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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각장서 발암물질 대량 검출/「다이옥신」 기준치 5배 넘어

    ◎국립환경연/서울목동·광양 등 3곳 조사/서울시 “시료채취·분석정확도 의문” 간암이나 기형아 출산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다이옥신이 쓰레기 소각과정에서 허용 기준치보다 무려 5배 이상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 연구원은 17일 서울 목동 쓰레기 소각장의 다이옥신 농도를 측정한 결과,소각장 설계기준인 1㎥당 0.51ng(나노그램 10억분의 1g)보다 5배에 가까운 2.351ng이 검출됐다고 밝혔다.평촌 소각장의 경우 3.881ng,광양 소각장은 무려 9·31ng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지난 6월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목동 등 3개 쓰레기 소각장의 다이옥신 배출농도를 측정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국립 환경 연구원은 다이옥신 측정분석에 숙달된 기관이 아니며,이번 측정도 시료채취와 분석과정에 관련 전문가의 검토 및 심의없이 독자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결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서울시 의뢰로 일본 야뇨치 엔지니어링사와 미국 트라이앵글파크사가 지난 1,2월에 목동 소각장의 다이옥신 배출농도를 분석한 결과,1호기의 경우 0.0771ng∼0.491ng,2호기의 경우 0.0651ng∼0.141ng으로 나타나 설계기준치를 밑돌거나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발암물질로 알려진 다이옥신은 체중 1㎏당 0.6ppm만 투입돼도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독성을 지니고 있다.
  • 연대와 판문각(외언내언)

    그곳을 지나노라면 유서깊은 사학의 분방한 자유로움이 이방의 방문객에게도 기쁨으로 느껴지게 하던 백양로 나무들은 검게 그을리고 정문조차 간 곳 없어진 초토화한 캠퍼스.책상 3천개 걸상 2천개 실험실 기재 비디오 오디오장비 학사관련 서류가 든 캐비닛들이 파괴되어 당분간 학사업무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망연자실해있는 상아탑 연세대. 21일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오찬을 마치고 이 기막힌 현장을 찾은 전국의 대학 총·학장들은 어떠했을까.아마도 우선은 『남의 일같지 않아』소름이 돋았을 것이다.다음 순간에는 그래도 『남의 일이어서』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법적으로나 실체로나 유령같은 「한총련」을 대상으로 책임을 물리는 일도 막연하고 그렇다고 국가에 배상을 요구하기에도 설득력이 약한 이런 사태는 죄없이 당한 학교만 억울할 뿐이다. 『비극적 사태였지만 이런 일이 더는 용납되어선 안될 일이라는 국민적 합의를 도출했다는 사실만은 국가적으로도 불행중 다행한 일』이라고 발표한 연세대 교수총회의 성명이 새삼 총·학장들의 가슴을 저리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백억에 이를지 천억에 이를지 손실액의 계산에만도 6개월은 걸리리라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앞에 또다른 어이없는 뉴스가 전해왔다.그 이름만으로도 섬뜩한 「한총련」이 북으로 파견했던 2명의 대표가 판문각에 나타나 「단식농성」을 시작했다는 것이다.『사상 유례없는 정부의 한총련 탄압과 비이성적인 언론에 항의하기 위해서』라고 한다.그들은 『반대의 주장을 포용할줄 모르는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도 말했다.언어의 희극적 평등성에 허탈을 느낀다. 인권도 자유도 주민의 최저한의 생존도 유지해주지 못하면서 김일성부자의 우상화만을 위해 존립해온 지구촌의 이상한 집단.거기 불법으로 찾아가 우상앞에 꽃다발을 바치고 충성에 동조한 그들이다.이번 폭력시위도 따져보면 그들이 원인이다.그런 그들이 「단식투쟁」을 무기로 「민주주의」를 거론하고 있다.이런 「대학생」을 만든 『배후』는 무엇일까.그들을 배출해낸 대학들의 당황과 분노가 짐작될 듯하다.
  • 일 최고 기초과학 산실 이화학 연구소(G7으로 가는 길:33)

    ◎연구소 과감히 개방… 연구원 25%가 외국인/임기제 「계약고용」 도입… 조직의 효율성 등 확보/“개량기술론 한계” 2천년 목표 「프런티어 프로그램」 시행/광역학 등 첨단 5개분야 장기적 안목 집중투자 일본 토쿄에서 동북쪽으로 1백㎞,와코(화광)시에 있는 이화학연구소의 한 연구동.연구실 안에서 연구원간에 토론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재료공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히로유키 사사베박사가 이끄는 초정밀광전소자학(나노포토닉스)연구팀에 속한 이들은 청바지에 티셔츠,혹은 턱수염을 텁수룩이 기르고 있어 연구원이라기보다는 대학생처럼 보인다.4명중 3명은 푸른 눈의 외국인.나이도 20대 후반이거나 30대 초반이다.한켠에는 테이블 위에 먹다 남은 케이크와 찻잔이 흐트러져 있다. 75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일본 최고의 기초과학연구소 정경 치고는 뜻밖의 모습이다.노벨상 수상자를 2명이나 내고 기술대국 일본을 일으키는 버팀목이 돼왔다는 전통 깊은 연구소라면 엄격한 권위나 세월의 냄새가 풍겨나야 하지 않을까. 『독일에서 온 연구원이 계약기간이 만료돼 송별파티를 막 끝낸 참입니다.우리는 파이버를 깎아낸 다음 화학파트에서 개발한 물질을 집어넣어 새로운 스위칭소자를 만들어내는 연구를 하고 있는 중이고요』 연구팀의 중간책임자 하라 마사히코(원정언) 박사는 태연하게 설명한다. 외국인 연구원의 과감한 채용,계약제 고용제도,물리와 화학·생물등 다양한 전공자가 한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학제적(Interdisciplinary)연구,젊은 연구원의 대거기용…. ○노벨상수상 2명 배출 하나 만으로도 엄청난 개혁이라 할 수 있는 이같은 일이 전통 깊은 연구소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80년대초에 국가과학기술개발의 방향을 놓고 대토론이 벌어졌습니다.지금까지의 개량적인 기술개발만으로는 더이상 경제발전을 뒷받침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요.서방국가들이 이룩해놓은 기초과학에 무임승차해서 경제적 이익만 챙기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반성도 나왔습니다.그 결과 미래를 향한 여러 지침이 제시됐는데 창조적 기초과학연구강화,국제화,연구조직의 유연성 등이 그것이었어요』 이화학연구소 미야카와 카즈오(궁천수부) 이사는 『이와 같은 지침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기 위해 만든 것이 이화학연구소의 「프런티어 리서치 프로그램」』이라면서 『사사베박사의 연구팀은 이 프로그램의 재료연구실 연구팀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프런티어 리서치 프로그램은 「선단적 기초연구」를 내걸고 1986년 시작됐다. 오는 2000년까지 15년동안의 장기계획으로 발진된 프로그램인 만큼 연구주제부터 대단히 거시적이다.연구소가 전문가들과 오랜 토론 끝에 선정한 연구주제는 바이오 호메오스타시스(생체항상성),프런티어 재료,뇌·신경과학,광역학,생체모방기술등 5개 분야.연구소는 전혀 생소한 이 분야를 집중공략하기 위해 주제별로 연구실을 만들고 연구실마다 4∼5개의 연구팀(총 26팀)을 구성,7∼8년단위 연구를 시작했다. ○7∼8년 단위로 연구 「국제화」를 위해서 연구소를 과감히 개방한 것도 눈에 띈다.각 연구실은 네이처지 등 세계적인 과학저널에 모집광고를 내 세계 일류과학자를 끌어모았다.그 결과 프런티어 프로그램의 연구원은 총 2백48명중 25%인 62명이 미국·독일·한국·프랑스·인도등에서 온 외국인이다.연구책임자자리에도 과감히 외국인을 앉혔다.또 신선한 아이디어를 찾아 젊은 층을 대거채용,연구실은 생기가 넘친다.연구원의 평균 연령은 33.7세. 하지만 무엇보다 파격적인 것은 임기제 계약고용제도의 도입이다.사람을 한번 채용하면 정년까지 일자리를 보장하던 「종신고용」은 세계가 찬사를 아끼지 않던 일본적 경영전통이다.하지만 연구소는 종신고용제가 조직의 유동성과 창의를 떨어뜨리고 비능률·비경제적이라는 일부 비판을 수용,모든 연구원을 1년 계약제로 채용했다. 미야카와 이사는 『처음엔 아주 걱정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말한다.국내외에서 우수한 과학자가 대거응모해온 것.반도체 연구실 이시바시 코지(석교항치)박사는 『젊은 과학도에게는 안정된 직장도 좋지만 좋은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더욱 중요하다』면서 『일단 좋은 연구성과를 올리면 좋은 직장에 좋은 조건이 마련되는 것 아니냐』고 연구원의입장을 설명했다. 프런티어 연구원은 일단 팀의 일원이 되면 생활걱정이나 연구비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연구원 채용등 모든 권한은 과제책임자에게 부여돼 외부간섭 없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평가방식도 독특해 매년 의무적으로 보고서 제출 따위는 하지 않는다.대신 전체연구기간이 절반정도 경과했을 때,그러니까 3∼4년정도에 한번 중간평가를 받는다.그러나 이 평가도 전원 외부인에 의한 전문가평가로 수행돼 비판보다는 바람직한 방향제시에 주력한다는 설명이다. ○논문만 1천6백여건 프런티어 프로그램은 이제 10년에 접어들면서 구체적인 성과물을 하나씩 내놓고 있다.그동안 발표된 논문만도 1천6백여건.지난해에는 원자층 제어성장을 용이하게 하는 새로운 양자 나노구조 제작기술을 개발,양자 나노구조의 물성 규명에 획기적인 전기를 만들었고 신경세포의 분화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발견,노인성 치매 치료에 새로운 전망을 던져주기도 했다. 이들 연구성과는 당장 어떤 응용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남이 하지 않은 창의적 첨단연구는 미래 일본기술의 저력으로 재생산될 것이 분명하다.일본은 불확실한 것에 대한 과감한 투자라는 새로운 전략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일 와코시=신연숙·최해국 특파원〉 ◎전문가 인터뷰/창조성연구 대가 일 교육학자 온다 아키라 박사/“창의력 향상은 곧 잠재력 계발”/소질 발휘할수 있는 환경조성이 중요 「창의력은 과연 키워질 수 있는 것일까」 창조성 연구의 대가인 일본의 교육학자 온다 아키라(은전창·61·도요대학 명예교수)박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스스로 창의력 부족을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는 절망을 주는 답변이다.하지만 너무 실망할 일은 못된다.『소질이 있어도 환경이 주어지지 않아 창의력 발휘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 다음 답변이기 때문이다.온다박사를 만나 창조성에 대해 물어보았다. ­창조성이란 무엇인가. ▲창조성은 새로운 가치 있는 것,또는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능력으로 정의될 수 있다.종교나 예술에서는 상상력과 직관력,과학분야에서는 논리적 사고가 창조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 ­창조성은 증진시킬 수 있는가. ▲양면성이 있다.창조성은 특별한 재능의 창조성과 자기실현의 창조성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후자의 입장을 강조하고 싶다.인간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을 일생동안 10%이상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연구도 있다.여기에서 교육이나 연구관리가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창조력 향상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어릴 때부터의 교육,특히 국가가 관심을 갖고 나가야 한다.교육은 첫째로 창조적 사고를 위해 발산적 사고를 유도해야 한다.발산적 사고란 지금까지 동양의 교육이 행해온 수렴적 사고와 대칭되는 말로 어떤 표준을 설정해놓고 여러가지 방법을 사고해보는 것을 말한다.둘째로는 직감적 사고력을 키워나가야 한다.섬광 같은 지혜의 번뜩임은 가르침을 통해서가 아니라 체험을 통해 느낌으로써 오는 것이다.호기심과 탐구심을 갖고 스스로 파고들어 실패해보는 게 필수적인 과정이다.최근의 정보사회화는 경험부족·비인간화를 초래할까봐 염려스럽다. ­일본 기술을 창조성 측면에서 평가한다면. ▲일본인의 창조력이 가미됐다고 본다.일본은 메이지시대부터 서양문화를 유입,모방하고 개선해 좋은 물건을 냈다.그중에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것도 많다.이제는 개량 아닌 첨단개발이 남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독립기술을 독창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이런 측면에서 일본은 교육부터 바꿔야 한다.
  • 단숨에 술잔 비우기… 사람 죽였다(박갑천 칼럼)

