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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택! 역사를 갈랐다] (10)김상헌과 최명길

    [선택! 역사를 갈랐다] (10)김상헌과 최명길

    1637년 1월 18일 청군에게 포위되어 있던 남한산성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산성으로 쫓겨 들어온 지 한 달이 훨씬 지났지만, 돌파구는 보이지 않았다. 연일 이어지는 매서운 추위에 병사들은 얼어 죽거나 동상에 걸려 쓰러지고, 얼마 남지 않은 군량은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구원병이 끊겨 버린 점이었다. 시간은 자신들 편이라고 확신했던 청군 지휘부는 연일 출성과 항복을 독촉했다. 벼랑 끝으로 몰린 조선 조정은 결국 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조판서 최명길(1586~1647)이 청군 진영에 보낼 문서의 초를 잡았다. 문서는 ‘조선국왕은 절하고 대청국 관온인성 황제께 글을 올립니다.’라는 구절로 시작되었다. 조선이 처음으로 ‘오랑캐’ 청을 황제국으로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예조판서 김상헌(1570~1652)은 글을 보고 통곡했다. 그는 항복 문서를 빼앗아 찢어버린다. 그러자 최명길은 흩어진 종이 쪽을 주워 모아 풀로 붙인다. 처참하고도 희극적인 장면이었다. 왜 한 사람은 찢어버리고, 다른 한 사람은 도로 붙인 것일까? ●원칙을 위협했던 현실 17세기 초반, 조선을 둘러싼 동아시아 정세는 심하게 요동쳤다. 15세기 이래 패권국으로 군림했던 명의 몰락이 뚜렷해지고, 만주에서 급속히 떠오른 후금이 명에 도전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두 나라 사이에 낀 조선의 처지는 괴로웠다. 임진왜란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대륙 패권의 변동이라는 격변 속으로 휘말렸기 때문이다. 명은 조선을 끌어들여 후금과 싸움을 붙이려 했고, 후금은 후금대로 조선에 중립을 지키라고 압박했다. 명과 후금에 치여 ‘샌드위치’가 된 처지에서 1627년 조선은 정묘호란을 겪는다. 명과의 결전을 앞두고 조선을 묶어 두려 했던 후금의 침략을 받았던 것이다. 후금군 철기(鐵騎)의 돌격을 감당할 수 없었던 조선은 후금과 형제(兄弟) 관계에 입각한 화약을 맺는다. 조선 지식인들은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지닌 세계관으로 보자면 만주족 후금은 분명히 ‘오랑캐’이자 ‘금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금을 형으로 섬기는 것은 도무지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엄혹해졌다. 조선이 ‘임금’이자 ‘부모’로 섬기던 명은 후금에 계속 밀리기만 했다. 정묘호란 이후 후금은 명과의 싸움에서 연전연승하면서 기세가 높아졌다. 급기야 1636년 후금의 홍타이지 칸(汗)은 황제가 되기로 하고 ‘아우’ 조선에 그 사실을 통고한다. 칭제 사실을 알리려 후금 사신 용골대 일행이 입국하자 조선 조야는 정신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진다. ‘중화국 명의 천자(天子)만이 천지간에 군림하는 유일한 황제’라는 조선 지식인들의 믿음과 원칙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선 조정은 격앙되었다. ●주화냐? 척화냐?의 선택 대다수 신료는 “명은 부모의 나라이고 후금은 부모의 원수인 데다, 명은 왜란 때 조선을 도왔으므로 절대로 배신할 수 없다.”며 용골대 일행의 상경을 막으라고 촉구했다. “용골대 일행의 목을 베어 명으로 보내고 전쟁을 불사하자.”는 초강경론을 펼치는 사람도 있었다. 김상헌은 그 같은 주장을 폈던 척화파(斥和派)의 맏형 격인 인물이었다. 천자국 명을 섬겨온 예의와 명분을 수호하기 위해서도 후금과의 모든 관계를 끊고 결전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명을 위해서라면 종사가 망하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기도 했다. 소수파였던 주화파(主和派)의 의견은 달랐다. 주화파의 대표자 최명길 또한 ‘오랑캐와 척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론이자 원칙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문제는 당시 현실에서 ‘원칙’을 관철하려 할 경우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최명길은 ‘임금의 의리는 필부의 그것과 다르다.’며 ‘조선의 임금이 명을 위해 종사를 망하게 할 수는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묘년에 맺은 후금과의 형제관계를 유지하도록 끝까지 노력하되, 후금의 칭제에 대해 호오(好惡)의 감정을 드러내지 말자고 강조했다. 최명길은 ‘오랑캐가 칭제했다.’는 사실 자체에 흥분하여 기존의 관계를 무조건 파기하자고 했던 척화파들을 비판했던 것이다. 인조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는 결국 다수파인 척화파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후금과 맺은 형제관계를 파기하고 절교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절교 ‘이후’에 대한 군사적 대책은 미흡했다. 청이 침략할 경우 서울을 떠나 강화도로 들어가 맞선다는 것이 주된 방책이었다. 1636년 12월 9일 압록강이 얼어붙자 청군 철기는 서울을 향해 내달렸다. 12월 14일 청군 선봉은 지금의 녹번동 부근까지 도달했다. 청군은 의주에서 서울로 이르는 대로 주변의 산성에 들어가 청야작전(淸野作戰·적이 이용하지 못하도록 농작물이나 건물 등 지상에 있는 것들을 말끔히 없애는 작전)을 폈던 조선군을 무시하고 돌격을 감행했다. 허를 찔린 조선 조정은 강화도로 피난할 시간적 여유를 상실했고 남한산성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남한산성에는 1만 4000여 명의 병력과 그들이 45일 정도를 버틸 수 있는 군량밖에는 없었다. ‘춥고 배고픈’ 산성은 청군에 의해 완전히 포위되었고 남·북방의 구원병들은 산성으로 접근하는 족족 청군에게 궤멸하였다. 청은 처음에는 왕세자를 내보내야 항복을 받아 주겠다고 했다. 이어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고, 나중에는 척화신들을 묶어 보내야 한다고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포위된 산성에서도 ‘선택’을 둘러싼 논쟁은 지속되었다. 김상헌 등은 인조에게 “오랑캐의 신하가 되느니 최후의 결전을 벌여 깨끗이 망하자.”는 주장을 폈고 최명길 등은 “종사와 백성을 생각해야 할 임금은 은인자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성을 지키던 병사들도 동요했다. 추위와 굶주림, 공포에 지친 병사들 가운데는 항복하자고 시위를 벌이는 자들도 나타났다. 막다른 상황에 몰리자 인조는 결국 최명길 등의 건의를 받아들인다. ●‘선택’의 역사적 의의 인조는 1637년 1월 30일 삼전포(三田浦)로 내려와 항복했다. ‘오랑캐 추장’ 홍타이지에게 세 번 큰절을 올리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적인 항복이었다. 인조가 겪은 치욕보다 더 처참한 것은 수십만의 백성이 청군에게 포로가 되었던 사실이다. 조선 포로들은 심양으로 끌려가 노비로 사역되었다. 많은 포로가 탈출을 시도하다가 죽는가 하면 도로 붙잡힌 포로들은 발뒤꿈치를 잘리는 혹형을 받았다. 포로가 된 많은 여인이 끌려가는 도중 청군의 첩으로 전락했고, 심양에 도착해서는 질투심에 눈이 먼 만주족 본처로부터 끓는 물 세례를 받은 여인도 있었다. 어렵사리 종사와 국체를 보전했지만, 전란 때문에 백성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처절함 그 자체였다. 조선은 과연 이 처참한 국난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일까? 조야를 막론하고 당시 조선 지식인들 대다수가 “명은 중화이고 청은 오랑캐”라는 것을 원칙으로 견지하는 한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원칙’과 ‘현실’이 부딪칠 때 무엇을 가장 우선적이고 소중한 목표로 삼을 것인지를 고려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남한산성의 함락이 임박했을 때, 김상헌 등이 제기한 주장은 “조선의 신료는 물론 임금도 명을 위해 ‘옥쇄’(玉碎·명예나 충절을 위하여 깨끗이 죽는다는 의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최명길 등은 “조선 임금은 명보다는 조선 백성의 운명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전자가 ‘무차별적 원칙론’이라면 후자는 ‘선택적 원칙론’이었다. 병자호란의 발생부터 종결까지 인조는 양자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병자호란 무렵의 국제질서 변동 과정에서 조선은 ‘독립변수’가 아니었다. 명과 청 사이에 낀 조선은 두 나라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전화에 휘말리고 말았다. 양국과의 관계를 모두 원만히 유지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명과 청이 계속 싸우는 상황에서 ‘종속변수’ 조선은 선택의 기로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이 처한 이 같은 엄혹한 조건을 잘 알고 있었던 최명길은 병자호란 직전 인조에게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그는 청과의 화친을 강조하면서도 “척화파들의 주장처럼 청과 맞서 싸우려는 것이 ‘진심’이라면 강화도를 포기하고 압록강까지 전진해서 싸우자.”고 촉구했다. 인조가 거부하여 무산되었지만, 이 주장이 갖는 의미는 만만치 않다. 국경에서 결전을 벌이면 승패 또한 그곳에서 조기에 결판날 것이고, 청군이 깊숙이 남하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그렇게 많은 포로가 청군에게 사로잡히는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최명길의 주장이야말로 ‘종속변수’ 조선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명청 교체의 격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이 아니었을까. 17세기 초반 조선이 명청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로 내몰렸던 사실은 미국과 중국이 맞선 오늘의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의 패권국이 쇠퇴하고 새로운 강국이 떠올라 그에 도전하는 사태가 빚어질 때 한반도는 예외 없이 위기를 맞았다. 명청 교체를 비롯하여 14세기 후반의 원명 교체, 16세기 후반의 일본 굴기, 19세기 후반의 청일전쟁이 한반도로 몰고 왔던 결과들이 그 생생한 실례다. 다가오는 미·중 대결의 시대, 이른바 G2시대를 맞아 우리는 또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아가 ‘선택의 기로’로 내몰리는 것을 피하고자 우리는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한명기(명지대 사학과 교수)
  • [식음료 특집] 롯데제과 ‘자일리톨껌’ 삼립식품 ‘샤니 56시간 부드러운 熟’

