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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에게 다른 남편이 있다면…

    ‘아내가 결혼했다’니, 혹 이혼한 전처를 얘기하는 걸까. 아니다. 엄연히 법적으로 결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둘의 애정전선에도 이상이 없다. 문제는 아내에게 남편말고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으며, 지금의 결혼을 유지하면서 그 남자와도 결혼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중결혼인데 일부일처제의 오랜 사회적 통념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도발적 상황설정인 셈이다. 1억원 고료의 세계문학상 두번째 수상작인 ‘아내가 결혼했다’(문이당)는 상식을 깨는 파격적 소재만으로도 단번에 눈길을 끌어당기는 소설이다. 그런데 몇 페이지 읽다보면 이 기막히고 황당무계한 상황을 설득력있게 풀어내는 작가의 노련하고, 능청스러운 솜씨에 두 손을 들게 되고 만다. 논쟁적인 작품을 내놓은 사람답지 않게 소설의 창작 배경을 설명하는 작가 박현욱(39)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나직했다.“남녀간 사랑의 모순, 결혼제도의 모순을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했다.”는 그는 “일부다처제가 오랫동안 존재해왔듯 일처다부제도 있을 수 있는 이야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그 역시 보편적 윤리관과 사회적 통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듯싶다.‘일처다부제’이야기를 소설로 풀기가 쉽지 않아 3년을 묵혔다. 그러던 중 뜻밖에 축구가 실마리로 떠올랐다.“파격적 소재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는 서브 플롯 장치로 축구가 의외로 썩 잘 어울리더라.”는 것. 소설 줄거리가 남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다 보니 남자들이 좋아하는 축구로 이를 완화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인생 그 자체가 축구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W. 스콧의 말을 소설의 맨 첫 장에 인용한 작가는 두 남녀주인공의 기구한 결혼이야기를 축구에 빗대 하나씩 풀어간다. 축구 전문 서적과 인터넷 사이트에서 수집한 해박한 축구 지식은 소설 속 상황과 기막히게 맞아떨어지며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소설 내용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독자라도 축구 이야기에는 마냥 빨려들 듯싶다. 아내에게 속수무책 끌려가는 남편의 심리에 대해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때 소유욕은 극대화된다.”고 설명한 작가는 “아내를 반쪽만 소유한 소설 속 남편은 사랑하지 않으면서 같이 사는 부부보다는 행복할 것이고, 온전하게 사랑하는 부부보다는 불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2001년 장편소설 ‘동정없는 세상’으로 제6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받았고,2003년 장편소설 ‘새는’을 출간했다.9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길섶에서] 흥남철수 그후/임태순 논설위원

    아버지 손에 끌려 13살때 피란내려온 사촌형이 한분 계시다.1950년 12월21일에 거제도에 닿았다고 하니 그 유명한 ‘흥남철수’때인 모양이다. 그가 지난해 북에 있는 가족소식을 듣게 됐다며 한동안 흥분했던 적이 있다. 브로커가 달라붙었던 것이다. 몇차례 맞느니, 틀리느니 옥신각신하다가 어머니, 누나, 여동생, 남동생 등 가족사진과 편지가 전해졌다. 첫번째 편지는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공부 잘하고 예뻤던 누나는 의사로 정년퇴직한 뒤 ‘년료보장’으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남동생은 위암으로 죽었지만 여동생 2명은 각각 함흥 성천강 피복공장 간부, 도 출하사업소 지도원으로 역시 남부러울 것 없이 잘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설 때 그후 소식을 물어봤다. 여동생으로부터 짤막한 편지가 날아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보고싶은 마음 간절하나 자식들한테 피해를 줄 것 같아 따라나서지 못합니다. 더 이상 사람을 보내지 마세요.”라는 것이었다. 그에게 동생이나 누나를 만나고 싶지 않으냐고 물어보자 “나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잘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지.”하고 입맛을 다신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32년째 고국 떠도는 일제 징용자 영혼들

    32년째 고국 떠도는 일제 징용자 영혼들

    경남 함안에 살던 이대운씨는 1940년 일본 후쿠오카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하다 그곳에서 해방을 맞았다. 국내에 아무런 생활기반이 없던 이씨는 현지에서 노역생활을 계속하다 1960년을 전후로 사망, 한 사찰에 유골로 안치됐다. 지난해 8월 일제강점하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는 우연히 이씨의 유골을 발견, 어렵게 수소문한 아들·딸에게 유골 인수를 통보했다. 하지만 이들이 가정형편을 이유로 인수를 거부하면서 이씨 유골은 아직도 일본에 있다. ●72위 유족은 유골 고국 송환 사실도 몰라 3·1만세의 염원대로 조국은 해방 61년을 맞았지만 많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이씨처럼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다. 부산 영락공원에 잠들어있는 강제징용 희생자 271명이 대표적이다. 영락공원에는 희생자들의 유골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안치돼 있다. 정부는 1974년 2월 일본으로부터 한국인 징용 희생자 2083명의 명부를 받아 이 가운데 1차로 유족이 확인된 911명의 유골을 같은 해 12월 국내에 봉환했다. 하지만 유골이 막상 국내에 들어오자 640명만 유족이 나타났고, 나머지 유골은 나서는 사람이 없어 30년 이상 방치돼 있다. 위원회는 지난해 4월 발족 직후 영락공원내 271위에 대해 유족찾아주기 활동을 폈다. 그 결과 163위의 유족이 확인됐으나 나머지 108위는 유족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163위의 유족들 중 91명은 74년 유골이 송환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찾지 않고 있었으며,72명은 송환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현재 80명의 유족들이 유골인수를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만 실제 행동에 옮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일 정부 유족에 4만원 부조금이 전부 방치된 유골이 많은 것은 유족들의 무관심에 더해 정부차원의 지원이 없기 때문이란 게 위원회의 분석이다. 위원회 유해팀 장석경 계장은 “기억에도 없는 할아버지·삼촌의 유골을 찾아가라고 하면 대개들 반응이 시큰둥하다.”면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보상금은 둘째 치고라도 유골운구에 드는 비용이라도 정부에서 대줘야 관심을 갖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유족이라는 게 확인돼도 보상은 없다.74년 당시 유골을 찾아간 유족에게 한국과 일본정부가 각각 2만원씩 향전금(부조금) 4만원을 전달한 것이 전부였다. 또 지난달 한일협정 문서가 공개된 뒤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사망자 유족에 대한 보상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들에게 보상금이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부분 손자나 조카뻘이어서 보상 유족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장 계장은 “어렵게 모셔온 유골이 조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위원회 홈페이지(www.gangje.go.kr)에 접속하면 영락공원내 유족 미확인 108위를 포함, 일본 유텐지(사찰)에 안치돼 있는 한국인 희생자 1135위의 유골 명부를 확인할 수 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한미 FTA 제대로 못짚었다/진정회 성균관대 경제학과 4학년

