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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비장애 벽 허물었어요”

    “피 고 하 디 아 나?” “난 괜찮아. 네가 힘들지 뭐.” “아 냐 저 마 재 미 어.” 12일 오후 5시. 장애인 1일 체험을 마치며 휠체어를 탄 진권(19·서울 삼육학교 2년)군이 휠체어 손잡이를 꼭 쥔 친구 박인하(19·서울 잠실동)군의 얼굴을 올려보며 환하게 웃었다. 휠체어를 든 채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렸지만 인하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지하철 타기 ‘전쟁’ 장애인 1일투어 행사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3박4일 동안 60여명의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숙식을 함께하며 마음의 문을 여는 ‘제1회 전국고교생장애인리더대회’ 프로그램의 하나다. 목적지는 롯데월드, 서울랜드, 대학로, 명동, 일산호수공원 등 평소 이들이 가고 싶었던 곳. 단, 어른의 도움 없이 서로 힘을 합쳐 찾아가야 한다. 권이 등 지체장애 1급 장애 학생 3명 등 12명으로 구성된 명동팀이 숙소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을 나선 것은 오전 9시20분. 승·하차가 어려운 버스를 타는 것은 아예 포기했다. 겨울바람이 몸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장애 학생들은 또래들과의 ‘외출’에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나들이는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남경우(18·삼육학교 2년)군을 실은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의 휠체어 리프트가 1m도 못 가서 허공에 멈춰섰다. 경우는 추위와 두려움에 순간 눈을 감았다.“이거 왜 이러지. 평소에는 잘 됐는데….”호출 벨을 누른 지 10여분 뒤 올라온 지하철 직원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안 되겠다. 우리가 들고 내려가자.”기다리다 지친 비장애 남학생들이 장애 학생들의 휠체어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장애의 벽을 허문 아이들 이들이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 한바탕 계단과의 힘겨운 싸움을 한 아이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쉴 만한 곳은 없었다. 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식당이나 카페를 명동 번화가에서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호종(17·서울 마천동)군은 “여전히 장애인을 반기는 곳은 별로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우리 정기적으로 만나자.”“당연히 그래야지.” 장애와 편견의 벽을 넘어선 아이들의 천진한 미소가 석양을 받으며 한껏 빛났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얘들아, 학원 하루쉬고 재밌는 공연 보러갈까

    얘들아, 학원 하루쉬고 재밌는 공연 보러갈까

    평소 어른보다 더 바쁜 아이들.40일간의 겨울방학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허락하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학원과 집을 오가며 TV와 컴퓨터만을 오락거리로 삼아온 아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것은 부모가 해야 할 일. 올 겨울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이 풍성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공연장 나들이에 나서 보자.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충족시키고 어른들은 잃어버린 동심을 잠시나마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그림책으로 친숙한 ‘미피’가 뮤지컬로 살아난다.‘미피의 남극탐험’은 네덜란드 작가 딕 브루너의 인기 캐릭터 ‘미피’를 이용해 만든 순수 창작 어린이 뮤지컬.31일까지 과천 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미피와 아기곰 보리스, 바버라, 돼지 뽀삐, 강아지 스너피가 길 잃은 친구 ‘핑’을 집이 있는 남극에 데려다주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12개월 이상이면 관람할 수 있고 공연장 로비에는 아이들을 위해 미피 캐릭터 동산도 꾸며진다.1588-7890. 찰스 디킨스 원작의 ‘올리버 트위스트’도 어린이 뮤지컬로 만들어졌다.3월 6일까지 하늘땅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게 살아가는 고아 올리버 트위스트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02)7474-222. ‘그림일기 속의 내 친구들’은 일기를 소재로 또래 친구 고복이와 화영이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작품.2000년 대표 희곡으로 선정된 ‘흉가에 볕들어라’의 작가 이해제와 히트 연극 ‘늙은부부 이야기’의 위성신 연출가가 만나 만든 가족 뮤지컬이다.23일까지 소극장 축제.(02)741-3934. 대학로 컬트홀에서 2월12일까지 계속될 ‘내친구 플라스틱2’는 재미와 교육의 효과를 동시에 지닌 연극. 빈 병, 막대기, 조각난 천, 플라스틱통 등 쓸모없게만 보이는 폐품들이 다시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운다.‘내친구 플라스틱’은 1998년 초연 이래 호평을 받아온 극단 ‘사다리’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다.(02)382-5477.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논·밭이 관광상품…‘경관농업’ 뜬다

    논·밭이 관광상품…‘경관농업’ 뜬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촌의 영농현장 자체를 상품화하는 ‘경관농업(景觀農業)’이 뜨고 있다. 1차 산업인 농업에 3차 산업인 관광을 접목한 경관농업은 수입개방 파고에 허덕이는 농촌에 활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돌파구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주5일 근무시대를 맞아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도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농가들은 관광객들에게 먹을거리 장터, 특산물판매, 민박 등을 제공해 소득을 올릴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경관농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제주도. 국제적 관광도시인 제주도는 ‘제주의 봄’을 상징하는 유채꽃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일찍부터 경관농업을 도입했다. 1500농가가 1200㏊에 관광용 유채꽃을 재배하고 있다. 북제주군 만장굴, 교래관광지구 일대와 남제주군 성산일출봉, 성읍민속촌 일대가 유채꽃 단지로 유명하다. ●농가 평균수익 손실분 郡에서 보상 북제주군은 33개 유채꽃 촬영소에 10a당 16만원씩을 보상해 주고 유채씨는 정부에서 전량 수매해 준다. 제주도는 유채씨 ㎏당 155원씩을 추가로 보상해 주는 등 경관농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북제주군은 올해부터 관광지 주변, 주요도로변, 해안절경지 등에 유채를 파종하면 평균수익 손실분을 보상해 주는 ‘경관농업직불제’를 시행한다. 이같은 경관농업은 다른 자치단체에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드넓은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은 경관농업으로 성공한 모범사례다. 진의종 전 총리의 장남인 영호(56)씨가 지난 92년부터 야산 구릉지대에 17만평의 보리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자치단체들 앞다퉈 ‘특구’ 지정 대기업 이사를 지낸 진씨가 손이 덜 가는 농작물로 선택한 보리가 도시민들에게 향수를 자극하는 풍광으로 자리잡아 ‘경관농업특구’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드넓은 청보리밭은 매년 봄이면 전국에서 관광객과 사진작가, 미식가들이 몰리는 관광명소가 됐다. 청보리밭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고창군이 주변 농가에도 보리재배를 적극 권장해 30만평으로 늘었다. 매년 4월이면 청보리밭 축제가 열린다. 이곳에서 재배한 보리는 전량 농협이 수매한다. 학원농장에서 생산된 보리는 40㎏들이 4000여가마로 1억 2000여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셈이다. 게다가 축제기간에는 민박, 음식과 농특산물 판매 등으로 짭짤한 소득을 올린다. 보리를 수확하고 난 뒤 8월부터는 다시 메밀을 심어 9월부터는 흐드러진 메밀꽃이 장관을 이룬다. 지난해에만 30만명의 관광객이 찾았고 이곳 주민들은 줄잡아 3억 50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이에 자극받은 남원시는 운봉읍 용산리에 30㏊ 규모의 허브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세계허브산업엑스포를 개최하는 지역임을 널리 알리고 새로운 특색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진안군도 부귀면 거성리 일대 50㏊에 드넓은 유채단지를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하기로 했다.‘나비축제’로 유명한 전남 함평군은 녹비작물인 ‘자운영’을 경관농업으로 활용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을 위해 지력도 높이고 매년 5월 초 열리는 나비축제를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드넓은 자운영 꽃밭을 제공하기 위해 ‘자운영밭 직불금’을 주고 있다. 지난해 가을 9개 읍·면 1720㏊에 자운영씨를 뿌려 올 4월 중순부터는 함평군 전역에서 붉게 타오르는 자운영밭을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국 45곳 테마마을로 지정 강원도 춘천시와 평창군은 ‘메밀꽃’을 ‘막국수’와 ‘이효석문화축제’ 테마로 잡았다. 춘천시는 의암호 내 붕어섬 17㏊에 메밀을 재배해 막국수축제가 열리는 8월부터 꽃을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여기서 수확된 메밀은 ‘막국수협의회’에서 수매해 다음해 막국수 재료로 사용한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평창군도 동평면 창동리·원길리·무이리 일대 22㏊에 메밀을 심어 9월 이효석 문화축제에 꽃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군은 메밀 재배 농가에 평당 1200원씩 지원한다. 경북 성주군도 2002년 수류면 백운리 가야산집단시설지구에 10만㎡의 야생화재배단지를 조성했다. 군은 이곳에서 가야산에서 자생하는 650여종의 야생화를 재배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농가소득도 높이고 있다. 야생화단지 조성 후 관광객이 30%나 늘었다. 농업진흥청에서도 2002년부터 전국의 특색있는 마을 45곳을 ‘테마마을’로 지정해 육성하고 있다. 경남 남해군 남면 홍련리 ‘다랭이 마을’, 전남 구례군 구례읍 ‘다무락 마을’,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탁사장 마을’ 등이 농촌의 전통자원과 세시풍속 등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마을은 영농·수확체험, 고향의 멋, 향토의 맛, 안전한 먹을거리, 풍요로운 자연경관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도시민들의 주말 나들이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동파 우려 곳곳 계량기 싸매

    동파 우려 곳곳 계량기 싸매

    올해 들어 두번째 휴일인 9일은 서울 영하 10.3도를 비롯해 전국이 강추위 속에 꽁꽁 얼어붙었다. 포항 영하 7.4도, 광주 영하 6.9도 부산 영하 6.8도 등 중·남부지역도 혹독한 한파에 시달렸다. 하지만 제철을 맞은 전국 유명 스키장과 관광지에는 스키어들과 나들이객이 몰려 겨울의 정취를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대관령이 영하 16.8도까지 떨어진 가운데 강원도 평창의 보광휘닉스파크 스키장에 7500명을 비롯, 평창 용평리조트와 횡성 성우리조트에도 각각 6000여명과 5000여명이 몰리는 등 이날 하루 3만여명의 스키어가 강원도내 6개 스키장을 찾았다. 경기도 포천 베어스타운에서도 토·일요일 이틀 동안 1만 6000명의 스키어와 스노보더가 설원을 누볐다. 전북 무주리조트도 14개의 슬로프를 열어놓고 2만여명의 스키어를 맞았다. 아침 최저기온이 제주 1.7도, 서귀포 1.4도를 기록한 제주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영상의 날씨를 보였다. 하지만 영하권에 머문 산간지역에는 한때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한라산에 최고 25㎝의 눈이 쌓여 3만 9000여명의 관광객들이 남국의 이색 정취를 맛봤다. 관광객들은 한라산 어리목, 영실, 성판악휴게소와 눈이 쌓인 지역을 찾아 눈썰매를 타기도 했다.4개 등반코스는 누적 적설량이 50㎝를 넘어 하루종일 등반이 통제됐다. 강원 화천의 산천어 축제와 전북 정읍의 내장산 겨울축제 등에서는 가족단위 관람객이 각종 이벤트를 즐기며 단란하게 하루를 보냈다. 워낙 추운 탓인지 도심지역은 평소 일요일 보다 한가한 모습이었다. 대신 주택가 음식점에는 배달주문이 몰려들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서정렬(36)씨는 “배달원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주문이 쏟아졌다.”고 흐뭇해하면서 “특히 집에서 나오기 싫은지 슈퍼마켓 등에서 다른 물건을 함께 사다 달라고 부탁하는 주문도 2∼3차례 받았다.”고 전했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강영희(33)씨도 “짬뽕 등 얼큰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전체적인 주문량도 5% 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조한 날씨에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화재 등 사고도 잇따랐다.9일 오전 3시 17분쯤 서울 종로구 관수동 재래식 상가 밀집지역의 4층짜리 목조 상가건물에서 불이 나 건물 3채를 태워 8500만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불이 나자 119 소방대원들이 즉각 출동했으나 강풍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다 2시간 30분만에 불을 껐다. 이밖에 여의도, 송파, 강서 등의 가정집과 상가, 교회 등 서울지역 6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춥고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겹쳐 작은 불도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면서 “전열기구 등 전기제품을 철저히 관리하는 등 화재 예방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오후 4시쯤 호남선 서대전∼대전 조차장 사이 상행선에서 전차선로가 단전돼 이 구간을 운행하던 KTX고속열차 2대와 무궁화열차 2대 등 4대의 열차가 20분∼1시간 20분 가량 운행이 지연됐다. 이날 사고는 추위로 전기공급이 중단되면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영하 5도 이하의 날씨가 이틀만 계속되어도 수도관 등의 동파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수도 계량기는 헌옷으로 감싸는 등 보온에 신경서 써 줄 것을 각 가정에 당부했다. 서울 홍희경기자·전국 saloo@seoul.co.kr
  • [나눔세상] ‘스티븐호킹병’ 환자 돕는 은행원

