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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교안 “스펙없이 큰 기업 합격 청년” 사례…알고보니 아들

    황교안 “스펙없이 큰 기업 합격 청년” 사례…알고보니 아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학생들에게 ‘스펙 없이 대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사례를 소개해놓고 “내 아들 이야기”라고 밝혀 빈축을 사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20일 숙명여대에서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큰 기업에서는 스펙보다는 특성화된 역량을 본다고 한다”면서 한 청년의 사례를 소개했다. 황교안 대표는 “내가 아는 어떤 청년은 스펙이 하나도 없었다”면서 “학점도 엉터리여서 3점도 안 됐고, 토익 점수도 800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졸업 후 15개 회사에 서류를 내서 10개 회사의 서류 심사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서류 심사를 통과한 5곳의 회사는 최종 합격을 했다”고 전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 청년의 취업 비결에 대해 “이 청년은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영자신문반 편집장을 했다. 외국도 다녀오지 않았다. 또 동생과 인터넷으로 장애 학생들과 비장애인 학생들을 연결해주는 일을 해 보건복지부 장관상 등 상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축구를 좋아해서 대학 시절 조기축구회도 조직했다”면서 “지금 예를 든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합격에) 결정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청년이 바로 우리 아들이다”라고 털어놨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누리꾼들은 “저거 그냥 ‘빽’(주변인의 지위에 따른 영향력)인데요”, “‘황교안 아들’이라는 거대한 스펙이 있었잖아‘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본인 실력으로 합격했다 하더라도 저런 자리에서 아들 자랑하는 것은 공감 능력 제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황교안 대표는 “내가 꼰대처럼 생겼느냐”라고 묻기도 했다. ‘꼰대’란 낡은 사고방식을 젊은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기성세대를 가리키는 은어다. 황교안 대표는 “청년들은 한국당이라고 하면 뭔가 ‘꼰대 정당’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당의 이념이나 가치에 대해 생태적으로 부정적인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에게 더 찾아가고 스며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이 다르더라도 찾아가거나 그분들이 생각하는 것을 찾아 내가 반추할 것은 없나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황교안, 대학생들에게 “내가 꼰대처럼 생겼느냐” 물어

    황교안, 대학생들에게 “내가 꼰대처럼 생겼느냐” 물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숙명여대를 방문해 “우리를 ‘꼰대’라고 하는 분들을 찾아가 당의 진면목을 보여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정치외교학 전공을 희망하는 숙명여대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한국당의 이념이나 가치에 대해 생태적으로 부정적인 분들도 있다”면서 “그런 분들에게 더 찾아가고 스며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이 다르더라도 찾아가거나 그분들이 생각하는 것을 찾아 내가 반추할 것은 없나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학생들에게 “청년들은 한국당이라고 하면 뭔가 ‘꼰대 정당’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꼰대처럼 생겼느냐”고 묻기도 했다. 황 대표는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힌 일에 대해 “지역에서는 오지 말라고 했는데 공적인 기념식이고 공당 대표이니 반대하더라도 가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옛 남영동 대공분실(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불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또 “더불어민주당은 홍보를 너무 잘한다. 행사하면 막 감동이 된다”면서 “대학도서관에 가서 아침부터 밤까지 민주당이 어떻게 홍보를 하는지 자료를 뒤져 메모를 했더니 30여개를 적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황 대표는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것이 없다”는 등의 문제의 발언으로 논란을 초래했다. 이 발언은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혐오 발언이면서 ‘사용자는 노동자에 대해 성별,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는 근로기준법 규정에 어긋나고, 한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에도 위배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제 얘기의 본질은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하자는 게 아니라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바로잡자는 것”이라면서 이런 비판들이 “터무니없다”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아동 건강 좀먹는 빈곤의 늪…복지 늘려야 잠재력 커져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아동 건강 좀먹는 빈곤의 늪…복지 늘려야 잠재력 커져요

    “가난한 다수를 도울 수 없는 자유 사회는 부유한 소수도 구할 수 없다.”(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소득 불평등의 현실은 직시하지 않고 여전히 ‘하면 된다’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너만 잘하면 돼’라는 실력주의로 포장된 사회에서 빈곤층은 경제적 곤란으로 그러잖아도 힘든데 ‘게으르다’는 모욕까지 받습니다. 그렇지만 ‘승자독식’ 신자유주의 시스템에서 빈곤은 기회의 박탈을 의미하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여간해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가난이 개인의 기본 자산인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건학자와 통계학자가 분석에 나섰습니다. 영국 리버풀대 인구보건과학연구소, 런던대(UCL) 아동보건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유년 시절 경험하는 빈곤은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며 성인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 왕립의학회에서 발행하는 보건 분야 국제학술지 ‘아카이브 오브 디지즈 차일드후드’ 12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2000년 9월부터 2002년 1월에 영국에서 태어나 거주하고 있는 아이 1만 652명을 대상으로 한 ‘밀레니엄 코흐트 연구’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생후 9개월, 3, 5, 7, 11, 14세에 가계소득 변화와 아동의 생활 습관, 비만도, 만성 질환 등 신체 건강, 우울증,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같은 정신 건강 상태에 대한 응답에 주목했습니다. 연구팀은 빈곤의 기준을 평균 가계소득의 60% 이하로 정했습니다. 이 기준으로 분류했을 때 빈곤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아동은 6652명(62.4%), 빈곤층을 벗어나지 못한 아동은 2046명(19.4%), 생후 9개월~7세에 가난을 경험한 아동은 1424명(13.4%), 11~14세에 가난을 경험한 아동은 530명(4.8%)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부모의 교육수준, 인종 등 변수까지 고려해 빈곤을 경험한 적이 없는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빈곤을 벗어나지 못한 아동은 빈곤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정신적 문제를 겪을 위험이 3배, 비만 위험은 1.5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천식과 같은 만성 질환이나 백혈병과 같은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에 걸릴 위험도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은 아동기 빈곤은 청소년기와 청년기의 일탈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를 이은 빈곤의 악순환을 겪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에릭 라이 리버풀대 보건정책학 박사는 “유년기에 경험하는 빈곤은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 정책과 복지 서비스는 모든 어린이가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책임지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유럽 국가들이 혁신적인 이유는 탄탄한 복지 체계를 배경으로 시장에서 실패하더라도 다시 재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 기업가 정신이 사라졌다고 비판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외치는 요즘 1970~1980년대처럼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는 혁신과 성취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삶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도전 정신과 기업가 정신을 말하는 것은 나무 아래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꼴이고 ‘꼰대이즘’일 뿐입니다. edmondy@seoul.co.kr
  • 막말에 발목 잡힌 ‘황교안의 100일’

    막말에 발목 잡힌 ‘황교안의 100일’

    중도층 외면·장외투쟁에 당내 피로감 토크콘서트 등 2040 구애 효과 미지수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6일 “우리 스스로 당을 개혁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역사의 주체 세력이 될 수 없다”며 “혁신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페이스북에 이같이 밝히고 “개혁이란 바로 국민 속으로 가는 길이고 미래로 가는 길이며 통합으로 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 제가 한국당 대표 취임 100일이 되는 날”이라면서 “한국당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책임지고 이끌어온 중심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의 이 같은 자평에도 한국당은 최근 당내 인사의 막말과 실언으로 여론의 비난과 중도층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다. 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계기로 지난 4월 시작한 장외투쟁을 계속 고집하면서 당내에서 피로감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한국당의 취약점인 2040 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해 청년최고위원 선출, 토크 콘서트, 청년부대변인 공개모집 등 여성과 청년층에 적극적인 구애를 하고 있지만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황 대표는 지난 5일 국회 사랑재에서 청년세대를 겨냥한 ‘황교안】2040 미래찾기 토크콘서트’를 열고 “30%의 콘크리트 지지층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 속으로 스며들어가야 한다”고 외연 확장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청년층의 마음을 잡으려면 속칭 ‘꼰대’ 정당으로 인식되는 한국당의 이미지를 바꾸지 않고서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참신한 젊은 인재가 들어와야 하는데 당에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황교안 대표는 취임 100일 동안 국회와 민생은 외면하고 막말 경쟁, 대권놀음에 몰두했다”고 비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2030 세대] 익숙한 것과 좋은 것은 다르다/김영준 작가

