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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해운대에 ‘모래 쥬라기 공원’ 들어선다

    부산 해운대에 ‘모래 쥬라기 공원’ 들어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취소됐던 부산 해운대 모래 축제가 올해는 모래조각 작품 전시회 형태로 열려 관람객을 맞는다. 해운대구는 올해 모래 축제를 작품 전시회 형태로 다음 달 5일부터 9일까지 해운대 해수욕장 백사장과 해운대 광장 일원에서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올해 모래 전시회 주제는 ‘샌드, 쥬라기월드’다. 국내 모래작가 3명이 11개 작품을 제작해 선보인다. 공룡을 주제로 어린이가 좋아하는 공룡을 모래로 표현한 작품이다. 모래작품 전시는 해운대 광장 전역에 설치하는 플라워카펫과 함께 5월 30일까지 운영한다. 이밖에 1회 부터 16회까지 열린 해운대모래전시회 역사스토리 거리 조성, 어린이 모래놀이터, 모래성 부수기, 아마추어 모래조각 경연대회(4월 30일~5월 2일), 도전 나도 모래조각가, 모래조각 체험 등 여러 체험·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아마추어 모래조각 경연대회는 사전 심사를 통해 10팀을 선발한 뒤 대회기간 숙식비를 제공한다. 수상팀에게는 모두 500만원을 시상하고 다음해 모래축제 작가와 공동작업 기회도 제공한다. 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모래작품 전시회 관람 인원과 프로그램을 제한해 운영할 방침이다. 1.5단계가 되면 개막식 공연과 거리 퍼레이드, 해상불꽃쇼, 버스킹 등은 전면 취소한다. 2단계로 높아지면 모든 부대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모래조각 작품과 플라워카펫만 운영한다.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면 전시회도 취소할 예정이다. 모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통로는 관람객이 면적 4㎡당, 2m 거리두기가 가능한 수준으로 관람객 출입을 관리·통제된다. 구는 방역센터 3곳을 설치해 QR 전자출입명부와 발열 체크, 소독 등 엄격한 방역관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연평 바다에 시커먼 중국 배들,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우리 바다

    연평 바다에 시커먼 중국 배들,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우리 바다

    “연구 자료로만 보다가 이렇게 정말 많은 중국 배들을 보니 기가 막히네요.”(한 대학 교수) “지난해와 또 다르네요. 중국 배들의 장비가 한결 좋아져 깜짝 놀랐어요. 우리가 조기 치어를 방류하는데 그네들 좋을 일만 하는 것이죠.”(연평도 문화관광해설사 김영순) “우리 정부와 공무원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하나도 안 달라졌어요.”(서해5도 평화운동본부 박태원 상임대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근절된다는 전제 아래 북방한계선(NLL) 위아래 일정 수역을 얼마동안 조업 금지 구역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우리 어민들의 미래도 있습니다.”(연평 어민회장을 지낸 최율씨) 꽃게철이 돌아왔다. 어김없이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이 지면과 방송, 인터넷에 오르내린다. 정부와 정치권은 또 못 들은 척하고 넘어갈테니 어민들만 죽어날 일이다. 지난 1월 15일~3월 5일 서울신문의 ‘서해 5도를 다시 보다’ 기획에 참여한 전문 학자들,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현장을 돌아보고 주민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자료도 모을 겸 지난 22~24일 연평도와 소연평도를 찾았다. 연평도의 동북단 망향전망대, 서단 조기박물관, 정중앙의 연평평화전망대 세 곳 모두에서 중국 배들을 볼 수 있었다. 평화전망대는 지난 16일 새로 단장해 문을 열었다. 망원경을 들여다보니 오성홍기가 선명했다. 지난달 하순 백령도를 찾았을 때 북한 옹진군 장산곶 사이에 무수히 많은 중국 어선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는데 연평도도 북한 강령군 장재도, 갈도, 석도 주변의 NLL 선상에 30~40여척의 중국 배들이 떠있는 것을 사흘 연속 황망히 지켜봤다. 낮엔 잠을 자고 밤새 조업한다. 우리 어선들은 허가된 구역에 출어하더라도 일몰 이후 돌아와야 하는 반면, 중국 배들은 7개월 이상 머무르며 저인망을 드리워 잡고기마저 싹쓸어간단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중국 어선들이 잡은 고기들을 본토에 실어나르는 화물선이 등록된 선박으로 버젓이 항행한다. 실제로 22일 연평도 해경파출소의 브이패스(VPass) 화면에 붉은 색으로 표시되는 것들이 등록된 중국 운반선이라고 했다. 중국 어선들은 북한 군부의 조업 허가증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수 중 한 분은 유엔 대북제재 패널 보고서에 5만 달러 허가증이 첨부된 것을 본 일이 있다고 했다. 불법조업을 하는 어선들에 부식을 전달하고 어획한 물량을 본토에 운반하는 대형 화물선들이 분주히 오가 이들의 장기 불법 조업을 가능케 한다.문제는 우리 공권력이다. 연평도 남쪽 당섬선착장 앞바다에 군함 한 대가 떠있다. 항만의 수심이 얕아 군함이 기항할 수도 없다. 일년 내내 엔진을 돌리며 떠있어야 해 빨리 노후해진다. 국가항만이라는데 부실하기 짝이 없다. 군함은 중국어선을 단속할 수 없고, 해양경찰청 서해특별경비단 함정이 출동하면 재빨리 중국 배들은 NLL 북쪽으로 달아나버린다. 10분 안에 중국 배들을 따라잡아야 나포하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해경은 6척의 중국 어선들을 나포했다. 올해 나타난 중국 어선은 200여척 정도이니 적은 숫자인데 그나마 해경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 예년과 다른 성과를 올렸다. 중국 배들이 한강 하구에까지 들어왔는데 최근에는 우도 근처에서 막고 있다고 했다. 그것도 유엔사령부가 강력한 차단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나포된 중국 배들은 인천항까지 끌고 가 조사한 뒤 벌금을 물리거나, 등록된 중국어선은 다시 보호해 공해로 끌고 간 뒤 그곳에서 놓아준다. 200여년 전 청나라 어선들을 대하던 것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뭍과 달리 바다는 경계를 표현하고 주권을 선언하기 애매한 구석이 적지 않다. 우리 지도를 봐도 어떤 것은 NLL이 석도 위에, 어떤 것은 석도 아래 그려져 있다. 조현근 서해5도 운동본부 정책위원은 11개 좌표를 이어 선을 그은 것이라 그렇다고 말했다. NLL을 지키자는 말은 독도를 지키자는 말과 같은 값을 지니지만 현장 상황은 여의치않다. 남과 북이 NLL을 놓고 대립하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NLL을 김정일에게 넘겼다는 남남 갈등이 여전한 허점을 파고들어 중국 어선들이 어족 자원의 씨를 말리겠다는 듯 불법 조업에 열심이다. 북측은 외화벌이에, 남측은 이념 갈등의 깊은 골을 메우지 못해 바다를 내주고 있다. 조현근 정책위원은 “중국인이 육지 휴전선을 넘어와서 우리 무, 배추를 뽑아가는 거랑 마찬가지다. 우리 공권력이 북한이나 중국의 불법 행위를 차단하기보다 어민들의 월선을 막는 데 더 매달리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며 “NLL 중국어선 문제는 해경뿐 아니라 해군도 적극적인 해양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어선의 문제는 결국 남북 접경수역의 관리 문제로 귀결된다. 정치권도 NLL을 정쟁화 시키지 말고 남북간 실효적인 관리 방안을 찾고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원 대표는 “수십년 동안 현행 법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고 외쳐왔는데 똑같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큰 문제만 일으키지 말자고 넘어가려고만 한다”고 분개했다. 그는 특히 몇년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북녘의 5호 담당제처럼 이웃들을 감시하게 했고, 지난해 월선하는 우리 어선들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 것이 이 정부라고 비분강개했다.최율씨는 2005년 수십척의 어선들을 지휘해 중국 배 일곱 척을 직접 나포해 해군과 해경, 나아가 우리 정부를 발칵 뒤집은 싸움의 주도자였다. 공권력이 못하면 우리가 직접 한다는 것이었다. 2012년 중국대사관 앞 시위, 정부 상대 피해소송 등 어민들의 다양한 생존권 촉구 운동을 하였었다. 그는 지난 2007년 남북 공동수역과 관련해 서해 5도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했다는 정부 주장에도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아주 개별적으로는 이견이 없지 않겠지만 어민 대표로서 ‘남과 북이 함께 일정 수역을 설정해 조업을 금지해야만 공동의 미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는데 자신들이 공동수역 설정에 찬동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돼 놀랐다고 돌아봤다. 그는 바다 생태계를 복원해야만 후대들의 어업이 가능할 정도로 현재 어족 자원이 고갈돼 있으며 중국의 불법 조업 못지 않게 남북 당국이 고민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에 따르면 NLL 부근 중국 어선 수는 4월 기준 2015년 340척, 2016년 250척, 2017년 200척, 2018년 50척, 2019년 90척, 2020년 80척, 올해 240척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단속에 소극적인 점, 중국의 수산물 수입 급감, 북한의 적극적인 외화벌이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다시 늘어난 것으로 짐작된다. 분명한 것은 우리 정부가 중국에 강력히 항의하면 줄어든 것처럼 호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과거부터 중국 어민들을 상당히 배려하는 편이었다. 2012년 한 국제세미나에서 외교통상부의 한 서기관은 “일부 폭력적인 중국 어선을 일반화하여 모든 중국 어선이 폭력적이라는 인식을 심는 것은 한중 양국의 협력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더한 갈등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당당히 얘기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과장은 “중국통계를 보면 어업인 약 1억명, 어선만 2000만척이다. 이런 어업세력을 유지해나가는 데 중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 보인다. 동북아 어장을 더 효율적,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은 물론 연구자, 어업인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믿기지 않는 이들이 있을까봐 긴 문건(117쪽과 118쪽)을 첨부한다.file:///D:/SEOULADM/My%20Document/Desktop/%EC%A4%91%EA%B5%AD%20%EB%B6%88%EB%B2%95%EC%96%B4%EC%97%85%20%EB%8C%80%EC%9D%91%EB%B0%A9%EC%95%88%20%EC%97%B0%EA%B5%AC_%EB%86%8D%EB%A6%BC%EC%88%98%EC%82%B0%EC%8B%9D%ED%92%88%EB%B6%80_rev201205.pdf 이렇게 배려한 결과 중국 외교부는 최근 우리 해경의 나포에 대해 “중국 어민들 중에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많으니 단속을 너무 심하게 하지 말라”는 식으로,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NLL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고, 더욱이 김대중 정부의 한중 어업협정을 근본적으로 부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중국이나 북한과의 해양경계 획정에도 결연히 나설 수도 없어 중국 배들이 서해 5도 해역에 출몰해 어민들의 생계에 타격을 주고 어족자원을 고갈시키는 현재의 양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일행의 의견이 일치됐다. 다음 대통령선거를 준비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강력한 단속을 촉구하는 것도 속시원한 구석은 있지만 복잡다단한 서해5도와 접경 수역 문제를 심도깊게 돌아봤는지 의문이다. 연평도에 머무르는 내내 날이 흐렸는데 떠나면서 하늘이 맑아졌다. 하지만 일행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가뭇없는 침묵에 빠져들었다.
  • [영상] “도와주세요!” 美꼬마 외침에 총알 질주한 ‘미스터 천사’ 택배기사

