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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희정의 컬처 살롱] 순성놀이

    [공희정의 컬처 살롱] 순성놀이

    한 번은 반 만 걸었고, 두 번은 다 걸었다. 서울 내사산(內四山)인 낙산, 남산, 인왕산, 북악산을 따라 나 있는 성곽길. 이 길엔 흥인지문, 광희문, 숭례문, 소의문, 돈의문, 창의문, 숙정문, 혜화문까지 사대문(四大門) 사소문(四小門)이 있다. 조선시대 한양 사람들은 봄이나 여름에 하루쯤 시간을 내 이 길을 걸으며 도성 안팎의 풍경을 즐겼다고 한다. 이름하여 ‘순성(巡城)놀이’. 꽤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는 걷기 모임에서 순성놀이를 해 보자 했을 때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성곽길의 총길이는 18.627㎞, 평지의 경우 한 시간에 5㎞ 정도 걸을 수 있으니 계산상으론 4시간이면 충분했다. 거기에 경사로 구간과 도로가 섞여 있는 일부 길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니 몇 시간, 중간에 점심을 먹고 짬짬이 약간의 휴식을 취해야 하니 또 몇 시간을 보탠다 해도 8시간에서 9시간이면 족할 것이라 생각했다. 첫 순성놀이는 봄이었다. 경쾌한 출발과 달리 성곽길은 만만치 않았다. 현기증이 날 만큼 아찔한 경사로도 있었고, 규사(硅砂) 때문에 미끄러운 곳도 많았다. 경치를 구경하려면 슬슬 걸어가야 하는데 이건 완전한 산행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무릎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찌르는 듯한 통증은 그 강도를 더해 왔다. 얕잡아 보았던 첫 번째 순성놀이는 결국 중도 포기라는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름, 광복절 다음날인 16일에 다시 순성놀이를 했다. 꼭 3년 전 오늘이었다. 출발은 아침 7시. 숭례문에서 동쪽으로 길을 잡았다. 한여름의 열기는 출발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온몸을 땀에 젖게 했다. 입안은 마르고 살은 벌겋게 익어 갔다. 다리는 생각보다 빨리 무거워졌다. 중도 포기를 하지 않기 위해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며 걸었다. 가장 큰 고역은 더위였다. 성곽길은 그늘이 많지 않아 태양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챙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온몸을 포위해 오는 뜨거움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힘들 땐 한 번씩 가던 길을 멈췄다. 턱까지 차오른 숨을 가다듬고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땀을 닦고 다시 걸었다. 오후 2시가 넘어서면서 정점에 이른 태양은 누가 이기는지 한번 겨뤄 보자는 듯 이글이글 타올랐다. 땅도 채 삼키지 못한 화기(火氣)를 마구 토해 냈다. 낮 기온이 31.8도라고 했지만 체감온도는 40도도 넘는 듯했다. 땀은 흐를 사이 없이 말라붙어 소금이 됐다. 그날 우리의 순성놀이는 12시간 만에 끝났다. 아는 길이 더 무섭다고 한 번의 중도 포기가 있었기에 시작부터 걱정이 앞섰던 순성놀이. 까마득한 성곽을 올려다볼 땐 막막했지만 가다 보니 성곽길 위에 올라가 있었고 또 가다 보니 어느새 종착점이 보였다.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같이 걷는 친구들은 손을 잡아 주었고, 멈추고 싶은 유혹이 꼬리칠 때마다 애써 먼 산을 바라보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고행과 같은 놀이를 하겠다고 한 것은 도성 안팎의 풍경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 길에서 만난 바람 한 자락, 그늘 한 뼘은 덤이었다. 다음해 봄에도 나는 그 길을 한 번 더 걸었다. 처음 걸을 땐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보이고, 초행자에게 손을 내밀어 줄 여유가 생긴 것을 보면 순성놀이는 해 보면 알게 되고, 아는 것은 나눠야 하는 우리들 삶과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올해도 난 즐겁게 성곽길을 걸었다.
  • [연극리뷰] ‘타지마할의 근위병’

    [연극리뷰] ‘타지마할의 근위병’

    밤하늘을 수놓는 반짝이는 별, 끝없이 펼쳐진 바다의 광활함,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의 낭랑한 음성, 아이의 해맑은 미소….삶을 풍요롭게 하는 아름다움은 도처에 있다. 일찍이 영국의 시인 존 키츠는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영원에 대한 갈망과 욕심 때문에 아름다움은 때때로 치명적이고 위험하다. 절대 권력자가 탐미하던 것이었다면 더욱 그렇다. 17세기 인도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은 아름다움을 독점하길 원했다. 자신이 지극히 아끼는 아내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타지마할이 바로 그렇게 탄생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무덤을 만들기 위해 무려 22년간 세계 각지에서 모인 건축가, 석공, 기술자 등 2만여명이 동원됐다. 타지마할이 완공된 직후 샤자한은 건축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손목을 잘라 버리라고 명령했다. 이런 극악무도한 일을 벌인 이유는 단 하나, 타지마할보다 더 아름다운 건축물이 지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은 바로 이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미국 극작가 라지프 조셉은 2015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작품에서 특유의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상상력으로 아름다움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 탐구한다. 국내 무대에 처음 오르는 이 작품은 오랜 친구 사이이자 황실 말단 근위병인 휴마윤과 바불이 타지마할이 세상에 공개되는 첫날, 궁전을 등진 채 보초를 서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지령을 받은 두 사람은 강렬한 호기심 때문에 금기를 깨고 만다. 명령을 어긴 두 사람에게 타지마할을 지은 2만여명의 손목을 자르라는 끔찍한 벌이 떨어진다. 거부할 수 없는 임무를 마친 두 사람은 무대를 뒤덮은 흥건한 피를 쓸어 내며 끊임없이 대화한다.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아름다움을 독차지하는 것은 가능한가, 권력자의 명령은 그것이 부당한 일이어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가, 권력은 인간의 가치보다 더 중요한가. 근위병으로서의 임무에 충성하고 규율을 중시하는 휴마윤과 스스로 아름다움을 죽인 장본인이라며 괴로워하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바불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답 속에서 삶, 의무, 아름다움에 대한 의미를 천천히 곱씹는다. 선혈이 낭자한 무대를 표현하기 위해 회당 약 600ℓ의 핏빛 액체가 사용되고, 신체 일부를 실감나게 표현한 특수 소품은 권력자의 횡포가 빚은 충격과 공포를 드러내는 데 더할 나위 없다. 더불어 시종일관 빈틈없이 극을 이끄는 두 배우의 호흡과 밀도 있는 연기가 극의 긴장감과 몰입을 더한다. 언제나 황제에게 충성을 다하는 휴마윤은 배우 조성윤, 최재림이 연기한다. 호기심 많고 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바불은 김종구, 이상이가 맡았다. 10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2만 5000~6만원. (02)744-4011.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씨줄날줄] 춤추는 태극기 위상/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춤추는 태극기 위상/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오늘은 제72주년 광복절이다. 정부의 공식 경축식이 열리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세종대로를 따라 태극기가 게양돼 있지만 분위기는 예년 같지 않다. 썰렁하기까지 하다. 2년 전 광복 70돌 때 광화문 일대 빌딩마다 대형 태극기들이 건물 외벽을 뒤덮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지난해에도 리우올림픽과 맞물려 ‘애국심 마케팅’ 봇물이 터졌었다. 하지만 올해는 태극기를 내건 건물을 찾기가 어렵다. 광복절 관련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의 특별 이벤트도 눈에 띄지 않는다.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가 ‘불편한’ 시대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광화문과 서울시청 일대를 가득 메웠던 붉은 물결과 대형 태극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붉은악마들이 펼치는 대형 태극기 ‘퍼포먼스’를 보면서 올림픽과 주요 경기 때마다 등장하는 태극기를 변형한 젊은이들의 응원도구와 의상을 보며 태극기의 엄숙주의가 깨졌다고 생각했다. 태극기는 일상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왔다. 이랬던 태극기의 위상이 지난해 국정 농단 사건과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바뀌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에 태극기가 등장하면서 ‘태극기=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로 받아들여지며 태극기와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특히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는 지나치게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애국심 마케팅을 빗대 부르는 ‘국뽕’(국가+필로폰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다. 문화계나 산업계에선 국뽕 꼬리표가 붙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군함도’가 예상과는 달리 ‘국뽕 영화’ 논란에 휩싸이자 류승완 감독이 직접 “애국심에 기댄 국뽕 영화가 아니다”라고 해명하기까지 했다. 애국심에 대한 이 같은 사회적 반응은 국가주의 정책을 강조해 온 전 정부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이 많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광복절을 맞아 성인 남녀 1118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2.2%가 검색하지 않고는 태극기를 그리지 못한다고 답했다. 일부에서는 ‘그렇게 낮게 나왔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한국에서 중·고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잘 그리지는 못해도 4괘의 위치와 태극의 위아래 색깔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흔히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애국심은 인위적으로 고취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될 때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이 저절로 늘어날 것이다.
  • [런웨이 조선] 조선 곤룡포는 적색? 청색·황색도 있다

