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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꼰대 탈출’ 다름 인정이 첫발

    ‘꼰대 탈출’ 다름 인정이 첫발

    꼰대의 발견/아거 지음/인물과사상사/224쪽/1만 3000원꼰대는 일반적으로는 늙은이를 이르는 은어, 학생들 사이에서 선생님을 칭하는 은어다. 번데기의 경상도 사투리인 ‘꼰데기’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는 속담처럼, ‘주름잡는 사람’이란 의미란다. 자유롭기 위해 실명이 아닌 필명으로 글을 쓰는 저자는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고,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를 꼰대로 본다. 어느 누가 꼰대라는 것은, 그 자신만 빼놓고는 다 안다. 혹 자신이 꼰대라는 걸 발견하게 될 사람들을 향해 저자는 말한다. 나와 다른 삶을 인정하는 게 꼰대 탈출의 첫걸음이라고. 듣고, 회의(懷疑)하고, 의심하고, 변화를 받아들이자고.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유아인, 김주혁 애도 후 댄스 논란에 “조의와 축복 동시에 가져야 하는 상황”[전문]

    유아인, 김주혁 애도 후 댄스 논란에 “조의와 축복 동시에 가져야 하는 상황”[전문]

    배우 유아인이 고(故) 김주혁 애도 글을 올린 후 불거진 여러 논란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유아인은 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지난 31일 배우 송중기 송혜교의 결혼식에 참석한 사진이 공개된 뒤 일부 네티즌들은 결혼식 피로연에서 웃고 춤을 추는 유아인을 비난했다. 앞서 SNS에 남긴 배우 김주혁의 사망을 애도하는 글과 대조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유아인은 “작품을 함께 한 선배 배우의 사망 소식과 오랜 친분을 가진 동료들의 결혼이 겹친 상황을 조롱하듯, 깊은 조의와 축복을 동시에 가져야 하는 난감한 상황의 간극을 비집고 들어와 논란거리를 찾아헤매는 하이에나들에게 동조하지 말아주시기를 바란다”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이어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외면하고 타인의 진심을 악의적으로 매도하고 비난을 위한 비난을 서슴지 않는 실체 없는 소음에 눈과 귀를 닫으시고 부디 모든 사실과 진실과 진심을 바라보며 벼랑 끝의 이 세계를 함께 정화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나 역시 제 자리를 지키겠다고 불가피한 논란을 외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더 신중히 나를 표현하고 부당함으로부터 더 적극적으로 나를 변호하며 시대와 사랑을 담은 소중한 작품으로 찾아뵙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고인에 대한 애도를 뒤덮는 부득이한 논란을 야기한 저의 의지와 진심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자신을 불태워 연기한 김주혁에게 이 외침을 통해 전해지길 바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다시 한 번 김주혁을 향한 애도를 보냈다. <이하 유아인 글 전문> 나의 시대에 고함- 나는 주장해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내가 가질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 시대에 나의 소리를 던져왔다. 그에 앞서 내가 나인데 나를 주장해야 했던 것은 내가 나인 것을 세상이 억압하기 때문이고 기꺼이 그 세상을 떠받들어 내가 나 자신을 억압해 왔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여러분이 충분히 자기 자신으로, 자유를 가진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거나 자유와 평등을 준답시고 자본과 결탁한 질서의 최면에 대한 철석같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면 아래의 내 구구절절한 고해는 읽지 않는 것이 낫다. 선택할 수 있지 않은가. 애써 성실한 비난의 날을 세워 당신의 소중한 열정을 소모하겠다면 이미 당신이 승리했다. 낭비하지 마라. 내 것이 아닌 당신의 에너지다. 나는 벌써 수없이 화형 당했고, 당신에게 저항할 의지를 가질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내가 살아있는 한 여전히 당신을, 세상을 사랑하고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랜선의 회초리는 내가 아니라 언제나 익명의 여러분에게 있었다. 이미 처참히 발겨진 내 속살에도 아직은 숨이 붙어 있으니 기꺼이 끊어 놓아도 좋다. 그래서 이것은 고해가 아니라 발악으로 하는 마지막 구애에 가깝다. 나의 불편한 외침은 불편한 세상과 불편한 내 연약함에 대한 저항이었다. 나는 세상이 아니라 세상에 무릎 꿇는 나 자신에게 저항해왔다. 다들 똑같은 가면을 안전모처럼 착용하고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은 표정을 짓고 똑같이 입고 똑같이 말하고 똑같은 것을 원하는 재미없는 세상을 내 멋대로 휘젓고 싶었다.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진심을 담은 다른 형태의 존재와 행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조금은 믿었다. 위로나 인정도, 이해도 바라지 않았다. 내 능력으로 적당히 해서는 감히 닿을 수 없는 어떤한 경계를 기꺼이 과잉으로 치받고 감촉하며 지뢰가 도사리는 미지의 세계를 더듬거리며 추노꾼들의 끈질긴 추격을 받는 위태로움이 기꺼이 노예로 살아가는 안정감보다는 참을만한 고통이었다. 요란한 소리로 경계를 넘나들며 자위하는 악동은 죽었다. 나는 이제 투쟁의 대상으로 대중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동지라는 실체로 대중과 함께하며 새 시대를 찾아가고 싶다. 나의 연기로, 나의 글로, 이른 나이에 연예인 병이 들어 그토록 가져야만 했던 유명세로, 애처롭게 갈구해온 관심으로, 내가 할 수는 모든 방법으로 존재하고, 세상에 나를 던지고, 타인들을 위로하고 소통하며 외부와 결속되고 싶다. 하여 세상에 외친다. 당신의 댓글, 당신의 ‘좋아요’도, 당신의 침묵도 모두 세상을 향한 외침이 아닌가. 나조차도 빈번히 내 선의와 진심을 조롱하며 내가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자아도취가 아니라 외로움이었다. 과잉으로 넘치던 것은 내 그릇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않고 다름을 비난하는 자들의 그릇된 인식이었다. 나는 자의식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을 갖고 싶었고, 자존감이 아니라 ‘존재’를 갖고 깊었다. 이 지옥 같은 세상을 표류하는 유령이 아니라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이고 싶었다. 아주 조금만 경계를 넘어도 두만강을 넘는 탈주민을 겨냥하듯 집요하게 뒤를 쫓는 이 나라, 화살이 날아올까 옹기종기 둘러 앉아 좀비 처럼 한 군데를 바라보며 도무지 등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 그럼에도 갑갑해 미치겠다고 기괴한 절규를 합창하는 이 시대에서 대중을 상대하는 배우로, 유명인으로 살면서 인식과 질서의 경계를 넘어보고 싶었다. 예의와 법과 규범의 경계가 아니라 모든 부정하고 나약한 경계들. 가능한 모든 선입견을 깨부수고 싶었다. 포악한 구시대의 질서 앞에서 나는 기꺼이 죄인이었다.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경계 안의 불온한 온실을 죽을힘을 다해 마련하고도 나는 경계 너머의 위험이 도사리는 황무지를 향하는 것이 더 즐겁다. 거기 너머에 유토피아는 아니어도 ‘헬’이 아닌 조선이, 대한민국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신기루가 아닌 신세계가 실체를 이루리라- 나는 믿는다. 케케묵은 종북 타령을 소음으로 외쳐대며 자신과 다른 생각에 빨간 딱지 붙이기를 자존의 업으로 삼은 연약하고 모순된 자들이 빨갱이 코스프레를 자행하며 타인을 재단하고 개인을 말살하고 획일화된 전체를 강요하며 인민재판을 동네잔치로 열어대는 이 시대를 능욕하고 싶었다. 찢어발기고 싶었다. 삶은 계속되고 나는 멈추지 않는다. 시간과 함께 앞으로 전진하는 당신의 삶이 그래야 하는 것처럼. 시간은 높은 곳이 아니라 앞으로 간다. 더 높이, 더 많이를 외치며 인간 사회의 진보를 역행하는 참상들 속에서 시간을 감지하는 인간은, 그것을 반영하는 시대는. 반드시 앞으로, 앞으로 가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적어도 내 조카들과 내 다음의 세대는 나보다 덜 갑갑한 세상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이보다는 말이 되는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남처럼 굴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굴고, 남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자신을 지키고 키워나가면서도 타인을 존중하고 이끌어가며 함께 다채로운 전체를 이루는 인간답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이 부정한 질서의 정상에서 외롭고 추악한 자위로 배설되는 오물들에 질식된 사람들이 구원받기를 바란다. 나라를 생각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이 시대를 한탄하면서도 이 시대 안을 맴돌지 않고, 허세가 오글대는 경계 밖의 세상으로, 진짜 내일로 가고 싶다. 그래서 겉돌았다. 그렇게 세상의 경계를, 나와 당신의 경계를 허물고 싶다. 가능하다면 더 많은 여러분과 함께. 당신은 당신의 삶을 시간과 함께 앞으로 진행시켜야 할 숙명을 가졌다. 나를 따르라는 허무맹랑한 선동이 아니다. 나는 나와 당신이 저마다의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이 글은 흥미진진하고 무의미한 논란이나 파파라치 사진 보다 덜 보여지겠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조각나고 재생산되고 기사화 될 것임을 알고있다. 그들로 부터 나를 지키려고 주어가 빠진 고발로, 타인의 이름으로 행하던 고해는 이제 끝났다. 그것으로 나 자신을 지키려던 모든 외침은 불충분하고 비겁했다. 콘텐츠의 수준이 아니라 아니라 댓글 수가, 조회수가 언론사를 먹여살리는 포털 독재 천하 대한민국에서 저널은 사라져가고 자극적인 가십만이 일목요연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이 시대에도 나는 언론의 참된 기능을 믿는다. 저널이라는 이름이 부디 논란을 생성하고 부채질하는 가십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저널이고 가십은 가십이다. 진실을 전하고 거짓을 고발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등불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부당한 권력의 옆에서, 뒤에서, 침묵으로 동조하고 외면으로 방조했던 우리에게 과연 부정한 자들을 간편히 단두대에 세울 권능이 존재하는가. 진실의 굳건함과 헌법의 엄중한 심판이 아니라 군중의 돌팔매질을 마녀사냥을 부추기는 거짓 언론이야말로 청산되어야 할 적폐다. 우리 모두가 시스템의 피해자다. 누구여서 썩은 게 아니라, 누구라도 썩을 수 있다. 지키는 것보다 부패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시대다. 돈과 권력과 그것에 대한 신앙이 득세하는 이 시대, 이 자리. ‘네가 뭔데’하지 말고, ‘네’가 좀 어떻게 해주라. 우리가 살아가는 여기를. 멧돌의 ‘어처구니’가 빠진 이 시대를. 포토샵 떡칠한 셀피 보다는 덜한 오글거림으로, 딱딱하게 굳은 꼰대력이 아니라 기꺼이 유연하고 순수한 중2의 마음으로 함께하고 싶다. 간편해서 불편한 침묵, 외면, 비난 보다 더 가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의 마음을 전한다. 과연 무엇이 인생의 낭비인가. 소란한 미움들 보다 고요한 애정과 안타까움이 더 크고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켜보시기 힘겨웠을 걸음걸음에 사랑과 격려를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모든 선량한 네티즌과 시민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작품을 함께 했던 선배 배우분의 사망 소식과 오랜 친분을 가진 동료들의 결혼이 겹친 상황을 조롱하듯, 깊은 조의와 축복을 동시에 가져야 하는 난감한 상황의 간극을 비집고 들어와 논란거리를 찾아헤매는 하이에들에게 동조하지 말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의도적으로 사실관계를 외면하고 타인의 진심을 악의적으로 매도하고 비난을 위한 비난을 서슴지 않는 실체 없는 소음에 눈과 귀를 닫으시고 부디 모든 사실과 진실과 진심을 바라보며 벼랑 끝의 이 세계를 함께 정화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 그대로 ‘악’을 품은 일부의 네티즌이, ‘충’으로 불려 마땅한 작자들이 대한민국 대중 전체의 수준을 매도하고 국민의 의식 수준을 하향 평준화 시키며 현재의 사회를 더 이상 교란하지 않도록 깨어나 주시기를 바랍니다. 세상을 향한 분노는 타인을 향한 분풀이로 증발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의지로 발현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 역시 제 자리를 지키겠다고 불가피한 논란을 외면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더 신중히 나를 표현하고 부당함으로부터 더 적극적으로 나를 변호하며 시대와 사람을 담은 소중한 작품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고인에 대한 애도를 뒤덮는 부득이한 논란을 야기한 저의 의지와 진심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자신을 불태워 연기했던 배우 김주혁 님께 이 외침을 통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깊은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st In Peace- 함께 이 시대를, 슬픈 죽음을 애도합시다. 사랑합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한경록 “크라잉넛 22년…나홀로 색깔 궁금했어요”

