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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자진사퇴 요구”

    “국토부 고위 관계자가 자진사퇴 요구”

    구 사장 “사퇴 거부하자 해임안 추진”해임안 가결 땐 법적 대응 의사 밝혀 인국공 사태 책임성 경질이냐 묻자“유구무언”… 꼬리 자르기 일환 시사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진 사퇴를 요청받았고, 이를 거부하자 해임안이 추진됐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실제 해임될 경우 법적 대응까지 나서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인천공항의 직접고용 사태를 해결하지 못해 해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유구무언”이라고 답하면서 본인의 해임이 ‘인국공 사태 꼬리 자르기’의 일환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구 사장은 16일 인천공항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월 초 국토부 고위 관계자와 서울 모처 식사 자리에서 자진 사퇴하라는 요청을 들었다”며 “바로 나갈 수 없다면 해임 건의를 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진 사퇴에도 명분이 필요해 이유를 물었더니, 이유도 얘기 안 했다”며 “직접고용 논란을 마무리 짓고 싶은 만큼 내년 초까지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가 해임안을 의결하면 법적 대응도 나설 의사도 밝혔다. 구 사장의 해임안이 진행되는 표면적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난해 10월 태풍 미탁이 북상할 때의 행적 논란이다. 당시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국회는 태풍 관련 현장 대응이 중요하다며 공공기관 기관장들이 국감장을 떠나도록 했다. 하지만 당일 구 사장이 인천공항 주변이 아닌 경기 안양의 자택 부근 식당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구 사장은 이에 대해 “서울 톨게이트 근처에 다다랐을 때 기상특보가 해제되는 등 비상 근무할 원인이 사라져 인덕원 근처에서 지인을 만나 식사했다”며 “그러다 비서실 측 연락이 와 영종도에 대기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 공항 근처 사택으로 돌아와 대기했고, 지인에게 준 내 법인카드로 밥값 22만원이 긁힌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사내 인사와 관련해서도 구 사장은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구 사장은 인사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한 한 직원의 사내 메일 발송에 대해 “CEO의 인사권을 조롱하고 인격을 모독했다”며 해당 직원을 직위해제했다. 그는 최근 ‘인국공 사태’의 책임을 물어 경질하려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유구무언이라 답했다. 그는 “추측은 하는데 말할 순 없고 같이 추측해 달라”면서도 “정규직 전환 발표 당시 노조가 길을 막으며 몸을 압박해 3개월간 통원 치료도 받고 있는데 관계기관에서는 격려나 위로도 없이 해임한다고 한다”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인국공 사태’ 구본환 “국토부 자진사퇴 종용…해임시 법적 대응”(종합)

    ‘인국공 사태’ 구본환 “국토부 자진사퇴 종용…해임시 법적 대응”(종합)

    구본환 인천국제공항 사장 기자회견 “정규직 전환 애썼는데 자르려 해”“인사철이면 노조서 청탁해왔는데혁신 차원서 받아주지 않자 반발한 것”靑주도 정규직 전환 ‘꼬리자르기’ 시각도국토교통부의 해임 건의안을 받은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이달 초 국토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자진해서 사퇴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왜 나가야 하는지 이유는 듣지 못했다”며 해임시 법적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국토부는 구 사장에 대한 감사 결과 부적절한 처신이 발견돼 해임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공사는 지난 6월 보안검색 요원의 직고용을 두고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어 꼬리자르기가 아니냐는 등 해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부 감사 지적은 명분에 불과” 구 사장은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운영 위원회에서 해임안을 의결하면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토부는 구 사장에 대한 감사 결과 부적절한 처신이 발견됐다며 기획재정부에 해임을 건의한 상태다. 구 사장에 대한 해임안은 다음주 중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구 사장은 “국토부가 보낸 감사 결과도 내용은 모르고 제목만 안다”며 “하나는 ‘국감 당시 태풍 부실 대응 및 행적 허위보고’이고 다른 하나는 ‘기관 인사 운영에 공정성 훼손 등 충실 의무 위반’인데 두 사안 모두 해임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구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두 사안에 대해 억울하다며 조목조목 해명하며 국토부 감사 지적은 해임을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인국공 사태’ 책임 경질인지는 말할 수 없고 같이 추측해 달라” 구 사장은 최근 ‘인국공 사태’의 책임을 물어 경질하려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추측은 하는데 말할 순 없고 같이 추측해 달라”면서도 “정규직 전환 발표 당시 노조가 길을 막으며 몸을 압박해 3개월간 통원 치료도 받고 있는데 관계기관에서는 격려나 위로도 없이 해임한다고 한다”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 사장은 또 “인사철이 되면 노조위원장이 찾아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며 인사 청탁을 했다”면서 “처음에 두 번 정도는 참고했는데 인사 혁신을 통해 이를 들어주지 않자 반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지난 6월 비정규직인 공사 보안검색 요원 1902명을 청원 경찰로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공사 노조는 물론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공사에서 손쉽게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는데 대해 상대적 박탈감과 형평성 문제 등이 논란을 일으키며 취업 준비생들을 중심으로 큰 반발을 샀다. 최근에는 보수 성향 교수단체가 구 사장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구 시장에 대한 해임이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 채용은 구 사장의 뜻이 아니라 청와대 차원에서 추진한 일인데 논란의 책임을 구 사장에게 모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공항 내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국토부 “해임 추진 이유는 감사 내용 때문” 반면 국토부는 해임 추진 이유에 대해선 감사로 확인된 내용 때문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국토부는 언론보도를 통해 구 사장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감사를 벌여 왔다. 아직 감사 최종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문제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사장은 한 직원이 부당한 인사를 당했다며 해명을 요구하자 오히려 이 직원을 직위해제하는 등 직원에 대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구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태풍 미탁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며 조기 퇴장했지만 그날 저녁 경기도 안양 사택 인근 고깃집에서 법인카드를 쓴 사실이 알려졌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라진 핸드폰 되찾아 열어보니 원숭이 ‘셀피’와 동영상

    사라진 핸드폰 되찾아 열어보니 원숭이 ‘셀피’와 동영상

    말레이시아의 남자 대학생이 집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는데 다음날 집 뒤쪽 정글 야자수 아래에서 찾았다. 전화기에는 원숭이의 셀피 사진과 동영상 등이 담겨 있었다. 원숭이는 휴대전화를 먹어 삼키려 하는 것 같았다. 남부 조호르 주의 바투 파핫에 사는 컴퓨터 공학과 졸업반 자크리즈 로드지(20)가 화제의 주인공. 소셜미디어에 올렸더니 단연 눈길을 끌었다. 소동이 시작된 것은 지난 12일 늦은 아침이었다. 오전 11시쯤 일어났는데 스마트폰이 사라졌다. 누군가 훔쳐 갔다고 로드지는 생각했다. 그는 “강도가 든 것 같지는 않았다. 무엇엔가 홀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사라진 정확한 경위는 누구도 모른다. 어떻게 원숭이 사진과 동영상이 저장됐는지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영국 BBC도 15일 그의 전화에 저장된 동영상을 공유했는데 영상이 촬영된 시간은 휴대전화가 사라진 날 오후 2시 1분으로 나온다. 원숭이는 먹어 삼키려 하는 것 같고, 밝은 녹색 잎사귀와 새들이 뒤에 비치는 가운데 카메라를 노려보기도 한다. 다음날 오후까지도 전화기를 찾지 못했다. 아버지가 집 뒤쪽 정글에 원숭이가 있다며 의심스럽다고 했다. 해서 전화를 걸어봤다. 뒷마당에서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정글에서 벨 소리가 들려왔다. 야자수 아래 진흙이 묻은 상태로 발견됐다. 삼촌이 훔쳐 간 도둑의 사진이 찍혀 있을 것이라고 농을 했는데 깨끗이 닦고 사진갤러리를 열어보니 “빵 터지듯 원숭이 사진 등이 좌르르 뜨는 것이었다.”그는 원숭이가 일부러 휴대전화를 훔쳐 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동생들이 열어둔 침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원숭이가 먹는 것인가 싶어 들고 갔을 것이라고 했다. 로드지는 트위터에 “한 세기에 한 번 볼까말까한 어떤 것”이란 글과 함께 사진과 동영상을 올렸고, 수천 건의 좋아요!가 달렸고 현지 언론에 보도까지 됐다.그런데도 놀랍게도 로드지의 짐작과 달리,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고 방송은 전했다. 2017년에 영국 사진작가는 짧은꼬리원숭이가 찍은 셀피 사진 때문에 동물보호단체와 2년이나 법정 다툼을 벌였다. 2011년 인도네시아 정글에 살던 나루토란 짧은꼬리원숭이가 몬머스셔주 출신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의 카메라를 주운 다음 셀피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당연히 슬레이터는 이 사진이 자기 소유라고 생각해 소셜미디어에 널리 공유했다. 하지만 동물보호 자선단체 페타(Peta)는 셔터를 누른 동물이 저작권을 갖고 있으니 자신들에게 기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미국 법원은 동물이 저작권 보호 주체가 될 수 없다며 페타의 소송을 기각했다. 대신 슬레이터는 나루토의 사진 덕에 수입이 발생하면 25%를 나루토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에 사는 짧은꼬리원숭이들을 보호하는 비용으로 쓰이도록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이행됐는지에 대해선 방송은 전하지 않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범고래가 배를 공격하는 사례 급증…코로나19 간접 영향?

