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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 해금강·외도 농익은 봄 나들이

    거제의 봄은 이미 농익었다.겨우내 꽃을 피웠던 동백은 부드러운 봄바람에도 후두둑 소리를 내며 떨어져 바닥을 붉게 물들이고,섬 구석구석 하얗게 색칠했던 벚꽃도 절반쯤 졌다. 뭍과 바다엔 온통 푸르름이 넘쳐나고 날씨는 초여름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거제는 본 섬을 비롯한 부속섬들이 대부분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바위섬이다.이중 가장 돋보이는 것이 동부면 갈곶리 산1번지에 있는 부속섬인 해금강이다.중국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러 서불 일행을 보냈다는 전설이 전해질 정도로 바위들이 아름답다. 해금강은 무인도다.보통 유람선을 타고 섬 주위를 돌며 비경을 감상할 뿐,상륙은 할 수 없다.몇 군데서 배를 띄우는데,남부면 다대리 도장포 선착장(055-632-8787)이나 일운면 해금강 선착장(〃-633-1352)이 가까운 편이다.이 두 곳에서 띄우는 배는 해금강 및 외도해상농원을 묶은 코스를 운항한다. 도장포를 출발한 지 10여분 정도 되었을까.해금강에 왔다는 선장의 방송을 듣고 뱃전으로 나오니 우뚝 솟은 바위들이 눈 앞을 가로막는다. 섬은 불과폭 10m 정도의 십자 수로에 의해 분리돼 있다.배가 마치 절벽에 부딪힐 듯 아슬아슬하게 수로를 통과하는 동안 까마득하게 올려다보이는 해금강 바위들의 모습은 경탄을 자아낸다. 특히 바위들을 비집고 자라나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해송들은 벼랑을 화폭으로 삼아 벽화를 그린 듯하다.한 마리의 사자가 마치 짐승을 삼킬 듯이 머리를 물 위로 드러낸 모습의 사자바위,쌍촛대 바위 등이 눈길을 끈다. 해금강에서 방향을 북동쪽으로 틀어 10분쯤 달리면 외도해상농원이 있는 외도다.바위들이 병풍을 친 듯 섬 외곽은 벼랑으로 둘러싸여 있다. 지중해의 한 섬을 옮겨놓은 듯한 이곳은 얼마 전 작고한 이창호씨의 필생의 역작.1969년 첫 발을 디딘 뒤 동백나무와 바위로 뒤덮인 섬을 개간해 세계적인 식물원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선 동백나무 외에 아열대 선인장,다양한 야자수들,유카리,종려나무,남아프리카산 압데니아 등 1000여종의 열대,아열대 식물이 자라고 있다. 외도 선착장에서 내리면 우선 야자수들이 늘어선 경사진 길을 걸어 올라가게 된다.길 왼쪽으로예쁜 흰색 건물이 있어 가까이 가보니 화장실이다.내부 벽에 둥그렇게 창을 여러개 뚫어 놓았는데,볼일을 보며 내려다 보는 바다 풍광이 절경이다. 좀 더 올라가면 50여종의 대형 선인장이 눈길을 끌고,이어 비너스 조각이 전시된 고풍스러운 서구식 정원이 나온다.일명 ‘비너스 가든’이다.이 농원의 안주인 최호숙씨가 헌 책방에서 우연히 산 책의 겉표지 그림에 반해 그대로 꾸민 정원이라고.후일 해외여행을 하다가 그것이 베르사유 궁전 가든임을 알게 됐다고 한다. 가든 옆은 세계 각지의 꽃이 만발한 꽃밭.이곳을 지나 대숲이 무성한 오솔길을 지나면 해금강과 대마도,서이말 등대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다.맑은 날엔 대마도가 선명하게 보인다는데,해무 때문인지 가물가물하다. 외도는 아름답지만 관람은 불편하다.정기 여객선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유람선을 타고 들어와야 하고,1시간30분(평일엔 2시간) 후 타고온 배로 되돌아 나가야 하기 때문.정해진 코스를 돌며 후다닥 구경하고,사진 몇 장 찍으면 서둘러 배를 타야 한다. 요금도 유람선 승선료(1만 2000원),농원 관람료(5000원),해상국립공원 입장료(1300원) 등 외도 한번 보려면 3번이나 내야해,관광객들의 원성이 잦다. 거제에선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빠뜨릴 수 없다.700리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비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돌다보면 하루가 짧게 느껴진다. 특히 거제대교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을 따라 둔덕∼거제∼동부∼홍포∼여차∼다대∼해금강∼학동∼구조라∼장승포∼옥포로 이어지는 서남부 해안도로엔 빼어난 절경이 즐비하다. 거제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가는 길 승용차의 경우 수도권에선 경부고속도로∼대전·진주고속도로(진주 분기점)∼남해고속도로(사천IC)∼통영∼거제 코스를 따르면 된다.서울서 거제까지 5시간 정도 소요.대중교통은 서울 양재동 남부터미널(02-521-8550) 에서 거제 고현 및 장승포까지 고속버스가 하루 8회,직행버스는 5회 운행된다.고현,장승포에서 거제도내 각 지역으로 시내버스가 운행된다. ●숙박 장승포동 한려비치(055-5161) 및 신현읍 장평리 오아시스(〃-636-8900) 등 호텔과 남부면학동리 몽돌해변의 학동몽돌펜션(〃-688-2623) 등이 깔끔하다. ●인근 둘러볼 만한 곳 학동 몽돌해변에 가보자.갖가지 색깔의 동그란 돌이 쌓여 이루어진 해변을 맨발로 걷는 느낌이 상쾌하다.새롭게 단장한 신현읍 고현리의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도 가볼 만하다.기존의 포로 막사 몇 동에 더해 전쟁 당시의 포로수용소를 축소 재현한 대형 디오라마관,6·25역사관,포로생활관 등 30여가지의 시설을 새로 갖추었다.수석과 난이 어우러진 동부면 구천리 거제예술랜드(〃-633-0002)도 둘러볼 만하다. 식후경 거제시 신현읍 장평리 ‘가람’(055-637-8482)의 굴요리 맛이 좋다.이중 철판구이는 이집이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는 메뉴.싱싱한 생굴을 각종 야채와 양념으로 버무린 다음 달군 철판에 즉석에서 구워먹는다.아마 전국에서 유일한 굴 양념 철판구이일 것이라는 것이 윤미희 사장의 자랑.1만 5000원짜리 한 접시면 서너명이 소주 한 잔 곁들여 먹을 만 하다. 전골은 각종 야채와 굴을 넣고 끓여내는데,고소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2만원 짜리 한냄비면 서너명이 먹을 수 있다.다양하게 먹고 싶으면 코스요리를 시키면 된다.생굴은 물론 튀김,보쌈,철판구이,꽂이,탕수육,전골 등 15가지의 굴요리를 맛볼 수 있다.1인당 1만 5000원. 해금강 인근의 ‘천연송 횟집’(055-632-3118)의 어죽 맛도 유명하다.주로 도미를 재료로 쓴다.요즘 같은 봄·여름엔 참돔,가을·겨울엔 감성돔을 쓴다.광어 등을 쓰는 집도 있는데 ‘어죽 맛은 도미 맛’이란 것이 주인 김옥덕씨의 신조다. 1인분 1만 5000원이지만 2인분 이상 시켜야 먹을 수 있다.서너명이 참돔회(7만∼8만원)를 시켜먹으면 뼈와 머리를 넣어 죽을 쑤어준다.
  • 봄향기 솔솔~ 놀이공원 손짓

