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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나는 중도다

    [열린세상] 나는 중도다

    3월이다. 정치의 시즌이 개봉박두다. 청운(출세?)의 꿈을 안은 채 봉사의 길을 걷겠다는 분이 차고 넘친다. 이제 꿀 같은 유혹이 우리 귀를 즐겁게 할 것이다. 그 끝은 미미하겠지만. 이들에겐 당선이 절대 선(善)이다. 이때 중도가 주메뉴로 등장한다. 중도 확장, 중도 공략, 중도 포섭. 왜? 유권자에게 “당신은 좌인가 우인가”라고 묻는 순간,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답하니까! “나는 좌도 우도 아니고 그냥 중도야.” 이 말은 단순한 회색 선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서 보수는 곧 우(右), 진보는 곧 좌(左)라는 등식이 과도하게 굳어진 현실에 대한 피로의 표현이다. 정책의 내용보다 진영의 색깔이 먼저 규정되는 정치, 사안별 판단이 아니라 편 가르기가 앞서는 정치에 대한 거리 두기다. 한국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는 점점 좌우라는 이념 대립 구도로 상치돼 왔다. 안보는 우의 상징이 되고, 복지는 좌의 전유물처럼 소비된다. 경제정책조차 이념의 잣대로 재단된다. 그 결과 복합적인 현실은 단순한 프레임 속에 갇힌다. 유권자의 다양한 판단 역시 진영 논리 속에서 왜곡된다. 이런 환경에서 “나는 중도야”라는 말은 이념적 중립이 아니라 판단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세금 문제에서는 보수적일 수 있고, 복지 정책에서는 진보적일 수 있다. 노동 문제에서는 개혁을 원하면서도 안보 문제에서는 단호함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좌우 구도는 이런 복합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권자는 스스로를 진영으로 규정하지 않고 ‘중도’라 부른다. 정치학적으로 중도는 가운데가 아니다. 중도란 고정된 이념에 충성하지 않고 민주주의, 법치, 시장, 공정이라는 기본 가치를 전제로 해 사안별로 현실적인 해법을 선택하는 태도다. 다시 말해 중도는 위치가 아니라 정책 판단의 기준이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있다. 중도는 고정된 집단이 아니다. 정책에 의해 움직이고, 정책에 의해 재구성된다. 말의 온도나 이미지 전략이 아니라 실제 정책 설계와 집행이 중도의 향방을 결정한다. 보수가 구조적으로 중도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심 지지층만으로는 집권이 어렵기 때문이다. 보수는 중도를 얻어야 한다. 반면 진보, 특히 좌파는 의제 설정 능력이 강하다. 불평등과 정의라는 담론은 중도를 직접 설득하지 않아도 사회적 중심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진보는 굳이 ‘중도 확장’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도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착시일 수 있다. 정책이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을 때 중도는 조용히 이동한다. 경제가 불안해지면 복지 담론은 재검토되고, 안보가 위협받으면 평화 담론은 흔들린다. 반대로 불평등이 심화되면 시장 중심 정책은 재평가된다. 중도는 이념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체감되는 정책 효과에 반응한다. 그래서 중도를 기술만으로 얻겠다는 발상은 오래가지 못한다. 선거철에만 공정을 말하고, 선거가 끝나면 진영 논리로 회귀하는 정치에 중도는 머물지 않는다. 유권자가 말하는 “나는 그냥 중도야”는 사실상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정책을 보겠다. 작동하는가, 설명 가능한가, 지속 가능한가, 혹시 거짓말인가.” 중도는 무색이 아니다. 명분과 개인적 유불리를 떠올린다. 중도는 결과에 따라 박수 치는 집단이 아니다. 정책에 따라 방향을 바꾸는 집단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 정치라면, 아무리 중도를 외쳐도 그 말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중도는 잡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정책으로 증명해야 할 영역이다. 정치가 이를 깨닫는 순간 좌와 우의 구도도 비로소 현실을 반영하기 시작할 것이다. 정치 선전과 선동이 극에 달해도 결국 국민은 중심으로 회귀할 것이다. 이것이 미래를 여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 [서울광장] 코스피 6000, ‘비이성적 과열’ 안 되려면

    [서울광장] 코스피 6000, ‘비이성적 과열’ 안 되려면

    1990년대 중반 미국 증시는 낙관의 열기로 끓어올랐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고 정보기술(IT)이 생산성을 영구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신경제’에 대한 믿음이 시장을 지배했다. 이익을 내지 못한 기업들까지 ‘미래’라는 이름으로 값이 매겨졌고, 나스닥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주가는 현실보다 한참 앞서 달렸다. 광풍에 가까운 증시 한가운데서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던 앨런 그린스펀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을 언급했다. 시장이 들뜬 것 아니냐는 경고였다. 잠시 숨을 고르는 듯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확신이 경고를 눌렀다. 그러나 2000년 봄, 흐름은 급격히 꺾였다. 나스닥은 정점 대비 70% 넘게 무너졌고, 혁신을 내세웠던 기업 상당수가 사라졌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0년대 들어 장기 침체를 끝내겠다는 통화 완화와 개혁 기대가 맞물리며 증시는 힘을 받았다. 아베 신조 총리 시기 엔화 약세와 금융 완화를 발판으로 자금이 몰리며 닛케이 지수는 2015년 15년 만에 2만선을 돌파했다. ‘잃어버린 20년’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기대가 시장을 한없이 밀어 올렸다. 하지만 2만선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경기 둔화와 구조적 한계가 겹치며 다시 주저앉았다. 기대에 비해 경제의 체력은 그만큼 빠르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코스피 6000 시대’를 맞은 지금, 왜 과거의 장면이 떠오를까.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기대, 기업 실적 전망 상향이 지수를 끌어올리며 새로운 고지에 오른 것은 분명한 성취다.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도 예전과 다르다. 상법 개정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됐고 산업의 폭도 넓어졌다. 외환과 금융 시스템 역시 과거 위기 때보다 안정됐다. 그래서일까. 우리도 “이번엔 다르다”는 자신감이 시장에 가득하다. 그러나 숨 고를 틈 없이 이어진 상승 속도는 환호만큼이나 불안을 남긴다. 실제로 시장 곳곳에서 경고 신호가 나타난다. 외국인이 20조원 넘게 순매도하는 사이 개인 투자자들이 그 물량을 받아내며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자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최근 사상 최대인 32조원을 넘어섰고, 한 달 새 2조 7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상승의 한 축이 빚에 기대고 있다는 의미다. 열기가 식는 순간 그 부담이 한꺼번에 가중될 수 있다. 지수는 화려하지만 상승은 일부 대형주에 쏠려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40%를 웃도는 사이 많은 종목은 제자리다. 쏠림이 깊어질수록 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린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의 대이란 공습이라는 큰 변수가 던져졌다. 어제 장이 열렸다면 어떤 흐름이 나왔을지 아찔하다. 삼일절 대체휴일 휴장을 두고 “순국선열께 감사할 일”이라는 농담이 나온 것도 그만큼 시장의 민감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실물과의 괴리 역시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일부 전략 산업이 선전하고 있지만 그 파급력이 경제 전반의 활기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꿈의 숫자를 연일 경신하고 있지만 소비와 내수의 침체는 여전하다. 