서 산업화의 몸으로, 도시화한 몸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만들어 나갔다”면서 “페스티벌은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극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입센상을 받은 구자하 작가는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 ‘하리보 김치’ 세 편을 무대에 올린다.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한국어 기반 공연 예술의 창조성·다양성이 주목받고 한국 예술가들의 역량과 감각이 의미 있게 평가 받는다는 방증”이라면서 “단발적인 해외 공연 지원을 넘어 한국 예술가와 해외 예술가 간 협력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교류와 유통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李대통령 “‘거기’ 커피는 아니죠?”…익선동 야장서 스벅 겨냥

    李대통령 “‘거기’ 커피는 아니죠?”…익선동 야장서 스벅 겨냥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익선동을 깜짝 방문해 ‘야장’(야외 영업) 문화를 즐겼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1일 돈의동 쪽방촌 방문 이후 익선동 한옥 거리와 갈매기 골목 등을 찾았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유정 수석대변인, 권혁기 의전비서관 등이 동행했다. 이 대통령은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우즈베키스탄과 일본에서 온 관광객들, 안성에서 온 공동생활 가정(그룹홈)과도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카페 골목을 구경하다가 “우리나라가 이렇게 될지 몰랐다”고 감탄했고, 고유가 지원금으로 식사 중이라는 시민에게는 “잘하셨다. 동네에 돈이 돌아야지”라고 말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참모들과 야외 테이블이 마련된 익선동의 한 고깃집에서 갈매기살 등을 주문해 식사했다. 식사를 마친 뒤 근처 카페를 찾은 이 대통령은 키오스크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며 “거기 커피는 아니지요?”라고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5·18 민주화운동 조롱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를 염두에 둔 표현으로 읽힌다. 한편 청와대 측은 이 대통령의 이날 익선동 방문과 관련해 “역대 대통령 최초로 노상에서 식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차현진의 박람궁리] 달러화 패권 지킨다며 제 발등 찍는 미국

    [차현진의 박람궁리] 달러화 패권 지킨다며 제 발등 찍는 미국

    세금과 죽음은 언젠가는 분명히 닥친다. 다만 그때를 모를 뿐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만일 그가 요즘에 살았다면, 세금과 죽음에 기축통화의 쇠락을 추가했을 것이다. 프랭클린의 시대에는 영국 파운드화가 세계경제를 움직였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미 달러화에 그 지위를 넘겼고, 지금은 달러화도 빛을 잃고 있다. 성급한 사람들은 달러화의 종말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한다. 1974년 체결된 ‘페트로 달러’ 협정이 2024년 만료된 것을 이유로 삼는다. 미국이 안보를 보장하는 대신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수출 대금을 미 달러화로만 받겠다는 비밀 약속이다. 최근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세를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로 받는다. 하지만 소위 ‘페트로 달러’ 협정은 헛소문에 가깝다. 진실은 1973년 중동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전쟁하는 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가격이 폭등한 석유를 미국에 수출해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 그 돈을 미국 국채에 쟁여 두자니 곤란한 문제가 생긴다. 미국 정부로 흘러간 돈은 결국 아랍 국가들과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돕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이적 행위다. 그래서 비밀이 필요했다. 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몰래 따로 발행하는 것이다. 그것이 소위 ‘페트로 달러’ 협정의 실체인데, 그것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금 운용을 위한 배려였다. 석유 수출 대금을 달러화로만 받는다는 따위의 언급은 없었다. 그러니 달러화 패권과는 무관하다. 물론 달러화 패권도 언젠가는 끝난다. 세 가지 조건이 맞물려서 퍼펙트 스톰을 만들 때다. 첫째는 미국 경제력의 쇠퇴다. 