    범고래가 배를 공격하는 사례 급증…코로나19 간접 영향?

    지능이 높은 바다 포유류인 범고래가 사람이나 배를 공격한 사례는 거의 보고되지 않았지만, 지난 7월부터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 사이를 가로지르는 지브롤터 해엽에서는 범고래 무리가 배를 공격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가 13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29일 지브롤터 해협에서 스페인 국적의 전장 14m짜리 4인승 요트 한 척이 범고래 9마리에게 습격을 당했다. 당시 선원 빅토리아 모리스(23)는 생물학을 전공하고 뉴질랜드에서 항해술을 배울 때 우호적인 범고래에 익숙해 이 만남이 기뻤지만, 이내 범고래가 공격하자 공포감으로 변했다고 밝혔다.범고래의 충돌로 요트는 옆으로 180도 회전하면서 키와 엔진이 파손돼 움직일 수 없었다. 모리스와 동료들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구명보트를 준비하고 해안 경비대에 구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범고래 무리의 지속적인 공격 속에서 이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 사이 이들 범고래는 서로 의사소통하듯 큰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모리스는 동료들과 얘기할 때마다 소리를 질러야 했다. 모리스 일행은 1시간 반여 만에 구조됐고 이들이 탔던 요트는 연안까지 견인됐다. 그리고 요트의 파손 상태를 검사한 결과, 하부 키가 완전히 파손돼 사라졌고 곳곳에는 범고래들이 깨문 것으로 추정되는 이빨자국도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오랜 기간 지브롤터 해협에서 사는 범고래 개체군을 추적 관찰해온 세비아대 해양생물연구소의 호시우 에스파다 연구원은 “범고래들이 유리섬유로 된 키를 파손한 것은 미친 짓이다. 난 이들 범고래가 새끼 때부터 성장해온 모습을 봤기에 이들의 삶을 알고 있다”면서 “이런 공격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에스파다 연구원에 따르면, 범고래가 배를 뒤쫓는 일은 드물지 않고 때때로 키를 물어 배를 끌어당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어디까지나 범고래들에게 놀이라서 키를 실제로 부수거나 배를 들이받는 행동은 이례적이다. 따라서 이 연구원은 이들 범고래의 공격이 어떤 스트레스가 원인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시사했다.하지만 모리스 일행의 사례는 지브롤터 해협에서 사는 범고래가 배를 공격한 유일한 사례가 아니었다. 이 해협에 있는 항구 도시인 바르바테 근해에서는 지난 7월 하순부터 8월에 걸쳐 범고래 무리가 배에 충돌했다는 사례가 종종 보고됐다. 물론 범고래들과의 조우가 반드시 공격으로 발전한 것은 아니지만, 범고래들에 의해 키가 파손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모리스와 대화한 현지 고래 전문가 에세키엘 안드레우 까사야 연구원은 “이것은 매우 이상한 사건이다. 난 그들이 공격할 생각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 세계의 범고래 전문가들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에 동의하며 똑같이 놀라움을 표명하면서도 이들 범고래가 무언가에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추정했다. 지브롤터 해협의 범고래는 개체 수가 현저하게 감소해 현재 남아 있는 수는 50마리 정도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감소가 계속하면 곧 멸종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이 점에 대해 까사야 연구원은 지브롤터 해협은 범고래들에게 최악의 장소라고 지적했다. 해운의 주요 길목인 지브롤터 해협에는 가뜩이나 좁은 이 해역에 많은 배가 드나들 뿐만 아니라 범고래를 보기 위한 관광 보트도 지나다닌다. 관광 보트는 범고래를 뒤쫓기 위해 속도나 거리 규제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어 범고래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스트레스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 범고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은 주로 참다랑어를 포획하는 어선이다. 지브롤터 해협에서는 참다랑어 잡이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범고래들 역시 참다랑어를 주요 먹이로 삼고 있어 2005~2010년에 걸쳐 참다랑어 개체 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이들 범고래의 개체 수도 급감했다. 게다가 낚싯줄이나 그물에 의해 범고래가 다치는 사례도 많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어부가 범고래를 공격하기도 한다고 일부 자연보호론자들은 주장한다. 즉 어부와 범고래는 모두 참다랑어를 쫓는 라이벌이라고도 할 수 있는 관계로, 어부가 전기가 흐르는 막대로 범고래를 놀라게 하거나 불이 붙은 휘발유통을 집어던지고 또는 등지느러미를 칼로 내리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지브롤터 해협에 사는 범고래 중에는 인위적인 흉터를 지닌 개체도 적지 않다.물로 이런 스트레스는 예전부터 계속됐지만, 몇십 년간 범고래들은 배를 공격하지 않았다. 따라서 범고래가 갑자기 공격적으로 변한 이유는 올해 들어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간접적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팬데믹 당시 지브롤터 해협에서는 어선과 화물선 그리고 관광 보트 등의 통행량이 급감해 2개월여 동안에 걸쳐 바다는 그 어느 때보다 잠잠했다. 그런데 팬데믹이 진정되자 다시 해협의 교통량이 증가했고 이것이 범고래를 자극해 화가 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범고래가 배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브롤터 해협 주변의 선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범고래에 위험한 존재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에스파다 연구원은 우려한다. 이미 스페인 환경부에서는 전문가들로부터 범고래 보호 계획이 제시되고 있으며 바르바테 근해에서는 수중에 소음을 발생하는 활동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또 앞서 범고래 공격 사례를 보고한 모리스 선원도 대학에 돌아가 범고래 등 해양 생물학에 관한 연구를 하기로 하는 등 많은 사람이 지브롤터 해협의 범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인사권 남용 탓? 인국공 사태 무마용?…국토부, 인천공항공사 사장 해임 추진

    인사권 남용 탓? 인국공 사태 무마용?…국토부, 인천공항공사 사장 해임 추진

    국토교통부가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대한 해임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15일 “최근 구 사장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기획재정부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다음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구 사장의 해임안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그동안 구 사장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감사를 벌여 왔다. 구 사장은 지난 2월 한 직원이 ‘부당한 인사를 당했다’며 해명을 요구하자 오히려 이 직원을 직위해제하는 등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구 사장이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국정감사 때 태풍 ‘미탁’이 북상함에 따라 철도·도로·공항 관련 공공기관장에게 현장에서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 구 사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일찍 퇴장한 뒤 공항 외곽을 점검하고 영종도 사택에서 머물렀다고 보고했으나, 이후 인천공항 주변이 아닌 경기 안양의 자택 부근 식당에서 법인카드를 23만원가량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6월 보안검색요원 근로자 1900여명을 청원경찰 형태의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회사 안팎의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는 구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6월부터 불거진 ‘인국공 사태’를 무마하기 위한 정부의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구 사장은 “법인카드 문제는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소명했던 내용인데 이 사건을 가지고 또 문제 삼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다이노+] 화산 폭발 후 그대로 묻혀…1억2500만 년 전 신종 공룡 발견