    [런웨이 조선] 조선 곤룡포는 적색? 청색·황색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킷을 벗은 채 커피를 들고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왔던 대통령의 모습과는 달랐기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격의 없는 편안한 모습에서 국민과 소통하고자 한다는 의지가 자연스럽게 투영되었다. 그러나 단지 편안함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어붙여 의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사선 무늬 넥타이로 강인함은 물론 젊음과 역동성을 나타냈다. 복식을 통해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사례다.조선시대에는 더욱 그랬다. 왕이 평상시 집무복인 곤룡포를 입고 있는 어진이 3점이 남아 있다. 태조, 영조, 고종의 어진이다. 똑같은 곤룡포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같은 옷이 아니다. 그것은 각 시대가 요구하는 국왕의 모습이 다르고 그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국왕의 의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곤룡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왕을 상징하는 용의 모습이다. 발톱이 5개인 용을 둥근 원 안에 담아 일명 ‘오조원룡보’(五爪圓龍補)라고 하는 이것을 앞가슴, 등 뒤, 양어깨 4곳에 부착한다. 시대에 따라 직조를 하기도 하고 이금(泥金·금가루)으로 그리기도 하며 별도의 직물에 수를 놓아 붙이기도 한다. 이는 시대에 따라 변화된 양식의 차이일 뿐 중요한 것은 용의 모습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조선을 건국한 태조는 청색의 곤룡포를 입고 있다. 그러나 임금의 복색은 홍색, 그중에서도 가장 밝다는 대홍색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태조는 왜 청색을 입었을까.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청색이 길색(吉色)이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지만, 아직 중국으로부터 홍색의 곤룡포와 함께 고명(誥命)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둘 다 타당성이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히 길색이기 때문에 입었다고 하기보다는 태조가 스스로 길색인 청색의 곤룡포를 만들어 입었다는 것에 더 비중을 두고 싶다. 누가 준 것을 받은 것도 아니고, 정해진 색을 입은 것도 아니다. 그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복식을 통해 완성됐다고 보고 싶다.태조가 입은 청곤룡포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단연 용의 모습이다. 오조원룡보는 앞가슴과 양어깨에 붙은 보(補)가 서로 맞닿을 정도로 크다. 그리고 정중앙에 있는 용은 S자로 휘어져 있으며, 입에서는 상서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용은 얼굴을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으며, 손과 발의 발톱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온몸에 서려 있는 기운에서 하늘로 올라가고자 힘차게 밀어붙이는 비룡(飛龍)의 모습이 보인다. 나라를 힘겹게 건국하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았을 테니 새로운 멋진 나라를 만들기 위한 그의 의지를 용에 담고 싶었으리라. 힘차게 날아오르려는 용. 그것이 바로 태조의 마음이 아니었을까.영조의 홍곤룡포는 어땠을까. 오조원룡보의 크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용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홍곤룡포에 담긴 용은 양팔과 양다리를 좌우로 벌리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균형 잡힌 용이다. 그리고 구름이 그 용을 삥 돌아가며 감싸고 있다. 마치 하늘로 올라간 용이 구름을 관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농경사회에서 적절한 때 흡족한 비를 내릴 수 있는 능력, 그것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안정되어 백성들의 삶을 편안하게 해 주고 싶었던 영조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조선의 마지막 왕이면서 최초의 황제였던 고종은 복색 자체를 중앙을 의미하는 황색으로 바꾸었다. 오조원룡보의 크기도 전대(前代)의 왕들에 비해 현저히 작아졌다. 그리고 몸판 자체에 용의 모습을 그리거나 직조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천에 수를 놓는 형태로 바뀌었다. 황제를 상징하는 달라진 용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했다. 황제에 올랐음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것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보의 중심에서 조금 내려온 배꼽 위치에 해와 달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흰색의 여의주를 넣어 신령한 하늘의 섭리를 얻었음을 드러내고자 했다. 여기에 용의 얼굴은 정면을 응시하고 좌우의 손발은 대칭을 이루며 안정된 모습이지만 몸통은 아래로 곡선을 이루면서 꼬리가 활기차게 따라 올라가는 모습이다. 도약을 꿈꾸는 고종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태조와 고종은 힘찬 용을 통해 역동성과 강인함을 보여 주고 싶었을 것이고, 영조는 번영기에 들어섰으므로 ‘조선의 르네상스’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용의 모습에서 국왕의 고뇌와 함께 꿈이 읽힌다. 이민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 염정아 “공포영화, 연기할 때 더 짜릿”

    염정아 “공포영화, 연기할 때 더 짜릿”

    한국 공포 스릴러 영화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이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2003)이다. 이 작품을 통해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연기자로 인정받았던 염정아(45)가 14년 만에 다시 공포 스릴러에 도전한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장산범’(작은 감독 허정)을 통해서다.익숙한 목소리를 흉내내 사람을 홀린 뒤 붙잡아 가는 괴수에 대한 괴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염정아는 5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을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사는 희연으로 나온다. 겉으로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지만 속으론 아픈 캐릭터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가 혹시나 정신이 맑아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어 시어머니의 고향인 장산으로 이사할 정도다. 그런 희연네 가족 앞에 낯선 꼬마가 나타나고 이상한 일이 잇따른다. 실제 두 아이의 엄마인 염정아는 희연이라는 캐릭터가 품고 있는 드라마가 마음에 와닿았다고 설명했다. ‘장화, 홍련’과 ‘장산범’ 모두 아이들과 호흡을 맞췄다는 것도 흥미롭다. “계모로 나온 ‘장화, 홍련’에서는 아이들이 항상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라 모성과 동떨어진 역할이었다면 이번에는 완전히 달라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을 품어 가는 그런 캐릭터죠.”‘장산범’은 알고도 놀라게 하는 공포 스릴러의 정공법을 충실하게 풀어내는 작품이다. 그런데 정작 염정아는 공포물을 그리 즐겨 보는 편은 아니라며 싱긋 웃는다. “일부러 찾아 보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보면 재미는 있는데, 밤에 잠을 못 자요. 자꾸 생각나거든요. 그런데 보는 게 힘든 거 하고 연기하는 것하고는 다른 것 같아요. 만드는 입장에서는 관객들의 반응을 떠올릴 때 정말 재미있거든요.” 염정아의 연기는 일품이다. ‘오래된 정원’(2007) 과 ‘카트’(2014)에 이어 또 한번 주연상을 노려볼 만하다. 되돌아보면 염정아는 영화 쪽으로는 초기부터 ‘테러리스트’(1995), ‘텔 미 썸딩’(1999) 등 색깔이 강한 작품을 많이 해 왔다. “의도한 건 아니고 외모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이 있어서인지 그런 캐릭터가 입혀졌을 때 더 잘 산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어요. 사실 20대까지는 제가 무엇을 잘하는지, 또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연기를 했죠. 그러다가 ‘장화, 홍련’을 만나 ‘아, 연기란 이렇게 하는 거구나’ 눈을 뜨게 된 것 같아요.” 1991년 미스코리아 선으로 뽑힌 뒤 데뷔한 때문인지 연기력보다는 외모 이야기가 늘 따라다녔다. ‘장화, 홍련’을 기점으로 ‘범죄의 재구성’(2004)에선 팜파탈 구로동 샤론 스톤으로 분위기를 확 바꿔 버렸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고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라 그런 생각이 안 나게끔 연기를 하면 되는데, 20대 때는 그런 생각조차 해 보지 못했죠.” 드라마든 영화든 많아야 1년에 한 작품 정도. 그의 연기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어린 시절에 작품을 더 많이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해요. 그때는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갈지 몰랐죠. 요즘엔 들어오는 작품도 많이 줄었어요. 제 나이대에 어울리는 배역 자체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죠. 그런 애매한 나이가 됐는데, 이 나이도 지나가 하지 못하는 역할이 더 늘어나기 전에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장산범’이 잘됐으면 한다. 물론 혼자만을 위한 생각은 아니다. “여성 캐릭터들이 있는 영화가 좀더 많이 제작돼 여배우들이 더 많이 연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그렇다면 무슨 역할을 해 보고 싶을까. ‘라라랜드’가 너무 재미있어서 세 번을 연달아 봤다고 이야기를 꺼낸다. “음악과 함께하는 영화를 해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요. 저는 나이가 있으니 ‘맘마미아’의 메릴 스트리프가 어울리겠죠?”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와우! 과학] 쥐라기에도 하늘 날았던 포유류 있었다

