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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15년간 남은 건 ‘비만’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15년간 남은 건 ‘비만’

    야근→ 수면부족→ 폭식 매일 악순환입사 때 75㎏ 몸무게 어느덧 90㎏간수치·지방·혈당 모두 ‘빨간불’근성으로 버텨라? 망가진 내 몸은? “회사에 헌신한 15년간 남긴 건 건강기록부에 적힌 지방간과 고지혈증뿐이네요.” 중소기업에서 지적재산권 업무를 담당하는 박호영(45·가명)씨는 최근 병원에서 종합건강검진 결과를 받고 가슴이 철렁했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간수치, 혈당 등이 모두 정상 범위를 웃돌았다. 정밀검사를 할 필요 없이 거울만 봐도 볼록 나온 배와 퀭한 눈은 그의 몸 상태가 얼마나 악화했는지 한눈에 보여 준다. 15년 전 입사지원서에 적혀 있던 ‘키 180㎝·몸무게 75㎏’이라는 준수한 수치는 사라졌다. 대신 체중계의 화살이 90㎏을 가리킨 지 오래다. 그는 “중소기업을 일터로 택한 뒤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되자’며 앞만 보고 달렸는데 허탈하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과로는 단순히 개인 생활을 빼앗는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건강까지 갉아먹는다. 과로사나 과로자살 등 극단적 사례가 아니더라도 과로하는 직장인 다수는 몸의 이곳저곳이 망가지고 있다. “해가 갈수록 건강기록부에 병이 하나씩 더해진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학계의 최근 연구를 보면 장시간 근로가 비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결과가 많다”면서 “몸에 포만감을 주는 렙틴 호르몬이 억제되고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그렐린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식욕이 왕성해진다”고 설명했다. # 하루 5시간만 잔 사람, 복부비만율 1.6배 높아 실제 서울대 의과대학 박상민·김규웅 교수 연구팀이 지난 3월 국민건강영양조사(2008~2011년)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수면시간이 하루 5시간 이하면 7시간씩 자는 사람에 비해 복부비만 비율이 1.61배, 전신비만 비율이 1.32배 높다. 연구진은 수면 부족에 따른 호르몬 불균형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국립수면연구재단이 밝힌 연령별 권장 수면시간은 만 26세 이상일 경우 7~8시간이다. 박씨에게도 집은 ‘잠만 자는 곳’이었다. 새벽 2시쯤 잠들어 고작 4시간 눈을 붙였다 일어나는 날이 많았다. 13시간 시차가 나는 미국 지사와 특허출원 등을 놓고 논의할 일이 잦아 취침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박씨는 “보통 자정이 돼야 통화를 할 수 있어 팩스 원고나 이메일을 미리 써놓고 기다렸다가 시간에 맞춰 보내곤 했다”면서 “잠을 못 자니까 계속 피곤하고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게 됐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3~4일 정도는 밤늦게 일을 끝내고 “고생했다”며 동료들과 간단한 술자리를 가졌다. 과로는 비만만 낳는 게 아니다.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은 과로가 키우는 대표적 질환들이다. 김인아 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근로시간이 길어지니 최소 수면시간을 못 지키고 당연히 운동할 체력은 안 되는데 스트레스가 쌓이면 먹는 것으로 푸는 일이 순환한다”면서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콜레스테롤 상승과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심하면 우울증… 정신질병 산재도 3년새 48%↑ 장시간 노동은 감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심하면 마음의 병으로 번지기도 한다. 게임 프로그래머인 김모(37·여)씨는 장시간 노동 탓에 우울증을 앓게 됐다. 2010년 게임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김씨는 게임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내놓으라는 상사의 지시에 밤낮없이 일했다. 주어진 시간이 짧을수록 압박감은 커졌다. 그는 “기획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가 순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데 앞 공정이 지연되면 내가 작업할 시간이 확 줄어든다”면서 “그럼에도 회사는 무조건 시간 안에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하니 밥 먹듯 밤을 새우지 않고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근성으로 버티던 김씨도 한순간 일이 버거워졌고 자신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상사에 대한 불만만 쌓였다. 우울감도 깊어져 최근 4개월 사이 서울의 한 자치구 정신보건센터에서 10번이나 상담을 받았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 2012년 내놓은 ‘근로시간이 건강 및 사고에 미치는 영향 연구’ 자료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로자들이 우울증, 불면증을 앓은 경우가 주 40시간 이하보다 각각 2.13배, 1.86배 높았다.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우울증, 불안장애 등 자신의 정신질병이 ‘업무상 재해’라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험급여를 신청한 경우도 매년 늘어 지난해 125건을 기록했다. 2013년 84건과 비교해 48.8% 늘어난 수치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요즘은 장시간 노동이 신체 건강보다 정신적 차원에서 문제를 많이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을 포함한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이 많다”면서 “오래 일하면 스트레스를 받아도 해소할 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오빛나라(법률사무소 인정) 변호사는 “일본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스트레스 검사를 매년 1회 이상 시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검사 결과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판정되면 사업장은 근로자 신청에 따라 의사와 상담을 받도록 하고 근무지 변경, 근로시간 단축, 심야작업의 축소 등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직원의 정신건강을 체크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에 몰랐다고 발뺌하기 어렵다. # 주당 60시간 땐 심장질환·사망위험 2배 증가 과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뇌·심혈관계 질환이다. 정인철 아주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가 2013년 내놓은 ‘노동시간과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 연구 자료에 따르면 주 60시간을 넘겨 노동하는 집단에서 40~50시간 미만 일하는 집단에 비해 4배 넘는 심혈관 질환이 발생했다. 다른 연구들도 전반적으로 주당 근무시간이 55~60시간 이상일 때 심장질환의 발생 또는 사망위험이 1.5~2.3배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 직업별 질병 리스트 등 예방 시스템 만들어야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동자들이 자신이 아프다는 것, 현장에서 나 자신이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실제 병들었을 때 어떻게 구조요청을 보내야 하는지 방법을 알아야 한다”면서 “정부가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을 많이 했을 때 질병으로 이어지는지 직업병 리스트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리스트에 포함된 질병이 발견되면 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팀 bulse46@seoul.co.kr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경영계에 물었습니다 “직장인 10명중 6명이 일이 너무 많다는데?”

    “시간당 생산성 31.2弗, OECD 꼴찌 수준…11시간 회사 머물지만 일은 5시간 32분” 국내 기업의 고루한 문화 탓에 직장인들이 과로에 시달린다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경영계는 억울해한다. “근로자가 오래 일하는 건 사실이지만 꼭 기업 탓만은 아니다”는 항변이다. “회사 안에 ‘월급 루팡’(회사에서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이 있다”며 답답해하는 사장도 많다. 서울신문이 우리 직장인들을 대신해 경영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직장인 과로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국내 직장인 노동시간은 솔직히 너무 길지 않나. -길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연평균 실근로시간(2052시간·2016년 기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2348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고 단순 비교하는 건 문제가 있다. 보통 단시간 근로자(주 30시간 미만) 비중이 높은 나라는 평균 실근로시간이 줄어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단시간 근로자 비중이 10.9%로 OECD 평균 16.7%보다 낮아 근로시간이 과대 계상된 면이 있다. →설문조사해 보니 평일 연장근무하는 직장인 비율이 58.7%나 됐는데. -연장근로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꼭 업무의 절대량이 많다거나 기업 문화가 낡아 생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야근에는 ‘불가피한 야근’과 ‘불필요하고 습관적인 야근’이 있다. 특히 정규 업무시간 내 충분히 끝낼 수 있는 일을 느슨하게 진행해 실제보다 많은 업무를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든지, 일부러 일을 늦게 처리하는 일도 있다. 처리 업무량과 관계없이 야근해야 추가수당이 나와 소득이 높아지는 역설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자 10명 중 6명은 “업무량이 너무 많아 일과 중 도저히 끝낼 수 없다”고 말한다.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우리 근로자 1명의 시간당 노동생산성(1시간 동안 만들어내는 생산가치)은 31.2달러(한국생산성본부 발표·2014년 기준)로 OECD 34개 회원국 중 28위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근로시간이 길수록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미국(62.4달러), 독일(58.9달러) 등 선진국과의 격차는 크다. 특히 사무직은 근무시간 중 개인 용무를 처리하거나 비업무 활동을 하는 등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분석해봤더니 우리 근로자는 하루 평균 약 11시간을 회사에 머물렀지만 생산적으로 활용한 시간은 5시간 32분(약 57%)에 그쳤다. 예컨대 독일에서는 고용주가 허용하지 않는 이상 근로자의 이메일 사용 등 사적 인터넷 사용은 근무시간에 할 수 없다. →자신의 일을 끝마친 뒤에도 상사가 퇴근을 안 하는 등 회사 분위기 때문에 퇴근 못한다는 직장인도 많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조직문화의 문제라기보다는 연공서열과 관계지향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유교적 문화의 영향이 크다. 일본 등도 야근을 많이 한다. 특별기획팀 dream@seoul.co.kr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오늘도 난 ‘일바보’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오늘도 난 ‘일바보’

