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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샤 튜더전, 행복의 기준을 다시 묻다 [여니의 시선]

    타샤 튜더전, 행복의 기준을 다시 묻다 [여니의 시선]

    행복은 언제부터 비교의 대상이 됐을까. 우리는 어느새 타인의 속도로 자신의 삶을 판단한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앞서야 안심할 수 있는 기준이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성취는 숫자로 증명되고, 속도는 경쟁력이 된다. 느림은 미덕이라 말하면서도, 실제 선택의 순간에는 빠름을 택하는 일이 적지 않다.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스틸, 타샤 튜더’(Still, Tasha Tudor)는 그런 속도의 기준에서 잠시 벗어나게 한다. 미국 삽화가 타샤 튜더(1915~2008)의 원화와 정원 기록 사진, 생활 소품을 함께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품과 삶을 나란히 보여준다. 동화 속 장면으로만 알고 있던 그림이 어떤 일상에서 비롯됐는지까지 함께 살펴보게 한다. 전시는 다음 달 15일까지 이어진다. ●그림 옆에 놓인 ‘실제의 시간’ 전시장에 걸린 수채화는 크지 않지만 밀도가 높다. 꽃잎의 결과 나무 그림자의 농담, 인물의 옷자락 주름까지 손의 흔적이 섬세하게 남아 있다. 그 옆에는 작가가 실제로 가꿨던 버몬트 농가의 정원 사진이 놓여 있다. 만개한 장미 덩굴과 계절이 바뀌는 풍경은 삽화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그림은 상상 속 무대라기보다, 그렇게 살아온 날들의 기록에 가깝다. 정원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같은 자리를 오래 돌보고, 계절을 기다리는 시간이 쌓여야 비로소 형태가 드러난다. 튜더의 작업 역시 확장보다 지속에 가까웠다. 더 많이, 더 빨리보다 자기 리듬을 유지하는 삶에 가까웠다. ●속도가 아닌, 지켜온 시간 튜더는 100여권 이상의 동화 삽화를 남긴 작가다. 그러나 그의 삶은 끊임없는 확장이나 경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원에서의 일상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꾸준했다. 사계절이 반복되듯 그의 그림도 같은 리듬을 이어간다. 성취를 증명하기 위한 속도보다, 오래 지켜온 시간이 중심에 놓여 있다. 오늘의 삶은 여전히 비교를 전제로 움직인다. 누가 더 빨리 도달했는지, 얼마나 앞서 있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속도를 낮추라고 설교하지 않는다. 대신 보여준다. 남들 기준이 아닌 자신의 시간으로 살아온 삶이 어떤 풍경을 남기는지를. ‘스틸’이라는 제목은 멈춤이 아니라 선택에 가깝다. 더 앞서기보다 같은 방향을 오래 지켜온 시간. 남의 속도에 자신을 맞추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전시는 조용히 증명한다.
  • [포착] 조잡해 보여도 비밀병기?…온몸에 철판 두른 러 ‘거북 전차’의 최후 (영상)

    [포착] 조잡해 보여도 비밀병기?…온몸에 철판 두른 러 ‘거북 전차’의 최후 (영상)

    온몸에 철판을 두른 러시아의 이른바 ‘거북 전차’가 파괴되는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드론 등을 전담하는 우크라이나 무인체계군이 최전방에서 기괴한 모양의 러시아 전차를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서구 언론들이 조롱 조로 거북 전차(Turtle Tank)라고 부르는 이 전차는 러시아군의 구형 T-62와 ​​T-72에 철판 등을 용접해 제작된 것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임시 주택이 움직이는 장면이 연상되는데 전체적으로 조잡해 보이지만 의외로 효과적이라는 평가 때문인지 전장에서 계속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이 거북 전차를 확인하고 공격에 들어가고 이어 멈춰서자 철판 안으로 드론을 보내 파괴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에 대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러시아가 거북 전차를 만든 이유는 드론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호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라면서 “거북 전차는 일반적으로 부대의 선두에 배치돼 초기 사격을 흡수하고 지뢰를 폭발시켜 뒤따르는 차량을 위한 돌파구를 만든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전차의 존재 자체가 러시아 기갑부대와 방위 산업의 퇴보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곧 거북 전차를 전면에 내세워 적의 공격에 노출된 지뢰밭을 제일 먼저 돌파하면 이후 보병들이 많이 탑승한 차량이 뒤를 이어 적의 방어를 무너뜨리는데 효과적인 방패이자 청소부가 된다는 것. 앞서 러시아는 개전 이후 전차 포탑 위에 철장을 설치해 드론 공격을 방어한 바 있는데, 전쟁의 장기화로 진화하면서 거북 전차에 이어 ‘고슴도치 전차’ 또한 최근에는 ‘민들레 전차’도 나왔다. 러시아 국방부가 디자인 특허까지 출원한 이 전차는 강화 금속 막대들을 용접해 구조를 만들고, 그 위를 민들레 꽃잎처럼 여러 층으로 입체적인 차단막으로 방호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드론 방어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포탑 회전과 기동성이 저하돼 이를 치명적인 약점으로 분석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전 개전 직후 러시아는 전차 위에 철장을 설치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에 서구 언론에서는 조롱의 의미를 담아 이를 ‘코프 케이지’(Cope cage)라 불렀는데 ‘코프’는 가혹한 진실을 외면하고 덜 불안한 상황을 믿는 행동을 빗댄 신조어다. 그러나 실제 전장에서 이 철장이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크라이나군도 앞다퉈 설치하기 시작했다. 특히 하마스와 전쟁에 나섰던 이스라엘군도 메르카바 탱크 포탑 위에 보다 그럴듯하게 제작된 ‘안티드론 장갑 스크린’을 설치한 바 있다.
  • 제주 겨울여행길에선… 동백과 ‘작별하지 않는다’

    제주 겨울여행길에선… 동백과 ‘작별하지 않는다’

    # “무료지만, 대박이야”… 동백꽃 숨은 명소 ‘6+α’ ‘P읍은 인선의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읍내다… 고도가 낮아지는 구간부터 울창한 동백 숲이 양쪽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던 그길을, 나도 조수석에 앉아 인선과 함께 달려보았다. 이 섬의 바람은 마치 배음처럼 언제나 깔려있는 무엇이었다. 거세게 몰아치든 온화하게 나무를 쓸고 가든, 드물게 침묵할 때조차 그것의 존재가 느껴졌다. 특히 침엽수들과 아열대 활엽수들이 섞여 자라는 구간에서는, 수종에 따라 다른 속도와 리듬으로 가지와 잎사귀들 사이를 통과하며 형용 못할 화음을 만들었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동백 잎사귀들이 매 순간 각도를 바꾸며 햇빛을 되쏘았다. 반쯤 불탄 대숲과 동백들이 다시 울창해지는 걸 그렇게 지켜봤다고 했어. 밤새 취침등이 밝혀진 감방에서 그걸 보고 있다가 눈을 감으면, 방금까지 나무들이 있던 자리마다 콩알같이 작은 불꽃들이 떠 있었다고 했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속에는 동백이 직접적으로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작품 전체에는 제주 4·3의 비극처럼 ‘툭’ 떨어지는 동백꽃의 이미지가 짙게 배어 있다. 꽃잎이 흩어지는 대신, 한 송이 그대로 떨어지는 동백의 낙화는 제주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성난 듯 차가운 겨울바람을 견디며 피어나는 붉은 동백꽃이 지금 제주 곳곳에서 절정으로 향하고 있다. 식당 울타리에서, 카페 마당에서, 올레길 옆 돌담 아래에서 무심히 피어 있는 동백을 만나는 계절이다. 감귤 과수원의 주홍빛 사이로 고개를 내민 동백, 하얀 눈 위에 쌓인 붉은 꽃잎은 제주의 겨울을 가장 제주답게 만든다. 제주는 동백이다. 동백이 제주다. 집집마다 한 그루쯤은 있을 만큼 흔하디 흔하다. 하지만 화단 한가운데보다는 과수원 방풍림이나 집 울타리로 더 많이 심게 된다. 병해충 관리가 까다롭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지는 모습이 4·3의 비극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백은 추모의 배지가 되고, 기억의 꽃이 됐다. 잘 가꾼 유료 동백정원도 좋지만, 제주 동백의 진짜 매력은 이름 없는 숲길에 있다. 무료로, 조용히, 생활 속에 스며든 동백꽃 숨은 명소를 따라가 본다. 1. 제주시 도심 속 비밀의 숲-한라수목원 뒤 동백나무숲 한라수목원(제주시 수목원길 72)은 관광객으로 늘 붐비지만, 대부분 정문 주변만 둘러보고 돌아간다. 남조순오름 쪽 수목원 뒤편 언덕으로 올라가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 발길이 뜸한 동백나무숲이다. 만개한 분홍빛 동백꽃잎이 바람에 날려 잔디 위에 양탄자처럼 깔렸다. 인위적으로 꾸민 흔적이 없어 더 운치 있다. 고즈넉한 풍경에 잠시 현실을 내려놓아도 좋다. 한라수목원에는 자생 수종과 아열대 식물 등 1100여 종이 전시돼 있고, 5만 평 규모의 삼림욕장은 제주시민들의 쉼터다. 입장료는 없고 주차료(기본 2시간 1000원)만 내면 된다. 관광객의 시선을 비껴간 ‘뒤뜰’이 이곳의 진짜 하이라이트다. 2. 길찾기부터 모험- 안덕면 광평리 겹동백길 겹동백길은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캐슬렉스 제주 골프클럽 맞은편 교각 아래를 지나, 시멘트 포장 외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야 한다. “이런 데에 동백숲이?”라는 생각이 들 즈음, 언덕 양옆으로 겹동백 오솔길(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리 산97-8)이 나타난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으면 더 찾기 어렵다. 호젓하고 은밀한 분위기다. 연인들이 인생 사진을 남기기 좋은 장소다. 언덕 꼭대기에 오르면 초원이 펼쳐지고 한라산 능선이 시원하게 들어온다. 개화 시기가 늦어 2월 말쯤 찾아가면 두번 발걸음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은 꽃봉오리가 막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아쉬운대로 캐슬렉스 제주 골프클럽 ‘동백과 제주돌담’ 벤치에서 활짝 핀 동백꽃을 찍는 것으로 섭섭함을 달래본다. 3. 뜻밖의 선물-올레 9코스 한밭입구 동백꽃길 올레길 9코스를 따라 군산오름을 내려오다 길 건너 한밭마을 입구(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 554-5)로 들어서면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만난다. 선물같은 행운을 안겨주는 기분이 든다. 개인 사택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 양옆에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별안간 나타나는 아름다움에 발걸음이 저절로 멈춘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길이 좁아 인근 빈터에 주차하고 걷는 편이 낫다. 마을을 한 바퀴 돌면 대평리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경은 덤이다. 이 마을은 마치 세상과 동떨어진 또다른 행성에 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4. 비밀 저택 정원- 호근동 복지회관 옆 동백꽃길 서귀포 혁신도시 인근, 호근동 복지회관(서귀포시 호근남로 6 호근마을회관) 옆 골목길도 숨은 명소다. 개인 주택으로 이어지는 길이어서 조용히 둘러봐야 한다. 길은 짧지만 임팩트는 강하다. 실제 연인들이 가만가만 셔터를 누르다가 돌아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즈넉한 저택으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는 그래서 꽤나 신비롭다. 올레 7-1코스에 속한다. 뚜벅이들은 한번쯤 둘러볼만 하다. 5. 목장 속 애기동백꽃- 한국마사회 제주목장 동백터널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한국마사회 제주목장은 하얀 설경 속에 핀 동백이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곳. 제주목장 산책로에는 인물 사진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동백 터널’, 한라산의 웅장한 능선과 목장의 드넓은 초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목장 전망대’, 목장 전역에 숨겨진 6종의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주는 ‘말마 인형 키링’까지 볼거리·체험거리도 준비돼 있다.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오전 10시~오후 5시)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제주목장 관계자는 “올해는 예년에 비해 동백꽃의 색감이 유독 선명하다”며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붉은 동백꽃을 보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2026년 붉은 말의 해 활기찬 기운을 받아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6. 풀빌라 펜션 뒤편에 숨은 숲- 서귀포 토평동 ‘유앤아이 제주’ 동백숲길 풀빌라 펜션 ‘유앤아이 제주’(서귀포시 인정오름로 86번길 3)는 호텔급 인테리어와 시설에 프라이빗한 독채 14개동을 갖추고 있다.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 반기는 한라산 설경만으로도 제주여행의 쉼표를 찍는 느낌이다. 숙소에 묵는 이라면 누구나 펜션 뒤편 동백숲에 반한다. 유앤아이 제주 홍인식 대표는 “4년 전부터 5m이상의 150그루를 포함해 단지 전체에 300그루의 사상동백나무를 심었다”면서 “엄동설한에 오랫동안 피어 있는 꽃도 아름답지만 꽃잎이 아닌 꽃 한송이가 하나둘씩 떨어져 쌓이는 풍경이 한폭의 그림 같다”고 전했다. 숙박객들은 동백숲은 ‘숨은 보석’이라는 반응이다. 꽃잎이 카페트처럼 깔려 있어 동화속 장면에 힐링이 절로 된단다. 시간이 멈춘 그림 같다. 6+α 제주 올레길… 흔한 동네 어귀에서 만나는 동백꽃은 제주의 삶이다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길에도, 재활용센터에 플라스틱을 버리러 갈 때도, 버스정류소로 가는 길에서도 동백과 만난다. 제주에선 그래서 동백과 ‘작별하지 않는다’. 붉은 꽃이 바닥을 덮은 그 길을 걷다 보면, 제주 겨울이 왜 차가움만은 아닌지 알게 된다. 제주의 겨울은 바람으로 기억되지만, 바람결엔 동백꽃송이가 흰눈처럼 흩날리고 있다. 찬란하진 않지만, 마치 여행의 쉼표처럼, 인생의 마침표처럼…
  • “이게 전차라고?”…러시아, 드론 막는 ‘민들레’ 모양 T-90M 공개 [밀리터리+]