    한경록 “크라잉넛 22년…나홀로 색깔 궁금했어요”

    결코 나이 먹지 않을 것 같았던 펑크록의 피터 팬이 어느덧 마흔이다. 느닷없는 나이 이야기에 “정신 연령은 열여덟”이라며 껄껄 웃는다. 인디음악의 산실 홍대 앞의 터줏대감 밴드 크라잉넛의 한경록(베이스)을 만났다. ‘숫자상’으로 기성세대에 편입되고 있는 기분이 어떨까. “나이 들어 좋은 것이 있다면 시야가 넓어졌다는 점이에요. 감정을 그대로 분출하기보다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줄 아는 경험과 여유가 생겼죠. 물론, 꼰대스러워지는 것을 가장 경계하죠. 조금 알고 있다고 어린 친구들에게 훈장질하려고 하지는 않아요.”25일 그가 솔로 앨범 ‘캡틴락’을 낸다. 22년째 함께 달리고 있는 크라잉넛 멤버 중에서 처음이다. “한경록으로 산 것보다 크라잉넛으로 살아온 게 더 길어졌어요. 앞으로도 함께하겠죠.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크라잉넛이다 보니 나 혼자면 어떤 색깔이 나올까, 문득 궁금해지더라고요.” 씨티알사운드 대표 황현우와 공동 프로듀싱한 이번 앨범은 멋 부리지 않고 최대한 덜어내려 했다. 그렇게 열 트랙에 로큰롤에서부터 왈츠, 스카, 레게, 폴카, 컨트리, 디스코, 포크를 버무렸다. 기타 연주에 오토바이 질주 느낌을 얹은 정통 록앤롤 ‘캐찹스타’(Catch up! Stars)와 ‘모르겠어’, ‘알 파치노’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흥겹고 부드러운 노래들이다. 음악 스타일에 큰 변화를 주려고 하기보다는 조금 더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 집중했다. “그동안 조금 축축한 곳에 있었다면 이번엔 밝은 쪽으로 걸어나가 보자고 생각했어요. 20대 때는 반항, 분노, 허무함이 많았고, 30대 들어서는 세상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다가 이제서야 희망적으로 꿈을 찾아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오히려 지금이 제가 청년 같다는 느낌이죠.” 타이틀 ‘캐찹스타’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한경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곡이다. ‘가만 있으면 꿈도 꾸지 마, 저 하늘의 별 잡히지 않아 고개를 들어 주먹을 쥐어봐 주사윌 던져 모든 걸 걸어’라고 노래한다. ‘모르겠어’에서는 무엇이 사실인지 알 수 없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가만히 있지 말고 진실을 알기 위해 외치고 행동하자고 소리친다. “무엇을 하든 일단 시작하면 절대 늦은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도 이렇게 해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특히 또래 친구들에게요.” 이번 솔로 앨범에는 자신의 생일을 홍대 명절인 ‘경록절’로 만들 정도의 화려한 인간관계가 오롯이 담겨 있다. 더 모노톤즈의 기타리스트 차차(차승우)와 갤럭시익스프레스의 보컬 박종현, 씨티알사운드의 황현우 등 홍대 동료 30여명이 참여했다. 최근 ‘모르겠어’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는 60여명이 출동해 왁자지껄한 현장을 만들었다. 그동안 뿌렸던 술값들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졌더니 씨익 웃는다. “계산에 밝지는 않은데 적어도 제가 술 산 것보다는 더 많은 것을 이번 작업을 통해 받았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껴요. 빌딩 몇 채보다 더 가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솔로 프로젝트를 위해 자신의 별명을 딴 회사 캡틴락컴퍼니를 차려 해볼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해봤다. “캡틴락컴퍼니를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아티스트들을 위한 문화 허브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요즘 홍대가 변해도 많이 변했어요. 유흥도 좋지만 문화가 있는 유흥이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계획이 정말 거창하네요. 아직 사무실도 없는데요. 하하하.” 글 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엑소 좋아 한국어반 진학… 한국 대학 가고 싶어”

    “엑소 좋아 한국어반 진학… 한국 대학 가고 싶어”

    “차렷, 경례!” “선생님, 안녕하세요!” 수니싸(27·여) 교사가 구령을 외치자 학생 30명이 낭랑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태국 방콕에서 차로 30분 정도쯤 달리는 거리에 있는 싸라윗타라 학교에서는 한국 정부와 태국 정부가 함께 만든 한국어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다. 지난 10일 이곳에서 만난 학생들은 더위에도 똘망똘망한 눈으로 칠판을 응시했다.중·고교생 3700명이 다니는 이 학교에서 한국 고1~3에 해당하는 4~6학년은 외국어와 수학·과학 등 전공 가운데 한 개를 택해 공부한다. 학년별 12개 전공반 가운데 한 반이 한국어반이다. 한국어반 학생들은 1주일에 한국어 문법 6시간, 말하기 2시간, 한국문화 1시간, 한국어능력시험(TOPIK) 1시간을 배운다. 5학년 손티차(17)는 “그룹 엑소를 좋아해 한국까지 좋아졌다. 가사를 더 정확히 배우려고 한국어반에 진학했다”면서 또렷한 한국말로 인터뷰를 했다. 손티차처럼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 노래, 영화, 드라마를 찾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손티차는 동갑내기 메씨아, 촘푸, 까녹펀과 지난 4월 태국 방콕 왕립 쭐랄롱꼰대에서 열린 한국어 재능대회에서 한국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을 연기해 금상을 받았다. 한국어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한국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 한국 관련한 일을 하고 싶어한다. 손티차는 한국어 통역사, 까녹턴은 한국 예능 프로그램 제작자가 되는 게 꿈이다. 메씨아는 삼성에서 일하길 바라고 있다. 촘푸는 “한국어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교사와 아이들은 정부의 장학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 관계자들은 지난 7월 부산대 단기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다녀온 경험을 들어 “한국에 대한 애정이 커졌고 아이들에게 꿈이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담이 커 아이들의 바람은 현실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한국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부초청외국인장학생(GKS) 학부생 지원에서 태국 학생은 2명뿐이다. 윤소영 태국 한국교육원장은 “정부가 장기적인 관점으로 이들에 대한 장학금 지원 등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다. 글 사진 태국 방콕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송중기‘의’ 여자친구입니다”… 태국 교사·학생들 빵 터졌다

