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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철 냉방병을 예방하는 4가지 노하우

    여름철 냉방병을 예방하는 4가지 노하우

    1. 냉방병이란? 에어컨의 등장으로 여름을 한결 쾌적하게 보낼 수 있게는 됐지만 이러한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는 데에는 댓가가 따르기 마련인가 보다. 이 ‘냉방병’이란 새로운 질병은 에어컨 수요의 증가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냉방병은 의학적으로 명확히 정의된 용어가 아니라 에어컨 사용으로 바깥 온도와 실내 온도 차이가 커지게 됨으로 인해 급격한 온도 조절을 해야 하는 체내 자율신경이 일시적으로 부조화가 온 상태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증상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2. 냉방병의 증상? 냉방병의 증상에는 피로, 권태감, 두통, 어지럼증, 흉부 압박감, 소화불량, 요통 등이 있다.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이 오기도 한다. 또한 냉방장치로 완벽히 밀폐된 사무실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는 사람들 중에는 두통, 피부 건조, 눈과 코, 목구멍의 자극증상, 코막힘, 정신이 멍한 상태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환기 부족으로 건물 내 유해 물질이 축적되어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이른바 ‘빌딩증후군’이라고 하여 이 역시 냉방병의 일종이다. 냉방시설이 잘된 빌딩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여름 내내 감기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냉방병(빌딩증후군) 가능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 증상은 사무실에 들어가면 심해지고 사무실에서 나오면 다시 좋아진다. 또 장시간 핸들을 잡아야 하는 운전자, 어린이, 노인, 만성 질환자들도 냉방병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이다. 3. 냉방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1) 대개 실내외 온도차가 5℃ 이상일 때 냉방병에 걸리기 쉬우므로 무더운 날씨라 하더라도 에어컨을 지나치게 낮은 온도로 틀어놓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에어컨을 사용할 때는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인 26~28℃를 유지하도록 한다. 2) 일반인들의 출입이 잦은 은행이나 백화점 등에서는 고객에 대한 편의제공 면에서 과도한 냉방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잠시 다녀가는 사람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을지 모르나 건물 내에서 계속 일해야 하는 직원들에게는 냉방병 발생 위험이 높다. 따라서 에어컨을 하루종일 틀어놓는 실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긴소매로 된 얇은 옷을 걸쳐입는 것이 좋다. 3) 지나친 음주와 흡연을 삼가고 과로를 피하도록 해야 한다. 아침식사는 거르지 않도록 하고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을 많이 섭취하며, 근무시간 중에는 따뜻한 물이나 차를 자주 마셔 수분 보충을 충분히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또 냉방을 하면 온도가 내려가면서 실내 수분이 응결돼 습도가 낮아지게 된다. 에어컨을 연속으로 1시간 가동하면 실내습도는 30~40%까지 떨어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호흡기 점막이 마르고 저항력이 약해져 여름감기 등 각종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 따라서 에어컨을 오랜시간 작동시키는 것은 피해야 하며, 1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실내공기를 바꿔 주어야 한다. 4. 대형건물의 냉방기 사용이 급증할 때 레지오넬라균 오염 여부를 철저히 확인한다. 레지오넬라균이란 무엇인가? 레지오넬라는 레지오넬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이다. 물이나 토양에서 분리되는데 특히 냉방장치를 위한 냉각탑수가 이 균에 오염될 경우 집단 발병의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5.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임상적, 역학적으로 뚜렷히 구분되는 2가지 급성 질환을 보일 수 있다. 1) 레지오넬라병(향군병) 이 질환은 1976년 미국 재향군인 모임에서 집단 발생하여 후에 원인 균이 발견된 후 이름을 레지오넬라균이라 붙였는데 이는 재향군인이라는 뜻인 leginnaire라는 단어에서 따온 이름이다. 2) 폰티악열 1968년 미국 미시간주의 폰티악 보건소에서 어떤 질병이 집단 발병하여 환자들의 혈청을 얼려서 보관해오다가 나중에 검사해보니 향군병 유행에서 분리된 균과 같은 균임이 확인됐다. 폐렴이 주로 나타나는 향군병과 다른 양상을 보여 폰티악 열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증상은 2개 병 모두 발병 초기에 식욕부진, 근육통, 무력감으로 시작되어 하루 이내에 고열과 오한이 나타난다. 마른 기침을 하고 설사나 복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면역성이 약한 사람들은 폐렴 소견을 보이고 심한 경우 호흡부전으로 간다. 하지만 비교적 건강한 사람들은 폐렴으로 가지 않고 1주일 이내에 회복된다. 6. 예방조치는? 냉각탑수나 물탱크의 소독을 철저히 하고 청결하도록 유지하는 것 이외에 관리방법은 없다. 또한 에어컨 필터에 기생하는 세균이 각종 호흡기질환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필터에 끼인 먼지를 2주일에 한번 정도 청소해주어야 한다. (도움말=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 사진=삼성전자) 서울신문NTN 이여영 기자 yiyoyo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美 중고차보상제 車업계 살리나

    美 중고차보상제 車업계 살리나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자동차업계가 되살아나나? 미국의 3대 자동차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지 않은 포드자동차의 7월 자동차 판매가 2년 만에 처음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의 판매 담당 애널리스트인 조지 파이퍼스는 7월 판매가 2007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증가세를 기록했으며, 이는 미국시장의 6대 자동차회사 중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미 언론들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이퍼스는 포드가 7월 판매실적이 좋아지고 있었던 데다 7월 마지막주부터 시행된 정부의 ‘중고차 현금보상제도’로 판매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파이퍼스는 7월의 판매 증가는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기 시작했음을 보여 주는 신호로, 최악은 지났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포드를 포함해 다른 자동차사들이 전년 대비 증가한 7월 판매실적을 발표할 경우 이는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미국 경제가 바닥에서 벗어나고 있거나 바닥에 이르렀다는 신호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를 기록해 경기 위축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 줬고, 3분기부터는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7월 자동차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미 정부의 ‘중고차 현금보상제도’는 연비가 좋은 새 차를 살 경우 4500달러(약 550만원)까지 현금으로 보상해 주는 제도로 지난달 24일부터 시행됐다. 미 의회는 지난 6월 10억달러의 관련 예산을 통과시켰다. 이 예산으로는 22만 2000~28만 6000대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미 정부의 중고차 현금보상제도는 새 차를 사려는 수요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시행 1주일 만에 예산이 바닥날 지경에 처했다. 미 하원은 지난 주 여름 휴회에 앞서 지난달 31일 20억달러를 추가 배정하는 법안을 찬성 316대 반대 109로 전격 의결했다. 이번 주 미 상원의 표결 결과에 따라 중고차 현금보상제도의 존치 여부가 결정된다. 레이 라후드 미 교통장관은 2일 C-스팬TV에 출연, 남은 예산으로는 4일까지 밖에 중고차 현금보상제도를 운영할 수 없다며 상원에서 조기에 추가 예산지원법안을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포드차에 따르면 1주일 동안 소비자들은 타고 다니던 연비가 낮은 SUV와 트럭을 갖고 와 연비가 높은 포커스와 푸션, 하이브리드 새차로 현금지원을 받아 바꿔 갔다. 7월 자동차(트럭 포함) 판매실적을 기준으로 연간 판매 예상대수는 1100만대를 웃돌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지난 6월에는 970만대였다. 미국의 연간 자동차 판매 규모는 2007년 1600만대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 2008년에는 1320만대로 급감한 뒤 지난 2월에는 910만대로 1000만대가 무너졌었다. kmkim@seoul.co.kr
  • 경기 좋아진다는데 나만 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경상수지 흑자와 6개월 연속 상승 중인 산업생산 등 장밋빛 경제지표가 이어지고 있다. 서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들리는 뉴스대로라면 뭔가 생활이 나아져야 하는데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별로 달라진 게 없어서다. 이런 온도차는 왜 나올까. 서울 남대문시장과 명동 등에서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31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입구에 있는 안경가게 주인 정모(48·여)씨는 “경기가 좀 좋아졌느냐.”는 질문에 버럭 화부터 냈다. “진짜 서민경기가 어떤지 시장에 나와 보면 금방 아는데 정부도 언론도 숫자놀음만 한다.”며 역정을 냈다. 정씨는 “시장상인들은 야간에 벌어 먹고 사는데 요즘은 밤을 새워도 손님 그림자를 못 볼 때가 많다.”며 “새벽까지 개시도 못하는 가게가 부지기수”라고 털어놓았다. 주위에서 연방 맞장구가 터졌다. 전기요금이라도 아끼려고 에어컨을 끄고 가게 앞으로 나온 이웃상인들이다. 골목 안엔 의자를 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주인만 즐비하다. 여성복 매장 최모(56·여) 사장은 “가게 문을 연 지 10시간이 넘었지만 나나 앞집이나 옷 한 벌 못 팔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달에 100만원만 벌었으면….” 나지막하게 이어진 혼잣말이다. 비슷한 시간 동대문구 평화시장. 시장 전체가 휑하기는 마찬가지다. 점포 임대료도 뚝 떨어졌다. 차경남(52) 평화시장 총무차장은 “한때 월 60만원을 웃돌던 점포 임대료가 20만원까지 떨어졌는데도 월세를 못내 가게를 내놓는 상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 6월 국내 자영업자수는 580만 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7% 줄었다. 2002년 8월(630만 9000명)과 비교하면 50만명 이상 급감했다. 불황에 상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새마을금고도 돈줄이 말라간다. 그나마 명동과 이태원 등은 활기를 조금씩 되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내국인들의 소비가 살아나서라기보다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어난 덕이다. 체감경기가 지표경기와 이렇듯 크게 차이나는 것은 왜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불황형 경상흑자’를 지적한다. 씀씀이(수입)를 줄여 생긴 흑자이다 보니 고용을 창출하지도, 체감경기를 높이지도 못한다는 설명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사정이 여전히 좋지 않고 소비도 안 좋다 보니 서민들이 지표 호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는 계층이 서민이란 점도 한 이유로 꼽힌다. 올 1·4분기(1~3월) 전체 가구 평균소득은 월 347만 617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늘었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서비스·판매에 종사하는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은 311만 674원으로 오히려 1.7% 줄었다. 전체 평균과의 격차(36만 5504원)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5년 1분기 이후 가장 크다.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를 원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각종 지표를 봤을 때 경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지표 호전이 실제 경기에 반영되기까지는 부정성 효과 등으로 인해 시차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유영규 최재헌기자 whoami@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9호선 타고 강남고교 갈까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분수 이름 잘못됐다? ”날씬하려면 뚱뚱한 친구 멀리” 금과 다이아몬드로 치장한 ‘럭셔리 아이폰’ 딸과 이메일·친구에 영상詩…通하는 ‘웹버족’
  • [벌레들의 침공(상)] 벌레 왜 늘어나나

