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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매거진 We/섬초 나 모른다고?

    “한 겨울 들판이 이렇게 푸르다니…,이게 전부 ‘섬초’(시금치)래요.” 지난 12일 전남 신안군 비금도 내월리 내포마을.새해 휴가차 서해안 탐사에 나섰다는 박성민(39·경기 고양시 덕양구)씨는 끝없이 펼쳐진 시금치 벌판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한 겨울인 요즘 비금도는 온통 파랗다.비닐 하우스를 하지 않고 한데서 기르는 시금치가 들판과 산기슭을 온통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재배 면적이 서울 여의도 넓이의 2배가 넘는 180만여 평에 이른다. 명경철(29) 비금농협 직원은 “비금도에선 재래종의 노지 시금치를 ‘섬에서 나는 풀’이라 하여 섬초라 부릅니다.”라며 섬초의 유래를 설명했다.비금 농협은 이를 ‘비금 섬초’라 하여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했다.비금 섬초는 여느 시금치보다 맛이 좋다.달착지근하면서 특유의 상큼한 맛이 있다.잎사귀도 두텁고 실하다.‘명품’ 시금치라 할 수 있다.믹서기로 갈아 즙으로 마시면 바로 건강 음료가 된다.섬초에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철분도 많이 들어 있다. ●늙지도, 아프지도 않게 하는 만병통치약 주부들이 섬초를 좋아하는 이유는 삶았을 때도 싱싱하기 때문.죽치마을 산기슭 밭에서 섬초를 캐던 노부부의 이야기를 들었다.명계단(72) 할머니는 “섬초를 데칠 때 소금을 살짝 넣으면 파란 색깔이 변하지 않아.”라고 말했다.섬초의 뿌리는 어른 손가락만하게 굵다.“뿌리도 버리지 말고 같이 데쳐 먹어.뿌리가 더 맛있어.섬초는 늙지도 않고,아픈 데도 없게 하는 만병통치약이야.”라는 김종기(73) 할아버지가 부인 명씨를 거들었다. 선도도 오래 간다.강영삼(43) 비금농협 과장은 “다른 시금치는 3∼4일 지나면 시들어 버리는데,섬초는 물만 뿌리면 잎사귀가 금방 고개를 쳐들며 싱싱해진다.”고 자랑했다.섬초는 바닥에 바짝 붙어 잎이 사방으로 쫙 퍼져 자란다.한 겨울 바닷바람을 받으면서 자라 생명력이 끈질기다는 것이다.육지 낫의 절반 크기인 ‘섬낫’으로 섬초를 캐던 최은숙(33)씨는 “섬초로 겉절이도 하고,잘게 다진 돼지고기에 양념을 쳐서 섬초로 싼 뒤 튀김옷을 입혀 튀겨 먹는다.”고 말했다. ●비금도 섬초의 비결은 게르마늄 토양 비금 섬초는 무엇보다 토양 때문에 맛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서남문대교로 연결된 이웃 도초면도 같은 종자를 심지만 맛이 비금 섬초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김종흔 신안군 농업기술센터 비금지소장은 “비금도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도 게르마늄 토양이고,섬은 갯벌을 일군 땅이어서 산성도가 적당하다.”고 말했다.섬초는 속대가 배추처럼 오므라들어 있어 다른 시금치와 금방 구별된다.죽림마을 김방용(53)씨는 “진짜 섬초는 속대를 펴면 가운데가 꽃처럼 노랗다.”고 강조했다. 요즘 나오는 섬초는 추석 무렵에 씨를 뿌린 것으로 3월까지 캔다.노지 채소가 무척이나 귀한 한 겨울 섬초는 비싼 값에 팔려 나간다.하루 평균 15㎏들이 4000여 상자가 나오며,3월까지 35만여 상자가 출하돼 1200여 재배 농가가 6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금치가 비금도에서 재배된 것은 45년 전.1958년 죽림리 최남산씨가 시금치 종자를 구입,재배한 게 시초.초창기엔 중간 상인들이 섬초를 ‘밭뙈기’로 매매,폭리를 취했다고 한다.15∼16년 전에야비로소 농민들이 농협을 통해 시장에 내다 팔수 있었다.. 비금 섬초는 아침 9시 첫 배로 육지에 나와 서울 가락시장에서 밤 11시쯤 경매에 들어간다.비금 섬초의 90% 가량은 이렇게 팔린다.요즘 15㎏들이 상품 한 상자에 3만 5000원선이다.“작년 설 직전에는 15㎏들이 한 상자에 8만원이나 나왔습니다.섬초가 ‘금초’였지요.”라는 박병로(37·한국청과) 경매사는 비금 섬초가 ‘경매의 꽃’이라고 예찬했다. ●서울서 주문할 땐 택배비 부담해야 이런 섬초를 비금도에서 직접 사기가 쉽지 않다.내다 파는 곳이 없다.재배농가나 비금농협(061-275-5251)에 미리 주문해야 살 수 있다.보통 4㎏들이 한 상자 1만원.서울에서 주문하면 택배 비용을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섬초를 맛보려면 비금면사무소 옆 골목의 청해식당(061-275-4617)이 좋다.밑반찬으로 나오는 섬초 나물은 약간 싱거운 듯하지만 특유의 싱그러운 풍미가 난다.요즘엔 홍어의 사촌격인 간재미(일명 갱개미) 회무침이 나온다.한 접시(2만원)면 3명이 먹을 수 있다.면사무소 바로 앞 삼양식당(061-275-0602)엔 빨갛게 나오는 장어탕이 좋다.바닷장어의 빼를 바르고 껍질째 듬성듬성 썰어 넣었다.한 그릇에 8000원. 글·사진 비금도 이기철기자 chuli@ ●비금도 새가 날아오르는 모양인 비금도는 남한 최초로 염전이 개발된 섬이다.지금도 바닷가 평탄한 곳은 ‘아음(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이다.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하누넘해수욕장과 명사십리 원평해수욕장이 유명하다.비금도 가려면 전남 목포 북항에서 비금농협이 운영하는 카페리를 타면 1시간50분이,목포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061-244-0005)을 타면 50분이 걸린다. 안승춘의 안승춘의 시금치요리 시금치요리 비법 비법 안승춘 한국식생활개발연구회장은 68년 조리업계에 뛰어들어 36년 동안 음식을 개발하고 연구했다.한·양·중·일식을 두루 통달해 ‘생활요리의 대가’로 불린다.한국조리직업전문학교(02-833-1623) 이사장도 겸하고 있다. 시금치 하면 근육이 우뚝 솟은 ‘뽀빠이’가 생각납니다.뽀빠이 같이 근육이 부풀어 오르기를 바라며 시금치를 많이도 먹었지요.참깨를 솔솔 뿌려 먹으면 맛까지 고소하지요.그런데 시금치에 참깨를 뿌려 먹으면요,우리 몸에 결석이 생기는 것까지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글 이기철기자 chuli@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 요리 시연 한국식생활개발연구회장 ●시금치 도토리묵 무침 재료 시금치 100g,도토리묵 1모, 양파 ¼개,간장 3큰술,고춧가루·다진 파 2큰술씩,다진 마늘·깨소금·참기름·설탕 1큰술씩,물엿 ½큰술 만드는 법 (1) 도토리묵은 물에 한 번 씻은 다음 무늬 칼로 썰어 놓는다.(2) 시금치는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뜯어 놓고 양파는 얇게 썰어 놓는다.(3) 간장·고춧가루·다진 마늘·다진 파·물엿·깨소금·참기름·설탕을 넣어 양념을 만든다.(4) 넓은 그릇에 시금치·양파·도토리묵을 담고 (3)의 양념장을 부어 묵이 부스러지지 않도록 살살 버무린다. ●시금치 겉절이 재료 시금치 200g,배 ½개 초무침 양념 간장·식초 3큰술씩,설탕·고춧가루·다진 파 2큰술씩,다진 마늘·깨소금 1큰술씩,참기름 ½작은술씩 만드는 법 (1) 시금치는 깨끗이 다듬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뜯어 놓는다.(2) 배는껍질을 벗기고 속을 제거한 후에 썰어 놓는다.(3) 간장·식초·설탕·고춧가루·파·마늘·깨소금·참기름을 섞어 양념을 만든다.(4) (1)과 (2)를 그릇에 담고 (3)의 양념을 넣고 가볍게 버무려 그릇에 담아낸다. ●시금치 조갯국 재료 시금치 200g,대파 1대,다진 마늘 1큰술,붉은 고추 1개,모시조개 200g,된장 2큰술,물 6컵·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시금치는 다듬어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쳐 찬 물에 행궈 물기를 짠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대파는 굵게,붉은 고추는 씨를 뺀 다음 채썬다.