    “송중기‘의’ 여자친구입니다”… 태국 교사·학생들 빵 터졌다

    “이 사람은 누구입니까?” “송혜교입니다.” “이 사람은 누구‘의’ 여자친구인가요?” “송중기‘의’ 여자친구입니다.”한글날인 9일 태국 방콕 왕립 쭐랄롱꼰대 인문대 9층 강당. 윤효진(24) 양딸랏 윗타야칸 학교 교사가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배우 송혜교와 송중기의 사진을 나란히 띄우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윤 교사는 이날 관형격 조사 ‘의’의 활용을 가르치기 위해 익숙한 얼굴을 내세웠다. 수업은 이날 첫선을 보인 태국 한국어 교과서 1권 8과의 ‘생일이 며칠입니까?’에 수록된 내용을 토대로 했다. 윤 교사에 이어 깐나숫 쓱싸라이 학교의 타몬완 교사는 ‘아요’라는 어미를 학생들에게 알려 줬다. ‘가다+아요’가 ‘가요’가 되고, ‘보다+아요’는 ‘봐요’가 되는 현상이다. 곧 발간될 한국어 교과서 2권에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다.이날 진행된 태국 교육자 한국학 워크숍은 태국에서 사용할 한국어 교과서 발간을 기념해 열렸다. 교육부가 제작을 지원한 태국 한국어 교과서는 난이도에 따라 모두 6권으로 이뤄졌다. ‘한국어1’을 시작으로 한국·태국 수교 60주년을 맞는 내년 3월까지 순차적으로 발간된다. 일선 중·고교에는 내년 1학기가 시작하는 5월부터 정식 배포된다. 태국 일반 서점에서도 판매한다.시연에서 선보인 교과서는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가 추진해 만든 첫 사례라서 더욱 의미 있다. 해외에서 쓰이는 한국어 교과서는 대부분 학교나 현지 교사가 만드는 게 현실이다. 태국의 한국어 교과서 제작을 주도한 윤소영 태국한국교육원장은 “한류 열풍을 타고 태국에서 한국어 학습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2년을 준비해 교과서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태국은 한국어 학습 열기가 가장 뜨거운 나라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한국어를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다음으로 많이 배운다. 태국 초·중·고교에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는 학생이 2010년 3000여명에서 올해 3만명에 육박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어반을 개설한 학교는 전 세계 29개 나라 1309개 학교에 이른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도 2013년 8만 6415명에서 2016년 11만 5335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중 태국 내 학습자는 2만 6365명, 전체 22.9%를 차지한다. 태국 정부가 지난해 7월 2018학년도 대학입학시험(PAT)에 한국어를 제2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하면서 사실상 정규 교과목으로 자리잡은 것도 영향이 컸다. 한국어 열풍은 태국뿐 아니라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거세다. 특히 베트남은 2020년에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한다. 하노이, 호찌민 등 베트남 대도시 주변에 한국 기업이 속속 늘면서 한국어 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선 케이팝 공연이 곳곳에서 열리고 한국 드라마가 한국과 동시에 방영될 정도로 한류 열풍이 거세다. 박은희 국립국제교육원 교육교류협력팀장은 “베트남에서는 한국 업체에서 일하면 통상 현지 월급의 2~3배 이상을 받기 때문에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며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어능력시험(TOPIK)을 치르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국어의 인기는 치솟지만 제대로 된 한국어 교과서는 찾기 어려웠다. 이날 워크숍에서 만난 조상우(27) 태국 쿠칸스쿨 교사는 “대학에서 발간한 한국어 교재는 성인이나 중국·일본 학생을 대상으로 해 태국 중고생을 교육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제대로 된 교과서가 나와 현지 교사는 물론 태국 교사들도 크게 환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태국 내 한국어 교과서를 마중물 삼아 한국어 교육 시스템을 하루빨리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정연 교육부 재외동포교육담당관 과장은 “해당 국가에서의 한국어 교과목 편성, 대입시험에 한국어 포함, 외국인 한국어 교원 양성이라는 삼박자가 제대로 맞물려야 한국어에 대한 교육체계가 바로 설 수 있다”며 “태국의 사례를 모범으로 해 우선 베트남 등을 비롯해 공식 한국어 교과서 발간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방콕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마녀의 법정’ 정려원, 음흉 상사에 성추행 당하는 현장 포착 ‘얼음’

    ‘마녀의 법정’ 정려원, 음흉 상사에 성추행 당하는 현장 포착 ‘얼음’

    ‘마녀의 법정’ 정려원이 상사 전배수에게 사내 성추행을 당하는 현장이 순간 포착됐다. 오늘(9일) 방송되는 ‘마녀의 법정’에서는 정려원과 전배수의 관계를 통해 현실에서 만연한 성추행 사건을 적나라하게 그려낼 것을 예고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늘(9일) 첫 방송되는 KBS 2TV 새 월화 드라마 ‘마녀의 법정’(극본 정도윤 / 연출 김영균 / 제작 아이윌미디어) 측은 9일 마이듬(정려원 분)이 상사인 오수철 부장(전배수 분, 이하 오부장)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모습이 담긴 스틸을 공개했다. ‘마녀의 법정’은 출세 고속도로 위 무한 직진 중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강제 유턴 당한 에이스 독종마녀 검사 마이듬과 의사 가운 대신 법복을 선택한 본투비 훈남 초임 검사 여진욱(윤현민 분)이 여성아동범죄전담부에서 앙숙 콤비로 수사를 펼치며 추악한 현실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법정 추리 수사극. 오늘(9일) 방송되는 ‘마녀의 법정’에서는 직장 상사와 직원 간의 관계에서 자주 벌어지는 사내 성추행이 이듬과 오부장의 관계를 통해 리얼하고 적나라하게 그려질 예정이다. 공개된 사진에는 이듬이 오부장을 마주하고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얼어 붙어있다. 이는 오부장이 밀착할 듯 가까이 다가와 손으로 그녀의 턱을 만지고 있기 때문. 오부장의 행동에 이듬은 불쾌한 감정이 끌어 오르지만 상사 앞에서 싫은 티를 내지 못하고 애써 담담하게 그의 손짓을 받아내고 있다. 급기야 그녀는 자연스럽게 어깨까지 쓰다듬는 오부장을 향해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는 상황. 독종마녀 검사 이듬이 악명 높은 꼰대 부장검사인 오부장의 불쾌한 행동을 언제까지 참고 있을 것인지, 그녀가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궁금증을 높인다. ‘마녀의 법정’ 측은 “오늘(9일) 방송되는 1회에서는 상사에게 일상적인 성추행을 당하는 마이듬의 모습이 그려질 예정”이라며 “현실에서 만연하게 벌어지는 사내 성추행은 물론 앞으로 수면 아래 있는 각종 여성아동성범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룰 예정이니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마녀의 법정’은 ‘란제리 소녀시대’ 후속으로 오늘(9일) 월요일 밤 10시 첫 방송된다. 사진=아이윌미디어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단독] 명절이면 고성·핀잔·절연… 댁의 추석은 안녕하십니까