    [나눔세상] ‘스티븐호킹병’ 환자 돕는 은행원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돈이 아니라 희망이더군요.” 우리은행 개인여신팀 김영관(47) 부부장 등 10명의 은행원은 지난 6일 서울 연남동 근육디스트로피 환우들의 모임 ‘잔디회’를 찾았다. 매달 한 차례씩 찾아가 진작에 익숙해진 자원봉사의 발걸음이다. 잔디회라는 이름은 비바람에도 다시 일어서는 잔디에 자신을 빗댄 한 환우의 시에서 따왔다. 근육디스트로피는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고 있는 바로 그 병. 근육이 퇴화하면서 몸이 굳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은행원들은 이 난치병 환자들을 만나면서 희망이 가진 힘을 믿게 됐다. 이런 깨달음을 얻은 것만으로도 삶의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은행원들이 환우들과 처음 대면한 것은 2002년 3월. 바깥 나들이가 쉽지 않은 환우들과 영화를 보러 나섰다. 첫 만남은 이마와 등에 땀이 배어나올 정도로 쉽지 않았다. 은행원들은 15명의 환우들을 한 명씩 업고 극장 계단을 올랐다. 심용환(42) 가계여신센터 차장은 “등에 업힌 환우의 고개가 행여 젖혀지지나 않을까 내내 팔목에 잔뜩 힘을 주어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기업여신센터 박순영(26)씨는 “환우를 의자에 앉힌 뒤 혹 다리가 굳을까봐 10분마다 자세를 바꿔주었다.”면서 “영화 대신 내내 웃음짓는 환우만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6월에는 어린이 환우 15명과 용인의 놀이공원을 찾기도 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아이들은 생애 첫 소풍에 마냥 들뜬 모습이었다. 은행원들은 “집에서는 좀처럼 하늘도 볼 수 없는 아이들이 넓은 곳에서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한 소중한 체험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동안 이별의 아픔도 겪었다. 환우 한 사람이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난 것이다. 자원봉사는 우연찮은 만남에서 출발했다. 김 부부장은 2001년 10월 본점 개인여신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당시 팀장이었던 나선화(57) 신용회복센터장을 만났다. 나 센터장 역시 35살 되던 해 발병한 근육디스트로피 환우. 나 센터장은 고통 속에서도 은행업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등 근육디스트로피 환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대강당에서는 또 하나의 사랑이 결실을 맺었다. 이 은행 합창단이 환우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연주회를 가진 것. 합창단 단장인 김 부부장은 “회사 안팎에서 환우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일으키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현직 임직원으로 이루어진 합창단은 이 연주회에서 마련한 후원금으로 휠체어 10대를 환우들에게 선물했다. 이경은(35) 여신심사센터 과장은 “식사에서 대소변, 목욕까지 힘이 부칠 때도 있지만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자원봉사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을 털어놨다. 잔디회 (02)337-1808,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700-904755.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해넘이 섬 강화도