    단숨에 술잔비우기­젊은이들은 「원샷」이라고 한다.일본 나고야의 한대학 동아리 회식에서 이걸 강요당한 학생이 죽었다.이를두고 「단숨에 마시기방지 연락협의회」라는 시민단체가 거기 참석한 사람 모두를 고발할 기세다.이 학교는 전통적으로 그게 성행하여 병원신세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오나지아나노 무지나라는 일본속담이 있다.「같은 굴속의 오소리」라는 뜻이다.한통속이 되어 못된짓하는 무리들을 이르면서 쓴다.고발한다는 뜻은 그런 거덕친 버릇에 본때를 보여 본뜨지 못하게 경계한다는데 있는것이리라.쓸데없는 호기는 만용으로 통하는것.술 잘마시는 것으로 「사내다움」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 얼마나 가량스러운가 말이다. 남의말 할일이 아니다.우리사회에도 그런 술문화가 지금 숨쉬고 있다.『노털카로 나가지』하는 말이 그것이다.따라준 술잔을 『놓지말고 털지말며 카소리 내지말고』 단숨에 들이켜야 한다는 「주법」이다.어기면 벌주가 따른다.그 「노털카」에 다시「찡떼오스」가 붙기도 한다.『찡그리지말고 입에서 떼지말며오래 끌지말고 스마일(웃지)말라』는 뜻이라던가.폭탄주·수소탄주를 그런 「주법」아래서 마셔대다가 어찌 되겠는가. 주성 이태백은 이렇게 노래한다. 『…한번 마셨다 하면 당연히 3백잔은 돼야지(회수일음삼백배)』(장진주중에서).주성다운 표현일뿐 범인은 따를수도 없거니와 따라야 할일도 아니다.하지만 정난공신으로 권세등등했던 홍윤성이라면 명함 들이밀어 볼수 있을는지. 『만전들여 날마다 잔치를 벌인』(서거정의 「필원잡기」2권)그는 술을 고래 물마시듯 해도 취하는 법이 없었다.오죽했으면 세조임금이 「경음당」이란 별호와 함께 도장까지 새겨보냈을까. 「필원잡기」에는 또 같은 시대의 지중추 홍일동 얘기도 적혀 있다.그가 진관사에서 놀적에 먹은 음식은­떡 한그릇,국수 세주발,밥 세바릿대,두부국 아홉주발.한데 산밑에 이르니 대접하는 사람이 있어 또먹는다.삶은닭 두마리,물고기국 세주발,생선회 한쟁반,술 마흔잔. 음식을 그렇게 먹고 술 마흔잔은 어느구멍으로 들어갔던걸까.그런 그도 나중에 홍주에서 폭음하고 죽는다.「원샷」을여들없이 거푸거푸 해댔던 모양이지. 술에 장사없다고 했다.나이들어서도 즐기기 위해서는 젊어서부터 폭주는 삼갈 일이다.「원샷호기」는 설사 죽지 않는다 해도 몸 망그러뜨리는 만용 아니던가.〈칼럼니스트〉
  • 선글라스 백내장등 유발 위험/국산 5사 제품/자외선 차단 부적합

    시판중인 국산 선글라스가 자외선차단이 되지 않거나 렌즈의 변형이 심해 오래 착용할 경우 시력저하나 백내장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품은 자외선차단은 되지만 렌즈변형이 심하고 광도가 떨어져 색을 왜곡시키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달 14일부터 한달간 서전 등 국산 6개,입생로랑 등 수입품 7개 등 13개 제품을 국립기술품질원에 의뢰,자외선 등의 차광능력·자극순도·변형·도수 및 평행도 등 5개 항목에 대해 실시한 품질검사결과 밝혀졌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산 선글라스는 국제의 죠다쉬를 제외한 서전·세원·쌈지·정안사·대동광학 등 5개 업체 제품이 자외선차단이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됐다.특히 세원무역이 시판중인 붉은 보라색 선글라스(2만원)는 3백40㎚(나노미터)이하의 자외선도 차단하지 못해 무색렌즈보다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자외선이 강한 해변이나 스키장 등지에서 장시간 착용할 경우 안구에 자외선이 축적돼 백내장이나 망막장애 등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박희준 기자〉
  • 대한항공 노선독점 편법운항/복수취항 피하려 승객줄이기 일삼아

    ◎단독취항 유럽노선 점유율 급격하락/항공정책도 비현실적… 출혈경쟁 조장 건설교통부의 비현실적인 항공정책이 국내 민항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두 항공사간 감정싸움과 부분적인 출혈경쟁마저 조장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6일 항공업계에 90년 아시아나항공의 취항으로 복수 민항시대가 열리면서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명분으로 마련된 「경쟁력강화지침」이 항공시장의 특성을 무시한채 제정된데다 운영의 묘마저 실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 지침에 따르면 독점취항중인 노선의 경우 동남아·호주 등 중거리노선은 승객이 18만명,유럽 등 장거리노선은 21만명을 넘어서야 복수취항이 허용된다. 이 때문에 양사는 독점노선에서 승객상한선을 넘지 않기 위해 요금을 올려 근처노선으로 승객을 유도하는 등 「승객 줄이기」를 일삼고 있다.지난해 9월 대한항공이 시드니노선에서,아시아나가 사이판노선에서 이같은 편법운항을 하다 적발됐다. 또 신규노선을 선점하면 오랜 기간 독점이 가능해 운항능력과 관계없이 마구잡이로 신청하고 있다.대표적 사례가 비엔나노선.대한항공이 운항하다 승객이 없어 중단하자 아시아나가 취항허가를 받아냈다.그러자 대한항공이 운항재개를 하겠다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같은 출혈경쟁은 국적기 시장점유율이 하락으로 이어져 심각성을 더해준다.대한항공이 단독취항하는 유럽노선은 국적기 시장점유율이 89년 74.4%에서 지난해 66.6%로 8.8%포인트나 떨어졌다.승객이 급증하지만 소화하지 못해 외국항공사들에 뺏기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노선은 복수취항이전인 89년 시장점유율이 51.8%에서 지난해 68.1%로,동남아노선은 복수취항전인 90년 29.8%에서 54.6%로 증가했다. 처음부터 경쟁이 허용된 미주노선은 45.2%에서 78.7%로 33.5%포인트나 늘었다.대한항공도 이들 노선에선 단독취항때보다 최고 8.6%포인트까지 증가했다. 건교부당국자들의 무소신도 이같은 사태에 한몫 하고 있다.노선배분때마다 양사의 소모전이 치열하다보니 승객수요에 따라 운항횟수를 늘리거나 신규노선을 개발하는데 소극적이다.유럽노선은 대한항공이 배정편수를 채워 운항하지만 탑승률이 80%를 넘어 좌석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인데도 유럽국가와 항공협정을 준비조차 하고 있지 않다.아시아나가 복수취항을 요구,증편될 경우 양사의 싸움이 예견되기 때문이다.최근의 중국노선배분도 한 예다.양사의 눈치를 보다 3개월이 걸렸다. 업계관계자는 『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에는 70개가량의 외국항공사가 국내에 취항을 것으로 보여 2개 국적사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2대70의 싸움이지만 보다 나은 조건에서 이들과 경쟁할 수 있고 경쟁이 미덕인 최근의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지침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김병헌 기자〉
  • 한국기업 PSI 성공사례를 보면