    [와우! 과학] 쥐라기에도 하늘 날았던 포유류 있었다

    중생대를 대표하는 생물은 공룡이다. 하지만 이 중생대 생태계에 공룡만 있었던 건 아니다. 하늘을 날던 익룡은 물론 바다에 진출한 다양한 파충류들이 있었고 포유류의 조상 역시 대부분 작은 크기이긴 했지만, 과거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다양하게 진화해 다음 시대를 준비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초기 포유류의 다양성을 입증할 중요한 화석 두 점이 발견됐다. 각각 마이오파타지움 푸르쿨리페룸 (Maiopatagium furculiferum)과 빌레볼로돈 디프로필로스(Vilevolodon diplomylos)로 명명된 1억6000만 년 전의 화석으로 복잡한 이름보다는 완벽한 보존 상태 덕분에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완전한 골격은 물론이고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에 있는 막과 넓은 꼬리까지 완벽하게 보존돼 이들이 날다람쥐처럼 중생대 나무 사이를 날아다녔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에서 사는 작은 동물에게 글라이더 비행은 여러 가지 이점을 제공한다. 포식자를 피해서 달아나기도 쉽고 먹이를 찾아 다른 나무로 이동하기도 편리하다. 따라서 날다람쥐(쥐목 다람쥐과에 속함) 같은 태반류는 물론이고 오래전 태반류와 갈라진 무리인 유대류의 슈가 글라이더(sugar glider, 캥거루목 주머니 하늘다람쥐과에 속함)처럼 포유류에서도 적어도 두 차례 이상 글라이더 비행이 진행했다. 이번에 발견된 2종은 현생 포유류와 연관이 없는 멸종 포유류 그룹으로 쥐목이나 캥거루목 모두와 연관이 없다. 따라서 날다람쥐처럼 진화한 포유류의 다른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일종의 수렴진화 예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형태로 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화석을 발굴한 중국 베이징 자연사박물관과 시카고대학의 연구팀은 이미 쥐라기에도 포유류의 조상 그룹이 환경에 적응해서 다양하게 진화한 증거라고 보고 있다. 최근 발견되는 다양한 중생대 포유류 화석은 비록 포유류가 당시 공룡보다는 작고 종류도 적지만, 결코 공룡 발밑에서 전전긍긍하면서 살았던 작은 쥐 같은 생물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포유류의 조상 그룹 역시 당시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생물이었던 것이다. 사진=마이오파타지움의 복원도( Reconstruction by April I. Neander/UChicago)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1조 클럽’ 10년 새 5배 늘어 21개… 외국인 비중 11% 넘어

    ‘1조 클럽’ 10년 새 5배 늘어 21개… 외국인 비중 11% 넘어

    우량주 배출 꾸준… 시총 1조 안팎 여럿 중소형주 위주 구성… 신뢰도 제고 과제코스닥은 코스피의 ‘마이너리그’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우량주를 꾸준히 육성·배출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시총 1조원 이상 코스닥 상장사는 21개다. 10년 전인 2008년에는 SK브로드밴드·태웅·메가스터디·셀트리온 등 4개에 불과했으나 2011년 11개로 늘어났고, 올 들어서만 4개가 증가했다. 이오테크닉스(9726억원) 등 1조원을 넘나드는 종목도 여럿 있다. 아시아나항공·LG유플러스·네이버(이상 2008년)·키움증권(2009년)·신세계푸드(2010년)·하나투어(2011년)·동서(2016년)·카카오(2017년) 등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음에도 활발한 상장 유치를 통해 새로운 ‘대표 선수’를 계속 만들어냈다. 셀트리온이 시총 13조 2045억원으로 대장주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상장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입성과 동시에 2위 자리를 꿰찼다. 6조 4448억원의 시총을 형성 중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달 코스피로 옮겨 코스닥시장에 심각한 배신감을 던져 준 카카오의 공백을 메웠다. 2009년 상장한 바이오제약 기업 메디톡스는 2014년 ‘1조원 클럽’에 가입한 이후 현재 2조 9708원까지 몸집을 불려 ‘넘버3’다. 올해 코스닥은 하반기에도 기업공개(IPO) ‘대어’(大魚)가 많아 추가 ‘1조원 클럽’ 추가 가입이 기대된다. 9~10월 상장 예정인 코오롱생명과학 미국 자회사 티슈진은 상장 후 기업가치가 2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상장 예정인 온라인게임 개발사 펄어비스도 9000억원대 후반에서 1조원대 초반으로 전망된다. 일본 면세점기업 JTC는 자스닥(일본 기술주 시장) 대신 코스닥을 선택해 준비 중이다. 코스닥은 개미(개인투자자)의 놀이터라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최근 외국인의 관심도 늘고 있다.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닥 시총은 지난해 연말 20조 3000억원에서 지난 9일 25조 7000억원으로 5조원 이상 증가했다.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순매수했다. 지난 5월에는 심지어 530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보유 비중도 연초 10.06%에서 11.82%로 2% 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 신뢰도가 낮은 건 풀어야 할 과제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최근 코스피 이전 상장을 요구하며 임시주주총회 소집 동의서를 받고 있다.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코스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네이버는 코스닥에서 시총이 6조원대였으나 코스피로 시장을 옮긴 뒤 현재 26조원으로 4배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코스피 이전이 기업의 주가 상승에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동서는 이전 상장 전 3조원을 웃돌았으나 현재 2조 8000억원으로 살짝 시총이 떨어졌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나스닥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전 세계 시총 1~5위 기업이 포진한 대형주 시장인 반면 코스닥은 중소형주 위주로 구성돼 있어 상승장에서도 소외받는다”며 “코스닥 내 비중이 높은 헬스케어 섹터의 상승이 앞으로 지수 반등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단독] [커버스토리] 팍팍한 살림살이… 푼돈 뜯는 조폭들