    “이게 전차라고?”…러시아, 드론 막는 ‘민들레’ 모양 T-90M 공개 [밀리터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4년 가까이 장기화하면서 기괴한 모습으로 진화한 러시아 전차가 공개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는 구불구불한 금속으로 전체를 감싼 러시아의 이른바 ‘민들레 전차’를 소개했다. 놀랍게도 러시아 국방부가 최근 디자인 특허까지 출원한 이 전차는 민들레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것이다. 강화 금속 막대들을 용접해 구조를 만들고, 그 위를 민들레 꽃잎처럼 여러 층으로 입체적인 차단막을 만든 것. 이는 이번 전쟁에서 가성비 높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자폭 드론으로부터 전차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전체적으로 조잡해 보이지만 방어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러시아 당국의 설명. 보도에 따르면 이 개조 장비는 T-90M 전차에 처음으로 장착됐으며 언제 실전 배치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무기 전문가인 데이비드 키리첸코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전선에서 병사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실험해 볼 가치가 있다”면서 “과거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전차에 이 같은 장비를 설치하는 것을 보고 비웃었지만 이제는 모두 따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무기 분석가이자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 편집장인 발레리 리아비흐는 “러시아의 이런 방어 장비는 드론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도 “포탄 같은 전통적 무기, 특히 고정밀 포탄에 대해서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T-72와 T-80을 개조해 만든 이른바 ‘고슴도치 전차’를 전장에 투입한 바 있다. 이 전차는 금속 케이블 같은 재료로 전체가 덮여있는데, 이 케이블이 드론을 얽히게 하거나 프로펠러를 손상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고슴도치 전차 위에는 전자전(EW) 시스템이 장착돼 있는데, 이는 1인칭 시점(FPV) 드론을 교란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개조로 인해 전차 무게와 부피가 상당히 늘어나 기동성과 전투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 러시아는 전차 위에 철장을 설치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에 서구 언론에서는 조롱의 의미를 담아 이를 ‘코프 케이지’(Cope cage)라 불렀는데 ‘코프’는 가혹한 진실을 외면하고 덜 불안한 상황을 믿는 행동을 빗댄 신조어다. 그러나 실제 전장에서 이 철장이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크라이나군도 앞다퉈 설치하기 시작했다. 특히 하마스와 전쟁에 나선 이스라엘군도 메르카바 탱크 포탑 위에 보다 그럴듯하게 제작된 ‘안티드론 장갑 스크린’을 설치한 바 있다.
  • 세계 첫 ‘원예 치유’ 박람회… 태안은 글로벌 웰니스 도시

    세계 첫 ‘원예 치유’ 박람회… 태안은 글로벌 웰니스 도시

    충남 태안군 안면도 일대가 올해 꽃들의 향연과 함께 대규모 ‘치유의 정원’으로 탄생한다. 2026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가 오는 4월 25일부터 5월 24일까지 30일 동안 꽃지해안공원 일대에서 화려하게 피어난다. 이번 박람회의 주제는 ‘자연에서 찾는 건강한 미래 원예·치유’다. 충남도와 태안군이 공동 개최하며, 40개국에서 182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박람회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를 넘어 충남도와 태안군을 대한민국 원예 치유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인 출발점이다. 2002년과 2009년 안면도 꽃박람회를 성공 개최한 태안은 백합·국화·수선화 등으로 유명한 전국 최고 화훼 생산지다. 충남의 250여 화훼 농가 중 70%가 밀집했다. 태안이 보유한 해안·숲·정원·화훼 농업 등의 풍부한 자원에 ‘치유’라는 화두를 얹어 태안을 ‘관광’과 ‘산업’이 융합된 ‘글로벌 웰니스 도시’로 도약시키는 것이 국제원예치유박람회의 목표다. 이번 박람회는 2024년 7월 기획재정부로부터 정부 지원 국제행사로도 승인받았다. 이번 박람회의 주요 콘텐츠는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 오감 활용 프로그램이다. 시각 치유 콘텐츠는 대규모 꽃 연출과 상징적 조형 정원 조성 등으로 구성된다. 꽃 폭죽이 터지는 듯한 웰컴 존과 인공지능(AI) 피아노 감정 측정과 연계한 테마정원, 해송길, 해변정원 등이 꾸려진다. 청각 치유를 위해 세계 최초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를 기록한 피아니스트 임현정과 오케스트라가 ‘자연과 함께하는 치유 음악 공연’을 펼친다. 조직위는 후각을 통한 치유 경험 강화를 위해 박람회 전용 ‘시그니처 치유향(香)’도 개발한다. 미각 치유 콘텐츠는 박람회 현장에서 관람객이 직접 선택한 태안의 제철 특산물과 식용 원예작물을 활용해 치유 음식을 조리하는 내용이다. 스타 셰프들과의 협업 쿠킹쇼가 핵심이다. 몸으로 느끼는 촉각 치유 콘텐츠는 충남의 특화 자원을 활용해 오감을 깨우는 감각 치유 공간을 중심으로 제공된다. 맨발로 걷는 꽃잎 거리 등이 꾸려진다. 박람회 주 전시관 중 하나인 특별관에서는 ‘신들의 비밀정원’을 주제로 원예 치유 체험 공간과 뉴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원예 치유 기능을 구성한 체험형 콘텐츠 등을 선보인다. 6개 존으로 구성되며 각각 원예·기술·치유가 결합한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배치한다. 특별 프로그램으로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을 위한 키자니아 직업 체험관이 운영된다. 10개의 체험 부스에서 원예 놀이와 원예·치유·자연 연계 직업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람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꾸려진 조직위원회 면면이 막강하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가세로 태안군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여기에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D-300’을 맞아 민간위원장으로 위촉돼 공공과 민간의 든든한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김 회장은 주요 공공기관, 민간기업과의 협력 관계 구축과 ESG(환경·사회·투명경영) 및 사회공헌 활동을 지원한다. 최근 조직위는 임현정을 비롯해 가수 박구윤·안성훈, 기업인 신명식, 전 야구선수 정근우, 셰프 정지선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앞서 1차 위촉된 개그맨 남희석과 가수 신성, 요리연구가 오세득·임희원, 유튜버 마츠다 아키히로·리랑온에어까지 모두 12명이 박람회 홍보에 나서고 있다.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4개 교육청도 세계 최초로 원예와 치유를 결합한 박람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조직위와 손을 잡았다. 박람회 기간 학생들에게 체험학습과 원예·치유 콘텐츠 체험 등을 제공한다. 태안에서는 박람회의 성공적 운영의 밑거름이 될 범군민지원협의회가 지난해 9월 출범식을 열고 활동 중이다. 읍면 지역과 직능단체 등 400명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태안군은 민관 협력사업 발굴 등에 이어 임시주차장 조성 등 대규모 손님맞이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특히 박람회가 지역사회에 지속적인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공직자들이 힘을 모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박람회 현장 실사를 진행한 세계원예생산자협회(AIPH) 대표단은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본·프랑스 등 해외 전문가 5명과 국내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사흘 동안 꽃지해안공원과 안면도 휴양림·수목원 등을 직접 확인했다. 이들은 박람회장이 지닌 천혜의 자연 입지 조건과 정원, 수목원 등에 높은 점수를 줬다. ‘원예 치유’라는 차별화된 주제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번 박람회는 휴양과 치유가 결합한 복합관광도시 태안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원예산업의 새 지평을 열고 지역 경제에도 큰 활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이세라의 브랜드 앤 아트] 도심 속 비밀의 정원, 반클리프 아펠