    [뒷골목 맛세상]해넘이 섬 강화도

    한 해가 저문다. 한 해가 저문다고 해서 서녘 하늘에 곱게 지피는 노을이야 여느 때와 하등 다를 바가 없겠지만, 그러나 한 해가 저무는 무렵의 노을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만은 어쩔 수 없이 만감이 겹쳐 노을 못잖은 붉은 색감으로 켜켜이 타오를 터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감회도 감회려니와, 어쩐지 허송으로 보낸 것 같은 후회와 안타까움에 겹쳐 자칫 가슴을 에는 한 가닥 회한도 없을 수 없으리라. 아아, 나는 왜 그렇게밖에 못했을까. 조금만 더 정신을 차렸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텐데. 어차피 나는 그 정도밖에는 안되는 것일까. 나는 왜 좀 더 마음을 비우지 못했을까. ●자성과 다짐의 나들이 코스로 제격 한 해를 보내고 다가올 새해를 기다리는 순간에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어 자성(自省)의 기회로 삼는 정경은 얼핏 보기에 참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자성이 지나쳐 자칫 회한이며 자학에까지 이른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더욱 힘든 짐을 지우는 일이 되고 만다. 만일 그대에게 자성이 지나쳐 힘든 조짐이 보인다면, 그대는 과감히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해넘이 여행길에 나서자. 이왕 한 해가 저무는 무렵이니, 가까운 서해안이라도 찾아 수평선에 펼쳐지는 낙조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서울에서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서해안으로는 역시 강화도가 제격일 터이다. 신촌로터리 어름에 있는 강화행 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불과 한 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득한 옛 시절에야 서울에서 강화까지의 나들이가 걷고 배를 타는 일정으로 꼬박 이틀이 걸렸다는 사실이 얼핏 상상이 가지 않지만, 어쨌든 한 시간 거리에 섬이 있고 해넘이의 해안이 있다는 것은 서울에 사는 이들의 행운이지 않으랴. 강화읍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외포리에서 다시 석모도행 배를 갈아탄 다음에 보문사를 찾아가자. 보문사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예부터 강화 8경으로 꼽히는 명승(名勝)이지만, 특히 보문사의 눈썹바위에 있는 높이 7미터의 거대한 마애석불좌상 앞에서 내려다보는 서해의 낙조는 더 이상 언설이 필요 없는 장관이다. 강화도의 해넘이 장소로는 구태여 석모도며 보문사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강화도의 서쪽 해안선 일대에 널린 돈대를 위시하여 어디를 가든지 뛰어난 해넘이 장소가 아닌 곳이 없다. 또한 경관이 그럴 듯한 장소에는 이미 횟집이며 카페, 민박집, 그리고 요즘 들어 부쩍 유행하는 펜션들이 눈에 질리도록 저마다 입간판에 뛰어난 해넘이를 내세우고 있다. 황금빛 노을, 노을이 내리는 아름다운 집, 노을과 함께, 추억 속으로, 뱃고동, 추억여행…. 그러나 이왕 석모도까지 찾아온 길이라면 역시 보문사의 마애석불좌상 앞이다. 아름드리 고목의 가지 사이로 저녁 해가 기운다. 이윽고 저녁 해가 그대의 눈길 아래로 떨어지고 그렇게 가없는 하늘은 물론 잔잔한 겨울바다마저 붉게 물들이며 노을이 지피는 순간, 그대의 힘든 몸뚱어리 또한 서서히 노을 속에 함께 지피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 어디 그대의 몸뚱어리뿐이랴. 그대의 몸뚱어리가 노을로 지피는 동안에 마음속의 회한이며 자학 따위도 함께 지펴, 마침내 그대를 새털처럼 가볍게 하리라. 그렇듯 새털처럼 가벼워진 그대가 무심코 눈썹바위에 서 있는 거대한 부처님을 돌아보면, 부처님 또한 노을 속에 함께 지피면서 그대를 향해 빙긋이 웃어보일지도 모른다. ●‘강화 8경’으로 꼽히는 보문사 낙조 불교에서는 세상에 하고많은 욕심 중에서도 가장 더럽고 끔찍한 욕심을 무엇인가 이루고자 하는 공부에 대한 욕심으로 규정하고 지극히 경계해 마지않는다. 자칫 공부란 것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현재의 나를 인정하지 못한 채, 좀더 밝고 아름다운 무엇으로 나를 바꾸려 한다면, 바로 그런 공부야말로 얼마든지 더럽고 끔찍한 욕심으로 꾸짖어 마땅하다는 식이다. 대저 공부란 무엇인가.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 공부가 아닌가. 그렇듯 ‘지금 이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서 있는 제자가 부처에 대해 물었을 때, 운문(雲門)선사는 서슴없이 대답한다.“똥막대기다!” 그렇다. 지금 이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있는 무엇인가를 찾으면, 부처 또한 똥막대기인 것이다. 역시 ‘지금 이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서 있는 제자가 부처에 대해 물었을 때, 백장(百丈)선사는 아예 호통을 친다.“이놈아, 어찌하여 소를 타고서도 소를 찾느냐?” 지난해를 돌아보는 자성에는 무언가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자신을 혐오하거나 기피하여 좀더 밝고 아름다운 다른 자리로 자신을 옮겨가려는 어리석은 불제자들의 공부 욕심이 없지 않을 터이다. 지금 이 자리에 없는 것이 어찌 다른 자리라고 생길 것인가. 어쩌면 진정한 자성이란, 바로 ‘지금 이 자리’의 자신을 인정하고, 나아가 ‘지금 이 자리’의 힘들고 무거운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눈길일지도 모른다. 비록 간단없는 회한과 자학이 자신을 피폐(疲弊)하게 하더라도, 바로 그런 피폐마저 너그럽게 껴안을 일이다. 그렇듯 자신과의 화해를 이루면, 비단 저녁노을이 지피지 않더라도 그대는 분명히 새털처럼 가벼워지리라. 새털처럼 가벼워진 그대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막히는 일이 무엇이랴.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그대는 언제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자, 그대가 새털처럼 가벼워져서 돌아오는 길이다. 그대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고 마시든지 맛있지 않은 음식이 있으랴. 그러나 그대가 혼자가 아니고 소중한 이와 함께라면 여행길의 한 끼 음식이라도 결코 소홀할 수는 없다. ●한자리서 50년 훌쩍… 고향냄새 물씬 먼저 강화읍의 중앙시장 안에 있는 ‘우리옥’(032-932-2427)을 권하고 싶다. 중앙시장에서 찬거리골목으로 30여m 안으로 들어가면 골목 안에 있는 듯 없는 듯 숨어 있는 평범한 백반집인데, 그러나 상차림을 보면 대뜸 머리가 좌우로 갸웃거려진다. 넉넉한 콩비지 한 대접, 조갯살을 넣은 미역국, 강화도순무김치, 꽁치조림, 고추장아찌, 숙주나물, 감자조림, 시금치, 고사리, 멸치볶음, 표고버섯볶음, 조개젓, 배추김치 등 갖은 반찬에다가, 장작을 때서 지은 강화쌀밥이 먹음직스럽게 김을 피워올리고 있다. 그런 풍성한 상차림인데 값은 고작 4000원이다. 소중한 이와 함께 한 그대가 어쩐지 4000원짜리 백반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면 거기에 3000원짜리 대구찌개를 더해도 좋다. 아니면 계절에 따라 병어회나 병어찜, 생굴, 불고기 등에서 하나를 안줏감으로 추가하여 강화도 특산인 인삼막걸리를 즐길 수도 있다. 추가되는 안줏감들은 각기 9000원에서 1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대가 이제 막 수저를 드는데, 와락, 알 수 없는 친근감이 들어 다시 한번 상차림을 살펴보면, 자칫 오랜 만에 고향에 돌아와 늙은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상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순간적인 착각에 빠져든다. 실제로 주인 되는 방영숙씨는 힘들고 지쳐서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라면 누구든지 자식처럼 껴안아줄 것만 같은 넉넉하고 수더분한 고향 어머니의 인상이다. 거기에 더하여 납작한 한옥집의 대문부터 비롯하여 주방이며 방에 이르기까지 어쩐지 낡은 손때가 묻어나는 집안의 만만한 분위기마저도 주인 되는 이와 함께 정감을 더한다. 원래 우리옥은 방영숙씨의 고모 되는 방숙자 할머니가 1953년에 현재의 자리에 문을 열었으니 한 자리에서 50년을 훌쩍 넘긴 셈이다. 방영숙씨가 연로한 고모를 대신한 것도 벌써 20여년이니 2대에 걸친 음식이며 집에서 어찌 고향냄새가 아니 나랴. ●공해 없는 저수지서 건진 월척만 조리 만일 그대가 미식가라고 자처한다면, 별미로 강화도의 붕어찜을 빠뜨릴 수 없을 터이다. 강화읍에서 교동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송해면의 숭뢰저수지에는 ‘돌기와집’(032-934-5482)이라는 붕어찜 전문식당이 있다. 야트막한 야산 아래 숲으로 담장을 이룬 듯 아늑한 옛 한옥이 산수화 한 폭처럼 고풍스러운데, 주인 되는 구옥순씨 또한 종갓집 며느리처럼 단아한 품새에 말씨마저도 도란도란 음전하여서 한 잔 술이 없이도 저절로 풍류의 마음이 일어날 듯싶다. 강화도라면 대부분이 얼핏 생선이며 조개 같은 해물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강화도는 뜻밖에도 농경지가 넓은 곳이어서 1980년대만 해도 전체 면적의 거의 절반이 농경지에다가 농가도 전체 가구의 70%를 차지하여서 농업이 중심 산업을 이루었다. 그런 만큼 여기저기 유명한 저수지가 많은데, 눈치 빠른 낚시꾼들은 바다낚시가 아니라 바로 민물낚시를 위해 거리가 멀다 않고 강화도로 몰려든다. 원래 민물고기는 저수지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인데, 낚시꾼들 사이에서 강화도의 민물고기가 맛에 있어서 으뜸으로 소문이 난 탓이다. 하기는 이렇다 할 공장이 드문 강화도에서는 여러 저수지마다 고기 맛을 헤칠 수질오염이며 공해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터이다. 돌기와집의 붕어찜은 무엇보다도 숭뢰저수지의 맛 좋은 참붕어 중에서도 월척붕어만을 재료로 하여,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조리법으로 요리해낸다. 다른 곳에서 하는 대부분의 붕어찜이 20,30분 만에 조림해 내는 데 비해 여기서는 2시간 이상을 조림해 내는 식이다, 그리하여 다른 곳의 붕어찜은 우선 가시며 뼈를 고르느라 수고로운데, 이곳은 머리에서 꼬리까지 가시며 뼈를 고를 수고가 없이 통째로 먹을 수가 있다. 자칫 어느 것이 살이고 어느 것이 뼈며 가시인지 전혀 분간이 가지 않게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드는데, 뼈와 살이 함께 어우러지는 고소하면서도 깊은 맛은 과연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일품이다. 얼핏 생각하기로는 2시간 이상 붕어찜을 조리다 보면 형체는 물론 맛까지도 변질될 것 같은데, 붕어 자체의 모양이 전혀 손상되지 않을 뿐더러 맛 또한 붕어의 고유한 향취가 제대로 살아있다. 어쩌면 주인 되는 이의 정성이 아니면 그런 식의 요리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그런 정성에 돌기와집만의 비법이 숨겨진 것인지도. 붕어찜은 대중소에 따라 3만원,2만 5000원,2만원으로 나누어지는데, 각기 붕어의 크기가 아니라 마릿수에 따라 4마리,3마리 2마리로 값이 다르다. 이밖에도 메기매운탕, 민물새우튀김, 추어탕이 있다. 돌기와집은 찾아가기가 약간 까탈스러운 편인데도 불구하고 한번만 맛을 들이면 단골이 된 손님들이 서울이며 인천 각지에서 할아버지에서부터 어린 손자까지 일가족이 동행하여 거리가 멀다하지 않고 찾아온다. ■ 제철 맞은 생선회 푸짐 그대가 회를 좋아하는 이라면 석모도에서 나오는 길에 외포리 선착장의 젓갈시장 옆에 있는, 얼핏 포장마차처럼 보이는 가건물을 놓치지 말일이다. 기실 강화도 일대의 해안선마다 한 집 걸러 한 집으로 죄다 횟집 아니면, 카페나 모텔이나 펜션이나 민박집들이어서 눈에 차일 지경이다. 그런 마당에 구태여 어느 횟집을 골라 권할 수 없지만, 그러나 나의 취향으로는 젓갈시장 옆의 포장마차식 가건물을 지나칠 수가 없다. 거기에는 값싼 횟집들이 서넛 사이좋게 함께 들어있는데,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가장 안쪽에 있어서 바다가 내다보이는 ‘풍년소라6호’(032-933-9223)라는 약간 엉뚱한 이름의 횟집을 권하고 싶다. 벌써 10년 전부터 이곳에서 횟집을 해왔다는 30대 후반의 박미경씨가 주인인데, 우선 싱글벙글 잘 웃는 이여서 횟감을 고르기 전부터 그만 기분이 좋아진다. 요즈음 같은 겨울에는 숭어가 제철인데,1㎏에 2만 5000원이다. 어른 둘에 어린아이들이 딸린 네 명 한 가족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인데, 매운탕과 함께 밴댕이회며 멍게가 무료로 나온다. 이밖에도 삼식이가 역시 제철인데, 값은 숭어와 같다. 여기에 우럭, 광어, 노래미, 농어 등이 있고, 해삼이며 왕새우, 키조개, 개불 등 취향에 따른 갖가지 해물들이 여느 고급 횟집 못잖게 고루 준비되어 있다.
  • 박완서씨 ‘미완의 귀향’

    박완서씨 ‘미완의 귀향’

    개성 출신의 작가 박완서(74)씨의 귀향이 결국 미완으로 끝나고 말았다.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산문집 ‘두부’ 등을 통해 분단 이전 개성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던 박씨는 28일 반세기 만에 고향 나들이에 나섰다. 국내기업중 두번째로 개성공단 시범단지에서 가동에 들어간 에스제이테크 준공식에 초청받은 것이다. 박씨를 포함한 남한 방문단 250여명은 준공식 후 개성공단에서 10㎞쯤 떨어진 개성시내로 들어가 선죽교와 고려민속박물관을 둘러보고 자남산여관에서 개성음식으로 오찬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개성공단∼개성시내간 도로를 새로 포장하는 중이어서 통행이 어렵다는 북측의 통보로 계획이 취소됐다. 지난 15일 리빙아트 준공식을 비롯, 올해 개성공단내 주요 행사에 참가했던 남측 방문단이 빠짐없이 개성시내를 둘러본 것에 비춰 불운한 결과였다. 이로써 박씨의 귀향은 산문집 두부에서 “나는 완행열차를 타고 개성역에 내리고 싶다. 아무의 주목도 받지 않고 초라하지도 유난스럽지도 않게 표표히 동구 밖을 들어서고 싶다.”고 썼듯 훗날을 기약해야 했다. 박씨는 개성공단내 현대아산 사무소 3층 옥상에서 멀리 송악산을 내다보는 것으로 고향땅을 지척에 두고 돌아서야 하는 아쉬움을 달랬다. 박씨는 “버스에서 내리지는 못하더라도 시내를 딱 한번만이라도 둘러 보았으면…”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잠시 공부하던)호수돈 고녀(여고) 건물이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화강암으로 지어진 아주 아름다운 건물이었다.”고 회고했다. 개성 공동취재단·김인철기자 ickim@seoul.co.kr
  • 서울광장 ‘겨울철 새 명소’ 인기 폭발