    [2030 세대] 익숙한 것과 좋은 것은 다르다/김영준 작가

    아는 분 중에 유독 아파트를 싫어하던 분이 있다. 그분은 ‘아파트는 성냥갑 같고 이웃도 모르는 삭막하고 각박한 주거공간’이라며 싫어했다. 개인적으론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분이 아파트의 단점으로 들던 것들이 나에겐 전혀 단점이 아니었다. 개인주의와 사생활이 중요한 나에게 옆집 이웃을 알아야 할 이유가 없다. 내가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이웃이 나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옆집의 사정을 안다면 옆집 사람과 마주쳤을 때 이런저런 근황에 대해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웃과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는다고 삭막하다거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면 이웃과 대화하지 않는다 해서 내가 인간관계를 끊고 사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경우엔 블로그와 소셜미디어, 그리고 단골로 찾는 가게에서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고 있다. 단지 교류하는 대상이 거주지 인근의 이웃이라는 지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기술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지역의 한계를 넘어 교류할 뿐이다. 그분과 내가 아파트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가 다른 것은 서로 익숙한 주거 공간과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 경우 여섯 살에 처음 아파트 생활을 시작했고 대학시절 이후엔 원룸과 오피스텔에 거주했다. 그러다보니 나에겐 이러한 주거공간과 삶이 익숙하다. 그러나 그분은 나와 정반대였다. 어린 시절부터 단독, 다가구 주택에서 살아오셨고 그 시절 사람들이 교류하던 방식이 더 익숙한 분이다. 다만 그러한 교류 방식이 현재의 아파트와는 맞지 않았을 뿐이다. 아파트에 사는 현대인들이 이웃과 서로 교류하지 않는 것을 삭막하고 각박하다고 표현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였다. 익숙함은 인지적 편안함을 준다. 그리고 이 인지적 편안함 때문에 익숙한 것이 좋다고 여기게 만든다. 여기서 인지적 착각이 발생하여 문제를 일으킨다. 만약 어떠한 익숙함이 다수가 공감하는 익숙함이라면 좋은 것이라 여겨도 무방하다. 하지만 익숙함이 그저 한 세대, 혹은 특정 소수 집단에만 적용되는 익숙함이면 인지적 착각은 대다수의 사람과 괴리를 만든다. 많은 사람에게 좋지 않은 것을 익숙함이 주는 착각으로 인해 강요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과거가 좋았다고 여기는 것 또한 이런 익숙함이 주는 착각이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과거에 좋았던 기억을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과거에 경험해본 것이라는 익숙함은 익숙하다는 이유로 덜 익숙한 현재의 것들을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 내리는 좋다, 나쁘다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익숙함의 착각을 극복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시간은 가고 기술과 사회는 발전한다. 그러면 그만큼 우리는 뒤로 후퇴하게 된다. 이건 단순히 ‘꼰대’의 문제로 끝날 일은 아닐 것이다.
  • [금요일의 서재]글쓰기로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금요일의 서재]글쓰기로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글 쓰는 일은 어렵다. 쓰고 나면 항상 뭔가 부족하다. 활자로 나온 글은 아쉬움이 더 크다. 10년 넘게 글을 썼는데, 글을 쓸 땐 언제나 제자리걸음을 걷는 느낌이 든다. 기자니까 글을 쓴다 하더라도, 업이 아닌 이들이 글을 쓰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을까. 연결고리만 있으면 일단 엮는 ‘금요일의 서재’는 이번 주 글쓰기와 관련한 신간 3권을 묶었다. ‘쓴다 쓴다 쓰는 대로 된다’(비즈니스북스), ‘글쓰기의 태도’(심플라이프), ‘연필로 쓰기’(문학동네)다. ●뭔가 안 풀리면 연필을 들어봐=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다. 머리를 굴려본다. 그래봤자다. 문제는 그대로고, 머리는 더 아프다. 습관 컨설턴트인 후루카와 다케시는 ‘쓴다 쓴다 쓰는 대로 된다’를 통해 인생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글쓰기를 추천한다. 걱정, 불안, 그리고 잡념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벗어나 눈앞 일에만 집중하는 상태를 만들어야 하는데, 글쓰기가 제격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무작정 쓰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할 때 안정시켜주는 쓰기, 나 자신이 싫어지고 자책감에 빠질 때 우울함을 막아주는 쓰기, 자꾸만 일을 미루는 나쁜 버릇을 고치는 쓰기 등 18가지 워크 시트를 제안한다. 글쓰기마저 철저하게 분류하는 방법이 역시나 ‘일본답다’고나 할까. 직장에서,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또는 카페에서도 좋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19가지 워크시트로 쉽게 글을 쓸 수 있다. 쓰면서 상황을 정리하고 혼란 상태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마음을 되찾아 보자. 매년 1000명이 넘는 개인 컨설팅을 진행하고, 기업과 정부의 강연 요청이 끊이지 않는 인기 강사인 저자의 조언대로 한 번 해봄직 하다. ●글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봐=‘글쓰기의 태도’는 미국의 저명한 창의력 컨설턴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심리치료사인 에릭 메이젤이 제안하는 글쓰기 방법론이다. 가끔 아이디어가 번개같이 떠오르지만, 대개 글로 잘 옮기지 못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이유는 딱 2가지다. 좋지 않은 환경이나 마음 상태 때문에 ‘못 쓰고 있거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안 쓰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무조건 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30년 동안 글쓰기 코치를 한 저자는 자신이 겪은 실제 상담 사례를 들어 평범한 사람이 작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40년 넘게 쓰고 싶다는 욕망을 외면해온 사람부터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비난 때문에 실패가 두려워 시작조차 못 하는 사람, 타인의 시선에 너무 집착해 내 글이 아닌 남이 원하는 글만 써온 사람 등의 이야기가 생생하다. 체력이나 주변 환경, 경험, 사유의 폭 등 글을 쓰지 못하는 환경에 관해 조목조목 짚어낸다. 여러 글쓰기 책과 달리 몸의 중요성, 소재로서 경험 만들기, 글감을 발견하는 과정, 사회적 관계와 역할에 대한 조언 등이 담겼다. 자신에게 딱 맞는 글쓰기 공간을 꾸미는 법, 무엇을 쓰고 어떻게 살지 의미 찾기, 나를 드러내는 것과 감추는 것 사이에서 중심 잡기,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기 등도 눈여겨보라. ●김훈이 연필로 눌러 쓴 글 읽어봐=제목에 속지 마시라. 김훈의 ‘연필로 쓰기’는 연필로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여전히 원고지에 연필로 글을 쓰는 저자의 산문을 묶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1장 도입에서 ‘연필은 밥벌이의 도구’라고 말한다. “글을 쓸 때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고 호기롭게 예전부터 풍겼던 ‘마초’ 냄새가 첫 장부터 묻어난다. 그러나 책의 산문들은 오히려 세밀함이 돋보인다. 호수공원, 꼰대, 이순신, 비틀스, 냉면, 신의주 등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연필로 진하게 눌러 썼다. 그가 예전에 ‘산문은 노인의 장르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의 산문은 노인을 닮았다. 예전에 비해 힘찬 느낌은 다소 떨어지나 사소한 것을 끝까지 붙잡아보려는 안간힘이 느껴진달까. 저자는 집필실 칠판에 ‘必日新(필일신,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 세 글자를 써두고 글을 쓴다. 새로운 언어를 길어 올리려 연필을 쥔다. ‘라면을 끓이며’ 이후 3년 반 만에 나온 그의 글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책에 손이 갈 만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곽병찬 칼럼] 인구절벽과 꼰대 넋두리