    [단독] 명절이면 고성·핀잔·절연… 댁의 추석은 안녕하십니까

    취업 여부 묻다 “왜 묻나” 다툼 결혼 잔소리에 아예 귀성 포기 지난 설 폭력신고 하루 1077건 “전통적 가족 강요로 갈등 촉발… 함께 즐기는 공유 경험 늘려야” 명절 때마다 불화에 휩싸인 가족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학업·취업·결혼·육아 등과 관련한 생애 주기별 잔소리, 고부 간의 갈등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핵가족화로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대화하면서 생각과 표현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은 결과물로 분석된다.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김모(45)씨는 최근 3년 동안 고향을 단 한번도 찾지 않았다. 아버지가 정년퇴임한 이후 “빨리 결혼하라”는 잔소리는 더욱 집요해졌고 “연을 끊자”는 부모의 압박도 계속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예 외면하기로 했다. 이번 추석 땐 캠핑 동호회 회원들과 경남 남해로 떠날 계획을 세웠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정모(30·여)씨는 아버지가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해 가족과 담을 쌓았다. 이번 추석 때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서 시험 준비만 할 계획이다. 차례와 제사 등 제례 문화가 갈등의 발화점이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유교문화가 점점 약화하는 시대 흐름에 따른 마찰로 여겨진다. 직장인 이모(27)씨는 최근 집안 어른들께 “제사와 차례를 지내지 말자”고 건의했다가 크게 혼이 났다. 이씨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명절에 가족을 찾지 않겠다며 시위 중이다. 주부들에게 명절은 특히나 괴롭다. 집안일의 양과 정비례하며 커지는 주부들의 스트레스는 연령대와 관계없다. 직장인 장모(31)씨에게는 시어머니와 함께하는 자리가 늘 가시방석이다. 장씨는 “시어머니가 아무리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어머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로 꽂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침 잘 챙겨 먹고 다니냐’는 질문은 ‘우리 아들 안 굶기느냐’로 들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평생 시집살이를 한 시어머니들은 이젠 며느리까지 모셔야 하는 처지에 그저 한숨만 나온다. 전주에 사는 김모(59)씨는 “며느리 둘이 있지만 둘 다 ‘음식을 해 본 적 없다’며 은근슬쩍 떠맡긴다”면서 “직장 다니면서 피곤한 건 알겠지만 시댁에 와서 쉬다 가려고만 하는 모습을 보면 얄미울 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1월 설 연휴 때 조카한테 “취직은 했니”라고 말했다가 주변에서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말하면 어떡하느냐”고 핀잔을 들었던 황모(62)씨는 “무슨 얘기만 하면 다들 ‘꼰대’라고 한다”면서 “어른에 대한 공경심은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예의는 갖춰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평일엔 가슴을 답답하게 한 직장이 연휴에는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육아가 두려운 세 아이의 아빠 강모(38)씨는 추석 연휴 기간 회사 당직근무를 자청했다. 연휴 때 출근하면 아이를 돌보지 않아도 되고 아내의 잔소리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명절 때 회사는 숨을 돌릴 수 있는 좋은 피난처가 된다”고 말했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설 연휴 동안 전국 경찰서 112 상황실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일평균 107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루 평균 신고 건수인 724건보다 48.8% 많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명절에 가족의 갈등 잦아지는 이유에 대해 “평소 소통 없이 지내온 가족들이 명절 때에만 한시적으로 전통적인 가족을 구현하도록 강요를 받으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갈등이 촉발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명신 서울시건강가족지원센터장은 “현대 사회에서는 가족이 공유하는 경험이 적어 고락을 함께하는 심리적 기능이 약화돼 있다”면서 “세대마다 다른 가족에 대한 기대치를 인정하고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은숙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는 변했는데 명절만 되면 시대에 역행하는 문화를 강조하면서 젊은층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면서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만한 활동을 공유하면서 행복한 경험을 누적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홍준표, 여성정책 토크콘서트 참석했다가…“꼰대당, 나이 든 느낌” 비판받아

    홍준표, 여성정책 토크콘서트 참석했다가…“꼰대당, 나이 든 느낌” 비판받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여성 인사들과의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가 ‘한국당은 꼰대당’, ‘젠더 의식이 아직 멀었다’ 등의 비판을 들었다.한국당 혁신위는 19일 오후 ‘여성정책 혁신, 자유한국당에 바란다’를 주제로 서울 마포구 소재 소규모 공연장에서 각계각층의 여성 인사들을 초청해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취약기반 중 하나인 여성층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성들과 솔직한 만남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토론 참석자들은 한국당이 성차별적이고 나이 든 이미지를 개선해야 함과 동시에 여성의 정치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토론 시작부터 ‘젠더’를 주제로 당측 인사와 대담자들 사이에 날 선 신경전이 오갔다. 홍준표 대표는 강릉원주대 강월구 초빙교수의 발제를 들은 뒤 ‘젠더 폭력’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고, 이에 강 교수는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한 권력관계 속에서 생기는 폭력”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과거에는 강 교수가 지적한 문제들이 심각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요즘 세상에는 남자가 우월적인 신체적 물리력으로, 또 알량한 남자의 권력으로 여성을 지배한다는 것은 지나간 일”이라고 반박했다. 류 위원장은 “우리 사회는 성평등을 넘어 여성 우월적 지위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까지 갔기 때문에 강 교수의 지적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토론석에서는 ‘아니다. 아무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인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부회장은 “모든 것을 류 위원장의 기준으로 하면 안 된다. 본인의 경험이 전체인 것처럼 얘기하면 위험하다”며 “결국 여성에 대한 인식이나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채경옥 한국여성기자협회 회장도 “당 대표가 ‘젠더 폭력’이 무엇이냐고 묻고, 류 위원장이 부연설명을 하는 것을 들으니 ‘한국당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한국당이 남성우월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연아 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이 “한국당은 나이 든 느낌이다. 클래식한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면서 “죄송하지만 20대 젊은층들은 ‘꼰대당’으로 알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홍 대표는 “제가 어디 꼰대 같습니까”라고 반문하면서 “(한국당에 대한) 여성들의 편견은 저 때문에 나온 이야기다. 제가 앞으로 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7년 동안 ‘엄처시하’에 살면서 여자 나오는 술집에도 가지 않고 월급도 모두 집사람에게 맡기며 (아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살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첫 여성대통령이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결국 실패로 끝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송영숙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은 “여성대통령 탄생에 여성계도 기대했지만, 실상은 여성들을 장·차관 등 고위층에 등용하지 않았다”며 “박 전 대통령도 모두가 알만한 배경 때문에 당선된 것이지 그냥 여성이었다면 대통령이 안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성과 청년 공천 비율 50%를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혁신위에서 공천 매뉴얼을 만들어 여성·청년에게 당선 가능성이 큰 ‘가’번을 의무적으로 주도록 하겠다. 여성 정치인들이 한국당으로 와주시면 잘 모시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요즘 것들’/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요즘 것들’/황성기 논설위원

    ‘요즘 것들’이란 노래를 안다면 당신은 10대, 혹은 20대일 것이다. 얼마 전 시즌이 끝난 음악 케이블TV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6’에 등장했던 곡이다. KBS의 ‘가요무대’가 북극에 있다면 ‘쇼미더머니’는 정반대인 남극에 있다. 필자에게 ‘가요무대’는 구수하게 느껴져도 ‘쇼미더머니’는 이해 불능이다. ‘묵묵하시던 아저씨도/꼭 한 번씩 뭐라 하시죠/옷 입은 꼬라지 저 꼬라지 좀 보라지’. ‘요즘 것들’의 가사 일부다. 젊은이와 어르신의 북극과 남극과 같은 관계를 표현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도 올랐다.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갈등은 인류 탄생과 더불어 따라다닌 숙명이다. ‘요즘 젊은 것들은 예의도 모르고 버릇도 없다.’ 20대까지 꽤나 들었던 잔소리가 50을 넘기면서 저절로 튀어나온다. ‘꼰대’ 소리 들을까 대놓고 말도 못 하는 혼잣소리가 된 지 오래지만, 거리를 걸으면서 혹은 지하철에서 불쑥불쑥 치밀어 오른다. 기원전 1700년경 고대 문명 수메르의 점토판에 ‘철 좀 들어라’라며 버릇없는 젊은이를 탓하는 기록이 있다. 인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요즘 것들’에 대한 걱정을 곳곳에 남겨 왔다. 1983년 어느 신문의 미니 칼럼. “요즘 젊은이들의 걸음걸이는 좋게 보면 우아하다, 나쁘게 보면 연골처럼 흐느적거리며 매듭이 없다”, “지금의 어린이를 옛날과는 다른 새로운 ‘인종’이라는 도식으로 말하려는 이도 있다. 체격은 좋아졌으나 왜소했던 옛날 어린이보다 인내력이 없다. 매사에 곧 피로하고 싫증을 내며 생동감이 부족하다.” 모 유명 사립대 교수가 쓴 글이다. 한국갤럽이 ‘요즘 젊은이들 1992-2017’이란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지금이나 25년 전이나 ‘요즘 것들’을 못마땅하게 보는 한국인들의 인식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과거보다 못한 점 상위 6개를 비교해 보자. ▲인내심이 없다(1992년 23%/2017년 38% , 이하 연도·% 생략) ▲예절 바르지 못하다(64/32) ▲타인에게 관대하지 못하다(19/29) ▲절약정신이 없다(30/27) ▲자립심이 없다(9/18) ▲책임감이 없다(13/15). 그뿐만 아니다. ‘이기적이다’(87/78), ‘돈 계산을 지나치게 정확히 한다’(73/69)까지 젊은이에게 갖는 부정적인 생각은 끝이 없다. 그러나 단 하나, 2017년 젊은이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항목이 있다. ‘창의성’(38/63)이다.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세대에 거는 희망을 담은 기성세대의 마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요즘 것들’과 ‘나이 든 것들’의 공생, 공존을 확인시켜 준 조사 결과에 새삼 감탄한다.
  • [지금, 이 영화] ‘파리 투 마르세유’