    [영상] “도와주세요!” 美꼬마 외침에 총알 질주한 ‘미스터 천사’ 택배기사

    미국 택배기사가 ‘천사’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24일 CNN은 도와달라는 어린이 외침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간 택배 기사의 영웅담을 전했다. 일리노이주 오크파크 지역에 사는 맥스 프랫(4)은 얼마 전 큰일을 치를 뻔했다. 부모를 거들겠다며 집으로 오는 택배를 나서서 챙기곤 하던 꼬마는 45㎏에 육박하는 짐을 옮기려다 그만 상자에 깔리고 말았다. 프랫은 “항상 제가 택배를 받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옮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요. 계단에서 굴러떨어질까 봐 무서웠어요”라고 CBS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18㎏짜리 꼬마는 몸무게 2배를 훌쩍 넘는 상자에 깔려 중심을 잃고 말았다. 그때, 어디선가 등장한 택배기사가 번쩍 상자를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대문까지 온 택배기사는 집에 있던 어머니보다도 빠르게 아이 안전을 확보했다. 프랫의 어머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2살 딸을 돌보다 아들이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걸 듣고 헐레벌떡 뛰어 내려갔다. 그때는 택배기사가 벌써 아이를 구해주고 난 뒤였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도어캠(대문 카메라)를 돌려보고 나서야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됐다고도 말했다. 꼬마네 집 도어캠에는 지난 17일 배송을 마친 택배기사가 도로를 반쯤 건너 맞은편에 대놓은 택배차량으로 향하다 “도와주세요”라는 꼬마의 외침을 듣고 뒤를 돌아 총알처럼 질주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거의 자동 반사적으로 달려온 그 덕에 꼬마는 특별한 부상 없이 위기를 넘겼다. 프랫의 아버지는 “그는 두 번 생각 하지 않았다. 심지어 달리는 자동차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질주했다. 멋있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택배기사 마르코 앤젤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멋쩍어했다. 앤젤은 “나도 아들이 있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했을 것”이라면서 “그런 사고를 목격하면 ‘부모 모드’, 완전한 ‘아빠 모드’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영웅으로 불리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꼬마에게 그는 ‘아이언맨’에 버금가는 영웅이다. 벌써 ‘패키지맨’이라는 별칭까지 만들어 부르고 있다. 꼬마와 꼬마의 부모는 CBS가 마련한 화상연결 자리를 통해 택배기사와 다시 만나 “이름(앤젤)처럼 당신은 우리에게 ‘천사’”라고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택배회사 측에 이달의 기사 선정 등으로 택배기사의 선행을 널리 알려주기를 부탁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재건축 사업 ‘구조 안전성’이 뭐길래

    재건축 사업 ‘구조 안전성’이 뭐길래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항목별 배점 비율>(2018년 개정) 구조안전성(50%)=건물 기울기, 내구력, 기초침하 등 주거환경(15%)=도시미관, 소방활동 용이성, 침수 피해 가능성, 주차환경, 일조환경 등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25%)=지붕·외벽마감, 난방·급수·도시가스 노후도, 전기·통신설비 노후도 비용편익(10%)=관리비 등 지은지 오래된 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정부는 법적으로 준공 30년이 지나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길을 터줬다. 그렇다고 30년 넘은 아파트라고 무조건 재건축 사업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진단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이다. 안전진단의 핵심은 ‘구조 안전성’ 판단이다. 건축 기술이 발달해 준공 30년이 지나도 대부분의 아파트는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없어도 기능을 다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단지가 많아 안전진단 항목에 구조 안전성 외에도 다른 항목을 반영하고 있다. 준공 연도에 관계없이 간단한 수선만으로는 손을 댈수 없을 정도로 설비가 낡았거나 주차장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주차 전쟁을 치르는 아파트도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은 크게 네가지다. 구조안전성 외에 주거환경, 건축 마감 및 설비노후도, 비용편익 항목을 두어 평가한다. 이 가운데 재건축 사업의 취지상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구조 안전성 평가다. 건물의 기울기나 내구력, 기초침하 등을 진단하는 과정인데 눈으로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점수가 정량적으로 나오는 분야다. 다른 항목은 상대적으로 주관적인 평가가 많이 개입한다.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려면 구조 안전성 항목 배점 비율을 낮추고 나머지 3개 부분 평가 항목 배점 비율을 높이면 된다. 구조 안전성 배점을 어느 정도 주느냐에 따라 안전진단 첫 단계를 쉽게 통과할 수도 있고, 사업 자체가 지연될 수도 있다. 정치적으로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 할 때는 구조 안전성 항목의 배점을 느슨하게 적용하고, 규제를 강화할 때는 구조 안전성 배점 비율을 높여 사업을 막았다. 정권에 따라 안전진단 평가 항목 배점 비율 변화를 보면 확연이 드러난다. 2006년 참여정부 시절은 구조 안전성 배점 비율이 50%였다. 재건축 아파트가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판단, 재건축 사업 자체를 억제하는 정책을 폈던 때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구조 안전성 배점 비율을 40%로 완화했다. 박근혜 정부는 구조 안전성 배점 비율을 20%로 낮추고 대신 주거환경 항목 배점 비율을 10%에서 40%로 높이는 방법으로 재건축 사업 규제를 풀었다. 실제 박근혜 정부 때는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비율이 90% 가까이 됐다. 현 정부는 2018년 구조 안전성 배점 비율을 다시 참여정부 수준으로 되돌려 재건축 사업을 규제하면서 재건축 사업 첫 관문인 안전진단 통과를 막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에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대목도 바로 이 부분이다. 오 시장은 정부가 구조 안전성 배점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재건축 규제를 강화해 도심 아파트 공급이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구조 안전성 진단은 주관적 평가가 아니라서 평가 기준을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배점 비율 변경도 법률 개정 사안이라서 행정부 단독 처리가 불가능하다. 배점 비율을 완화해 재건축 사업 규제를 풀더라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다만 도심 주택 공급 확대라는 큰 틀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나 정부가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의 목표가 같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공공주도의 도심 주택 공급 확대정책과 오 시장의 민간 주도 재건축·재개발 사업간 절충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감독은 떠나도 한선수는 남는다… 최고액으로 대한항공 잔류