    [식음료 특집] 롯데제과 ‘자일리톨껌’ 삼립식품 ‘샤니 56시간 부드러운 熟’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 운전자들의 필수품은 바로 껌. 교통체증 등으로 인해 지루한 도로에서 졸음운전을 방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품목이다. 때문에 사소해 보이지만 나들이철에 특히 수요가 올라가는 제품이 껌이다. 롯데제과의 자일리톨껌(왼쪽)은 치아 건강까지 지켜줘 꾸준히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 충치의 원인이 되는 입안 세균 뮤탄스균과 락토바실러스균을 억제해줘 치아를 안전하게 보호해준다. 충치 예방은 철저한 이닦기가 기본. 하지만 장기간 야외활동 시 때맞춰 양치질을 하기란 쉽지 않다. 이때 자일리톨껌 씹기가 작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롯데제과가 자일리톨껌을 처음 선보인 시기는 1990년대 초. 하지만 지금의 자일리톨껌이 탄생한 시기는 2000년 5월이다. 시판에 앞서 몇 개월간 롯데제과는 자일리톨의 효능을 홍보하기 위해 자일리톨에 대해 친숙하고 이해가 빠른 치과병원의 의사들에게 자일리톨껌을 공급해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자일리톨껌은 효과를 경험한 환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전파됐고, 시장에 대한 확신이 선 롯데제과는 2000년 5월 기존의 껌 형태와 전혀 다른 알 형태의 자일리톨 코팅껌을 본격 시판했다. 자일리톨껌은 출시 이듬해인 2001년부터 월평균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제품이다. 거뜬히 연간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면서 과자 시장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가벼운 소풍엔 손길이 많이 가는 김밥보다 간편한 샌드위치가 제격이다. 삼립식품의 인기 제품은 ‘샤니 56시간 부드러운 熟(숙)’(오른쪽). 2002년 출시 이래 10년간 식빵 단일품목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삼립식품은 특허 제빵 기술인 탕종(湯種)을 적용해 식빵의 부드러움과 신선함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이 기법은 빵을 만들 때 사용되는 밀가루에 쌀 발효액을 첨가해 100℃의 물로 반죽을 해 완벽하게 익힌(호화·湖化) 다음 저온에서 56시간 동안 장시간 숙성을 거친 후 빵을 만드는 신제빵 기법을 말한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쫄깃한 식감까지 살려낸 것이 특징. 갓 구워낸 빵이 더 부드럽다는 고정관념과 식빵의 일반적인 제조방법의 편견을 뒤집어 섭씨 100도의 펄펄 끓는 물에 반죽하고 장시간 숙성시켜 부드러움과 촉촉함을 그대로 간직한 빵맛을 제대로 살린 것이 인기비결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우리 음식 연구가 이종국씨

    [김문이 만난사람] 우리 음식 연구가 이종국씨

    봄바람이 밤새 새싹을 찾아간다. 화들짝 놀란 새싹들은 수줍은 듯 봄바람과 함께 은밀한 춤을 춘다. 그렇게 돌고 돌더니 어느새 푸르름과 꽃, 생명과 향기를 노래한다. 비로소 ‘봄의 왈츠’가 시작됐음을 세상에 알린다. 잠자던 만물도 다들 깨어나 봄을 맞이한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이 꿈틀대는 것 또한 이런 까닭이겠다. 하여 누구나 기다려온 ‘봄의 맛’에 설레는 요즘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제대로 즐길까. 지난해처럼 그저 그렇게? ‘우리 음식 연구가’로 알려진 이종국(53)씨는 서양화가 출신답게 한식에 그림과 스토리를 그려내는 특유의 스타일링을 구사한다. 다시 말해, 자연에서 채집된 식재료, 전통 그릇, 예술적 상상 기법으로 만든 요리를 통해 한 폭의 그림과 스토리, 그리고 향기를 담아내는 것. 이러한 그의 스타일링은 얼핏 보기에 그래픽 작품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매우 자연스러우면서 진한 마음의 여운을 남긴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아티스트의 창조적 감성과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음식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전통과 새로움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거침없이 선보여 주목을 끈다. 특히 지난해에는 배상면주가와 함께 막걸리식초를 비롯, 매운 식초, 간장식초 등을 개발해 내 화제가 됐다. 이런저런 까닭에 내로라하는 명가의 ‘사모님’과 여러 대학 조리학과 교수들 사이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다.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조리연구가들도 이씨에게 한 수 배우러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이런 그가 요즘에는 어떤 ‘봄의 요리’를 빚어내고 있을까. 지난 3일 오전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음식발전소’에서 이씨를 만났다. ‘~연구소’대신 왜 ‘~발전소’라고 했을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일으키자는 뜻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리에 앉으면서 “우리 음식에는 이렇다 할 디저트가 없다. 헤어질 때 마지막 키스를 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송이차 한 잔을 권한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디저트에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시대에 와서 우리 음식이 뭉쳐버렸습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고 있지만 스토리 전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지요. 조리과 교수들이 이곳에 와서 수업을 할 때에도 저는 이런 점을 강조하곤 합니다.” ●“이른 봄에 나는 어린 풀 최고의 보약”그는 한식을 연구하면서 우리 음식의 조형성과 함께 ‘푸드 아트’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푸드 아티스트’라는 말을 듣는 까닭이기도 한다. 이어 봄 요리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봄에 나는 온갖 것들은 오랫동안 추위를 견디며 뚫고 나왔기에 다들 신성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기나긴 겨울을 지내며 잃어버린 미각을 되찾게 해주는 봄의 전령사인 나물은 나른하고 무기력함에 지친 우리에게는 더없는 건강 지킴이인 셈이지요. 이른 봄에 나는 어린 풀들은 그 어떤 것을 먹어도 보약입니다. 우리가 겨울 내내 김치만 먹다가 신선한 봄나물을 만난다는 것은 큰 축복이지요.” 그는 해마다 이맘때면 노지(地)에서 자란 봄나물을 만나기 위해 전국 각지를 다닌다. 최근에는 김해에서 부추를 구해왔다. 크기가 10㎝인 노지 부추는 하우스의 것과 달리 맛과 향기가 특별하며 요즘 제철인 주꾸미와 함께 요리하면 환상적인 맛을 연출해내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직접 채집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들에게 부탁을 해 봄나물을 사들인다. 봄나물 요리할 때의 주의할 점은 원래의 향이 식탁에도 고스란히 유지하도록 신경 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원추리, 쑥부쟁이, 쑥, 고들빼기 등을 요리할 때 마늘 양념이 들어갈 경우 나물이 간직한 순수한 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아울러 봄나물 무침의 경우 양념을 최대한 줄이고 집안에서 가장 귀하게 여기는 접시에 적은 양으로 살짝 얹혀주면 더욱 맛있고 멋진 봄나물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봄나물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꽃은 말려서 전을 부치거나 고명으로 올리고, 잎은 무쳐 먹고 데쳐 먹고 뿌리는 말려 먹으면 좋지요. 약효를 가진 봄나물들, 즉 삼나물, 명이, 취나물, 원추리, 부지깽이나물 등의 경우 새순을 잘라 요리하면 향과 맛이 일품입니다. 요즘 쑥이 제철인데 쌀가루와 밀가루만 뿌려 튀김기름에 튀겨내어 콩가루를 뿌려먹으면 영양적으로도 아주 우수한 음식이 됩니다. 문어 삶은 물에 녹두를 넣고 원추리를 넣어도 향이 뛰어나고, 된장과 들기름으로 살짝 무친 쑥부쟁이 나물도 잃어버린 미각을 찾는 데 좋습니다.” ●“봄나물, 소금물에 데친 후 냉동보관” 그렇다면 봄 요리를 여름이나 가을에는 먹을 수 없을까. 이에 대해 그는 “싱싱한 봄나물을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쳐서 물기를 짠 후 냉동실에 보관하면 사계절 봄의 정취를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봄나물 장아찌도 추천한다. 명이, 방풍나물, 두릅, 엄나무순, 가죽, 산초잎 등의 향이 좋은 나물을 선별해 국간장에 물로 희석한 후 조청을 넣고 끓여 식힌 후 저장하면 된다는 것이다. “제가 봄나물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기억’과 ‘추억’에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머니가 캐다준 봄나물에 대한 추억은 지금도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듯이 지금 제철에 나는 봄나물을 구해다가 아이들에게 먹여줄 때에도 하나의 시 한 편, 소설 한 편을 들려준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봄 도다리와 쑥국을 만났을 때’처럼 음식에 대한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도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게 해주지요. 외국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면 매우 놀라워하더군요. 한식의 세계화와 그 격을 높여주는 것도 바로 이런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외국의 유명 셰프들은 한국의 식초를 으뜸으로 여깁니다. 이런 것을 볼 때마다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음식발전소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최근에 만든 ‘봄의 풍류를 즐기다’라는 스토리북 메뉴판을 보여준다. 병풍 모양의 메뉴판 맨 겉장에는 ‘땅의 기운으로부터(地)/자연, 그 신비의 약성·향의 음식(風)/불의 조화와 기의 생성(火)/흐르는 아름다움의 여운(水)/봄을 그리며 노래하며 춤추다(夢)’라고 썼다. 여기에 50년된 된장, 10년된 고추장 등을 합해 ‘100년의 밥상’을 맛볼 수 있다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아울러 도예가 이세용씨에 의해 특별히 만들어진 전통 도자기 그릇으로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그는 요리할 때 ‘간’이 아닌 ‘감’으로 종결짓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때의 음식을 떠올리며 마음과 스토리가 얼마나 정성껏 들어가 있는지를 항상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른바 ‘마음 요리’인 셈이다. 서양화가인 그가 어떻게 해서 요리와 인연을 맺었을까. “대학 다닐 때 창원에 잠깐 가 있던 적이 있었지요. 이때 입시생 아이들에게 밥을 해주게 됐습니다. 쑥무침이나 쑥국 등의 요리도 해주었어요. 어머니가 제게 해주셨던 요리를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미혼? 우리 음식과 결혼했는데…” 이씨는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굳이 스승이라고 한다면 첫번째는 어머니요, 그 다음은 시장과 여행이다. 어머니는 시장 갈 때마다 막내인 이씨를 데리고 다니면서 일일이 재료와 맛을 가르쳐주었다. 특히 아버지가 제철 음식에 까다로워 어머니는 평소 이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이런 어머니를 보면서 이씨는 요리의 끼와 손맛을 저절로 익혔다. 명절 때면 떡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형과 누나들을 위해 손수 밥상을 차려주기도 했다. 그러던 20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짐 정리를 하다가 항아리 안에 고사리, 도라지, 무말랭이, 고춧잎 등이 어머니의 정성으로 저장된 것을 보고 한참을 울었고, 어머니의 음식을 잇는 아들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요리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인테리어 사무실을 차린 그는 매일 아침 10명 남짓한 직원들의 밥을 차려주는 등 숨은 요리 실력을 발휘했다. 또한 10년 전 유명 잡지에 음식칼럼을 연재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본격적으로 우리 음식 연구를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이어 2005년 서울 성북동에 ‘이종국의 음식 발전소’를 열어 자신만이 갖고 있는 ‘푸드 아트’를 선보였다. 올여름에는 우리 음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담은 책 ‘푸드 아트’와 한림성심대학교 관광외식조리과 김복남 교수, 경희태암한의원 마해진 원장, 그래픽디자이너 정혁과 함께 준비한 ‘한국의 야채류들’이란 책을 펴낼 예정이다. 그는 미혼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우리 음식과 결혼했는데 미혼은 무슨 미혼이냐.”며 웃는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봄은 봄답게 풀어야 향기가 있듯 우리 음식은 우리 것으로 풀어내야 귀하고 우수해진다.”면서 우리 음식이 세계 3대 음식으로 뽑힐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이종국은 서양화 전공하다 ‘끼’ 못 버려 한식연구가 ‘유턴’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한테 제철 음식 요리를 배웠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타고난 요리의 끼를 버리지 못해 ‘우리 음식 연구가’의 길로 들어섰다. 2005년 서울 성북동에 ‘음식발전소’를 연 이후 주요 경력은 이렇다. 디자인 하우스 30주년 창립행사 케이터링(2006), 코엑스 한스타일전 한식 초대 전시회(2009), 세계인테리어협회 디자이너 초청 케이터링(2009), 까사리빙 홈데코 초대부스 전시(2009), 한림성심대 음식전시 예술감독 및 푸드 스타일링(2010), 국토해양부 어딤채 예술감독 및 푸드 스타일링 (2010), 행복이 가득한집·까사리빙·설화수 등에 음식 칼럼 연재(2001~현재), 까사스쿨 한식·라퀴진 등에 클래스 강의(2008~2010), 한식세계화 프로젝트 디자인센터 강의(2011), 배상면주가 전통식초 공동 개발 및 출시(2011), 이종국 쿠킹클래스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음식’ 진행(2008~현재).
  • [깔깔깔]