    ‘국익’. 언젠가부터 여론을 뜨겁게 달구는 논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낱말이다. 6자회담이나 북핵문제 같은 데서 이 말이 쓰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중생 촛불시위를 자제하라는 주장에나 논문조작사건을 고발한 언론인을 비판하기 위해서도 ‘국익’을 들이대는 것은 어색하다. 최근 뜨거웠던 스크린쿼터 축소 찬반논란에도 어김없이 ‘국익’이 등장했다. 축소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쿼터의 완전폐지가 아닌 일부 축소인 만큼,‘국익’을 위해 영화계가 일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축소를 반대하는 편에서는 아무리 ‘국익’이라도 문화다양성이라는 가치가 매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맞받아쳤다. 그런데 살펴보면, 두 주장 모두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은 ‘국익’에 부합한다는 전제를 수용하고 있다. FTA는 정말 국익인가? 국익이란 도대체 뭔가? FTA로 이득을 보는 분야는 분명히 있겠지만, 특정 산업의 이익을 국익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FTA로 손해를 보는 분야에 대한 대책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FTA=국익´이라는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일까? 스크린쿼터 논란의 열기에 눌려 정작 중요한 FTA 실익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동안, 정부는 재빨리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처음부터 언론은 쿼터 문제를 포함해 FTA의 실익에 대해 차분하게 따지기보다는 정부측 보고서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에 바빴다. 서울신문도 여타 언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신문은 2월1일과 4일 사설에서 “대외의존도가 70%를 웃도는 우리 경제가 생존하려면 세계 질서에 적극 편승하는 길밖에 없다.”며 FTA의 불가피성을 전제하였다.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니만큼 미국의 시간표에 끌려 다니지 말고 미국과 마찬가지로 FTA를 전략적·경제적 이해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사를 읽어봐도 FTA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에 동의하기 힘들다.2일자 6면 “국내총생산(GDP) 1.99% 늘고 농업생산 2조∼8조 줄 듯” 기사에서는 FTA를 맺은 이후 나타날 경제적 파장을 예측하고 있다. 1.99%의 GDP 상승 효과가 매년 나타난다는 것인지, 개방 이후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이루어진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데다, 어디에서 발표한 자료인지도 기사에 나타나 있지 않았다. 수치로 나타나는 전망이 부차적 문제라 할지라도, 이렇게 모호한 전망치를 기사의 제목으로까지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GDP 성장률과 같이 수치로 나타나는 계량경제학적 기대효과는 현실에서 별로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그것은 경제학의 일반균형모형 자체가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울수록 효율적이 되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무역장벽이 완화되어 관세율이 낮아지면 모형은 경제가 완전경쟁에 가까워진 것으로 인식하고, 그러면 GDP 성장률은 언제나 (+)값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한편, 같은 기사에서는 한·미 FTA의 효과를 ‘동전의 양면’에 비유하면서, 내년 3월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만큼 정부가 전문성과 협상력을 보유했는지의 문제를 ‘위험’ 측면으로 꼽고 있다. 미국에 비해 훨씬 문제가 간단한 칠레와의 FTA도 협상에 3년이 걸렸다는 점을 생각하면,1년 안에 미국과 원만하고 모범적인 협상을 맺겠다는 정부의 태도도 분명 안일하고 위험하다. 개방에 따른 국내의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간과한 채,FTA의 실익을 따지는 것은 더 ‘위험’한 일이다. 나는 언론이 일부러 이 사안의 공론화를 피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언론은 이 사안을 공론화시키지 못했다. 보도에 있어서도 정부 보고서의 관점과 근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 실망이 컸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언론이 한·미 FTA의 실익에 대한 공론의 장을 열어주길 기대한다. 진정회 성균관대 경제학과 4학년
  •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1회전] 우주류를 시도하다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 1회전] 우주류를 시도하다

    제3보(31∼50) 백이 위의 실리를 내주면서 은근히 중앙 세력바둑으로 이끌려 하고 있다.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 9단의 전성기 때에는 아마추어들 사이에서 우주류가 크게 인기를 모았지만 그때도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는 우주류의 인기는 별로 높지 않았다. 세력바둑의 허망함을 잘 알고 있는 프로기사들은 보다 확실한 실리바둑 쪽을 선호했던 것이다. 흑31은 좌중앙 세력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백이 손을 빼면 (참고도1) 흑1,3으로 밀어올려서 하변에 큰 집을 짓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백도 32로 하변을 견제한 것이다. 보통은 이곳에 백돌이 오면 흑도 34로 받지만, 지금은 하변이 납작해진 느낌이기 때문에 받고 싶지 않다. 그래서 흑33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백36,38은 일관된 세력작전. 그러나 흑도 39까지 양날개를 펼쳤기 때문에 전혀 불만이 없다. 백40은 계속된 좌중앙 키우기이지만 이 수로는 가의 곳에 둬서 우중앙을 키우는 것도 가능했다. 반대로 흑41,43이 기민한 수여서 우변이 납작해졌다. 백44,48은 뒷맛을 남기기 위한 응수타진. 흑49로 (참고도2) 1에 늘면 11까지 귀에서 패로 사는 수가 남는다. 물론 백도 당장 이렇게 수를 내지는 않고 다른 큰 곳을 먼저 둔다. 흑49로 받으면 백50으로 붙여서 정리하는 것이 수순. 백은 일관되게 중앙을 키우고 있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 [필즈오픈] 이미나 ‘2승 키스’

    [필즈오픈] 이미나 ‘2승 키스’

