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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의점업계 中관광객에 러브콜

    편의점업계 中관광객에 러브콜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88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이 175만명으로 2009년 대비 무려 41%나 늘어났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22.1%로,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급증에 따라 서울 명동, 동대문, 남대문 등 주요 쇼핑 명소나 비즈니스호텔 인근 편의점의 매출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편의점 업체마다 한국관광공사 주최로 10일 시작한 ‘2011년 코리아그랜드세일’에 참여, 다양한 서비스와 이벤트를 마련하고 외국인 고객 잡기에 나섰다. 훼미리마트는 중국인 고객을 잡기 위해 지난 6일 처음으로 은련카드 결제서비스를 도입했다. 서비스 도입을 기념해 은련카드로 1000원 이상 결제 시 빙그레 바나나맛우유(240㎖)를 증정하는 행사도 진행 중이다. 다음 달 28일까지는 생수, 스낵, 음료, 여성용품 등 평소 외국인들에게 인기 높았던 품목 31종을 할인해 판매한다.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도 이번 축제에 동참하는 한편 은련카드 결제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전국 관광 명소 인근 100개 점포에는 대형 광고물을 설치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다.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고추장, 김, 막걸리, 인삼 가공식품 등은 10%, 삼각김밥, 샌드위치 세트 등은 30~40% 할인 판매한다. 또 100대 인기 상품을 선정해 증정하고, 30~50% 할인하는 행사를 다음 달 28일까지 진행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세계 최연소 유방암 3세소녀 지금은?

    세계 최연소 암환자로 기록된 3세 여아의 회복기가 최근 공개돼 또 한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캐나나 토론토에 사는 알레샤 헌터(5)는 세 살이었던 지난 2009년 의사로부터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헌터의 어머니는 아이를 목욕시키던 중 가슴에서 작은 멍울을 발견했지만, 병원에서는 성장과정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증상이라며 돌려보냈다. 하지만 헌터 가슴의 멍울이 지름 2㎝가 될 만큼 자라고 아이가 고통을 호소하자, 2009년 1월 어머니는 다시 한 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다. 그리고 유방암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헌터의 어머니는 “완두콩 만한 크기였고, 전혀 무해한 멍울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이렇게 어린 아이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세계 최연소 유방암 환자’로 기록된 헌터는 즉각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발견이 빨랐던 덕분에 유방 절제 수술과 림프절 추출 수술 등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최근 현지 언론에 공개된 헌터의 모습은 또래 아이들과 다르지 않을 만큼 건강한 모습이다. 당시 아이를 수술한 낸시 다운 박사는 “25년 간 유방암 환자를 봐 왔지만 헌터만큼 어린 아이를 치료해 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가슴을 절제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춘기가 지나면 가슴 재생 수술을 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정기검진만 꾸준히 받는다면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이 발암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성인에게서만 발견되던 유방암은 환경적인 요인과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신종플루 악몽 되살아나나… 의심환자 급증

    신종플루 악몽 되살아나나… 의심환자 급증

    신종플루(인플루엔자 A/H1N1) 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인플루엔자 감염 의심 환자가 4배나 늘어나면서 신종플루가 올 겨울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종플루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7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인플루엔자 감염 의심 환자’ 수는 병원 외래환자 1000명당 22.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4일 4.9명에 불과했던 의심 환자가 11일 7.3명, 18일 14.6명, 25일 23.8명으로 한달 새 4배 이상 급증한 것. 이는 인플루엔자 유행 기준(2.9명)에 비해 8배나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인플루엔자가 전국을 강타한 2009년에는 10월부터 환자 수가 급감하기 시작했지만, 올해는 정반대로 한겨울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인플루엔자 감염 의심 환자를 분류한 결과, 10%만 일반 독감 환자였고, 나머지는 모두 신종플루 감염자로 나타났다. 의심환자에게서 바이러스를 표본 추출한 결과, 총 1015주 가운데 1968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이른바 ‘홍콩독감’ 바이러스인 ‘H3N2형’은 106주인데 비해 신종플루 바이러스인 ‘H1N1형’은 909주로 약 90%를 차지했다. 보건 당국과 전문가들은 신종플루 확산 양상이 2009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분석했다. 김기환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독감 의심 환자가 많아지고 있는데, 원인은 2009년 유행한 신종플루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증상의 중증도 역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독성이 과거에 비해 약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보다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했다. 김 교수는 “손 씻기와 기침 예절을 지키고, 만성질환자나 노약자는 지금이라도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최근 신종플루 의심 환자가 급증하자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약국에 항바이러스제가 없으면 보건소를 방문하라.’는 내용의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복지부는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전 국민의 26%에 해당하는 1300만명분이나 보유하고 있어 2009년처럼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달 1일부터 6일까지 18만 8000명분의 타미플루를 시중에 공급했고, 9일 이후 20만명분을 추가로 공급 중”이라고 밝혔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디자인 보이/이현숙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디자인 보이/이현숙