    ●터프한 닭 어느 농부가 빨간 닭, 파란 닭, 녹색 닭 3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닭을 잡아 먹으려고 빨간 닭을 잡아 털을 뽑으려고 하자, “이봐~ 장사 한두 번 해? 목부터 따야지.” 농부는 빨간 닭이 너무 터프해서 파란 닭을 잡기로 했다. 그래서 물을 한참 끓이고 있는데… 파란 닭이 끓는 물에 발을 ‘퍽! 담그더니, “물은 이만하면 됐고, 된장은 준비됐나?” 농부는 파란 닭도 너무 터프해서 녹색 닭을 잡기로 했다. 이번에는 닭이 선수치지 않게 잽싸게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농부. 녹색 닭을 얼른 잡아서 털을 막 뽑고 있는데… 녹색 닭이 낮은 음성으로 하는 말. “아따~형씨! 구레나룻은 건들지 마소!”
  • 아프리카서 멸종위기 거북 잡아먹은 중국인들

    아프리카서 멸종위기 거북 잡아먹은 중국인들

    몸에 좋다면 뭐든지 먹는 것은 중국인도 예외가 아닌가 보다. 동물보호단체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거북을 잡아먹은 중국인 4명이 당국에 의해 체포됐으며 동물학대 혐의로 강제 추방될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짐바브웨 남동쪽 비키타 지역에 사는 중국인 4명은 최근 수십 마리의 거북을 잡아먹은 혐의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과정에서 40마리 이상의 국제희귀종 Bell’s Hinged 거북의 뼈와 남은 고기를 발견했으며, 빈 드럼통에 갇혀 있던 13마리의 거북도 발견했다. 지역 주민들은 중국인에게 거북이를 팔면 이들은 도살하기 전에 산 채로 거북을 끓는 물에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사진= 국제 희귀종 Bell’s Hinged 거북 자료사진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닭서리 그 이후 …

    닭서리의 대미는 ‘해치우는 일’입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듯, 한겨울에 식은땀 흘려가며 서리한 닭을 어떻게 먹어치우는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대사’를 감쪽같이 매조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들 눈에 안 띄는 옴팍한 산골짜기나 갯가에 화톳불을 피워 구워먹는 것입니다. 한데라서 좀 그렇지만 사방으로 날리는 털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제법 괜찮은 갑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마른 나뭇가지를 그러모아 지핀 불 속에 그냥 서리한 닭을 던져넣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 뒤 불가에 둘러앉아 한 식경쯤 노닥거리다 보면 털이 새까맣게 그을려 오그라붙은 닭이 구수한 냄새를 풍깁니다. 엉겨붙은 털을 벗겨내면 잘 익어 뽀얀 닭의 속살이 드러나지요. 내장만 들어내고 준비한 깨소금에 툭, 찍어 넣고 짜릿하게 소주 한 잔 마시면 그 풍미를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갑책은 아니지만 얼큰하게 닭탕을 끓여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닭탕의 문제는 장소 제약이 따르고, 뽑은 털을 말끔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릅니다. 닭털, 그거 날리기 시작하면 골치 아픕니다. 닭서리 들통 나는 건 일도 아니지요.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닙니다. 끓는 물을 부어 닭털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사실, 이 방법이 좋지만 닭 좀 먹는다는 사람들은 이보다 수작업으로 털을 뽑은 뒤 불에 잔터럭을 살짝 그을린 걸 좋아하거든요. 닭탕을 끓일 때 냄새가 퍼진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고기 맛보기 어려운 시골에서, 한밤중에 구수한 닭탕 냄새가 진동하면 나중에 뒷감당 어렵습니다. 어쨌거나 닭 한마리 잡도리해 겨울밤을 안온하게 날 수 있었던 것은 생활공동체 의식이 강했던 옛적 시골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지요. 요새야 삶은 달걀 한 개만 훔쳐먹어도 당장 경찰 출동하니 엄두도 못 낼 일이거니와 장난 아니라면 굳이 남의 것 탐내면서 살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문제는 함께 어우리져 산다는 정서의 교감인데, 다른 건 다 버려도 이것만은 포기하기 어렵습니다. 뚝배기 같은 친구가 그렇듯 누군가 같이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 말로 정신건강에는 더 없는 보약이니까요. jeshim@seoul.co.kr
  • “고문기술자 이근안 목사 안수는 성직매매”

    “고문기술자 이근안 목사 안수는 성직매매”

    ‘부적격자에 대한 목사 안수는 성직 매매’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목사직을 사임해야….’ 방만하고 안이한 목사직 안수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개신교계에 들끓고 있다. 이는 지난달 30일 별세한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고문한 것으로 알려진 이근안씨의 목사직과, 이씨에게 안수를 준 교회를 향한 직격탄이다. 개신교 단체들은 잇따라 한국 교회의 목사 안수 관행을 비난하고 나섰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도 연일 이씨의 부당한 목사 안수와, 해당 교회의 목사직 취소를 요구하는 누리꾼의 글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 6일 논평을 내고 “한국 교회는 성직 부여에 대한 엄격한 제도와 시행, 그리고 성도의 삶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면서 “이근안씨가 하나님 앞에서 회개한 삶을 살고 있다면 과거 잘못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언론회는 특히 교단 확장 차원에서 특정 인물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안수를 준다는 것은 범죄적 성직 매매인 시모니즘(simonism)에 다름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국종교개혁시민연대와 한국교회정화운동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목사는 성경적 가치를 구현하고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온전히 실천하는 선생인데 한국교회는 신학 과정만 이수하면 아무에게나 목사 안수를 준다.”고 비난했다. 두 단체는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는 사람도 목사가 되고 나면 성자가 되는 것으로 치부되는 작금의 한국교회가 이근안이라는 기형적인 목사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이씨에 대한 목사직 취소 청원 운동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8월에도 다음 아고라에서 비슷한 운동이 전개돼 당시 3600여 명이 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파문은 사뭇 다르다는 게 교계의 관측. 개신교 단체와 누리꾼들이 이씨를 향한 비난에 머물지 않고 해당 교단에 이씨를 사임시킬 것을 강도높게 주문하고 있어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교회언론회 관계자는 “이씨는 범법자로 지명수배를 받아 도피하던 중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자수한 뒤 7년간의 수형생활을 마치고 2008년 목사 안수를 받았지만 자신의 과거행적을 정당화시키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가 최근 김 고문이 사망하면서 그에 대한 비난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면서 “이번 파문을 계기로 한국교회가 목사 안수 관행을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36) 목졸려 살해된 시신, 라면박스만 없었어도… 범죄가 흔적을 남기기 위해… 35) 그녀와 만난 남자는 모두 죽는다 마약에 눈먼 20대 명품녀의 엽기적 살인행각 34) 하얀 피부와 사후강직이 일러준 토막살인의 진실 전철역 화장실에 유기된 30대女의 시신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전체 시리즈 목차보기 (클릭)
  • [Weekend inside] 기능성으로 진화하는 쌀