    [곽병찬 칼럼] 인구절벽과 꼰대 넋두리

    인구절벽 앞에서 베이비붐 세대(이하 베붐)는 좌불안석이다. 부양 인구는 줄어드는데 피부양 인구는 폭증해 나라 경제가 절단 날 지경이라는 눈총 때문이다. 지난해 신생아가 결국 사망자 숫자보다 적었다니 눈총으로 끝날 단계도 지났다. 나는 베붐이다. 현장을 떠난 지 2년째고, 7월부터 국민연금도 받는다. 피부양 대열에 끼게 됐다. 연금이야 그동안 내가 낸 돈 내가 받는 건데 무슨 ‘피부양’이고 ‘기생 인간’ 취급이냐, 인구절벽이 어디 베붐 탓인가, 속이 끓는다. 이꼴저꼴 보기 싫은 베붐들은 아예 생활비 저렴한 나라로 이주할 생각을 한다. 형편이 안 되는 이들은 주말마다 태극기 휘날리며 광화문 주변에서 화풀이하기도 한다. 나는 3남1녀 가운데 셋째다. 큰형은 6·25전쟁 직후 태어났다. 어머니는 종전 2년 뒤부터 2년 터울로 3남매를 더 낳았다. 내가 아는 언론계의 한 임원은 전쟁이 끝나고 2년째 되던 해 12남매 가운데 열한 번째로 태어났다. 그 시절 어머니들 눈엔 전쟁의 지옥도, 전후의 폐허도 보이지 않았다. 갓난 것은 업고 걸을 만한 것은 손잡고, 들일도 하고 행상도 하셨다. 애국심 때문? 웃기는 소리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등 용돈은 물론 생활비까지 나라가 보태 주는 지금도 ‘애국’ 운운하면 ‘또라이’ 소리를 듣는데, 그 시절 국가는 참으로 더러웠다. 국민에게 하는 짓이란 들기름 짜듯 들들 볶고, 밟아 누르고, 쥐어짜는 게 고작이었다. 밤하늘에 별은 반짝였지만, 희망이란 낮달처럼 허황됐다. 그런데도 동생들은 태어났고, 뒤이어 조카들도 태어났다. 1970년대 ‘합계출산율 4.53명’은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전후 어머니들의 불가사의한 그 신념의 결과였고, 그 덕분에 이 나라도 이만큼 섰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명이었고, 이대로라면 50년쯤 뒤 대한민국 인구는 반토막 난다고 한다. 진보, 보수를 떠나 자본가와 그 부역자(학자ㆍ정치인ㆍ행정가)들은 그동안 머리를 싸매고 원인과 대책을 고민했다. 지난 14년간 양육, 보육, 교육, 주거 등 저출산 대책으로 무려 143조나 쏟아부었는데도 그렇다. 합계출산율 4.53명 시절 주택은 열 가구에 네다섯 채였지만 지금은 열 가구에 여덟아홉 채다. 열에 한둘이던 대학생은 지금 열에 여덟아홉이다. 가정에서 도맡던 보육, 양육, 교육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맡고 있다. 취업난을 비관하지만, 외국인 노동자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고민한 게 아니라 잠자다가 남의 다리만 긁은 셈이다. 베붐의 꼰대 같은 경험으로 보면 원인은 따로 있어 보인다. 그들은 생산가능연령인구(15~64세)의 감소를 걱정하면서 일자리는 자꾸 줄인다. 왕성한 소비자의 감소를 걱정하면서 소득원은 자꾸 줄이거나 없앤다. 중산층 소멸을 걱정하면서 양극화를 가속시킨다. 욕망과 공포를 자극해 빚 살림을 유도하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걱정한다. 한편에선 소비를 부추기면서 다른 한편에선 일자리와 소득원을 없앤다. 따라서 느는 건 빚이다. 그럼에도 어이없게도 생산가능연령인구의 감소를 걱정한다. 걱정된다면 기준을 15~70세로 넓히고 정년을 늘리면 된다. 그러면 생산인구 감소도, 피부양자 급증 문제도, 국민연금기금의 고갈 따위의 문제도 일거에 해결된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싸고 말 잘 듣는 노동력만 찾지 않으면 된다. 이제 그 ‘소비자’도 알아차렸다. 왜 아이를 낳아 빚내서 교육특구로 이사 가고, 사교육시키고 그 빚에 묶여 노예처럼 일해야 하지? 일자리는 줄이면서 왜 아이는 낳으라고 재촉하지? 출산은 부모를 확실하게 빚으로 묶어 두는 인질 아닌가. 10대90의 사회에서 10%의 부와 권세를 떠받치는 노예가 되라는 것 아닌가. 그리스 신화에 우로보로스라는 뱀이 있다. 이 뱀은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지만 삼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의 우로보로스는 물고만 있기에는 너무 탐욕스럽다. 꼬리를 삼키고 몸통까지 빨아들이고 있다. 더 삼키면 어떻게 될까. 그럼에도 충고 하나 꼭 해야겠다. 노예를 거부하는 건 좋다. 그렇다고 행복까지 포기하진 말자. 지난달 15일 인천 숭인동 일명 옐로하우스의 한 접대부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미혼모의 아이였던 그는 동료들에게 따듯하고 정 많은 ‘언니’였다. 그는 평소 나이 어린 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 시집 꼭 가서 행복하게 살아라. 내가 냉장고를 사줄 게.” 아무래도 베붐은 꼰대를 포기할 수 없나 보다.
  • ‘집사부일체’ 박진영 “나의 정체성은 영원한 딴따라”

    ‘집사부일체’ 박진영 “나의 정체성은 영원한 딴따라”

    ‘집사부일체’ 박진영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영원한 딴따라”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는 JYP엔터테인먼트 회장 박진영이 출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박진영은 “정확하게 말하면 (호칭이) ‘회장님’이어야 한다. 1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저에게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순간 다시는 곡을 못 쓸 것 같다”고 말해 궁금증을 더했다. 박진영은 “회장님인데 어떻게 이별곡을 쓰고, 어떻게 ‘어머님이 누구니’ 같은 곡을 쓰냐”며 “제 정체성은 항상 딴따라”라고 말했다. 박진영은 이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편하게 막대할지 늘 고민한다. 꼰대로 보일까봐 걱정이다. 어디를 가서도 얘기할 수 있고 술 한 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해도 신입사원은 제가 불편하다. 그런데 커다란 방에 회장 명패가 있다면 우리의 소통은 끝난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사진=SBS ‘집사부일체’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20대 보수화’ 홍익표, 이번엔 바른미래당에 “영향력 없는 정당”

    ‘20대 보수화’ 홍익표, 이번엔 바른미래당에 “영향력 없는 정당”