    [이세라의 브랜드 앤 아트] 도심 속 비밀의 정원, 반클리프 아펠

    차가운 금속과 단단한 보석으로 가장 부드러운 자연을 노래하는 브랜드가 있다. 프랑스 하이 주얼리 메종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이다. 1906년 창립 이래 이들에게 자연은 단순한 모티프가 아닌 생명을 불어넣어야 할 영감의 원천이었다. 반클리프 아펠은 자연에 완벽한 대칭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꽃잎의 각도를 살짝 비튼 디자인으로 생동감을 부여한다. 아울러 금속 지지대가 보이지 않게 보석을 박는 ‘미스터리 세팅’ 기술로 원석을 부드러운 꽃잎으로 변화시킨다. 착용자에게 자애롭고 긍정적인 자연을 선사한다는 세계관을 전하기 위해 메종이 선택한 파트너는 프랑스 아티스트 알렉상드르 뱅자맹 나베다. 오일 파스텔로 순수하고 역동적인 컬러풀한 꽃을 그리는 나베는 2017년 반클리프 아펠이 후원하는 ‘디자인 퍼레이드 툴롱’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메종과 인연을 맺었다. 2020년부터는 본격적인 장기 협업을 시작하며 전 세계를 봄의 정원으로 물들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2022년부터 미국 뉴욕 5번가에서 펼쳐지는 ‘5번가 블룸 프로젝트’다. 매해 봄 5번가의 9개 블록 전체는 나베의 캔버스가 되고, 거대한 조형물과 생생한 꽃들이 어우러진 거리 전시가 열린다. 삭막한 도심이 순식간에 화사한 정원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뉴욕의 행인들은 봄마다 약속한 듯 찾아오는, 반클리프 아펠이 선물하는 동화의 시간을 즐긴다. 메종과 아티스트의 협업은 삭막한 도심을 걷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자연의 아름다움과 몽상을 허락한다. 이 봄의 정원은 뉴욕 5번가에만 머물지 않고 파리, 홍콩, 두바이, 서울까지 전 세계로 확장해 왔다. 올해 서울 잠실에서도 나베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거대한 야외 전시 ‘Spring is Blooming’이 열렸다. 이들의 협업은 자연을 중점에 두는 브랜드의 세계관을 전하는 동시에 하이 주얼리가 줄 수 있는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대중과 친밀해지는 우아한 소통법으로 자리잡았다. 이세라 아츠인유 대표·작가·방송인
  • 놓치지 말아야 할 올 겨울 제주 핫스팟은?

    놓치지 말아야 할 올 겨울 제주 핫스팟은?

    # 제주관광공사가 추천하는 ‘나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제주의 겨울’ 공개 놓치지 말아야 할 올 겨울 제주의 핫스팟은 어디일까.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3일 겨울철 여행 트렌드와 관광객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놓치지 말아야 할 겨울 제주 관광 콘텐츠로 ‘나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제주의 겨울’을 공개했다. 7가지 여행 방식 속에서 각자에게 맞는 겨울 제주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겨울의 제주엔 묘한 정적이 깃든다. 바람은 차갑지만, 그 바람 속에서만 들리는 소리들이 있다. 그 계절의 제주를 가장 온전히 만나는 방법은 빠르게 달려가는 대신, 천천히 느리게 스며들 듯 머무는 것이다. # 문화여행자… 제주가 품은 시간의 결을 읽다 겨울의 박물관은 유난히 따뜻하다. 실감미디어가 빚어내는 빛의 파도 속에서 제주의 지층을 만날 수 있고, 거대한 고래 뼈를 마주하면 ‘섬의 시간’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전통 갓이 조용히 놓인 전시관에는 오래된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2026년 여행 트렌드 중 하나인 ‘책과 함께 하는 여행’을 제주에는 느긋한 휴가와 함께 북캉스로 즐길 수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서점 150’으로 선정된 서점부터,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잠시 바람을 피해 들어간 독립서점에서는 책 향과 종이 넘기는 소리가 여행의 속도를 늦추어준다. # 웰니스 선호자… 따뜻함이 천천히 스며드는 여행 겨울의 제주를 가장 포근하게 느끼는 순간은 뜨끈한 찜질방과 온천에서 몸이 녹아내리는 순간일지 모른다. 제주 천연 먹돌의 따스한 기운이 등과 어깨를 부드럽게 눌러주고, 감귤향이 섞인 오일이 피부 깊숙이 스며들면 긴장이 고요히 풀려나간다. 차 한 잔의 온기도 겨울 제주를 특별하게 만든다. 차를 따르는 소리, 잔에서 피어오르는 김, 조용히 펜을 들어 편지를 쓰는 시간. 밖은 차가워도 실내는 온도가 아닌 마음으로 따뜻해진다. # 자연선호자… 붉음과 하얀색 사이를 걷다 겨울 제주를 기억하는 키워드는 ‘색’이다. 동백꽃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붉음은 잿빛 겨울 풍경을 환히 밝힌다. 숲길과 정원, 카페 앞마당까지 새빨간 꽃잎들이 떨어져 겨울에도 화사한 길을 만든다. 반면 한라산의 겨울은 완전히 다른 느낌의 고요를 전한다. 영실과 어리목 코스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눈이 바람에 사르르 흔들린다. 그 길 끝, 윗세오름에 서면 발아래 펼쳐지는 설원은 깊은 숨을 들이쉬게 한다. 겨울만 허락하는 풍경이다. # 쇼핑트래블러… 제주의 일상을 담다제주 하나로마트와 로컬 마켓은 여행자에게 ‘제주의 생활’을 가져갈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준다. 감귤 저장고 향이 배어 있는 농산물, 작은 공방에서 만든 로컬 상품들, 흔히 볼 수 없는 제주산 식재료들. 관광지 쇼핑과는 결이 다른 ‘생활형 기념품’이 여행 가방에 들어선다. # 미식탐방자…겨울 제주가 차려낸 식탁 겨울 제주가 주는 가장 풍성한 선물은 단연 식탁 위의 계절감이다. 방어가 제철을 맞아 살이 탱글하게 오르고, 따끈한 국물 요리는 바닷바람에 얼었던 몸을 한순간에 녹여준다. 휴게소에서 파는 토속 간식조차 여행의 맛으로 느껴지는 것이 겨울 제주만의 매력이다. # 어드벤처 추구자 …차가운 공기와 맞바꾸는 짜릿함겨울이라고 조용히만 여행할 필요는 없다. 겨울 하이킹과 바다 체험은 적당한 긴장과 해방감을 선사한다. 맑고 투명한 겨울 바다는 오히려 스노클링하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차가운 바람을 뚫고 들어간 바다는 의외로 고요하다. # 매력탐방자… 마을 골목의 속도를 닮다 제주의 마을은 겨울에 더욱 아담해진다. 인파가 줄어든 골목을 거닐면 작은 카페의 조명이 따뜻하게 새어 나오고, 오래된 마을의 풍경이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여름보다 겨울에 더 ‘느낌 있는’ 마을들이 있다. 천천히 걷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풍경들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겨울 제주 조금 더 느리게 걸으면, 조금 더 오래 머물면 계절이 켜켜이 쌓아둔 색과 냄새와 온도가 여행자의 마음에 스며든다”고 전했다.
  • ‘록스타 급’ 환영받은 교황… 레바논서 反분열 메시지

