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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뿌리’ 표절 수상자 38문학상 취소…유영석 가사도 훔쳤다

    ‘뿌리’ 표절 수상자 38문학상 취소…유영석 가사도 훔쳤다

    19일 경기 포천시는 지난해 ‘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을 탄 손모씨의 수상을 취소하고 상금과 상패를 회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손씨는 또 지난해 포천시 주관 전국 독후감 공모전에서도 우수상을 탔다. 시는 이 상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손씨는 소설가 김민정씨의 작품 ‘뿌리’ 전체를 베껴 2020 포천38문학상 공모전에 제출해 수상했다. 또 포천시 주관 2020 전국 독후감 공모전에도 과거 인터넷 블로그에 올려진 글을 베껴 제출해 우수상을 탔다. 더구나 손씨는 훔친 작품 ‘뿌리’를 여기저기 출품해 지난해 5개의 문학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 등이다. 이 같은 사실은 제보를 받은 작가 김씨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탄로났다. 김씨는 “구절이나 문단이 비슷한 표절의 수준을 넘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그대로 투고한 명백한 도용”이라며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에서는 제목을 ‘꿈’으로 바꿔 투고했고, 나머지는 제목과 내용 모두를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는 “같은 소설로 여러 개의 문학상을 수상했고, 그 소설은 본인의 작품이 아닌 나의 소설을 무단도용한 것”이라며 “도용된 소설에서 이 분이 상상력을 발휘한 것은 ‘경북일보 문학대전’과 ‘포천38문학상’에서 기존 내 문장의 ‘병원’을 ‘포천병원’으로 바꿔 칭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몇 줄 문장의 유사성만으로도 표절 의혹이 불거지는 것이 문학”이라며 “글을 쓴 작가에겐 문장 하나하나가 ‘몇 줄 문장’ 정도의 표현으로 끝낼 수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이번 일로 인해 문장도, 서사도 아닌 소설 전체를 빼앗기게 되었고, 내가 쌓아 올린 삶에서의 느낌과 사유를 모두 통째로 타인에게 빼앗겨 버렸다”고 분노를 표했다.한편 이날 손씨가 가수 유영석의 곡도 도용했던 사실도 알려졌다. 손씨는 지난해 ‘제6회 디카시 공모전’에 ‘하동 날다’라는 제목의 작품을 출품해 대상을 수상했다. 해당 작품에는 ‘꽃잎이 흩날리면 꽃잎 따라 산위에 흩날리고 싶었네 / 날지 못하는 피터팬 웬디 두 팔을 하늘 높이 / 마음엔 행복한 순간만이 가득 / 저 구름 위로 동화의 나라 닫힌 성문을 열면 / 간절한 소망의 힘 그 하나로 다 이룰 수 있어’라는 5행시가 담겨 있다. 이는 유영석이 194년 발표한 ‘화이트’의 가사 ‘날지 못하는 피터팬 웬디/ 두 팔을 하늘 높이/ 마음엔 행복한 순간만이 가득/ 저 구름 위로 동화의 나라/ 닫힌 성문을 열면/ 간절한 소망의 힘 그 하나로 다 이룰 수 있어’를 무단 발췌한 것. 네티즌들의 표절 의혹이 제기된 뒤에야 손씨의 당선은 취소됐다. 당선 취소 소식을 들은 손씨는 되레 “글은 5행 이내 시적 문장이면 될 뿐이지 본인이 창작한 글이어야 한다고 돼 있지 않다. 그래서 노래를 인용했다”고 반박하며 디카시연구소 사무국장과 주최 측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걸었다. 2월 초 통영에서 재판이 예정돼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그들의 시선] “여자가 왜 고물 일 하냐고요?” 변유미씨의 이유 있는 도전

    [그들의 시선] “여자가 왜 고물 일 하냐고요?” 변유미씨의 이유 있는 도전

    “여자가 어떻게 무거운 고철을 들어…” “젊은 여자가 왜 이렇게 힘든 일을 선택했어요?” 고물 줍는 일을 하는 변유미(36)씨에게는 호기심과 안쓰러움이 겹친 시선이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상처받아 소심해지거나 직업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들 만큼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요즘 남녀 직업 따지는 경우가 어디 있고,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냐고 답하고 웃어넘긴다”며 “제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견딜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당찬 의지와 뚜렷한 목표가 오늘의 유미씨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그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의 한 고물상에서 유미씨를 만났다. # 인생의 단맛 쓴맛 다 본 20대 유미씨는 20대에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경험했다. 일찍 사업에 눈을 뜬 그는 21살 무렵 동대문에서 의류 도매상을 운영했다. 첫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3년쯤 운영해 큰돈을 번 그는 도매사업을 접었다. 유미씨는 이때를 인생 내리막이 시작된 지점이라고 말한다. 그는 “25~26살부터 막살았다. 돈도 흥청망청 썼다”며 “27살에는 새로운 사업을 하려다 빚을 크게 졌다”고 밝혔다. 당시 그녀의 빚은 2억 7000만원이 넘었다.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유미씨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기며 1년 가까이 폐인처럼 지냈다. 그는 “정신과를 다니면서 약을 복용할 정도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저를 놓아버리려고 했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고백했다. 그때, 유미씨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 건 어머니였다. “제가 아플 때, 엄마가 저를 보고 가는 길에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얘기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나한테 나쁘게 했던 사람들은 지금 두 발 뻗고 잘 사는데, 내가 왜 이래야지? 사랑하는 엄마와 언니가 옆에 있는데, 내가 그들까지 죽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을 다잡고 시작한 일이 필라테스였다. 6개월 만에 강사 자격증을 땄고, 스포츠 센터에서 3년간 강사로 일했다. 하지만 젊은 강사를 선호하는 업종에서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았다. 이내 유미씨는 자신이 직접 운영할 센터 오픈을 계획했다. 목돈이 필요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태국 푸켓으로 날아가 여행가이드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후, 코로나19 여파로 강제 귀국하게 됐다.# 이제 진짜 끝인가 싶을 때, 고물이 보였다 절실했다. 새로운 길이 필요했다. 그때 고물 일을 하는 이모 부부가 한 말이 생각났다. “고물 일은 성실함과 부지런함만 있으면 학벌, 나이제한 없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조언이었다. 유미씨에게 고물은 동아줄 같았다. 푸켓에서 돌아온 그는 지난해 4월 고물상 옆에 방을 얻고, 인근 공장을 돌며 영업을 시작했다. 35살 여성.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고물 줍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처음에는 어디로 영업을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힘들었다. 영업을 하루도 쉬지 않았는데, 한 달쯤 됐을 때까지 단 한 군데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눈물이 났다”며 “그때 딱 한 번,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라고 막막함에 힘겨웠던 시간이 있었음을 털어놨다. 고물을 줍겠다는 변유미씨의 도전을, 가족은 응원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딸이 고물장수를 한다는 말에 며칠을 혼자 끙끙 앓았다. 말리고 설득하기를 반복하던 어머니는 동생에게 도움을 청했다. 한 달 이상 못 버틸 거라는 동생의 이야기를 듣고 그제야 어머니는 마음을 놓았다. 유미씨는 그렇게 어머니께 허락을 받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이 일을 하는 최고의 지원군이 바로 어머니다. “이모도 몇 번 저를 말리시다가 엄마한테 그랬대요. 어차피 한 달 이상은 못 버틸 거라고, 자기가 장담한다고. 그래서 엄마가 마음을 놓고, 그래 한 달 있으면 포기하겠지, 이렇게 해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지금도 엄마가 제게 가끔 ‘아직 마음 변하지 않았어?’ 이렇게 확인해요. 지금은 엄마가 아주 많이 응원해 주십니다.”# “고물 일로 성공하는 과정을 지켜봐!” 유미씨는 현재 ‘고물 줍는 안나TV’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고물 이야기는 물론 소소한 일상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역시 처음에 고민이 많았다. 가족, 친구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가 잘 나갔을 때, 공주병 걸렸을 때, 된장녀였을 때, 그녀를 알던 사람들이 “어머! 제 결국 파지 줍는 거야?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할 것 같아 두려웠다. 하지만, 유미씨는 그런 걱정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유튜브를 하는 진짜 이유는, 고물 일로 성공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예요. ‘지금은 너희들이 오해해. 대신 내가 고물 일로 성공하는 과정을 지켜봐!’ 이렇게 마음을 바꿨습니다.” 유미씨는 “고물은 나에게 보물 같은 존재”라며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것은 내 인생”이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제 목표는 고물상을 차리는 것이다. 고물 일도 좋은 직업이고,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오늘을 살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형우 기자 gophk@seoul.co.kr
  • 불혹 넘긴 열정의 발레리노 무대 아래서 ‘또다른 발레’