유엔과는 달리 IMF에서는 오직 미국만 비토권이 있다. 그래서 IMF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미국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 1971년 미국이 달러화와 금의 교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을 때 다른 나라들이 한마디도 못 꺼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IMF에서 비토권을 가지려면 쿼터 비중이 15% 이상이어야 한다. IMF 설립 당시 미국의 쿼터는 32%였지만, 지금은 16.5%에 불과하다. 그동안 세계경제가 미국보다 빨리 성장한 결과다. 만일 중국 등의 성장 속도가 미국을 앞서면, 미국의 쿼터는 15% 아래로 낮아지고 달러화의 독보적 지위도 사라진다. 둘째 군사력 퇴조의 확인이다. 그것은 전쟁이 아니라 작은 사건으로도 촉발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1931년 9월 15일 발생한 항명 파동이 결정적 계기였다. 월급이 25%나 줄어든 수병들이 승선과 출항을 거부했다. 영국 정부는 넬슨 제독 이래 이어져 왔던 ‘세계 최강 해군’의 명성을 유지하는 것이 힘겹다고 느꼈다. 당면한 대공황 해결에만 매진하기로 하고 기축통화국의 자존심도 버리기로 했다. 금본위 제도의 폐기다. 프랑스와 미국은 물론 식민지인 인도보다도 빨랐다. 그날부터 파운드화와 달러화의 서열이 완전히 뒤집혔다. 셋째 도덕적 설득력 상실이다. 지금 미국은 금융 제재를 통해 러시아와 이란을 옥죈다. 미국 주도로 설립된 국제금융통신망(SWIFT)이 ‘금융의 호르무즈 해협’ 역할을 하고, 러시아와 이란의 자본이 그 안에 인질로 잡혀 있다. 이집트 출신 경제학자 이브라힘 오와이스가 이미 50년 전 그런 일을 예측했다. 미국이 급해지면 ‘인질 자본’의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자유시장 원칙을 강조하는 미국이 자본을 인질로 삼는 것은 역설이자 현실이다. 미국 주도의 금융 제재는 그나마 다른 나라들이 협조하기 때문에 유효하다. 그런 국제 공조는 미국의 요구가 설득력을 갖출 때만 유효하다. 지금까지의 추세라면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비중이 15% 이하로 하락하는 시점은 30~40년쯤 뒤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투자 때문에 좀더 늦춰질 수도 있다. 경제력이 아닌 다른 조건들이 먼저 충족될 듯하다. 이란과 전쟁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엉뚱한 우방국들에 지원을 압박한다. 방위비가 벅차다는 자백이자 비명이다. 관세정책은 이미 미국 안에서도 설득력을 잃었다. 달러화 패권을 뒤흔들 퍼펙트 스톰은 중동이나 중국이 아닌 미국에서 시작된다. 차현진 호서대 디지털금융경영학과 교수
  • 4.4%P 차 설욕 vs 의원 출신 연임… ‘정치 1번지’서 리턴매치 [6·3 지방선거-서울 구청장 판세 분석]

    4.4%P 차 설욕 vs 의원 출신 연임… ‘정치 1번지’서 리턴매치 [6·3 지방선거-서울 구청장 판세 분석]

    서울 종로구는 대통령을 3명(윤보선·노무현·이명박)이나 배출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위상이 흔들린다고 해도 ‘정치 1번지’의 상징성은 여전하다. 여야 거물급이 출마하고 늘 격전이다. 16~18대 한나라당 박진, 19~20대 민주당 정세균, 21대 민주당 이낙연(재보궐 국민의힘 최재형) 전 의원이 거쳐갔고 현역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의원이다. 구청장 선거도 민선 1~2기, 5~7기는 민주당, 3~4기와 8기는 국민의힘이 승리하는 등 난타전이었다. 동쪽 창신·숭인동은 민주당 강세이고, 평창·사직·종로 1~4가 동은 보수세가 짙다. 구·시의원을 거친 유찬종 민주당 후보는 4년 전 4.4%포인트 차 패배의 설욕을 노린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 정문헌 국민의힘 후보는 연임에 도전한다. 민주당 유찬종 후보“100년 기술 잇는 청년명장 육성서촌~대학로 문화관광벨트 조성” “종로의 문화를 지키고, 경제는 살리겠습니다.” 유찬종(67)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1일 인터뷰에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종로는 ‘종로다운 발전’이 중요하다”며 “오래된 산업과 상권을 관광·문화 자원과 결합해 상생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백년이음 청년명장’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 유산의 명맥을 잇고, 종로3가를 도시형 제조특구로 지정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어 서촌·익선동·대학로·종로3가로 이어지는 문화관광 벨트를 조성하고, 연극 등 공연예술 뿌리가 깊은 대학로에 ‘한국형 에든버러 축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유 후보는 종로 사정에 훤할뿐더러 구의원과 시의원으로 활동해 도시 계획, 행정, 예산 분야에 잔뼈가 굵다. 그는 “주거지구와 풍치지구 등 다양한 입장을 조정했던 경험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창신·숭인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주민 의견을 귀담아듣고 정주권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며 ‘갈등 조정관’ 상시 파견 구상을 밝혔다. 