    ‘록스타 급’ 환영받은 교황… 레바논서 反분열 메시지

    “역사와 흐름 바꿀 열정 있다”청년들에게 화합·공존 연설 1만 5000명 운집, 열띤 환호 지난 5월 즉위한 교황 레오 14세가 첫 해외 순방지로 레바논을 방문해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며 현지 청년들에게 ‘록스타’ 급으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최초의 미국인 교황인 레오 14세가 즉위 후 첫 해외순방지로 튀르키예와 레바논 등 중동 지역을 선택한 것은 분열주의를 심화시키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화합과 공존의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레오 14세는 1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북쪽 브케르케의 마로니트 가톨릭 총대주교청 주최 행사에서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AFP·AP통신 등이 전했다. 행사에서 레오 14세는 “여러분은 물려받은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세울 수 있다”며 “여러분에게는 역사와 흐름을 바꿀 열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은 꿈꾸고, 계획하고, 선을 행할 시간이 더 많다”고도 했다. 마로니트 가톨릭 총대주교청 바깥에는 청년 1만 5000명이 교황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였다. AFP는 “교황을 보려고 몰려든 청년들은 휘파람과 박수를 보내며 휴대전화로 사진과 영상을 찍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며 록스타와 같은 환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AP는 “수천 명의 평범한 레바논인들은 아침 내내 내리는 비를 무릅쓰고 그의 차량 행렬 경로를 따라 줄을 섰으며, 일부는 환영의 표시로 그의 차량에 꽃잎과 쌀을 뿌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레오 14세는 앞서 튀르키예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한 ‘두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중재자 역할을 약속한 바 있다. 튀르키예를 종교 공존의 본보기라고 칭찬했던 그는 레바논에 대해서도 “공존이 먼 꿈처럼 느껴지는 시대에, 레바논 국민들은 서로 다른 종교를 포용하면서도, 단합과 화해, 평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력히 상기시켜 주고 있다”고 격려했다. 외신들은 교황의 해외순방이 가진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우 첫 해외 순방지로 지중해 람페두사섬을 택해 중동·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을 만나 위로한 뒤 재임 기간 이주민과 난민 문제에 주력한 바 있다. 특히 레오 14세는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에 순방을 떠나며 감사와 평화의 메시지를 더욱 부각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순방에 동행한 미 언론인 모토코 리치는 뉴욕타임스에 “레오 14세는 분열을 반대하는 교황으로서 양극화된 세상을 직시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시간을 건너 시대를 춤춘 거장의 숨결

    시간을 건너 시대를 춤춘 거장의 숨결

    배정혜 ‘솔, 해바라기’ 세계화 발판국수호 ‘티벳…’ IMF 당시 영혼 위로 극적 대비 이룬 김현자·조흥동 무대 국립무용단장을 지낸 한국춤 거장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무용단이 다음 달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리는 ‘거장의 숨결’이다. 17~18일 ‘거장의 숨결I’은 배정혜(81)의 ‘솔(Soul), 해바라기’와 국수호(77)의 ‘티벳의 하늘’을, 20~21일 ‘거장의 숨결Ⅱ’은 김현자(78)의 ‘매화를 바라보다’와 조흥동(84)의 ‘바람의 시간’을 더블빌로 묶었다. 더블빌은 하나의 접점으로 두 개 작품을 함께 공연하는 방식이다. 배정혜가 안무한 ‘솔, 해바라기’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과 그리움을 살풀이로 풀어냈다. 2006년 초연한 작품은 한국 전통춤에 ‘새타령’, ‘진도아리랑’ 등을 재즈 음악으로 덧댄 시도로 주목받았다. 10년간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고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배정혜는 최근 연습실 공개에서 “저는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창작된 한국춤이 세계화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번 무대에서는 작품 중 1막 ‘살아 있는 자의 그리움’을 선보인다. 국수호가 빚어내 1998년 초연한 ‘티벳의 하늘’은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환생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국수호는 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에 돌입하기 전 작품을 구상했다. 그는 “국가적 위기에서 춤으로 영혼의 양식이 되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면서 “동양적 윤회사상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정신적 유산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김현자와 조흥동이 꾸미는 무대는 한국무용의 여성성과 남성성이 극적으로 대비된다. 2011년 올린 김현자의 ‘매화를 바라보다’는 여성 무용수들이 가야금산조의 선율을 따라 달빛과 매화의 심상을 표현한다. 김현자는 이 작품에 대해 “전통의 씨실과 현대의 날실로 교직한 비단”이라면서 “젊을 때 실험했던 현대성에 전통 요소를 꽃잎 무늬처럼 새겨넣었다”고 소개했다. 조흥동의 ‘바람의 시간’은 신작으로, ‘군자의 길을 걷는 삶의 자세’를 한국 남성춤으로 형상화했다. 조흥동은 “춤을 잘 추고 여러 가지 재주가 있는 사람을 한량이라고 하지만 저는 모든 것을 갖춘 상남자가 한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 춤과 같이 살아왔다. 춤의 길을 바람과 함께 걸어왔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붙였다”고 덧붙였다. 국립무용단 ‘향연’에서 협업했던 정구호가 연출과 시노그라피(배경 도법)를 맡았다. 국립무용단은 다음 달 19일 이번 공연과 연계한 ‘세계 속의 국립무용단, 미래를 향한 창작 발전 방안’ 심포지엄을 연다. 무용인류학자 최해리와 무용평론가 김예림이 각각 ‘국립무용단 역사 속 정체성’, ‘국립무용단 미래의 방향성’을 발제한다.
  • 삶은 또 그렇게 계속된다… 14년 만에 만나도 여전한 ‘먹먹한 웃음’

    삶은 또 그렇게 계속된다… 14년 만에 만나도 여전한 ‘먹먹한 웃음’

    희극·비극 버무린 재일한국인의 삶한일수교 60주년 기념 무대로 귀환 수십 년 전 재일한국인의 삶을 그린 이 연극이 존재할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대 전환 한번 없는 2시간 45분(인터미션 포함)이 지루할 틈이 없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를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꽉꽉 채워 넣었다. 희극과 비극을 맛깔스럽게 버무린 이야기의 끝은 먹먹하지만 고통스럽지만은 않다. 벚꽃잎이 가득 날리는 무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있으리라는 작은 소망을 갖게 한다. 수십 년 전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게 삶은 이어지고 있다는 여운을 남긴다. 지난 14일 개막한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은 14년이 지나도 여전히 따스했고 뭉클하며 아름다웠다. 재일교포인 정의신(68) 극작가가 쓰고 연출한 작품은 2008년 초연 당시 한일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그의 이름을 알리는 대표작이 됐다. 예술의전당과 일본 신국립극장이 각각 개관 20주년·10주년을 맞아 공동 제작해 올렸고 2011년 재연한 뒤 14년 만에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다시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섰다. 1970년대 간사이 지역에 자리한 용길이네 곱창집(야끼니꾸 드래곤)에선 상실과 아픔이 있는 재일교포들이 시끌벅적하게 살아간다. 용길은 태평양전쟁에서 한쪽 팔을 잃었고, 영순은 폭력적인 남편과 이혼한 뒤 용길과 재혼했다. 용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큰딸 시즈카는 다리를 절고, 둘째 리카는 언니의 애인과 결혼했지만 늘 공허하다. 영순의 딸 미카는 철없이 가수를 꿈꾸고, 용길과 영순의 아들 토키오는 일본인 학교에서 따돌림과 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다. 이곳에 오는 손님들 역시 재일교포라는 차별을 피할 수 없는 기구한 인생들이다. 서로 놀리면서도 웃고, 싸우면서도 다독이고, 의지하면서 버텨 내고 있다. 하지만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 일본 사회에서 적응하며 살게 하고 싶었던 아들은 끝내 지붕 위에서 몸을 던졌고 20여년을 몸 붙여 산 집마저 재개발로 헐려 나간다. “이 동네가 싫었다”는 토키오의 말로 시작한 연극이 벚꽃잎 비 속에서 “저는 사실은 그 동네를, 동네 사람들을 좋아했다”는 절규로 마무리될 때면 슬프지만 아름다운, 묘한 감정마저 느껴진다. 핍진한 삶과 묵직한 주제가 그대로 드러나지만 작품이 마냥 피로하지만 않은 것은 연출가가 솜씨 좋게 희극과 비극을 버무려 놨기 때문이다. 공연 시작 20분 전에는 프리쇼로, 인터미션에선 아코디언 연주를 하며 재미를 준다. 무대 위에서 고기를 굽는 프리쇼 덕에 공연장 안엔 냄새가 퍼져 있다. 프리쇼는 “어렸을 적 어머니가 아침부터 정성껏 요리를 만들어 제사 지내고 손님들을 대접하는 모습이 기억난다”며 “연극을 제사처럼 준비한다”는 정 연출가의 연출관과 맞닿아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고수희(영순 역), 박수영(윤대수 역), 치바 테츠야(테츠오 역), 김문식(오일백 역) 등 초연 멤버도 다시 만난다. 공연은 오는 23일까지.
  • 김용호 서울시의원, ‘노들 글로벌 예술섬’ 착공식 참석

    김용호 서울시의원, ‘노들 글로벌 예술섬’ 착공식 참석

    서울특별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용호 시의원(국민의힘, 용산1)은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소재 노들섬이 ‘노들 글로벌 예술섬’으로 다시 탄생하는 착공식에 참석했다. 이날 착공식에는 김 의원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권영세 국회의원,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김태수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장, 김성철 용산구의회 의장, 오천진 구의원, 세계적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 진교남 산삼건축 책임건축가, 관계자 및 시민 등 약 300명이 함께해 한강의 새로운 도약을 상징하는 ‘노들 글로벌 예술섬’의 출발을 축하했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사업’은 서울시가 2023년부터 추진 중인 ‘한강르네상스 2.0: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으로, 기존 서측 일부만 개방되던 노들섬을 지상 전체와 수변, 공중까지 시민에게 온전히 개방하기 위한 대규모 도시·건축 혁신 프로젝트다. 총사업비 3,704억 원이 투입되며, 2028년 완공을 목표로 단계별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2024년 5월 국제지명설계공모에서 세계적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의 ‘사운드 스케이프(Soundscape)’가 최종 당선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사운드 스케이프’는 한국의 산과 물의 흐름에서 영감을 얻어, 콘크리트 기둥 위에 조성된 공중 정원과 이를 연결하는 보행교, 한강대교 하부의 미디어파사드 ‘아뜰리에 노들’ 등으로 구성된다. 완공 후에는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한강의 대표 문화예술 명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착공식에 참석해 “노들섬은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이 새롭게 도약하는 상징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며 “서울시가 추진 중인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의 첫 시범사업으로서, 예술과 자연, 그리고 서울시민과 세계인이 함께 즐겨 찾는 랜드마크로 건립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번 사업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서울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도시 재생의 실험이자,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 인프라 확충 사업”이라며 “노들섬이 한강을 매개로 서울의 중심으로 다시 부상할 수 있도록 의회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들 글로벌 예술섬’은 수변문화공간(기단부·수변부)과 하늘예술정원(공중부·지상부)으로 나뉘어 조성된다. 수변부는 생태 복원과 친수공간을 중심으로, 공중부는 7개의 ‘떠 있는 꽃잎’ 형태의 공중 정원과 전망로로 구성되어 시민들이 걸으며 예술과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된다. 서울시는 조성 구간별로 공사가 완료되는 구간부터 시민에게 차례대로 개방할 예정이다.
  • 노들섬, 자연·예술 공존 글로벌 랜드마크로