    [지금, 이 영화] ‘파리 투 마르세유’

    ‘파리 투 마르세유:2주간의 여행’이라는 제목대로, 이 영화는 파리에서 마르세유까지 가는 2주 동안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여행지와 여행 기간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을 것이다. 여행을 같이하는 사람과 여행을 하는 목적이다. 이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파트너다. 보수 성향이 뚜렷한 아저씨 세르주(제라르 드파르디외)와 아랍계 청년 래퍼 파훅(사덱)이다. 이 조합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세르주는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고, 랩은 들어 본 적도, 들어 볼 마음도 없는 프랑스 기성세대의 전형이다. 그런 그와 2주나 동행해야 하다니, 파훅의 마음도 암담했으리라.그럼 이 두 사람은 왜 함께 여행을 하게 됐나. 파훅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다. 그는 파리에서 불량한 래퍼 무리와 승강이를 벌이다 생명에 위협을 받게 된다. 프로듀서 빌랄(니콜라스 마레투)은 파훅에게 몸을 숨기라며, 곧 여행을 떠날 예정인 자기 아버지 세르주에게 전후 설명 없이 그를 보낸다. 세르주의 입장에서 보면 파훅은 빌랄을 대신해 운전수 역할을 해 줄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애초에 서로에게 호의를 가질 이유가 없는 까닭에 둘은 계속 티격태격한다. 이제 세르주의 여행 목적을 말할 차례다. 한마디로 그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길을 나섰다. 18세기 화가 베르네의 자취를 밟으면서 당시 그가 그렸던 회화를 재현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세르주와 파훅에게는 접점이 하나 생긴다. 두 사람이 미술과 음악―예술을 한다는 점이다. 이해 불가능한 타자로만 상대방을 대하던 세르주와 파훅은 각자의 예술을 매개로 조금씩 불통의 간극을 좁혀 간다. 아예 소통이 되지 않던 두 사람이 소통을 시도한다는 변화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감독 라시드 드자이다니는 현재 프랑스가 안고 있는 세대 갈등 및 인종차별 문제를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관점으로 풀어낸다. 세르주의 막말을 견디다 못해 자리를 떠난 파훅이 처량하게 서 있는 그를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돌아와 말없이 안아 준다든가, 파훅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자 세르주가 발 벗고 나서는 장면을 보면 사람이 가진 온기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된다.영문학자 애덤 브래들리는 랩이 곧 시라는 주장을 담은 책 ‘힙합의 시학’에 다음과 같이 썼다. “언어가 빚어내는 낮은 리듬은 베이스의 울림을 불러낸다. 한편 마음을 가로지르는 가사 구절은 고막을 통해 진동한다. 이제야 비로소 당신은 보는 것과 들리는 것이 일치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음악과 가사는 그대로 있었다. 받아들이는 당신이 바뀐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힙합의 시학’이다.” 음악과 가사는 그대로인데, 받아들이는 당신이 바뀌었다는 구절이 의미심장하다. 우리를 그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파훅의) 랩만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또 다른 그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7일 개봉. 12세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세모방’ 팩트는 없고 조롱만 남은 ‘팩트폭행’ 방송

    ‘세모방’ 팩트는 없고 조롱만 남은 ‘팩트폭행’ 방송

    MBC 예능프로그램 ‘세모방: 세상의 모든 방송’과 협업판 피키픽쳐스 ‘이거레알’ 제작진이 무례했다는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최근 ‘이거레알’ 제작진은 피키캐스트 홈페이지를 통해 “발언의 수위나 문제의 소지가 있을 만한 부분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제작진의 분명한 잘못”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엄격한 내부 심사와 기획 재고를 통해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방송된 MBC ‘세모방’에서는 인기 웹 예능 프로그램인 ‘이거레알’ 팀과 협업한 내용이 방송됐다. ‘이거레알’ 팀의 고정 출연자들이 ‘팩트폭행’ 콘셉트로 방송인 이경규, 배우 주상욱, 이수경, 가수 산다라 박에 대한 자신들의 느낌을 솔직하게 말하는 내용이었다. 출연자들은 주상욱에 대해 “어느 프로그램에 나오시는 분이지?”, “아주머니들한테 인기가 많아서 우리가 보는 시간대에 안 나오나 보다”, “눈치 없고 의욕 앞서서 분위기 싸하게 만드는 착한 친구”라고 말했다. 이를 듣던 주상욱은 “팩트폭행이어야 하는데 팩트가 아니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어 이경규에게는 “솔직히 말해서 방송에 나오면 좀 불편하다”, “시청자 눈치 보게 만드는 사람”, “저 아저씨는 왜 이렇게 꼰대같이 나와서”라고 해 그를 당황하게 했다. 출연자들은 산다라 박과 이수경에게도 “10대들에게 인기를 글 수가 없다. 34살이지 않냐”, “칠칠찮고 푼수 같은 언니여서 내가 먼저 연락하고 싶지 않다”라며 거침없이 말했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방송에서 남 깎아내리는 게 당연하게 나가면 안 됨”, “조롱만 하다 끝나버리네요?”, “보는 내가 기분 상하고 불편하더라” 등 반응을 보였다. 해당 방송분 캡처가 인터넷 상에 퍼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고, 결국 제작진은 시청자 의견을 수렴해 사과문을 올렸다. 다음은 ‘이거레알’ 홈페이지 글 전문.사진=MBC ‘세모방’ 방송 캡처, 피키캐스트 홈페이지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유진모의 테마토크] ‘택시운전사’로 광주에 간 송강호

    [유진모의 테마토크] ‘택시운전사’로 광주에 간 송강호

    박근혜 정권 때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송강호는 다음달 2일 개봉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소재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쇼박스 배급)의 주인공 만섭 역을 맡았다. 독일 방송기자 피터를 태우고 광주로 가 보수의 눈으로 진보를 본 뒤 참이라 믿었던 거짓을 깨닫는 서울 개인택시 기사다. ‘변호인’에서 ‘젊은 노무현’ 송우석 변호사 역을 맡고, 세월호 참사 때 시국선언 연예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가 광주행을 선택한 이유는 정치적 색깔일까, 우연의 일치일까.그는 편향된 정치적 발언을 한 적도, 확고한 이념적 방향을 주창한 적도 없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고사했다가 결국 출연을 결심한 배경은 감독의 열정과 신뢰도, 그리고 시나리오에 있지만 어쩌면 만섭에게서 자신의 그림자를 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건설 현장에서 벌어 온 돈으로 개인택시를 구입해 11살 외동딸을 키우며 사는 만섭은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꼰대’다. 연일 시내 곳곳에서 대학생들 시위가 펼쳐지는 등 시국이 뒤숭숭해지면서 수입이 줄자 “비싼 돈 들여 기껏 대학에 보냈더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데모질이나 한다”며 혀를 끌끌 찬다. 학생들을 향해 “먼지가 펄펄 나는 사우디에 한 번 가봐야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라는 걸 알지”라고 핀잔을 던지던 그가 광주에서 벌어지는 군인들의 무자비한 시민 학살 현장을 목도하곤 그제야 이승만과 박정희를 잇는 전두환이 설계한 이념적 세뇌의 감옥을 박차고 뛰쳐나온다. 그건 고치를 뚫고 나오는 ‘절대적 자유에 의한 정립’.(셸링) 연기력은 절대평가는 가능하되 상대평가는 어렵다. 그럼에도 송강호는 연기력으로 선두에 놓이는 데 별 이견이 없는 몇 안 되는 남자 배우 중 한 명이다. 이번에도 그런 그의 마법은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 정도로 눈부시다. 다시 한번 현대사의 아픔을 되새기게 만드는 재주. 과연 그는 ‘여우 같은 곰’일까, ‘곰 같은 여우’일까. 그가 시나리오를 보는 기준은 상업성보다 완성도, 예술성보다 철학, 재미보다는 소통이다. 영국의 정치학자 이사야 벌린은 톨스토이를 ‘자신을 고슴도치로 착각한 태생적 여우’라고 표현했다. 송강호는 그냥 고슴도치, 즉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배우다. 그가 ‘택시운전사’의 시나리오를 흔쾌히 읽게 된 이유는 ‘영화는 영화다’ ‘고지전’, 자신이 주연을 맡았던 ‘의형제’ 등을 연출한 장 감독에 대한 믿음에 있다. 그러나 고사한 이유는 ‘변호인’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누가 봐도 노무현인 송우석을 ‘감히’ 잘 그려 낼 수 있을지 부담감이 컸기 때문인 상황과 비슷한 데 있다. 시나리오를 받은 지지난해 말~지난해 초 그는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지 못했었다. ‘변호인’ 개봉 이후 눈에 띄게 작품 섭외가 준 데 대해 대충 눈치를 챘던 그이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의도를 띠거나 반발 심리에 출연을 결심한 것은 아니란 증거. 그가 ‘밀정’에 출연한 이유는 역사 의식보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인연을 맺은 김지운 감독에 대한 의리와 신뢰도가 더 컸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은 아예 시나리오조차 보지 않고 ‘오케이’했다. 그가 집중하는 한 가지는 바로 ‘감독’이다. 다만 추측은 가능하다. 어쩌면 마음속으로 예술적 파토스의 신념으로 저항하고, 사회적 에토스의 기준으로 웅변하며, 인본주의적 로고스로 훈계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 [성장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미스터 갑질, 미스 빽이 통하는데… 우린 은행 빚 갚다 끝나야 합니까

