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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수·악취 꼼짝 마… 종로, 봄맞이 빗물받이 대청소

    침수·악취 꼼짝 마… 종로, 봄맞이 빗물받이 대청소

    서울 종로구가 침수 피해를 예방하고 악취발생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하수도 및 빗물받이 준설 공사를 실시한다. 3일 구에 따르면 종로구에는 각종 오수와 빗물 등을 처리장으로 보내는 총 1만 6000여개의 빗물받이와 약 343㎞ 길이의 하수관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빗물받이에 토사와 담배꽁초, 쓰레기 등이 쌓여 있어 배수가 원활하지 못하면 침수, 악취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구는 광화문 일대를 포함한 유동인구 밀집지역을 집중강우 중점관리구역으로 정했다. 또 하수도 74㎞ 및 빗물받이 3만 9622개를 준설할 계획이다. 식당 밀집지역, 전통시장, 주택가 등 악취 문제로 주민 불편사항이 자주 발생하는 곳은 월 1회 이상 하수도 고압 물 세정 작업을 실시할 방침이다. 구는 주민들에게 쾌적한 자연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2022 해빙기 하천점검’도 추진 중이다. 겨울철 얼었던 땅이 녹으며 지반이 약해지는 때를 맞아 하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구 관계자는 “혈액의 흐름에 이상이 생기면 건강에 큰 위협이 되는 것처럼, 빗물받이에 퇴적물이 쌓이거나 하수도가 깨끗하지 못하면 도시 환경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주민 생활에 쾌적함을 더해 줄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넷플릭스 ‘고현정 주연’ 마스크걸 촬영에 주민 불편 호소

    넷플릭스 ‘고현정 주연’ 마스크걸 촬영에 주민 불편 호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 제작진이 눈길 촬영 후 인공 눈가루를 치우지 않는 등 주민들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넷플릭스 마스크걸 촬영팀 만행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글쓴이는 “(전날) 오후 11시쯤 시끄러운 소리가 밖에서 자꾸 나길래 창밖을 봤는데 어떤 촬영팀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집 앞 골목에서 촬영 장비를 내리고 있었다”며 “좀 시간이 지나면 가겠지 싶어서 기다렸는데 30분이 넘도록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 밖으로 나가 넷플릭스 ‘마스크걸’의 촬영팀인 것을 확인했다”며 “장비 차가 떠나고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어서 밑에 한 번 더 내려가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난리를 피워놓고 갔다. 길에 흰색 가루를 뿌려놨고 촬영 중 발생한 쓰레기도 치우고 가지 않았다. 담배도 피우고 버리고 갔다”고 덧붙였다.글쓴이가 올려놓은 사진을 보면 겨울철 장면을 찍은 듯 골목길이 흰 가루로 덮여 있었고, 눈이 쌓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도로 구조물 모양의 소품이 골목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는 “우리 동네나 지역에 이익이 되는 촬영도 아니고 그저 넷플릭스라는 기업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 하는 촬영인데 이렇게 무성의하게 뒤처리를 하고 가냐. 결국 촬영장소를 제공한 주민들의 몫으로 떠넘기는 거냐. 당황스럽고 너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글쓴이 외에 인근 주민들도 밤늦게까지 ‘마스크걸’ 촬영팀의 소음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한 주민은 22일 SBS와 인터뷰에서 “시끄러워서 잠을 잘 자지 못할 정도(였다). 담배 연기가 올라오고, 아가씨들이 엄청 많이 와서 소리를 몇 번 질렀다. 11시 넘어서까지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넷플릭스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불편을 겪으신 주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촬영과 관련된 안내는 주민들에게 공지문을 전달하고 구두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은 밤에 촬영 끝난 후 철수하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조용히 한다고 했는데 시끄러웠던 부분이 있어 다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쓰레기를 치우고 가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때 물청소를 하면 주민들의 수면에 방해가 돼서 밤에는 이동하는 동선에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청소하고 다음 날 아침에 원상복구 수준으로 청소했다”며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은 청소 전의 모습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현장에서도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예정이며 현장 관리도 세심하게 하겠다. 지역 분들에게도 별도로 인사드리고 이후 촬영 때는 주의 깊게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글쓴이는 재차 반박에 나섰다. 글쓴이는 넷플릭스가 동네에 붙였다는 공지문 사진을 올리며 “공지문 속 촬영 날짜는 2021년 2월 23일이었다. 실제 촬영이 진행된 날짜와 무려 1년 넘게 차이나는 공지문을 붙여두고 제대로 공지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면서 “개인사정상 한달여간 집에 있었는데 각 가구를 방문해서 구두로 설명했다는 주장과 다르게 전혀 들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또 청소 이후의 사진을 올리며 여전히 길 곳곳에 흰 가루의 흔적이 남아 있고, 솜뭉치와 담배꽁초 등이 뒹구는 골목길의 상태를 공개했다. 글쓴이는 “보상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동네 주민들이 두 번 다시 이런 불편을 겪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에서 올린 글”이라며 “우리나라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는 것에 걸맞는 촬영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다가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 작품이 원작이며, 주연 김모미 역에 배우 고현정이 캐스팅돼 관심을 모았다.
  • “더러운 ×, 패줄게” 사이버 왕따에 여고생 극단 선택…가해자 집유

    “더러운 ×, 패줄게” 사이버 왕따에 여고생 극단 선택…가해자 집유

    피해자에 ‘성적 문란’ 허위 퍼뜨려 명예훼손단톡방 초대해 욕설·협박… 뺨 때리고 돈 갈취피해자, 가해자 선고 열흘 앞두고 극단선택판사 “법질서 우습게 아는 태도 내제돼 있어”‘인천 장애 여고생 오물 폭행’ 사건도 주도2년 전 극단적 선택을 한 여고생을 상대로 ‘사이버 불링’(왕따)을 했던 10대 여학생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가해 여학생은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장애 여고생 오물 폭행’ 사건의 가해자와 동일 인물이다. 법원은 가해 학생이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도 숨진 피해자의 가족에 용서를 구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유죄라고 판단했지만 소년인 점을 감안해 집해유예에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17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18)양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오 판사는 “A양이 소년이긴 하지만 단체 대화방에서 피해자 명예를 훼손했고 돈을 뜯거나 폭행하는 등 지속해서 괴롭혔다”면서 “16살인 고교 1학년생인 피해자는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꽃다운 나이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부모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한 심신의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피해자 부모로부터 용서를 받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법질서를 우습게 아는 태도가 인성에 내재돼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채팅방에 성폭행 피해 공개 2차 가해 공범도 소년부 송치로 형사 처벌피해 A양은 2020년 9월 2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서 B(2020년 사망 당시 16세)양이 성적으로 문란하고 이른바 ‘일진’으로 활동을 했다는 허위 내용으로 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이 채팅방에는 B양뿐 아니라 그의 남자친구 등 또래 10대 7명이 있었다. A양은 채팅방에서 B양의 남자친구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괴롭힌 사실을 추궁하며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막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양은 사흘 뒤에도 SNS 단체 대화방을 만든 뒤 B양과 친구들을 초대해 “더러운 X. 패줄게. 좀 맞아야 한다”며 B양을 모욕했다. A양은 과거에도 B양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 심한 욕설을 하거나 “성적으로 문란하다고 소문을 내겠다”며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겁을 주면서 돈을 구해오라고 한 뒤 현금 3만 5000원을 뜯어내거나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하기도 했다.피해자, 단톡방서 모욕 당한 뒤 극단 선택 B양이 2019년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채팅방에서 공개한 공범 C(18)군도 A양과 함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으나 법원이 소년부로 송치하는 결정을 내려 형사 처벌은 피했다. 소년부 송치 결정을 받으면 형사 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라 ‘보호자·위탁보호위원 위탁 처분’부터 ‘소년원 송치’까지 1∼10호의 처분을 받게 된다. 온라인에서 따돌림을 당한 B양은 성폭행 가해자의 선고 공판을 열흘 앞둔 2020년 9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단체 대화방에서 모욕을 당하고 몇 시간이 지난 뒤였다. B양을 성폭행한 가해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혐의로 장기 5년∼단기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A양, 장애 여고생에게 오물 붓고 폭행실형 선고됐으나 2심서 집유 석방 앞서 A양은 지난해 인천 장애 여고생 오물 폭행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장기 1년∼단기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아 석방됐다. C군도 이 사건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인천시 부평구 한 모텔에서 지적장애 3급인 여고생의 머리를 변기에 내려찍는 등 폭행하고 담배꽁초 등이 담긴 재떨이와 샴푸 등 오물을 몸에 붓기도 했다.
  • 대두 분유부터 맨발의 절임 배추까지..‘보고는 못먹는’ 中식품

    대두 분유부터 맨발의 절임 배추까지..‘보고는 못먹는’ 中식품

    얼마 전 중국의 한 절임 식품 공장에서 식자재를 발로 밟는 것도 모자라 담배꽁초를 버리는 듯한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담겨 폭로돼 논란이 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5일 중국 관영 CCTV가 소비자의 날을 맞아 고발 프로그램 ‘3.15완후이’에서 후난성의 한 절임식품 제조공장의 비위생적인 환경을 고발한 것인데, 논란에 휘말린 식품은 일명 ‘쏸차이’로 불리며 절임 배추에 양념과 향신료를 넣어 제조된 뒤 전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는 식품이었다.  문제의 영상이 공개된 직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 등 외신들도 쏸차이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맨발로 절임 통에 들어가고, 담배꽁초와 침을 뱉는 듯한 장면에 크게 분노하는 분위기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속에 중요시되고 있는 위생 지침을 어겼다는 비판이 폭주했다.  이에 대해 미국 자유아시아는 ‘중국 식품 안전 문제의 근본 원인은 식품 규제에 대한 정부의 완전한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지난 2003년 안후이성 푸양에서 공개돼 큰 파장을 불러왔던 대두 분유 사건으로 가짜 분유를 먹고 자란 아기들의 두개골이 대두 인형처럼 커지는 부작용을 겪은 사건과 2005년 가짜 달걀 사건 이후 매년 수차례씩 식품 안전 문제가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소비자들의 경험에서 비롯된 불만이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선 폭로된 뒤에야 비로소 정부 규제 당국의 수사로 이어지는 것이 관례처럼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 고발 전문 사이트인 ‘헤이마오신고’(黑猫投诉)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비위생적 식품 불만을 담은 정보 게재 건수는 무려 405만 건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대표적인 재미 화교 시사평론가 탕징위안은 “식품 안전 문제에서 드러난 정부 규제의 부재는 사실상 의도된 것”이라면서 “많은 식품 제조 기업들을 관할 지역 정부에게 막대한 지방세를 납부하는 큰 손이다. 그들에 대한 지방 정부의 규제는 곧 큰 손실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런 이유 탓에 즉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인 지역 정부와 비위생적인 식품 업체들은 일종의 이익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18년 중국 광저우 병원에서 의사로 재직 중인 탄진둥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홍마오 약주’(鸿茅药酒)로 불리는 비처방약품의 독성에 대해 고발하자 네이멍구 자치구 공안이 그를 체포해 무려 120일간 구금한 사실이 공개되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당시 탄 씨는 신의 술로 불리며 관강 강화 등 노인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강해 중국 시장에서 매년 16억 위안(약 3천억 원)이 판매됐던 ‘홍마오약주’의 부작용이 혈관 노화와 동맥 경화 등을 발생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헀다.  해당 게시물이 SNS에서 빠르게 확산되자 업체를 겨냥한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가 빗발쳤고 제조업체의 고발을 접수한 공안국이 오히려 탄 씨를 강제 구금하면서 공권력 남용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맨발로 밟고 담배꽁초를 버리는 등 논란이 된 절임 배추 사건이 발생한 후난성 제조업체 역시 이 지역 정부로부터 중국 식품안전 백가시범업체이자 후난성 농업산업화 1위 기업이라는 공식적인 칭호를 수여한 이 지역 대표 식품 제조기업이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시사평론가 탕징위안은 “지역 정부와 비위생적인 문제를 안은 식품 제조업체는 일종의 경제적 공동체이며, 각 지역 정부는 지역 GDP 측정 지수를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지역 업체에게 하나의 보호막이 되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 이익에 집중한 채 인권을 외면하는 정부 방침이 중국의 식품 안전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면서 “이런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중국 식품의 비위생적 행위로 인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알몸배추’ 중국, 이번엔 ‘맨발·담배꽁초’ 절임공장 폭로돼(영상)