    서울광장 ‘겨울철 새 명소’ 인기 폭발

    지난 24일 개장한 서울시청 앞 야외 스케이트장을 성탄절을 포함한 주말동안 1만명 이상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개장 때부터 비상근무를 해 온 최정수 서울시 체육청소년과 팀장은 “개장 첫날에는 3000여명,25일 3400여명,26일 3600여명 등 1만여명의 시민들이 이용했다.”면서 “번호표를 받고서도 너무 오래 기다리다 지쳐 돌아가는 시민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개장 첫 날 오후부터 붐벼 첫날 오전은 100여명의 시민들이 매우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스케이트장을 이용했다. 오전 10시에 개장해 입장한 시민들은 이용객이 적어 오후 2∼3시까지 대여섯 시간동안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다. 아들 유예찬(10·이대부속초3)군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찾은 주부 김수옥(36)씨는 “집과 가깝기 때문에 걸어서 왔다.”면서 “이용객이 별로 없는 오전시간에 오면 아이와 함께 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3시가 지나자 상황은 달라졌다. 학교수업이 끝난 인근 배화여중, 이화여중·고, 창덕여중 학생들과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려는 연인들이 서울광장으로 모여들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윤정(14·서울 배화여중 2년)양은 “도로와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 한 가운데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는 게 좋다.”면서 “하지만 타려는 사람이 많고 스케이트장이 너무 작아 오래 기다렸다.”고 투정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후 4시부터는 500여명 이상이 한꺼번에 몰려 300m정도 줄을 서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 시간단위로 300명씩 이용 첫날 몰려든 시민들로 곤욕을 치렀던 스케이트장 관리자들은 다음날부터는 300명 단위로 이용객들이 스케이트를 한시간씩만 타도록 방침을 조정했다. 번호표를 미리 배부해 오전 10∼10시50분은 1∼300번까지, 오전 11∼11시50분은 301∼600번의 번호표를 가진 사람만 타도록 했다. ●인근 패스트푸드점 싱글벙글 주말을 맞아 서울광장 나들이를 나온 이상인(64·여·마포구 서교동)씨는 “어렸을 적 논에서 스케이트를 타곤 했었는데 이제 젊은이들이 이렇게 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절로 흥겨워진다.”고 감회를 말했다.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설치와 운영을 맡은 ‘SCC코리아’의 육기승 사장은 “예상보다 너무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질서유지가 어렵다.”면서 “통제가 어렵다보니 스케이트 100켤레당 2∼3켤레씩 분실되기도 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스케이트장 개장으로 덕을 본 것은 인근 패스트푸드점이다. 서울시가 서울광장에 노점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하고 있기 때문에 스케이트장 이용객들은 덕수궁 쪽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던킨도너츠 시청점장 이하나(23)씨는 “늦은 밤까지도 부모와 함께 나온 아이들이 많이 이용한다.”면서 “크리스마스와 스케이트장 개장 특수로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 밤낮없는 ‘스케이트장 3인방’ “개장 전까지만해도 시민들이 찾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습니다.”(서울시 체육청소년과 최정수 팀장)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설치부터 관리·운영 등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 체육청소년과 직원들은 개장 첫날부터 전원이 비상근무 중이다. 스케이트장 이용객이 예상외로 몰리면서 사설업체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6일 일요일에도 사설업체 직원 20여명과 서울시체육회 직원 6명, 서울시 체육청소년과 직원 14명이 나와 스케이트장 질서유지 및 안내 활동을 벌였다. 특히 시 체육청소년과 최정수 팀장, 강신권·문봉훈 주임은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3인방’이라 불릴 정도로 개장 첫날부터 스케이트장을 떠나지 않고 내리 근무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처음엔 너무 놀라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못잡았는데 조금씩 요령이 생기고 있습니다.” 최 팀장은 초반에 혼란스러웠던 점을 시인하면서 “앞으로 폐장 때까지 더 이상 혼란을 일어나지 않도록 잘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둔 강신권(42)주임은 “집에서 쫓겨날 뻔했다.”고 푸념을 늘어 놓았다. 비상근무 때문에 크리스마스 때조차 아이들 얼굴도 제대로 못봤던 것. 강 주임은 “오늘 저녁 아내와 아이들이 스케이트장에 오기로 했다.”면서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이들도 아빠를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과 딸을 둔 문봉훈(41)주임도 마찬가지. 문 주임은 “지난 11월 말부터 새벽 2시에 집에 들어가는 일이 허다했다.”면서 “스케이트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조금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질서를 지키면서 이용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어른들은 오후 5시 이후에 이용 가능 24일 공식개장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의 궁금한 점을 문답식으로 알아본다. 스케이트장 건립비용은 시 예산에서 지출됐나. -아니다. 우리은행에서 서울시 체육회를 통해 공사비 2억원을 ‘협찬’형식으로 지불했다. 며칠 만에 스케이트장이 지어졌나. -7일부터 공사를 시작, 철야작업을 강행해 17일 만에 개장식을 열었다. 개장식 후 일반에 공개한 지 1시간여만에 폐장한 것은 짧은 공사기간으로 얼음이 충분한 두께로 얼려지지 않아 냉각관이 파열돼 생긴 해프닝이었다. 얼음의 두께는 얼마나 되나. -현재는 스케이트를 즐기기에 적당한 8㎝로 유지되고 있다. 스케이트장이 잔디밭보다 높게 설치된 이유는. -육안으로는 잘 식별하기 어렵지만 잔디밭은 자연배수를 위해 중앙부가 높고 주변부가 낮게 돼 있다. 때문에 높이를 맞춰주기 위해 20∼60㎝ 높이의 나무와 합판을 이용, 평상처럼 만든 뒤 그 위에 스케이트장을 만든 것이다. 얼음을 얼리는 원리는. -쉽게 생각해 큰 냉동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얼음 아래에는 지름 9㎜의 스테인리스 재질의 냉각관이 있다. 이 냉각관 속으로 영하 7∼8도의 물과 부동액이 흐르면서 얼음이 유지된다. 얼음을 얼리는 동력은. -전기를 바로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할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어 경유를 이용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설비는 스케이트장 바깥 오른쪽에 있다. 경유는 하루 500ℓ정도 사용된다. 하루 40만∼50만원가량 드는 셈이다. 이용 방법은. -먼저 번호표를 받아야 한다. 번호표 순서대로 입장해 50분간 탈 수 있다.10분간은 얼음을 고르게 정리하는 정빙작업이 이뤄진다. 스케이트를 빌리는 시간을 고려해 번호표에 정해진 시간보다 한 시간정도 먼저 오는 것이 좋다. 이용정원은. -안전을 고려해 300명까지만 입장시킬 방침이다. 스케이트화를 가져와도 되나. -피겨스케이트화라면 그래도 된다. 현장에서도 1000원에 스케이트화를 빌려준다.180∼300㎜의 스케이트화 617켤레가 마련돼 있다. 어른도 이용할 수 있나. -오후 5시 이후에 가능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만 15세이하 유·청소년만 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스케이트에 서툰 아이들을 위해 보호자도 이 시간에 입장할 수 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주말화제] 주부들, 영화관 습격하다

    [주말화제] 주부들, 영화관 습격하다

    주부 송지은(28)씨는 12월26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들 민영이를 가진지 2년만에 처음으로 영화관에 가기 때문이다. 한동안 입지 않았던 스커트에 굽높은 부츠를 신어보며 벌써부터 들떠 있다. 영화 보는 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영화를 좋아하는데도 아기를 키우느라 극장에 가지 못하는 엄마들의 심정을 알면 이해할 것이라고 송씨는 생각한다.“애 낳고 돌보느라 외출이라고는 장보는 게 전부였죠.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 비디오를 딱 한번 빌렸는데 남편이 애보고 혼자 딴 방에서 소리 줄이고 봤어요. 극장 가는 건 꿈이었죠. 부모님께 애를 맡기라고요? 그건 어렵죠.” 송씨의 소박한 꿈이 26일 이루어진다. 다음 카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cafe.daum.net/pregnant)’가 이날 일산과 대전에서 ‘제1회 상큼한 임출영화제’를 마련한 것이다. 송씨의 나들이가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남편 김태용(31)씨는 물론 10개월된 아들 민영이도 함께 가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지난달 30일 카페 회원 김희성(29)씨가 올린 글이 계기를 제공했다.‘주부, 영화관 습격하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씨는 “결혼 전에는 햇살 좋은 5월에 칸영화제에 가는 것이 꿈이었지만 딸 시윤이를 가진 뒤로는 영화 보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회원이 100명쯤 모이면 작은 영화관 하나 빌려 애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라는 제안을 덧붙였다. 김씨의 생각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고 카페 운영진은 일주일만에 실행에 옮겨보기로 결정했다. 지난 16일 신청 접수를 받았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모집 게시글을 띄운지 단 몇시간만에 수백명이 몰렸고,‘마감됐다.’는 공지를 올린 후에도 ‘자리가 나면 꼭 연락달라.’며 앞서 신청한 인원의 두배나 되는 사람들이 메일을 보냈다. 부천에 사는 문수정(29)씨는 “결혼 전에는 자칭 ‘영화광’이었던터라 이번 행사가 정말 반가웠다.”면서 “앞으로 자주 이런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각각 200석 규모인 일산과 대전의 극장에서 치러질 행사에는 모두 90여 가족이 참여한다. 극장측은 별도의 대관료 없이 1인당 6000원씩의 영화관람비를 받고 기저귀 테이블, 수유실 등을 마련해주기로 했다. 아기들을 배려해 음량은 평소의 70% 수준으로 낮추고 조명은 은은하게 밝힐 예정이다. 아기들을 데리고 있는 것을 고려해서 영화 상영 중에도 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대전에서는 한 영화관에 근무하는 카페 회원 김용원(33)씨가 나서 일을 추진했다.“비슷한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가 마침 우리 카페에서 행사를 한다기에 돕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에 사는 윤강숙(29)씨는 “둘째를 낳고 3년 동안 극장에 못갔다.”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행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맡아 진행한 ‘다빈아빠’ 손영철(34·작가)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주부들이 얼마나 문화생활에서 소외되는지 알았다.”면서 “저렴한 가격대의 공연으로 행사를 확대해 아기 엄마, 아빠들의 문화활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佛 ‘알뜰한 X마스 보내기’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佛 ‘알뜰한 X마스 보내기’

    프랑스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최대의 전통 명절이다.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은 상점들의 매출이 가장 높은 기간으로 꼽히지만 최근 들어 프랑스인들의 소비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오랜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 물가고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프랑스인들의 지갑은 여전히 얄팍하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살인적인 물가고 시대를 사는 프랑스인들은 될 수 있는 한 아끼고, 공짜로 즐길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크리스마스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화려한 파리 야경은 공짜” 크리스마스 시즌을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은 시내의 화려한 야간 조명과 장식이다. 평소 매력적인 인테리어로 쇼핑객들을 유혹했던 파리 시내 고급 상점들과 대형 백화점들은 경쟁하듯이 화려하게 크리스마스 조명과 장식으로 치장,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도르도뉴 지방에서 간호사 일을 하는 크리스틴(22)과 투르에 사는 남자친구 미셸(24)은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고 파리에 올라와 주말을 보냈다. 센강에서 유람선도 타고, 에펠탑에 올라가 파리 야경을 봤다는 그들은 “낮에 보는 파리도 아름답지만 크리스마스 조명이 화려하게 밝혀진 밤의 파리는 더욱 아름답다.”면서 “돈 안 들이고 크리스마스 기분을 맘껏 낼 수 있어 좋다.”며 즐거워했다. 파리 시내 곳곳에서 빛나는 화려한 야간 조명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가장 화려한 샹젤리제의 가로수에는 지난달 23일부터 수만개의 전구가 반짝이고 있다. 보석상점이 밀집한 방돔광장에는 커다란 눈덩이와 은색의 눈 덮인 크리스마스 트리가 군데군데 설치돼 있고 건물 벽에는 흰눈이 내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조명이 설치됐다. 대형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조명도 놓쳐서는 안 된다. 오봉마르셰와 갤러리 라파예트, 프랭탕 등 유명 백화점들은 건물 전체를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하고 쇼윈도는 다양한 인형과 장난감으로 꾸몄다. 동화나라처럼 장식된 쇼윈도를 구경하러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일부러 밤 나들이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파리시는 시내의 5곳에 집중적으로 조명을 장치하고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청에서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리볼리가, 전통 시장으로 유명한 무프타르 거리, 벼룩시장이 서는 생투앙 대로, 파리북부의 신흥 상업지역 벨빌, 그리고 생제르맹 데프레 등이다. 라데팡스의 신 개선문도 초록, 노랑, 빨강색 조명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현대적 건물 디자인에 어울리게 홀로그램으로 리본, 트리, 방울 등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게 독특하다. 야간 조명은 1월 첫째주까지 계속된다. ●크리스마스 준비도 알뜰하게 유로화 도입 이후 물가가 부쩍 오른데다 몇년째 계속된 경기 침체로 프랑스인들의 씀씀이는 크게 줄었다. 예전처럼 백화점 등에서 비싼 선물을 사는 대신 인터넷·잡지 등의 각종 정보를 활용해 알뜰하게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www.arbre-de-noel.com), 축제(www.fetes.org)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법, 각종 이벤트 활용법, 크리스마스 요리법, 좋은 장난감 고르는 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성탄절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 지역의 대부분 도시에는 크리스마스에 앞서 4주 전부터 크리스마스 시장이 선다. 프랑스에서는 독일 접경지역에 있는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시장이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유명하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16세기 수도승들이 전나무를 베어 성당 앞에서 판매하던 것이 기원이 됐다. 지금은 뮐우즈, 오베르나이, 리보빌, 케제르베르, 몽벨리야르 등지에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시장이 선다. 밤 늦게까지 열리는 크리스마스 시장에서는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품이나 털모자와 장갑 등 겨울용품, 선물을 판매한다. 따끈하게 데운 포도주, 꿀을 바른 땅콩, 군밤 등도 판다. ●가족과 즐기는 크리스마스 프랑스인들은 대부분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낸다. 때문에 성탄절 이브의 저녁 식사는 연중 가장 푸짐한 식단으로 꾸며진다. 파리에 사는 실비아(55)는 “프랑스인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축제일이라기보다는 가족간 정겨운 대화를 나누며 푸짐하게 식사를 하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사랑과 정을 나누는 날로 인식돼 있다.”며 “식사 준비를 하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큰 즐거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두 딸과 가까운 친척들이 함께 할 올해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에 그녀가 계획하고 있는 메뉴를 살펴보자. 요리는 연어, 거위간, 생굴, 밤을 절여 넣은 칠면조 고기, 치즈, 샐러드 등이다. 해산물과 고기요리 사이에 입맛을 새롭게 하고 소화를 돕기 위한 트루노르망(레몬 소르베에 칼바도스를 뿌린 것)을 준비할 생각이다. 그런 다음 ‘뷔슈’라고 하는 장작 모양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샴페인과 함께 먹는다. 크리스마스 저녁식사는 커피와 초콜릿으로 마무리된다.3∼4시간동안 식사를 하다 보면 어느새 자정이다. 자정이 되면 각자 준비한 선물을 교환하며 ‘주아외 노엘(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뜻)’이라는 인사를 주고 받는다. 선물교환을 조금 일찍하고 나서 자정 미사에 참가하기도 한다. lotus@seoul.co.kr
  • 하늘로 치솟는 공연 티켓값