    “저녁 먹자” 부장 한마디는 야근 경보승진 위해 집보다 회사가 편하다고이런 분위기에다 실적 압박에직원들 감히 어떻게 가방을 드나 대한민국은 ‘야특’(야근·특근) 공화국이다. 근로계약서에 적시된 ‘소정근로시간’은 갑(회사)도, 을(직원)도 믿지 않는 허울일 뿐이다. 서울신문이 리서치회사 엠브레인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8.4%가 ‘과로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답한 건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왜 일만 아는 ‘일 바보’가 됐을까. 설문조사 결과와 사례 취재 등을 통해 노동자들이 과로의 덫에 빠져든 원인을 살펴봤다.“저녁 먹자.” 사무실 시계가 오후 6시를 가리키자 사장실에서 팀장이 상기된 얼굴로 나왔다. 퉁명스럽게 한마디 던진 뒤 먼저 밖으로 나간다. 팀원들은 말없이 따라나선다. 이렇게 야근은 또 시작됐다. 어제도 자정 넘겨 퇴근했는데 오늘은 대체 몇 시에 퇴근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 팀에선 개별 행동이 허용되지 않는다. 점심·저녁 식사는 물론 야근도 함께한다. 회사 내에서도 악명 높다. 그런데도 이 팀에 오려고 줄을 선다. 승진 때 가점 받는 등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무언의 약속 때문이다. #직장인 60% “일의 절대적 양이 많아 야근” 이 팀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국내 대기업 중 한 곳인 A사의 기획실 소속이다. 임원급인 팀장은 사장에 직접 보고한다. 팀원들은 팀장이 보고 때 ‘깨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팀장이 낮 미팅 중 스마트폰 메신저 텔레그램 등으로 메시지를 보내 ‘필요한 자료를 찾으라’고 지시하면 잽싸게 만든다. 밤에는 팀장이 다음날 오전 9시 회의 때 보고할 자료를 준비한다. 자료 작성이 끝나야 집에 갈 수 있다. 하루 평균 업무시간은 15~17시간. 초과근무 수당은 없다. 이 회사 사무직에는 초과근무라는 제도 자체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날 한 팀원이 지친 팀 전체를 위해 ‘총대’를 멨다. 팀장에게 “앞으로는 팀원을 반으로 나눠서 돌아가며 야근하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했다. 거절당했다. 결국 그는 지난달 사표를 내고 외국계 기업으로 옮겼다. “몇 년 더 일해봤자 골병만 날 것 같다. 미안하다”는 고별사를 남겼다. A사의 모습은 정도가 조금 심할 뿐 대한민국 기업의 평균적 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설문조사 결과 평일 초과근무를 하는 직장인은 전체 응답자의 58.7%였다. 초과근무를 하는 이유로는 ‘일의 절대적 양이 많아서’라는 답변(60.6%·중복응답)이 가장 많았다. 전자업체 연구원인 강모(31) 대리는 “업무 특성상 10월까지 과제를 마무리해야 해 매일 밤 샌다”면서 “졸음이 쏟아지는 밤에는 단순업무 위주로 하고 그나마 정신이 든 낮에 생각하는 업무를 한다”고 말했다. 강씨 동료 중에는 귀갓길에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낸 사람도 있다. 직장인 2명 중 1명은 ‘회사 분위기 때문에 먼저 퇴근할 수 없어 야근한다’(46.9%)고 답했다. 내 일이 다 끝나도 상사가 퇴근을 안 해 눈치 보며 사무실에 앉아 있다는 얘기다. 반면 습관적으로 회사에 남는 ‘자발적 야근’을 한다는 답변도 21.4%나 됐다. 습관적 야근자는 나이가 많을수록 늘어난다. 20대 직장인 중에는 12.2%에 불과했지만, 50대는 29.3%에 달했다. 결국 관리자급 직원들이 승진을 위해 또는 집보다 회사가 편하다는 이유로 자발적 야근을 하니 젊은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남게 된다. 또 습관적 야근자는 남성(응답자 중 28.5%)이 여성(14.1%)보다 많았다. #2명 중 1명 “회사 분위기 때문에 먼저 못 가” 몇 해 전부터 정부가 앞장서 ‘일·가정양립’을 외치다 보니 ‘가정의 날’(특정 요일에는 일찍 퇴근하는 제도) 등을 도입한 회사가 늘었지만 큰 효과가 없다. 업무량은 그대로인데 집에만 빨리 가라고 하기 때문이다. 4대 은행 중 한 곳인 B은행에서는 한 달에 약 10번씩 직원들이 유연근무제를 신청해 일찍 퇴근하도록 하고 있다. 유연근무일에는 PC를 못 쓰도록 모니터링한다. 하지만 부지점장급 이상 일부 직원은 “더 남아 할 일이 있다”는 이유로 꼼수를 쓴다. 이 은행 과장급 직원인 임모(39)씨는 “비정규직 직원 사번으로 로그인하면 컴퓨터를 쓸 수 있다”면서 “남아 일해야 하는 직원들이 하소연하다 보니 노조에서 이런 편법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과로를 하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지칠 수밖에 없다. 설문 응답자의 96.9%가 평소 피로를 느낀다고 답했다. 49.5%는 매우 심하거나 심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또 피로가 업무 수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본 응답자는 전체의 85.0%나 됐다. 결국 피로하다 보니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퇴근 시간만 늦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장시간 근무가 과로에 가장 영향을 미친다(35.1%)는 설문 결과는 당연하다. 직장인들은 또 과도한 업무 강도(18.7%), 불규칙한 근무 형태(12.9%), 지나친 실적 압박(10.5%) 등도 과로 원인으로 지목했다. #“과로사 피하기 위해 대충 쉰다” 48% 정부도, 기업도 과로의 근본 원인을 뿌리 뽑지 못하다 보니 과로사와 과로자살이 끊이지 않는다. 국내 대기업의 과장급 직원 서모(34)씨는 “모시던 부장님이 과로로 돌아가셔서 팀 분위기가 침울했다”면서 “차장급 직원들은 ‘우리에게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며 한탄했다”고 말했다. 특히 실적 압박이 상대적으로 심한 금융권에서는 과로자살이 많다. 지점장 시절 전국 지점 실적 평가에서 9차례 연속 1위를 했다는 시중은행의 전직 부행장은 “스트레스가 심해 새벽 3~4시만 되면 잠에서 깼다”면서 “실적이 저조한 달에는 바깥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과로사 소식을 들을 때마다 ‘회사에 헌신하면 헌신짝밖에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과로사를 피하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은 극히 제한돼 있다.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의 48.3%는 ‘근무 중 알아서 쉰다’고 했다. 회사에 적극적 도움을 구하기보다 눈치껏 업무량 조절을 한다는 얘기다. “퇴직을 고려한다”(20.0%)는 응답자는 5명 중 1명꼴이었다.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15.6%나 됐다. 특별기획팀 dream@seoul.co.kr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68% “일하다…이러다…죽을라”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68% “일하다…이러다…죽을라”

    남성 > 여성… 3040 가장 ‘우려’판매·영업직 종사자 특히 높아79.5% “과로사 위협 느꼈다” 직장인 1000명에게 ‘일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10명 중 7명꼴로 ‘그렇다’고 답했다. 과도한 업무 탓에 죽음의 문턱까지 떠밀린 직장인들이 우리 주변에 매우 많다는 얘기다. 직종별로는 판매·영업직, 성별로는 남성, 연령대로는 30·40대가 과로사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더 많이 했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리서치 전문회사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20~50대 직장인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8.4%는 과로 탓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봤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종종 (죽음을) 생각한다’와 ‘자주 생각을 한다’는 비율은 각각 27.3%, 4.2%로 지속적으로 과로사를 염려하는 비율이 30%를 넘었다.직종별로는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판매·영업직 종사자의 79.5%가 과로사 위협을 한 번 이상 느꼈다. ‘자주 죽음을 생각한다’는 응답은 14.1%였는데 응답 비율이 10%를 웃돈 건 판매·영업직이 유일했다. 이어 생산직 종사자의 78.0%도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봤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73.3%)이 여성(63.4%)보다 격무 탓에 죽을 수 있다고 더 많이 생각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71.5%로 가장 높고 40대 71.1%, 50대 65.6%, 20대 64.9% 순이었다. 직장 내 ‘허리’로 가장 업무량이 많은 30·40대가 과로사 위험에 제일 취약하다는 뜻이다. 오래 일하는 직장인일수록 과로사의 두려움이 더 컸다. 주 60~68시간 일하는 직장인은 87.8%, 평일에 야근 등 연장 근무하는 직장인은 78.2%가 일하다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봤다고 답했다. 또 주말 등 휴일 근로자가 죽음을 생각해 봤다는 비율(75.1%)이 휴일 근무를 하지 않는 직장인(63.4%)에 비해 높았다. 현행 정부 기준상 과로(최근 12주 평균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직장인 5명 중 1명은 자신이 과로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주 60~68시간 근로자 중 22.0%는 과로 기준을 넘지 않았다거나 기준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68시간 넘게 일하는 근로자도 21.9%가 과로를 했는지 몰랐다고 응답했다. 또 설문 응답자의 47.9%는 주 50시간 넘게 일하면 과로라고 봤다. 주 50시간은 정규 근무시간(하루 8시간)을 꽉 채우고 추가로 주 5일 내내 2시간씩 초과근무를 해야 맞출 수 있다. 이는 정부의 현행 기준보다 10시간 낮다. 정부 기준과 국민 의견 사이의 ‘10시간 간극’이 확인돼 향후 근로시간 단축 논의와 맞물려 과로 인정 기준을 낮추는 방안도 현안이 될 전망이다. 박창범 경희대 의대 교수는 “정부가 주당 근로시간을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 추진 중인데 이렇게 되면 과로 기준이 법정 노동시간을 넘어선다”면서 “과로 기준도 주 52시간 안팎으로 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dream@seoul.co.kr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헌재소장 임기 논란 해결하자는 메시지