    ‘알몸배추’ 중국, 이번엔 ‘맨발·담배꽁초’ 절임공장 폭로돼(영상)

    중국에서 지난해 ‘알몸 배추’ 영상으로 한국까지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데 이어 또다시 비위생적인 절임식품 제조 과정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영 중앙(CC)TV는 지난 15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방영한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를 통해 후난성의 한 쏸차이(酸菜·신 채소) 제조공장의 비위생적인 생산 과정을 폭로했다. 쏸차이는 중국의 절임식품 중 하나로 갓이나 배추를 소금과 향신료 등으로 절인 뒤 발효시키는 식품이다. 중국인이 즐겨 먹는 반찬으로, 쏸차이 컵라면 등이 중국 전역에서 소비되며 해외로도 수출된다.이날 폭로된 영상에는 쏸차이 제조공장 직원들이 맨발로 쏸차이 절임 통에 들어가 쏸차이를 밟고 다니며 더러워 보이는 포대자루에 쏸차이를 맨손으로 마구 담는 장면이 나왔다. 일부는 더러운 바닥에 그대로 쌓아두기도 했다. 심지어 쏸차이 절임 통에 피우던 담배꽁초를 버리는 등의 모습도 폭로됐다. CCTV는 이 업체 외에도 제조 환경이 비슷한 다른 쏸차이 제조 업체 3곳도 함께 공개했다. 이 업체들은 중국 유명 식품 브랜드인 캉스푸를 비롯해 주요 식품 기업과 상하이, 후베이, 쓰촨 등 전국 식품 유통회사에 쏸차이를 납품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 관계자는 “규격화한 절임 작업장이 있어 그곳에서 생산되는 쏸차이는 불순물이 거의 없지만, 모두 수출용 제품”이라며 “제조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생산된 쏸차이는 불순물이 섞일 수 있지만, 발각이 되도 1000∼2000위안(약 19만∼38만원)의 벌금을 물면 된다”고 말했다.캉스푸 측은 방송 이후 성명을 통해 “문제가 된 업체와 모든 협력 관계를 중단하고, 문제가 된 쏸차이가 사용된 제품을 모두 봉인했다”면서 “식품 관리 당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린 점에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중국 네티즌들은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어제도 쏸차이 컵라면을 먹었는데 생각만 해도 토가 나온다”, “언제까지 식품 위생을 걱정해야 하나”, “매년 주기적으로 비슷한 문제가 나오는 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등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중한국대사관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방송에 나온 쏸차이 공장의 제품은 한국에 수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중국 해관총서(세관)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중국의 한 배추절임 공장에서 탁해 보이는 소금물 속에 상의를 벗은 남성이 들어간 채로 배추를 절이거나 녹슨 굴삭기로 배추더미를 나르는 영상이 공개돼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논란이 됐다. 이 영상으로 ‘저런 배추를 가지고 김치를 만들어 한국에 수출하는 것이냐’는 우려가 나왔고, 중국산 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한국의 많은 식당에서 싼 가격을 이유로 중국산 배추로 만든 김치, 또는 중국산 김치를 내놓고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우려가 더욱 컸다.이에 식약처는 중국 공관 등을 통해 영상 출처를 확인한 뒤 문제의 ‘알몸 절임배추’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현재 국내 수입되는 식품을 가공·생산하는 모든 국외 식품 제조업체를 등록해 관리하는데, 중국 현지에서 실사한 제조업체 중 영상에 나온 것처럼 실외 절임방식을 채택하는 곳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 회의 결과 그런 절임방식으로는 김치를 생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받았다면서 “해당 절임방식은 이미 중국 내에서도 금지됐고, 외국으로 수출하는 식품을 제조하는 공장에서는 채택하고 있지 않는 방식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식재료를 납품받는 과정을 모두 투명하게 살피거나 관리할 수 있겠냐는 소비자들의 우려가 여전한 것이 현실이었다.
  • “담배 피우다 실수로 낸 산불, 처벌받나요?”

    “담배 피우다 실수로 낸 산불, 처벌받나요?”

    형사 처벌은 기본…구상권 청구할 수도 건조한 봄철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는 가운데 실수로 낸 산불에 대해서도 처벌받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부산에서는 금정구 아홉산에서 지난 2일 처음 불이 난 뒤 8일 만인 10일 완진 결정이 내려졌지만, 하루 만에 또다시 잔불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이런 산불 대부분은 입산객이 담배꽁초를 아무렇게 버리거나, 산 인근에서 쓰레기 등을 소각하다가 불이 나는 실화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실수로 산불을 낸 사람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형사처벌은 물론 민사법에 따라 지자체가 구상권을 청구하면 금전적으로도 보상해야 한다. 우선 산불이 발생하면 일선 지자체 특별사법경찰관이 조사 감식해 발화 원인 등을 수사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눈 발자국처럼 산불의 방향을 보면 발화 지점과 원인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산에서 화기 지니고만 있어도 500만원 이하 과태료 조사에 따라 불을 낸 사람이 밝혀지면 고의가 없었더라도 불을 낸 사람에 대해 사법 절차를 밟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라이터 같은 화기, 인화 물질 등을 산에서 사용하지 않은 채 지니고 있기만 해도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며 “작은 산불도 큰 피해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그만큼 처벌이 엄중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농산폐기물을 소각하다 4.42㏊의 산불 피해를 낸 사람에 대해 징역 8월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실수로 불을 냈더라도 불법 요소가 있으면 민법에 따라 지자체는 불을 낸 당사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산림청은 작은 불티에서 시작된 산불이 상당한 피해를 가져오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팬 선물 재떨이로 쓴 ‘10㎝ 권정열’ 소속사…“사과드린다”

    팬 선물 재떨이로 쓴 ‘10㎝ 권정열’ 소속사…“사과드린다”

    가수 10㎝(십센치) 권정열 소속사가 팬 선물을 재떨이로 사용했다는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권정열의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는 10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10㎝를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께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장문의 사과 글을 게재했다. 소속사는 “지난주, 10㎝의 생일 이벤트를 위해 팬 여러분이 준비해 주신 일회용 컵을 전달받아 사무실 라운지를 이용하는 소속자 직원, 아티스트, 방문객 등의 음료를 마시는 용도로 사용하시도록 비치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용한 컵이 옳지 않은 방향으로 재사용 됐고 심각성을 인지하고 반성하며 공식 사과문을 게시하게 됐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아티스트와 팬 여러분 모두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말씀을 전한다. 또한 제작 및 선물해 주신 팬분에게는 개인 DM으로도 사과의 말씀을 전했다. 이번 일로 불편함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9일 한 네티즌은 트위터를 통해 “10㎝ 권정열의 생일을 맞아 팬들이 직접 만들어 선물한 종이컵 일부가 재떨이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제보를 받았다”면서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한 사진에는 권정열 얼굴이 새겨진 종이컵에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네티즌은 “사내에 종이컵이 필요하다고, 잘 쓰겠다고 말씀해서 자유롭게 쓰이길 바랐다”면서 “하지만 팬이자 제작자로서 애정과 시간이 담긴 작업물이 이런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당혹스럽다. 또한 소속 아티스트의 얼굴이 새겨진 종이컵을 재떨이로 사용하는 것은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원하는 건 아티스트와 팬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다”라고 지적했다.
  • MC몽이 “산불 책임 느낀다”고 한 이유…3000만원 기부

    MC몽이 “산불 책임 느낀다”고 한 이유…3000만원 기부

    가수 MC몽이 강원·경북 일대에 발생한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3000만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MC몽은 6일 인스타그램에 “저는 애연가입니다. 담배를 즐겨 피우는 사람입니다”라면서 “저로 인해 회사 사람들도 아마 많이 불편해했을 겁니다. 해로운 걸 알면서도 합니다. 때로는 이 작은 하나(담배)가 절 위로해줄 때가 있었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저 작은 꽁초 하나가 어쩌면 동해안 산불(을 일으켜) 축구장 1만 7000개 면적에 피해를 줬을 수도 있습니다”라며 “제발 애연가 여러분들, 산에서 밖에서 담배 피우지 말아주세요. 애연가로서 책임을 느끼며 산불 피해 복구에 3월 7일 3000만원을 기부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많은 동참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이후 MC몽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지금 이 상황에 산불 원인이 담배가 아닐 수 있다가 중요합니까? 그 피해를 본 사람들 그 피해에 몇 년을 복구해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예컨대 분명히 이 산불의 원인은 누군가의 안일한 행동으로 인해 화재가 일어난 겁니다”라는 글과 함께 ‘울진 산불’과 관련된 기사 내용을 캡처해 올렸다. 일각에서 화재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담뱃불을 거론한 MC몽의 글에 이의가 제기되자 이에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동해안 산불로 인해 7일 오전 6시까지 1만 6755ha의 산림 피해(산불영향구역 면적)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피해 면적은 이미 서울 면적(60.5ha)의 4분의 1 이상을 넘었다. 여의도 면적(290㏊·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의 57.8배에 해당하며 축구장(0.714㏊)이 2만 3466개 모인 넓이다. MC몽 외에도 전날까지 산불 재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써달라는 연예인들의 기부가 줄을 이었다. 배우 이병헌과 송강호, 이제훈이 각각 1억원씩 기부했고, 가수 아이유도 1억원을 쾌척했다. 배우 혜리와 김고은이 5000만원을 기부했고, 개그맨 이승윤·방송인 이혜영·유병재도 1000만원씩 기탁했다.
  • 울진삼척 산불, “담뱃불 가능성 커”…경찰·소방당국 조사 착수

    울진삼척 산불, “담뱃불 가능성 커”…경찰·소방당국 조사 착수

    “경북 울진에서 시작해 강원 삼척까지 번진 대형 산불은 담뱃불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산림 당국에 울진 산불 발화를 목격하고 두 번째로 신고한 주민 전정배(47)씨는 6일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은 아니다”라며 “차를 타고 지나가던 누군가가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던져 불이 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발화지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사는 전 씨는 “지난 4일 오전 인근에서 경운기를 손보다가 발화 지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연기가 피어오르다 강한 바람이 불자 순식간에 거센 불길이 치솟았다”고 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산림청 관계자는 “현장을 먼저 조사한 산림과학원에서 아직 발화 원인에 대해서는 미상이라고 했다”고 전하면서 “담뱃불도 가능성 있는 여러 발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발화 시간대에 차량이 발화지를 지나간 상황이 확인된 것으로 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원인은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어 아직은 담뱃불이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산림과학원은 산불 발생일에 현장을 찾아 1차 조사를 끝냈다. 발화 시작점과 불길이 번져나간 방향은 조사를 끝내고 깃발로 표시해뒀으나 발화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사하고 있다. 1차 조사에 참여한 산림과학원 권춘근 박사는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현장 조사를 통해 최초 발화지를 추정했으나 특정 원인은 추정하지 못했다”고 했다.그는 이어 “실화·방화인지 담뱃불 등인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합동 조사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산림당국은 이번 산불의 주불진화가 끝나는 시점에 발화지인 울진군 북면 두천리 산 154 일원에서 경찰·소방당국과 발화 원인에 대한 합동조사·감식을 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8시 현재 울진삼척 산불 영향구역은 1만 2317㏊(울진 1만 1661㏊, 삼척 656㏊)로 집계됐다. 축구장(0.714㏊) 1만 7250개 면적에 해당한다. 시설물은 주택 262채, 창고 90동 등 391곳이 불에 탔다. 현재 울진읍 388명 등 주민 667명 마을회관, 체육시설 등에 흩어져 대피하고 있다.
  • 경북, 대형산불 특단 대책… 공무원 ‘지역책임제’ 운영