    최근 예매사이트 인터파크가 회원(287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5%가 입장권 가격이 7만원이 넘는 공연은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정작 공연계 흐름은 일반정서에 한참 ‘역행’하고 있다.2∼3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초대형 오페라, 뮤지컬 바람 탓이다. 입장권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지적들이다. 평범한 월급쟁이라면 아무리 ‘큰 맘’을 먹어도 20만∼30만원에 달하는 최근의 오페라나 뮤지컬은 ‘그림의 떡’이다. #대형무대,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 뮤지컬 시장에서 현재 가장 비싼 관람료를 지불해야 하는 무대는 디즈니 뮤지컬 ‘미녀와 야수’.VIP석이 12만원이다. 평일 30%, 주말 20%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4인 가족이 VIP석에 앉아 공연을 보려면 주말 기준으로 40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 여기다 저녁까지 먹는다면 가족 나들이에 50만원은 우습다. 웬만한 중산층 가정에서도 엄두를 내지 못할 액수다. 라이선스로 제작돼 23일 첫 공연되는 디즈니 뮤지컬 ‘노틀담의 꼽추’는 VIP석이 9만원, 앙코르 공연에 들어가는 조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도 R석이 9만원이다. 내년 2월 첫 테이프를 끊는 브로드웨이산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은 VIP석이 14만원으로 책정됐다. 지금까지 공연된 뮤지컬 중 최고가는 2001년 막 올렸던 ‘오페라의 유령’(VIP석 15만원). 그런데 내년 2월 한국에 상륙하는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이 기록을 또 깼다. 공연이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층 중앙에 60석 한정으로 자리를 마련, 부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25만원짜리 VIP 패키지를 내놓은 것. 수입사인 아트 인 모션의 정일국 대표는 “오페라층을 뮤지컬로 끌어들이자는 취지”라며 “현재 기업들이나 외국 대사관 등을 중심으로 예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티켓값을 단순비교하자면 무대규모가 큰 오페라 쪽은 훨씬 더 고가이다. 국내 공연 역사상 최대 무대규모를 기록하며 지난해 선보였던 야외오페라 ‘투란도트’가 최고가인 50만원(VIP석). 자존심 경쟁을 하듯 이후 오페라 무대들의 티켓값이 폭발적으로 뛰어올랐다는 건 공연계 내부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지난 5월 공연된 야외오페라 ‘카르멘’. 세계 최정상급 테너 호세 쿠라를 영입해 그라운드석 전체를 30만원짜리 R석과 20만원짜리 S석으로 몽땅 채웠다. 지난 7월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올린 오페라 ‘리골레토’도 사정은 마찬가지.R석이 30만원,S석이 24만원이었다. #100억 훌쩍 넘는 제작비 이처럼 티켓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제작비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 뮤지컬 ‘미녀와 야수’는 120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었고 상반기 최고의 히트작 ‘맘마미아’도 100억원이나 들었다. 티켓 가격은 좌석수와 제작비에 따라 결정된다. 공연 횟수가 짧다 보니 한 회 벌어들일 수 있는 입장료 수입은 제한적이다. 때문에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공연기획사로서는 티켓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인 셈이다. 고액 티켓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대목에 있다. 서민들이 큰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A,B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계적 바리톤 레오 누치와 소프라노 조수미가 주연해 화제였던 오페라 ‘리골레토’의 경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개층의 총 3000여석 가운데 2000여석이 R석과 S석으로 도배했다. 무리하게 ‘고가 마케팅’을 구사한 이 공연은 유료관객으로 본전을 뽑는 데 끝내 실패한 사례다. #식지 않는 ‘명품 마케팅’ 그러나 ‘럭셔리 마케팅’이 자주 효력을 발생하는 것도 현실이다. 내년 5월 재공연을 앞두고 지난 6일부터 입장권 예매에 들어간 오페라 ‘투란도트’. 경기침체가 극심해도 ‘지갑을 열 VIP 고객은 따로 있다.’는 공연기획자들의 기대심리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주고 있는 사례다. 투란도트 추진사무국은 두고두고 기념품으로 남길 수 있도록 금은 도금한 금속 바(Bar)에 레이저로 좌석을 새겨 넣는 ‘상품권 티켓’을 고안했는데,‘대박’을 터뜨린 것. 공연사의 한 관계자는 “예매를 시작한 지 불과 열흘여 만에 총 제작비의 13%에 해당하는 6억원어치를 팔았다.”며 흥분했다. 야외에서 실내(세종문화회관)로 무대를 옮기는 덕분에 지난해에 비해 대폭 인하했다는 입장권 값이 30만원(VIP석),25만원(R석).“의외로 VIP·R석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매진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VIP 고객 선물용으로 기업체들이 무더기로 표를 사가는 덕도 있지만, 아무리 비싸도 볼 사람은 보게 돼 있음을 입증한 셈. #제살깎기 해외스타 모시기는 ‘이제 그만’ 그렇다면 공연가격의 대중화는 요원할까. 뮤지컬·오페라 전용극장 설립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공연계 내부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뮤지컬의 경우 공연에 알맞는 1000석 이상 좌석을 갖춘 극장이 여러 곳 생겨야 가격면에서도 대중화를 이룰 수 있다는 지적들이다. 해외스타를 앞다퉈 영입하려고 몸값을 천정부지로 부풀리는 업계의 제살 깎아 먹기 경쟁도 큰 문제점. 오페라 ‘카르멘’으로 내한했던 호세 쿠라의 개런티가 무려 8억원. 그 부담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가된 셈이다. 한강오페라단의 양승현 공연기획팀장은 “수입공연의 안이한 발상에서 벗어나 국내 배우들을 스타로 키우고, 대형무대의 제작 노하우를 국내 기획사들이 스스로 확보하는 게 ‘티켓가격 현실화’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발레 ‘심청’공연 때 세종문화회관 3·4층 객석 전체를 1만원 저가정책을 구사해 성공한 유니버설 발레단의 임소영 부장도 “고가의 티켓으로만 수익을 맞추려하지 말고 기업 협찬이나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관객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고 했다. 예술의전당은 내년부터 자체기획한 공연의 입장료를 20% 낮춰 ‘티켓 거품’을 빼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 효과가 당장 공연계 전반으로 파급될 것 같진 않다는 게 공연계의 전망이다. 오히려 새해 초부터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내한공연이 시작돼 블록버스터급 대작들이 속속 무대에 올려질 계획이다. 황수정 이순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발칸반도 미술 첫 한국나들이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미술관.‘세계의 화약고’ 발칸반도의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이곳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흰 옷을 입은 여자가 피를 흘리며 서 있다. 그러나 비디오 작품 속의 이 여인은 끝까지 위엄을 잃지 않으며 64개 국어로 “나는 밀리카 토미치입니다.”라고 끊임없이 말한다. 주인공은 세르비아 출신 비디오 작가 밀리카 토미치(45). 작가는 자신이 발칸 분쟁의 가해자 입장인 세르비아인이라는 공적인 정체성을 부인하고 싶겠지만, 그 전쟁의 상처와 내면의 갈등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극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발칸 출신 작가 14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비디오와 사진, 회화, 자수, 만화, 설치 등 각종 장르가 한데 어우러져 발칸의 현실과 이상을 웅변한다. 코소보의 독립 열망을 담은 알베르트 헤타의 사진, 신슬로베니아예술운동(NSK)을 이끌고 있는 어윈의 ‘레트로아방가르드’, 얼음 오브제를 이용해 반전 메시지를 전달하는 세르비아 출신 그룹 레드아트의 ‘아이스 아트-시간의 기록’, 파시즘을 상징하는 히틀러를 점묘기법으로 그린 마케도니아 출신 알렉산다르 스탄코프스키의 유화…. 발칸 국가들이 겪은 외침과 내전의 역사, 사회적인 억압과 저항운동, 전지구적 규모의 자본주의화와 세계화로 인한 경제 분배의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는 발칸 작가들의 모습은 곧 우리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초대 작가들이 속한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코소보, 마케도니아 등은 과거 유고연방에 속했던 나라들이다.20세기 후반 독립을 성취하는 과정에서 인종청소의 현장으로 악명을 떨쳤던 곳이다. 그런 와중에서 발칸은 자연스레 야만과 광기로 얼룩진 문화 불모지로 여겨져왔다. 과연 그럴까. 이번 발칸 현대미술전은 이 지역 미술이 결코 만만치 않은 수준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발칸 지역 작가들은 지역색이 강하면서도 현대미술의 어법에 뒤처지지 않는 ‘선진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는 게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백지숙씨의 말이다. 참혹한 전쟁의 상흔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가면서도 ‘새로운 과거’를 이야기하는 작가들의 고뇌어린 작품은 ‘발칸’을 보다 밝은 눈으로 보게 한다. 한편 전시 기간 동안 매주 토요일에는 에밀 쿠스트리차의 ‘아빠는 출장중’, 고란 마르코빅의 ‘티토와 나’,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율리시즈의 시선’, 스르잔 드라고제빅의 ‘더 운즈’, 아톰 에고얀의 ‘아라라트’ 등 영화도 상영돼 발칸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전시는 내년 2월 3일까지.(02)760-4603.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톨스토이 친필원고 한국 나들이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친필원고들이 처음으로 한국 나들이에 나선다. 한·러 수교 120주년 및 한인 이주 14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 ‘톨스토이전-살아있는 톨스토이를 만나다’가 10일부터 내년 3월27일까지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선 ‘전쟁과 평화’‘부활’‘안나 카레리나’ 등 톨스토이 대표작들의 친필 원고는 물론 일리야 레핀의 회화, 에디슨이 선물한 축음기, 육성 테이프 등 국보급 유물 600여점이 공개된다. 또 부대행사로 가족을 위한 연극 ‘바보 이반’, 톨스토이 학교 일일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02)323-4505.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4)거문도의 역사와 삶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4)거문도의 역사와 삶