    불혹 넘긴 열정의 발레리노 무대 아래서 ‘또다른 발레’

    스무살, 비교적 늦은 나이에 만난 발레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에 점점 빠져들어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10여년 활약 세상 중심에 서 보고 가족·동료 갖게 돼꿈 없던 청년에게 발레는 모든 것 다 줘이제 발레마스터로 후배들과 함께 무대미국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의 “무용수는 두 번 죽는다”는 말을 가슴에 담는 무용수들에게 은퇴는 어쩌면 죽음과도 같은 무게를 갖는다. “솔직히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다”며 고민의 시간이 무려 5년이나 걸렸다고 털어놓은 ‘발레리노 이영철’의 고백은 그 자체로 무거웠다. 다만 깊고 오래된 성찰을 해 온 그는 은퇴의 또 다른 의미를 찾은 듯했다. 자신의 날개를 접는 게 아니라 더 큰 날개를 펼쳐 무대 위 후배들을 품어 주는 것이라고. 10여년간 국립발레단 간판으로 활약했던 이영철 수석무용수는 그렇게 18일부터 발레마스터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지난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은퇴를 결정하기까지 꽤 오랫동안 품었던 속내를 털어놨다. 지난해 12월 27일 은퇴 무대로 예정했던 ‘호두까기인형’ 공연이 취소돼 무대에서의 피날레를 아직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묻자 “은퇴 무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을 내려놓는 게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강수진 단장과 서서히 은퇴를 준비해야 할 시기라는 대화를 나눈 게 벌써 5년 전. “아직 몸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무대를 내려갈 때를 떠올리면 너무 가슴이 아팠다”는 그는 “후배들이 멋지게 데뷔하면 속이 타들어 가 잘 못 보겠더라”는 솔직함도 더했다. 그러다 우연히 돌린 TV 채널에서 한때 잘나가던 가수가 어느 순간부터 곡이 안 들어오고 출연 제의도 줄고 후배들이 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보기 싫어 텔레비전을 켜지 못했다고 말하는 걸 보고 누구나 겪는 일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걸 알게 됐다.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데서 온 위로는 다시 무대를 돌아보게 했고, 그 안에는 자신이 20여년 열정을 쏟은 발레가 있었다. “최정상에 올라가면 신세계가 펼쳐지겠지, 내가 찾는 길에 해답이 주어지겠지 했는데 사실 아직 백지상태인 건 마찬가지예요. 다만 지금까지 무용단에서 지내 온 찬란했던 순간들이 떠올랐어요. 그때마다 함께한 무대와 동료, 스태프들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는 진심으로 발레에 모든 것을 쏟았다. 그래서 “발레단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전부”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고등학생 때 백업 댄서로 활동하다가 춤을 더 잘 출 수 있다는 말에 스무 살에 만난 발레였다. 벼락치기로 8개월 바짝 배워 발레로 대학에 들어갔고 ‘중간은 가자’며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빈 연습실에서 발레에 매달렸다. “타이츠 신는 것부터 언더팬티까지, 낯 뜨거워서 처음엔 너무 싫었다”지만 발레 무대 위 빛나는 예술과 객석에서 보내는 뜨거운 박수는 점점 그를 빠져들게 했다. “미래에 대한 꿈도 없이 굉장히 소극적이고 말썽만 부리던 10대를 보내다가 발레를 만났는데 저에게 모든 걸 다 줬어요. 세상의 중심에도 서게 해 주고 희열도 맛보게 해주고 좋은 동료들과 가정도 갖게 해줬죠.” 그는 30대 중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가장 많은 작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마음껏 뽐낸 그 시간을 제일 빛나는 순간으로 꼽는다. 이제 발레마스터로서 그 시간들을 후배들과 나누는 걸 자신의 역할이라고 했다. ‘형, 오빠’라고 하던 후배들이 갑자기 ‘선생님’이라 부르는 게 아직 멋쩍은 그는 “여러 색깔을 함께 만들어 가는 동료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욕심이 아주 많다”며 안무가로도 새로운 무대를 꾸미고 싶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못난이 새카만 발레리노에게 하늘에서 축복을 내려 주셨다 할 만큼 많은 작품을 누렸고 팬들에게 사랑받았어요. 정말 감사드리고 제가 받은 것들을 후배들과 좋은 무대로 만들어 다시 돌려 드릴게요.”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1동네 1도서관’ 꿈 이뤄가는 영등포

    ‘1동네 1도서관’ 꿈 이뤄가는 영등포

    서울 영등포구가 지역 주민들이 도서관을 매개로 소통하고 지식을 습득하며 문화를 향유하는 생활밀착형 마을도서관을 동별로 1곳씩 조성한다고 18일 밝혔다. 구는 2019년부터 이 같은 생활밀착형 마을도서관 건립을 역점사업으로 추진, 현재까지 마을도서관 총 8곳을 조성했다. 올해는 5곳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18개 동에 마을도서관 1곳씩 조성을 목표로 추진된다. 현재까지 ▲당산1동 책나무 마을도서관 ▲양평2동 작은 마을도서관 ▲여의동 여의샛강 마을도서관 ▲당산1동 빛글·공감 마을도서관 ▲신길7동 마음서랍 마을도서관 ▲신길3동 생각나무 마을도서관 ▲신길5동 꿈터 마을도서관 ▲신길4동 드나드리 마을도서관 등을 조성했다. 올해는 ▲신길1동(밤동산 지역) ▲대림1동(조롱박사업단 옆) ▲대림2동(중앙시장 인근) ▲대림3동(원지공원 옆) ▲도림동(주민센터 4층)에 지을 예정이다. 구는 마을도서관 조성 준비 단계부터 주민들을 참여시키고 완공 후에도 주민들을 마을 사서로 채용하는 등 주민주도형 도서관을 지향한다. 마음서랍 마을도서관의 경우 주민 공모로 이름을 갖게 됐다. 또한 당산1동에 자리잡은 빛글, 공감 마을도서관은 주민들의 뜻에 따라 이른바 ‘나쁜 카페’로 불리던 카페형 일반음식점의 자발적 퇴출을 유도하고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이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새로 짓는 마을도서관들은 엄숙하고 경직된 기존 도서관의 이미지를 벗고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휴식과 여가를 즐기는 공간으로 꾸몄다”며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양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구비해 미래 지식문화를 선도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청년의 꿈을 밥으로… 서대문 ‘키움식당’ 1위