    [단독] [커버스토리] 팍팍한 살림살이… 푼돈 뜯는 조폭들

    지난 4일 대전에서 라이벌 조직폭력배 일당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대전 Y파 조직원 A(25)씨의 승용차에는 이른바 ‘보도방 도우미’ 여성 3명이 타고 있었다. 중상을 입은 A씨는 병원에서 “도우미를 다른 노래방으로 옮겨 주던 길에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A씨를 폭행한 최모(25)씨 등 H파 조직원 7명은 8일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되고 이들의 도피를 도운 같은 파 조직원 13명은 입건됐다. 최씨 등은 4일 오전 3시 30분쯤 대전 서구 월평동 주택가 골목에서 도우미를 실은 A씨의 승용차를 앞뒤로 가로막은 뒤 A씨를 차에서 끌어내 야구방망이로 마구 폭행했다. A씨는 최씨 등이 모두 가면을 써 금세 얼굴을 알지 못했지만 몸에 새긴 문신 모양을 보고 경찰에게 범인 일부를 ‘찍어줘’ 범행 후 전북 전주로 도주한 이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 최씨 등은 경찰에서 “지난달 Y파 조직원들이 우리 조직원을 때렸는데 우연히 Y파 A씨를 만나 보복했다”고 진술했으나 이면에는 유흥주점 장악을 둘러싼 갈등이 깔려 있다. 2015년 Y파에서 H파 조직원을 대거 빼간 이후로 두 폭력조직 사이에 다툼이 한층 잦아졌다. 김연수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11일 “보도방 도우미 공급은 2010년대 들어 본격화된 이들 조폭의 신종 사업인데 시장 확장을 놓고 간간이 패싸움을 벌인다”며 “조직원이 많아야 도우미 공급이 원활하고 노래방 등 시장을 더 많이 차지할 수 있어 조직원 확보에 열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 대전 조폭은 생계형”이라며 “Y파와 H파가 대전 조폭의 최대 라이벌이지만 실상은 ‘양아치’ 집단에 더 가깝다”고 했다. 현재 Y파 조직원은 72명, H파는 52명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조폭 수사를 했던 한 경찰은 “옛날에도 대전 조폭이 ‘전국구’는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더 찌질해진 건 10여년 전 경찰이 집창촌인 유천동 텍사스촌을 초토화한 뒤 유성지역 유흥주점마저 위축돼 돈줄을 죄고 후배를 양성할 선배 조폭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락실, 도박장 등 사행성 산업 규모가 작아 이른바 ‘먹을 게’ 적은 대전에서 집창촌은 진상 손님을 해결하는 등 보호를 명분으로 돈을 뜯어내는 조폭의 큰 물주였다. 이 경찰은 “돈줄이 말라 큰 이권 개입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대전 조폭의 주 사업은 보도방 도우미 공급이다. 20대 젊은 조직원이 많이 한다. 자금이 크게 들지 않고 자신이 잘 다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이들은 인터넷에 ‘숙식제공, 하루 15만~20만원 보장’ 등을 조건으로 보도방 도우미를 모집한 뒤 조직원 1인당 3~5명을 관리한다. 도우미들과 단체 카톡방을 개설해 모이는 장소를 알리고 노래방을 옮길 때 실어나른다. 도우미 한 명이 노래방에서 시간당 3만원을 받으면 1만원을 관리비 조로 뗀다. 도우미 한 명이 하루 6시간 뛰면 6만원, 5명을 관리하면 30만원을 번다. 한 달에 20일만 꾸준히 이같이 수입을 올리면 모두 600만원을 벌 수 있다. 지난해 11월 이 같은 수법으로 거액을 챙긴 조폭들이 대전경찰에 대거 적발됐다. Y파 40명은 2015년 3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이 수법으로 도우미들한테 모두 60억원을 갈취했다. 이들은 유성·둔산 관내 노래방 업주에게 ‘도우미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라는 문자를 발송했고, 연락이 오면 SNS로 모집한 만 18세 이하 가출청소년 350명을 도우미로 투입했다. 비슷한 기간 H파 조직원 5명은 ‘남자 도우미’ 80명을 모아 노래방에 투입해서 모두 14억원을 챙겼다. 남자 도우미는 여자들이 노는 노래방에서 ‘선수’로 불리며 여자 도우미보다 5000원 많은 시간당 3만 5000원을 받아 조폭에게 1만원씩 뜯겼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도우미들에게 후한 셈이다. 조폭은 돈벌이만 되면 일반인의 보도방 영업도 받아줬다. 대신 “우리가 이곳을 꽉 잡고 있으니 여기서 일하려면 돈을 내라” “민간인은 깡패 밑에서 일하지 않으면 이 일을 할 수 없다”면서 자기네 조폭 이름을 팔아 장사하는 대가로 수입의 절반을 빼앗았다. 유성·둔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Y파와 H파 조직원들이 20대 초반인 반면 당시 적발된 구도심 조폭 S씨는 42세였다. 그 지역 토박이인 S씨는 SNS가 아닌 인맥을 통해 도우미를 모았다. 도우미도 장기간 그 지역에서 일해 나이가 거의 30~40대로 베테랑이다. S씨는 도우미가 받은 시간당 봉사료 3만원 중 7000원만 떼는 인심(?)을 썼지만 2015년 1월부터 1년 10개월 동안 29억원을 챙겼다. 이 기간에 렌터카 11대를 빌려 보도방 도우미 조폭에게 재임대하는 방법으로 재미를 본 조폭도 있었다. 렌터카 업체에서 한 대당 매달 60만원에 렌터카를 빌린 뒤 보도방 조폭에게 150만원씩 받고 다시 임대해 모두 2억원을 챙긴 것이다. 김 대장은 “돈이 좀 있는 조폭이 하는 업종으로 보도방 조폭에게 하루 5만원 정도씩 받고 렌터카를 다시 임대해 돈을 버는 수법”이라고 설명했다.고준재 광역수사대 조직팀장은 “보도방 도우미 외에 대포차 거래, 인터넷 중고차 매매 사업도 요즘 조폭이 하는 사업이지만 미미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 노래방을 직접 운영하거나 음식점 등 평범한 업소를 운영하는 조폭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 팀장은 이어 “일부 조폭은 바지사장을 내세워 성매매업소 등을 운영하는데 문제가 됐을 때 도와주지 않아 바지사장의 밀고로 꼬리가 잡히기도 한다”면서 “옛날 조폭은 주먹과 의리, 요즘은 머리와 돈(사익)을 앞세운다”고 보았다. 한 경찰은 “대전 조폭은 1980년대 중반 J파를 시발로 볼 수 있는데 그때는 나이트클럽 영업권을 놓고 패싸움이 자주 벌어졌다”고 회고했다. 나이트클럽을 장악하면 술과 안주 등 판매권은 물론 조직원에게 웨이터 등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 보스의 영이 서 조직이 유지되고 조직원 관리도 쉬웠다. 당시에는 호텔 영업권 및 건설업체 강탈 등도 좋은 먹잇감이었다. 가짜석유 ‘신나’ 밀매는 2012년 전후 휘발유값이 ℓ당 2000원을 웃돌 때 한창 성행했으나 요즘은 이를 통해서는 부당 이득을 취하기 어려운 가격이 됐다. 조직 운영도 달라졌다. 적어도 대전에서는 보스가 굳건한 위계질서 아래 조직원을 먹여살리는 시대는 지났다. 조폭도 ‘각자도생’인 것이다. 보도방 도우미 사업도 몇몇 조직원끼리 모여 벌인다. 같은 조직에 있어도 사업(?)을 함께 하지 않으면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보스는 특정 사안에 대해 지시를 내릴 뿐 조직을 장악해 전체 조직원이 한데 움직이는 일은 드물다는 것이다. 대전 Y파는 조직원이 72명, H파는 52명으로 알려졌다. 유성과 둔산신도시 상권이 이들 세력 싸움의 거점이다. 대전경찰이 관리하는 조폭은 6개 파 210명이지만 Y·H파를 제외한 나머지 조폭은 주로 구도심에서 활동한다. 고 팀장은 “패거리문화와 과시욕, 보호심리가 강한 젊은 조폭이 많은 두 개 파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조직원이 대부분 나이가 들어 활동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했다. 김 대장은 “굵직한 이권 사업이 많은 수도권과 부산 등은 여전히 예전의 조폭 형태를 유지하면서 기업형 성매매 사업, 도박사이트 운영에 오락실, 사채시장, 경마, 건설업체 등에까지 손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대전은 생계형 조폭이 주류”라며 “건설 사업이 한창인 세종시는 공무원 도시에 대기업이 사업을 해 조폭이 개입할 여지가 적어선지 아직 조폭이 출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아름답구나, 폭우의 상처도 품고 흐르니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아름답구나, 폭우의 상처도 품고 흐르니