(2) 모시조개는 연한 소금물에 1시간 정도 담가서 해감을 뺀 다음 끓는 물에 넣고 입이 벌어질 때까지 끓여 면보에 밭아 맑은 국물을 만든다.(3) (2)의 조개 국물에 건져 둔 모시조개를 넣고 된장을 체에 담아 풀어 한소끔 끓인다.(4) (3)의 국물이 끓으면 (1)의 시금치를 넣고 굵은파,다진 마늘,붉은 고추를 넣어 한번 더 살짝 끓인 다음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팁 날콩가루를 데친 시금치에 버무려 넣고 된장국을 끓이면 더욱 구수하다. ●시금치 참기름 샐러드 재료시금치 잎 130g,붉은 양파(또는 양파) ¼개,치커리 50g,양상추잎 2장,귤 3개,참기름드레싱, 볶은참깨 참기름 드레싱 잘게 썬 귤껍질 1작은술·귤 주스 2큰술·연한 생강즙 2작은술,청주 3큰술,식용유 1⅓큰술,간장·설탕 1작은술씩,소금 ½작은술,참기름 1큰술 만드는 법 (1) 시금치와 치커리는 부드러운 속잎만을 골라서 깨끗이 씻은 다음 냉장고에 보관하여 싱싱하게 살아나도록 한다.(2) 양상추는 먹기 좋게 뜯어 냉수에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빼준다.(3) 귤 껍질을 벗겨 속을 떼어 놓는다.(4) 드레싱을 만든 다음 커다란 그릇에 시금치·치커리·양파·귤을 모두 넣고 드레싱과 함께 살짝 버무려 준다.(5) 접시에 담은 다음 마지막으로 볶은 참깨를 위에 뿌려준다. ●시금치 편채쌈 재료 시금치 200g,쇠고기(또는 돼지고기) 600g,간장 3큰술,설탕·다진 마늘·깨소금·참기름·청주 1큰술씩,다진 파·배즙 2큰술씩,후추·양겨자 약간씩 만드는 법 (1) 시금치는 연한 잎으로 깨끗이 준비한다.(2) 쇠고기는 3㎜ 두께로 길게 썰어 준비한다.(3) 간장·설탕·마늘·파·깨소금·참기름·배즙·청주·후추를 섞어 양념을 만든다.(4) (2)의 고기에 (3)의 양념을 넣고 버무려 재운다.(5) 배는 껍질을 벗기고 채썰어 놓는다.(6) 고기를 구워 겨자를 바르고 시금치와 배를 놓고 말아 쌈을 만든다. ●시금치 부침 재료 시금치 200g,밀가루 2컵,고추장 2큰술,우유(또는 물) 2컵,소금·시금치·식용유 약간씩 만드는 법 (1) 시금치는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놓는다.(2) 넓은 그릇에 우유·고추장·소금·밀가루를 넣고 덩어리가 없도록 반죽한 다음 시금치를 섞는다.(3)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뜨거워지면 (2)의 반죽을 떠 놓아 얇게 펴서 부침을 한다.
  • 이통3사 ‘번호이동’ 광고전쟁

    ‘번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아름 선물 받아가세요.’,‘따라가봐야 쓸모없는 선물 뿐이랍니다.’ 새해 첫 날부터 이동통신 번호이동성제도가 시행되면서 SK텔레콤·KTF·LG텔레콤 이동통신 3사간 고객 모셔오기가 치열하다.당연히 3사의 광고 경쟁도 전쟁을 방불케 한다.011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KTF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5일부터 방송을 타기 시작한 KTF의 ‘퀴즈 페스티벌 광고’는 이례적으로 자사 식별번호인 016·018 대신 011을 광고에 등장시켜 쓰던 번호 그대로 KTF로 옮겨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명모델 내세워 고객 시선끌기 길거리농구 우승 전력이 있는 남자모델이 농구 묘기를 보이면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여성 고객이 통화를 하면서 요리를 기다리고 있다.‘지금 이분은 쓰던 번호 그대로 KTF로 이동해 좋은 서비스를 받고 있습니다.이 분의 번호는 무엇일까요?’라는 내레이션이 나온 뒤 ‘11’이 새겨진 상의를 입은 남자는 농구공을 옆구리에 끼고,여자가 기다리던 요리는 동그란 스테이크 옆에새우 두마리가 나란히 놓여 있다.011이다. KTF의 공세는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번호이동성제도 시행을 앞두고 SK텔레콤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추천합시다’를 선보인 것이다. 기존모델 조한선과 SK텔레콤 ‘June’ 광고 모델이었던 예학영을 등장시킨 이 광고는 011을 쓰던 친구가 016으로 따라온다는 광고 개념을 모델의 이동으로 연결시켰다. 두 회사의 신경전은 MBC 청춘시트콤 ‘뉴논스톱 3’에 출연했던 조한선과 ‘뉴논스톱 4’에 출연중인 예학영이 절친한 사이인 데다,‘퀴즈페스티벌’ 레스토랑 여자 모델이 SK텔레콤 ‘네이트’ 모델이었던 조하얀이라는 데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LG텔레콤도 협공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SPEED 011’의 SPEED 부분을 지우개로 지우고 대신 ‘상식이 통하는’이라는 LG텔레콤의 기존 광고문구를 적어 넣는 ‘지우개’ 광고를 내놓았다. ●가입땐 “40% 약정할인” 공세 지면광고에서는 SPEED위에 ‘가입만 하면 최대 40%까지 할인되는’이라는 문구를 적은 ‘포스트’을 붙여 ‘011=SPEED 011’이라는 통념을 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두 회사의 파상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SK텔레콤이 아니다. SK텔레콤은 지난해말부터 선물꾸러미를 잔뜩 안고 있는 남자가 엘리베이터를 탄 뒤 중량 초과로 ‘삐’ 소리가 나자 선물은 버리고 탄다는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곧이어 버려진 선물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번호는 이동할 수 있어도 품질과 자부심은 이동할 수 없습니다.’는 메시지가 KTF나 LG텔레콤으로 옮겨 선물을 잔뜩 받아봐야 다 쓸모없다고 비꼬고 있다. ●“선물보다 품질 우선 서비스” 한발짝 더 나아가 SK텔레콤은 남자모델(이시환)이 바나나 껍질을 벗긴 뒤 속은 버리고 껍질만 먹는 광고를 내놓았는데 역시 ‘중요한 것은 껍데기(번호)가 아니라 속(품질과 서비스)’이라는 주장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광고 대행사 관계자들은 “번호이동성제도 초기에 고객을 선점해야 하기 때문에 광고도 공격적인 내용을 띠게 됐다.”면서 “설날까지는 이같은 ‘광고대리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류길상기자 ukelvin@
  • 주말 매거진 We/갈치 채낚기 어선 조업현장

    반짝거리는 은빛에 날씬한 외모의 갈치.과거 서민들의 밥상 친구였던 갈치가 ‘귀한 먹을거리’로 변신한 지 오래다.‘바다의 귀족’으로 대접받는 등 품격(?)도 높아졌다. 갈치 가운데 최고로 치는 것은 채낚기로 잡은 은갈치.저녁에 조업을 나가 다음날 새벽 들어온다.제주도에서 ‘당일바리’라고 부르는 이런 갈치는 싱싱한 바닷내가 물씬 풍긴다.갈치 채낚기 어선에 동승,조업 현장에 함께 나간 뒤 공동판매를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취재했다. 제주 성산포 앞바다 공진호에서 글 이기철기자 chuli@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 “채미줄(낚싯줄) 빨리 올려.” “풀치(갈치 새끼)밖에 없잖아.” 지난 6일 밤 제주도 성산포 20여㎞ 앞바다.갈치 채낚기 어선 303 공진호(선장 김영칠·50) 선원들의 손놀림이 바쁘다.제주의 검은 밤바다에서 막 올라온 갈치를 떼어 내 스티로폼 상자에 담기 시작했다. 낚싯줄에 걸려 퍼덕거리는 갈치는 유난히 반짝거렸다.대낮처럼 환히 밝힌 고깃배의 집어등에 반사된 갈치는 은으로 도금한 듯했다.그래서 ‘은갈치’란 말이 생겨났나 보다.도회지의 수산시장에서 본 희멀건 갈치가 아니었다. 공진호 뱃머리 오른쪽에서 갈치 조업에 한창이던 송덕길(48)씨는 갈치를 아주 조심스럽게 다뤘다.