    한국 선수끼리의 연장전. 지난주 SBS오픈 때와 흡사한 상황. 이번엔 이미나(25·KTF)와 이선화(19·CJ)였지만 승리는 마지막날 7언더파의 급상승세를 탄 이미나의 몫이었다. 전날까지 선두로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던 이선화는 단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연장전까지 끌려간 뒤 노련한 이미나에게 우승컵을 내줘야 했다. 이미나가 26일 미국 하와이주 카폴레이의 코올리나골프장(파72·651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필즈오픈(총상금 110만달러) 최종 3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치는 호조로 새내기 이선화와 14언더파 202타의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한 뒤 연장 세 번째 홀에서 버디를 낚아 통산 2승째를 거뒀다. 우승 상금 16만 5000달러. ‘1000만달러의 소녀’ 미셸 위(17·나이키골프)도 프로데뷔 이후 두 번째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13언더파 203타를 쳐 단독 3위에 오르는 등 개막전에 이어 한국과 한국계 선수들의 활약이 또 한번 빛을 발했다. 지난해 87만 182달러의 상금으로 LPGA 상금랭킹 7위로 장정에 이어 국내 선수 2위를 달렸던 이미나로서는 이번 2승째를 거두면서 LPGA ‘코리안 파워’의 명실상부한 대표 주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올시즌부터 KTF와 3년간 후원 계약을 맺은 이미나는 인센티브 계약에 따라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의 100%를 KTF로부터 지급받게 되고 내년도 계약금도 올해보다 50% 정도 오르게 됐다. 이미나는 “오늘 라운드에서 거의 모든 샷이 뜻대로 돼 연장전까지 갈 수 있었다.”며 “최선을 다하면 연장전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장에서 우승 모습을 지켜본 이미나의 어머니 이근순(50)씨는 “1라운드가 끝난 뒤 노란 잉어를 두레박에 한가득 잡는 꿈을 꿨다.”며 “불교 신자라서 잡은 잉어를 모두 풀어줬는데 이 덕분에 미나가 연장 끝에 우승하게 된 것 같다.”며 기뻐했다. 곽영완기자 kwyoung@seoul.co.kr
  •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16년 세계 주무른 ‘작전의 진화’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16년 세계 주무른 ‘작전의 진화’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4연패의 힘은 ‘작전’이었다. 트랙을 27바퀴나 도는 만큼 지구력이 중요하지만 박빙의 대결에선 ‘머리 싸움’으로 승패가 갈린다. 올림픽 때마다 변신하며 빛을 발한 한국 쇼트트랙 계주 작전은 어떤 것일까. ■ 토리노- 선수기용 뒤바꿔 승부 봤다 쇼트트랙 계주는 4명의 주자 가운데 파워가 가장 떨어지는 선수가 4번 주자로 나서는 게 관례. 하지만 한국은 이 점을 역이용했다. 박세우 코치는 “컨디션이 가장 좋은 변천사를 4번 주자로 내세워 상대방의 허를 찔렀다.”고 말했다. 또 팀 에이스가 1,2번 주자로 뛰지만 그동안 발목부상으로 고전했던 전다혜를 1번 주자로 전격 기용했고 작전은 맞아떨어졌다. 변천사는 상대 4번 주자들을 두 차례나 거푸 추월했다.16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치고 나가면서 중국 선수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중국에 다시 선두를 내줬지만 4바퀴를 남긴 상태에서 아웃코스로 크게 돌아 다시 선두를 탈환했고 1번 전다혜와 2번 진선유가 선두를 굳게 지켜 1위로 결승선을 끊었다. 여기에 3번 주자 최은경의 밀어주기도 한몫했다. 박 코치는 “얼음이 물러 속도가 제대로 안 나온다고 판단해 최은경에게 변천사를 강하게 밀어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 솔트레이크시티- 교체 지점 무시하다 당시에는 앞선 두 차례 올림픽에서 거푸 덜미를 잡힌 중국이 문제였다. 한국이 짜낸 묘책은 한 선수가 반 바퀴를 더 도는 작전을 구사, 중국을 격침시킨 것. 통상 한 명의 주자가 한 바퀴 반을 돌고 주자를 교체하지만 한국은 당시 주민진에게 이를 무시하고 두 바퀴를 돌도록 해 중국을 경악시키며 우승했다. 주자 교체 때 스피드가 떨어지는 점을 이용했던 것. 주민진(23)은 “당시 중국 실력이 강해 긴장을 많이 했다.”면서 “반 바퀴를 더 도는 작전을 수 없이 연습했었다.”고 말했다. ■ 나가노- 힘껏 밀어 출발스피드 높이다 양양A 등에 눌려 중국에 끌려가던 한국은 막판 2바퀴를 남겨놓고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주자 교체 때 스피드 저하를 최대한 줄이면서 선두로 치고나가는 작전이었다. 당시 안상미는 교체 직전 아웃사이드로 크게 돌면서 스피드를 최대한 높였다. 이 탄력으로 다음 주자 김윤미를 최대한 밀어줬고 주자 교체로 주춤해진 중국을 제치며 단숨에 선두로 치고 나올 수 있었다. 안상미(27)는 “기록에서 중국이 5초 정도 앞서 부담이 컸다.”면서 “주자 교체때 선두를 탈환하기 위해 평소 남자 선수들과 반복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 릴레함메르- 인사이드 파고들기 창시 한국 쇼트트랙이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릴레함메르대회에서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중국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최강 중국의 약점 파악에 나선 한국은 지금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당시 코너링 때 안쪽 공간이 빈다는 점을 발견했다.4바퀴를 남겨놓고 코칭스태프로부터 사인을 받은 김윤미는 코너링을 하면서 순식간에 중국 선수의 안쪽을 파고들며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소희(30)는 “당시 기량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훈련을 많이했다.”면서 “연습때 했던 인코스 돌파 작전이 신기하게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이종원 “이러다 불륜전문 되겠어요”

    이종원 “이러다 불륜전문 되겠어요”