    감독은 떠나도 한선수는 남는다… 최고액으로 대한항공 잔류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우승팀 주전 세터 한선수가 프로배구 최고 연봉에 대한항공에 잔류했다. 대한항공은 23일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끈 주역인 주장 한선수와 국내 프로배구 최고 연봉인 연봉 7억 5000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선수는 기존 황택의가 받던 7억 3000만원을 넘어 최고연봉 선수가 됐다. 지난 시즌 대한항공의 통합우승에는 주전 세터 한선수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한선수는 구단을 통해 “아낌없는 지원과 성원을 해준 구단과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면서 “대한항공이 또 다른 통합우승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선수는 2007년 대한항공에 입단해 14시즌을 오로지 대한항공에서만 뛴 원클럽맨으로 이번 계약으로 1년 더 대한항공과 동행하게 됐다. 한선수는 대한항공에서 한국배구연맹(KOVO)컵 우승 4회, 정규리그 1위 4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를 함께하며 리그 최고의 세터로 활약했다. 챔프전 맞상대 세터였던 하승우도 “선수 형이 롤모델”이라며 “예전부터 대한항공 경기만 보면서 선수 형의 토스를 보고 배웠다”고 했을 정도다. 1985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준 만큼 대한항공은 한선수에게 최고액으로 화답했다. 대한항공은 한선수와 함께 남자부 어느 팀도 이루지 못한 트레블(KOVO컵,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릴 계획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자가검사키트 국내 첫 품목허가…정확성 부족, 방역에 ‘독’ 될 수도

    자가검사키트 국내 첫 품목허가…정확성 부족, 방역에 ‘독’ 될 수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2개 제품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내렸다. 식약처는 23일 “코로나19 자가검사가 가능한 항원방식 자가검사키트 2개 제품에 대해 추후 자가검사에 대한 추가 임상적 성능시험 자료 등을 3개월 내에 제출하는 조건으로 품목허가 했다”고 밝혔다. 두 진단키트는 각각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 제품으로, 앞서 국내에서 전문가용으로 허가받았고 해외에서 자가검사용으로 사용 중이다. 두 제품에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으며, 약국과 인터넷 등에서 개인이나 단체가 직접 구매해 사용해야 한다. 물량은 7~10일 뒤에 풀린다. 공장 출고가는 7000원 선이다. 소비자 가격은 내주 초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자가검사키트는 전문가의 도움 없이 개인이 직접 콧 속에서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19 양성 여부를 15~20분 내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 코로나19 증상자의 검체에서 바이러스의 특정 성분을 검출해 감염여부를 확인하는 항원 방식으로, 기존에 의료인 등 전문가들이 사용했던 신속진단키트와 비슷하다. 다만 전문가용 신속진단키트는 콧속 깊은 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해 판독 검사를 해야해서 의학적 지식이 없는 개인이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이번에 허가한 자가검사키트는 비인두가 아닌 비강에서 검체를 채취해 판독하는 방식으로,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제품은 현재 독일·포르투칼·네덜란드·덴마크·스위스·룩셈부르크·체코에서 사용 중이며, 휴마시스 제품은 체코·덴마크·오스트리아에서 활용하고 있다. 쉽고 편하게 코로나19 양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반면, 정확도는 매우 떨어진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제품의 경우 제조사가 밝힌 민감도(양성을 양성으로 판단할 확률)는 82.5%다. 17.5%는 자가검사키트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더라도 실제로는 ‘양성’일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최근 서울대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Standard Q COVID-Ag Test’는 기존 유전자 증폭(RT-PCR)검사와 비교해 17.5%의 민감도를 보이는 데 그쳤다. 즉 코로나19에 감염됐어도 음성으로 나올 확률(위음성)이 82.5%나 되는 셈이다. 키트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더라도 코로나19 감염자가 아니라고 단정하기가 어렵다. 식약처도 두 제품을 코로나19 확진용이 아닌 보조적 수단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진은 유전자 검사(PCR) 결과와 임상 증상을 고려해 의사가 감염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한다. 식약처는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 유전자 검사(PCR)를 먼저 해야 하며, 유전자 검사가 어려운 경우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하되 (양성임을 나타내는) 붉은색 두줄이 나타나면 반드시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음성임을 나타내는) 붉은색 한줄이 나타나도 감염이 의심되거나 증상이 있으면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증상이 있다면 무조건 유전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유전자 검사는 아주 적은 양의 바이러스로도 확진자를 가려낼 수 있지만, 자가검사키트로는 배출되는 바이러스 양이 많을 때만 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무증상자나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은 초기 감염자는 가려내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자가검사키트가 오히려 방역 경계수준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가검사키트 결과만 믿고 코로나19 감염자가 각종 모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가검사키트를 쓰더라도 지금 상황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기성용 아버지 기영옥 “주변 땅값 오른 게 오히려 발목 잡았다”

    기성용 아버지 기영옥 “주변 땅값 오른 게 오히려 발목 잡았다”

    농지법 위반 혐의 입건과 관련해 해명“축구센터 만들려고 했을 뿐..투기 아냐”“불법이 되는 줄 잘 몰랐다”“법정 가면 증언할 사람 있어” 농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축구선수 기성용(FC서울)의 아버지 기영옥(65) 전 광주FC 단장은 “아들 이름으로 축구센터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고 22일 해명했다. 기영옥 전 단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내가 불법이 되는 줄 잘 몰랐던 점이 있었을 수는 있겠으나 ‘투기’를 목적으로 땅을 샀다는 말을 듣는 것은 너무도 억울하다”고 말했다. 기 전 단장은 “박지성과 손흥민처럼 성용이 이름으로 축구센터를 운영하는 게 내 꿈이었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광주경찰청은 기성용과 기 전 단장을 농지법 위반, 불법 형질변경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기 전 단장과 기성용은 2015~2016년 사이 광주 서구 금호동 일대 논·밭 등 농지가 포함된 토지 10여 개 필지를 수십억 원을 들여 매입했다. 이후 광주시가 인근의 공원 조성사업 부지에 아파트도 지을 수 있게 사업 방식을 바꾸면서 기씨 부자는 큰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법정 간다면 증언해 줄 사람들도 많다” 기 전 단장은 문제의 필지를 구매하기에 앞서 먼저 광주 시내에 축구센터를 지을 부지를 알아봤으나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다음엔 한 폐교에 축구센터를 지으려고 했지만, 그곳엔 대안학교가 들어서는 것으로 돼 있어 또 한 번 계획이 어그러졌다고 했다. 그 후에 매입한 게 이번에 문제가 된 필지라는 게 기 전 단장의 설명이다. 기 전 단장은 “이런 과정을 모두 들여다본다면 적어도 불법 투기 목적으로 땅을 매입한 게 아니라는 점은 설명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만약 법정으로 간다면 이를 증언해 줄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주변 땅값이 오른 게 우리 계획의 발목을 잡았다” 기 전 단장은 반듯하게 축구장 모양으로 만들려면 추가로 주변의 땅을 몇 필지 더 사야 했는데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서 이들 땅값이 확 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땅을 사고도 5년이 지나도록 축구센터 건립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오히려 (아파트 건립 등으로) 주변 땅값이 오른 게 우리 계획의 발목을 잡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농지가 중장비 차량 차고지 등으로 불법 형질 변경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기 전 단장은 부인했다. 그는 “한 업자가 임대를 문의해 와 농지가 아닌 잡종지만 빌려줬는데, 그가 일방적으로 주변 농지까지 밀어버리고 차고지로 사용했다”면서 “그 업자에게 되돌려 놓으라고 요구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 전 단장은 당시 해외리그에서 뛰던 기성용이 경작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허위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농지를 사들인 점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기 전 단장은 “내가 기성용의 대리인으로서 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실제 경작도 했다”고 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김남국 “나도 ‘구두계약’으로 방송 출연…관행” 김어준 옹호

    김남국 “나도 ‘구두계약’으로 방송 출연…관행” 김어준 옹호

    방송인 김어준씨가 계약서 없이 TBS로부터 많은 출연료를 받고 있다며 보수진영에서 문제를 삼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도 구두계약으로 방송 출연했었다”며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22일 김 의원은 방송계 관행상 구두계약을 했다던 김씨가 2018년 SBS ‘블랙하우스’ 진행을 맡을 때 정식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대해 “저도 몇 년 동안 TV조선, 채널A, MBN, MBC, SBS, KBS, JTBC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했지만, 계약서를 작성하고 출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2년 전부터 KBS 정도만 계약서 작성을 요구, 작성을 했을 뿐이다”며 구두계약이 특정인을 봐주기 위한, 수입내역을 감추기 위한 의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앞서 박대출 의원은 “민영방송도 김어준씨와 계약서 쓰고 출연료를 지급했다”며 “세금이 연 400억원 들어가는 TBS가 무슨 배짱으로 계약서도 없이 고액 출연료 지급하냐”며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다. 그동안 김씨가 편파방송을 진행한다며 비판을 가해왔던 국민의힘 측은 TBS가 계약서 없이 김씨에게 회당 200만원씩 2016년 9월부터 지금까지 23억여원의 출연료를 지급했다며 ‘지급내역’과 개인 혹은 법인 명의로 지급했는지 ‘지급계좌’ 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에 TBS 측은 “구두계약은 관행이다. 김어준씨의 뉴스공장이 우리나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중 청취율 1위다. 프로그램 광고수입이 TBS전체 매출의 10%선이기에 그에 걸맞는 대우를 했을 뿐”이라면서 “계좌 등은 개인정보여서 공개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봄을 유혹하는 아스파라거스의 매력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봄을 유혹하는 아스파라거스의 매력