    ●英 침략행각 고스란히… ‘포트 해밀턴’ “186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해군 함정과 상선이 거문도에 드나들었고,1885년부터 1887년까지는 해군이 기지를 두었다. 그 동안과 그 후 몇 해 동안 해군 사병과 해병대원 10명이 이 섬과 근처 해역에서 사망하여 섬에 묻혔다.1886년에 사망한 2명과 1903년에 사망한 1명의 해군 병사의 기록은 비문에 새겨져 있으나 나머지의 묘지는 이제 알 길이 없다.” 거문도를 ‘포트 해밀턴(Port Hamilton)’으로 병기한 거문도 영국군 묘지에 가면 ‘주한 영국대사관, 한·영협회, 영국부인회는 한·영수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1983년 이 패를 세웠다.’는 동판이 세워져 있다. 묘지의 주인공에만 관심을 갖는 위 기록으로 보면 워낙 표현이 온건하여 영국군이 잠시 나들이라도 나왔다 간 것 같은 인상마저 준다. 그러나 거문도 무단점령은 두 말할 것 없이 제국주의적 침략 행각이었다. 거문도는 남해안과 제주도의 중간에 있는 섬으로 대한해협과 대마해협의 문호에 해당한다. 영국은 일찍이 거문도를 주목,1845년에 사마랑을 보내 탐사를 한 뒤 해밀턴항으로 명명했다. 서구열강은 이곳이 동북아의 군함과 무역선 중간기착지로 적당하다고 판단했다.1866년 미국의 아시아함대 슈펠트 제독도 5일간의 정밀탐사 끝에 ‘해군기지로 손색이 없다.’고 결론내렸다.1878년에 이곳을 다시 찾은 영국 실비아호 선장 존은 아예 ‘영국이 이곳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항을 찾던 러시아의 남하정책에 대한 대응이란 관점에서 무단점령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해석상의 명분일 뿐이다.35세에 외무차관,39세에 인도 총독, 후일 옥스퍼드대학 총장이 된 커즌은 소용돌이에 휘말린 조선에 관해,“블라디보스토크나 나가사키 사이에서 함부로 차는 축구공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거문도 점령은 동아시아에서의 거점확보가 핵심 의도였다.1885년 영국군은 거문도를 해군기지화하면서 22개월간 장기 점령한다. 김윤식 등 조선정부의 요인들은 보고를 받고도 섬의 위치조차 몰라 강화도 앞의 주문도와 착각하기도 했다. 조선정부의 무능이 이 정도였다. ●섬 3개 사이 만 숨어있어 군항에 딱 이 엄청난 국제적 사건을 이해하려면 한번쯤은 이곳에 들러봐야 한다. 거문도엘 가다 보면 뱃길을 따라 초도, 손죽도 등이 펼쳐져 이곳이 다도해임을 누구나 알게 된다. 동·서도가 삼산교라는 교각으로 연결되며, 그 가운데에 고도(현재의 거문리)가 자리해 삼산도(三山島)라 불렸다. 등대로 가다 보면 3개의 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늑한 만이 요새처럼 숨어 있어 군항으로는 그만인 곳이다. 초대형 선박의 입·출항은 어렵지만 중간 연락항으로는 그만이다. 영국이 욕심 낸 이유를 알 만하다. 제국주의의 살아 있는 전시장과도 같은 섬 거문도. 영국군 묘역 바로 아래 바닷가에는 중국과 통신하던 해저 케이블이 남아 있다. 당시만 해도 전선(電線)은 ‘제국주의 침탈의 동맥’이었으니, 이는 본국과 교통하며 우리나라를 삼키려 한 야욕의 증거이기도 하다. 집단취락의 흔적인 일본식 여관, 소화13년(1938)에 건립한 거문항 확충비, 삼도(三島)신사터 등 식민의 흔적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야마구치(山口縣)현의 기무라 추다로(木村忠太郞)가 무인도를 개척하여 거문리를 조성한 까닭에 왜인들 사이에서는 더러 ‘목촌(木村)의 거문도’라거나 ‘왜도(倭島)’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 왜인 후손들이 일본에서 ‘거문도회’를 조직, 이따금 이곳을 찾아 ‘두고 온 고향’을 그리워한다니 그것도 참 우스운 일이다. 삼치와 고등어, 갈치잡이가 주업이다. 일본인도 예전에 이곳에서 주로 어업에 종사했다. 그 고등어가 이곳에 ‘거문도 파시’를 열었다.5월말에 시작,10월까지 파시가 이어졌는데, 이 전통은 일제시대부터 76년 무렵까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60∼70년대에는 겨울 동안에 삼치파시도 이어 열렸다. 고등어와 삼치가 한창 들던 60∼70년대는 거문도의 전성시대였다. ●60~70년대엔 고등어·삼치 많이 잡혀 이곳에서 어획된 삼치는 모두 일본으로 수출됐다. 한창 삼치가 들 때는 배 한 척이 출어해 보통 2∼3t, 많게는 6t까지 잡아 올리기도 했다. 경남 통영이나 삼천포 등지에서 200여척의 배들이 몰려 장관을 이뤘다.17세부터 어업에 종사해온 정복래(81)씨는 ‘파시평(波市坪)’이란 역사적 용어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이 말뜻을 ‘온갖 장사치들이 모여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객선 터미널이 있는 곳에서 동·서도를 잇는 삼선교까지 이런 배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술집은 말할 것도 없고 옷과 비단, 신발가게에 강진 칠량에서는 옹기배까지 찾아들어 고기와 물물교환을 했다. 거나한 술판에 싸움 잘 날이 없었던 때도 이 무렵이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인 유곽이 들어차 포구에 창녀들이 진을 쳤다. 당시 거문리에는 우물이 12곳이나 있어 수백 척의 배들이 몰려들어도 식수 걱정이 없는 곳이었다. 영국군이나 일본인이 동·서도를 마다하고 굳이 거문리로 몰려든 것도 풍부한 식수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거문도 사람들은 고등어보다 삼치를 더 가깝게 기억한다. 고등어 잡이가 경상도 선망배에 의해 독점되었고, 그 선망배들은 밤에 작업한 뒤 낮에 잠깐 항구에 들러 물만 얻어 싣고 떠나 주민생활과 깊은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고등어는 모두 부산에 모였다. 그렇지만 폭풍이라도 불라치면 이곳에는 인근의 고깃배들이 몰려들어 며칠씩 묵어가는 바람에 골목길이 흡사 장터 같았다. 한 척에 수십명이 타던 시절, 어선 수십 척만 들이밀어도 그들이 푸는 돈이 만만치 않았다. 1970년대 중반을 지나며 거문도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어족자원이 고갈되면서 더 이상 어로선단이 몰려들지도 않았고, 많은 거문도 사람들이 원해나 원양어선을 타고 외지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로지 갈치잡이만 성해 대부분의 주민들이 말린 갈치나 생갈치 위판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여기서 솟구친 의문 하나. 왜 60∼70년대 초반까지 엄청난 어획고를 올리던 거문도가 한순간에 몰락하게 되었을까. 사실 답은 간단하다. 한·일어업협정이 발효되면서 대일 청구권자금에 의한 노후 선박과 그물이 대거 유입되었다. 이를 계기로 ‘기다리며 잡던 어업’에서 ‘쫓아가 잡는 어업’으로 변신, 단기간에 엄청난 어획량을 올렸으나 그만큼 어자원은 급감했다. 여수에 위치한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김진영 박사의 말을 듣자.“삼치나 고등어는 떼를 지어 움직이는 외해종(外海種)이다. 서식 공간은 정해져 있고 먹이도 제한돼 있어 이들 어류는 자기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고등어를 우리는 연간 20만∼40만t씩 잡아 올린다. 엄청난 양이다. 치어기의 생존 조건이 좋으면 일시적으로 급증하기도 하지만 어류 번성의 주기는 2∼3년이다. 확실히 우리의 ‘어획 강도’가 너무 높다. 샅샅이 뒤져 씨를 말리는 ‘완전어획’으로 연안을 찾아든 외해종 치어까지 모조리 잡아버려 결국 어자원 고갈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결국은 ‘느림의 철학’이 여기서도 문제가 되고 있었다. 한 마리라도 더 잡아들이고 싶은 욕망은 끝이 없을 터이니 작은 놈들까지 싹쓸이할 것이 뻔한 이치 아닌가. 자원이 고갈되면서 우리는 고작해야 1년생 고등어를 사먹고 있으니, 이덕무가 ‘청장관전서’에서 말한 바 ‘소년어’를 잡아먹고 사는 격이다. ●또 하나의 명물, 100년된 등대 거문도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곳이 또 있다. 바로 거문도 등대이다. 백도의 아름다운 절경도 소중하지만 이 섬의 역사를 알려면 이 등대를 찾는 게 훨씬 정확하다.1905년에 세워진 등대이니 내년이면 100년. 열강이 각축하던 100년 전에 등대가 세워졌다는 것은 거문도가 전략적 요충지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등대로 가는 바닷가 벼랑길은 지나치기 아까운 절경이다. 동백나무 터널을 수백m나 통과해야 한다. 등대가 없었더라면 지금까지 이만한 숲이 남아 있을 턱이 없다. 한준봉(56) 소장은 “등탑 자체가 문화유산 감인 데다가 숲조차 뛰어나서 연간 1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몰려온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해양수산부에서 거액을 들여 새 단장을 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등대지기의 삶은 고달프다. 한 소장도 평생 오동도와 백야도, 소리도, 거문도 등 등대만을 돌아다녔다. 그는 아내의 출산 경험담도 털어놨다. 병원없는 절해고도에서 애를 낳는 바람에 자신이 직접 탯줄을 자르고 뒤처리까지 했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다 앓기라도 할라치면 장장 6∼7시간이나 배를 타고 여수까지 나가야 했다. 이렇듯 등대지기의 애환은 끝이 없다. 이곳에는 한 소장 말고도 김계인(54)·한현성(29)씨 등 2명의 등대원 ‘홀아비’들이 더 있다. 이곳에 초임 발령을 받은 한씨는 총각이다. 결혼은 언제 할 거냐고 묻자 “등대에서 살겠다는 아가씨만 있다면….”이라며 말꼬리를 감춘다. 농촌 총각 문제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남들 모르는 ‘등대총각’은 어쩌랴. 혹시라도 동백꽃 피고 지는 등대섬에서 살 뜻이 있다면 누구든 나서 보시라. 마침 관사도 비어 있어 새 삶에 운이 트이기도 할 것이니. 단, 등대의 삶이 결코 낭만이 아니라는 점은 알아둘 것. 영국군 묘지, 등대 100년, 일본인 어촌은 언뜻 무관한 항목 같다. 그러나 여기에는 제국주의 열강의 각축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거문도 위쪽 손죽도에는 왜구와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이대원 장군의 사당이 있으니 이 역시 외세와 관련된 역사의 일부이다. 구한말 거문도의 지식인이었던 귤은(橘隱)은 거문항의 만(灣)을 삼호(三湖)라 명명했다. 호수처럼 잔잔하다는 뜻인데, 실제로 거문도는 역사 속에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 뉴질랜드 씨름연맹 부회장 더프