    노들섬, 자연·예술 공존 글로벌 랜드마크로

    “‘노들 글로벌 예술섬’은 한강 르네상스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 될 것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노들섬 잔디마당에서 열린 노들 글로벌 예술섬 착공식에서 “흐르는 강을 넘어 서울의 품격과 문화가 흐르는 한 축으로 한강을 변화시키는 것이 한강 르네상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은 노들섬을 멀리서 바라보며 입국해 노들섬을 가슴에 품고 귀국할 것”이라면서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고 새로운 문화 예술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 사업은 ‘노을 맛집’ 노들섬을 전시와 공연, 휴식이 어우러진 글로벌 랜드마크로 거듭나게 한다. 기존 건축물은 유지하면서 주변에 산책로와 수상정원 등을 만든다. 공중 보행로에 전시 공간과 전망대를, 동쪽 숲에는 낙엽활엽수로 이뤄진 다층 구조의 숲을 조성할 예정이다. 예술섬의 총사업비는 3704억원으로 2028년 준공이 목표다. 전체 설계는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건축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이 맡았다. 헤더윅의 ‘사운드 스케이프’는 한국의 산을 형상화한 설계안이다. 콘크리트 기둥 위로 공중정원을 조성하고 공중 보행교와 연결한다. 하늘예술정원은 비정형의 ‘떠 있는 꽃잎’ 7개가 연결된 공중정원이다. 이 꽃잎들은 보행로로 연결돼 시민 누구나 노을과 도시 경관을 즐길 수 있다. 헤더윅은 착공식에서 “전 세계인들이 서울을 음악의 강국으로 생각하지만 도시 환경 속에서 이를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사운드 스케이프는 음악을 보이는 것으로 활용해 창조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노들섬은 1917년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인공섬으로 1970년대 유원지로 개발하려다 무산된 뒤 방치돼 있었다. 이후 2019년 ‘음악섬’으로 개선해 운영해 왔는데, 서쪽 공연장과 편의시설 일부만 활용되고 동쪽 숲과 수변 공간은 이용률이 낮았다.
  • ‘노들 글로벌 예술섬’ 착공...자연·예술 공존하는 랜드마크로

    ‘노들 글로벌 예술섬’ 착공...자연·예술 공존하는 랜드마크로

    “‘노들 글로벌 예술섬’은 한강 르네상스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 될 것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노들섬 잔디마당에서 열린 노들 글로벌 예술섬 착공식에서 “흐르는 강을 넘어 서울의 품격과 문화가 흐르는 한 축으로 한강을 변화시키는 것이 한강 르네상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은 노들섬을 멀리서 바라보며 입국해 노들섬을 가슴에 품고 귀국할 것”이라면서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고 새로운 문화 예술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노들 글로벌 예술섬 조성 사업은 ‘노을 맛집’ 노들섬을 전시와 공연, 휴식이 어우러진 글로벌 랜드마크로 거듭나게 한다. 기존 건축물은 유지하면서 주변에 산책로와 수상정원 등을 만든다. 공중 보행로에 전시 공간과 전망대를, 동쪽 숲에는 낙엽활엽수로 이뤄진 다층 구조의 숲을 조성할 예정이다. 예술섬의 총사업비는 3704억원으로 2028년 준공이 목표다. 전체 설계는 ‘영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건축 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이 맡았다. 헤더윅의 ‘사운드 스케이프’는 한국의 산을 형상화한 설계안이다. 콘크리트 기둥 위로 공중정원을 조성하고 공중 보행교와 연결한다. 하늘예술정원은 비정형의 ‘떠 있는 꽃잎’ 7개가 연결된 공중정원이다. 이 꽃잎들은 보행로로 연결돼 시민 누구나 노을과 도시 경관을 즐길 수 있다. 헤더윅은 착공식에서 “전 세계인들이 서울을 음악의 강국으로 생각하지만 도시 환경 속에서 이를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사운드 스케이프는 음악을 보이는 것으로 활용해 창조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노들섬은 1917년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인공섬으로 1970년대 유원지로 개발하려다 무산된 뒤 방치돼 있었다. 이후 2019년 ‘음악섬’으로 개선해 운영해 왔는데, 서쪽 공연장과 편의시설 일부만 활용되고 동쪽 숲과 수변 공간은 이용률이 낮았다.
  • 은퇴자 체험… 인생 2막 여는 제주 ‘동백마을’의 힘

    은퇴자 체험… 인생 2막 여는 제주 ‘동백마을’의 힘

    “우리 마을에선 105세 어르신도 은퇴하지 않습니다. 나무를 심고, 동백씨앗을 줍고, 기름을 짜며 체험객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 ‘동백마을’의 오동정(54) 동백고장보전연구회 회장은 2박3일 ‘은퇴자마을 체험 프로그램’ 첫날인 지난 13일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제주관광공사는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읍·면 지역에 은퇴자와 생활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추진하는 ‘슬기로운 은퇴생활, 카름플레이’ 사업의 하나로 폐리사무소를 리모델링해 숙소와 체험장, 카페를 갖춘 체류형 쉼터 ‘동백언우재’를 지난 6월 개소했다. 행정안전부의 ‘고향올래’와도 연계된 사업이다. 신흥2리는 감귤마을이었지만, 2007년 ‘동백마을’로 이름을 바꾼 뒤 300년 된 동백숲을 보존, 지금은 2만 그루의 동백이 마을을 가득 채우며 마을의 상징이자 수익원이 됐다. 동백씨앗은 기름으로, 꽃잎은 화장품 원료로 변신했다. 아모레퍼시픽에 납품해 연 매출은 3억~6억원에 이른다. 수익은 마을에 환원된다. 동백마을은 2023년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선정한 ‘세계 최우수 마을’로 선정되는 등 명성을 얻고 있다. 동백오일로 만든 고사리 파스타는 제주관광공사·삼성웰스토리와 협약해 급식 메뉴로 보급됐고, 전주 지역 국회의원단이 반한 동백오일 비빔밥은 외국인 팸투어의 인기 메뉴가 됐다. 동백비누 만들기 체험에 반한 영국인 시니어 관광객들은 재방문 일정을 잡을 정도이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동백마을 방문객은 1만명을 넘었다. 200가구였던 마을은 250가구로 늘며 생기를 되찾았다. 서울에서 온 권현희(57)씨는 “퇴직 전 제주 바닷가마을에서 일년살이를 생각했는데 이젠 중산간 동백마을이 더 끌린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한정희(58)씨는 “동백꽃이 필 때 군락지에서 바람소리를 듣고 있으면 모든 시름이 사라진다”며 “이곳이 제2의 고향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체험 프로그램은 은퇴자만 대상이 아니다. 로컬여행 플랫폼 이더라운드 김선재(40) 대표는 “경단녀나 3040 파이어족 등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을 설계한 최혜연(53) 동백언우재 센터장은 충북에서 이주해 20년째 살고 있어 은퇴를 준비하는 이들의 모델이다. 최 센터장은 “주민들이 본업이 있지만, 체험 프로그램 때문에 호출하면 언제든 달려온다”며 “이런 공동체 의식이 동백마을의 미래를 밝힌다”고 했다.
  • ‘은퇴자 없는, 은퇴자 마을체험’… 인구소멸 막는 동백마을의 힘