    들어도 쉽사리 공감이 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부모님이 얘기해 주시던 그 시절 바나나가 그렇다. 한땐 비싸고 귀한 과일이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다지 와닿진 않는다. 요즘 제철을 맞은 아스파라거스를 보니 문득 바나나가 생각났다. 수년 전만 해도 아스파라거스는 꽤 비싸 마트에서 집을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식재료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많은 국내 농가에서 아스파라거스를 생산하면서 비싼 수입산 대신 더 신선하고 저렴한 아스파라거스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국내에서 아스파라거스는 고기를 구울 때 곁들이거나 데쳐 먹는 외국 채소 정도로 인식하지만 서양에서는 두릅이나 달래, 냉이처럼 봄을 맨 먼저 알리는 전령사다. 이탈리아 북부나 프랑스 남부에선 봄이 오면 거의 모든 식당 메뉴에서 아스파라거스가 빠지지 않는다. 두꺼운 아스파라거스는 주요리에 곁들이는 부재료로 쓰이기도 하지만 주인공으로도 활용된다. 달걀과 버터, 레몬을 이용한 홀랜다이즈 소스를 끼얹은 아스파라거스 요리는 프렌치 요리의 클래식이다. 아스파라거스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다른 채소와는 다른 흥미로운 지점이 보인다. 잎이나 과실이 아닌 줄기를 먹는 몇 안 되는 채소 중 하나인 동시에 전부가 줄기다. 지중해 연안과 유라시아 대륙이 원산지로 알려진 아스파라거스는 해안가 바위 등에서 야생으로 자라다 어느 시점부터 인간에 의해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폼페이 벽화나 1세기쯤 로마의 요리책 기록을 통해 고대부터 이미 아스파라거스를 먹어 왔다는 걸 짐작해 볼 따름이다. 아스파라거스는 4월 중순부터 제철을 맞는다. 환경에 까탈스럽지 않아 어디든지 잘 자라며 한번 심어 놓으면 죽순처럼 계속 순이 오르며 자라기 때문에 농가에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 키울 수 있다. 쭉쭉 뻗어 나가는 생명력과 생김새 때문에 동양의 미신처럼 서양에서도 아스파라거스는 오랫동안 남성들에게 좋은 효능이 있는 작물로 인식돼 왔다. 온라인에서 아스파라거스를 검색하면 온통 영양학적 효능 이야기뿐이지만 애석하게도 남성들에게 유의미한 이점은 딱히 없음이 밝혀졌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파라거스를 많이 먹으면 인체에 한 가지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다. 바로 소변 냄새가 지독해진다는 것이다. 과학적인 증거가 있다. 아스파라거스에 함유된 아스파라거스산이 우리 몸에 들어와 분해되면서 대사가 진행되는데 이때 만들어지는 성분이 스컹크의 지독한 방귀 냄새를 유발하는 메탄에티올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아스파라거스 줄기 한두 개 정도 먹고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불판 위 고기를 먹듯 마구 집어 먹었을 때 해당되는 이야기다. 아스파라거스는 초록색이라고 다들 생각하지만 가끔 흰색이나 자주색도 찾아볼 수 있다. 흰 아스파라거스는 따로 품종이 있다기보다 햇빛을 의도적으로 쐬지 않고 키운 것이다. 오래전에는 녹색보다 흰 아스파라거스가 더 인기가 높았다. 인위적으로 흙을 덮어 주며 키우다 보니 손이 많이 가 훨씬 비싼 값에 팔렸다. 녹색 아스파라거스가 아삭하게 씹는 맛이 있다면 흰색은 껍질까지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자주색 아스파라거스는 안토시아닌이 많이 함유돼 보랏빛으로 보일 뿐 영양학적으로나 맛에선 큰 차이가 없다. 아스파라거스는 수확되자마자 수분과 향을 잃어 간다. 갓 수확한 게 맛과 향이 가장 강하다는 뜻이다. 수확한 지 얼마나 지났을지 모를 수입산보다는 웬만해선 제철 맞은 국산 아스파라거스를 사는 게 낫다. 아직 진한 향을 간직한 수분을 품고 있는 아스파라거스는 어떻게 요리해도 맛이 좋다. 신선하고 질 좋은 아스파라거스를 구했다면 선택지는 세 가지다. 살짝 데쳐 먹을 것인가, 쪄서 먹을 것인가, 구워 먹을 것인가. 향과 맛을 온전히 즐기려면 데치는 것보다 찌는 걸 추천한다. 끓는 물에 데친다는 건 재료가 갖고 있는 일부 수용성 성분을 잃어버리는 걸 각오하는 것과 같다. 기왕 향 좋고 신선한 아스파라거스를 구했다면 찌는 게 손실을 가장 줄이는 방법이다.하지만 가장 맛이 좋으냐는 또 다른 문제다. 버터에 아스파라거스를 구워 먹으면 그 자체로 메인 요리로 손색이 없다. 베이컨이나 와인 안주로 먹다 남은 초리소 조각을 넣고 구워도 좋다. 버터가 없다면 요리용 기름으로 구운 후 접시에 담아 질 좋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소금, 후추만 살짝 쳐서 먹는 이탈리아식 방법도 적극 추천한다. 삶아서 초장에 찍어 먹기엔 아스파라거스가 가진 매력은 너무나도 매혹적이다.
  • 울산·전북 ‘현대家 맹탕 더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시즌 첫 ‘현대가 더비’가 싱거운 0-0 무승부로 끝났다. 울산 현대는 21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K리그1 11라운드 홈 경기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지난 두 시즌 모두 마지막까지 우승을 다투고 올 시즌에도 1위(전북)와 2위(울산)를 달리는 팀 간 첫 격돌이라 관심을 끌었지만 결과는 싱거웠다. 두 팀의 맞대결이 0-0으로 끝난 건 2017년 5월 14일 이후 약 4년 만이다. 3연승을 달리다 지난 라운드에서 수원 삼성에 0-3 충격패를 당했던 울산은 2경기째 무승(1무1패)으로 주춤하며 2위(승점 21) 자리를 지키는 데 만족했다. 반면 최근 4연승의 전북(8승3무)은 개막 후 무패행진은 그대로 이어갔다. 울산(6승3무2패)과 격차도 승점 6을 유지했다. 전북은 또 2019년 5월 12일 1-2패 이후 울산을 상대로 리그 7경기 무패(4승3무),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 전적(1승1무)을 포함하면 9경기 무패(5승4무) 기록도 이어갔다. 득점없이 승부를 가리지 못한 건 두 팀 모두 조심스런 경기 운영 때문이었다. 전반 45분 동안 울산은 4개, 전북은 2개의 슈팅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유효슈팅은 하나도 없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이재명 “문자 폭탄, 1000명 차단하면 조용”…이준석 “감명받았다”

    이재명 “문자 폭탄, 1000명 차단하면 조용”…이준석 “감명받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강성 친문(친 문재인)들의 ‘문자 폭탄’ 대응법으로 ‘차단’을 언급하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감명받았다”고 밝혔다. 이준석 “‘1000명만 차단하면 조용해진다’ 감명받았다, 나도?” 이 전 최고위원은 21일 페이스북에 “‘친문 1000명만 차단하면 조용해진다’는 이 지사의 말에 감명받아 부정쟁이들을 1000명 정도 차단해볼까 하는 고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최고위원은 “부정쟁이들이 홍보하려면 이준석 페이스북에 힐러리 체포설 유튜브 링크 올려야 하는데 차마 그 경로마저 막아버리려니 마음이 찢어지긴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최고위원이 언급한 ‘부정쟁이’는 지난해 4·15총선이 정부·여당에 의해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이 전 최고위원에게 부정선거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내는 등 항의해 왔다.이재명 “(문자 폭탄) 1000개쯤 차단하면 안들어옵니다” 앞서 이 지사는 일부 친문 열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 대응법으로 ‘차단’을 언급하며 “신경 안쓰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답한 바 있다. 이 지사는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청소·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국회 토론회’ 에 참석해 “민주당 당원이 80만명, 일반당원이 300만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강성 당원이)그 중 몇명이나 되겠는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문자폭탄 보내는 당원들에 대해 “과잉 대표되는 측면이 있고 과잉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며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의견 표명 방식이 폭력적이거나 상례를 벗어난 경우는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4·7 재·보궐선거 이후 이 지사의 첫 여의도 행보로, ‘이재명계’ 로 분류되는 정성호·김병욱 의원을 비롯해 여당 의원 40여명이 참석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화제] ‘조선왕릉 조성 비화’ 책 낸 황용선 전 파주 부시장