    경북, 대형산불 특단 대책… 공무원 ‘지역책임제’ 운영

    경북도가 산불 예방을 위해 간부 공무원을 현장에 감시 책임자로 투입한다. 최근 영덕군과 의성군 등 도내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른 데 대한 특별 대책이다. 도는 본청 소속 사무관 229명을 울릉군을 제외한 22개 시군 235개 읍면별 ‘산불계도 지역책임관’으로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운영 기간은 이달부터 봄철 산불조심기간(5월 15일) 종료 때까지로 정했다. 이들은 주말·공휴일 등 산불 발생 위험이 큰 기간에 현장 출장 근무를 하게 된다. 산림 연접지 논·밭두렁과 쓰레기 소각행위, 묘지 주변 유품 소각행위, 입산통제 구역 및 폐쇄 등산로 무단 입산, 산림 내 취사 및 모닥불 피우기, 인화물질 소지,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위 등을 집중 감시한다. 또 읍면 공무원과 산불 감시원, 공익근무요원 등 현장 요원들과 그물망 감시체계를 구축해 산불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계획이다. 도는 출장 때 시군이나 읍면 청사, 관련 기관이나 단체 방문은 최대한 자제하도록 했다. 도는 오는 9일 대통령 선거 이후 시군으로 공무원 지역책임제를 확대 실시해 산불 예방 및 감시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영숙 경북도 환경산림자원국장은 “극심한 겨울 가뭄이 3개월 동안 지속되면서 크고 작은 산불이 잦다”면서 “시군 읍면장급 직위인 본청 간부 사무관을 총동원해 현장 중심의 계도 활동을 펼칠 경우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산림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200여건에 이른다. 예년 82.2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 ‘하루 5천만원’ 벌었던 개그맨, 웃찾사 폐지 후 생활고 “꽁초 주워 핀다”

    ‘하루 5천만원’ 벌었던 개그맨, 웃찾사 폐지 후 생활고 “꽁초 주워 핀다”

    개그맨 권성호가 ‘웃찾사’ 폐지 이후 생활고를 고백했다. 지난달 28일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에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 인기 코너 ‘그런거야’, ‘화상고’에서 활약했던 개그맨 권성호와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권성호는 2003년 SBS 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웃찾사’에서 “귓밥 봐라”, “그런 거야” 등의 유행어를 남기며 ‘웃찾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권성호는 전성기 시절 수익 질문에 “출연료 포함해 번 돈이 하루에 5천만원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웃찾사’ 최다 출연자이기도 한 권성호는 무려 100개에 달하는 코너에 출연했다고 했다. 그는 “1년에 쉬는 날이 4일 밖에 안됐다”라고 떠올렸다. 하지만 이는 길게 가지 않았다. ‘웃찾사’ 폐지라는 생각지도 못한 악재가 벌어진 것.권성호는 “‘하루만 좀 쉬자 제발!’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다음부터 쉬게 돼더라. 이 말을 해서 (폐지가) 앞당겨진 게 아닌가 싶다. 쉽게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루 만에 없어지니 산송장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삶이 붕 떴다. 하루아침에 없어지니까 말 그대로 산송장이었다. 평생 그것만 바라보고 살았고 코미디언으로 살고 싶었는데 하루 아침에 없어졌다. 모든 꿈과 희망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최근엔 소극장 무대에 서려고 했지만 코로나19가 터지는 바람에 이 역시 어려웠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지만 자신을 알아본 사장 아내가 “부담스럽다”고 채용을 거절하는 바람에 일할 수 없었다. 권성호는 “내가 나쁜 마음 먹을까봐, 우울증도 심하고 하니까 강재준 같은 친구들이 살았나 죽었나 정기적으로 확인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금이 있어서 사업도 하면 좀 덜 거지같을 텐데 1000원이 없어서 담배 한갑을 못 샀다. 내가 재떨이를 뒤지고 있더라. 장초 있나. 그거 피우고...”라고 털어놨다. 권성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탓에 결국 부모님께 지난 2년 동안 용돈을 받으며 생활했다고도 고백했다. 그는 “부모님도 부유하지 않은데 마흔 넘은 자식에게 용돈을 주셨다. ‘우리가 자식을 잘못 키운 것 같아’라는 말을 당신들 스스로 하실 때 눈물 난다. 다시 효도를 해야 하는데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권성호는 “저도 웃고 있으니까 여러분들도 힘내시길 바란다”라고 힘주어 말하며 “저도 쓰임새가 많다. 이걸 보시는 감독님들 잘 부탁드린다”라는 강한 의지도 보였다.
  • “짐승이나 하는 짓”…몽골 여중생 폭행 가해자들 호통 친 판사

    “짐승이나 하는 짓”…몽골 여중생 폭행 가해자들 호통 친 판사

    외국 국적의 여중생을 집단폭행한 가해 학생들이 법정에서 판사의 질타와 함께 소년원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7월 경남 양산에서 몽골 국적의 여중생을 집단폭행한 혐의를 받는 중학생 4명이 최근 법정에 섰다. 손·다리 묶고 집단폭행…담배꽁초 먹이기도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에게 억지로 술을 먹였고, 속옷 차림으로 손과 다리를 묶은 뒤 돌아가면서 뺨을 때렸다. 심지어 담배꽁초도 억지로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폭행 과정을 휴대전화로 촬영했고, 이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유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 과정에서 피해 학생의 국적을 비하하는 표현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혐의로 가해 학생 2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다른 2명은 울산지법 소년부로 넘겼다.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 큰 물의” 이례적 호통 이 사건 재판을 맡은 울산가정법원 소년재판부 이현정 판사는 법정에 출석한 가해 학생 4명을 큰소리로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 변호인에 따르면 이 판사는 가해 학생들에게 “아무 생각 없이 때린 게 맞느냐”고 물었다. 학생들이 “그렇다”고 답하자 이 판사는 “그건 짐승이나 하는 짓이다”라며 호통을 쳤다. 또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 큰 물의를 일으켰다”며 재판 내내 학생들을 크게 꾸짖었다고 피해 학생 측 변호인은 전했다. 변호인은 “판사님이 이례적으로 크게 호통을 치면서 반성을 하라고 하셨고, 가해 학생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며 당시 법정 상황을 전했다. 이 판사는 가해 학생 4명 모두에게 최대 6개월의 소년원 단기 송치 처분을 내렸다. 피해학생 측 “판사님 호통과 공정한 판결에 감사” 피해 학생 측은 그동안 폭행 피해뿐만 아니라 학교 측의 대응도 불공정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양산교육지원청 조사 결과 이 사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는 피해자 없이 가해 학생 측만 참석했다. 그 결과 가해 학생들에게 사회봉사에 해당하는 처분만 내려졌다. 약 10년 전 몽골에서 부모와 함께 한국으로 이민 온 피해 학생은 당시 학폭위가 열렸는지, 또 가해 학생들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도 몰라 이의제기조차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사건을 맡은 수사관이 한달 만에 피해 학생 측의 진정서를 반려한 사실도 드러나 경찰의 초동 조치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재판을 지켜본 피해 학생 측은 가해 학생들을 향한 판사의 질타와 판결에 감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 “시끄럽다며 속옷 차림으로 폭행…흉기난동, 우리집 될 수도”

    “시끄럽다며 속옷 차림으로 폭행…흉기난동, 우리집 될 수도”

    “인천 흉기난동 같은 사건 벌어지고 있다”도움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올라와 이웃집 남성이 자신의 가족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인천 LH 층간소음 흉기난동과 같은 사건이 지금 저희 가족에게 벌어지고 있습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청원인은 “도움받고 싶어서 급하게 글을 쓴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 가족은 빌라에 살고 있다. 오늘 아침 4살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려고 집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누르고 유모차를 태우는 그 1분도 안 걸리는 시간에 아기가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니고 저랑 대화한 게 시끄럽다고 갑자기 (옆집 남성이) 위아래 속옷에 맨발로 뛰쳐나와서 조용히 안 하냐고 입에 담기 힘든 욕들을 아기 앞에서 퍼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시작이구나 하고 증거 영상을 남겨야 할 것 같아서 동영상을 촬영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들어가는 척 하더니 또 나와서 욕을 했다. 저도 너무 열이 받아 ‘꺼지라’고 했더니 제 이마를 들이 받았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친정 엄마랑 저희 부부 그리고 아기 이렇게 살고 있다. 남편은 출근했고 너무 무서워서 다급하게 엄마한테 신고하라고 하고 저는 아기를 데리고 얼른 도망 나왔다”며 “일단 어린이집을 보내고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 가서 진단서 떼고 지금 경찰서 가서 진술하고 왔다”고 밝혔다. 이밖에 옆집 남성은 집 앞 슈퍼마켓 사장에게 시비를 걸고 옆구리를 깨물거나, 청원인 아기 유모차에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청원인 남편에게 갑자기 시비를 걸면서 목을 팔로 감아 조르기도 했다는 것이 청원인의 주장이다. 청원인은 “경찰은 일단 신변보호 한다며 무슨 시계(스마트워치) 같은 거 준다 그런다”라며 “(옆집 남성은) 보호자랑 의논해서 정신병원에 잠깐 넣는 방법밖에 없단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인천 그 살인사건이 우리 집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너무 무섭다”며 “당장 우리가 이사를 갈 수도 없는데 저 옆집 남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도 구속도 안 된다고, 우리나라 법이 이렇다는 말만 한다”고 했다. 이어 “어떻게 해야 저 사람과 안 마주치고 살 수 있나”라며 “제발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인천의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시비로 위층에 사는 40대 남성이 아랫집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 [2022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되돌아오는 곰/함윤이