    벌레 급증의 주범은 지구온난화다.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철 온도가 상승하면서 추운 날씨에 맥을 못 추던 벌레들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가뭄이 장기화하고 있는 기후변화도 벌레가 늘어나는 데 한몫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이병석 지도관은 “국내 발견 초기에 30%밖에 안 되던 꽃매미 부화율이 90%로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나무와 잡초가 무성해진 것도 원인이다. 예전처럼 땔감 등으로 쓰지 않아 벌레 서식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잡초를 태우는 쥐불놀이도 하지 않는다. 요즘은 청보리 등 사료작물 재배까지 급증했다. 중국 저장성 등에서도 밀을 많이 심어 애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약을 치지 않는 유기농법은 역설적으로 벌레의 생존을 돕고 있다. 꽃매미 피해로 골치를 썩고 있는 충북 청원군 문의면 구룡2리 주민 최진원(57)씨는 “옛날과 달라진 것은 농사를 하며 농약을 적게 쓰는 것”이라며 “친환경농법이 벌레에게도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천적도 사라졌다. 일부 학자는 “농약치기가 천적을 죽였다.”고 주장한다. 갈색여치의 천적은 까치다. 2007년 충북 영동군 갈색여치 피해실태를 조사한 정명표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원은 “과거에는 주민들이 과일을 쪼아먹는 까치를 대량 포획했지만, 까치가 갈색여치의 천적이란 사실을 알고 잡지 않았더니 여치 피해가 줄었다.”고 말했다. 김길하 충북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철저한 방제와 검역, 천적을 찾아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스트레스와 피로 누적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 그럴 수도 없습니다. (30대 남자, 서울) 요즘 30, 40대의 사망 원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과로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나치게 피로가 쌓여서 자신의 명대로 못 살고 ‘순직’하는 거지요. 그러면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 좋은가? 그렇지 않습니다. 설령 돈이 있어도 할 일이 없으면 이것 역시 괴로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적당히 할 일이 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 자동차든 집이든 물건이든 너무 많이 쓰면 빨리 망가지고, 또 안 쓰면 녹슬어 망가집니다. 적당히 고쳐가면서 써야 훨씬 더 오래 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존재의 있는 그대로 모습입니다. ‘삶’이라는 글자는 ‘쓰임’에서 온 말입니다. 기계를 쓰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명이 다 되었다고 말하지요. 쓰임새가 없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합니다. 그건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쓰임새가 있을 때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쓰임새가 없으면 비록 육신은 살아 있어도 사회적 생명은 끝난 것입니다. 그러므로 잘 산다는 것은 여러 곳에 잘 쓰인다는 뜻입니다. 지금의 문명은 경제적 효율만 중요시하면서 일종의 착취 문명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문명은 생명을 존중하는 문명이 아닙니다. 모두가 속도와 돈, 효율, 맛, 향락에 빠져 있습니다. 이 문명 속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는 더 잘 살기 위해 문명을 발전시켜 왔는데 지금 이 문명은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희생자입니다. 이 문명은 육체노동을 천시하고 책상에 앉아서 머리를 굴리는 사람에게 더 큰 가치를 둡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머리는 커지고 몸은 상대적으로 부실해졌습니다.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업무가 너무 많아서 운동할 시간조차 내기 어렵습니다. 왜 업무가 과중할 수밖에 없을까요? 월급을 받으면 그 월급 값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기가 가진 능력에 비해 월급을 많이 받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좋은 직장에 들어갔는데 그 일을 감당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좀 과소평가 받으면 섭섭하고 말지만, 과대평가를 받으면 거기에 부응하려고 하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능력이 탄로 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겉으로는 허세를 부려야 하니 늘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합니다. 여러분이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일의 절대량이 많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 돈 때문입니다. 돈 때문에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도 때로는 해야 하고, 자기 적성에 안 맞는 일이라도 해야 하지요. 그러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어차피 돈 때문에 직장에 다녀야만 한다면 이제 생각을 좀 바꾸십시오. 이왕 돈으로 나를 팔 바에야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파는 게 좋습니다. ‘돈 좀 준다고 나를 이렇게 부려 먹어?’가 아니라 ‘내가 돈을 그만큼 받았는데 그 정도로 일을 시키는 것은 당연하지’ 이렇게 마음을 기꺼이 내셔야 합니다. 돈에 팔려 억지로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하면 현재 업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현격하게 줄어듭니다. 그러면 퇴근 후에 스트레스를 풀려고 술 마시는 일은 안 해도 될 겁니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첫째, 스스로 노동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노동을 돈에 팔아서는 안 됩니다. 사랑을 돈으로 팔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신성한 노동을 돈에 팔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려면 나 자신의 주인으로서 노동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둘째, 이왕 하는 거 등산하듯이 재미있게 하십시오. 언제 끝나나 시계를 보고 또 보고 하지 말고 ‘더 있고 싶은데 벌써 가야 하나?’ 하는 마음으로 임하십시오. 셋째,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남에게 도움이 되면 보람이 생깁니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는 거지요. 그러니 나를 위해서라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는 것입니다. 넷째, 결과보다는 과정을 소중히 하십시오. 지금 이 하나하나의 과정이 중요한 것이지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등산할 때 산꼭대기에 올라가는 것만 중요하다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됩니다. 그러나 등산은 한 발 한 발 산을 올라가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걸어서 올라가는 것입니다. 그래야 등산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지요.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실패했을 때나 성공했을 때나 똑같은 내 인생입니다. 내리막길이나 오르막길이나 모두 똑같은 내 인생입니다. 인생은 과정이 중요합니다. 남이 어떻게 평가하든 그것은 그들의 문제예요. 등산을 하다 중간에 다친 사람이 있으면 업고 내려와야지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게 뭐 그리 중요합니까? 꼭대기에 올라가는 게 목표이긴 하지만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는 겁니다. 꼭대기에 못 올라갔다고 해서 등산을 안 한 것은 아니지요. 하루하루의 직장생활이 여러분 자신의 인생입니다. 있는 그대로, 지금의 생활을 내 삶의 소중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생활하십시오. 글 법륜, 그림 전준엽 법륜_ 수행공동체 ‘정토회’의 지도법사이며, ‘평화재단’ 이사장입니다. 전국 각지와 해외를 돌며 ‘즉문즉설 강좌’를 열어 사람들의 고민에 명쾌한 답을 주고 있습니다. 2000년 만해상 포교상, 2002년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세상 속 행복 찾기, 일과 수행, 그 아름다운 조화, 답답하면 물어라, 스님, 마음이 불편해요, 행복한 출근길 등이 있습니다.
  • [시론] MB 고위직 인사 성공을 위한 3원칙/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MB 고위직 인사 성공을 위한 3원칙/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참여정부의 인사행태를 비판할 때 주로 등장했던 용어가 ‘코드인사’와 ‘오기인사’였다면, 이명박 정부의 인사행태는 ‘강남 땅부자’ 내각이나 특정학교·교회·지역 편중인사 등의 비판이 따라 다닌다.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 대통령은 개각 및 청와대 인사에서 더 이상 실패해선 안 된다. 지방선거·총선 등 정치일정상 향후 1년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대통령이 이번 인사에서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다른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다른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본인이 잘 알고 이미 평가한 사람만 기용하는데, 결국 지나치게 좁은 샘플에서 인재를 찾게 돼 비슷한 사람들로만 내각과 청와대가 채워진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듯이 고대 로마인들이 당시 세계 최강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민족의 다른 종교까지도 인정하는 철저한 개방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인들은 비록 적국 출신이더라도 일정 기간 로마에 살면 시민권까지 부여했던 반면 고대 그리스에서는 스파르타 출신이 아테네의 시민권을 얻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박근혜 전 대표측 인사든 야당 인사든, 또 전 정권 출신이든 시민단체 출신이든 도덕성에 문제가 없고 능력이 출중하면 과감히 기용하는 게 고대 로마인들이 가졌던 개방성에 다가가는 방법이다. 둘째, “국민들의 인사잣대를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더 이상 “일만 잘하면 그만이다.”, “명백한 불법은 없다.”는 등의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이는 민간기업에선 모르지만 공직자 인선에는 통하지 않는다. 특정인의 재산이 많은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되지만, 만약 대부분의 각료와 청와대 고위인사가 재산이 많고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불린 사람들로 구성된다면 문제가 된다. 현 정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거부감은 ‘부자정권’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대통령이 ‘서민정책’을 강조해도, 정부 고위층이 대부분 재력가들로 이뤄진다면 서민들은 정부가 진정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비슷한 배경의 사람들로 이뤄진 정부 고위층이 ‘집단사고’에 이은 ‘무오류(無誤謬)의 환상’에 빠진다면 평범한 시민들의 정당한 비판조차 무시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결국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국회 ‘인사청문회법’은 있지만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이 아직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어, 고위공직자의 도덕성과 전문성에 대한 객관적·합리적 기준 및 절차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의 인사검증시스템은 정권의 핵심인사나 비선을 거치게 되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인사검증자들에게 상부에서 어떤 인사를 검증하라고 내려보내면 검증을 관대하게 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향식 인사추천은 최대한 지양하고,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상식적·합리적 인사를 단행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결국 순차적 인사검증이 중요한데 상향식으로 일단 도덕성과 청렴성에 문제가 없는 인사를 선발하고, 이들 인사 중에서 능력 위주로 중간선발을 하며, 마지막으로 이들 중 대통령이 정부와의 정책정합성(소위 코드)을 판단해 최종 선발을 하게 되면 지금보다는 훨씬 합리적 인사시스템이 될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 [엄마와 읽는 동화] 우리 아빠 이름은 반칠득/방미진