정치쟁점화한 세운4구역과 관련해서는 “문화유산 보존과 개발의 균형을 찾도록 중재하겠다”고 전했다. 또 ▲함께 돌보는 복지도시 ▲일자리 중심 경제도시 ▲평생교육 미래도시 등 8대 과제를 제시했다. 유 후보는 “‘구민을 이롭게’를 원칙으로 정부, 시와 적극 협력하겠다”며 “원활한 신청사 추진을 위해 비효율적인 예산 운영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정문헌 후보“창신·숭인 등 31곳 정비사업 완성평창·구기 일대 고도제한 더 완화” “주거 안정 없이는 교육도, 돌봄도, 경제도 없습니다. 종로를 살고 싶은 도시로 바꾸겠습니다.” 정문헌(60) 국민의힘 종로구청장 후보는 21일 인터뷰에서 “멈춰있던 창신·숭인동 등 31개 정비사업의 빗장을 민선 8기에 연 만큼, 민선 9기에 가시적 성과가 보일 것”이라면서 “높아지는 분담금을 낮추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평창·구기·경복궁 일대 고도제한 완화를 이룬 데 이어 추가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선 8기에 전국 최초로 추진한 침수 위험이 큰 반지하 주택과 119를 연계한 비상벨은 외부 포상 6관왕을 달성했다. 고지대 어르신의 이동을 돕는 ‘돌봄카’를 도입했고, 초대형 전광판으로 꾸며진 ‘광화문스퀘어’를 추진했다. 민선 9기에는 ‘종로형 생활혁신’을 목표로 6대 공약을 제시했다. 주거 외에 ▲경제 체력 강화 ▲안전 새로고침 ▲돌봄·복지·건강·사각지대 제로 등에 힘쓴다는 구상이다. 중앙중, 경복고를 졸업한 종로 토박이 정 후보는 “70세 이상 부모와 같이 살면서 부양하거나 3자녀 이상이면서 9억 이하 1주택 가구는 재산세를 면제하겠다”며 “인구 유입을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또한 “신청사 건립 비용을 절감할 우수 업체를 선정하고, 기금 운용 수익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선 국회의원과 청와대 비서관으로 쌓은 경륜을 오롯이 구민을 위해 쏟아왔다”며 “일상의 변화를 완성하기 위해 전진하겠다”고 강조했다.
  • 예산·재정 전문가 vs 강북 토박이 창업가… 與 텃밭 속 野 도전 [6·3 지방선거-서울 구청장 판세 분석]

    예산·재정 전문가 vs 강북 토박이 창업가… 與 텃밭 속 野 도전 [6·3 지방선거-서울 구청장 판세 분석]

    강북구는 서울에서도 민주당 지지세가 강력한 곳이다. 호남 출신이 많고 고령화율 1위다. 15대 총선 이후 보수정당 승리는 전남 출신 정양석 전 의원 뿐이다.18대 총선에는 뉴타운 열풍, 20대 때는 진보진영 표가 갈린 덕을 봤다. 민주당이 열세였던 2021년 시장 재보궐 선거조차 박영선 후보가 45%를 얻을만큼 ‘콘크리트 지지층’이 존재한다. 구청장 선거에선 민선 3·4기 한나라당 김현풍 구청장도 있지만, 그는 지역에 뿌리가 깊은 치과의사였다. 이후 민주당 박겸수 청장이 3선을 했고,이순희 청장이 바통을 받았다. 지난했던 공천 과정을 거쳐 예산·재정 전문가로 꼽히는 정창수 후보가 민주당을 대표하게 됐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만든 30대 장지호 국민의힘 후보는 이변을 꿈꾼다. 민주당 정창수 후보“신강북선 동부선 전환… 강남 직결강북형 정비사업 신속 추진단 가동” “강북의 흐름을 바꿔 반전을 만들겠습니다.” 정창수(57) 더불어민주당 강북구청장 후보는 21일 인터뷰에서 “예산은 행정 조직의 근간을 이룬다”며 “정책 추진 단계부터 관리까지 살림을 아끼는데 자신 있다”고 밝혔다. 그는 30여년 동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에서 국가 및 지방 재정, 예산, 세금 문제에 천착해 온 스페셜리스트다. 정 후보는 강북 발전 공약으로 신강북선 계획의 동부선 업그레이드와 ‘강북형 정비사업’ 신속 추진 지원단 신설을 제시했다. 그는 “대중교통만 이용하는 ‘뚜벅이’라 서민 삶에 교통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며 “강남에 비해 강북권은 지하철망이 너무 빈약하다. 신강북선을 동부선으로 전환해 강남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 중인 120여곳의 정비사업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 지원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내년 상반기에 강북형 정비사업 신속 추진 지원단을 공식 가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훈 시장 체제에서 광진구로 뒤바뀐 시립 강북어린이병원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서울 어린이 입원 환자 46만명 중 34%가 살고 있는 동북권에 어린이병원은 한 곳뿐”이라며 “2020년 8월 시가 발표했던 강북어린이전문병원 건립 계획을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16년 동안 살았고 앞으로도 계속 살 곳이다. 살고 싶은 강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장지호 후보“주민참여 재개발·재건축 TF 신설시립 어린이 전문 의료센터 건립” “‘메이드 인 강북구’이자 젊은 제가 부려먹을 수 있는 구청장, 만나기 쉬운 구청장이 되겠습니다.” 