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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 뉴욕 마라톤 2시간대 주파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35·미국)이 마라톤 풀코스 첫 도전에서 2시간대 기록을 작성, 다시 한번 주위를 놀라게 했다. 고환암을 이겨내고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일주사이클대회) 7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던 암스트롱은 6일 뉴욕마라톤대회에서 2시간59분36초에 골인, 생애 첫 마라톤 도전에서 3시간 벽을 가볍게 깼다.‘서브 3(sub-3·마라톤 풀코스 3시간 이내 기록)’는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의 꿈의 기록이지만 암스트롱은 끈기있는 레이스를 펼쳤다.3주에 걸쳐 3000㎞가 넘는 거리를 달리는 투르 드 프랑스에서 단련된 체력이 힘이 됐다. 암스트롱은 레이스 직후 “의심할 바 없이 마라톤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 가운데 하나였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는 내가 사이클을 은퇴하기 전에도 늘 꿈꿨다. 오늘 그 꿈을 이뤄냈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암스트롱은 이날 레이스를 통해 암 연구 기금을 모금했다. 그의 ‘페이스 메이커’로는 1980년대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 알베르토 살라자르(미국), 올림픽 여자마라톤 첫 우승자 조앤 베노이트(미국),‘중거리의 제왕’ 히참 엘 게루즈(모로코) 등이 동참했다. 한편 우승은 2시간9분58초에 결승선을 통과한 마릴슨 도스 산토스(브라질)가 차지했다. 세계기록(2시간4분55초) 보유자인 폴 터갓(케냐)은 3위(2시간10분10초)에 그쳤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인터뷰] 김병규 동화작가

    [인터뷰] 김병규 동화작가

    글 고은별 자유기고가 김병규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그 다음 날, 나는 밝고 경쾌한 기분으로 약속 장소인 송현 클럽으로 갔다.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하여 근처 꽃집에서 작고 예쁜 꽃이 서너 송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화분을 하나 샀다. 어제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왠지 꽃이 피어 있는 예쁜 화분을 하나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망이 좋은 송현클럽에서 밖을 내다보니 가까이에 경복궁이, 멀리 청와대가 보이고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바람 따라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푸드득 까치가 날아가고…. 늘 아래에서 내 머리 위를 날아가는 까치를 올려다보았는데 오늘은 내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까치의 날개짓이 사뭇 달라 보였다. 아주 작은 점 하나가 멀리서 파르르 움직이며 이리저리 나불나불 날아 다녔다. 자세히 바라보니 나비였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십오분 넘게 기다렸을까 작가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전화를 받았을 때의 첫 느낌 그대로 그의 얼굴 표정은 투명하게 맑고 밝았다. 고은별 | 제가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인터뷰 요청을 할 때 선생님처럼 흔쾌하고 기쁘게 승낙하시면서 오늘이요 내일이요. 그렇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빨리 만나보고 싶은 마음을 전해주신 분은 선생님이 처음이었습니다. 김병규 | 전화를 받을 때는 좀 밝게 받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잘못 걸려온 전화라도 밝게 받으면 기분이 나빠지지 않지요. 특히, 아는 사람이 전화를 했을 때 제 목소리가 밝으면 받는 사람도 기쁠 수 있으니까요. 고은별 | 어느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고 세상을 향해 두려움 없이 열려 있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15년 동안 초등학교 선생님이셨고 이후 《소년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하셨는데 지금은 기자라는 느낌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주는 동화를 쓰는 작가시잖아요. 한 사람이 어떻게 서로 다른 세 가지 일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병규 | 하는 일은 서로 다르지만 연결은 어린이와 관계가 있지요. 어린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고 어린이 신문 기자였고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쓰고 있으니까요. 고은별 | 동화를 쓰고 싶어하는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병규 | 좋은 동화를 쓰려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지요. 고은별 | 그럼 선생님도 인생에서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셨나요? 김병규 | 많이 만났지요. 저는 사람 복, 인복(人福)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요. 고은별 | 선생님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신지요. 김병규 | 전(前) 색동회 회장이었던 김수남 선생님을 잊을 수 없습니다. 돌아가신 지 9년이 되었네요. 직장 상사였는데 회사 밖에서는 형님 같은 분이었어요. 그분이 누굴 만날 때면 저를 늘 데리고 다니셨어요. 옆자리에 저를 앉혀 놓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셨는데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스스로 느끼면서 깨닫도록 해주신 분이셨지요. 저도 그분처럼 후배들을 아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채봉 선생도 잊을 수 없는 분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친하게 되었지요. 고은별 |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외에 다른 것이 있다면? 김병규 | 무엇인가를 자세히 바라보고 관찰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 꿈과 작은 꿈을 같이 꾸면서 살아가면 좋을 것 같고요. 어떤 경우에는 작은 꿈이 더 중요할 수도 있지요. 내 꿈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아주 뛰어난 작가가 되는 것은 타고난 어떤 것이 있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좋아서 쓰다 보면 자기 속에 있는 재능을 스스로 계발하고 자기도 모르고 있던 숨어 있는 재능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70년대 초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할 때 어린이들과 생활하다 보니까 어떤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저것을 동화로 한번 써봐야지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글이 써지면 신춘문예에 보냈습니다. 떨어지면 왜 떨어졌는지 알아보고 당선된 사람의 작품을 자세히 읽어보면서 다시 새롭게 공부를 했습니다. 처음 신춘문예에 글을 보내고 꼭 십 년 만인 78년에 <춤추는 눈사람>으로 당선이 됐습니다. 그 10년 동안 떨어지면서 공부하고 떨어지면 다시 시작하고 그렇게 동화를 썼습니다. 독학으로 공부한 셈이지요. 고은별 | 끈기와 의지요, 부단히 노력한 결과네요 김병규 | 동화작가는 글을 쓰는 작가 자신이 행복해야 합니다. 저는 한 편의 동화를 끝내면 큰 기쁨을 느낍니다. 나이 들수록 더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 세상에 고통과 힘든 일이 많지만 즐겁고 희망적인 것도 많거든요. 희망이라는 것이 꼭 편하게 사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힘들게 일하는 사람일지라도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땀을 흘리는 그 순간에 가족을 생각하며 내가 이 일을 해서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면 행복을 느끼는 것이거든요. 이런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바로 그것을 동화에서 전해줄 수 있다면 좋은 동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을 보거나 사물을 볼 때 큰 것을 작게 볼 수 있고 작은 것을 크게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꽃 속에 있는 어떤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크게 드러내어 볼 수 있어야 하고 생활 속의 고통이나 흉이나 흠이 있을 때 아아, 그것은 내 인생에서 아무 것도 아니다 하고 적게 줄여 줄 수도 있잖아요. 동화작가는 사회 속에서 생활 속에서 생각 속에서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찾아서 드러내 보이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고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입니다. 고은별 | 선생님의 얼굴을 보면 어떤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있어요. 김병규 | 몇 년 전에 전라도 광주 백양사에 갔는데 석다정이라는 스님이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저보고 처사는 뭐 하는 사람이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동화를 씁니다 하고 대답했더니 음, 그렇지 표정이 좀 밝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고은별 | 《소년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하셨지요? 김병규 | 78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었는데 김수남 편집국장님이 제 동화를 좋게 보셨는지 저에게 일을 같이 하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살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는데 당신은 지금 한 학급에 50명을 데리고 수업을 하는데 《소년한국일보》에서 십만 명이 넘는 학급을 데리고 일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저를 설득하셨고 그분의 권고대로 서울로 올라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고은별 | 동화작가 김병규는 눈물이라는 자양분으로 꽃이라는 희망을 피어내어 사랑이라는 향기를 퍼트려온 참다운 동화작가다. 표현한 글을 읽었습니다. 김병규 | 제가 쓴 동화 중에 울 줄 아는 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꽃은 늘 웃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꽃도 울고 또 울 줄 알아야 진짜 꽃이라는 내용의 동화입니다. 그래서 눈물이나 희망, 사랑이라는 표현을 쓰셨나 봅니다. 저에게는 과찬의 말씀으로 들립니다. 고은별 | 우리나라 동화의 초기 작품들과 현대 동화 작가들의 작품이 상당히 다르지요? 김병규 | 초기는 방정환 선생님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일제시대였지요. 동화 속에 문학작품과는 동떨어지게 의도적인 것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해방 이후에 활동한 작가 강소천, 마해송 같은 분들은 민족의 비극 자체를 이야기하기 보다 반공적인 내용의 글을 많이 썼습니다. 시대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요. 60~70년 대까지는 동화작가들 중에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많았습니다. 80년 대에 들어와서 전문적으로 공부한 젊고 개성있는 작가들이 본격적으로 동화를 쓰기 시작했어요. 문학과 동심이 같이 어우러지는 동화, 문학성이 있는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동화가 많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고은별 | 동화에서 문학성을 이야기한다면…. 김병규 | 어떤 이야기를 하는데 수기 비슷한 쪽으로 가면 그것은 사실에서 감동을 받는 것이거든요. 문학으로 승화가 되어야만 작품성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문학은 허구잖아요. 현실에서 소재를 따오더라도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되고 재창조되는 과정을 거쳐야 문학작품이 됩니다. 그래야 진실이 주는 감동으로 바뀝니다. 진실이 주는 감동일 때 공감의 폭이 넓어지지요. 2000년대에 들어와서 우리 동화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조금 염려스러운 것은 세계화라고 해서 우리만의 정서, 우리 고유의 것을 배제한 것이 세계화된 작품이라고 착각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것이 살아 있으면서 세계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은별 | 어릴 적에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이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서정적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병규 | 자연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지요. 자연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말로나 어떤 영상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자연과 사람 속에서 살아온 옛날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야 합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어야 바람직하지요. 행복에 대해 말씀드린다면 저는 89점짜리 행복, 그 만큼의 삶만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보통 사람은 90점, 100점을 살려고 하고 최소한 90점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왜 제가 1점을 빼고 80점대로 내렸냐하면 그래야 이룰 수 있을 것 같고 넉넉해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딱 90을 채우기 위해 1% 때문에 아닥바닥하고 89점도 다 된 것인데 90점이 안 됐다고 못 이루는 것이라 생각해 안타까워하고 속상해하기 보다는 80점대로 내려놓고 80점대 중에는 최대로 노력을 기울여 89점이 되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기뻐할 수 있는 것이지요. 고은별 | 아아, 그것이 선생님께서 행복하게 살고 계신 비결이군요. 김병규 | 앞으로도 계속 좋은 동화를 쓰고 싶습니다. 동화를 쓸 수 없는 나이가 되면 고향에 가서 자연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주말탐방] 서울경마공원 여기수