    “또 불륜이라고요?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사랑이죠(웃음).” 24일 첫 방송되는 SBS 금요드라마 ‘어느날 갑자기’에서 내과의사 ‘강신형’역을 맡은 탤런트 이종원.“또 바람펴서 이혼하는 역이냐.”는 질문에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결혼하셨어요? 불륜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연기자로서 연기에 몰입할 뿐, 불륜도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합니다.” 그가 연기하는 ‘강신형’은 병원집 무남독녀인 ‘고은혜’(송선미)와 결혼하지만 아내의 친구 ‘오유란’(성현아)을 알게 되면서 그녀에게 끌려 결국 이혼을 당하고 갈등하는 캐릭터. 두 여자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결국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청춘의 덫’(SBS)에 이어 ‘슬픔이여 안녕’(KBS2),‘애정의 조건’(KBS2) 등 최근 출연한 드라마에서 잇따라 여자를 배신하는 불륜의 주인공을 연기해온 그는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대한 부담도 크다고 털어놨다. “불륜전문 배우가 되는 것 같아 이번에는 출연을 마다했어요. 지난 1월 ‘슬픔이여 안녕’을 끝낸 뒤 드라마 4개가 들어왔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불륜이더군요(웃음). 그런데 이번 작품은 대본이 너무 재미있고 스피디해서 흔쾌히 결정했어요.” 또 불륜 캐릭터는 여성 팬들이 좋아하지 않고, 이미지도 깎여 광고에도 악영향이 있지만 배우로서 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1∼2회에는 아주 가정적인 남편으로 나옵니다. 마음이 여린, 좋은 남자죠. 결혼 4년째인 아내와의 권태기와 처가살이의 스트레스 등을 겪다가 아내의 친구가 먼저 다가와 시작된 사랑으로 나중에 이혼을 당하는데, 나서서 하는 불륜과는 좀 다르죠.”‘슬픔이여 안녕’ 등에서 맡았던 비인간적인 악역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선량한 사람이라서 불륜 이미지에 맞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라며 웃음을 보인 그는 김혜수와 함께 출연했던 MBC 드라마 ‘짝’에서 맡았던 반듯한 승무원 역할도 기억해 달라고 했다.“‘짝’을 3년이나 했는데 ‘청춘의 덫’으로 두달 만에 이미지가 좋지 않게(?) 바뀌더군요(웃음).” 최근 처음 도전했던 코미디영화 흥행은 시원치 않았지만 코미디와 시트콤 등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KCC 프로농구] 김병철 과연 ‘4쿼터맨’

    김병철(33·오리온스)은 국내 프로농구에서 뛰고 있는 유일한 정통 슈팅가드다.30대 중반에 들어서며 체력이 많이 부치기는 하지만 교과서적인 슛폼에서 나오는 한 박자 빠른 3점슛은 여전히 최정상급. 더군다나 큰 경기, 특히 4쿼터에서 확실히 끝내주는 클러치슈터의 역할을 도맡아 ‘4쿼터의 사나이’로 불린다. 23일 창원에서 LG를 만난 오리온스는 3쿼터 중반까지 36-56으로 끌려가는 등 시종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주득점원인 리 벤슨은 2쿼터에서 상대 용병 드미트리우스 알렉산더와 입씨름을 벌이다 동반퇴장 당한 데다 김승현(10점 7어시스트)마저 슛감각이 흔들린 듯 수차례 림조차 맞히지 못한 것. 하지만 오리온스에는 김병철(17점·3점슛 5개)이 있었다.3쿼터까지 20분16초를 뛰며 무득점에 그쳤던 김병철은 4쿼터 후반 연거푸 4개의 3점포를 꽂아넣는 등 12점을 몰아쳤다. 덕분에 오리온스는 20여점차의 열세를 극복하고 연장전에 돌입했다.연장에서도 그의 슛은 식을 줄을 몰랐다. 시작과 동시에 또 한번 3점포를 적중시켜 LG 선수들을 질리게 만들었고 종료 22초전 2개의 자유투를 깔끔하게 성공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오리온스는 91-86,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오리온스는 단독 6위로 올라서며 플레이오프에 한걸음 다가섰다.이날 6개를 던져 5개를 림에 꽂아넣는 초정밀 3점포로 거짓말 같은 승리를 이끈 김병철은 5개의 송곳패스도 추가해 역대 11번째로 1200어시스트를 돌파하는 기쁨도 누렸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구청장 현장인터뷰] 현동훈 서대문구청장

    꽃샘추위가 물러난 지난 13일 현동훈(48) 서대문구청장은 ‘홍제천(弘濟川) 나들이’를 했다. 다음달 2일 시작되는 홍제천 복원 공사를 앞두고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서대문구는 2008년까지 547억원을 들여 홍제천 13.38㎞ 구간 가운데 종로구 구간을 제외한 8.52㎞를 복원한다. 전주 내린 눈이 녹은 탓인지 거친 자갈들 사이로 물이 고여있어 홍제천의 미래 모습을 조금이나마 짐작케 했다. 공사 구간의 시작지점인 홍지문 주변을 출발하면서 현 구청장은 “눈 녹은 물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홍제천은 하천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잃었습니다.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하천 물줄기가 말랐기 때문이지요. 또 내부순환도로가 만들어지면서 생태 환경도 많이 파괴된 만큼 동·식물 서식처를 만들어서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홍제천 복원공사는 땅밑을 통해 한강으로 흘러드는 복류수를 순환시키는 방법으로 하천 물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홍제천 하류에 취수장을 만들어 지하로 흐르는 물을 모아 상류로 끌어오는 방식이다. 현 구청장은 ‘널리 구제한다.’는 홍제천의 유래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돌아온 ‘환향녀(還鄕女)’들의 정절이 문제가 됐을 때 인조는 ‘홍제천의 맑은 물로 몸을 씻는 것으로 정절에 대한 얘기로 시끄럽게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답니다. 아픈 역사이기는 하지만 홍제천의 물이 깨끗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지금은 여건도 많이 변했지만 홍제천의 맑은 물만큼은 이번 공사를 통해 되돌리고 싶다는 뜻이었다. 한동안 홍제천변을 걷다 보니까 홍제천의 물길을 따라 내부순환도로가 들어서 있어서 답답해 보이기도 했다. 현 구청장의 생각은 달랐다.‘지붕이 있는 하천’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약점을 강점으로 특화시켜야지요. 내부순환도로에 스크린을 늘어뜨려 주민들이 하천가에 앉아 영화를 볼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가꿀 겁니다. 또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철에는 내부순환도로 그늘 아래에서 발담그고 노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유진상가 부근에 다다르자 산책로도 정비되었고, 자전거도로·체육시설 등이 갖춰져 있었다. 현 구청장은 산책나온 주민들과 간간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서울시내 구청장 가운데 ‘최연소’인 현 구청장은 어린 자녀들에 대한 생각 탓인지 아이들을 보면 앉아서 ‘구청장 아저씨’라고 소개했다. “서대문구가 ‘아이사랑 1등구’인 만큼 아이들에게 홍제천과 얽힌 좋은 추억거리들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홍제천 주변의 자연사박물관을 정비하고 생태공원도 만들 겁니다.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교과서에서 배울 것을 미리 익힐 수 있게 되는 셈이지요.” 서대문구청 인근의 안산에 다다르자 가파른 절벽이 나타났다. 안산의 꼭대기에 물을 저장하는 시설(저류지)을 만들어서 절벽으로 물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른바 ‘자연형 폭포’다. “청계천 등 도심 하천이라면 폭포를 조성하기 힘들지만 서대문구의 경우 안산이 있어서 가능합니다. 또 서울시내 하천 26개 중에서도 하천 폭도 넓은 편이지요. 이처럼 천혜의 자연자원이 풍부한만큼 이번에 제대로 복원해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잘 물려주고 싶습니다.” ■ 그가 걸어온길 ▲성명 현동훈(玄東勳) ▲출생 1959년 제주 ▲학력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약력 변호사(율가합동법률사무소 대표)세무사, 변리사, 복지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 청소년보호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청소년사랑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본부 전문위원, 한국여성의 전화 자문변호사, 좋은 안산만들기 주민운동본부 법률고문, 한국지방연구원 ‘포럼’전문위원, 미래연대 지방자치 위원장 ▲가족관계 정지석씨와 1남 1녀 ▲종교 천주교 ▲기호음식 생선회 ▲주량 아주 센 편 ▲좌우명 진인사대천명 ▲애창곡 남자라는 이유로(조항조), 동반자(태진아)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하프타임] 이상민의 KCC, 모비스에 5점차 뒤집기