    [엄마와 읽는 동화] 우리 아빠 이름은 반칠득/방미진

    설 전날, 아빠와 나는 창원에 있는 큰집에 가기 위해 고속버스에 올랐다. “멀미 나나?” 차창에 머리를 기댄 채 잔뜩 찡그리고 있는 나에게 아빠가 물었다. 나는 대꾸도 없이 창밖만 봤다. 넓은 도로가 시원스레 펼쳐지면서 커다란 나무들과 공원이 한 눈에 들어왔다. 버스는 어느새 창원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창원은 한적하고 깔끔한 도시다. 나는 창원의 탁 트인 느낌이 좋다. 하지만 큰집이 가까워 올수록 멀미는 심해졌다. “멀미 나면 오징어 먹어라.” 아빠가 내 눈치를 보며 오징어를 내밀었다. 나는 아빠를 보지도 않고 물었다. “또 술 먹을 거가?” 기어이 말하고 말았다. 출발하기 전부터 내내 하고 싶은 말이었다. “안 묵는다. 정초부터 무슨 술이고.” “약속했데이.” “알았다. 오징어나 묵어라.” 나는 그제야 무시하고 있던 아빠의 손에서 오징어를 받았다. 아빠는 날마다 술을 먹는다. 옛날부터 그랬다. 하지만 친척들 앞에서 술 먹는 것만큼은 정말 싫다. 큰집에 도착했다. 큰엄마, 큰아빠, 식이 형, 고모, 고모부, 영이, 공이. 모두 와 있었다. 다들 들어서는 우리를 빤히 보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어디 둬야 할지 몰라 고개를 푹 숙였다. 큰엄마가 아빠 손에 들린 청주 한 병을 슬쩍 보고는 말했다. “오느라 힘들었제. 차 안 밀리드나?” 우리가 거실 가운데로 들어올 때까지, 청주는 아빠 손에 그대로 들려 있었다. 아빠는 슬그머니 거실 한쪽에 청주를 내려놓았다. “야! 시내 구경하러 가자!” 식이 형이 말했다. 나는 나가면서 아빠에게 눈짓을 보내, 다시 한 번 술 마시지 말라는 다짐을 해 두었다. 하지만 아빠는 머리를 긁적이며 내 눈을 피했다. 불안한 마음이 일었지만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따라 나왔다. 우리는 길거리 음식을 먹으면서 시내를 구경했다. “경수, 니 키 마이 컸네. 내 보다 더 크나?” 같은 나이인 영이가 바짝 다가와 키를 쟀다. 괜히 얼굴에 열이 올랐다. 나는 빨개진 얼굴을 감추려고 뭘 찾는 것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언니야. 경수 오빠야가 더 크다.” 일곱 살인 공이가 내 팔에 매달리며 말했다. 살갑게 구는 공이 덕에, 낯설고 어색한 기분이 많이 사라졌다. 나는 공이가 잃어버렸다 다시 찾은 동생이라도 되는 듯, 괜히 더 살뜰하게 챙기며 공이 손을 꼭 잡고 다녔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큰집이 가까워오자 또 불안한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 어른들이 벌써 술판을 벌였는지 떠들썩한 소리가 대문 밖까지 들려왔다. 다행히 아빠는 술에 취해 있지 않았다. “한잔 더 하소.” 고모가 술을 권했다. “마, 고만 묵을란다.” 아빠가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이제 시작인데 무슨 소리고. 한잔 받아라. 요새 가게는 장사 되나?” 큰아빠가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장사? 잘 되지! 안 될 리가 있나.” 아빠는 몇 년째 회사도 안 나가고 엄마가 하는 분식집 일을 거들고 있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손님도, 배달도 줄어 아빠는 하루 종일 가게 구석에 앉아 홀짝거리며 술을 마신다. 아빠는 눈을 반짝이며 술잔을 받았다. 그때부터 아빠는 자제력을 잃고 술을 마셔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풍을 쳐댔다. “야는 일등밖에 안 한다.” 아빠가 내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나는 반에서 30등 하면 잘하는 거다. “야가 이번에 중학교 들어 가제?” 고모가 물었다. “하모. 일등 중학교 안 들어가나. 무슨 시험이든 일등이라.” 입학시험 치는 중학교는 없을 뿐더러 일등 중학교도 없다. 아빠는 계속해서 빤한 거짓말을 해댔다. 친척들 얼굴에 슬슬 지겨운 표정이 드러났다. “니는 고만, 입 좀 다물어라.” 큰아빠가 일어나며 말했다. 허우적거리며 걸어가는 큰아빠의 발에 청주병이 걸려 넘어졌다. “뭐가 이래 걸리적거리노? 이게 뭐고?” “식이야 저거 좀 치워라. 술병을 와 저 놔뒀노?” 큰엄마가 삐죽거렸다. “엄마, 냉장고에 넣으까?” “아무데나 갖다 놔라.” 괜히 가슴이 오그라들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경수야. 게임하자. 이리 온나.” 식이형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동정 받는 것이 싫었다. 식이형이 나를 억지로 끌었다. 나는 못이긴 척 식이형을 따라 방으로 가면서 아무도 몰래 눈물을 찍어냈다. 설날 아침이었다. 우리는 제사를 지내고 성묘도 하고 왔다. 집에 돌아와 어른들은 다시 술판을 벌였다. 아빠는 이미 얼큰하게 취해 있었다. 나는 그만 마시라고 계속 눈치를 줬다. 하지만 아빠는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피했다. 아빠는 술에 취해 또 허풍을 쳐댔다. “동네에 사장님, 사장님 하면서 따르는 사람이 천지다. 내가 운만 따랐으면 벌써 국회의원 돼 있을 놈이라. 큭큭큭.” “쓸데없는 소리 고마해라. 시끄럽다마.” 큰아빠가 말하자 고모도 맞받아쳤다. “코딱지만 한 가게하면서 무슨 사장이고? 제발 정신 좀 차리소. 분수를 알아야지.” “뭐? 분수? 지금 어떤 놈이 내한테 분수 어쩌고 지껄여 샀노? 내가 누군 줄 아나? 어? 반칠득이라고! 반. 칠. 득! 알겠나?” 아빠가 소리를 지르며 악을 써댔다. “여기 오빠야 칠득인 거 모르는 사람 있나? 조용하소.” 고모가 화를 냈다. 아빠는 더욱 악을 쓰며 몸부림을 쳐댔다. 급기야는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이기 진짜 미칬나! 니 칠뜩이 아니랄까봐 이라나! 와 이라노! 칠뜩이짓 고만해라. 어이!” 큰아빠였다. 엄마가 아빠랑 싸울 때도 이런 말을 자주 했다. 그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큰아빠가 그러니까 눈물이 핑 돌았다. “술 마시면 개다. 개!” 큰엄마였다.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닫자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식이 형이 따라 들어왔다. “새끼 우나? 뭘 그라노? 다들 술 채 가지고 헬렐레해서 그러는 거 아이가. 어디 한두 번이가? 니가 이해해라.” 매년 그래도 싫은 건 싫은 거다. 그래서 더 싫은 거다. 식이 형도 싫다. 큰아빠 자식이라서 싫다. 친척들도 다 싫다. 영이, 공이도 다 싫다. 창원도 싫고 설날도 싫다. 추석도 싫다. 아빠도 싫다. 어른들은 한바탕 소란을 피운 뒤,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졌다. 밤이 되자 어느 정도 술이 깨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텔레비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빠는 과장되게 웃고 떠들었다. 그 모습이 광대처럼 우스꽝스럽게 느껴져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집에 가자.” 아빠에게 말했다. “하루만 더 있다 가자. 오랜만에 만났다 아이가. 와 그라노?” 왜 그러는지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인가? 나는 아빠를 계속 따라다니며 졸랐다. “오빠야, 더 있다 가라.” 공이가 나를 잡아끌며 말했지만, 나는 못 들은 척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마 하루만 더 있다 가그라. 이 밤에 어딜 간단 말이고. 차표도 없을 거구만.” 큰엄마였다. “야가 와 자꾸 갈라고 이라노? 아빠 회사도 안 간다 아이가. 오래 있다 가그라 마.” 고모였다. 나는 뚱하니 아빠 팔만 잡고 흔들어댔다.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왔다. “경수 여자 친구 만날라고 안 그라나. 니 내일 약속 있제. 그자?” 식이 형이 말했다. 고마웠다. 나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말을 하면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눈물을 감추려고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결국 아빠와 나는 한밤중에 큰집을 나왔다. 아빠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그 손을 뿌리쳤다. “와?” “아빠가 술 마시고 그라니깐 그렇지! 다시는 여기 안 올 거다!” 터미널까지 가는 동안, 나는 아빠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터미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표도 모두 매진이었다. 우리는 멍하니 한참을 서 있었다. 이대로 다시 큰집에 가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차라리 여기서 밤을 새야지 싶었다. “뭐 좀 먹을래?” “됐다.” 나는 아빠를 쳐다보지도 않고 잘라 말했다. 아빠가 내 눈치를 슬슬 봤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가서 표를 구해왔다. “니도 내 싫나?” 대뜸, 아빠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자꾸만 눈이 시려왔다. 나는 눈에 뭐가 들어간 척, 눈을 비벼댔다. 손등에 물기가 축축하게 묻어났다. “가자!” 아빠가 나를 잡아끌었다. 우리는 사람들 틈을 헤치고 버스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빠가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는 아빠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아빠 손은 꺼끌꺼끌하고 차가웠다. 문득, 아빠 손한테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 말 가족이 부끄럽게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남들 앞에 섰을 때요. 그럴 때면 내 가족이 남들 앞에서 초라하다는 사실이 분하고, 슬프고, 견딜 수가 없어 도망치고 싶어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 못난 부분을 보듬어 주는 것 역시 가족이 아닐까 합니다. 경수가 아빠의 손을 꼭 잡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작가약력 1979년 울산 출생.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술래를 기다리는 아이’로 등단. 지은 책으로는 단편동화집 ‘금이 간 거울’(창비), 명랑심리동화 ‘행복한 자기감정 표현학교’(다산어린이), 청소년소설집 ‘라일락피면’공저(창비), 그림책 ‘비닐봉지풀’(느림보) 등이 있음.
  • 코코몽과 함께 친환경체험