장지호(39) 국민의힘 강북구청장 후보는 21일 인터뷰에서 “구청장은 CEO를 뽑는 자리”라며 “구청장의 3대 요소인 정책·예산·인사는 기업인으로 제품을 팔고 경영을 하며 다뤄본 영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부분 구·시의원 출신 지역 정치인이 구청장이 되고 보은하려다 보니 정작 구정에 필요한 일은 잘 안 한다”며 “이해관계 없이 공정하게 행정을 집행할 수 있는 게 저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강북에서 자란 그는 대표 공약으로 재개발·재건축 전담 태스크포스(TF) 신설·어린이 전문 의료센터 건립·명문학원 유치·주민센터별 어르신 ‘휴대전화 지원관’ 배치를 내세웠다. 장 후보는 “구청장 직속 TF에 공무원, 주민, 조합원 등 이해관계자를 모아 재개발·재건축 범위 확대를 논의해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되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아프면 갈 곳이 없어 성북구에 있는 병원까지 간다”며 “‘오픈런’을 해서 가도 기본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하는데 즉각즉각 진료받을 수 있는 시립 어린이 의료센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청소년기부터 굉장히 오랫동안 구청장을 준비해왔다”며 “창업을 하며 배운 경영 능력과 실물 경제 역량으로 강북구를 더 세련되게 강화시켜 잘 먹고 잘 사는 동네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어제의 내 팀, 이제는 적수… 누구와 붙어도 승리 OK! [스포츠 라운지]

    어제의 내 팀, 이제는 적수… 누구와 붙어도 승리 OK! [스포츠 라운지]

    대한항공에 아쉬웠다… 복잡미묘고교 때 배구 시작… 유럽 무대 활약한국인 아내 권유로 V리그와 인연7년간 한국전력·삼성화재 등 거쳐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1순위 지명OK저축 홈 부산 팬 열기 정말 기대서브는 내 특기… 팀 성공이 최우선 “직전에 몸담았던 소속팀과 맞붙는 건 부담스럽지만 흥분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특별한 동기가 생겨나고,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도 강해집니다.” 2025~26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의 챔피언결정전 직행에 앞장서고도 정작 챔프전 직전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던 카일 러셀(33)이 새 시즌 다른 유니폼을 입고 돌아온다. OK저축은행이 지난 10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2026~27 남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으로 러셀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내친 팀에 맞서 승리하는 짜릿한 ‘러셀의 복수’가 재현될 수 있을지에 팬들의 관심도 쏠린다.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러셀은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각오를 보였다. 러셀은 “솔직히 당시 팀의 결정이 아쉬웠고, 이에 대해 복잡미묘한 감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규 시즌 동안 함께 이뤄낸 선수들의 노력과 관계, 그리고 성과들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날마다 같이 훈련하고 생활하다 보면 선수, 코치, 스태프 모두가 가까워지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특별한 유대감이 생깁니다. 제가 빠지긴 했지만 대한항공의 우승은 모두가 함께 온 힘을 다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OK저축은행이 자신을 전체 1순위로 지명한 것에 대해서는 “경기력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뿌듯했다”면서 “여전히 나를 믿어주고 그런 중책을 맡겨줘서 정말 고맙다. 그래서 이 도전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러셀은 고교 1학년 때 처음 배구공을 잡았다. 배구 선수였던 누나의 경기를 보러 갔을 때, 당시 키가 185㎝였던 그에게 코치가 “배구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누나와 아버지의 설득에 배구를 시작했다. 러셀은 “막상 해보니 정말 재밌었고, 그 이후로는 돌아볼 틈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 어바인에서 5년간 대학 선수로 활동했고, 졸업 직후 폴란드를 시작으로 유럽 무대를 누볐다. 이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등 여러 나라 명문 클럽에서 활약했다. V리그로 오게 된 데에는 한국인 아내의 조언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아내 덕분에 한국을 택했다”면서 “한국에서 뛰면 아내의 가족들에게 제 활약을 보여줄 수 있다. 경기 중 관중석을 올려다보면 가족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즐겁다”고 밝혔다. 