    ◆에버랜드 봄을 맞아 수도권 인근 놀이공원들이이 온통 꽃동산으로 변신한다.대부분 이번 주말부터 공원 구석구석을 다양한 꽃으로 장식하고,꽃을 테마로 한 다채로운 축제도 개최한다. 22일부터 40일 동안 ‘튤립축제’를 연다.공원 입구에서부터 파크 구석구석까지 튤립 150만여본이 꽃을 활짝 피워 진한 봄향기를 전한다. 특히 6000여평의 ‘포시즌스 가든’엔 부부나 연인들을 위한 꽃길이 조성된다.노랑색 꽃잎 끝에 가시가 돋은 워블러,짙은 자주색의 ‘블랙 다이아몬드’ 등 총천연색의 튤립이 조명과 어우러져 황홀한 풍경을 연출한다. 꽃밭 주변에선 30여명의 연주자들이 유럽의 왈츠곡과 퓨전 팝 등을 연주한다.5인조 색소폰 앙상블도 감미로운 연주로 꽃밭의 낭만을 돋운다. 또 매일 밤 ‘지구여행’이란 테마로 멀티미디어쇼가 진행되고,마법의 동화를 소재로 한 ‘Moonlight Magic Parade’가 펼쳐진다. 축제기간 중 새 달 8일까지 오후 5시 이후 에버랜드를 찾는 손님에겐 예쁜 튤립 화분을 200명 선착순 증정하고,경품권 추첨을 통해 유럽여행권·디지털카메라·연간회원권 등을 선물한다.(031)320-5000. ◆롯데월드 20일부터 4월 말까지 꽃밭을 무대로 다양한 공연을 펼치는 ‘봄봄봄 공연 대축제’를 연다. 철쭉과 분경 전시회가 열리는 어드벤처에선 화사한 꽃과 꿀을 찾아 날아다니는 벌,지저귀는 새,숲의 요정 등으로 분장한 연기자들이 등장해 손님들과 어우러져 동화 속 봄을 선사한다. 어드벤처 1층 쥐라기공원에선 매일 오후 외눈박이 해적 선장과 선원들로 분장한 연주자들이 ‘보물찾아 삼만리’란 주제로 ‘그라나다’ ‘튜바 폴카’ ‘윌리엄 텔’ 등 빠르고 경쾌한 곡들을 선보인다. 또 고릴라와 사냥꾼,원주민 등 16명으로 구성된 ‘사파리밴드’도 코믹한 댄스와 함께 다양한 음악을 연주한다. 매직아일랜드에선 호수를 배경으로 한 야외무대에서 러시아 묘기팀의 저글링 및 마술쇼,청소년들을 위한 ‘댄스 스튜디오’,어린이를 위한 ‘빨강이와 파랑이’가 매일 공연된다.(02)411-2000. 임창용기자 sdargon@ ◆서울랜드 네덜란드 튤립거리 선봬 유럽풍의 이국적인 건축물이 늘어선 ‘세계의광장’ 거리를 ‘튤립거리’로 조성하고,22일부터 다양한 공연과 전시회를 개최한다.다양한 색깔의 튤립 100만여본이 선보일 예정. 세계의 광장 특별 전시관에선 ‘작지만 강한 나라 네덜란드’란 주제로 무료 전시회가 열리고,풍차무대에선 네덜란드 민속공연이 펼쳐진다.또 주말 및 공휴일에는 레이저쇼와 스토리를 접목한 멀티 이펙트쇼와 동유럽 연기자들의 서커스 및 마술쇼가 진행된다.(02)504-0011.
  • [마당] 양지면에 살다

    용인시 양지면 제일리로 이사한 지 어느덧 2년여가 지났다.판교로 이사와 주소를 서울특별시 대신 경기도라고 적을 때도 약간 생소함을 느꼈었는데,이제는 OO면 OO리로 적어야 하니 농촌으로 퇴거한 느낌이다.그러나 무슨 상관이랴! 고속도로가 막히지 않으면 강남은 1시간내 도달할 수 있고,생활에 불편이 없으니 자족하며 산다.양지는 고읍으로 해발 300m 산줄기로 에워싸인 과히 넓지 않은 분지에 자리잡은 햇살 바른 동네이다. 면사무소는 양지산(해발 약 290m) 자락에 자리하여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대지에 나지막하고 길게 지은 흰색의 청사로,주소 이전 신고하러 찾았을 때 산뜻하면서도 정겨운 인상이었다.마당 한쪽에는 옛날 양지현 시절 현감들의 송덕비 불망비 등이 줄서 있어 양지 향교와 함께 전통어린 동네에 왔다는 자긍심에 일조한다. 그러나 정작 짧은 시간에 일체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양지산 능선에 나 있는 산책로와 면사무소 마당 끝에 있는 약수터였다.등산로를 찾던 여름에 우연히 알게 된 산책로는 참으로 반가웠다.산은 과히 높지않지만 능선 양측은 급경사를 이루고 꾸불꾸불 나 있는 3∼4㎞의 산책로는 무성한 숲과 함께 심산에 든 느낌을 준다.불도저로 길을 밀었는지 양쪽에 생긴 작은 둑은 마치 오래 된 토성의 폐허 같아서 산책에 흥취를 돋운다.소나무와 잡목이 빽빽하고,사이사이 햇살이 드는 곳엔 철쭉이 덩굴을 이루고,봄철 숨은 듯 음지에 파랗게 돋아난 은방울 꽃밭은 이목은 끌지 못하지만,일본 이름 ‘스스란’ 그대로 오래된 고향의 상징이다.초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솔잎에 덮인 푹신한 길은 스산한 바람에도 날리지 않아 안온한 느낌을 주며,군데군데 설치한 벤치는 땀을 식히며 쉬는 데 더없이 편하다.걷히는 안개 자락을 따라 걸을 땐 사색하기에 십상이다.내자와 걷는 1시간여의 산책은 적막하기 쉬운 농촌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활력소이다.나는 면사무소 마당에 있는 약수터에서 3일에 한번씩 물을 긷는다.물 맛이 좋아 수질검사표를 들여다 보지 않아도 믿을 수 있다. 분지의 동남쪽 골짜기로 오르는 해발 300m 산의 북사면에는 스키장이 있다.그리고 앞 골배마실 깊은 골에는 김대건 신부의 생가터가 있다.천주교 최초 신부의 유적은 마치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차돈의 행적을 보는 듯하다.종교는 달라도 주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니 역시 우연한 행복에 속한다.다시 문수봉 줄기를 타고 남으로 가면 미리내 성지에 닿게 되는데,골짜기 곳곳에 천주교 박해시절 은둔지였던 성지가 남아 있다. 어디 그뿐이랴! 봄철에는 꽃나무 묘목과 고추 배추 등의 모종을 5일장이 서는 김량장과 백암장에서 산다.더러는 죽산과 진천으로 진출하기도 한다.시골장에서 자질구레한 물건을 사는 재미도 재미려니와 이것저것 들고 나와 옹기종기 모여 앉은 촌로들의 모습은 농촌의 원형이 남아 있는 듯 보여 안도를 하기도 하는데,이 풍경도 지나칠 수 없는 재미다. 뭐니뭐니 해도 양지면에 살면서 누리는 큰 행복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오대산 설악산을 손쉽게 드나드는 것이다.양지 톨게이트를 나서서 1시간이면 소사 휴게소에 닿을 수 있어 강원도 접경지대에 사는 듯 생각하며 쉽게 문을 나선다.월정삼거리·진부장에서 사는 고랭지 쌀·채소는 우리 식탁의 축복이다.양지면에서 사는 동안 욕심 떨어버리고 고즈넉하고도 넉넉하게 누리며 살고 싶다. 강 인 구
  • [공직자 에세이] 바람꽃이 손내미는 제주의 ‘오름’

    제주의 서점 어디를 가더라도 지난 1995년 출간된 이후 줄곧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독자의 손을 기다리는 책을 발견할 수 있다.‘오름나그네’라는 제목의 이 책은 원로 언론인이자 산악인인 고 김종철 선생이 도내 330여 오름을 일일이 답사한 순례기를 모은 책이다. ‘오름’은 제주섬 전역에 옹기종기 몰려 있는 기생화산을 일컫는 제주어.그 속에는 온갖 식물이 다투어 피어 있고,말과 노루가 뛰놀며,샘과 계곡이 숨어 있는가 하면,‘제주는 신들의 고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1만 8000신(神)들의 이야기가 있다. 올림포스 언덕이 그리스신화의 신의 거처라면 한라산을 비롯한 오름들은 제주 신들의 거처다.외적이 침입할 때마다 통신망 구실을 했다.때로는 항쟁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수려한 풍광에 넋을 잃은 많은 문객들이 시로 화답했으며 목축의 근거지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이렇게 오름은 저마다 제주섬 사람들의 숨결을 가슴 깊이 끌어안고 수만년의 세월을 건너왔다. 해마다 이맘 때면 사람들은 제주에서 전하는 화신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찾아온다.섬 곳곳에 피어 있는 동백을 보며 동백보다 더 붉은 사랑을 약속하기도 하고 알싸한 향기를 피어내는 수선화에 코끝을 묻기도 한다.온통 노랗게 흐드러진 유채꽃밭에 들러 한껏 웃음을 지어보기도 하고 한라산 중턱에 지천으로 핀 진달래 밭에서 잠시 정신을 놓기도 한다. 하지만 제주에는 이런 꽃들만 있는 게 아니다.새싹이 트자마자 또는 새싹이 트기도 전에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있다.높은 산정에 하얀 눈이 쌓여 있고 계곡에도 아직 잔설이 남아 있을 무렵 온 몸으로 겨울을 밀어내며 인간 세계에 봄소식을 알리는 전령들이 있다. 노루귀·바람꽃 그리고 ‘얼음새꽃’이라 불리는 복수초….이름만 들어도 벌써 봄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 꽃들은 어쩌면 사람보다 더 봄을 그리워했기에 먼저 피는지 모른다. 제주 사람들이 언제나 자연과 이웃되어 살아 왔던 모습을 보여주는 예로 ‘코시’라는 것이 있다.이것은 밖에서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게 될 경우 토속신과 조상 그리고 자연과 음식을 나누는 의미에서 술과음식을 먼저 뿌리는 ‘의식’을 말한다. 인간의 모든 삶을 결코 자연과 분리해 생각하지 않았던 제주 선인들의 덕목을 우리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간혹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바닷가 풍경을 감상하고 나면 더 볼 것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하지만 그것은 모르고 하는 말이다.제주의 오름과 들녘 곳곳에는 아직도 사람의 발길이 좀체 닫지 않은 비경이 숨어 있으며 태고적 신비를 간직한 곳이 결코 한둘이 아니다.얼마 전부터 제주를 다녀가는 분들 사이에서 오름트래킹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무척 반가운 소식이다.새 봄의 기운이 섬 곳곳에 가득한 이 계절,제주를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잠시 시간을 내어 오름에 올라 원시의 바람속에 몸과 영혼을 맡겨볼 것을 권한다. 그것이야말로 제주의 참모습과 그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진정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여성직장의 ‘청일점’ 마냥 좋지만은 않답니다