    [Weekend inside] 기능성으로 진화하는 쌀

    쌀은 한국인의 주요 에너지 섭취원이다. 한국인은 성인이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의 30~40%를 쌀에서 섭취한다. 하지만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듯하다. 쌀이 단순한 주식을 넘어서 건강을 위한 기능성 식품으로 변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쌀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식이섬유, 미네랄 등 10여 가지 영양성분이 존재해 건강 기능성 식품으로 안성맞춤이다. 최근에는 기능성·가공용 쌀 연구개발을 넘어 의료용, 산업소재용 기능성 쌀까지 개발됐다. ●쌀 소비는 계속 줄어 30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09년 개발된 ‘보람찬’ 벼는 100% 쌀로만 빵을 만들 수 있는 품종이다. 다른 품종에 비해 반죽이 쉽고 수분 보유 능력이 좋으며, 노화가 천천히 되고 맛도 좋아 빵·과자용으로 적합하다. 농진청은 최근 ‘보람찬’을 이용한 치즈케이크와 양갱, 호두과자, 붕어빵 제조법 등을 개발했다. 쌀국수 전용 품종으로 개발된 ‘고아미벼’는 한국형 쌀국수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끓는 물에 30초면 조리가 완성되고 조리 후 면발이 불어나지 않아 우리 입맛에 맞는 쫀득함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쌀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올해 2월 농진청에서 개발한 ‘밀양263호’는 알코올 섭취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가바’(GABA)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품종이고, ‘고아미 2·3호’는 일반 쌀보다 ‘저항전분 식이섬유’가 5배가량 높은 다이어트용이다. 지난해 화장품 회사인 스킨푸드는 일반 백미에 비해 항산화 성분이 200배나 많고 단백질·비타민·미네랄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장흥군의 토종 야생쌀 ‘고대미(米)’ 추출물을 활용한 화장품 ‘고대미 영양라인’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화하고 있는 쌀 산업과 달리 국민들의 쌀 소비는 계속 줄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72.8㎏(2010년 기준)으로 전년의 74.0㎏보다 1.6% 감소했다. 이에 우리 농업의 근간인 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쌀 가공식품 소비 확대를 꾸준히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지난 11월 28일 쌀 가공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쌀가공산업육성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4월 23일 시행된다. 법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쌀 가공산업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쌀 가공산업이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가공용 쌀 계약재배 확대할 것” 아직은 시작 단계다. 우리나라의 쌀 가공식품 시장은 1조 8000억원(2010년 기준) 규모다. 이 가운데 떡류가 7900억원, 주류가 45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쌀 가공식품의 다양화 노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총 735개로 집계된 쌀가공업체들도 영세한 소규모 사업체가 대부분이다. 농진청 답작과 양창인 박사는 “매년 쌀 가공식품 매출은 늘고 있지만, 국민들의 입맛이 그리 쉽게 바뀌지는 않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뛰어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업체들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원료곡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부터 가공용 쌀 계약재배 물량을 올해 1600ha에서 내년 5000ha로 늘릴 예정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쌀 가공산업의 안정화를 위해 원료곡의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대기업들의 참여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쌀가공협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CJ와 농심 등 식품 관련 대기업이 협회에 등록했다.”면서 “앞으로도 쌀 산업에 뛰어드는 대형업체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신문에 난 ‘레시피’ 따라 빵 만들다 ‘펑’ ‘펑’

    특별한 음식 레시피를 게재한 신문이 억대 배상금을 물게 됐다. 칠레 대법원이 현지 유력 일간지 라테르세라에 레시피 피해 배상금 8500만 페소(약 1억8400만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현지 언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으로부터 배상금을 받게 된 사람은 소송을 낸 15명 중 13명이다. 칠레 대법원은 나머지 2명에 대해선 피해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문제가 된 레시피는 기름에 튀긴 빵 ‘추로’를 만드는 법이었다. 추로는 밀가루를 반죽해 기름에 튀긴 빵으로 남미에선 대중적인 간식거리다. 신문은 7년 전인 2004년 7월 25일 “정말 맛있는 추로를 만들 수 있다.”며 레시피를 게재했다. 그러나 신문에 나온 대로 추로를 만들던 사람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났다. 빵을 튀길 때 기름이 ‘폭발’하는 것처럼 튀어버린 것이다. 펄펄 끓는 기름이 튀어 손, 팔 등에 화상을 입은 사람들은 ‘폭탄 레시피’를 냈다며 신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은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원고승소판결이 나온 뒤 신문의 상고로 대법원까지 갔다. 칠레 대법원은 “22-24도 사이로 살짝 익힌 추로를 250도 이상의 끓는 기름에 넣으면 기름이 천장까지 튀는 ‘폭발’이 일어난다.”면서 이를 알려주지 않은 신문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은 “신문에 난 레시피를 충실히 따라하면 ‘폭발’을 피할 수 없다.”며 레시피를 따라 한 사람들에겐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Weekly Health Issue] 화상

    [Weekly Health Issue] 화상

    화상은 몸과 마음에 치명적인 상흔을 남긴다. 생명에 대한 위험도도 심각하다. 그러나 의외로 화상에 대한 인식은 후진적이다. 화상을 단순히 불에 데는 정도로 알거나, “설마 내게 그런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펴보면 주변에 화상을 부를 요인은 얼마든지 있다. 불은 물론이고 끓는 물, 전기, 인화성 물질, 화공약품 등 갖가지 화상 요인들이 널려 있다. 화상을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화상에 대해 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장 전욱 교수로부터 듣는다. ●먼저, 화상을 정의해 달라. 화상은 열에너지에 의해 피부세포가 손상을 입는 현상을 말한다. 섭씨 40∼44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조직 속의 단백질에 초기 변성이 생기며, 보통 섭씨 45도 정도에서 1시간 정도 노출되면 세포는 죽고 만다. ●화상의 유형은 어떻게 구분하며, 각 유형의 특성은 무엇인가. 가장 흔한 화상이 뜨거운 물에 데는 열탕화상이다. 섭씨 60도의 물에 3초 정도 피부가 노출되면 깊은 진피화상 또는 피부 전층화상을 입는다. 화염화상도 발생 빈도가 높다. 이 유형은 불에 신체가 직접 닿아 생기기 때문에 화상이 깊으며, 폐쇄된 공간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흡입화상 여부를 고려해야 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또 자연상태의 가스나 프로판, 가솔린 등 인화성 액체들이 폭발하면서 생기는 섬광화상은 주로 안면부나 머리 등 노출 부위에 심한 화상을 부른다. 접촉화상은 금속 등 뜨거운 매개물질에 의한 화상이다. 이 유형은 매개체의 온도가 높은 데다 열이 계속 신체 부위로 전달될 수 있어 화상이 깊은 것이 특징이며, 따라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딱지(가피)절제와 식피술을 시행해야 한다. 전기화상은 근육 등 심부조직을 심하게 괴사시켜 대사성 산증에 빠질 위험이 크고, 혈중 마이오글로빈 수치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므로 초기, 즉 3∼5일 이내에 괴사조직을 절제해야 한다. 화학물질에 의한 화상의 경우 일반적으로 알칼리에 의한 화상이 산 화상보다 심하다. ●화상의 중증도는 어떻게 구분하며, 각 단계별 특성은 무엇인가. 화상은 심각한 정도에 따라 1∼4도로 구분한다. 1도 화상은 표피에 국한된 화상을 일컬으며 대부분 1주일 안에 재상피화가 일어난다. 햇볕에 노출돼 생기는 화상처럼 피부 색깔이 빨갛게 변한 상태로, 대부분 큰 물집은 생기지 않는다. 이에 비해 표피와 진피 일부가 화상을 입은 상태면 2도로 분류한다. 이 중 표재성 2도 화상은 유두진피 정도까지 손상을 입은 상태를, 심재성 2도 화상은 망상진피 부근까지 손상을 입은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서 나아가 표피와 진피층이 전부 손상을 입으면 3도 화상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진피 밑의 피하지방층이 화상을 입은 경우도 포함한다. 이 경우 피부가 가죽 가방을 만지는 느낌이 들지만 정작 환자는 통증도, 촉각도 못 느낀다. 가장 심각한 화상은 4도 화상이다. 근막 밑의 근육까지 손상을 입는 경우로, 주로 전기화상이나 심한 화염화상·접촉화상에서 발생할 수 있다. 4도 화상으로 근육이 손상될 경우 혈중 마이오글로빈으로 신장 기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는 위험한 단계다. ●화상의 발생 추이와 경향은 어떤가. 집이나 건물의 실내에서 열기구 등을 이용해 난방을 하던 시절에는 사용상의 부주의로 인해 겨울철에 화재나 화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겨울철보다 여름철에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화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화상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상황을 살펴 가벼운 화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지체없이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이 정답이다. 특히 화상의 범위가 넓다면 더욱 그렇다. 간혹 열기를 식힌다며 몸에 찬물을 끼얹는 경우도 있는데, 자칫 저체온증이 와 오히려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화상 범위가 작아도 물집이 생길 정도라면 병원을 찾는 게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화상 치료 과정을 중증도별로 상세히 설명해 달라. 1도 화상은 소염진통제 외에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2도 화상은 간단한 드레싱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드레싱은 건조 드레싱보다 습윤 드레싱이 효과적이다. 단, 심재성 2도 화상이라면 식피술을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3도 화상으로 판정되면 조기에 가피절제 및 식피술을 시행해야 하는데, 화상 부위가 크지 않다면 국소 마취로도 가능하다. 이 경우 동통이나 발적 등 감염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상처에 감염이 일어나면 식피술의 생착률도 크게 떨어지고, 당연히 사망률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3도 화상 부위는 되도록 초기에, 또 감염 전에 절제해 세균 번식을 차단해야 한다. 이 경우 동종 피부이식을 통해 수술 부위의 감염을 예방해주고 육아조직이 잘 자랄 수 있게 할 수 있다. 이식된 동종피부는 약 3주 전후로 타락되는데, 이후 자가피부이식을 시행하게 된다. ●화상 후유증 유형을 들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설명해 달라. 화상은 위험도가 높고 화상 부위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 쉬우므로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에는 수술 기법 및 재료의 발전으로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치료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고, 성과도 크다. 화상이 외형적인 후유증만 남기는 것은 아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 같은 마음의 상처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런 점을 감안해 따로 정신과적 보조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치료 후 재활은 어떻게 이뤄지나. 화상 수술 후 보통 6개월까지는 흉과 착색이 남지만 12∼24개월이 지나면 상처가 많이 안정된다. 최근에는 수술 등 치료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재활 및 레이저치료, 피부 재활치료 등을 시행하는 추세다. 또 반흔을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 옷이나 실리콘시트를 사용하기도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서양화 보는 여자 동양화 읽는 남자 通했다