    [화제] ‘조선왕릉 조성 비화’ 책 낸 황용선 전 파주 부시장

    “경기 구리 수릉의 신정왕후(익종의 비,1808~1890) 능지를 고종이 정하면서 능 조성 일반 원칙에서 어긋나게 왕보다 왕후의 자리를 상위에 조성하게 한 것은 오로지 고종이 특별히 자기를 왕으로 만들어 준 분에 대한 보은 차원으로 보인다.”(본문 402쪽)경기도 문화복지국장을 거쳐 파주 부시장으로 정년 퇴임한 황용선(73)씨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40여 기 전체가 어떻게 특정 자리에 위치하게 됐는지 추적해 책으로 엮어 화제다. 파주가 고향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향교의 전교를 역임한 조부로 부터 명심보감(明心寶鑑)등을 배우며 옛것을 중히 여기는 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부친의 뒤를 이어 36년간 경기도 공무원으로 일한 그는 퇴직후 고향 파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틈틈히 풍수지리와 조선왕릉에 대해 자료를 모으고 연구해왔다. “왕릉 결정 과정에 얽힌 치열한 권력 다툼은 흥미 진진한 것을 넘어 섬뜩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황씨는 최근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한 권의 책(왕릉 왜 그곳인가? - 청어람 M&B)으로 엮었다. 460여 쪽에 이른다. 황씨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조선왕릉 40기와 연산군·광해군 묘를 보통 3~4회씩은 둘러봤다고 한다. 북한에 있는 정종의 후릉은 사료를 근거로 담았다. 그는 “임금의 무덤은 이미 자리한지 오래 되었어도 흉한 일이 계속된다면 옮겼다”면서 “정치적 잇속이나 시기심 때문에 옮겨지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광중에 묘에 성종의 능을 만든다면 인수대비의 입장에서 시숙부(媤叔父=媤三寸)의 묘를 파내는 것은 둘째이고, 작은아들의 묘를 위해 큰아들의 묘도 파내야 하는 상황이니 어머니로서 어찌 통절함이 없겠는가.”(본문 144쪽) 그러나 흉 한 자리를 개의치 않은 왕도 있었으니, 바로 세종이다. “세종은 자신의 산릉지로 택정해 놓은 곳에 소헌왕후(1395~1446)의 능지를 정하도록 명한다. 그러나 그곳은 물길이 있고, 물길은 풍수적으로 불길한 곳이라고 음양가들이 만류하였으나 ‘다른 곳에 복지(福地)를 얻는 것이 선영 곁에 장사하는 것만 하겠는가? 화복(禍福)의 설(說)은 근심할 것이 아니다. 나도 마땅히 같이 장사하되 무덤은 같이하고 실(室)은 다르게 만들라’고 하교하며, 부모의 곁에 묻히는 걸 고집하였다.”(본문 56쪽)황씨는 왕릉의 풍수적 요점을 정리해 서술하고, 그곳에 오기까지의 사연들을 사료에 근거에 구체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그는 “왕릉은 아무 말 없이 그곳에 자리하지만, 많은 사연을 갈무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본문이 끝나면 저자가 특별히 준비한 ‘더 읽어 보기’와 ‘부록’이 있다. ‘더 읽어 보기’는 임진왜란 때 변고를 겪은 왕릉의 이야기다. 생생함이 느껴지는 그때의 기록들을 보면 당시 급박했던 상황이 느껴진다. ‘부록’은 조선 왕릉의 조성 경위와 변천 과정을 일람표로 작성한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또는 책을 읽으면서 그 정보들을 정리해 나갈 수 있도록 저자가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것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충북도 공직사회 금주령까지

    충북도 공직사회 금주령까지

    충북도내 지자체들이 공무원들의 코로나19 방역을 바짝 조이고 있다.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으면서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한데다, 최근 옥천군청에서 직원이 확진되면서 공무원 29명이 한꺼번에 자가격리되는 일까지 발생해서다. 충북도는 21일 도내 11개 시군에 한층 강화된 코로나 복무지침을 내려보냈다. 도는 규모를 불문하고 부서회식과 불필요한 모임을 모두 취소 또는 연기하도록 했다. 음식점의 테이블 쪼개앉기 금지와 음주를 겸한 저녁식사 자제도 지시했다. 사실상 ‘금주령’이다. 사무실 밀집도 완화를 위해 3분의 1 재택근무 권고와 오전 11시30분부터 30분간격으로 3차례에 걸친 점심 나눠먹기 운영도 하달했다. 또한 부서마다 방역책임자를 정해 직원들 임상증상을 상시 관리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퇴근해 진단검사를 받도록 했다. 도는 지침 미준수로 인한 코로나 감염사례 발생시 해당 공무원을 엄중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옥천군은 부서장들이 매일 오전·오후 두 차례에 걸쳐 소속 직원들 건강상태를 체크해 김재종 군수에게 유선 보고하기로 했다. 공무상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타 부서 사무실 방문 자제와 휴게실 등 폐쇄된 좁은 공간 이용 금지도 조치했다. 군은 회의 및 보고의 비대면 실시, 동료 간 티타임과 불필요한 대화 금지, 민원인에게 음료제공 금지 등도 실시키로 했다. 김 군수는 “사회적으로 모범이 돼야 할 공무원들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며 “공직사회 신뢰 회복을 위해 엄중하게 상황을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무원들은 복무지침 강화를 수긍하는 분위기다. 충북도의 한 사무관은 “4차대유행이 우려되고 공무원 확진자까지 발생하면서 솔선수범하자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며 “너도나도 저녁약속을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나도 등산하다옹”…등산객 따라 해발 3000m 산 오른 고양이

    “나도 등산하다옹”…등산객 따라 해발 3000m 산 오른 고양이

    고양이 한마리가 해발 3000m 산을 오르던 등산객을 쫓아가다가 결국 정상까지 올라간 흥미로운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해외언론은 스위스 중부에 위치한 브르스텐산에 오른 시릴 로러(24)와 에릭 로러(24) 그리고 이름모를 고양이 한마리의 사연을 보도했다. 등산객인 두 사람은 최근 만반의 장비를 갖추고 스위스에서 가장 긴 스키투어 코스로 꼽히는 브르스텐산(해발 3073m) 등정에 나섰다. 눈덮인 가파른 새벽 길을 오르던 두 사람은 놀랍게도 근처 숲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시릴은 "당시 시간은 새벽 4시 30분, 해발 1200m 지점이었다"면서 "민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난데없는 고양이가 나타나 무섭고 놀라웠다"고 밝혔다.이들의 특별한 만남은 이렇게 끝난 것 같았지만 고양이가 계속 등산객 뒤를 졸졸 따라오면서 계속됐다. 그리고 두 등산객과 고양이와의 뜻밖의 동행이 이어졌다. 시릴은 "오르막길을 오르는 동안 고양이를 떼놓을 수 없었다"면서 "고양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극심한 추위에 떨고있었고 발에는 피가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두 사람은 지치고 다친 고양이를 배낭 위에 올리고 길을 재촉해 결국 정상에 다달았다. 이후 두 사람은 고양이를 다른 등산객에게 부탁해 하산했으며 곧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 고양이가 산 아래 주민이 키우던 반려묘였던 것. 시릴은 "나중에 이 고양이가 집을 나간지 나흘째라는 것을 알게됐다"면서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미 고양이가 다른 등산객들을 따라 3차례나 정상에 올랐다는 점"이라며 웃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나우뉴스] “애들 두고 못간다” 죽은 새끼 묻지말라 애원한 어미개의 모성애