    [주말탐방] 서울경마공원 여기수

    ■ 주부기수 이금주씨의 하루 알람소리에 부시시 눈을 뜬다. 새벽 4시30분. 잠을 설친 탓인지 온 몸이 뻐근하다.“아차, 오늘 경주가 있는 날이지.”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스턴트맨인 남편이 어젯밤 촬영때문에 ‘외박’을 했다. 허전한 옆자리를 뒤로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오늘 경주는 두 차례.4경주와 12경주다. 부랴부랴 옷을 입고 차에 오르자 남편의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미안해하는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다치지 말고, 욕심내지 말라.”는 다정한 말에 힘이 솟는다. 그리고 다짐한다.“그래, 오늘도 열심히 달려 돈 많이 벌어야지.” 어둠이 짙게 깔린 도로를 질주하면서 머리속은 온통 전략을 구상하느라 복잡하다. 첫번째 경주는 말이 시원찮기 때문에 무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 두번째 레이스는 가장 믿고 있는 말이니까 이 경주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보금자리인 평촌에서 과천 경마공원까지는 승용차로 10분 정도.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마방으로 향했다. 말들은 벌써 일어나 나를 맞는다. 하나하나 머리와 몸을 쓰다듬는다. 그는 기수 은퇴 후엔 조교사를 할 예정이다. 틈나는 대로 말 조련을 배우고 있지만 그 첫 발걸음은 ‘새벽 인사’다. 말과 함께 하는 시간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특히 망아지를 대할 땐 더욱 그렇다. 억센 망아지를 만나면 여자 힘으로 감당하기 힘들 때가 많다. 재작년 겨울엔 갓 들어온 망아지를 조련하다가 왼쪽 눈을 다쳤고, 이후 망아지 머리에 부딪혀 수술까지 받았다. 말에서 떨어져 병원신세를 진 게 벌써 5차례. 환자복을 입으면 “내가 왜 이런 일을 하지?”라며 후회가 밀려온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도 좀 있고, 그냥 남들처럼 아들딸 낳고 남편 뒷바라지하면서 조신하게 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몸이 좀 움직일 만 하면 ‘기수가 천직’이라는 생각으로 이내 돌아간다. 오전 9시가 넘어 새벽 조교(아침에 말을 훈련시키는 일)가 끝났다. 출전까지 여유가 좀 있다. 먹는 둥 마는 둥 아침을 해결하고 휴식을 취하지만 영 몸이 개운치 않다. 며칠전부터 시작된 생리 탓이다. 기수는 남녀 구별이 없다고 하지만 이럴 땐 여자라서 불리하다. 그러나 출전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다. 체력엔 자신이 있지만 몸이 제대로 따라줄지 걱정이다. 경주 시작 시간인 오전 11시가 임박하자 사람들이 밀물처럼 몰려든다. 출전 1시간 전부터 기수들의 레이스는 사실상 시작된다. 오후 1시가 되자 검량실로 가 몸무게를 잰다.45.3㎏. 안장 등을 얹어도 한계 무게인 57㎏은 넘지 않는다. 먹는 양에 견줘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 다행이다. 요가로 몸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전부여서 걱정이 됐는데 무사히 통과했다. 경기 시작 전 일반인들에게 말과 기수를 선보이는 예시장으로 갔다. 출발 10분전.‘이글파이브’를 타고 발주기(출발장소)로 나선다. 문이 열리고 11마리의 말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음과는 달리 초반부터 하위로 처졌다. 결과는 꼴찌.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속이 상한다. 여자라서 봐주는 건 없다. 남자 기수들에겐 11명의 ‘경쟁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거친 숨을 고를 겨를도 없이 이번에는 심판실에서 호출이다.“뭔가 이상이 있었나.”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내가 탔던 말이 앞 말과 거리가 너무 많이 벌어져 실격 처리 됐다는 전언이다. 다음 경주까진 몇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선 잠이라도 청해 볼 생각으로 대기실 소파에 몸을 맡긴다. 그러나 정신은 되레 더 말똥말똥해진다. 그러던 중 예정에도 없는 11경주에 출전하게 됐다. 기수의 부상으로 인한 ‘대타’로 나서게 된 것. 처음 타보는 말이라 걱정이 됐다. 예상대로 11마리 가운데 8위다. 곧바로 12경주가 이어졌다.“초반부터 선두에 나서자.”고 이미지를 머리속에 그린다. 초반 페이스는 좋았다.4위로 달리면서 선두를 노렸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점점 처지기 시작하더니 최하위로 처졌다. 오늘 세 차례 레이스는 모두 엉망이 됐다. 레이스가 모두 끝나자 피곤함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그냥 이 자리에서 쓰러지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기수 대기실로 발을 옮긴다. 성적이 좋은 기수들은 연신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집에서 기다릴 남편의 얼굴이 어른거려 더욱 마음이 무겁다. 잔뜩 찌푸렸던 하늘은 땅거미가 지면서 빗방울까지 하나 둘 떨구기 시작했다. 글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금녀의 벽 허문 그녀들의 생활은 서울경마공원 3명의 여기수들이 지난해 챙긴 수입은 평균 3500만원 정도. 개인 차이는 있지만 크지는 않다. 비슷한 성적을 올렸다는 얘기다. 아직 남자 기수들의 평균 연봉(6000만∼7000만원)에 견주면 턱없이 낮은 편이다. 특히 남자기수 중 선두주자인 박태종 기수는 연봉이 2억원을 웃돈다. 경주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되는 여자기수들의 출전 횟수가 적어 수당 등에서 큰 차이가 난다. 물론 남자 중에서도 여자보다 적은 연봉을 받는 기수도 있다. 월급 형태로 받지만 성적에 따라 매월 챙기는 돈도 달라진다. 때문에 다른 직장에 견줘 급여 차가 심하다. 보통 200만원에서 500만원 사이. 지난해 가장 많은 월급을 받은 여자 기수는 5월에 640만원을 벌었다. 급여에는 성적에 따른 ‘경쟁성 급여’와 복리후생비 등 고정적인 ‘비경쟁성 급여’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기수들의 최저 생활 보장을 위해 월 100만원 남짓한 돈이 기본급으로 책정돼 있다. 한국경마 79년 만인, 지난 2001년 이금주·이신영 기수가 ‘금녀의 벽’을 허문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기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전에도 여성 기수는 있었다.1975년 이옥례 기수가 있었지만 6개월 만에 그만뒀다. 여성에 대한 편견도 있었고 거친 남성들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아서였다. 이후 여성 지원자가 없다가 1999년 5명이 입소했다. 이금주·이신영 기수가 2년간의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공식 데뷔했다. 이애리 기수는 휴학으로 1년 늦게 데뷔했다. 나머지 2명은 아쉽게 퇴소했다. 여성기수는 가장 중요한 체중조절에서 남자보다 유리하다. 그러나 체력과 배짱에서는 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직 남자들의 세계로 인식되고 있는 경마에서 살아남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금주 기수는 “거친 남자들 속에서 싸워야 하고, 특히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겨야 한다.”면서 “소위 ‘악’이나 ‘깡’이 없으면 버텨내기 힘들다.”며 근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수가 되기 전 거쳐야 하는 2년간의 기수양성소 훈련 과정도 만만치 않다. 새벽 5시30분 기상 뒤 달리기와 함께 일과가 시작된다. 오전엔 실기, 오후엔 이론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밤 10시나 되서야 야간 점호를 끝으로 일과가 끝난다. 특히 밤에는 군대처럼 불침번을 당번제로 서며 마필야간급수를 해야 한다. 이금주 기수는 “물론 훈련기간은 군대처럼 힘들지만 아집을 벗어던지고 끈기있게 훈련에만 몰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망생들에게 조언한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전국 134명 기수중 여기수 6명뿐 전국에 기수는 모두 134명, 그 가운데 여성은 6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서울경마공원엔 3명의 여자기수가 있다.‘주부기수’ 이금주(30),‘미녀기수’ 이애리(26),‘여전사’ 이신영(26). 서울경마공원 60명의 기수가 경마장의 꽃이라면 이들은 ‘꽃중의 꽃’이다. 특히 이애리 기수는 등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 때문에 단박에 여자임을 알아챌 수 있다. 여기수들 사이엔 강한 라이벌 의식이 존재한다. 남자들이 대부분인 기수들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뭉칠만도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한국마사회의 한 관계자는 “세 명이 함께 있는 홍보용 사진을 찍으려고 몇차례 부탁했는데 최근에서야 간신히 허락을 받아냈을 정도”라며 라이벌 분위기를 전한다. 함께 자리를 하는 것 조차도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자존심도 그 누구보다 강하다. 외부에서 여자 기수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기수협회는 될 수 있으면 고루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 특히 최근에는 여자기수와 말을 주제로 한 ‘각설탕’이라는 영화가 개봉돼 여자 기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기수협회 관계자는 “한 기수가 거부한 인터뷰를 또 다른 기수에게 요청하면 나중에 부탁받은 기수의 기분이 상하지 않겠느냐.”면서 “애초부터 될 만한 기수에게 부탁하는 게 상책”이라고 전했다. 이금주 기수는 “여자기수들이 최근 언론 등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다보니 라이벌 의식이 더욱 부풀려진 것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 10경주 이상 치러지기 때문에 같은 경주에 여자기수가 2명 이상 배정될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러나 우연이라도 함께 레이스를 펼칠 땐 더욱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게 사실이다. 남자기수에게 지는 것보다 여자 기수에게 지는 건 자존심에 더욱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한국에 일단 와보면 모두 좋아해요”