    서양화 보는 여자 동양화 읽는 남자 通했다

    요즘 화제인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불륜의 사랑이 불붙는 곳은 남녀 주인공이 우연히 마주친 미술관이었다. ‘다, 그림이다’(손철주·이주은 지음, 이봄 펴냄)의 저자 이주은 성신여대 미술교육과 교수는 “그림을 보면 나를 충족시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사람들이 팁을 얻으면 훨씬 재미있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며 미술 관련 서적의 꾸준한 인기 요인을 설명했다. ‘다, 그림이다’는 동양 미술에 대한 대중적인 글쓰기를 해오고 있는 출판사 학고재의 주간 손철주씨와 서양미술사를 전공한 이 교수가 나눈 편지다. ●물과 기름 같은 동서양 미술 접점 찾아내 우리나라에서는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의 ‘한국미술사’보다 훨씬 많이 팔렸다. 게다가 일본인과 한국인들은 인상파 그림만 좋아한다는 선입견도 있다. ‘다, 그림이다’는 이런 편견에 맞서 물과 기름 같았던 서양 미술과 동양 미술을 솜씨 좋게 한데 녹여냈다. 그 소개는 작가 김훈이 맡았다. 김훈은 ‘다, 그림이다’의 서문에서 경주 황룡사 벽에 ‘노송도’를 그렸더니 새들이 날아들어 부딪쳐 죽었다는 신라의 화가 솔거를 언급한다. 그리고 “화폭 안과 밖에서 이야기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고 끝맺는다. 그 끝없는 이야기를 손 주간은 “움켜쥘 수 없는 것을 움켜쥐려는 화가의 속내를 우리 옛 그림에서 살펴보려 한다.”며 옛 시로 풀어낸다. ‘세상과 그림, 어느 것이 옳은가 /봄볕 내려오니 피지 않는 꽃이 없구려’. 이 교수는 “낮에 스치듯 바라본 그림이 간혹 의지와 상관없이 심연을 흔들어 놓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것 중 하나가 동요를 일으키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게 만들곤 한다.”며 그림이 인간에게서 얼마나 많은 상상력과 이야기를 끌어내는지 일러준다. ●명화보다 인생의 키워드 담은 그림 찾아 주고받아 책에 실린 그림들은 익히 알려진 명화보다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들이 많다. 저자들은 미술사에 많이 언급되는 걸작보다는 뻔히 아는 인생의 키워드와 자잘한 이야기를 간직한 그림을 골랐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책에 소개되는 첫 번째 그림은 2009년 타계한 미국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의 ‘결혼’(큰 그림)이다. 제목은 ‘결혼’이지만 턱까지 이불을 당겨 덮은 노() 부부는 마치 시체 같다. 그림을 소개하는 이 교수는 “와이어스도 어느 날 아침 이웃집에 들렀다가 노 부부가 창백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그 인상이 강하게 남아서 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한다. ‘결혼’에 대한 손 주간의 화답은 18세기 조선의 선비화가 능호관 이인상의 ‘와운’(작은 그림)이다. 손 주간이 ‘결혼’과 ‘와운’에서 공통으로 읽어내는 것은 ‘비장한 아름다움’이다. ‘와운’은 조선시대 옛 그림치고는 무척 낯설다. 부글부글 끓는 먹장구름을 화폭 전체에 담았다. 화가 이인상이 한쪽에 쓴 글(‘시를 쓰고 싶었지만 술에 취한 뒤 글씨를 쓰니 구름이 덩어리진 듯합니다. 바로 이 그림과 같으니 웃음거리외다.’)로 보아 ‘와운’은 술 마시고 그린 ‘취필’(醉筆)이다. 저자는 이인상의 삶이 심장에서 피를 토하듯 눈물졌다고 설명한다. 아들 셋과 딸 하나를 모두 잃는, 세상 어디에 비길 수 없는 비극인 참척을 겪었고 아내마저 먼저 보냈다. 하지만 “슬픔을 노골화하지 않고 눌러 담는 심정이 애처롭도록 아름답고, 그 애처로운 아름다움의 에두른 표현이 곧 비장미”란 손 주간의 해설이 붙는다. ●동서양 미술 소통… 인류의 공통성 찾아내 지난달 말에 끝난 간송미술관의 가을 전시에서는 4년 만에 세상 구경을 나온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려고 주말이면 두 시간 넘게 기다릴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손 주간은 혜원 신윤복을 흉내 낸 작자 미상의 미인도를 소개한다. 혜원의 미인이 변비나 치질에 시달리는 안색이라면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미인도는 남자 마음을 녹일 듯한, 배시시 웃는 입술이 압권이다. 조선 미인의 수작에 이 교수는 어깨에 날개를 달고 화살로 심장을 찌르려는 아기 천사를 그린 아돌프 윌리엄 부게로(프랑스 신고전주의 화가)의 ‘에로스를 막는 소녀’로 답한다. 동서양 그림의 소통을 시도한 책은 예술로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지는지 느껴 보라며 손짓한다. 미술관에서 불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1만 75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문화마당] ‘불편한 진실’/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문화마당] ‘불편한 진실’/조혜정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즐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가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이다. 일단 코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흘렸을 개그맨들의 땀과 열정이 여실하게 느껴지고, 상식과 통념을 ‘약간’ 비틀어 웃음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들의 감각도 매우 인상적이며, 무엇보다 청중을 웃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나이쯤 되면 젊은이들의 문화 코드, 예컨대 유행어, 호감과 비호감, 소통 코드에 대한 나름의 팁도 ‘개콘’을 보면서 얻게 되는 수확이라 할 것이다. ‘개콘’ 코너 가운데 ‘불편한 진실’이라는 게 있다. ‘생활의 발견’과 함께 일종의 ‘생활밀착형 개그’라 할 만한데, 이 코너의 재미는 우리가 무심결에 반복하고 있는 말이나 행위를 돌이켜 보게 하는 데 있다. 예를 들면 연인인 남자와 여자가 주문을 하기 위해 메뉴를 고른다. 무엇을 시킬까 하는 질문에 여자는 늘 ‘아무거나’ 혹은 뭐든지 다 잘 먹는다고 말한다. 몇 차례의 설왕설래 끝에 남자가 메뉴를 정하면 그것 말고 다른 메뉴를 고르는 식이다(미안하다. 글로 풀다 보니 이 코너의 재미와 매력이 휘발된 듯하다). 이에 대해 내레이터(황현희)는 여자가 ‘아무거나’라고 하는 말은 여자가 먹길 원하는 것을 콕 집어서 시켜주는 센스를 발휘해 보라는 말이라며, 이것이 불편한 진실이라고 결론짓는다. 이 코너, 이른바 ‘불편한 진실’의 재미는 이처럼 일상 속에서 지나쳤을 정황이나 심리를 소프트 터치로 ‘콕 집어내어 펼쳐내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불편한 진실’은 결코 소프트하지 않다. 근래 최고 화제작이 된 영화 ‘도가니’(황동혁 감독)는 불편할 뿐만 아니라 충격적인 진실들을 우리 눈앞에 펼쳐 놓았던 것이다. 사실 이 영화 속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있었거나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다. 사건 자체가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실제 일어났던 것이고, 판결까지 내린 사건 아닌가. 그때는 언론에서도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고, 따라서 일반인들도 아예 모르거나 지나쳐 버려 묻혀졌던 사건이 소설과 영화를 통해서 그 충격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영화의 ‘불편한 진실’은 청각장애아들에 대한 학교 관계자의 성폭행과 폭력행사라는 끔찍한 행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실이다. 사건은 실제 일어난 일이고, 그러므로 사실에 입각해 마땅한 법적 처벌을 받으면 된다. 물론 이것은 가해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의 측면이지, 그들에 대한 도덕적·윤리적 비판까지 포함된 것이 아니며, 더구나 피해 학생들의 고통에 대한 구제도 빠져 있다는 점을 전제로 말하는 것이다. 즉, 응분의 법적 처벌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회에서 이루어져야 할 최소한의 제어장치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간의 과정과 사건처리 결과를 두고 볼 때 우리 사회는 최소한의 장치마저 구현하지 못했다. ‘도가니’의 불편한 진실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 사회는 합리적이고 마땅한 조치들이 취해지지 않고 있으며, 야합과 부조리와 폭력과 부패가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우리 스스로 묵인하거나 방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암묵적 동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새삼 영화 ‘도가니’를 통하여 비등한 여론은 어쩌면 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수치와 그를 방관한 우리의 부끄러움 때문에 더욱 들끓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제는 차분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사실관계에 입각하여 억울한 것은 풀어주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마련하고, 사법정의를 세워 ‘도가니’의 아픔과 수치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 일이다. 들끓는 여론과 말만 앞세운 정치권의 행태를 반복할 게 아니라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불편한 진실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대개는 알고 있지만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하기에 외면했던 사실을 지칭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든 진실은 알아야 하고 아무리 불편해도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는 그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안철수 출마?” 광클릭 “짜장면도 표준어” 환영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안철수 출마?” 광클릭 “짜장면도 표준어” 환영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 주말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다. 주 후반에 터져나온 그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무소속 출마설은 ‘광클’(광적인 클릭)을 끌어내며 삽시간에 검색어 7위로 올라섰다. 안 원장은 “정치는 혼자서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 (주위의 정치 참여 권유를) 거부했지만 서울시장은 혼자서도 바꿀 수 있는 게 많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공식발표 선언만 남았을 뿐 출마 쪽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주 후반이 안 원장이었다면, 초·중반 뉴스메이커는 단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었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 때 후보 단일화를 위해 뇌물을 준 의혹을 받고 있는 곽 교육감은 “관련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교육감직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주간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로 기소된 일명 ‘왕재산’의 총책이 설립한 보안업체(2위)도 네티즌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지원넷’이라는 이름의 이 업체는 이명박 대통령 친척 부부가 사는 서울 광진구의 모 아파트 차량 주차시스템 설치 계약도 따낸 것으로 밝혀졌다. 행적이 묘연한 리비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의 며느리는 3위에 올랐다. 이 집의 유모가 화상으로 살갗이 벗겨진 모습을 공개했는데, “카다피의 다섯째 아들 부인인 에일린이 자신의 딸이 계속 울어대자 때리라고 명령했고, 그 명령을 내가 거부하자 끓는 물을 얼굴에 끼얹었다.”고 주장해 충격을 줬다. 스포츠 소식도 변함없는 네티즌들의 관심사. 프랑스 프로축구팀 AS모나코에서 뛰던 박주영이 영국 아스널로 이적한 소식은 4위, ‘번개’ 우사인 볼트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당한 사연은 6위, 김경문 전 두산베어스 감독이 신생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초대 사령탑을 맡은 소식은 9위를 차지했다. 표준어로 당당하게 승격한 짜장면(5위)도 인터넷을 달궜다. 국립국어원은 표준어인 ‘자장면’보다 일상생활에서 훨씬 많이 쓰이는 ‘짜장면’의 현실적 위상을 감안해 복수 표준어로 인정했다. 도로에 쓰러져 있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자신의 차로 다시한번 친 그룹 빅뱅의 멤버 대성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소식은 8위를 차지했다. 검찰은 앞선 사고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치명상을 입고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버스 안에서 60대 한국인 승객에게 욕을 하고 폭행한 혐의로 입건된 미국인 영어강사는 10위에 올랐다. 김정은기자 hyun@seoul.co.kr
  • “유모를 끓는 물에…” 카다피 며느리의 만행