    ‘20대 폄훼 논란’ 발언 당사자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이번엔 바른미래당을 ‘영향력 없는 정당’이라고 말해 또 구설수에 올랐다. 홍익태 수석대변인은 2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을 겨냥해 “뭔가 정치적 논란을 만들어 자기 몸값을 올리려고 하는데, 정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인터뷰에서 하태경 최고위원이 언급된 것은 전날 하태경 최고위원이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홍익태 수석대변인의 최근 ‘20대 보수화’ 발언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지난 정권에서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줬기 때문에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논란에 휘말렸다. 이후 하태경 의원이 당 회의 등에서 “홍익표 의원이 청년들의 건전한 비판을 반박하기 위해 유럽의 신나치까지 거론하는 극단적 선동을 했다”면서 “청년들의 보수화 경향을 분석하면서 신나치까지 거론하는 것은 청년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당일 토론회장에 참석한 하태경 의원이 당시엔 아무 문제 제기가 없다가 이제 와서 신나치라는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정치 공세를 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진행자가 하태경 의원과 프로그램 동반 출연을 제안하자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그 사람(하태경)과 자꾸 엮이는 게 좋지 않은 게 (바른미래당은) 소수 정당이고, 저는 1당의 수석대변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그쪽(하태경)도 최고위원이다”라고 말하자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그래도 미니정당이고 영향력도 없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방송된 뒤 하태경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홍익표 의원이 라디오에 나와 저를 비난하며 바른미래당은 미니정당이고 영향력도 없는 정당이라면서 토론 상대가 아니라고 비하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홍익표 의원이 청년들을 비하한 것이나 바른미래당을 비하한 것이나 그 본질은 똑같다”면서 “전형적인 꼰대 마인드다. 젊음층, 소수층을 얕잡아보는 오만한 불통 꼰대 마인드”라고 했다. 바른미래당도 논평을 통해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잇따른 망언에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면서 “정당민주주의를 무시하고 ‘더불어’의 가치를 대변하지 못하는 홍익표 의원은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수석대변인직을 사퇴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바른미래당 영향력도 없는 정당” 실언하다 급수습 홍익표 왜

    “바른미래당 영향력도 없는 정당” 실언하다 급수습 홍익표 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27일 바른미래당을 “미니정당이고 영향력도 없는 정당”이라고 깎아내린 데 대해 뒤늦게 사과했다. 사과의 발단은 홍 수석대변인의 이날 라디오 발언이었다. 홍 수석대변인은 라디오에 출연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홍 수석대변인의 20대 청년 발언에 대해 언급한 것을 비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하 최고위원을 겨냥해 “뭔가 정치적 논란을 만들어 자기 몸값을 올리려고 하는데 정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사람(하 최고위원)과 자꾸 엮이는 게 좋지 않은 게 (바른미래당) 소수 정당이고 저는 1당의 수석대변인”이라고 강조했다. 진행자가 하 최고위원을 가리켜 “그쪽도 최고위원”이라고 하자 “(바른미래당은) 미니 정당이고 영향력도 없는 정당”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하 최고위원이 맞공격했다. 하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의원이 청년들을 비하한 것이나 바른미래당을 비하한 것이나 그 본질은 똑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형적인 꼰대 마인드”라며 “젊은 층, 소수 층을 얕잡아보는 오만한 불통 꼰대 마인드”라고 비판했다. 앞서 하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홍 수석대변인과 설훈 최고위원의 20대 비하 발언을 언급하며 “청년인지 감수성 결여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 DNA 자체에 각인돼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하면서 하 최고위원과 홍 수석대변인 간 설전이 시작됐다. 하 최고위원의 비판이 알려지자 홍 수석대변인은 “사실과 다른 허무맹랑한 정치공세”라며 하 최고위원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홍 수석대변인의 실언이 잇따르자 이대로는 위험하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많다. 홍 수석대변인과 설 최고위원의 20대 비하 발언 논란이 불거지자 홍영표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했지만 홍 수석대변인이 “사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또 20대 발언을 처음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메일링(당 공지사항 등을 이메일로 보내는 것) 서비스 한 달 정지 처분을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야당 시절과 달리 과민하게 대응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중진 의원은 “아무리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여당이 오만해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수석대변인의 바른미래당 비하 논란이 커지자 바른미래당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홍성문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야 협치를 가로막는 홍 의원은 당장 수석대변인직에서 사퇴하라”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홍 수석대변인은 “바른미래당에 대한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김관영 원내대표에게 유선상(전화통화)으로 이해를 구했다”고 해명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방시혁, 모교 서울대 졸업식 축사 “난 꿈 없던 사람, 분노가 이끌었다”

    방시혁, 모교 서울대 졸업식 축사 “난 꿈 없던 사람, 분노가 이끌었다”

    방탄소년단(BTS)을 글로벌 그룹으로 키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가 모교인 서울대학교 후배들을 위해 졸업식 축사자로 나섰다. 방시혁 대표는 26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73회 전기 학위수여식에 축사자로 참석했다. 그는 이 학교 미학과 91학번 출신이다.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 대중문화계 인사가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시혁 대표는 “이 자리에 서기까지 굉장히 많은 고민이 있었다. 저는 부정할 수 없는 기성세대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꼰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닐까, 또 무엇보다,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첫걸음을 내딛는 여러분께 해드릴 유의미한 이야기가 제게 있는지 우려스러웠다”라고 총장의 설득에 축사자로 나서긴 했지만, 망설였던 마음을 솔직하게 밝혔다. 이어 서울대 미학과에 진학하게 된 과정을 설명한 그는 “1997년부터 직업 프로듀서의 길에 들어서 박진영과 JYP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그 후 독립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자 프로듀서로 살고 있다”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전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방탄소년단에 관한 것으로 흘러갔다. 방시혁 대표는 “요즘 저와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행보를 보면 이런 말이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에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고, 4만 석 규모의 뉴욕 시티필드 공연을 순식간에 매진시켰다. 얼마 전에는 그래미 어워드에 시상자로 초청받으면서 또 하나의 ‘최초’ 기록을 세웠다. 외신에서는 감히 ‘YouTube 시대의 비틀즈’라는 과찬을 하기도 한다. 또한, 현재 전 세계 주요 지역 스타디움에서 월드투어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티스트의 반열에까지 올라가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저는 영광스럽게도 빌보드가 뽑은 25인의 혁신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저희 회사 역시 엔터테인먼트 업계 혁신의 아이콘이자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라고 업적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성공을 이룬 자신은 “야심은 둘째치고 꿈도 없는 사람”이라 밝혔다. 대신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이라 전했다. 그래서 현실에 안주하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그는 “그중에서도 저를 가장 불행하게 한 것은 음악 산업이 처한 상황이었다. 이 산업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고, 불공정과 불합리가 팽배한 곳이었다.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이 세계를 알아가면서 점점 저의 분노는 더 커졌다”라며 음악산업의 불합리, 부조리 문제들과 현재도 싸워나가는 중이라 말했다. 방시혁 대표는 “저는 별다른 꿈 대신 분노가 있었다. 납득할 수 없는 현실, 저를 불행하게 하는 상황과 싸우고, 화를 내고, 분노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것이 저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고 제가 멈출 수 없는 이유였다. 그러니 많은 분들께 위로와 행복을 드릴 수 있었던 것은 제 꿈이 아니라 제 불만이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앞으로도 꿈 없이 살 거다. 알지 못하는 미래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쓸 바에, 지금 주어진 납득할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해 나가겠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음악 산업이 처한 수많은 문제들을 개선하는 데 매진할 것이며, 방탄소년단은 아시아 밴드, 혹은 K-Pop 밴드의 태생적 한계라고 여겨지는 벽을 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저 역시 이런 일을 수행하는 데 부끄럽지 않게 끊임없이 반성하고 제 자신을 갈고닦겠다”라고 덧붙였다. 졸업생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사회에 나가면 부조리와 몰상식이 존재할 것”이라며 “여러분도 분노하고, 부조리에 맞서 싸우라”고 당부했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야 이 사회가 변화한다”고 재차 강조한 그는 “모든 것은 여러분 스스로에게 달려 있음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 소소한 일상의 싸움꾼이 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20대, 교육 잘 못 받아 보수적” 설훈·홍익표에 야당 “징계하라”