    국회에 관련 법안 2건 계류 중 靑 “입법 미비 해소가 우선 판단” 청와대가 10일 헌법재판소를 ‘김이수 권한대행체제’로 운영하기로 공식화한 배경에는 국회에서 해묵은 헌재소장 임기 논란을 해결해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 하지만, 야당이 “국회의 결정을 무시한 ‘꼼수임명’”이라고 반발하는 등 논란은 불가피하다. 청와대는 헌재소장의 임기와 관련한 입법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 중인 데다 헌재 재판관들이 만장일치로 대행체제 공식화를 요청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현행법은 헌법재판관 임기를 6년으로 규정했지만, 소장 임기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다. 때문에 현직 헌법재판관이 임명되면 신임 소장으로서 새로 6년 임기가 시작된다는 해석과 잔여 임기만 수행해야 한다는 해석이 공존한다. 현재 국회에는 2건의 헌재소장 임기와 관련한 법안이 계류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직후에는 입법 미비에도 지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나, 기왕 낙마한 상황이다 보니 다시 지명하는 것보다는 일단 임명동의가 필요 없는 헌법재판관 1명을 임명해 불안한 헌재의 7∼8인 체제를 해소하고 입법 미비가 해소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고육지책의 측면도 적지 않다. 실제 이유정 전 재판관 후보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에 헌재소장과 재판관을 겸할 중량감 있는 후보자를 지명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국회를 무시하고 편법으로 인사권을 관철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역대 어느 정권도 국회에서 부결된 인사를 이토록 집요하게 고수했던 적은 없다. 국회 무시를 넘어 국민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새 헌법재판관을 추천하고 그 사람이 헌재소장이 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문재인 청와대’의 오만과 독선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올 초 탄핵 재판으로 인해 여러 사건들에 대한 판단을 미뤄 온 헌재는 조직의 안정적 운영에 방점을 찍으며 장기 권한대행 체제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현재 헌재는 집총(執銃)을 거부하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 입대를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형사 처벌, 특정 기지국을 거친 통신기록을 대거 수집해 분석하는 ‘기지국 수사’, 박근혜 정부에서 체결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 등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심리를 진행 중이다. 헌재 결정을 기다리는 대상자가 많은 사건들로, 헌재 입장에선 소장 체제를 빨리 세우는 것보다 현재 ‘8인 재판관 체제’인 결원 상황에서 벗어나 ‘9인 재판관 체제’를 이뤄 충실한 심리를 진행하는 게 한층 시급한 과제로 꼽혀 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단독] 양·시간만 따지는 과로 기준… 직업별 업무 강도·교대제 등 체계화해야

    정부의 과로 판정 기준에는 ‘업무시간이 발병 전 12주 동안 주당 평균 60시간 이상이거나 4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한 경우’, ‘발병 전 1주일 이내 업무의 양·시간이 평상시보다 30% 이상 많아진 경우’라고만 간략히 적혀 있다. 과로 여부를 결정할 때 ‘업무의 강도나 책임,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여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돼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없어 판정위원의 성향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탓에 병에 걸리거나 사망했는데도 어떤 노동자는 업무상 재해로 승인받고 누군가는 승인받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업무의 질적 특성을 고려해 과로 여부를 결정하도록 판단 기준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업무 강도 정해진 업무시간 안에 얼마나 쉴 틈 없이 일했는지 판단할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시간제 텔레마케터의 경우 4시간만 일하더라도 상담 횟수를 채우도록 해 놨다. 전화를 빨리 끊어 더 많은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광부는 노동 강도가 높아 하루 6시간만 일하게 돼 있다”면서 “직업별 적정 노동시간 기준을 정하고 이를 넘어선 시간과 강도는 과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근무 형태 야근이나 교대제 근무는 몸을 곯게 한다. 특히 야간 노동은 정상적인 호르몬의 주기적 변화에 교란을 가져와 수면장애와 심근경색, 비만과 같은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야간 노동을 납이나 자외선과 같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스트레스 기준 세분화 직장 내 스트레스도 과로 판정 때 제대로 고려되지 않는다. 오빛나라(법률사무소 인정) 변호사는 “일본은 ‘직장에서의 심리적 부하 평가표’를 만들어 조직문화, 직책에 따른 책임, 직장 내 괴롭힘 등 각각의 스트레스 요인이 노동자 정신건강에 미치는 정도를 ‘상·중·하’로 평가한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판정 지침이 없다”고 지적했다. #개인적 특질 같은 일을 하더라도 건강 상태 등에 따라 피로도는 크게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과로 판정 때 해당 노동자의 신체 조건과 건강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최 활동가는 “동료 운전기사들이 하루에 13시간씩 일한다고 해서 최근에 졸음운전 사고를 냈던 경기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장시간 노동이 과로가 아닌 것은 아니다”라며 “개별 노동자가 달라진 업무 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 등에 적응하기 어려운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자 입증 책임 완화 프랑스에서는 노동자의 사망이 과한 업무 탓인지 여부를 고용주가 입증해야 한다. 반면 우리는 입증 책임이 유가족에게 있다. 그러나 출퇴근 기록, 직장 내 컴퓨터 접속 기록 같은 기본 증거조차 수집할 능력이 유가족에게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유가족이 사망한 노동자 정보를 기업에 요청하면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5sjin@seoul.co.kr ■특별기획팀 유대근·김헌주·이범수·홍인기·오세진 기자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단독] 3년 주말없이 일했는데 해고 압박… 남편은 추운 겨울 스러졌다