이런 괴리가 지속된다면 상승의 온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제는 결국 심리가 움직이는 영역이다. 지금의 급상승도 기대가 동력원이다. 그러나 희망만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지수가 아니라 기업의 체력이 먼저다. 실적이 따라오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식는다. 정부가 증시를 국정 성과처럼 관리하려는 유혹은 이해할 수 있지만, 숫자를 밀어 올리는 것만으로는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정책은 상승을 더 밀어붙이는 수단이 아니라 과열을 식히고 충격을 줄이는 안전판이어야 한다. 코스피 6000 돌파는 분명 성취다. 그러나 성취는 동시에 시험이다. 숫자만 과신하고 도취되는 순간 위험은 잉태된다. ‘부자 몸조심’이라는 속담처럼 잘나갈수록 삼가고 살펴야 한다.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과열의 유혹을 경계할 때 코스피 6000은 한국 경제의 골디락스를 상징하는 이성적 지표로 자리잡을 것이다. 박상숙 논설위원
  • 38세 늦깎이도, 이민자도 OK… ‘퍼스트 펭귄’ 키우는 美장학금[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38세 늦깎이도, 이민자도 OK… ‘퍼스트 펭귄’ 키우는 美장학금[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나이·인종 등 따지지 않고 장학금연구 독창성·인류 기여도가 우선“새로운 분야 시도하라는 말 들어”호반 장학생, UC어바인 박사과정“조건 없이 지원해야 깊은 연구 가능” 미국 캘리포니아주 테크 코리도어(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과학·기술자들은 수많은 장학금이 미국의 인재 육성 동력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구 지원금은 나이·인종·국적 등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연구 프로젝트의 독창성과 인류 기여도가 우선시된다.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크리스 곤잘러스(38)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38세에 공부를 시작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늦은 나이이기에) 책임감도 강하고, 교수와 동료 사이의 소통을 잘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 이민 가정 출신인 크리스는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미국 통신회사에서 인터넷 설비 기사로 일했다. 6년의 근무 기간 동안 인터넷 설비와 관련된 물리학 강의를 들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웠고 2019년 대학에 진학했다.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인 크리스는 “미국 국립과학재단과 국립보건원의 장학금 제도가 잘 마련돼 있어 늦은 나이에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불안하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과정을 밟는 한해윤씨도 “한국에선 어느 정도 연구가 이뤄진 영역을 발전시키려 연구한다면, 미국에서는 연구 성과가 안 나와도 좋으니 본인의 아이디어로 연구하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씨는 “우주 분야의 주류가 아닌 소행성에 관심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선 실용적이지 않은 주제라 연구에 펀딩도 잘 들어오지 않았다”며 “이와 다르게 미국에서 연구 후원을 받을 때는 ‘소행성과 같이 아예 새로운 분야의 연구를 시도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캐나다 출신 해나 루포(22)는 학부에서 법의학을 전공한 뒤 화학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해 화학과 범죄 간의 연계성을 연구할 계획이다. 그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학문일수록 접목하면 더 큰 시너지가 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장학금·투자 제도는 연방정부, 주정부, 학교, 기업, 민간 재단 등 사회 전 분야에 촘촘하게 퍼져 있는 연구 안전망이다. 미국 역시 자금을 지원받으려는 경쟁이 치열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지원 규모가 압도적인 세계 1위인 데다 지원 시스템도 다양하다. 정순조 칼텍 항공우주공학 교수는 “칼텍은 규모가 작다는 것을 이점으로 살려 소수 정예 연구진에게 상대적으로 넉넉한 지원을 해 준다”며 “연구 분야가 희귀하고 실패 확률이 클수록 학교는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호반 장학생 9기로 UC어바인의 박사과정 5년 차가 된 김기민(33)씨는 “한국의 경우 5년 안에 논문이나 특허를 몇 개 내는지 정량적 평가가 중요하고, 그때그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연구 주제의 유행이 뚜렷하다”면서 “반면 미국에서는 각 연구자가 관심사에 맞춰 자신만의 속도로 한 연구가 장기적으로 ‘퍼스트 펭귄’이 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호반 장학제도처럼 조건 없이 학문 연구를 이어 갈 수 있게 지원해야 개인의 관심사에 따른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스탠퍼드대는 전공 무관 재학생들을 위해 이공계 학생들의 창업을 돕는 ‘스탠퍼드 기업가정신 양성 프로그램’(STVP)과 디스쿨을 운영하는데, 사무실에는 ‘당신이 실수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도전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문구를 붙여 놓았다. 티나 실리그 STVP 명예교수는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실패는 피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실패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며 “큰 실패로 이어지기 전에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작은 실험에서부터 시작해 결과를 보며 실패에 대한 데이터를 쌓는 게 핵심이다. 도전은 실패가 아닌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민간에서는 ‘와이 콤비네이터’(YC)와 같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초기 스타트업 육성 조직)가 활발하게 활동한다. 에어비앤비 등 45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배출한 미국 최대 액셀러레이터 YC는 아이디어뿐인 초기 스타트업 창업 준비자에게 초기 창업 교육, 투자자·기업 등 네트워크 연결, 시장 전략 코칭 등을 제공한다. 지난달 26일 찾은 YC에서는 창업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YC 지원 인터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출신 학생들을 위한 현지 네트워크 조직도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풀러턴 캠퍼스공중보건학 부교수인 박보영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남가주지부 회장은 “유색 인종에 대한 유리천장이 있는 미국 사회에서 한국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를 편하게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기성 학계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도록 ‘안전하게 실패하는 곳’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작고 소소하게 자기 능력을 시험하고 아이디어를 선보일 기회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일합시다… 공부합시다…사랑합시다… 인생, 젊게 삽시다” [월요인터뷰]