지난 2020~21시즌 한국전력에 입단하며 처음 V리그와 인연을 맺은 그는 2021~22시즌 삼성화재를 거쳐 2024~25시즌, 2025~26시즌을 대한항공에서 뛰었다. 각 팀마다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고 했다. 그는 “한국전력은 근면하고 끈질긴 문화가 강하고, 삼성화재는 구단에 대한 자부심과 전통이 깊은 팀이다. 대한항공은 프로페셔널한 환경에서 매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라며 “OK저축은행에 합류하면서 홈구장인 부산 팬들의 열기와 에너지, 열망을 느끼고 있다. 정말 기대 된다”고 밝혔다. 한국의 독특한 배구 사랑 문화에도 엄지를 치켜든다. “한국에서는 매일 밤 방송을 통해 중계되는 프로 선수로 조명을 받는다.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도 정말 대단하다”면서 “열정적인 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건 유럽 리그와 다른 매력이 있다. 배구 선수로서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고 했다. 한국에 온 뒤로 계속 경기 수원시에서 살았던 그는 “수원은 나의 ‘한국 홈 도시’”라고 했다. “도시 곳곳을 탐방하며 매력을 충분히 만끽했다. 야구를 워낙 좋아해 야구 경기도 보러 다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수원 화성을 찾아 맛있는 음식과 전통 한식을 즐긴다. 시내를 걷다 보면 팬들이 알아봐 주셔서 고마웠다”고 전했다. 러셀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35경기에서 673점, 공격 종합 성공률 50.78%로 각각 리그 6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브 부문은 독보적인 1위다. 이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서브는 항상 제 특기였습니다. 전 세계 대부분 리그에서 시즌 서브 1위로 마쳤고, 한국에서도 서브 관련 신기록을 몇 개 보유하고 있습니다. 서브에 대해 ‘이건 내 것이다, 이게 내가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방법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새 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항상 팀의 성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서브왕’ 왕좌 유지는 물론, 득점 효율과 공격 성공률도 높이고 싶다고 주먹을 쥐었다. 그는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 무게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의 문화를 OK저축은행에서 만들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 [지방시대]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 달라

    [지방시대]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해 달라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6선의 추미애 국회의원이 선출됐다. 차기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김동연 현 지사를 꺾으면서 추 후보 역시 자연스럽게 ‘잠룡’ 반열에 오르게 됐다. 추 후보는 이미 2007년 제17대, 2021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에 참여한 바 있다. 경기지사와 서울시장 선거는 오래전부터 대선 ‘전초전’처럼 여겨져 왔다. 이런 흐름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있다. 정국진 전 새미래민주당 경기지사 예비 후보다. 그는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를 대권용 숙주로 삼지 말라”며 여야 경기지사 후보들에게 ‘차기 대선 불출마 공동선언’을 제안했다. “지사 임기 동안만큼은 대권을 꿈꾸기보다 도정에 전념하자”는 논리다. 경기도는 대한민국 최대 광역자치단체다. 인구가 1420만명에 이르고 예산 규모 역시 웬만한 중앙부처를 뛰어넘는다. 지사의 정책 하나가 수도권 전체 경제와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서울 역시 다르지 않다. 인구 930만명의 수도 서울은 정치·경제의 중심이다. 시장의 정책이 곧 전국 이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이 두 자리는 오래전부터 ‘대권 등용문’처럼 여겨져 왔다. 민선 초대 경기지사를 지낸 이인제 전 지사부터 경기지사는 대부분 잠룡으로 분류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경기지사 재임 기간 내내 전국 정치의 중심에 서 있었다. 서울시장 자리 역시 대권 정치의 중심 무대였다. 문제는 이런 정치적 기대가 행정의 방향을 바꿔 놓는다는 점이다. 도정과 시정이 시민의 삶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정치적 확장성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때 문제가 생긴다. 