    청년의 꿈을 밥으로… 서대문 ‘키움식당’ 1위

    서울 서대문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최근 온라인으로 주최한 ‘청년키움식당 운영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장관상을 받았다고 18일 밝혔다. 서대문구는 올해 외식창업 인큐베이팅 사업 시행자로 선정돼 2019년부터 3년 연속 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구는 외식 분야 예비 창업자들이 실제 매장을 운영하며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공 창업의 길을 열 수 있도록 경의중앙선 신촌역 앞 신촌박스퀘어 내 매장 2곳을 ‘청년키움식당’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4~12월 청년과 대학생으로 구성된 13개 팀이 1~3개월 동안 순차적으로 이곳에서 매장을 열었다. 경진대회에서는 ‘사업 시행기관’과 함께 ‘운영 팀’에 대한 평가도 이뤄졌다. 전국 7개 사업장별로 추천한 2개 팀씩 모두 14개 팀이 경연에 참여했다. 평가는 팀별로 온라인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외식 전문가들로 이뤄진 심사위원단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신촌박스퀘어에서 청년키움식당을 운영한 ‘Soy I am Veggie’ 팀과 ‘베이크빈’ 팀은 계란, 우유, 버터를 쓰지 않은 빵과 콩 패티를 넣은 버거 등 채식 메뉴를 개발해 고객의 호응을 얻었다. 올해도 구는 이화여대산학협력단, 이푸드랩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운영 팀들을 위해 메뉴 개발, 식재료 조달, 조리, 판매, 위생, 마케팅, 매장 운영, 매출 관리 등에 대한 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한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올해도 신촌박스퀘어에서 청년키움식당을 운영하며 성공 창업의 가능성을 높일 청년, 대학생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김동연 “서울시장 출마 거절… 세력 교체 필요” 대권 도전하나

    김동연 “서울시장 출마 거절… 세력 교체 필요” 대권 도전하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권유를 받았으나 거절 의사를 분명히 전했다며 등판설을 일축했다.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은 차단하면서도 “고민이 더 커졌다”며 사실상 정계 데뷔가 머지않았음을 시사했다. 여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권 2강 구도를 흔들 제3의 후보로 김 전 부총리가 꾸준히 거론돼 왔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에 서울시장 출마 권유와 요청을 여러 곳, 여러 갈래로부터 받았다”며 “지난번 총선 때보다 강한 요청들이어서 그만큼 고민도 컸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일부에서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출마가 불발되면 김 전 부총리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지도부는 이를 부인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 전 부총리는 2018년 12월 퇴임 후 정계 입문설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영입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김 전 부총리는 이날 서울시장 출마설을 일축하면서도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 일을 겪으며 답답한 마음과 함께 고민이 더 깊어졌다”고 했다. 특히 ‘정치 개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목조목 풀어내며 “이제는 우리 정치에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판을 짜는 ‘경장’(更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영입 시도에 대해서도 “선거 때마다 새 인물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방증이기는 하지만, 한두 명 정도의 새 피 수혈이 아니라 세력 교체에 준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우리 정치가 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단순히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판 교체와 세력 교체를 언급한 것은 대권 도전 등 더 큰 정치적 꿈을 꾸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국립발레단 이영철 “무대 위 찬란했던 시간, 후배들과 돌려 드릴게요”

    국립발레단 이영철 “무대 위 찬란했던 시간, 후배들과 돌려 드릴게요”

    미국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의 “무용수는 두 번 죽는다”는 말을 가슴에 담는 무용수들에게 은퇴는 어쩌면 죽음과도 같은 무게를 갖는다. “솔직히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다”며 고민의 시간이 무려 5년이나 걸렸다고 털어놓은 ‘발레리노 이영철’의 고백은 그 자체로 무거웠다. 다만 깊고 오래된 성찰을 해 온 그는 은퇴의 또 다른 의미를 찾은 듯했다. 자신의 날개를 접는 게 아니라 더 큰 날개를 펼쳐 무대 위 후배들을 품어 주는 것이라고. 10여년간 국립발레단 간판으로 활약했던 이영철 수석무용수는 그렇게 18일부터 발레마스터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지난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은퇴를 결정하기까지 꽤 오랫동안 품었던 속내를 털어놨다. 지난해 12월 27일 은퇴 무대로 예정했던 ‘호두까기인형’ 공연이 취소돼 무대에서의 피날레를 아직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묻자 “은퇴 무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을 내려놓는 게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강수진 단장과 서서히 은퇴를 준비해야 할 시기라는 대화를 나눈 게 벌써 5년 전. “아직 몸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무대를 내려갈 때를 떠올리면 너무 가슴이 아팠다”는 그는 “후배들이 멋지게 데뷔하면 속이 타들어 가 잘 못 보겠더라”는 솔직함도 더했다. 그러다 우연히 돌린 TV 채널에서 한때 잘나가던 가수가 어느 순간부터 곡이 안 들어오고 출연 제의도 줄고 후배들이 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보기 싫어 텔레비전을 켜지 못했다고 말하는 걸 보고 누구나 겪는 일이고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걸 알게 됐다.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데서 온 위로는 다시 무대를 돌아보게 했고, 그 안에는 자신이 20여년 열정을 쏟은 발레가 있었다. “최정상에 올라가면 신세계가 펼쳐지겠지, 내가 찾는 길에 해답이 주어지겠지 했는데 사실 아직 백지상태인 건 마찬가지예요. 다만 지금까지 무용단에서 지내 온 찬란했던 순간들이 떠올랐어요. 그때마다 함께한 무대와 동료, 스태프들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는 진심으로 발레에 모든 것을 쏟았다. 그래서 “발레단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전부”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고등학생 때 백업 댄서로 활동하다가 춤을 더 잘 출 수 있다는 말에 스무 살에 만난 발레였다. 벼락치기로 8개월 바짝 배워 발레로 대학에 들어갔고 ‘중간은 가자’며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빈 연습실에서 발레에 매달렸다. “타이츠 신는 것부터 언더팬티까지, 낯 뜨거워서 처음엔 너무 싫었다”지만 발레 무대 위 빛나는 예술과 객석에서 보내는 뜨거운 박수는 점점 그를 빠져들게 했다. “미래에 대한 꿈도 없이 굉장히 소극적이고 말썽만 부리던 10대를 보내다가 발레를 만났는데 저에게 모든 걸 다 줬어요. 세상의 중심에도 서게 해 주고 희열도 맛보게 해주고 좋은 동료들과 가정도 갖게 해줬죠.”그는 30대 중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가장 많은 작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마음껏 뽐낸 그 시간을 제일 빛나는 순간으로 꼽는다. 이제 발레마스터로서 그 시간과 경험들을 후배들과 나누는 걸 자신의 역할이라고 했다. 교직 등 다른 길을 잠시 떠올리기도 했지만 발레단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 그에겐 훨씬 귀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형, 오빠’라고 하던 후배들이 갑자기 ‘선생님’이라 부르는 게 아직 멋쩍은 그는 “여러 색깔을 함께 만들어 가는 동료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욕심이 아주 많다”며 안무가로도 새로운 무대를 꾸미고 싶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못난이 새카만 발레리노에게 하늘에서 축복을 내려 주셨다 할 만큼 많은 작품을 누렸고 팬들에게 사랑받았어요. 정말 감사드리고 제가 받은 것들을 후배들과 좋은 무대로 만들어 다시 돌려 드릴게요.”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월드피플+] 하반신 마비 남성, 휠체어 탄 채 250m 빌딩 등반 (영상)

    [월드피플+] 하반신 마비 남성, 휠체어 탄 채 250m 빌딩 등반 (영상)