    상쾌한 냄새에 눈을 떴다. 햇빛 반사율 17프로, 은은하게 펼쳐진 햇살 무늬 빛과 방안 공기를 채운 나무 향은 마치 숲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생생했다. 어젯밤 잠들기 전 설정해 놓은 기상 프로그램 중 2번 ‘숲 속 통나무집’이다. ‘해변의 아침’이나 ‘강변의 산책’ 등 몇 가지 중에 선택한 것이다. 자고 일어나는 장소로는 자연이 제일 좋은 건가? 프로그램에는 산이며 강, 바다 일색이었다. 몸의 상태가 좋다. 역시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건가 보다. 집은 벌써 깨끗하게 정리정돈되어 있었다. 벽걸이 화면으로 엄마 얼굴이 보였다. “령아, 식탁 위에 있는 것 먹고 화상 수업은 빼먹지 마. 너 요즘 수업시간에 늦는다는 정보가 엄마 블로그에 떴더라. 그리고 몸 디자인!” 한쪽 눈을 찡긋하는 엄마 얼굴이 보였다. 오호! 바로 오늘이다. 나는 쾌재를 부르며 집을 나섰다. 아파트 현관에 파란색 새 자동차 씽씽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갈 곳은 이미 입력되어 있다. 내가 타자마자 씽씽이가 소리 없이 움직였다. 오늘은 몸 디자인을 위해 전신성형병원에 들르는 날이다. 몸 디자인은 21세기 중반 성장기 아이들의 필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안 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거다. 키가 자라는 속도에 맞추어 성장판을 조절하고 팔다리와 몸의 각 부위를 보기 좋게 가꾸는데, 원한다면 얼굴 프로그램과 병행하기도 한다. 나는 얼마 전에 몸 디자인을 시작했다. 얼굴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한참 늦었지만 조르지 않았으면 열세 살인 지금도 방치되고 있을 거다. 엄마는 이런 면으로 보면 너무 유행을 모르는 것 같다. 요즘 이 프로그램 없이 크는 아이가 어디 있다고. 오래전부터 얼굴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아이들도 많은데 말이다. 차창 밖으로 새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 지은 쇼핑몰이다. 화려한 외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참, 생일선물!’ 오늘 저녁에 하나의 생일파티가 있는 걸 깜빡했다. 얼른 선물을 사 놓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씽씽이의 몸체가 흔들리는가 싶더니 바닥으로 살짝 내려앉았다. “씽씽. 왜 이래? 무슨 일이야?” 얼마 전 출시된 컨셉트 카인 씽씽이는 모든 기능이 전자동이고 차체 문제까지도 스스로 진단하는 최신 자기부상 승용차다. 바닥에 촘촘하게 장치된 전자석에 씽씽이의 센서가 반응해 자유롭게 이동하는 거다. -차체 이상 발견, 잠시 기다려 주세요. 스피커에서 씽씽이의 기계음이 나왔다. “아이 참, 왜 하필 지금이야?” 발을 동동거리며 팔짱을 끼는데 차창으로 어떤 남자애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톡톡. 나보다 나이가 좀 많아 보이는 남자애가 차창을 두드렸다. 씽씽이의 스피커에서는 제작회사에 상황을 전하는 기계음이 계속 들렸다. 열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 차창을 내렸다. 헉.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조각한 듯 아름다운 얼굴 하나가 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네 차 고장 났지? 내 차 때문이야.” 보기와는 달리 묵직한 목소리였다. “내 차에 문제가 생겨 네 차까지…….” 나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눈엔 햇빛에 반짝이는 머릿결과 자그맣게 떨리는 속눈썹만 보였다. “아예, 괜찮아요. 제작사와 연락이 되니까 알아서 할 거예요. 우리 차는 최신…….” 내 말에 남자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아찔한 미소였다. 그 애의 차에서는 바이올린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곧바로 도착한 정비사 아저씨들이 씽씽이를 점검했다. 문제는 자체 내장된 메모리와 블랙박스로 파악이 될 것이다. 정비사 아저씨가 아빠와 통화하는 얘기를 들으니 남자애의 차량 자기가 지나치게 높아져 옆에 있던 우리 차가 이상 작동한 것이라고 했다. ‘첨단 자동차가 이렇게 쉽게 고장이 나나?’ 첨단이라면 뭐든지 완벽하고 그럴듯한 줄 알았는데 지금 씽씽이를 보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나는 제작사에서 지원하는 비상차를 거절하고 걸었다. 병원을 향하는 동안 내 머릿속은 아까 보았던 남자애로 가득 찼다. 반듯한 눈, 코, 입에 떨리는 속눈썹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형 그 자체였다. 정말 인형 같은 모습이었다. 근데 그런 애의 취향이 나이든 할아버지처럼 늘어지는 바이올린 음악이라니. 그 애의 차에서 흘러나오던 바이올린 음악을 떠올리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바이올린 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간간이 오가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였다. 다시 귀를 기울였다. 그 소리는 쇼핑몰 중 어딘가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줄지어선 가게들을 훑어보았다. 모퉁이 끝에 어떤 할아버지가 들어가는 가게가 있었다. 골동품 가게였다. 새 쇼핑몰에 골동품 가게? 궁금한 맘으로 골동품 가게로 걸어갔다.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주름진 얼굴이었지만 밝아 보였다. 가게에는 가지런히 정리된 오래된 물건과 바이올린 선율이 가득 차 있었다. 바이올린 소리가 미끄러질 듯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가게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내 맘도 편안해졌다. “오케이! 정했어. 하나의 생일선물은 이 음악!” 나는 바로 음원을 구입하고 하나에게 파일로 보냈다. ‘히히 계집애 펄쩍 뛰겠지? 웬 케케묵은 음악이냐고? 오늘 이 언니에게 영감을 준 음악이니 영광인 줄 알아라. 지하나.’ “야아. 너무 멋지다. 하나야, 이번엔 성공이구나. 축하해.” 생일잔치의 주인공인 하나가 딱 달라붙은 은색 스타킹에 흰 레이스 목도리를 두르고 나타났다. 아이들이 우르르 하나 앞으로 다가갔다. 동그랗게 커진 눈과 오똑한 코, 주먹만큼 작고 갸름해진 얼굴이 완전히 사이버 아바타 같았다.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 지하나. 정말 멋져.” 오래전에 얼굴 프로그램에 들어간 하나는 우리의 관심 대상 1호였다. 하나의 성공은 우리의 성공과 다르지 않았다. 나와 몇몇 아이들이 하나를 에워쌌다. “응, 이번엔 꽤 달라 보이지? 맞아. 프로그램 디자이너를 좀 바꿨어.” 어깨에 잔뜩 힘을 주며 고개를 쳐드는 하나는 이미 미스테라였다. 지구상의 모든 여자들이 우러러본다는 현세대의 여신. 안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하나 옆에 딱 달라붙어 부담스러울 정도로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아이들의 표정은 감탄과 부러움 일색이었다. 하나가 공기 중으로 떠오를 것만 같았다. 내 머릿속에도 내 얼굴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지하나. 잘 돼도 너무 잘 됐다. 초대가수의 노래가 시작되자 아이들이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는 알록달록한 알탱캡슐이 보기 좋게 접시에 담겨 있었다. 하나가 앞으로 나가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여러분 앞에 놓인 알탱캡슐이 보이시죠? 이 알탱캡슐은 얼마 남지 않은 북극빙하를 녹인 순수한 물과 필수영양소들이 혼합된 첨단제품이에요. 오늘 이 자리를 빛내려 우리 아빠가 북극 마에니 지방에 직접 주문한 거죠. 어때요?” 하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알탱캡슐을 들여다보았다. 짓궂은 아이들은 알탱캡슐을 서로 던지고 입으로 받아먹기도 했다. 또 첨단이냐 싶었다. 알탱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어쩜 알탱에도 이런 센스라니. 알탱캡슐은 색깔도 가지각색이었지만 모양도 하나하나가 다 달랐다. 곰돌이, 별, 달과 같은 모양에서 자동차, 로켓과 우주선 그리고 알 수 없는 모양까지……. 역시 각기 다른 모양이 보기 좋다. 나는 곰돌이 모양의 알탱캡슐을 하나 집어 들었다. “령아. 정말 대단하지 않냐? 이런 최신 캡슐, 어디 가서 우리가 먹어 보냐? 지하나 정말 대단해.” 지현이가 소곤거리자 옆에 있던 세리가 말했다. “치, 하나가 대단하니? 걔네 아빠가 대단한 거지. 그나저나 하나 얼굴 말이야. 저거 열두 번 성형한 거래. 그야말로 대단하지 않냐?” 친구들은 칭찬인지 시샘인지 모를 말들을 떠들어댔다. “야, 령. 넌 얼굴 프로그래밍 어떻게 할 거니?” 나는 세리의 말에 그냥 알탱캡슐만 뒤적거렸다. 한숨이 나왔다. 열두 번이라니…. 놀라 입을 떡 벌릴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우리 집은 그럴 만한 처지가 못 된다. 초대가수들이 들어가자 아까와는 다른 음악이 나왔다. “뭐 이런 음악이래? 여기가 무슨 골동품가게냐? 선사시대도 아니고.” 세리가 투덜거렸다. 내가 하나에게 선물한 바이올린 음악이었다. “이게 어때서? 얼마나 고상하냐? 물 흐르듯이 아주 자연스럽고 말이야” 내 말에 세리가 콧방귀를 뀌었다. 하나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령, 어때? 네가 선물한 음악인데. 마음에 드니? 친구들도 아주 좋아하는 거 같지?” 하나가 비아냥거렸다. 무안했다. 친구들 앞이라 더 그랬다. 그래서 나도 하나에게 질세라 허리를 펴고 또박또박 말했다. “하나야. 자라는 아이들일수록 마음을 진정시키고 편안하게 하는 이런 고전음악을 자주 들어줘야 한단다.” “뭐? 잘도 둘러댄다. 아무튼 이 음악 아주 생뚱맞았어. 너나 가져.” 하나가 쌀쌀맞게 말했다. 기운이 쪽 빠졌다. 그 멋진 남자애를 네가 봤어야 하는데. 조각 같은 얼굴에 바이올린 소리가 얼마나 잘 어울렸는지 말이야. 그때였다. 하나의 뒤로 어떤 사람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내 눈이 휘둥그레지자 하나도 내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어, 오빠 왔구나?” 하나의 사촌 오빠였다. 하나는 우리에게 사촌 오빠를 소개했다. 내 차례가 되자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말했다. “저, 저 기억하세요? 오늘 아침에 차가 고장 나서……. 참, 이 음악 좋아하시죠? 헤헤 이거 오빠 차에서 나오던 음악이잖아요.” “네? 누구?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의 사촌 오빠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당황스러웠다. 다시 보니 우리 또래는 아닌 것 같고 어른스러운 맵시가 나는 것이 고등학생쯤으로 보였다. 근데 처음 보는 것 같은 저 눈빛은 뭐야? 하나와 사촌 오빠는 옆에 있는 우리는 아랑곳없이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었다. 나는 슬그머니 내 자리에 앉았다. 지현이와 세리도 분위기에 맞춰 자리에 앉았지만 역시 관심은 하나의 사촌 오빠에게 있었다. 누가 봐도 멋지겠지. 나는 가수를 보는 체하며 사촌오빠를 훔쳐보았다. 역시 잘 생겼다. 음악은 어느새 최신 곡, 사이버 아이돌 ‘트웬퓨릿’의 노래로 바뀌어 있었다.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들썩거렸다. 하나를 보니 속이 쓰리고 사촌오빠에게 무시를 당하고 나니 내 기분은 완전 맥이 빠졌다. 나는 일찌감치 파티장을 빠져나왔다. 새로 개장한 쇼핑몰은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개장행사가 있는지 건물입구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리고 눈길을 끄는 가게들은 어찌나 많은지. 가게진열장을 구경하느라 기웃거리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갔다. 인상을 찌푸리며 돌아보니 하나의 사촌 오빠였다. 친구들과 건들거리며 몰려가는 폼이 아까 하고는 많이 달라보였다. 고개를 싹 돌리고 모른 척했다. 알은체하고 싶지 않았다. 습도와 온도가 적절하게 조절된 병원은 쾌적했다. 화상전화로 예약과 시술에 관한 얘기는 다 끝났지만 최종적으로 내 실제 얼굴을 측정하기 위해 들른 것이다. 예약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 나는 병원 현관을 어슬렁거렸다. 현관에 있는 화면에서는 아까부터 같은 광고가 반복되고 있었다. -가을맞이 토털프로그램 대할인. 흘려 듣다 생각해 보니 지금이 가을인가 여름인가 헷갈렸다. 온도와 습도는 늘 알맞게 조절되고 나무와 풀들도 시스템에 의해 늘 푸르고 생생하기 때문이다. -가을맞이 재디자인! 얼굴을 말끔히 다시 고쳐 드립니다. 그럼 그렇지. 역시 얼굴 프로그램이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뒤돌아보는데 자동문이 열리며 하나의 사촌 오빠가 들어왔다. 나는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 뒤이어 들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닮은 얼굴이었다. ‘어? 하나의 사촌 오빠가 쌍둥이인가?’ 키는 조금 달랐지만 얼굴은 비슷했다.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오빠들의 뒷모습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키와 덩치가 다른 쌍둥이도 많으니까. 고개를 돌리고 의자에 앉으려는데 또 몇몇 사람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하나, 둘, 셋, 넷……. 어떻게 된 일이지? 하나의 사촌 오빠들이 이렇게나 많아? 눈이 휘둥그레지고 다리에 힘이 빠졌다. -가을맞이 재디자인! 얼굴을 말끔히 다시 고쳐 드립니다. 인기 절정 ○○디자이너! 서두르세요. 기간은 오늘까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등 뒤에서 울리는 광고 문구가 귓가에 맴돌았다. 어지러웠다. ‘그럼 나는 하나의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안 예뻐져도 괜찮아. 그냥 생긴 대로 살래. 병원을 나서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달렸다. 선사시대까지라도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늘이 파랬다. <끝>
  • [서울신문 신년특집] 한국 패션 세계화의 원년 - 디자이너에게 묻다