    “20대, 교육 잘 못 받아 보수적” 설훈·홍익표에 야당 “징계하라”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과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20대가 교육을 잘 못 받아 가장 보수적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야당들이 24일 거세게 비판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20대 지지율 하락 이유를 짚으면서 ‘20대가 전 정부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탓’도 있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빚었다. 또 같은 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5·18 망언과 극우 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지난 정권에서 19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줬기 때문에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다.’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뒤늦게 알려져 도마 위에 올랐다. 장능인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은 20대 청년을 교육도 못 받고 반공교육에 세뇌된 ‘미개한 존재’로 보는 것이 당론인가.”라며 “설 최고위원과 홍 의원은 청년들에게 사과하고 의원직에서 동반 사퇴하라.”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이양수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민주당은 20대 청년과 어르신을 비하하고 폄훼한 설 최고위원에 대해 제명을 포함한 합당한 징계 조치를 하라.”라고 촉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설훈 최고위원의 주장에 대해 “안 되면 전 정권 탓, 잘 되면 이 정권 덕인가.”라며 “20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잘못된 정책을 가져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문정선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4선 국회의원 설훈은 20대를 향한 막말로 설화를 자초하고, 7선의 이해찬 당 대표는 한가롭게 20년 집권놀이나 하고 있다.”라며 “민주당이 믿는 것은 5·18 망언과 같이 수시로 터지는 자유한국당의 자살골이다. 정치 적폐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23일 페이스북 글에서 “교육이 제대로 안돼 20대가 문제다는 설훈 의원의 꼰대 망언! 그 원조가 따로 있었다.”라며 “설훈 발언 며칠 전 홍익표 의원이 ‘20대가 가장 보수적인 이유는 지독한 반공 교육으로 적대의식이 심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네요.”라고 썼다. 이어 “두사람이 입을 맞춘 듯이 20대 지지율 낮은 원인을 과거 교육 탓으로 돌린다.”라면서 “이걸 보면 청년인지 감수성 결여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 DNA 자체에 각인되어 있는 것 같다.”라고 비난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홍 의원은 이날 KBS와 통화에서 “(문제가 된 발언은) 20대가 교육을 잘못 받아서가 아니라, 천안함·연평도 등 (사건에서) 사회적 영향을 받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안보 이데올로기 교육이 강화됐다는 사실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정두언 “황교안 당 대표 되겠지만 총선 필패할 것…김준교 꼰대 대표냐”

    정두언 “황교안 당 대표 되겠지만 총선 필패할 것…김준교 꼰대 대표냐”

    자유한국당 새 지도부를 뽑는 2·27 전당대회가 막바지로 접어드는 가운데 정두언 전 의원이 “어차피 당 대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되겠지만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정두언 전 의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당연히 황교안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될 것이지만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면서 “총선 전에 대표 역할을 끝낼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진행자가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이라는 말이 있다고 말하자 정두언 전 의원은 “황교안 대표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가 없다. 필패다”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 “황교안 정도밖에 안 되는 대표, 탄핵 총리였던 사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그늘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당이 어떻게 총선을 치르나. 미래를 향해 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황교안 전 총리가 전당대회 TV토론회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그분은 그때 뭐 했나? 아무 말도 안 했다”며 “그러고 있다가 표를 얻으려고 다른 얘기를 하는 거다. 지도자가 뭔가 확실하게 해야지 이랬다저랬다 하고…뭐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당 대표 선거에서 누가 2위가 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이게 더 재미있다”면서 “김진태 의원이 되면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나오는 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으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오세훈 후보는 중도로부터 조금 호감을 받는 후보인데 그 후보마저도 3위로 밀려나면 한국당은 정말 대한애국당과 통합해야 한다”면서 “한국당이 극렬 세력에 발목잡혀 표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전당대회가 뜨거워진 것 같다는 진행자의 견해에 대해 정두언 전 의원은 “그런 걸 뜨겁다고 하지 않는다. 구설에 올라 있다는 거다”라면서 “뜨겁다는 것은 흥행에 성공했다는 얘기인데, 이건 흥행 성공은 아니고 국민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아닌가. 관심은 가는데 좋은 관심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저딴 게 대통령’이라는 막말로 논란을 일으킨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에 대해서도 “말은 청년 대표라는데 생각은 완전 꼰대 대표인 것 같다. 케케묵은 거의 전쟁 세대들이나 하는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도대체 나이를 거꾸로 먹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평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김균미 칼럼] 딸 가진 부모, 아들 가진 부모

    [김균미 칼럼] 딸 가진 부모, 아들 가진 부모

    # 40~50대가 친구들을 만나면 언급을 피하는 주제가 있다. 정치와 20대 젠더 이슈다. 사회·정치적 성향이 다른데 정치 얘기를 꺼냈다가 사이만 틀어진 경우가 왕왕 있어 민감한 정치 얘기는 가급적 하지 않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20대 젠더 이슈가 그 상황이 됐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이 경우에는 딸 가진 부모냐, 아들을 둔 부모냐에 따라 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다. 딸 둔 엄마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지만 성희롱과 성폭력이 여전하고, 취업과 승진, 육아 등에서 차별이 심하다며 갈 길이 멀다고 한다. 그러면 아들을 둔 엄마는 초등학교부터 아들이 기를 제대로 못 펴고, 중·고교, 대학의 평가방법이 여자에게 유리해 진학과 취업에서 밀린다고 말한다. 행여나 학교폭력에 걸려 입시에서 피해를 볼까봐 아들에게 조심 또 조심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도 한다. 남학생이 군대에 간 사이 여학생은 스펙 쌓고 직장에 척척 들어가는데 아들은 복학생으로 학교에 적응하고 좁은 취업문을 뚫으려 안간힘 쓰는 게 안쓰럽다며 한숨을 쉰다. 아들 또래 남자들을 마치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사회 분위기에 이르면 잘못은 기성 세대가 해놓고 아들 세대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면 딸을 둔 엄마는 취직할 때까지, 딱 그때까지라고 대꾸한다. 결혼과 출산, 육아까지 얘기가 나가면 분위기가 싸해져 한 번은 몰라도 젠더 얘기를 두 번씩은 꺼내지 않는다. 서로 불편해지니까 아예 피한다. # 몇 달 전 만난 한 지인은 이런저런 얘기 끝에 20대의 젠더 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다며 대학생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성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 차이로 고민하다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웠단다. 비슷한 얘기를 며칠 전 남성 지인에게도 들었다. 우리 때도 비일비재했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요즘 20대가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맞다. # 가정에서 아버지들이 ‘왕따’가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야근에 회식에 평일에는 거의 아이들이 깨어 있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아버지들. 오십 줄에 들어선 대기업 임원인 A씨는 오랜만에 20대 딸과 얘기라도 할라치면 ‘가부장제’ ‘꼰대’ 등으로 부르며 방으로 들어가 대화가 단절된 지 오래란다. 2019년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젠더 갈등’의 몇몇 사례다. 만나는 사람마다 젠더 갈등, 특히 20대의 젠더 갈등이 왜 이렇게 심해졌는지 걱정스럽다고들 한다. 강남역 살인 사건과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운동, 혜화역 시위가 이어지면서 그동안은 여성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 여론조사에서 20대 남녀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격차가 25% 포인트까지 벌어지자 20대 남성이 왜 화가 났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젠더 이슈만이 아니라 불완전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상대적 박탈감, 양심적 병역 거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들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대의 의식과 정책 수요에 화답하는 실질적인 성평등 정책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20대의 젠더 인식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탈코르셋운동과 혜화역 시위를 둘러싼 남녀 간 현격한 인식차 등 첨예한 젠더 이슈들은 정부 혼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해법을 찾아가야 할 과제다. 연구원이 2030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성차별 문제에 관심이 있다’는 남성 응답자가 69.7%, ‘미투운동을 지지한다’는 남성도 43.6%로 나타났다. 젠더 갈등을 풀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목소리를 내는 남성들이 늘어나는 것도 긍정적이다. 언론도 사건을 너무 쉽게 남녀 갈등으로 접근하기보다 원인을 들여다보고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인종·종교·성소수자·민족 등에 대해 차별적 발언을 자제하자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correct)이 일부에서는 위선으로 공격받지만,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동체를 복원한다는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차별·증오 발언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인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젠더 갈등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일자리와 주거, 교육, 군복무 등이 걸린 복합적인 문제다. 서로 피해자라며, 생각이 다르다며 입을 꾹 다물고 외면할 게 아니라 터놓고 얘기하고 듣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kmkim@seoul.co.kr
  • [유세미의 인생수업] 연장전