정책 목표가 지역 문제 해결이 아니라 득표를 위한 이미지 전략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정책이 정치적 논란으로 번진 사례는 적지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정책으로 종종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한강 수상버스 사업과 종묘 앞 재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과거 시장직을 내려놓게 만든 무상급식 주민투표 논란 역시 정치와 행정이 충돌한 상징적 사건으로 남아 있다. 김동연 지사는 전직 국회의원이나 전직 경기도의원을 ‘수석’이라는 이름으로 실국장 위에 배치해 공무원 조직의 사기를 저하시켰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도정에 충실하기보다 정치적 존재감 확대에 치중했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행정이 시민 삶이 아니라 정치 일정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할 때 지방자치는 흔들릴 수 있다. 경기지사와 서울시장이 대권을 바라보는 순간 정책은 장기 성과보다 단기 효과를 노리게 되고 재정 역시 정치적 메시지를 위해 사용되기 쉽다. 인사와 조직 운영도 행정보다는 정치 전략의 일부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진다.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예비 무대로 시작된 제도가 아니다. 지역 주민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개선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30년이 지났다. 이제 경기지사와 서울시장만큼은 ‘대권 발판’이라는 인식을 끊어내야 한다. 두 자리는 대권을 준비하는 자리나 정치 경력을 확장하는 무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을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는 2030년 3월 치러진다. 오는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될 경기지사와 서울시장의 임기는 그해 6월 말까지다. 임기를 채우지 않은 채 대권에 도전하거나 인기 영합적 정책과 보여 주기식 행정으로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은 ‘차기 대선 불출마’를 국민 앞에 선언해 달라. 한상봉 전국부 기자
  • 섞이고 불타고 다시 세워지고… 전쟁의 상처 새긴 ‘치유의 섬’

    섞이고 불타고 다시 세워지고… 전쟁의 상처 새긴 ‘치유의 섬’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잡은 ‘슈리성’화재와 전란 등으로 쓰러지길 반복2019년 정전 전소… 복원 공사 한창1945년 봄 ‘철의 폭풍’ 몰아쳤던 섬땅 아래 아직 불발탄 1900t 남아 있어한국인 8000명 강제로 전쟁 끌려와美군정 거치며 하와이 문화 등 유입대표 음식 참프루 … ‘섞는다’는 의미일본 오키나와에 도착한 첫날, 잠깐 해를 봤다. 딱 그뿐이었다. 장마가 보름 일찍 찾아왔다. 낮게 깔린 구름, 쉼 없이 내리는 비, 쌀쌀해진 바람. 에메랄드빛 바다는 온데간데없다. 체류 기간 내내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은 풍경이 이어졌다. 그런데 오키나와 남부에선 그 비가 퍽 잘 어울렸다. 북부가 햇살과 바다와 원시림의 섬이라면, 남부는 다른 결의 땅이다. 류큐 왕국의 영광이 남은 돌담, 오키나와 전투가 할퀴고 간 동굴과 절벽, 그 모든 시간을 버텨온 사람들이 만들어낸 음식. 파란 하늘 아래보다 잿빛 하늘 아래에서 더 또렷이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옛 류큐 왕국의 궁성 ‘슈리성’ 오키나와는 섞이고, 지배받고, 불타고, 다시 세워지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그 모든 시간이 이 섬의 자연과 음식에 남아 있다. 오키나와를 여행한다는 건 바로 그 시간의 층위를 천천히 읽어내는 일이다. 남부 여정의 들머리는 슈리성이다. 현청 소재지인 나하 시내 가장 높은 언덕에 터를 잡은 옛 류큐 왕국의 궁성이다. 슈리성의 ‘만국진량’(‘세계 여러 나라를 잇는 가교’란 의미)이란 종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류큐 왕국은 남쪽 바다 아름다운 나라이며 조선, 중국, 일본 사이에 있고, 배를 이용해 만국의 가교 역할을 하며 무역을 통해 번영한 나라이다.” 이 글을 쓸 당시엔 몰랐을 것이다. ‘만국의 가교’라는 지리적 여건이 훗날 이 왕국을 붕괴시키고, 현 지구 행성 유일 초강대국의 동북아 전진기지로 ‘강점’될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슈리성의 역사는 기구하다. 13세기 말~14세기 초 류큐 왕국이 세우고, 일본 사쓰마번이 점령했고, 메이지 정부가 병합했고, 전쟁이 불태웠고, 미군정이 그 위에 대학을 세웠고, 화재가 다시 무너뜨렸다. 그 모든 시간을 견디고 지금 다시 세워지고 있는 곳이 슈리성이다. 류큐 왕국 당시 판자 지붕이었다가 회색 기와 건물로 바뀐 슈리성이 화재와 전란으로 쓰러지길 반복하다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된 건 1992년이다. 2000년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그러다 2019년에 화재로 또다시 정전이 전소됐다. 