    ◎과기 소형화 추세 간파… 원자현미경 개발/차고서 출발… 연매출 1200만불 기업으로 세계 하이테크의 본산인 실리콘밸리에선 수십만분의 1㎜에 해당하는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오차는 곧 치명적인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실리콘밸리에 몰려 있는 3천여개의 첨단기업 가운데 수백개가 매일 부침을 거듭한다. 이처럼 치열한 생존경쟁속에서 창의적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 첨단그룹을 주도해 가는 한국 기업이 있다.우리에게는 아직도 먼나라 얘기로만 들리는 「가능성의 땅」에서 한국의 기상을 유감없이 떨치고 있는 기업은 박상일씨(38)가 이끄는 「박 사이언티스트 인스트루먼트사(PSI)다. 스탠퍼드대 물리학박사 출신인 박씨가 89년 창업한 PSI의 주력 생산품은 원자현미경(SPM).원자는 너무 작아서 아무리 정교한 전자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다는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깨뜨린 획기적인 제품이다. 지금까지 첨단기술의 대명사처럼 인식돼온 마이크로테크놀로지는 갈수록 고집적·고밀도 분야로 치닫고 있어 마이크론(0.001㎜)의 단위로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수없이 많다.따라서 기술발전추세는 90년대 들어 본격적인 나노m(0.001마이크론)시대로 접어 들었다. 박씨의 원자현미경이 빛을 본 것은 남들보다 10여년 앞서 이같은 과학기술의 소형화 추세를 간파한 때문.박씨 자신도 『작은 것을 누가 먼저 잘 만들 수 있는가라는 점을 일찍 터득한 것이 신기술 개발의 열쇠였다』고 말한다. 원자현미경은 이제 1세대의 공학현미경과 2세대 전자현미경에 이어 3세대 현미경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광학현미경배율이 최고 수천배,전자현미경배율이 수십만배인데 비해 원자현미경은 수천만배에 이른다. 현재 이 차세대기술에 발을 들여 놓고 있는 기업은 일본의 세이코,독일의 차이스등 세계적으로 20여업체.그러나 기술은 그의 회사가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원자현미경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스탠퍼드대학 캘빈 퀘이트 교수(물리학)도 박씨의 기술력에 대해 『세계 최고』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박씨는 퀘이트교수의 이론에다 또 다른 첨단이론을 접목,아무도 따를 수 없는 「틈새 전략」으로 제품의 상용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자본금 4만달러로 가정집 차고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지난해 말 현재 주식평가액 2천만달러,연간 매출액 1천2백만달러의 중견기업으로 탈바꿈했다.자산가치만 5년새 5백배가 불어난 셈이다.그의 특허만도 14개다. 박씨는 『초기에는 자금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요즘은 원자현미경의 가능성을 확인한 모험투자가들이 경쟁적으로 투자를 제의해오는 바람에 이를 사양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실정』이라고 행복한 고민을 털어놓았다.그는 『사람도·기술도·생각도 하루가 다르게 새로워지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다』면서 『남이 거들떠 보지 않는 기술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창의적 아이디어 창출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 김동호 박사/표준과학연 분광연구그룹(과학기술의 젊은 주역들:2)

    ◎레이저 정밀 측정시스템 개발… 광소자 등 성능 분석 길이를 재는 도구는 대상물의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42.195㎞의 마라톤 코스는 자전거바퀴로 재고 1백m 육상코스는 줄자로 재며 더 짧은 길이들엔 마이크로 미터,현미경,일렉트론 빔등이 동원된다. 시간을 재는 것도 마찬가지다.밀리 세컨드(1천분의 1초),마이크로 세컨드(1백만분의 1초),나노 세컨드(1억분의 1초)보다 더 짧은 찰나인 팸토 세컨드(1천조분의 1초)는 어떻게 측정할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분광연구그룹 책임연구원 김동호 박사(39)는 레이저를 이용해 1천조분의 1초의 세계에 도전하고 있는 레이저 분광학자. 레이저는 단일파장의 빛만 발생시키고 세상에서 가장 짧은 펄스를 만들기 때문에 아주 빠른 현상을 포착하는 데는 최적의 도구이다.김박사는 직접 레이저를 만들고 측정시스템을 개발해 내면서 국내 유일의 레이저분광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김박사의 관심은 아주 빠르게 일어나는 현상을 측정해 초고속 광소자를 만드는 것을 도와주거나 그 현상을 보는 기술을 개발해 종래에는보지 못했던 것을 봄으로써 자연계의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이와같은 연구는 기초과학이면서도 응용분야가 매우 광범위한 특징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레이저분광학은 근래 각광을 받고 있는 반도체관련 광전부품 소자의 성능평가 시험분석을 가능케 한다.또 폴리머와 같은 새로운 소재의 성질을 규명하는 데도 이용된다. 지금 세계는 「분자 전자소자」 처럼 종래 무기재료가 담당했던 일들을 유기 고분자소자로 대체하려는 연구가 활발한데 이러한 소자의 기본 물리현상을 알려면 레이저분광학 연구가 유용한 것이다. 서울대 화학과,미국 워싱턴대 박사출신으로 프린스턴대 등에서 연구했던 김박사는 86년 귀국후 10년 동안 끈질기게 이 분야 연구 하나에만 매달리고 있다. 퇴근후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밤 8시30분 「저녁 출근」을 해 0시30분까지 연구실에 머무르는 것은 그의 오래된 습관이다.그동안 국제학계에 발표한 논문만도 1백편.그의 연구팀은 이제 외국학자들도 인정하는 수준에 올라 있다. 그는 또 연구를 하면서 개발했던 각종 측정기를 국내 업체에 기술이전해 계측기산업 육성에도 한몫을 했다.그가 만든 계측기는 흡수스펙트럼 분석기,단색화장치,광파장 스펙트럼 분석기,형광분석기,색측정기등 다섯가지나 된다. 『국가의 필요에 응하는건 정부출연연구소의 기본적 기능』이라며 보람을 느낀다는 김박사는 앞으로 『창조적 아이디어로 세계 학계에 영향을 줄수 있는 연구를 하는게 꿈』이라고 말한다.
  • 일 쓰쿠바 첨단센터(G7으로 가는 길:10)