    코코몽과 함께 친환경체험

    “얘들아, 냉장고 나라에 위기가 왔단다. 온난화 현상이 일어나 냉장고 나라가 녹아내리고 있어. 냉장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너희들의 힘이 필요해. 코코몽이 만든 친환경 무동력 놀이기구를 마음껏 즐기면 돼. 씽씽 에너지가 일어나 냉장고 나라가 시원해질 수 있거든.” 코코몽이 아이들에게 녹색 친환경 메시지를 심어주는 놀이터를 꾸렸다. ‘코코몽 녹색놀이터’다. 아이들이 손과 발로 직접 움직이며 뛰노는 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체험전이다. 지난 17일부터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다. 11월29일까지다. 만 2~7세 아이들이 주대상이지만 가족이 함께하면 좋다. 어린이 입장료(1만 5000원)가 어른보다 2000원 비싸다. 단체는 8000원. 냉장고 문을 열면 친환경 재료와 기법으로 제작한 대형 캐릭터 조형물이 가득한 만화 속 세상이 드넓게 펼쳐진다. 어른 눈에는 유치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 눈높이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일단 커다란 바나나가 얹어진 코코몽의 집에서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하자. 그 다음엔 마음껏 뛰어 놀면 된다. 20개에 달하는 다양한 체험존과 원목으로 만든 세계 각국 손발 동력 놀이기구 80여종이 기다리고 있다. 원통을 굴리며 분리수거를 배울 수 있고, 퀴즈나 게임으로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며 푸짐한 선물도 받을 수 있다. 코코몽과 친구들이 등장해 함께 율동을 배우는 미니 뮤지컬도 재밋거리. ‘냉장고 나라 코코몽’은 지난해 3월부터 EBS 등을 통해 방송되고 있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다. 냉장고 속 먹을거리인 소시지, 파, 계란, 당근 등이 마법의 힘으로 생명을 얻은 뒤 펼치는 모험담. 채소와 동물을 절묘하게 합친 캐릭터들은 편식하는 아이들의 식성을 바꿔놨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큰 인기다. 코코몽을 탄생시킨 올리브스튜디오의 민병천 감독은 “놀 공간이 부족해 답답함을 느끼는 요즘 어린이들이 땀을 흘리며 마음껏 뛰어놀고, 그 과정에서 환경의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갔으면 하는 게 기획 취지”라면서 “코코몽은 동남아에서도 인기가 많은데 다음달부터 중국 장기 순회전도 시작한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커피는 진하게” “주스는 연하게”

    “커피는 진하게” “주스는 연하게”

    ■단맛 대신 풍미 배가시킨 제품출시 던킨도너츠는 커피 매출 가운데 아메리카노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0%에서 지난달 50%로 늘었다고 17일 밝혔다. 카페모카·카라멜라테 등 달콤한 커피류가 아닌 커피 본연의 맛을 살리는 아메리카노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입맛의 변화는 커피의 풍미를 배가시키거나 마시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이색커피’의 등장을 유도했다. 소금을 넣은 커피부터 비타민을 넣은 커피까지 다양한 커피가 등장했다. 파스쿠치가 선보인 ‘솔티아포가또’는 17세기 유럽에서 즐겼다는 소금커피를 재해석한 제품이다. 소금을 넣은 솔티 젤라토에 진한 에스프레소를 넣어 맛과 향을 극대화시켰다는 설명이다. 파스쿠치 관계자는 “커피에 적정량의 소금을 넣으면 짠맛보다는 단맛과 함께 커피의 맛과 향을 더 극대화시켜준다.”면서 “소금은 커피 속에 포함된 카페인 성분을 중화시켜 주고, 여름철 쉽사리 지치기 쉬운 체내 환경 균형을 맞춰주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의 탈수 증상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도넛플랜트뉴욕의 ‘솔티 카라멜라테’와 카페 요거프레소의 ‘아이스 솔티 모카치노’도 유기농 카라멜 커피와 아이스 모카치노에 소금을 첨가한 제품이다. 엔제리너스커피가 선보인 ‘더치커피’도 커피 전문점들이 채택을 이어가는 메뉴다. 더치커피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네덜란드로 커피를 이송하던 상인들이 항해 중에도 변질되지 않도록 원두커피를 차가운 물로 우려 마시던 커피로 열에 의한 화학적 변화가 적고, 카페인은 거의 없다. 엔제리너스커피 관계자는 “12시간 정도 추출하면 20~25잔 정도의 양이 나온다.”면서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뒷맛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캔커피로 롯데칠성의 ‘칸타타 더치블랙’도 있다. 아라비카 원두를 섭씨 20도 물로 추출, 카페인 함량을 기존 캔커피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스타벅스는 ‘커피젤리 3종’을 선보였다. 스타벅스 다크 로스트로 만든 커피 젤리는 질감이 부드럽고, 풍부한 커피의 맛을 경험하게 해준다고 소개했다. 앞서 매일유업은 라테 속에 에스프레소 커피 젤리가 들어 있는 컵커피 ‘카페라떼 에스프레소&젤’을 출시했다. 스무디킹의 ‘카페 스무디’는 유기농 커피에 사탕수수 천연당을 넣고 비타민 A·C·D·E·K 등과 프로틴파우더를 첨가한 제품이다. 카페 바닐라·카페 카라멜·카페모카 등 3가지 종류가 있다. 탐앤탐스는 홍차·녹차 등에 사용하는 피라미드 모양의 티백에 커피를 담은 ‘티백 커피’를 판매한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원액 50% 함유 저과즙 11% 성장 올해 상반기 중·저과즙 주스가 잘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깔끔하고 상큼한 맛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 동안 주스 원액을 50% 정도 포함한 중·저과즙 주스 시장이 앞서 1년 동안보다 11% 성장률을 보였다고 17일 추산했다. 중·저과즙 주스는 연 3400억원대 시장을 형성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100% 주스와 미과즙 주스는 지난 1년 동안 성장률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새롭게 인기를 끈 제품들에서도 중·저과즙 주스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해태음료 ‘과일촌 아침에’ 시리즈와 ‘썬키스트 에이드’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아침에 시리즈의 대표격인 ‘아침에 사과 한 개’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24% 늘었다. ‘썬키스트 드링크’와 ‘코코팜’은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보다 26%, 72%씩 매출이 성장했다. 해태음료는 ‘아침에’ 시리즈에 파인애플·복숭아·바나나 망고를 내놓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썬키스트 체리에이드’를 출시, 에이드 시리즈도 구색을 갖춰갔다. 롯데칠성도 지난 3월 크랜베리·스트로베리·블루베리 등 베리류 과실로 만든 저과즙 주스 ‘델몬트 수퍼 푸르츠 베리&베리’를 선보였다. 웅진식품은 지난 5월 에이드 음료 ‘오클락 오렌지’와 ‘오클락 레몬’을 내놓았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하루하루 힘겨운 노동에도 펴질줄 모르는 인생…서글픈 밥줄