“갈치는 물에 나와 공기를 마시자마자 바로 죽습니다.그래서 저녁 때보다 새벽이나 아침에 잡힌 갈치가 싱싱하고 더 맛있어 값도 더 나갑니다.” 갈치는 성질이 급한 만큼 빨리 죽고 빨리 상한다.비늘 하나라도 다치지 않게 조심하는 이유다.어찌 보면 선도를 싱싱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로 채낚기의 경쟁력이다.2∼3년된 갈치가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제주도에선 갈치 채낚기를 ‘당일바리’라고 부른다.저녁에 조업나가 다음날 새벽에 돌아와 경매에 부치는 까닭에 붙인 이름이다.먼 바다로 나가지 않고 주로 연안에서 잡기 때문에 배도 10t 미만의 소형이다. 갈치 채낚기는 낚시와 같은 개념이다.바다에 나가 닻을 내려두고 낚싯줄에 보통 15∼17개의 낚시를 매달아 바다에 드리웠다가 미끼를 물면 낚싯줄을 잡아 당긴다.배가 작은 까닭에 롤링(좌우 흔들림)과 피칭(전후 흔들림),수직 흔들림이 아주 심하다.“우리같은 뱃사람도 한달 남짓만에 채낚기를 타면 고생을 하지요.”10여년째 배를 탄다는 강성일(50)씨의 말이다. 이런 채낚기로 잡은 갈치는 가장 비싸게 팔린다.싱싱한 까닭에 고급 음식인 갈치회나 갈치회무침 등에 쓰인다.선장 김씨는 “성산포 갈치가 좋은 이유는 성산포 앞바다의 조류가 빨라 고기가 퍼석하지 않고 졸깃하기 때문”이라고 자랑했다. 갈치 연승이나 그물을 이용한 방식이 많이 잡히지만 선도가 떨어진다.연승은 3∼4㎞의 가로줄에 작은 낚싯줄 200여개 정도를 달아 조업하는 것이다. 멀리 나가서 잡아 올리며,짧아도 3∼4일은 걸린다.선상에서 급랭시킨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채낚기보단 신선도가 떨어져 값이 덜 나간다. 그물에 든 갈치들은 서로 물어뜯거나 부딪혀 비늘이 벗겨지고 상처를 입기 십상이다.이렇게 회색 멍이 든 것을 보통 ‘먹갈치’라고 부른다.주로 굵은 소금을 뿌려 굽거나 졸여 먹는다. 자정이 넘었는데도 조황이 부진하다.선원들은 별로 신나는 표정이 아니었다.선미에서 애꿎은 삼치만 낚아올린 강씨는 “갈치가 한창 올라오는 9월에 비해 엄청 안 잡히는 거지요.”라고 되뇌며 검은 바다만 쳐다봤다. “날이 추우니까 갈치들이 따뜻한 남쪽으로 내려갔어.일부는 더 깊이 잠수했고.”다소 굳은 표정의 선장 김씨는 어군 탐색기를 살펴봤다.보통 갈치는 수심 50m 전후에서 산다고 한다.밤이면 불빛을 보고 수면으로 떠오른다는 것.하지만 요즘같은 겨울 추위엔 갈치가 수온이 그래도 따뜻한 수심 70∼80m까지 내려가서는 올라오지 않는다.낚싯줄도 덩달아 수심 100m까지 내려간다. 선수 왼쪽에서 김홍제(50)씨가 새끼 갈치인 풀치를 포떠 냉동 꽁치 대신 낚시 바늘에 끼우고 있었다.“갈치는 성격이 굉장히 난폭하지요.배가 고플 땐 동료 꼬리를 잘라 먹을 정돕니다.”그는 “갈치가 머리를 세우고 수직으로 다니면 긴장한 탓에 입질을 하지 않는다.그러나 수평으로 헤엄치면 먹이를 문다.”면서 “풀치는 상품가치가 덜나가 미끼로 쓴다.”고 말한다.하지만 보통 여름에 많이 잡히는 풀치를 햇호박을 넣어 지져 먹으면 별미란다.새벽이 가까워지면서 빈 낚싯줄이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졌다.선장 김씨는 돌아가잔다.멀리 다른 배의 집어등만 보이는 어둠속에서 그는 선수를 성산포항으로 돌렸다.귀항길에 선원들이 어획을 정리했다.갈치가 10㎏들이 3상자였다.길이 65∼70㎝ 댓갈치(큰것·20∼24마리) 1상자,중짜(40∼50마리) 2상자였다.잡어도 좀 있었다. 다음날 오전 7시 제주 성산포수산업협동조합 앞 공판장.간밤에 조업나갔던 100여척의 채낚기 어선들이 차례차례 갈치를 내려놓으면서 활기를 띠었다.도도한 은갈치 상자가 배에서 내려오자마자 빨간 모자를 쓴 중개인들이 모여 호가를 불렀다.공진호의 성과는 28만원가량.성산포수협 공매 가격으로 댓갈치 1상자에 17만 9000원,중짜가 5만원선이었다.선장 김씨는 “인건비는커녕 기름값도 안 나온다.”고 투덜거렸다.전날 오후 4시에 일출봉 옆으로 떨어지던 낙조를 받으며 나갔다가 이튿날 오전 7시에 돌아온 15시간의 조업치고는 성과가 부진한 편이다.“이젠 당일바리도 그만둬야 할까보다.내년 사오월에나 다시 시작해야지.”오원국(46) 성산포수협 판매과장은 “제주도에선 연중 갈치회를 먹을 수 있지만 산란기(2∼4월)를 앞둔 요즘이 살이 올라 가장 맛있을 때”라고 말했다.그는 “성산포수협에 위판되는 생선의 90% 이상이 갈치”라며 “성산포 갈치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시장이 좋을 때라면 이곳에서 갈치 축제를 여는 것도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성산포 은갈치는 공매를 거쳐 횟집이나 전국의 백화점과 할인점 등으로 간다. 갈치는 예전엔 우리나라 연안 전체에서 많이 잡혔다는 것이 어류학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우리 속담에 “돈 없으면 절인 갈치를 사먹으라.”고 했을 정도로 흔했다. 칼(刀)을 신라시대엔 ‘갈’로 불렀다.갈치란 이름도 그때 굳어졌다는 것이 어류학자 정문기씨의 이야기다.도어(刀魚)라고도 불렀다.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갈치 모양은 긴 칼과 같고 몸은 약간 납작하다.이빨은 단단하고 빽빽하며 맛은 달다.”는 기록이 나온다.띠 모양이라 하여 군대어(裙帶魚)라고도 불렀다.속명은 갈치어(葛峙魚).새끼는 풀치·풋갈치·빈쟁이·붓장어 등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일본에선큰 칼모양이란 뜻의 다치우오(太刀魚),수직으로 서서 헤엄치는 습성을 묘사해 다쓰오(立つ魚)로도 불린다.영어 이름은 머리카락과 같은 꼬리를 가졌다 하여 헤어 테일(hair tail)이다. 갈치는 동료간에 꼬리를 먹을 정도로 극성스럽다.친한 사이에 모함을 할 때를 비유하는 ‘갈치가 갈치 꼬리를 문다.’는 속담도 그래서 생겨났다. 하지만 모성애가 지극한 생선이다.암컷은 알을 낳은 뒤 주위를 맴돌며 안전하게 부화하도록 지킨다.한눈을 잠시도 팔지 않기 위해 먹이활동도 하지 않아 아주 야윈다. 갈치는 육식성으로 정어리·전어·민어류 등을 좋아한다.단단한 것을 절대로 먹지 않는다.그래서 이빨을 소중히 여기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또한 비늘이 없는 생선이다.김지혜 국립수산진흥원 연구관은 “갈치 몸을 덮고 있는 은백색 물질은 ‘구아닌’이란 성분”이라며 “구아닌은 인조 진주의 원료”라고 밝혔다. 갈치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글루탐산과 호박산 등 감칠맛을 돋우는 성분도 많다.갈치회를 먹으면서 단맛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갈치에는미량이지만 당질이 들어있기 때문.이광철 슬기수산 대표는 “갈치는 칼슘에 비해 인의 함량이 매우 높은 산성 식품”이라며 “채소와 같이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엔 서울에서도 제주산 갈치회를 주문해 먹을 수 있다.제주도의 유명 식당 등에 주문만 하면 갈치회를 만들어 냉동 포장,항공편으로 서울에 보낸다.갈치회 한 접시에 제주도와 같은 보통 2만 5000원이다.여기에 택배비용을 추가하면 된다. 이기철기자 ■갈치군 맛바람 났네 갈치 집산지 제주에선 언제든지 갈치요리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회·구이·조림·찜·국….이 가운데 갈치회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선원들이 배에서 먹던 술안주였다.갈치회는 부드러우면서도 졸깃하다.입안에 넣고 한참 우물거리면 달착지근하다.이런 갈치회 맛을 제주도 사람들이 그냥 놔둘 리가 없다. 10여년전부터 제주도의 항·포구를 중심으로 갈치횟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간밤에 잡은 갈치를 다음날 식탁에서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갈치는 신선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날씨에 특히 민감하다. 