    [단독] 3년 주말없이 일했는데 해고 압박… 남편은 추운 겨울 스러졌다

    1911명. 지난해 업무상 과로로 쓰러지거나 숨져 국가에 산업재해 인정을 요청한 노동자 수다. 그들의 죽음 뒤에는 연평균 2069시간에 달하는 우리 사회의 노동문화가 숨어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2016년 기준 평균 1764시간) 중 최고 수준이다. 노동자의 마지막 에너지까지 요구하는 기업문화와 실적, 승진, 명예퇴직 등을 둘러싼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도 맞물려 있다. 우리 직장인은 어떻게 죽음으로 내몰리고, 가족을 잃은 유족들을 나락으로 몰아갈까. 서울신문은 과로 문제 취재 중 만난 이서경(49·가명)씨로부터 들은 남편 김인환(사망 당시 51·가명)씨의 사연을 재구성했다.“그렇게 힘들면 회사를 그만두지 왜 다녔어요?” 잔인한 한마디가 끝내 서경씨의 마음을 무너뜨렸다. 남편의 과로사를 인정받으려 OO지역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찾은 자리였다. 판정위원이었던 한 여성 외과 전문의가 무표정한 얼굴로 무심하게 내뱉었다. 서경씨는 생각했다. ‘나이 쉰에 한창 자라는 아들이 있는 아버지가 힘들다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겠습니까.’ 그가 만난 산업재해 판정위원들의 감수성은 딱 그 정도였다. 국내 과로사 인정 비율이 20%대에 불과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경씨의 가정에 비극이 움튼 건 약 2년 전, 2016년 1월 어느 겨울이었다. 지방 건설사에 다니던 인환씨는 20평 남짓한 사택 안방의 담요 위에 홀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심근경색. 사망한 지 꼬박 하루가 지난 뒤였다. “주말부부라 남편이 보통 토요일 오후에 서울 집에 왔거든요. 그날은 밤늦도록 오지 않아서 다음날 실종신고를 했죠. 그런데….” 당시를 떠올리던 서경씨가 말을 잊지 못했다.회사 동료들이 기억하는 남편의 마지막 모습은 금요일 회식 뒤 자정쯤 비틀거리며 택시를 잡아타던 장면이었다. 빈소에서 만난 남편 동료들은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부장님이 너무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이건 명백한 업무상 재해예요.” 회사 임원은 장지까지 쫓아와 “내가 뭐든 해 줄 테니 산재 신청을 하라”고까지 했다. 도대체 회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서경씨가 기억하는 남편은 유능한 영업사원이었다. “서울의 큰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2010년쯤 그 회사로 스카우트됐어요. 고급 아파트를 분양하는 일을 했죠.” 남편은 사고 당시 수백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었다. 남편이 이상 징후를 보인 건 사고 몇 주 전부터였다. 주말이면 아들과 붙어 있는 게 일이던 남편이 방에만 틀어박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불경기다 보니 분양 계약을 맺었다가 취소하겠다는 신청이 많아졌어. 그게 제법 쌓였는데, 소송까지 걸었더라고.” 남편이 고민을 털어놨다. 그런 남편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인 일이 터졌다. 해고 압박을 받은 것이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오너가 조만간 사업 분야를 조정하겠다고 했대요.” 남편은 그때부터 아들에게 “아빠가 12월부터 실업자 될 것 같아”라는 말을 농담처럼 던졌다. 부장이었던 남편에게는 10명 남짓한 부하 직원들도 걱정이었다. 대부분 40대 후반, 50대 초반. 부양할 아이들이 있었고 다른 일터를 구하기엔 애매한 나이였다. 사방의 압박, 결국 남편은 벼랑 끝에서 버티지 못했다. 산재 신청을 결심한 서경씨는 노무사를 찾았다. 그리고 뜻밖의 조언을 들었다. “사망하고 바로 산재 신청을 하면 근로복지공단에서 좋게 보지 않는대요. 돈만 밝힌다고 생각한다나. 그게 우리나라 정서래요.” 그래서 석 달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그게 잘못이었다. 제 일처럼 뜨겁게 애도하던 회사 동료들은 그사이 싸늘히 식어 있었다. “회장이 산재 신청을 너무 싫어했대요. 과로사는 중대재해니까 회사 부담도 커질 테고….” 직원들을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었다. 그들에게도 직장은 소중했다. 현행법상 과로를 인정받으려면 사망 직전 주당 최소 60시간씩 일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산재 입증을 위해서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서류를 얻어야 한다. 유족이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서경씨는 편지까지 써 가며 회사로부터 급여 내역서 등 최소한의 자료를 얻었지만 증거로 삼기 어려웠다. 남편은 연장·야간근로를 자주 했지만 회사가 건넨 서류에는 시간외수당이 따로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임금을 뭉뚱그려 주는 포괄임금제 탓이다. “남편은 영업직이라 생산직이나 공무원과 달리 출퇴근기록부가 없었습니다. 보통 7시에 출근해 6시에 사무실에서 나왔는데, 영업이란 게 퇴근 이후에도 업무가 진행되잖아요. 고객 만나고, 언제든 전화 오면 일해야 하고. 모델하우스에 가자는 고객이 있으면 주말이 없어졌어요. 이런 건 서류에 기록되지도 않습니다.” 회사를 옮긴 2010년부터 3년간은 주말에도 일이 많아 한 달에 한 번꼴로 집에 왔지만 산재 심사 때는 최근 3년 기록만 증거로 인정됐다. 서경씨는 반년 동안 어렵게 모아 만든 서류 70여장을 들고 복지공단에 산재보험의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그리고 6개월 만에 질병판정위가 열렸다. 판정위원들은 서류에 적힌 근로시간 외에 남편이 겪은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대신 남편의 심장이 멈춘 게 과로 때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데는 놀라울 만큼 집요했다. 복지공단 측은 남편의 건강검진부를 뒤져 ‘10년 동안 담배를 하루 한 갑 피웠다’는 문진기록까지 증거로 들이밀었다. 1차 심사에서 승인 여부를 판정받지 못했다. 다수결로 결정하는 구조인데 의견이 동수로 갈렸다. 과로사 승인을 받지 못하면 행정소송도 벌일 계획이지만 현행 법체계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질 확률이 99%”라는 노무사의 얘기에도 버티며 이 정도까지 싸우고 있으니 남편에 대한 미안함이 아주 조금 덜어지기는 했다. 서경씨는 아직 ‘한부모가정’ 신청을 하지 못했다. 아들이 아빠와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편을 그렇게 보냈지만 서경씨는 스스로 ‘더 밝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다가오는 걸 어려워한다”고 했다. 왜 이토록 모진 싸움을 하는지 물었다. “너무 불쌍하잖아요. 누구보다도 성실했던 그이가 그냥 죽은 게 아니라는 것만큼은 꼭 기록에 남기고 싶습니다.” 그는 고통스러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특별기획팀 dynamic@seoul.co.kr *유족의 요청으로 가명을 쓰고, 회사명은 익명 처리했습니다.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단독] “과로는 범죄… 자신과 가정 파괴는 물론 남의 일자리도 빼앗아”

    [단독] “과로는 범죄… 자신과 가정 파괴는 물론 남의 일자리도 빼앗아”

    “과로는 미덕이 아니라 범죄다.”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장시간 근로는 자신과 가정을 파괴하고 남의 일자리를 빼앗는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 40시간 노동이면 충분하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그는 과로사예방법 등 4건의 과로사·과로자살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일하는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신 의원은 지난해 10월 우연히 과로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지진 대응 노하우를 배우러 일본에 갔다가 조간신문 1면에서 거대 광고회사인 ‘덴쓰’의 20대 여성 노동자가 과로자살했다는 기사를 봤다”면서 “한국에 돌아와 알아보니 어느 법에도 과로사나 과로자살 개념이 나와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집배원의 연쇄 과로사와 과로 버스, 게임업계 종사자의 과로사 문제 등이 터지면서 과로가 노동계의 일상적 현실이라고 확신했다. 신 의원이 발의한 ‘과로사 등 예방에 관한 법률안’은 현행 법체계에 과로사라는 표현을 명시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과로사방지협의회’를 운영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외에 ▲근로기준법 개정안 2건(집배원, 시내·시외버스 특례업종 제외) ▲국가공무원법 개정안(공무원의 근로시간 규정) 등이 상임위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신 의원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이 통과에 소극적이다.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호소한다는 게 이유”라면서 “과로사 방지법, 국가공무원법은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로사예방법을 통해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국가 책무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과로자살을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하는 일각의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신 의원은 지난 7월 했던 집배 업무 체험을 언급하며 “집배원은 자기 배달 구역이 있는데 갑자기 근무지 변경이 이뤄지기도 한다. 매일 1000통을 돌리다가 근무지가 바뀌면 지리를 잘 몰라 절반밖에 못 돌리게 되고 자괴감으로 이어진다”면서 “심각하면 자살까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와 과로사 등으로 사망한 집배원은 올해만 15명이다. 신 의원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사람을 새로 뽑지 않고 한 명에게 연장근로를 시키는 직장 문화가 남아 있다”면서 “살인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팀 bulse46@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단독] “유족이 ‘증명’해야 하는 죽음… 회사는 자료 숨기고 국가는 방관”