    술자리 강요,성희롱,여자를 동료가 아닌 꽃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비합리적인상명하복의 명령체계 등 우리가 접하는 조직문화는 일그러진 남성문화의 한부분.그래도 많은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개선되는 추세다.그렇다면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직장에서는 어떨까? 남성집단과 달리강요하는 술자리도 없고,합리적이고 화목한 분위기가 조성될까? 여성이 대부분인,그래서 ‘여성문화’를 겪는 일부 남성 직장인들도 나름대로 애환을 겪는다.남성이 말하는 여성문화의 문제점을 들어보자. ●””저도 남자예요”” 한맥 영화사 마케팅팀 ‘청일점’인 리주영(27)씨는 여자들과 일하는 어려움으로 ‘야한’옷차림과 ‘흐트러진’자세를 가장 먼저 꼽았다. 5명의 팀원가운데 유일한 남자이다보니 아예 없기나 한 것처럼 취급한다는 것. “동료가 책상의자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게 우연히 눈에 들어오면 얼굴이 화끈거린다.”라면서 “처음에는 무안해서 내가 자리를 피했지만 요즘에는 ‘다 보여요.’라고 항의한다.”라고 겸연쩍어했다.지난 99년사회에 첫발을 디딘 뒤로 계속 ‘여초(女超)’인 직장을 다닌 그는 여자들의 내숭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곱창 안주로 소주를 2~3병씩 마시고,목소리도 걸걸하던 여자들이 남자친구 앞에서는 엄청 얌전을 떨어요.그러면 ‘이 여자가 내가 아는 그 사람이야’라는 생각까지 든다니까요.”리씨는 직장 때문에 여자친구와 두달전 헤어졌다.늘 여자들이랑 붙어다니는 그를 오해해 다툼이 자주 있었던 것.그러나 여자랑 일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그는 “어디가서건 장남같다는 소리는 듣지 않아요.권위적이거나 보수적이지 않다는 말이죠.”라면서 여성세계에서의 생활이 자신의 성격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은근히 자랑했다. ●“어떤 직장이든 여자랑 남자가 비슷한 비율로 있어야” 경기도 수원에 있는 ‘보람 유치원’의 이강원(27)씨는 유치원에서 유일한 남자교사다.이제 8년째인 그는 한창 뛰어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최고의인기를 누린다.그러나 이렇게 경력을 쌓기까지 한두가지 애환을 겪은 것이 아니다.4~5년전만 해도 남자 유치원 교사를 겪어 보지 않은 유치원 원장들이 그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를 탐탁치 않게 여긴 것. 간신히 일자리를 얻고나서도 신망을 얻고자 몇배나 노력을 기울였다.동료 교사들에게 ‘잘 보이려고’자주 ‘대접’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자 동료들이요? 얻어먹을 때는 좋아하면서도 살 때는 인색해요.게다가 제가 남자라고 자꾸 저보고만 밥사라고 할 때는 솔직히 얄미워요.” 수업진행 방식에서도 마찰을 빚었다. “여자들은 변화나 모험을 싫어해요.항상 지난해와 같은 곳으로 소풍을 가고,지난해와 같은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하죠.”현재 수원시내 유치원들에서 가장 인기 높은 ‘제부도 갯벌탐험’은 그가 처음 개발한 소풍 아이템.당시에는 다른 교사들의 반발이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유치원에서 이곳으로 소풍을 간다.그는 “박봉과 편견 때문에 유치원 교사를 그만두려고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그러면서도 “학교 다닐 때는 과에 남자는 나뿐이라 대리출석 부탁도 못하고,따돌림도 많이 받았는데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이라고 웃었다. ●“질투는 제발 그만!” 메이크업 학원인 신단주 아카데미의 홍보담당 문정호(28)씨는 여성들과 주로일하는 어려움으로 사소한 질투심을 먼저 들었다.“‘정호씨,○○씨에게는 수첩 줬다면서 나에게는 왜 안 줘요?’라고 사사건건 질투를 할 때면 맥이 탁 풀리죠.”중·고교를 모두 남녀공학 학교에서 다닌 그는 여자가 많은 직장에 들어가는 일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오히려 ‘꽃밭’에서 일하게 됐다고 좋아하기도 했다는 것.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만만치가 않았다. “남자화장실도 제 사무실 옆에만 있고 다른 곳에는 없어서 불편할 때가 많죠.행동도 조심해야해요.금세 구설에 오르거든요.” “술자리에서 저보고 술을 따르라고 해요.게다가 남자라는 이유로 술자리 뒤치다꺼리까지 저 혼자의 몫입니다.”“정수기 물을 교체하는 일은 어렵지도 않은데 꼭 나만 시켜요.”힘든 점을 묻자,봇물 터지듯 줄줄이 쏟아낸다.하지만 “생일에 선물을 챙겨주더군요.남자가 대부분인 직장에서는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죠.”라면서 여자동료자랑도 잊지 않았다. “여자가 많은 집단에도 조직사회의 문제점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서로를 배려하면서 이를 극복하도록 노력해야죠.” 이송하기자 songha@ ★전문가 제언 여자가 많은 직장,또는 남자가 많은 직장에서 일하는 반대의 성(性)은 흔히 직장생활을 견뎌내기가 어렵다.한쪽 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할 때 그렇지 못한 소수는 ‘문화적 충격’을 겪기 십상이다.이때 소수는 ‘일이 싫어서’가아니라 ‘분위기가 싫어서’중도하차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는 반대 성의 행동패턴에 동화해 ‘남자같은 여자’‘여자같은 남자’가 되기도 한다.이같은 상황을 극복하는 적절한 방법을 전문가들에게서 듣는다. 한국여성개발원 김용옥 박사는 “특정 성에 편중된 직장에선 다른 성이 뿌리내리기 힘든 분위기가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이를 극복하려면 제도적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여자가 적은 직업에는 여자고용할당량을,남자가 적은 직업에는 남자 고용할당량을 주어야 한다는 설명이다.김 교수는 “유치원 교사나 초등학교에서 남성교사가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이 여성적으로 자라게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일반 직장에서도 남녀 성비율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성과 남성성은 상반된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 성만으로 구성된 집단의 ‘조직문화’중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 “‘여자들은 다 저래’‘남자들은 모두 문제야’라는 식으로 치부하지 말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지만,대체로 여성으로만 구성된 직업은 임금수준이 낮고,남자들로만 구성된 직업은 일이 고된 특징이 있다.”면서 “임금수준과 노동의 특성을 감안한 성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송하기자
  • 연극

    ●호랑이이야기 1월30일까지 평일 오후 2시·4시,토·일 오후 1시·3시(월쉼) 동영아트홀(02)499-3487.유홍영 연출.새끼 호랑이를 구해주다 과거에 떨어진 젊은이의 이야기.어린이연극 전용극장 개관 기념공연.극단 사다리. ●지상 최고의 연극 6∼15일 평일 오후7시30분,토·일 오후 3시·6시 오늘한강마녀소극장(02)2248-2256.우현종 작·연출.‘지상 최고의 연극’ 매표소앞에서 서성이는 실업자.독일 희곡 ‘문 밖에서’에 대한 한국적 화답.극단표현과상상. ●안티고네 인 서울 10∼31일 평일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3시·6시(월 쉼) 바탕골소극장(02)766-2124.야노쉬 그와바츠 작,전용환 연출.노숙자를 통해 본 서울.인간 존엄성의 메시지를 담은 블랙코미디.극단 청랑. ●하인 한 놈 주인 둘 7∼15일 평일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4시30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02)2274-1151.카를로 골도니 작,이대영 연출.몰락해 가는 귀족과 새롭게 부상하는 상인의 위선을 조롱하는 이탈리아 코메디아 델라르테.화동연우회. ●두 여자 5일 오후7시30분,6·7일 오후 3시·7시30분,8일 오후3시 문화일보홀(02)790-6295.유상욱 작,윤우영 연출.남편의 사랑은 받으나 아이를 못 낳는 영숙과,후처로 들어왔지만 버림받는 경자의 파란만장한 인생.에이넷 코리아. ●메이드 인 차이나 1월19일까지 평일 오후8시,토 오후 3시·7시,일 오후6시 아우내소극장(02)790-4048.마크 오로 작,이지나 연출.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조직폭력배를 둘러싼 세 남자의 우정.더 스테이지 코포레이션. ●인류 최초의 키스 29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일 오후 4시30분·7시30분(월 쉼) 대학로극장(02)765-7890.고연옥 작,김광보 연출.정상과 비정상의경계가 사라진 청송감호소의 풍경.극단 청우. ●서 있는 사내들 31일까지 화∼목 오후7시30분,금∼일 오후 4시30분·7시30분 연단극장(02)747-6742.전창걸 작,박용기 연출.일확천금을 꿈꾸다 원점으로 돌아온 세 남자.연단극장. ●꽃밭에서 22일까지 수 오후4시,목·금 오후7시30분,토 오후 3시·7시30분,일 오후3시 설치극장 정미소(02)3673-2054.배우 윤석화의삶과 희망을 고백하는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 콘서트.
  • 책꽂이/겨울강 하늬바람 外