    [2022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되돌아오는 곰/함윤이

    화마는 나흘 만에 잡혔다. 두툼한 잿더미와 무너진 바위들만 남기고서. 녹원은 결심했다. 담배를 끊자. 한 번에 끊어 버리자. 대신 그는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몇 시간 내내 산불 사진만 바라보자니 눈이 따끔거렸다. 사진 속 불길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웠다. 때로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타오르는 가지들이 밤을 붉게 밝히고, 바위를 감싼 불꽃은 날개처럼 솟구쳤다. 녹원은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꼼꼼히 살폈다. 어떤 사진 앞에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목줄에 묶인 채로 화마의 먹이가 된 개들, 산 위로 녹아내린 짐승들의 잿더미. 지난 나흘간 몇 장의 사진을 보았더라? 수십 장, 어쩌면 수백 장에 달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사진도 녹원이 찾는 것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래서….” 녹원은 도시락통을 열면서 말했다. “주말에는 산에 다녀올까 해요.” 노아가 고개를 들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언제나 그랬듯, 탕비실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읍내의 백반집에 갔을 터였다.                    어쩌다가 노아와 매일 점심을 먹게 되었더라. 잘 떠오르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 노아는 점심 도시락을 싸 들고 탕비실에 찾아왔다. 언젠가, 센터의 다른 직원들이 노아에게 슬그머니 질문하는 순간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호기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물었었다. 노아씨는 박 주사가 안 무서워요? 노아가 물었다. “전에 일하던 곳 가시는 거예요?” 녹원이 답했다. “네,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네요. 그냥 한 번 직접 보고 올까 싶어요.” 노아가 양손을 만지작거렸다. 녹원은 그를 빤히 지켜보았다. 그날, 노아의 대답을 떠올리면 언제든 웃음이 나왔다. 질문을 받은 뒤, 노아는 양손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다가 말했었다. 글쎄요. 녹원 주사님 요리를 엄청 잘하시는데… 맨날 나눠 주세요. 노아가 불쑥 말했다. “주사님, 저도 같이 가도 돼요? 주말에 가실 때요.” “산에요? 왜요?” “그냥… 마음이 쓰여서요.” 녹원이 웃었다. “아니, 누가 주말에 직장 상사를 만나요.” “아니, 그래두 그거랑 다른 게, 저희는 친하잖아요.” 노아는 그렇게 말하고서 고개를 떨어트렸다. 젓가락을 툭 내려놓는 손짓까지, 그 모든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녹원은 빠르게 백기를 들었다. “아니, 가고 싶으면 같이 가요. 토요일 아침에 출발할 거예요.” 노아가 웃었다. 녹원 역시 웃어 버렸다. 그는 창밖을 보았다. 희뿌연 유리창 너머로 검게 번진 산맥이 펼쳐졌다. 새카맣게 그을린 산은 그림자처럼 보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붉거나 노란빛으로 번득거렸지. 지지 않는 태양처럼 사흘 내내 빛났다. 녹원은 그것을 보면서 내내 손톱을 물어뜯었다. 너덜너덜해진 손끝을 보며 생각했다. 무엇을 생각했냐면, 그러니까. 그것이 거기에 있을까? 그 산에서, 아직도 살고 있을까?            그해, 한 통의 전화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지리산에서 걸려온 전화는 사무소 곳곳을 돌아 우도근 과장의 손에 도착했다. 전화를 끊은 과장은 눈썹을 긁적이다가 입을 열었다. 곰이 왔다구 그러네요. 녹원은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멈췄다. 곰이요? 직원 중 하나가 물었다. 곰이요. 우도근이 덧붙였다. 아마 또 그 곰이겠죠. 사무실의 다른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녹원은 몇 분간 말없이 기다렸다. 곰이라는 게 무엇인지, 진짜 동물을 뜻하는지, 혹은 일종의 암호인지. 누구도 그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 사무소 사람들 대부분이 녹원을 어려워했다. 그들은 녹원이 신입이라는 것을, 그가 대학을 갓 졸업했으며 이 사무소가 첫 직장이라는 사실을 잊은 양 굴었다. 낯선 상황은 아니었다. 녹원이 어느 집단에 녹아들기까지는 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은 대개 녹원을 불편해했다. 처음에는 그의 거대한 몸집에 압도당하고, 이후에는 그의 무표정이 난처하다고들 했다. 어쩔 수 없지. 녹원은 생각했다. 불편한 건 피차 마찬가지니까. 녹원이 손을 들자, 사무실의 눈길 모두가 그에게로 쏠렸다. 녹원은 모른 척 말했다. 과장님. 저는 곰이 뭔지 모르는데요. 아 맞네. 박 주임 들어오기 전에 생긴 일이구나. 잠깐 와 볼래요? 과장에게로 가려면 사무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야 했다. 통로 측 직원들이 어깨를 움츠리며 자신의 의자를 당겼다. 녹원은 그들 사이를 느리게 지나갔다. 우도근 과장이 빈 의자를 꺼내어 툭툭 두드렸다. 녹원은 의자에 앉았다. 과장은 사무소 내에서 녹원을 꺼리지 않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지위 탓인지, 경력 덕인지, 혹은 한평생 산사람으로 살아왔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모두 우도근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체로 온화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했다. 지위나 나이 상관없이 존댓말을 쓰고, 자잘한 실수는 웃으며 넘어갔다. 정말이지 괜찮은 상사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 녹원은 생각했다. 나는 왜 사람이 이토록 불편할까. 아니, 사실은, 불편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우도근은 불편하고… 께름칙한 존재였다. 이 곰이 그 곰이에요. 과장이 컴퓨터를 가리켰다. 화면 중앙에서 어린 곰이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가슴의 흰 반달을 환히 내보인 모습이었다. 과장이 말했다. 우리끼리는 도돌이라구 불러요. 녹원이 물었다. 도도리요? 우도근이 정정했다. 도돌이. 도돌이표 할 때 그 도돌이요. 그가 곰의 얼굴을 툭툭 두드렸다. 이 녀석이 말이에요. 매년 돌아오거든요. 아무리 내쫓아도 포기하질 않아요. 그래서 도돌이에요. 멈추지 않고 되돌아와서요.      노아는 반쯤 감긴 눈으로 차에 탔다. 어깨에 멘 가방 입구로 스테인리스 보온병이 비죽 나와 있었다. 그는 차가 출발했을 때부터 꾸벅거리며 졸다가, 고속도로에 진입할 무렵에는 푹 잠들었다. 녹원은 라디오 소리를 줄였다. 양쪽 창 너머로 산기슭이 형태를 드러냈다. 새카맣게 탄 자국이 군데군데 보였다. 녹원이 기사에서 찾아본 대로였다. 산은 파괴되고 소실되었다. 기사들은 특정한 단어들을 되풀이했다. 재앙, 재난, 상실. 평소에도 산불이 자주 나는 지역이었으나, 이번 피해는 유난히 참혹했다. 처음에는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로부터 불씨가 솟아올랐다. 불씨는 때마침 불어온 강풍을 타고 날아올랐다. 마치 누군가 사주한 양, 화마는 적절한 환경 속에서 긴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 현장의 직원들은 검은 재로 뒤덮인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를 했다. 마스크를 벗으면 까만 코피가 쏟아져요. 그들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매일매일 목이 아픕니다. 그들의 말은 녹원을 슬쩍 스치고 사라졌을 뿐이다. 녹원의 머릿속을 채우는 건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는 곰을 생각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곰에 대한 질문만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괜찮을까? 살아 있을까? 산속에서, 이제는 폐허로 변한 그곳에서? 녹원은 흘끗 조수석을 보았다. 노아는 덜컹거리는 창에 이마를 댄 채 잠들어 있었다. 녹원은 뒷좌석의 목 베개를 찾으려다가 관두었다. 괜한 배려를 해 준답시고 잠을 깨우는 건 아닐까. 상사와 여행을 한다는 생각에 가득 긴장하여 잠들지 못한 건 또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손이 움츠러들고 말았다. 녹원은 한숨을 내쉬고서 속력을 올렸다. 여전히 이런 일들이 어려웠다. 어느 정도 친밀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게조차 무엇을 해 주는 게 좋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노아는 톨게이트를 지날 즈음에 깨어났다. 부스스한 머리로 좌우를 살피고서 웅얼거렸다. “주사님. 커피 안 드셨죠. 드셔야 해요. 제가 직접 내렸는데. 맛있을 텐데.” 그는 보온병 뚜껑에 커피를 따라 건네고서는, 다시금 까무룩 잠들었다. 녹원은 홀로 웃다가 커피를 마셨다. 노아의 말이 맞았다. 커피는 맛있었다. 알맞게 따뜻하기도 했다.      공식적인 기록에 따르면 한국의 마지막 야생 반달곰은 설악산에서 죽었다. 천구백팔십삼년, 녹원이 태어난 해였다. 곰은 살해당했다. 웅담을 노린 밀렵꾼의 총알이 곰의 척추를 뚫었다. 곰은 총알이 박힌 몸으로 마등령 계곡까지 달아났다. 바위들 사이에 웅크려서 며칠을 울어댔다. 그의 죽음을 다룬 기사는 울음소리를 이렇게 묘사했다. 으엉, 으엉. 글자로 적힌 울음은 처절하기보다 우스꽝스러웠다. 으엉, 으엉. 짐승은 보름 가까이 앓다가 죽어 버렸다. 우도근은 말했다. 그 후로 이 산에는 곰이라고는 없었거든요. 그러나 사십여 년이 지난 후, 그러니까 녹원이 입사하기 삼 년쯤 전에, 곰 한 마리가 설악산에 나타났다. 아홉 살배기 암곰이었다. 백오십오 센티미터의 신장에 백 킬로그램, 날렵하다고 할 만한 덩치였다. 몇 해 전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 중 하나인 양 싶었다. 주말 등산회 사람들이 그를 처음 발견했다. 당시 암곰은 폭포를 어슬렁거리며 도토리를 줍고 있었다. 신고인은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곰이 도토리를 먹는다니까요. 곰이 원래 도토리를 먹어요? 사무소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지리산에 방생한 곰들이 다른 국립공원으로 넘어간 일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설악산이라니. 이 정도의 거리를 이동한 야생동물은 한 번도 없었다. 곧 남부보전센터에서 인력을 파견했다. 설악산 국립공원 쪽에서도 직원들을 내보냈다. 모두의 목적은 최대한 빠르게 곰을 생포하여 지리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당시 계장이던 우도근을 포함하여, 현장직 몇몇이 포획 조에 가담했다. 그들은 방패와 밧줄을 지고서 산을 올랐다. 암곰은 폭포에 있었다.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후다닥 참나무에 올라가서 버텼다. 우도근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녹색 그물을 설치했다. 보전센터 직원이 마취총을 쐈다. 십여 분이 지나고, 정신을 잃은 곰이 그물 위로 떨어져 내렸다. 기절한 곰은 꽁꽁 묶인 채 지리산으로 돌아갔다. 그쯤에서 마무리가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한 달이 지났을 때 암곰이 새끼를 남기고 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설악산에서 낳은 새끼인지, 설악산까지 데리고 온 새끼인지는 모르겠으나 야생에서 태어난 개체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곰에게 어떤 발신기도 붙어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새끼 곰은 폭포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홀로 남은 새끼를 잡는 일은 딱히 어렵지 않았다. 당시의 도돌이는 약 육십 센티미터 정도였다. 포획되는 순간에는 나무 뒤에 숨어 부들부들 떨고 있었더랬다. 촉촉한 코나 동그란 귀가 어찌나 귀엽던지, 현장에 나온 직원들 모두가 끙 소리를 냈더랬다. 붙잡힌 도돌이는 어미와 마찬가지로 헬리콥터를 타고 지리산으로 갔다. 현장에 간 직원들은 은은한 얼굴로 말했다. 그 녀석, 돌아가서 엄마랑 다시 만났겠지? 이것 참, 이산가족 상봉이네…. 그들 중 누구도, 그 곰이 귀환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새끼 곰이 무수한 위험을 무릅쓰며 산맥을 넘어오다니. 우도근이 손가락을 튀겼다. 그런데 진짜로, 이 녀석이 돌아온 거예요. 이 년 만이었다. 이번에는 대피소의 직원이 먼저 곰의 흔적을 발견했다. 대피소 부근의 물푸레나무에 커다란 발톱 자국이 남아 있노라고 했다. 족제비나 오소리의 발톱 같지는 않다. 그보다 훨씬 거대하고 깊은 자국이다. 꼭 곰이 남긴 흔적처럼 보인다고. 무인카메라를 추적한 결과, 그의 말은 사실로 밝혀졌다. 다시금 보전센터의 직원들이 오고, 또 한 번 포획 조가 꾸려졌다. 우도근은 지난 포획에 참여한 경력을 인정받아 두 번째로 방패를 들었다. 곰은 나무 위 벌집을 습격하던 중에 붙잡혔다. 마취총에 맞아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아서, 보전센터 직원들이 직접 나무에 올라가 몸을 밧줄로 묶어야 했다. 그들은 곰의 왼쪽 귀에서 조그만 기계를 하나 발견했다. 배터리가 닳은 발신기였다. 수의사는 말했다. 배터리를 교체하기 전에 서식지를 탈출한 모양이네요. 곧 그들은 몇 가지 사실을 더 알아냈다. 수의사는 곰이 세 살이 조금 안 된 암컷이며, 또한 두 해 전 이 산에서 퇴출당한 바로 그 새끼 곰이라는 사실까지 밝혀 주었다.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얘가 그 곰이라고? 우리가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그 아기곰 말이야? 수의사가 말했다. 뭐, 이제 아기라고 부르긴 뭐하죠. 그의 말이 맞았다. 철창에 갇힌 짐승은 일 미터하고도 오십팔 센티미터였다. 몸무게는 백사십오 킬로그램, 울부짖는 모양새는 가히 맹수라고 부를 만했다. 곰이 또다시 지리산으로 돌아간 후에도, 다들 찜찜한 느낌을 걷어내지 못했다. 과장이 말했다. 물론, 그 느낌이 맞았죠. 일 년 만에 지리산에서 전화가 왔어요. 위치 추적을 했는데, KF-75가 그곳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요. ‘돌아갔다.’ 그쪽에서도 돌아갔다고 표현하더군요. 설악산의 직원들은 혀를 찼다. 독한 곰이다. 지독한 놈이야. 쑥덕거렸다. 곰 방사 계획 같은 거 대체 누가 짠 거냐? 낮은 목소리로 불만을 토했다. 심지어 그때는 한겨울이었다. 나뭇가지마다 흰 서리가 열매처럼 맺혀 있었다. 다른 반달곰들은 지리산 곳곳에 웅크려 동면을 취하고 있을 텐데. 단 한 마리의 곰만이 얼어붙은 산맥을 넘어 고향에 돌아왔다. 그때부터 직원들은 곰을 도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며칠간 추적이 이루어졌다. 곧 곰이 설악산에서 동면을 취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번에는 사무소에서도 차분하게 대응책을 마련했다. 어느덧 세 번째로 이곳에 방문한 보전센터의 직원들과 함께 동면포획을 준비했다. 산속의 굴 어딘가에 잠든 곰을 끌어내는 방법이었다. 녹원이 끼어들었다. 잠든 중에 끌어낸다고요? 네, 그래서 동면포획인 거죠. 무서운 방법이네요. 음, 사실은 그게 가장 평화로운 방법인데요. 곰의 입장에서는, 잠든 사이에 세상이 뒤바뀐 거잖아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요. 우도근이 턱을 괴고서 녹원을 바라보았다. 곰의 입장이라. 과장이 중얼거렸다. 곧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녹원은 그 미소를 해석할 수가 없었다. 우도근이 말했다. 박 주임은 곰이 불쌍한가 봐요. 나는 우리 직원들이 불쌍한데. 매년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짐승 하나 때문에. 안 그래요? 녹원은 허리를 꼿꼿이 폈다. 우도근의 앉은키는 그보다 훨씬 작았다. 백육십 센티미터를 아슬아슬하게 넘는 키에 가느다란 팔다리. 그와 비슷한 외양의 남자들은 대체로 녹원을 불편하게 여겼다. 경계한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들은 녹원의 몸을, 그의 크기 자체를 용납할 수 없는 듯했다. 과장은 한 번도 그런 기색을 내보인 적 없었다. 외려 그는 어린아이를 대하듯 녹원을 대하곤 했다. 이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과장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박녹원 주임님. 이번 포획 작전에 같이 가 볼래요? 녹원은 숨을 들이마셨다. 곧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예, 좋아요. 그럼 좋을 것 같습니다. 우도근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 좋다. 그럼 정해진 거지요? 이제 자리로 돌아가세요.      사무소는 녹원이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늙은 소나무 두 그루가 정문 양쪽에서 가지를 맞대고 있었다. 진입로 안쪽으로 목조 건물이 엿보였다. 여기까지는 화마의 여파가 미치지 않은 모양이었다. 녹원은 정문 건너편에 차를 세웠다. 막 깨어난 노아가 부스스한 머리를 정돈하고 있었다. 녹원은 한 차례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노아씨. 