    [단독] “유족이 ‘증명’해야 하는 죽음… 회사는 자료 숨기고 국가는 방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노동자가 격무와 실적 압박 등에 시달리다 사망하면 과로 입증은 오롯이 가족 몫이 된다. 과로를 강요한 회사, 이를 감독하지 못한 국가는 죽음 이후에도 방관한다. ‘과로 탓에 가족이 죽었다’는 산업재해(산재) 신청 10건 중 2~3건만 과로사로 인정받는 이유다.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은 과로사와 과로자살 유족들을 상대로 심층설문 및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망 이후 과로 입증을 위해 이들이 어떤 싸움을 하게 되는지 역추적하기 위해서다. 재단법인 피플과 한국 과로사·과로자살 유가족 모임, 사람과산재 과로사센터, 전국우정노조,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서울교통공사노조, 동서노무법인, 반올림,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등 유족과 접점이 있는 모든 곳으로부터 도움받았다. 2011년 이후 숨진 과로사·과로자살 유족 54명(승인 32명·불승인 14명·심사 중 1명·중도 포기 5명·심사준비 2명)을 상대로 면접과 서면조사를 했다. 유족들은 주변 시선과 사측과의 분쟁 등을 우려해 대부분 이름 등 인적사항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아 익명 처리했다. 조사 결과 유족들은 과로사를 입증할 때 세 개의 축과 싸웠다. 회사,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 그리고 자신이다.#회사의 비협조 “그래도 전 운이 좋은 편이에요. 회사가 타코미터 기록(운행일지)을 줬잖아요. 남편 쓰러지고 돌아가시기 전이라 줬어요. 우리 남편이 산재 승인을 받자 회사에서 ‘실수했다’고 자책했대요.” 진은희(가명)씨 남편은 중증 뇌부종과 뇌경색을 앓다 지난해 사망했다. 고속버스 기사였던 남편은 격무를 한 뒤 집에서 쓰러지고는 6개월간 버티다 세상을 떠났다. 산재 여부를 결정하는 질병판정위는 타코미터 기록을 근거로 남편이 사고 전 주당 평균 61~68시간씩 일했다고 판단했다. 과로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진씨 말처럼 그는 운 좋은 사람인지 모른다. 과로는 별 증거를 남기지 않는 데다 기업들은 과로 판정에 결정적인 자료를 쉽게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설문 응답자 중 산재 심사 과정을 마친 유족(46명)의 84.8%(39명)가 심사 과정 때 가장 어려웠던 일로 ‘회사 상대로 증거를 수집해 입증해야 하는 현실’을 꼽았다. 가족들은 직접 뛰어 출퇴근 기록(30건), 동료 진술서(18건), 대중교통 이용 및 식사비 카드 내역서(9건), 회사 내 폐쇄회로(CC)TV(5건), 메신저 내역(6건), 주차장 출입기록(3건) 등을 모아 입증 자료로 썼다. 2016년 6월 남편을 잃은 김정아(가명)씨는 “회사가 자료 수집을 방해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선박 승무원이었던 남편은 주말을 포함해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주 66시간) 일했다. 하지만 수차례 읍소해 회사에서 받은 근무기록표에는 ‘주 52시간’이 찍혀 있었다. 질병판정위는 회사 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산재는 인정되지 않았다. 김씨는 업무 지시가 남아 있는 메신저 기록과 동료로부터 받은 당직근무표 등을 모아 재심을 청구해 결국 산재 승인을 받아냈다. 유족들이 먼저 떠난 가족의 행적을 쫓으며 확인한 직장 스트레스 요인(복수 응답·142건)은 다양했다. 일상적인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량(21.1%), 업무 실패 및 과중한 책임 발생(16.9%),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업무 성격(15.5%) 등이었다. 2016년 4월 연구원인 남편이 과로자살한 한미연(가명)씨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연구 마감이 다가온다’는 내용이 남편 일기장과 수첩에 여러 번 나왔다”면서 “새벽 1시 30분에 돌아와 아침 7시에 출근했던 살인적인 근무시간만큼 실적 압박이 남편을 괴롭힌 것 같다”고 떠올렸다. 직급에 따라서도 과로사 또는 과로자살의 원인이 달랐다. 과장 이하 평사원(복수 응답, 전체 82건)은 일상적인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량(25.6%)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었고 차장 이상 임원급(복수 응답, 전체 41건)은 업무 실패·과중한 책임 발생(26.8%)이 가장 큰 압박 요인이었다. #질병판정위와의 싸움 입증자료를 어렵게 모아도 산재 승인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수진(가명)씨는 2015년 11월 뇌경색으로 남편을 잃었다. 몸이 아프다며 직장을 그만둔 지 두 달 조금 넘어서다. 운수업에 종사한 남편은 주말을 포함해 하루 평균 11시간(주 76시간) 일했지만, 질병판정위는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판정서에는 ‘퇴직한 지 두 달 넘어 발병한 뇌경색은 과로 때문으로 볼 수 없다’고 써 있었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뇌혈관질병 및 심장질병 요양신청 재해조사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월~2016년 6월 과로 기준 시간을 충족한 산재 신청 사건 1351건 가운데 산재 승인을 받은 건은 절반 정도인 752건(55.6%)에 그쳤다. 낮은 승인율은 여러 원인 때문이겠지만 질병 판정이 ‘속성’으로 이뤄지는 탓도 있다. 보통 반나절 진행되는 질병판정위 심의에서는 13.6건(2017년 상반기 기준)의 사건을 다룬다. 한 사람의 죽음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다루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이 때문에 유족들은 설문조사(복수 응답·전체 138건)에서 노동의 질적 특성이나 스트레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판정을 내리는 것(27.5%)과 질병판정위원들의 성의 부족(17.4%), 전문성 부족(13.8%)이 산재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응답했다. #무너진 심리상태 유가족들은 고인의 사망 직후 가장 힘든 점(복수 응답·68건)으로 ‘심리적 무력화’와 ‘대처방법에 대한 무지’를 32.4%로 가장 많이 꼽았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와 가정을 망가뜨린다. 교육서비스 업체에서 일하던 남편이 2016년 과로자살한 이영하(가명)씨는 “남편이 살아 돌아오면 ‘나랑 애는 어떡하라고 그렇게 떠났느냐’고 묻고 싶다”며 눈물 흘렸다. 남편은 불공정한 인사평가와 잦은 전보, 갑자기 늘어난 업무량 등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과로자살은 과로사보다 입증이 훨씬 어렵다. 실적 압박, 열악한 근무환경 등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도 함께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산재 신청을 한 이유를 묻자 77.8%(복수 응답)가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50.0%) 해결도 중요한 이유다. 정유석 재단법인 피플 이사장은 “대출이 기본인 사회에서 노동자가 사망해 수입이 끊기면 당장 연체 통지서가 가정에 날아온다”면서 “정부가 남은 가족의 취업 교육 등 경제활동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질병판정위 인정 기준 완화와 현장조사 강화, 유가족이 입증해야 하는 구조 개선, 회사의 자료 제출 의무화와 위반 시 제재조치.’ 가족의 죽음 뒤 소극적인 회사와 국가의 태도에 실망한 유족들의 요구사항(주관식 응답 중 많은 순)이다. 2016년 11월 과로사로 아버지를 잃은 한 응답자가 말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20년 동안 몸바쳐 일했던 회사는 저희 가족을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저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지만, 산재보험료가 올라갈 수도 있고 한 명을 산재로 인정해 주면 다른 사람도 해 줘야 된다는 이유라고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금속 주조일을 하셨는데 질병판정위원들은 현장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습니다. 어렵게 산재 인정을 받고 나니 다들 말하더군요. 운이 좋다고요. 아버지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었을까요?” 특별기획팀 ikik@seoul.co.kr [용어 클릭] ■과로사 과중한 업무 탓에 뇌혈관 질환과 심장질환이 나타나 사망하는 것. 1980년대 일본에서 처음 쓰였다. 근로복지공단은 질병과 업무 간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을 때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과로자살 업무에 의한 과로·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자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자살은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지만 ‘업무상 사유로 정신적 이상 상태에 있는 근로자’ 등은 예외적으로 산재로 인정받는다.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단독]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매일 13시간씩 일하다… 인정 못 받는 죽음, 과로사… 산재 승인 절반뿐 ‘성실할수록 죽음에 가까워지는 병.’ 한국 사회 고질병인 과로의 끔찍함은 이 한마디로 설명된다. 회사와 사회를 위해 묵묵히 일한 이들만 골라 덮친다. 한때 ‘근면성실’이라는 이름으로 위대한 국민성이라 추앙받았지만 이제는 ‘국민병’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 공식 기록상 국내에서는 매일 약 1명꼴로 과로사하는데 문서에 적히지 않은 죽음은 훨씬 더 많다는 지적이다. 직종도 가리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집배원과 게임 개발자, 방송국 프로듀서(PD), 공무원, 버스기사 등이 과로 탓에 숨졌다. 서울신문은 7회에 걸쳐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 시리즈를 연재한다. 시대 변화에 맞추지 못하는 고루한 기업 문화와 사회 인식, 법·제도가 노동자 건강을 어떻게 좀먹는지 집중 조명한다. 1회에서는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과로사·과로자살 유족 54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및 설문조사를 통해 과로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 과로 판단 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짚는다.‘월화수목금금금’으로 상징되는 장시간 근로 문화 속에서 쓰러지는 노동자가 많지만 다수는 정부의 자의적 판정 기준 탓에 과로 인정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정한 과로 시간(쓰러지기 전 최소 주당 60~64시간 근무)을 넘겨 일하다 병나거나 숨진 노동자 10명 중 4명은 산재 승인을 받지 못했다. 쉽게 말해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주5일 근무 기준·식사는 근무시간에서 제외)하는 생활을 반복하다 죽어도 일부는 과로가 아니라고 봤다. 이 결과는 서울신문이 9일 입수한 고용부의 ‘뇌혈관질병 및 심장질병 요양신청 재해조사 분석’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분석은 과로 때문에 뇌경색·심근경색 등 뇌·심혈관 질환으로 요양 중이거나 사망했다며 2013년 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산재)로 급여신청한 4898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 중 73.4%(3596명)는 산재로 승인받지 못했다. 또 전체 신청자 중 1351명이 과로 시간 기준을 한 가지 이상 충족했는데도 44.3%(599명)가 산재로 인정받지 못했다.현재 정부가 과로 여부를 가릴 때 쓰는 업무 시간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쓰러지기 직전 12주 평균 주당 60시간 이상 일했거나 4주 평균 주당 64시간 넘게 일했다면 만성과로로 본다. 또 쓰러지기 1주일 이내 업무시간과 양이 평소보다 30% 이상 갑자기 늘면 단기과로로 분류한다. 산재 신청자 중 만성·단기 과로 기준을 모두 충족한 사람은 40명이었는데 이 중 30.0%(12명)는 승인받지 못했다. 산재 여부 판단은 근로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보되 발병 1주일 이내 업무강도·책임, 휴무시간, 근무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내리도록 돼 있다. 정부가 2013년 만성 과로 기준을 만든 이후 기준을 충족한 사건의 불승인 실태를 분석한 건 처음이다. 장시간 노동자 중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의 판정서를 보면 판단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사례도 많다. 한 벌목공은 주당 64시간 이상 일하다 쓰러졌고, 회사조차 ‘업무가 힘들었을 것’이라는 의견서를 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과로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 단순기계작업을 하다 뇌경색에 걸린 노동자는 발병 전 매주 63시간씩 일했지만 “업무가 단순하고 뇌경색 요인 중 하나인 치과질환이 있었다”며 불인정했다. 아파트 보일러·전기시설 관리 직원은 24시간씩 격일제 근무를 하다가 쓰러졌는데 ‘야간에 민원이 없어 쉬거나 가수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승인받지 못했다. 특별기획팀 ikik@seoul.co.kr (이 보도는 삼성언론재단이 지난 2월 공모한 기획 취재 지원사업 선정작입니다.)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한국당과 보수 통합 추진에… 바른정당 갈등 폭발