음식점주인들은 “해상에 기상 특보가 2∼3일 발령돼 갈칫배가 묶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 사람들은 갈치회를 잘하는 곳으로 제주시 건입동 서부두 어시장 입구의 성복식당(064-757-2481)을 꼽는다.사장 이성춘(53)씨는 30여년 배를 탔던 마도로스 출신.어릴적 할머니가 만들어주셨던 기억을 되살려 최근 새로운 메뉴 갈치회무침을 내놨다.한 접시에 3만원. 성북식당의 갈치국도 좋다.국물이 희뿌예져,보기엔 비릴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맵싸한 고추와 배춧잎이 들어있다.비결은 신선한 갈치를 쓰기 때문이란다.1인분에 7000원.성산포수협 중매인을 겸하고 있는 그는 “좋은 갈치를 언제든지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영업의 비결”이라고.1·3 월요일엔 장사를 하지 않는다.이외에도 갈치회(2만 5000원),갈치구이(2만원),갈치조림(2만∼3만원)도 한다. 서울 역삼동 역삼역 부근에 최근 성북식당이 강남점(02-565-4677)을 냈다.동생 성봉(48)씨가 운영한다.갈치와 고등어 등의 재료를 제주도에서 매일 항공편으로 갖고 온다.이곳의 갈치 요리는 서울 사람의 입맛에 맞춰 조금 단듯하다.갈치회는 3만5000원,갈치국은 8000원.갈치회무침은 내놓지 않고 있다. 갈치 요리 등 제주 향토 음식을 하는 물항식당이란 상호가 전국에 퍼져있다.하지만 제주시 연동 물항식당(064-753-2731) 오복렬(45·여) 사장은 “수도권에서 분당점(031-701-8792)과 평촌점(031-381-6776)을 제외하곤 우리 식당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제주물항,탑동물항 등은 모두 손님들을 헷갈리게 하는 유사 상호”라고 주장했다. 갈치조림을 잘하는 곳으로 성산포읍의 해촌(064-784-8001)을 들 수 있다.한·일 해협을 뗏배로 횡단한 것으로 유명한 사장 김덕주(50)씨가 통나무로 지은 집이다.고성리에서 성산포로 들어가는 입구의 첫 집이다.성산 일출봉과 앞바다의 전망도 아주 좋다.갈치구이 1만 2000원,조림 2만 5000∼4만 5000원. 서울 서초동 종로학원 뒤 서귀포오분작뚝배기(02-523-9898)는 서귀포출신 부부가 제주의 재료로 운영한다.갈치 구이와 조림 각 3만원.서울 세종문화회관 뒤쪽의 한라의 집(02-737-7484)도 꽤 알려져있다.2∼3명이 먹을 수 있는 갈치회는 3만 5000원.구이는 갈치 1토막에 1만원.조림 9000원,국 8000원을 받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의 숭례문 수입상가에도 갈치골목이 형성돼 있다.전국의 상인들이 한번씩 찾는 곳은 희락(02-755-8393)의 갈치조림.첫 맛이 시큼한 듯하다가 매콤 달콤한 갈치 조림 한 냄비(2인분)에 1만원.반쯤 조려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바로 익혀 낸다. 수도권인 분당의 궁내동 녹원가든(031-711-9363)도 갈치요리로 유명하다.제주산 갈치의 항공직송을 경기도에선 처음 시작했다고 한다.갈치회 1접시 4만·6만원,구이 1만 6000원,갈치국 1만 3000원. 이기철기자 chuli@ ■안승춘의 갈치요리 비법 안승춘 한국식생활개발연구회장은 68년 조리업계에 뛰어들어 36년 동안 음식을 개발하고 연구했다.한·양·중·일식을 두루 통달해 ‘생활요리의 대가’로 불린다.한국조리직업전문학교(02-833-1623) 이사장도 겸하고 있다. 갈치는 웬만한 수산시장에선 다듬어준다.갈치가 싱싱하다면 대가리 부분을 버리지 말자.입은 잘라내고 대가리를 찜이나 조림을 할 때 넣으면 차지고 맛있다.대가리를 손질할 땐 낚싯바늘을 반드시 빼내야 한다. 갈치는 중불에 노릇하게 구워야 맛있다.센불로 구우면 타고 살이 퍼석거린다.잘라 내버리는 꼬리는 빵가루를 묻혀 바싹 튀기면 잔 뼈까지도 먹을 수 있다.표면에 상처가 없고 색깔이 은빛 그대로인 갈치가 신선하다.눈은 까만색이며 아가미가 선홍빛을 띠고 있어야 한다.갈치는 꼬리를 떼어먹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꼬리가 뭉텅한 것도 괜찮다. 한국식생활개발연구회장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갈치 포전 ●재료=갈치포 300g,달걀 2개,다진 실파 2큰술,청주·참기름 1큰술씩,후추 ¼작은술,밀가루·식용유 약간씩 ●만드는 법=(1) 갈치는 손질하여 뼈와 가시가 없도록 포를 떠 4㎝x5㎝크기로 썰어 놓는다.(2) 청주·참기름·후추를 섞어 (1)의 갈치포에 발라준다.(3) 달걀에 실파를 넣어 섞는다.(4) (2)의 갈치포에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을 입혀 기름 두른 팬에 놓아 전을 지진다. 갈치 양겨자구이 ●재료=갈치 400g,양겨자 2큰술,레몬즙·다진 마늘 1작은술씩,맛소금·치커리약간씩 ●만드는 법=(1) 갈치는 싱싱한 것을 준비하여 비늘을 긁고 내장을 제거하여 씻는다.(2) 손질된 갈치는 4㎝ 길이로 토막을 낸 다음 1㎝ 간격으로 칼집을 넣어 맛소금을 뿌린다.(3) 양겨자에 레몬즙과 마늘을 넣고 섞어 (2)의 갈치에 바른다.(4) 오븐이나 석쇠에다 갈치를 노릇하게 굽는다. 갈치 강정 ●재료=갈치 2마리,녹말 (@)컵,식용유(튀김용) 약간,마늘·통깨 조금씩 ●조림장=간장·청주 1큰술씩,고추장 2큰술,물엿 3큰술,참기름 약간 ●만드는 법=(1) 갈치는 손질하여 7㎜ 폭으로 썰어 녹말을 묻힌 다음,촉촉해지면 170℃ 식용유에 넣어 튀긴다.도중에 건졌다가 기름 온도가 올라오면 다시 넣어 빳빳하게 튀긴다.(2) 마늘은 편으로 썰어 놓는다.(3) 냄비에 조림장 재료와 마늘을 넣고 걸쭉하게 끓여 윤기가 나면 (1)의 튀겨 놓은 갈치를 넣고 버무려 통깨를 뿌린다. 갈치 서양간장조림 ●재료=갈치 1마리(500g) ●양념장=우스타소스·굴소스·간장·맛술·청주·다진 마늘·깨소금 1큰술씩,물엿 3큰술,다진 파·다진 고추(또는 고춧가루) 2큰술씩,참기름½큰술 ●만드는 법=(1) 갈치는 두툼한 것으로 준비하여 비늘을 긁은 후 씻어 건진다.(2) 양념장은 우스타소스·굴소스·간장·물엿·맛술·청주·다진 마늘·다진 파·다진 고추·참기름·깨소금을 섞어 만든다.(3) 냄비에 갈치를 담은 후 양념장을 끼얹고 물 ½컵을 부어 은근한 불에서 조린다. ●팁=갈치의 양이 많을 때는 물의 양을 줄여야 하며,양념장에 우스타소스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카레가루를 조금 넣는 것도 좋다. 갈치 별미찜 ●재료=갈치 1마리,무 300g,두부·호박 ½개씩,팽이버섯 1봉지,풋고추·홍고추 2개씩,대파 1대,양파 1개 ●양념=간장 ½컵,고춧가루 4큰술,맛술·물엿·다진 마늘 3큰술씩,설탕·깨소금·참기름 2큰술씩,다진 생강 1큰술,후추 1작은술,녹말 ½큰술 ●만드는 법=(1) 갈치의 비늘을 긁고 토막을 낸 다음 씻어 놓는다.(2) 무는 1㎝ 두께로 썰고 두부도 두툼하게 썬다.(3) 호박은 1㎝ 두께로 썬다.(4) 풋고추·홍고추·대파는 어슷하게 썰어 놓고 양파도 1㎝ 두께로 썬다.(5)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6) 냄비에 무를 깔고 물 2컵을 붓고 끓여 무가 반쯤 익으면 갈치를 넣고 양념장을 뿌려 찜을 한다. 갈치 단호박조림 ●재료=갈치(大) 1마리,단호박 300g,붉은 고추 1개,물 2컵 ●양념장=간장·다진 파·고춧가루·청주 2큰술씩,굴소스·다진 마늘·설탕 1큰술씩,다진 생강·물엿·참기름·깨소금 ½큰술씩,후추 약간 ●만드는 법=(1) 갈치는 비늘을 긁고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먹기좋게 토막 내어 씻어 물기를 뺀다.(2) 단호박은 껍질을 벗겨 큼직하게 썬다.(3) 붉은 고추는 어슷하게 썰어 씨를 뺀다.(4) 분량의 양념 재료를 고루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5) 냄비에 큼직하게 썬 단호박을 깔고 갈치를 얹은 후 양념장을 골고루 끼얹는다.(6) 물 2컵을 냄비 가장자리에 붓고 중불에서 양념장을 끼얹어가며 조린다.
  •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호박(琥珀) - 김효동