    KCC가 22일 전주에서 열린 05∼06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경기 종료 5분까지 끌려 다니다 이상민(11점)의 클러치슛을 앞세워 울산 모비스에 77-72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KCC는 21승21패로 승률 5할에 복귀하며 공동 6위에 올라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을 살렸다. 모비스는 단독 선두는 지켰지만 27승17패가 돼 2위 원주 동부(26승17패)에 0.5게임차로 쫓기게 됐다.
  • 환갑맞은 윤복희 데뷔55주년 기념 콘서트

    가수 윤복희가 환갑과 데뷔 55주년을 맞아 4월26∼28일 ‘윤복희 60th Anniversary Concert-AGAIN’(가제) 콘서트를 서울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연다. 그의 근황이 궁금했던 올드팬으로서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2시간 길이에 3부로 채워질 이번 공연은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살아온 윤복희를 조명하는 레퍼토리로 구성된다. 이를 위해 후배 뮤지컬 배우들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윤복희는 2002년 뮤지컬 배우 전수경과 워커힐 개관 45주년 기념공연을 가진 적이 있지만, 단독콘서트로는 2001년 데뷔 50주년 콘서트 ‘꾼’ 이래 5년만이다. 공연기획사측은 윤복희만의 폭발력 있는 가창력과 화끈한 무대매너는 물론, 독특한 컨셉트를 통해 재미까지 선보이겠다고 자신하고 있다.1951년 5살의 나이로 아버지이자 코미디언 배우 윤부길의 손에 끌려 무대에 선 윤복희는 1963년 워커힐 개관무대에 초청받은 루이 암스트롱 앞에서 그의 흉내를 낼 정도로 어릴 적부터 재능을 발휘했다.1967년 미니스커트와 함께 데뷔곡 ‘웃는 얼굴 다정해도’를 유행시켰고, 그 뒤 ‘이거야 정말’,‘노래하는 곳에’,‘여러분’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또 1977년 ‘빠담빠담빠담’을 시작으로 ‘피터팬’,‘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마리아 마리아’ 등 뮤지컬에도 출연해 가창력과 무대매너는 물론, 연기력까지 인정받았다.입장료는 6만 6000∼12만원. 문의 (02)3142-8262∼3.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밸런타인데이 선물 Yes or NO] 日 소주 초콜릿 등장

    일본 각 백화점들이 밸런타인데이 특수를 앞두고 손님을 끌려고 내놓은 선물용 초콜릿 가운데 한국산 소주가 들어간 ‘소주 초콜릿’이 등장, 관심을 끌고 있다. 1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밀레니엄리테일링 그룹의 세이부백화점과 소고는 진로 일본 현지법인인 진로재팬과 공동으로 참이슬 소주가 안에 들어있는 소주초콜릿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공모양의 초콜릿 3개에 판매가격은 525엔(약 4500원). 밀레니엄은 지난해부터 일본의 인기소주가 들어간 초콜릿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여성들로서는 흠모하는 남성에게 개성있는 초콜릿을 선물하고 싶어하며, 남성들로서는 적은 양의 소주가 들어있어 좋아한다고 한다.연합뉴스
  • [오늘의 눈] 외환은행 인수전과 ‘러시안룰렛’/이창구 경제부 기자