    [서울신문 신년특집] 한국 패션 세계화의 원년 - 디자이너에게 묻다

    2010년은 ‘국민 디자이너’로 불리는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패션 디자인을 시작한 지 꼭 30년이 되는 해였다. 그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허덕이던 1997년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패션 전시회를 열었다. “파리에서의 첫 전시회 때 막 옷을 진열하고 있는데 북한 인공기가 걸려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깜짝 놀라 전시 주최 사무실로 가서 태극기로 바꿔달라고 했지요. 당시만 해도 우리로서는 조심스러운 때였으니까요.” 파리 반응에 고무되어 독일에서 연 전시회에서는 한창 옷을 주문하다가 갑자기 접고 나가는 구매업자도 있었다고 한다. 일본 디자이너로 착각했던 것이다. ●97년 사비 털어 해외전시… 이젠 정부지원 활발 그가 해외 진출을 할 때만 해도 디자이너가 사비를 털어 전시회와 패션쇼를 열었지만 최근에는 문화콘텐츠진흥원, 서울시청, 지식경제부 등에서 국가적 지원이 활발해졌다. “젊은 한국 디자이너들은 외국 디자이너와 같이 소통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다 연결되니까요. 패션은 국력과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경제선진국에서 패션 문화 선진국으로 나아갈 때지요.”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세상을 뜬 뒤 이상봉에게 붙여진 ‘국민 디자이너’란 칭호는 과분하다는 것이 그의 심정이다. 앙드레 김이 청문회를 통해 패션 철학이 널리 알려졌다면 이상봉은 2006년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으로 젊은이들에게도 친숙한 디자이너가 됐다. 방송을 통해 한글 서체 등 우리의 전통을 현대화해서 패션에 접목한 그의 노력이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한글 디자인은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을 무렵인 1986년 인터뷰를 보니 한국 패션을 서구 패션과 접목시키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더군요. 1985년에 발표한 패션 화보도 백의민족, 태극기 등을 주제로 한 사진이 많았습니다.” 30여년 전의 자료를 최근에 다시 들춰본 것은 곧 출간될 아트북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의 외국 활동 등을 정리한 책이다. ●한글 서체 등 전통 현대화… ‘패션한류’ 이끌어 2009년 초반에 이상봉은 미국 뉴욕 첼시에도 사무실을 열었다. 딸 이나나씨가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뉴욕 진출로 비욘세, 레이디 가가, 리한나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그의 옷을 입고 공식석상에 섰다. 특히 비욘세와 함께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멤버였던 가수 롤런드는 수만명이 운집한 유럽 콘서트와 미국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 공연에 이상봉의 옷을 입고 올랐다. 언제든 필요하면 와서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할 정도로 롤런드는 이상봉 옷의 마니아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는 이상봉과 함께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김연아는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외국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아이스쇼에 이상봉의 옷을 입고 은반 위를 수놓았다. 이상봉이 후배 디자이너들을 위해 대중에게 부탁하는 것은 적극적인 응원과 지지다. “요즘은 본인의 열정과 노력만 있다면 해외 진출에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나가는 게 중요하지요. 하지만 전통을 현대화하는 노력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응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오는 2월 뉴욕 패션위크 기간에 열리는 ‘컨셉 코리아Ⅲ’에는 젊은 디자이너들과 함께 참여한다. ‘컨셉 코리아’는 한국 패션의 세계화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마련한 프로젝트다. 지난 9월에는 곽현주, 이주영, 이진윤이 뉴욕 패션위크에서 그룹 패션쇼를 열었다. 이번에는 한국 패션을 좀 더 깊이 있게 알리는 발표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패션 해외진출은 장기적인 도전 과제” “행사 준비를 위해 만난 문화부의 한 공무원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패션의 해외 진출은 끈기를 갖고 지속적으로 해야지 한두번 만에 승부가 나지 않는다. 몇 년의 계획을 갖고 장기적으로 도전해야 한다’ 100% 공감합니다.” 공무원들의 패션에 대한 시각이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에 대해서도 이상봉은 열린 자세를 보였다. 그들이 패션 전문가가 아니므로 충돌이 있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며, 설득과 대화를 통해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봉이 내다보는 대한민국 패션의 미래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우리나라에서 인정받으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국내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기 “꿈을 펼치기에 한국은 좁 았죠” “외국 유명매장에 내 옷 걸리길…” “사실 뭐 아시아에서 한국을 빼고 중국 디자이너나 필리핀 디자이너, 하다못해 태국 디자이너까지 뜨는 이 마당에 더 이상 자존심 상해서 안 되겠어요.”(다큐멘터리 ‘구호’ 중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복 브랜드 ‘구호’를 만든 정구호(48) 제일모직 전무가 2010년 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헥사 바이 구호’의 첫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남긴 말이다. 한국 패션의 첫 해외 진출은 1966년 고(故) 앙드레 김이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연 패션쇼로 기억된다. 1956년 패션쇼라는 것 자체를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인 노라노(72)는 1979년 미국 뉴욕에 진출했다. 디자이너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남성복 디자이너 우영미(51)는 1997년 파리 프레타포르테에서 패션 전시회를 열었다. 한국에서의 성공만으로 만족하기에는 야망이 컸다고 우씨는 밝혔다. 현재 우영미의 남성복이 판매되는 나라는 14개국에 이른다. 홍콩의 고급 백화점 하비 니콜스는 우영미의 매장과 옷을 전면에 내세워 백화점의 외관을 꾸밀 정도다. 2010년 1월에 발표된 유러피언 바이어스 리뷰(EUROPEAN BUYERS’ REVIEW)에서 우영미는 최고의 남성복 디자이너 순위 18위를 기록했다. 1위에 오른 디오르, 2위 돌체앤드가바나, 15위 구치, 17위 알렉산더 매퀸 등 세계적 디자이너와 비슷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21살에 패션 디자인을 시작해 현재 ‘제너럴 아이디어’란 브랜드를 이끄는 최범석(33)은 2009년 1월 뉴욕에서 열린 트레이드쇼에 참가했으며 이듬해 2월에는 당당히 뉴욕패션위크에 진출한다. 최씨는 “국내에서는 패션쇼를 많이 열었고, 이제는 모든 게 세계적으로 움직이는 세상 아닌가. 나 역시 트렌드를 맞추고 싶었다. 힘들겠지만 계속 두드려 그 문을 열고 싶은 오기도 있었다.”라고 처음 해외 진출을 결심한 계기를 설명했다. 세계 패션의 중심인 뉴욕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최씨가 미국 패션 잡지사를 돌며 인사를 다니는데 대부분 동성애자인 직원들은 그도 역시 동성애자라고 생각해 엄청난 추파를 던졌다고 한다. 심지어 한 잡지사에서는 최씨가 게이가 아니라고 밝히자 직원들이 다 나가버리기도 했단다. 2010년 2월 열린 ‘헥사 바이 구호’의 첫 뉴욕 패션쇼도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쇼 당일에 40년 만의 폭설이 내렸고, 옷 몇 점은 희귀동물보호 관련 규정으로 세관에 묶여 결국 찾지 못했다. 쇼의 중심이었던 톱 모델 프레야 베하는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갑자기 심각한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무릅쓰고 그들이 뉴욕, 파리와 같은 세계적인 패션쇼 무대에 서는 것은 “외국의 유명한 매장에 나의 옷이 걸리기를 바란다.”는 최범석의 말처럼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한때는 일본인이 세계 패션 무대를 휩쓸었지만 현재 외국 유명 패션학교에는 한국 유학생의 수가 더 많다. 한국 학생들은 졸업 패션쇼에서 굳이 동양미와 한국적 전통을 가미하지 않은 작품으로도 1위에 오른다. ‘한류’가 있기 전에 한국인의 드라마에 대한 열광적인 사랑이 있었듯 디자이너들이 공통으로 당부하는 것은 우리 패션에 대한 우리의 애정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평 남짓 냉골에 외투입고 버텨”