제가 왜 여기 왔는지 설명을 먼저 드려야겠는데요.” “아, 네, 네.” “그러니까…. 여기에 곰이 한 마리 있었거든요.”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우스꽝스러운 시작점이었다. 녹원은 가장 건조한 단어들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개체, 포획, 복원 프로젝트, 서식지, 정부 지침. 그런 단어들이 이 상황을 합리적으로 보이게 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도돌이에 대한 이야기가 끝난 뒤, 차 안에는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노아는 찌푸린 얼굴로 양손을 만지작거렸다. 녹원은 내내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마침내 고개를 돌린 노아가 활짝 웃었다. 녹원은 물속에서 나온 사람인 양 참던 숨을 토해냈다. 노아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사님. 진짜로 엄청난 사연이네요. 저라도 여기 왔을 거예요. 잘 오셨어요.” 녹원은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았다. 양 뺨이 화끈거렸다. 곧 코끝까지 시큰거릴 듯했다. 녹원은 노아에게 양해를 구하고 차에서 내렸다. 문을 열자마자 서늘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쳤다. 푸른 기를 머금은 하늘은 투명해 보였다. 녹원은 길을 건넜다. 사무소 정문 기둥에 기대고 서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는 동안 시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의 기억대로라면, 사무소의 점심시간이 끝나기까지 약 사십 분이 남아 있었다. 건너편에서 달칵, 소리가 트였다. 곧 우도근이 소리를 쳤다. - 아니, 뭐야. 박녹원 주임이 건 거예요? “네, 안녕하세요, 과장님. 제가 지금 사무소 앞에 와서요. 인사라도 드리려고 했어요.” 우도근이 정문으로 나오기까지는 채 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녹원은 금세 그를 알아보았다. 깡마른 몸집과 산양처럼 총총거리는 걸음걸이. 과장은 그대로였다. 시간이 그를 비껴간 듯 보였다. 머리가 더 벗어지지도, 주름이 늘어나지도 않았다. 우도근은 어설픈 인사치레로 시간을 잡아먹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질문부터 던졌다. “아니, 진짜로, 뭐 때문에 왔어요?” “도돌이 말이에요. 무사한가요?” “에? 도도리?” “도, 돌, 이. 아시잖아요. 되돌아오는 곰이요.” 우도근이 아아― 길게 소리를 냈다. 탄식 같은 소리였다. 녹원은 지금껏 내내 연습한 얼굴, 가능한 한 아무런 표정도 드러내지 않는 얼굴로 버티고 섰다. 과장은 믿기지 않는다는 투로 물었다. “박 주임, 그거, 곰 때문에 온 거예요? 그거 물어보러?” “네. 맞습니다.” “세상에… 박 주임 대단하네요. 아니지, 지금은 주임이 아니지요? 뭐라고 불러야 하나.” “아무렇게나 부르세요, 보통 주사라고들 불러요.” “그래요. 박녹원 주사님. 얼마나 걱정이 됐으면 거기서 여기까지 왔어요. 한 시간은 걸릴 텐데. 굉장하네, 정말로 굉장하네요.” 녹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과장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우도근이 한숨을 내쉬면서 웃었다. 눈에 익은 표정이었다. 그는 눈을 비비면서 말했다. “요새는 산불 뒤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재난안전과고 자원보전과고 할 거 없이 다들 난리거든요. 곰까지는 신경 쓸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나도 몰라요. 얘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발신기는요? 센터 쪽에서 확인 들어가지 않았어요?” “발신기 그거.” 과장이 수염 자국조차 없는 턱을 어루만졌다. “어디 보자…, 그 얘기는 들은 것 같은데. 잠깐 기다려 봐요. 지금 몇 시죠?” “점심시간 끝나려면 아직 삼십 분 남았어요.” 과장이 허,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녹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동안 서로를 마주 보았다. 마침내 우도근 쪽에서 손을 들었다. “좋아요. 알아봐 줄게요.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는데.” “감사합니다.” “사무소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래요?” “괜찮습니다. 친구가 기다리고 있어서요. 차 안에 있을게요.” “친구? 박 주임 친구요?” “네. 직장 동료 겸 친구요, 같이 왔어요.” 과장이 눈을 치켜떴다. 입은 헤 벌어졌다.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이상하리만치 환한 웃음이 그의 얼굴 곳곳으로 번져 나갔다. 녹원은 어찌할 바 모른 채 그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이번에도 과장의 미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우도근은 사뭇 밝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럼 금방 올 테니까 기다려요.” 녹원은 그의 뒷모습이 사무소 안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가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자신이 과장의 안부에 대해서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삼차 포획은 이른 새벽 중에 진행되었다, 직원들은 사무소 정문 앞에 모였다. 푸르스름한 새벽빛 속으로, 우도근의 이야기에 등장하던 사람들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수의사는 녹원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젊었다. 그와 함께 온 보전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점잖은 인상으로, 말수가 적고 걸음이 빨랐다. 설악산에서도 꽤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녹원과 우도근을 포함한 공원사무소의 직원들 외에도, 곰이 머무는 구역 근처의 분소 직원들 역시 합류했다. 보전센터 직원들은 여섯 다리가 달린 은색 안테나를 들고 왔다. 그것으로 곰을 찾아냈다고 했다. 곰은 탐방로로부터 머지않은 계곡을 배회하는 중이었다. 도돌이가 홀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바로 그 계곡이었다. 사람들은 장비지원조와 마취조, 추적조로 나뉘었다. 녹원은 장비지원조에 배치되었다. 곰을 붙잡아 데려오는 데 필요한 장비를 운반하는 역할이었다. 우도근은 추적조에서 움직이기로 했다. 우도근의 조가 선두에, 녹원의 조가 후미에 섰다. 행렬은 흔들다리를 건너고 금강문을 거쳐서 산길을 올랐다. 폭포로 가는 방향이었다. 그들은 곧 탐방로를 벗어나 숲 안쪽을 가로질렀다. 나무로 둘러싸인 공터에서 멈춰서 짐을 풀었다. 녹원은 가방을 내려놓고 장비를 하나씩 꺼냈다. 녹색 안전그물과 구조용 밧줄, 헬멧과 방패 등이 손에서 손을 타고 넘어갔다. 이제 마취조와 추적조가 공터 너머의 폭포로 가서, 곰을 데리고 올 것이라고 했다. 녹원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수풀 뒤에서 조끼를 걸치는 우도근이 보였다. 녹원은 그에게로 다가갔다. 우도근이 인사를 건넬 듯 한 손을 들어 올렸다. 녹원은 그 몸짓을 무시하고 다짜고짜 물었다. 곰이 여기에서 살 수는 없나요? 예? 뭐라고요? 곰 말이에요. 세 번이나 돌아왔잖아요. 여기가 자기 고향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건 아닐까요. 원하는 곳에 놓아주는 게 불가능한가 해서요. 침묵이 흘렀다. 과장이 천천히 헬멧을 썼다. 턱에 매는 끈을 고정한 뒤 녹원을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웃음기조차 없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박녹원 주임님. 네, 우도근 과장님. 저건 맹수예요. 말이 천연기념물이지, 사실은 유해조수라고요. 그리고 여기는 국립공원이에요. 매일 사람들이 오가는 산이요. 이해하겠어요? 녹원은 숨을 들이마셨다. 올라오는 말을 삼키려 했다. 그러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녹원이 말했다. 저도 알아요. 그의 목소리가 나무들 사이로 울려 퍼졌다. 저도 안다고요. 과장님. 매일매일 사람들이 여기에 오잖아요. 자연이 좋다거나, 건강해지고 싶다거나, 취미 생활이라면서 산에 오르내리죠. 그런데 제 말씀은요, 과장님, 그건 그 사람들 선택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저 곰의 경우는 다르다고요. 쟤는 이 산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계속 되돌아오는 거겠죠. 여기에서 살아야 하니까. 여기서 살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그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녹원은 입을 다물었다. 턱이 떨리고 있었다. 등 뒤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느껴졌다. 과장은 자신의 이마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아이고…. 거의 탄식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그는 녹원이 건네준 가방 안에서 보호구를 하나씩 끄집어냈다. 그는 팔꿈치와 무릎 위로 보호구를 주섬주섬 끼우며 말했다. 우리 박녹원 주임님은 말이야. 여기에 오면 안 되는 사람이었네요. 녹원은 그를 쳐다보았다. 질문들이 입안을 맴돌았다. 여기란 어디이며, 대체 무엇이 안 되는 거냐고, 여기가 아니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론, 녹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우도근은 낡은 지프를 타고 되돌아왔다. 도돌이가 사라진 지점까지 직접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미리 얘기해 놓았다고도 덧붙였다. 과장은 왜인지 들뜬 듯 보였다.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과장이 따라나서 준다면, 훨씬 간편히 산을 돌아다닐 수 있을 터였다. 노아와 녹원은 우도근의 지프 뒷좌석에 올라탔다. 과장이 몸을 돌려서 노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이, 반갑습니다. 박녹원씨 직장 동료라면서요.” “네.” 노아가 그와 악수하며 답했다. “네, 동료 겸 친구예요.” 우도근이 빙긋 웃더니, 다시 앞으로 돌아앉았다. 차가 출발하고 나서, 녹원은 우도근의 말을 다시금 곱씹었다. 박녹원씨라니. 생경한 호칭이었다. 우도근 과장이 자신을 그렇게 부른 적은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아주 오래전, 저 산속에서. 우도근의 지프는 금세 산중도로로 들어섰다. 오른쪽으로는 까맣게 탄 산맥이, 왼쪽으로는 잿빛 강이 이어졌다. 검은 산에서부터 흩날린 잿가루가 차창에 달라붙었다. 지프는 강의 굽이를 따라서 모퉁이를 돌았다. 국립공원의 시작점을 알리는 아치형 입구와 함께, 강변을 따라 선 갖가지 가게들이 나타났다. 잿빛 먼지에 휩싸인 편의점과 식당, 분사무소와 등산로로 향하는 흔들다리. 우도근은 다리 앞에 차를 멈춰 세웠다. 차창을 내리고 강 건너편을 가리켰다. “저쪽이에요.” 녹원과 노아는 창밖으로 목을 뺐다. 강 건너로 접근금지 테이프를 친 약수터가 보였다. 폭포 방향으로 입산하는 사람들이라면 필수적으로 거치는 구간이었다. 몇 해 전 녹원이 삼차 포획 행렬에 낀 채로 지나갔던 지점이기도 했다. 우도근이 약수터 위쪽을 가리켰다. “저쪽 산허리에서 발신기를 발견했어요. 아주 훼손되었다던데. 억지로 뜯어 버렸나 봐요.” “그 외 흔적은 못 찾았고요?” “네, 사체 같은 건 전혀 없었고….” 과장이 룸미러로 녹원의 얼굴을 흘긋 보았다. 그가 시동을 끄면서 말했다. “산에 다녀오고 싶으면, 지금 다녀와요. 나는 여기에서 기다릴 테니까.” 녹원은 머뭇거렸다. 적잖이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지금껏 우도근을 오해했던 것일까? 지금 그의 앞에 있는 과장은 친절하고 온화한 남자였다. 녹원의 기억 속에서 보여 주던 적대적인 태도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허탈한 웃음이나 경시하던 눈길 역시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마치… 아군처럼 보였다. 녹원은 차에서 내렸다. 노아가 그를 뒤따라왔다. 그들은 다리를 건너고 약수터를 지났다. 숲은 고요했다. 산으로 향하는 계단의 난간은 새까맣게 그을린 상태였다. 바삭하게 타오른 나무들은 식물보다는 불꽃의 잔재처럼 보였다. 보이는 곳마다 회색 재가 휘날렸다. 새들이 지저귀지 않고 잎사귀도 흔들리지 않았다. 도돌이를 처음 만난 날과는 모든 게 달랐다.         추적조와 마취조는 숲 너머로 떠났다. 장비지원조는 공터에서 짐을 가지고 대기하기로 했다. 녹원은 무릎을 끌어안고 앉은 채, 숲속을 바라보았다. 물푸레나무와 박달나무, 피나무, 소나무, 벚나무. 여름의 샛노란 볕뉘가 나뭇가지 사이를 환히 비췄다. 곧 낯선 소리가 그 풍경을 뒤흔들었다. 쿵. 높은 곳에서 묵직한 것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바위에 기댄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새들이 날아오르고 잎사귀들이 흔들렸다. 산 전체가 몸을 털어내는 듯했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아득하게 번져 왔다. 얼마 후, 그들이 나무 그늘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행진이라도 하듯 한 줄로 선 채 숲을 가로질렀다. 수의사와 과장이 선두에 서 있었다. 그 뒤로 들것을 붙든 남자들이 내려왔다. 녹원은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는 들것 안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짐승이 있었다. 포로처럼 눈과 입, 팔다리를 묶인 채. 녹원이 지고 온 밧줄이 곰의 몸을 엑스자로 붙잡고 있었다. 수의사의 목에 둘렀던 파란 천은 곰의 눈을 가리는 데 쓰였다. 벌어진 입 사이로 붉은 혀가 늘어져서 달랑거렸다. 녹원은 행진을 쫓는 아이처럼 곰을 따라서 걸었다. 필사적으로 들것을 쫓아가며 곰을 보았다. 그의 귀에 새로 부착된 발신기를, 어깨와 가슴을 가로지르는 흰 반달을, 마른 땅처럼 갈라진 발바닥을 보았다. 남자들은 공터 정중앙에 들것을 내려놓았다. 다른 사람들도 보호구를 주섬주섬 벗었다. 녹원은 장비들을 챙기는 일도 잊고, 내내 곰만 바라보았다. 바로 옆에 다가온 사람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한번 만져 봐요. 녹원은 놀라서 옆을 돌아보았다. 우도근 과장이었다. 그가 부드러운 얼굴로 곰을 가리켰다. 쓰다듬어 보라니까요.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겠어요. 머뭇거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녹원은 곰의 배 위에 손을 얹었다. 검은 털은 까슬까슬하고 서늘했다. 피부는 몹시 단단했다. 녹원과는 전연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털과 살, 그 안에서 흐르는 피가 손바닥 아래에서 두근거렸다. 녹원은 눈을 깜빡였다. 곰의 치욕과 자존심, 곰의 마음에 대하여 생각했다. 끊임없이 돌아온다는 뜻의 이름도 곱씹었다. 짐승이 꿈틀거린 순간에도, 그는 손을 떼지 않았다. 나중에 과장과 수의사를 비롯한 몇 사람이 물어보았다. 왜 손을 떼지 않았어요? 왜 달아나지 않았습니까? 녹원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순간 느꼈던 소속감을 묘사할 방법이 없었다. 그토록 아늑하고 달콤한 마음은 처음이었다. 극복해 낼 수도 없으며,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곰은 소리를 질렀다. 으엉, 소리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밧줄의 매듭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았던 모양인지, 곰은 순식간에 들것에서 벗어났다. 그는 녹원이 보았던 사진처럼 양팔을 벌리고, 가슴의 흰 반달을 환히 드러낸 채로 일어나 섰다. 도돌이는 잠시 휘청거리다가 녹원을 끌어안았다. 끌어안았다―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같은 표현을 썼다. 끌어안았다. 곰이 그를 끌어안았다고. 녹원은 등 뒤의 바위로 쓰러졌다. 그 순간이 녹원의 목숨을 구했다. 곰의 무게는 녹원의 몸을 지나 바위 아래로까지 분산되었다. 만약 선 채로 힘겨루기를 했거나, 땅바닥에 곧바로 쓰러졌다면, 녹원의 뼈는 모조리 부서지고 말았을 것이다. 녹원은 그 접촉을 기억했다. 그날의 다른 어떤 때보다 더욱 선명히 기억했다. 늑골을 짓누르는 냄새와 촉감. 곰은 녹원보다 머리 하나 정도가 작았다. 그런데도 어찌나 무거운지,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녹원은 이후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도돌이는 저를 끌어안지 않았어요. 걔는 저한테 기대어 있었죠. 수의사도 그의 말에 증언을 보태 주었다. 곰이 박녹원씨를 고목이나 바위, 혹은 어떤 기둥처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살기 위해서, 박녹원씨에게 매달린 거죠. 파란 천이 흘러내리며 초점을 잃은 눈이 드러났다. 입가에서 흰 거품이 끓었다. 남자들이 곰을 끌어냈다. 녹원은 바위벽에 기댄 채로 주저앉았다. 흐릿한 사람들이 소리쳤다. 괜찮아요? 숨 쉴 수 있어요? 녹원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괜찮지 않았다. 정말이지 그렇지가 않았다. 호흡할 때마다 갈비뼈가 조각나듯 아팠다. 