    한국당과 보수 통합 추진에… 바른정당 갈등 폭발

    유승민 “개인적인 일탈행위” 정우택 “통합 분위기 무르익어… 방식은 당대당 아닌 흡수 통합” 바른정당 자강파 “대표성 없다” 바른정당이 또다시 내홍에 휩싸였다. 이혜훈 전 대표의 낙마 이후 새 지도부 구성을 놓고 분열상을 보였던 바른정당은 ‘11·13 전당대회’로 봉합 국면에 들어서는가 했다. 그런데 전대 날짜를 합의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이번엔 당내 일부 ‘통합파’ 의원이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추진하면서 당의 존립을 흔들고 있다.바른정당은 김영우 의원의 요청으로 29일 의원총회를 열고 ‘보수 통합’에 대한 당의 총의를 모으기로 했다고 당 관계자가 28일 전했다. 김 의원은 전날 자유한국당 이철우 의원과 함께 두 당의 3선 중진 의원 만찬 모임을 열고 통추위 결성을 추진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계기로 두 당의 통합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당은 통추위에 대해 이의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통합 방식을 놓고는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흡수통합’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본격적인 통합 형태에는 진통을 예고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당 차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의원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렇지만 통추위에 대해 반대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보수 통합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데 당의 입장에서 보수 대통합을 이뤄 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른정당 내 ‘자강파’ 의원은 통추위를 놓고 ‘개인의 일탈’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당의 대주주 격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보수우파 통추위는 개인적인 일탈행위라고 생각한다”면서 “11월 13일 전당대회가 공식 입장이며 이를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일축했다. 당내 총의가 모이지 않은 통추위는 대표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최고위원이지만 당 지도부와 별다른 상의 없이 통추위를 추진한 김 의원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하태경 의원은 “바른정당 창당 정신을 훼손하는 해당 행위를 했다”며 “해당 행위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문제 제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진수희 최고위원도 “전 국민께 너무 부끄러워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면서 “무슨 아름다운 언어로 포장한다 해도 정치적 꼼수”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단독] 추석선물 세트 ‘스튜핏’…낱개 구입이 2만원 더 싸

    [단독] 추석선물 세트 ‘스튜핏’…낱개 구입이 2만원 더 싸

    샴푸·린스 등 용량 줄여 판매 포장값만 2만원 더 내는 셈 다양한 제품 담긴 세트일수록 단일 상품보다 ‘바가지’ 심해 명절 선물세트 가격에 ‘꼼수’가 올해도 어김없이 횡행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담긴 선물세트일수록 ‘바가지’가 더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본격적인 추석 연휴를 나흘 앞둔 26일 서울신문이 서울 시내 대형마트 2곳에서 판매하는 선물세트 등에 대한 가격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용물을 낱개로 구입하면 최대 2만원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햄, 카놀라유, 식초류가 든 A사의 선물세트는 4만 98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해당 매장에서 판매하는 낱개 상품의 가격을 더해 보니 2만 9780원이 나왔다. 구매자들은 ‘포장값’으로만 2만 20원을 더 내고 있는 셈이었다. B사에서 판매하는 비슷한 내용물의 선물세트도 3만 4900원으로 낱개 합산 가격인 2만 8500원보다 6400원 더 비쌌다. C사가 내놓은 샴푸·린스 세트도 정가는 3만 9900원, 낱개로 사면 3만 4000원이었다. 용량을 줄여 판매하는 ‘꼼수’도 발견됐다. D사의 샴푸·린스 선물세트 가격은 3만 1900원이었다. 낱개를 합산해 보니 3만 1850원으로 차이가 거의 없는 듯했다. 하지만 선물세트에 든 제품의 용량은 400㎖였고, 낱개 제품은 500㎖였다. 이 또한 낱개로 사는 게 더 이익이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선물세트에는 디자인 비용과 포장 인건비, 포장재 가격이 추가되기 때문에 더 비쌀 수 있다”면서 “그 비용은 낱개를 합산한 가격의 10%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일 종류로 구성된 식품들은 평균적으로 세트 가격과 낱개를 합산한 가격 간 차이가 비교적 덜한 편이었다. 한 참치 선물세트의 정가는 4만 7500원으로 낱개를 더한 가격인 4만 5900원과 1600원 차이에 불과했다. 마트 관계자는 “햄이나 참치 같은 오랜 전통이 있는 선물세트일수록 소비자들의 감시를 많이 받아 왔고, 또 비교적 촘촘하게 포장돼 포장비도 상대적으로 덜 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주부 조모(32)씨는 “단일종 선물세트는 구매자들이 현장에서 낱개로 살 때의 가격을 재빨리 계산해낼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을 속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철한 소비자정의센터 팀장은 “낱개로 파는 상품을 구매해 선물하면 손해를 보지 않겠지만 ‘선물용’이라는 점 때문에 명절만 되면 소비자들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선택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기업들이 명절 특수를 지양하고 합리적인 가격 책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정진석 “盧발언, 정치보복 끊자는 뜻”…與 “MB에 칼 겨누자 프레임 구축”

    정진석 “盧발언, 정치보복 끊자는 뜻”…與 “MB에 칼 겨누자 프레임 구축”

    洪 “본질 외면한 침소봉대” 두둔 鄭 “당당하게 응해 사실 따질 것”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25일 “적폐 청산이라는 핑계로 문재인 정부가 똑같은 방식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건 또 다른 적폐를 낳는 것”이라면서 “국정원, 검찰 등 국가권력기관을 국내 정치에 끌어들여 정치보복의 도구로 쓰는 것을 하지 말자. 이것이 적폐 청산”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정치 보복을 되풀이하지 않고자 우리가 진지하게 태스크포스(TF)팀 등을 꾸려 함께 고민할 수 있다. 그런 취지”라면서 “진지하고 침착하게 (적폐 청산에 대해) 대화하고 고민하고 해법을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한 자신의 페이스북 언급 논란에 대해 정 의원은 이런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정 의원의 말이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상황 반전을 노리기 위한 전략적 꼼수라며 공세 수위를 한층 높였다. 보수진영이 다시 노무현 카드를 언급한 데는 ‘정치 보복’이라는 단어를 계속 끄집어내 ‘현 정권이나 전 정권이나 똑같다’는 인식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 깔렸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막말을 거듭거듭 스스로 옹호하는 것을 보니 다분히 계산된 것”이라면서 “아무리 노 전 대통령을 부각하면서 정치 보복 프레임 구축을 시도한다 해도 국민은 그 의도를 간파하고 넘어가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소속 친노(친노무현) 핵심 관계자도 “(한국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것 같으니 노 전 대통령을 걸고넘어져서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유족이 자신을 고소하자 “당당하게 응해 검찰 수사에서 사실관계를 따지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정 의원을 명예훼손과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은 논평을 내고 “노 대통령 서거에 대한 정진석의 정신 나간 망언은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라면서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과 여권의 강한 반발에도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직접 나서 정 의원을 엄호했다. 홍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사망을 앞두고 벌어진 일에 대해 재론하는 것은 서로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 의원이 말 한마디 한 것을 침소봉대해서 본질은 외면하고 곁가지만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문제를 키우는 것은 결국 640만 달러 뇌물 사건의 재수사 문제와 범죄수익 환수에 귀착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8~9년이 지난 일을 갖고 서로 치받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제대로 진실규명을 할지 당의 총의를 모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사설] 한·미 이간질하는 아베의 꼼수정치

    최근 잇따른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엄중하다. 그런 만큼 한·미·일 3국은 단일 대오를 형성해 발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의 행보를 보면 정반대다. 북핵 해법을 위한 한·미 간 메신저 역할을 하는 척하면서 오히려 두 나라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 나아가 아베 총리는 북핵 위기를 정권 안정을 위한 호재로 삼아 ‘전쟁이 가능한 나라’를 향해 가고 있다. 미국 백악관 측은 최근 일본의 한·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왜곡 보도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청와대 측에 밝혔다고 한다. 이는 우리 측이 일본 언론이 한·미·일 3국 공조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얼마 전 후지 뉴스 네트워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북한에 대화를 구걸한다’, ‘거지 같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나라 정상들의 통화 내용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외교적 관례다. 설혹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 정책이 마음이 들지 않아 다소 거친 표현을 썼더라도 일본 측이 자극적인 막말까지 하면서 언론에 흘린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 한·미 정상 간의 불협화음을 강조함으로써 미·일 간의 우의를 더 다져 보겠다는 얄팍한 수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그런 통화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하니 아니면 말고 식으로 치고 빠지는 저열한 외교라고밖에 볼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는 23일 “북한 비상사태 시 일본에 10만명 단위로 북한 난민이 몰릴 것”, “무장한 난민을 체포할지, 사살할지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일본 고위 관료가 마치 한반도에 전쟁이 금방 발발할 것처럼 말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핵 위기가 다 죽어 가던 아베를 살린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부인 아키에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로 20%대로 하락했던 지지율이 50%대로 반등했다. 아베 정부가 최악의 상황에 대한 공포, 불안 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정권 기반을 공고히 다지기 위한 국내 정치용 발언인 셈이다. 아베는 이참에 임기가 1년이 넘게 남은 중의원 해산, 조기 총선을 통해 지지율 저하로 동력을 상실했던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개헌’의 야욕을 본격하고 있다. 지금 같은 엄중한 시기에 남의 나라 불행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내달리는 아베를 보면서 한·일 간의 신뢰 회복은 더욱 멀게만 보인다.
  • “욕만 빼고 다 하라” 시사방송 갈아엎다