    미호천이란 이름을 들어 보셨는지요. 아마 올여름에 부쩍 많이 들은 이름일 겁니다. 미호천은 충북 청주와 진천 등의 주민들에게 젖줄 같은 강입니다. 삶의 터전이자 역사와 문화가 깃든 곳이지요. 올여름 미호천은 폭우로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 탓에 지금은 물가의 생명들이 누추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곧 원래의 모습을 회복할 겁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간을 그렇게 보내 왔으니까요. 그러니 지금 잠시 볼품없는 몰골이라 해서 그게 전부는 아닌 것이지요. ‘아름다운 강’ 미호천 일대를 돌아봤습니다. 상처 입은 강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여전히 너른 품을 사람에게 벌리고 있었습니다.미호천(美湖川)은 이름 그대로 크고 작은 모래톱과 여울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하천이다. 나라 안 대부분의 하천이 준설, 모래 채취, ‘녹차 라테’ 따위에 시달리지만, 미호천에선 그런 구간을 찾기 어렵다. 사람의 간섭이 적었다는 뜻이다. ‘삽질’과 개발이 능사인 시대에 이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다만 수질 오염의 소지는 여전하다. 하천 생태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시설과 도시가 곳곳에 웅크리고 있어서다.●미호천, 마이산~금강 90㎞ 흐르는 하천 충북 음성의 마이산에서 시작된 미호천은 세종시에서 금강과 합류될 때까지 약 90㎞ 정도를 굽이굽이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강의 원형을 곳곳에 펼쳐 놓는다. 이리 굽고 저리 휘는 동안 모래톱과 여울이 번갈아 나오고, 크고 작은 버드나무는 둑방을 따라 흐드러졌다. 이 강물에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가 산다. 1984년 미호천에서 처음 발견된 한국 고유의 어류다. 미호천에 많다고 해서 미호종개란 이름을 얻었지만 서식지 파괴와 수질오염으로 개체수가 급감해 절멸 위기에 놓였다. 우리 산하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황새 복원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도 바로 이 강의 상류 지역이다. 강이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야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독특하기로는 ‘포플러 장학금’이 가장 앞줄에 설 듯하다. 옛 청원군(현 청주시 청원구)에서 운용했던 ‘포플러 장학금’은 가난했던 1960년대 1만 4000그루의 포플러를 강외면 궁평리 미호천 둔치에 식재한 뒤 이를 목재로 팔아 조성했다. 당시 2000여명 정도가 이 장학금의 혜택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기리는 포플러 장학금 기념관이 옥화자연휴양림 안에 조성돼 있다. 미호천은 청주에서 세종시에 이르는 구간에서 강폭을 한껏 넓힌다. 증평의 보강천, 청주 무심천 등 여러 지류와 합쳐진 결과다. 한데 강폭과는 달리 웅숭깊은 풍경은 상류 쪽에 많다. 특히 진천군과 청주 오창읍 등의 구간에 빼어난 풍경을 빚어 놨다. 다만 강의 진면목을 살피기는 쉽지 않다. 접근로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 주변에 조성된 걷기 길이나 몇몇 관광지 등을 돌아보는 게 고작이지만, 이마저도 빼어나다. ●농다리 천년 이어온 비결은 지네 닮은꼴 모양 미호천 주변 볼거리 가운데 ‘전국구’ 관광지를 꼽으라면 단연 진천 농다리(충북유형문화재 28호)다. 국내 돌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꼽힌다. 고려 초에 축조됐으니 연혁이 천 년을 넘나든다. 미호천 상류의 농다리는 편마암의 일종인 자줏빛 자연석을 쌓아 만들었다. 길이가 얼추 94m에 달한다. 모양은 지네를 닮았다. 거대한 지네가 몸을 살짝 굽혀 물살을 가로지르는 형상이다. 현지 문화관광해설사는 이 같은 유연한 형태 덕에 미호천의 물살을 견디며 천 년을 이어 왔다고 설명했다. 농다리는 조성 당시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사료가 딱히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들만 전설처럼 전해질 뿐이다. 일반적으로는 고려 개국공신인 임희 장군이 처음 조성했고, 고려 고종 때 무인 임연이 개보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천군 태수를 지낸 신라 김유신의 아버지 김서현이 고구려에 전승을 거둔 것을 기념해 놓았다는 설도 있다. 오래된 다리일수록 이리저리 얽힌 사연도 많기 마련이다. 나라에 어려운 일이 닥치면 다리 일부가 소실된다고 하는데, 한국전쟁 당시 교각 5칸이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올여름 청주와 미호천 등을 할퀸 물난리 때는 교각 일부와 상판 세 개가 유실됐다. 후대가 이를 어떻게 기록할지 궁금하다. 농다리는 현재 통행이 금지된 상태다. 유실된 부분의 보수 작업을 거쳐 이르면 9월쯤 다시 출입이 허용될 전망이다. 농다리 너머에 정자와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정자에 앉아 굽이치는 미호천과 물 위로 놓여진 ‘검은 지네’를 보는 맛이 각별하다. 전망대 뒤로는 산책로가 놓였다. 이른바 ‘초롱길’의 하나로 초평저수지까지 연결돼 있다. 초평지는 미호천의 지류를 막아 축조했다. ‘미호저수지’라고도 불린다. 산책로 끝자락의 전망대에서 굽어보는 초평지 풍경이 빼어나다.●김유신 탄생지 진천… 계양마을에 생가 복원 진천은 흥무대왕 김유신의 탄생지다. 신라 진평왕 17년(595)에 만노군(신라 때 진천군의 이름) 태수를 지내던 김서현과 만명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진천 일대에 그와 관련된 유적지들이 몇 곳 있다. 미호천과는 거리가 있지만 역사 공부 삼아 찾아볼 만하다. 김유신 생가는 상계리 계양마을에 복원돼 있다. 김유신 탄생지 뒤편은 길상산이다. 산 정상 어름에 그의 태실지가 있다. 김유신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길상사는 탄생지에서 뚝 떨어진 벽암리 도당산 아래 있다. 초평지에서 좀더 아래로 내려가면 충북학생수련원이다. 이 일대에도 ‘인증샷’ 찍을 만한 곳이 많다. 이 앞을 흐르는 미호천의 다른 이름은 은여울이다. 은탄(銀灘)리는 이를 한문으로 쓴 행정 명칭이다. 이름만큼 맑고 고운 여울이 흘러간다. 팔결다리 주변엔 자전거 도로와 걷기 길이 조성돼 있다. 팔결다리는 청주와 옛 청원군 오창읍을 연결하는 다리다. 현재의 팔결교는 왕복 6차로의 도로를 이고 있는 큰 다리지만 옛 ‘팔결교’는 그보다 상류 쪽에 소박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1970년대 옛 팔결다리는 청주와 오창 주민들이 즐겨 찾는 피서지였다. 마땅히 갈 곳이 없던 시절 주민들은 물이 깨끗하고 모래사장이 너른 팔결다리 인근에서 천렵이나 물놀이를 즐기며 여름을 보냈다. 요즘도 천렵을 즐기는 이들은 종종 눈에 띄지만 수영을 하는 이는 찾기 힘들다. 미호천이 청주에서 흘러온 무심천과 합류되는 곳이 까치내다. 미호천의 여러 물줄기 가운데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곳이다. 강가엔 버드나무가 많다. 시골에서 살았던 이라면 누구나 버드나무 잔가지로 만든 버들피리의 추억을 하나쯤은 갖고 있을 터다. 청주 일대에선 이를 ‘호드기’라 부른다. 매끈한 가지를 골라 자르고, 껍질을 비틀어 줄기와 분리시킨 다음 적당한 크기로 자르면 버들피리 완성이다. 겨우 삘릴리 소리나 낼 정도지만 둑방길 걸으며 추억을 소환하기에 이만한 도구가 없지 싶다. ●연인들 인생샷 남기는 까치내 정북동 토성 까치내를 따라 걷기 길이 조성돼 있다. 문암생태공원 등 주변에 돌아볼 만한 곳도 있다. 까치내 위쪽엔 정북동 토성이 있다. 미호천변의 평지에 축조된 사각형의 토성이다. 삼국시대 초기인 2~3세기쯤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남북이 약간 긴 방형의 형태로 전체 길이는 675m 정도다. 정북동 토성은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촬영지다. 해거름에 펼쳐지는 서정적인 풍경을 담기 위해서다. 최근엔 청주 등지의 젊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 데이트 코스로 급부상 중이다. 초록빛 성터를 도란도란 걷거나 성벽 위의 소나무 한 그루를 배경 삼아 ‘인생 샷’을 남기기도 한다. angler@seoul.co.kr■여행수첩 →가는 길:농다리와 초평저수지 등 미호천 상류를 먼저 보겠다면 중부고속도로 진천 나들목, 정북동 토성은 오창 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빠르다. 까치내, 문암생태공원 쪽은 서청주 나들목이 다소 낫다.→맛집:공원당(255-3894)은 메밀국수(위)로 50년 넘게 명성을 이어 온 집이다. 중앙공원 옆에 있다. 남주동 해장국(256-8575)과 서문 해장국(224-5999)은 해장국으로 쌍벽을 이루는 집이다. 청주 사람들은 예부터 고추장 삼겹살을 즐겨 먹었다. 백로식당(273-0713)이 이름났다. 서문시장 안쪽에 삼겹살 거리(아래)도 조성돼 있다. 옛 방식대로 구워 내는 ‘시오야키’(삼겹살 소금구이)를 맛볼 수 있다. 진천 초평지 쪽에 붕어찜 집들이 몰려 있다. 송애집(532-6228), 배를 타고 들어가는 쥐꼬리명당(532-6647) 등이 알려졌다.
  • 성남 어린이들 “잠자리.매미 잡으며 자연을 배워요”

    성남 어린이들 “잠자리.매미 잡으며 자연을 배워요”

    성남시는 오는 16일부터 선착순으로 지역의 생태 체험장에서 자연 배움 프로그램( 24회분)에 참여할 유치원, 어린이집의 단체 신청을 받는다고 9일 밝혔다. 교육 대상은 5~7세 유아이며 회당 20~30명이 참여할 수 있다. 앞선 모집 기간(3.27~4.10)에 290회분 7250명(회당 평균 25명)의 신청을 받은 후에 우천, 미세먼지, 폭염 등의 사유로 취소된 24회차 분의 추가 모집 절차다. 참여 단체는 오는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기간에 양지동 실내 환경교육센터, 탄천 태평습지, 수내습지, 운중천 숯내저류지 중 원하는 곳에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다. 수정구 양지동 환경교육센터는 150㎡ 규모에 환경교육장, 회의실, 도서열람실, 민물고기·곤충표본 전시실 등을 갖췄다. 사진과 동영상을 활용한 이론 수업, 돋보기로 식물, 곤충 관찰하기, 식물 액자 꾸미기, 토끼풀 시계 만들기 등 자연놀이 학습을 병행한다.수정구 태평동에 2만4000㎡ 규모로 펼쳐져 있는 탄천은 성남지역 ‘생생’ 자연 학습장이다. 민물고기, 잠자리, 꼬리명주나비, 수서곤충을 관찰할 수 있는 19개의 인공 습지가 있다.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코스모스 단지, 겨울엔 우리 밀밭을 볼 수 있다. 분당구 수내교 상류에 있는 탄천 수내습지생태원은 자연 그대로의 6000㎡ 규모 습지와 그 환경을 관찰할 수 있다. 수련, 노랑어리연꽃, 황금조팝 등 야생화가 피어 있고 수질정화시설(3천t/일)이 있다. 분당구 삼평동 봇들마을 9단지 옆에 있는 운중천 숯내저류지는 6900㎡ 규모로 자연 조성된 빗물 저장소다. 장마 때 4만5000㎥ 가량의 빗물받이 역할을 해 하천 범람을 막는다. 저류지를 따라 산책로가 나 있고 부들, 곤충 등 자연 관찰거리가 많다. 참여를 희망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환경교육도시 에코성남 홈페이지(환경교육신청→어린이 생태체험학습)에서 교육 장소와 날짜를 선택해 신청하면 된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8월 위기설’ 車업계 통상임금이 ‘뇌관’