    하루하루 힘겨운 노동에도 펴질줄 모르는 인생…서글픈 밥줄

    소설가 황순원은 그의 장편소설 ‘일월’에서 봉건시대였던 조선시대의 천민계층인 백정들이 일제시대 전후로 벌였던 ‘형평운동’ 등 신분해방운동 문제를 다뤘다. 훌륭한 집안이었으나 주인공이 백정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쌓아올렸던 부와 명성, 평판은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소설가 홍명희는 백정 ‘임꺽정’을 풍운아로 그렸지만 실제 백정은 조선시대에 온갖 천대와 멸시의 대상으로, 짐승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해방으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지만, 도축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피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역사학자 이영화가 쓴 ‘조선시대 조선사람들’(1998년, 가람기획 펴냄)에 따르면 조선초 백정은 원래 양인신분으로, 자영농민을 일컬었다. 이들은 고려시대 양수척이나 화척이라 불렸는데, 근본은 혼란기 한반도에 유입된 말갈인·거란인 등 북방 유목민족들이었다. 한반도에 살면서도 유목민족의 습속을 버리지 못한 이들은 수렵과 목축에 종사하고 유랑생활을 했다. 그러다 조선 세종때 세수확대의 일환으로 양인 확대정책을 진행했는데, 이들 양수척과 화척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이들을 백정이라 칭했다. 그 결과 백정들은 농경에는 적응하지 못했지만, 최소한 일정 지역에 정착해 특수분야에 종사하는 직업인이 됐다. 그러던 것이 조선중기 이후 백정에 대한 차별정책들이 펼쳐지면서 백정=도축자=최하위층 천민으로 전락하게 됐다고 한다. 조선 초기 도축업자는 거골장이었다. 따라서 조선시대 백정의 계층추락은 그 시대 백정 자체의 문제였다기보다는 국가 정책의 변화가 한 계층을 편견과 외면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우리가 꺼려하거나 외면하는 직업군들이 있다. 과거 백정으로 부르던 도축업자뿐 아니라 때밀이, 누드모델, 바텐더, 밴드마스터, 무당, 로프공(고층빌딩 외관청소부), 모텔 종사자, 캐디 등등. ‘밥줄 이야기’(이동권 지음, 알다 펴냄)는 우리 사회에 낮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담았다. 저자는 대학에서 미술과 북한학을 전공한 뒤 상업미술시장과 대기업을 거치고, 시사월간 잡지에서 기자로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3년 동안 알음알음, 또는 소개로, 또는 완전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을 취재했다. 그 결과 편견에 가득찬 특정 직종의 특징과 애환, 시대적인 질곡 등에 접근했다. 이 책에 나오는 직종은 모두 26개. 어느 직종도 딱히 자녀들에게 권해주고 싶지는 않다. 우리 사회가 부여한 편견의 무게는 그만큼 깊고 단단하다. 이 책에서 인터뷰를 한 사람들은 모두 부지런히 자신의 몸을 놀려 먹고 살아간다. ‘부지런하게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1960~70년대식 사회인식에 따르면 이들 모두는 벌써 부자가 되고도 남았어야 한다. 그러나 하루하루의 힘겨운 노동에도 구겨진 종이 같은 그들의 인생은 펴질 줄 모른다. 이들의 탄식 소리를 들어보자. 맛있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밥상에 올려주기 위해 궂은 일을 하는 숙련된 도부의 평균월급은 180만원이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지출이 가장 많을 시기인 50대라는 점, 2009년 도시가구의 평균임금이 320만원(세전)인 점을 감안하면 그들의 생활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귤 바나나를 싣고 트럭 노점을 시작한 지 6년이 된 이승복씨. “처음 트럭 노점을 시작했을 땐 하루에 바나나 25상자를, 3년전에는 귤 20~30상자를 팔았는데, 요즘은 3일에 10상자를 판다.”고 말한다. 외줄에 매달려 하루 종일 대형빌딩의 외관을 세척하는 로프공들의 초봉은 일당 5만~7만원, 기술자가 되면 13만~15만원을 받는다. 장마철과 한겨울에는 일이 없기 때문에 연간 3000만원의 수입을 만들려면 주말에도 쉬지 않고 한달 27일을 일해야 한다. 변두리 남탕 때밀이의 월 수입은 150만~250만원. 목욕탕에 보증금으로 1억~2억원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그다지 많은 돈이 아니다. 때밀이 경력 20년의 김현승씨는 자신의 수입만으로는 아들 대학 등록금을 대기도 힘들어 아내를 돈벌이에 내보내기도 했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하얗게 밤을 새우며 남대문 시장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아주머니는 손님들을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 빼앗긴 재래시장과 운명을 같이하며 한산한 시장에 하염없는 걱정을 쏟아내고 있다. 누드모델이나 모텔 종업원, 바텐더, 성인주점의 밴드마스터들은 성적으로 만만하거나 문란하다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들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땀흘리며 돈을 벌고 있다. 일부 모텔이나 술집에서 문란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직업상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닌가. 밥줄이야기는 서글프고, 속상하다. 세상살이 어느 구석에 만만한 것이 있겠는가. 하루 세끼 음식을 당사자는 물론 가족의 목구멍으로 넘기게 하려면 뼈와 살을 훑어내리는 노동이 필요하지 않은가. 책의 내용은 읽는 사람에 따라서 감성적으로 또는 감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기피하는 일을 해내야 하는 노동자가 필요하다. 꼭대기 없는 바닥은 있을 수 있어도, 바닥 없는 꼭대기는 존재할 수 없지 않겠는가. 내가 아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낮은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잠시나마 감사한 생각이 든다. 1만 3000원. 나라는 부자지만 그 나라에 소속된 국민들은 가난해지는 일본의 이야기를 다룬 ‘르포, 절망의 일본열도’(가마타 사토니 지음, 김승일 옮김, 산지니 펴냄)는 아주 똑같은 소재는 아니지만 ‘밥줄이야기’의 일본판 버전으로 읽힌다. 분석적으로 기업프렌들리 정책, 민영화의 폐해, 파견직이나 비정규직의 문제 등에 일본 사회의 하위층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1만 4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서울광장] 광에서 인심 나야 한다/김종면 논설위원