    월령 29일,그믐이다. 동쪽 하늘에 그믐달이 비껴 떠 있다.망원경 경통에 입을 맞추고 숨을 길게 내쉰다.경통의 옆면을 스치며 부연 입김이 날아간다.파인더에 눈을 들이댄다.그믐달은 파인더의 십자선 중앙에 꼼짝없이 잡혀 있다.접안렌즈로 눈을 옮기고 핀트를 맞추자,달 표면의 크레이터가 또렷이 나타난다.달의 바다인 습기의 바다가 거친 암영을 채워가고 있다.그 주위를 비에타나 티코와 같은 크레이터들이 점점이 두르고 있다.크게 심호흡한다.내뱉은 입김이 옅은 달무리를 만들어내다간 금세 흩어진다.눈을 떼고 고개를 젖뜨린다.금방이라도 화구를 열 듯한 하늘이지만 아직껏 짙은 어둠만 머금고 있을 뿐이다.깊은 바다의 잔잔한 침묵을 그려내는 듯하다.꼭 움켜쥐고 있던 액세서리 호박을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온다.로스토크 연안 부두,김 선배는 독일에 가고 싶어 했다.오래 머물진 않을 거야.어디까지나 여행이니까…….호박이야.발트해를 상징한대.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북두칠성 국자의 머리 부분에 머물러 있던 눈동자가 작은곰자리를 거쳐 북극성으로 옮겨간다.호박을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는다.발트해,김 선배가 그곳에서 곤충이 박힌 호박을 캐고 있다면,나는 이곳에서 놈들을 낚아야 한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부딪친다.간들거리는 고목 가지가 그믐달을 콕콕 찌르기 시작한다.할아버지를 지그시 내려다본다.방한복을 여미는 모습이 어줍다.담배는 안 돼요.할아버지는 담배를 먼저대로 담뱃갑 속에 쑤셔 넣는다.할아버지의 등 뒤로 다가가 방한모를 씌우고 요철(凹凸)형 단추를 채워 드린다. 때각! 할아버지의 어깨가 움찔한다.손전등을 입에 물고 점퍼 속에 손을 넣는다.손바닥만한 관측일지가 차가운 공기를 맞는다.9월15일,강원도 횡성,오리온자리가 희미하게 보이다.맨눈 관측,화성이나 황소자리보다는 밝은 편임…….두 달이 훌쩍 지났구나.펜을 꺼내들고 마음을 가다듬는다.11월18일,경북 문경새재.그믐달에 가까워 맨눈으로 3,4등성도 확인 가능.사자자리 부근을 향해실험 촬영.바람이 불지만 촬영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듯……. 망원경 앞으로 돌아온다.파인더를 단단히 고정하고 조심스레 미동나사를 조절한다.망원경의 방향이 찬찬히 천정(天頂)으로 향한다.하늘은 자정을 기해 이전까지의 침묵을 깨뜨릴 것이다.삼십 년을 넘게 만삭이었던 하늘이 자궁을 연다? 굉장히 매혹적이야.놈들을 사냥하는 일은 얼마나 더하겠어! 근사한 녀석들 많이 담아 와.플레이트로 고개를 돌린다.넉 대의 카메라가 좁은 플레이트 위에 빽빽이 올려져 있다.많이 잡아오면 괜찮은 놈으로 한 마리 주는 거지? 나도 꼭 찍고 싶었는데…….작년에 소백산에 갔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한 놈도 찍지 못했잖아.달이 보름달에 가까워서 큰 놈에게 희망을 걸었는데,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서 그것마저도 물 건너갔지 뭐야.편지하면 그 주소로 보내주는 거 잊지 마.바람에 실려 온 검불이 얼굴을 스친다.망원경의 접안부를 두 손으로 꼭 감싼다.밤하늘 이곳저곳에 빛을 게우고 번뜻 사라질 녀석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은 기필코 대어를낚아야 한다. 문경새재는 초행이다.소백산이나 함백산에서보다 수월한 등반이 될 것이라는 지도교수의 귀띔이 이곳을 선뜻 결정하게 만들었다.잡광(雜光)이 없고 먼지가 적어 촬영이 용이한 곳이라는 정보는 관련 잡지를 통해 앞서 접한 터였다.산꼬대가 심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괜찮은 촬영지다.나무가 많지 않은 나지막한 산언덕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 또한 썩 마음에 든다.고개를 들어올린다.밤하늘에 지독한 정적이 연출되고 있다.바람이 차다.귓불을 스치는 산바람은 가랑이까지 으스스하게 만들 정도다.할아버지가 으레 신경이 쓰인다.차에 계시는 편이 낫겠어요.내려가시겠어요? 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가벼이 손을 올려본다. “괜찮아요.다 늙어서 한 번 찾아온 감기가 그 무슨 대수라고.” 할아버지의 몸 상태가 영 거슬리는 것이 아니다.손자를 따라나서야겠다는 얄망궂은 고집을 쉬이 꺾을 수가 없었다.두통 때문에 소다를 댓 수저 퍼먹었거든.어째 머리가 다섯 배는 더 지끈거려요.바람을 쐬면 조금 나아지려나…….할아버지를 향한 불안함이 이제는부모님에 대한 섭섭함으로 옮겨간다.온천 관광을 떠나는 부모님이 홀로 집에 계시기 적적하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와의 동행을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서릿바람에 아이를 업고 밭에 나온 기분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수안보에서 부모님과 헤어지고 내내 말이 없던 할아버지의 입을 트게 한 것이 차가운 기침이었다는 사실을 거슬러 생각하게 된다.화분증 탓에 봄마다 기침으로 고생하는 할아버지이긴 하지만 한 번도 감기에 걸린 적은 없는 분이다.성치 않은 오른다리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가슴은 더욱 답답해져 온다.당장 차로 모셔다드릴게요.얼마 버티기 힘드실 거예요. “나는 아무래도 괜찮다니까…….그나저나,등나무집 할머니 말이다.왜,너도 알잖아,얼마 전에 네 엄마가 소개시켜준…….” 낚시용 승창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청승궂다.이내 지팡이 끝으로 낙엽 더미를 헤적이기 시작한다.땅 위에 글자를 새기고 있는 듯도 하다.낙엽을 헤치는 소리가 듣기에 좋지 않다.선영에게 얘기는 많이 들었네.경영학을 전공한다고? 수치에 매우 민감하겠군.아,자네도 들어서 알겠지만,난…….찻잔을 내려놓는 종업원의 행동이 거치적거린 모양이었다.남자는 말을 멈추고 김 선배의 어깨를 두드렸다.영문학과 선배야.우리 동아리 회장이었고…….이 년 전에 졸업했어.둘 다 초면이겠지? 나는 김 선배의 재킷에 박힌 장식용 버클에 시선을 고정했다.반갑네.남자는 내 시선을 밀쳐내듯 손을 내밀었다.손이 형편없이 못생겼군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꾹 삼켰다.나는 그가 청하는 악수를 건성으로 받아들였다.형편없기 짝이 없는 그 손 언제까지 잡고 있어야 합니까! “성우라고 했지,아마?” 김 선배가 나를 대신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은 많이 찍어봤나? 사진 속에 별을 담는 것과 정물을 담는 것은 확연히 다르지.쉽사리 덤비지 말아야 할 것이 천체를 담아내는 일이야.한낱 취미 정도로 생각했다간 큰 오산이지.듣자하니 소질이 많다던데…….무엇이든 역량이라는 것이 중요하지.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이 녀석이 찾아왔더라고.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이라고 보여주는데 볼품이 없더군.난 처음에 반딧불 사진인 줄 알았다니까.농담 삼아,개똥벌레의 일주 사진이네,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그랬지.” 남자는 김 선배를 돌아보며 짐짓 미소를 지었다.김 선배의 얼굴로 미소가 이어졌을 때,그녀의 재킷에 달려 있는 버클을 떼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치밀었다.어째서 별을 찍지? 나는 남자의 점잖은 말투가 듣기에 거북했다.글쎄요,뭐든 좋아지기 시작하면 따라가는 법이죠.남자는 한동안 내 눈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선물을 하나 할까 하는데,어떤가? 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과장된 걸음으로 카페를 빠져나갔다.그의 뒷모습을 보면서,누군가 카페 바닥에 바나나 껍질을 놓아두었더라면,하고 생각했다.