    홍콩의 한 남성이 휠체어에 탄 채 척수 질환 환자들을 위한 기금 마련 도전에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주인공인 라이 치위(37)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전 암벽 등반가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기 전 그는 아시아 암벽 등반 챔피언 자리를 4번이나 차지했고, 세계 랭킹도 8위까지 올랐을 만큼 실력있는 등반가였다. 사고 이후 그는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됐지만 낙담하지 않았다. 사고 후 그는 휠체어를 등반 장비와 결합한 뒤,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은 채 등반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5년 전 홍콩에서 유명한 라이온락 산을 495m까지 오르는데 성공했다.휠체어에 탄 채 산을 오르는데 성공한 그의 다음 도전은 높이 300m의 고층빌딩이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6일 코우룽반도에 위치한 니나타워에 올랐고, 10시간 이상 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 건물을 오르기 시작했다. 높이 300m의 니나타워 꼭대기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250m까지 오르는데 성공하면서 홍콩에서 최초로 휠체어와 함께 등반한 사람으로 기록됐다. 그가 남들이 두려워하는 도전에 나선 이유는 척수손상 환자들을 돕기 위한 기부금 마련 때문이다. 이번 도전으로 모인 기금은 약 520만 홍콩달러, 한화로 7억 4000만원에 달한다. 그는 “그저 살아가는 것 말고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지 궁금했다. 그때 휠체어를 타고도 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후 꾸준히 훈련했다”면서 “어느 순간에는 내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나는 여전히 꿈을 꿀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도전의 배경을 밝혔다.이어 “어떤 사람들은 장애인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가 항상 약하고, 도움이 필요하고, 사람들의 연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장애인이라고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장애인을 약한 사람으로 볼 필요가 없으며, 기회와 희망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실 이번 도전은 매우 두려웠다. 암벽 등반은 바위나 구멍 등을 잡을 수 있지만 건물 등반은 유리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의지할 것이라고는 밧줄뿐이었다”고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조국 딸 의사자격 획득에 30년 근무 늙은 교사 분노

    조국 딸 의사자격 획득에 30년 근무 늙은 교사 분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30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입시지도를 한 교사의 목소리를 전하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고려대 및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에 대해 비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30년 동안 근무한 고등학교 현직 진학부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교사는 “중산층과 서민 자식들인 제 제자들의 박탈감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조 전 장관의 딸이 입학한 2009년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은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논문, 인턴, 봉사활동이 합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조국 교수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뻥을 치는 걸 봤다”며 허탈한 심정을 토로했다. 중소도시와 군단위 시골학교 학생들, 내신성적과 수능으로만 대학에가는 자신의 제자들은 노인요양원과 지역 복지센터에서 토요일 오전 내내 봉사하고 딱 2시간 봉사활동 시간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어 인턴은 꿈도 꾸지 못하고, 논문은 도교육청 주관 소논문대회에 나가 상받은 것을 기록하는데 6개월 이상 동아리 부원들과 열심히 직접 쓴다고 설명했다. 내신성적 1점에 울고 수능 1점 때문에 지방국립대 간호학과에 진학 못 해 울고, 취업 잘 되는 전문대 작업치료학과에 합격했다고 펄펄 뛰고, 치기공학과 가서 일찍 취업하겠다고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30년 경력의 ‘늙은’ 교사는 “교육에 어찌 진영논리가 있겠는가”라며 “이젠 ‘팩트’까지 왜곡시키는 그 사람들이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걸 보고 참 허탈했다”고 분노했다. 교사 근무 30년 동안 의대는 딱 3명의 제자만 보내봤다면서 “지금도 집에서 밤을 이기며 청운의 꿈을 꿀 우리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교육에 있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공공의대 설립에 반발한 의료계에 쓴소리를 했던 이주혁 성형외과 전문의는 조 전 장관 딸이 의사 자격을 얻은 것을 축하하며 그의 입학부정은 당시 관행이었다고 강변했다. 이 전문의는 “조 전 장관 딸이 졸업한 한영외고의 당시 학부형들이 자신들 자녀들은 어떤 체험학습도 인턴활동도 생각도 못했는데 오로지 정경심 교수의 딸만 그렇게 했었다면, 1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끽소리도 없이 조용했을 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부 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가만히, 조용히들 있는 것이라며 당시 한영외고 입시 담당자는 자기소개서에 어떤 논문이건 인턴활동이건 다 써서 넣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의 온가족을 범죄자로 만들어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불법수사 불법 기소를 마음대로 하고 양심도 저버린 판결을 서슴없이 하는 와중에 얻은 의사 자격은 축하를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의 딸이 의사국시에 응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냈던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시험에 합격해 그의 실력이 입증됐다는 의견에 대해 “대부분의 의대가 세번 유급하면 학교를 나가야 하는 학칙을 가지고 있는데 조모씨는 두번이나 유급을 당했지만 부산대에서 학칙을 바꿔서까지 진급을 시켰다”며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조 전 장관 딸의 의사국시 합격은 우리사회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지켜져야 할 공정, 정의, 평등의 가치가 권력의 힘에 의해 훼손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이해영의 쿠이 보노] 한미동맹의 ‘정치신학’

    [이해영의 쿠이 보노] 한미동맹의 ‘정치신학’

    시작은 이러했다. “본 조약의 당사국은 모든 국민과 모든 정부와 평화적으로 생활하고자 하는 희망을 재인식하며 또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평화기구를 공고히 할 것을 희망하고 당사국 중 어느 일방이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 고립하여 있다는 환각을 어떠한 잠재적 침략자도 가지지 않도록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대하여 그들 자신을 방위하고자 하는 공통의 결의를…선언”한다. 1953년 10월 1일 워싱턴DC에서 당시 변영태 외무장관과 덜레스 미 국무장관이 조인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서문이다. 이 낡디낡은 고문서를 지금 보는 것은 웬일일까. “제3조 각 당사국은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있는 영토와 각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행정 지배하에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에 있어서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 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인정”한다. 특히 그 제6조를 읽는 일은 지금도 스릴이 넘친다. “본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다.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 당사국에 통고한 후 1년 후에 본 조약을 종지(終止)시킬 수 있다.” 이 조약의 가조인 직후 당시 대통령 이승만은 이렇게 발표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성립됨으로써 우리는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조약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번영을 누릴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이번 공동 조치는 외부 침략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함으로써 우리의 안보를 확보해 줄 것이다.” 이 조약을 ‘혜택’, ‘번영’, ‘보호’란 코드로 읽어 이것을 전파했다. 이 ‘전설’은 지금도 유효, 아니 신앙이 됐다. 한미방위조약은 ‘상호’ 조약이다. 즉 어느 일방이 다른 일방을 ‘일방적으로’ 원조한다는 말이 아니다. 과거엔 그랬다. 뭐 우리가 미국을 ‘원조’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 그냥 하는 소리겠지. 그런데 이른바 한국의 군사력이 세계 ‘6위’, 곧 미·러·중·인·일 다음이 한국이다. 이런! 핵보유국인 프랑스, 영국보다 앞에 있다 (이 순위표가 맞는지 여부는 일단 접어 두자). 그래서 오늘 다시 보니 낡은 문서에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태평양 지역’이란 개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가 언제 예컨대 태평양함대 따위를 거느린 ‘해양세력’이었던 적이 없으므로 여전히 생경하다. 하긴 우리 해군이 내세운 ‘대양함대의 꿈’이 혹 반도라는 우리의 지정학적 ‘치명성’을 일거에 뒤흔들 획기적 기획일지는 모르나 이는 좀 하세월이다. 4자 안보 대화(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줄여서 쿼드(Quad)라는 게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외교장관이 국제 안보를 주제로 정기적으로 가지는 외교장관 회담을 말한다. 소위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FOIP·Free and Open Indo-Pacific)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쿼드를 ‘쿼드 플러스(+)’로 확장해 대서양 나토처럼 아시아판 나토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미국이 2018년 이전의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전환한 것이 못내 미심쩍던 차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작계 구역에 ‘태평양’이 처음부터 포함돼 있었다는 것을 보니 더욱 불길해진다. 어차피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지휘를 받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저 악명 높은 조약의 제4조는 이렇게 돼 있지 않던가.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용(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비록 ‘상호’방위조약이지만 대한민국의 육해공군을 ‘미합중국의 영토와 그 부근’에 배치할 권리를 미합중국이 ‘허여’한 적이 없으므로 우리 군이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작전에 끌려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이다. 이를 역(逆)인계철선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미국에서 ‘레짐체인지’가 일어났다. 트럼프 레거시 중 하나가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고, 또 한미동맹이 파기될 수도 있다는 ‘암시’였다. 즉 한미동맹도 미국 이익에 맞지 않다면 언제든지 종료될 수도 있음을 트럼프는 암시했다. 동맹도 거래 대상이란 말이다. 이승만의 언약 이래 한미동맹은 우리 국제관계의 신성불가침의 ‘소도’였다. 신흥 종교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세속화’의 경로에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시대, 우리 군이 그저 ‘동맹’이라는 이유로 ‘태평양 지역’에 호출되는 것은 아닐까.
  • 큰 꿈 품은 여러분,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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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소설 통째 도용한 인물이 5개 문학상 수상” 일파만파