    “유모를 끓는 물에…” 카다피 며느리의 만행

    리비아 반정부군이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아들과 딸들의 집을 접수하면서 감춰져 있던 이들의 특권층 생활과 만행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카다피의 다섯째 아들 한니발의 부인은 심지어 유모에 화상을 입히는 등 학대를 저질렀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최근 미국 CNN방송은 한니발 부부가 거주하다가 떠난 트리폴리 서부 초호화 저택에는 전신에 화상을 입고 시름하는 에디오피아 출신 유모 슈에이가 물라(30)란 여성만 남아 차가운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지내는 모습을 폭로했다. 1년 전 이곳으로 건너와 한니발 부부의 아들딸을 돌봤다는 물라는 임금 한푼 받지 못한 채 며칠 씩 굶는 건 예사였으며, 심지어 모델 출신인 부인 알린 스카프는 물라의 온몸에 뜨거운 물을 들이붓는 끔찍한 고문을 가하기도 했다는 것. 물라는 “우는 아이를 때리라는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알린이 화장실로 끌고가 손발을 묶은 채 뜨거운 물을 들이부었다.”면서 “고문은 2차례나 이어졌으며 이후 치료는커녕 쌀쌀한 밖에 3일이나 세워둔 채 물과 음식을 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화상을 입은 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물라의 상처는 심각하게 악화돼 있었다. 두피는 심하게 벗겨져 피고름이 앉아있었으며 어깨와 팔다리, 가슴 피부가 벌겋게 부어오른 상태였다. 한니발 부부는 집안을 온갖 호화 장식품으로 꾸밀 정도로 사치를 부리면서도 저택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노예부리듯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라 뿐 아니라 익명을 요구한 한 집사 역시 돈한푼 받지 못한 채 일했고 맞거나 수차례 칼에 찔렸다고 증언했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즉석식품의 진화

    즉석식품의 진화

    여름은 음식 장만을 위해 부엌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싶지 않은 계절이다. 나가서 해결하면 되겠지만 더위에 질려 가끔 외식도 귀찮을 때가 있다. 이 때문에 특히 핵가족 또는 나홀로 가구의 경우 라면 등 즉석식품으로 대충 때우기 십상이다. 가벼우면서도 그럴싸하게 한끼를 때우고 싶은 이들을 겨냥해 즉석식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인구 변화로 해마다 즉석식품 시장은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종류 또한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을 다양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요즘 포장을 뜯는 수고로움만 요하는 먹거리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풀무원식품은 컵라면 형태의 ‘삶지 않고 바로 먹는 냉면’을 선보였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특징인 평양식 물냉면과 국내산 태양초로 만든 비빔양념장이 칼칼하게 입맛을 돋워주는 비빔냉면 2종이다. 끓는 물에 면을 익히거나 찬물에 헹굴 필요가 전혀 없는 신개념의 즉석 용기 냉면이다. 메밀과 순두부를 사용해 뽑은 메밀 곤약면은 면발이 쫄깃하며 메밀 특유의 구수한 맛과 향이 살아 있다. CJ제일제당은 뜨거운 물만 붓기만 하면 진짜 순두부찌개를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을 내놨다. ‘맑은 국물 순두부찌개’(오른쪽)와 ‘맑은 국물 순두부&누들’ 2종으로 뜨거운 물만 부으면 2분 안에 순두부와 건더기가 생생하게 살아나 제대로 된 순두부찌개의 맛과 영양을 만끽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제품에 사용된 순두부는 상온 유통용으로 만들어진 ‘유사 순두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소비하는 ‘진짜 순두부’다. 2년간의 연구 끝에 급속 동결 건조 방식을 통해 순두부의 상온 유통이 가능하게 했고, 여기에 뜨거운 물만 부으면 내용물이 생생하게 복원되는 기술(특허 출원 중)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바지락, 조개 등의 해물과 야채를 넣고 끓여내 국물맛은 칼칼하고 담백하다. 당면이 들어 있는 ‘순두부&누들’은 95㎉에 불과해 입맛도 챙기면서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딱이다. 대상FNF 종가집의 ‘손열무냉묵밥’(왼쪽)은 굳이 유명 묵밥집을 찾아가지 않고도 누구나 간편하게 시원한 묵밥을 즐길 수 있는 제품. 쌉싸름한 맛이 살아있는 도토리묵에 종가집 열무 물김치로 맛을 냈으며 김과 깨로 고소함을 더했다. 181㎉로 칼로리가 낮은 점도 매력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커피는 쉽고 빠르게 심리적 안정 줘”

    “커피는 쉽고 빠르게 심리적 안정 줘”