    “일합시다… 공부합시다…사랑합시다… 인생, 젊게 삽시다” [월요인터뷰]

    “정신이 성장 멈출 때 늙기 시작”인생을 늙게 사는 사람이 가장 불행기억력 떨어져도 사고력으로 성장새해 계획? 내년 쯤에 새 책 낼 것“AI 만능주의는 병들게 돼”AI한테 물으면 이미 철학자 아냐인문학은 AI 에 내용 주고 키우는 것AI 아닌 사람이 공간의 주인 돼야“국민들 가장 큰 걱정은 정치·종교”종교는 정신, 정치는 현실의 차원 종교가 정치 지배하려 들면 곤란다양성·창조성에 열린 사회로 가야 “오래 살아도 젊게 사는 사람이 있고, 짧게 살아도 빨리 늙는 사람이 있어요. 정신적으로 공부하는 사람, 일하는 사람은 안 늙습니다. 제일 불행한 사람은 젊게 살 수 있는 인생을 늙게 사는 사람이에요.” 3·1운동 이듬해에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두 차례의 군사쿠데타, 민주화, 계엄과 탄핵, 민주주의의 복원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근현대사를 모두 겪은 김형석(106) 연세대 명예교수는 여전히 계획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말에 신년 인터뷰를 약속했지만,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지난달 10일에야 연희동 자택에서 만난 김 교수는 “다시 걸음마를 시작했다”며 활짝 웃었다. 쇠약해진 기력을 다진다는 의미와 함께 내년에 새로 낼 책을 준비하겠다는 의지였다. ‘100세 철학자’의 요즘 화두는 인공지능(AI)의 시대, 인문학의 역할이다. 김 교수는 “AI로 모든 걸 해결하려 들면 사람도 사회도 빨리 병들 것”이라며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AI가 아닌 사람이 주인이어야 하며 인간은 머물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창조하는 존재인 만큼 AI가 뒤따라오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퇴원 이후 건강은 좀 어떠신가. “괜찮다. 건강이 좋지 않아 좀 쉬고 있었다. 사람은 평생 다시 태어나고 열매를 맺는데, 해가 바뀌는 건 다시 태어나는 때다. 거짓 없이 살고, 더불어 살려고 한다.” -AI가 가져오는 변화가 한국 사회의 화두인데. “AI를 선한 방향으로 이끌면 도움이 될 테지만, AI로 모든 걸 다 해결하려 하면 오히려 사회가 더 빨리 병들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AI에 물어보면 되는데 공부할 필요가 있냐’고 묻는다고 한다. 이러면 나만의 글을 못 쓰고, 나만의 생각을 못 갖는다. 사고력과 표현력이 없는 인간으로 자란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도 비슷할 테고, 그때도 ‘AI한테 물어보자’란 식이면 ‘나’란 존재는 이미 그 사람 안에 없게 된다. 심각한 문제다. 자연과학이나 기계공학은 하나의 물음에 하나의 답이 나온다. 하지만 사회과학은 여러 가지 답이 있어야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다 다른 것처럼 말이다. 하나뿐이라면 그 사회는 발전이 없다. AI에 사회과학 문제를 물어 한 가지 답을 도출하고 그것을 따라간다면 독재나 다름없다. 철학과 종교, 문학, 예술 등 인문과학은 하나의 물음에 대해 같은 대답이 나오면 안 된다. 창조력과 다양성이 없어진다. 들판에 다양한 꽃이 많으니 아름다운 것이 인문학이다. 철학자가 AI한테 물어보기 시작하면 이미 철학자가 아니다. 인문학이 AI를 따라가면 사람이 죽는다. 인문학은 AI의 내용을 채우고, 키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인문학을 하는 사람은 AI 위에 있어야 한다.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은 AI와 연결되어 있더라도 독립적인 존재여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도 그런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피지컬 AI가 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계만 있고 사람은 밖에 나와서 일하더라’라는 식은 안 된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AI가 아닌 사람이 공간의 주인이어야 한다. 수천 년 역사 동안 인간은 머물러 있는 존재가 아니었고 항상 창조하는 존재였다. AI가 인간을 뒤따라오도록 하자. 인문학을 다시 키우자는 것도 같은 이야기다.” -100세 시대라고 할 만큼 평균수명이 늘고 있는데. “오래 산다는 건 한계가 있다. 영원히 산다는 건 없다. 중요한 것은 길게 사는 것보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도 AI가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논란이 된 통일교와 신천지 등 종교단체의 정치 개입 시도를 어떻게 보는가. “국민이 가장 불만스럽고 실망과 걱정을 안기는 존재가 요즘은 정치인과 종교인 같다. 과거에는 종교인들이 사회를 이끌었는데 지금은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이슬람교와 유대교가 싸우는 중동은 종교 때문에 불행해진 대표적인 사례다. 유대교는 구약성경에 따라 원수를 갚으라고 한다. 이슬람교의 코란은 싸움해서라도 이기는 것이 알라신의 뜻이라고 했다. 이렇게 종교가 정치를 지배하려 들면 곤란하다. 그런데 통일교는 종교의 이름으로 돈을 벌고, 정치에 관여하려고 했다. 통일교나 신천지를 종교로 인정할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 종교와 정치는 차원이 다르다. 종교는 정신적 가치를 창조해주고 정치는 현실의 일을 해야 한다. 종교가 정치적 지도력을 갖추려고 하면 이미 종교가 아니다.” -갈수록 혐오 표현이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도 크다. “사회는 좁아지면 불행해진다. 포용하는 열린 사회로 가야 한다. 냉전을 지나면서 좌는 진보로, 우는 보수로 변했지만, 같이 살아야 한다. 열린 사회는 다양성과 창조성의 사회다. 자유와 인간애를 존중하면 더불어 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가 미국이었다. 물론 미국도 늙어서 ‘우리만 잘 살자’로 바뀌었지만….” -강연 때 ‘정신이 성장을 멈출 때 늙기 시작한다’라고 강조한다. 요즘도 새롭게 깨닫는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오래 살아도 젊게 사는 사람이 있고, 짧게 살아도 빨리 늙는 사람이 있다. 신체적인 늙음은 누구나 같다. 정신적으로 공부하는 사람, 일하는 사람은 안 늙는다. 공부도, 일도 안 하는 사람은 빨리 늙는다. 안 늙으려고 하면, 더 빨리 늙는다. 보통 50세쯤 되면 기억력이 떨어지니 늙었다고 느낀다. 내가 살아보니 기억력이 약해지는 대신 그 나이가 되면 사고력이 생기더라. 그렇게 70~80세까지 간다. 80세부터는 (정신적으로) 더 성장은 못 하지만 연장해보자고 했다. 일을 안 하게 되면 음악도 듣고 그림도 보자 생각했는데, 계속 일이 끊이지 않았다(웃음). 제일 불행한 사람은 젊게 살 수 있는 인생을 늙게 사는 사람이다. 친구 안병욱(1920~2013·철학자) 선생이 말한 늙지 않는 법이 있다. 공부하고, 여행하고, 열심히 연애한 사람이 안 늙는다고 했다. 친구인 한우근(1915~1999·사학자) 선생이 ‘(안병욱) 당신은 왜 한평생 늙었어?’라고 물으니 ‘연애를 못 해서, 80세가 넘으니 상대가 없더라’라고 답해 다 같이 웃은 일이 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기 전 ‘집이 비는데 너는 어떻게 할래?’라고 물었다. 병중 아내를 20년간 돌봤으니 재혼이라도 해서 행복하게 살라는 뜻을 은근히 비친 것이었는데, 그때는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당시 84세였으니 다 산 줄 알았다. 나이 든 사람이 고독하게 혼자 사는 것보다는 여자친구가 있고 남자친구가 있을수록 행복하다. 그게 인간이다.” -요즘 세대에겐 역사 속 인물인 윤동주 시인과 어릴 때 공부하셨더라. “중학교 3학년 때 1년을 같이 있었다. 병아리 시인이지만 큰 닭이 되어 세상을 울릴 것이라고 부러워했다. 신사참배 문제로 숭실중학교가 문을 닫게 될 때 거부하고 떠난 사람이 윤동주와 나 둘이다. 헤어지고 나서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가끔 연세대(캠퍼스 안 윤동주) 시비 앞에 서면 내가 하는 말이 있다. 내가 당신 모교의 스승이니 지금은 내가 위라고(웃음).” -새해 계획이 있으신가. “젊었을 땐 과거가 짧고 미래는 마냥 길었다. 꿈도, 희망도 많았다. 100세가 넘은 뒤로는 과거는 길고 미래는 없더라. 그래서 ‘올 1년은 뭘 해볼까’라고 힘껏 생각한다. 올해는 건너뛰지만 내년에 새 책을 내보려고 한다.” -건강을 되찾으시면 좋겠다. “요새 걸음마를 다시 시작했다. 하하하.” ■김형석 명예교수는 1920년 평북 운산에서 태어났다. 윤동주(1917~45) 시인과 평양의 미션스쿨 숭실중에서 함께 공부했다. 일본 조치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고향에서 해방을 맞았지만, 반공 성향 개신교 지식인이던 그는 1947년 월남했다. 1954년 연세대 초대 총장 백낙준의 권유로 교편을 잡았고 1985년 정년까지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상아탑에만 머물지 않고 수필과 강연으로 대중과 교감했다. ‘영원과 사랑의 대화(1961)’는 1년 만에 8만부(누계 60만부)가 팔려나갔다. 한국 출판 사상 가장 많이 팔린 박계주의 소설 ‘순애보(1939)’를 20여년 만에 넘어섰다. 2024년 ‘김형석, 백년의 지혜’로 세계 최고령 저자(103년 251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고, 지난해 ‘김형석, 백년의 유산’으로 기록을 갱신했다.
  • 싱가포르 동포 만난 李… “전 세계 동포 민원 전수조사로 불편 해소할 것”

    싱가포르 동포 만난 李… “전 세계 동포 민원 전수조사로 불편 해소할 것”

    “아세안 모든 나라 방문하고 싶어”오늘 웡 총리와 회담… 국빈 만찬내일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재명 대통령이 3박 4일간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인공지능(AI), 원전 등 미래 유망 분야에서 협력의 기회를 찾고 동남아 국가와의 유대를 다지며 외교 지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에 도착해 순방 첫 일정으로 시내 호텔에서 동포 만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전 세계 동포 사회의 민원, 건의 사항을 전수조사하라고 외교부에 지시했다”며 “역대 정부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획기적인 그리고 방대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재외공관이 재외국민들의 불편한 점 해소할 뿐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제 역할 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런저런 민원들 해결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이 609억원이라는데 다른 나라 지원 예산, 원조 예산에 비하면 정말 얼마 안 된다. 원조 예산만 해도 4조원이 넘어간다”며 “가급적이면 필요한 문제들 최대한 빨리 효율적으로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출국 전 엑스(X)에서 “이번 싱가포르와 필리핀 방문을 시작으로 앞으로 아세안의 모든 나라를 방문하고 싶다”며 “대한민국은 꿈과 희망을 이루는 조력자, 성장과 혁신의 도약대 그리고 평화와 안정의 파트너로서 언제나 아세안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2일에는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 및 친교 오찬,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대통령과 면담 및 국빈 만찬을 한다. 양국이 공동 개최하는 ‘AI커넥트 서밋’에도 참석해 양국 미래 AI 리더들과 대화를 나눈다.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 방문을 통해 통상·투자·인프라 등 분야에서 기존 협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AI·원전 등 미래 유망 분야로 협력의 외연을 넓힐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3일 필리핀 마닐라로 이동,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정상회담 및 국빈 만찬을 진행한다. 비즈니스 포럼 등 일정도 소화한다.
  • 500년 시간을 품은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