    “한국에 일단 와보면 모두 좋아해요”

    |파리 이종수특파원|“제가 원래 불어로도 글을 좀 썼어요.” ‘울랄라’ 등 특유의 유머 감각을 자랑하며 방송인·리빙 디자이너 등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귀화 한국인 이다 도시(37)가 한국 체험 14년의 애환을 담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이다’(JC 라테스 출판사 펴냄)를 출간했다. 출판기념 행사차 친정인 프랑스에 들른 그는 17일(현지 시간) 주불 한국특파원과 간담회를 갖고 출간 동기와 결혼, 출산 및 육아, 방송인 등으로 동분서주하면서 보고 느낀 한국 사회의 명암을 들려줬다. 그는 “진작 프랑스 시각으로 한국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애 둘 키우랴, 방송활동하랴 정신이 없어 늦었다.”며 “출판사의 권유와 올해가 한·불 수교 120주년인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과 찜질방·온천에 가서 수다 떨고 된장찌개 만드는 등 행복한 경험을 설명하면서 인간 냄새가 나는 얘기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혹은 한국인에 대해 ‘7전8기’와 끈기와 역동성, 정과 솔직함 등 밝게 색칠했다. 무엇보다 한국이 역동적인 발전상, 맛있는 음식 등 다양한 문화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 덜 알려졌다는 점을 안타까워 했다. 그는 “아직도 프랑스인들은 한국 하면 ‘회색’을 떠올리고 전쟁·핵무기 등 금속을 연상하면서 가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일단 한국에 와보면 모두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IMF이후 금모으기 운동을 보면서 지극한 나라 사랑을 느꼈다.”면서도 “때론 심한 민족주의 경향을 보이는데 다른 문화에 대해 무관심한 게 그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편 두 나라의 문화를 접한 입장에서 최근 파문을 일으킨 ‘영아 유기’사건에 대해서도 생각을 들려줬다.“베로니크 쿠르조와는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같은 서래마을에 살았기 때문에 알고 지냈다.”며 “착하고 부끄럼 많고 조용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임신한 모습은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일간지 르 피가로에 ‘해외에서 성공한 프랑스인’으로 크게 보도되면서 유명해진 그의 출판 소식은 프랑스에서도 화제다. 텔레비전 등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몰려들 정도다. 고향인 서부 노르망디의 페캉에서 사인회도 가졌고, 모교인 르 아브르 대학에서 강연도 할 예정이다. 그의 신간은 한국어로 번역, 출간될 계획이다. vielee@seoul.co.kr
  • [커리어 우먼] 최종애 워커힐 ‘델비노’ 부지배인

    [커리어 우먼] 최종애 워커힐 ‘델비노’ 부지배인

    ‘와인을 마시고 있는 시간을 쓸데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그 사이 당신의 마음은 쉬고 있는 것이다.’이 유대인의 속담을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소믈리에 최종애(30·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델비노’ 부지배인)씨의 주가는 요즘 한창 치솟는다. 최근 들어 와인이 대중화되면서 소믈리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씨는 전속 소믈리에로 근무한 지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프랑스 소펙사가 주관하는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짧은 기간에 국내 최정상급 소믈리에로 급부상했다. ●취미인 향수 컬렉션 포기 최씨는 1996년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에 입사한 후 주로 식음료팀의 호텔리어로 근무했다. 그러다가 2003년 호텔내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델비노’로 옮겨 소믈리에로만 일하게 되면서 그녀의 진가가 빛을 발했다. 최씨는 “식음료팀에 있으면서도 와인을 좋아했지만 소믈리에가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면서 “호텔내 소믈리에 교육에 참가하면서 제가 와인을 맛보는 데 타고난 미각을 지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델비노에 배치되면서 호텔내 와인행사, 리스트 작성, 와인 구매·입고에서 출고까지 와인에 관한 한 모든 업무에 직접 관여했지만 와인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였다고 한다. 그녀는 “처음엔 와인 이름도 어렵고 와인과 관련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두려워 겁이 났다.”면서 “그러나 와인을 일로서 대하기보다는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찾고부터 소믈리에 일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고 회고한다. 이후 최고의 소믈리에가 되기 위한 최씨의 노력은 필사적이었다. 원래는 향수 컬렉션이 취미였지만 와인향을 맡는 데 방해되고 후각도 무뎌질 것 같아 향수를 모두 쓰레기통에 버릴 정도로 ‘독종’으로 탈바꿈했다. 지금도 섬세한 미각을 유지하기 위해 자극적인 음식은 일절 피할 정도로 프로정신이 투철하다. ●교수로 재직하며 관광학 박사과정 밟아 세명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인 최씨는 경희대와 동양공전에 와인마스터 소믈리에 과정에 출강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경기대 대학원에서 관광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대학에서 관광통역으로 일어를 전공한 최씨는 와인 공부를 위해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공부에도 시간을 투자하는 ‘욕심 많은 소믈리에’다. 최 부지배인은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200% 흡수해야 한다.”면서 “가르치면서 오히려 공부하고 있다.”며 겸손해했다. 지난해 프랑스 보르도 와인 학교 과정을 이수한 최씨는 틈만 나면 프랑스와 뉴질랜드, 칠레, 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와이너리로 떠난다. 그녀는 “아무리 뛰어난 소믈리에라고 해도 모든 와인을 완벽하게 감별할 수는 없다.”면서 “열정과 끈기 있는 사람만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와인의 대중화를 누구보다 반기는 최 부지배인은 와인에 다가가는데 두려움을 버릴 것을 주문한다. 그녀는 “저도 처음에는 와인은 노블레스한 느낌을 주고 매너를 갖추어야만 마실 수 있는 술로 착각했다.”면서 “와인은 식사에 곁들이는 음료 내지 음식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믈리에는 직업이라기보다 내 자체가 된 듯한 느낌”이라면서 “‘최종애’라는 이름이 와인업계의 브랜드처럼 쓰이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요즘도 잠을 자다가 누가 옆에서 ‘와인’ 하면 벌떡 일어난다.”면서 “늘 와인과 함께 할 수 있어 아주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글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최종애 소믈리에는 ▲1976년 강원도 인제 출생 ▲우송대 관광경영학과, 경기대 관광학 석사, 경기대 박사과정중 ▲1996년∼현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근무 ▲세명대 겸임교수, 경희대·동양공전 와인마스터 소믈리에 과정 출강 ▲프랑스 소펙사 주관 한국 소믈리에대회 2위 입상(2005년 7월), 워커힐 베스트 프랙티스 선정(〃 9월)
  • 떡잎부터 키우는 ‘영 리더’ 지침서

    이번주 신간 서가에서는 ‘영 리더’를 위한 길라잡이 책들이 눈에 띈다.‘우리 아이 리더로 만드는 어린이 감성사전’(김현태 글, 김성남·정미영 그림, 리틀미다스 펴냄)과 ‘나는 영 리더-멋진 영 리더를 위한 7가지 습관’(한국영리더십센터 글, 혜경 그림, 청솔 펴냄)이 그들이다. 우선 어린이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을 꼼꼼히 간추린 ‘우리 아이…’는 책 구성이 깔끔해서 좋다. 동화처럼 재미있게 읽고나서 독서일기를 쓰듯 중간중간 스스로 정리해볼 수 있게끔 배려한 편집이 돋보인다.“진정한 리더란 남보다 앞서는 것이 아니라 남을 따뜻한 마음으로 이끄는 사람”이라고 머릿글에서 정의한 책은 한글자음 순으로 리더의 덕목을 뽑아냈다. 예컨대 ‘ㄱ’편에서는 ‘감사 겸손 근면 끈기’를 가꿔야 할 덕목으로,‘거짓말 걱정 게으름 고집’을 버려야 할 행동양식으로 규정한 뒤 각 낱말의 생활 속 의미들을 일일이 설명해주는 방식이다. 중간중간 관련 우화도 끼어들어 책장 넘기기가 더 즐겁다.1만원. 스티븐 코비 원작의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 유익했던 부모라면 선뜻 손이 갈 책이 ‘나는 영리더’이겠다.성인용 원작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했다. 국내 교육현실에 맞춰 내용을 쉽고 간결하게 정리했다는 점에 주목해볼 만하다. 자신을 변화시킬 동기를 찾아야 한다는 명제를 풀어나가다, 헬런 켈러와 설리번 선생님의 관계를 토막글로 끼워 잔재미를 주기도 한다. 리더의 기본소양을 다룬 ‘개인 리더십’편과 올바른 대인관계를 위한 생활습관을 일러주는 ‘섬김 리더십’편 등 2권이 나왔다. 각권 90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손학규의 길

    1994년 햇병아리 초선의원 손학규는 김영삼 대통령(YS)에게 독대를 신청했다. 국회의원 생활 1년을 갓 넘긴, 그것도 중하위 당직인 부대변인 위치에선 어울리지 않는 면담 신청이었다. 면담 날짜가 잡혀진 뒤 손학규는 절친한 사이인 송태호 당시 청와대 교육비서관을 만났다.‘김현철씨가 정치에서 손을 떼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겠다고 귀띔했다.송 비서관은 펄쩍 뛰며 극구 말렸다. 그 문제는 청와대에서도 금기시되는 것이라고. 사실 그랬다. 당시 YS의 차남 현철씨는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막강한 위세를 자랑했다. 그런 현철씨를 해외로 내보내야 한다고 건의하겠다니…. 손학규는 그러나 끝내 결행했다.이 건의를 들은 YS의 얼굴이 벌겋게 되고 굳어진 것은 당연한 일. 집권여당인 민자당과 청와대의 핵심인사들도 감히 이 문제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던 시절이었으니 그의 행동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셈. 그는 “까짓것 정치 안하면 되지 하는 생각에 할 얘기를 다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손학규는 ‘강단’이 있다. 집념과도 통한다. 재수 끝에 경기도지사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그가 요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100일 민심 대장정’을 통해서다. 이른바 체험, 삶의 현장이다.‘국민의 바다’에 뛰어들겠다며 집 나온 지 70일이 넘는다. 하고 다니는 행색은 좀 심하게 얘기하면 ‘먹물 든 노숙자’나 진배없다. 더부룩한 머리털에 한번도 깎지 않은 수염. 어찌보면 자연을 벗삼아 전국을 누비는 옛 선비 같기도 하다. 혹자는 ‘두타행’이라고도 한다. 여하튼 그에게선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언제 이런 여유를 가져보겠냐는 게 그의 얘기다.하지만 누가 뭐래도 고행이다. 이런 일을 한 대선주자도 없다. 대단한 끈기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년 대선정국의 거센 풍랑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체력 보강을 위해서도 그렇다. 1박2일간 그의 충남 일정을 동행 취재했다. 무게가 좀 나가는 배낭을 짊어진 채 먼 거리는 버스로, 짧은 거리는 택시를 이용하며 민초들의 삶의 애환을 들으려고 꽤나 노력했다. 시장터에서 상인들을 만나건 밤 농장에서 밤을 줍건,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진정성’은 변함없었다. 어려움을 호소할 때면 어김없이 수첩을 꺼내들고 적었다. 서민들도 그의 이런 마음을 알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는 서민생활을 겪으며 얘기 듣는 것과 악수하며 얘기 듣는 것과는 다르다고 했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도 점차 늘고 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택시기사도 여럿 있었다. 시대정신과 콘텐츠에선 앞서지만 대중적 호소력과 정치적 감각, 이벤트 능력은 떨어진다는 손학규. 이번 민생탐방으로 그런 평가가 바뀔지 궁금하다.민생탐방 이후 그의 지지도가 4%대로 올랐으니 효과는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최근 중소기업인 대상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 그는 기자에게 이 내용을 두 번이나 얘기했다. 문제는 정치히트상품으로 통하는 민심 대장정의 후속 프로그램이다. 언제나 1,2위를 다투는 식자층의 지지도와 대중 지지도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최대 현안이다. 방안이 있느냐는 여러차례 물음에도 그는 말을 아꼈다.“하늘이 알겠지. 때가 되면 바람이 불고 곡식이 여문다.” ‘저평가 우량주’인 손학규의 지지율이 연말쯤 10%대에 진입할 수 있을지는 대선정국의 주요 관전포인트다.jthan@seoul.co.kr
  • 윤재영 삼성 에이스로 우뚝