    [나우뉴스] “애들 두고 못간다” 죽은 새끼 묻지말라 애원한 어미개의 모성애

    죽은 새끼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끝까지 그 곁을 지킨 어미개의 모성애가 눈물겹다. 16일 중스신원왕은 죽은 새끼들을 묻지 말아 달라는 듯 주인에게 매달린 어미개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며칠 전 중국 안후이성 쑤저우시 진모씨 집에 경사가 났다. 2년 전부터 키운 개가 새끼를 낳은 것이다. 두 달 전 인공교배로 임신한 진씨의 반려견은 첫 출산을 통해 새끼 5마리를 얻었다. 출산의 기쁨도 잠시, 새끼 중 2마리가 숨을 거두면서 어미개는 깊은 상심에 빠졌다. 현지언론은 먼저 태어난 새끼 3마리는 정상이었으나, 뒤이어 나온 새끼 2마리가 태어나자마자 죽었다고 전했다. 새끼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어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차가워진 새끼들의 사체를 품에 안았다. 어떻게든 살려 보겠다고 죽은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려 애를 썼다. 그 모습을 본 주인 진씨의 가슴도 찢어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주인은 차라리 어미개 눈앞에 보이지 않도록 새끼들을 한시라도 빨리 묻어 버리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집 뒤뜰에 구덩이를 판 그가 새끼들 사체 위로 흙을 덮으려는 순간, 집 안에서 어미개가 뛰쳐나와 그 앞을 가로막았다.구덩이 앞에 주저앉은 어미개는 마치 새끼들을 묻지 말라고 애원하듯 눈물을 떨궜다. 털을 쓰다듬으며 위로하는 주인의 손길도 소용없었다. 죽은 새끼의 몸을 핥다가 나중에는 아예 입에 물고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려 했다. 어미개가 좀처럼 죽은 새끼들 곁을 떠나려 하지 않자 주인은 어미개가 새끼들과 작별할 수 있도록 한동안 자리를 비켜주었다. 주인은 “새끼들을 묻어두고 갈 수 없다는 듯 구덩이를 지키고 앉았다. 배 아파 낳은 새끼들이 죽었으니 어미된 심정이 오죽했겠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정말 새끼들과 작별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어미개는 슬픔에 몸부림쳤다. 주인은 서둘러 새끼들을 땅에 묻고, “나도 너만큼 슬프다. 같이 돌아가자”며 어미개를 다독였다. 현지인들은 사람 못지않은 위대한 모성애를 보여준 어미개에게 응원을 전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서울광장] 광주와 41년 뒤 미얀마/임병선 논설위원

    [서울광장] 광주와 41년 뒤 미얀마/임병선 논설위원

    “광주민주화항쟁 때 고교 2학년이었어요. 제 눈으로 많은 것을 봤지요. 어린 나의 눈에도 광주 시민은 패배를 직감한 것처럼 보였어요. 그에 견주면 미얀마 사람들은 대단히 용기 있고 낙관적인 것 같아요. 그 이유가 뭔가요?” 지난달 말 경기도의 한 소도시에서 재한 미얀마인들의 정신적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A를 만나 던진 첫 질문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일하는 미얀마인들이 민주 회복을 기원하며 모은 자금을 고국에 송금하는 일을 지휘했다는 이유로 군부에 수배된 외국 거주 미얀마인 가운데 한 명이다. 한국에서 26년 넘게 살아 한국인만큼 말을 잘했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여전히 총질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집에 있던 어린아이들이 무턱대고 쏴대는 흉탄에 스러지고 있다. 어제는 군부에 끌려간 청년 지도자와 여성의 고문 전과 후 사진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이런 잔학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도 용감한 미얀마 국민들은 오늘도 거리로 나서 세 손가락 경례로 민주주의를 염원하고 있다. A 역시 처음에는 조국의 젊은이들이 이렇게도 용감히 맞서 싸우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아웅 산 수치 정부가 군부의 손아귀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한계가 있었지만, 그 정부 아래 자유와 민주주의의 맛을 봤기 때문에 지금 침묵하면 암흑 천지로 돌아가고 말 것이란 두려움, 이따위 세상을 물려줬느냐는 후세들의 질책을 들을까 두려워 과감히 떨쳐 일어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조심스럽게 꺼낸 세 번째 이유는 준비돼 있어 미얀마인들이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치 정부와 민주 진영은 오랫동안 군부의 헌법을 대신할 새 헌법을 논의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소수민족 반군 대표들과도 신뢰를 쌓으며 연방국가 구상을 미리 충실히 해 놓았다. 그렇기에 전쟁을 벌일 각오까지 돼 있다고 했다. 500명 정도의 젊은이가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고도 했다. 군부는 더이상 합법 정부가 아니며 수치 정부와 소수민족 반군 대표들이 새 헌법에 따라 합의해 출범한 국민통합정부가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주장했다. 수세에 몰린 민주 진영이 당장의 화력 지원이 필요해 반군들에게 손을 벌렸으며 쿠데타 세력이 물러나도 민주 진영에서 분쟁과 갈등이 일어날 불씨를 키우는 셈이라고 보는 시각이 국내에도 존재하는데 그는 완전히 잘못된 얘기라고 못박았다. 자신들은 1988년 8·8항쟁 이후 오랜 시간 준비해 왔고 이를 잘 알고 있는 군부가 최악의 발악을 한 것이 쿠데타이며 승리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니 한국 국민도 자신감을 갖고 미얀마와 국민을 지지하고 응원해 달라고 주문했다. 광주는 어떠했나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전두환 군부의 꼼꼼한 기획으로 완전히 고립무원이 된 광주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으로 세계와 실시간으로 연결된 미얀마 현 상황은 완전 다르다”면서 “지금 미얀마 군부는 겉으로는 힘이 넘쳐나는 것 같지만 역사의 심판대에서 이미 패배했으며 오늘날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그 세력이 걷는 길을 미얀마 군부도 똑같이 걷게 될 것이란 점을 인식하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A는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면서 “외교나 경제협력 관계 등을 볼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한국 정부가 바로 이웃한 어느 나라보다 더 빨리 적극적으로 민주 진영을 지지하고 최루탄을 비롯한 무기 수출과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대단히 용기 있었다. 여기에다 많은 한국인이 십시일반의 마음가짐으로 미얀마에 정성을 보내고 있어 놀랍기 그지없다. 한 스님은 익명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미얀마의 10개 소수민족 가운데 카친족 수십만 명이 군부의 보복 공격에 떠밀려 태국 국경 지대로 피신했다며 한국 정부의 ODA를 전용해 독자적으로 난민 캠프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인터뷰를 한 지 3주가 흘렀다. 그가 예고한 대로 국민통합정부가 출범했으니 우리 정부가 발빠르게 승인하는 것이 마음으로나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수백 배는 힘도 있고 가치도 있는 일일 것 같다. 41년 전 광주의 저항이 열흘 만에 송두리째 짓밟혔을 때 항쟁 내내 침묵하던 지미 카터 미국 행정부가 전두환 일당을 승인한 일이 얼마나 광주 시민들을 깊이 좌절시키고 마음의 상처를 헤집었는지 돌아보면 새 합법 정부를 승인하는 일의 무게는 실로 작지 않은 것이다. bsnim@seoul.co.kr
  • 발레는 마지막 행운, 연기는 평생의 꿈...날아오른 박인환

    발레는 마지막 행운, 연기는 평생의 꿈...날아오른 박인환

    “이렇게 발끝으로 서서 손을 끝까지 뻗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한 발로 서는 것도 땀나고요. 그런데 또 이 과정을 해야 다른 동작을 할 수 있잖아요.” 배우 박인환은 출연 중인 tvN 월화극 ‘나빌레라’ 속 발레 동작을 일어나서 직접 보여 줬다. 자신이 있는 곳이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카페라는 건 잊은 듯. “익숙하게 만들려고 집에 가서도 동작을 했더니 아내가 층간 소음은 조심하라더라”며 연습에 푹 빠졌던 일도 떠올렸다.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평생의 꿈인 발레를 배우려 스물셋 휴학생 채록(송강 분)의 제자가 되는 덕출을 맡은 그는 전례 없던 경험을 하고 있다. 56년 연기 인생 처음으로 발레를 배우고, 젊은이들에게 ‘입덕했다’는 말도 듣는다. 그동안 보지 않던 댓글도 찾아 읽는다. 드라마 제안을 받기 전까지는 발레는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70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근육도 뼈도 굳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원작 웹툰을 읽으면서는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공감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고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발레 스튜디오를 찾은 덕출처럼 ‘시작이라도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죠.” 발레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박인환은 지난해 여름부터 6개월간 교습을 받고, 낯선 발레 용어도 적어 다니며 외웠다. ‘왕룽의 대지’(2000) 이후 오랜만에 맡은 드라마 주연이라 체력관리도 집중했다. “손끝 하나하나에 집중해 연습과 촬영을 반복하니 쥐도 나고 너무 힘들었지만, 정성 들여 찍은 작품이 좋게 나와 뿌듯했다”고 했다. 일흔의 땀방울이 만든 장면들은 시청자 마음에 뜨거운 여운으로 맺혔다. 20~30대의 몸으로만 상상했던 발레에 대한 고정관념과 나이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렸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가장의 ‘일탈’에 “다 늙어서 무슨 발레냐”고 반대하던 아내 해남(나문희 분)과 경력단절을 겪은 며느리가 지지를 보낼 때, 자연스레 응원을 얹게 된다. 청년들은 덕출과 교감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채록처럼 조금씩 용기를 얻는다. 박인환 역시 그런 청춘들과 닮아 있었다. 그에게 깊이 박힌 꿈은 연기였다. 1964년 연극영화과에 지원할 당시 어머니는 “재주도 ‘빽’도 없는데 왜 연기냐”고 만류하셨지만, “그래도 한번 해 볼게요”라고 답한 게 평생의 길이 됐다. 군 복무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경영학과 편입도 고민했지만, 3개월간 전국을 돌며 마당놀이를 한 뒤 연기로 돌아갔다. “연기하고 싶다는 것 하나가 여기까지 오게 했다”는 그는 “덕출의 대사처럼 ‘나도 무대에서 날아오르고 싶다’는 열망이 꾸준히 달려온 힘”이라고 돌이켰다. 이런 경험 덕인지 채록을 보듬는 덕출에게 위로받는 청춘들이 많다. 박인환은 “방관하지 않고 젊은이의 아픔에 한 발짝 다가가 ‘너도 일어날 수 있다’고 손을 내밀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대화하고 소통하니 도덕교과서보다 마음과 머리를 건드린다”고 해석했다. 그는 요즘 윤여정의 활약이 반갑다. 세대가 서로 도우며 성장하고, 청년과 노년 모두에게 응원이 되는 작품이 요즘 시대에 필요하다는 그는 “삶의 흐름과 인생을 조망할 수 있는 따뜻한 작품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키도, 맘도 커요… 심장병 어린이의 ‘찐’ 키다리 아저씨