결국에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곰으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기사에서 읽은 기묘한 울음소리가 여전히 귓가를 채우고 있었다. 정말로 으엉, 으엉, 하고 우는구나. 녹원은 생각했다. 정말로 울어버리듯이 우는구나. 바로 앞에서는, 누군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녹원씨. 박녹원씨. 녹원은 고개를 돌렸다. 우도근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그는 몇 해는 더 늙어버린 양, 쉰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여기에서 일하면 안 돼요. 사람들과 섞여 살아야 해. 과장은 몇 번이나 말했다. 박녹원씨. 산에서 내려가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요.              “날이 늦었으니, 우리 집에서 자고들 가요.” 우도근은 주장했다. 녹원과 노아가 연거푸 손사래를 쳤는데도, 절대로 굽히지 않았다. 그의 집은 산기슭 끝자락에 있었다. 녹원과 노아는 빨간 지프를 따라서 시멘트 언덕 위를 올라갔다. 새하얀 돌벽에 노란 지붕을 올린 집이 나타났다. 옅은 녹색 잔디를 깐 마당에는 흔들 그네와 스프링클러, 평상이 놓여 있었다. 집의 뒤뜰은 산사면과 바로 맞닿았다. 천만다행으로 이쪽 능선까지는 불길이 오지 않아서 피해를 면했노라고 했다. 녹원은 자신의 트럭에서 내려와 주위를 살폈다. 우도근의 집은 언덕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었다. 언덕 앞뒤로 보이는 것은 산과 강뿐이었다. 주위에 놓인 문명의 흔적이라고는 녹슨 가로등 하나가 전부였다. 우도근이 노란 현관문을 두드리면서 소리쳤다. “란이. 나 왔어.” 녹원은 어깨를 움츠렸다. 우도근에게 부인이 있다는 사실은 들은 적 있었다. 직접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우도근이 부인을 부르는 광경을 보다니. 란이, 라고 부르다니. 그가 누군가를 저토록 친근하게 부르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곰을 부를 때만 제외하면. 저녁 시간은 한없이 평화롭게 흘러갔다. 그들은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란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아름 꺼내 녹원의 품에 안겨 주었다. 별구경하다가 자세요. 란은 오래전부터 녹원을 알아온 양 친근한 어투로 말했다. 마당 평상이 별구경하기 딱 좋거든요. 맥주 곁들이면 그만 한 휴가도 없어요. 막상 부부는 평상 휴가에 동참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아홉 시만 되어도 눈꺼풀이 감겨서, 먼저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도근은 평상에 담요를 깔아 주었다. 조카에게나 건넬 법한 목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재밌게 놀고 푹 자요. 알겠지요?” 마당에는 녹원과 노아만 남았다. 두 사람은 평상에 나란히 앉았다. 다리를 죽 편 채 맥주를 홀짝거렸다. 산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살갗을 서늘하게 적셨다. 부부의 말대로, 마당에서 보는 별은 몹시 선명했다. 허공에 멈춘 불씨처럼 반짝거렸다. 녹원은 언덕 너머에서 흐르는 강을 내려다보았다. 두 갈래로 나뉜 물길이 다시 한 길로 합쳐지는 지점까지 살폈다. 강 뒤편의 산은 부드러운 어둠에 잠겨 있었다. 녹원이 불쑥 말했다. “천 킬로미터예요.” 노아가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하셨어요?” “곰이 이동한 거리 말이에요. 한 번에 삼백사십사 킬로미터, 세 번 돌아오면 천백삼십이 킬로미터 정도 돼요. 서울에서 도쿄까지가 그 정도 거리래요.” 노아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서 말했다. “지독한 곰이네요.” 녹원은 동의했다. 정말이지 지독한 곰이었다. 세 번째 귀환 이후, 이 독한 곰은 제법 유명해졌다. ‘되돌아오는 곰.’ 그런 유의 머리기사와 함께. 도돌이라는 이름 역시 앙증맞게 실렸다. 설악산 측은 이 사건을 일종의 기회로 삼았다. 설악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시작점을 ‘되돌아오는 곰’으로 삼자. 마침내 도돌이는 설악산으로 방사되었다. 몇 가지 복잡한 행정적인 절차를 거쳐서, 사무소 내부에도 곰의 위치를 주기적으로 추적하는 절차가 투입되었다. 반응은 썩 괜찮았다. 이토록 강력한 의지를 가진 곰이 번번이 돌아오던 고향. 한 기자는 도돌이를 천구백팔십삼년에 죽은 곰의 환생인 양 묘사하기도 했다. 수십 년의 한이 이제야 풀렸노라고. 녹원이 말했다. “어릴 때 제 별명이 웅녀였거든요.” 노아가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잠시 후에 그가 말했다. “웃어도 돼요?” 녹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가 웃는 사이에,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열세 살쯤 때 이미 키가 백칠십을 넘었어요. 그때 짝꿍이 되게 웃기던 애였거든요. 저를 맨날 웅녀라고 불렀는데, 그게 못내 좋았어요. 그전에는 한 번도 별명을 가져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녹원은 설악산에서 마지막으로 살던 곰의 최후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국의 마지막 야생 곰, 그가 태어나던 바로 그해 엉엉 울어버리다가 죽은 짐승. 녹원은 곰이 죽은 날짜도 찾아보았다. 곰은 칠월 말일, 녹원이 태어나기 바로 전날에 죽었다. 그 숫자 간의 관계를 깨달은 순간, 녹원의 머릿속으로 괴상한 생각 하나가 스치고 지나갔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누구에게도 이것에 대해 말한 적 없었다. 가뜩이나 자신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었다가는 어떻게 반응할지 뻔했다. 녹원은 천천히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나야말로, 그 곰에게서 돌아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번에 노아는 웃지 않았다. 녹원은 말을 이었다. 그 생각은 오래도록 그를 옭아맸다고. 누구나 이상한 믿음 하나 정도는 있잖아요, 그런 말로 뭉뚱그리기에는 지나치게 묵직한 믿음이었다. 자신이 그 죽음으로부터 돌아온 존재라면, 왜 이토록 사람들이 어려운지 설명할 수 있을 듯했다. 사람에게 죽은 짐승은, 사람으로 태어난다 해도 역시나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바로 그런 경우는 아닐까.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생각에서 마음을 떼어낼 수 없었다. 꼭 사랑에 빠진 것처럼. “그래서요. 도돌이와 나 사이에도 무언가 이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녹원은 고개를 들었다. 노아는 끌어안은 무릎에 턱을 괸 채로 잠들어 있었다. 녹원은 평상에 깐 담요를 펼쳐 노아의 어깨에 덮어 주었다. 고개를 드니 보름달이 떠 있었다. 희고 선명한 달이었다. 두 갈래의 강 위로 두 개의 달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밤 동물의 눈동자처럼 보였다. 녹원은 일어서서 기지개를 켰다. 양팔을 죽 펼친 순간, 그대로 멈춰 섰다. 그는 빳빳이 굳은 채로 귀를 기울였다. 눈앞으로는 밤의 어둠을 타고 흐르는 산의 능선만 보였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등 뒤 어딘가에서, 아마도 뒤뜰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고 있었다. 곧이어 낮게 숨 쉬는 소리가 울렸다. 녹원은 그 숨소리를 알고 있었다. 분명히 귀에 익었다. 다시 한번 비닐이 흔들렸다. 얇은 막이 찢어졌다. 그것이 그르렁거렸다. 나는 알아. 녹원은 생각했다. 나는 이 소리를 알고 있어. 녹원은 천천히 손을 내렸다. 발뒤꿈치를 들고 돌아섰다. 주택은 엷은 가로등 불빛에 잠겨 있었다. 소리는 조금 더 뒤에서, 가로등 너머에서 들려왔다. 녹원은 천천히 걸었다. 가로등을 지나서 집의 뒤쪽으로 갔다. 뒤뜰에는 지붕을 씌운 분리수거함과 차고가 있었다. 차고의 비상등은 활짝 켜져 있었다. 안쪽의 빨간 지프가 선명히 보였다. 그 옆의 분리수거함을 뒤적거리는 물체 역시도 뚜렷하게 보였다. 녹원은 멈춰 서서 그 물체를 보았다. 검고 큼직한 뒷모습. 몇 해 전보다는 살이 좀 빠진 것 같았다. 곰은 비닐봉지를 뒤지고 있었다. 검은 발이 노란색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움켜쥐었다. 비닐들이 흔들리고 찢어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녹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목이 메었다.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마음은 한 차례 솟구치더니, 도무지 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녹원은 집의 그늘에 몸을 숨긴 채 곰의 움직임을 훑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니 부석거리는 털이라거나 바싹 야윈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얘.” 녹원이 말했다. “도돌아.” 곰은 고개를 돌렸다. 천천히. 응답하듯이. 자신이 어떻게 불리는지를 알고 있다는 듯이. 녹원은 한 발짝 다가섰다. 다음 걸음은 좀더 가볍게 옮겼다. 누군가 그의 어깨를 붙잡지 않았더라면 계속 걸어갔을 터였다. 손은 녹원을 꽉 쥐고 뒤로 당겼다. 녹원은 뒤돌아보았다. 노아가 거기 있었다. 비상등의 빛에 새하얗게 질린 채, 녹원을 붙들고 속삭였다. “움직이면 안 돼요. 주사님, 움직이지 마세요.” 녹원도 무엇인가 말하려 했다. 괜찮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는 이미 한 번 이 곰을 만난 적 있다. 그때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곰은 놀랍도록 명민한 동물이라 몇 해 동안 사람을 기억한다. 그러나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곰은 구부정하게 서서 멀뚱히 그들을 보고 있었다. 흰자가 슬며시 드러난 눈은 사람의 것보다 둥글고 검었다. 그 눈동자에서는 어떤 생각도 읽어 낼 수 없었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결, 그것들로부터 추측할 수 있는 감정 또한 없었다. 곰은 그와 전혀 다른 구역에, 다른 세계에 있었다. 그가 자신의 이름에 반응했다니. 우스운 생각이었다. 그들 간에는 무엇도 교차하는 것이 없었다. 녹원은 그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녹원이 속삭였다. “노아씨. 뒤로 가요. 등 돌리지 말고, 뒷걸음질로요.” 노아는 그의 말을 따랐다. 그들은 기묘한 춤을 추듯, 일정한 리듬에 따라 뒷걸음질을 쳤다. 곰은 그들을 빤히 지켜볼 뿐이었다. 자신의 트럭 옆으로 다가갔을 무렵, 녹원은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꺼냈다. 그것을 차의 앞문에 대고 몇 차례 내리쳤다. 열쇠와 문이 맞부딪치며, 금속이 깨지는 소리가 공기를 울렸다. 곰이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팍에 모으고 있던 앞발을 바닥에 내딛더니 그대로 등을 돌려 달아났다. 산속으로, 그리하여 어둠 너머로 녹아내렸다.        그들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곰이 뜯어둔 비닐들을 바라보면서. 창문 안쪽에서는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도근 아니면 란이 깨어난 모양이었다. 녹원은 잽싸게 몸을 돌렸다. 노아는 여전히 하얗게 질려 있었다. 녹원은 그의 팔을 붙들었다. “노아 씨. 여기에서 다른 거 본 거로 해요. 아무거나 좋아요. 고양이나 멧돼지, 살쾡이. 뭐 그런 게 내려왔다고 그래요. 곰을 봤다고는 하지 마요.” “왜요? 주사님. 방금 보셨잖아요. 곰이에요. 맹수라고요. 제대로 말씀드려야 해요.” 녹원은 숨을 들이마셨다.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던 눈 한 쌍, 그 눈길이 불에 덴 자국처럼 머릿속에 새겨졌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몇 해 동안 그를 옭아매던 감정들이 이제야 제대로 된 언어로 자리를 잡았다. 곰은 사람과 다르다. 곰은 사람이 아니다. 곰은 사람보다 나은 존재다. 앞뜰에서는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녹원이 낮게 속삭였다. “노아씨. 나는요. 늘 곰에게 산을 주고 싶었어요. 아주 통째로 줘 버리고 싶어요. 원래대로 돌려놓고 싶다고요. 그게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해하겠어요?” 노아가 자신의 팔을 붙든 손을 붙잡아 내렸다. 그는 오래전에 과장이 짓던 표정을 하고 있었다. 곧 울음을 터뜨릴 듯 일그러진 얼굴, 여전히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다. “주사님. 저는 이해가 안 돼요. 우리가 산을 줄 수 있나요? 우린 애초에 산을 가진 적도 없잖아요. 다들 그걸 알아요. 그래서 여기 계신 분들이 저 곰을 찾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찾아서 보호하고, 같이 살려고요. 다들 그걸 위해서 애쓰는 거잖아요.” 노아의 등 뒤로 우도근이 보였다. 그가 집의 벽을 따라 돌아와 가로등 아래 섰다. 그가 부스스한 머리를 정돈하며 물었다. “뭐 깨지는 소리가 나던데, 무슨 일 있어요?” 노아가 녹원을 올려다보았다. 녹원도 노아를 내려다보았다. 노아씨. 박녹원 주사가 안 무서워? 직원들의 질문이 녹원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쩔 수 없었다. 녹원이 말했다. “노아씨, 먼저 들어가세요. 저도 곧 갈게요.” 노아가 눈을 깜빡거렸다. 무엇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벌리더니, 이내 포기한 듯 몸을 돌렸다. 우도근은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노아를 흘끗 보고서, 녹원에게 다가왔다. 녹원은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차 안에서 무엇인가 찾다가 열쇠를 떨어트렸고, 차 문에 부딪힌 열쇠가 요란한 소리를 냈다고. “죄송해요, 주무시는 걸 깨웠네요.” 우도근은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녹원은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우도근도 집안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과장의 눈길이 뜯어진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가 닿는 순간, 녹원이 입을 열었다. “과장님. 여기 족제비 같은 게 있던데요.” 우도근이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족제비요?” 녹원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열쇠를 찾다가 뒤뜰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다가가니 족제비인지 오소리인지가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중이었다고. 꽤 굶주려 보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과장은 분리수거함으로 다가가 핸드폰 플래시를 켰다. 봉투를 이리저리 비쳐 보더니 혀를 찼다. “아이고, 이걸 하루 늦게 내놨더니…험하게도 물어뜯어 놨네.” “안에 들여놓으시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녹원은 너덜너덜한 봉지를 들어 우도근에게 건넸다. 옛 과장이 그것을 받으며 빙그레 웃었다. “시골은 시골이지요?” 박녹원도 마주 웃었다. 지금은 이 정도의 대응이야,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녹원은 방으로 돌아왔다. 벽을 향해 누웠다. 그의 옆에 누운 노아가 뒤척거렸다. 그는 녹원 쪽으로 몸을 돌렸다가, 반대로 돌아눕고,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의 망설임이 애틋한 동시에 힘겹게 다가왔다. 녹원은 반대쪽으로 돌아누워 눈을 감았다. 노아가 움직임을 멈췄다. 녹원은 벽에 드리워진 그늘을 물끄러미 지긋이 보았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등 뒤로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울렸다. 노아가 결국 피로에 항복한 모양이었다. 녹원은 몸을 돌려 정면으로 누웠다. 유리창으로 스민 달빛이 천장을 부드럽게 밝혔다. 녹원은 눈을 깜빡거렸다. 그는 불타는 산을 생각했다. 잿빛 산, 폐허처럼 모두 불타버린 산, 잿더미로 뒤덮여 일견 늪처럼 보이기도 하는 산이다. 곰이 그 위를 달리고 있다. 사람이 아니라 짐승처럼, 두 발이 아니라 네 발로. 그는 산맥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빠르다. 성체로 자라난 곰들은 사십에서 육십 킬로미터의 속력을 낸다. 그는 타고난 사냥꾼이며 끈기의 화신이다. 바삐 위치를 바꾸는 앞발과 뒷발 너머로 회색 구름이 퍼져 나갈 것이다. 곰은 바위를 뛰어넘고, 나무를 오르고, 강을 건넌다. 어떤 방해도 없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누구도 그를 쏘지 않는다. 잠든 채로 끌려 나오지도 않는다. 그는 어디든지, 원하는 만큼 간다. 산은 모두 곰의 것이다. 그는 자유롭다. 녹원은 가슴에 양손을 올렸다. 마치 포로처럼.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윽고,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의 얼굴로 번져 나갔다.
  • [영상] 포항 모텔서 난동 부린 중학생들의 일탈…업주 “개탄스럽다”