    실업 6년차 윤재영(23·삼성생명·세계 74위)의 첫 인상은 갸냘퍼 보인다. 꼭 창백한 얼굴 때문만은 아니다. 날카로운 백핸드 드라이브와 송곳 푸시를 지니고도 윤재영이 더 큰 선수가 되지 못했던 것은 여린 성격과 독기가 부족했던 탓.대표팀을 들락거렸지만 결정적인 순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에이스의 존재감을 주지 못하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더군다나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동기 유승민(24·8위)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소속팀에서도 늘 2인자였다. 하지만 30일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열린 MBC그랑프리 탁구대회 삼성생명-KT&G의 남자단체 결승전에서 삼성의 에이스는 유승민이 아닌 윤재영이었다. 강문수 삼성 감독은 그동안 오상은(29·KT&G·7위)에게 약점을 보였던 유승민을 4단식으로 빼고 1단식에 왼손 셰이크핸드 윤재영을 기용하는 승부수를 띄웠다.‘요행수’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윤재영은 통산 1승7패로 밀렸지만, 지난해 SBS챔피언전에서 오상은을 거꾸러뜨려서다. 긴장한 탓에 첫 세트에서 허무하게 주저앉았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은 그는 날카로운 백핸드 드라이브로 오상은을 요리했고,5세트 듀스까지 가는 대혈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윤재영의 승리로 기세를 올린 삼성생명은 ‘수비의 달인’ 주세혁(26·15위)과 유승민이 단식을 모두 잡아내 KT&G에 3-1로 승리, 종합선수권 이후 8개월 만에 단체전 정상을 탈환했다. 강문수 감독은 “포핸드 드라이브와 리시브를 가다듬고 끈기를 키운다면 한국탁구의 간판으로 커나갈 재목”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통산 200승 한화 송진우] 인간 송진우 그를 키운 8할은 아내·18년 끈기

    아홉수에 걸려 한 달 동안 애를 태웠던 ‘영원한 회장님’ 송진우(40·한화)가 5번의 도전 끝에 꿈의 200승 고지에 우뚝 섰다.1989년 4월12일 프로야구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17년 4개월여 만에 일군 대기록. 송진우는 29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 선발등판,5이닝 동안 4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10-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7승7패. 통산 200승은 한·미·일 프로야구 현역 투수를 통틀어 12번째다. ●아내-영원한 후원자 누구보다 대기록 달성을 기뻐한 이는 아내 정해은(37)씨. 그러나 정씨는 이날 현장에 없었다. 남편에게 부담을 줄까봐 경기장에 발을 끊은 지 이미 오래다. 자신이 운영하는 대전의 고기전문점에서 묵묵히 일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벌써 네차례나 고배를 마신 탓에 마음을 비울 만도 했지만 그렇지가 못했다. 마치 입학시험을 친 뒤 결과를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하루종일 가슴이 콩닥거렸다. 휴대전화로 승리 소식을 접한 정씨는 “너무 기쁘다. 그렇게 기다렸는데….”라면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정씨는 “특별히 해준 것도 없고, 특히 음식점을 연 뒤에는 더 신경쓰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면서 남편의 대기록 달성에 오히려 미안함을 나타냈다. 이어 “남편이 일에 대한 욕심이 많고, 평소생활도 절제를 잘 한다.”면서 존경심도 보였다. 그런 남편 덕에 음식점도 잘 된다고. 정씨는 “가정은 어느 한쪽만 잘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둘이 똑같이 노력해야 한다.”며 부부의 정을 은근히 과시했다. ●인간 송진우 불혹의 나이에도 기록 행진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송진우의 됨됨이와도 무관치 않다. 경기장에서는 ‘송골매’라 불리며 날카로운 눈을 번득이지만 밖에서는 완전 딴 사람이다.‘영원한 회장님’으로 불리면서 동료들의 리더, 구단과의 신의를 지키는 의리맨, 그리고 남모르게 사랑을 베푸는 천사였다. 1999년 겨울,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결성한 프로야구선수협의회 초대 회장직을 맡으면서 선수들의 맏형으로 자리잡았다.‘회장님’이라는 별명도 그 때 얻었다. 탁월한 리더십으로 선수협이 나름대로 뿌리내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듬해는 그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회장의 직함을 단 탓에 2000시즌은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던졌다.”는 말을 사석에서 자주 했다. 그는 ‘돈’을 이유로 고향을 등지지 않았다.99시즌을 끝내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하자 다른 구단에서 거액을 제시했다.3년간 12억원. 누구라도 욕심 낼만한 큰 돈이었지만 10년 이상을 동고동락한 ‘독수리 둥지’를 떠날 수 없었다. 연봉은 적었지만 의리를 택했고 지금도 그 결정을 후회한 적이 없다.18년 동안 단 한번도 유니폼을 바꿔 입지 않은 것. 2002년 선동열(삼성 감독)을 넘어 통산 최다승(147승)을 작성한 이후 불우 이웃을 위해 모은 기금이 1억원을 돌파했다. 장애아동 및 청소년 지원기금으로 충주성심학교 청각장애인 야구부 훈련비와 절단 장애 아동의 의수와 의족을 지원했다.200승을 달성한 만큼 또 다른 나눔의 손길도 준비중이다. ●선수 송진우 대기록 달성은 프로데뷔 첫날부터 가능성을 엿보였다.1989년 4월12일 롯데와의 개막전에 선발등판한 루키 송진우는 화려한 완봉승으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특히 그는 젊음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찍 터득했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적 문제도 있었지만 영리한 피칭으로 체력을 극복했다. 힘이 많이 드는 강속구 위주의 피칭에서 탈피, 제구력과 수싸움으로 경기를 노련하게 풀어간 것. 2002년은 송진우에게 매우 중요한 해. 삭발로 시즌을 연 그는 4월23일 롯데전에서 147승째를 따내며 마침내 선동열이 보유한 통산 최다승(146승)을 깨면서 한국야구사에 새 기록을 썼다. 그리고 한 달이 채 안된 5월19일 150승을 일궈냈다. 이날 송진우는 200승과 함께 40세6개월13일로 승리를 따내 종전 ‘불사조’ 박철순(전 OB)이 보유한 최고령 승리(40세5개월22일)도 경신했다. 내년엔 최고령 출장기록(김정수·41세2개월8일)도 갈아치울 참이다. 광주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파브르 곤충기1/장 앙리 파브르 지음

    ‘파브르 곤충기’는 흔히 ‘곤충학의 성경’,‘문학적 고전’이란 찬사가 붙는 책이다. 수많은 곤충들이 꿈틀거리는 듯한 생생한 관찰 기록에 더해 개인적 의견과 사색을 담은 추억의 에세이가 다채롭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10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곤충기 첫 권이 출판된 것은 장 앙리 파브르가 56세 때인 1879년. 이후 그는 30년 동안의 산고 끝에 필생의 역작을 완결 짓는다. 책의 명성이 워낙 대단하다 보니,‘곤충학자’ 하면 누구나 파브르를 연상할 정도다. 그럼에도 내용이 너무 방대해선지 대부분 특정 부분만 발췌한 번역본이나 요약본, 그림책, 만화책의 형태로 출판됐을 뿐, 제대로 된 완역본은 거의 나오지 못했다. 이런 실정에서 도서출판 현암사가 파브르 완역출판에 나선 것은 파브르의 진면목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더없는 희소식이다. 파브르가 학위를 받은 프랑스 몽펠리에 2대학에서 곤충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진일 성신여대 교수가 번역작업을 맡은 것도 믿음직하다. 이번에 나온 첫 권 ‘파브르 곤충기 1’은 소똥구리 경단 만들기에 관한 연구와 여러 종의 사냥벌에 대한 습성과 본능을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땅 위의 똥쓰레기를 말끔히 청소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청소부 딱정벌레, 소똥 밑에 굴을 파고 들어갈 뿐 경단을 굴리는 일은 없는 뿔소똥구리, 비단벌레 사냥꾼인 노래기벌, 뀌뚜라미 사냥꾼 노랑조롱박벌, 파리 사냥꾼 코벌 등등. 마치 곤충의 세계에 들어가 체험하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진다. 여기에 단순한 관찰을 넘어 그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애환을 풀어냄으로써 흥미로움을 불어넣고 있다. 소똥구리 실험때 옆집에서 똥을 얻으려다 오해받은 이야기, 코벌을 관찰하다 의심이 강한 경찰에게 추궁당하던 사연, 외진 산길에서 하루종일 홍배조롱박벌을 관찰하다 아낙네들에게 손가락질 당하던 모습 등은 연구자로서의 부단한 노력과 끈기에 대한 감동과 함께 즐거운 웃음을 자아낸다. 생태 사진작가 이원규의 생생한 동식물 사진과 만화가 정수일의 일러스트를 재미있는 글이 지나가는 길목마다 배치, 비주얼함에 익숙한 요즘 독자들에게 한결 편안하게 읽혀질 듯하다.1만 95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日 누르고 2위 지킬것”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 인터뷰