    ◎정보·두뇌결집… 「제3의 창조」 촉발/1만5천여 연구인력 집중… 연구소끼리도 교류/“개량에 능하지만 독창성 없는 일본” 인식바꿔 도쿄로부터 북쪽으로 60㎞쯤 떨어진 이바라기현 쓰쿠바시에 자리잡은 쓰쿠바대학은 한겨울 찬바람속에서도 오고가는 학생과 차량으로 늘 북적댄다.학술연구도시로 세워진 쓰쿠바시에 터잡고 있는 국립연구소와 민간기업연구소등 각종 연구기관은 줄잡아 2백80여곳.세계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연구소들이 즐비하다.그 가운데서도 눈길을 끄는 곳은 쓰쿠바대학의 첨단학제영역연구센터(선단학제령역연구센터:TARA센터)다. 쓰쿠바시가 새롭고 쓰쿠바대학은 더 새롭지만 첨단학제영역연구센터는 가장 새롭다.쓰쿠바시가 건설되기 시작한 것이 19 64년이고,대학은 73년에 설립됐으며,첨단학제영역연구센터는 94년에야 문을 열었다.걸어온 길이 얼마 안되는 데도 이들이 세계의 눈길을 모으고 있는 까닭은 새로운 시도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시대의 요청에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쓰쿠바시는 63년 도쿄시의 과밀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기획됐다.그러나 베드타운으로 불리는 흔한 위성도시와는 달리 국립연구소를 이전시키고 민간기업 연구소를 대거 유치함으로써 학원연구도시로 육성한다는 참신한 아이디어였다.당시 일본정부는 소득배가정책을 내걸고 있었다.생산자를 중시하고 기술개발에 바탕을 둔 국가개발 전략이 채택됐다.쓰쿠바는 국가발전을 위한 과학기술개발의 본격화에 발맞춰 채택된 모델이었다. 쓰쿠바에는 우주항공·물리학·생물학·반도체·화학·농학·기계·미생물·지질학·전자공학·기상학·건축학·조선공학등 거의 모든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소가 집중돼 있다.특정분야의 연구단지 수준을 넘어 다양한 연구소를 집결시킨데 커다란 특징이 있다.뿐만 아니라 이바라기현은 공업단지(민간연구소유치지역)협의회를 조직해 연구소끼리 활발한 교류를 촉진시키고 있다.쓰쿠바는 한마디로 아이디어와 기술을 만들어내는 종합 공장이다. 쓰쿠바는 특히 지난 85년 국제과학기술박람회를 계기로 민간기업의 연구소들이 속속 유입,1만5천명 이상의 연구인력이 집중되면서 세계적인 과학기술의 메카로 비약하고 있다.최근 일본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연구소의 유치등을 통해 지역발전의 전기로 삼으려는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쓰쿠바가 성공을 거둔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성공의 요인에 대해 쓰쿠바시청 도시개발부 야마자키 신이치(산기진일) 부장은 『쓰쿠바는 정보·연구인력을 집중시켜 정보를 취득하기 쉽게 만든 것이 성공의 가장 커다란 요인이었다』고 말한다. 쓰쿠바대학의 첨단학제영역연구센터는 이러한 발상을 더욱 진전시킨 새로운 시도다.일본은 개선 개량에는 능하지만 기초적 독창적 연구에는 구미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TARA센터를 구상한 에사키 레오나(강기영어내) 학장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기초연구에서 얻게되는 맹아적 과학지식을 빨리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신기술로 확립해 이를 유효하게 이용해야 한다』고 TARA센터의 설립취지를 설명한다. TARA센터의 진면목은 연구 진행 방법,프로젝트의 선정등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이곳에서는 고정된 연구부문을두지 않는다.폭넓은 학술연구를 한 팀으로 묶어 하나의 프로젝트를 연구하게 만들고 있다.예를 들면 「동물에 있어서 생식세포형성기구」 프로젝트에는 생물학·약학·유전학등을 전공하는 여러 학자가 참여하고 있다.쓰쿠바대 교수만이 아니라 도쿄공업대학교수,니혼뎅키연구소 연구원,캐나다 맥길대 교수등 학문과 국적,소속기구의 다양한 조합으로 연구진을 구성하는 것이다. TARA센터에서 연구생활을 하고 있는 염재호고려대교수(행정학과)는 『학제간 연구가 의외로 효과적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있다』면서 『다양한 학문분야의 연구를 연결시키고 있는 TARA센터의 시도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말한다. 하나의 프로젝트에는 기본적으로 3년의 연구기간이 부여된다.연구비는 대학예산과 기업의 지원에 의존한다.연구프로젝트는 「최첨단성」「학제성」「창조성」을 기준으로 선정되고 있다.현재 「동물…형성기구」말고도 「신경계의 발생·분화와 세포사의 제어기구」「반도체 나노크리스탈의 광물성」「표면물질상의 창제와 원자스케일에서의 물성연구」「복수의 자율 로봇이 지적으로 협조행동을 해서 인간의 활동을 원조하는 시스템의 개발연구」등 「첨단성」이 충분히 느껴지는 19개 프로젝트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에사키학장은 정보와 연구브레인이 집적돼 있는 쓰쿠바시의 특성을 살리면 서로 다른 학문의 만남이 창조력을 촉발시킬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TARA센터의 사이토 히로시(재등호) 교수는 『인재자원 말고는 볼만한자원이 없는 일본으로서는 창조적 독창적 연구를 한층 강화해 나라 전체로서 과학기술을 진흥시켜야 한다』면서 『TARA는 새로운 연구 시스템을 구축해 독창적 연구를 진행시키기 위해 설립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어 『폐쇄사회인 대학의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경쟁원리와 엄격한 객관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특색을 설명했다. 일본은 과거 독창적인 기술,독창적인 연구가 빈약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아왔다.창의력에서 구미 선진국에 비해 뒤 떨어진다는 것이었다.일본은 외국유학경험이 전혀 없는 유가와 히데키(탕천수수)가 49년 「중간자론」으로 노벨물리학상을받는 등 물리학·지질학·공학·의학분야에서 적지않은 독창적 이론을 개척해 왔지만 전후 일본의 경제적 발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독창성이 빈약하다는 인상을 주어왔다.이에 대해 도호쿠대학의 니시무라학장은 『독창성이 빈약하다는 말은 20세기초까지 미국이 유럽으로부터 듣던 이야기였으나 미국은 그 뒤 이를 극복해 세계 일류국가가 됐다』고 상기시키고 『일본도 지금부터 창조성이 풍부한 연구와 기술개발에 나서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거품경제의 붕괴후 일본에서는 창조적인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데 국민적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TARA센터는 이러한 요구에 그 어느 곳보다 앞서 부응해 나가고 있는 곳이다. ◎전문가 인터뷰/쓰쿠바대 연구센터장 무라카미 가즈오 교수/재능·업적따라 평가 과학자도 「프로」돼야 『일본은 구미에 비해 노벨상 수상자가 적다.창의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94년 센터 출범 때부터 3년째 쓰쿠바대 첨단학제영역연구센터(TARA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무라카미 가즈오(촌상화웅) 교수의 지적이다. 「쓰쿠바 고혈압 마우스」와 「쓰쿠바 저혈압 마우스」를 만들어내 혈압연구에 돌파구를 연 응용생물화학 전공의 무라카미센터장은 『일본의 대학은 폐쇄적인 사회였다.연공서열이 중시됐다.일본에서는 노벨상을 탄 과학자나 평범한 교수의 처우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서 『연구자도 프로가 돼야 한다.프로 스포츠선수는 성적이 좋으면 연봉이 오르지만 성적이 떨어지면 연봉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던가 은퇴한다.과학연구자도 재능과 업적에 의해 평가돼야 한다.TARA센터도 「프로의 세계」가 되고자 한다』고 강조한다. ­TARA센터가 연구프로젝트를 선정할 때 창조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어떻게 창조성을 판단하는가. ▲어려운 질문이다.창조성이 높은 논문을 많이 발표한 학내외 저명교수들로 심사진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선정하게 하고 있다.그들은 프로젝트 신청자의 업적과 프로포절이 얼마나 창조적이고 매력적인지를 심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또 심사는 광범위하게,공개적으로 진행시킨다.누가 무슨 질문을 던져도 되도록 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가. ▲우리는 폐해사회라고 할 수 있는 대학에서의 단점을 타파하기 위해 외부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지난해 8월 중간평가 때도 외부인사로 평가단을 구성했었다.그결과 그동안의 연구성과에 대해 만족스런 평가를 받았다. ­TARA센터를 만들게 된 배경은. ▲일본대학은 전후 50년동안 변하지 않았다.일본 젊은이들에게 헝그리정신도 없어졌다.일본은 기초적 연구를 구미로부터 보다 일찍 수입해 공업제품을 만들어내는 데는 우수했다.창조적 결과를 낳는 데는 우수하지 못했다.이대로 가면 한국등 아시아국가들에 과학연구에 있어 앞지름을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무라카미 센터장은 아이디어와 정보를 어떻게 얻느냐는 질문에 논문 또는 컴퓨터통신망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의외로 『사람과의 대화』라면서 『과학은 낮의 과학도 있지만 밤의 과학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술 한잔 나누면서 갖는 대화에서 많은 것을 얻는다』라고 소탈하게 웃으며 답한다.
  • 삼성 「2세대 64MD램」 생산/세계시장 선점

    ◎크기 줄이고 정보처리속도 빨라져 삼성전자는 26일 칩크기를 줄이고 성능을 높인 「64메가 D램 2세대 제품」을 본격 출하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64메가 D램 2세대 제품은 94년말부터 선보인 1세대 제품의 칩크기(5백밀,1밀은 1천분의 1인치)보다 1백밀 더 줄이고 정보처리속도를 빠르게 했다.3.3v의 낮은 전압에서도 작동되며 정보접근속도가 50나노초(1나노초는 10억분의 1초)인 초고속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1세대 제품보다 크기가 작아져 생산성이 40% 이상 향상됐다』고 밝혔다.세계 반도체시장에 양산에 적합한 64메가 D램 2세대 제품을 내놓기는 삼성전자가 처음이다.삼성전자는 이 제품의 양산으로 4메가 D램과 16메가 D램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분야에서 3세대 연속 1위를 달릴 것으로 보인다. 64메가 D램은 주로 대용량의 메모리가 필요한 시스템의 메인메모리로 사용되나 앞으로 멀티미디어 기기와 고선명TV의 핵심부품으로도 쓰일 전망이다. 미국의 반도체전문연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의 발표에 따르면 64메가 D램은 올해 평균가격이 3백9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오는 98∼99년에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돼 연간 3백10억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 과학상 수상자 발표/수학분야­최재경 물리분야­임지순