    [영상] 포항 모텔서 난동 부린 중학생들의 일탈…업주 “개탄스럽다”

    10대 중학생 5명이 무인모텔에 들어가 술을 마시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모텔 주인은 기물 교체 비용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등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포항시 남구에서 무인모텔을 운영하는 박모(38)씨는 지난 10일 새벽 모텔 내부가 소란스럽다는 제보를 받았다.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박씨는 이날 오전 6시쯤 A군 등 미성년자 5명이 무인 자판기에서 결제한 뒤 입실한 사실을 인지했다. 그는 곧바로 객실로 들어갔다. 객실 내부를 확인한 박씨는 “개탄스러웠다”고 밝혔다. 객실 내부는 담배연기로 가득했다. 바닥에는 꽁초와 빈 소주병들이 흩어져 있었다. 침대 매트리스와 이불에는 담뱃불로 지진 흔적이 남아 있었고, 창문과 출입문 손잡이도 훼손되어 있었다.  박씨는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미성년자들이 술을 잔뜩 사 와서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있었다. 그 모습이 개탄스러워 아이들에게 훈계했더니 ‘우린 촉법소년이고,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시라’, ‘때릴 거면 때려라’, ‘죽여 보라’며 대들었다”고 털어놨다.경찰이 도착한 후에도 학생들의 난동은 이어졌다. 박씨는 “학생들이 ‘경찰에게 맞았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연출했다. 그 상황에서 술병도 깨지고 모텔 기물이 파손됐다”며 “10분간 이어진 고성방가로 투숙객들이 환불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의 숙박업소 이용을 제한할 근거는 없다. 미성년자의 혼숙만 금지되어 있을 뿐이다. 이 점을 악용한 학생들의 일탈은 처음이 아니다. 몇 달 전에도 일행 중 두 명이 찾아와 술판을 벌이고 기물을 파손한 전력이 있다. 그는 “당시 (학생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지만, 미성년자는 오면 안 된다고 하면서 타일러 보냈는데, 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씨를 더욱 힘들게 한 건 학생 부모들의 대처다. 그는 “한 학부모가 사과하고 싶다며 전화가 왔는데, 대뜸 어쩌실 거냐고 하더라”라며 “저도 당황하고 화가 나서 아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거라고 했다. 부모가 미안하다는 말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하라!’면서 전화를 끊어 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아이들과 부모가 잘못을 뉘우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용서할 생각이 있었다”라며 “그런데 단 한 명도 사과는 없었다. 지금은 사과보다 이 일을 공론화해서 어린아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학생 중 한 부모로부터 사과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했다. 그는 “5명의 아이와 부모가 진정성 있게 사과한다면 생각해 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용서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끝으로 박씨는 “반드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어른으로서 책무는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는 것이다. 요즘 뭔가 잘못되어서 아이들을 더 병들게 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며 “단 한 명의 아이라도 바른길로 가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 결과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은 2006년생으로 알려졌다. 형법상 미성년자는 범죄소년(만 14세 이상 19세 미만),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범법소년(만 10세 미만)으로 분류된다. 범죄소년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성인과 같은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
  • “화재 대비 소홀” 공사 인부 사망 호텔 지배인 등에 벌금형