    [다이노+] 화산 폭발 후 그대로 묻혀…1억2500만 년 전 신종 공룡 발견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에서 거의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공룡 화석 두 마리분이 현지 농민에 의해 발견됐다. 15일 미국 라이브사이언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두 공룡 화석은 모두 같은 신종으로, 약 1억2500만 년 전 백악기에 서식했다. 놀라운 점은 보존 상태가 매우 좋다는 것. 이에 대해 관련 연구자들은 “이들 공룡은 잠자는 동안 화산 분화 활동이 발생해 그대로 파편에 휩쓸려 즉사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신종 화석은 현재 랴오닝 고생물박물관에 보관돼 있으며, 연구에는 중국과 벨기에 그리고 아르헨티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신종 공룡의 몸길이는 1.1m 정도로 이구아노돈이나 이른바 오리주둥이 공룡으로 불리는 하드로사이우루스류와 같은 조각류(ornithopod)의 초기종으로 분류된다. 강한 뒷다리와 길고 단단한 꼬리가 있어 걸음이 매우 빨랐던 것으로 추정된다.신종 공룡은 중국어로 랴오닝의 영원한 수면을 뜻하는 ‘창미아니아 랴오닝겐시스’(Changmiania liaoningensis)로 명명됐다. 또한 발견 장소나 화석의 자세에서 이들 공룡은 구덩이를 파 거처를 만드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사례는 처음은 아니지만, 공룡 중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행동이다. 이에 대해 벨기에 왕립자연과학연구소의 파스칼 고데프로이트 박사는 “이 공룡의 목과 앞팔은 매우 짧지만 튼튼한 견갑골은 굴을 파는 습관을 지닌 현생 동물의 것과 비슷하다. 코끝은 땅을 파기에 좋은 삽 형태”라면서 “아마 오늘날 토끼처럼 굴을 파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 때문에 이들 공룡은 잠든 사이 땅속 굴이 무너져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화석이 출토된 루자툰(Lujiatun 중국어: 陆家屯)층에서는 과거에도 화산 폭발로 죽은 공룡 화석이 발견됐기에 전문가들은 이곳을 “백악기판 폼페이”라고도 부른다. 신종 공룡의 사인은 굴 안에서 자던 중 화산 토석류에 묻혔다는 가설이 유력하지만, 분화 뒤 불안정한 토양에 구멍을 파 잠자는 동안 천장이 무너졌을 가능성도 높다. 그래도 이들 공룡이 평온하게 잠든 모습을 보면 고통 없이 즉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들이 죽을 줄도 모르고 자고 있던 것으로 그야말로 영원한 수면이라는 이름에 걸맞다고 볼 수도 있겠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피어제이’(PeerJ) 최신호(9월 8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사설] 일본 ‘스가 시대’ 개막, 한일 관계 원칙 지키며 유연해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어제 일본 집권 자민당의 총재로 선출됐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 394명과 자민당 지부연합회 대표 141명 등이 참석한 총재 투표에서 스가 장관은 유효투표 534표 중 377표를 얻었다. 그는 내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제99대 총리로 선출된다. 스가의 당선은 일찍부터 예견됐다. 자민당 7개 파벌 중 주요 5개 파벌이 그를 지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스가 대세론을 형성했다. 스가 총재는 아베 정권 계승을 표방했다. 따라서 징용 판결을 둘러싼 시각 차이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등으로 악화한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스가는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한일 관계의 기본이라며 “국제법 위반에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 판결이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이라는 기존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며, 앞으로도 한일 양국의 의견 대립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12일 일본 기자클럽이 주최한 자민당 총재 후보 공개 토론회에서 “중국과 한국 등 인접 국가들과의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양자택일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접촉해 상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외교를 하겠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의 해법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발언이다. 실제로 스가 차기 총리는 ‘아베의 그림자’라는 인식을 어떻게 떨쳐 버리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로 꼽힌다. 스가 총재는 외교면에서 아베 총리에게 퇴임 이후에도 조언을 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한일 관계에서 아베 총리가 밟았던 강경 노선을 밟는다면 ‘외교 문외한’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일본의 고립을 자초할 것이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원한다면 스가 시대의 일본은 달라져야 한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2일자 사설에서 한국과의 정상적인 대화 재개와 수출규제 강화 철회를 지적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가 체제는 아베 총재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까지 별다른 변수 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후 총선에서 자민당이 대승을 거두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이후에도 집권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일본에 새 체제가 들어선 만큼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고위급 대화 재개를 제의하는 등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과거사 문제는 일본의 분명한 사죄를 전제로 시간을 두고 협상으로 풀어 가는 한편 경제·국방 분야는 국익 차원에서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중일 정상회담 등의 기회에 양국 정상이 서로 신뢰를 확인하고 출구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승자 없이 끝난 의사파업… 국가고시·동맹휴업 문제 해결해야

    승자 없이 끝난 의사파업… 국가고시·동맹휴업 문제 해결해야

    의사의 책무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이것 외에 다른 모든 설명은 사족이자 보충 설명에 불과하다. 2500년 전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그렇게 사람 살리는 일에 종사했고 의학의 아버지가 됐다. 나이팅게일이 크림 전쟁에서 보여 준 자기희생적인 활동은 국경을 넘어 피아를 포용하는 인류애의 실천이었다. 그 정신 위에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나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고 있고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그 헌신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그런데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중심으로 한 정부 정책에 의사들이 반대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최장기 장마와 태풍에 코로나 재확산까지 겹친 8월에 의사들의 집단적인 진료 거부가 더해지면서 매우 힘겨운 여름철이 돼 버렸다. 이 고통스러운 상황은 정부와 여당이 의사협회와 합의를 이루면서 원칙적으로 종결됐지만, 의사 파업이라는 말로 진행된 의사들의 진료 거부는 다른 분야의 파업과 다르고 과거 두 차례 의사들의 파업과도 성격을 달리한 것이었다. ●의사 단결력만 확인… 환자 볼모 정부 압박 강행 많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의사협회는 왜 파업으로 맞섰을까. 막상 파업이 시작됐을 때 의사협회에 소속된 개업의들은 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을까. 전공의와 전문의들의 파업 강도가 예상보다 높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와 의사협회가 합의안을 만들어 파업을 종료한 다음에도 의대생들이 국가시험을 거부하고 동맹휴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점을 바꾸어서, 코로나 국면에서 정부가 굳이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등의 정책을 추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음 두 가지다. 전공의들이 코로나가 재확산되는 국면에서 중환자실과 응급실까지 포기하는 극단적인 파업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이 과정에서 의사 집단을 제외한 사회 모든 분야의 공식적인 반대와 국민의 싸늘한 여론에 맞서면서까지 파업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앞 질문에 대해서는 의사와 전공의, 의대생들의 분노가 그만큼 컸을 것이라는 추정으로 갈음하자. 그러나 이 점에 동의하더라도 뒤의 질문에는 답변이 궁색하다. 의사를 제외한 모든 의료계가 반대하고 국민들이 반대하며 의사 집단 내부에서도 반대가 존재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파업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번 파업이 정부의 항복을 요구하는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무리한 것이었다. 원칙적으로 누구든 정부의 정책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극단적인 반대 행동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나쁜 조건에서도 정부는 정부이고 사회집단보다 강하다. 그러므로 특정 집단이 정부를 상대로 전면적인 대결을 감행할 때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집단 내부의 강력한 단결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정부의 정책적 혹은 도덕적 결함을 이용해야 한다. 셋째, 언론과 사회집단을 포함한 국민 여론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의사 파업을 검토해 보자. 첫째 조건인 내부 단결력. 사후적으로 드러났지만 파업을 통해서 의사 집단의 단결력이 확인됐다. 둘째 조건인 정부의 결함. 정부의 총체적인 부패와 같은 도덕적 결함은 확인되지 않았고 의대생 증원 정책에서도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셋째 조건인 국민 여론. 의사 집단을 제외하고 누구도 파업을 지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단체들은 파업에 반대했고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의견이 확인됐다. 결국 의사 집단 내부의 단결력 외에는 유리한 여건이 없었다. 사회와 고립된 의사 집단이 단순한 의견 제시나 정책적 반대의 수준을 넘어 무리하게 파업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전공의들은 중환자실과 응급실의 환자를 버리고 파업에 참여했고 그 시각 응급실을 찾아 헤매던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정부에 대한 효과적인 공세나 여론의 지지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유일한 강점인 내부 단결력을 바탕으로 정부에 대한 최대 압박을 동원하기 위해 중환자를 인질로 삼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해 버린 것이다.●정부, 양보로 패배 자인하는 식으로 파업 끝내 전공의들이 중환자실 환자를 버리고 파업을 강행한 행위는 “환자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최우선의 가치로 고려”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으로 앞으로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다. 그 상황에서 의사들은 파업력을 높이기 위해 간호사들의 동참을 요청했지만 간호협회는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비윤리적인 행동을 비판하면서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다”는 나이팅게일 선서에 따라 파업 참여를 거부했다. 보건의료노동조합도 의사들의 파업을 비판했다. 결국 파업에서 누구도 승리하지 못했다. 정부와 의사 모두 명백하게 패배자가 됐다. 정부가 패배한 이유는 필요한 소통이 결여된 채 상황에 맞지 않게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정 운영에 대해서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로서는 패배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양보를 통해서 파업을 종료함으로써 상황의 악화를 방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스스로 패배를 자인하는 방식의 해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패배했는데도 의사 집단이 승리자가 되지 못한 이유는 파업의 무리함 때문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정부와 사회집단 간 대결에서 사회집단이 명백하게 승리하지 않는 한 최종적인 승리는 정부에 귀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정책 집행의 주체이며 사회집단과 달리 영속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 파업이 정당하든 부당하든 파업 상황에서는 의사 집단의 영향력이 발휘되겠지만 파업이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한 후에는 영향력이 소멸될 뿐만 아니라 파업의 부당성과 문제점이 강하게 부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합의안이 발표되던 날 의사들이 승리한 것으로 간주됐지만 사실이 그렇지 않다는 징후는 바로 드러났고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이다. 그런데 의사협회와 전공의들이 파업을 끝내고 현장으로 복귀한 자리를 의대생들이 대신 지키는 엉뚱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들이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고 자탄하면서 국가시험을 거부하고 동맹휴학을 지속하는데, 파업을 선도한 선배 의사나 전공의들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어느 국립 의대의 교수가 의사 파업의 원인을 의사들의 피해의식, 엘리트주의, 위계적 조직문화 세 가지로 정리했다. 이 세 가지 요인은 의사들 내부의 단결력을 강화해 파업을 시작하는 동력이 됐지만 동시에 국민으로부터 고립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요인을 배경으로 파업에 동참한 의대생들은 정보가 부족하고 상황 인식이 결여된 상태에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돼 적시에 파업에서 철수하지 못한 채 홀로 남아 불이익을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의대생들을 파업으로 내몰아 놓고 방치해 버린 의대 교수, 선배 의사와 전공의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이다. ●의료문제 심각성 노출… 대안 찾기 시간 걸릴 듯 이제 파업은 끝났다. 파업을 계기로 의료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고 대안이 모색되겠지만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의대생들의 국가고시와 동맹휴업 문제는 즉시 해결해야 한다. 국민 여론이 싸늘하고 구제에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이 있다는 것도 모르진 않지만 정부와 어른들이 학생을 상대로 싸워서는 안 된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고 제자를 이기는 스승이 없다는 경구를 다시금 확인하면서 의대생들에게 새 출발의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의대생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집단논리에 빠진 선배들이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하고 의대생들에게 교훈이 필요하다면 교육과정을 통해 해결할 일이다. 이것이 정부의 자세이고 어른의 방식이며 교육의 관점이다. 정부의 신속하고도 포괄적인 해결을 촉구한다. 상지대 총장
  • [특파원 칼럼] 사회를 분열시킨 아베의 언어들/김태균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사회를 분열시킨 아베의 언어들/김태균 도쿄특파원