    500년 시간을 품은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바닷가 낮은 언덕 위에는 500년 시간을 견뎌온 붉은 숲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이다. 숲에는 수령 500년 안팎의 동백나무 85주가 약 8265㎡ 면적에 자리하고 있다. 차나무과에 속하는 동백나무는 본래 키가 7m까지 자라는 난대성 상록활엽수지만, 이곳의 나무들은 거센 해풍을 맞으며 자라 대부분 2m 안팎의 낮은 키로 옆으로 퍼진 형태를 보인다. 서쪽 사면은 바람이 특히 강해 몇 그루만 남아 있고, 비교적 완만한 동쪽에 70여 그루가 모여 숲의 중심을 이룬다. 자연의 조건이 나무의 형태를 빚어낸 셈이다. 3월 하순을 시작으로 약 두 달간 숲은 가장 화려한 시기를 맞는다. 짙은 녹색 잎 사이로 붉은 동백꽃이 수줍은 듯 피어오른다. 꽃은 늦겨울부터 모습을 드러내 초봄을 지나 늦봄까지 이어지며, 잎의 윤기와 대비를 이루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 동백나무 분포의 북쪽 한계선에 위치한 이 숲은 식물 분포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남해안과 섬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동백나무가 서해안 북단까지 군락을 이룬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숲 정상에 자리한 동백정에 오르면 풍경은 또 한 번 달라진다. 서해 특유의 복잡한 해안선과 갯벌,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날이 맑은 날에는 수평선이 넓게 열려 마치 동해 바다를 보는 듯한 시원함을 준다. 특히 바로 앞바다에 떠 있는 오력도의 실루엣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이곳은 지리적 특성상 서해안에서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마량리 동백나무숲에는 전설 또한 깊다. 약 500년 전, 마량의 수군첨사가 꿈에서 “바닷가의 꽃을 증식시키면 마을에 번영이 깃든다”는 계시를 받았고, 실제로 해안에서 발견한 꽃을 심어 오늘의 숲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다른 설화에서는 남편과 자식을 바다에서 잃은 노파가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보고 용왕을 달래기 위해 동백나무 씨앗을 심었다고 한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음력 정월이면 숲에 모여 풍어와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 선창제와 독경, 대잡이, 마당제, 용왕제 등으로 이어지는 제의는 어촌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의식이자 바다에 대한 경외의 표현이었다. 봄이 깊어질 무렵이면 숲 아래 마량진항 일대는 또 다른 활기로 가득 찬다. 동백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 주꾸미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갓 잡아 올린 초봄 제철 주꾸미는 이 지역 어민들의 자랑이다. 축제장에서는 주꾸미 낚시 체험과 시식 행사, 다양한 먹거리 장터가 운영되고, 서천 특산품 판매장도 함께 열려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타우린이 풍부한 주꾸미는 피로 회복과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어 봄철 보양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붉은 동백꽃을 눈에 담고, 바다 향 가득한 주꾸미를 맛보는 경험은 마량리에서만 누릴 수 있는 계절의 선물이다. 동백나무숲을 찾았다면 주변 여행지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어선이 오가는 소박한 풍경의 마량포구, 활기찬 수산시장이 형성된 홍원항, 넓은 백사장이 펼쳐진 춘장대해수욕장은 각각 다른 매력을 지닌다. 바다을 따라 드라이브하기 좋은 부사방조제와 잔잔한 수면이 인상적인 부사호도 연계 코스로 좋다. 먹거리는 단연 제철 해산물이다. 홍원항 일대 횟집과 식당가에서는 주꾸미 샤브샤브, 볶음, 숙회 등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고, 춘장대해수욕장 인근에는 해물칼국수와 조개구이를 내는 식당들이 자리한다. 숙박은 춘장대해수욕장 주변 펜션과 소규모 호텔, 마량포구 인근 민박을 이용하면 바다 풍경과 함께 여유로운 밤을 보낼 수 있다.
  • 500년 시간을 품은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 [두시기행문]

    500년 시간을 품은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 [두시기행문]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바닷가 낮은 언덕 위에는 500년 시간을 견뎌온 붉은 숲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이다. 숲에는 수령 500년 안팎의 동백나무 85주가 약 8265㎡ 면적에 자리하고 있다. 차나무과에 속하는 동백나무는 본래 키가 7m까지 자라는 난대성 상록활엽수지만, 이곳의 나무들은 거센 해풍을 맞으며 자라 대부분 2m 안팎의 낮은 키로 옆으로 퍼진 형태를 보인다. 서쪽 사면은 바람이 특히 강해 몇 그루만 남아 있고, 비교적 완만한 동쪽에 70여 그루가 모여 숲의 중심을 이룬다. 자연의 조건이 나무의 형태를 빚어낸 셈이다. 3월 하순을 시작으로 약 두 달간 숲은 가장 화려한 시기를 맞는다. 짙은 녹색 잎 사이로 붉은 동백꽃이 수줍은 듯 피어오른다. 꽃은 늦겨울부터 모습을 드러내 초봄을 지나 늦봄까지 이어지며, 잎의 윤기와 대비를 이루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 동백나무 분포의 북쪽 한계선에 위치한 이 숲은 식물 분포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남해안과 섬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동백나무가 서해안 북단까지 군락을 이룬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숲 정상에 자리한 동백정에 오르면 풍경은 또 한 번 달라진다. 서해 특유의 복잡한 해안선과 갯벌,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날이 맑은 날에는 수평선이 넓게 열려 마치 동해 바다를 보는 듯한 시원함을 준다. 특히 바로 앞바다에 떠 있는 오력도의 실루엣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이곳은 지리적 특성상 서해안에서 드물게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마량리 동백나무숲에는 전설 또한 깊다. 약 500년 전, 마량의 수군첨사가 꿈에서 “바닷가의 꽃을 증식시키면 마을에 번영이 깃든다”는 계시를 받았고, 실제로 해안에서 발견한 꽃을 심어 오늘의 숲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다른 설화에서는 남편과 자식을 바다에서 잃은 노파가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보고 용왕을 달래기 위해 동백나무 씨앗을 심었다고 한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매년 음력 정월이면 숲에 모여 풍어와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 선창제와 독경, 대잡이, 마당제, 용왕제 등으로 이어지는 제의는 어촌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의식이자 바다에 대한 경외의 표현이었다. 봄이 깊어질 무렵이면 숲 아래 마량진항 일대는 또 다른 활기로 가득 찬다. 동백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 주꾸미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갓 잡아 올린 초봄 제철 주꾸미는 이 지역 어민들의 자랑이다. 축제장에서는 주꾸미 낚시 체험과 시식 행사, 다양한 먹거리 장터가 운영되고, 서천 특산품 판매장도 함께 열려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타우린이 풍부한 주꾸미는 피로 회복과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어 봄철 보양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붉은 동백꽃을 눈에 담고, 바다 향 가득한 주꾸미를 맛보는 경험은 마량리에서만 누릴 수 있는 계절의 선물이다. 동백나무숲을 찾았다면 주변 여행지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어선이 오가는 소박한 풍경의 마량포구, 활기찬 수산시장이 형성된 홍원항, 넓은 백사장이 펼쳐진 춘장대해수욕장은 각각 다른 매력을 지닌다. 바다을 따라 드라이브하기 좋은 부사방조제와 잔잔한 수면이 인상적인 부사호도 연계 코스로 좋다. 먹거리는 단연 제철 해산물이다. 홍원항 일대 횟집과 식당가에서는 주꾸미 샤브샤브, 볶음, 숙회 등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고, 춘장대해수욕장 인근에는 해물칼국수와 조개구이를 내는 식당들이 자리한다. 숙박은 춘장대해수욕장 주변 펜션과 소규모 호텔, 마량포구 인근 민박을 이용하면 바다 풍경과 함께 여유로운 밤을 보낼 수 있다.
  • 부영그룹 외국인 유학생 102명에 장학금

    부영그룹 외국인 유학생 102명에 장학금

    부영그룹은 26일 이중근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우정교육문화재단을 통해 국내에서 공부하고 있는 32개국 외국인 유학생 102명에게 총 4억 8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우정교육문화재단은 2008년 교육장학 사업을 목표로 이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했다. 2010년부터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매년 두 차례 장학금을 지급했고, 2013년부터는 대상 국가, 수혜 학생, 장학금 액수 등을 늘렸다. 현재까지 45개국 2847명의 유학생들에게 누적 112억원 이상을 장학금으로 지원했다.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장학금 지급식에서 대표 장학생으로 선발된 아제르바이잔 출신 레일라 마심리(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는 “한국의 눈부신 발전과 성장 배경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에 오게 됐다”며 “우정교육문화재단의 장학 지원은 학문에 온전히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반이 되어 주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오늘 받는 장학금이 더 큰 책임과 사명을 일깨워 주는 격려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양국 간 문화 교류의 가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연구자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우정교육문화재단의 장학금이 고국을 떠나 한국에서 꿈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유학생 여러분의 미래를 위한 든든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 회장은 최근 유엔한국협회장을 맡으며 ‘유엔데이’(10월 24일) 공휴일 지정 등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 인천 바다 위 달리는 ‘꿈의 코스’… 새달 29일 청라하늘대교 마라톤