    “한국 씨름이 단순한 일본 스모보다 훨씬 멋있습니다.” 2004천하장사씨름대회 최강단 결정전이 열리고 있는 3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 많은 관중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이방인이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날아온 퀸튼 더프(35)씨와 닉 맥나미(34)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 가운데 더프씨는 현지 토착민 마오리족 출신의 변호사로 뉴질랜드한국씨름연맹(NSF) 부회장이기도 하다. 스모가 인기 있는 것으로 알려진 뉴질랜드 출신이라 의아했지만 그는 “씨름이 기술도 다양하고 훨씬 빠르다.”면서 “스모보다 더 매력적인 운동”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들이 씨름을 처음 접한 건 지난 2001년 NSF 회장인 영국계 마오리족 번 위니타나(55)씨를 통해서다. 사업차 한국을 방문하면서 씨름의 매력에 빠진 위니타나씨가 고국에서 지인들을 모아 씨름연맹을 만든 것. 현재 회원은 50여명 정도. 그러나 실제로 샅바를 매고 씨름을 해본 적은 없다. 위니타나씨가 구해간 비디오테이프 등을 통해 씨름을 경험했을 뿐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픈 마음에 ‘덜컥’ 한국 나들이에 나서게 된 이들은 이날 처음 현장에서 씨름을 접하며 박수와 감탄사를 연발했다. 보디빌딩 등으로 몸을 다져 왔다는 공항직원 맥나미는 “고국에서 씨름 강사를 하고 싶다.”면서 “또 씨름 기술을 배워 한국 장사들에게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더프씨는 “씨름의 고향에서 제대로 배워 뉴질랜드에 전파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구미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동작구, 폐교를 쾌적한 노인휴양소로

    서울신문사가 후원하고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이 주최한 ‘제5회 자치행정 혁신 전국대회’에서 보건복지 부문 우수 자치구로 뽑힌 서울 동작구는 폐교를 사들여 노인 휴양지로 만들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구는 부지 선정을 위해 전국 폐교시설 가운데 활용되지 않고 있는 799곳에 대해 입지, 지역주민 반응, 재정 등 여건을 조사하는 ‘성의’를 보였다. ●“노인에게 즐길 권리를” 동작구는 지난 2000년 노인들이 여가를 활용할 만한 곳이라고 해야 고작 경로당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타개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당시 경로당은 구립 34곳에 사립을 합쳐봐야 74곳에 그쳤고, 그나마 인구수에 비해 숫자도 부족할 뿐 아니라 프로그램도 없어 환영을 받지 못했다. 이밖에 노인복지센터에서 많은 인원이 삶에 대한 보람을 찾도록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1200여명의 직원들은 사회의 무관심 등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어르신들이 단순한 여가공간 외에 자연과 더불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려면 가족단위로 나들이할 수 있는 휴식공간이 절실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러나 당시 동작구 연간 예산은 1280여억원으로 시내 자치구 가운데 재정자립도 16위에 해당할 정도로 여건이 나빠 고민에 빠졌다. 관내에 노인 휴양소를 만들려면 부지 100여평,3층 규모를 생각하더라도 약 25억원이라는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때마침 1999년 제정된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폐교를 사회복지시설로 쓴다면 수의계약도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하게 됐다. ●대박 터트리다 후보 가운데 수도권에 가까우면서도 경관이 빼어난 곳에 위치한 충남 태안군 안면읍 신야리 안중초등 신야분교 터를 찾아냈다. 같은해 9월엔 주민 설명회와 매각협의를 거쳐 건물 8개동과 부지 2384평을 1억 8620여만원에 계약했다. 공사는 기존 건물을 최대한 살리고, 운동장에 배드민턴·농구장, 벤치 등 시설을 만들었다. 2001년 6월말 물품 구입비 등 총사업비 7억 8000만원을 들여 마무리했다. 현재 교실 2개를 10개의 객실과 관리실, 양호실 등을 갖춘 본관(147평), 식당·강당·목욕탕이 들어선 별관(137평)으로 꾸몄다. 기존 부대건물(30평)은 창고, 숙직실이다. 이용료는 취지에 걸맞게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무료, 또는 실비만 받는다. 관내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의 경우 무료이며 관내 거주자가 아니면 1박 기준으로 7,8월 성수기 2만 5000원, 비성수기 1만 5000원이다.60세 이상 노인을 동반한 가족은 구민 2만 5000∼1만 5000원, 타지역인 5만∼3만원이다. 동작구는 곧 본관을 2층으로 증축,17평형 객실 6개를 만들고, 별관에도 객실 7개짜리 2층 펜션동을 따로 붙이는 공사에 들어간다. 김우중 구청장은 “2001년 하반기 개원한 이래 지난 8월까지 모두 2만 2000여명이 휴양소를 다녀갔다.”면서 “셔틀버스 운행, 세대간을 연계하는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후속책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철새 알고 보면 재미도 가득

    철새 알고 보면 재미도 가득

    ‘푸드덕∼, 푸드덕∼, 쉭∼, 쉭∼’ 날이 저물자 금강하구 모래톱에서 쉬고 있던 가창오리떼가 시커멓게 하늘을 뒤덮었다. 강 가운데 머물던 가창오리떼가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며 하늘을 향해 힘찬 날갯짓을 한 것이다. 희미한 노을을 배경으로 치솟은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떼.‘와∼’. 짧은 탄성과 함께 주변에 잠시 적막감이 흘렀다. 가족들과 함께 철새 탐조에 나선 탐조객들은 자신들의 위세를 과시하듯 날아오르는 철새들의 경이로운 ‘군무’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하루에 한번 먹이를 찾아 떠나며 펼친 가창오리떼의 군무는 수분 남짓 짧은 순간에 아쉬움을 남긴 채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철새탐조는 초·중학생 자녀를 둔 사람들에게 가족 여행으로 제격. 올겨울에는 한번쯤 철새들의 경이로운 ‘반란’을 보러 떠나자! ●철새들의 경이로운 ‘반란’ 승용차를 타고 서울을 떠나 2시간 30분여만에 도착한 곳은 충남 서천군 마서면 도삼리 금강철새탐조대. 서해안고속도로 서천 IC를 빠져나와 금강하구둑에 이르렀다. 망원경이 설치된 3층 탐조대와 생태전시체험관을 둘러 본 뒤 곧바로 탐조대에서 운행하는 ‘철새탐조 투어버스’(평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주말 오전 11시, 오후 1시,3시)에 올랐다. 가격은 어른 5000원, 초·중·고생 3000원. 버스에는 ‘푸른서천리추진협의회’(041-965-2310)에서 나온 철새 전문가가 함께 탑승, 철새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철새탐조투어 전문가이드 신경순씨는 “새를 향해 손짓을 하면 새가 총을 쏘려는 것으로 오인해 날아간다.”며 간단한 주의사항을 말해준 뒤 철새 자랑이 시작된다. 신씨는 “시베리아에서 날아 온 40여종 70여만마리의 철새가 금강에서 겨울을 보낸다.”면서 “특히 전세계 가창오리 35만마리의 97% 이상, 전세계 검은무리 물떼새(천연기념물 326호) 1만마리의 95%를 이 곳에서 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신씨에 따르면 금강 하구에는 관측 포인트마다 다른 철새가 관측된다. 금강 하굿둑 아래 바닷물에는 큰기러기, 쇠기러기, 고방오리 등이, 민물지역인 금강하굿둑 위에는 붉은부리갈매기, 댕기물떼새, 괭이갈매기, 모래톱이 형성된 금강대교 인근에서는 개리, 큰고니, 물총새, 종다리 등을 볼 수 있다. 가창오리는 와초리에서 볼수 있으며, 검은머리물떼새는 장항앞바다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작은섬 유부도에서 관측된다. 탐조버스는 망월리 제1관측소와 금강대교, 신성리 갈대밭을 거쳐 일몰이 다가오자 가창오리떼의 군무를 보기 위해 와초리에 도착했다.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떼가 펼치는 군무는 철새탐조의 하이라이트.“와∼. 마치 거대한 비행선이 인간을 향해 몰려오는 것 같다.”며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서천군 금강철새 탐조투어는 내년 2월28일까지 100일간 진행된다. ●편리한 탐조시설, 초보자도 OK 다음날 아침 금강대교를 건너 전북 군산으로 넘어왔다. 먼저 금강 하굿둑 옆에 새로 지은 국내 최대 시설의 철새 조망대를 방문했다. 철새조망대(성인 2000원, 어린이 500원)는 망원경을 설치한 대형 탐조대(9층·11층)와 한바퀴 도는데 2시간가량 소요되는 회전식 조망식당, 영상관, 전시실 등이 마련돼 있다. 탐조대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과 유치원 등에서 온 단체 관람객이 성황을 이뤘다. 유치원생 아들, 남편과 함께 서울에서 온 주부 김미선(35)씨는 “아이들에게 생태 교육을 시켜주고 도시생활에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정말로 오기 잘했다.”면서 “철새가 시베리아로 떠나기전에 다시한번 꼭 찾아 올 생각”이라고 극찬했다. 1∼5일 군산 금강철새조망대와 금강하구 일대에서는 ‘군산세계철새관광 페스티벌’이 열려 짧은 시간에 다양한 철새 탐조를 할 수 있다. 또 국제철새심포지엄과 학술대회,6대주 희귀조류 박제 전시회, 북한 조류 사진전 등이 열린다. 군산철새관광 페스티벌조직위원회 (063) 450-6275. 충남 서산의 천수만은 간척사업으로 생긴 농경지와 간월호, 부남호 등 대규모의 인공 담수호로 이뤄진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다.10월 중순부터 가창오리와 노랑부리 저어새, 큰고니 등 300여종 40만마리의 철새가 천수만을 찾는다. 내년 1월31일까지 천수만 겨울 철새학교가 열리고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 한시간 간격으로 간월호 주변을 돌며 철새를 관찰하는 탐조버스가 운행된다(어른 5000원). 천수만 철새기행전 위원회 (041) 669-7744.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는 청둥오리, 큰기러기를 비롯해 재두루미나, 고니 등 20여종의 철새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찾아온다. 주남·동판·산남저수지 등 3개의 저수지가 연결돼 넓이가 180만평에 이른다. 창원시청 관광진흥과 (055) 280-2043. 전남 남해안의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있는 순천만은 남해안 개펄 가운데 자연생태가 잘 보전된 곳으로 개펄과 50만평에 이르는 갈대밭 주변에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등 두루미류를 비롯한 철새들이 찾아와 겨울을 난다. 순천시청 관광진흥과 (061) 749-3328.탐조는 새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선 탐조 옷차림은 가급적 눈에 잘 띄는 붉은색과 흰색 계통의 옷을 피하고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갈색 복장을 택하는 것이 좋다. 또 야외에서 관찰을 해야 하는 만큼 매서운 바람을 막아낼 두껍고 가벼운 옷이 최상이다. 새는 후각에 예민하므로 냄새가 많이 나는 화장품이나 향수는 삼가야 한다. 특히 탐조에 앞서 조류 도감을 통해 탐조 지역의 특징, 주요 조류에 대해서는 미리 공부해 가는 것이 좋다. 망원경으로 철새를 보고 수시로 조류도감을 펴 종류와 특징을 확인해야 한다. 망원경을 이용해 가족이 돌아가며 관찰한 뒤 이름을 알아내고 메모장에 적는 것도 좋다. 디지털 카메라와 소형 녹음기를 준비한다면 금상첨화. 틈틈이 안내원의 철새 이야기를 녹음하고 사진으로 찍어 더 실감나는 기록을 만들 수 있다. ■ 눈 요기 맛 요기 끌리네 ‘철새와 함께 볼거리, 먹을거리도 즐기고‘ 철새 탐조에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주변 볼거리와 먹을거리다. 새는 환경에 민감한 동물로 새가 많은 곳은 깨끗한 자연 환경과 함께 먹거리가 풍부하다. ●볼거리 충남 서천의 마량 동백나무 숲은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에는 애절한 전설과 함께 500여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동백나무 85그루(천연기념물 169호)가 있다. 금강하구 인근인 충남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은 폭 200m, 길이 1㎞이상 펼쳐진 면적이 6만여평에 이르는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의 하나로 영화 JSA(공동경비구역)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서천군 문화관광과 (041) 950-4224. 또 금강대교 건너편 전북 군산에는 서해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월명산과 1∼2시간 안에 닿는 고군산 군도에는 선유도해수욕장과 섬이 있고 섬을 연결하는 하이킹 코스가 아름답다. 전북 군산에서 부안에 이르는 웅대한 규모의 새만금 방조제도 둘러보면 좋다. 군산시청 문화관광과 (063) 450-4554. 한편 차를 타고 30분가량 달리면 인근인 전북 익산에서 우리나라 최대 석탑인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을 볼 수 있으며, 국내 최대의 보석박물관이 있다. 보석박물관에는 10만여점의 진귀한 세계 각국의 보석이 전시돼 있으며, 구입도 가능하다. 미륵사지 관광안내소(063-836-7804), 보석박물관 관광안내소 (063-850-4988) ●먹을거리 충남 서천군 서산회관(041-951-7677)의 갯벌에서 갓 잡은 주꾸미를 불판에 데쳐먹는 것과 알이 토실한 5월 꽃게와 된장이 어우러진 군산 하굿둑 꽃게장(063-453-6670)은 철새 탐조 여행의 맛을 더해 준다. ■ 알고 보‘새’요 새라고 다 똑같은 새가 아니다. 새는 크기와 형태, 부리, 꼬리, 날개 모양이 모두 다르다. 탐조에 앞서 새의 특성과 모습을 미리 익히면 큰 도움이 된다. ●가창오리 기러기목 오리과로 몸길이는 약 40㎝, 날개 길이는 약 21㎝. 먹이는 풀씨, 낟알, 수서곤충으로 시베리아 동부에서 번식하고 한국·중국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세계적인 희귀조로서 ‘멸종위기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수록되어 전세계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검은머리물떼새 천연기념물 326호. 몸길이 약 45㎝, 날개길이 23∼28㎝이다. 하구나 해안 간석지에 살면서 조개·갯지렁이·지렁이·게 따위를 잡아 먹는다. 몸 빛깔은 윗면을 비롯하여 이마와 목이 검정색이고 부리와 다리는 붉은색이다. 아랫면은 흰색이다. ●큰고니 천연기념물 201호. 몸 전체의 깃은 흰색이고 다리는 검은색이며, 부리의 뒷부분만 노랑색이다. 몸길이는 약 1.5m, 펼친 날개의 길이 약 2.4m이다. ●큰기러기 몸길이 76∼89㎝이다. 낮동안에는 한쪽 다리로 서 있거나, 배를 땅에 대고 머리를 뒤로 돌려 등깃에 파묻는다. 일반 기러기보다 짙은 갈색을 띠며 부리는 검정색이나 끝 가까이에 등황색 띠가 있다. 다리는 오렌지색이다. ●청머리오리 몸길이 약 43㎝이다. 수컷은 얼굴이 녹색이고 이마와 정수리에 댕기 모양으로 길게 갈색 줄이 나 있다. ●개리 천연기념물 325호. 기러기류 중 대형종으로 머리와 목 부분은 앞쪽과 뒤쪽의 색갈차이가 뚜렷해 다른 기러기류보다 밝게 보인다. 날개길이 41∼48㎝, 꽁지길이 11∼17㎝이다. ●발구지 흔하지 않은 겨울철새로 오리류의 무리에 섞여 월동한다. 둥지는 물가 초습지의 풀숲이나 숲속 땅위에서 풀을 이용해 만든다. ●넓적부리 몸길이 약 50㎝, 날개길이 약 23㎝이다. 윗부리와 아랫부리 사이에 있는 은 판으로 물을 여과시키면서 수중의 플랑크톤을 걸러먹는다. 이마와 정수리 및 턱밑은 검은 갈색이며 뒷목의 깃털은 약간 길고 아랫부분에 흰색 띠가 있다. 글 서천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중년탤런트 스크린 점령