    [성장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미스터 갑질, 미스 빽이 통하는데… 우린 은행 빚 갚다 끝나야 합니까

    한국은 세계 11대 경제대국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칭송받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일궜다. 하지만 국민은 ‘헬(Hell) 조선’이라며 좌절감에 빠져 있다.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하고 구성원의 행복 증진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헤븐 코리아’(Heaven Korea)가 되는 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 서울신문은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과 함께 모바일로 전국 성인남녀 1000명에게 물어봤다. 이들의 바람이 하나둘 이뤄지고 쌓일 때 비로소 행복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재벌이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자본을 독점하고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해 권력과 결탁하는 등 비리를 저질렀습니다. 공(功)보다 과실(過失)이 많은 거죠.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선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해체해야 합니다.”(부산 58세 남성 ‘보리수’) 설문조사 결과 재벌과 대기업 개혁을 바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 90.9%가 빈부 격차와 사회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그중 50.2%가 ‘대기업에 편중된 사회구조’를 양극화의 이유로 손꼽았다. 복수응답(최대 3개)으로 물었을 때는 73.7%까지 높아졌다. 대기업의 ‘갑질’에 대한 성토도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닉네임 ‘지옥을 보았다’(서울·22)는 “중소·벤처기업은 대기업과 하청관계를 유지하며 생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악용한 대기업이 청년들의 괜찮은 아이디어를 빼앗아 특허까지 취득했다”고 억울해했다. ‘옥포예비맘’(대구·30·여)은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비용 절감을 강요하면서 (회사) 임금과 복지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너무 교묘해 법으로도 막을 수 없다. 아이를 어떻게 낳고 키울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라쿠스’(경기·48)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거의 원가로 물건을 넘겨야 한다”며 “꼭 근절돼야 할 관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벌과 대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제대로 다하지 못해 반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땅’(세종·31)은 “우리나라의 실제 빈부 격차는 체감보다는 낮을 것”이라며 “그러나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적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 부재로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외관상 얼핏 보이는 한국의 양극화 정도는 그리 심하지 않다. 지난해 지니계수는 0.3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316(2015년)에 비해 약간 낮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평등, 1에 근접할수록 불평등을 뜻한다. 그러나 이는 가계동향 조사 때 집계된 가처분소득을 기반으로 산출한 것이라 통계 착시라는 지적이다. 고소득층의 금융소득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통계청은 오는 12월 국세청 소득자료를 반영한 신(新)지니계수를 발표한다. 신지니계수는 0.4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양극화의 원인을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패’에서 찾는 답변(23.2%)도 많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빠백곰’(세종·33)은 “정직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잘살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가 됐으면 한다. 부정을 저지른 사람이 법을 교묘히 이용해 빠져나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행복하자’(제주·27·여)는 “회사 내에서도 부패와 낡은 관습이 정말 많아 놀랐다. 부당한 채용이 스스럼없이 진행되고 같은 일을 하면서도 ‘빽’이 있는 사람보다 적은 월급을 받는다”고 한숨지었다. 4명 중 3명은 ‘포용적 성장’에 ‘헤븐 코리아’의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포용적 성장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로는 ‘고용’(43.7%)을 지목했다. 취업난은 물론 임금 격차와 비정규직 차별 등 고질적인 병폐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말린당근’(인천·37)은 “같은 사무실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하지만 서로 다른 회사 소속, 큰 임금 격차…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라고 전했다. ‘은또’(경북·28)는 “비정규직 철폐로 안정된 직장에 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대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mijin’(강원·36·여)은 “지역 소재 회사는 월급이 적고 근무시간은 길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 누가 지역에 살려고 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휘아민’(전남·25·여)은 “다들 공무원 시험만 준비한다. 고용에 불안을 가지고 있어 안정된 직장을 갖고 싶은 것이다.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함께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이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안정된 소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 저녁에 가족과 식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포용적 성장의 출발이며 행복한 대한민국의 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포용적 성장의 전제조건을 묻는 서울신문의 질문<7월 3일자 16면>에 이렇게 말했다. 많은 국민이 ‘저녁이 있는 삶’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OECD가 조사한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113시간(2015년)으로 멕시코(2248시간), 코스타리카(2157시간)에 이어 3위다. OECD 34개국 평균 1766시간보다 무려 347시간 많다. 주말·공휴일·휴가를 제외한 연간 근무일이 230일 정도인 걸 감안하면 하루 평균 1시간 30분가량 더 일한다. ‘남편바라기’(대전·32·여)는 “오후 11시에 퇴근한다. 집은 잠만 자는 곳이다. 신혼부부인데 아기 얼굴 보는 건 고사하고 남편과도 함께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한탄했다. ‘민트쟁이’(25·서울·여)는 “가정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해질 수 있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Myheaven80’(37·전북·여)은 “근로시간이 너무 길고 탄력적인 조정도 불가능하다. (사회적) 능력이 있는데도 아이가 클 때까지는 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사회적 약자를 좀더 따뜻하게 보듬기를 희망했다. 장애인 딸을 키우는 ‘새봄’(인천·52·여)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장애를 인식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꿈을 꾸며 사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좀더 나은 교육을 받기를 원했다. ‘채민대디’(경북·34)는 “합격과 불합격, 성적 순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제도는 이제 그만 사라졌으면 한다. 아이를 순위별로 줄 세워 창의력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어져야 살기 좋은 세상이 온다”고 했다. 교육 분야에서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로는 ‘공교육 정상화’(32.9%)가 가장 많이 꼽혔다. ‘지역·계층 간 교육 격차 완화’(25.7%), ‘대학 서열화 폐지’(18.8%), ‘입시제도 개선’(18.3%) 등이 뒤를 이었다. ‘하루종일’(충남·50·여)은 “아이 키우는 데 너무 많은 돈이 들어 젊은 사람들은 겁부터 먹는다. 선진국처럼 양육과 교육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면 나도 내 자녀들에게 아이 많이 낳기를 권하겠다”고 했다. ‘바보보배’(서울·31·여)는 “평생 내 집 한 채 갖지 못하고 은행 빚 갚다 죽는 사회다. 주거 문제가 해결될 때 결혼, 육아 나아가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 ‘강물처럼’(대구·50·남)은 “출생지나 부모의 능력이 신분이 되지 않고, 내가 낸 세금이 올바르게 돌아오는 나라”를 희망했다. 소수지만 포용적 성장이 ‘포퓰리즘’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응답자 5.8%가 포용적 성장에 반대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아직 포용적 성장을 추구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48.3%)고 생각하거나 ‘노력한 자에게 결실을 주는 자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43.1%)고 우려했다. ‘와니’(서울·45·여)는 “복지 포퓰리즘은 필요한 게 아니다. 각각의 경제 수준에 맞게 맞춤형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피’(경남·여·54)는 “이분법적으로 고소득자를 무조건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복지는 생색내기가 아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살기 좋은 한국이 되기 위해선 ‘세대 간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청년들이 ‘헬 조선’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만큼 힘든 세대라는 걸 윗세대는 인정합시다. 반대로 청년세대도 윗세대가 경제 부흥을 일군 걸 존중하고 ‘꼰대’가 아닌 대화의 상대로 대합시다. 서로 이해를 통해 갈등이 해소된다면 사회 양극화를 해결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세종 36세 남성 ‘지민아빠’)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박식한 ‘아재들의 수다’ 신드롬