    ‘커피의 달인, 대한민국 커피의 전설, 1세대 최고의 커피 장인, 일본식 핸드 드립의 초절정 고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올 듯한 강원 강릉시 연곡면 영진리. 절절 끓는 한여름 해변만큼이나 커피 전문점 ‘보헤미안’의 박이추(60) 바리스타는 청춘이다. 2000년 7월 이곳에 커피 전문점을 연 지 10년이 넘었다.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선 제법 유명인이 됐지만 사장이나 대표로 불리는 것은 어색하다며 여전히 ‘바리스타’로 불러 주길 고집하는 커피 장인이다. 그는 재일교포 2세다. 청년시절을 일본에서 보내고 한국에 정착한 지 벌써 40년이 넘었지만 아직 우리말은 어눌하다. ●강릉가게 주말 300여명 방문 그는 “조용한 곳이 좋아 바닷가에 정착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운영하는 30여석의 자리가 주말이면 하루 300여명, 주중에는 100~150명의 손님들로 북적인다.”고 말했다. 그는 보헤미안을 찾는 손님들에게 모든 커피를 손수 내려 보답한다. 그가 내리는 커피는 은은하면서 묵직하고 깊다. 맛의 비결에 대해서는 “정성이 비결이랄까 특별한 것은 없다.”면서 “맛있는 커피를 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커피를 맛있게 하는 비결이라면 비결일 수 있겠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보헤미안은 커피를 맛보기 위해 무작정 강릉을 찾는 마니아들까지 생겨나면서 관광명소로까지 자리잡았다. 강릉 관광안내소에서 ‘박이추 바리스타’ 이름 석 자만 물어도 친절하게 안내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커피는 유행이라고 생각” 최근 불고 있는 ‘커피 광풍’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사견임을 강조한 뒤 “커피는 유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신선한 재료를 찾아내 커피 콩을 볶는 일, 또 어떤 방법으로든 그 콩에서 시큼쌉쌀한, 혹은 달짝지근한 여러 가지 커피의 맛을 뽑아내는 작업 자체가 유행일 수 있다. 이 시대가 이러한 유행에 물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커피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기존 마니아들 외에 새로운 커피 인구가 보태졌기 때문”이라면서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커피 한 잔에 시름을 달래며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커피는 다른 어떤 수단보다 쉽고 시간도 덜 걸린다.”고 분석했다. “내년부터는 새로 전문점 한 곳을 더 내고 쉬는 날도 늘릴 계획”이라는 그는 “오는 9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 일본 아오모리로 커피기행을 다녀오고 서울과 군산, 부산 등에서 지인들과 함께 여는 서민 커피 강좌도 더 늘릴 작정”이라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황석영 작가가 해병대 후배들에게…다시 전우를 생각한다

    황석영 작가가 해병대 후배들에게…다시 전우를 생각한다

    요즈음 해병대에서 일어난 몇 차례의 군기 사고에 대하여 너무도 뻔하고 상투적인 여론이 들끓는 것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나는 한국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병역의 의무를 해병대원으로 치러냈고 베트남 전쟁에까지 참전했던 노병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원래가 해병대는 제국주의 시대에 자국의 영토를 벗어나서 바다 건너 다른 나라를 공략하던 시기에 조직된 군사 편제이다. 한국 해병대의 창설은 한국전쟁이 치열하던 와중에 낙동강 교두보에 몰리면서 인천 상륙작전을 준비하던 미군 사령부의 주도로 제주도에서 급조되었던 것이다. 이들 초기 기수의 해병 대부분이 4·3 항쟁을 겪고 살아남아 가족과 자신의 사상적 알리바이를 온몸으로 보여야 했던 제주도의 청년들이었던 것은 분단에서 비롯된 국군의 태생적 아픔을 상징적으로 안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지금도 유명한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말도 창설되자마자 부산 방어선을 위한 최초의 상륙작전이던 통영 작전을 취재한 미국 기자의 기사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베트남 전쟁에 이르기까지 한국 해병대는 한국군 내부에서는 독자적으로, 그러나 내용으로 보면 미국 해병대의 작전 편제 안에서 그 특수성을 견제 혹은 격려받으면서 성장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남베트남이나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의 경우를 보면 육·해·공 지휘 체계의 외곽에서 비정규적 작전권을 갖고 있던 해병대가 언제나 군사정변에 동원되었고 한국의 5·16 쿠데타에서도 역할은 비슷한 것이었다. 따라서 육군이 주도했던 당시의 군사정부는 해병대의 애매한 위치에 대하여 고민을 했던 흔적이 여러 가지 자료에 보인다. 베트남 전쟁 이후 한국 해병대는 해군의 지휘 체계에 들어가면서 예산·진급·작전 모든 면에서 그 독자성을 상실한다. 아무튼, 우리 군대의 아픔이었던 일제 군대의 잔재는 다른 무엇보다도 하급 병사들에게는 내무반에 뿌리 깊게 남아 있었다. 모든 병영 문화의 출발이 내무반에서 시작되기 마련이었다. 겉으로는 미 해병대 캠프에서 훈련받은 젊은 장교 하사관들이 병사들을 교육했지만 일본 육전대의 전통이 내면화되었다. 베트남에서 겪은 일이지만 미군은 전선에서 싸우는 병사 한명에게 거의 열 배에 가까운 군수, 병참, 화력 지원의 역량을 투입했다. 아무리 조건이 나쁜 하급 부대에서도 병사들은 따뜻한 식사와 온수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민주 군대’의 토대는 결국 경제적 역량이었던 셈이다. 전 국민이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에 군대에서 밥이라도 먹였던 것은 만연한 부패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일이었고, 이른바 ‘빳다’를 맞고 기합을 받아도 견디어 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이제 나는 그야말로 ‘기수 열외’라는 생소한 용어에 당황한다. 해병대의 기수란 한 달에 한 번씩 자원한 젊은이들을 부대원으로 받아들이는 모병제의 다른 이름이다. 같은 시기에 입대한 젊은이끼리는 서로 ‘동기생’이라고 부른다. 병력의 최소 단위가 되는 소대에서 분대로 나뉘는 편제를 모르면 어째서 기수가 중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소대장 아래 분대장인 하사관들이 있고 일개 분대는 스무 명쯤 되며 이는 다시 화기를 중심으로 조장 사수 부사수 소총수로 내려간다. 병장이 부분대장쯤 되고 그 아래로 상등병과 일등병, 이등병이 제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기수는 이러한 편제를 맞추어 나가기에 알맞게 되어 있다. 베트남 전쟁터에서 작전을 나가는 모든 병사는 수통을 두 개씩 허리에 차고 나가도 절약해서 마시지 않으면 어느 때는 오후에 텅 비게 된다. 이때 누군가가 다른 병사에게 물 한 모금 먹자고 하면 계급의 상하를 막론하고 ‘내 피를 달라고 하라’는 핀잔을 듣는다. 그러나 동기생이 달라고 하면 하는 수 없이 내준다. 당시만 하여도 얼차려를 줄 때에도 상급자는 엄동설한에 병사들을 발가벗겨 구보를 시키면 자신도 발가벗었고 얼음물에 처박으려면 자신도 함께 처박혀서 구령을 붙였다. 기수란 체력이나 요령이 부족한 동료를 낙오시키고 내버리고 왔을 때 모든 동기생에게 책임을 묻는 그런 것이었다. 이런 일을 ‘전우애’라고 부른다. ‘기수 열외’란 언젠가부터 극단적인 경쟁을 당연하게 내세우는 우리네 학원의 청소년 문화가 되어버린 ‘왕따’가 병영에까지 스며들었다는 충격을 주는 용어이다. 누군가를 지목하여 병사 모두가 그를 묵살하거나 엄정하게 주어진 계급 따위를 무시하게 한다는 것은 내막적으로는 군기를 어지럽히는 일이다. 나는 이번 사태의 책임에 대하여 하급병사들에게만 엄중하게 묻는 것을 개탄한다. 사실 변죽을 울리면서 한참 동안 해병대의 유래와 특수성을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 이는 일종의 ‘조직 피로’ 증후군이다. 천안함 이래 그리고 연평 포격 사건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중심부에 있던 해병대를 온 사회와 정치권이 그리고 지휘 상층이 얼마나 쪼아댔을까. 만만한 게 뭐라고 하급 병사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압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미군식 ‘민주 군대’란 병사 개개인에 대한 막강한 지원 능력과 높은 ‘노임’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우리는 최소한 ‘이만큼 살게 되었으니’ 군대에 안 가면 거의 폐인이 되어 버릴 정도의 강압적 징병제를 책임질 만한 내무반을 창출해 낼 국가적 의무가 있다. 군기를 지키되 장군에서 이등병에 이르기까지 ‘전우’라는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 뿌리를 내려야만 한다. 그리하여 자기 직책과 책임에 관한 것만 예외로 하고 모든 사사로운 특권을 철폐해야 한다. 소대장은 당번병을 없애고 자기 구두는 자기가 닦아야 하며 하사관 병장은 제 양말을 빨고 상등병은 자기 식기를 설거지하며 일등병 이등병은 근무 이외에 하인 노릇을 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도 우리가 ‘광주’를 말하며 당시의 신군부를 교훈으로 삼는 것은 ‘국민의 군대’는 정치권력의 사병(私兵)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거의 모든 대한민국 남자가 군대를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간인이 버젓하게 군복을 입고 거리에 나와 특정한 정치적 집회에 동원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손자는 그의 유명한 저작인 병법에서 전쟁을 피치 못할 최후의 수단으로 규정하면서, 무엇보다도 우선 되어야 할 것은 국가와 백성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힘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본다면 전쟁과 군대는 국가를 위한 최후의 필요악이라는 말이 된다. ●황석영1943년 만주 출생. 고교 재학 중 단편 ‘입석 부근’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1966년 해병대에 입대해 청룡부대 제2진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장편소설 ‘무기의 그늘’에 이때의 경험이 녹아 있다. 1969년 제대한 뒤 ‘객지’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 ‘장길산’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1989년 방북 후 독일·미국 등지에서 머물다가 1993년 귀국해 5년여 복역했다. 지난달 신작 소설 ‘낯익은 세상’을 발표했다.
  • [특별기고]다시 전우를 생각하며