    키도, 맘도 커요… 심장병 어린이의 ‘찐’ 키다리 아저씨

    진 웹스터의 소설 제목인 ‘키다리 아저씨’는 우리 사회에서 묵묵한 후원자를 표현하는 대명사로 쓰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운 이를 돕는 후원자의 따뜻한 나눔과 헌신은 ‘아직 세상에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하게 만든다. ‘키다리 아저씨’는 후원자의 성별이나 실제 키와 상관없이 두루 쓰이는 말이지만 한기범(57) 한기범희망나눔 대표에게는 단순 대명사가 아닌 실제 그를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단어가 된다. 1980~1990년대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센터 출신으로 205㎝의 ‘키다리 아저씨’ 한 대표가 재단을 통해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이야기와 그의 즐거운 인생에 대해 들어 봤다.●유튜브 대박 꿈꾸는 스타 농구 선수의 사연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한기범희망나눔을 찾은 지난 16일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 대표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다. 작업의 정체는 바로 동영상 편집. 유튜브 채널 ‘한기범뻔한농구TV’에 올릴 영상을 한창 만지는 중이었다. 그는 농구인에서 예능인으로 변신한 허재(56) 전 농구 국가대표 감독과 현주엽(46) 전 창원 LG 감독이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채널이 노출되면서 최근 구독자가 10배 가까이 늘었다며 웃는다. 느닷없이 유튜브 편집이라니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한 대표는 “선수 시절부터 컴퓨터 학원 가서 배울 정도로 컴퓨터를 좋아했다”면서 “재단 실무는 직원들이 하고 나는 사람 만나는 일이 주요 업무다 보니 시간이 조금씩 남아 옛날 생각도 할 겸 과거 농구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에 대한 취미, 과거 회상, 시간 때우기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유튜브를 운영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재단 살림을 위해서다. 한 대표는 “유튜브를 하면 돈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수익이 생기면 법인에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후원액이 반으로 줄면서 살림이 팍팍해진 상황에서 대표로서 책임감이 커졌다. 만들어 두기만 하고 사실상 방치했던 유튜브 채널은 10개월 전부터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영상을 올리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었다.●인생의 심장 다시 뛰게 한 두 번의 수술 한 대표는 선수 시절 기아자동차가 농구대잔치를 7연패하는 데 주역으로 활약했다. 큰 키를 이용해 골밑을 지배한 그의 플레이는 팀 전력의 핵심이었다. 워낙 독보적으로 키가 컸던 까닭에 한 대표의 이름은 한때 우리 사회에서 키가 큰 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이기도 했다. 선수로서 굵직한 업적을 남긴 이들은 은퇴 후에도 해당 종목의 지도자 혹은 해설가의 길을 걷는다. 한 대표처럼 스타 선수 출신일수록 수요와 기회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한 대표는 준비된 꽃길 대신 가시밭길인 비영리 나눔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심장병 어린이를 돕게 된 이유는 아버지와 남동생을 심장병으로 떠나보냈고 그 역시 심장병 수술을 받았던 경험 때문이다. 한 대표의 가족은 마르판증후군(염색체 이상으로 몸 안 섬유질에 이상이 생기는 증후군)이라는 유전 질환을 갖고 있었는데 마르판증후군으로 사망하는 환자 대부분의 사인은 심장마비다. 한 대표는 “남동생 사망 후 나도 검사했더니 심장병이 있어서 수술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며 “2000년과 2008년 두 번 수술했는데 첫 번째 수술은 은퇴하고 얼마 안 돼서 내가 비용을 댔지만 두 번째는 심장재단을 통해 수술비를 지원받았다”고 털어놨다. 한때 한국 농구를 주름잡던 선수가 타인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은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한편으로 나눔사업에 대한 그의 눈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한 대표에게 사회에 갚아야 할 빚이 생겼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그 길로 한 대표는 주변에 조언을 구했고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2011년 5월 한기범희망나눔을 출범했다. ●비아냥 이겨 내고 찾아온 나눔의 기쁨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나눔사업이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내성적인 성격의 한 대표가 용기를 내 후원을 요청했을 때 돌아오는 “사기 치는 거 아니냐”, “갈 데까지 갔구나” 라는 비아냥은 큰 스트레스가 됐다. 좌절할 만한 상황은 오히려 그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한 대표는 “오기가 생겨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아 가며 후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유명인이었기에 일단 사람들이 만나 줬고 이야기를 들어준 덕분이다. 한 대표는 “후원 요청을 하러 가면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는데 내가 가니까 일단 들어오라고 하는 곳이 많았다”면서 “도와주겠다고 하시는 분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기범희망나눔의 사업은 심장병 어린이 후원, 다문화 가정 어린이 농구 교실, 농구 꿈나무 교육으로 나뉜다. 가장 주된 사업은 심장병 어린이 후원이다. 해마다 두 차례 자선 농구대회를 열어 모인 성금은 한국심장재단,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를 통해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을 돕는 데 쓰인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개최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6월 12일에 ‘랜선 자선 농구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나눔을 통해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린다고 자랑했다. 그는 “나눔은 자기가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할 수 있는 건데 나는 농구를 가지고 있으니 농구로 나눔을 하는 것”이라며 “한번은 후원받은 아이를 만났는데 가슴에 뭉클한 감정이 오더라.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최고의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와인도 농구도 즐기는 즐거운 인생 나눔은 기본적으로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이다. 자신의 생활을 버릴 각오가 없으면 일을 지속하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취미 부자’ 한 대표는 예외다. 나눔을 위해 사는 삶이면서도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환갑에 가까운 그의 인상이 오히려 주연으로 살던 선수 때보다 밝은 이유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 한 대표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괜찮은 물건이 왔다는 소식이었다. 그 물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와인이다. 한 대표는 “젊었을 때 술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주치의가 술을 못 먹게 하더라. 그래도 와인 2잔까지는 괜찮다고 하길래 잘됐다 싶어 버킷리스트로 와인 1000가지를 먹는 계획을 세웠다”며 웃었다. 하루 한두 잔은 필수. 좋은 와인을 구하기 위해 매장 직원과 친해지는 것 또한 필수다. 이날까지 마신 와인이 151가지란다. 와인을 이야기하는 한 대표의 눈빛이 나눔에 대해 이야기할 때와는 또 다르다. 한 대표는 “동호회에서 무슨 와인이 좋은지 정보를 얻는다”며 “와인을 마시고 페이스북에 와인에 대한 평가를 올린다”고 말했다. 농구인의 피도 여전하다. 50대로 이뤄진 농구동호회 회원으로 매주 농구를 한다. 한 대표는 “농구를 한번 하고 나면 몸도 가뿐하고 스트레스도 날아간다”며 농구인 본능을 뽐냈다. 세계 시니어농구선수권 대회에 나가려고 준비를 다 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대회 참가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이나 희망하는 것은 없는지 물으니 표정이 다시 진지해진다. 한 대표는 “후원과 지원을 받으며 운영하다 보니 코로나처럼 큰 사건이 터질 때 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어 불안하더라”면서 “영리사업을 통해 조금 더 재단을 안정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에 가서 나눔사업을 더 하고 싶다. 많은 후원을 부탁드린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 사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장애인 의무고용률 달성 정부출연 연구기관 10곳 중 2곳뿐