    ‘8월 위기설’ 車업계 통상임금이 ‘뇌관’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8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밖으로는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나는 등 어려움이 크고, 안으로는 내수 침체 속에 노조 파업, 한국GM 철수설 등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7일에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이 나온다. 최대 3조원의 임금 지급 여부가 이 판결에 달려 있어 결과에 따라 메가톤급 영향이 업계에 몰아칠 수 있다.국내 완성차 업계는 악재투성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내 불매운동으로 상반기 현지 판매가 47%나 감소했다. 이는 고스란히 실적 부진으로 이어져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1조 7618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기아차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5000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7일 재계에 따르면 ‘8월 위기설’의 핵심으로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이 지목되고 있다. 소송 금액이나 대상 인원에서 역대 최대 규모이고 향후 다른 대기업의 통상임금 판결에 미칠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 7458명은 2011년 “연 750%인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연장근로 등 각종 수당을 다시 계산해 지급하라”며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노조가 승소하면 회사는 3조원에 이르는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소송에서 질 경우 산술적으로 연간 1조원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해진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플랫폼과 연구개발은 물론 계열사로부터 자재 및 부품 공급 등도 공유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왔지만 자칫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아차의 적자 전환과 차입 경영이 이뤄진다면 현대차그룹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의 동반 파업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번 달 노조원들이 휴가를 마친 뒤 본격적인 ‘하투’(夏鬪)에 돌입할 예정이다. 당장 현대차 노조는 오는 10일과 14일 하루 4시간씩 부분파업을 하기로 했다. 8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여는 기아차 노조도 비슷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GM은 이미 지난달 17일 부분파업을 벌인 바 있다. 한국GM의 철수설도 다시 등장했다. 최근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GM의 철수 가능성을 거론했다. 산은이 한국GM 지분을 매각하는 올 10월 이후애는 사실상 철수를 견제할 세력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을 때마다 나타나는 것이 위기설이지만 이렇게 악재가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는 드물었다”면서 “8월 한 달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전체 국내 자동차 산업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혹성탈출’ 현실판?…자바섬 원숭이와 인간의 전쟁

    ‘혹성탈출’ 현실판?…자바섬 원숭이와 인간의 전쟁

    인류와 유인원과의 전쟁을 그린 할리우드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스크린 속 이야기 만은 아닌 것 같다. 최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인도네시아 당국이 원숭이의 공격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자바 섬에 군인과 무장경찰들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마치 영화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같지만 이는 원숭이로부터 자바 섬 주민들을 지키기 위한 인도네시아 당국의 고육지책이다. 잘 알려진대로 이 지역에는 긴꼬리 원숭이 등 수많은 원숭이들이 숲을 터전삼아 살고있다. 그러나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많은 원숭이들이 민간에까지 내려와 음식 등을 닥치는 대로 훔쳐먹게 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흉폭해진 원숭이들이 사람까지 공격하고 있다는 점으로 최근 자바 섬에서만 총 11명의 주민이 원숭이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었다. 특히나 이들 피해자 대부분은 어린이와 노약자들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80세 노인이 원숭이에게 발을 물려 살점이 뜯겼으며 이달 초에는 82세 할머니가 원숭이에게 가슴과 팔을 물려 무려 42바늘이나 꿰메는 중상을 입었다. 자바 섬 경찰서장 아리스 안디는 "원숭이들에게 공격받은 피해자는 대부분 노인"이라면서 "주로 집에 혼자 있다가 원숭이의 습격을 받아 피해가 더 크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의 원숭이는 인간에 대한 공포심이 없다"면서 "공격 숫자가 부족하면 떼거지로 다시 돌아와 주민들을 공격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피해가 속출하자 자바 섬에는 원숭이들로부터 주민을 지키는 테스크포스가 결성돼 무장 병력의 순찰이 강화됐다. 안디 서장은 "원숭이들이 마을로 내려와 말썽을 피우지 않는다면 충돌할 일이 없다"면서 "사람을 공격할 시 사살할 수 있다는 명령을 하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당국에 방침에 현지 동물보호단체의 반발은 거세다. 인도네시아 국제동물구조 단체 측은 "원숭이들이 민간에 내려오는 이유는 먹을 것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상업적인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가 주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자료사진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낚시로 잡은 대형물고기 가로채는 식인상어

    낚시로 잡은 대형물고기 가로채는 식인상어

    선상낚시를 하던 남성의 낚싯대에 잡힌 대형물고기를 식인상어가 가로채는 모습이 공개됐다. 야후뉴스가 2일 소개한 흥미로운 이 영상은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 만에서 촬영됐다. 공개된 영상은 한 남성이 낚싯바늘에 걸린 커다란 물고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형 물고기 ‘타폰’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남성이 기뻐할 틈도 없이 그 뒤로 또 한 마리의 물고기가 등장한다. 바로 ‘황소상어’다. 남성의 낚싯바늘에 걸린 타폰을 쫓아온 상어는 기어이 녀석의 꼬리 부분을 문다. 한바탕 상어와 전쟁을 치른 타폰을 물 밖으로 끌어올리자, 녀석의 꼬리 부분이 크게 잘려나가 있다. 이후 여러 마리의 황소상어가 타폰을 먹어치우는 모습으로 영상은 끝난다. 야후뉴스는 “운이 없는 강태공”이라며 “그가 잡은 타폰을 황소 상어가 뺏어 먹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황소상어는 사람을 공격하는 식인상어로 알려져 있으며 힘이 세고 성격이 포악하다. 다 자랄 경우 몸길이 4m, 몸무게가 550kg에 달한다. 사진 영상=야후 홈페이지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불운의 아이콘’ 김인경, 드디어 메이저 정복…10년 만에 ‘전성기’ 활짝

    ‘불운의 아이콘’ 김인경, 드디어 메이저 정복…10년 만에 ‘전성기’ 활짝

    프로골퍼 김인경(29)의 시대가 열렸다. 김인경은 한국 여자골프의 ‘황금세대’로 불리는 1988년생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동안 박인비나 신지애 등에 밀렸지만 올해는 김인경의 해가 되고 있다.김인경은 7일(한국시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첫 메이저대회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투어 생활 10년 만에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올 시즌 3승으로 다승 선두로 나섰다. 김인경은 유독 등락을 극명하게 보이면서 산전수전을 겪은 선수다. 2005년 US여자 주니어선수권 정상에 오른 그는 아마추어 시절이던 이듬해 12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공동 1위로 통과하며 정상급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2007년에 데뷔해 이듬해 10월 롱스드럭스 챌린지에서 첫 우승을 일궈냈고, 2009년 스테이트팜 클래식,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등에서 해마다 1승씩 거두며 존재감을 알렸다. 2011년에는 우승은 없었지만, 준우승 1회, 3위 3회 등 수준급 경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메이저대회와는 유독 인연이 없어 이번 대회 전까지 공동 10위 이내에 든 것이 12차례나 됐음에도 우승 맛은 보지 못했다. 준우승만 두 차례였다. 첫 메이저 우승의 감격을 맛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도 올해 전까지 공동 3위(2010년)를 포함해 톱10에만 세 차례 들었다. 특히 지금은 ‘ANA 인스퍼레이션’으로 불리는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30㎝ 파 퍼트’ 실수의 여파로 결국 우승을 놓친 장면이 너무 강하게 남아 ‘불운의 아이콘’으로 각인됐다. 이후 메이저대회는 물론 다른 대회에서도 좀처럼 우승하지 못하던 그는 2014년 7월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 ISPS 한다 유러피언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올라 슬럼프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레인우드 클래식에서 LPGA 투어 우승 갈증도 풀었다. 이 대회 이후 계단에서 발을 잘못 딛는 바람에 꼬리뼈를 다쳐 상당 기간 고생했으나 올해 6월 숍라이트클래식을 시작으로 그는 그야말로 전성기를 활짝 꽃피우고 있다. 숍라이트 클래식과 지난달 마라톤 클래식으로 올 시즌 유소연(27)에 이어 두 번째 다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인경은 이 대회에서 투어 생활 10년 만에 메이저 우승까지 추가하며 올 시즌 다승 선두(3승)로 나섰다. LPGA 투어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거둔 승수가 4승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성과다. 온갖 산전수전을 경험한 덕분에 김인경은 서른 즈음에 더욱 단단해진 모습이다. 올 시즌 선전의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면서도, 마라톤 클래식 우승 이후 “누가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고 밝힌 건 ‘무심’의 경지를 보여준다.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소감에서도 김인경은 나비스코 챔피언십 퍼트 실수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퍼팅을 놓친 게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은 아니라고 받아들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경기 시작 전에 많은 분이 우승할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저라도 저 자신한테 ‘우승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경기했더니 떨지 않고 침착할 수 있었던 같았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Mr. 소신? Mr. 배신?… 제2 제3 윤석열 나올까