    “지나간 과거를 되돌아본다고 해서 혹은 이전 정권을 비판한다고 해서 현재 우리가 직면해 있는 위기와 과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2012년 12월 26일 제2차 집권을 시작하면서 가진 기자회견 서두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거대한 자연재해와 리더십 부재 등으로 일본 사회가 크게 혼란스럽던 시기에 지도자로서 자신의 역량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한 말이겠지만, ‘이전 정권을 비판한다고 해서’라는 부분은 ‘네편 내편’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사회통합에 매진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이후 8년간 그가 보여 온 말과 행동을 보면 당시의 이 발언이 정권 탈환의 기쁨에서 나온, 그저 형식적인 위선의 언어가 아니었나 하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아베 총리야말로 과거 일본의 어떤 지도자보다 세상을 ‘아군’과 ‘적군’으로 가르는 분열의 리더십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그는 곱하고 더하기보다는 나누고 빼는 ‘분단’과 ‘배제’의 정치에 지도자로서 에너지를 허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니는 분열의 상징어는 아무래도 2017년 7월 1일 도쿄 도의원 선거 당시 유세 때의 ‘이런 사람’ 발언이다. 당시 아키하바라에서 가두연설을 하던 도중 야당 지지자들로부터 “그만둬”, “돌아가” 등 연호가 나오자 아베 총리는 그들을 가리키며 “이런 사람들에게 져서는 안 된다”고 분노를 발산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 주기는커녕 ‘이런 사람’이라는 말로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국민의 범주에서 잘라내 분단의 저편으로 보내버린 것이다. ‘악몽 같았던 민주당 정권’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지지층 결집을 위해 즐겨 활용하는 것도 여와 야를 동행이 아닌 투쟁과 제압의 대상으로만 보는 인식 구조를 잘 드러낸다. 대법원 징용배상 판결을 빌미로 한국에 전에 없는 경제보복을 가한 것은 그의 분열 지향성이 내치를 넘어 외교로 확대된 단면이다. 지난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나왔을 때 일본의 지식인들이 발표했던 성명의 제목 ‘한국은 적(敵)인가’는 그의 피아 구분에 대한 더할 나위 없이 적확한 표현이었다. 오는 16일 총리 취임이 확실시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분열의 리더십 측면에서는 아베 총리와 비슷한 면이 많았다. 자신에게 순응하는 인사와 그렇지 않은 인사를 명확히 구분하며 사람들을 대했다. 따뜻한 성품의 소유자로 인식하는 사람도 많은 반면 냉혹한 인물로 기억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이유다. 정부 관료 인사에 절대적인 권한을 휘둘렀던 그는 말 잘 듣는 관료는 승진과 보직에서 최대한 우대하고,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관료는 지방이나 한직으로 날려 버리기로 유명했다. 관료사회는 자연스럽게 분열될 수밖에 없었다. 언론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2월 아베 총리 개인비리 의혹과 관련한 물음에 답변을 피하는 그에게 기자가 문제를 제기하자 “당신에 답할 필요가 없다”고 신경질적으로 말한 뒤 회견장을 나갔다. 진지한 논의와 설명보다는 기득권을 가진 ‘나’와 ‘내 편’의 위세에 기대 일을 만들어 가는 편가르기는 아베에서 스가로의 정권 승계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자민당 내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이 일찌감치 스가 장관 쪽에 줄을 선 것은 아베·스가 특유의 ‘네편 내편’ 논리가 가져올 불이익의 무서움을 다들 잘 알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크게 논란이 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휴가 문제를 둘러싼 의혹에서 나타난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아베 정권의 분열의 리더십을 지적하고 있자니 ‘너희나 잘하세요’라는 일본 언론의 반박이 나올까 불안해진다. windsea@seoul.co.kr
  • [애니멀 픽!] 메기 vs 뱀 두 마리…서로 먹고 먹히는 기묘한 순간

    [애니멀 픽!] 메기 vs 뱀 두 마리…서로 먹고 먹히는 기묘한 순간

    인도에서 메기 한 마리가 자신을 습격한 두 뱀에게 맞서다 이들 동물이 서로 먹고 먹히는 상태가 된 기묘한 순간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10일(현지시간) 최근 마디아프라데시주(州) 카나 국립공원에서 한 남성이 위와 같은 순간을 포착한 놀라운 사진들을 소개했다.공개된 사진과 영상은 메기 한 마리가 바위틈에 매달린 한 뱀과 서로 머리를 반쯤 물고 있으며 이 물고기의 꼬리를 또 다른 뱀 한 마리가 물고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은 현지 공원 내 리조트 직원이자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간시얌 반와레는 지난 7월 19일 이와 같은 모습을 목격하고 촬영했다고 말했다. 반와레는 또 “첫 번째 뱀이 호수에서 메기를 물어 들어 올리고 있을 때 두 번째 뱀이 물에서 튀어 올라 메기 꼬리를 물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메기는 살려는 의지가 강했다. 내 열정과 취미는 보기 드문 순간을 찍는 것이고 이 순간보다 드문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라면서 “뱀과 싸우는 물고기를 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기 꼬리를 물고 있던 뱀이 지쳐서 다시 물속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이들은 거의 30분 동안 이 기묘한 자세로 멈춰 있었다”면서 “몇 분 뒤 메기가 이리저리 꿈틀거리기 시작하자 위에 있던 뱀은 슬그머니 달아났다”고 덧붙였다. 작가에 따르면, 그 후 메기 역시 물속으로 되돌아갔고 두 뱀 모두 사냥에 성공하지 못한 채 어디론가 갔다. 메기를 두고 싸우던 두 뱀은 흔히 아시아 물뱀(Asiatic water snake)으로 불리는 체크무늬 유혈목이(checkered keelback)로 독이 없는 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뱀은 몸길이가 50~75㎝까지 자라며 인도 등 아시아 여러 지역의 기슭과 늪에서 서식한다. 호주의 거친비늘뱀(rough-scaled snake)과 가장 비슷하며 주로 물고기나 개구리 또는 파충류알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간시얌 반와레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반격’ 조수진 “윤미향·김홍걸·이광재도 재산신고 문제 있다”

    ‘반격’ 조수진 “윤미향·김홍걸·이광재도 재산신고 문제 있다”