    ●겨울강 하늬바람(박범신 지음) 지난 81년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을 받은작품을 재출간했다.70년대 이후 산업·도시화의 영향으로 당시 우리 문학을지배한 탈향(脫鄕)·귀향(歸鄕)의 문제를 특유의 감성적이고 화려한 문체로다루었다. 세계사 8000원. ●제6회 동서커피문학상 수상 작품집 대상 수상자인 이미경의 단편소설 ‘청수동이의 꿈’을 비롯해 시부문 금상 이선남의 ‘풍선’,수필부문 금상 전계숙의 ‘엄마의 저금통장’,소설부문 금상 박영미의 ‘호랑나비 한 마리가 꽃밭에 앉았는데’등을 수록했다.더북 9000원. ●꽃이 진다 꽃이 핀다(박남준 지음) 전주 모악산 기슭에 ‘모악산방’이라는 흙집을 짓고 12년째 살고 있는 중견시인의 산문집.자연에 몰입해 사는 작가의 진솔한 삶이 거짓없이 그려져 있다.호미 8000원. ●헤어져 있어도 우리는 사랑이다 국내 유명 시인들의 따뜻한 사랑시를 모았다.정호승의 ‘내 마음 속의 마음이’,이성복의 ‘입술’,정해종의 ‘연애편지 쓰는 밤’,장석남의 ‘5월’등이 실렸다.휴먼&북스 5500원. ●플레이보이 SF 걸작선(앨리스 K 터너 엮음,한기찬 옮김) 플레이보이지에실린 SF소설 모음.이 잡지의 소설부문 편집장으로 10여년간 활동한 지은이가 시대·장르·작가별 대표작을 가려 실었다.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의 죽은 도시’,어슐러 K 르귄의 ‘아홉개의 생명’등 24편 수록.황금가지 전2권각 9000원. ●체호프 단편선(안톤 체호프 지음,박현섭 옮김) 모순과 부조리에서 비롯된비극적인 삶을 유머로 따뜻하게 감싸는 작품들이다.의학계의 샛별로 떠오른남편을 죽음으로 내몰고서야 자신의 허영심과 어리석음을 깨닫는 여자를 그린 ‘베짱이’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단편소설 9편.민음사 6000원. ●반항아(산도르 마라이 지음,김인순 옮김) 헝가리 출신 작가가 1930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제1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보낸 작가의경험이 배어 있다.전쟁의 와중에서 겪는 방황과 갈등,가치관이 붕괴된 시민사회에 대한 거부감 등 청소년들의 반항의식을 키우는 사회적 억압,죄와 책임문제,세대간 갈등을 다뤘다.솔 1만원.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안나 가발다 지음,이세욱 옮김) ‘누가 어디에선가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좋겠다’는 단편집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프랑스 신예 여류작가의 첫 장편소설.이혼 위기에 몰린 며느리와,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진 경험을 가진 시아버지가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문학세계사 7800원.
  • 문화광장/ 연극

    口진흙 =12월1일까지 화∼목 오후7시30분, 금·토 오후4시30분·7시30분,일 오후3시·6시 바탕골소극장(02)766-2124.마리아 포네스 작,박재완 연출.희생을 강요당한 한 여성의 자아찾기.극단 실험극장.(사진) 口서푼짜리 오페라 =12월1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일 오후 4시30분·7시30분 알과핵소극장(02)945-7518.베르톨트 브레히트 작,이현찬 연출.거지·조폭·경찰·창녀의 삶을 통해 산업화된 도시의 뒷면을 들추어냄.극단 그림연극. 口오이디푸스= 19∼24일 평일 오후7시30분,토·일 오후 4시·7시30분 폴리미디어 씨어터(02)763-1268.소포클레스 작,이윤택 연출.그리스비극의 구조를 우리 전통의 굿의식으로 재해석.연희단거리패. 口꽃밭에서= 12월22일까지 수 오후4시,목·금 오후7시30분,토 오후3시·7시30분,일 오후3시 설치극장 정미소(02)3673-2054.배우 윤석화의 삶과 희망을 고백하는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 콘서트. 口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2월29일까지 화·목·금 오후7시30분,수·토 오후 4시·7시30분,일 오후3시 산울림소극장(02)334-5915.김형경 작,임영웅 연출.상처받은 30대 후반 여성의 자아찾기.극단 산울림. 口오랑캐 여자 옹녀 =14일 오후7시30분,15·16일 오후4시30분·7시30분,17일 오후3시·6시 연강홀(02)764-3380.배삼식 작,김동현 연출.‘변강쇠가’의 해학과 놀이성을 강조한 창작극.극단 작은신화. 口탈탈전 =14·15일 오후7시30분,16·17일 오후4시·7시 동숭무대 소극장(02)762-0810.임형수 연출.파리 사교계의 위선자들을 풍자한 몰리에르의 ‘타르튀프’를 한국식으로 각색.봉산탈춤 등 신명나는 전통연희 수용.극단 여백. 口깔리굴라 1237호= 12월1일까지 화∼목 오후7시30분,금·토 오후4시30분·7시30분,일 오후3시·6시.아룽구지소극장(02)764-8760.고선웅 작,박근형 연출.평범한 회사원이 폭군으로 변해 절대권력을 행사.인간의 잠재된 폭력성을 드러내는 작품.악어컴퍼니. 口올리아나= 24일까지 화∼목 오후7시30분,금·토 오후4시30분·7시30분,일 오후4시30분 정보소극장(02)762-0810.데이비드 매멧 작,손영섭 연출.의사소통이 부재하는 현대도시에 대한냉철한 보고서.時空人·間. 口월미도 살인사건 =12월31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 오후4시·7시30분,일 오후3시·6시(월 쉼)인켈아트홀(02)741-0251.츠카 고헤이 작,전훈 연출.해변에서 발견된 여인의 시체를 둘러싼 형사의 취조.보이는 것 이면의 진실을 추적.애플씨어터.
  • ‘알몸’ 詩語로 세상 부조리 고발, 첫시집 ‘지독한 갈증’ 펴낸 신부시인 최수종씨

    현란한 기교로 버무린 시편들 속에서 만난 그의 ‘무기교 시’는 샘물 같은 것이었다.맑은가 하면 뜨겁고,뜨거운가 하면 시리다.그는 확실히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는 ‘불온한 사제’임에 틀림없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앵글로색슨 족을 향해 ‘겉 희고 속 검다.’고 단언하고,주한미군을 두고 ‘개소리’라는 욕지거리를 ‘시’라는 이름으로 내걸줄 아는 이,사제 시인 최수종(38)의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이 나왔다. 시집은,우리의 문학수업이 시적 정서의 전근대성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확실히 적절한 텍스트는 아니다.그러나 시만 읽을라치면 졸리는 독자,시적 영감을 현장 대신 상념에서만 구하는 시인이라면 그의 시에서 깨우침을 하나쯤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분식과 치장을 걷어낸 그의 시는 지금 알몸이다.포르노그라피의 탈의가 아니라 스스로의 양심과 믿음,그리고 뜨거운 눈물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아픈 알몸이다. ‘누가 이 죽음을 애도하랴/누가 저 손가락질 거두어 내 부족함으로 받아들이랴/하늘나라 꽃밭에서 나비처럼 날고있을/꽃다운 넋들이여/내 누이들이여/두 번 다시는 남몰래 울지 말거라/두 번 다시는 창살에 갇히지 말거라’(꽃다운 넋들이여-군산시 대명동 윤락가 화재로 숨진 다섯 영혼들의 49재 추도시 중) 시를 통해 세상의 부조리에 한사코 몸싸움을 거는 그의 도전은 ‘시가 칼이 되지 못하는 까닭에’무모하지만 아름답다.‘한때 낙화암의 꽃잎처럼 지고 싶었다.스물아홉,핏발 선 울음 품고/타는 가슴속 화염병처럼/꼭 한번,금남로 아스팔트 위를 뒹굴고 싶었다/터지다 터지다가 지친 시커먼 연기라도/좋으니 종탑 끝 십자가에 못 박히고 싶었다’(금남로 철쭉 중)나,‘투쟁만이 희망이라고 믿는/사람./그 삶이 역사다’(역사)에서 보는 그의 현실 인식은 개혁,즉 ‘뒤바꿈’이다. 그러나 그에게서 눈물겨운 서정을 구하는 일이 어렵다고 이르지 말라.그렇더라도 그의 시는 처연하게 슬픈 우리의 정서에 뿌리내리고 있다. ‘소리없이 물들어 가득합니다/남김없이 텅 비어 고요합니다 모든 들녘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 됩니다’(가을의 숨결)나,‘단풍은 꽃이다/단풍을 바라보는/눈길도 꽃이다 그 꽃잎들이 피워 올리는 한 잎 두 잎의 이야기들 사랑도/죽음도/꽃이다’(단풍은 꽃이다)에서 드러난 그의 서정은 인간의 깊은 심연에 가 닿아 있다. 또 있다.‘다복솔을 심기 위해/포클레인 쇠밧줄에 대롱대롱/목 매달린 농구골대 농구골대가 사라진 성당은/골고다 언덕입니다 아이들의 함성이 사라진/성당은/하늘나라가 아닙니다’(평화 중).세상의 기독이여,이 시는 또 어떤가. 심재억기자
  • 제22회 농어촌청소년 대상/ 본상