    [관가 인사이드] Mr. 소신? Mr. 배신?… 제2 제3 윤석열 나올까

    윤석열(57) 서울중앙지검장에게는 두 가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배신과 소신, 상반된 이미지다. 조직 관점에서는 공개 석상에서 상관을 정면으로 들이박은 배신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부당한 상사의 명령을 거부한 소신파로 회자되고 있다. ‘제2·제3의 윤석열’이 공무원 조직에 속속 등장한다면 공조직의 민주화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키는 약이 될까, 아니면 상사의 영이 서지 않는 오합지졸 조직으로 전락하는 독이 될까.# 소신의 대가… 대구·대전 고검 한직 떠돌아 윤 지검장은 2013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 국정감사장에서 직속상관이던 조영곤(59) 중앙지검장의 외압을 폭로했다.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그는 조 지검장 재가 없이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시켰다. 상관 몰래 독자 판단에 따라 행동했다. 이에 대해 윤 지검장은 국감장에서 “국정원 직원들을 조사하던 중 (조영곤 지검장으로부터) 직원들을 빨리 돌려보내라는 지시가 계속 있었고 국정원 직원들을 석방하고 압수물을 돌려주라는 지시도 내려왔다”며 “상관의 위법한 지시를 따를 수 없었다”고 했다.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한다며 조 지검장을 비위 상관으로 몰아붙였다. 그의 폭탄 발언에 조 지검장은 눈물을 흘렸다. 당시 오간 말과 상하 간의 다툼은 전국에 생중계됐다. 소신의 대가는 컸다. 윤 지검장은 대구고검, 대전고검 등 한직으로만 떠돌았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 수사팀장으로 중앙무대에 복귀했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검찰청의 수장 자리까지 올랐다. 한 검찰 간부는 “윤 지검장 사례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며 “불합리한 상관 지시를 무조건 수긍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확산해 검사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만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조직 입장에서는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영혼이 없는 조직으로 비난받는 정부 부처에서도 ‘윤석열’이 나올 수 있을까. 대다수 공무원들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중앙 부처 간부는 “옷을 벗고 나가도 변호사를 할 수 있는 검사와 생계가 달려 있는 일반 공무원은 다르다”며 “윤 지검장은 소위 공무원답지 않은 사람이다. 공무원은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에 오랫동안 젖어 있어 윤 지검장과 같은 행동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른 간부는 “부당하거나 위법한 지시를 따르면 안 된다는 공무원 행동강령이 있어 이론적으론 가능하겠지만 윗사람 지시가 절대적인 조직 문화상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한 검찰 간부도 “항명은 드물긴 하지만 검찰의 독특한 면”이라며 “수사 중심인 검찰에서는 상관 지시가 공정 수사에서 벗어나면 소신껏 거부할 수 있지만 행정이 중심인 행정부에서는 힘들다”고 했다. # 승진 포기 좌천 감내… 조직에서 쉽지 않아 좌파 예술단체 지원 배제를 위해 작성한 ‘블랙리스트’ 문건으로 몸살을 앓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들도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한 간부는 “윤 지검장처럼 한다는 건 좌천도 감내하고 승진을 안 해도 좋다는 건데, 민간 회사도 마찬가지지만 공직사회에서 그렇게 하는 건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람들도 부당한 줄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윗사람을 거역한다는 건 공직생활을 그만한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간부는 “블랙리스트라는 게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하는 것이지,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누가 위법한 지시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했다 해고될 위기에 처한 사례도 있다. 모 정부 부처 소속 A씨는 2년 임기제 공무원이었다. 직속상관인 팀장이 어느 날 관공서 도서 제작에 입찰한 업체 중 특정 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업체 사람들도 사전에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라고 했다. A씨는 만날 의사도 없고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않겠다며 거부했다. 팀장은 상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 말이 많다며 사무실에서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A씨는 이후 1년 가까이 팀장에게 갖은 수모를 당했고, 팀 내에서 ‘왕따’로 지내야 했다. 팀장은 A씨 계약 기간 만료가 다가오자 연장도 해주지 않으려 했다. 다행히 A씨의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한 인사부에서 계약을 연장해 줬다. A씨는 “업체 선정은 제안서 평가 80%, 가격 평가 20%로 이뤄지는데, 팀장은 우호적인 심사위원들을 뽑은 뒤 특정 업체의 제안서 점수를 다른 업체보다 많이 줘 선정되도록 하라고 했다”며 “업체 선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건 명백한 불법이자 부당한 지시여서 타협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사, 고가평가 등 생사여탈권을 쥔 상사에게 항명하는 건 쉽지 않다”며 “솔직히 나도 죽다 살아났다. 천지개벽하지 않는 한 윤 지검장처럼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 “소신 행동 긍정효과… 또 다른 윤석열 가능성” 정부 부처에서도 ‘제2·제3의 윤석열’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외교부의 한 간부는 “윤 지검장의 소신은 공직사회에 교훈을 주는 귀감이 될 것”이라며 “정부 부처에서도 ‘윤석열’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공무원이 본인의 소신을 밝히는 문화가 확산된다면 공조직을 혁신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간부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윤 지검장 같은 공직자가 많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며 “명분이 뚜렷하다면 여론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취재에 응한 공무원들은 “다른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윗사람이 부당한 지시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대출채권 소각, 채권자와 채무자 간 균형 맞춰야/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월요 정책마당] 대출채권 소각, 채권자와 채무자 간 균형 맞춰야/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채권자가 제 동의 없이 집에 있는 곡물을 모두 가져가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이 항의에 함무라비 법전에서 채권자는 채무자 승인 없이 가져간 곡물 전부를 반환하고 채권도 취소한다. 이 법전이 만들어진 기원전 1750년쯤에도 채권자의 추심이 꽤 가혹했던 것 같다. 함무라비 왕은 채권자 우위의 사회에서 최소한의 채무자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을 법률에 담았다. 그러나 채권자는 채무상환에 실패한 채무자 가족을 노예로 삼을 수 있었다고 하니 고대사회는 채권자 우위의 사회였을 것이다. 현재는 채무 조정, 파산 등을 통해 채무자를 보호하지만, 채무를 갚지 못하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여러 경제활동 및 사회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또 시효를 연장해 가며 채무를 독촉할 수 있으므로 채권자 우위의 문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채무는 갚아야 하고 채권자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말 채무를 갚지 못할 상황인 사람에게도 채무를 갚지 못하면 평생 채무 불이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며 경제활동에 제약이 따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벼랑 끝에 내몰린 채무자에게도 사회 경제 활동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현재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포용적 금융’이다. 포용적 금융은 우리 역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한문학자 장유승씨의 일일공부에 보면 송필항이라는 사람이 숙종에게 올린 상소의 내용이 나온다. “큰 병에 걸린 사람은 원기가 소진되어 간신히 숨을 쉬니, 편안히 눕히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이며 회복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만약 흔들어서 정신을 어지럽히고 괴롭혀서 기운이 빠지게 하면 죽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백성이 진 빚은 남겨둬 봤자 국가의 재산이 될 수 없습니다. 허울뿐인 장부를 지키면서 진짜 원망을 초래하는 것과 허울뿐인 장부를 버리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낫습니까” 이 상소문의 핵심은 허울뿐인 장부를 지키는 것이 부당하다는 말인데 이는 결국 상환 능력이 없는데 계속 추심을 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이득이 없으므로 이러한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왕조 때도 상환 능력이 없으면 포용적 금융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있어 왔으며, 최근에 정부와 금융권이 추진 중인 소멸시효 완성채권의 소각이나 장기 소액 연체채권의 채무 경감 방안 모두 이러한 역사적인 고민과 일맥상통한다.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이미 법률적으로 시효가 완성된 채권이므로 추심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편법으로 시효를 부활시켜 채무자들에게 지속적인 추심을 가능케 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어 왔다. 이와 같이 편법으로 추심되는 소멸시효완성채권의 경우 사회질서 안정이라는 소멸시효 제도의 취지를 생각하면 소각하는 편이 맞다. 장기 소액 연체채권의 경우에도 채권자의 권리는 보호돼야 하므로 상환 능력이 있다면 원칙적으로 채무는 끝까지 이행해야 한다. 다만 철저하게 심사를 했는데도 상환 능력이 없다면 포용적 관점에서 채권자에게 극단적 피해가 없는 한 채무자가 사회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국가적 이익에 부합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상환 능력이 없다 하더라도 장기 소액 연체채권을 정리해 주면, 기존에 힘들게 상환해 온 사람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으며, 사회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일리 있는 지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환 능력 심사를 제대로 해서 정말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장기 소액 연체채권을 정리한다면 도덕적 해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정책에 정답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환 능력이 없는 채무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복잡하게 얽혀 있던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 버린 알렉산더 대왕의 선례를 참고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 ‘안정’ 다음엔 ‘파격’?… 檢 개혁 메시지 담은 인적쇄신 촉각