    ◎화학분야­김명수 생명과학­김유삼 과학기술처는 4일 제5회 한국과학상 수상자 4명의 명단을 발표,수학분야에 포항공대 수학과 최재경(42)교수,물리분야에 서울대 물리학과 임지순(44)교수,화학분야에 서울대 화학과 김명수(47)교수,생명과학분야에 연세대 생화학과 김유삼(52)교수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수학분야 최재경 교수는 미분기하학 분야 곡면 등주 부등식을 증명한 세계적인 연구성과로,물리분야 임지순교수는 반도체 초격자의 전자구조를 규명한 고체물리 연구로 상을 받게 됐으며 화학분야 김명수교수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의 반응방향과 변화거동 측정에 대한 독창적 이론과 특수실험법을 개발한 공로로,생명과학 분야 김유삼교수는 질소고정과 관련된 새로운 효소를 발견해 농업기술 개발에 전기를 마련한 성과로 수상하게 됐다. 한국과학상은 우리나라 기초과학 연구에 크게 기여한 과학자에게 격년제로 시상되는 「한국의 노벨상」으로 수상자들에게는 대통령상장과 부상 5천만원이 각각 주어진다.시상식은 내년 1월중 열릴 예정이다. ◇한국 과학상 수상자 공적 ◎최재경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세계 수학계의 난제 「등주 부등식」 증명 『새로운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고 그 논문이 세계적인 저명학술지에 게재될때 연구자로서 조그만 기쁨을 느낍니다.연구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게 해준 학교측에 감사합니다』 수학분야 수상자 최재경교수(42·포항공대)는 77년 서울대 수학과를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 미분기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후 일관되게 등주 부등식을 연구해온 수학자. 등주부등식의 역사는 지금부터 2천8백만년전 고대 그리스시대로 올라간다.당시 카르타고로 망명하게 된 디도여왕에게 원주민들은 하나의 끈으로 둘러쌀수 있는 최대넓이의 땅을 주겠다고 제안했는데 이때 최대넓이는 정사각형이 아니라 원이라는 경험적 사실이 알려졌다. 최교수의 이번 수상논문 「비유클리드 공간속의 극소곡면의 등주부등식」은 모든 방향으로 굽어져 있는 비 유클리드공간 속에 있을때 디도여왕의 문제를 다룬 것으로 쌍곡적 비 유클리드 공간속에서 비누막이 아무리엉겨 있더라도 경계가 두개로 이뤄져 있다면 그 땅의 넓이는 쌍곡적 평면위에 있는 원의 넓이보다는 작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 수학계의 한 난제를 70년만에 해결한 것으로 평가된다. ◎임지순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반도체 초격자의 변화 「전자지도」 제시 『연구를 하느라 가족들에게 신경을 못썼는데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하고 싶습니다』 물리학분야 수상자로 선정된 임지순 교수(44·서울대)는 74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후 매사추세츠공대·벨연구소 박사후 과정,벨코아 상임연구원을 거치는 동안 한번도 선두주자 자리를 놓치지 않은 화려한 경력의 과학자. 수상논문 「반도체 초격자의 전자구조에 관한 이론적 연구」는 책을 번갈아 쌓아 놓은 것처럼 서로 다른 반도체를 층층이 쌓을때 원래의 반도체와는 달리 전혀 새로운 성질을 나타내게 되는 것을 양자역학에 기초해 예측한 이론이다. 반도체 초격자는 실리콘을 잇는 차세대 반도체소자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임교수는 갈륨비소와 알루미늄비소로 이뤄진 초격자의 두께에 따른 전자성질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연구,가장 특징적인 성격을 두께의 함수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지도를 제시했다.이 지도는 수많은 논문에 인용돼 이 방면 연구의 안내판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는 물리학적 방법으로 생물의 분자구조 변화를 설명하는 생물물리를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명수 서울대 화학과 교수/학계 쟁점인 이온 분해과정 이론정립 『원래 전공이 실험연구를 하는 분야라 장비확보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이온분해 반응론과 동력학」이라는 연구로 화학분야 수상자로 뽑힌 김명수 교수(47·서울대).김교수는 79년에 귀국해 87년에야 핵심장비인 질량분석기를 마련할수 있었다면서 아직도 많은 동료들이 이런 문제들로 고전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하지만 그는 이같은 애로점 덕분에 화학반응에서 확율이론처리라는 새로운 분야에 접근하게 됐다고 했다. 김교수는 먼저 우주공간에서 일어나는 분자나 원자의 빠른 반응을 연구하는 실험장치를 고안해 냈다.기존의실험적 방법은 1백만의 1초 영역에서 일어나는 변화만 측정가능했으나 그의 방법은 종전보다 1천배 정도나 빠른 나노초 시간영역까지 측정할수 있게 한 것. 그 결과 그동안 학계의 논란이 됐던 이온분해과정의 천이상태 이동 문제를 해결,이온분해 동역학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들로 인정을 받았다. 또 그가 실험에서 얻어진 결과를 이론적으로 해석해 기존의 이론이 아주 빠른 단분자반응 해석에도 적용 가능함을 최초로 입증한 확율 이론은 「킴스 시어리」라해 세계적으로 인용되고 있다. ◎김유삼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말론산의 생물학적 역할규명 첫 성공 『15년간 외롭게 한 연구에만 매달려 왔는데 이제 조금 목표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물 미생물 상호작용에 말론산 대사의 중요성」 연구로 생명과학 분야 수상자로 선정된 김유삼 교수(52·연세대)는 아무 지원도 없이 시작한 자신의 연구경력을 더듬으며 감회에 젖었다. 김교수가 연구한 말론산은 인체의 뇌와 콩과 식물에 들어있는 독성물질로 알려져 왔으나 구체적인 역할은 전혀 안알려졌던 물질.김교수는 콩과 식물의 뿌리세포와 질소고정 세균과의 공생관계에서 말론산이 어떤 역할을 하는 지를 연구하면서 말론산에는 적어도 세가지 다른 대사 과정이 있다는 것과 이과정에서 3종류 5개의 새로운 효소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는 또 식물세포가 이들 효소가 관여하는 대사과정을 이용해 공생세균이 고정한 암모니아를 이용한다는 「말론산 셔틀 시스템」 모델을 90년 최초로 발표,말론산의 생물학적 역할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이 결과는 세계적 저널에 12편의 논문으로 발표됐는데 『앞으로는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이를 농업생산에 이용하는게 꿈』이라고.김교수는 연세대 화학과 출신으로 워싱턴주립대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 목동 소각장 맹독성물질 과다 검출

    ◎「다이옥신」 설계기준치 7.8배 초과/과기원·기초과학연 공동조사 목동 쓰레기소각장의 배출가스에서 맹독성 물질인 다이옥신이 서울시 설계 기준치의 7.8배가 검출됐다. 서울시는 12일 목동 쓰레기소각장의 배출가스중 다이옥신량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기초과학지원연구소에 의뢰해 측정한 결과 지난 5월10∼16일 배출된 가스에서 서울시의 소각로 허용기준치인 ㎥당 0.5나노그램(ng)의 7.8배인 ㎥당 평균 3.9ng(1ng은 10억분의 1g)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독일의 허용기준치인 ㎥당 0.1ng의 39배,일본의 권장치인 ㎥당 0.5ng의 7.8배에 해당한다. 다이옥신은 쓰레기,나무,석탄,석유,담배 등의 연소과정과 화학물질 제조,종이류 표백때 발생하는 유기염소계의 맹독성물질이나 인체에 독성을 미치는 증거는 없다.그러나 체중 1㎏당 하루 1ng 이상 섭취하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미국 환경부는 보고 있다. 한편 내달 초 다이옥신 배출량을 다시 측정한 후 1차 측정 결과와 비교분석해 환경부 등 관계부처에 배출기준치 제정 등을 건의키로 했다.
  • 256메가 싱크로너스 D램/현대전자 세계 첫 개발

    ◎정보처리속도 256MD램의 2배 2백56메가 싱크로너스(동기식) D램이 세계에서 최초로 현대전자에 의해 개발됐다. 현대전자는 11일 칩 하나에 영자신문 2천장 분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고 기존의 비동기방식 2백56메가 D램보다 정보처리속도가 2배이상 빠른 2백56메가 싱크로너스 D램의 엔지니어링 샘플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엔지니어링 샘플은 2억5천6백만개의 셀이 설계 회로대로 완전히 작동하는 제품이다. 이로써 지난해 삼성전자의 2백56메가 D램 개발에 이어 이번 현대전자의 2백56메가 싱크로너스 D램의 세계 최초 개발로 D램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다.현대측은 2백56메가 싱크로너스 D램이 오는 98년 이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싱크로너스 D램은 정보의 전달에 따른 병목현상이 없고 대용량의 정보를 한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반도체 칩으로 앞으로 세계 메모리 시장의 주력제품으로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또 싱크로너스 D램은 기존의 표준 D램에 비해 개당 가격이 30∼50% 비싸 경제성도 높다. 이 제품은 칩크기가 3백23㎟이며 정보처리속도는 6나노초(1나노초는 10억분의 1초)로 0.25미크론(1미크론은 1백만분의 1m)의 최소선폭 가공기술을 사용했고 64메가 D램급보다 단순화한 제조공정으로 조기 양산화가 기대된다.
  •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영화탄생 100년/감동의 명화)