    ◆농업부문 이동주씨-불갑사,영산성지 등에서 32회에 걸쳐 자연보호활동을 하는 등‘깨끗한 영광 만들기’에 앞장섰다.국도변 꽃밭 가꾸기사업도 추진,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94년에는 일일찻집을 운영,수익금으로 양로원을 방문해 노인들을 위로하고 소년소녀가장 10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농업부문 신석범씨-강원대 대학원에서 원예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실습을 통해 익힌 시설채소 재배기술을 영농후계자들에게 보급하는 데 노력해왔다.선진과학 영농에 뜻을 둔 후배들과 함께 일하는 옥계영농조합법인에는 농촌지도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2001년에는 방울토마토 46t을 수출했다. ◆농업부문 송병규씨-1000만원 모금을 위한 백혈병 어린이돕기 전국국토순례 대행진에 참가하고,폐품을 모아 기금을 조성하는 등 불우이웃 돕기에 힘썼다.풋고추 값이 떨어질 때 1차 염장가공으로 저장한 뒤 겨울철에 판매,가격안정으로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했다. ◆농업부문 조병운씨-안면도 국제꽃박람회 개최 때 환경정화 캠페인 등으로 ‘아름다운 내고장 가꾸기’에 앞장섰다. 비닐하우스 정비,화초 재배,꽃동산·꽃길 조성에도 노력했다.동료 4-H회원들과 함께 농기계교육을 받은 뒤 농기계를 구입,영농기반인 간척지 경작면적을 2㏊에서 6㏊로 늘렸다. ◆농업부문 박종진씨-활발한 영농활동 못지 않게 마을공부방과 문고 운영,빈 농약병 모으기(1.4t),소년소녀가장돕기 등 지역사회 봉사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지역 소득작목 재배 및 농기계를 이용한 계획적 영농으로 주위의 신망을 쌓았다. ◆농업부문 송영식씨-기계화 영농단을 운영하고 농기계 정비기능사 2급 자격을 취득한 뒤 농업인 250명에게 농기계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휴경답을 활용해 공동시범포를 운영,3000만원의 관련 기금을 모아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농업부문 조현철씨-진주산업대에서 배운 토양미생물학을 응용해 축산 분뇨와 톱밥 등을 원료로 만든 ‘토착미생물 접종 발효 퇴비’로 수박을 시험재배,수확량과 당도를 30% 높였다.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작목반’을 이끄는가 하면 봉사에도 앞장서 해마다 고령의 농가를 선정,돕고 있다. ◆농업부문 정운섭씨-후계농업인으로 과학영농을 실천하고 청소년의 농촌 정착을 유도했다.소년소녀가장 24명에 장학금 480만원을 지급했다.대청댐 공휴지 2㏊에 감자를 심어 12t을 군납하기도 했다.벼·복숭아·포도·토마토 등을 재배하며 인터넷 판매와 노변 직거래 등을 통해 연간 75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수산부문 박명진씨-조수간만의 차가 심하고 수심이 낮은 서해안지역은 해양학적 특성상 넙치 양식이 불가능하다는 통념을 가능으로 바꾼 순환여과시스템을 고안,서해안에서 처음으로 넙치 양식에 성공해 500평에서 연 2억원의 순소득을 올렸다. ◆수산부문 박근수씨-순환여과식 등 현대화된 양식장을 설치,고소득을 올렸다.유료낚시터도 900여평 운영,내수면 어업의 경쟁력을 높였다.유통마진을 최소화하고 소비 촉진을 유도하기 위해 직거래소 60곳을 확보,유통 개선에 노력했다. 어업인후계자간 유대를 강화하고 양식사례 정보교환에도 힘썼다. ◆수산부문 김건수씨-공직자의 꿈을 접고 여수대 석사학위까지 취득,가업인 어업인의 길을 걷고 있다.조피볼락,돌돔,우렁쉥이의 우량 종묘기술을 개발했다. 지역적 특성을 이용한 양식법을 도입하는 등 연구하는 어업인의 모범을 보였다. ◆수산부문 정석기씨-소형어선에 그물 등 어구를 수심 600여m까지 내리고 올릴 수 있는 장치를 설치,곰치 등 값비싼 어종을 잡아 생산력을 높였다.트롤,기저 등 계절별 조업어장을 미리 알아내 어구 설치해역으로 이동,어구손실을 최소화했다.
  • [열린세상] 달음박질 치는 사람들

    여덟 살 때 앓은 뇌염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한 최용진 선수(35)가 지난 28일 부산 아 태장애인 경기대회 1500m 달리기에서 금메달을 땄다.최 선수는 말을 더듬고 팔을 잘 못 움직이는 뇌성마비 6급 장애인이다.그는 1999년 이래 장애인 대회마다 이 종목 우승을 놓친 일이 없는 달리기 챔피언이다.7월에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그는 하루 종일 달리고 또 달린다고 한다.달리는 인생이다.돌 캐는 회사에 취직이 되었을 때는 24킬로미터 떨어진 직장을 뛰어서 다녔다.그래서 붙은 별명이 포레스트 검프다.“달리면 답답한 가슴이 확 트일 것 같아서” 뜀박질을 시작했다고 술회한다. 1분 동안 심장박동 38회라는 ‘철의 심장’의 소유자 이봉주 선수는 “마라톤은 초반이 어렵다.고비를 넘기면 탄력이 붙는다.”고 가르친다. 그 초반 고비를 보통 ‘사점(死點)’이라고 한다.근육에 피로물질인 젖산이 쌓이면서 가슴과 배에 통증이 오는 때다.죽을 듯이 괴롭다.그러나 포기하고 싶은 이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면 홀연성취감 만족감 같은 환희를 맛보면서,두둥실 떠있는 구름 사이를 지나는 비행기처럼 힘 드는 줄 모르게 된다.스포츠 의학 용어로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부르는,일종의 마취현상이다. 보통 달리기 시작해서 30분 쯤,거리로는 7∼8km 부터 이런 일이 나타난다고 한다.고통이 먼저 오고,그것을 견디면,그 뒤에 찾아오는 행복감은 헤로인이나 모르핀을 투여했을 때와 비교된다.기분이 좋아지고,팔이 가볍고,리듬감이 생기고,피로가 사라지고,새로운 힘이 샘솟는 듯한 ‘야릇한 시간’을 경험한다.‘하늘을 나는 듯,꽃밭을 걷는 듯’ 이라고 표현한 사람도 있다.한 번맛들인 사람은 이 짜릿한 맛을 잊을 수 없다.달리기 마니아의 탄생이다. 러너스 하이와 같은 마취,또는 마비,아니면 함몰의 경지는 달리기에만 있는 현상도 아니다.무슨 일이든 몰입하면 그 밖의 모든 일은 아랑곳 하지 않거나 자기 코앞만 보고 가는 반맹(半盲) 상태에 이르는 사람들이 많다.남에 대한 배려는 겨를이 없고,무엇보다 사리 분별이 흐리고 몽롱하다. 선거는 일종의 달리기다.선거에 몸담은 사람들은 달리기의 ‘사점’에서 종종 판단기능에 장애를 일으킨다.고통과 자기도취는 동전의 양면이다.뻔한 사안인데도 인식과 평가에 심각한 마비증세를 보인다. 한 달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향해 달려가는 각 후보 진영은 지금 러너스 하이에 빠진 듯한 양상이다.달리는 관성을 제어 못해 폭주하는 대선 캠프가 있는가 하면 행불행도 분간 못하는 몽매간(夢寐間)의 행보가 있다.유의할 일은 대선 후보들 사이에 불을 뿜어야 할 정책 토론보다 헛소리가 만연한다는 점이다.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 현재의 야당이 앞장서서 국정홍보 예산을 증액시켰다,야당이 대통령실 예산의 증액론을 폈다,각 지역의 건설사업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는 등의 ‘집권을 전제로 한 듯한 선심’행보가 보도되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판단 장애 현상의 하나로 보인다. 북한 핵 문제가 돌출하자 갑자기 ‘전면 재검토’ ‘일시 중단’ 따위 맥락이 닿지 않는 말로 강성 면모를 보이려는 태도나,한 교수가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한 후보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이유들’을 제시하자 ‘증오’ ‘질시와 시기’라는 말로 공론(公論)을 사담화(私談化)하려는 듯이 글 쓴 이를 몰아붙이는 반응을 나타낸 것도 정상은 아니다. 국민은 지금 후보들에 대한 더 충분한 검증의 기회를 바란다.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지지율 등락이 요란하게 보도되고 있지만,그 후보들은 아직 제대로 검증되기 전이다.점퍼 입고 시장거리 누비는 이미지만으로,제기된 의혹들을 깔고 앉은 채,국민에게 표를 나눠 달라는 것은 속임수이기 쉽다.정치권은 자가중독의 ‘야릇한 시간’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정책 차별화의 진지하고 치열한 논의는 없이,감춰진 진실을 명명백백 드러냄 없이,변죽을 맴도는 대선 캠페인만으로 대통령이 탄생될 수는 없다.장애인 뜀박질 금메달리스트의 ‘답답한 가슴을 확 트는’ 단순한 달리기 철학 앞에 모두 부끄러워야한다. 정달영 칼럼니스트 ·명예논설위원 ssisi61@hanmail.net
  • [2002 길섶에서] 서리꽃