    “내 소설 통째 도용한 인물이 5개 문학상 수상” 일파만파

    “문장도, 서사도 아닌 소설 전체 빼앗겨”“온라인으로 ‘구글링’만 해도 전문 나와”“창작계 전반에 윤리의식 세우는 계기되길”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소설 ‘뿌리’의 작가 김민정씨가 자신의 소설 내용을 그대로 베낀 인물이 5개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고 의혹을 제기해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김씨는 “구절이나 문단이 비슷한 표절의 수준을 넘어,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그대로 투고한 명백한 ‘도용’”이라고 주장했다. 17일 김씨 페이스북 글에 따르면 그는 전날 “내 소설 ‘뿌리’의 본문 전체가 무단 도용됐으며, 소설을 도용한 분이 지난해 무려 5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것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고 폭로했다. 그는 “제 글을 도용한 분은 제 소설 ‘뿌리’로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 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 등 5개의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에서는 제목을 원 소설의 제목 ‘뿌리’에서 ‘꿈’으로 바꿔 투고했고, 나머지는 제목과 내용 모두를 도용했다”며 “도용된 소설에서 이 분이 상상력을 발휘한 것은 ‘경북일보 문학대전’과 ‘포천38문학상’에서 기존 제 문장의 ‘병원’을 ‘포천병원’으로 바꿔 칭한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몇 줄 문장의 유사성만으로도 표절 의혹이 불거지는 것이 문학”이라며 “글을 쓴 작가에겐 문장 하나하나가 ‘몇 줄 문장’ 정도의 표현으로 끝낼 수 있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문학은 작가의 사유가 글을 통해 서사를 가지며 총체적으로 녹아드는 장르”라며 “생활하며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응축되어 시작하는 것, 고민하고 사유하지 않고서는 감히 첫 문장을 뗄 수 없는 것이 문학”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저는 이번 일로 인해 문장도, 서사도 아닌 소설 전체를 빼앗기게 됐고, 제가 쌓아 올린 삶에서의 느낌과 사유를 모두 통째로 타인에게 빼앗겨 버렸다”며 “제가 도용당한 것은 활자 조각이 아닌 제 분신과도 같은 글이었기에, 저 스스로를 지키고자 이 글을 쓰게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소설을 통째로 도용한 이 일은 문학을 넘어 창작계 전반에 경종을 울릴 심각한 사안이라 생각한다”며 “‘뿌리’는 2018년 백마문화상을 수상한 작품이었고, 온라인에 본문이 게시돼 문장을 구글링만 해 봐도 전문이 나온다. 이것은 문학상에서 표절, 도용을 검토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마저 부재함을 시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마문화상은 명지대 학보사가 주관하는 문학상으로, 실제로 김씨의 글은 2018년 수상작으로 전문이 공개돼 있다. 그는 “이번 일이 단순히 제 피해회복으로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라며, 창작계 전반에서 표절과 도용에 대한 윤리의식 바로 세우기가 반드시 뒤따르기를 바란다”며 “저 또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이 일에 맞서고 제 글과 자신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중고생 48.9% “코로나19, 학업목표와 꿈 실현에 부정적 영향”

    중고생 48.9% “코로나19, 학업목표와 꿈 실현에 부정적 영향”

    경기지역 중·고생 48.9%가 “코로나19가 학업목표와 꿈을 실현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코로나19이후 청소년의 일상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코로나19가 경기도 청소년에게 미친 영향’과 관련한 이슈를 분석했다. 여성가족재단은 도내 중·고교 청소년 90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9일부터 29일까지 1대1 대면조사와 온라인 조사를 병행 실시한 결과를 분석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여학생과 남학생 비율은 5:5, 도시와 농촌 비율은 7대3이다. 조사결과, 코로나19장기화에 따른 가장 두드러진 감정은 답답함이 51.8%를 차지했으며, 짜증 23.1%, 무감정 8.6%, 두려움 6.7% 순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수업 진행에 대해서는 중학생의 스트레스 정도가 고등학생보다 더 심했으나 학업과 진로 불투명성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는 도시, 고등학생, 여학생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또 온라인 수업에 따르는 스트레스 정도는 농촌과 도시지역 간 차이가 없었지만, 자신들의 학업 및 진로의 불투명성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 정도는 도시지역에서 더 유의미하게 높았다. 조사대상 청소년의 38.5%는 코로나19 이후 배달음식, 인스턴트, 편의점 식사가 늘었고, 절반인 48.9%의 청소년은 코로나19가 학업목표와 꿈을 실현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느꼈다. 응답자의 38.5%는 배달음식, 인스턴트, 편의점을 이용한 식사가 늘었고, 15.4%의 응답자는 평소보다 줄었으며, 46.1%는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다. 가족생활 관련해서 청소년 3명 중 1명꼴인 33.1%는 부모님과의 활동이 증가하고, 30.7%는 부모님과의 대화가 증가했다. 부모와의 관계가 개선되었다는 응답은 19.6%, 변화 없다는 62.6%,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17.9%였다.여성가족재단은 학습, 진로, 활동 등 뚜렷한 목적으로 진행되던 프로그램의 무게에서 다소 벗어나 청소년의 부정적 감정과 스트레스의 해소, 정서적 안정감을 높일 수 있는 비대면 ‘정서’ 프로그램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의 양적 증가’가 ‘관계 개선’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데 주목하고 부모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온라인의 동시적 참여에 미숙한 부모, 익숙한 청소년, 집단상담사가 함께 참여하는 소규모 집단상담’을 비대면 사업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연구책임자인 양정선 연구위원은 “청소년기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자기 통제도 쉽지 않은 발달 시기인데 감염병 대유행 상황까지 겹쳤다”면서 “부모, 교사, 청소년 현장 전문가들은 성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청소년들이 매우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미모로 흔든 팬심 실력으로 흔들 날 꿈꾸는 오승인