    인천 바다 위 달리는 ‘꿈의 코스’… 새달 29일 청라하늘대교 마라톤

    인천 바다의 풍광을 즐기며 해상 교량 위를 달리는 ‘청라하늘대교 개통 기념 마라톤대회’가 다음달 29일 열린다. 이번 대회는 서울신문이 주최·주관하고 인천시가 후원한다. 대회 코스는 인천 서구 인천로봇랜드에서 출발해 청라하늘대교를 건너 돌아오는 10㎞ 코스와 인천로봇랜드~청라하늘대교~해안도로를 왕복하는 하프 코스 등 2개로 꾸려진다. 안전 관리를 위해 대회 당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 청라하늘대교 청라→영종 방향 2개 차로와 갓길을 통제하고 1개 차로만 개방한다. 인천 중·서부경찰서, 인천해양경찰서 등의 협조를 받아 교통 통제 요원과 경찰을 배치하는 등 우회 차량 유도 및 현장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길이 4.68㎞, 폭 30m 왕복 6차로의 청라하늘대교는 영종대교(제1연륙교), 인천대교(제2연륙교)에 이어 인천 영종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세 번째 연륙교로 지난달 5일 개통했다. 주탑에 설치된 전망대는 영국 기네스북과 미국 세계기록위원회에 ‘세계 최대 높이 해상교량 전망대’로 등재됐다. 아파트 67층 높이인 해발 184.2m로 이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 메인주의 페놉스콧 내로스 교량 전망대(128m)보다 56m가량 높다. 이곳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건 처음이다. 대교 양옆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서해와 세계 최고 높이 해상교량 전망대의 위용을 보면서 달릴 수 있어 러너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 참가 예정인 임미선 인천시 공보관은 “마라톤 주자들에게 해상 교량은 ‘꿈의 코스’로 각광받는다”며 “단순한 교량을 넘어 인천의 관광자원이자 전 세계에 알릴 대표 상징물인 청라하늘대교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참여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참가 인원은 선착순 5000명이다. 전원에게 티셔츠, 양말, 스포츠 젤, 무알코올 맥주, 간식, 물, 기념 메달 등을 증정한다. 각 종목 1~5위에게는 5만~30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시상한다.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수평선 속으로(이승연 글·그림, 소동) “수평선 속 세상은 신기했어요. 바다는 선이 되고 무늬가 되고 파도는 점이 되어 반짝였어요. 수평선은 반짝이는 별이에요. 움직일 때마다 작은 빛들이 모래알처럼 반짝거려요. 수평선은 함께 추는 춤이에요. 빙그르 별빛이 흔들리며 돌고 사람들도 손을 잡고 춤을 춰요. 그제야 알았어요. 내가 정말 수평선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요.” 어느 날 세상 끝에 있는 바다에 도착한 주인공.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수평선 속 상상의 세계를 만난다. 책의 모든 그림은 리놀륨 판화(부드러운 고무 재질의 리놀륨에 조각한 판화)다. ‘바다 너머’라는 뜻을 가진 ‘울트라 마린’의 색조만 썼다. 46쪽, 1만 8000원. 나이트 트레인(문지혁 지음, 현대문학) “여행만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여행만이 가치 있다. 여행만이 존재한다. 다른 것은 없다.(…)인생에 여행 아닌 것이 존재할 수 있나?” 허구적 서사인 소설과 사실적 서사인 여행기 사이 그 어디쯤에 놓인 장편. 세 겹 시간의 층위가 소설 안에 담겨 있는 액자 구조다. 9286일 만에 마침표를 찍은 여정의 종착점은 어떤 모습일까. 무작정 여행을 부추겼던 파스칼 메르시어의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 전설적인 여행 멜로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아련한 추억이 겹칠 수도 있겠다. 212쪽, 1만 5000원. 1939년 명성아파트(무경 지음, 래빗홀) “그게 우리 명성아파트의 몇 안 되는 좋은 점이야. 문이 두꺼워서 안에서 뭘 해도 바깥에는 소리가 잘 새어 나가지 않거든? 안에서 누가 칼에 찔려 비명을 질러도 밖에서는 못 들을걸?” 흉악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악당이 되어야 했던 인물들의 내밀한 꿈과 열망을 파고드는 장편 추리 소설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너무도 다른 삶을 사는 입주민들. 어느새 서늘한 불신이 자리 잡지만, 결국 죽음의 실상을 밝히는 건 공권력이 아닌 평범한 이들의 끈질긴 분투다. 1939년 일제강점기의 경성을 주 무대로 삼은 배경 설정이 독특하다. 352쪽, 1만 7500원.
  • 꿈의 59타!…LPGA서 딱 한 번, KLPGA도 나올까[권훈의 골프 확대경]

    꿈의 59타!…LPGA서 딱 한 번, KLPGA도 나올까[권훈의 골프 확대경]

    北 김정일 ‘38언더파 34타’는 황당18홀 ‘54타 프로젝트’도 실현 안 돼최소타 기록은 PGA 짐 퓨릭 58타LPGA 소렌스탐 60타 미만 대기록이소미, 올해 혼다 2라운드서 61타KLPGA는 이정은·전예성의 60타 지난 2011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당시 외신들은 북한 매체를 인용해 그가 1994년 평양 골프장에서 ‘38언더파 34타’를 쳤다는 황당한 선전을 소개했다. 11개 홀에서 홀인원을 했고, 18개 홀에서 가장 나쁜 스코어가 버디였다는 것이다. 2004년 이곳 평양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특설 대회 평양 오픈에서 송보배는 이틀 합계 7언더파로 우승했다. 첫날 5언더파 67타, 둘째날 2언더파 70타를 쳤다. 송보배는 “페어웨이가 좁고 전략적인 공략이 필요한 까다로운 코스”라고 말했다. 송보배의 스코어와 증언을 고려하면 김정일 위원장의 38언더파 34타는 터무니없는 스코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꿈의 골프 스코어는 몇 타일까? 스웨덴 국가대표팀 코치 출신 피아 닐슨은 ‘비전54 프로젝트’를 창설했다. 그는 완벽한 골프는 18홀 모두 버디를 잡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18홀 모두 버디를 잡아내 54타를 치는 게 골프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18홀 가운데 어려운 홀도 있고, 쉬운 홀도 있는데 아무리 어려워도 버디는 나온다. 그러니 모든 홀 버디는 이론상 가능하다. 물론 아직 18홀 모두 버디를 잡아내 54타를 친 사례는 프로 골프 대회에서는 아직 없다. 그렇다고 해서 ‘비전54 프로젝트’의 목표인 18홀 54타가 마냥 실현될 수 없는 꿈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닐슨의 영향 아래 여자 골프 세계 최고 선수가 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18홀 59타를 친 적이 있다. 소렌스탐은 2002년 미국애리조나주 피닉스 문밸리골프장(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스탠더드레지스터핑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13개의 버디를 잡아내 13언더파 59타를 쳤다. 여자 골프 사상 처음으로 기록한 60타 미만 타수였다. 소렌스탐이 59타를 친 이후 작년까지 23년 동안 두 번째 59타는 나오지 않았다. 소렌스탐이 59타를 치기 전에 이미 3명이 59타를 쳤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이후에도 12차례나 60타 미만 스코어가 나온 것과 비교하면 의아할 정도다. 심지어 PGA투어에서는 짐 퓨릭이 58타도 쳤다. 여자 골프 대회가 열리는 코스 전장이 길어지고 난도가 높아지면서 60타 미만 타수가 나오기 힘들어졌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그러나 최근 들어 여자 선수들의 장타력이 눈부시게 증대하고 전반적인 경기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두번째 59타에 대한 기대감도 올라오는 중이다.아닌게 아니라 지난 2024년 린네아 스트롬(스웨덴)과 루시 리(미국)이 60타를 적어내는 등 최근 59타에 거의 근접한 타수를 치는 사례가 잦아졌다.18홀 60타도 LPGA투어에서 7번 밖에 없었던 대기록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LPGA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 2라운드에서 이소미는 11언더파 61타를 쳐 눈길을 끌었는데, 11번 홀까지 9타를 줄였기에 현장에서는 59타 가능성에 술렁였다고 한다. 나머지 7개 홀에서 2타 밖에 줄이지 못해 대기록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이소미는 개인 18홀 최소타, 이른바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를 써내고 활짝 웃었다. 작년에도 이 대회 4라운드에서 이와이 아키에(일본)가 11언더파 61타를 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도 59타가 나올 수 있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은 있다. 한국에서도 60타는 두 번이나 나왔기에 59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KLPGA투어 첫 번째 60타는 2017년 이정은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써냈다. 이글 1개에 버디 10개를 잡아내고 보기는 하나도 없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경기였다. 두 번째 60타는 전예성이 2024년 KLPGA 챔피언 4라운드에서 때려냈다. 전예성은 보기 없이 버디만 12개를 쓸어담았다. 공교롭게도 두 기록 모두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나왔다.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은 KLPGA투어 대회 단골 개최 코스다. 선수들에게는 낯이 익어 편한 곳이다. 올해 KLPGA투어 역시 낯익은 단골 코스에서 많은 대회를 치른다. 머지않아 KLPGA에서도 ‘59타의 여인’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 “새 별 달겠다” vs “우승 땐 염색”…2026 그라운드 화끈한 출사표