    ‘은퇴자 없는, 은퇴자 마을체험’… 인구소멸 막는 동백마을의 힘

    # 남원읍 신흥2리 동백마을 2박3일 은퇴자마을체험 프로그램 첫 운영“우리 마을에선 105세 어르신도 은퇴하지 않습니다. 나무를 심고, 동백씨앗을 줍고, 기름을 짜며 체험객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은퇴 없는 마을을 꿈꾸는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2리 동백마을. 오동정(54) 동백고장보전연구회 회장은 ‘동백언우재’에서 열린 2박 3일 은퇴자마을 체험 프로그램 첫날인 지난 13일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제주관광공사는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도내 읍·면 지역에 은퇴자와 생활인구를 유입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슬기로운 은퇴생활, 카름플레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전에 따라 빈 건물로 방치됐던 신흥2리 리사무소를 리모델링해 숙소와 체험장, 카페를 갖춘 체류형 쉼터 ‘동백언우재’를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이 사업은 행정안전부의 ‘고향올래’ 국비과제와도 맞물려 있다. 신흥2리는 한때 인구 소멸 위기에 놓였던 조용한 감귤마을이었다. 하지만 2007년 마을 이름을 ‘동백마을’로 바꾸며 300년 된 동백숲을 보존하고 군락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동백나무를 베어내던 시절, 주민들은 오히려 나무를 심었다. 그 결과 지금은 동백 2만여 그루가 자라면서 마을의 상징이자 수익원이 되고 있다. #동백씨앗·동백꽃, 동백오일·동백차·동백화장품으로 변신… 수익창출 동백마을의 효자노릇동백씨앗으로 짜낸 기름은 판매 수익으로 이어졌고, 동백씨앗과 동백꽃잎은 아모레퍼시픽에 납품될 정도다. 동백으로 3억~6억원대 연 매출을 올리며 동백마을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동백기름 한 병에 마을의 자부심이 담겼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 ‘동백의 힘’은 2023년 UNWTO 세계관광기구로부터 ‘최우수 마을’로 선정되며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이 작은 마을이 알려졌다. 동백오일을 활용한 고사리 파스타는 제주관광공사와 삼성웰스토리와의 협약으로 전국에 소개됐고, 전주 국회의원들도 반한 ‘동백오일 비빔밥’은 외국인 팸투어 인기 메뉴로 자리잡았다. 동백비누 만들기 체험에 매료된 영국인 시니어 관광객들은 이달말에도 재방문하는 투어 일정을 잡았을 정도다. # 올해 8월말까지 방문객수만 1만여명 넘어… 동백비빔밥·동백비누만들기 체험 외국인들에게도 인기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8월말까지 동백마을 방문객수만 1만여명을 넘어섰다. 더욱이 2007년 200가구가 살던 마을은 어느새 250가구가 사는 마을로 바뀌어 생기를 되찾고 있다. 이날 마을 방앗간에서는 갓 짜낸 동백기름 향이 은은히 퍼지고 있었다. 오 회장은 밤낚시로 잡은 참돔을 횟감으로 능숙하게 썰며 “우리 마을에선 회를 먹을 때 참기름 대신 동백기름을 찍어 먹는다”며 참가자 6명에게 오마카세 성찬을 권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향긋한 풍미에 참가자들은 연신 감탄했다. 이들은 오전에 이미 동백비누샴푸를 만들고, 동백오일 샌드위치를 즐기며 마을의 감성에 흠뻑 빠져 있었다. 특히 오메가9 함량이 85%에 달해 ‘동양의 올리브유’로 불리며, 기침·가래 완화는 물론 위 건강과 피부염에도 효능이 있다는 얘기에 동백마을의 상징인 ‘동백기름’에 홀렸다. 서울에서 온 권현희(57)씨는 “퇴직하기에 앞서 제주에서 일년살이를 해보고 싶은데 처음에 바닷가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동백마을 오고나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관심을 표했다. 인천에 사는 한정희(58)씨는 “이곳 동백꽃이 필때쯤 오면 너무 아름답고 군락지에서 바람소리를 가만이 듣다보면 모든 시름이 사라지는 듯 하다”며 “제주와서 살게 된다면 친정집이랑 가까운 동백마을이 1순위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함께 온 친구 남은숙(51)씨는 “여자들의 로망이 제주도에 와서 한 번 살아보는게 꿈인데 동백마을 프로그램을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어 뜻깊은 것 같다”며 “첫 체험인 비누샴푸 만들기와 오마카세 성찬에 그동안 쌓인 피로가 풀리고 위안이 되는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 인생2막 여는 모든 사람들에 열린 체험공간… 인구소멸 위기 막는데 큰 도움 기대체험 프로그램 ‘다정한 동백생활’은 단순한 은퇴자 대상 프로그램이 아니다. 로컬여행 플랫폼 이더라운드 김선재(40) 대표는 “지금은 50대 여성들의 관심이 높지만, 경단녀·파이어족(3040대 조기 은퇴 꿈꾸는 사람들) 등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2박3일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완성시킨 장본인인 최혜연(53) 동백언우재센터장은 “저 역시 충북에서 이곳으로 이주해와 인생 2막을 열고 20년째 터를 잡고 살고 있다”고 말한 뒤 “모두 본업이 있지만 마을체험 프로그램으로 호출하면 달려와 돕는 주민들 덕분에 동백마을의 미래는 밝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그는 “나에게 동백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인 동시에 회장님 말대로, 동백은 마을의 미래라며 “단순히 쉼을 주는 공간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힘을 선물하는 이곳 마을 사람들에 스며들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눌러앉고 싶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 압화 작가 정인화, 첫 개인전 ‘산책’…의정부문화역 이음갤러리서 개최

    압화 작가 정인화, 첫 개인전 ‘산책’…의정부문화역 이음갤러리서 개최

    압화(押花) 작가 정인화가 10월 10일부터 24일까지 의정부문화역 이음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 ‘산책’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경기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 ‘모든 예술31’과 의정부문화재단의 ‘마중물’ 사업 지원으로 마련됐다. 전시에서는 의정부 지역의 야생화와 들꽃을 소재로 한 압화 작품과 그림책 ‘반짝반짝’의 원화 등 50여 점이 선보인다. 단순한 압화 전시를 넘어, 지역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공공 예술사업의 성과로 주목된다. 정인화 작가는 2014년부터 압화 작업을 이어오며 꽃과 잎을 눌러 건조시키는 전통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왔다. 압화는 형태와 색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화적 구성과 시각 예술적 표현을 결합한 현대 예술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작가는 꽃잎의 질감과 잎맥의 결을 통해 자연의 시간과 감정을 회화적으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 ‘산책’은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마주한 들꽃의 따스함을 담아, 사람과 자연이 함께 머무는 순간을 형상화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특히 꽃잎을 여러 겹으로 겹쳐 빛과 그림자의 깊이를 표현한 대형 작품들은 회화와 공예의 경계를 확장하며 압화의 예술적 가능성을 새롭게 보여준다. 정 작가는 압화의 시각 언어를 바탕으로 어린이 그림책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그림책 ‘반짝반짝’은 꽃을 소재로 자연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어린이의 시선에서 풀어내며 생태적 감수성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동시에 어른들에게는 잊힌 감각과 추억을 일깨워 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 작가는 “압화는 자연이 가진 고유의 시간을 담아내는 예술”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꽃의 숨결을 느끼며 잠시 머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 기간 중에는 작가와 함께하는 압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 핑크뮬리에 물들다… 가을에 스며들다

    핑크뮬리에 물들다… 가을에 스며들다

    제주의 색깔은 계절별로 다양하다. 매월마다 제주를 오는 관광객들은 일년 열두달 색다른 제주를 만날 수 있다. 1월엔 한라산의 하얀 눈꽃, 2월은 붉은 동백꽃잎, 3월엔 노란 유채꽃, 4월은 가파도 청보리와 흐드러지는 벚꽃, 5월은 분홍빛 진달래, 6월은 잉크빛 수국꽃, 7월은 초록 숲길, 8월은 산호빛 바다, 9월은 분홍 배롱나무 올레길, 10월은 은빛 억새와 핑크뮬리, 11월 주황빛 감귤밭, 12월 노을진 등대… 특히 10월에 제주에 오면 핑크빛 가을에 스며든다. 최장 열흘 되는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제주의 핑크뮬리 명소 7선을 소개한다. 1. 새별오름의 은빛억새와 함께 어우러지는 새빌 핑크뮬리 언덕 첫손평화로를 타고 새별오름 길에 접어들 무렵 오른쪽 언덕에 알프스 하이디가 나올것 같은 언덕위의 집 베이커리 겸 카페인 ‘새빌’ 앞 핑크뮬리는 새별오름의 은빛 억새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이곳에서 커피라도 한잔 시키고 들어가면 핑크빛 카펫에 빠질 수 있다. 대표 메뉴 상큼한 딸기 크런치와 부드러운 ‘핑크뮬리 쉬폰’이나 시그니처 ‘새빌라떼’도 인기다. 비 오는 가을에도 분홍색 우산을 쓰고 아름다운 들녘을 감상할 수 있다. 최근엔 새별오름 남쪽 제주당 앞 억새물결을 만지면 산책하는 맛도 또다른 즐거움이다. 황금연휴의 출발은 새별오름에서 출발할만하다. 2~3.동백꽃만 있더냐… 카멜리아힐과 인근 파더스 가든의 핑크뮬리동백정원으로 시작한 카멜리아힐은 가을에는 억새와 핑크뮬리가 정원을 가득 채운다. 특히 10월이면 가을 정원 가득 피어난 핑크뮬리와 이국적인 분위기의 팜파스를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파더스가든은 1966년부터 가꿔온 조경수농장을 힐링과 치유의 장소로 탈바꿈한 곳. 2021년부터 관광농원으로 지정해 약 50여 년 만에 오픈한 공간이다. 동백꽃부터 수국, 감귤 따기 체험까지 다양한 즐길거리가 즐비하다. 아이들에겐 알파카, 타조, 사슴 등 초식 동물들과 함께 교감하면서 먹이를 주는 재미는 덤이다. 4. 산방산과 바굼지오름이 한눈에 들어오는 마노르블랑2000평 넘는 가든 카페 마노르블랑은 산방산과 바굼지오름(단산)이 내려다보이는 오솔길 언덕위에 자리잡고 있다. 출구와 입구가 달라 잘 살펴 방문해야 하는데 안덕에서 올땐 첫 표지판에서 올라가면 된다. 5~6월 장미와 수국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커피한 잔 주문하면 정원 포토존에서 맘껏 사진을 찍으며 호젓한 아침 시간을 마주할 수 있다. 수국과 장미묘목도 화분에 판매해 화분 하나 사들고 가는 사람도 많다. 5~6. 동쪽 중산간마을 송당리에 위치한 카페 글렌코와 맞은편 동화마을의 핑크뮬리스코틀랜드 글렌코 지역의 초원을 모티브로 한 카페 글렌코는 핑크뮬리의 아름다움을 도민에게 인생샷을 선사한 명소 중 하나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생강차, 그린한라봉차, 제주보리 미숫가루 블렌디드 등이며 반려견과도 동반이 가능하다. 맞은편 동화마을도 최근 가장 핫한 곳으로 이곳에서도 핑크뮬리를 만날 수 있다. 스타벅스 매장과 시그니처 빵들이 즐비한 파리바게뜨, 마트, 음식점까지 즐비하다. 돌들의 정원, 각양각색의 식물정원 산책도 제격이다. 7. 휴애리 핑크뮬리와 국화꽃 축제휴애리 핑크뮬리 축제는 한폭의 그림처럼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성스럽게 가꾼 핑크뮬리가 야자정원, 카페정원, 그리고 핑크뮬리 하늘정원 등 공원 곳곳을 물들이며, 마치 동화 속 세상으로 인도한다. 핑크빛 배경은 신혼여행, 웨딩스냅, 우정스냅 등 인생 사진을 찍기에 완벽한 스팟으로 아스타 국화축제와 함께 꽃들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3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 하루 평균 4만 8000명씩 총 33만여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뒤늦게 찾아온 제주의 가을을 이번 황금연휴에 맘껏 만끽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말로는 털쥐꼬리새로 분홍색이나 자주색의 꽃이 피는 핑크뮬리는 억새와 비슷하게 생겨서 분홍 억새라고도 부른다 . 핑크뮬리의 높이는 30~90㎝ 이며 잎은 녹색이다. 9~11 월쯤 분홍빛이나 연한 자줏빛, 보랏빛의 꽃이 피어 멀리서 보면 핑크빛 물결처럼 보인다. 그러나 국립생태원이 2019년 12월 핑크뮬리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생태계 위해성 2급’으로 지정한 바 있다.
  • 바다·숲·동백꽃 배경 삼은 특별한 결혼식…거제 지심도 웨딩 무대로 변신