    [서울광장] 광에서 인심 나야 한다/김종면 논설위원

    고대 로마인의 지성은 그리스인에 비해 떨어졌고 체력은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했다. 또 기술력은 에트루리아인에 뒤졌고 경제력은 카르타고인에 못미쳤다. 그럼에도 로마는 천년의 영화를 누리며 고대 세계의 맹주로 군림했다. 작가 시오노 나나미도 지적했듯 찬란한 로마제국의 역사를 지탱해준 힘의 원천은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로마의 귀족은 전쟁이 일어나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스스로 전장에 나가 싸우는 모범을 보였다고 한다. ‘현대판 로마제국’ 미국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부의 사회 환원에 관한 한 미국은 최선진국이다. 전체 미국인의 98%가 어떤 형태로든 기부에 참여하고 세기의 부호들이 한 치 양보없는 기부경쟁을 벌이는 나라가 미국이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헌납을 둘러싸고 기부담론이 무성하다. 요체는 우리도 어떻게 하면 미국처럼 기부문화를 꽃피울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약속대로 331억원대의 재산을 내놓았다. 아호 청계(淸溪)를 딴 재단법인도 만들었다. 그런데 이사진을 놓고 말들이 많다. 친구와 측근, 인척이 참여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 아니다. 도덕적인 하자로 공직에서 하차한 사람이 끼어 있으니 문제다. 그동안 재력가들의 공익재단이 종종 편법 재산권 행사의 통로로 활용돼온 점을 감안하면 걱정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좋은 일을 의혹의 눈초리로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 스스로 “어머니와의 약속 실천”이라는 말까지 하지 않았나. 선의가 의심받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청계’는 부질없는 뒷공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더없이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2006년 워런 버핏이 자신의 부인과 자식 명의의 재단들을 제쳐두고 빌 게이츠의 재단에 370억달러를 기부했을 때 세계는 환호했다. 우리의 일천한 기부 풍토에서 그런 감동의 자선잔치를 기대하는 건 무리인지 모른다. 이 대통령의 기부는 아낌없는 찬사를 받지는 못했지만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재산 기부의 의미가 희석돼선 안 된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큰 사랑을 전할 수 있다. 기부도 봉사도 작은 것 하나하나가 모여 태산을 이루는 방식이 좋다. 하지만 소액기부자의 기부가 총 기부액의 77%에 이르는 미국처럼 기부의 전통이 확고히 뿌리내린 나라라면 모를까. 대한민국은 불법·편법 사죄금조로 마지못해 내는 기업총수의 ‘사회공헌 기부’가 기부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수준이다. 풀뿌리 기부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사회지도층이 의식을 갖고 앞장서야 한다. 그들이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 언제 제대로 된 ‘내 돈’을 한번 내 본 적 있나. 빈사의 기부문화를 끌어올릴 마중물이 필요하다. 물론 기부를 강제할 수는 없다. 일단 규제를 푸는 기부친화적인 정책으로 기부를 유도해야 한다. 탈세와 순수 기부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 법과 제도의 열악함이 야속하다. 진보 논객 홍세화씨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기 전에 노블레스 자체가 없다.”고 했다. 엊그제 사퇴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천박한 행태를 보니 정말 맞는 말 같다. 이 정부는 사람 고르는 일에선 왜 하나같이 이 모양인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시대정신으로 승화돼야 함은 이번 인사치욕 사태만 봐도 자명하다. 가진 자, 높은 자부터 먼저 진짜 ‘귀족’이 되어 보자. 광에서 인심 난다는 말도 요즘은 공허하게 들린다. 모름지기 광에서 인심이 나야 한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개그야’ 이혁재 “15살 김유신으로 연기”

    ‘개그야’ 이혁재 “15살 김유신으로 연기”

    개그맨 이혁재(36)가 데뷔 10년 만에 첫 개그프로그램에 도전한다. 이혁재는 16일 오후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개그야’에 참여하는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이혁재는 “친정에 돌아온 느낌이다. 너무나 훌륭한 후배들이 많은데 배우는 입장에서 ‘개그야’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1999년 MBC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 한 후 주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이혁재는 MBC ‘개그야’의 새 프로그램 ‘미실과 선덕여왕’으로 약 10년 만에 MBC 코미디 프로그램에 정식 복귀한다. 이혁재는 ‘미실과 선덕여왕’에서 열다섯 풋풋한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부담스런 외모와 눈빛에 화랑의 수장임에도 겁이 많다는 결정적인 약점을 지닌 김유신 역을 맡았다. 이혁재는 “드라마 ‘선덕여왕’ 팬이다. 엄태웅씨도 실제 나이보다 어린 김유신을 연기하는 걸 보고 자신감을 가졌다. 엄태웅씨나 나나 나이에 있어서 자유롭지 않은 건 마찬가지” 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에 옆에 있던 고명환은 “‘미실과 선덕여왕’ 첫 촬영에서 이혁재씨가 나와서 ‘나는 15살 김유신이다’ 하는 부분이 가장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혁재외에 개그맨 고명환, 천수정, 양만근, 양희성, 오정태가 만드는 패러디 ‘미실과 선덕여왕’은 오는 19일 오후 4시 20분 ‘개그야’를 통해 첫 방송 된다. 사진제공 = MBC 서울신문NTN 우혜영 기자 w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女화장품 CF에 男스타들 ‘경쟁 치열’

    女화장품 CF에 男스타들 ‘경쟁 치열’

    남자스타들이 여자화장품 CF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작은 한류스타 권상우였다. 권상우는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5년간 더페이스샾 전속모델로 활동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권상우의 바통을 이어받아 2008년부터는 배용준이 더페이스샾 모델로 활약 중이다. 특히 배용준은 일본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일본 관광객들을 더페이스샾으로 끌어들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뒤를 아이돌그룹 샤이니가 이었다. 샤이니는 지난해 말부터 10대용 화장품으로 특화된 나나스비의 모델로 활동하며 10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더니 2009년엔 여성화장품CF에 스타남자모델들이 대거 등장했다. 비는 올해 초 신규 런칭하는 화장품 브랜드 네이처 리퍼블릭의 모델로 전속계약을 맺고 CF에서 탄탄한 상반신을 노출해 여심을 사로잡았다. 또 KBS 2TV ‘꽃보다 남자’로 여심을 뒤흔든 이민호는 에뛰드하우스 모델로 발탁됐고 최근에는 5인조 아이돌 그룹 FT아일랜드와 윤상현이 피부미남 대열에 합류했다. 이처럼 주로 워너비가 되고픈 여성을 모델로 등장시켰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남성 모델의 이미지를 제품에 투영해 유혹하는 방편이 이용되고 있어 앞으로 여성화장품광고에 남자스타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제공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카악~ 괴물이다… 야만성·무질서·무지 속 내면의 야수 환상 속 이미지·쾌락을 불러내는 존재

    카악~ 괴물이다… 야만성·무질서·무지 속 내면의 야수 환상 속 이미지·쾌락을 불러내는 존재

    괴물이 각광받는 시대다. 어린이가 공룡을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현대인들은 괴물을 쿨(cool)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우주에서 방사선에 노출돼 DNA가 변형된 사람들을 그린 영화 ‘판타스틱 4’나 슈퍼맨의 어린시절을 그린 TV미니시리즈 ‘스몰빌’, 늑대인간과 뱀파이어가 활약하는 영화 ‘반헬싱’과 그 연작 시리즈들이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것을 보면 그렇다. 괴물은 비록 외모가 괴기스럽고 혐오스럽지만 자신의 뜻하는 대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서, 직장 스트레스와 억압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금기의 세상을 상상하고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새달 30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괴물시대’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이 8월30일까지 ‘괴물시대’라는 제목의 전시를 연다. 괴물(monster)의 서양적 어원을 찾아가면, 라틴어로 ‘가리키다(monstrare)’와 ‘경고하다(monere)’라고 한다. 19세기까지 괴물은 광기, 악덕, 비이성, 위반 등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일탈을 공중 앞에 드러내 경고로 삼아야 하는 사람들을 의미했다고 한다. 이번 서울시립미술관의 괴물시대 전시기획은 공포스러운 그림과 추한 그림, 조각, 사진 등을 통해 시대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작가들의 예민한 정신세계와 인류와 불화하는 현대사회의 불협화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대인들이 괴기스러운 것을 발견하면 ‘괴물이다.’라고 손가락질하지만, 그 손가락질이 사실은 자신들을 향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폭력성과 야만성, 무질서, 무지 속에서 내면의 야수, 괴물을 찾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전시장 입구에 위치한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군부독재의 실상을 그려낸 안창홍의 불사조, 신학철의 ‘한국근대사’ 시리즈, 박불똥의 ‘사령관 각하의 부스럼’ 등은 낯익으면서도 낯선 그림이다. 2009년을 사는 사람들 중에는 1970~80년대 처절한 민주화 운동을 이미 잊은 채 민주화된 세상을 누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사조 한 마리가 화살에 맞아 죽어가면서 수백만마리의 불사조를 탄생시키는 안창홍의 1985년작 불사조를 보면, 민주화의 새벽은 1960~70년대의 산업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자각하게 된다. 군부독재 사회에서 부의 축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신학철의 작품도 오랜만에 본다. 가나아트의 이호재 회장이 2002년에 80년대 민중미술 컬렉션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는데, 그 안에 있던 작품들이다. 당시 기증작품 중에 오치균의 ‘인체’도 들어 있었다. 오 작가가 80년대 말 미국 유학시절에 그린 작품으로, 미국인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고통과 재정적인 궁핍으로 절규하던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오 작가는 현재 한국현대미술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가 중 하나이고, 당시 민중미술계열도 아니었는데, 어떻게 기증 작품 목록에 끼어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이 전시의 세 번째 섹션인 ‘내 안의 괴물’에서 볼 수 있다. 폐타이어로 대형 조각품을 만든 지용호의 ‘재규어5’는 쓰레기를 지속적으로 양산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고통을 공허한 재규어의 눈빛으로 보여준다. 스테인리스로 만든 칼과 나이프도 먹어치우는 탐욕스러운 검은 악어와 아름다운 꽃처럼 보이는 소가죽의 악취를 통해 현대사회를 비판하는 김혜숙의 작업도 인상적이다. 아름다운 크리스털 원형 볼에 오줌을 담아 놓은 장지아의 설치작업 ‘P-tree’는 사회의 금기를 거부하며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불결하거나 더러운 것은 오줌이 아니라, 그것을 그렇게 인식하는 인간의 차별화된 마음이 아닐는지. ‘착하고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굉장한 힘을 가진’ 괴물을 그려온 이승애의 아름다운 괴물 벽화와 곤충표본 상자에 모아 놓은 ‘미이라’ 연작도 볼 만하다. 연필만으로 그려 놀라운 표현력을 보여준다. 타투 작가로 잘 알려진 김준의 초기 작품 ‘지옥도’, 한꺼풀만 안으로 들어가면 붉은 살덩이뿐인 인간의 실체와 허위의식에 접근하고자 한 한효석의 ‘감추어져 있어야만 했는데 드러나고만 어떤 것들에 대하여 10’ 등은 충격적일 수 있다. 이 밖에 임영선, 류승환, 이한수, 김남표, 심승욱, 송명진, 호야, 전민수, 이완, 이재현 등 21명의 작가가 전시에 참여했다. 관람료 700원. (02)2124-8941. ●새달 22일까지 사비나미술관 ‘더블 액트’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의 ‘더블액트(Double Act)’ 전시에도 괴물은 존재한다.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은 1층에 전시된 서정국과 김미인의 ‘신종생물’ 시리즈다. 공룡이 빨간 날개를 달고 있는가 하면, 공룡의 얼굴은 사라지고 노란 꽃이 활짝 피어 있다. 황제펭귄에게는 진짜 날개가 달려 있기도 하다. 괴물은 2층에도 있다. 이 괴물은 ‘바나나맛 우유’ 시리즈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중고등학교 책상 위에 작은 트랜스포머들이 있는데, 로봇들과 전투기들이다. 수류탄 형상을 한 바나나맛 우유로 만든 작품들로, 강압적으로 우유를 마시게 했던 초등학교 시절과 몸에 그 우유를 소화할 수 있는 효소가 없어 배앓이를 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김과현(김원화+ 현창민)이 공동작업한 것이다. 작가 박진아와 이재현이 작업한 ‘도킹’과 ‘남자와 소년’ 등의 작업은 구상작품일 때와 경계선만 남겨 놓고 구체성을 없애버린 작품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모호할 때 관객이 느끼게 될 공포는 상상 이상이다. 지하 1층에 전시된 작가 최현주와 이종호의 작업 ‘감각과 지각’에는 인간의 환상 속에 숨어 있는 이미지와 쾌락을 불러내는 괴물이 도사리고 있다. 다름아닌 ‘소파’다. 이 괴물은 유쾌하고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유혹적이다. 앉고 싶은 욕망에 휩싸이더라도 그러면 안 된다. 작품이기 때문이다. 해외 이주민 노동자들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그룹 ‘믹스라이스’ 작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제 순혈주의의 허위의식을 깰 때가 됐다. 8월22일까지. 관람료:1000원. (02)736-4371.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브라질서 지름 2.2m짜리 빅사이즈 피자 제작