    3차장은 ‘기수파괴’ 물갈이 유력… 우병우 라인 문책성 인사 관측도 문재인 정부가 고강도 검찰 개혁을 예고한 가운데 이르면 이번 주 차장 및 부장검사급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될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단행된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인사가 어느 정도 조직 안정에 무게를 뒀다면 이번 중간간부 인사에서는 특별수사라인 축소와 직급 하향 등 검찰 개혁 차원에서 파격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6일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는 고검 검사(차장·부장)급 인사 발표를 위한 최종 인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관심이 쏠리는 곳은 주요 공안·선거 사건과 공직비리·부패범죄 특별수사를 각각 책임지는 서울중앙지검 2·3차장검사 자리다. 이 자리는 전임 이정회(51·사법연수원 23기) 2차장과 이동열(51·22기) 3차장이 지난달 27일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공석이 됐다. ‘정치 검사’라는 꼬리표가 자주 붙는 2차장에는 공안통이 거론되지만 일각에선 특수통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앙지검 특수3부장 등 특수부 경력이 많은 박찬호(51·26기) 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3차장은 특별수사 ‘전공자’들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25기인 윤대진(53) 전 부산지검 2차장이 중앙지검 1차장에 발탁된 만큼 2·3차장 역시 기수를 뛰어넘는 파격 인사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중앙지검 특수1부장, 수원지검 특수부장을 지낸 김후곤(52·25기) 대검 대변인과 특검에서 윤석열 중앙지검장과 호흡을 맞춘 한동훈(44·27기)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이 거론된다. 새 정부의 검찰 조직 개편 방향이 드러날 대검 핵심 중간간부 보직도 관심이다. 검찰총장 직속으로 범죄정보 수집을 지휘해 온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의 개편 가능성이 높다. 인원이 축소되거나 직급이 낮춰질 것이란 분석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달 25일 취임 직후 대검 범정기획관실에 수사관의 원대복귀를 지시하고 사무실을 사실상 폐쇄했다. 총장 직할인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역시 검사장인 단장 직급을 차장검사급으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3차장 후보군 중 한 명이 차기 단장에 보임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밖에 이른바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되거나 박근혜 정부 시절 비판을 받았던 수사를 맡았던 검사에게는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난달 검사장급 인사가 안정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인적쇄신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번 중간간부 인사에서는 검찰 개혁에 대한 메시지가 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고속도로 교통상황…피서객 몰린 강원도, 극심한 정체

    고속도로 교통상황…피서객 몰린 강원도, 극심한 정체

    8월의 첫번째 휴일인 5일 오후 강원 지역으로 휴가를 떠나는 피서객들이 몰리면서 교통 정체가 극심하다.오후 2시 기준으로 강릉 방면 면온 인근에서 평창 나들목 5.8km와 평창 IC에서 평창휴게소까지 4.8km 구간에서 교통 체증을 빚었다. 인천방면도 대관령에서 진부까지 12.9km, 진부에서 속사 나들목까지 6.6km 등에서도 차량들이 정체되고 있다. 완전 개통한 지 한 달이 지난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많은 차량이 한꺼번에 몰려 지정체 구간이 늘어나고 있다. 양양방면 서종 나들목에서 설악 나들목까지 12.8km, 서울방면 남춘천∼강촌 8.9km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여름 피서철을 맞아 동해안을 따라 이어진 7번 국도 양양∼속초 구간에 한때 차량이 꼬리를 물고 늘어서 답답한 흐름을 보였다. 계곡 진입도로나 여름 휴가철 축제장 주변도로도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이날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문화마을과 화천읍 붕아섬에서는 ‘토마토축제’와 ‘미니쪽배 콘테스트’가 열리고 있다. 홍천에서는 맥주축제가 열리는 등 도내 크고 작은 축제장마다 피서객 차량이 몰려 붐볐다. 이밖에 속초와 인제 등으로 향하는 44번 국도와 춘천·양구 등으로 가는 46번 국도도 차량 통행이 계속 늘어나는 등 도내 곳곳에서 온종일 지정체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힙알못’ 구원할 한국 힙합의 바이블

    ‘힙알못’ 구원할 한국 힙합의 바이블

    한국힙합 에볼루션/김봉현 지음·수이코그림/윌북/180쪽/1만 5800원몇 년 전만 해도 힙합은 변방이었다. 물론 아이돌 음악 등에 양념으로 뿌려지며 익숙해지고는 있었다. 그래도 다중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낯설었다. 그런데 어느새 중심으로 훅 들어왔다. 음악 판에서만 맴도는 게 아니다. 미술과 패션, 라이프 스타일에까지 녹아 있는 힙합은 사회 문화적으로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이제 힙합은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을 오르내리고 청소년들은 걸어다니며 스스럼없이 랩을 내뱉고 래퍼들의 행동거지를 따라한다. 벌써 6년째를 맞은 ‘쇼 미 더 머니’를 시작으로 ‘언프리티 랩스타’, ‘힙합의 민족’, ‘고등래퍼’ 등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힙합 판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왜 힙합에 열광할까. 대부분 남의 얘기가 아닌 바로 자신의 얘기를 들려준다는 점을 꼽는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 힙합의 그러한 특성이 청춘을 입 닥치고 있으라며 사회 주변부로 내모는 ‘지금’과 맞아떨어져 빅뱅을 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 더.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이 없더라도, 단지 시대를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내뱉는 것만으로도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통쾌한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여전히 ‘힙알못’(힙합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힙합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힙알못들을 구원해 줄 바이블을 내놨다. 힙합이 움튼 1989년의 ‘김삿갓’(홍서범)에서부터 주류 문화로 진입한 2016년의 ‘작은 것들의 신’(넉살)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한국 힙합의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단 한 곡을 골라 감칠맛 나는 글투로 정리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저자 스스로 반박하거나 다른 힙합 전문가의 반박을 보태며 한국 힙합의 유전자 지도가 풍성해진다. 자연스럽게 힙합 전문 용어에 익숙해지는 것도 이 책의 미덕. 90여컷에 달하는 그라피티 일러스트와 인포그래픽이 즐거움을 보탠다. 힙합의 모든 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속가능을 위해 변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힙합이 그동안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와 약자를 공격하는 데 표현의 자유를 사용해 온 경향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누군가는 ‘예술에 제약이나 검열은 없어야 한다’는 말로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르지만 이건 조금 다른 문제다. 세상에는 힙합이라는 예술보다 더 크고 중요한 보편적인 가치가 있다. 힙합 역시 이 가치에 기여하는 쪽으로 진보해야 한다. 그 가치란 차별이나 억압, 혐오가 아니라 평등과 인권, 사랑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악천후 속 비행기 정비하던 직원 낙뢰 사고…기적적 생존

    악천후 속 비행기 정비하던 직원 낙뢰 사고…기적적 생존

    미국의 한 공항 활주로에서 비행기를 정비하던 공항 직원이 벼락을 맞는 사고를 당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NBC뉴스 등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 있는 사우스웨스트 플로리다 국제공항에서 일어났다. 당시 공항 직원 어스틴 던(21)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악천후 가운데 활주로에 세워진 비행기 아래서 정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을 보면, 꼬리 날개에 벼락이 수직으로 꽂히고 기체 전체에서 강한 불꽃이 일어난다. 기수 쪽에서 작업 중이던 어스틴은 피할 새도 없이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어스틴은 화상을 입고 뇌출혈을 일으켰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의료진은 “10억 볼트에 이르는 고압 전류에 감전되고도 생존한 것은 기적”이라고 밝혔다. 항공당국은 폭풍이 예고된 상황이었던 만큼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했는지 조사 중이다. 사진·영상=NBC News/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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