    미모로 흔든 팬심 실력으로 흔들 날 꿈꾸는 오승인

    출전은 단 3번. 득점은 단 2점. 평균으로 따지면 4분 8초, 0.67득점에 불과한 성적이지만 우리은행 오승인은 올해 여자농구계 최고의 스타로 떴다. 각종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우리은행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도 오승인의 출전을 간절히 기다릴 정도다. 단박에 팬심을 훔친 미녀 농구선수의 등장에 여자농구 팬들은 환영 일색이다.오승인이 깜짝 스타로 뜬 것은 이번 시즌 두 번째 출장 경기였던 1월 1일 청주에서 열린 KB전에서였다. 4쿼터 4분 21초를 남기고 56-70으로 뒤져 있던 상황에서 위성우 감독은 오승인을 포함해 4명의 선수를 교체 투입했다. 더는 추격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다 중계화면에 눈을 돌린 기자의 눈에 오승인의 등장에 술렁이는 채팅창이 포착됐다. 팬들은 승부를 떠나 대동단결해 오승인의 활약을 응원했다. 매치업 상대였던 박지수의 벽에 가로막혀 득점은 실패했지만 오승인은 이 경기에서 첫 블록을 기록했다. 1월 2일자 서울신문 기사(‘미모 폭발’ 교체출전 4분 만에 팬심 훔친 오승인) 이후 오승인은 특급 스타가 됐다. 오승인은 3일 BNK전에서 첫 득점을 기록했다. 인기를 증명하듯 오승인의 첫 득점은 상당한 화제가 됐다. 이날 오승인은 6분 21초 동안 2득점 1어시스트 1블록을 기록했다. 팬들에겐 아쉽게도 이후 오승인의 출전 기록은 없다. 15일 우리은행농구단 숙소에서 만난 오승인은 “인기가 많을 정도로까지 생기진 않은 것 같다”고 겸손해하며 “기대를 너무 크게 해주시는데 아직 거기에 못 미치고 있다”는 말부터 꺼냈다. 폭발한 인기에 기사가 쏟아져 주변에서 기사 링크를 보내주지만 정작 오승인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담담하게 반응한다.오승인은 선수 출신의 농구 코치인 아버지의 권유로 농구에 입문했다. 사직초-청주여중-청주여고를 나왔다. 188㎝의 아버지, 168㎝의 어머니 유전자를 물려받아 어려서부터 키가 컸다. 183㎝의 오승인은 여자농구에서 귀한 4, 5번 자리를 오갈 수 있는 재원이다. 절친 박지현이 팀의 베스트5로 완전히 자리 잡은 것과 달리 오승인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고등학교 때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를 두 번이나 다쳐 재활에 오래 매달렸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국체전 첫 게임에서 온양여고랑 시합하는데 볼 잡으러 뛰어가다가 점프 도중에 밀려서 착지를 잘못해서 다쳤어요. 다치고 나서 유급을 했고 20살이 돼서 5월에 대회가 있었는데 인터셉트를 하다 또 다쳤어요. 어린이날에 다쳐서 어버이날에 수술하고 생일(5월 10일)에 퇴원했습니다.” 첫 번째 다쳤을 때는 쉬어간다고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다쳤을 땐 힘들었다. 오승인은 “가족들도 슬퍼했고 주변에서 먼저 걱정을 많이 해줬다”면서 “그래도 농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까진 안 들었다”고 말했다. 학교 코치 선생님의 도움으로 좋은 재활 병원을 소개받은 덕에 재활을 잘 진행할 수 있었다. 다만 프로 진출에 필수인 대회 참가에 제약이 있었다. 오승인은 “다친 것 때문에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놓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오승인은 지난해 1월 9일 열린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우리은행에 1라운드 5순위로 지명됐다. 누구도 예상 못 한 깜짝 지명이었다. 오승인은 “다른 구단은 한 번씩 얘기가 나왔는데 우리은행은 전혀 얘기가 없었다”면서 “어느 한 군데는 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우리은행에 이렇게 일찍 지명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깜짝 지명인 이유는 또 있었다. 눈에 띄게 드러나는 신체적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당시 오승인이 무릎 부상으로 근육이 짝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오승인은 “지금은 어느 정도 근육이 붙었는데 당시는 왼쪽 무릎 위에 근육이 거의 없었다”면서 “그땐 정말 맞는 옷도 없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우리은행은 훈련이 힘들기로 유명하다. 훈련량을 못 견디고 중도 이탈하는 선수도 가끔 나온다. ‘우리은행 입단이 걱정되지 않았느냐’ 묻자 오승인은 “청주여고가 훈련량이 만만치 않다”면서 “우리은행도 훈련량이 가장 많은 팀으로 알고 있어서 ‘내가 운동 복은 있구나. 계속 열심히 해야 되는구나’ 생각했다”고 웃었다. 호랑이 감독으로 유명한 위성우 감독도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오승인은 “어렸을 때부터 감독님 스타일처럼 무서운 코치님들을 만났어서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고 했다. 이쯤되면 천상 우리은행 체질이다.지난 시즌 재활에 매진한 오승인은 지난해 11월 열린 퓨처스리그에서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같은 달 25일 신한은행전에서 1군 무대에 데뷔했다. 김정은이 빠지면서 출전 기회가 조금 더 생겼고 지난 1일 KB전, 3일 BNK전에 투입됐다. “신한은행전은 아예 준비를 안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오라고 하셨어요. 리바운드를 하나 하긴 했는데 너무 정신이 없어서 기억이 안 나네요. KB전은 미리 말씀해주셔서 몸을 풀고 있었고 집중했죠. 블록도 생생해요. 타이밍이 잘 맞았고 ‘이건 무조건 블록이다’ 생각하고 찍었어요. BNK전도 미리 말씀해주셔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파울을 4개나 해서… 주변에서 다독여준 덕에 득점도 하고 어시스트도 하고 좋은 기회를 만들었어요.” 실전 경기를 뛰면서 오승인은 자신의 부족함을 느꼈다. 고등학교와 프로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오승인은 “고등학교 땐 4번 포지션에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뭘 잘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도 오승인에겐 확실한 롤모델이 있다. 바로 부상으로 빠진 김정은이다. 오승인은 “고1 때까지는 딱히 롤모델이 없었는데 고2 때 청주에서 정은 언니가 경기를 하는 걸 보게 됐고 궂은 일 하면서 선수도 챙겨주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면서 “그때부터 언니 기사도 찾아봤다. 언니가 수술도 하고 아픔도 많았는데 이겨내서 올라가는 거 보고 반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단 등번호 13번도 김정은의 등번호를 따라 달았다. 같은 팀에 있어 13번을 달 수 없는 오승인은 “해보고 싶었던 등번호이기도 하고 9번에 꽂혔다”며 지금의 등번호를 설명했다.친구들이 대학 생활을 누리고 남자친구를 사귀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오승인의 1순위는 운동이다. 아직 남자친구도 없고 코로나19로 외출도 어려운 상황은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날도 오승인은 점심을 먹고 웨이트를 한 시간 넘게 한 뒤 전주원 코치가 이끄는 오후 체력 훈련까지 소화했다. 박지현은 올스타 선정 기념으로 제작한 여농티비 콘텐츠에서 김소니아에게 ‘가냘프다’의 뜻을 수수께끼로 내면서 “승인이한테 가냘프다고 쓴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오승인은 말랐다. 오승인은 “다른 선수와 비교해도 정말 많이 먹는데 살이 안 찐다”면서 “일반인이었으면 좋은 거지만 운동선수로선 아쉬운 것 같다”고 했다. 몸을 키우기 위해 요즘은 프로틴도 하루에 네 번 챙겨 먹는다. 농구적으로는 자세 낮추는 일을 신경 쓰고 있다. 오승인은 “밖에서 보기에 불안해 보이는 것 같다”면서 “몸싸움을 하기 전에 자세를 잡아야 하는데 아직 많이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현을 보면서도 자세 낮추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는 중이다.높아진 인기에 코트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다른 선수들까지 신경이 쓰일 정도의 밀착 취재도 들어오는 상황이지만 오승인은 미모보다는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은 꿈을 숨기지 않았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잘해보고 싶어요. 농구가 싫은 적도 없었고 프로가 돼서 농구가 힘든 건 다들 가진 고충이니 괜찮아요. 갑자기 관심을 많이 받게 됐지만 부모님도 여기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겸손하라고 말씀해주세요. 마음 같아서는 다 잘하고 싶지만 결국 궂은 일부터 시작해야죠. 화려하진 않지만 그게 가장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그런 선수가 있기에 빛나는 선수가 있는 거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가 그 자리를 갈 수도 있는 거니까요.” 글·사진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서울 영등포구, 교육으로 통했다…학부모와 온라인 소통으로 교육 정책 공감의 장 열어