    “2평 남짓 냉골에 외투입고 버텨”

    석양순(86·여)씨가 홀로 사는 6.6㎡(2평) 남짓한 방은 말 그대로 냉골. 입에서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난방기구라고는 낡은 전기장판이 유일했다. 기름값 때문에 보일러는 틀어 본 적도 없으며, 외투에 털모자를 쓰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고 했다. 27일 오전 11시 서울 홍제동 인왕산 등성이의 개미마을. 흥심약수터에서 바위를 타고 내려오던 계곡물은 이미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쥐꼬리만 한 정부 지원금으로 춥고 길다는 올겨울을 어떻게 날지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개발 문제로 주민들 간 반목도 깊어져 더욱 스산했다. 이곳 달동네 주민들에게는 세밑 송년 모임은 ‘딴 세상 얘기’일 뿐이었고, 새해 소원을 비는 것조차도 ‘사치’였다. 이곳은 서울 도심에서 차로 불과 5분 거리에 있다. “새해 소망이랄 게 있나. 나나 그놈(맏아들)이나 빨리 죽어야지.” 석씨가 “새해 소망”이라는 말을 듣자 금세 눈물을 뚝뚝 흘렸다. 뇌출혈로 쓰러져 3년째 식물인간이 돼 병상에 누워 있는 맏아들 걱정 때문이란다. 하지만 석씨가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노령연금 9만원이 전부다. 그는 “8남매 둔 ‘덕’에 기초생활수급자도 될 수 없었다.”라며 울먹였다. 게다가 그는 당뇨병, 위장병 등으로 한달에 약값으로만 5만∼6만원을 쓴다. 하지만 자식들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몇 푼씩 쥐어주던 용돈마저 끊은 지 오래다. 그나마 있던 도움의 손길도 끊길 위기다. 일주일에 두번 ‘서부 천사 재가노인지원센터’에서 반찬도 만들어 주고 빨래나 방청소 등 가사도 돕고 있지만 새해부터는 그마저 끊긴다. 적자 때문에 센터의 폐업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 사태로 냉소적인 시선이 확산되면서 자원봉사자의 발길도 크게 줄었다. 재개발 때문에 주민들이 갈라선 것도 개미마을 주민들의 겨울나기를 더욱 힘들게 하는 이유다. 2006년 3월 개미마을을 포함한 이 일대 산자락이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면서 주민들이 찬반 양쪽으로 갈라서기 시작했다. 이때 주민 대다수가 부동산 업자들에게 땅을 팔고 나갔다. 현재 개미마을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사람은 20여 가구에 불과하다. 곳곳이 빈집이었다. 세찬 골바람에 방문이 덜컹거리고 창문에 덧댄 비닐이 미친 듯 울어댔다. 못 살아도 개미같이 착한 사람들만 모여 있다던 이 마을이 한순간에 변해버렸다. 1973년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이문용(75)씨는 “37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땐 판잣집뿐이었고 포장길 하나 없었다. 그래도 이웃끼리 정만은 도타웠는데 이제는 걸핏하면 싸움이다.”며 길고 찬 한숨만 내쉬었다. 글 사진 김양진·최두희기자 ky0295@seoul.co.kr
  • [주말 데이트]‘국악계의 이효리’ 국립창극단 프리마돈나 박애리

    [주말 데이트]‘국악계의 이효리’ 국립창극단 프리마돈나 박애리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창극으로 만들면 어떨까. 우리의 전통 입맛에 맞게 간이 제대로 될까. 우선 시대와 지리적 배경을 한국화했다. 원래는 중세 베로나 몬테규가의 로미오와 캐퓰릿가의 줄리엣이다. 하지만 영남과 호남이 만나는 팔량치(八良峙) 고개 부근으로 무대를 옮겼다. 경남도 함양의 귀족 문태규의 아들 로묘와 전북도 남원 귀족 최불립의 딸 주리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얼핏, 생소할지 모르지만 무대에서 보면 우리 것으로 잘도 버무려 향기롭게 다가온다. 예를 들어 “너는 왜 로묘라고 했니?”라고 물어보는 대목을 판소리 창법으로 한다. 안숙선 명창이 작창(소리작곡)을 했다. 약을 먹고 죽어갈 때의 슬픈 대사도 물론 판소리로 한다. 신명나면서도 가슴 아프게 이어지는 것이, 원작을 살리면서도 우리식으로 맛깔스럽게 연출한다. 특히, 둘 사이의 비극적 사랑과 죽음을 씻김으로 풀어내는 대목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 창극으로 번안된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렇게 관객들과 만난다. 여기에서 줄리엣(주리) 역을 맡은 박애리(33)씨.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로 ‘국악계의 이효리’로 통한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잠깐, 인기 드라마 ‘대장금’에서 나오는 대목을 들어보자.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가나라 가나라 아주 가나/나나니 나려도 못노나니/~에이야 디이야 에이야 나나니요’ 박씨가 노래를 불렀다. 또 있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에서 개그맨 이동엽의 진행으로 ‘판타스틱 라이브’(FUN! Tastic Live) 공연이 진행됐다. 여기에서 팝핀 현준(본명 남현준·31)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조관우, 허니패밀리, 권우유밴드, 문명진 등과 함께 공연을 하던 중 공개적으로 박씨에게 달콤한 프러포즈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결혼(새해 2월)은 힙합계의 대표적인 댄서 팝핀 현준과 국악계의 히로인인 박씨의 이색적인 만남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정도 설(說)을 풀었으면 본론으로 넘어가도 되겠다. 지난 20일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창 연습 중인 박씨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사진 촬영을 위해 애써 한복까지 입는 성의를 보인다. 왜? 더 곱기 땜시(전라도 사투리로).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지난 22일 개막해 오는 2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무대에서 열린다. 곧 결혼을 앞둔 아가씨여서 그런지 물어보는 말마다 신명이 나고 거침없이 줄줄이 뱉어낸다. “셰익스피어 비극을 우리 창법으로 해보니 어떻든가요.” “처음에는 걱정이 됐습니다. 서양 원작에다 우리 옷을 입혔을 때 맞지 않으면 어떡하느냐고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이거든요. 사랑일 땐 흥이고, 비극적 죽음은 한이잖아요. 흥과 한은 우리 정서와도 맞습니다. 비록 대륙적으로 떨어져 있지만 우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지요. 서양에 가면무도회가 있으면 우리에게는 탈춤이라는 연희가 있듯이 말입니다.” 여기까지 대답을 한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음 질문을 알아차린듯 얼른 말을 잇는다. 눈치 촉수(觸手)가 만만치 않다. “사랑을 할 때는 심장 박동수가 어떤지 아세요. 우리의 휘모리장단하고 비슷합니다. 로미엣과 줄리엣, 둘이 사랑하는 심장의 소리가 둥둥둥 하고 급하고 빠르게 휘몰아가는 장단이거든요.” “이 작품은 지난해 초연된 것으로 아는데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떻든가요.” “지난 8월 개최된 국제비교문학대회 때 노벨문학상 수상자 헤르타 뮐러 등 세계 각국에서 내로라하는 문학인들이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공연이 끝나자 다들 기립 박수를 보내더라고요. 그들은 공연평으로 ‘이 같은 한국의 몸짓은 세계적인 뮤지컬이나, 그 어떤 오페라에도 비견되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라고 극찬을 하더군요.” 그는 또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문이 원수집안이듯 남원과 함양,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의 지역감정 해소, 그리고 우리 시대의 대립과 갈등을 없애는 부분도 작품에 녹였다고 설명한다. 팝핀 현준과의 결혼 얘기로 화제를 옮겼다. 결혼식은 국립창극단이 있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올릴 예정이다. 이 또한 처음 있는 일. ‘그와 그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주제로 퍼포먼스 공연을 하는 과정에서 결혼식이 벌어진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현대적 아이콘의 팝핍 현준 ‘그와’, 전통적인 춤을 추면서 사랑을 기다리는 ‘그녀의 이야기’가 무대에 펼쳐지는 것. ‘비보이 황제를 사랑한 국악계의 이효리’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관심을 모은다. “예비신랑과는 어떻게 만났나요.” “지난 4월이었습니다. ‘뛰다, 튀다, 타다’를 공연할 때였습니다. 국악과 대중적인 비보이(B-boy) 댄스의 조화라는 특성에 중점을 둔 공연이었죠. 그때 처음 만났는데 호감이 갔어요. 같이 뮤직비디오도 찍고 그러면서 친해졌지요.(웃음)” “결혼 후에는 현대와 전통의 만남은 계속되겠네요.” “주변에서 그렇게 기대하고 있어요. 결혼을 계기로 좀더 (예술세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박씨는 목포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소리를 곧잘 해 어머니한테 “너는 소리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래서 9세 때 안애란 명창으로부터 춘향가, 심청가 등의 판소리를 배웠다. 대학(중앙대) 다닐 때에는 성우향 명창에게 판소리를 다시 익히면서 소리꾼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대학졸업 후에는 곧바로 국립창극단에 입단했고 이때부터는 안숙선 명창을 스승으로 삼았다. 국립창극단에서는 ‘몽연’과 ‘산불’ 등에서 열연하면서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에는 국가브랜드 공연 창극 ‘청’에서 주연을 맡아 외국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으며 2010 한민족 문화예술 대상(국악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백신카드 약발 받을까