    단풍이 미처 자태를 뽐내기도 전에 수은주가 뚝 떨어졌다.설악산 대청봉과 한라산 정상을 물들인 단풍은 밤새 내린 이슬이 얼어 붙으면서 온통 서리꽃으로 바뀌었다.뜻밖에 찾아온 초겨울 전령사가 펼치는 눈부신 파노라마에 등산객들의 입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시인은 손발이 시린 날 쓴 일기와 가슴마저 시려 드는 밤 찾아나선 한 줄의 시(詩)에 생각이 미쳤다.또 등만 보이는 사람을 눈 앞에 둔,유월에도 녹지 않는 마음을 서리꽃에서 찾아냈다. 어느 사진 작가는 서리꽃밭을 필름에 담으며 하늘을 향해 한올 한올 피어오르다가 하얗게 빛이 바래 버린 어머니의 한숨을,애틋한 미소 한자락을 서산에 걸어두고 떠난 임의 뽀얀 얼굴을 떠올렸다. 서리꽃이 감탄사 이상의 의미로 가슴에 와닿은 것은 햇살과 함께 사라지는 짧은 생명 때문이리라.기나긴 겨울 그림자가 산자락을 휘감기 전에 서리꽃이 품은 이야기들을 찾아 나서는 것도 괜찮은 일탈(逸脫)이 아닐까. 우득정 논설위원
  • 연극 리뷰/ 드라마콘서트 ‘꽃밭에서’ - ‘인간 윤석화’의 솔직한 내면 만나기

    무대가 밝아지면 보랏빛 드레스를 우아하게 차려입은 윤석화가 앉아 있다.어쩜 저렇게 고울까 싶은 그녀의 옆모습.나직한 목소리로 ‘제비꽃’을 부른다.안식을 구하는 목소리는 참 평화롭게,지친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진다.그렇게 27년간 무대에서 관객을 웃기고 울린 그녀와의 데이트는 시작된다. 1년여만에 무대에서 만나는 그녀는 더이상 ‘신의 아그네스’의 수녀나 ‘마스터 클래스’의 마리아 칼라스도 아니다.인간 윤석화 그대로 관객과 대화를 나눈다.혹 그녀의 연극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드라마콘서트라는 표현대로 ‘꽃밭에서’는 이야기가 있는 음악콘서트다.어떻게 보면 토크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스타의 힘이란 이런 걸까.자신의 삶을 술회하고 애창곡을 부르는,단순해 보이는 이 콘서트에 관객들은 그녀와 함께 배꼽을 잡고 눈물을 닦는다.유년의 기억,사랑,배우로서의 삶 등으로 나눠 이야기를 건네는 그녀는 장난스러운 작은 꼬마가 됐다가 꿈꾸는 여인이 됐다가 사랑스러운 연인이 되면서 관객을 자신의 솔직한 내면으로 초대하는 것. 공연장을 찾은 어머니를 소개하고,분장실에서 소리가 들리면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는,아주 개인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무대.눈시울이 붉어진 그녀에게 관객이 손수건을 건네고,한 아주머니는 무대에 올라가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제가 너무 오버하는 걸까요?”라는 그녀의 말대로 망가지기도,가지런히 앉아서 사랑의 추억을 말하기도 하는 그녀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관객은 즐겁다. “폐허에서 꽃을 피운다.”는 컨셉트대로 공연은 황폐해진 관객의 마음에 사랑과 희망의 불씨를 성공적으로 지폈다.다만 분장실 모습을 형상화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연극적인 요소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가수가 아닌 배우 윤석화의 삶인 만큼 좀 더 연극적으로 그리거나,아니면 이전의 연기 모습이라도 볼 수 있었다면 극이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극장 정미소는 월간 객석의 건물 1·2층을 소극장으로 꾸민 곳이다.아직 공사가 덜 돼 시멘트 벽이 드러나 있지만 하얀 캔버스를 둘러 나름의 운치를 만들어냈다.객석에 경사가 없어 뒤에 앉은 관객은 무대가 잘 안 보인다는 것이 단점.새달 22일까지 수 오후 4시,목·금 오후 7시30분,토 오후 3시·7시30분,일 오후 3시.(02)3673-2054. 김소연기자
  • 배한봉씨 두번째 시집 ‘우포늪 왁새’ - 우포늪에서 생명을 보았네

    배한봉은 시인이다.그냥 시인이 아니라 이 땅의 생태 역사가 숨쉬는 우포늪지기 시인이다.왜가리와 개구리밥,자운영,가시연꽃 등속과 더불어 우포늪 ‘맑은’ 물에 베잠방이를 적시고 사는 그의 시는,그래선지 온통 자연색이다.어디에도 인공 감미료의 역겨움이 배어 있지 않다.청량하고 담백하다. ‘온 몸에 돋은 가시로 제 살을 물어뜯지 않고서는 터질 수 없는 선지빛 꽃의 뇌관.(중략)분노와 증오,탄식마저 사랑해야 할 여름의 끝,빈 손으로 돌아온 이들을 위해 불을 댕기는 저 꽃 앞에서 나는 자꾸만 울고 싶은 것이다.’(가시연꽃 중)라는 그는 우포를 떠나서는 이미 시인이 아닐는지도 모른다.그의 시정은 가시연꽃처럼 끝모를 늪의 깊이를 향해서만 비로소 벙그는 꽃 같은 것. 그의 두번째 시집 ‘우포늪 왁새’(시와 시학사)는 흔한 시평 하나 없는 숭늉처럼 밍밍한 시집이지만 속을 들춰보면 물위를 비추는 아침 빛살처럼 눈시리게 다가온다. ‘나는 지금 1억년 전의 사서(史書)를 읽고 있다/빗방울은 대지에 스며들뿐만 아니라/돌 속에 북두칠성을 박아놓고 우주의 거리를 잰다/신호처럼 일제히 귀뚜리의 송신이 그치고/들국 몇 송이 나즉한 바람에 휘어질 때/세상의 젖이 되었던 비는,마지막 몇 방울의 힘으로/돌 속에 들어가 긴 잠을 청했으리라’(빗방울 화석 중) 이처럼 그의 시세계는 ‘우포’ 또는 ‘우포의 생태’라는 현실을 통해 잊혀진 역사와 만나고,‘돌 속의 잠’으로 표현되는 현실 또는 현실 이후의 날들과도 만나기를 희망한다.다시 곱씹어 보라.낱알 같은 빗방울 하나에서 근원조차도 모를 생명의 기원을 보는 시인의 명상은 얼마나 건강한 것인가. 시편에 나타난 그의 주지(主知) 지향적 진지함은 많은 사람들이 ‘생태의 보물창고’라는 우포늪에서 하나의 기원을 구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 진지함은 ‘봄이 지뢰를 밟았다’(자운영 꽃밭에서)거나 ‘비로소 지느러미 흔들며 입을 뻐끔거리는 물고기와/부화된 유충들의 오랜 믿음이/한 뜸씩 유영의 무늬를 수놓는 물의 성소’(물의 신전)에서처럼 현상이 그의 시적 정수기를 거쳐 구체화된다. 이런 그의 시가 더 포근한 것은 자칫 냉랭할 수있는 주지적 경향을 ‘사람 냄새’로 감싸고 있다는 점이다.‘6월 우포늪에 오려면 우항산 멍석딸기 익을 때가 좋고요/우항산 가는 길은 물억새 키를 덮는 토평둑이 좋지요’라는 그의 우포 사랑이 ‘달콤시큼’하다.5500원. 심재억기자
  • 문화광장/ 연극