    바다·숲·동백꽃 배경 삼은 특별한 결혼식…거제 지심도 웨딩 무대로 변신

    남해의 작은 섬 지심도가 따뜻한 사랑의 무대가 됐다. 19일 낮 11시 30분 경남 거제 지심도에서 다자녀 부부 등 세 쌍의 커플이 바다와 숲을 배경으로 특별한 결혼식을 올렸다. 올해 경남도는 지심도를 ‘자연과 함께하는 웨딩·휴양섬’으로 단장하고 요트 투어와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번 결혼식은 그 첫걸음으로, 섬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사랑과 추억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이날 결혼식은 지심도 선착장에서 약 15분을 오르면 나오는 정상 활주로에서 열렸다. 드넓은 초록 들판에 우뚝 선 나무는 예식장의 배경이 됐고 바다·바람·햇살이 어우러져 섬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얀 천과 동백 꽃잎으로 꾸민 버진로드가 펼쳐지자 작은 섬 정상은 어느새 부부들의 약속을 축복하는 무대가 됐다. 지심도 결혼식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미뤄왔던 약속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부들은 부케를 전달하고 서약을 하며 소중한 추억을 남겼다. 연애 시절 아이가 생겨 정식으로 결혼식을 치르지 못했던 안모씨 부부는 친언니 권유로 ‘섬 웨딩’에 참여하게 됐다. 이들 부부는 “하객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결혼식을 미뤄왔다는) 마음의 짐을 덜고 잘 살겠다”고 말했다. 신모씨 부부는 큰아이 추천으로 섬 웨딩에 함께하게 됐다. 부부는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좋은 추억을 만들고자 이날 ‘리마인드 웨딩’을 했다. 이들은 “32년 만에 리마인드 웨딩을 하게 됐다”며 “아이 넷을 낳고 키우며 열심히 살아왔다. 새로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최모씨 부부는 결혼 25주년을 맞아 식을 올렸다. 이들 부부는 “최근 싸우기도 하고 사이가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며 “처음 마음가짐으로 잘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바이올린 선율이 더해졌고 50여명의 하객은 더없이 환한 미소와 박수를 보냈다. ‘경남 섬 서포터즈’들은 결혼식 현장과 섬 곳곳을 사진 등으로 기록하며 분위기를 북돋웠다. 스몰웨딩을 마친 부부들은 지심도 내 일본식 가옥 등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요트 투어’를 떠나며 식을 마무리했다. 지심도는 거제시 일운면 옥림리에 있는 작은 섬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에 속한다. 현재는 10가구 15명이 살고 있다. 전체 면적은 33만 8000㎡로, 장승포항이나 지세포항에서 배를 타면 15분 만에 닿을 수 있다. 지심도의 이름은 섬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은 데서 유래했지만 실제로는 전체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동백숲 덕분에 ‘동백섬’으로 더 친숙하다. 최근 지심도는 예비부부들의 야외 웨딩 촬영지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결혼식인 열린 장소는 지심도 정상에 있는 비포장 활주로다. 해발 97m 꼭대기에 자리한 이 활주로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길이 150m, 폭 20m 규모로 만든 군사시설이다. 이처럼 아직도 지심도 곳곳에는 포진지와 탄약고 등 당시 흔적이 남아 있다. 지심도 소유권은 해방 이후 국방부가 관리하다 2016년 6월 거제시로 넘어왔다. 지심도는 단편소설 ‘팔색조’의 배경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은 쓴 윤후명(1946~2025) 선생은 1983년 여름 거제 향토기업의 초대로 3개월간 거제에 체류하면서 소설을 썼다. 이후 그의 영향을 받은 여러 예술가가 지심도를 ‘사랑이 이루어지는 섬’으로 형상화한 문학·미술 작품을 선보였다. 지심도가 ‘웨딩 섬’이 된 것처럼, 경남도는 특화한 섬 사업을 잇고 있다. 지심도와 이와 함께 통영 추도·두미도·사량도, 남해 조도·호도, 사천 신수도에서 5대 테마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영화의 섬’을 테마로 잡은 통영 추도에서는 오는 26~28일 제2회 추도 섬 영화제를 연다. 사량도와 조도·호도는 도보 여행(트레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두미도는 건강 장수의 섬을 테마로 삼아 친환경 먹거리 개발 등을 추진한다. 신수도는 ‘무장애 섬’을 목표로 정비한다. 행정안전부의 올해 섬 지역 특성화 사업도 거제 황덕도 등 도내 7곳에서 이어진다. 이 사업은 주민 소득 사업 개발과 마을 활성화를 목표로 4단계로 나눠 진행한다. 앞서 도는 자체 공모사업을 추진, 두미도에 ‘섬택근무(섬 휴가지 원격근무)’ 기반을 구축하는 등 섬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경남도는 “지심도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사랑과 행복을 나누는 특별한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지속가능한 섬 발전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섬의 자연환경과 고유자원을 활용한 테마섬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夜! 어서와, ‘낭만 산사’로