괜찮아,성우야? 불편해 보여.난 너한테 도움이 될까 해서…….나는 김 선배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이 분야에선 알아주는 베테랑이야.물론 지금은 접은 상태지만…….작년엔 외국의 한 천문대가 주최한 천체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어.나이가 많은데도 열정이 대단해.열정이라는 말로 남자의 나이를 짐짓 감추어보려는 그녀의 말투가 왠지 우스꽝스러웠다.저 사람 곧 인도로 떠날 거야.다른 세상을 접해 보고 싶대.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많이 도와줄 거니까,한국에 머무는 동안 자주 만나봐.남자의 구두 소리가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카페 가득 둔탁한 공명을 일으키며 다가왔다.할머니가 마음에 안 드세요,할아버지? “아니,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할아버지는 말끝을 흐리는가 싶더니 이내 기침을 토해낸다.기침 소리가 밤하늘에 긴 메아리를 긋는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의 안경알에 그믐달이 갇혀 있다.그믐달이 거듭 요람으로 변하는 착각이 든다.할아버지의 심상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다.산록을 오르면서 할아버지는 내내 요람 위에서 쉬고 싶다는 말을 되뇌었다.무릎을 매만지며 번번이 하늘을 올려다보던 할아버지의 눈빛에서 요람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의족이 할아버지를 지탱하기엔 무리이지 싶었지만 할아버지는 그에 아랑곳없다는 듯 쉬지 않고 내 뒤를 따랐다.점점 뒤처지는 할아버지를 이곳까지 끌어올린 것은 아마도 달의 이미지가 전하는 느긋한 안주(安住)가 아니었을까.회답이라도 하듯 북극성 주위를 오르내리던 낙엽이 요람 위에 사붓 내려앉고 있다. “할망구가 은근히 피하더구나.어쩐지 아니다 싶었어.미련일랑 한푼 남길 것도 없다.네 엄마도 그렇지,그리 줏대 없는 할망구를…….” 할아버지는 의각이 끼인 다리를 쭉 뻗는다.아닐 거예요.할머니가 일부러 피하기야 하시겠어요? 할아버지의 긴 한숨 소리가 귓가로 날아온다. 플레이트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 한 대를 집어 든다.애지중지하는 펜탁스67 기종이다.노출을 중단하고 필름을 교체한다.노출 시간을 초과한 감이 들지만 유성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일은 없다.다만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필름이 아까울 뿐이다.대학에 다닐 때 처음으로 장만했던 카메라야.니콘FM2지.선배로서 주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받아,자! 그믐달을 할퀴면서 한참을 꼬박거리던 나뭇가지가 툭 부러진다.배낭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모양이다.배낭으로 고개를 돌린다.어서 받아,성우야.내년 가을에 유성을 촬영할 거라면서? 이번에 못 찍었다고 그 난리를 치더니.카메라 한 대 더 있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잘 알면서.어서 받아.나는 김 선배를 바라보다가 남자가 건네는 카메라를 말없이 받아들었다.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별을 너무 많이 본 탓일까?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상이 끝없이 생기더군.혼자 여행을 선택한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르지.가면 갈수록 새로운 걸 찾게 돼.물론 과거가 바탕이 된 새로움이겠지만.인도에 대해 아는 것 좀 있나? 힌두교? 일처다부혼? 아니면,마하트마? 남자와 김 선배가 자리를 떠나고 나서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해해.아,위대한 영혼이라는 뜻이야,마하트마란.김 선배는 다시 돌아와 그렇게 몇 마디 던지고는 급하게 카페를 빠져나갔다.나는 김 선배가 잠시 우주로 여행을 떠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불안감은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는 힘으로 나타났다.그들이 지나간 카페 홀에 문뜩 간디와 마하트마를 외치는 남자가 부딪쳤다가 분산하는 이미지가 그려졌다.커피 리필해 드릴까요? 종업원은 나의 대답을기다리는 투였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는 그녀가 무안해하길 바라면서 그녀의 코밑을 계속해서 쏘아보았다.리필해 드리겠습니다.위대한 영혼 좋아하시네! 잠시 주춤하던 바람이 한달음에 몰려온다.옹그리고 있던 낙엽 더미가 소르르 흩어진다.달빛을 빌려 주위를 둘러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융단이 말리듯 낙엽 더미가 굴러간다.굴러간 낙엽만큼의 양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거년스럽다.할아버지의 어깨 위에 낙엽 한 장이 사부랑삽작 걸터앉는다.아니,어느새 날아간다.할아버지,녹차 드릴까요? “아니,됐다…….애초에 소개를 받는 게 아니었지,여시 같은 할망구!” 배낭에서 녹차 티백과 보온병을 꺼낸다.배낭 옆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힘없이 나동그라져 있다.다만 동아리 선배로서 소개시켜줬을 뿐이니까…….웃음이 나온다.플레이트가 놓여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삼각대에 장착한 카메라와 플레이트 위에 올린 넉 대의 카메라가 하늘을 향해 조리개를 가만 열어놓고 있다.적도의 가대에 올린 카메라는 천구의 이동을 따라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가져오지 않은 남자의 카메라가 머릿속에 떠오른다.유성을 담아내기에 카메라가 적은 듯도 하다. 티백을 간닥거리며 망원경의 접안부를 들여다본다.카시오페이아와 페르세우스 사이에 웅그리고 있던 은하단이 어느 틈에 천정(天頂) 부근으로 이동해 있다.별들의 바다를 감상하기에 녹차의 양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없네,부담이 엔간히 드네,민망해서 자식들 볼 면목이 없네,다 늙어서 주책이 아닌가 싶네…….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괸다더니,뭐 그리 둘러댈 것이 많은지.보험 들으랄 때부터 알아봤지,내가! 참말로 사랑은 아무나 하나네 그려.” 녹차를 들이켜다 사레가 들린다.입술을 훔치며 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고개가 하늘로 향한다.나의 시선이 어느새 할아버지의 고개를 따라간다.성도(星圖)를 펴놓은 듯한 밤하늘이다.고개가 각각의 별자리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남쪽 하늘에 고래자리가 자오선 위를 조용히 헤엄치고 있다.서쪽 하늘,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가 말없이 지고 있는 모습이다.달을 품은 동쪽하늘,쌍둥이별의 카스트로와 폴룩스가 드높게 떠 있다.가슴속에 새겨진 성도가 보이지 않는 별마저 또렷이 그려내고 있다.아마 잦은 촬영에서 밴 습관일 것이다.멀리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이 외롭게 반짝인다.별을 본다는 건 말이야…….그건 결코 값싼 센티멘털리즘만으로 되지 않는 거야,적어도 우리 같은 사람에겐.김 선배의 손가락이 작은개자리에 머물렀다.끝내 그 모습만을 유지하는 별은 없어.나 역시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진 않아.