    ◆ 안티고네-생존의 방식=평일 오후7시30분,토·일 오후 4시30분·7시30분정보소극장(02)734-4908.장 아누이 작,김상교 연출.순수의 열정을 되찾으려는 안티고네와 현실에 안주하려는 크레온의 대립.현대인의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동아방송대학 극단인 동아씨어터컴퍼니 창단공연. ◆ 월미도 살인사건= 18일∼12월31일 평일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7시30분,일 오후 3시·6시(월 쉼)인켈아트홀(02)741-0251.츠카 고헤이 작,전훈 연출.해변에서 발견된 여인의 시체를 둘러싼 형사의 취조과정.보이는 것 이면의 진실을 추적.애플씨어터. ◆ 제목 없으면 어때!=18일∼11월17일 평일 오후7시,토 오후 4시·7시·10시,일 오후 4시·7시(월 쉼)창조 콘서트홀(02)928-6166.유록식 작,백재현·유록식 연출.당리당약에만 거품무는 정치인을 풍자한 블랙코미디.전유성의 코미디시장. ◆ 냉혈지대=11월10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일 오후 4시·7시(월 쉼)까망소극장(02)766-2124.김성수 작·연출.돈 때문에 친구의 콩팥을 팔아넘기려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자본이 주인이 된 사회에서 어떻게 인간성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를 탐색.공연기획 파란. ◆ 햄릿 프로젝트=30일까지 오후7시30분(월·23일 쉼)정동극장(02)7511-500.셰익스피어·마로 윗츠 작,김아라 연출.영상,테크노 음악이 어우러진 햄릿조롱하기.극단 무천. ◆ 셰익스피어 벗기기=12월8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3시·6시 열린극장(02)743-6474.거칠고 난잡한 놀이로 표현한 ‘미친 햄릿’,굿의 축제적인 성격을 도입한 ‘웃고랑 맥베스’,9작품의 대사만으로 구성한 ‘한줄짜리 연극’등 3편.극단청년. ◆ 검정 고무신=11월3일까지 화∼목 오후7시30분 금·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3시·6시 알과핵소극장(02)766-2124.위기훈 작,김성노 연출.광복전후기의 고무신 공장을 배경으로 민초들의 삶을 형상화.지난해 삼성문학상 희곡부문 수상작.극단 실험극장. ◆ 꽃밭에서=11월22일까지 수 오후4시,목·금 오후7시30분,토 오후 3시·7시30분,일 오후3시 설치극장정미소(02)3673-2054.배우 윤석화의 삶과 희망을 고백하는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 콘서트. ◆ 거기=11월3일까지 화∼금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4시30분 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2-0010.코너 맥퍼슨 작,이상우 연출.강릉의 바닷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귀신 이야기.극단 차이무. ◆ 세자매=30일까지 화∼금 오후7시30분,토·일 오후 4시·7시30분 학전블루소극장(02)760-4640.안톤 체홉 작,윤광진 연출.제정러시아 격변기를 살아간 세자매의 모스크바를 향한 꿈이 무너지는 과정을 그림.우리극연구소. ◆ 쌔드 쎌카=31일까지 평일 오후7시,토 오후 4시·7시,일 오후4시(월 쉼)마로니에소극장(02)3141-8425.양지월 작,이완희 연출.암에 걸린 한 연극배우가 지금까지의 삶을 정리하는 모노드라마.배우 양승걸의 10년 연기생활을 담은 작품.
  • “서울에도 메밀꽃 밭 있다”

    메밀꽃을 보기위해 강원도 평창 봉평에 있는 이효석의 생가까지 갈 필요가 없다.중랑천변에 가면 하얀 소금을 뿌려 놓은 것 같은 메밀꽃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중랑구(구청장 문병권)가 지난 8월말 중랑교와 장평교 사이 2.3㎞,1만 3000평 중랑천 둔치에 심은 메밀이 요즘 한창 꽃망울을 터뜨려 도심속의 거대한 ‘눈꽃밭’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메밀꽃의 만개한 모습은 강원도 봉평에 가지 않고도 그곳의 정취를 그대로 만끽할 수 있다.동북간선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들과 휴식을 위해 중랑천변을 찾는 시민들에게는 서울 도심속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이색 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곳에는 농구·족구·배구 등의 체육시설과 산책로,자전거길 등이 고루 꾸며져 운동을 겸해 산책하기에 요즘이 최상이다. 도보로는 면목 5동 까르푸 맞은편(동이로)의 면목교옆 진입계단이나 면목 2동 한신아파트 뒤편을 이용하면 된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면목 5동 까르푸 맞은편(동이로)의 중간집하장 통로를 이용하면 된다. 조덕현기자 hyoun@
  • 문화광장/ 연극

    ◆ 세자매-30일까지 화∼금 오후7시30분,토·일 오후 4시·7시30분 학전블루소극장(02)760-4640.안톤 체홉 작,윤광진 연출.제정러시아의 격변기를 살아간 세자매를 통해 꿈과 현실의 충돌을 그림.우리극연구소. ◆ 셰익스피어 벗기기-12월8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3시·6시 열린극장(02)743-6474.거칠고 난잡한 놀이로 표현한 ‘미친 햄릿’,굿의 축제적인 성격과 한국적인 움직임을 도입한 ‘웃고랑 맥베스’,9개 작품의 대사만으로 구성한 ‘한줄짜리 연극’등 3편을 올림.극단 청년. ◆ 더 세이비어Ⅱ-혼의 구제자-15·16일 오후7시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02)2274-3507.오모테 히로야키 연출.태양신앙에 바탕을 둔 전설을 토대로 정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퍼포먼스 쇼.한국·일본·싱가포르 예술인 공동 작업으로 컴퓨터그래픽 영상,뮤지컬,연극,마임,춤이 혼합된 공연. ◆ 검정 고무신-16일∼11월3일 화∼목 오후7시30분,금·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3시·6시 알과핵소극장(02)766-2124.위기훈 작,김성노 연출.해방전후기의 고무신 공장을 배경으로 민초들의 삶을 형상화.지난해 삼성문학상 희곡부문 수상작.극단 실험극장. ◆ 꽃밭에서-11월22일까지 수 오후4시,목·금 오후7시30분,토 오후 3시·7시30분,일 오후3시 설치극장 정미소(02)3673-2054.배우 윤석화의 삶과 희망을 고백하는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 콘서트. ◆ 박첨지 놀이-27일까지 일 오후4시 미추산방 흰돌극장(031)879-3100.손진책 예술감독.박첨지 일가를 통해 가부장제도를 비판한 꼭두각시 인형극.극단 미추. ◆ 거기-11월3일까지 화∼금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4시30분 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2-0010.코너 맥퍼슨 작,이상우 연출.강릉의 바닷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귀신 이야기.극단 차이무.
  • 책/인듀어런스-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극한 상황서 빛난 위기관리 능력

    마르코 폴로,페르디난드 마젤란,로알 아문센….인이 박히도록 들어온 세계적 탐험가들 뒤에 나란히 놓여 마땅한 이름이 하나 더 있다.어니스트 섀클턴.미국의 자유기고가 캐롤라인 알렉산더가 쓴 ‘인듀어런스-어니스트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뜨인돌 펴냄)는 목숨을 담보한 그의 남극탐험기를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고 있다. ‘새삼 웬 남극탐험기?’라며 의아해할 독자들도 있겠다.그러나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당의정 같은 신간들 틈바구니에서 오히려 책은 진가를 더한다.책의 원제인 ‘인듀어런스’(The Indurance)는 1914년 27명의 탐험대를 태우고 남극탐험을 떠났던 배의 이름.예기치 않은 재난으로 사투를 벌이다 전원이 무사생환하기까지 634일간의 투쟁기인 책은,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질만한 한편의 인간승리 드라마다.위기를 극복하는 자세와 지혜,특히 CEO 독자들에게는 위기관리 능력과 진정한 리더십을 제시한다. 1914년 12월5일.아일랜드 태생의 패기만만한 극지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26명의 탐험대원들을 이끌고 남극대륙횡단길에 올랐다.‘인내’를 뜻하는 배 이름도 자신이 직접 붙였다.그러나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탐험은 실패하고,그것이 ‘위대한 실패’로 두고두고 세인들의 입길에 오르내릴 것이란 사실을. 인듀어런스호는 남극권의 관문인 사우스 조지아 섬의 포경기지를 출발,어마어마한 얼음 장애물들을 헤치며 1600㎞를 무사히 항해했다.그런데 운명이 장난을 걸어왔다.부빙(떠다니는 얼음덩어리)들 사이에 배가 갇히더니 설상가상 기온 급강하로 다음날엔 꼼짝없이 얼음바다에 묶이고 만 것.1915년 1월24일.최종 목적지까지 고작 150㎞를 남겨놓고서였다. 남극의 망망한 얼음바다 위에서 뱃길을 열려는 대원들의 투쟁의지는 눈물겨웠다.칼과 쇠지렛대로 부빙들을 잘라내봤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부빙에 묶인 지 꼭 한달만인 2월24일 탐험대장 섀클턴은 눈물을 머금고 항해중단을 선언했다. 대원 들의 면면은 다양했다.일반선원에서부터 전문선원 의사 사진작가 조각가 목수….이 책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가 사진작가 프랭크 헐리다.대자연을 상대로 한 대원들의 피나는 투쟁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해둔 덕분에 책은 그 어떤 재난영화보다 더 사실적 감동이 있는 다큐멘터리가 됐다. 1916년 8월30일.전 대원들이 온전히 구조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섀클턴은 냉정을 잃지 않는 리더십을 발휘했다.그러나 책은 단순히 섀클턴 개인의 탐험일지 쪽에 무게를 싣진 않았다.죽음의 바다에 갇혀서도 대자연의 질서 앞에 겸손했던 대원들의 자세도 오래도록 뇌리에 남을 듯하다.“환상적인 저녁이다.반짝거리는 서리가 대기를 가득 채웠다.”“아침햇살에 반짝이는 얼음꽃은 분홍색 카네이션이 만발한 꽃밭을 닮았다.”(헐리의 일기) 남극의 광활한 얼음바다,부빙에 갇혀 점점 기울어가는 배,섀클턴과 대원들의 지리한 투쟁일지 등을 현장사진들로 음미하는 맛은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과정으로서의 실패’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무릎을 칠만하다.죽음의 사우스 조지아 섬을 마침내 빠져나오며 섀클턴은 되뇌었다.“고통당하고 굶주렸지만 승리했고,기었지만 영광을 잡았다.” 3만원. 황수정기자 sjh@
  • 어린이 책세상 / 얼레꼴레 결혼한대요 등