    살처분이 최선이라던 방역당국이 결국엔 ‘최후의 조치’라던 백신접종 카드를 꺼내들었다. 백신 접종은 방역당국이 사실상 ‘항복’하는 셈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선진국들이 꺼리고 있다. 역설적으로는 그만큼 급했다는 얘기다. 앞으로 수년 동안 이어질 접종의 후유증을 감내하고서라도 지금의 확산속도를 늦춰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 농림수산식품부가 선택한 것은 안동 등 구제역 발생 농장이 밀집한 지역을 포위하듯 일정한 반경 이내의 지역에만 예방접종을 하는 이른바 ‘링(Ring) 백신’ 방식이다. 특정 지역 전체를 접종하는 ‘지역 백신’이나 전국에 걸쳐 접종하는 ‘전국 백신’보다는 제한적인 조치다. 확보 물량은 충분하다. 정부는 30만 마리 분량의 예방백신 완제품을 비축해 놓고 있다. 또 구제역 국제표준연구소인 영국 퍼브라이트 연구소에 430만 마리 분량의 항원 형태 반제품을 배양해 놓았다. 완제품 생산에 4개월이 걸리지만, 항원에서 완제품을 만드는 데는 4~5일이면 충분하다. 다만 백신카드가 얼마나 ‘약발’을 발휘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도 항체 형성까지는 1~2주일 이상 걸린다. 그나마 항체가 생길 확률은 85% 안팎이다. 접종을 한 가축이 바이러스를 실어나르는 보균동물(carrier) 역할을 하는 것까지 막을 수 없다. 물론 전면 접종의 단계에 이른다면 아르헨티나나 중국 등 백신접종 국가의 축산물 수입 요구를 외면하기도 힘들다. 또 접종을 중단한 뒤 1년이 지나야 구제역 청정국 지위가 회복되는 만큼 축산농가의 피해가 더 커진다. 백신접종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일반적으로는 이동제한 해제 이후 3개월이면 청정국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北포격후 연평도서 한발짝도 안 떠난 이기옥씨

    北포격후 연평도서 한발짝도 안 떠난 이기옥씨

    “개펄만 봐도 좋아서 저절로 웃음이 나는데 어떻게 떠나나.” 21일 오전 10시 연평도 거문녀(검은 바위). 연평도 토박이들은 섬 남동쪽 끝도 없이 넓게 뻗은 이 개펄을 ‘거문녀’라고 불렀다. “아 뻘(개흙)에 나오니까 날아갈 것 같네. 애기 때부터 놀던 곳인데.” 보라색 외투를 입고 대야를 든 이기옥(49)씨가 연방 웃음을 지으며 굴을 캤다. 이씨는 지난달 23일 북한군 포격 이후 단 한번도 뭍으로 나가지 않은 주민이다. 이날 이씨는 한 달 내내 개펄에 못 나가다가 처음 굴채취를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총만 있으면 군인들 돕고싶어 다 떠나는데 연평도에서 단 한발짝도 나가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고향이잖아. 여기가 생활터전이고. 또 아들이 여기서 근무하고 있어. 버리고 갈 수 없지.”라고 말했다. 또 “북한 도발 목적이 우리를 여기에서 쫓아내려는 건데 그 의도대로 해주면 안 되지. 주민이 있어야 군인들한테 힘도 되고. 총만 있으면 돕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씨의 아들은 현재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군 복무하고 있다. ●요새화? 주민없으면 무슨 소용 연평도를 타이완의 진먼다오처럼 ‘지하요새화’하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하자, 이씨는 “요새화고 평화공원 조성이고 주민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겠어.”라면서 “주민들이 살 수 있게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는 게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평도의 겨울은 정말 추워. 우리 연평도 사람들은 겨울이면 ‘보일러가 쌀밥 먹고 사람은 보리밥 먹는다.’고 말하지. 대부분 기름보일러를 때는데 기름값이 워낙 비싸니까 생긴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면세유도 좀 지원해 주고 식료품값도 육지 수준으로 낮춰주고 굴에 붙이는 세금 좀 깎아주면 주민들 다 돌아온다. 땅만 캐도 금 같은 굴이 나오는 곳에 누가 안 돌아오겠냐.”고 강조했다. ●굴 세금 깎고 지원하면 다 돌아와 이씨는 굴 캐는 일을 ‘맨손어업’이라고 불렀다. “맨손으로 개펄에 나가서 잔머리 안 쓰고 굴을 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평도 사람들 정직한 사람들이지. 나는 앞으로 평생 이렇게 맨손어업하면서 살고 싶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연평도 김양진·최두희기자 ky0295@seoul.co.kr
  • [굿모닝 닥터] 바나나 음경

    50대 중년 남성이 얼굴이 바나나처럼 샛노랗게 질려 비뇨기과 외래를 방문했다. 1~2년 전부터 자신의 성기가 발기 시 바나나처럼 휘어진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발기됐을 때 음경에 통증을 동반해 발기가 제대로 되지 않고 이로 인해 삽입도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이는 전형적인 페이로니병으로 음경이 바나나처럼 휘어 있어 ‘바나나 음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페이로니병은 음경해면체를 둘러싸는 백막의 표층이 손상을 받아 흉터가 생기면서 탄력성을 잃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격렬한 성교 시 음경이 손상을 받아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손상으로 염증 반응이 발생하고 이것이 진행되면 딱딱한 결절이 남게 된다. 심한 경우 발기 시 통증이 발생하게 되고, 성관계 시에도 본인 또는 배우자가 통증을 느낄 수 있다. 특별히 이러한 증상이 없더라도 음경이 휜 것에 대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심인성 발기 부전이 발생하는 경우 조기에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의 후 이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크게 약물 요법과 수술적 교정 방법이 있다. 일차적인 치료로는 약물 요법을 시행하게 된다. 비타민 E, 혈류개선제, 항섬유화 약물, 방사선 치료, 스테로이드 약물 국소주사 등이 있다. 이러한 약물요법은 초기 병변의 치료에 효과적이며 최소 3개월에서 1년 가까이 시도된다. 수술은 결절 절제 후 진피나 혈관 같은 인체 조직이나 인공재료 등으로 결손 부위를 이식해 주는 방법이 주로 시행된다. 페이로니병이 한국인에게 흔하진 않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지만 증상이 있어도 비뇨기과를 방문하지 않는 환자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페이로니병 역시 조기 진단이 중요하며, 조기에 치료를 시행할수록 예후도 좋다. 이형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비뇨기과 교수
  • “60년전 포탄 피해 연평도 왔는데…이젠 영감도 없이 또 피란 나오다니”

    “60년전 포탄 피해 연평도 왔는데…이젠 영감도 없이 또 피란 나오다니”