    “日 누르고 2위 지킬것”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 인터뷰

    ‘종합 2위를 사수하라.’ 오는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제15회 하계아시아경기대회(1∼15일)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에 떨어진 지상명령은 98년 방콕아시안게임 이후 3회 연속 종합 2위를 사수하는 것. 폭염 속에서도 370여명의 대표선수들이 하루 14시간 이상 담금질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아시안게임을 100일 남기고 선수들의 훈련을 총괄하는 이에리사(52) 태릉선수촌장의 마음도 부쩍 급해졌다. 이 촌장은 22일 “열악한 여건이지만 선수들의 분위기는 최고다. 양궁, 육상 등 15개 종목은 입촌해 있고, 승마 등 11개 종목은 촌외에서, 유도와 핸드볼, 레슬링 등은 해외전훈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위 탈환을 벼르고 있는 일본과의 경쟁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종합 2위를 지키기 위해 70∼75개의 금메달이 필요하다. 일본이 육상과 수영, 유도의 초강세를 앞세워 68개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수영(금51)과 육상(금45)에서 일본이 얼마나 많은 금메달을 긁어들일 수 있느냐다. 중국이 견제해 주길 바랄 뿐이다. 이 촌장은 32년전인 74년 테헤란대회에 출전했었다.‘사라예보의 기적’ 이듬해였지만 이에리사가 버틴 한국은 탁구 여자단체 결승에서 중국에 패했다. 이 촌장은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직후여서 출국 때부터 경황이 없었다. 또 날씨에 적응이 안돼 고생도 많았다. 하지만 후배들은 착실히 준비했고 스태프들도 노력한 만큼 시행착오가 적지 않겠느냐.”며 어머니 같은 심정을 내비쳤다. 자유분방한 20대 선수들은 선수촌 생활을 잘 견뎌내고 있을까. 이 촌장은 “운동이 좋아 열심히 하는 것은 예전과 같다.”면서도 “우리는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끈기가 있었지만 요즘 친구들은 ‘오늘 안 되면 내일 하지.’식의 마인드가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번 대회가 중요한 건 베이징올림픽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위축된 한국스포츠의 부활을 위해 매우 중요한 모멘텀”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심을 가져주시되 결과만 보지 말고 과정도 살펴 달라. 메달 딸 땐 박수치다가도 대회 끝나면 밥 먹고 사는지 죽었는지 신경조차 안 쓰는 게 현실 아닌가.”라며 꾸준한 관심을 호소했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 [열린세상] 추락한 교수 위상을 되찾자/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우리 사회에서 교수는 존경과 믿음의 대상이었다. 우리 역사에서 올곧게 등장한 선비의 이미지가 그대로 교수에게 투영되면서 교수의 말 한마디에는 늘 무게와 신뢰가 실리곤 했다. 그래서 교수가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 또한 상당히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한때 교수는 인기직업 1위를 차지한 적도 있었다. 그런 교수의 위상이 이제 땅에 떨어졌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사건이 전문가로서의 교수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는 계기가 되었다면, 얼마전 김병준 교수의 논문 ‘자기복제’건은 인격자로서의 교수에 대한 존경이 경멸로 바뀌게 하는 역할을 했다.“이런 잣대로 평가하면 교수 중에 장관될 사람 하나도 없다.”는 김병준 교수의 말 한마디에 한국에 있는 교수 모두는 함께 수렁에 빠져 버렸다. 지금은 교수라는 직업이 갖는 최대의 위기라고 규정하고 철저한 자기비판이 필요한 때다. 우선 교수의 현실참여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예로부터 선비는 말을 아끼고 글로 보여 왔다. 그래서 교수는 기본적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논문을 쓰는 것이 주업이 되어야 한다. 다만 사회봉사 내지 국가봉사를 통한 현실참여가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가 있다. 현실 참여를 목적으로 가르치고 연구를 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교수가 갖는 전문성을 국가운영에 직접 반영시키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학문분야에 따라서 현실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문분야에 따라 현실에 참여해서 교수가 갖는 전문성을 발휘하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그러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만 현실 참여의 출발은 연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내놓을 만한 연구실적 하나 없이 논공행상으로 장관자리나 각종 위원회 위원장직을 차지하는 식의 현실 참여를 보고 일반 국민들은 교수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갖게 되고, 이는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현실에 참여하는 교수일수록 연구실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기의 학문적 소신이 현실 참여 후에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이제 연구실적 부풀리기와 같은 교수의 양심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 짚어보자. 연구프로젝트를 통해 연구한 여러 결과물 중 학계에 보고해서 공헌할 만한 가치가 있는 부분을 좀더 발전시켜 논문에 싣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일반적 현상이다. 그러나 논문 한 편을 여기저기 학회지에 싣는 것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또 학생의 논문을 지도한 경우, 학생과 공저자가 되는 것은 일반적이다. 그러나 학생 스스로 교수의 지도 없이 자발적으로 쓴 논문에 교수 이름을 올리는 것은 부당하다. 이제 추락해 버린 교수 위상을 되찾기 위해 교수 스스로 나서야 한다. 첫째, 국민들 앞에 교수들이 그동안 쌓은 연구실적을 하나하나 검증받아야 할 것이다. 둘째, 이른바 교수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이라도 만들어 앞으로 관행이니 어쩌니 하는 변명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앞으로는 교수들이 연구로 말할 수 있도록 연구실적과 연구내용을 국민들에게 쉽게 알릴 필요도 있다. 그래야 국민들이 전문성에 대한 막연한 이해가 아닌 보다 실질적인 이해를 통해 합리적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여기서 언론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언론 스스로도 늘 교수 못지않은 전문성을 확보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한 가지 이슈를 꾸준히 파고드는 끈기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수의 주목할 만한 연구업적을 찾아내서 국민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분야별 전문기자를 양성하고 활용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정치인과 관료가 정책으로 책임져야 한다면, 교수는 논문으로 책임져야 한다. 그것도 국민과 역사 앞에 두고두고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인, 관료에 이어 교수까지 믿을 수 없게 된 암울한 현실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 “은행도 마라톤처럼 정직해야 고객 안심”

    “은행도 마라톤처럼 정직해야 고객 안심”

    “왜 달리냐고요?마라톤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루라도 운동을 거르면 바로 티가 납니다. 은행도 마라톤처럼 정직해야 고객이 돈을 믿고 맡기지 않겠어요?” 국민은행 여신관리센터의 이명열(46) 팀장은 폭염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던 지난 12일 과천에서 열린 혹서기 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를 뛰었다.1996년 첫 완주 이후 10년 동안 무려 115회나 42.195㎞를 뛰었다. 오는 9월부터 12월 초까지 이 팀장은 13주 연속 풀코스를 뛸 계획이다. 마라톤 중독에 걸린 것 아니냐고 묻자 “몸에 좋은 중독은 걸려도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은행권에는 달리기에 미친 사람들이 유독 많다. 은행 마라톤 동호회마다 수백명이 활동하고,1∼2차례의 완주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SC제일은행 서초중앙지점 김대윤(47) 지점장은 전세계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에서 철인3종 경기(아이언맨 경기)를 완주한 ‘3대 철인’ 중 한 명이다. 철인3종 경기는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17시간 내에 수영 3.8㎞,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를 마쳐야 하는 인간의 극한을 시험하는 스포츠다. 그는 2002년과 2004년 두차례 도전에서 모두 성공했다. 이달 말 제주도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참가한다. 은행 내에서 소문난 일벌레인 김 지점장은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맞춤형’ 점포를 열었다. 신한은행 기업여신관리부 황선용(43) 차장은 지난달 15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울트라마라톤 대한민국 종단 537㎞(부산 태종대∼임진각)를 완주했다.2001년에는 강화도에서 강릉 경포대까지 314㎞를 횡단했고, 이듬해에는 200㎞에 이르는 제주도를 일주했다.2003년에는 해남 땅끝마을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643㎞를 달렸다. 한반도를 대각선으로 두 차례 종단, 한 차례 횡단,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울트라마라톤 그랜드 슬램에 성공한 셈이다. 외환은행 홍보팀의 김영아(32)씨는 ‘마라톤 천사’로 불리며 수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유명인사다. 마라톤 대회 홍보대사로 영입되기 일쑤고, 영화 ‘말아톤’에서는 지쳐 쓰러진 주인공에게 초코파이를 건네주는 인물로 등장하기도 했다. 풀코스 최고 기록이 2시간 55분 4초로 프로급이다. 임원급 중에서 대표적인 인물은 기업은행 현병택(52) 부행장이다.10년 전 늦깎이로 마라톤을 시작해 벌써 17번이나 완주했다. 기업은행 마라톤 동호회를 이끌고 있으며, 최근 ‘마라톤 통장’을 직접 만들어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현 부행장은 “마라톤은 출발선이 같은 평등한 운동이지만 꾸준하지 못하면 완주할 수 없다.”면서 “은행원의 필수 덕목인 정직과 끈기를 배울 수 있어 직원들에게 적극 권한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동갑내기 박예진-홍수현 사극 도전기

    동갑내기 박예진-홍수현 사극 도전기

    입고 있는 옷부터 차이가 난다. 한쪽은 선머슴 같고, 한쪽은 비단에 자수가 놓인 공주풍 차림이다. 그러나 눈빛만은 서로에게 뒤지지 않게 반짝인다. 9월16일 첫 전파를 타는 KBS 100부작 대하드라마 ‘대조영’(연출 김종선·윤성식, 극본 장영철)에서 대조영(최수종 분)의 첫사랑과 마지막 사랑인 ‘초린’과 ‘숙영’역을 맡은 박예진과 홍수현. 촬영이 한창인 KBS 수원 드라마센터에서 최근 만난 81년생 동갑내기들의 각오는 남달라 보였다. 무거운 머리장식에다가 몇겹의 옷을 두르고 말을 타면서 더위와 싸우고 있는 그들은 본격적인 사극 도전이라는 점에서 어깨가 무거운 듯했다. 박예진이 맡은 초린은 발해의 건국자 대조영(최수종 분)이 거란족에 붙잡히자 도망가기 위해 인질로 잡은 부족장의 딸. 초원에서 자라 거친 야성녀의 면모를 지닌 초린은 대조영과 불꽃 같은 사랑을 하고 아들 검을 낳지만 결국 대조영을 배신하고 그와 대립하는 이해고(정보석 분)에게 돌아간다. 반면 홍수현이 연기하는 숙영은 보장왕의 조카로, 먼발치에서 대조영에 대한 연모의 정을 느끼다가 위기에 빠진 그를 구해준 뒤 조심스럽게 사랑을 키운다. 대조영을 사이에 두고 초린과 갈등을 빚지만 결국 운명은 그를 대조영이 세운 발해의 첫 황후로 이끈다. 대조영의 아이를 낳는 것은 둘의 공통점이지만, 결국 초린의 자식이 왕이 되면서 숙영은 아픔을 겪는다. 그러나 숙영은 백성들을 위한 국모가 돼 한국 여성의 끈기와 인내를 보여준다. 박예진은 “보통 사극에서 나오는 지고지순한 역할이 아닌, 강인한 캐릭터”라면서 “평소 운동을 좋아하고 말을 타보고 싶었는데 승마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얌전한 이미지와 상반된다는 질문에 “초린의 야성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을 실제로도 갖고 있어 내면에서 최대한 끄집어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1년 만에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내는 홍수현은 “온실 속의 화초 같은 공주보다는 당차고 활발한 면이 있는 역할”이라면서 “대조영과의 사랑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예진은 KBS ‘장희빈’에서, 홍수현은 SBS ‘왕의 여자’에서 모습을 보였지만 100부작 사극에서 본격적인 주연급 연기를 하게 돼 적응하는 데 만만치 않다고 했다.“옷 매무새와 움직임, 감정 등이 일반 드라마와 달라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고 있어요.”(박예진)“안 쓰던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서 배우다 보니 사극이 현대극보다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홍수현) 특히 발해사를 처음 다루는 사극인 만큼, 거의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찬란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또 이덕화·최수종·정보석 등 선배 배우들과 함께 연기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예진은 “또래들에 비해 작품을 꾸준히 한 편이 아니라서 이번 사극을 통해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박예진’이라는 연기자가 확실히 박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수현은 “드라마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한 단계 성숙하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선 PD는 “초린과 숙영은 각각 타민족과의 경쟁, 고구려의 뿌리 등을 담기 위해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지만 드라마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이라면서 “연기의 폭이 깊기 때문에 배우들이 좋은 연기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서울대 총장 임무교대