    ◆ 얼레꼴레 결혼한대요(안도현 글,조민경 그림) = 시인이 쓴 연작 그림동화.컴퓨터와 완구에 빠진 도시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삽화와 함께들어 있다.부모는 책을 읽어주며 추억에 빠져들 테지만,자녀들에게는 좀 생경할 수도 있겠다.태동어린이.7500원. ◆ 뽀뽀쟁이 프리더(구두룬 멥스 글,로트리우트 주자니 베르너 그림,문성원옮김) = 새하얀 머리카락에 얼굴은 온통 주름투성이인 할머니와,깡총깡총 뛰며 놀아달라고 떼쓰는 개구쟁이 손자 프리더의 세대를 뛰어넘은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할머니,나랑 친구해요’와 한 세트다.초등학교 저학년 이상.시공주니어.각권 6000원. ◆ 행복한 의자나무(량슈린 글·그림,박지민 옮김) = 거인 에이트의 꽃밭에 있는 가지도 잎도 없는 이상한 나무 한그루.제멋대로에 자기밖에 몰라 언제나 혼자서 목을 길게 빼고 외톨이로 서 있다.어느날 거인 에이트가 앉았는데 그후로 나무는 에이트를 기다리며 가지를 쑥쑥 키워올리고,꽃도 피워낸다.어느덧 나무는 행복해졌다.만4세 이상.북뱅크.7000원. ◆ 누가 먹었지?(고미 타로 글·그림,김난주 옮김) = 짧은 글과 반복적인 그림으로 보는 즐거움을 주는 그림책 시리즈.숨은 그림 찾기같다.한 예로 ‘딸기를 누가 먹었지’의 옆 페이지에는 사자 3마리가 똑같은 자세로 나란히 앉아 있다.똑같지만 다르게 생긴 그림이 눈에 확 들어온다.만2세용.비룡소.6000원. ◆ 알리키 인성 교육(알리키 글·그림,정선심 옮김) = 제7차 교육과정에 맞춰 창의력과 건전한 인성을 증진시키는 교육서.어린이가 또래 집단과 생활할 때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카툰 형식의 그림으로 보여준다.‘감정’‘예의’‘대화’를 각각 나눠 3권으로 펴냈다.초등학교 저학년 이상.미래M&B.각권 9000원. ◆ 까미는 장난감을 빌려주기 싫어해요(알린느 드 페티니 글,낸시 들라보 그림,정미애 옮김) = 올바른 생활습관을 만들어 주기 위한 ‘까미의 작은 앨범’시리즈.자기 물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까미에게 엄마는 친구들에 대한 믿음을 가르치며 유아적 집착을 고쳐준다.솔출판사.6500원.
  • 축제속으로/ 춘천 막국수축제-영천 포도축제

    막판 더위가 여름의 끝자락을 맴돌고 있는 가운데 미각을 돋우는 지역 축제가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강원도 별미의 대명사인 ‘막국수 축제’가 춘천에서 열리고 혀끝을 자극하는 포도축제가 본고장 영천에서 펼쳐져 관광객을 유혹한다. ■춘천 막국수축제/ 별미와 볼거리 ‘즐거움 두배' “담백하고 토속적인 막국수의 진미를 춘천에서 경험하세요.” ‘메밀과 막국수의 고장’ 강원도 춘천에서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향토 먹거리 큰 잔치인 제7회 ‘막국수 축제’가 열려 관광객의 미각을 한껏 돋운다. 밭이 많은 강원도에서는 예부터 메밀을 구황작물로 가꾸어 왔다.그러나 생활 수준 향상과 함께 막국수가 별미로 각광받으면서 이 축제도 지역 최대 향토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게다가 요즘 들어 메밀의 주성분 가운데 인체의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주는 루틴이 다량 함유돼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인병 예방을 위한 건강식품으로 막국수가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고혈압 환자들이 즐겨 먹기에는 제격이다. 춘천막국수축제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춘천시 삼천동 수변공원 일대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행사기간동안 막국수업소 20곳과 닭갈비업소 5곳 등 25개 업소가 참가해 춘천이 간직하고 있는 향토 맛의 진수를 과시하게 된다. 축제에 참가하는 막국수업소들은 향토막국수협의회에서 최종 선정해 참여하게 된다. 이 기간동안 매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동안 나무틀을 눌러 막국수를 만드는 과정을 소개하는 ‘전통막국수 재연’행사도 선보인다.펄펄 끓는 무쇠솥위에 막국수 틀을 올려 놓고 적당히 반죽한 메밀가루를 눌러 내리는 정취는 옛 조상들의 멋과 맛이 함께 묻어나기에 충분하다. 행사장 인근 의암호수내의 붕어섬 5만여평에는 메밀꽃밭을 조성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난달 중순쯤 파종한 메밀이 행사기간과 때를 같이해 ‘소금을 뿌린 듯’하얀꽃을 피웠다.관광객들에게는 메밀밭의 또다른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넓은 섬위에 핀 메밀꽃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촬영 장소도 만들어진다.행사기간동안 행사장과 붕어섬을 오가는 배가수시로 운행된다. 행사에 참가한 업소를 대상으로 막국수를 품평해 ‘명가’(名家)도 선정한다.대학의 식품조리 관련 교수 5명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행사 전부터 일일이 참가 업소를 사전 탐방하고 현장에서 맛을 평가해 해마다 1∼2개 업소씩을 명가로 뽑는다.명가로 선정된 업소는 춘천시로부터 명가패를 받아 맛을 검증받았다는 인정과 함께 홍보에도 이용할 수 있다.부대행사로는 막국수 빨리먹기 대회와 막국수 가요제가 열려 막국수의 진미를 맛보려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밖에 행사장 인근에는 농산물 전시판매,메밀음식 전시회,음식경연대회,재래농기구전시,무대공연 등이 줄지어 펼쳐진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백일장과 사생대회,막국수 먹기대회,청소년 한마당축제 가요댄싱경연대회,막국수 가요제,제기차기,팔씨름,줄다리기,어린이 디스코 즉석게임 등도 마련돼 흥미를 배가시킨다.(033)250-3378.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 ■영천 포도축제/ 새콤달콤 포도밭 유혹 “포도의 고장 영천에서 연인이나가족끼리 상큼한 추억을 맛보세요.” 올해로 다섯 돌을 맞는 ‘영천 포도축제’가 오는 31일과 새달 1일 이틀간 경북 영천시 농산물도매시장 앞 금호강 둔치에서 열려 관광객의 미각을 돋우게 된다. ‘온누리의 포도향을 그대에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축제에서는 포도를 테마로 한 체험·공연·전시회 등 40여종의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 축제는 전국 최대의 포도 주산지이며 청정지역인 영천에서 생산되는 포도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판촉 활동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에도 한몫하게 된다. 축제는 31일 오전 10시 주무대인 금호강 둔치에서 사물놀이와 에어로빅,스포츠댄스 등 활기찬 공연으로 막을 올린다. 포도주 만들기 시연과 함께 포도 기네스 경기,포도아가씨 선발대회,국악인과의 만남,달집 태우기 등의 행사가 줄을 이어 색다른 볼거리도 제공한다. 특히 포도아가씨 선발대회에는 20명의 미녀들이 참가해 아름다움을 한껏 과시하고 선발되면 영천 포도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인기가수 전미경도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9월1일에는 포도사랑 달리기대회(6㎞)를 비롯해 민속놀이 시연과 포도투어청소년 어울마당,시민노래자랑 등이 열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관광객 등 참가자들을 위해 축제기간동안 포도즙과 포도 송편,포도 케이크등 포도를 재료로 한 20여종의 포도요리 무료시식회가 마련돼 미각을 자극한다. 이와 함께 전통공예인 신라토기 및 목공예 시연,천연염색·짚풀공예 체험대회,농촌풍경 사진전 등이 부대 행사로 준비된다.여기에 양봉(養蜂) 전문가가 벌침을 이용해 참가자의 팔 등에 봉침을 놓아주는 행사도 마련돼 이색 체험도 할 수 있다. 박진규(朴進圭) 영천시장은 “여름의 끝자락에서 꿀맛 같은 영천 포도의 진미와 향에 푹 빠져보는 기회를 놓치지 말라.”며 참여를 당부했다. 행사장 인근에는 신비한 우주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보현산 국립천문대와 포은 정몽주 선생을 모신 임고서원,천년 사찰인 거조암 등이 있어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에게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선사하게 된다.(054)330-6270. 영천 김상화기자 s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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