    지름 2.2m짜리 초대형 피자가 브라질에서 제작됐다. 브라질에서 만들어진 피자 중에선 역사상 가장 큰 사이즈이다. 브라질 상파울로에 살고 있는 이탈리아계 이민후손들이 ‘피자의 날’을 맞아 초대형 사이즈 피자를 만들었다. ‘피자의 날’은 지난 10일이었지만 대형 피자가 만들어진 건 주말이다. 평일을 피해 요리사 5명이 피자를 구어낸 상파울로 모카 지역에는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어 초대형 피자가 완성되는 역사적 장면(?)을 지켜봤다. 상파울로 주(州) 피자연합회 관계자는 “워낙 크기가 크고 재료도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피자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사람들의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초대형답게 들어간 재료도 만만치 않다. 밀가루 15㎏, 치즈 16㎏, 기타 재료 9㎏가 들어갔다. 덩치에 못지 않게 맛도 일품이었다. 현지 언론은 “토마토가 살짝 얹어진 피자를 맛보기 위해 길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면서 “보편적으로 인기 있는 마르가리타 피자가 약간은 바삭하게 구워져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전했다.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브라질 상파울로에선 피자가 가장 대중적인 음식 가운데 하나다. 1900년대 초부터 피자가 보급돼 1950년대에는 상파울로 전 지역에서 즐겨 먹는 가장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면서 ‘브라질화’한 피자도 대거 등장했다. 바나나피자나 초콜릿피자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탈리아 사람들조차 바나나피자나 초콜릿피자를 맛보면 반해버리고 있는 정도”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중세 이슬람 ‘지하드’의 실행자는 해적

    중세 이슬람 ‘지하드’의 실행자는 해적

    ‘…아우구스투스가 정비하고 그 지속까지 보장해주었다. 정직하게 일하면 반드시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고, 그 인간의 노력을 지원해주는 신들에 대한 신앙심이며, 자신이 가진 재산을 아무에게도 빼앗기지 않는다는 안심감이고, 각자의 신변 안전이었다.’ 이것은 로마 팔라초 마시모 궁전 맞은편에 서 있는 1대 황제 아우구스투스 전신상 뒤쪽에 최근 새겨진 글로, 발레리우스 파테르쿨루스(2대 황제 티베리우스의 장수)가 쓴 ‘역사’에서 뽑은 인용구이다. ●1000년간 기독교·이슬람의 대립 분석 이 글은 ‘팍스로마나’ 시절 로마인과 로마제국에 속했던 북아프리카와 유럽 사람들이 400여년 가까이 누렸던 행복의 기준을 밝힌 것이다. 이는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476년 이후 이집트를 시작으로 북아프리카와 현재의 중동 지역에 왜 그렇게 빠르게 이슬람이 전파됐는지, 또 지중해를 둘러싸고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가 왜 충돌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자신들이 근본적으로 바라는 행복과 평화를 현세의 통치자로부터 기대할 수 없게 됐을 때, 신에게 의지하게 된다. 7세기 초 신흥종교인 이슬람교가 마치 넘어진 잉크병에서 흘러나온 잉크가 흰 종이에 스며들듯 아주 빠른 속도로 고대 로마제국의 영토인 아라비아 반도 전체와 시리아, 이집트, 튀니지 등에 전파된 이유다. ‘로마인 이야기’를 15권으로 완간한 시오노 나나미가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로마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 김석희 옮김, 한길사 펴냄)를 세밀화처럼 그려냈다. 서로마가 멸망한 476년부터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한 1492년까지 1000년 유럽의 중세시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공간적으로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두 문명간의 치열한 패권 다툼이다. 이 1000년의 시간을 휘젓고 돌아다닌 주체는 해적(corsair)이었다. 서양에서는 해적과 관련해 두 개의 단어가 있다. 파이어럿(pirate)과 코르세르(corsair). 파이어럿이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것처럼 개별적으로 약탈을 일삼는 무법자라면, 코르세르는 국가·종교가 암묵적으로 해적행위를 용인한 무법자였다. 코르세르는 ‘북아프리카에 사는 이슬람교도=사라센인=해적’이었다. 해적들은 기독교 세계에 이슬람교를 전파하기 위해 ‘지하드’(성전· 聖戰)를 펼쳤다. 이 성전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이유로 저자는 이슬람교가 신도들에게 성전에 참가하도록 독려했고, 해적들의 입장에서 성전은 기독교 세계의 부를 약탈하고 노예매매로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가 된 덕분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100년이 안된 상황에서 중동의 기독교 세계가 이슬람교의 세력 안에 떨어진 이유를 이슬람교의 무력시위뿐만 아니라,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뒤 이슬람의 침략으로 고통받았지만 같은 기독교 세계인 비잔티움 제국에서 어떠한 도움도 제공하지 않았던 것을 이유로 꼽고 있다. 이슬람 통치하에서 기독교인들이 종교를 지키려면 인두세인 ‘지즈야’도 내야 했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개종이 좀더 현실적인 선택이 됐다는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상세한 역사 해석 시오노 나나미는 상권에서 이슬람과 기독교의 충돌을 주로 시칠리아 섬을 중심으로 그리고 있는데, 유럽과 북아프리카의 연결통로로서 이 섬이 차지하고 있는 지정학적 역할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하권은 저자의 이전 저작인 ‘바다의 도시이야기’와 전쟁 3부작인 ‘콘스탄티노플의 함락’ ‘로도스 섬 공방전’ ‘레판토 해전’을 통해 전개됐던 내용들을 다시 한번 반복한다. 저자는 전작에서는 ‘나무’를, 이번 책에서는 ‘숲’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지중해 패권과 관련해 너무 세부적인 이야기라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사건들이 쌓여 역사가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인식이 생긴다. 상권 1만 5500원, 하권 1만 65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열린세상] 출구전략(단기 경기안정화 대책) 추진은 시기상조다/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열린세상] 출구전략(단기 경기안정화 대책) 추진은 시기상조다/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최근 경제기사에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란 용어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출구전략이란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을 추진함에 따라 우려되는 물가급등 등과 같은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제위기 극복 이후에 대비한 단기적인 경제안정화대책을 의미한다. 요즘 출구전략이 등장하는 이유는 금융부문을 중심으로 일부 지표들이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때문인 것 같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고 원·달러환율이나 회사채(3년, AA-)도 각각 1200원 중후반과 5%대 초반에서 안정되고 있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여기에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 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고 향후 경기전환시점을 예고해 주는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전월차도 금년 1월부터 계속 상승해 국내경기가 하강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서비스업생산과 소비재판매가 전년동월대비로 각각 4월과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6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석달째 개선되고 있다. 이처럼 상반기 경기바닥론을 지지하는 지표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출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감세정책기조의 변화를 의미하는 듯해 논란을 부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출구전략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서서히 공론화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금 거시경제정책방향을 긴축기조로 전환하는 출구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기엔 아직 때이른 감이 있다. 우선 세계경제회복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하고 원화가치가 절상되고 있어 우리 경제의 한 축인 수출은 4·4분기는 돼야 기술적 반등에 의존해 증가세로 반전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우리 경제의 다른 한 축인 내수도 자생적인 회복의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재정의 역할을 통해 급락세를 완화하고 있을 뿐이다. 내수와 밀접한 취업자 수는 5월에 전년동월대비로 22만명가량 감소했고 자영업주는 30만명이나 줄었다. 여기에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기업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고 고용은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도 계속 나빠지는 후행지표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내수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 더욱이 출구전략의 최대 관심사인 전반적인 물가급등 가능성도 최소한 금년 내에는 적어 보인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0%에 불과하고 7월에는 환율안정, 경기하강 등에 따라 1%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국제유가 강세나 공공요금 인상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전반적인 물가안정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금융완화정책으로 풍부해진 시중유동성이 부동산 등 일부 자산시장에서 투기적 거품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800조원이 넘는 단기유동성이 실물경제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자금시장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1990년대 경기침체에 헤매던 일본은 일시적으로 경기회복의 가능성이 조금씩 나타나자 소비세 인상 등과 같은 정책기조전환을 성급하게 추진했다. 그 결과로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장기불황의 늪에 빠졌던 역사적 경험을 지금 우리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대다수 전문가들이 향후 국내경기를 V자형 급반등보다는 더블딥이나 바나나형의 완만한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경기부양적 정책기조를 지속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 시점에선 출구전략을 미리 구상해 볼 수는 있어도 추진하는 것은 한마디로 시기상조다. 더불어 향후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조직이기주의에 매몰돼 섣부른 정책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하진 않을 것으로 믿고 싶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 추억 속 ‘만화ㆍ게임 찰떡궁합’ 올해 재현되나