    “새 별 달겠다” vs “우승 땐 염색”…2026 그라운드 화끈한 출사표

    정정용의 현대, 11번째 우승 도전대전 황선홍 “K리그의 중심” 각오울산 김현석 ‘명가 재건’ 의기양양수원 이정효 “팬 기대 뛰어넘을 것” 전설의 황새는 거함의 진격을 막아설 수 있을까. 겨울 담금질을 끝낸 프로축구 K리그가 28일 2026시즌 대장정에 오른다. 올해는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이룬 전북 현대가 통산 11회 우승에 도전하는 가운데,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전하나시티즌과 ‘명가 재건’ 특명을 받은 김현석 감독의 울산 HD 등 각 구단이 저마다의 꿈을 품고 푸른 그라운드에 오른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K리그1 2026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는 올 시즌부터 전북의 지휘봉을 잡은 정정용 감독과 지난 시즌 준우승했던 황 감독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지난해 정규리그와 코리아컵을 모두 제패한 전북은 거스 포옛 감독이 떠나자 후임으로 김천 상무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정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이어 겨울 이적 시장에선 검증된 스트라이커 모따를 영입해 공격력을 강화했고, 김승섭을 비롯해 이른바 ‘정정용 사단’ 선수들도 데려왔다. ‘새로운 별’을 이번 시즌 출사표로 내건 정 감독은 동석한 주장 김태환의유니폼에 그려진 ‘별’을 가리키며 “여기 보시면 큰 별 하나가 있다. 올해는 그 옆에 (작은) 별 하나를 더 새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어 바로 옆자리에 앉은 황 감독을 의식하며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선 우승 경쟁을 하는 팀은 꼭 잡아야 한다. 그렇게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1부리그 12개 구단의 감독 중 상당수는 유력 우승 후보로 전북이 아닌 대전을 꼽았다. 정경호 강원FC 감독은 “K리그도 투자가 많아져야 하고, 인프라를 완성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대전이 큰 투자를 하고 있다. 황 감독이 부담스럽겠지만 더 적극적인 투자로 아시아에서 K리그의 경쟁력이 더 좋아졌으면 한다. 황 감독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황 감독의 동갑내기 절친인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 역시 “우승 후보는 그래도 대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황 감독이 부담스럽겠지만, 그 자리가 부담을 가져야 하는 자리”라며 웃었다. 황 감독은 경쟁 감독들의 격려에 “모든 팀의 표적이 된다는 건 좋은 일만은 아니지만, 감독님들이 친분으로 응원해주시니 그럼 대전이 우승하겠다”고 화답했다. 녹색 넥타이를 매고 나온 황 감독은 “이 녹색이 우리 팀을 상징하는 색깔인데, 우승하면 제가 녹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겠다”며 우승 공약도 내걸었다. 지난해 전임 신태용 감독과 관계가 좋지 않았던 울산 HD의 베테랑 수비수 정승현은 구단 레전드 출신인 김 감독과는 한층 밝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정승현의 손을 잡고 행사장에 등장한 김 감독은 시즌 목표 달성 공약 질문에 마이크를 정승현에게 넘겼고, 정승현은 “우승을 목표로 하겠다. 달성하면 제 유니폼 1000벌을 감독님이 팬 여러분께 사주실 거다”라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에 김 감독도 유쾌하게 웃으며 박수로 수락했다. 올 시즌 K리그2 수원 삼성에서 다시 한번 승격에 도전하는 이정효 감독은 “K리그2에서 경쟁해야 할 16개 팀 모두가 라이벌이지만, 굳이 라이벌을 꼽자면 팬들의 기대감”이라면서 “팬들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경기 내용과 결과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 [사설] 빨라도 너무 빠른 코스피 상승… 변동성 대비도 서둘러야

    [사설] 빨라도 너무 빠른 코스피 상승… 변동성 대비도 서둘러야

    코스피가 ‘꿈의 지수’ 5000을 넘어선 지 불과 한 달 만에 6000 고지를 밟았다. 장중 한때 6100선도 돌파했다. 큰 조정 한번 없이 치고 올라오는 흐름이어서 더 무섭다. 올해 상승률은 40%를 웃돌며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1위다. 시가총액도 5000조원을 넘어섰다. 외형만 놓고 보면 한국 증시는 확실히 ‘레벨업’됐다. 상승의 배경에 기업 이익 개선이 자리하고 있어 더욱 긍정적이다. 올들어 상장사 순이익 전망치는 두 달 새 330조원에서 457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AI 투자 확대 기대와 기관의 순매수가 상승을 떠받쳤다. 그러나 환호가 커질수록 시장 내부의 경고음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단기 급등 속에 하락에 베팅하는 자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공매도의 선행지표인 대차거래 잔고는 두 달 새 42조원이나 늘어 사상 처음 150조원을 넘어섰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도 22조원을 웃돌며 증가세다. 통상 상승장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질 때는 이런 지표들이 완만해지는 흐름을 보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변동성도 심상치 않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6거래일째 오름세를 이어 가며 코로나19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수는 고점을 경신하고 있지만, 대차 잔액과 공매도 물량이 누적된 상황에서 흐름이 꺾일 경우 매도 압력은 빠르게 증폭될 수 있다. 가파른 상승 뒤에는 장세가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12조원 넘게 순매도하며 반도체 대형주에서 차익 실현에 나선 점 역시 수급 측면의 변수다. 개인이 이를 받아내고 있지만, 외국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이탈할 경우 변동성은 한층 확대될 수 있다. 과열 신호가 쌓이는 만큼 금융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신용거래 잔액이 사상 처음 30조원을 넘어선 만큼 ‘빚투’ 확산 속도를 점검해야 한다. 공매도 쏠림 여부와 신용거래 한도, 증거금 관리도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상승세를 억누르자는 것이 아니라, 조정 시 충격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갖추자는 취지다. 코스피 6000은 분명 상징적인 고지다. 그러나 주가는 앞서가고 있는 반면 실물 경기에는 아직 온기가 충분히 확산됐다고 보기 어렵다. 실적과 산업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고점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환호도 필요하지만 상승을 지탱할 조건이 갖춰져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불장’이 실물로 연결될 때에만 한국 경제의 ‘골디락스’가 분명해질 것이다.
  • “이공계 전략적 지원”… 호반장학재단, AI·신소재 인재 키운다

    “이공계 전략적 지원”… 호반장학재단, AI·신소재 인재 키운다

    이노베이션·브릿지 장학금 신설학기당 200만~300만원씩 지원올해 총 500명에 10억 수여 계획김상열 이사장 “국가 경쟁력 기여” 호반그룹의 호반장학재단이 인공지능(AI)·신소재 등 미래전략산업을 이끌 이공계 인재 육성에 나섰다. 장학사업 체계를 전면 개편해 이공계 중심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지역 우수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해 국가 균형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호반장학재단은 25일 서울 서초구 호반그룹 사옥에서 ‘2026 호반장학금 전달식’을 열고 새로운 인재 육성 전략을 공개했다. 행사에는 김상열(서울신문 회장) 호반장학재단 이사장, 우현희 호반문화재단 이사장,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 이정호 호반호텔앤리조트 부회장, 송종민 대한전선 부회장, 조억헌 서울신문 부회장, 박철희 호반건설 총괄사장,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 김윤혜 호반프라퍼티 경영총괄사장, 김민성 호반그룹 부사장, 김민형 호반그룹 커뮤니케이션실 상무, 김성수 서울신문 사장 등이 참석했다. 또 호반그룹 임직원과 장학생 등 10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재단은 이공계 분야 인재를 지원하는 ‘호반 이노베이션 장학금’과 지역 우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호반 브릿지 장학금’을 신설했다. 올해 대학생 15명을 선발한 호반 이노베이션 장학금은 AI, 신기술, 신소재 등 이공계열 우수 인재들의 학습과 연구를 중점 지원한다. 1인당 매 학기 300만원씩 3년간 총 1800만원을 준다. 10명을 선발한 ‘호반 브릿지 장학금’은 지역 특성화고교 우수 학생들의 심화 학습과 취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 실무 능력 향상 및 사회 진출을 돕는다. 1인당 학기당 200만원씩 2년간 총 800만원을 지원한다. 재단은 이번에 선발된 25명을 포함해 올해 총 500여명에게 약 10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멘토링, 컨설팅, 기술 교육 등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해 장학생들이 취업과 커리어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호반 이노베이션 장학생으로 선발된 임재건(성균관대 화학공학과)씨는 “어렸을 때 공사 현장에서 일하시는 아버지가 매연 등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환경 문제에 눈을 떴다”며 “재단의 장학금 덕분에 학업과 연구에 몰입할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연료 전지 기술 연구에 집중하며 전문성을 갖춘 연구자로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호반 브릿지 장학금을 받게 된 김단하(한국조리과학고) 학생은 “자격증 시험에서 연거푸 떨어지던 순간들이 저를 성장시키고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였다”며 “실패는 끝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라는 것을 배웠고, 이 장학금을 더 크게 성장하라는 책임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호반장학재단은 더 많은 인재에게 더 넓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며 단순 장학금 지원을 넘어 이공계 중심의 전략적 육성을 통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미래를 이끌 인재들이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재단이 바라는 인재는 유능한 전문가를 넘어 책임감과 나눔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며 “오늘 받은 응원을 마음 깊이 새기고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는 따뜻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호반장학재단은 1999년 김 이사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됐으며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과 학술연구 지원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지난 27년간 양성한 장학생은 1만여명, 장학금 규모는 184억원이다. 한편, 호반그룹은 다음달 ‘K-과학인재 아카데미’의 출범을 알리는 비전선포식을 열고, 장기적안 과학 인재 육성 플랫폼을 구축하고 산업과 사회를 잇는 연구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 “코스피 6000 상승 여력 충분… 중복상장은 원칙적 금지 검토”