    ‘11억 재산신고 누락’ 논란 조수진 페북에 글“여당 의원도 다수 재산문제 선관위 신고 돼”4·15 총선 당시 재산신고에서 11억원 상당액을 누락해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자신과 같은 비례대표 출신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의원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의원은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강원도지사 출신 이광재 의원 등 다수 여당 의원들도 재산신고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與·여당 2중대, 정치신인도 아닌데 문제” 조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여러 법조인이 여당, 여당 2중대 의원들을 선관위에 신고했다고 알려왔다”면서 “여당 지역구 의원 총선 공보물과 이번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대조하니 전세권 누락, 부동산 미신고, 예금·비상장주식 미신고 등 다양한 문제가 보인다고 한다”고 밝혔다. 재산신고 누락 문제로 자신의 공격했던 여당을 겨냥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반격하는 모양새다. 조 의원은 이광재 의원을 비롯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상직 의원, 의정부지검장 출신 김회재 의원, 판사 출신 최기상 의원, 광역단체장 비서실장 출신 문진석·허영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했다. 그는 “정치 신인이 아닌 국회의원, 기관장 등 수차례 공직자 재산신고를 경험했던 의원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말했다.“1주택 공천 기준 맞춰 빼고 신고했다면유권자 속인 것… 허위사실공표로 처벌” 이어 “총선 당시 민주당이 제시한 1주택 공천 기준에 맞춰 의도적으로 빼고 신고했다면 지역 유권자를 속였다는 얘기”라며 “총선 이후 재산 내역이 달라졌다면 허위사실공표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기존에 재산신고를 해온 일부 여당 의원들의 경우 의도적으로 신고를 누락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비례대표 초선 후보로 갑작스럽게 재산신고를 준비하는 과정에 실수가 있었다”는 자신과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조 의원은 또 김진애 양정숙 김홍걸 이수진 윤미향 의원 등 여권 비례대표 의원들도 선관위 신고 대상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의혹 제기’ 김용민 인사하자 “소름 끼쳐”“정치 시작했다면 비열하게 하지 말자” 그는 또 다른 페이스북 글에서 자신의 재산 관련 의혹을 제기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고생 많으셨다’며 처음으로 인사를 청했다고 전하며 “정치, 이왕 시작했다면 최소한 비열하게는 하지 말자. 소름이 끼친다”고 적었다. 당시 김 의원은 “조수진 의원이 총선 때 재산이 18억 5000만원이라고 했지만 이번 공직자 재산신고를 보니 재산이 11억 5000만원이 증가한 30억원이었다”고 지적한 뒤 “불과 5개월 만에 현금성 자산이 11억원이나 늘어난 것을 단순 누락으로 볼 수 없다”며 선관위의 철저한 조사와 고발을 촉구했다. 조 의원은 또 자신의 아파트에 한 방송사가 찾아와 탐문하고 갔다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에 이어 딸까지 의혹에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도 일개 야당 비례 초선 때려잡아 보겠다고 혈안이 돼 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남국 겨냥 “군 미필자가 별 3개를 달 수 없다는 걸 모르는 의원 있네” 한편 조 의원은 3성 장군 출신인 같은 당 신원식 의원이 “군 미필자가 별 3개를 달 수 없다는 걸 모르는 의원이 있는 것 같아 한 방 놔달라”며 김남국 민주당 의원을 따끔하게 혼내달라고 부탁한 사실을 소개했다. 앞서 김남국 의원은 “(추미애 장관 아들) 공격은 국민의힘에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야당 주장은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라고 비판했다. 이후 군 미필자는 국민의힘보다 오히려 민주당 쪽이 많다는 역풍이 거세게 불었다. 조 의원은 “하루이틀도 아니고, 매번 ‘아니면 말고’식, 대체 이게 무슨…”이라며 혀를 찬 뒤 “그래도 응원한다. 김용민, 김남국 의원 등 그대들이 있어 국민의힘, 힘이 솟는다”고 조소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재산 누락 신고 조수진 의원 “피의자 아냐”

    재산 누락 신고 조수진 의원 “피의자 아냐”

    지난 4월 총선 때와 당선 뒤 공직자 재산신고 차이가 11억원 이상으로 재산을 누락신고 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본인은 피의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나는 피의자가 아니다”라며 “더불어민주당과 2중대에 넘쳐나는 그 수많은 피고인도 아니다”라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조 의원은 “재산 3분의 1을 ‘실수로’ 누락?…‘묵묵부답’ 조수진”이란 MBC 보도에 대해 “MBC가 방송장비를 챙겨 내가 사는 아파트에 쳐들어왔다고 한다”라며 “보통 몇시쯤 나가고 몇시쯤 들어오냐 등등 별별 것을 물었다고 한다”고 반발했다. 조 의원은 자신을 범죄자처럼 몰아가려는 보도라며 상식이 있는 사람은 속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추미애 장관 아들에 이어 딸까지 의혹에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도 일개 야당 비례 초선 때려 잡아보겠다고 혈안이 돼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조국, 추미애, 윤미향, 유재수, 울산시장 선거공작 사건, 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 등엔 그토록 관대하더니 기가 막힌다”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야당 비례 초선의원 꼬투리잡아 짓밟으려해도 정국은 정부-여당 맘 먹은대로 흘러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직 무법부(조국) 장관은 딸에서 아들로 의혹이 옮겨붙더니, 현직 무법부(추미애) 장관은 의혹이 아들에서 딸로 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녀들의 특혜 청탁 의혹에 대해 “김남국 의원 등 작금의 더불어민주당 초선들은 작년 이맘때 대검찰청 앞에서 진을 치고 ‘조국 사수’를 외친 대가로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이 됐다”며 “이번엔 (추 장관 아들 군대 휴가 특혜 의혹 등에 대해) 용산 국방부 앞에 진을 칠까. 선거도, 공천도 없는데 이번에도 결사옹위 할까”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조 의원은 총선 출마때 선거관리위원회와 당선 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한 재산 신고 차이가 11억원 이상 난 이유에 대해 “비례후보 지원서류를 혼자 너무 갑작스레 준비하다 실수가 빚어졌다”며 “공직자 재산신고에선 주변의 도움 외에 금융정보 동의 등 처음 활용하는 시스템을 통해 저와 가족의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신고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하나뿐인 푸른 별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하나뿐인 푸른 별

    지구가 아프다. 여름 내내 계속되던 장마가 끝나니 태풍이 연거푸 올라온다. 강풍에 아파트 베란다 창문이 깨지고, 공사장 철제빔이 내려앉고, 아름드리나무가 뿌리째 뒤집힌다. 인류가 부를 쌓고 남보다 근사하게 살기 위해 경쟁하며 더 많은 생산, 더 많은 소비에 박차를 가한 결과다. 과학자, 환경운동가들은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고 외친다. 하지만 과연 기업이 생산량을 줄일 수 있을까, 우리가 이제 당연하게 여기게 된 편리함과 물질적 만족을 포기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문다. 예술가들도 기후 변화를 경고하기 위해 나섰다. 덴마크의 설치미술가 올라프 엘리아손은 그 선두에 있는 작가다. 2003년에 발표한 ‘기후 프로젝트’는 테이트 모던의 터빈 홀 전체를 인공안개로 채우고 거대한 노란 해를 띄워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 작품들은 더 직설적 화법으로 대중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4년에 시작한 ‘아이스 워치’ 시리즈가 그것이다. 엘리아손은 그린란드에서 가져온 거대한 얼음덩이 수십 개를 광장에 배열했다. 오가는 사람들은 얼음을 만지고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러는 동안 얼음은 녹아서 점점 작아지고 마침내 사라진다. 작품은 말한다. “그린란드의 빙하도 이 순간 이렇게 줄어들고 있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화가들의 작품은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데에 이용되고 있다. 낭만주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장엄함에 주목한 유파였다. 18세기 말 질풍노도운동이 독일어권을 휩쓸 때 스위스의 화가 카스파어 볼프는 알프스의 그린델발트를 다니며 드로잉과 유화 170여점을 그렸다. 이 그림도 그중 하나다. 거대한 초록색 빙하가 화면을 뚫고 우리를 덮칠 것 같다. 판화업자는 볼프의 그림들을 판화로 제작해 책으로 엮어 냈으나 팔리지 않았다. 화가는 가난 속에 생을 마쳤지만, 그가 그린 빙하, 계곡, 동굴, 고사목 그림은 사진이 없던 시절에 지구 환경을 기록한 소중한 자료로 남았다. 과학자들은 그 그림들을 이용해 빙하가 줄어드는 속도를 계산해 냈다. 이 아름다운 빙하가 그림으로만 남게 되지는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 태산이다. 미술평론가
  • [오늘의 눈] LG - SK 여론전 그만하고 법정서 싸워라/이영준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LG - SK 여론전 그만하고 법정서 싸워라/이영준 산업부 기자