    [유세미의 인생수업] 연장전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이별한 연인이면 당연한 통과의례인 듯 울고 불며 비련의 여주인공을 자처한 지 보름째.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제품 디자인 업무를 하는 효주씨. 그녀가 박보검 같은 남자친구를 원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함께 있어 힘이 나고 행복해지는 그런 사람이면 족했다. 원래 남자친구는 그녀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온통 흩뿌리는 명랑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그가 근무하는 회사에 위기가 닥치고 감원 바람이 불자 문제가 생겼다. 회사에 남은 직원들이 떠난 이들의 업무까지 떠안게 되고 남자친구는 매일 야근에 시달렸다. 회사에 남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던 그는 웃음이 사라지고 점점 일 로봇이 돼 갔다. 바쁜 시간을 쪼개 한밤중이라도 잠깐 얼굴 보는 것이 당연하던 그들에게 언제 퇴근할지 알 수 없는 현실이 계속되자 젊은 연인들은 지쳐 갔다. 남자친구는 자정이 넘어서야 겨우 그의 원룸으로 돌아갔고 지칠 대로 지쳐 라면이나 김치찌개에 소주를 마셔야 잠을 잘 수 있다고 했다. 의미 없이 웃어 젖히는 TV 프로그램을 멍하니 쳐다보다 지쳐 쓰러져 자는 일이 반복되니 그가 반년 만에 10킬로그램이 불어난 건 놀랄 일도 아니었다. 결국 회사와 일에 청춘을 저당 잡히고 시달린 그들은 딱 부러지는 이별 의식도 없이 흐지부지 각자 돌아섰다. 효주는 그렇지 않아도 자신이 누더기를 기워 걸치고 다니는 듯 초라하게 여겨졌다. 그래서인지 마음은 늘 칼바람 부는 응달인데 거기에 남자친구가 한술 더 보태는 건 도저히 참아 줄 수 없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위로가 되기는커녕 인생이 두 배로 남루해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별은 다른 어떤 조건보다도 사람을 초라하게 만든다. 그녀는 몇 겹 인생의 무게에 더욱 짓눌리는 느낌이었다. 지금 다니는 직장도 비정규 계약직이다. 원래 다니던 직장이 부도나는 바람에 원치 않은 백수 시절을 일 년 가까이 보내고 가까스로 다시 얻은 직장이다. 이전 회사 경력은 인정해 줄 수 없다고 모르쇠로 버티는 회사에 따질 처지가 못 돼 어쩔 수 없이 신입 연봉으로 들어간 회사이지만 불평할 수도 없다. 박봉에다 전공과 관련 없는 온갖 잡일까지 회사에서는 효주의 의욕을 꺾을 만한 일이 널렸지만, 이제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불평이라는 걸 부지런히 덜어 내는 중이다. 그래야 마음도 어깨도 가벼워질 거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젊으니까 뭐가 걱정이냐고, 내가 그 나이면 못할 게 없겠다고 막말하는 회사 꼰대들을 보고 있노라면 당신 청춘일 때는 하나도 힘들지 않고 걱정이 없더냐고 당장이라도 따져 묻고 싶다. 청춘들도 낙법(落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열심히 하는데도 늘 제자리 걸음인 듯해 막막하거나, 오랜 시간 준비해도 실패하는 일이 인생에는 부지기수다. 원하지 않는 백수 시절을 참아 내거나 내 가치가 폄하돼 형편없는 대접을 받는 시절이 있을 수 있다. 연인과 진절머리 내며 헤어졌는데도 이상하게 눈물이 그치지 않는 실연의 시기를 너나 할 것 없이 겪는다. 회사에서 가시 같은 사람들 때문에 하루 열두 번 퇴사를 생각하기도 한다. 살면서 그런 어려운 일들을 만날 때 잠시 돌부리에 차였다 치고 요령껏 넘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되는 일 없이 무심히 세월만 가는 것 같아 입이 바짝 마르고 초조해질 때는 잠시 마음을 쉬는 것이 첫째가는 낙법이다. 그러고 나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인생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게임은 나이와 관계없이 연장전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두 번째 요령이다. 승부는 아직 나지 않았고 곧 벌어질 연장전에서 이기면 된다. 포기하지 않으면 그 연장전에서 기적이 일어난다. 그게 인생이다.
  • ‘로맨스는 별책부록’ 이나영♥이종석, 오늘 첫방 “로코 어벤져스 출격”