프로키온,다른 별들처럼 모여 있지 않고 외롭게 떠 있지.저 별을 보고 있으면…….아니다,값싼 감상은 내가 찾고 있네…….자,봐봐! 김 선배의 손가락이 공중에서 천천히 움직였다.큰개자리의 시리우스와 베텔게우스를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다시 시리우스로 돌아오면…….김 선배의 손가락이 내 눈앞에 머물렀다.김 선배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어색한 마음에 멀리 횡성군(郡)의 정경을 내려다보았다.그러니까,그렇게 그려보면 겨울의 대삼각형이 이루어지는 거야.네 손으로 한번 그려볼래? 지그시 눈을 감아본다.주머니 속의 호박이 얼굴에까지 느껴진다. “생판 모르는 할망구 만나서 뭔 득을 보겠다고.내가 미쳤지!” 할아버지는 두 손을 비비며 몸을 움츠린다.몸 전체가 굼벵이처럼 오그라든다.정말 안 되겠어요,차로 돌아가요.할아버지는 대답이 없다.흰자위가 드러나도록 눈을 치켜뜨고 달 쪽을 올려다볼 뿐이다.억지를 부리는 어린아이 같아 안쓰럽다.달은 달일 뿐,요람은 그저 값싼 감상인 모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지독한 난시 탓에 할아버지에겐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밤하늘이라는 것마저 이곳에 와야 할 명분을 지우는 것 같아 답답하기까지 하다.어느새 할아버지의 발목까지 낙엽 더미가 덮여 있다.의족으로 낙엽을 헤치는 모습이 곰상스럽다.갑자기 할아버지가 지팡이에 의지해 승창에서 일어선다.차로 가시겠어요?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땅을 꾹 찌른다. “칼을 들었으면 두부라도 썰어야지,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산중턱을 엷게 스친다.등나무집 할머니를 두고 하는 말이다.칠순을 넘겨보는 할아버지에게 사랑이 찾아왔다는 사실이 나에겐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다.기억도 나지 않는 할머니 얼굴을 등나무집 할머니의 얼굴로 대신하겠다는 생각도 없다.다만,물 건너간 사랑을 되돌리지 못할 때 찾아올 슬픔을 고스란히 할아버지 자신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작년 가을에 콤바인 예취날에 바짓부리가 걸려 발목을 잃은 할아버지에게 사랑은 그 후유증마저 낫게 할 수 있는 힘이 될지도 모른다.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는 생각지 못한 섬으로 가로막힐 때가 있다.경우에 따라선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그래서일까? 할아버지의 사랑이 쉽사리 이루어지리란 기대는 들지 않는다.등나무집 할머니는 둘러대는 것이 아니다,어쩌면.할머니도 일부러 그러시는 건 아닐 거예요. “그럼 만나지 말자는 게 진심이라는 게냐?” 아니,그런 것이 아니라,뭔가 사정이…….갑자기 눈 속에 번뜩하며 섬광이 스민다.고개를 젖히자 곧 하늘이다.드디어 화구를 벌린 모양이다.그대로 하늘에 눈을 처박는다.이중성단을 관통하며 희미하게나마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할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동시에 따라붙는다.단말마와 같은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를 따라 금세 사라진 녀석이지만 잔상으로나마 눈 속에 남는다.보셨어요? 저기…….손가락을 펴 하늘을 가리키지만 할아버지는 아무 관심도 없는 투다.대인이 또 세상에서 사라지는구나,하고 말하면서 그 사람 이런 말을 꼭 덧붙였어.자신은 타 없어지는 유성이 아니라,우주에 버려진 별이 되고 싶다고 말이야.그 말이 무슨 뜻일까? 나는 선배가 말하는 남자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그렇게 자신을 사랑하더니 결국 혼자가 되어버린 걸까? 그 사람 지금은 인도에 없어.또 다른 낯선 곳을 찾아갔겠지.김 선배는 간헐적으로 딸꾹질을 토해냈다.그러면서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되뇌었다.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낯선 곳에서 혼자가 되어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한 번 더 자리를 만들어야겠다.이번엔 네 엄마가 아니라,내가 직접 말해야겠어.만나서 담판을 짓든지…….성우야,두유 좀 가져다 다오.목이 다 탄다.” 배낭으로 다가간다.지퍼를 열고 배낭 속에 손을 넣어 두유를 찾는데 다시 유성이 떨어진다.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올린다.큰곰자리 부근으로도 유성이 떨어지고 있다.큰곰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북극성을 오매불망하는 듯한 눈매가 큰곰으로부터 전해져 온다.거듭 긴장이 몰려온다.오늘을 마지막으로 삼십 년 후에나 찾아올 사자자리 유성우다.모(母)혜성의 궤도 문제로 삼십 년의 주기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들은 바 있다.무엇이든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머물지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 봐.무슨 일이 있어도 유성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온몸을 감싼다.김 선배가 일러주었듯,아니,그녀가 전하는 어느 화백의 말처럼 하늘은 곧 오랜 세월 품어온 정한(情恨)을 차가운 땅덩이를 향해 쏘아댈 것이다.정한이란 비타민E 다음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비타민F와 같은 인생의 알 수 없는 영양소일지도 모른다고 천경자 화백이 말했지.그 여자,아니,그 화백이 자신의 그림을 참 재미있게 표현했었어.전시회 작품들이 대부분 오로라와 같은 몽롱한 색채로 표현돼 있었거든.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오로라를 목격했다는데,글쎄,갓 잡은 등 푸른 생선이 파닥이는 것 같더라나? 화가의 표현치고는 좀 어수선하게 느껴지지 않아? 김 선배는 말을 마치자마자 상념에 사로잡힌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김 선배의 시선은 언제부턴가 내 어깨에 머물러 있었다.또 그 사람 생각하는군요? 김 선배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섰다.망원경에 눈을 들이대는 김 선배의 모습이 왠지 어색했다.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표정이었다.그런 식으로 시치미 떼지 말아요! 내뱉지 못한 말이 가슴속에서 빙빙 돌았다.김 선배는 접안렌즈에서 눈을 떼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그 사람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나에게서도 머물지 않으려는 걸까? 그녀는 자신의 상념을 자르려는 듯 의외의 말을 던졌다.성우야,횡성에 가자.너도 태기산에 간 적 있지? 나는 한참 뒤에나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렇지 않아도 오리온자리 일주 사진을 찍을 곳을 찾고 있었어요.그래요,가요.김 선배는 바지 주머니 속에서 밀황색 호박을 꺼내 코에 가져다 댔다.그래,가.가보고 싶던 곳이었어.“얘,두유가…….” 느지감치 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린다.옷깃에 달라붙은 검불을 떼어내고 버름한 방한복을 여며드린다.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라이트 버튼을 누르자 액정 화면이 흐릿하게 빛을 발한다.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다.