    중견 탤런트들의 농익은 연기에 맛을 들인 영화계가 아예 이들을 복수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TV 드라마에서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중후한 영화’로 지레 짐작했다간 오산.‘여태 저런 끼를 어떻게 감추고 살았을까.’싶게 몸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는 난다긴다하는 젊은 배우들도 울고 갈 정도다. 3일 개봉하는 영화 ‘까불지마’(제작 JU프로덕션)가 대표적. 최불암, 오지명, 노주현 등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연기파 중견 배우 세명이 주인공으로 뭉쳤다. 동료의 배신으로 옥살이를 한 벽돌(최불암), 개떡(오지명), 삼복(노주현)이 감옥에 갇힌 배신자의 딸을 위해 팔자에 없는 보디가드를 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줄거리.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단연 세 배우의 코믹 연기다. 대한민국 대표 아버지상으로 각인돼온 최불암이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 차림의 보디가드로 변신한 것 자체만으로도 웃음이 터진다. 시트콤에서 이미 코믹 연기의 진수를 선보인 오지명은 일명 ‘호나우두 머리’라는 우스꽝스러운 헤어스타일까지 서슴지 않았고,‘잔머리의 대가’로 등장하는 노주현도 원없이 망가졌다. 그중에서도 세 배우가 댄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은 압권이다. ‘까불지마’가 중견 남성배우들의 개인기에 방점을 찍었다면 지난주 촬영을 마치고, 내년 1월말 개봉 예정인 ‘마파도’(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는 한껏 물오른 다섯 여배우의 앙상블에 힘을 실은 작품이다. 마파도라는 수상한 섬에 살고 있는 다섯명의 ‘할매’와 어느날 이 섬에 찾아온 두명의 젊은 남자가 벌이는 기상천외한 사건이 작품을 끌고 가는 기본 축. 여운계, 김을동, 김수미, 김형자, 길해연 등 개성 강한 여배우들이 펼치는 엽기적인 캐릭터 연기가 관람 포인트다. 스크린에서 조연에 머물렀던 중견 탤런트들의 당당한 주연 차지는 꽃미남, 꽃미녀 주인공 일색의 천편일률적인 영화판에서 그 자체로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이노기획의 김은 팀장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영화계 속성과 대중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중견 배우들의 영역 파괴 욕구가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스크린에 자주 나들이를 하고 있는 노주현은 “우리같은 배우들이 나와야 나이 든 관객들도 극장에 오는 걸 덜 어색해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중견 탤런트들의 스크린 공략이 관객층을 넓히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단적인 예가 지난 3월 개봉한 ‘고독이 몸부림칠 때’. 주현, 송재호, 양택조, 김무생, 선우용녀, 박영규, 진희경 등 중견 배우 7명이 단체 주인공으로 출연한 이 영화는 노년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는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뒀다. 영화의 흥망은 여전히 20∼30대 관객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아무리 중견 배우들이 주인공이더라도 주요 마케팅 대상은 여전히 젊은 층이다.‘까불지마’는 그룹 UN의 김정훈을 비롯해 임유진, 이진성 등 신세대 스타들을 출연시켜 그들의 또래 문화를 보여주는 데 공을 들였다.‘마파도’에서도 젊은 관객들에게 인기있는 이정진, 이문식 등 두 남자배우를 투톱으로 가세시켰다. 중견 배우들의 주연 등장이 한때의 유행으로 스쳐지나갈지 한국영화 시장의 다양성을 넓히는데 한몫을 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양재역등 6곳에 쌈지공원

    서울 서초구는 1일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3호선 양재역과 방배역, 서초역, 서초교차로, 강남성모병원 앞, 이수역 등 6곳에 쌈지공원을 내년 6월까지 조성한다고 밝혔다. 양재역 인근 120여평의 공간에는 야외무대를 설치, 작은 문화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서초교차로 주변 1300여평에는 소나무, 회양목, 철쭉 등 다양한 나무를 심어 가족나들이 공간으로 가꾼다. 방배역과 서초역, 이수역 주변에는 보행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벤치가 들어사며 강남성모병원 앞에는 백문홍, 수호초, 옥잠화 등이 심어진다. 또 20년 전 흙으로 조성된 양재2동 양재근린공원에 인조잔디 축구장을 만들기로 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장롱문화재 250점 광주 나들이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전국의 개인 소장 문화재를 선보이는 ‘개인소장 문화재특별전’이 1일부터 15일까지 광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03년도 국무총리실의 ‘비지정 개인 소장 문화재의 공개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이미 지난 2003년부터 서울·부산·대구·대전에서 열렸던 특별전에 이어 5번째다. 전남·광주 지역과 전국의 개인 소장자들이 출품한 회화와 조각, 공예, 고문서, 민속품 등 25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이 지역 출신 소치 허련의 산수도와 김홍도의 산수인물도, 조선시대의 백자달항아리, 고려시대의 명품인 청자퇴화연당초문주자 등이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소치(小癡)는 조선 후기에 남종화풍의 뿌리를 내린 추사파의 대표적 화가로, 추사 김정희의 문하에서 그림을 배웠다. 중국 원나라 말기의 4대가에 속하는 예찬과 황공망의 화풍을 소화해 산수화에서 자신의 회화세계를 이루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산수도’는 그의 대표작이다. 단원의 산수인물도는 뾰족뾰족한 먼 산과 뒷산의 죽림이 배경을 이루고, 그 앞의 와옥에 선비가 와상에 앉아있는 가운데 앞마당에선 동자가 차를 달이는 정경을 담고 있다. 바위와 산수의 주름은 담원이 즐겨 쓰는 준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청자퇴화연당초문주자(靑磁堆花蓮唐草紋注子)는 능숙한 조각 솜씨와 우아한 빛깔을 보여주는 고려시대의 명품 청자로, 특히 목줄기의 흑백 상감 줄무늬 장식이 돋보인다.18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백자 달항아리는 보기만 해도 둥글고 환한 한국인의 전통적 심성을 보는 듯해 미소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유약에서 비쳐나오는 유백(乳白)의 온화함과 몸체에 흐르는 유려한 곡선, 넉넉하고 포용력 있는 형태에서 조선 백자의 정수로 꼽힌다. 이밖에도 삼국시대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 청화어문병을 비롯한 조선 초기의 분청사기류,19세기에 제작된 궤인 ‘강화반닫이’, 조선 전기의 화가 이암의 매 그림인 ‘가응도’ 등이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기간중 10일부터 12일까지 3일동안에는 시·도민들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를 갖고 오면 제작 시기와 특징, 문화재로서의 가치, 학술적 가치 등을 평가해주고 감정의견서도 교부해준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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