    ◎「모든 것은 신의 은총」 라스트신 압권/박진감 넘치는 소설기법을 영상화한 걸작 이 작품은 1936년에 소설로 발표된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대표작을 로베르 브레송 감독이 각색하고 연출한 영화다.그는 철저하고 엄격한 연출력으로 영화예술의 자유로운 표현기법을 보여줌으로써 프랑스가 낳은 세계 최고의 지성적인 감독으로 부각되었다. 영화는 앙브리쿠르의 본당신부가 쓴 일기장이 펼쳐지면서 내레이션으로 시작되어 펼쳐졌던 일기장이 덮이면서 끝이 난다.현대사회의 모든 악과 싸우다 젊은 나이에 위암으로 죽게되는 앙브리쿠르의 본당신부는 현대인의 마음을 파고드는 권태와 겉으로는 건전한 생활을 하는 듯한 교구 사람들속에 웅크리고 있는 방황,증오,교만,반항등의 악과 싸우게 된다.이러한 악은 더욱 파급돼 어린이들의 순진무구한 영혼까지도 타락시키며 결국 그들로 하여금 앙브리쿠르의 본당신부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한다.앙브리쿠르의 본당신부는 이 싸움을 하는데 있어 상관들의 비난과 백작가의 반발,소녀들의 깜찍스런 음모 같은 것들에 의해 곤경을 겪는다.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는 것은 투박한듯 하면서도 사물에 대한 정확한 직관력을 가진 토르씨의 늙은 신부뿐이다. 이와 같은 곤경에 빠진 환경속에서도 앙브리쿠르 신부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사랑을 잃고 신에 대한 증오심으로만 가득찬 백작부인의 희망과 사랑을 되찾고,신부를 골탕먹이려고 음모를 꾸민 소녀 세라피타가 어느 날 언덕위에 위암의 고통으로 탈진해 쓰러져 있는 신부를 구원해주게 되며,백작의 딸 상탈도 신의 은총을 받게 된다. 브레송은 원작자인 조르주 베르나노스가 구사한 방대한 구성과 박진감 넘치는 소설기법을 그의 까다로운 카메라 서술법으로 재구성했다.브레송은 앙브리쿠르 신부의 심리현상을 초현실적인 영상기법을 사용해 추상적으로 만들어서 그의 운명과 싸우는 인물들의 내적 시간의 흐름을 우리에게 직접 느끼게 해준다. 앙브리쿠르 신부의 핏기 없고 무표정한 얼굴의 큰 화면은 우리에게 죽음을 동시에 암시한다.백작아들의 죽음,백작부인의 죽음,델방드 의사의 자살,마지막에는 신부의 죽음이 있다.그리하여 이 무표정한 얼굴들과 신의 불투명한 존재는 브레송의 작품을 진정한 비극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 영화에서 격렬한 싸움을 벌였던 선과 악의 대결에서 선이 승리를 거두지만 거기에는 악의 본질적인 약점이 있다.증오로 표시되는 본질적인 악도 신의 사랑에까지 승화할 수 있는 순수한 인간의 사랑(파스칼적인)앞에서는 역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다.그러나 제아무리 강한 이 사랑의 힘도 「은총」으로 순화되기 전에는 절대적인 힘이 될 수 없을 것이다.죽어가는 마지막 순간에 앙브리쿠르 신부가 말한 『모든 것이 은총이다』라는 말은 나자신 내면의 소리로 다가온다.『모든 것이 신의 은총이다』
  • 집단 민원(6·27 선거풍토 점검:2)

    ◎표를 인질로… 「직능 이기주의」 곳곳서 표출/사회직서·법 무시하는 억지요구 많아/표의식한 정당의 “무조건수용”도 문제/미비한 법령·제도 정비… 민원발생 소지 막아야 요즘 민자당 민원실에는 약사관련단체로 부터 거의 매일 팩시밀리를 통한 「선언문」등이 날아든다. 「민자당에 실망하고 민자당을 떠나노라」「갈팡질팡 보사행정을 규탄한다」 처럼 자극적 제목이 달린 이 문건은 번번이 약사의 숫자가 몇명이며 지역사회에서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한마디로 「약사들을 가벼이 보면 안된다」는 경고다. 이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쪽으로 약사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한다.그리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6·27 지방선거에서 본때를 보여주겠다」「내년 총선에서는 우리들이 지지하는 새로운 정당을 찾아가겠다」고 끝을 맺는다. 그런가하면 약사들과 대립하고 있는 한의사관련단체도 끈질기게 민원실의 문을 두드린다.약사들과 한의약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보건복지부 안에 한의약 업무를 다루는 부서가 없기 때문이라며 「한의약국을 신설하라」,병역문제에 있어 한의사들이 양의사들에 비해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군의관의 한의사 비율을 높이라」고 주장한다.이들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한 의원은 민원실에 들를 때마다 가슴이 섬뜩해진다고 고백했다.국회의원은 표를 먹고사는데 지역사회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약사나 한의사들이 집단으로 등을 돌리겠다고 하니 겁먹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세과시는 가히 위협적이지만 그나마 부드럽게 봐줄 수 있다.집단민원은 으레 정부기관이나 정당 당사앞에서의 집단시위를 동반하는 것이 상례여서 더욱 문제가 아닐수 없다.사회질서나 법은 무시된채 목소리 큰자가 제일인 모양새가 되는 셈이다. 선거를 앞둔 집단민원은 이처럼 여·야당과 국회의원들이 표에 약한 선거철이라는 아쉬운 때를 파고든다.최근 여·야당 민원실에 몰려든 집단민원은 이같은 선거철을 겨냥한 것들이 많다. 건축사들은 「건축공사에 대한 감리권을 그대로 건축사들이 갖고 있게 해 달라」는 민원을 내놓았다.최근 감리권이건설회사로 넘어가고 있는데 이를 막아달라는 것이다.건축공사의 부실이 건축사의 「눈감은 감리」에 따른 것이라는 사회적 여론에 따라 취해진 조치인데도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이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고엽제피해자단체는 「피해의증」환자들에게도 국가가 피해보상을 해주고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한다.고엽제피해의증이란 고엽제피해로 「의심되는」증상을 지닌 환자들을 일컫는다. 이들에 대해서는 이미 정부가 피해여부를 정밀확인한 뒤 보상해주기로 결정해 놓고 있는 상태다.그럼에도 이들은 월남전 당시 박정희대통령과 존슨 미국 대통령간의 「브라운각서」를 공개하고 월남전때 미측으로 부터 받은것과 자신들이 지급받은 임금의 차액을 보상하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장로교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계는 「국립공원 안에 기도원을 증·개축할 수 있도록 공원법을 개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같은 지역안의 사찰은 증·개축이 되는데 기도원에 대해서만 막고 있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사찰은 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증·개축이가능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종교차별로 몰아붙여 교세를 배경으로 정치권의 목을 조이자는 전략이다. 민자당 민원실의 한 직원은 『내용을 들어보면 해결을 안해주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처럼 협박을 가해오는 민원일수록 이치와 사리에 닿지 않는 것이 많다』면서 『그렇더라도 정당의 특성상 최대한 해결이 되도록 노력할 수 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정당이 사서 불러일으키는 집단민원도 있다.각종 선거에서 내놓은 갖가지 공약 때문이다. 택시회사들과 노조들은 「회사택시에 부과되는 10%의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달라」는 민원을 내놓고 있다.14대 대통령선거 공약사항이니 지방선거 전까지 이행하라는 것이다.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는 9일 대대적인 집회를 열어 정치적 입장을 밝히겠다는 엄포를 놓은 상태다. 민자당은 물론 들어주자는 쪽이다.선거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중요한 집단의 하나가 택시기사들인데다 대통령 공약사항이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경제원은 난색을 표한다.이를 받아들이면 1천4백억원 가까운 세입손실이 일어나는데다 비슷한 요구를 하는 고속버스및 사료 업체들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게 돼 세수결함은 총 4천8백억원이나 된다는 얘기다. 민자당은 그래도 밀어붙일 기세다.그러나 이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이번에는 「선거용 선심행정」이라는 여론의 비판이 걱정거리로 등장할 것이다. 최근 덕산 부도사태로 피해를 입은 전남·광주지역 아파트 입주예정자 대책 마련 과정은 정당과 집단민원 사이의 상관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입주예정자들은 덕산 부도로 이미 불입한 중도금까지 날리게 될 위기에 처하자 1천5백여명이 한꺼번에 민자당에 입당했다.집단민원을 제기하는 새로운 양상인 셈이다.민자당은 결국 지난 3일 당정회의를 거쳤다는 설명과 함께 광주시가 주체가 되어 공사를 정상화시키고 광주시가 떠안은 이자부담액의 70%를 국고로 보조키로 한다는 형평성 문제가 일어날 소지가 있는 해결방안을 내놓았다.우선 재정경제원이 『50% 이상은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하던중 당이 기자회견을 통해 해결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리자 재경원차관이 회견장에 나오지 않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종합해볼 때 선거철 집단민원의 문제점은 크게 두군데로 초점이 모아진다.하나는 표를 무기로 정당을 압박해 뜻을 관철시키려는 이익집단의 억지성 요구,다른 하나는 정치적 상황의 단기적 호전을 노리고 상궤에서 벗어나는 정당의 정책결정 방향이다. 민자당의 김석균 민원부국장은 이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미비한 법령과 제도의 정비가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집단민원 가운데는 상가의 권리금 문제등 제도 미비로 발생하는 것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먼저 사회전반에 걸쳐 『억울하다』는 말이 나올 수 없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다음은 유권자들의 의식개선이다.특정지역이나 이익집단의 억지요구를 들어주는 정당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의 많은 유권자들이 표를 주지말아야 한다는 것이다.그 집단이 아무리 영향력이 커도 나머지 유권자 대다수가 표를 주지않으면 정당이 이익집단의 억지민원을 수용할 리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정당의 행태는 유권자의 행태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 초정밀 측정 가능/X선 간선계 개발/표준과학연 엄천일 박사팀