    ‘로맨스는 별책부록’ 이나영♥이종석, 오늘 첫방 “로코 어벤져스 출격”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새로운 로맨스 챕터의 첫 장을 펼친다. tvN 토일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이 뜨거운 관심 속에 오늘(26일) 첫 방송된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출판사를 배경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상상만으로도 설레는 이나영과 이종석의 레전드 조합은 물론, ‘로맨스가 필요해’ 이정효 감독과 정현정 작가의 재회는 기대를 뜨겁게 달군다. 출판사를 무대로 펼쳐질 설레는 로맨스와 유쾌한 오피스 코미디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장을 연다. 드디어 베일을 벗는 ‘로맨스는 별책부록’. 첫 방송을 앞두고 제작진이 놓치면 안 될 관전 포인트를 밝혔다. # ‘로코력 만렙’ 이나영X이종석 레전드 조합의 설렘 마법! 오랫동안 숙고하며 복귀를 준비한 이나영과 매 작품 인생캐릭터를 써 내려온 이종석이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기다려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따뜻한 웃음이 녹여진 대본에 끌렸다는 이나영은 “강단이는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강단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설렘을 안겨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어떤 인물도 자신만의 색으로 녹여내는 ‘캐릭터 천재’의 면모를 발휘해온 이종석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택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도 기대 심리를 자극한다. 이종석은 스타작가이자 도서출판 ‘겨루’의 최연소 편집장을 맡았다. 숱한 인생캐릭터 중 “현실에서도 닮고 싶은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할 정도로 애정을 드러낸 이종석. 시크해서 더 설레는 ‘차은호’를 어떻게 풀어낼지, 벌써부터 ‘은호앓이’를 기대케 한다. 독보적 매력의 두 배우가 만난만큼 로맨스 케미는 기대 그 이상. 특별한 인연으로 얽힌 아는 누나, 동생인 강단이와 차은호가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서로에게 서서히 스며드는 과정이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지며 깊은 설렘을 선사한다. 제작진은 “작은 눈빛 하나, 대사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세밀한 감정의 선을 쌓아 올리는 두 사람의 시너지와 특유의 분위기가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극찬했다. 설렘을 증폭할 정유진, 위하준의 존재감도 강렬하다. ‘워커홀릭 얼음마녀’ 송해린으로 분하는 정유진과 스윗한 직진 연하남 지서준을 연기하는 위하준은 로맨틱 텐션을 불어넣는다. #레전드 콤비 이정효 감독X정현정 작가의 ‘로코’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그토록 기다렸던 레전드 콤비 이정효 감독과 정현정 작가의 재회가 ‘로맨스는 별책부록’을 통해 성사됐다. 솔직하고 섬세한 감정선을 고스란히 담아낸 ‘로맨스가 필요해’는 지금까지 ‘로코 바이블’로 회자되는 tvN의 대표작. tvN ‘굿와이프’, OCN ‘라이프 온 마스’ 등 장르를 불문하고 세련된 미장센과 감각적인 연출력을 선보인 이정효 감독과 현실적인 시선을 녹여내 공감을 자극하는 정현정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할 차별화된 ‘로코’의 탄생에 기대가 뜨겁다.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가 솔직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젊은 남녀의 로맨스를 다루며 공감을 이끌었다면, 이번 작품은 휴머니즘을 녹여 보다 확장된 로맨스를 선보인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통해 유쾌한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고, 별책부록처럼 따라오는 로맨스로 가슴 꽉 채우는 설렘을 선사할 전망. 이정효 감독은 “정현정 작가의 대본은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치밀하고 촘촘하다. 로맨스 속에서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다.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드라마는 오랜만”이라고 극찬했다. 정현정 작가는 “세상 모든 관계가 쿨해졌지만, 드라마 속 인물들의 깊이 있는 관계가 설렘과 힐링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 설레는 로맨스에 유쾌한 공감 저격 오피스 코미디는 덤!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책의 마지막 장, 시선이 닿지 않는 판권면에 숨어있는 이름을 이야기 안으로 불러들여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현정 작가가 직접 출판사를 취재해 드라마 안으로 소환한 생생한 인물들의 고군분투는 누구라도 공감할 오피스 코미디로 웃음을 선사한다. 쿨한 보스와 잔소리 꼰대 사이를 오가는 대표 김재민(김태우 분)부터 워커홀릭 ‘얼음마녀’ 고유선(김유미 분), 뜨거운 심장의 베테랑 편집자 봉지홍(조한철 분), 현실주의 워킹맘 서영아(김선영 분), 적재적소 처세술을 보유한 신입사원 박훈(강기둥 분), 철없는 마마걸 오지율(박규영 분) 등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한 ‘겨루’인들의 ‘피땀눈물’이 다양한 세대의 공감과 함께 유쾌한 웃음을 이끌어낸다. 무엇보다 현실감을 살려줄 내공 탄탄한 연기와 팀워크도 기대를 모은다. 김태우의 코믹 연기 변신부터 4년 만에 복귀하는 김유미, 대세 신예까지 빈틈없는 연기 시너지로 평범한 듯 특별한 ‘겨루’인들의 일상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한편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오늘(26일) 오후 9시 첫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내 워라밸은 60점… 나처럼 일하라고 하면 꼰대죠”

    “내 워라밸은 60점… 나처럼 일하라고 하면 꼰대죠”

    “회장님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점수는 몇 점인가요.”(직원) “꽝입니다. 60점 정도 될까요. 제가 그렇다고 여러분까지 그렇게 하라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 꼰대죠.”(최태원 SK회장)“팀원이 팀장을, 팀장이 임원을 택해 일하는 인사제도 도입은 어떨까요.”(직원) “장단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류의 과감한 발상을 하는 퍼스트 펭귄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최 회장) 최태원 SK 회장이 올해 신년회에서 약속한 대로 임직원들과 100차례 만나는 소통 행보에 들어갔다.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평소 최 회장의 지론이다. 13일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이노베이션의 임직원 등 구성원 300여명과 ‘행복 토크’ 시간을 가졌다. 구성원들이 모바일 앱을 통해 현장에서 질문이나 의견을 올리면 최 회장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화려한 색상의 줄무늬 양말을 신고 나온 최 회장은 “이렇게 양말 하나만 변화를 줘도 주변에서 뭐라 할 수는 있겠으나 스스로 행복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추진해달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아이 셋을 둔 남자 직원이 “남성 육아휴직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뭔가요”라고 묻자, 최 회장은 “여러분, 애 셋 아빠에게 일단 박수!”라며 박수를 보내고서는 “육아와 일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좋은 상품을 함께 고민해 만들어 봅시다”라고 답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데스크 시각] 혐오 시대, 청년들은 무엇에 분노해야 하나/이창구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혐오 시대, 청년들은 무엇에 분노해야 하나/이창구 사회부장

    “꼰대 같은 소리 집어치우라”는 댓글이 달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청년들을 훈계하려는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이 안타까워서 쓰는 글은 더더욱 아니다. ‘혐오’의 시대에 청년들은 과연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다.지난달 17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29.4%로 전체 남녀별 연령집단 중 가장 낮았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20대 남성들이 앞장서서 끌어내리고 있는 셈이다. 20대 남성들이 문재인 정부와 갈라선 결정적인 원인은 젠더 이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학창 시절에는 여학생들이 공부를 더 잘했고, 취업 경쟁과 직장 생활에서는 오히려 군대도 갔다 오지 않은 여성들에게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는 남성들에겐 현 정부의 여성 우대 정책이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여성을 혐오해도 우리 사회는 ‘미투운동’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된다. 여성을 적으로 돌린다고 남성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사회구조를 보면 권력을 휘두르는 다수는 여전히 남성이며, 수많은 여성들이 매일 성폭력에 희생되고 있다. 20대 남성이 분노할 대상은 또래 여성이 아니라 폭력적인 가부장주의다. 많은 남성들이 대법원의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그럼 군대 갔다 온 내가 비양심이냐”라는 단순 논리를 들이댄다. 총을 드는 것 대신 다른 방식으로 의무를 다 할 테니 종교적 신념과 양심을 지키게 해 달라는 소수를 포용하지 못하는 국가는 전체주의나 다름없다. 우리가 분노해야 할 대상은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아니라 자신은 물론 아들까지 군대에 보내지 않았으면서 철 지난 반공이데올로기를 외치는 자들이다. 난민과 이주노동자를 혐오하는 양상은 남녀 구분이 없다. 난민을 일자리 도둑 또는 잠재적 성폭행범으로 보는 청년도 적지 않다. 난민을 추방하는 서구의 극우세력을 비판하던 이들까지 막상 제주도에 예멘 난민 480여명이 도착하자 생각이 바뀌었다. 난민과 이주민을 다 몰아내면 ‘좋은 일자리’가 늘까? 정작 청년들이 분노해야 할 것은 경제력 세계 12위인 대한민국이 480여명 중 고작 2명만 난민으로 인정한 옹졸함이다. 정규직에 안착한 청년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한다. 나는 힘들게 공부해 정규직이 됐는데 정부가 나서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구분을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인식한 탓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양산한 것은 신자유주의 체제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낙오자가 아니라 이 체제의 피해자다. 청년들은 정규직화 정책에 분노할 게 아니라 오직 경쟁만 부추겨 대한민국을 각자도생의 전쟁터로 만든 기득권 세력에 분노해야 한다. 해방 이후 친일과 분단으로 기득권을 유지했던 구세대는 4·19세대에 의해 전복됐고, 군사정권과 야합한 4·19세대는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에 의해 부정당했다. 그러나 지금 청년들은 정치적 올바름에 경제력까지 움켜쥔 86세대를 향해 욕만 할 뿐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당장 먹고살 길이 없는데 무슨 세대 타령이냐”는 항변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을’들의 싸움을 부추기는 구체제의 본질은 간과한 채 자신보다 약한 타자를 향해 ‘메갈녀’, ‘무기(무기계약직)충’, ‘난민충’이란 혐오만 퍼부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window2@seoul.co.kr
  • ‘땐뽀걸즈’ 이주영, 친모 만난 뒤 분노→폭력 ‘결국 소년원행?’

