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학생에 ‘혼쭐’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8일 영남권 대학생들과 ‘맞장 토론’에서 진땀을 흘렸다. 청년 실업대란, 지방대 위기 등 ‘민감한’ 주제를 놓고 격론이 오가는 과정에서 의원들이 “정부가 문제”,“소수 야당으로 한계를 느낀다.”는 식으로 추상적인 답을 내놓자, 학생들은 “한나라당 홍보회 하느냐. 실망스럽다.”고 목청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는 한나라당의 박진·임태희·나경원·정두언·최경환 의원 등 푸른정책연구모임 7명이 영남지역 총학생회연합측에 만남을 제안해 이뤄졌다. 젊은층의 생각을 청취하는 한편 ‘차떼기당’,‘수구꼴통당’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학생의 생각은 확연하게 달랐다. 임태희·박진·나경원 의원 등은 “청년 실업은 정부가 기업 규제를 풀어 투자를 살려야, 일자리를 늘려 해결할 수 있다.”,“대학 구조조정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식으로 원론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신중히 검토한다는 말은 지겹다. 대안을 달라.”면서 “자꾸 소수 야당이라 힘이 없다고 하는데, 그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고 면박을 줬다.
한나라당이 젊은층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신랄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부산 신라대의 한 학생은 “그렇게 점잔만 빼고, 원론을 되풀이하며, 너희들은 뭘 아느냐는 식으로 지적만 하니 20대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학생은 “결국 젊은층의 표를 받기 위해 왔을 텐데, 더욱 솔직하고, 진심있게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정두언 의원은 “차떼기는 김대중 정부 시절 권노갑 의원이 원조이고, 노무현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비리가 끊이지 않는데, 왜 그런 것은 지적하지 않고, 한나라당만 잘못이라 하느냐.”고 호소했다. 김성조 의원은 “수구꼴통이라는 이미지가 남아 있는 게 확실하지만, 앞으로 더욱 변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박진 의원은 “부패, 수구 이미지를 다 없애도록 노력할 테니 앞으로도 자주 만나자.”고 제안했다.
대구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