    ◎10억분의 1m이하 길이 잰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엄천일박사팀은 29일 초정밀 측정용 X선 간섭계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엑스선 간섭계는 실리콘 단결정으로부터 일어나는 연속적인 회절현상의 결가로 엑스선 간섭신호를 얻도록 고안된 장치이다.가시광선 영역의 간섭계는 여러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지만 이러한 간섭계를 엑스선과 같이 짧은 파장 영역에서 구현하는데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이는 엑스선의 굴절률이 1보다 작기 때문에 엑스선용 렌즈를 제작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옹스트롬(1백억분의 1m)영역의 위치변화를 제어하려면 아주 높은 시스템의 안정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엄박사팀은 이같은 문제점 해결을 위해 고순도의 실리콘 단결정으로부터 회절을 이용해 엑스선의 경로를 변경시키고 또 간섭계를 구서러부분들을 한 몸체의 실리콘 결정으로 제작함으로써 상대적인 위치변화를 최소화 하는데 성공했다. 엑스선 간섭계는 나노미터(10억분의 1m) 또는 그 이하 영역의 길이를 측정하는데 중요한 기기로 인정받아 선진각국에서 연구가활발하다.엄박사팀은 이번 간섭계 개발을 통해 약 2옹스트롬의 주기를 갖는 엑스선 간섭신호를 검출,향후 초정밀 측정 능력보유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됐다.
  • 16M 싱크로너스 D램/자체기술로 샘플 생산/현대전자

    ◎세계 최고속… 내년 본격생산/현대전자 현대전자는 21일 순수 자체기술로 개발한 16메가 싱크로너스 D램의 상업용 샘플을 선보였다.내년부터 본격 생산한다. 현대전자는 『싱크로너스 D램의 작동 속도는 6나노초(1나노초는 10억분의 1초)로,이 분야 선두 개발업체인 일본 NEC제품(8나노초)보다 뛰어나다』며 『지금까지 발표된 싱크로너스 D램 중 가장 속도가 빠르다』고 밝혔다. 싱크로너스 D램은 고속 마이크로 프로세서나,멀티미디어용 칩과 병행해서 사용되는 고속 메모리 반도체이다.1초에 한글 1억6천5백만자를 전송할 수 있다.칩안에 2개의 독립적인 D램 반도체를 삽입,충전시간을 없애고 처리시간을 줄여 고속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 제품은 내년부터 사용이 크게 늘어 오는 96년에는 전체 16메가 D램 시장의 20%,97년에는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차세대 첨단메모리 반도체/「1M 싱크로너스 S램」 개발

    ◎현대전자,내년부터 양산계획 저전압에서 작동하는 2세대형 「1메가 싱크로너스 S램」이 국내에서도 개발됐다.이 S램은 16메가 D램급의 고난도 반도체 기술을 사용한 제품으로,컴퓨터와 통신제품 등에 쓰이는 차세대 첨단 메모리반도체이다. 현대전자는 24일 국내에서 처음 1메가 싱크로너스 S램을 개발,내년부터 대량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 제품은 3.3V의 낮은 전압에서 동작이 가능하다.4나노초(1나노초는 10억분의 1초)속도의 초고속 반도체로 최대 소비 전류량 1백50㎃(밀리 암페어)이하에서 사용하기에 알맞다.
  • 삼성 개발 256MD램/메모리 분야 세계 최고 입증

    ◎시제품 성공… 98년부터 상용화/손톱크기 칩에 16만자 저장 가능 최첨단 반도체인 2백56메가 D램이 국내 기술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한국의 메모리 분야 반도체 기술이 세계 최고임이 입증된 셈이다. 삼성전자(대표 김광호)는 29일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2백56 메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풀리 워킹 다이(Fully Working Die,완전한 시험용 제품)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2년6개월 동안 1천2백억원을 들여 개발한 이 제품은 2억7천만개의 셀(단위 소자)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샘플로,아직까지 일본을 비롯한 선진 반도체 업계도 개발하지 못한 것이다. 2백56메가 D램은 2백자 원고지 8만장,신문 2천쪽,단행본 40권 분량의 정보를 손톱 크기의 칩에 저장할 수 있는 초고집적 메모리이다.컴퓨터 및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의 주 기억장치에 주로 사용되며,향후 멀티미디어 제품과 HD(고화질) TV에도 응용할 수 있는 「차세대 전자산업의 쌀」로 알려져 있다. 삼성은 초전압 구동 설계기술을 적용함으로써 2·2∼2·4V의 저전력화를 실현하고,양산에 이용할 수 있는 공정기술을 채택해 차세대 전자제품에 쉽게 쓸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처리 속도는 40나노초(나노는 10억분의1). 김광호 사장은 『2백56메가 D램은 오는 98년쯤부터 상용화가 시작돼 2000년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제품 하나로 현 반도체 수출(올해 추정 1백억달러)의 2배 이상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제품과 관련,삼성은 이미 1백29건의 특허를 국내에,49건은 미국 등 해외에 출원을 완료한 상태여서 선진국의 특허 및 덤핑 공세에도 유리하게 대응할 수 있다. ◎삼성,256MD램 개발 의미/반도체,미·일 완전추월 개가/양산초기 부가가치 ㎏당 금의 약15배/2천년초 주력제품… 유리한 고지 선점 반도체의 개발은 통상 설계,워킹 다이(시험용 제품),엔지니어링 샘플,시제품 및 양산의 5단계로 이뤄진다.삼성전자가 개발한 2백56 메가 D램은 2단계인 워킹 다이이다.일견 5분의 2 정도의 진척도인 것 같지만,사실은 전부라 할 수 있다.워킹 다이 이후는 상용화를 위한「다듬기」에 불과하다. 지난 92년 개발에 착수,지난 4월 설계에 성공한 삼성은 4개월 뒤인 지난 18일 워킹 다이를 확보했다.그러나 단위 소자(CELL)의 완벽한 리페어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계속,지난 26일 완전한 샘플을 얻었다. 이건희 회장은 이 날 사저인 승지원에서 사장단을 모아 시험가동을 했으며,27일에는 청와대에도 보고했다.지난 73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20여년만에 선진국을 완전 제친 것이다. 84년 초 일본과 미국보다 4년 늦게 64K D램을 개발했고,86년의 1메가 D램에서는 일본과의 격차를 2년으로 줄였으며 92년의 64메가 D램부터 일본을 앞질렀다. 2백56 메가 D램의 집적도는 삼성이 최초 개발한 64K D램의 4천배가 넘는다.부가가치에서 이 제품 1㎏은 양산 초기 약 20만달러로,㎏당 1만3천달러인 금보다 약 15배 정도나 비싸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지난 해 8백60억달러에서 올해에는 1천억달러,97년 1천4백억달러,98년 1천6백억달러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현재 4메가 D램이 전성기이고,16메가 D램이 시장 진입기에 있어 2백56 메가 D램은 오는 2000년 초기의 주력제품이 될 전망이다.2000년대에도 메모리 분야의 정상을 확고하게 지킬 수 있다는 얘기이다. 삼성은 96년 64메가 D램의 양산에 이어 곧 개시될 2백56 메가 D램의 양산 설비에 소요되는 막대한 투자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2백56 메가 라인을 조기에 구축할 생각이다.이 라인에서 64메가 제품을 먼저 생산할 계획이라 경쟁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양산까지는 다소의 시간이 걸리며,비용도 16메가의 3∼4배에 달하는 30억∼40억달러가 소요되리라는 것이 삼성의 설명이다.
  • 그라나다/알함브라 궁전(아랍서 지중해까지:11)