    서울신문이 지난달 26일 론스타가 무차별적으로 비밀유지협약서(CA)를 뿌리며 외환은행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한 이후 정치권과 세무당국 그리고 여론은 “3년 전 인수 과정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거액을 챙기고 떠나려 한다.”며 론스타의 행보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런 의심이 부담스러웠던지 론스타는 지난 6일 “매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금융권에서는 론스타가 마음대로 팔아치우고 떠나지 못하도록 시간을 벌었다며 다행스러워 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론스타의 “서두르지 않겠다.”는 표현은 “천천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애초 일정보다 빨리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론스타의 일정대로 유력한 인수후보자인 국민은행과 2∼3개의 해외 금융기관은 CA를 맺고 외환은행 실사에 돌입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다.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이 론스타가 제시한 일정에 맞춘다고 해서 “론스타의 계략에 끌려 다닌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두 금융기관이 보이는 행태는 우려스럽다.‘인수에 실패하면 은행문을 닫아야 한다.’는 식의 초조감이 팽배해 있다. 국민과 하나가 몸이 달아 오를수록 매물 가격은 높아지고, 론스타의 이익은 커진다. 은행 인수·합병(M&A)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으로 볼 때 일반 산업의 M&A와 다르다. 더구나 이번 M&A는 누가 승자가 되든 ‘국부유출’ 논란을 불러올 게 뻔하다. 국민은행은 과연 독과점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가. 하나은행은 외자를 끌어들이지 않고 인수할 능력이 있는가. 두 기관 모두 자문해 봐야 한다. ‘러시안룰렛’이란 게임이 있다. 연발식 권총에 총알을 한 발만 장착한 채 번갈아가며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다. 공포를 최대한 인내하는 자가 승자다. 국민과 하나는 각각 론스타와 이 게임을 해야 한다. 협상에서 최대한 끈질기게 버텨야 국부유출을 최소화하고, 정당하게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과연 방아쇠를 몇번이나 당길 배짱과 협상력을 가졌는가. 이창구 경제부 기자 window2@seoul.co.kr
  • ‘23년 공안검사 출신’ 북한간다

    ‘23년 공안검사 출신’ 북한간다

    검사로 재직할 때 공안통으로 통했던 박만 변호사가 다음달초 평양 땅을 밟는다. 그는 지난해 성남지청장을 끝으로 퇴직할 때까지 23년간을 공안사건에 묻혀 지낸 정통 공안검사 출신이다.2003년 서울지검 1차장 때는 송두율 교수 사건을 지휘했다. 박 변호사는 다음달 9일부터 사흘간 김태호 경남지사 등과 함께 ‘남북농업협력사업 착공식’에 맞춰 자문변호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다. 그는 경상남도에 법적문제 등을 자문해주고 있다. 신분은 달라졌지만 검사 시절 자신이 칼날을 세웠던 ‘이적단체’의 심장부를 방문하는 셈이다. 이번 행사는 평양시 강남군을 방문, 벼육묘공장과 채소 비닐온실 착공식을 갖는 등 북한 주민을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일정으로 짜여졌다. 북한 주민을 현장에서 접촉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김 지사의 방북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박 변호사의 북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지검 공안1부장으로 재직하던 2000년초 후배 공안검사들과 함께 금강산을 방문했다. 박 변호사는 “당시 북측 안내원이 ‘공안검사가 뭡니까.’라고 물어 국가보안법 얘기는 차마 못 꺼내고 ‘선거사범 처벌하는 검사’라고 대답했다.”며 웃었다. 안내원이 다시 “남한에는 선거사범이 얼마나 많기에 전담부를 둡니까.”라고 되물어 “남한은 선거가 많고 제도도 복잡해 관련 법규를 어기는 사람이 많다.”며 둘러넘겼다고 했다. 평양 방문에 앞서 그는 9일 “공안검사들은 모두 북한체제에 대한 전문가들이지만, 직접 북한을 방문해 그 사회의 실상을 볼 기회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협력사업 추진을 위해 변호사 신분으로 동행하는 길이지만,‘공안통’의 혜안이 평양에서 어떤 인상을 받고 올지 궁금하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토리노 동계올림픽] (3)꼴지열전

    “우리도 있다.”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금맥 쇼트트랙에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쏠려 있지만 처녀 출전하는 모굴을 비롯해 스켈레톤, 루지, 바이애슬론 등 낯선 종목도 힘찬 도전장을 냈다. 비록 ‘꼴찌그룹’으로 통하지만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오히려 취약한 한국 겨울스포츠 영역을 넓혔다는 데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모굴에 출전하는 여중생 윤채린(16). 예선 통과가 목표지만 그도 쉽지는 않다. 모굴은 스키 프리스타일 세부종목 가운데 하나로 둔덕 사이를 빠르게 빠져나오면서 점프 묘기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기.‘모굴광’이었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때 입문했다. 국내에는 경기장이 마땅치 않아 방학 때마다 캐나다·뉴질랜드 등에서 기술을 연마하며 올림픽 꿈을 키웠다. 생각보다 출전기회가 일찍 찾아와 소중하게 경험을 쌓아 다음 올림픽에선 메달 꿈을 이룬다는 각오다. ‘한국판 쿨러닝’ 강광배(33)는 스켈레톤에 출전한다. 출전권도 어렵사리 따내 입상과는 거리가 있다. 스켈레톤은 엎드려 썰매를 타고 1500m의 얼음코스를 내려오는 경기. 스켈레톤 출전은 지난 대회에 이어 두 번째.98년 나가노대회 때는 루지 선수로 출전했었다. ‘겨울스포츠의 전도사’ 강광배는 2010년 밴쿠버대회때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봅슬레이에 출전,3종목 올림픽 출전이라는 진기록을 세울 야심이다. 루지에 출전하는 김민규(23)는 연습장이 없어 바퀴가 달린 보드를 타고 경사진 아스팔트에서 맹훈련을 해왔다. 바이애슬론에 출전하는 박윤배(27)는 10㎞ 스프린트에서 60위내 진입이 목표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등록금에 눈먼 간큰 10대