    “화재 대비 소홀” 공사 인부 사망 호텔 지배인 등에 벌금형

    배관 보수공사 중 불이 나 50대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경기 수원의 라마다호텔 총지배인과 시설팀장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6단독 송명철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수원 라마다호텔 총지배인 A씨와 시설팀장 B씨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송 판사는 “근로자가 인화성이 높은 우레탄 폼을 이용해 밀폐된 천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도 피고인들은 통풍과 환기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불이 나면서 작업자가 숨지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해 피고인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작업 공간에서 피해자의 유전자가 검출된 담배꽁초와 라이터가 발견됐고,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피해자가 작업 도중 흡연을 하다가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피고인들이 이 사건과 관련한 안전 조치 위반 내용을 신속하게 개선한 점,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월 15일 호텔 5층에서 불이 나 동파된 배관 보수 공사를 하던 50대 작업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불은 단열재인 우레탄 폼 작업이 이뤄지던 중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 “화재 대비 소홀”…50대 근로자 사망 호텔 지배인 등에 벌금형

    “화재 대비 소홀”…50대 근로자 사망 호텔 지배인 등에 벌금형

    동파 배관 보수 공사 중 불이 나 50대 근로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호텔 총지배인과 시설팀장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일 수원지법 형사16단독 송명철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수원의 한 호텔 총지배인 A씨와 시설팀장 B씨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불은 단열재인 우레탄 폼 작업이 이뤄지던 중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올해 1월 15일 호텔 5층에서 불이 나 동파 배관 보수 공사를 하던 50대 작업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근로자가 인화성이 높은 우레탄 폼을 이용해 밀폐된 천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도 피고인들은 통풍과 환기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불이 나면서 작업자가 숨지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해 피고인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작업 공간에서 피해자의 유전자가 검출된 담배꽁초와 라이터가 발견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피해자가 작업 도중 흡연을 하다가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과 관련한 안전 조치 위반 내용을 신속하게 개선한 점,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 “증거는 휴지뿐” DNA 남긴 그놈, 또 성범죄 저질러 잡혔다[이슈픽]

    “증거는 휴지뿐” DNA 남긴 그놈, 또 성범죄 저질러 잡혔다[이슈픽]

    20년 전 성폭행…증거는 휴지 속 정액뿐또 다른 성범죄로 수감 중 DNA ‘일치’항소심서 범행 자백했지만 양형 그대로 20년 전 가정집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 현장에 남은 증거는 정액이 묻은 휴지 뭉치뿐. 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컸지만 끈질긴 유전자(DNA) 분석으로 범인을 잡는 데 성공했다. DNA를 이용한 수사기법이 빠르게 발전한 덕이다. 광주고법 제주형사1부(부장 왕정옥)는 24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주거침입강간)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모(56)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2001년 3월 제주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피해자를 강간한 한씨는 20년 만인 지난 3월 2일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에 아슬아슬하게 기소된 것.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목격자가 없고 폐쇄회로(CC)TV도 없어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당시 피의자가 사건 현장에 남긴 증거품은 피의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정액이 묻은 휴지 뭉치가 유일했다. 경찰은 휴지 뭉치에 묻은 정액에서 DNA를 검출했지만, 이와 일치하는 인물을 찾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2019년 3월, 갑자기 수사에 진전이 생겼다. 대검찰청에 한 통의 DNA 분석 결과가 도착했는데 해당 DNA가 한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한씨는 2009년 5월 징역 18년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복역 중인 상태였다. 경찰이 공소시효 만료 전 범인을 잡기 위해 정액에서 나온 DNA와 일치하는 인물이 검찰 데이터에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협조를 구했고, 다행히 한씨의 DNA가 대검찰청에 보관돼 있었다. 한씨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2004년 제주를 떠나 2009년까지 인천과 경기, 서울 등지에서 강간 등 성범죄 18건과 강력범죄 165건 등 모두 183건의 범죄를 추가로 저지르다 인천에서 검거됐다. 해당 사건을 맡은 서귀포경찰서는 다른 지역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한씨를 제주교도소로 이감해 추가 수사를 진행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며, 제주지검은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에 극적으로 한씨를 기소하게 됐다. 1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 자체를 부인했던 한씨는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뒤늦게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늦었지만,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왕 부장판사는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에게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고, 피고인의 성범죄 재범 위험도 높은 상황”이라며 “단순히 범행을 자백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양형 조건이 변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DNA 대조 검사로 9년 전 성폭행범도 잡아 DNA 수사기법의 발전으로 법정에 선 것은 한씨 뿐만이 아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10대 딸을 성폭행해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50대 남성 김모씨에 대한 DNA 대조 검사로 9년 전 또 다른 성범죄 사건이 드러난 것. 이처럼 오랜 세월 미제로 남았던 사건들이 최근 과학기술 발달에 힘입어 실마리를 찾고 있다. 친딸을 성폭행해 징역 7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던 김씨는 2011년 제주시 한 주택에 침입해 자고 있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준강간)로 지난 4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은 당시 범인이 특정되지 않으면서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을뻔 했으나, 김씨가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김씨가 수감 과정에서 제출한 DNA와 2011년 사건 당시 현장에 남아 있던 담배꽁초의 DNA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최근 DNA를 이용한 수사기법은 빠르게 발전했다. 지금은 옷에 묻은 적은 양의 땀에서도 DNA 식별을 할 수 있을 정도다. 특히 범죄자 DNA 데이터 구축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10년 7월 시행된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 범죄자에 대한 DNA 자료는 채취하고 보관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DNA 흔적을 남긴 성범죄자가 이후 또 다른 성범죄를 저질러 검거됐을 때, DNA를 대조해 앞선 사건의 범인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 [영상] 무인카페 난장판 만든 손님들, 처벌은?

    [영상] 무인카페 난장판 만든 손님들, 처벌은?

    24시간 운영하는 무인 카페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떠난 손님들의 사연이 알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피해를 본 무인카페 주인 A씨에 따르면, 문제의 손님들이 경기 화성의 무인 카페를 찾은 건 지난 14일 새벽 2시 50분쯤. 이들은 약 2시간 가까이 머물며 카페 내부를 어지럽혔다. 당시 순간이 담긴 CCTV를 확인해보면, 손님 다섯이 음료 두 잔을 시키고는 담배를 피우고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린다. 또 외부음식을 먹고는 휴지와 컵 홀더를 아무 데나 버리기도 한다. 한참 후 손님들은 너저분한 테이블을 그대로 둔 채 당당히 밖으로 나가버린다.아침 일찍 더러워진 카페 내부를 확인한 A씨는 CCTV를 확보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손님들을 처벌할 근거가 없다며 시청으로 연락해보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시청 관련 부서에서도 실내흡연은 현장 적발이 돼야만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답변 할 뿐이었다.이 사연은 지난 15일 YTN의 첫 보도 이후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누리꾼들은 “아직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되려면 멀었다”, “손님들을 처벌해야 한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A씨는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당시 CCTV를 확인하고 매우 화가 났다. 지금도 잠이 잘 오지 않고 새벽에도 깨 CCTV를 계속 확인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손님들은 무인 카페더라도 깨끗하게 이용을 해주시는데 몇몇 이런 손님들이 문제”라고 했다. A씨는 “언론 보도가 나가고 경찰에서 CCTV를 토대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강구해보겠다”고 했다면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힘이 된다”고 전했다.
  • 성관계 커플들로 몸살 앓는 천혜의 모래언덕

    성관계 커플들로 몸살 앓는 천혜의 모래언덕

    스페인 카나리아제도의 아름다운 섬 그란 카나리아가 몰지각한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란 카나리아섬의 유명 관광지인 마스팔로마스 사구(Dunas de Mspalomas)가 관광객들의 은밀한 성행위와 쓰레기들로 위기에 처했다고 CNN이 17일 보도했다.마스팔로마스 사구는 동쪽으로 1000㎞가량 떨어진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무역풍에 실려온 모래들이 쌓여 형성된 거대한 모래 언덕이다. 여의도 면적의 절반인 404㏊ 넓이의 해안가에 자연이 만들어낸 굴곡진 언덕들이 모여 장관을 이룬다. 1982년 특별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마스팔로마스 사구에는 해마다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14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환경관리저널에 실린 논문 ‘모래, 태양, 바다, 낯선 이들과의 섹스’는 관광객들의 행동이 그란 카나리아 해안 보호구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논문 저자들은 지난 2018년 5월 게이 프라이드 축제가 열린 기간 마스팔로마스 사구 지역을 조사한 결과 298곳의 성관계 장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구역 안에서도 56곳이 발견됐다. 대부분 모래 언덕의 움푹 팬 곳이나 빽빽한 초목지대였다고 연구자들은 전했다.일부 관광객은 초목 위를 짓밟거나 식물과 모래를 치우고 담배꽁초와 콘돔, 휴지, 물티슈, 깡통 등 쓰레기를 사구에 버렸다. 모래 언덕을 화장실처럼 사용한 흔적도 발견됐다. 이런 몰지각한 행동이 네브카스 등 그란카라나리아의 8개 토종식물의 식생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했다. 논문 저자 패트릭 헤스프는 이 섬에 사는 그란 카나리아 자이언트 도마뱀이 콘돔을 먹고 죽은 채 발견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헤스프는 “공공장소의 성관계를 중단하라는 뜻이 아니라 그런 행동의 피해를 인지하기 바라는 것”이라며 “한 커플의 행동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지역에서 매일 수백명이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면 사구 환경에 오프로드 운전만큼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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