    박식한 ‘아재들의 수다’ 신드롬

    ‘잡학 박사’ 4명의 수다 예능 표방 세대불문 지적 호기심 충족 경험 꼰대의 훈계 대신 내적매력 발산 우리 사회에서 40~50대 남성들은 대체로 주변에 인기가 없다. 학식이 아무리 높아도 때와 장소, 상대방을 가리지 않고 훈계와 지적을 늘어놓는 터에 ‘꼰대’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한 살 더 먹은 것만 앞세울 뿐 그 나이에 걸맞은 교양과 품격을 갖추지 못해 ‘개저씨’라는 비하적 뒷담화를 듣기도 한다.기성세대의 옳은 소리도 ‘소음’으로 취급해 온 젊은층들이 최근 중년 남성의 매력을 다시 발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지식 예능을 표방한 tvN의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이다. MC 유희열을 비롯해 작가 유시민, 음식평론가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뇌과학자 정재승 등 네 명의 출연자들은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문가라 하더라도 ‘꽃중년’도 아닌 4050의 평범한 아재들이다. 예능과 담쌓을 것 같은 네 명의 아저씨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이토록 화제가 되고 호응을 얻으리라고는 제작진도 예상하지 못했다. ‘미다스 손’으로 통하는 나영석 PD의 신작이라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총 8회 분량 중 4회가 방송돼 반환점을 돈 이 프로그램은 지난 2일 첫 방송 이후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 중이다. 4회는 자체 최고인 6.6%를 찍었다. 이 프로그램은 이 네 명의 ‘잡학박사’들이 국내 여행지로 떠나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식사를 하며 자유롭게 ‘수다’를 떠는 형식이다. 주고받는 대화 속에는 빛나는 역사, 인문, 과학, 예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지식들이 들어 있다. 탈권위적인 아재들의 수다를 듣는 것만으로도 지적 호기심이 충족되는 경험을 주기에 세대 불문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이 방문한 여행지는 통영, 순천 및 보성, 강릉, 경주 등 네 곳. 여행지를 제외하고는 사전에 정해진 대본은 일절 없다. MC인 유희열에게 질문지가 주어지지만 이마저도 다 소화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 100% 출연자들의 내공과 지식에 의한 리얼 토크인 셈이다. ‘알쓸신잡’은 사실 나 PD와 함께 메인 연출을 맡은 양정우 PD의 아이디어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교수나 전문가들이 모여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는 모임에서 영감을 얻어 지식인의 수다를 엿보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양 PD는 “제목에 굳이 ‘쓸데없는’, ‘신비한’이라는 말을 넣은 것도 지식이나 학식의 무게감을 덜고 예능 프로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재미있게 만들자는 의미”라면서 “처음에는 스튜디오 녹화물로 기획됐지만, 권위의식 없이 편하게 다가가기 위해 야외 예능으로 포맷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잡학박사들은 온종일 각자 여행지를 돌고 오후 7~8시쯤 모여 식사를 하면서 녹화를 진행한다. 1회 통영편은 4시간이었지만 ‘수다’는 점점 길어지고 있다. 4회 경주편에서는 본 토크를 5시간 동안 하고 나서 이튿날 오전 3시까지 ‘잡담’이 이어졌다. 5회 공주 촬영은 6시간 30분에 달했다. 여행지의 역사와 유적에 관련된 이야기도 나누지만, 유시민의 그 유명한 ‘항소이유서’ 뒷이야기나 젠트리피케이션처럼 예정에 없던 소재도 튀어나온다. 연출, 작가 등 총 17명의 제작진은 자료 조사, 확인, 검수에만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나 PD는 “네 분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이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통섭의 진리를 보여 주고 있다”면서 “수다라는 콘셉트가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편하게 다가간 것”이라고 말했다. 네 명의 아재들은 연예인 못지않은 대접을 누리고 있다. 이들이 가는 촬영지마다 구름처럼 사람이 몰리고 사인 요청이 쇄도한다. 김영하 작가가 오래전부터 진행해 온 팟캐스트의 인기가 갑자기 급등했고, 그의 신간 ‘오직 두 사람’은 베스트셀러 대열에 들었다. 유시민 작가가 과거 발간한 책들도 다시 조명받고 있으며, 정재승 역시 팬카페가 생겼을 정도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여성 출연자들이 없어서 균형이 깨진 것은 아쉽지만, 이들은 수다를 통해 평등한 성의식, 타인에 대한 배려 등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식과 상상력, 다양하고 성숙된 사고 등 내적 매력이 외모 못지않게 매력적이라는 인식을 대중에게심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이언주 “외교부 장관은 남자가 해야” 발언 논란

    이언주 “외교부 장관은 남자가 해야” 발언 논란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외교부 장관은 남자가 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경향신문은 6일 이 수석부대표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안보 현안이 중요한 만큼, 이번에는 국방을 잘 아는 남자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수석부대표는 “여성도 훌륭한 외교부·국방부 장관들이 있다. 그러나 강 후보자는 안보에 대한 식연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후보자는 개인적으로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사드 등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을 풀어나갈 적임자인지 의문이 있다”며 “아마추어 외교부 장관을 임명하면 상황을 수습할 수 없다. 지금은 유니세프 대사같은 ‘셀러브리티(유명인)’를 앉혀 멋부릴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내용이 보도되자 네티즌들은 이 수석부대표가 성차별적 발언을 한 것이 아니냐고 비난했다. 네티즌들은 “이언주 의원의 생각이 매우 우려스럽다” “사고방식이 꽤 꼰대다” “그럼 여자가 할 수 있는 장관 자리는 무엇이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수석부대표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방·안보에 대한 식견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성차별적인 이야기를 할 리가 있겠나”며 “여성이라서 혹은 파격적인 인사라서 잘 넘어갈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캐치볼과 가르침, 대화의 교집합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캐치볼과 가르침, 대화의 교집합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쓴 ‘사피엔스’는 인간이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게 됐는지를 지난 10만년 사이에 발생한 결정적 계기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그가 첫 번째로 꼽는 계기는 약 7만년 전 호모사피엔스에게 일어난 ‘인지혁명’으로 인간이 언어를 통해 지식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을 말한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모든 생물이 오직 유전자를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생물학적 번거로움을 시간과 에너지의 관점에서 모두 극도로 효율적인 형태로 대체한 인지혁명이 인간의 진보에 결정적 계기가 됐음은 확실하다. 정보, 곧 지식의 전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목적은 유전자의 목적처럼 환경과의 경쟁인 생존, 그리고 다른 개체와의 경쟁인 번식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지식을 습득하는(또는 배우는) 능력과 자신의 후손과 동료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가르치는) 능력이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음은 당연하다. 또 가르침과 배움이 일상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본성 속에 이를 위한 능력이 녹아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본성을 이해하고 이를 현대에 맞게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 판단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배움의 방법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유전자에서 언어와 지식으로 승화했던 과거의 혁명을 한 단계 더 진전시키는 것이며, 지식 전달에 관한 지식이라 말할 수 있다.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 있었을 때 도움이 됐던 두 가지 이야기를 하려 한다. 미국 하버드대 교정 한가운데 위치한 메인 야드 북쪽에는 ‘데릭 복 센터’가 있다. 전임 총장인 데릭 복이 세운 센터인데, 1991년 20년 동안 총장으로 재직한 공을 기려 학교 측이 그의 이름을 붙였다. 이곳은 ‘가르치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모토를 가지고 있으며 교수법에 대한 연구와 함께 매 학기 신임 교수와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방법에 대한 캠프를 열고 있다. 다양한 주제와 분야의 세션들이 열리고 그 세션들에 사람들이 직접 참여한다. 캠프의 마지막 순서는 5분간 모의 강의 녹화다. 이를 바탕으로 일주일 뒤 개별적으로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받는다.이때 들은 이야기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캐치볼, 곧 공을 주고받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당시 강사는 캐치볼 단계를 교육의 단계에 비유했다. 우리는 공을 던지기 전에 상대방이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위해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며 내가 던지겠다는 신호를 보낸다. 공을 던진 뒤에는 상대방이 잘 받았는지를 끝까지 확인한다. 이 비유는 가르친다는 것이 뭔가를 주고받는 과정이며 이를 위해서는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이 이야기는 소설가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에 나오는 ‘대화’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는 극 중 한 인물을 통해 대화를 캐치볼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쓸 만한 상대방은 공이 글러브 안으로 곧장 들어오도록 던져 여간해서는 놓치지 않게 하고 그가 받는 쪽일 때에는 자기에게로 날아온 모든 공을, 아무리 서툴게 잘못 던진 것일지라도 능숙하게 다 잡아낸다.” 오스터는 대화의 본질이 상대방에게 맞춰 나가는 것임을 말한다. 좋은 대화란 나의 이야기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며, 내가 하려는 말 역시 상대방이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 두 이야기는 캐치볼이라는 놀이를 매개로 가르친다는 것과 대화의 공통점, 즉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상대방의 수준을 파악하고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려 준다. 말이 잘 통한다는 느낌은 바로 이런 배려심에서 출발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꼰대라고 부르는 이들은 자신의 말을 앞세우느라 결국 다른 사람의 반응을 파악하는 데 실패한 이들일 수 있다. 이를 늘 되새기려 한다.
  • [장세훈 기자의 정치샤워] 86세대 꼰대론과 젊은피 영입론