    ‘땐뽀걸즈’ 이주영, 친모 만난 뒤 분노→폭력 ‘결국 소년원행?’

    ‘땐뽀걸즈’ 이주영의 억눌려있던 외로움과 상처가 자신을 버린 엄마를 향해 분노로 표출됐다. 모두의 노력으로 변화하고 있던 그녀는 소년원행을 면치 못하게 되는 걸까. KBS 2TV 월화드라마 ‘땐뽀걸즈’(극본 권혜지, 연출 박현석, 제작 MI, PCM 기준 총 16부작)에서 시은(박세완)은 혜진(이주영)을 ‘핵폐기물급 쓰레기’라고 불렀다.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막말을 내뱉는 것은 물론 사람을 때리고 학교에 안 나오기 일쑤였으니까. 그러나 혜진은 규호쌤(김갑수)의 꾸준한 관심과 댄스스포츠, 그리고 땐뽀반 시은과의 관계 덕분에 조금씩 변화했다. 어린 시절, 엄마 아빠도 없이 할머니 손에서 자란 혜진. 부모 밑에서 사랑받으면서 어리광부리는 대신, 빨리 어른으로 자라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이 거칠고 척박한 삶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이 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는 이런 그녀를 만만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았고 혜진은 그런 관심을 폭력으로 직접 응징하는 방법을 택했다. 혜진이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이유다. 고작 18세밖에 안된 아이의 삶이라기엔 너무나도 어두웠다. 너무 일찍 어른들에게 상처를 받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의존하는 방식은 옳지 못하다고 여기게 된 혜진은 규호의 조건 없는 도움이 낯설고 거북했다. 그래서 “니는 이규호를 믿나? 내는 이규호, 변태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여자아들한테 춤 가르치는 게 왜 그렇게 집착하는데?”라며 규호의 진심을 부정했다. 하지만 규호는 이런 혜진의 상처 가득한 마음을 꿰뚫어보고 늘 같은 자리에서 관심을 줬고, 혜진 역시 규호의 도움은 지금껏 받아왔던 가벼운 동정과 흔한 선생들의 ‘꼰대짓’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그렇게 남은 보호관찰 기관을 무사히 보내나 싶었지만 결국 대형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자신을 버린 엄마(김영아)를 SNS에서 찾아내 그 이유를 물은 혜진. 헤어숍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니네 할머니(문숙)가 널 지우라고 했어. 근데 못 지웠고, 차라리 유산이라도 되길 바랐을 텐데 당신 뜻대로 안됐지. 난 너 어떻게든 키우고 싶었는데, 돈 벌려고 잠깐 떠난 사이에 니네 할머니가 강제로 연락을 끊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었어”라고 답했다. 이에 혜진은 “괜찮은데. 안 미안해해도 되는데. 차라리 없는 게 나은 부모도 세상에 많잖아요”라고 대꾸했다. 그러나 엄마는 할머니의 말대로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오래도록 못 봤던 딸과의 대화를 허겁지겁 끝냈고, 더 이상 자신을 찾아오거나 어떠한 이야기도 할 수 없도록 헤어숍 SNS를 모두 폐쇄하라고 지시한 것. 이를 혜진에게 들키고는 당황해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 한다고 아무 것도 달라지는 건 없어. 난 여전히 잘 나갈 거고, 니 복수심도 해소되지 않아. 니 인생도 내 인생도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다고. 그러니까 그냥 여기서 내 뺨을 세게 후려치고, 가서 보란 듯이 잘 살아”라며 모질게 돌아섰다. 혜진은 폭발했고, 헤어숍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혜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복수였다. 누구 하나 기댈 사람이나 즐거움이 없었던 삶에 규호쌤이라는 진짜 어른과 댄스스포츠, 그리고 새로운 친구가 들어오면서, 굳어 있던 얼굴에 조금씩 미소를 띠던 혜진. 그러나 직접 엄마가 자신을 버린 비정한 사람임을 확인했고, 분노는 또다시 폭력으로 폭발했다. 문제는 혜진의 보호관찰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혜진은 이번 사건으로 소년원행을 면하지 못할까. ‘땐뽀걸즈’, 오늘(18일) 밤 10시 KBS 2TV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문화마당] 영원은 없다/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영원은 없다/김이설 소설가

    최근에 영화 두 편을 봤다. ‘번 더 스테이지’와 ‘보헤미안 랩소디’.‘보헤미안 랩소디’는 독창적인 음악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인기를 끌었던 록그룹 ‘퀸’의 이야기다. 그룹 형성부터 해체, 재결합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룹을 이끌었던 프레디 머큐리를 중심에 두고 펼치는 서사다. 6분 동안 이어지는 실험적인 곡 ‘보헤미안 랩소디’로 대성공을 이룬 월드스타로서의 ‘퀸’이 아니라 인간적인 ‘퀸’을 조명한다. ‘번 더 스테이지’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다. 일곱 청년들의 성장기이자 청춘의 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 최근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월드 투어를 가장 가까이에서 담아낸 영상이다. 무대 위가 아닌 조명이 꺼졌을 때 멤버들의 담담한 읊조림으로 유례없는 인기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재밌게도 근래 본 두 영화 모두 남성, 그룹, 그리고 음악에 관한 영화였다. 두 영화의 다른 점이라면 ‘보헤미안 랩소디’가 정점을 찍고 흩어진 그룹의 일대기이자 레전드였던 시절의 회고록이라면, ‘번 더 스테이지’는 이제 한창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어쩌면 정점인 현재의 복판을 기록하는 일기에 가까워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퀸’은 몰라도 이제 ‘방탄소년단’을 모르기가 힘들다. 게다가 영화에서는 성공한 현재의 모습만 보여 줬어도, 우리는 ‘방탄소년단’의 일곱 청년이 얼마나 힘들게 그 자리에 오르게 됐는지, 그저 우연이나 운명이 아닌 그들의 ‘피·땀·눈물’로 이뤄진 결과라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방탄소년단’ 팬들인 ‘아미’들에게 원성을 들을지라도, 이상하게 두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어김없이 ‘끝’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수능 0세대부터는 소위 X세대라 불렸다. 그리고 누군가는 ‘서태지 세대’라고도 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무대를 직접 본 세대이며, 컴백 방송을 보기 위해 야간자율학습을 땡땡이치고 텔레비전 앞으로 달려갔던 세대였다. 그러나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끝나지 않고, 헤어지지 않을 것 같던, 늘 정상에 있고, 늘 우리 곁에서 우리의 눈을 마주쳐 줄 것 같던 우상이 어떻게 해체됐는지 똑똑히 목도했으며, 중년이 된 그들 각각의 삶이 어떤지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이들을 보며 흐뭇하게 옛 시절을 회상하기보다는, 그들 또한 이별과 끝에 대해 배우게 될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괜히 코끝이 시큰해지는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의 사랑만큼은 그 영원이라는 단어를 붙여 보고 싶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던 편지를 썼던 무수한 지난날들이 있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헤어지게 돼 있으며, 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고, 끝이 없는 사랑도 없더라는 이야기를 중얼거리는 내가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세대들에겐 꼰대라 불릴지도 모르겠다. 아무렴 이제는 사랑할 때 이별을 생각할 줄 아는 나이가 됐다는 것이 별로 쓸쓸할 것도 없는 세대가 된 것이란 고백밖에 안 될지라도 말이다. 사랑할 때 열심히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 사랑이 끝나도 후회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련이 남고, 그래도 후회가 쌓이고,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아픈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지금 사랑을 하는 중이라면 ‘퀸’의 공연장에 모여든 관객들의 환성만큼, ‘방탄소년단’을 향해 흔드는 아미밤의 불빛만큼 있는 힘껏 사랑하기를 바란다. 세상에 끝이 없는 무엇인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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