    서울 영등포구, 교육으로 통했다…학부모와 온라인 소통으로 교육 정책 공감의 장 열어

    서울 영등포구가 남다른 온라인 소통 행보로 탁 트인 새해를 열었다. 15일 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14일부터 ‘2021 탁트인 구민 소통’ 행사를 온라인으로 추진했다. 이날은 지역사회 학부모들을 초청해 영등포 교육 비전에 대한 열린 대화를 나눴다. 구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이번 ‘2021 탁트인 구민 소통’ 참석 인원을 정부 지침에 맞게 4인 이내로 제한해 3명으로 구성, 나머지 인원들은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구 방송국 ‘스튜디오 틔움’에서 신미나 장훈고등학교 학부모 회장, 김미선 영신고등학교 학부모 회장 등 학부모 대표 2인과 함께 자리했다. 이외에도 지역 내 초·중·고교생들을 자녀로 둔 학부모 10인이 자택에서 비대면으로 대화에 참석했다. 채 구청장과 학부모들은 먼저 새해 인사로 말문을 열고 가벼운 대화로 온라인으로 낯선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이어 올해 달라지는 영등포 교육정책·교육환경과 관련된 현안사항을 공유하고, 이와 관련된 학부모들의 궁금증에 대답하는 열띤 시간을 가졌다. 올해 변화될 영등포 교육정책으로 첨단 미래교실 조성, 창의예술교육센터 개소, 혁신교육빌딩 건립, 구립 마을도서관 조성, 대학입학정보센터 운영, 진로직업 체험지원센터 운영, 입학준비금 지원 등이 화두에 올랐다. 이 중 영등포 초·중·고 각 학교 1개 교실에 IT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교육환경을 구축해 학생들이 미래 교실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첨단 미래교실등 올해 새로 준비 중인 교육 관련 시설들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았다. 학부모들은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신길동에 미래 교육의 허브공간이 될 혁신교육빌딩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외에도 코로나 시대 온라인 학습 보완책, 교복 무상 지원, 차 없는 통학로 조성, 학생들의 학습 및 여가활동 공간 마련 등 현재 시급한 교육환경 개선책들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최신 기술을 이용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조화를 이룬 가운데 교육환경의 변화와 관련한 열띤 논의가 이뤄진 소통 현장은 구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틔움’을 통해 전 구민이 볼 수 있도록 생중계됐다. 채 구청장은 “미래 사회로의 이행에 따라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맞춰 적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 구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며 “우리 아이들의 꿈과 끼를 키워내 우수한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명품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양키스 ‘전설’ 미키 맨틀 야구카드 57억원에 팔려

    양키스 ‘전설’ 미키 맨틀 야구카드 57억원에 팔려

    미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의 전설 미키 맨틀의 카드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야구 카드가 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15일(한국시간) “미키 맨틀의 야구 카드가 역대 최고액인 520만 달러(약 57억원)에 팔렸다고 카드 거래업체인 PWCC 마켓플레이스가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종전 최고가 야구카드는 지난해 8월 393만 달러(약 43억원)에 거래된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의 루키 카드다. 이번에 신기록을 쓴 카드는 톱스(Topps)가 1952년 발행한 카드다. 카드 등급 시스템인 PSA 1∼10등급 중 9등급인 이 카드는 맨틀이 배트를 어깨에 걸치고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카드를 구매한 배우 겸 사업가 롭 고프는 “어릴 적부터 꿈의 카드였다”며 “스포츠 카드의 모나리자이자 성배”라고 말했다. 1951년부터 1968년까지 양키스에서 활약하며 통산 타율 .298에 536홈런 1509타점, 153도루를 기록한 맨틀은 최우수선수(MVP) 3회 수상, 올스타 16회 선정 등 화려한 커리어를 남겼다. 1974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으며 1995년 별세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황인구 서울시의원,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선정 ‘2020 좋은 광역의원상’ 수상