현재 복원 공사는 마무리 단계다. 가을쯤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비 내리는 오키나와 남부 표정은 북부와 사뭇 달랐다. 짙푸른 숲이나 에메랄드빛 해변의 숫자는 적어도, 완만한 구릉과 키 낮은 건물들이 잇닿은 풍경은 꽤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이 땅 아래에는 아직 1900t가량의 불발탄이 남아 있다. 그러니까 오키나와에서 땅을 판다는 건 과거의 뇌관을 건드리는 일이다. 1945년 봄, 오키나와는 ‘철의 폭풍’ 속에 있었다. 하늘과 바다에서는 폭탄이 쏟아졌고, 땅에서는 탄환과 포탄이 터졌다. 앞서 1944년 10월 10일엔 미군 공습으로 나하 시가지의 약 90%가 사라졌다. 이듬해 4월 1일 미군이 상륙했고, 이후 83일에 걸쳐 지상전이 벌어졌다. 민간인과 군인을 합쳐 24만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확인된 것만 그렇다. 오키나와 주민 4명 중 1명이 사망했다. 전쟁은 군복 입은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오키나와 전투 이전부터 주민들은 이미 전쟁에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밭 갈고, 학교 다니던 남자들이 먼저 불려갔고, 이후 15세에서 45세 사이 남녀 전체가 전쟁에 동원됐다. 이른바 ‘네코소기 동원’, 그러니까 섬이 뿌리째 동원됐다. 집도 밭도 전쟁의 기반시설이 됐다. 슈리성 아래엔 일본군 총사령부 지하 참호가 들어섰다. ‘가마’라 불리는 마을 곳곳의 석회암 동굴들은 야전병원이나 탄약고가 됐고, 피난처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무덤이 됐다. 오키나와 본섬에만 약 2000개의 가마가 있다. 그 하나하나가 전쟁의 기억을 품고 있다. 전쟁에 동원된 여학생들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이토만시 히메유리 탑 아래 있는 가마다. 히메는 여자(姫), 유리는 백합을 뜻한다. 오키나와현 여자사범학교와 제1고등여학교 학생들이 교지(校誌)에 붙인 이름이다. 이 예쁜 이름도 전쟁 앞에선 달아날 재간이 없었다. 교사와 학생 약 240명이 일본군 육군병원 보조 인력으로 동원됐다. 이들이 배치된 곳이 현 ‘히메유리 탑’과 기념관 등이 있는 동굴(가마)의 야전병원이었다. 어둡고 좁고 습한 가마 안에서 이들은 붕대를 갈고, 피를 닦고, 시신을 옮기고, 마취 없이 진행되는 수술을 보조했다. 간호복을 입었지만 그들이 들어간 곳은 병원이 아니라 전장이었다. 비극의 역사인 건 분명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 입장에선 잠깐 멈춰서 돌아봐야 할 지점이 있다. 히메유리를 소녀들의 비극으로만 묘사하는 순간, 보다 중요한 질문이 지워지기 때문이다. 히메유리 탑 옆의 평화기념자료관에 이 내용이 담겨 있다. 왜 미성년자가 전장에 동원됐는가. 이들은 국가총동원 체제가 학생의 몸과 감정과 노동을 군사 목적으로 사용한 결과였다. 전쟁은 아이들에게 총만 쥐여주는 것이 아니었다. 간호와 돌봄, 노동과 충성을 통해서도 학생을 전장으로 끌어들였다. 히메유리 평화기념자료관은 바로 이 생존자들이 오랜 침묵을 깨고 자신의 기억을 내놓아 만든 공간이다. 자료관 곳곳에 새겨진 이들의 증언은 단순히 개인의 회고가 아니다. 국가가 어린 학생에게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역사의 심판이다. 남쪽 해안가의 마부니 언덕 위엔 평화기념공원이 있다. 오키나와 전투 최후의 격전지에 조성된 기념 공간이다. 각종 자료관, 조형물 등이 60만평에 달하는 너른 공간에 세워져 있다. 절벽 끝자락의 ‘평화의 초석’이 인상적이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오키나와 전투 때 희생된 이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새겨졌다. 2019년 현재 24만 1500여명 정도라고 한다. 한반도에서 온 462명의 이름도 있다.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돼 오키나와로 끌려온 이들이 8000명에 달했다(서울신문 2017년 8월 15일 자 16면)는 언론 보도 등에 비춰보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한국인 이름 옆은 빈 공간이다. 아직 확인되지 못한 이름들을 위한 자리다. 전쟁은 1945년에 끝났어도 상처는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 한 식탁에서 느껴지는 美中日 이제 한 그릇에 담긴 역사, 오키나와의 음식을 돌아볼 차례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냄비는 계속 끓었다. 왕국이 무너지고, 포탄이 쏟아지고, 점령군이 들어와도 사람은 먹어야 했다. 오키나와의 식탁은 그 모든 시간의 기록이다. 숟가락을 드는 순간, 중국의 향기가 나고, 일본이 보이고, 어딘가 미국의 흔적도 섞여 있다. 오키나와 음식은 단순한 향토 요리가 아니다. 이 섬이 살아온 방식의 연대기다. 우선 오키나와의 대표 볶음요리인 참프루부터. ‘섞이고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줄 음식이다. 참프루는 오키나와말로 ‘뒤죽박죽 섞는다’는 뜻이다. 류큐 고유 문화를 기반으로 일본과 중국의 문화가 다양한 형태로 정착했고, 한국이나 동남아의 요소도 섞였다. 