    “6·25 때 피란을 내려와서 연평도를 고향 삼아 살았는데, 여기서 다시 피란을 나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60년 전, 29살의 젊은 나이에 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온 라애자(89) 할머니는 일주일 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두 번째 피난길에 올랐다. 북한의 포탄 공격이 있은 뒤 딸과 함께 배를 타고 연평도를 빠져나올 때는 60년 전 고향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총성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오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6·25 피란을 내려올 때 아버지와 같이 열차를 타면서 너무 경황이 없어 어머니랑 생이별을 했던 것이 기억나. 참 많이 울었지….” 인천 찜질방에서 라 할머니는 종종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전쟁 악몽 자꾸 떠올라” 연평도 포격이 발생한 지난 23일 친정 나들이 온 둘째딸을 배웅하고 침대에 누워 눈을 붙이던 라 할머니는 ‘쾅쾅’하고 포탄이 떨어지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현관문이 저절로 열리고 폭발 소리가 이어지면서 6·25전쟁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 라 할머니는 “과거 전쟁 때 머리 위로 비행기들이 뱅뱅 돌던 소리가 생각나면서 겁이 났다.”고 말했다. 피란의 최종 정착지였던 연평도에서 만난 남편은 황해도 해주 사람이었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일주일 전인 지난 16일 숨을 거둔 할머니의 남편 손성준(85)씨는 군인 출신으로 6·25 전쟁 당시 우리군과 영국함대 등에 서해 뱃길을 안내하는 공을 세워 국립이천호국원에 묻혔다. 라 할머니는 “돌아가신 우리 영감이나 나나 어렵게 피란을 와서 평생을 연평도에서 살았는데, 영감이 돌아간 다음에 나 혼자 또다시 피란길에 오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포토] 한미연합훈련 실시…美항공모함의 위력 ●“포탄 떨어지는 소리 아직도 생생” 역시 찜질방에서 기거하는 김상진(66)씨도 6·25전쟁 당시 피란길에 올랐던 이북 출신이다. 당시 배를 타고 인천 팔미도 쪽으로 피란을 내려온 김씨는 “(6·25 당시) 함께 피란 내려온 부모님과 민가에 숨어들어 주먹밥 하나로 하루 끼니를 때웠다.”고 돌이켰다. 두번째 피란생활을 하는 김씨는 “수백명이 한데 모여 생활하니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포탄에 우리 마을이 폐허가 된 모습이 악몽으로 남아 내내 지워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그땐 ‘딱꿍총’(당시 북한 인민군이 사용하던 총을 지칭) 소리도 듣기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살던 마을에서 머리 위로 ‘쉭쉭’하며 포탄 떨어지는 소리가 생생하게 기억나 더 끔찍하다.”면서 “목숨이 붙어있는 게 다행”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천 백민경·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전설의 고래잡이 마을, 印尼 라마레라

    전설의 고래잡이 마을, 印尼 라마레라

    고래잡이가 운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상업적 고래잡이가 합법적으로 허용된 유일한 곳이다. 인도네시아 중부 소순다 열도의 중앙에 위치한 플로레스 섬, 이 섬의 동쪽 럼바따 섬의 작은 마을 라마레라의 이야기이다. EBS ‘세계테마기행’은 플로레스 섬만의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찾아간다. 플로레스 섬의 사연은 29일부터 새달 3일까지 오후 8시50분 전파를 탄다. 라마레라는 땅이 척박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이런 까닭에 고래만이 유일한 생계수단이다. 라마레라의 고래잡이 방식은 원시적인 방법이라 더욱 특별하다. 작은 목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서 4m 길이의 작살로 고래를 잡는데 고래가 지나가는 길목이지만 1년에 10마리 정도만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고래를 잡는 것은 운명이라고 말한다. 잡은 고래는 선주인 ‘두안따나’가 고래잡이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한다. 가장 좋은 부위를 많이 갖게 되는 사람은 작살잡이인 ‘띠깜’. 두안따나의 분배에 불만을 가지면 다음에 바다에 나가서 화를 입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잡은 고래는 이들의 식량이며 재산이다. 버리는 부분 없이 고래 전체를 사용한다. 아낙네들은 고래고기를 작게 썰어 말려서, 물물교환으로 필요한 물건을 얻는다. 일주일에 2~3번, 새벽 2시 반에 버스를 타가 나가 고래고기를 옥수수나 바나나 등 당장 먹고 살 거리로 바꿔오는 고단한 일상의 연속이다. 하지만 고래잡이 마을이라는 자부심은 크다. 방송은 플로레스섬의 작은 마을 바자와 이야기도 전한다. 바자와에서는 고인돌이 조상을 숭배하고 받드는 것이라 생각하는 베나족 마을이 있다. 이들은 집에 큰 의미를 두고 있어, 집의 가장 좋은 방에 조상을 모신다. 이런 까닭에 집들이 행사인 ‘카사오’는 이들에게 가장 큰 명절이자 축제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바나나에 모차르트 음악 들려주면 당도가…

    바나나에 모차르트 음악 들려주면 당도가…

    식물이나 농작물에 클래식 같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을 들려주면 잘 자란다는 말을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일본의 한 과일 업체는 바나나를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이용한다고 25일 일본 영자신문 재팬타임즈가 전했다. 도쿄 시 주오 구 세이카에 위치한 이 회사는 필리핀에서 배달된 미숙성 상태의 바나나를 일주일 동안 숙성시킨다. 이때 숙성실에서 스피커를 통해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 17번이나 피아노 협주곡 D 장조 등 클래식 음악들을 들려준다고. 회사 관계자인 이사무 오쿠다는 “우리는 바나나에 음악을 들려주면 당도를 높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소비자들 역시 동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바나나는 지난 7월 도쿄 지역에 ‘모차르트의 바나나’라는 상표를 달고 출시됐으며, 매출은 지난해 대비 소폭 상승했다고. 한편, 한국의 농촌진흥청 역시 지난해부터 농작물에 좋은 음악을 들려줘 생산성을 높이는 ‘그린음악농법’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자료사진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국경 사라진 스크린

    국경 사라진 스크린

    일본에서 건너온 영화에 송승헌이 나오고, 한국산(産)에선 탕웨이가 열연한다. 한국과 미국 할리우드가 손잡은 작품에 장동건이 분한다. “국경,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요즘 영화 관객들에겐 색다른 재미가 생겼다. 한류 스타들의 해외 진출작 개봉이 이어지고, 한국 영화 속에서 해외 스타들을 볼 수 있는 까닭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 꽃남스타, 한국 영화에 해외 톱스타 국내 톱스타 정우성은 우위썬(吳宇森)·쑤자오빈(蘇照彬) 공동 연출의 중국 무협 영화 ‘검우강호’에서 양쯔충(楊紫瓊)과 짝을 이뤘다. 25일 개봉한 판타지 멜로 ‘고스트: 보이지 않는 사랑’에서는 꽃미남 송승헌이 ‘링’, ‘화이트아웃’ 등으로 널리 알려진 일본의 톱 여배우 마쓰시마 나나코와 앙상블을 이뤘다. 오타니 다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올해 초여름 촬영했다. 1980년대 중반 전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린 데미 무어와 고(故) 패트릭 스웨이지 주연의 ‘사랑과 영혼’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지난 13일 일본 전역에서 개봉돼 현지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같은 날 함께 스크린에 걸린 ‘페티쉬’는 동경하는 대상에 대한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욕망과 집착을 다룬 심리 스릴러로 한·미 합작 독립영화다. 송혜교의 첫 해외 진출작이라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2007년 11~12월 미국 뉴욕에서 촬영됐고, 이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집’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지각 개봉인 셈이다. 미국 유학을 가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손수범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송혜교는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일대종사’에도 출연한다. 리샤오룽(李小龍)의 스승이자 영춘권의 달인인 예원(葉問)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량차오웨이(梁朝偉), 장쯔이(章子怡), 장전(張震) 등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 새달 초에는 장동건이 주연을 맡은 판타지 액션 ‘워리어스 웨이’가 전 세계 개봉된다. 한국의 기획력과 할리우드 자본이 만났고, 한국 최고 미남 배우가 주인공으로 가세하면서 최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샤인’으로 1996년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프리 러시, ‘슈퍼맨 리턴즈’에서 로이스 레인 역할을 맡았던 케이트 보스워스 등이 작품을 빛낸다.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에 제작자로 참여했던 배리 오스본이 프로듀서로 나선 점도 주목된다. 미국 아카데미 수상에 빛나는 제임슨 애치슨(의상), 댄 헤나(미술), 크리스천 리버스(특수효과) 등 스태프들도 쟁쟁하다. 컴퓨터그래픽(CG) 등 후반 작업 대부분은 뉴질랜드 웨타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심형래 감독의 새 글로벌 프로젝트 ‘라스트 갓파더’도 새달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마피아 두목의 숨겨진 아들 영구가 겪게 되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다. 심 감독이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하비 케이텔 등 할리우드 배우 및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해 뉴욕 현지에서 찍은 작품이다. ●“어설픈 합작으로 스타성 되레 훼손” 지적도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장동건의 경우 운명적으로 만난 아기 때문에 칼을 내려놓고 은둔하며 평범한 남자로 살아가는 동양 최고의 무사 ‘텅빈 눈동자’를 연기한다. 일본 배우 나카무라 도루와 함께했던 한·일 합작 ‘2009 로스트 메모리즈’(2001), 첸 카이거 감독이 연출한 한·중 합작 ‘무극’(2005)까지 국제 경험이 많은 장동건이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 특징 때문에 단조로운 연기 인상을 준다. 이야기가 성긴 반면, 비주얼은 화려하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 하지만 100% 실내 세트 촬영에 인공적인 느낌의 CG 영상이 너무 많아 국내 관객들에겐 낯설 수 있다. 소재 탓에 “또 닌자냐.”는 반발도 예상된다. 국내 배우들의 외국어 연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관객도 있지만 한국어 연기에 비하면 아무래도 어색할 수 밖에 없어 눈에 거슬린다는 관객이 적지 않다. 송승헌의 일본어 대사나 장동건의 영어 대사는 작품 속에 배어들지 못한다는 평가다. 언어 구사가 부자연스럽다 보니 대사를 줄이게 되고 이 때문에 송승헌은 “연기자가 아니라 모델 같다.”는 냉소도 받아야 했다. ‘패티쉬’의 송혜교는 음산하면서도 매혹적인 팜므파탈 연기를 잘 소화했고, 영어 대사도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다만, 영화 흐름을 끊는 베드신은 아쉬운 대목. 한 영화평론가는 “최근 들어 해외 합작이 부쩍 활발해졌다.”면서 “한국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자극제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합작 자체에 만족하는 초기 단계이다 보니 한국의 좋은 배우들의 스타성을 되레 훼손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서울서 만나는 유라시아 문화