    “욕만 빼고 다 하라” 시사방송 갈아엎다

    지난 1년은 금기 깨는 과정… 시나리오대로 하는 건 1% MBC 출신 정찬형 사장 ‘결단’ ‘게이트’ 전부터 최순실 추적 보수 출연자 폭 좁은 게 한계요즘 출근길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다. 2013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13년간 진행해 온 손석희가 하차한 이후 이를 대체할 만한 시사 프로그램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듯했다. 청취자들의 귀를 사로잡은 건 기존의 시사 진행자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목소리였다. 지난해 9월 말 시작한 ‘뉴스공장’은 1년도 안 돼 라디오 청취율 시사 부문 1위, 종합 2위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지난 5월 한국리서치 조사). 팟캐스트에서도 역시 1위로 12만여명이 구독하고 있다. 뉴스공장으로 tbs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세 사람, 정경훈(45) 책임PD, 김우광(33) PD 그리고 진행자 김어준(49) 공장장(프로그램명이 ‘뉴스공장’이므로)을 지난 19일 서울 충정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 PD는 “잘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예상했던 대로 김어준씨가 시사 라디오 판을 제대로 갈아엎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김어준을 진행자로 섭외하고 뉴스공장을 기획한 건 정 PD다. 앞서 예능 제작 담당만 15년을 했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는 ‘허진모’라는 필명으로 역사 교양 서적을 쓰고 tvN 교양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에 출연한 스타작가이기도 하다.“우리나라 시사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나치게 진지하다는 거예요. 그리고 훈계하려고 하죠. 모든 뉴스를 다뤄야 한다, 골고루 따뜻한 시선으로 봐야 한다, 인터뷰이를 과도하게 배려한다 등등 이런 것만 없애도 한결 낫죠.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진지함보다는 웃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뉴스공장의 지난 1년은 금기를 깨는 과정이었다. 그 첫 번째가 김어준을 진행자로 앉히는 일이었다. 김어준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파파이스’ 등으로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지만 2011년 MBC FM 라디오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 이후 지상파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PD가 김어준을 진행자로 ‘눈독’ 들였지만 감히(?) 불러들일 엄두를 내진 못했다. 형식과 격을 따지는 시사 프로그램에 어울리겠느냐는 것이었다. 정 PD는 “김어준을 설득하는 데는 한 달, 회사를 설득하는 데는 석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김어준에게 “실없는 소리를 하든, 표준어를 쓰든 말든 진행자의 개성을 반드시 지켜 주겠다. 청취자들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욕 빼고 다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고는 라디오의 틀을 진행자에게 맞춰 모두 바꾸기 시작했다. 한 출연자와 대화가 길어지면 뒤에 예정된 인터뷰를 취소하고 2부, 3부까지 연장하기도 하고, 시간 내 충분히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면 다음 약속을 즉석에서 잡기도 한다. 때로는 몰아붙이는 듯 공격적인 질문을 쏟아 내 출연자를 당황하게 할 때도 있다. 뉴스공장이 다른 시사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 때문에 진행을 맡은 공장장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정작 김 공장장의 답변을 듣는 건 쉽지 않았다. 격식 파괴자여서인지 사전 약속을 잡고 갔음에도 인터뷰 형식의 대화를 거부하는 바람에 그를 대화에 끌어들이는 데 1시간이 걸렸다. 그는 “김어준의 직업은 김어준”이라며 “방송과 일상이 똑같아서 특정 방송의 콘셉트에 맞춰 행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방송을 진행하는 건 1% 정도”라며 “상대방의 답변에 따라 질문이 달라져야 하고 대화의 깊이나 방향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뉴스공장의 인기는 개성 있는 진행자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기획력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편성될 수 있었던 건 MBC 라디오 PD 출신인 정찬형 tbs 사장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영방송 tbs에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언론관도 한몫했다. 방송이 시작되고 한 달 뒤 터진 ‘최순실 게이트’도 천재일우였다. 기성언론이 미적거릴 때 뉴스공장은 과감하게 최순실과 K스포츠재단 등을 심층적으로 취재해 다루면서 단숨에 청취자들을 사로잡았다. 김 공장장은 “필요한 양념을 적재적소에 넣을 줄 아는 최고의 제작진을 만난 덕분”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기 있는 시사 프로그램이 됐다는 건 출연자의 수준이 방증한다. 시사 부문 1위를 독주하면서 섭외력이 ‘넘사벽’이 됐다. 최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직접 스튜디오에 나오는가 하면, 방송 중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질문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오자 일정상 무산되기는 했지만 총리실에서 출연을 검토하기도 했다. 김 PD는 “뉴스공장의 진짜 쾌거는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던 청취자들을 뉴스공장으로 끌어들였다기보다 라디오라는 매체에 접근하지 않던 사람들을 라디오 청취자로 끌어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수 측 출연자들의 폭이 좁은 것은 한계다. 편향적인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정 PD는 “화제가 되는 인물은 누구든 초대하고 싶다. 그러나 야당 국회의원들이나 보수 진영 논객을 섭외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당 대표들이 돌아가면서 인터뷰를 하는 ‘월간 당 대표’ 코너를 만들어 보고 싶은데 꼭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특정 방향은 없어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투명한 답변을 끌어내는 게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오너3세 기업 ‘내부거래’로 먹고산다

    오너3세 기업 ‘내부거래’로 먹고산다

    한화S&C 작년 3642억 매출 중 68%는 계열사 일감으로 얻어 비상장사·오너 지분 높을수록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의존 높아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S&C는 정보통신 시스템통합(SI) 서비스를 판매한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이 회사 지분의 절반을,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삼남 동선씨가 각각 25%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 3세들이 지분을 100% 갖고 있는 셈이다. 한화S&C는 지난해 36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67.6%(2461억원)는 계열사에서 준 일감으로 얻었다. 사실상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한 것이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년(52.3%)보다 15.3% 포인트나 증가했다. ●‘땅 짚고 헤엄치는’ 오너3세 기업들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다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의존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규제를 받는 재벌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3년 연속 상승했다. 회사 정보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상장사보다 약 3배 높았다. 새 정부가 이런 일감 몰아주기를 손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재벌 그룹들이 미리 ‘편법’으로 규제를 피해 가고 있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2017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발표했다. 지난 5월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7개 그룹의 1021개 계열사가 상품과 서비스를 서로 얼마나 많이 사고팔았는지 분석했다. 다만 올해 처음으로 대기업에 편입된 KT&G, 한국투자금융, 하림, KCC 등은 지난해 내부거래 현황 공시 의무가 없어 이번에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27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152조 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조 1000억원 줄었다. 대기업 지정 기준이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올라가면서 분석 대상이 47개사에서 27개사로 줄었기 때문이다. 내부거래 비중은 전년보다 0.5% 포인트 상승한 12.2%로 집계됐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율이 30%(상장사 기준. 비상장사는 20%)가 넘어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인 96개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14.9%로 2014년(11.4%)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비상장사 850곳의 내부거래 비중은 22.3%로 상장사(171곳, 8.2%)보다 14.1% 포인트 높았다. 총수 있는 자산 상위 10개 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12.9%로 전년(12.8%)과 비슷했으나 총수의 아들딸이 100% 지분을 쥔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66.0%로 전년(59.4%)보다 6.6% 포인트 증가했다. 작은 회사를 만들어 다른 계열사 일감을 몰아준 다음, 상장 등을 통해 총수 자녀들의 재산을 불려 경영 승계를 유리하게 하는 재벌가의 고전적인 수법을 의심케 한다. 총수 자녀 지분이 100%인 회사는 현대차그룹의 서림개발, 한화S&C, 효성그룹의 신동진, 동륭실업,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등 5곳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규제 회피책을 내놨다. 한화S&C는 다음달 중 물적 분할을 하게 된다. 김승연 회장의 아들 삼형제가 한화프런티어 지분을 100% 갖고, 이 회사 밑에 한화S&C를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오너가 직접 지분을 가진 회사에만 적용되므로 결과적으로 한화S&C는 내년부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총수일가 지분율 30%)을 피하기 위해 앞서 2015년 2월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 지분 13.5%를 팔았다. 정 부회장은 광고계열사 이노션 지분도 8% 처분해 두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을 29.9%로 맞췄다. ●與·공정위 규제 강화 법안 추진 여당과 공정위는 이런 꼼수를 막으려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총수지분율 20% 이상으로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줄곧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며 ”연말까지 기업들이 변화의 모습이나 의지를 보여 주지 않으면 법 개정과 같은 구조적인 처방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대기업보다 높고, 총수 2~3세 지분이 많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사설] 대법원장 인준안 처리, 임기 종료일 넘겨선 안 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오는 24일 퇴임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가 목전에 다가왔지만 인준안 처리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다. 사법부 수장 공석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사법부를 책임지는 대법원장 후보자 인선은 정권 성향에 관계없이 전임자 퇴임 전에 이뤄지는 것이 관례였다. 삼권분립의 민주국가 시스템을 존중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김 후보자는 ‘코드 논란’이 제기됐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업무 수행 능력이나 도덕적 문제에 결정적인 하자가 드러나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31년간 그가 내린 판결 중 상식에 어긋나거나 특정 정파에 경도된 사례는 물론 양심에 어긋난 반인권적 판결 역시 찾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미루는 것은 국민의 눈에는 정략적 접근으로 비치고 있다.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의 경우 김 후보자의 진보적 성향을 우려하며 당론을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여당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아 인준안 처리 자체를 미뤄오다가 느닷없이 자율(자유)투표 카드를 던졌다. 자유투표는 원래 당론을 정한 뒤 이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것이다.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여부에 대해 당론도 정하지 않은 채 소속 의원들에게 판단을 떠넘기는 것은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제3당으로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대법원장 인준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 부결 이후 지지 기반인 호남의 민심 이반을 우려한 ‘꼼수’라는 지적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여당의 미숙한 대처도 문제다. 추미애 대표가 ‘적폐 연대’나 ‘뗑깡’ 등의 발언으로 야당을 쓸데없이 자극해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어제 추 대표가 유감 표명을 하고 잘못을 인정하면서 물꼬를 튼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피아의 이분법으로 공세를 펴는 것은 협치를 입에 올리는 여당의 자세가 아니다. 대법원장 자리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양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24일 전에는 인준 절차를 끝내고 시대적 과제인 사법 개혁에 나서게 하는 게 옳다고 본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당리당략을 접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정치권이 대승적 결단을 내리길 국민은 기대한다.
  • 홍준표 “친박의원, 당선 위해 朴치마 잡아”