    ■ 교수로 돌아간 정운찬 총장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경제학부 교수’로 돌아갔다. 정 총장은 4년 임기를 채운 최초의 서울대 직선총장으로 기록됐다. 정 총장은 19일 열린 퇴임식에서 “안타깝지만 사회적 반감의 한가운데 서울대가 있었다. 부정적 시각이 일부라도 우리 허물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통렬한 자기성찰과 자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서울대인이 편협한 엘리트주의에 갇혀 학자로서 겸손을 잊거나 기득권에 집착하진 않았는지, 학문을 사회 전체가 아닌 개인 이익 대변에 남용한 적은 없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서울대인의 자성을 촉구했다. 정 총장은 당분간 강의와 연구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오는 9월 2학기부터 3개 과목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친다.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정계 진출과 관련해서는 “관심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총장은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의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1년 후배로 김 의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정치권에서 영입설이 자주 흘러나왔지만 줄곧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 발 들여놓을 생각이 없다.”고 말해 왔다. 정 총장은 지난 4년 동안 학과통합, 정원조정 등 다양한 경쟁력 강화방안을 실행에 옮겨왔다.2005년도 수시전형부터 지역균형선발제도를 도입했고 2008학년도 입시안 등을 두고 대학의 자율성을 내세우다 정부와 정면으로 대립해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결국 서울대는 두 차례에 걸쳐 2008학년도 통합교과형 논술 예시문제를 개발, 정부로부터 사실상의 ‘검증’을 받는 선에서 절충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공식업무 시작한 이장무 총장 이장무 신임 서울대 총장이 19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았다. 취임식은 8월1일 열리지만 공식업무는 20일 시작한다. 이 신임총장은 온화한 학자적 외모와 달리 ‘마징가Z’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강한 추진력과 치밀함, 끈기에서 비롯된 표현이라고 한 후배교수는 설명했다.1997년부터 2002년까지 공대 학장을 지냈다. 서울대 ‘최장수 학장’ 기록을 갖고 있다. 정·재계를 넘나드는 넓은 인맥의 소유자로도 알려져 있다. 재임기간 중 학교발전기금으로 3000억원을 모으겠다고 말한 것도 이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신임총장은 학교 법인화, 신입생 선발제도 혁신 등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5월 총장선거에서 1위를 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법인화와 관련,“법인화는 장점이 많기 때문에 국립대 틀 안에서 어떻게 도약의 기회로 삼을 것인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적극적인 추진방침을 시사했다. 학과 정원조정에 대해서는 “(전임 정운찬 총장 때)일률적으로 줄이다 보니 일부 학과는 최소한의 교육단위로 기능하기 힘들 정도로 과다하게 감축됐다.”며 재조정 추진을 예고했다. 총장선거 후보 정견발표에서 “2015년까지 서울대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도록 학내 석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세계 정상급 교수 20명을 서울대 겸직교수로 초빙하겠다.”고 밝혔다. 이 신임총장은 1967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76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 가족으로는 아내 이옥희(55)씨 사이에 2남이 있다. 김기용 윤설영기자 kiyong@seoul.co.kr
  • 백합나무 ‘경제수종 간판’ 되나

    백합나무 ‘경제수종 간판’ 되나

    최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백합나무가 낙엽송·잣나무보다 성장속도가 2배 빠르고, 경제성은 10배나 높은 미래의 우수 산림자원으로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산림과학원이 조림을 적극 권장하고 나섬에 따라 백합나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경제수종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연구용 백합나무 묘목을 처음 심은 것은 임목육종연구소 시절인 1969년이다. 조림을 권고하기까지 무려 37년이 흐른 셈이다. 백합나무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치산녹화가 지상과제였던 당시에 들여왔다. 14일 찾아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유전자원부 안뜰에는 열대 우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거목이 자라고 있었다. 높이가 30m에 이르고 밑둥은 어른 두 사람이 양손을 벌려야 간신히 잡을 수 있을까말까할 정도. 게다가 하늘을 항해 곧게 치솟은 백합나무의 모습은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경제성뿐 아니라 국토를 아름답게 하는 데도 한몫을 할 것으로 보였다. 이렇듯 다른 국가기관이라면 용납되지 않을 ‘느린 행정’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산림유전자원부 직원들은 그러나 새로운 개발이나 발굴은 아니라고 애써 겸손해했다. 이미 백합나무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자원으로 부상한 만큼 국내에서도 제대로 자랄 수 있는지 확인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20년 넘게 백합나무와 살아온 연구팀의 유근옥(54) 박사는 “나무가 자생지를 떠나면 겉모습에는 변화가 없더라도 재질이 퇴화하는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특히 외래수종은 심고 나서 벨 때까지 기간(벌기령)의 절반은 지나야 적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뮬레이션으로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초스피드 시대에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무를 가꾸는 일은 종종 ‘느림의 미학’으로 표현된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섣부른 결론은 장구한 세월의 투자가 필요한 나무심기의 특성상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를 낳는다. 자연의 섭리에 순종하며 충실해야 하는 끈기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백합나무도 이미 1980년대에 양묘 및 조림에 실패한 쓰라린 과거가 있다고 한다. 외래수종을 풍토가 다른 지역에 성공적으로 옮겨심는 작업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현재까지 국내에는 38개국에서 415종의 외래수종이 도입됐으나 보급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수종은 고작 7개에 불과하다. 유 박사가 한때 기억에서 지워버렸던 백합나무를 다시 찾은 것은 독림가의 조언이 계기가 됐다.15년이 넘어야 제대로 자란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10년도 안된 상황에서 그저그런 모습의 모양새를 보고 오판한 결과였다고 한다. 유 박사는 “그 분이 키우던 20년을 넘긴 백합나무들을 보면서 가슴이 뜨끔했다.”면서 “전국을 돌며 눈으로 확인을 거치면서 ‘바로 이것’이라는 확신이 섰다.”고 했다. 그러나 연구를 다시 시작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외래수종은 실패위험이 높고 장기간 연구과정이 필요하기에 월등한 가치가 전제돼야 했다. 확신을 갖고 국내외를 누비며 자료를 수집했고, 낙엽송보다 16배의 경제성이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할 수 있었다. 대량보급에 필요한 양묘·조림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유 박사는 “백합나무 씨앗은 발아조건이 맞지 않으면 7년 동안 땅속에서 그대로 머무를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면서 “온실에서 충분한 수분과 온도를 맞춰주니 드디어 싹이 났다.”고 당시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재질에 대한 평가는 목재를 직접 쓰는 목기장과 가구공장에 맡겼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요즘 ‘백합나무 전도사’로 변신한 유 박사팀은 전국 각지의 산주인들을 찾아다니며 나무의 우수성과 경제성을 알리는 데 열심이다. 유 박사는 “백합나무의 경제적 가치를 감안해 우리나라에서는 벌기령을 30년으로 정했다.”면서 “목재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백합나무는 목재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유용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글 수원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백합나무 조림 효과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산림정책의 최우선은 치산녹화였다. 헐벗은 국토를 푸르게 만드는 것이 지상과제이다 보니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가 효자였다. 그 결과 치산녹화에는 성공했지만, 국토의 69.1%가 산림인 나라에서 목재자급률은 5%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됐다.50년 동안 키운 낙엽송 1㏊에서 500만원밖에 나오지 않았다.‘나무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함께 심어진 것이다. 돈이 되는 수종을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경제수림의 5대 조건으로 ▲비싼 목재가격 ▲강한 입지적응력 ▲곧고 굵은 나무 ▲병해충에 강한 나무 ▲적은 육림비용을 들고 있다. 백합나무가 이런 조건을 잘 충족시키는 수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28년생 백합나무 한 그루의 부피는 0.71㎡로 현사시 0.50㎡, 낙엽송 0.36㎡보다 월등하다. 연간생장량은 최소 11㎥로 2배 이상이다. 산지와 농지 어디든 잘 자라고, 병해충이 적으며 초기 가지치기만 잘해 주면 관리가 필요없다. 리기다소나무를 대체할 수 있는 최적수종으로 평가된다. 전국 48만㏊에 심어진 리기다는 산림 토양을 향상시킨 일등공신이지만 목재로는 재질이 나쁘다. 산림과학원 유근옥 박사는 “베어낼 시기가 된 리기다소나무를 30만㏊만 벌채하고 백합나무를 심으면 국내 원목수요의 40%인 330만㎥를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합나무는 20만㏊에 이르는 한계농지 조림용으로도 최적인 것으로 판명됐다. 전북 완주의 산지에서 자란 수령 33년짜리의 흉고(사람 가슴높이의 나무 지름)가 37.1㎝인 반면 수원의 농지에서 키운 20년생은 42㎝로 생육이 훨씬 우수했다. 산지보다 평지에서 훨씬 더 잘 자라는 셈이다. 황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아카시나무를 대체할 수 있는 수종이기도 하다. 꽃이 피어있는 기간이 25일로 아카시보다 길어 꿀 생산에 유리하다. 유 박사는 “백합나무는 가로수로 부적합하고 해발 300m 이상에서는 생장력이 떨어진다.”면서 “백합나무를 전국에 심자는 것이 아니라, 목재수입이 95%에 이르는 상황에서 산림의 80%는 보존하되 자급용 육종단지를 조성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이것이 궁금해요] 아이들 집중력 부족은 불안감이 큰 원인