    추억 속 ‘만화ㆍ게임 찰떡궁합’ 올해 재현되나

    올해들어 만화를 소재로한 온라인게임의 연이은 등장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게임업체 엠게임과 고릴라바나나 그리고 소노브이는 각각 만화 소재의 온라인게임 ‘열혈강호 온라인 2’, ‘레드블러드 온라인’, ‘베르카니스’를 개발 중이다. 그간 만화 소재의 온라인게임은 대부분 대작으로 이어져 좋은 궁합을 보였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 ‘라그나로크’ 등은 그 대표적인 온라인게임들이다. 관련 업계가 이들 게임의 등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때문이다. 더욱이 시장 초기 때만 반짝했던 온라인게임의 만화 열풍이 다시 한번 몰아칠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열혈강호 온라인 2’는 원작 만화의 코믹성을 살려 코믹무협게임으로 등장했던 전편과 달리 정통무협게임으로 거듭났다. 게임의 그래픽도 ‘실사풍’으로 개발됐다. 5등신의 귀여운 캐릭터 외모를 세련된 8등신 외모로 바꿔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레드블러드 온라인’은 전투 공간인 인스턴스 던전과 커뮤니티 공간인 타운으로 나눠진 MO 방식의 온라인게임이다. 원작자인 김태형 작가가 아트 디렉터로 참여하고 있으며, 원작 만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부분을 게임의 이야기로 새롭게 내세웠다. ‘베르카니스’는 국내 대표 만화가인 이현세 세종대 교수가 참여한 온라인게임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SF(공상과학) 세계관을 내세웠으며, 자유로운 직업선택과 자동 무기교체 시스템 등을 통해 단조로운 게임성을 탈피하는데 주력했다. 온라인게임 소재로서 만화에 대해 인지도 측면의 강점 외에도 세계관과 캐릭터 디자인 등의 요소를 공유하기 쉽다고 게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만화를 보는 독자와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동일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역으로 인기 온라인게임이 만화로 재탄생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자리 이동시 이전의 특성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수동적인 만화와 능동적인 게임의 특성은 다르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화와 게임이 단순한 원소스멀티유즈 차원을 넘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각 특성을 고려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 엠게임, 고릴라바나나, 소노브이 서울신문NTN 최승진 기자 shai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8일 TV 하이라이트]

    ●산너머 남촌에는(KBS1 오후 7시30분) 맞선을 보러 나간 재곤은 농사 짓는다는 이유로 맞선녀에게 바람을 맞고, 정미 역시 맞선 자리에 나갔다가 맞선남이 오십대에 재혼이라는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자신들의 처지로 자괴감에 빠진 두 사람은 같이 술을 마시며 신세한탄을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재곤은 모텔 방에서 눈을 뜨는데…. ●소비자 고발(KBS2 오후 11시5분) 최근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없애 주는 새로운 과자인 ‘프리미엄 과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식품첨가물을 줄이고 호박, 바나나, 시금치 등 몸에 좋은 재료를 넣었다는 프리미엄 과자는 일반 과자보다 2배 이상 비싸다. 과연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프리미엄 과자는 이름처럼 품질도 최고급일까? ●트리플(MBC 오후 9시55분) 상희에게 프러포즈할 맘을 먹고 찾아간 해윤은 취객이 상희를 희롱하는 것을 보고 분을 참지 못한다. 싸움이 벌어지고 해윤은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다. 한편 수인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는 현태에게 활이 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고 묻자 현태는 최수인이라고 대답한다. ●뉴스추적(SBS 오후 11시15분) 얼굴이 거북이 등처럼 딱딱해졌고, 입술은 퉁퉁부어 움직이지 않는다는 한 20대 여성.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성형시즌을 맞아 불법성형시술의 실태와 불법성형 기술 전수의 비밀을 파헤친다. 또 전문의조차 구분하기 힘든 중국산 가짜 필러주사 유통의 비밀과 문제점을 살펴본다. ●세계테마기행(EBS 오후 8시50분) 아카쿠스는 리비아의 페잔 지방에 있는 바위그림 유적지로 사하라 사막에 뻗어 있는 타트라르트아카쿠스 산맥에 위치해 있다. 이 벽화들은 동식물상의 변화와 다양한 인간생활 방식 등을 보여 준다. 혹독한 자연 조건 속에서도 세계적으로 암각화가 가장 넓게 분포된 지역 아카쿠스를 찾아가 본다. ●YTN 초대석(YTN 낮 12시35분)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박지원 국회의원이 12년 만에 국회로 돌아왔다. 대북 송금특검은 정상회담과 관련해 정부가 북한에 5억달러를 제공한 것으로 발표했다. 이에 대한 진상은 무엇인지, 이명박 대통령의 정국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들어 본다.
  • 中언론 “왕조현 비구니 됐다”

    中언론 “왕조현 비구니 됐다”

    홍콩 영화배우 왕조현이 여자승려가 됐다는 기사가 중국언론에 연일 보도돼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지난 7일과 8일 연이어 배우 왕조현이 지난 6월께 캐나나 밴쿠버에 소재한 화교계 불사로 출가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홍콩 현지 언론을 인용하고 있는 중국 언론들은 “대만에 머물고 있는 왕조현의 가족들이 왕조현이 캐나다 밴쿠버 소재 불사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줬다.”고 보도했다. 왕조현은 지난 1980-90년대 홍콩의 톱스타로 국내에서도 명성을 날리며 당시 임청하, 장만옥, 종초홍과 홍콩을 대표하는 4대 여배우로 손꼽혔다. 하지만 두 차례의 결혼에서 모두 실패하며 인생의 굴곡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왕조현은 90년대 중반 옛 연인 가수 치친(齊秦)과 헤어진 후 홍콩재벌과의 결혼에 실패하는 등 잇따른 심적고통으로 불교에 더욱 심취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졌다. 최근 싱가포르로 국적을 바꾼 배우 이연걸과 마찬가지로 왕조현 역시 티벳불교에 심취해왔다. 왕조현은 2003년 영화 ‘미려상해’ 이후 연예계를 떠나 캐나다에서 불법공부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출처 = 영화 ‘미려상해’ 스틸컷 서울신문NTN 김예나 기자 yeah@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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