    황인구 서울시의원, 범시민사회단체연합 선정 ‘2020 좋은 광역의원상’ 수상

    황인구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강동4, 더불어민주당)이 14일 범시민사회단체연합(상임대표 이갑산)이 선정하는 ‘2020 올해의 인물’ 좋은 광역의원상을 수상했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은 통일과 교육, 인권, 문화, 여성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25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합해 활동하는 단체로 매년 국가 발전과 시민사회 성장 등에 기여한 올해의 인물을 시민단체대상, 좋은 정치인상, 좋은 광역·기초의원상 등으로 나눠 선정하고 있다. 황 의원은 제10대 전반기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과 정책위원회 부위원장, 독도수호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서울시정과 교육행정 발전을 위하여 다방면의 노력을 전개했고, 조례 제·개정과 정책 대안 마련 등에서 주목할 만한 업적을 평가받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회 남북교류협력지원 특별위원회(이하 ‘남북특위’) 위원장과 의원연구단체 남북평화교류연구회 회장을 맡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평화·통일교육 내실화 등에 있어 다양한 활동을 주도해왔으며, 지난 2019년 「서울특별시교육청 평화·통일교육 활성화 조례」와 「서울특별시교육청 남북교육교류협력 활성화에 관한 조례」 제정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위원회 위원으로서 황 의원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서울특별시교육청 도농교육교류협력에 관한 조례」와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현장실습 지원에 관한 조례」,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체육 진흥 조례」등은 생태교육 강화와 현장실습생 안전 확보, 학생 체육활동 부족 등 교육현장의 주요 현안에 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번 수상에 대해 황 의원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가 연합해 엄정한 심사와 기준을 바탕으로 주신 상인만큼 매우 큰 책임감과 의미를 느낀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의 일상을 꿈과 희망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의정활동에 전념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황 의원은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과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우수의정대상에 이어 범시민사회단체연합에서도 수상 소식을 듣게 되어 매우 기쁘고 뜻깊게 생각한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남은 의정활동을 코로나 위기 극복, 서울교육 혁신, 한반도 평화시대 개막이라는 방향으로 전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자기반성의 용기/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열린세상] 자기반성의 용기/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이른 출근길 라디오에선 나훈아의 ‘테스형’이 흘러나온다. 정작 소크라테스가 한 말도 아니건만 “너 자신을 알라”는 가사에 멈칫해 브레이크에 발이 간다. 지난 한 해 무엇을 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명색이 교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기억에 남는 강의도 없고, 연구 성과도 변변찮다. “세상이 왜 이래” 하고 따라 부르며 모든 것이 코로나 때문이라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2020년은 돌아보기조차 싫다. 연구실 책상 앞에 앉으니 모니터에 비친 실루엣이 가득하다. 문득 윤동주의 시 ‘자화상’이 떠오른다. 외딴 우물에 비친 모습처럼 꺼진 모니터에 비친 내가 밉기도 하고 가엽기도 하다. 컴퓨터를 켜고 화면이 밝아지니 이내 사라진다. 마음을 다잡고 작업 폴더를 펼쳐 놓고 보니 그 속에 추억처럼 내가 있다. 윤동주의 작품을 읽으면 늘 ‘부끄러움’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가 무슨 잘못을 그리 했기에 이토록 매 작품 부끄러워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일제강점기에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가고자 고민했지만 길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시대의 아픔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 속에 자신의 무기력함을 부끄러워했다. 그래도 그의 부끄러움은 자기반성의 용기가 있어 건강하다. 여전히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지만 암담했던 일제강점기와 비교할 수 없을진대 내게 부끄러움은 없다.불편했고 무기력했던 2020년의 모든 것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탓으로 돌려 버렸다. 수치심이 없으니 자기반성이 있을 턱이 없고, 반성이 없으니 계획도 없다. 2021년이 보름이나 지났건만 여태껏 새해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근거 없는 기대와 꿈만 가득하다. 얼마 전 북한에서는 제8차 당대회가 열렸다. 국가보다 당이 우선인 북한에서는 가장 중요한 행사다. 2016년 제7차 당대회 이후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북한은 지난 5년간 추진해 온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면서 제재, 코로나, 자연재해와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계획 수립 자체가 잘못됐다며 자신을 탓했다. 성과도 귀중하지만 쓰라린 교훈도 귀중하다며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고까지 언급했다. 그들의 표현대로 ‘있어 본 적 없는 최악 중의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 속에 북한이 자기반성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북한 연구자인 내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다. 삶이 평화롭지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2020년은 코로나 탓이 아니고 내 탓이다. 자신에 대한 자랑과 합리화만으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없다. 또 자기 비하나 부끄러움만으로는 희망으로 나아갈 수 없다. 자신을 과대평가해서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관계 속에서 잘못된 것이 있다면 해명이나 변명하려 하지 말고 타인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미래와 희망은 과거 추억의 내 안에 있다. 처음 순수했던 마음과 약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려울수록 초심을 간직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팍팍하리만큼 엄격할 필요가 있다. 초심을 잃어버림으로써 생기는 오만과 오판, 그리고 자기기만은 결국 스스로를 힘들고 불행하게 한다. 카라바조가 그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이란 작품을 보면 다윗과 잘려 나간 골리앗의 머리가 닮아 있다. 모두 카라바조 자신의 얼굴이다. 수차례 폭력과 살인까지 저지르고 도망다니던 카라바조가 스스로 목을 자른 그림을 교황에게 바쳐 사면을 받으려고 했지만 교황에게 가는 도중 죽게 된다. 자기반성도 때가 있다. 내가 내 목을 잘라 들고 반성을 해야 할 순간까지 자기 잘못됨을 인정하지 않고 반복해서는 안 된다. 힘든 시대를 살아갈수록 자기 스스로에 대한 솔직하고 냉정한 반성이 필요하다. 자기반성은 용기 없이는 할 수 없다. 계획 역시 용기와 신념 없이 실천할 수 없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에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부끄럼 없이 살아가기를 소망하며 오늘은 미루어 두었던 새해 새로운 강의 계획서를 마무리해야겠다. 그래도 책상 위에 놓인 지난 학기 지도한 학생들의 박사 학위 논문은 내게는 지난해 큰 자랑거리다.
  • [우리 동네 이거 알아?] 출판 업계 창작자들의 꿈을 위한 지렛대

    오래전부터 크고 작은 출판사들이 자리를 잡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출판사가 있는 지역이자 독립 서점 등 출판 관련 산업이 발전해 온 홍대 주변에 지난해 7월 그 명맥을 이어 가고자 새롭게 문을 연 공간이 있답니다. 첫 발걸음을 내딛는 작은 출판사와 출판 관련 스타트업, 출판 생태계의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는 창작자들의 소중한 꿈을 위한 지렛대가 돼 주고픈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플랫폼P)가 바로 그곳입니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복합역사에 있는 코스테이션 2·3층에 자리잡은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는 창작자와 독자가 만날 수 있는 문화창작공간과 창작자들을 위한 창업지원공간, 두 분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층의 북 아트페어, 팝업 전시 등 상설·특별 기획 프로그램이 운영되기도 하는 북&라운지는 독립서점에서 세심하게 큐레이션한 책을 비롯해 3층 창업지원공간에 입주한 창작자들이 출간한 책들도 만날 수 있어 책을 가교로 창작자와 독자가 만나는 플랫폼과 같은 공간입니다. 이곳의 ‘아카이빙 미디어’ 시스템은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입니다. 원하는 독립서점의 이름이 적힌 큐브 형태의 칩을 골라 장치에 삽입하면 해당 서점에 대한 정보 등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판 멘토링 강의부터 북 콘서트, 출판 세미나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준비 중이고 열정을 바탕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에서 창작자로서의 소중한 꿈을 키워 보는 건 어떨까요?
  • 목욕탕 물에 긴장 사르르… 오늘 못하면 내일하지 뭐

    목욕탕 물에 긴장 사르르… 오늘 못하면 내일하지 뭐

    젊은 시절 남편을 잃고 사기까지 당해 전 재산을 잃은 엄마는 목욕탕의 세신사(때밀이)가 됐다. 그때부터 엄마는 일곱 살 ‘나’를 목욕탕에서 키운다. 엄마는 다른 여자들의 몸을 씻겨 주며 생계를 잇고, 나는 유명한 무용가가 돼 목욕탕 생활을 벗어나겠다는 꿈을 키운다. 결국 나는 명문 여대 무용학과에 진학했지만, 재능이 부족해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무용가로 성공하기를 꿈꾸고, 나는 엄마의 유일한 희망이 나라는 것을 알기에 괴롭다. 지난해 신동엽문학상을 받은 김유담 작가의 신작 소설 ‘이완의 자세’는 여탕을 무대 삼아 솔직한 담론을 풀어낸다. 때밀이인 엄마 오혜자의 고단한 인생 서사이자, 발가벗은 유년의 기억으로부터 자신을 찾고자 하는 딸 유라의 성장 서사다. 대중목욕탕은 노동의 피로를 몸에 달고 사는 여자들이 계급장을 떼고 알몸으로 만나는 곳이다. 하지만 엄연히 서열과 위계가 존재한다. 여탕에서는 피부와 몸매 관리, 재테크, 자식 교육에 능한 여자들의 입김이 세듯 사회 계층 구조가 그대로 반영된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몸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상인 번영회 회장님은 암으로 한쪽 유방을 절제했지만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여탕을 드나든다. 무용학원 윤 원장은 엄마와 달리 연애도 하면서 인생을 즐겁게 살라고 조언한다. 단지 여탕에 국한되지 않고 주위를 돌아보면 만날 것 같은 인물들에게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실패를 보면서 목표를 이루려 발버둥치지만 쉽지 않았던 과거도 떠올리며 공감한다. 작가는 “이루지 못한 꿈을 가슴속 깊이 품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고 고백했다. 엄마가 한 말 “오늘 못하면 다음에 하면 돼, 인생은 지겹도록 기니까”(165쪽)는 치열한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다. 경직된 몸을 뜨거운 탕에서 이완하듯 좌절하지 말라고 다독여 주며, 원하던 꿈을 이루지 못해도 ‘충분한 나’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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