    ◎스페인 최후의 이슬람궁… 신비 가득/나자리왕조가 13∼14세기 건설… 빼어난 건축술­정교한 세공에 숨막혀 그라나다의 구시가 산타 안나 교회앞에는 세 갈래의 길이 있었다. 『알함브라?』 그러자 수염이 텁수룩한 신부님이 긴 소매 속에서 나온 창백한 손으로 언덕길을 가리켰다.세월과 사람들의 발걸음에 닦이어 빤질빤질 윤이 나는 언덕길에서 흘러내리는 빛의 물살이 다리를 휘청거리게 했다.어디서 어떻게 모습을 드러낼지 모르는 알함브라의 신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옛날 집들은 지난날의 비밀을 삼킨 채 그 작은 창문들을 조가비처럼 닫고 있었다.오!벽이 익혀온 시간의 열매들이여. 1층의 연쇄상점들 앞을 지나노라니 캐스터네츠소리가 따다따다 귀를 즐겁게 했고,어둠침침한 어느 상점 안에서는 집시풍의 옷을 입은 여인이 부채로 일으킨 바람을 깊숙이 팬 앞가슴 사이로 밀어넣고 있었다. 휘어진 언덕길 끝에 울창한 삼나무숲 사이로 뚫린 또다른 길이 포개질 듯 기다리고 있었다.서늘한 바람이 계곡속에 숨어 있는 여울물소리를 실어왔다.그 소리가 구르는 듯한 기타 선율로 바뀌면서 알함브라의 슬픈 역사에 젖어들게 했다. ○이사벨여왕에 패퇴 알함브라는 「붉다」는 뜻으로 그라나다 동쪽 언덕에 위치한 무어족의 귀족행정도시의 이름이었다고 한다.13세기에 나자리왕조의 시조인 알 아마르가 자신의 왕궁을 그곳에 지음으로써 그것이 찬란한 알함브라역사의 시초가 되었다.주건물의 대부분은 요세프1세(1353∼1391년)와 그의 아들 모하메드 5세시대에 지어졌고,부분장식들은 레콩키스타(7세기부터 이베리아반도에 유입해온 회교도들이 점거하고 있던 국토를 기독교도들이 되찾기 시작한 운동)의 폭풍에 휘말리면서도 계속되었다.미구에 떠나야 할 것을 예감했기에 왕들은 자신들의 자취로서 아름다움을 그 땅에 영원히 심으려 했다. 이사벨여왕과의 싸움에서 패한 최후의 왕 보아부달은 왕궁을 떠나 시에라네바다의 험준한 고갯길에서 궁전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한편 이 왕궁을 접수한 기독교도들은 그곳을 예배당으로 활용하는 한편 이사벨여왕의 손자인 카를로스5세는 궁전안에 르네상스양식의 또다른 궁전을 건축했다.이를 두고 그라나다 출신의 명상시인 가르시아 로르카는 「알함브라궁전은 자신의 내부에 카를로스5세가 있음을 느끼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사가 가파라질수록 길은 삼나무숲 깊숙이 파고드는 듯 하더니 갑자기 하늘이 파랗게 열리는 곳에 붉은 성벽과 「심판의 문」이 우뚝 솟아 있었다.말발굽모양의 아치에는 코란 5계명을 나타내는 손가락이 조각되어 있었다. 알히베스광장에 쏟아져내리는 햇빛은 눈부시다 못해 얼어붙는 듯 소름이 끼쳤다.짙은 나무그림자에 돌바닥이 검게 패어 있었다.검은 고양이 한마리가 제 몸보다 더 검은 그림자를 끌고 카를로스5세 궁전 담밑을 따라 모퉁이로 사라졌다. 성채·왕궁·정원·여름별장으로 분리해서 파는 입장권 4장을 샀다.그리고 먼저 궁전의 심장부로 들어가는 첫관문인 메사르홀로 들어섰다.이곳은 기독교도들이 접수한 뒤 예배당으로 활용되면서 기독교식 건축물로 개조되어 본래의 모습이 많이 파괴되었으나 아랍식 문양이 정교하게 세공된 대들보만으로도 그 빼어난 솜씨에 도취되기에 충분했다. 왼쪽의 아치문을 지나 아리야네스(천인화)중정으로 들어갔다.장방형의 긴 못이 중앙에 있는 안달루시안 아랍식 안뜰.속세와 차단된 묵중하고도 투명한 정적이 감돈다.하늘·도금양나무·뜰을 둘러싼 건물의 아치문과 기둥들이 수조의 조용한 물속에 잠겨 행복하고도 덧없는 꿈에 취해 있다.빛과 그늘까지도 그 행복한 꿈에 녹아들어 있다.무엇이 이 꿈꾸는 물의 성채를 침범할 수 있을까.문은 모두 열려 있으나 들어갈 방법을 알지 못하는 세계. ○중앙엔 사자상 분수 왕의 접견실인 대사의 방과 코마레스탑에서 라이온궁전으로 발길을 옮기노라니 등뒤에서 어떤 문이 닫히는 느낌이었다.마치 누군가 되돌아갈 길을 막아버리는 것 같았다. 촛대처럼 가느다란 1백24개의 대리석 기둥들이 떠받치고 있는 장방형 회랑으로 들어섰다.햇빛이 눈을 시리게 하는 뜰의 중앙에 열두마리의 사자에게 둘러싸인 하얀 대리석 분수에서 물줄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이곳은 오직 왕 한사람만 드나들 수 있는 하렘이었다.건물 2층에는왕의 후궁들이 거처했다. 그 옛날 왕족인 아벤세라헤스가문의 한 남자가 하렘의 여자에게 접근한 것이 발각되어 목이 잘린 뒤 그 목이 방의 중앙 분수대 위에 놓여져 목에서 흘러내린 피가 사자의 분수대까지 흘러왔다고 한다. 회랑천장의 정치한 세공으로부터 간신히 눈길을 돌려 자매의 방에 들어섰을 때였다.숨이 턱 막히는 현란한 아름다움 속에 깊숙이 갇혀버리는 것 같았다.벽을 따라 천장까지 미끄러져 올라간 눈길 끝에는 신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사실 난 이러한 아름다움과의 대면을 두려워해왔다.릴케의 「비가」 중에는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가까스로 견딜 수 있는 무서움의 시작에 불과하므로/우리가 아름다움을 그토록 찬미함은 파멸하리만큼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하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파르탈정원을 뒤로 하고 처녀의 탑 앞에 이르른 나는 더이상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었다.회랑에 놓여 있는 의자에 주저앉았다.마음 깊은 곳에 상처를 입은 것 같았다.여기 이 자리에서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들으며 생을 마감해도 좋으련만…나에게 있어 알함브라와의 만남은 깊은 상처로 남겨졌다.호텔로 터덜터덜 돌아가 다시 너절한 일상과 마주할 일이 버겁기만 했다. 5월3일,지도조차도 던져버리고 혼자서 호텔을 나섰다.알함브라궁전의 코마레스탑에서 바라본 건너편 산기슭의 하얀 동네를 찾아갈 참이었다.그곳은 아랍인 거주지역으로서 길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이방인은 길을 잃기가 십상이라고 한다.일을 저질러보려는 내게 그 미로는 너무나 매혹적인 구실이었다. 택시는 나를 산 니콜라광장에 내려놓고 돌아갔다.조약돌이 다닥다닥 박혀 있는 뜰의 돌벤치에 앉아 관광기념품을 팔고 있는 집시아주머니가 캐스터네츠를 치며 다가왔다.그녀에게서 캐스터네츠 치는 법을 10분쯤 배우고 나서 하나를 샀다. 광장에서 건너다 보이는 알함브라궁전의 전경이 슬프도록 아름다웠다.시에라 네바다산의 눈 덮인 흰 능선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궁전을 감싸고 있었다.서양남자가 광장 한켠에서 이젤을 세워놓고 그 전경을 화폭에 담고 있었다.축대를 걸터듬고 앉아 알함브라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한시간 남짓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친듯이 미로 헤매 니콜라교회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간 곳에 카르멘이라는 정원을 가진 고급저택이 있었다.우체통구멍으로 들여다본 그 집의 파티오엔 핏빛처럼 붉은 칸나꽃이 가득했다. 벽과 벽 사이의 좁은 미로에서 아랍인의 혼이 스며나와 내 손을 잡아끄는 듯했다.이곳의 옛주민들은 레콩키스타로 그라나다가 기독교인들에게 함락되었을 때 최후까지 저항하여 흰 벽과 돌길이 붉은 피로 물들었다고 한다. 방향을 알 수 없을만큼 미로 깊숙이 들어온 듯했다.혼자뿐인 길 위에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려왔다.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다보았다.흑단처럼 검은 머리를 반듯하게 빗어넘기고 검은 진바지에 흰 티셔츠 차림의 여성이 저만큼서 걸어오고 있었다.무심히 바라본 그녀가 지난밤 넵튠이라는 극장식 타블라오에서 만난 플라멩코 무희라는 것을 알아본 순간,나는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여러 무희들 중에서 오직 그녀만이 나를 사로잡았다.그녀의 춤에서는 격정과 비애가 동시에 교차하고 있었다.폭발하듯 솟구치는가 하면 검으로 자르듯 끊어지며 다시 폭발하고… 어느 순간 나는 저 춤속에 빠져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그것이 그라나다에서 경험한 두번째 마음의 죽음이었다. 그녀가 내 앞에까지 걸어왔다. 『잠깐,당신은 무용수지요』 그녀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어저께 당신의 춤을 봤어요.나는 플라멩코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깊이 매혹됐어요.특히 당신의 춤에』 『고맙습니다』 그뿐 우리는 더이상 할 말이 없었다.그녀를 붙잡는 대신 나는 다른 미로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얼마쯤 가노라니 마음이 미어지는 듯 아팠다.몸을 돌이켜 다시 그 장소로 달려가보았으나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사방으로 뚫려 있는 미로 가득히 닫혀 있는 문들뿐이었다.미친듯이 미로를 헤매었으나 나는 어느 문을 두드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눈을 가린 채 손을 맡기고 어디론가 따라가던중 갑자기 손을 놓아버린 것이다.왜 그랬을까.하지만 여행이 끝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그녀를 찾고 있다.그녀의 이름은 스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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