    서울서 만나는 유라시아 문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족학 박물관 중 하나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표트르대제 인류학·민족지학 박물관 소장 유물이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서 전시된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은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내년 3월 14일까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시베리아의 다양한 민족들의 생활 유물과 조선 후기 유물 등 405건 654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유라시아 문화, 만남으로의 여행전’을 연다. 24일 개막한 전시에는 시베리아 에벤키 샤먼의 조상 정령을 상징하는 가면, 부랴트족 전통 무기인 활과 화살, 아무르강에서 잡은 연어 가죽으로 만든 나나이족 여성 의복, 네기달족 샤먼이 병자를 치료하기 위해 만든 목각 표범 등 그동안 접할 기회가 적었던 시베리아 민족들과 중앙아시아 이슬람 문화권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소개된다. 러시아의 전통 물레와 중앙아시아 카자흐족 여성의 혼례용 머리 장식 등도 눈길을 끈다. 박물관이 소장한 조선 후기 유물과 각종 풍물을 담은 사진도 전시된다. 1880년대 초대 한국 주재 러시아 공사 베베르가 명성황후에게서 하사 받은 종이상자와 청자완을 비롯, 조선 시대 상궁이 러시아 귀부인에게 쓴 한글 편지, 러시아 의사 아추트가 수집한 한약재 삼기환 실물이 공개된다. 표트르대제박물관은 1714년 개관한 러시아 최초의 박물관으로, 세계 각지의 민족문화를 보여주는 유물 100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국립민속박물관은 표트르대제박물관 소장 한국 유물에 대한 전자도록을 발간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 r
  • “백인 여배우와 키스신… 다음엔 베드신도”

    “백인 여배우와 키스신… 다음엔 베드신도”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동양 남자 배우 하면 무술만 하는 배우, 액션만 잘하는 배우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 편견을 깨고) 액션도 잘하는 배우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판타지 액션물 ‘워리어스 웨이’(The Warrior’s Way)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장동건(38)이 2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 영화는 장동건의 할리우드 신고작이라는 점과 할리우드 자본이 투입됐다는 점,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아들 이승무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제작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프로듀서 배리 오스본이 제작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2008년 3월 촬영을 끝내고도 개봉날짜를 계속 잡지 못했다. 장동건은 “문제가 있어서 늘어진 것은 아니다. 한국 배우들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후반 작업을 위해 자연스러운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새달 2일, 미국에서는 한국 개봉 다음 날 개봉한다. →거의 세트 촬영이고 컴퓨터 그래픽(CG)이 많은데. -처음엔 날씨 영향을 받지 않아 좋아했는데 점점 답답하더라. 사물이나 물체가 있어야 연기하기 쉬운데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니 쉽지 않았다. 배리 오스본이 그러더라. 영화 ‘킹콩’을 찍을 때 여주인공 나오미 와츠가 그러한 스트레스로 울음을 터뜨리자 피터 잭슨 감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배우의 길이니 적응하라고 했다고. 대나무숲 액션 장면은 정말 아무것도 없이 찍었는데 화려하게 나와 놀랐다. →영화 속에 한국적인 요소가 부족해 아쉽지 않았나. -영화 기획이 알려지자 국내 첫 반응이 ‘또 닌자야?’였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동양 무사를 그냥 닌자라고 한다. 일본 무사는 사무라이로 받아들인다. 한국 관객 입장에서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좀 더 넓은 관객층을 위해서는 지금의 선택이 맞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 주류 영화에서 동양 남자 배우와 백인 여자 배우의 키스신은 거의 처음이라는데. -촬영할 땐 그런 것 의식하지 못했다. 러브신 장면은 (아내인) 고소영씨도 봤다. 아내도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사는 사람이라 재미있게 받아들여 줬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동양 남자 배우가 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키스신 찍었으니, 다음 번엔 베드신도 찍지 않겠나. 하하하. →설정상 무표정한 연기가 많다. -눈에 힘만 주고 있으면 될 것 같아 처음에는 진짜 쉽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 몸 동작과 표정을 억눌러야 하니 힘들더라.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자면. -마지막에 떠나는 장면이다. 석양도 예쁘고. 무사의 뒷모습이 너무 처연하다. 내가 좋아하는 서부 영화 ‘셰인’의 끝 장면과 비슷하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TV에서 해주는 주말의 명화를 밤에 함께 보려고 낮잠을 재울 정도였다. →액션 장면이 인상적인데. -영화 속에선 검이 정말 크게 나오는데, 실제로는 짧은 칼이었고 나중에 CG를 입힌 거다. →조각 미남이라는 평과 달리 ‘굿모닝 프레지던트’ 정도를 제외하고는 정장 입고 나오는 영화가 드물다. -한창 풋풋했을 때는 (외모를) 이용하는 게 싫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도 도시에서 양복 입고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하하하. →국민가족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군산으로 내려가 (강제규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마이웨이’를 찍는 중이다. 아이 얼굴은 두번 정도 봤다. →얼마 전 큰돈(1억원)을 기부해 화제가 됐다. -사소한 행동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런 것을 본의 아니게 부여받았다면 좋은 쪽으로 해보자는 게 나나 고소영씨의 생각이다. 색안경을 낀 시선도 있고 칭찬도 있는데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39) 켈로이드 체질