    “코스피 6000 상승 여력 충분… 중복상장은 원칙적 금지 검토”

    LS 에식스 중복상장 논란 계기로‘시장 선진화’ 새로운 기준 마련 중불공정 온상 좀비기업 퇴출 강화12시간 거래는 올해 6월 말 목표 코스피 지수가 ‘꿈의 지수’ 60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지수 상승의 열기 이면에는 자본시장 신뢰를 흔드는 구조적 과제가 남아 있다. 최근 LS그룹의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을 둘러싼 ‘중복상장’ 논란이 대표적이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해 기존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구조를 둘러싸고 시장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은보 한국거래소(KRX) 이사장은 “이번 사례를 계기로 중복상장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지난 19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진 자본시장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인수합병(M&A)이나 신설법인을 통한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좀비기업 퇴출 강화와 함께 중복상장 문제를 시장 신뢰 회복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스피가 6000을 향해 가고 있는데, 시장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해달라.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노력, 그리고 정부의 상법 개정 노력이 시장의 신뢰를 얻은 결과라고 본다. 앞으로 6000을 넘어서는 동력은 우리 주력 산업인 반도체, 조선, 바이오 등의 실질적인 국제 경쟁력 회복에서 나올 것이다. 인공지능(AI) 산업에서 거품론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한국은 ‘피지컬 AI’, 즉 제조와 접목된 AI 분야에서 강점이 있어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 -LS그룹의 에식스솔루션즈 중복상장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과거 물적분할 후 재상장 문제는 제도를 정비해 거의 사라졌지만, 이번 건은 M&A나 신설 법인을 통한 상장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이슈다. 명확한 기준이 없었으나, 이번 사례를 계기로 기준을 마련 중이다. 선진 자본시장을 지향하기 위해 M&A나 신설 법인의 경우에도 모회사와 자회사가 중복 상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본도 중복 상장 비율을 3~4%대로 낮췄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부실기업, 좀비기업에 대한 정리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 “한국은 경제 규모(GDP) 대비 상장사 수가 미국보다 훨씬 많다. 이는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요인이다. 좀비기업은 불공정 거래의 온상이 되므로 신속히 퇴출시켜야 한다. 지난해부터 퇴출 요건(시가총액, 매출액 등)을 대폭 강화했다. 2028년까지 약 230개사가 추가로 정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거래시간 연장 방안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글로벌 거래소들은 이미 24시간 거래 체제를 준비하고 있고, 국내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도 12시간 거래를 시작했다. 우리도 우선 올해 6월 말을 목표로 12시간 거래 체제를 도입하고자 협의 중이다. 다만 증권사 직원들의 노무 부담 우려가 있어 연장된 시간에는 지점 주문을 받지 않고 모바일(MTS)이나 홈트레이딩(HTS) 등 온라인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SK이노 E&S, 호주서 직접 생산한 LNG 국내 첫 도입

    SK이노베이션 E&S가 호주 가스전에서 생산한 액화천연가스(LNG)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장기 LNG 공급망 확보에 나섰다. 국내 민간 기업이 해외 가스전 탐사부터 개발, 생산, 도입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해 LNG를 들여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 E&S는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된 LNG가 지난 23일 충남 보령 LNG 터미널에 처음 입항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에 도입된 LNG는 호주 북서부 해상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다윈 LNG 터미널에서 액화해 국내로 운송했다. SK이노베이션 E&S는 이번 도입을 시작으로 향후 20년 동안 연간 약 130만t, 총 2600만t 규모의 LNG를 국내에 공급한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LNG 도입량의 약 3%에 해당한다. SK이노베이션 E&S는 2012년 바로사 가스전 지분 투자 이후 약 14년 동안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해외 가스전 지분을 직접 확보해 생산한 LNG를 장기적으로 도입하면서 에너지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업체는 보고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신규 터미널을 건설하는 대신 기존 다윈 LNG 터미널을 개조해 재활용하는 ‘브라운필드’ 개발 방식을 택해 초기 투자비를 줄였다. 또 미국이나 중동보다 가까운 호주를 거점으로 삼아 물류비용을 낮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LNG 도입은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에 투자하며 시작한 무자원 산유국의 꿈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SK는 1984년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석유를 발견하고 민간기업 최초로 1987년 상업 생산에 성공했다. 이후 LNG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현재 전 세계 11개국에서 연간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가스, 약 600만t의 LNG 자산을 확보했다. 이종수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은 “자원개발 노력을 지속해 국가 경제 발전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강남의 12년 정성… 대학 입시 3관왕

    강남의 12년 정성… 대학 입시 3관왕

    서울 강남구와 지역 아동보호시설이 힘을 합쳐 키운 청소년이 서울 주요 대학 3곳에 동시 합격했다. 강남구는 23일 지역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해 온 A군(18)이 2026학년도 대학입학 정시모집에서 중앙대와 경희대, 건국대에 모두 합격했다고 밝혔다. A군은 2013년 부모 이혼 이후 시설에 입소했다. 당시 나이는 6세였다. 처음 시설에 들어갔을 때 A군은 적응을 잘 못했다. 구 관계자는 “중학교 3학년 때까지도 또래 구성원들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정서적 안정과 생활 적응이 우선 과제였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 치료와 마음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점차 시설과 학교생활에 적응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A군이 학업 목표를 정한 뒤 구는 학습 중심 지원으로 전환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5등급에서 맴돌았던 A군은 2학년부터 상위권 대학으로 목표를 정했다. 시설은 외부 후원을 연계해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 학원비를 지원했다. 특히 수능을 1년 앞두고 학습 몰입을 위해 ‘자립준비실(1인실)’을 제공하는 등 환경 지원을 강화했다. 그리고 2026학년도 대입에서 A군은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구는 A군의 대학 진학 이후에도 홀로서기를 위한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보호 대상 아동의 성장은 지역이 함께해야 한다”며 “시설, 학교, 후원자 등과 함께 정서 안정부터 학업, 자립까지 체계적인 지원으로 아이들이 환경에 제약받지 않고 꿈을 키우도록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 도쿄 하늘 걷기, 스카이트리에서 내려다본 세상