    대학 1학년생과 대학 입학을 앞둔 고3생 형제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초등학생을 납치했다 범행 8시간만에 붙잡혔다. 이들은 납치한 초등생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인 줄 알면서도 몸값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경기도 안산경찰서에 따르면 5일 오후 7시쯤 윤모(19·대학1년)군과 동생(18·고3년), 윤군의 친구 김모(19·대학1년)군 등 10대 3명이 안산시 상록구 성포동 안산천변에서 연을 날리던 A(11·초등5년)군을 렌터카로 납치,A군 아버지가 안산경찰서 직원인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이어 오후 9시30분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으로 이동,A군 아버지 B모(41) 경사에게 공중전화를 걸어 ‘아들을 데리고 있다. 경찰인 줄 아는데 신고하지 말라.2000만원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B경사는 곧바로 경찰 상황실에 아들의 납치사실을 알렸고 경찰은 280여명의 직원을 동원, 안산시내 4000여곳의 공중전화를 권역별로 맡아 잠복하도록 했다. 윤군은 오후 10시6분과 6일 오전 1시42분 안산시 단원구 와동과 고잔동에서 두차례에 걸쳐 협박전화를 더 걸었고 결국 마지막 공중전화를 했던 고잔동 H빌라 앞에서 잠복한 경찰에 붙잡혔다. 윤군의 동생은 형이 검거되는 장면을 보고 렌터카를 몰고 달아났다 오전 3시 안산 한도병원 인근 대로변에서,A군 납치 후 윤군 형제와 헤어진 김군은 오전 3시10분 안산시내 PC방에서 각각 검거됐다. A군은 윤군 동생이 운전하는 차량으로 계속 끌려다니다 오전 2시 안산시 상록구 사동 도로변에서 윤군의 동생이 내려줘 지나가던 택시를 타고 무사히 귀가했다. 한편 경기도에서는 몸값을 노린 납치사건이 잇따라 지난달 25일 고양시 일산구 모 초등학교 앞길에서 C모(11·초등4년)양이 차량으로 납치됐다 4시간만에 풀려나는 등 지난해 12월 이후 모두 5건의 초·중등생 납치사건이 발생했다.안산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독일 인기 록밴드 ‘크립테리아’ 보컬 조지인

    독일 인기 록밴드 ‘크립테리아’ 보컬 조지인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과 독일이 다시 만나면 당연히 한국을 응원해야죠. 제 몸속에 한국 피가 흐르니까요.”유럽 대중음악의 한 축을 이루는 독일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신예 4인조 록 밴드 크립테리아(Krypteria)의 보컬 조지인(29)이 한국을 찾았다. 최근 국내에서 발매된 1집 앨범 ‘In Medias Res’의 쇼케이스를 위해서다.9일 홍대 클럽에서 열린다. 그녀는 6일 자신의 음반을 갖고 고국에 돌아온 것에 대해 “꿈이 실현된 것 같아 너무 기쁘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아직은 서투른 한국어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운 듯했다. ●30여년전 독일간 광부·간호사가 부모 그녀는 30여 년 전 독일에 간 광부와 간호사로 한국을 떠났던 아버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다. 크립테리아에서는 메인 보컬과 피아노를 맡고 있다. 쓰나미 자선기금을 마련키 위해 지난해 9월 발매한 싱글 ‘Liberatio’가 독일 싱글 차트 3위에 오르며 유럽 음악계의 블루칩으로 떴다. 클래식과 록이 교차하며 웅장함을 뿜어냈던 이 노래는 약 130억원의 기금을 모았을 정도로 사랑받았다. 청아하고 신비로운 그녀의 음색도 한 몫했음은 물론이다. 조지인은 원래 명문 쾰른 음대에서 클래식을 공부했으나 록이 갖고 있는 무한한 에너지와 열정에 이끌려 록 밴드 프런트 맨으로 변신한 사례. 무한한 애정과 신뢰를 보여준 부모님의 지원이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설명했다. ●윤도현·마야 등 노래 즐겨 들어 독일에서도 언론을 통해 한국 소식을 접했지만,14년 만에 다시 왔더니 너무나 달라졌다고 한다. 연신 “판타스틱”을 되뇌었다. 유럽에서도 한국 제품이 인기가 있어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2002년 붉은 악마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잊을 수 없다는 그녀는 윤도현·마야·보아·쥬얼리·조관우 등의 노래도 즐겨 듣는다고 한다. 어머니가 해주는 미역국, 콩나물국이 맛있다며 싱긋 웃음 짓는 그녀는 촘촘한 일정으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척들을 찾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또 ‘Liberatio’가 판권 문제로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못한 점이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어느 레이블에서 나오든 수익금은 당초 취지에 맞게 자선기금으로 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조만간 한국 공연을 하게 될 것 같다고 한다. 조지인은 “고국에서 크립테리아의 음악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감사하다.”면서 “우리 음악을 통해 한국 팬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신랑 힘세서 신부는 좋겠네