    [장세훈 기자의 정치샤워] 86세대 꼰대론과 젊은피 영입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 온 두 가지 인생 스토리가 있다. 1980년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일종의 관용어구는 “우리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꾸지람이다. 이를 의역하면 ‘불평·불만 늘어놓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쯤 되겠다. 1990년대 대학 입학 이후에는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민주화 운동 당시의 무용담이 빠지지 않는 안줏거리였다. 이렇듯 보릿고개를 뒤로하고 산업화를 일궈 낸 부모 세대의 꾸지람, 독재를 청산하고 민주화를 이끌어 낸 선배 세대의 무용담은 거역하기 어려운 ‘인생 법칙’이나 다름없었다. 40대 중반에 접어든 요즘 또래 모임에 나가면 “우리는 ‘잃어버린 세대’가 될지 모르겠다”는 자조적인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얼마 전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웃픈’(웃기지만 슬픈) 얘기도 접했다. 인공지능(AI)에서 뒤처진 우리나라가 이 분야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용인즉슨 40대 남성을 기계화하는 전략인데 이들은 인격이 없고, 사회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가정에서도 존중받지 못해 사실상 이미 기계라는 것이다. 이런 한국형 AI의 이름은 ‘슬기’(슬픈 기계)라고까지 했다. 97세대(1990년대 학번, 1970년대 출생)는 20대 때 외환위기로 극심한 취업난을 겪어야 했고, 30대에 들어서는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라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기도 했다. 성장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첫 세대로 평가된다. 97세대는 정치적으로도 아직 ‘들러리 세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패배 위기감이 감돌던 진보 진영에서는 ‘86세대 꼰대론’이 제기됐고, 지난 대선 이후 고배를 마신 보수 진영에서는 ‘젊은피 영입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는 공통적으로 정치권이 높은 기득권 장벽에 갇혀 ‘고인 물’에 가깝고, 패거리 정치 문화로 인해 후배 세대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자성론이 바탕에 깔려 있다. 실제 2004년 17대 총선 당선자 가운데 40대 이하는 전체의 41.8%(30대 8명, 40대 102명)를 차지했다. 당시 40대였던 86세대가 정치권의 주류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40대 이하 국회의원 비율은 2008년 18대 총선 31.7%(30대 7명, 40대 88명), 2012년 19대 총선 29.7%(30대 9명, 40대 80명), 지난해 20대 총선 17.7%(20대 1명, 30대 2명, 40대 50명) 등으로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의원의 평균 연령은 17대 51.0세에서 18대 53.7세, 19대 53.9세, 20대 55.5세 등으로 ‘역류’했다. 그동안 ‘수평적 물갈이’는 이뤄졌을지 몰라도 ‘수직적 물갈이’는 도외시했다는 방증이다. 이른바 ‘운동권 족보’를 따지는 진보 진영, ‘이력서’부터 살피는 보수 진영에서 각각 선배를 뛰어넘는 후배를 배출하기란 쉽지 않은 탓이다. 인맥경화(人脈硬化) 현상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의 인선 작업이 한창이다. 당장은 86세대의 전진 배치가 가장 눈에 띈다. 주로 60대 이상을 중용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한 기저 효과 때문에 세대 교체로도 읽힌다. 86세대 꼰대론과 젊은피 영입론의 잣대로 보면 좀더 두고 볼 일이다.
  • [경제 블로그] “반바지는 되고, 라운드T는 좀…” 기업 자율복장 기준 아리송해

    [경제 블로그] “반바지는 되고, 라운드T는 좀…” 기업 자율복장 기준 아리송해

    SK그룹은 SK텔레콤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가 대부분 여름철 반바지를 허용합니다. SK하이닉스도 예외는 아닌데요. 이 회사는 2014년부터 3년 동안 여름철 근무복장 간소화 정책을 실시한 뒤 아예 연중 자율화로 전환했습니다. 기간을 정해 놓으면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고, 구성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대신 지나치게 개성이 표출되거나 노출이 심해 타인에게 거부감을 주는 복장은 허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자율적으로 하되 불쾌감 주는 복장 안 돼” 그런데 반바지를 허용하니 윗도리가 말썽인가 봅니다. 예전 같으면 직장에 칼라(옷깃)가 없는 라운드 티셔츠를 입고 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반바지까지 허용한 마당에 (라운드티를) 금지하는 게 맞는지 고참급 선배들은 헷갈리는 거죠. 이 때문에 차마 입 밖으로 “라운드티는 안 돼”라고 말을 꺼내기도 애매한가 봅니다. ‘꼰대’처럼 비춰질 수도 있어 속으로만 끙끙 앓습니다. SK하이닉스만 그런 걸까요. 지난해 반바지를 공식 허용한 삼성전자 등에도 물어 보면 비슷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해변에서나 입을 법한 라운드티를 직장에 입고 오는 건 별로인 것 같다.” “대학생도 아니고 직장인이 라운드티를 입는 건 모양새가 ‘좀’ 그렇다.” 물론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는 여름철 반바지에 라운드티를 입은 직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올해는 아직 방침이 안 내려와 그런 사람은 없다고 하는데요. ●SK이노베이션“단정하면 OK, 복장 중요치 않아”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쿨 비즈 캐주얼’ 정책을 한시적으로 시행하면서 반바지에 라운드티를 포함한 단정한 셔츠도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일만 잘하면 됐지 복장이 뭐가 중요하냐는 경영진의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죠. 올해 최고경영자(CEO)가 바뀌었지만 기조는 이어 간다고 합니다. 마크 저커버거 페이스북 CEO는 라운드티를 즐겨 입습니다. 페이스북 공식 프로필 사진에서도 볼 수 있죠. 우리 기업들도 반바지를 허용할 정도로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라운드티도 언젠가는 받아들일 겁니다. 다만 그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길섶에서] 꼰대/박건승 논설위원

    집 근처 공원에 나뒹구는 음료수 깡통이나 과자 봉지를 보고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누가 보든 말든 일일이 주워 쓰레기통에 집어넣어야 직성이 풀린다. 아파트 1층에 널브러진 구청 홍보물이나 판촉물도 예외일 수 없다. 지하철의 분홍색 임신부 배려석에 거리낌 없이 앉는 젊은 여성들을 보는 일은 정말 힘들다. 임신부일 수 있겠으나 내 ‘뛰어난 촉’으로는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 얼굴 두껍기는 젊은 남성들도 매한가지다. 털썩 주저앉아 바로 눈 감아 버리는 중년 아저씨는 마음이 편할까. 약자 배려의 사회적 약속인 만큼 지켜야지 않겠느냐고 한마디하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그저 ‘레이저’ 두 방쯤 날리는 게 그만이다. 설거지 당번 날엔 식기뿐 아니라 가스레인지 얼룩까지 닦아 내지 않으면 꺼림칙하다. 담배 재떨이가 멀쩡히 있건만 꽁초를 제멋대로 바닥에 내던지고, 거기에 가래침까지 내뱉는 젊은 사람들은 레이저가 세 방감이렷다. 넉넉하고 멋진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웬걸, 나도 어느새 꼰대가?. 세상살이에 익숙해지다 보면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다는 합리화로 위안 삼을 뿐이다. 박건승 논설위원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중년 지방 공장’ 효소가 빚어낸 뱃살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중년 지방 공장’ 효소가 빚어낸 뱃살

    중년은 서글픕니다. 자기 행동이 남들에게 피해가 되는지도 모르고 나이와 직급을 권위로 착각한다는 것을 비꼬는 ‘개 같은 아저씨’라는 뜻의 ‘개저씨’는 ‘꼰대’보다 더 강하게 머리를 때립니다. 물론 중년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꽃중년들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입니다. 사회적으로 위와 아래 세대 사이에 끼어 이리저리 치이는 중년들을 대표하는 또 다른 모습은 불룩하게 튀어나온 ‘배’입니다. 10대, 20대 때 영화배우 뺨치게 멋진 외모를 자랑하던 이들도 40~50대 중장년이 되면 연예인들처럼 노력을 하지 않는 이상 ‘넉넉한’ 체형으로 변하게 됩니다.직장인들의 경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잦은 야근, 그리고 밤늦게 먹는 시원한 맥주 한 잔과 야식으로 인해 중년 비만이 나타나는 연령대가 좀더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지금까지는 나이가 들면서 신진대사량이 줄어 투입되는 에너지보다 소모되는 에너지가 적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중년 이후 체중 증가 억제와 운동능력 유지를 위한 연구를 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DNA-PK 효소, 중장년 지방 늘려 그런데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진이 중년이 되면서 체중이 불어나고 체력이 감소되는 새로운 이유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중년 비만의 원인을 밝혀낸 것은 NIH 산하 심장·폐·혈액연구센터(NHLBI)의 비만노화연구실에 있는 한국계 수석연구자 제이 정(한국명 정재항) 박사팀입니다. 정 박사는 비만과 노화 연구 분야에서는 세계적 석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 박사팀은 중년 비만의 주요 원인이 ‘DNA-PK’라는 효소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활동이 증가하는 DNA-PK는 섭취한 음식물을 지방으로 변환시켜 축적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또 지방을 태워 에너지로 바꾸는 세포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 수를 감소시키기까지 한다고도 합니다. 미토콘드리아가 나이가 들수록 급속히 감소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식·운동 늘려야 비만 근본적 해결 연구팀은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똑같이 고지방 식품을 섭취하도록 하면서 한쪽에만 DNA-PK의 활동을 낮추는 효소차단제를 투여하면서 체중과 운동능력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효소차단제를 투여받은 생쥐들의 체중 증가율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40% 정도 낮았으며 근육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사멸을 막아 심장질환이나 당뇨 발병률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네요. 이번 연구 결과는 모든 것을 유전자 탓으로 돌려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정 박사도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운동량을 늘리는 기존 처방은 중년뿐만 아니라 노년기의 건강 유지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충분한 자기 노력 없이 유전자 탓만 한다면 중년 비만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몸매뿐만 아니라 정신이나 태도도 꼰대나 개저씨를 벗어나게 만들어 줄 기술은 언제 나올까요. 저부터 기다려 봅니다.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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