    [Weekly Health Issue] (39) 켈로이드 체질

    성장기에 얼굴에 난 여드름이나 뾰루지를 잘못 만지거나 심지어는 주사만 맞아도 마치 튀긴 것 같은 흉터 자국이 남는다. 이런 문제 때문에 켈로이드 체질을 가진 사람들은 평생 조심해서 살아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그러나 스스로 켈로이드 체질이라고 믿는 사람 중에는 켈로이드와 유사한 비후성 반흔을 오인한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켈로이드에 대해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엄진섭 교수로부터 듣는다. ●켈로이드 현상에 대해 설명해 달라. 켈로이드(keloid)라는 용어는 제 멋대로 퍼지는 흉터의 모양이 게의 집게발처럼 생겼다고 해서 게의 집게발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인 ‘chele’에서 유래했다. 이런 켈로이드는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의 장애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켈로이드는 검붉은 색깔에, 단단하고 두껍게 위로 튀어오르며, 표면이 울퉁불퉁하다. 또 원래 상처가 있던 자리를 넘어서 자라 주위 피부를 잠식한다. 한마디로 흉터가 제 멋대로 자라 이상한 형태로 점점 커지는 병증이다. 보기에도 흉하지만, 관절에 생기면 관절 움직임을 방해할 수도 있고, 아프고 가려워서 고통스럽기도 하다. ●켈로이드 체질은 어떤 체질을 말하는가. 켈로이드는 체질적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유전성도 확인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원인인지, 또 몸의 어떤 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지는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물론 켈로이드 체질이라고 외상이 생길 때마다 흉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며, 흉터의 위치나 상처 치유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국내에 전형적인 켈로이드 체질은 흔치 않으며, 더러는 비후성 흉터까지도 켈로이드 체질이라고 여기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비후성 흉터는 켈로이드와 다르다. ●켈로이드 체질의 원인은. 켈로이드 흉터는 임상적으로 진피 속에 콜라겐이 많이 생성되어 있는 소견을 보이는데, 그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가능한 원인으로는 이물반응·세균감염·퇴행성 콜라겐·저산소증 등이 거론되는 정도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 켈로이드는 타고난 체질에 의해 심한 흉터가 남지만, 이 경우에도 모든 상처가 켈로이드 흉터가 되는 게 아니라 잘 생기는 부위가 따로 있다. BCG 접종을 맞은 어깨에 생기는 흔적이 대표적이다. 또 여드름으로 인해 턱·가슴·등에도 잘 생기고, 더러는 귓볼에 구멍을 뚫다가 생기기도 한다. 근육의 반복적인 운동으로 흉터가 당기는 부위도 켈로이드 흉터가 잘 생긴다. 이런 켈로이드 흉터는 처음에는 분홍색이나 붉은 색이다가 시일이 지나면 갈색으로 변하며, 가렵고 따가운 증세를 호소하기도 한다. 주로 상처가 생겼다가 치유된 뒤 1∼2개월 이내에 생기지만 경우에 따라 10∼20년의 휴지기를 지나서 생기는 경우도 있다. 특히 켈로이드 흉터는 얼굴이나 쇄골 부위, 어깨 등 노출부에 잘 생겨 적지 않은 고통을 주기도 한다. ●발생 빈도와 최근의 발생 동향은.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켈로이드 체질인의 빈도는 비후성 반흔보다 낮은 4.5∼16%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통계적으로 백인보다 흑인이나 아시아인에게 많고, 크기도 크나 남녀 간의 차이는 없다. 주로 성장기 연령대에 호발하며, 결핵이나 매독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잘 생기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진단 방법 및 켈로이드 체질을 구별하는 기준을 설명해 달라. 켈로이드는 흉터의 모양과 특성을 보고 쉽게 진단이 가능하며, 그 외의 검사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비후성 반흔을 켈로이드라고 스스로 잘못 판단하고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성형외과 전문의의 검진을 받아봐야 한다. 흉터의 색깔, 표면의 느낌, 튀어나오는 정도 등이 켈로이드와 비슷한 비후성 반흔은 1∼2년 후에 저절로 없어지며, 원래 흉터의 모양과 위치를 벗어나지 않고, 다친 후 6∼18개월이 지나면 작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켈로이드는 상처 범위를 넘어 점점 자라 정상 피부를 침범한다. ●켈로이드를 식별하는 자가진단법은. 켈로이드 체질 여부의 자가 식별은 비정상적인 흉터를 확인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보통 피부 긴장도가 없는 부위인 귀걸이 구멍이나 아주 작은 상처의 흉터가 계속 커지면 켈로이드일 가능성이 크다. ●치료법 및 최근 주목받는 새로운 치료술을 소개해 달라. 켈로이드의 치료는 매우 어렵다. 타고난 체질이어서 바꿀 수도 없고, 흉터의 위치를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다. 원인도 정확하게 모르니 약제를 개발하기도 어렵다. 하지만,켈로이드를 방치하면 계속 자라면서 주변 피부를 파괴하기 때문에 지켜볼 수만은 없다. 확실한 치료법은 없지만, 부분적 효과가 검증된 치료법들을 조합해 최대한 확산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여기에는 수술은 물론 스테로이드 주사·압박요법·국소도포 연고제·실리콘겔 패드요법·방사선요법·레이저치료 등이 활용된다. ●켈로이드 체질은 흉터를 남기지 않는 수술이 불가능한가. 정상인도 흉터를 남기지 않는 수술은 없다. 단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 절개선을 사전에 디자인하고 수술 후 따로 치료하는 등으로 흉터를 최소화할 뿐이다. 켈로이드 체질도 마찬가지이다.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 수술 전부터 성형외과 전문의와 상의해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 경우 결과도 기대보다 나쁘지 않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시오노 나나미 母子의 시네마 토크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2002년 펴낸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에서 “어릴 적 부모님은 나를 책과 함께 영화로 길러주셨다.”고 썼다. 그녀의 부모가 그랬듯 그녀 역시 자신의 아들을 그렇게 키웠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안토니오 시모네는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했지만 미국 할리우드로 건너가 ‘스파이더 맨2’의 제작 말단 스태프로 참여하는 등 어린 시절의 꿈이었던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로마에서 말하다’(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난주 옮김, 한길사 펴냄)는 영화광의 유전자를 물려주고, 물려받은 어머니와 아들이 영화를 주제로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이들은 1940년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에서 2000년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까지 시대와 국적, 주제를 가리지 않고 화제의 대상으로 삼는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보는 식견이 전문가 못지않은 수준이지만 대화의 형식인 만큼 작품 자체에 대한 딱딱한 평론보다는 영화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2006년 아카데미상 수상작인 ‘크래쉬’와 ‘앙코르’, ‘카포티’에서 미국 영화의 저력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스파르타 전사를 다룬 ‘300’을 보면서는 스파르타식 전투가 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배우와 감독에 대한 대화도 흥미롭다.‘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의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해 시오노는 “역사적 사실 앞에서 겸허해야 하는 역사가로서도 훌륭하다.”고 평하고, 안토니오는 “그의 척추는 인간사회의 현실에 대한 비판 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할리우드와 이탈리아에서 영화 제작과정에 참여한 안토니오의 현장 비교체험담도 재밌다. 미국인은 조직을 지나치게 세분화해 숨이 막히고, 이탈리아는 미분화된 탓에 너도나도 한꺼번에 달려들거나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거나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영화를 찍으려면 용역업체인 마피아의 손을 빌려야 한다는 이야기들은 흥미를 자아낸다. 1만 5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바다와 숲의 나라 온두라스에 가다

    바다와 숲의 나라 온두라스에 가다

    EBS ‘세계테마기행’이 15일부터 19일까지 방문하는 곳은 ‘중앙아메리카의 무릎’, 혹은 ‘바나나공화국’으로 불리는 온두라스다. 온두라스는 ‘한없이 깊은 물’이란 뜻. 한국과 비슷한 면적에 인구가 700만에 불과한 조그마한 나라지만, 카리브해가 제공하는 자연의 혜택을 받고 있다. 온두라스는 커피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한국에 유통되는 커피 가운데 15%가 온두라스산이다. 인구의 90%는 백인과 인디오의 혼혈인 메스티소가 차지하고 있지만, 열대우림 곳곳에 소수민족들이 여전히 남아 있고 마야제국의 직계 후손 초르티족도 있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1부에서는 로아탄 섬을 방문한다. 세계 최고의 다이빙 명소로 꼽히는 이곳은 카리브해의 청량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도로를 아무렇게나 점거해 버리는 게들의 행렬. 로아탄식 정통 게요리는 별미다. 2부에서는 가리푸나 마을을 찾아간다.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은 바다 위의 숲이라 불리는 맹그로브 숲. 외부인에게는 관광 명소이지만, 원주민들에게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마을 사람들의 열정적인 춤과 음악도 관심을 끈다. 3부에서는 열대우림 ‘라 모스키티아’를 탐방한다. 중앙아메리카의 작은 아마존이라 불리는 지역답게 라 모스키티아는 험난한 곳이다. 여행자들을 위한 편의시설 같은 것은 없다. 여기서 타와카족을 만나는데 이들은 사냥과 농사로 생계를 잇는다. 축구 시합은 소떼와 함께 하고 오락거리인 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특히 이곳은 초콜릿의 기원지로 꼽힐 만큼 카카오가 흔하다. 라 모스키티아 전통의 카카오 차도 맛본다. 4부에서는 마야족의 후예 초르티족을 조명한다. 마야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고대 마야 도시 코판을 ‘라틴아메리카의 파리’라 부른다. 예술성이 가장 뛰어난 유적이라서다. 코판 유적과 함께 근처 고원지대에 살고 있는 초르티족도 만나본다. 지금이야 마야문명의 후예로만 관심을 받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잊힌 문자를 되살리려 하는 등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지뢰 탐지하는 ‘생쥐 특공대’ 눈길

    대부분의 쥐가 인간에게 헤를 끼치지만 지뢰를 찾아내 도움을 주는 ‘생쥐 특공대’가 있어 눈길을 끈다. 8일 영국 메트로는 수년 전부터 아프리카 탄자니아 혹은 모잠비크 일대에서 활동하는 벨기에 소속 비정부기관인 아포포(APOPO)의 ‘생쥐 특공대’를 소개했다. 이 쥐는 아프리카 일대에 널리 서식하는 주머니쥐 과의 한 종으로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으며 지뢰가 폭파되지 않을 정도로 크기가 작다. 특히 이들은 지뢰나 폭발물인 TNT를 감지할 때마다 찍찍 소리를 내 사람에게 알리고 상으로 바나나 조각을 받는다. 보통 두 마리 쥐가 한 팀을 이루는데 이들은 사람이 하루 종일 걸리는 200평방미터 내의 지뢰밭을 단 2시간 만에 해치울 수 있다. 이에 훈련관 압둘라 마캄부는 훈련 방법에 대해 “때때로 훈련시키다가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동물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기관의 다른 쥐들은 실험실에서 인간의 담 샘플에서 결핵을 탐지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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