    신랑 힘세서 신부는 좋겠네

    한국 「프로·레슬링」 계의 기린아(麒麟兒) 장영철(張永哲)이 곧 장가를 간다. 四각의 「매트」를 주름잡던 왕년의 「헤비」급 챔피언, 억척스런 「셀리비트」(독신주의자)였기에 그의 이번 혼사는 대망(待望)의 「빅·게임」이 아닐 수 없다. 『덩치는 저래도 「링」밖에서는 하는 짓이 꼭 어린애인걸요』귀엽다는 듯이 「링」속의 獅子를 바라 보는 신부 全英海(26)양은 利大를 나온 체중 45kg의 「울트라·라이트」급. 결혼 D「데이」는 오는 6월 22일. 이날 하오2시 張永哲, 全英海 「콤비」는 종료예식장에서 정식 부부가 되는 「메인·이벤트」를 피로(披露)한다. 작년 9월 12일 아무도 모르게 약혼식을 올린지 만 9개월 10일만에 이들은 명실상부, 부부의 연(緣)으로 새로운 출발하게 된 것. 『처음엔 그냥 열렬한 「팬」으로 존경과 관심을 쏟았죠. 얼마를 지나다 보니까 남다른 성실성, 부드러운 인간미에 저도 모르게 인간적으로 끌려들어 가게 되었어요. 「링」안에선 그토록 무서운 사람이 일단 「링」밖으로 나오면 그보다 더 순진하고 나약할 수 가 없답니다』 신부는 신랑 자랑에 침이 마른다. 『4년전 그일 (註=장의 「프로·레슬링」에 대한 폭탄선언) 이 있은 직후 난 부산 태종대에 칩거하고 있었읍니다. 환호하던 관중도 갈채를 보내던 「팬」들도 모두 나에게서 시선을 뗀 직후라 난 환멸과 패배감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죠. 그때 「미스」全이 어머니와 함께 나를 찾아 왔읍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위로해 주더군요. 난 순간적으로나마 감격했고, 그 감격은 곧 재기(再起)에로의 생명수로 이어졌습니다』 이들의 사랑의 「게임」은 대략 3「라운드」로 구분된다. 1「라운드」는 「챔피언」대「팬」의 시절. 63년부터 65년까지의 3년간은 한국 「프로·레슬링」의 전성기였고 그것은 또한 張永哲의 황금기이기도 했다. 그때 全양의 一家는 어머니 崔正林(56)여사를 비롯해서 네딸(정원·정숙·영매·정옥), 사위, 조카등이 모두 張의 열렬한 「팬」. 「게임」이 있을때마다 그들은 체육관을 찾았고 張이 나오는 TV앞에선 가성(奇聲)·괴성(怪聲)이 뒤범벅이 된 수라장이 이루어지곤 했다. 제 2「라운드」는 오누이 시절. 全양의 어머니는 어느날 「게임」이 끝난후 張을 집으로 초대, 아침 아들이 없던 그녀는 그를 양아들로 삼았다. 따라서 全양과는 「오빠」·「누이」의 관계. 이제 이들은 「여보」로 호칭되는 제3「라운드」의 「게임」을 목전에 두고있다. 신부 全英海양은 운동 구경뿐이 아니라 여고때는 직접 「핸드볼」선수로도 활약했던 맹렬(猛烈)여성. 수척한 몸매이긴 하지만 다부진「마스크」에 정신의 탄력성 같은게 엿보이는, 제격인 「선수의 아내」다. 『막상 배우자로 생각해 보니 성격이 혹 난폭할까봐 걱정이되었어요. 그러나 사귀면 사귈수록 이런 걱정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스스로 깨닫게 되었읍니다. 도무지 집에 들어오면 어린애가 돼요. 온 식구를 무섭게 웃긴답니다』 張永哲이 全양과의 결혼을 경심 하게 된 것은 그들의 결혼이 자신의 선수 생활에 어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때 부터. 「프로·레슬러」의 생명이 적당한 식사 관리와 휴식에 있다고 믿는 張永哲은 全양의 「모든것」에서 결혼생활과 선수생활의 양립(兩立)이 가능하다는 어떤 확신같은걸 얻은 것 같다. 결혼 생활이 질서와 「밸런스」를 기조(基調)로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정신 건강면에서 독신보다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 張永哲의 「면(免)총각의 변(辯)」. 술과 담배를 안하고, 비교적 건실한 생활을 해 온 張은 이번 결혼이 자신으로서는 「꿈이여 다시 한번」을 꾀할 수 있는, 어떤 전기(轉機)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레슬러」의 아내를 지망한 신부 全양은 급습(急襲)한 기자의 질문에 대략 다음과 같은 「내조(內助)의 변」을 털어 놓았다. -어랜애는 몇이나 낳을 예정? 『아들만 둘. (머뭇거리다가) 하지만 선수론 안 키우겠어요.「팬」으로 보는 것과 혈육으로 보는 것과는 감상眼이 근본적으로 다르거든요』 - 張선수를 무어라고 불러요? 『재근이 아저씨, 조카 중에 재근이란 아이가 있어요…』 - 결혼 후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할일이 있다면? 『두사람의 체중을 똑같이 늘리는 것. 우리 재근이 아저씨의 체력 유지와 「컨디션」조절같은것도 모두 내가 해야 할 당면 과제죠 』 - 혹 부부싸움이라도 하면 가공(가공)할 사태가 벌어진텐데…. 『아무리 싸움을 해도 나에게 손찌검은 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해요 때릴 데가 어디 있어야죠?』 이들은 지금 청량리 대왕상가 「아파트」에 「스위트·홈」까지 마련했다. 張永哲은 22일 결혼식을 올린 직후에 있을 국제경기에 오히려 더 신경이 써 진다고, 새 신랑답지 않은 발언일석. 1백10kg 「헤비」급과 45kg 「플라이」 급의 사랑의 대전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상상평(想像評)을 부탁했더니 張은. 『내가 항상 패자(敗者)죠』 사람좋은 너털 웃음을 터뜨린다. [ 선데이서울 69년 6/15 제2권 24호 통권 제38호 ]
  • [씨줄날줄] 풍자만화/육철수 논설위원

    시사풍자만화에는 좋든 싫든 사회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게 마련이다. 작가에게 촌철살인의 창의력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미디어 기능이 강한 신문만화·만평의 경우 더욱 그렇다. 풍자의 대상인 현상이나 인물의 정곡을 찌르고, 때론 대상 인물의 속을 벅벅 긁어 놓아야 제맛이 난다. 물론 풍자 대상이나 표현에 성역시되는 부분도 있게 마련이어서 어디까지를 영역에 넣을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수 있겠다. 그런 연유로 만화가의 필화사건은 동서고금에서 숱하게 일어났다. 주로 당대의 권력자를 건드렸다가 생긴 일이다. 시사만화의 도입 초기인 18세기, 화가이자 만화가로 활약한 고야는 자신이 그린 만화로 인해 스페인 군주 페르난도 7세의 미움을 사서 프랑스로 도망가는 신세가 됐다.19세기 프랑스에서 신문삽화가로 활약한 오노레 도미에는 루이 필립왕을 서양배(꼭지 쪽은 가늘고 밑 쪽은 넓은) 모양으로 그려 신문에 실었다가 6개월 금고형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고바우 영감’으로 유명한 김성환 화백이 1950년대 ‘경무대 변소동’(경무대에서는 변소청소하는 사람도 위세가 당당함을 빗댄 풍자만화)을 그렸다가 수난을 겪었다. 불과 십수년전 군사정부시절까지 필화사건은 다반사였고 화백들은 걸핏하면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초를 당했다. 유럽에서는 지금 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를 풍자한 만평 때문에 난리가 났다. 지난해 9월 덴마크의 어느 신문이 마호메트의 터번에 시한폭탄을 그려넣어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냥 뒀으면 일이 잘 풀렸을 텐데, 지난 1월 노르웨이 신문에 이어 최근엔 유럽 7개국 12개 매체가 게재하는 바람에 ‘문명충돌’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슬람에서는 마호메트의 형상이나 조각조차 금기시하는데, 형상에다 조롱까지 해놨으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벌써 일부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해당국 대사소환과 대사관 폐쇄, 상품불매운동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외교공관 공격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유럽 국가들의 주장대로 신문이 표현의 자유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되겠으나, 이번 일은 아무래도 도를 넘어선 것 같다. 가뜩이나 테러문제로 세계가 살얼음 위를 걷는 판국에, 풍자만화로 한바탕 웃으려다 세계 평화가 깨지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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