    도쿄 하늘 걷기, 스카이트리에서 내려다본 세상

    도시에는 그 도시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있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파리의 ‘에펠탑’처럼 각 도시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건축물은 사람들에게 곧 그 도시의 이미지로 각인된다. 한때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상징하는 건축물은 63빌딩이었다. 지금은 비록 롯데월드타워에 그 자리를 내주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초고층 시대의 출발점이자 한강 스카이라인의 상징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건축물로 남아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수도 도쿄에도 한때 도쿄타워가 시그니처 건축물이었으나, 지금은 ‘도쿄스카이트리’가 그 위용을 대신하고 있다. 1958년 완공된 도쿄타워는 오랜 기간 일본 방송 인프라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지만, 2000년대 들어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면서 전파 송수신에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대 디지털 방송 전환을 준비하며 한정된 방송 인프라를 위해 600m가 넘는 초고층 송신탑이 필요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도쿄스카이트리였다. ●도쿄 스카이트리 높이가 가진 의미 도쿄 스미다구 오시아게에 위치한 도쿄스카이트리는 2011년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립식 방송탑이다. 높이는 634m로, 북미에서 가장 높은 타워인 캐나다의 ‘CN 타워’(553m)와 중국의 ‘광저우 타워’(604m)보다 높다. 이 634m에는 역사적 의미가 숨겨져 있다. 일본어 숫자 발음으로 ‘6(む, 무)’, ‘3(さ, 사)’, ‘4(し, 시)’를 조합하면 ‘무사시’가 되는데, 이는 과거 도쿄 일대를 부르던 옛 이름 무사시국(武蔵国)을 연상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전해진다. 처음에는 610m로 설계했지만 세계 최고 높이를 달성하면서 역사적 의미까지 담기 위해 최종적으로 634m로 설계를 변경했다. 일각에서는 17세기 일본 최고의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공식적으로 두 사안은 관련이 없다. ●도쿄스카이트리 이름이 가진 의미 한편 이름 ‘스카이트리’는 대국민 참여 공모를 통해 선정되었다. 2008년 공모전에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제출되었고 ‘도쿄 에도 타워’, ‘유메미 야구라(아름답고 즐거운 꿈)’, ‘라이징 타워’, ‘미라이 트리(미래 나무)’, ‘라이징 이스트 타워’, ‘도쿄스카이트리’ 등 6개의 후보로 압축되었다. 이후 투표를 통해 ‘하늘로 뻗은 거대한 나무’ 아래 화합을 바라는 염원을 담은 ‘도쿄스카이트리’가 최종 선정됐다. 도쿄스카이트리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도쿄 동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복합 단지인 도쿄 스카이트리 타운에는 전망대, 쇼핑몰, 수족관 등이 들어서 연간 약 3000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도쿄스카이트리가 들어서기 전 이곳은 폐쇄된 화물역이 있던 지역으로, 강 건너 아사쿠사와 달리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나 스카이트리 건설 이후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들어서며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로 변모했다. ●도쿄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도시에서 하늘에 가장 가까운 곳에 올라 전체를 내려다보는 경험은 단순한 우월감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일종의 작은 일탈과 같다. 지상 350m에 위치한 전망대 ‘덴보 데크’에서 내려다보는 도쿄는 거대한 그리드처럼 보인다. 이어 지상 450m의 ‘덴보 회랑’으로 이동하면 유리 튜브 형태의 나선형 통로를 따라 걸으며 마치 구름 위를 산책하는 듯한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도쿄의 야경은 신비로움을 넘어 초현실적인 느낌까지 준다. 이처럼 도쿄스카이트리는 이름 그대로 하늘로 향하는 거대한 나무가 되어 사람들에게 과거와 미래,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영원한 랜드마크로서 존재하고 있다.
  • 도쿄 하늘 걷기, 스카이트리에서 내려다본 세상 [한ZOOM]

    도쿄 하늘 걷기, 스카이트리에서 내려다본 세상 [한ZOOM]

    도시에는 그 도시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있다.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파리의 ‘에펠탑’처럼 각 도시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건축물은 사람들에게 곧 그 도시의 이미지로 각인된다. 한때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상징하는 건축물은 63빌딩이었다. 지금은 비록 롯데월드타워에 그 자리를 내주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초고층 시대의 출발점이자 한강 스카이라인의 상징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건축물로 남아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수도 도쿄에도 한때 도쿄타워가 시그니처 건축물이었으나, 지금은 ‘도쿄스카이트리’가 그 위용을 대신하고 있다. 1958년 완공된 도쿄타워는 오랜 기간 일본 방송 인프라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지만, 2000년대 들어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면서 전파 송수신에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대 디지털 방송 전환을 준비하며 한정된 방송 인프라를 위해 600m가 넘는 초고층 송신탑이 필요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도쿄스카이트리였다. ●도쿄 스카이트리 높이가 가진 의미 도쿄 스미다구 오시아게에 위치한 도쿄스카이트리는 2011년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립식 방송탑이다. 높이는 634m로, 북미에서 가장 높은 타워인 캐나다의 ‘CN 타워’(553m)와 중국의 ‘광저우 타워’(604m)보다 높다. 이 634m에는 역사적 의미가 숨겨져 있다. 일본어 숫자 발음으로 ‘6(む, 무)’, ‘3(さ, 사)’, ‘4(し, 시)’를 조합하면 ‘무사시’가 되는데, 이는 과거 도쿄 일대를 부르던 옛 이름 무사시국(武蔵国)을 연상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전해진다. 처음에는 610m로 설계했지만 세계 최고 높이를 달성하면서 역사적 의미까지 담기 위해 최종적으로 634m로 설계를 변경했다. 일각에서는 17세기 일본 최고의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공식적으로 두 사안은 관련이 없다. ●도쿄스카이트리 이름이 가진 의미 한편 이름 ‘스카이트리’는 대국민 참여 공모를 통해 선정되었다. 2008년 공모전에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제출되었고 ‘도쿄 에도 타워’, ‘유메미 야구라(아름답고 즐거운 꿈)’, ‘라이징 타워’, ‘미라이 트리(미래 나무)’, ‘라이징 이스트 타워’, ‘도쿄스카이트리’ 등 6개의 후보로 압축되었다. 이후 투표를 통해 ‘하늘로 뻗은 거대한 나무’ 아래 화합을 바라는 염원을 담은 ‘도쿄스카이트리’가 최종 선정됐다. 도쿄스카이트리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도쿄 동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복합 단지인 도쿄 스카이트리 타운에는 전망대, 쇼핑몰, 수족관 등이 들어서 연간 약 3000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도쿄스카이트리가 들어서기 전 이곳은 폐쇄된 화물역이 있던 지역으로, 강 건너 아사쿠사와 달리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었다. 그러나 스카이트리 건설 이후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들어서며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로 변모했다. ●도쿄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도시에서 하늘에 가장 가까운 곳에 올라 전체를 내려다보는 경험은 단순한 우월감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일종의 작은 일탈과 같다. 지상 350m에 위치한 전망대 ‘덴보 데크’에서 내려다보는 도쿄는 거대한 그리드처럼 보인다. 이어 지상 450m의 ‘덴보 회랑’으로 이동하면 유리 튜브 형태의 나선형 통로를 따라 걸으며 마치 구름 위를 산책하는 듯한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도쿄의 야경은 신비로움을 넘어 초현실적인 느낌까지 준다. 이처럼 도쿄스카이트리는 이름 그대로 하늘로 향하는 거대한 나무가 되어 사람들에게 과거와 미래,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영원한 랜드마크로서 존재하고 있다.
  • 돈 벌려는 속셈?…네팔 “에베레스트 등반하려면 7000m 봉 먼저 올라라” [핫이슈]

    돈 벌려는 속셈?…네팔 “에베레스트 등반하려면 7000m 봉 먼저 올라라” [핫이슈]

    전 세계 산악인들에게는 ‘꿈의 산’인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8849m)가 몰려든 등반가들로 북새통을 이루자 네팔 당국이 새로운 카드를 내밀었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은 지난주 네팔 상원이 에베레스트 등반가를 위한 새로운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에베레스트를 등반하기 위해서는 먼저 네팔 내 7000m 봉우리를 오르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네팔 언론은 “이 법안은 세계 최고봉에 도전하는 경험 부족한 등반가들의 수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에베레스트의 혼잡과 사고, 구조 서비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현재 에베레스트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많은 등반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인명 사고는 물론 이들이 버린 쓰레기가 겹겹이 쌓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이라는 오명을 쓰고있는 실정. 여기에 최근에는 경험이 부족한 등반가가 늘면서 혼잡과 사고, 구조상 어려움 등의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해 먼저 네팔 내 다른 7000m 급 봉우리를 올라야 한다는 조건은 비용과 시간 부담으로 이어진다. 네팔에는 7000~7999m 봉우리가 72개 있으며 외국인이 봄에 등반할 경우 고도에 따라 500~800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오스트리아 원정대 소속인 루카스 푸르텐바흐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에서 7000m급 봉우리를 많이 오른 사람은 에베레스트 등반 자격을 충분히 갖춘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곧 이 법안이 네팔 내 봉우리만 강제한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으로 목표가 안전 강화와 환경보호지만 네팔의 속내는 수익 증가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법안에는 에베레스트 등반을 위한 건강 상태 확인서가 의무화됐으며, 일정량의 쓰레기를 가져오면 환급해주는 4000달러(약 580만원) 예치 제도는 사라진다. 다만 이 법안은 다음 달 하원 표결이 남은 상태이며 통과되더라도 올해 봄부터 바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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