    夜! 어서와, ‘낭만 산사’로

    3년째 한여름 야간 개장 ‘문화 사찰’범종 타종 뒤 절 한 바퀴 돌며 힐링사사자삼층석탑 등 곳곳 문화유산연기암 이르면 대형 마니차에 시선600여점 압화박물관 관람도 매력섬진강 대숲서 바람 맞으며 ‘죽멍’산사가 외부인에게 깊은 밤을 내주는 일은 거의 없다. 저녁이 시나브로 시작되면 객들은 산문을 내려가야 한다. 해 질 무렵 울리는 범종 소리가 사실상의 축객령이다. 한데 전남 구례의 대가람 화엄사는 독특하게 여름밤에 산문을 연다. 벌써 3년째다.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을 당겨 7월과 8월, 무려 두 달을 온전히 야간 개장했다. 지나간 8월의 끝자락에 ‘지리산의 꽃’ 화엄사를 다녀왔다. 봄꽃은 이미 졌고, 단풍은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한여름의 밤이라서 보이는 것들이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는 한 스님의 표현처럼 말이다. 범종 소리를 들으며 산사에 앉아 있는 느낌은 아주 독특하다. 타종이 끝날 때까지 떠밀리듯 절집을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밤의 절집을 오롯이 엿볼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 마음이 푸근해진다. 물론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면 밤에도 산사에 머물 수 있다. 한데 일정표에 따라야 하는 게 다소 부담이다. 절집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을 따르는 것도 흥미롭지만 무엇엔가 얽매이지 않은 채 여기저기 기웃대는 재미도 남다르다. 여름밤의 화엄사에선 그게 가능하다. 오픈 15초 만에 매진된다는 ‘모기장 음악회’나 ‘화야몽’ 등의 인기 이벤트 참가는 언감생심이지만, 수많은 문화유산에다 배롱나무 등 소박한 여름꽃을 보며 괜스레 ‘센치멘털’해 지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 이런 행사를 통해 화엄사가 지향하는 건 문화 사찰로의 자리매김이다. 문화는 어우러질 때 형성된다. 공부와 수행이 최고의 목표인 스님들에게 대중과의 어울림은 사실 여러모로 귀찮은 일일 수 있다. 그러니까 문화 사찰을 지향한다는 건 이런 문제들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대중 곁으로 바짝 다가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기록으로만 보면 화엄사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오래된 고찰이다. 화엄사 사적기 등에 따르면 544년 인도 승려인 연기 대사가 창건한 이후 여러 차례 중창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오래된 문화유산도 많다. 국가 지정 유산만 해도 국보가 다섯 점에 보물이 열 점이다. 이 가운데 화엄사 영산회 괘불탱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범종 타종이 끝난 뒤 절집 구경에 나선다. 일주문을 지나 금강문, 천왕문(보물)을 차례로 나서면 보제루다. 법요식 등 주요 불교 의식이 열리는 누각이다. 단청 없이 소박하다. 무엇보다 외벽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 이채롭다. 하나같이 이리저리 휘고 굽었다. 보제루는 어느 절집에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개는 보제루 밑을 통과해 본전으로 가는 구조다. 한데 화엄사 보제루는 약간 다르다. 1층 기둥을 낮춰 방문자들이 건물 옆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 이유는 보제루를 돌아서는 순간 단박에 깨닫는다. 중심 영역인 각황전과 대웅전(이상 국보) 그리고 두 기의 석탑(보물)이 지리산 품에 안겨 장엄한 자태를 펼쳐 내고 있다. 그러니까 보제루를 우회하도록 한 건 절집의 내밀한 공간을 가벼이 드러내지 않고 보다 극적으로 드러내려는 심모원려(深謀遠慮)였던 거다. 화엄사는 각황전과 대웅전 등 주불전이 두 곳이다. 동쪽 탑 너머는 대웅전, 서쪽 탑 위엔 각황전이 그림처럼 앉아 있다. 각황전은 현존하는 전통 목조건물 가운데 최대 규모다. 외형은 2층이지만 내부는 통층으로 트였다. 정면에 매달린 ‘각황전’ 현판은 1702년 중건 당시 숙종이 이름을 지어 하사한 것이다. 각황전 앞은 국가 지정 유산이 한가득이다. 각황전 앞 석등은 국보, 그 옆의 사자탑은 보물이다. 각황전 옆엔 늙은 홍매가 한 그루 서 있다. 봄에 선홍빛 꽃잎을 낼 때면 나라 안팎에서 무수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늙은 매화다. 지난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화엄사 화엄매’란 공식 이름도 얻었다. 원래 화엄매는 산내 암자인 길상암 앞에 있는 천연기념물 백매를 이르는 표현이었다. 한데 각황전 옆 홍매가 ‘전국구 스타’로 떠오르면서 지위가 슬그머니 역전된 느낌이다. 홍매가 만개할 무렵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몰려드는데, 이맘때 각황전 뒤란은 거의 발 디딜 틈 없는 ‘국민 포인트’가 된다. 초가을로 접어든 요즘 홍매 이파리 몇 장은 벌써 누런 빛을 띠기 시작했다. 각황전 뒤엔 국보 사사자삼층석탑이 있다. 통일신라시대 석탑으로, 네 마리의 사자상을 기둥처럼 배치한 구조로 유명하다. 탑 가운데엔 합장한 스님이, 맞은편 석등엔 절하는 스님이 각각 조각돼 있다. 마치 석등의 스님이 석탑의 인물에게 절을 하는 듯한 모양새다. 화엄사에선 이를 어머니에게 절하는 연기 대사의 효심을 표현한 것이라 해석한다. 보제루, 화엄사 처마 밑엔 양비둘기가 서식한다. 예전엔 집비둘기처럼 흔히 볼 수 있는 종이었으나 현재는 구례 화엄사, 고흥 등 일부 지역에서만 관찰되는 희귀 텃새다. 개체 수가 100여마리 정도에 불과해 국립생태원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화엄사 주변에는 가볼 만한 산내 암자도 몇 곳 있다. 불자와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연기암이다. 섬진강과 구례 시가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장소다. 구례 문척면 사성암 옆의 오산활공장과 더불어 구례를 대표하는 풍경 전망대로 꼽을 만하다. 화엄사에서 연기암까지는 2㎞ 정도다.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이면 족히 닿는다. 차로 갈 수도 있지만 화엄사 옆으로 난 ‘어머니의 길’을 따라 자박자박 걸어 보길 권한다. 늙은 나무들이 짙은 숲 그늘을 펼쳐 내는 길이다. 연기암에 이르기까지 줄곧 산책로 수준의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연기암에 들면 황금색의 대형 마니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티베트 불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행 도구다. 마니차 안에는 불교 경전이 들어 있다. 화엄사 스님의 말에 따르면 이를 한 바퀴 돌리면 경전을 한 번 읽은 것으로 간주한단다. 글을 읽지 못하거나 시간이 없어 경전을 읽기 어려운 신도들을 위해 조성했다고 한다. 연기암에서 화엄사로 내려오는 차도 옆엔 금정암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금정암에서 사법시험 공부를 했다고 밝히면서 반짝 관심을 끌었던 암자다. 위쪽의 연기암엔 지혜를 상징하는 국내 최대(13m) 문수보살상이 서 있고, 그 아래 암자에선 대통령을 배출했으니 그저 심상한 공간은 아닌 듯싶다. 구층암도 가볼 만하다. 화엄사 대웅전 뒤로 10분 정도 걸어 오르면 만날 수 있다. 암자 마당에 들면 요사채가 먼저 객을 맞는다. 가운데 방을 두고 양쪽으로 문과 마루를 낸 특이한 건물이다. 무엇보다 독특한 건 기둥이다. 죽은 모과나무를 최소한의 손질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기둥으로 썼다. 갈라진 곳은 갈라진 대로, 골과 결이 파인 곳은 파인 그대로다. 검이불루(儉而不陋)란 표현처럼 소박하되 절대 누추하지 않은 모습이란 바로 이런 것일 터다. 이번 구례 여정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압화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압화의 순우리말 이름이 더 예쁘다. 꽃누르미, 누르미꽃, 꽃누름 등으로 불린다. 꽃누르미는 누구나 한 번쯤 만들어 본 기억이 있을 터다. 낙엽 지는 가을날, 공연히 ‘센티해져’서 단풍잎 주워다 책갈피에 꽂아 본 기억 말이다. 이게 예술로 확장된 것이 꽃누르미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오래전부터 꽃누르미 예술가였던 셈이다. 꽃누르미는 생화를 말려 수분과 공기를 제거한 뒤 색감을 유지한 말린 꽃을 회화, 공예, 가구 제작 등에 활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무엇을 만들 건 하나밖에 없는 생화로 만들기 때문에 작품 역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구례 외곽에 한국압화박물관이 있다. 공공기관에서 조성한 압화박물관으로는 전국 유일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압화 전시장이 몇 곳 있지만 구례 압화박물관은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역대 대한민국 압화대전 대상 등 수상작을 비롯해 600여점의 꽃누르미 작품이 전시돼 있다. 국내뿐 아니라 압화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 러시아 등의 작품도 전시됐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이다. 작가들이 꽃을 채집하고 이를 그림이나 공예 작품으로 만들어 낸 과정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돈도 아니다. 압화박물관 옆에는 지리산 일대의 야생화 표본을 전시한 식물표본전시관, 식물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그려 낸 식물세밀화전시관 등이 있다. 이를 모두 찬찬히 둘러보자면 반나절로도 모자란다. 여기는 모두 무료다. 압화박물관에서 섬진강을 따라 하동 방향으로 가다 보면 섬진강어류생태관과 만난다. 섬진강의 민물고기를 보전, 전시하는 공간이다. 여기도 은근히 볼거리가 많다.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라면 필수 방문 코스다.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다. 내부에 크고 작은 수조 등 다양한 어류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야외에도 민물고기 먹이 주기 체험장 등이 조성됐다. 어류생태관 맞은편은 천연기념물인 수달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만날 수 있는 수달생태공원이다. 이제 대숲에 이는 바람을 만나러 섬진강으로 간다. 구례가 숨겨 둔 비밀 정원 같은 곳. 벚꽃 흩날리는 초봄의 섬진강을 뇌리에서 지우지 않으면 절대 만나지지 않을 공간이다. 섬진강 대숲은 개발론자에 앞서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깨달은 한 주민의 지혜로 조성됐다. 섬진강 일대에서 진행된 사금 채취로 모래밭이 유실되자 이를 막기 위해 한 주민이 강변에 대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대숲은 일종의 방파제 구실을 했고, 점점 규모를 늘려 지금과 같은 무성한 대숲으로 자랐다. “대나무 한두 그루는 성글지만/무리 지은 대숲은 조밀하고 단단해서/여름 볕을 거뜬히 피할 수 있다.” 섬진강 대숲에 내걸린 신석정 시인의 시 가운데 일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성이 자연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알려 주는 사례이지 싶다. 대숲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죽멍’도 하고, 섬진강 쪽 샛길 그네에서 인증샷도 찍는다. 밤에도 경관 조명이 들어온다. 구례의 저물녘은 오산활공장에서 맞는다. 사성암 바로 아래 있는 레저 시설로, 패러글라이딩 등을 위해 조성됐다. 너른 풀밭에 서면 구례와 지리산이 한눈에 담긴다. 바로 뒤 사성암은 오산(531m)의 기암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는 절집이다. 경내 풍경도 곱지만 무엇보다 절에서 굽어보는 풍경이 시원하다. 오산활공장과 섬진강어류생태관 사이에 구안실(苟安室)이란 마을이 있다. 매천 황현(1855~1910)이 1886년 낙향해 살았던 사적지다. 매천은 절명시를 남기고 죽음으로 일제에 항거한 열혈 선비다. 현 간전면 수평리에 ‘구차하지만 그런대로 살 만하다’는 뜻의 구안실을 짓고 16년 동안 생활했다. 그의 시와 기록 대부분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집 앞에는 샘도 팠다. 그의 호 ‘매천’은 이 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 [김동률의 정원일기] 그 시절 로버트 레드퍼드는 멋있었다

    [김동률의 정원일기] 그 시절 로버트 레드퍼드는 멋있었다

    여름 정원을 둘러보면 거대한 잎이 눈에 띈다. 토란잎이다. 코끼리 귀처럼 생겼다. 그래서 영어로는 ‘elephant ear’라고도 한다. 보기에는 멋있지만 쓸모없다. 그러나 줄기는 따로국밥에 넣어 먹으면 끝내준다. 알토란 국도 독특한 별미다. 하지만 요즘은 보기 어렵다. 토란은 물만 주면 저절로 자란다. 그러나 토란대를 까다가 눈을 비비면 안 된다. 엄청 따갑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토란대를 가지고 장난치면 봉사 된다고 혼내셨다. 토란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가만히 들어 보면 묘한 리듬감이 있다. 잎이 넓은 만큼 소리 또한 위치에 따라 달리 들린다. 유년 시절 시골에서 살았다. 덕분에 정원 있는 집에 이사 오면서 그 시절 꽃밭을 재현하려는 욕망을 가지게 됐다. 수돗가에 채송화, 봉선화를 심었고 모란, 작약 등은 가장자리에 나란히 심었다. 늦여름 정원은 꽃밭이다. 그러나 채송화, 봉선화는 더이상 그 옛날의 작고 소박한 꽃이 아니다. 개량종들이라 너무 커 부담스럽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 같은 그대”가 아니다. 며칠 고민이 많았다. 결국 꽃대를 야멸차게 뽑아 거름더미에 던져버렸다. 나는 그날 유년의 봉선화와 이별한 것이다. 어린 시절 꽃이 피면 동네 누나들은 꽃잎에 백반을 넣고 찧어 손톱에 꽃물을 들이곤 했다. 남자애가 봉선화 꽃물을 들이면 고추가 달아난다고 놀렸다. 봉선화란 시조도 생각난다. 시조시인 김상옥의 작품이다. 교과서에 나온 덕분에 지금도 기억한다. 그때 국어쌤은 무조건 달달 외우게 했다. 못 외우면 여지없이 귀싸대기를 올렸다. 그래도 ‘늑대’쌤 덕분에 아직도 한 줄 외울 수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유난히 사납던 올여름도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올해 들어 눈이 부쩍 침침해졌다. 안경을 써야 하나. 트위터도 안 하고 TV도 안 보는데. 책을 너무 가까이 둔 탓일까. 아니면 젊은 날의 치기가 이제 흐려진 것일까. 읽던 책을 덮고 창밖을 바라본다. 토란잎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정신이 아득하다. 이런 날에는 올드팝을 들어야 한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주제곡이다. 그 시절 로버트 레드퍼드는 정말 멋있었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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