    중학생 2학년생입니다. 공부는 중위권 정도고요. 고교 진학 때 일반고로 가야 하는지, 외국어고로 가야 하는지 판단이 서질 않아서요. 부모님은 공부 잘해서 특목고로 가라 하고 저도 그러고 싶은 마음입니다만 공부를 못해 걱정입니다. 공부를 잘하더라도 2008학년도 대입부터 내신비중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잘하는 아이들끼기 모여 있는 그런 학교에서 과연 내신을 잘 받을지도 고민되고요. 어떻게 해야 되나요. 현실적으로 외고나 과학고 등 특목고에 가려면 성적이 상위권에 들어야 합니다. 게다가 특목고의 경우, 지적한 대로 입시경쟁뿐만 아니라 내신경쟁도 치열한 편입니다. 아울러 외국어고의 경우, 어문학 공부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진학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최근 정부 입장이라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어학에 소질이 있고 성적이 상위권이라면 외고진학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 내신경쟁은 감수해야겠죠. 하지만 성적이 중위권 정도라면 일반 인문계 고교로 진학,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천천히 파악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생각됩니다. 아울러 실업계 고교 진학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실업계에서도 대학에 많이 진학하는 만큼 내신에 있어서 유리할 수 있는 실업계 고교 진학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중학생 1학년 남자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아이가 공부를 끈기있게 못합니다. 책상에 앉기만 하면 10분을 못 버팁니다. 전체적으로 공부하겠다고 자기 방에 있는 시간이 10시간이라고 하면 제대로 공부하는 시간은 3∼4시간 된다고 할까요. 나머지는 하기는 하는 듯한테 생산성이 떨어져요. 꾸벅꾸벅 졸거나 딴짓 하는 등….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공부를 잘하자는 욕심도 있고 공부하는 시간도 많은데도 학업이 잘 오르지 않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노력한 시간에 비해 성적이 잘 오르지 않을 때는 대체로 주의집중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일 여러 시간 책상에 앉아 있지만, 주의집중이 되지 않아 효과적인 학업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주의 집중력은 환경적 변화나, 심리적 변화에 쉽게 영향받기 때문에, 심리환경적 요인에 따라 주의집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불안은 주의 집중력을 약하게 만드는 큰 심리적 요인입니다. 청소년기의 불안은 교우관계 갈등에서 오는 불안, 성적에 대한 부담감에서 오는 불안, 가정내 갈등에서 비롯되는 불안 등 여러가지 모습입니다. 자녀가 주의집중에 어려움이 있다면, 최근 자녀 주변환경에 큰 변화는 없었는지, 자녀가 가지는 불안은 없었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집중을 잘 못하는 학습태도가 심리환경적인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지속된 것이라면, 학습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작정 책상에 오래 앉아 책을 붙잡고 있기보다는 하루에 일정 시간을 정해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공부 시간은 자녀가 평상시 집중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를 선택하게 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상시 집중이 가장 잘 되는 시간이 저녁 8시부터 9시까지라면 이 시간대를 공부 시간으로 정하고, 공부의 시간을 5분에서 10분 정도로 조금씩 늘려 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정하실 때에 자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도움말 서울시교육청 윤웅호 중등장학사, 손재환 한국청소년상담원 선임연구원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교육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풀어 드리는 코너입니다. 초중등 교육은 물론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궁금하신 사항을 eagleduo@seoul.co.kr로 보내주시면 상세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허약한 아이 체력단련캠프

    허약한 아이 체력단련캠프

    요새 청소년들은 덩치만으로 나이 구분이 어렵다. 생활수준 향상으로 키와 몸무게 등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격만 컸지 체력은 과거에 비해 훨씬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아이들의 물컹거리는 뱃살, 운동장 한 바퀴를 제대로 뛰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는 지구력·끈기를 보고 있자면 엄마들의 한숨이 커진다. 허약한 아이들이 걱정된다면 올 여름방학에는 영어캠프, 과학캠프, 수학캠프는 잠시 뒤로 미뤄두고 체력과 끈기를 키워주는 캠프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체력·지구력·끈기·리더십 등을 키워줄 수 있는 여름방학 캠프는 뭐니뭐니 해도 해병대 여름캠프다. 몇몇 해병대 캠프는 여러해 동안 노하우를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입소문이 돌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 해병대 아카데미 리더십 극기캠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해병대식 교육캠프를 처음으로 시작한 해병대 아카데미에서 올 여름에도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해병대 병영체험 캠프를 연다.7월24일∼8월19일 동안 리더십과 극기를 주제로 경기도 태안 교육장과 강화도 교육장 등에서 열린다. 대학생 이상 및 가족단위는 별도로 참가를 문의할 수 있다.2박3일과 3박4일 두 코스로 운영되며 각각 14만원,17만원의 참가비를 내야 한다(차량이용 별도). 주된 프로그램으로는 제식훈련, 담력훈련, 해상훈련, 암벽등반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mcdi.co.kr)를 참고하면 된다. ● 청소년 해병대캠프 해병대 전문 교육기관 마린 아카데미에서는 실미도, 경북 포항, 전북 무주에서 해병대식 생존 훈련과 자신감 및 극기심 배양을 주제로 한 병영 캠프를 개최한다.7월24∼8월14일까지 계속되며 2박3일,3박4일,4박5일 세 코스로 구분돼 있다. 참가비는 각각 16만원,23만원,28만원이다. 한 기수당 120명 단위로 모집한다. 교관은 해병대 출신(예비역)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스포츠서울 선정 해병대캠프 분야 소비자 만족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고무보트훈련, 해양훈련, 갯벌체험, 스노클링, 리더십교육, 담력훈련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홈페이지(www.camptnt.com) 1644-7244. ● 실미도 해병대 캠프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실미도에서는 해병대캠프 TKC(The Korea Club)가 해병대 병영 체험 프로그램을 연다. 캠프는 무의도에서 약 1.5㎞떨어진 무인도인 실미도에서 모두 진행된다. 이곳에는 천연암벽 유격장이 마련돼 있고, 천연 자연 갯벌 및 백사장도 조성돼 있다. 해양경찰서의 해상안전요원으로 위임받은 교관이 배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영화에서처럼 야간 상륙 작전을 경험할 수도 있다.3박4일(22만원),4박5일(27만원)두 개 코스로 운영된다. 홈페이지(www.themc.co.kr)를 참고하면 좀 더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1544-7190. ● 해병 엘리트캠프 해병 엘리트 사관학교가 7월31일∼8월13일까지 전북 무주 캠프장에서 진행하는 해병대 캠프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2박3일,3박4일,6박7일 코스로 구성돼 있다. 이 캠프에는 특히 6박7일 코스로 다이어트 캠프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솔선수범, 단결력, 리더십 등을 기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홈페이지(www.marine-camp.com) (02)882-5521. ● 서바이벌 모험·개척 캠프 초등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캠프도 있다. 전남 청소년수련원은 7월23일∼8월11일까지 수련원과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서바이벌 캠프를 연다.4박5일 일정으로만 진행되며 총 4차 캠프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13만 5000원이다. 캠프는 서바이벌(페인트볼)경기, 요가·명상, 스포츠클라이밍(인공암벽등반), 플라잉폭스(로프하강), 예절교육, 수상협동놀이로 구성돼 있다. 특히 초등학생 아이들은 페인트볼을 장전한 모형 총을 가지고 상대팀의 깃발을 쟁탈하는 레포츠 활동을 가장 선호한다. 전남청소년수련원(www.cnytc.or.kr) (061)552-0866. ● 파일럿 서바이벌 캠프 한국항공대학교와 월간항공이 주최하는 파일럿 서바이벌 캠프도 7월24∼26일,27∼31일 2박3일 일정으로 2회 개최된다. 한국항공대학교와 한탄강 수련장에서 개최되며, 초등학생과 중학생까지만 신청이 가능하다. 프로그램으로는 항공우주박물관·관제탑 견학, 열기구 탑승, 래프팅, 서바이벌 훈련, 모형항공기 제작 및 대회 등이 준비돼 있다. 참가비는 18만원.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wasco.co.kr)를 참조하면 된다.(02)3663-3011.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도움말 캠프나라(www.campnara.net) ■ 아이 체력 키우기 노하우 청소년기는 키와 몸무게가 급격히 증가하고 두뇌사용과 활동량이 많은 시기여서 일생을 통해서 가장 많은 열량과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무턱대고 영양소만을 흡수하다가는 소아 비만에 걸리기 십상이다. 이 시기에는 영양을 많이 흡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적당한 운동으로 체력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현대 청소년들이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에 매몰돼 운동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소년기의 신체 활동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아이들의 신체 활동량을 증가시켜 체력을 키우는데는 학부모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운동에 싫증을 느끼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기에 하는 운동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활동욕구를 충족시켜주며,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해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생각을 갖게 한다. 이같은 내용을 우선 아이들에게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만이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학부모가 먼저 확실하게 숙지한 뒤 아이들에게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명령보다는 스스로 이해를 통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큰 특징이다. 신체활동이나 운동의 필요성을 납득시켰다면 이제 적당한 운동에 나서야 한다. 처음부터 무리한 운동에 도전해서는 낭패를 보기 쉽다. 또 연령과 상황에 따라 효과적인 운동이나 간단한 스트레칭부터 하는 것이 좋다. 심폐지구력, 근력, 유연성 등을 기르는 다양한 운동도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성장기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최근 척추측만, 척추만곡 등 허리통증을 호소하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다. 나쁜 자세로 오랜시간 공부하거나 컴퓨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허리를 곧게 펴고,50분 정도 앉아 있었다면 10분 정도는 일어나 허리와 다리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성장판이 열려 있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을 하면 키를 최대 7㎝까지 키울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를 느끼며 할 수 있는 농구, 축구, 야구 등이 좋다. 하지만 평소 운동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격한 운동을 하면 근육, 인대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운동 전 반드시 10분가량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운동을 시작할 때 처음에는 가벼운 몸 풀기부터 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운동하면 근육에 무리가 와서 오래 하지 못하게 된다. 가벼운 몸 풀기로는 스트레칭이나 우리가 흔히 배운 청소년체조 등을 할 수 있다. 또 자신이 맘에 드는 동작 몇 개를 나만의 방식으로 방 안에서 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체력 증진법으로 의자를 이용한 운동법도 있다. 뒤로 돌아 손으로 의자를 집고 아래로 천천히 내리락 오르락 하면서 운동해도 된다. 아이들과 함께 운동을 할 때는 무엇보다는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운동 상황을 기록하는 일지 등을 작성해 기록을 눈으로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캠프선택 이런점 조심을 초·중·고등학교가 본격적인 여름방학에 접어드는 철이 되면 각종 캠프가 봇물을 이룬다.‘캠프나라’기획홍보팀장 김병진씨는 이같은 모습을 ‘캠프 홍수’라고 정의면서 “좋은 캠프를 고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주 5일 수업, 노는 토요일(놀토) 및 주 5일 근무제와 더불어 야외 체험학습 분야가 매년 50% 이상 급격히 성장하고 것과 더불어 방학 캠프를 운영하고 참가자를 모집하는 단체가 해가 바뀌면서 너무나 많이 늘어난 것이 현실이다. 캠프 포털 캠프나라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번 여름 방학 기간 동안 국내외에서 영어, 과학, 인성 등 다양한 주제의 캠프를 개최하는 단체가 1000여개 단체가 넘는다. 단체의 홈페이지를 믿지 말고 캠프 공개 설명회를 갖는 단체의 캠프에 보내는 것이 가장 좋다. 일부 자질없는 캠프 단체들은 홈페이지에 교묘한 방법으로 연혁 및 실적을 허위로 올리고, 사진은 다른 단체의 캠프 관련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캠프 단체 중 정직원이 5명 이상 있는 단체는 대기업에 속하며,30%정도가 사장 혼자 일하며,50%정도가 직원이 한 두명이 고작이다. 여름 방학 중 국내든, 해외든 각기 다른 주제의 캠프를 다른 장소에서 3개 이상의 캠프를 동시에 운영하는 캠프 단체는 일단 한 번 의심해봐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름만 들어도 아는 큰 회사가 아니라면, 동시에 3개 이상의 캠프를 여름방학 중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곳은 10%도 안 된다. 우선 캠프 공개 설명회를 개최하는 단체의 캠프에 보내는 것이 안전하다. 캠프 설명회는 캠프 참가학생 및 부모님들을 일정한 시간과 공간을 정하여 캠프의 프로그램, 숙식 장소, 강사진, 보험 및 안전 등 캠프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설명하는 장이다. 일부 빈약한 캠프 단체는 설명회를 개최할 여력이 안 된다. 따라서 캠프 설명회의 개최 여부가 캠프 단체의 상황, 여건, 능력 및 안전 등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홈페이지를 참고할 때는 반드시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캠프 단체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연혁 및 실적 등을 확인한 후, 홈페이지 하단의 사업자 등록번호, 전화 및 주소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경우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업자등록증이나 법인 고유 번호증을 받아두거나, 번호만이라도 따로 적어 두는 것이 좋다. 가끔 참가비를 받은 후 잠적하는 캠프 단체들이 있으므로 특별히 주의가 요구된다. 법인임에도 개인 통장으로 참가비를 받는 단체는 세금 포탈을 목적으로 하거나, 책임 전가의 위험성이 있음으로 조심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10자리로 된 사업자번호 및 고유번호 중 가운데 번호 2자리가 단체의 설립 배경이나 성격을 나타내 주는 것으로서 1∼79까지는 개인사업자,81·86은 법인 사업자,82는 비영리단체나 국가기관,90은 학원이라고 볼 수 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도움말 캠프나라 김병진 팀장
  • [커리어 우먼] 제니스 리 하나로텔레콤 부사장