    “그래서 도대체 누가 잘못한 거야?” 지난 주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기술 특허를 놓고 벌인 ‘이전투구’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은 대체로 이랬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놓는 양측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 편에 서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도 양측은 ‘내 기술을 가져갔니, 안 가져갔니’ 하며 지독한 진실 공방에만 몰두했다. 언론을 통해 형성된 여론이 한쪽 손을 들어주는 것도 아니기에 사실상 불필요한 감정싸움에 지나지 않았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 특허 놓고 이전투구 두 기업의 갈등은 이미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익을 생각해 우리 기업끼리 싸우지 말라”는 진정성 있는 제언도 이제 싸움의 빌미가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서울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관련 소송에서 승기를 잡은 LG화학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백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승부로 경기를 끝내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아무런 근거 없이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건 SK를 배터리 시장에서 아예 퇴출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두 사기업 간의 소송전에 개입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중재를 사실상 포기했다. “두 기업이 수천억원의 소송 비용을 써 가며 싸우는 동안 중국 기업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소용이 없다. 두 기업의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1년 넘도록 싸우는 와중에도 각각 2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일제히 전기차 생산 체제로 전환하면서 배터리 수요가 높아진 터라 양사 갈등이 사업 확장엔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결· ITC 결정 따르는 것이 해결책 상황이 이렇다면 두 기업 사이 갈등의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다. 바로 법정이다. 법정에서 실컷 싸우고 ITC의 결정과 법원의 판결에 따르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깔끔한 해결책이다. 불복하면 항소 등 법적 권리를 행사하면 된다. 지금처럼 답 없는 여론전으로 동네방네 떠들며 싸우는 모습은 기업의 이미지를 깎아 먹고 국민의 짜증지수만 높일 뿐이다. 갈등의 핵심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 건은 다음달 5일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결과는 아직 모른다. 민사소송인 만큼 ‘합의’라는 선택지도 여전히 살아 있다. 양사는 사전 합의가 가능한 배상금과 패소 혹은 기각됐을 때 떠안게 될 피해액을 비교해 어느 선택지가 기업 경영에 부담을 덜 줄지 계산해 최종 입장을 정하면 된다. 국민은 두 기업의 상호 비방과 진실 공방이 아니라 누가 잘못했는지 결과만 알면 충분하다. the@seoul.co.kr
  • ‘빠삐용’ 곰, 탈출 끝에 또 잡혀… “7000V 전기 펜스도 무용지물”

    ‘빠삐용’ 곰, 탈출 끝에 또 잡혀… “7000V 전기 펜스도 무용지물”

    유럽 전역에 ‘수배령’이 내려졌던 갈색 곰이 결국 꼬리를 잡혔다. 영국 가디언의 7일 보도에 따르면 ‘M49’라고 명명된 큰곰은 몸이 흑곰보다 거대한 것이 특징이며, 갈색곰 또는 불곰으로도 불린다. 몸무게 149㎏·생후 4년인 이 큰곰은 지난 7월 27일 이탈리아 북부 트렌토 지방에 있는 야생보호구역을 탈출했다. 이 곰은 올해 4월은 물론이고 과거에서 여러차례 전기가 흐르는 울타리를 탈출한 것으로 악명이 높아 현지에서는 ‘빠삐용’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사람을 해칠 것을 우려해 사살 명령이 내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이에 당국이 전기가 흐르는 울타리를 강화하고 공격성을 낮추기 위해 거세까지 했으나 탈주 욕망까지는 막지 못했다.이 곰은 무려 4m 높이의 장벽과 7000V의 전기가 흐르는 전기 울타리 3개를 뛰어넘고 유유히 숲으로 사라졌다. 이후 인근 마을에서 가축을 잡아먹는 등 피해를 낳아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유럽 전역에 ‘수배령’이 내려졌던 이 곰은 탈출한 지 42일 만에 다시 붙잡혔다. 수색팀은 곰에 부착해 둔 GPS 장치로 위치를 파악해왔고, 동물을 포획할 때 쓰는 포획장치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세계 최대규모의 자연보호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은 붙잡힌 곰을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WWF 트렌토 지부 측은 “이 곰은 인간에 대한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 한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 과거에 동물원 일부 시설에만 피해를 줬을 뿐 단 한 번도 사람을 공격한 적이 없다”면서 “감시가 필요할 뿐이지 가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트렌토 시 대변인은 “곰이 인간과 가축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당나귀와 염소, 소 등이 곰에게 죽었다”면서 “곰이 너무 야생화돼 숲으로 돌아가려는 본능이 강하다”고 전했다. 해당 지역에서의 곰과 관련한 사고 발생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6월, 트렌토 시에서 북쪽으로 50㎞ 떨어진 지역에서 산책 중이던 부자가 야생 곰의 습격으로 부상을 입었다. 이에 당국은 곰에 대한 사살 명령을 내렸고, 동물단체들은 이를 취소할 것을 주장했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카슈끄지 살해범에 최고 징역 20년형 확정…약혼녀 “정의를 조롱한 판결”

    카슈끄지 살해범에 최고 징역 20년형 확정…약혼녀 “정의를 조롱한 판결”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거세게 비판한 유명 언론인이었던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피고인 5명에게 사우디 법원이 징역 20년형을 확정했다고 BBC방송 등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나머지 1명은 징역 10년형, 다른 2명은 7년형을 선고받았다. 피고인들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카슈끄지의 터키인 약혼녀는 “정의를 조롱한 판결”이라고, 유엔 특별보고관도 “정의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진행된 1심에서 5명에게 사형이 선고됐지만 이번엔 형벌이 크게 감형됐다. 카슈끄지의 아들 살라와 형제들은 지난 5월 “전능한 신의 보답을 기원하면서 아버지를 살해한 사람을 용서한다”고 법원에 밝히면서, 피고인 5명이 사형에서 징역 20년형으로 낮춰졌다. 나머지 3명도 형량이 줄었다.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의 살해에 가담한 혐의로 11명을 기소했지만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 실권자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최측근이자 정보기관 2인자였던 아흐마드 알아시리 등 3명은 지난해 12월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 석방되고, 왕세자의 최측근 사우드 알카흐타니는 기소되지도 않았다. 이에 국제 인권단체는 ‘꼬리자르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카슈끄지 약혼자 하티제 젱기즈는 이날 성명에서 “오늘 사우디가 보여준 판결은 정의를 완전히 조롱한 것”이라며 “사우디 당국은 누가 자말의 살해를 계획하고, 명령했는지, 그의 시신은 어디에 있는지 등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물음에 답하지 않고 사건을 덮었다”고 비판했다. 또 아그네스 칼라마르드 유엔 특별보고관은 “카슈끄지가 희생된 것은 사우디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계획된 처형’”이라며 “왕세자를 포함한 고위급에 책임이 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들에 대한 사형이 선고되지 않은 것을 환영하면서도 “이번 판결은 법적, 도덕적 정당성이 없고,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와는 별도로 터키 법원은 피고인 20명에 대해 궐석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이었던 카슈끄지는 미국에서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2018년 10월 2일 터키인 약혼녀와 혼인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받으러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사우디에서 온 ‘협상팀’에 살해됐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사우디 법원, ‘카슈끄지 살해’ 일당에 사형→징역 20년 감형 확정

    사우디 법원, ‘카슈끄지 살해’ 일당에 사형→징역 20년 감형 확정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이 왕실에 비판적이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 5명에게 징역 20년형을 확정했다고 국영방송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사형이 선고된 데에서 대폭 감형된 것이다.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이었던 카슈끄지는 미국에서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그는 터키 국적의 약혼자와 결혼하기 위해 2018년 10월 2일 관련 서류를 받으러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사우디에서 온 ‘협상팀’에 잔혹하게 살해됐다. 당시 총영사관에 들어갔던 카슈끄지는 이후 다시는 총영사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시신조차 찾지 못한 것이다. 다만 카슈끄지가 살해되던 순간을 녹음한 파일 내용이 공개되면서 국제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당시 국제 인권단체는 사우디 왕실의 실세 권력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의 살해에 가담한 혐의로 11명을 기소했지만 배후로 지목되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최측근 3명은 지난해 12월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 석방됐다.국영방송은 지난해 12월 1심에서 나머지 8명 중 5명에게 사형이 선고됐지만, 올해 5월 카슈끄지의 유족이 종교적 관용을 베풀어 사형을 집행하지 말라고 법원에 탄원한 뒤 감형됐다고 설명했다. 살해에 공모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나머지 1명은 이날 징역 10년형을, 다른 2명은 7년형을 받았다. 각 피고인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건이 벌어진 터키 법원에서도 관련 피고인 20명에 대한 재판이 궐석으로 진행 중이다. 이들 중에는 사우디 정보기관의 2인자였던 아흐마드 알아시리 등 사우디 검찰이 기소한 11명과 무함마드 왕세자의 최측근 사우드 알카흐타니도 포함됐다. 사우디에선 지난해 12월 재판에서 알아시리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석방됐고 알카흐타니는 기소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는 ‘꼬리자르기’식 판결이라면서 사우디 사법부가 왕실에 종속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카슈끄지 살해와 관련, 사우디 왕실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하지 않았고 사전에 계획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으며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결정된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여기는 남미] 아르헨 교수, 비대면 수업 중 쓰러져 코로나19로 사망