    장애인 의무고용률 달성 정부출연 연구기관 10곳 중 2곳뿐

    정부가 출연한 경제·인문사회 분야 연구기관 10곳 가운데 8곳 정도는 장애인의 정규직 의무 고용비율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고용률 특례 조항에 따르면 정원의 3.4%를 장애인 정규직으로 의무 고용하도록 돼 있다. 장애인 차별 철폐를 추진한다면서도 정작 정부출연 기관에서조차 장애인이 홀대를 받고 있는 셈이다. 20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연구기관 26곳 중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무기계약직이 아닌 일반정규직으로 100% 이상 지킨 곳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유일했다. 대체로 정년이 보장되지만 승진과 급여에 제약을 받는 무기계약직을 포함하더라도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킨 곳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을 비롯해 한국법제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 등 5곳(19.2%)에 그쳤다. 의무고용 인원 중 무기계약직은 법제연구원이 6명 중 4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6명 중 3명이었다. 나머지 연구기관들도 무기계약직 채용 비율이 40%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특히 육아정책연구소와 KDI국제정책대학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여성정책연구원, 직업능력개발원 등 5곳은 올해 현재 정규직 장애인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 비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까지 포함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한 기관은 26곳 중 9곳으로 34.6%를 차지했다. 의무고용 달성률을 보면 한국교육개발원이 31%로 가장 낮았다. 지난해 같은 조사 당시 35.3%보다 하락했다. 조세재정연구원·산업연구원은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47%에서 올해 57%로 올랐지만 조세재정연구원은 같은 기간 64%에서 55%로 떨어졌다. 육아정책연구소·한국행정연구원 등도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의무고용달성률이 지난해 140%에서 올해 65%로 크게 줄었다. 반면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해 88%에서 올해 100%로, 산업연구원은 47%에서 57%로 올랐다. 윤 의원은 “연구·행정 분야 기관의 장애인 취업이 늘어나도록 특별전형과 가산점을 늘리고 지원인력 확보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마음도 키도 ‘찐’ 키다리 아저씨 한기범의 나눔 인생

    마음도 키도 ‘찐’ 키다리 아저씨 한기범의 나눔 인생

    진 웹스터의 소설 제목인 ‘키다리 아저씨’는 우리 사회에서 묵묵한 후원자를 표현하는 대명사로 쓰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운 이를 돕는 후원자의 따뜻한 나눔과 헌신은 ‘아직 세상에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하게 만든다. ‘키다리 아저씨’는 후원자의 성별이나 실제 키와 상관없이 두루 쓰이는 말이지만 한기범(57) 한기범희망나눔 대표에게는 단순 대명사가 아닌 실제 그를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단어가 된다. 1980~1990년대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센터 출신으로 205㎝의 ‘키다리 아저씨’ 한 대표가 재단을 통해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이야기와 그의 즐거운 인생에 대해 들어 봤다.유튜브 대박을 꿈꾸는 한기범의 사연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한기범희망나눔을 찾은 지난 16일 사무실에 들어서자 한 대표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다. 작업의 정체는 바로 동영상 편집. 유튜브 채널 ‘한기범뻔한농구TV’에 올릴 과거 농구대잔치시절 농구 영상을 한창 만지는 중이었다. 한 대표는 최근 허재(56) 전 농구 국가대표 감독과 현주엽(46) 전 창원 LG 감독이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채널이 노출된 덕에 구독자가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웃었다. 느닷없이 유튜브 편집이라니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한 대표는 “선수 시절부터 컴퓨터 학원 가서 배울 정도로 컴퓨터를 좋아했다”면서 “재단 실무는 직원들이 하고 나는 사람 만나는 일이 주요 업무다 보니 시간이 조금씩 남아 옛날 생각도 할 겸 과거 농구 영상을 편집해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에 대한 취미, 과거 회상, 시간 때우기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유튜브를 운영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재단 살림을 위해서다. 한 대표는 “유튜브를 하면 돈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수익이 생기면 법인에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후원액이 반으로 줄면서 살림이 팍팍해진 상황에서 대표로서 책임감이 커졌다. 만들어 두기만 하고 사실상 방치했던 유튜브 채널은 10개월 전부터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영상을 올리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었다.인생의 심장 다시 뛰게 한 두 번의 수술 한 대표는 선수 시절 기아자동차가 농구대잔치를 7연패하는 데 주역으로 활약했다. 센터로서 큰 키를 이용해 골밑을 지배한 그의 플레이는 팀 전력의 핵심이었다. 워낙 독보적으로 키가 컸던 까닭에 한 대표의 이름은 한때 우리 사회에서 키가 큰 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쓰이기도 했다. 선수로서 굵직한 업적을 남긴 이들은 은퇴 후에도 해당 종목의 지도자 혹은 해설가의 길을 걷는다. 한 대표처럼 스타 선수 출신일수록 수요와 기회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한 대표는 준비된 꽃길 대신 가시밭길인 비영리 나눔사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심장병 어린이를 돕게 된 이유는 아버지와 남동생을 심장병으로 떠나보냈고 그 역시 심장병 수술을 받았던 경험 때문이다. 한 대표의 가족은 마르판증후군(염색체 이상으로 몸 안 섬유질에 이상이 생기는 증후군)이라는 유전 질환을 갖고 있었는데 마르판증후군으로 사망하는 환자 대부분의 사인은 심장마비다. 한 대표는 “남동생 사망 후 나도 검사했더니 심장병이 있어서 수술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며 “2000년과 2008년 두 번 수술했는데 첫 번째 수술은 은퇴하고 얼마 안 돼서 내가 비용을 댔지만 두 번째는 심장재단을 통해 수술비를 지원받았다”고 털어놨다. 한때 한국 농구를 주름잡던 선수가 타인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은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한편으로 나눔사업에 대한 그의 눈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한 대표에게 사회에 갚아야 할 빚이 생겼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그 길로 한 대표는 주변에 조언을 구했고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2011년 5월 한기범희망나눔을 출범했다.비아냥 이겨 내고 찾아온 나눔의 기쁨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나눔사업이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내성적인 성격의 한 대표가 용기를 내 후원을 요청했을 때 돌아오는 “사기 치는 거 아니냐”, “갈 데까지 갔구나”라는 비아냥은 큰 스트레스가 됐다. 좌절할 만한 상황은 오히려 그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한 대표는 “오기가 생겨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아 가며 후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유명인이었기에 일단 사람들이 만나 줬고 이야기를 들어준 덕분이다. 한 대표는 “후원 요청을 하러 가면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는데 내가 가니까 일단 들어오라고 하는 곳이 많았다”면서 “도와주겠다고 하시는 분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한기범희망나눔의 사업은 심장병 어린이 후원, 다문화 가정 어린이 농구 교실, 농구 꿈나무 교육으로 나뉜다. 가장 주된 사업은 심장병 어린이 후원이다. 해마다 두 차례 자선 농구대회를 열어 모인 성금은 한국심장재단,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를 통해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을 돕는 데 쓰인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개최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6월 12일에 ‘랜선 자선 농구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나눔을 통해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린다고 자랑했다. 그는 “나눔은 자기가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할 수 있는 건데 나는 농구를 가지고 있으니 농구로 나눔을 하는 것”이라며 “한번은 후원받은 아이를 만났는데 가슴에 뭉클한 감정이 오더라.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최고의 기쁨이었다”고 말했다.와인도 농구도 즐기는 즐거운 인생 나눔은 기본적으로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이다. 자신의 생활을 버릴 각오가 없으면 일을 지속하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찾아오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취미 부자’ 한 대표는 예외다. 나눔을 위해 사는 삶이면서도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환갑에 가까운 그의 인상이 오히려 주연으로 살던 선수 때보다 밝은 이유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 한 대표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괜찮은 물건이 왔다는 소식이었다. 그 물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와인이다. 한 대표는 “젊었을 때 술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주치의가 술을 못 먹게 하더라. 그래도 와인 2잔까지는 괜찮다고 하길래 잘됐다 싶어 버킷리스트로 와인 1000가지를 먹는 계획을 세웠다”며 웃었다. 하루 한두 잔은 필수. 좋은 와인을 구하기 위해 매장 직원과 친해지는 것 또한 필수다. 이날까지 마신 와인이 151가지란다. 와인을 이야기하는 한 대표의 눈빛이 나눔에 대해 이야기할 때와는 또 다르다. 한 대표는 “동호회에서 무슨 와인이 좋은지 정보를 얻는다”며 “와인을 마시고 페이스북에 와인에 대한 평가를 올린다”고 말했다. 농구인의 피도 여전하다. 50대로 이뤄진 농구동호회 회원으로 매주 농구를 한다. 한 대표는 “농구를 한번 하고 나면 몸도 가뿐하고 스트레스도 날아간다”며 농구인 본능을 뽐냈다. 세계 시니어농구선수권 대회에 나가려고 준비를 다 했는데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대회 참가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이나 희망하는 것은 없는지 물으니 표정이 다시 진지해진다. 한 대표는 “후원과 지원을 받으며 운영하다 보니 코로나처럼 큰 사건이 터질 때 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어 불안하더라”면서 “영리사업을 통해 조금 더 재단을 안정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나라에 가서 나눔사업을 더 하고 싶다. 많은 후원을 부탁드린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후원문의 : 02-3391-7091 yeshan21@hanmail.net후원계좌 : IBK기업은행 02-3391-7091 우리은행 1005-602-125495후원ARS : 060-700-1101(한 통에 3000원)유튜브 채널 : 한기범뻔한농구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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