    홍준표 “친박의원, 당선 위해 朴치마 잡아”

    류석춘 위원장, 일일강사로 섭외 촌년·돼지발정제 발언 집중포화 “좌파는 정의당뿐 민주당은 아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취약 지지층인 청년층을 공략하기 위해 연세대학교를 찾아 ‘깜짝 특강’에 나섰다가 진땀을 뺐다. 학생들로부터 “한국당이 젊은층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탈당 권유는 꼼수 아니냐” 등의 ‘송곳 질문’이 쏟아져서다.이번 특강은 당 혁신위원장이자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인 류석춘 위원장이 홍 대표를 ‘1일 강사’로 섭외하면서 이뤄졌다. 홍 대표는 별도로 준비한 원고 없이 학생들과의 질의응답만으로 강의 시간 1시간 30여분을 채웠다. 홍 대표가 예고 없이 강단에 선 것은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 청년층을 대상으로 접촉 면을 넓히기 위해서다. 하지만 첫 질문을 한 학생부터 “(한 방송에서 홍 대표가) 와이프에게 ‘촌년이 출세했다’고 말했고, 돼지발정제 사건도 있었다”며 “여성을 남성중심적 시각으로 보는 것 아닌가”라고 ‘돌직구’를 날려 홍 대표를 당혹하게 했다. 홍 대표는 “경상도에서는 아주 친근한 말투”라며 “내가 (경남) 창녕 출신인데 나보고 창녕 촌놈이라고 했을 때 남성 비하라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홍 대표는 “대표님이 아니라 그냥 홍준표라고 해도 된다”며 어색한 분위기 풀어보려고 시도했지만 학생들의 ‘쓴소리’는 계속됐다. 한 학생은 “한국당이 젊은층으로부터 많이 외면받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보수 길을 나아갈 것인가”라며 뼈아픈 질문을 했다. 이에 홍 대표는 “우리 목표는 지방선거까지 25%의 안정된 지지율을 만드는 것”이라며 “대안정당이 되려면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보수우파 궤멸의 책임을 물어서 세 분(박근혜 전 대통령 및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당을 나가라고 했다”면서 “그분들에게 묶여서 도매급으로 좌절하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자진 탈당 권유는 보여주기식 꼼수 아니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홍 대표는 “꼼수가 아닌 큰 수”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친박계를 향해 “국회의원 한 번 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치맛자락을 잡은 집단이지 이념으로 박 전 대통령과 뭉쳐진 집단이 아니다”고 직격타를 날렸다. 홍 대표는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한국당 지지를 ‘구애’하는 모습도 보였다. 홍 대표는 “요즘 젊은이들이 자기 인생을 스스로 개척한다는 면에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여러분도 한국당을 좀 예쁘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홍 대표는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데에도 열을 올렸다. 그는 “정확하게 우리나라의 좌파 정당은 정의당밖에 없다”며 “민주당은 좌파 흉내 내는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홍준표 연세대 ‘깜짝 특강’…학생들 ‘송곳 질문’에 진땀

    홍준표 연세대 ‘깜짝 특강’…학생들 ‘송곳 질문’에 진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사회학과 수업에 ‘1일 특강 강사’로 참석했다. 현재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주선한 강의로, 사전에 공지되지 않은 ‘깜짝 특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하지만 홍 대표는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직면해야 했다. 첫 학생의 지적부터 홍 대표를 곤혹스럽게 했다. “홍 대표는 부인에게 ‘촌년이 출세했다’는 말을 했다. ‘돼지 발정제 사건’도 있었다.” 사회학과 3학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학생의 지적에 홍 대표는 자신을 ‘창녕 촌놈’이라고 부르며 “경상도에서는 이런 말이 여성 비하가 아닌 친근한 말”이라고 해명한 데 이어 ‘돼지 발정제 사건’과 관련해서는 대선 기간에 내놨던 해명을 반복했다. ‘돼지 발정제 사건’은 홍 대표가 2005년 자서전에서 ‘대학생 친구의 부탁을 받고 성범죄에 이용할 약물을 구해줬다’는 내용이 대선 기간 회자돼 논란이 된 사건이다. 홍 후보는 대선 후보 시절 이 논란에 대해 “45년 전 홍릉에서 하숙할 당시 S대 상대생들이 했던 이야기를 기재하다보니 내가 관여된 것처럼 쓰여졌다”면서 “내가 그 일에 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학생들은 홍 대표에게 “보수야당이 대안 정당으로 역할을 못 해 젊은층의 외면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탈당 권유는 꼼수 아니냐”, “추가 혁신이 없다면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의 탈당 권유는 꼬리 자르기에 불과할 것” 등의 질문들을 쏟아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하지만 홍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그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잘못 가고 있다”면서 핵 균형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81만명 공무원 증원을 비롯한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학생들과 약 1시간 30분 동안의 질의응답을 마친 홍 대표는 “연세대 들어설 때 ‘나가라’는 구호나 현수막이 있을까 싶어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찾았다”면서 “한국당이 싫더라도 좋아하려고 노력해 달라. 저희 당을 예쁘게 봐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식약처장 ‘살충제 달걀’ 파동 중 꼼수 휴가 논란

    식약처장 ‘살충제 달걀’ 파동 중 꼼수 휴가 논란

    식약처 “내년 연가 당겨 써 무방” 약사회車·법인카드 부정 사용도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유럽발 ‘살충제 달걀’ 파동이 확산됐을 당시 3일간 여름휴가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류 처장은 휴가 기간에 식약처 법인카드를 사용하는가 하면 약사회 직원의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10일 식약처 등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류 처장은 지난달 7∼9일 휴가를 냈다. 이는 공무원으로 임용된 이후 최소 3개월이 지나야 연가를 허용하는 인사혁신처의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어긋난다. 류 처장은 지난 7월 12일 임명됐다. 또 당시는 유럽에서 발생한 살충제 달걀 파동 여파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확산되던 시기였다. 류 처장은 지난달 8일 휴가를 낸 상태로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업무보고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류 처장이 공휴일 또는 휴무일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내부 지침을 어긴 채 9건이나 ‘불법 결제’를 했다”며 “지난달 7일에는 부산지방식약청 방문을 이유로 대한약사회 직원의 차를 빌려 탔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에 따라 내년에 발생할 연가를 앞당겨 쓴 것”이라며 김 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식약처는 “법인카드는 처장실 운영에 필요한 물품 구입과 직원 격려 목적”이었다며 “식중독 관리로 고생하는 부산지방청 직원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전달하려고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약사회 직원 차량에 탑승한 것은 지인이 같은 방향으로 가는 길이라고 해서 우연히 타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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