    [여기는 남미] 아르헨 교수, 비대면 수업 중 쓰러져 코로나19로 사망

    코로나19에 감염된 아르헨티나 대학교수가 온라인 강의를 하다가 사망했다. 숨을 쉬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교수를 지켜본 학생들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발생했지만 뒤늦게 알려진 사건이다. 아르헨티나 기업대학(UADE)의 정치학 교수 파올라 데시모네(여, 46)는 이날 여느 때처럼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통해 강의에 나섰다. 코로나19가 무섭게 번지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선 모든 대학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게 그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하던 교수는 갑자기 "숨을 쉴 수 없어... 숨이 막혀..."라면서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숨을 쉴 수 없다며 몸을 가누지 못하는 교수를 지켜본 학생들은 구급대를 부르기 위해 "교수님! 자택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빨리 주소를 알려주세요"라고 저마다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교수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끝내 답을 하지 못했다. 교수는 "(숨이 막혀 말을) 할 수 없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국 사망했다. 디시모네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였다. 하지만 경증환자로 입원치료 대신 자가격리 중이었다. 앞서 그는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코로나19에 걸렸는데 (경증이지만) 4주째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의사인 남편은 매일 녹초가 되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코로나19가 갈수록 확산하고,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디시모네 교수의 죽음은 그의 마지막 수업에 참가했던 학 학생이 동영상을 SNS에 올리면서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충격적인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코로나19가 이렇게 무서운 전염병이구나. 끔찍하다", "경증이라도 안심할 수 없는 코로나19,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른다"는 등 인터넷엔 코로나19가 새삼 두려워졌다는 반응이 꼬리를 물었다. 대학 측은 공식 성명을 내고 교수의 죽음을 애도했다. 대학은 "15년간 우리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가르친 디시모네 교수는 열정이 넘치는 교육자였다"면서 "대학의 이름으로 교수의 사망을 애도하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한편 동영상 공개가 부적절하다는 비난이 일자 학생은 동영상을 삭제했다. 대학 관계자는 "교수의 사망 장면을 공개한 건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면서 "동영상을 유포한 학생이 누군지 확인한 후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창덕궁 후원 끝자락에 남은 효명의 예악정치

    창덕궁 후원 끝자락에 남은 효명의 예악정치

    창덕궁 후원 깊은 곳에 큰 살림집이 숨어 있으니 연경당이란 건물이다. 1828년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가 창건했는데 당시의 모습은 현존 건물과는 전혀 다르다. ‘동궐도’에 그려진 이 집은 기록에 남아 있는 유일한 왕실전용 극장식 연회장이었다. 효명은 이 집을 직접 짓고, 이곳에서 종합공연인 ‘진작례’를 총지휘했고, 본인이 손수 창작한 노래와 무용들을 선보였다.●18세 효명세자의 대리청정 조선조 23대 순조의 권력은 허약했고 인생은 외로웠다. 아버지 정조가 49세로 급서해 11세 나이로 즉위했다. 계증조모 정순왕후는 노론 일당과 함께 어린 순조를 압박했다. 조모 혜경궁의 풍산홍씨와 처가인 안동김씨 세력은 정치 혐오증을 심어 주었다. 어린 시절의 압력은 트라우마로 남아 평생 무기력과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순조의 유일한 희망은 총명한 아들 효명세자(본명 이영·1809~1830)였다. 세자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정조의 환생’이라 불릴 정도로 지혜롭고 강력한 군왕의 기질을 보였다. 1827년 순조는 건강을 이유로 18세 세자에게 대리청정을 위임했다. 세자는 순조를 대신해 노론과 외척세력을 약화시키고, 50여차례 과거를 실시해 새로운 인재를 등용하는 한편 소외됐던 소론과 남인 인사를 중용했다. 자주 왕릉을 참배하면서 왕실의 권위를 높이며, 동원된 군사를 훈련시키고, 행차 시 민심을 파악했다. 정조의 화성원행을 연상케 하는 복합적인 통치술이었다. 하이라이트는 궁중 연향을 열어 예악정치를 펼친 것이다. 연향이란 왕과 왕비에게 궁중 정재에 맞춰 음식을 바치는 공연 겸 연회이다. 정재란 음악과 노래와 춤을 일체화한 종합공연이었다. 가장 큰 규모의 진풍정부터 진연과 진찬, 그리고 가장 간략한 진작 등 여러 규모의 연향이 있었다. 효명은 대리청정 기간에 11회의 진찬과 진작을 열었다. 왕에게 바치는 연향에 참석한 신하들은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효명은 연향 다음날 ‘익일회작’을 열어 신하들이 바치는 술잔을 받았다. 젊은 세자가 스스로 위상을 높이는 고도의 정치 행위였다. 1828년 모친 순원왕후의 4순 잔치인 ‘무자진작례’와 이듬해 순조의 4순과 등극 30년을 기념한 ‘기축진찬례’는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다. 무자년 진작은 2월에 창경궁 자경전에서, 6월에 연경당에서 두 차례 열었다. 수십 명의 신하들이 참석하도록 대비전인 자경전을 고쳐 사용했고, 연경당은 진작례를 위해 새로 지은 건물이었다. 비록 연경당 진작은 왕족과 외척 12명만 참석한 가족행사였으나 총 23개의 정재 악장을 시연한 대형 공연이었다. 한 악장마다 술잔과 안주를 올리는 23코스의 연향이다. 이 가운데 14종의 정재는 효명이 직접 작사와 안무를 한 창작물로 이름이 높다. 더 나아가 ‘경사스런 연회를 베푸는 집’이라는 연경당까지 본인 스스로 계획 시공해 건축가로서의 면모도 보였다.●궁중정재의 맞춤 극장 ‘연경당’ 효명의 부인 신정왕후 조씨는 헌종과 철종조를 거친 후 흥선대원군의 차남을 양자로 삼아 고종으로 즉위시켰다. 1865년 고종은 양부 효명의 흔적을 기리기 위해 연경당을 대대적으로 다시 지어 현재의 모습을 남겼다. 현존 연경당은 고급 민간 살림집 형식이지만 창건 연경당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창건 연경당은 동궐도에 전모가 그려졌고 의궤에 자세한 이용기록이 남았다. 몸채는 남쪽으로 터진 ㄷ자 모양의 집이고 안마당에는 박석을 깔았다. 전면 담장은 붉은색을 칠한 판장(널판담)이었다. 이처럼 개방적이고 가변적인 건물은 보안과 위용을 중시하는 궁궐에서 보기 어려운 형식이다. 이 집은 한마디로 공연장이었다. ㄷ자 몸채의 안마당에서 무희들이 춤을 추었고 남쪽 판장 안쪽에 악단이 자리잡았다. 몸채 가운데 대청은 왕과 왕비의 전용 객석이다. 연경당 동편에 넓은 마당이 있고 남북으로 두 건물이 놓였다. 이곳은 공연자들이 연습하고 대기하던 리허설장이다. 총감독 효명세자 부부는 객석과 무대 사이에 자리잡았다. 초대된 남자 손님은 효명의 외조부인 김조순을 비롯해 4명, 여자 손님은 고모 숙선옹주 등 4명이었다. 남자들은 ㄷ자 몸채의 동편 날개에서, 여자는 서편 날개에서 공연을 감상했다. 무대인 마당은 객석인 건물보다 몇 단이 낮다. 이동식 바닥인 보계를 깔아 무대를 높였고, 무대 위에 유둔차일을 설치했다. 광목에 기름을 먹인 유둔차일은 햇빛과 비를 막기도 하지만, 밤 공연 때 조명을 달고 음향을 모으는 보조 장치였다. 이처럼 완벽한 공연시설은 연경당 외에 발견되지 않는다. 효명 사후에 공연장으로서의 기능은 사라지고 건물도 퇴락해 잊혀져 갔다. 고종이 중건한 연경당은 왕실의 피난처나 외국 사신들의 연회장으로 사용했을 뿐이다. 효명의 연경당은 조선조의 유일한 전용극장이었다.그의 롤모델인 정조는 창덕궁 후원 주합루 일대에 규장각을 설치해 개혁 정치의 대계를 구상했다. 효명은 주합루 뒤편 언덕 너머 애련지 일대를 예악정치의 근거지로 삼았다. 애련지 서쪽에 연경당을 지었고, 남쪽에 개인용 서재를 지었다. 현재 ‘기오헌’으로 남은 이 작은 건물은 원래 의두합이었고, 바로 옆에 운경거라는 더 작은 집이 있다. 의두합은 4칸, 운경거는 1.5칸으로 궐내 최소이며 단청도 없는 소박한 집이다. 겉모습이나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했던 효명의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낸 집이다.●예술 군주 효명세자의 못 이룬 꿈 효명이 정무활동을 한 공적 공간은 동궁인 중희당 일대였다. 세자의 정전인 중희당 서쪽으로 세자 전용학교인 시강원이, 동쪽으로 전용 도서관이 연결돼 있었다. 중희당 앞마당에는 측우기와 풍기대, 혼천의 등을 설치해 과학적 관심을 과시했다. 중희당은 없어져 현재 후원 입구의 큰길이 됐으나 시강원은 성정각으로, 도서관은 삼삼와와 칠분서로 일부가 남아 있다. 중희당 뒤편에 세자의 침전인 영연합이, 그 서쪽으로 수방재라는 특이한 건물이 있었다. 양쪽 벽을 벽돌로 쌓은 청나라풍의 건물이었다. 이는 북학과 외래문화에 개방적이었던 효명이 특별히 지은 건물일 것이다. 이 모든 건물들은 ‘동궐도’에 정확하게 묘사돼 있다. 동궐도 추정 제작기간인 1826~1830년은 대리청정 기간과 거의 겹친다. 그림에 사용된 평행투시도법은 청나라를 거쳐 들어온 서양의 수학적 도법이다. 중희당 일대가 화면의 전면 중앙에 놓여 효명의 공간을 강조하고 있다. 효명세자는 추사 김정희에게 영향받았고, 개화파들의 스승인 박규수와 친분이 깊었다. 이들은 선진 청나라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동궐도 역시 효명의 기획 아래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궁중정재 53수 가운데 효명의 창작품이 26수이다. 연경당 진작에서 시연한 ‘춘앵전’이 특히 유명하다. ‘봄날 꾀꼬리의 지저귐’이라는 뜻으로, 정재로는 드물게 두 평 남짓한 화문석 위에서 홀로 추는 독무이다. 노랫말도 아름답지만 복합적인 춤사위로 정재 중 백미로 꼽히는 작품이다. 창작 정재를 시연하기 위해 전국에서 재주 있는 기녀 85명을 뽑아 훈련을 직접 관장했다. 당시 대사헌인 박기수가 “성색의 즐거움에 방탕하기 쉽다”고 탄핵했다. 효명은 “정재의 본질도 모르는 채 비방하는 것”이라 꾸짖고 귀양을 보냈다. 춤과 연향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14세에 비견하기도 한다. 절대군주이며 근대 발레의 중흥자라 평가받는 루이14세는 발레 파티를 직접 기획하고 출연하기도 했다. 여섯 살에 즉위한 소년왕이 대신들의 섭정에 대항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1829년의 실록은 “40이 안 되어 원손(후일 헌종)을 얻고 대리청정으로 태평성대이니 겹경사 아닌가!”라고 순조의 기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 갑자기 세자는 한 사발의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곧 21세에 요절했다. 순조는 “하루아침에 재앙이 내려 만사가 기왓장처럼 깨어졌구나. 귀신의 짓인가, 사람의 짓인가? 슬프고 또 슬프도다”라는 애끓는 장문의 조사를 남겼다. 효명은 춤과 노래를 창작하고, 이를 공연할 집을 짓고, 공연을 통해 왕권을 강화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목표는 원대했으며, 방법은 창의적이었고, 디테일은 완벽했다. 그러나 봄날 꾀꼬리가 여름에 사라진 것같이 그의 아름다운 시절은 너무나 짧았고, 이후 조선왕조는 쇠락에 쇠락을 거듭하게 됐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쫄깃하게 달콤하게… 가을 식탁 책임지‘새우’