    [커리어 우먼] 제니스 리 하나로텔레콤 부사장

    “원칙에 입각한 리더십이 중요하다. 믿는 원칙에 대한 추진력과 끈기가 흔들리면 변화도 가져올 수 없고 내부적으로 혼란만 생긴다.”국내 통신업계 최초의 여성 재무담당책임자(CFO)로 박병무 사장과 함께 하나로텔레콤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제니스 리(45) 경영지원총괄부사장의 신념이다. 올초까지 구조조정에 이은 매각설로 술렁이던 회사를 직원들과의 솔직한 대화로 변화의 충격을 줄이면서 화합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제2의 도약을 꿈꾸는 하나로텔레콤은 치열한 경쟁을 뚫을 돌파구를 다음달 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는 TV포털사업 선점과 달라진 고객서비스에서 찾고 있다. 제니스 리 부사장은 통신도 여성을 염두에 둔 마케팅전략을 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TV 포털서비스는 교육에 대한 주부들의 높은 관심을 감안, 일반 케이블TV와 달리 교육 콘텐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신업계 최초 여성 CFO 그녀의 통신업계 경력은 일천하다. 대신 여성으로는 드물게 중장비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미국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컨설팅회사를 거쳐 대우중공업 미국본사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에서 재무담당 부사장 등을 지낼 때까지 13년간 중장비업계에서 일했다.“제조업은 섬세하며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분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잘 맞는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에서 재무 업무가 여성에게는 제격이란다.“재무책임자는 논리적·합리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여성들이 감정적일 것 같지만 오히려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결단력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외국에는 여성 CFO가 많다. 한국에 여성 CFO가 드문 것은 오너 중심의 기업문화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외국회사이기는 하나 한국에서 일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물었다.“볼보기계코리아와 하나로텔레콤 모두에서 전산시스템을 완전 개편하는 작업을 주도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볼보기계코리아에서는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창원공장에 내려가 냉면 그릇에 소주를 마셔가며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볼보 등 중장비업계서 잔뼈 굵어 하나로텔레콤의 대주주가 뉴브리지와 AIG 등 외국자본인 터라 론스타 사건으로 불거진 외국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부담스럽지 않을까.“현재의 부정적 여론은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운을 뗐다. 외국자본을 투기자본으로만 보는 시각에는 무리가 있다는 그녀는 “외국자본들이 한국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면 반드시 또다른 한국 산업에 투자할 것”이라면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원리와 투명성에 따라 합리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남매를 둔 그녀는 최근 한국사회가 친가정적 기업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에 주목한다.“여성들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으려면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최고경영진의 여성인력 개발 의지가 더 중요하다.”며 자신의 예를 들었다.2002년부터 2004년까지 한 달에 1주일씩 시카고대학원에 다닐 수 있었던 건 모두 상사의 권유 때문이었단다. 그래서인지 제니스 리 부사장의 여성인력 개발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회사 내 여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가졌다. 그녀는 “여성이라서 성장하는 데 제한이 있다는 식으로 스스로 생각의 굴레를 씌울 필요가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자기가 무엇을 원하는 지 정확하게 판단해 뚜렷한 계획을 세워야 일과 가정을 병행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 최선을 다하는 게 미래에 대한 담보” 그녀는 평생 직장은 없다고 생각한다.“지금까지 쌓아온 경력이 도움이 될 것이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담보라고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는 그녀는 “이같은 생각은 오늘의 나를 더 소신껏 일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런 소신은 이채로운 습관에서도 엿보인다. 그녀는 1년에 한번씩 자신의 이력서를 다시 쓴다. 어디에 내기 위한 게 아니다. 지난 1년에 대한 냉정한 자기평가서다.“회사 가치에 도움이 됐는지, 변화를 가져왔는지, 새 제안을 했는지 스스로 생각하며 일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회가 된다면 유통·서비스와 컨설팅 일도 해보고 싶다고 자신의 ‘욕심’을 당당하게 말한다. 글 김균미 사진 이호정기자 kmkim@seoul.co.kr ■ 제니스리 부사장은 ▲1961년 전북 군산생 ▲83년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86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대학원 석사 ▲90년 클리블랜드주립대 회계학 석사 ▲2004년 시카고대학원 MBA ▲92∼98년 대우중공업 미주본사 재무담당 컨트롤러 ▲98∼2000년 볼보건설기계코리아 프로젝트 매니저 ▲2000∼2004년 〃 재무담당 부사장 ▲2004∼2005년 하나로텔레콤 재무담당 전무 ▲2006년∼ 〃 경영지원총괄부사장
  • [CEO칼럼] 기업과 전문가 육성/서영길 티유미디어 대표이사

    [CEO칼럼] 기업과 전문가 육성/서영길 티유미디어 대표이사

    CEO로서 기분 좋은 일 중 하나는 뛰어난 인재들을 만나는 것이다. 직원들과 일을 하다 보면 모든 분야에 두루 알고 있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있는가 하면, 한 분야를 깊숙이 파고든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있다. 두 부류의 인재 모두 기업에 꼭 필요한 사람이지만 최근 들어 전문가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스페셜리스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기술, 규제, 시장 등 기업 전반의 환경이 복잡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이런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개별 분야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시할 직원들이 필요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기업에서 우대 받는 이유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필수다.10년은 한 우물을 파야 그 분야의 진수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전문 지식을 쌓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전문 지식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 학문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하나다. 석·박사의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둘째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 대한 경력을 통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학문적 업적과 관계없이 그 분야에 독보적인 인물들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전문가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학문적 이론과 현실에 두루 밝아야 한다. 한 분야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전문가로 대접받기 어렵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알아야 할 일반 지식도 습득해야 한다. 토대가 넓고 단단해야 더 높고 튼튼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업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소속 공동체가 중요시하는 가치관을 알아야 한다. 직장인들이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직무와 관련있는 전문 분야를 만들어야 한다.“무슨 일에 관해서는 김 아무개를 찾아 물어봐라.”라는 말이 회사에 돌게 되면 그 사람은 전문가가 된 것이다. 전문 분야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회계, 법률, 기술 등 일반적인 전문 분야뿐만 아니라 지역, 글쓰기, 언어, 기업규제 등 기업 활동에 필요한 분야가 모두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실제 위성DMB를 서비스하는 티유미디어에는 위성 운용, 유료 가입자 관리 시스템(CAS), 웹 프로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진정한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태도와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해당 분야에 대한 문제 해결 능력 및 판단력을 키워야 한다. 문제에 대해 분석하고 연구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이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전문가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타인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책임감과 끈기가 필요하다. 문제 해결에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해내야 비로소 그 사람을 전문가로서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직원 모두가 각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한다. 우선 전문가에게 필요한 역량과 지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교육과 근무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전문성의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근무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고도의 산업화 시대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된다. 기업뿐만 아니라 구성원 역시 자신의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조직 내에서 성장할 수 있다. 기업은 전문가 육성에 힘을 쓰고, 개인 역시 자기 계발에 나서야 기업이 강해지고 나라가 부강해질 것이다. 서영길 티유미디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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