근현대에는 미국, 하와이, 남미 지역 문화도 들어왔다. 팬 위에서 여주와 두부와 달걀이 뒤섞이는 그 장면은, 이 섬의 역사가 요약된 축소판이다. 참프루 하면 흔히 고야참프루를 떠올린다. 씁쓸한 고야(여주)에 두부, 달걀, 고기(스팸·삼겹살)를 함께 볶아 만든다. 오키나와 어디서든지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다. 돼지고기 관련 요리도 많다. 그네들 표현처럼 돼지는 ‘울음소리 빼고 다 먹는다.’ 그중 독특한 것이 ‘치마구’다. 오키나와 북부 나키진무라의 후미진 길 옆에 ‘치마구’라는 작은 식당이 있다. 동네 할머니 다섯이 운영하는 토속 식당이다.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인기 높은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도 등장한 집이다. 이 식당의 대표 메뉴는 가게 이름과 같은 치마구 정식이다. 치마구는 오키나와 사투리로 돼지 발가락 부위를 뜻한다. 흔히 ‘족발’의 의미가 담긴 ‘테비치’보다 더 구체적인 표현이다. 이 식당에선 근육, 연골 등으로 이루어진 ‘치마구’를 삶은 뒤 다시 튀겨낸다. 달면서 짜고, 냄새나 기름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흐물거릴 정도로 익혀서 씹을 것도 없이 넘어간다. 채소참프루도 인상적이다. 밀기울을 뭉친 ‘후’(麩)를 사용해 만든 참프루인데, 쓰디쓴 고야참프루보다 거부감이 훨씬 덜하다. 오키나와 소바는 이름부터가 역설이다. ‘소바’라고 불리지만 메밀이 한 톨도 들어가지 않는다. 밀가루로 뽑은 굵은 면에 돼지 뼈와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로 우린 국물, 그 위에 소키(돼지 갈비) 한 점이 올라간다. 중국의 면 문화와 일본의 다시(육수) 문화, 그리고 오키나와 돼지 요리가 한 그릇에 합쳐진 결과물이다. 오키나와 사투리로 ‘스바’라 불리는 오키나와 소바가 ‘소바’라는 명칭을 얻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 소바(메밀) 가루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970년대 일본 정부가 ‘소바’ 명칭의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당시 농림성 등을 상대로 거세게 반발했고, 마침내 1978년 10월 17일 오키나와에 한해 ‘소바’란 명칭을 쓸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얻어냈다. 다만 ‘오키나와 소바’, ‘소키소바’ 등으로 본토의 일반 소바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이날이 바로 ‘오키나와 소바의 날’이다. 현 전역에서 소바를 기념하는 행사가 이어지고, 단골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한 그릇을 다시 확인한다. 돼지 뼈를 끓인 국물에 돼지 갈비라니. 언뜻 느끼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예상만큼 기름지지는 않다. 오히려 개운하게 느낄 만큼 걸쭉한 편이다. 100년 노포가 수두룩한 본토와 달리 오키나와에는 노포가 많지 않다. 태평양전쟁으로 도시가 거의 궤멸했기 때문이다. 1905년 개업한 모토부초의 ‘기시모토 식당’, 1912년 문을 연 나하야, 1923년 나고시 신잔소바 등이 100년 노포로 알려졌다. 오키나와 소바는 단품으로도 먹지만 ‘주시’를 곁들여 먹는 게 보통이다. 주시는 일종의 볶음밥이다. 어렸을 때 ‘빠다’(버터)로 밥 비벼 먹은 기억이 있는 이들은 단박에 이 맛을 알 터다. 이 음식이 필경 미군이 전한 군용 식량 ‘C 레이션’에서 비롯됐을 거란 걸 말이다. 우리 부대찌개와 비슷한 경로로 탄생한 주시 역시 ‘디테일의 일본인’답게 퍽 감칠맛 나는 음식으로 변모시켜 놨다. 라프티는 중국의 동파육과 비슷하다. 간장과 흑설탕, 오키나와 전통 증류주 아와모리로 달콤하게 조린 돼지 삼겹살 요리다. 왕의 연회상에 오르던 요리가 수백 년을 거쳐 서민의 일상식이 됐다. 불신·비하의 상징 ‘A사인’ 미국의 음식 문화도 빼놓을 수 없다. 상륙에서 반환까지, 미군정 27년은 오키나와의 식탁을 확 바꿔놓았다. 그 시대를 이해하는 열쇠말이 ‘A사인’이다. 미군정이 인증한 일종의 자격증 같은 것으로, 맥도널드와 같은 미국 기업 외에 미군이 출입하는 오키나와의 모든 업소는 ‘A사인’을 발급받아야 했다. 오키나와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비하의 의도가 명백한 제도였지만, 이후 A사인을 받아 살아남은 식당들은 현재 오키나와의 명소가 됐다. 나하 시내 사카에마치 시장에는 이 이야기의 마지막 층위가 숨어 있다. 이 시장은 전쟁 전 히메유리 학도대의 학교 건물이 있던 자리다. 전쟁으로 학교는 사라졌고, 재건 기간 동안 “이 지역이 다시 번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카에(栄·번영) 마을’이 탄생했다. 낮에는 시장, 밤에는 작은 술집들이 불을 밝히는 독특한 공간이다. 잔파곶의 야외 매점인 ‘킨죠 파라’를 덧붙이자. 이동식 버스 매점으로, 아이스크림과 젠자이 등을 판다. 본토에선 단팥을 묽거나 뻑뻑하게 조린 걸 젠자이라 일컫는데 오키나와에선 달큰하게 조린 강낭콩을 올린 빙수를 뜻한다. 잔파곶은 높이 30~40m로 융기한 산호초 절벽이 2㎞에 걸쳐 이어지는 곳이다. 일대가 산책로와 잔디밭 등 공원으로 꾸며져 하루 종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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