    쫄깃하게 달콤하게… 가을 식탁 책임지‘새우’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가을철 대표 먹거리인 ‘왕새우’ 계절이 돌아왔다. 양식이 보편화되면서 서해안 대부분 지역에서 왕새우가 생산되고 있다. 6일 50여곳의 양식장이 몰려 있는 인천 강화도를 찾아가 봤다. 수년 전만 해도 서울 등 수도권 사람들은 왕새우를 먹기 위해 충남 태안, 서산 등으로 갔으나 언제부턴가 강화를 많이 찾는다. 거리도 가깝고 맛도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화초지대교를 건너 초지진에 다다르면 왕새우를 판다는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 있다.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를 따라 양도면사무소 방향으로 진행하다 보면 해안을 끼고 성업 중인 해운정 왕새우 양식장이 나타난다. 어느새 강화의 대표적 명물로 자리잡은 왕새우 양식장은 석모도, 교동도, 서도, 주문도 등 강화 전 지역에 흩어져 있다. 강화군 관계자는 “갑각류는 추운 지방에서 잡힐수록 육질이 쫄깃하고 단단해 맛이 좋다. 강화에서 생산되는 왕새우가 수도권 식객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라고 강조한다.●강화 왕새우 연간 약 300t 생산 강화 양식장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오는 12월까지 왕새우를 출하한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때문에, 올해는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강화도 출입이 여의치 않아 큰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왕새우를 먹기 위해 8월부터 늦가을까지 수십만 명이 강화도를 찾았다. 인기 있는 양식장에서는 2개월 동안 무려 5만명이 줄지어 찾을 만큼 진풍경을 연출했다. 유천호 강화군수는 이번 주부터 약 2개월간 양식장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왕새우를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매장 외 영업을 허용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때문에 영업은 밤 9시로 제한된다. 이에 양식장들은 택배 등을 활성화해 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다. 우체국 택배는 주문 이튿날 가정에 배달한다. ㎏당 가격은 현지에서 포장하거나 택배할 경우 3만원, 소금구이는 4만원가량이다. 강화에서 생산되는 왕새우는 연간 약 300t에 이른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 보니 대부분 지역에서 소비된다. 수산물직판장 등 서울 도매시장으로 나갈 물량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왕새우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50여 양식장이 연간 약 100억원대 소득을 창출한다. 고용창출에도 기여한다. 양식장에서 일하는 상시 근로자 수는 100명 안팎이지만 주말 판매 등을 맡은 임시 근로자 수까지 포함하면 5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왕새우 본명은 ‘흰다리 왕새우’ 강화에서 토착화한 왕새우는 본래 ‘흰다리 왕새우’다. 주로 하와이나 동남아에서 치어를 수입해 개량을 거듭해 왔다. 대하는 질병에 약해서 하와이, 동남아 등에서 모하(어미 새우)를 들여와 국내에서 산란해 개량하고 있다. 요즘 출하하는 왕새우는 길이 15㎝, 마리당 무게는 약 30g 전후다. 동남아 왕새우보다 살이 단단하고 쫄깃하다. ●콜레스테롤 조절 ‘타우린’ 풍부 왕새우는 맛이 담백하고 높은 영양가로 인해 널리 애용되는 고급식품이다. 생산이 수요에 못 미칠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타우린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체내 콜레스테롤을 조절해 주며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으로 고혈압 및 동맥경화 등 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노화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새우에 함유된 아스타크산틴 성분은 체내 유해한 활성산소를 제거해 주기 때문에 세포 손상을 막아 피부 노화 방지에 도움을 주고, 비타민 카로틴 성분이 피부가 건조하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해줘 피부건강 및 노화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아미노산과 단백질, 칼슘 같은 철분도 풍부해 성장기 아이들의 뼈건강에 이롭다. 골다공증 예방에도 탁월해 골밀도가 낮은 노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새우류가 다 그렇듯 왕새우도 지방 함량이 적고 단백질 함유는 높은 저칼로리 식품이다. 키토산 성분은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도우면서 지방 축적은 억제해 주기 때문에 다이어트할 때 인기가 있는 해산물이다. 타우린과 키토산 성분은 뇌세포 활성화를 촉진해 인지능력 및 기억력 등 뇌기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토종 ‘대하’를 대체하며 식감 비슷 왕새우는 10여년 전까지 서해안 연근해에서 많이 잡히던 ‘대하’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10여년 전만 해도 강화에서는 대부분 대하를 양식해 왔다. 그러나 대하는 흰반점 바이러스, 간췌장 바이러스 등에 매우 약하다. 인체에는 해가 없지만 한번 전염병이 돌면 해당 양식장은 그해 초토화된다. 이 때문에 10여년 전 대안으로 등장한 게 흰다리 왕새우다. 맛이 비슷하면서 폐사율이 절반 이하에 불과해 수익성이 좋아졌다. 품종개량을 거듭해 요즘 대하 맛에 근접해지고 있다. 보통 소금구이를 많이 하지만, 그냥 바닥 넓은 냄비에 구워도 별반 차이가 없다. ●대하와 왕새우 구별법 요즘 대하는 주로 자연산이다. 이 때문에 대하는 가격이 비싸졌다. 대하와 왕새우의 구별은 조금만 눈썰미를 가지면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다. 꼬리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왕새우는 붉은빛이 돌고, 대하는 녹색을 띤다. 색 차이는 신선할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머리 위로 날카롭게 자란 뿔의 길이도 다르다. 왕새우는 대하와 달리 코끝을 넘지 않는다. 수염길이도 다르다. 대하는 자기 몸 길이보다 2배 전후 긴 수염을 자랑한다. 반면 왕새우 수염길이는 자기 몸길이와 비슷하거나 짧다. 더듬이 길이도 왕새우는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짧다. 그러나 대하와 왕새우의 맛 차이는 거의 없어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남궁현준 해운정 대표는 “대하는 살짝 단맛이 난다”면서 “왕새우가 이제 신토불이화돼서 더 쫄깃해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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