    [특별기고]다시 전우를 생각하며

     요즈음 해병대에서 일어난 몇 차례의 군기 사고에 대하여 너무도 뻔하고 상투적인 여론이 들끓는 것을 보며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나는 한국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병역의 의무를 해병대원으로 치러냈고 베트남 전쟁에까지 참전했던 노병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원래가 해병대는 제국주의 시대에 자국의 영토를 벗어나서 바다 건너 다른 나라를 공략하던 시기에 조직된 군사 편제이다. 한국 해병대의 창설은 한국전쟁이 치열하던 와중에 낙동강 교두보에 몰리면서 인천 상륙작전을 준비하던 미군 사령부의 주도로 제주도에서 급조되었던 것이다. 이들 초기 기수의 해병 대부분이 4·3을 겪고 살아남아 가족과 자신의 사상적 알리바이를 온몸으로 보여야 했던 제주도의 청년들이었던 것은 분단에서 비롯된 국군의 태생적 아픔을 상징적으로 안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지금도 유명한 ‘귀신 잡는 해병’이라는 말도 창설되자마자 부산 방어선을 위한 최초의 상륙작전이던 통영 작전을 취재한 미국 기자의 기사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베트남 전쟁에 이르기까지 한국 해병대는 한국군 내부에서는 독자적으로 그러나 내용으로 보면 미국 해병대의 작전 편제 안에서 그 특수성을 견제 혹은 격려받으면서 성장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남베트남이나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의 경우를 보면 육해공 지휘 체계의 외곽에서 비정규적 작전권을 갖고 있던 해병대가 언제나 군사정변에 동원되었고 한국의 5·16 쿠데타에서도 역할은 비슷한 것이었다. 따라서 육군이 주도했던 당시의 군사정부는 해병대의 애매한 위치에 대하여 고민을 했던 흔적이 여러 가지 자료에 보인다. 베트남 전쟁 이후 한국 해병대는 해군의 지휘 체계에 들어가면서 예산 진급 작전의 모든 면에서 그 독자성을 상실한다.  아무튼, 우리 군대의 아픔이었던 일제 군대의 잔재는 다른 무엇보다도 하급 병사들에게는 내무반에 뿌리 깊게 남아 있었다. 모든 병영 문화의 출발이 내무반에서 시작되기 마련이었다. 겉으로는 미 해병대 캠프에서 훈련받은 젊은 장교 하사관들이 병사들을 교육했지만 일본 육전대의 전통이 내면화되었다. 베트남에서 겪은 일이지만 미군은 전선에서 싸우는 병사 하나에 거의 열 배에 가까운 군수 병참 화력 지원의 역량이 투입되는데 아무리 조건이 나쁜 하급 부대에서도 병사들은 따뜻한 식사와 온수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민주 군대’의 토대는 결국 경제적 역량이었던 셈이다. 전 국민이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에 군대에서 밥이라도 먹였던 것은 만연한 부패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일이었고, 이른바 ‘빳다’를 맞고 기합을 받아도 견디어 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이제 나는 그야말로 ‘기수 열외’라는 생소한 용어에 당황한다. 해병대의 기수란 한 달에 한 번씩 자원한 젊은이들을 부대원으로 받아들이는 모병제의 다른 이름이다. 같은 시기에 입대한 젊은이끼리는 서로 ‘동기생’이라고 부른다. 병력의 최소 단위가 되는 소대에서 분대로 나뉘는 편제를 모르면 어째서 기수가 중요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소대장 아래 분대장인 하사관들이 있고 일개 분대는 스무 명쯤 되며 이는 다시 화기를 중심으로 조장 사수 부사수 소총수로 내려간다. 병장이 부분대장쯤 되고 그 아래로 상등병과 일등병 이등병이 제 역할을 논다는 얘기다. 기수는 이러한 편제를 맞추어 나가기에 알맞게 되어 있다.  베트남 전쟁터에서 작전을 나가는 모든 병사는 수통을 두 개씩 허리에 차고 나가도 절약해서 마시지 않으면 어느 때는 오후에 텅 비게 된다. 이때 누군가가 다른 병사에게 물 한 모금 먹자고 하면 계급의 상하를 막론하고 ‘내 피를 달라고 하라’는 핀잔을 듣는다. 그러나 동기생이 달라고 하면 하는 수 없이 내준다. 당시만 하여도 얼차려를 줄 때에도 상급자는 엄동설한에 병사들을 발가벗겨 구보를 시키면 자신도 발가벗었고 얼음물에 처박으려면 자신도 함께 처박혀서 구령을 붙였다. 기수란 체력이나 요령이 부족한 동료를 낙오시키고 내버리고 왔을 때 모든 동기생에게 책임을 묻는 그런 것이었다. 이런 일을 ‘전우애’라고 부른다.   ‘기수 열외’란 언젠가부터 극단적인 경쟁을 당연하게 내세우는 우리네 학원의 청소년 문화가 되어버린 ‘왕따’가 병영에까지 스며들었다는 충격을 주는 용어이다. 누군가를 지목하여 병사 모두가 그를 묵살하거나 엄정하게 주어진 계급 따위를 무시하게 한다는 것은 내막적으로는 군기를 어지럽히는 일이다.  나는 이번 사태의 책임에 대하여 하급병사들에게만 엄중하게 묻는 것을 개탄한다. 사실 변죽을 울리면서 한참 동안 해병대의 유래와 특수성을 말했지만 내가 보기에 이는 일종의 ‘조직 피로’ 증후군이다. 천안함 이래 그리고 연평 포격 사건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중심부에 있던 해병대를 온 사회와 정치권이 그리고 지휘 상층이 얼마나 쪼아댔을까. 만만한 게 뭐라고 하급 병사들이 겪는 스트레스와 압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미군식 ‘민주 군대’란 병사 개개인에 대한 막강한 지원 능력과 높은 ‘노임’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우리는 최소한 ‘이만큼 살게 되었으니’ 군대에 안 가면 거의 폐인이 되어 버릴 정도의 강압적 징병제를 책임질만한 내무반을 창출해낼 국가적 의무가 있다. 군기를 지키되 장군에서 이등병에 이르기까지 ‘전우’라는 너무도 당연한 생각이 뿌리를 내려야만 한다. 그리하여 자기 직책과 책임에 관한 것만 예외로 하고 모든 사사로운 특권을 철폐해야 한다. 소대장은 당번병을 없애고 자기 구두는 자기가 닦아야 하며 하사관 병장은 제 양말을 빨고 상등병은 자기 식기를 설거지하며 일등병 이등병은 근무 이외에 하인 노릇을 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도 우리가 ‘광주’를 말하며 당시의 신군부를 교훈으로 삼는 것은 ‘국민의 군대’는 정치권력의 사병(私兵)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거의 모든 대한민국 남자가 군대를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민간인이 버젓하게 군복을 입고 거리에 나와 특정한 정치적 집회에 동원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손자는 그의 유명한 저작인 병법에서 전쟁을 피치 못할 최후의 수단으로 규정하면서, 무엇보다도 우선 되어야 할 것은 국가와 백성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진정한 힘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본다면 전쟁과 군대는 국가를 위한 최후의 필요악이라는 말이 된다. 소설가 황석영
  • 42년 간 물 대신 석유 1.5톤 마셔온 中노인 충격

    40년 넘게 등유를 ‘과음’해온 중국 남성의 사연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고 중국 일간지 충칭만보가 12일 보도했다. 충칭시에 사는 71세 노인 A씨는 42년 전엔 1969년 어느 날, 갑자기 알 수 없는 병마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기침이 끊이지 않고 온 몸에 기력이 없으며, 가슴이 심하게 답답한 증상이 나타났다. 약이란 약은 모조리 찾아 써보기도 하고 의사를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호전되지 않았고, 가정형편으로 더 이상 치료가 어려워질 무렵 누군가 그에게 등유(원유로부터 분별증류하여 얻는 끓는점의 범위가 180~250℃인 석유)를 마셔볼 것을 권했다. 일반적으로 석유라 불리는 이 기름이 상한 몸을 치료해준다는 속설을 믿은 것. A씨는 “처음에는 기름 특유의 냄새 때문에 한 모금 마시는 것이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몸이 점차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면서 “심한 기침과 가슴의 답답한 증상도 어느 정도 호전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등유 마시기를 습관화 한 그가 42년 동안 마신 양은 무려 1.5t. 일주일에 서너번 주유소에 들러 등유를 사는 것이 일과가 됐고, 이를 지켜본 이웃들은 “이 노인에게 기름은 귀신을 쫓는 부적과도 같다. 한 번도 기름항아리를 몸에서 떼어낸 적이 없다.”고 입 모아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마도 지금까지 노인이 큰 문제없이 지내온 것은 그의 위가 일반인과 비교해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이미 몸에 내성이 생긴 상태고 거의 중독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유를 계속 마실 경우 반드시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경고했지만, 노인은 현재 진료와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그가 한 눈에 보기에도 매우 왜소한 몸집을 가진데다, 이미 청력이 일부 손상된 것으로 알려져 가족과 주위의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길섶에서] 목욕탕/주병철 논설위원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목욕탕이라는 데를 거의 가지 않았던 것 같다. 읍내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서 자란 탓에 버스를 타고 목욕하러 간다는 게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주로 집 부엌에서 큼지막한 고무통에 팔팔 끓는 물을 부어놓고 때를 미는 정도였다. 목욕탕에는 명절 때나 갔다. 중학교 입학과 함께 큰 도시로 이사하면서 목욕탕을 자주 들렀던 기억이 난다. 일요일 새벽에 수건 등을 싸들고 아버지와 목욕탕 가는 게 큰 행사였다. 등을 보드득보드득 밀면 시원하다는 아버지의 흐뭇한 표정이 생생하다. 목욕한 뒤 아버지가 사주시는 자장면이 어찌나 맛있던지. 요즘 아들과 함께 목욕탕을 더러 간다. 아버지와 동행하는 아들의 표정이 즐거워 보이지는 않는다. 목욕한 뒤 함께 먹는 자장면에도 그리 고마워하지 않는다. 아들처럼 나도 지금의 ‘사우나’ ‘불가마’가 옛날 목욕탕보다 더 낫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가끔 옛날 목욕탕의 분위기가 그리워진다. 옛것은 항상 좋은 추억으로 남기 때문일까.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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