노출 시간을 체크하고 카메라로 다가간다.노출 시간을 또다시 오버한 감이 든다.필름을 새로 갈아끼운다.때마침 희미한 유성 하나가 떨어진다.재빨리 카메라를 들어 연속 촬영을 한다. 다시 한 마리가 떨어진다.제법 모양을 갖춘 놈이다.운이 좋으면 긴 유성흔을 잡은 사진을 현상할 수 있을 듯하다. “땃땃하게 데운 베지밀이 최곤데 말씀이야.그,병에 든 거 말이다.” 카메라의 구도를 바꾸어본다.이번엔 복사점을 중심으로 앵글을 잡지 않고 주변의 별자리를 중심으로 구도를 잡을 생각이다.어디서 떨어질지 모르는 놈들이기 때문에 천구가 모두 피사체다.사진으로 태어난 녀석들이 깨알과 같이 작다 하더라도 사진을 현상하는 동안만큼은 현장에서 느꼈던 흥분이 다시 살아나 그야말로 황홀하다.마지막이라는 말이 얼마나유혹적인지 알아?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놈들을 잡을 수 있는 해는 아마도 네가 두 딸아이의 아빠가 되었거나 손자도 볼 수 있는 시간들을 다 겪고 나서야 올 거야.군침이 돌지 않니? 장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유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거의가 떨어져서 그다지 훌륭한 사진은 찍을 수 없을 거야.운이지,뭐.노벨이 태어난 해엔 한 시간 동안 무려 만 개 이상이 떨어졌다는데…….성우야? 김 선배가 나직이 내 이름을 불렀다.꼭 갈 건가요? 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나를 가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성우야?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선배가 다시 내 이름을 불렀다. “나,인도에 갈까?” 그 사람 인도에 없다면서요? 아직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김 선배는 다소 신경질적인 내 물음에 뜬금없이,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나는 그녀의 얼굴빛에서 장난스럽게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나는 내가 말했어야 하는 부분을 모욕적으로 도난당한 느낌이 들었다.널 좋아하는 것 같아.그녀가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을 땐 수치심마저 치밀었다. “젊었을적엔 참 고왔을 얼굴인데…….에이,모르겄다.늙을수록 애가 돼 간다는데 남사시럽게…….이놈의 나이도 이냥저냥 시들어갈 판인가?” 시계를 들여다본다.12시30분.유성은 카메라를 향해 간헐적인 입김만 뿜을 뿐 탄성을 자아낼 만한 모습은 보여주질 않고 있다.어쨌든 물고 늘어져야 한다.새벽 1시에서 2시 사이가 녀석들이 한꺼번에 태어나는 극대 시각이라는 정보를 굳이 믿으라면 아직 3,40분 정도의 터울이 있는 셈이다.그때에 대비해 아껴두었던 커트필름을 꺼낸다. 갑작스레 휴대전화기가 엉덩이를 간질인다.어머니의 전화다.걱정이 되는 모양이다.할아버지를 잘 모시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이미 내 목소리에서 할아버지의 안전을 확인했을 것이다.할아버지를 내려다본다.할아버지가 나를 따라나선 것에 대한 불만이 가신 것일까.할아버지는 세상을 관조하러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다리를 절단하고 병원에 누워 계실 때,이제는 바라만 보며 살란다,하면서 관조라는 말을 꺼낸 적이 있다.뭐든 간섭하고 살았는데,이젠 좀 앉아서 쉬어야지.늙어서 다리 쓸 일이 뭐가 있겠어.방바닥에 앉아서 창 밖이나 구경하면 됐지.그걸 관조라고 해도 될 거야.할아버지가 관조라는 말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라 말했을 때,사실 너무 우스웠다.세상에는 그저 바라보아야 하는 일보다 시기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은 법이니까.사학년생들끼리 전시회를 열기로 했어.작년 선배들처럼 여러 가지 테마를 가지고 전시하지는 않을 거야.그만큼 작품이 적다는 얘기겠지.그러고 보면 선배들은 참 대단해.별을 잡아온다는 게 어디 쉬워? 카페 창가에 앉아 있던 김 선배는 밖을 바라보며 전면 유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뽀드득뽀드득 듣기 싫은 소리가 귓전에 머물렀다.선배는 사진 많이 찍으러 다녔잖아요. “주문하시겠어요?” 검은 에이프런을 입은 여자가 테이블 앞에 섰다. “고작해야 일주 사진이 전부야…….커피 두 잔 주세요…….다른 사람들은 은하며 성단이며 그림 같은 작품들을 전시하는데…….” 탁자 밑에서 자꾸만 나의 구두코가 그녀의 발을 차고 있었다.그런데도 김 선배는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내가 말을 걸지 않는다면그녀는 그녀의 생각 속에 머물고 말 듯했다. “가끔은 지겹다는 생각이 들어.어차피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말이야.아,계획은 세웠니? 유성우 말이야.할아버지 사고 때문에 작년에 찍지 못했잖아.맞다,할아버지는 괜찮으시지?” 플레이트를 돌아본다.아무래도 좁은 플레이트 위에 넉 대의 카메라는 무리이지 싶다.사진 주변에 수차(收差)가 나올 것을 감안해야 할 듯하다.옆 카메라의 릴리즈가 들어올 것도 예상해야 할 판이다.사진 표면에 검은 줄이 생길 것이 뻔하다.필름을 스캔하고 이미지 처리를 한다고 해도 작품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망원경과 카메라를 부착하는 방법을 시도하기로 한다.카메라 한 대를 들어 망원경 앞으로 가져온다.신발 끈을 끄른다.망원경의 접안부와 카메라의 렌즈를 맞대고 신발 끈을 감는다.왜요,필요한 거 있으세요? 할아버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요 좀 보련다.난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해요.” 할아버지는 배낭을 걸어 놓았던 나무로 절뚝절뚝 다가간다.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크다.늦었구나! 지도교수가 내 어깨를 치고 홀을 빠져나갔다.몇 작품 전시하지 않은 전시회 치고는 꽤나 엄숙한 분위기였다.선배들의 사진전은 ‘우주의 신비’라는 제목으로 열렸다.‘끝의 향연’이었던 작년의 제목에 비하면 꽤나 성의가 없어 보이는 제목이긴 했다.사진전은 학교 도서관 입구의 홀에서 개방적으로 열렸다.얼마 안 되는 작품이 전시되었다고는 하지만 안드로메다은하나 플라아데스 성단 사진은 그 몇 안 되는 작품들까지 빛내기에 충분했다. “겸연쩍긴 하지만,그래도 차지 않은 달이 더 정이 간다니까.” 달은 고개를 젖힌 할아버지의 코끝에 붙어 있지만 바람에 끄덕이는 나뭇가지 탓에 자꾸만 명멸한다.‘달과 금성의 일주,강원도 횡성군 태기산,올림푸스 OM-1,45㎜ 광각렌즈…….’ 공책 크기만한 사진 속에 지평선을 향해 사선을 내리긋는 달과 금성의 일주가 힘차게 다가왔다.개똥벌레 일주 사진,감히 반딧불로 별을 대적하다니……. “성우야.” 어느 결에 김 선배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나는 사진 속의 달과 금성을 머릿속에 그려진 반딧불과 견주어 보았다.미친놈!“늦었구나?” 김 선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선배는 자신의 사진을 한번 훑고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횡성에 가본 적이 있군요? 나는 물으려다 말았다.실망했지? 사진을 찍을 때도,인화할 때도 온통 딴생각이었으니…….괜찮아요.개똥벌레 같지 않은데요,뭘.정말 괜찮아요.나는 김 선배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입아귀를 부풀렸다. “괜찮으면,너 가질래? 지금 가져가도 돼.” 김 선배가 조용히 물었지만,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때부터 김 선배의 입도 열리지 않았다.그녀는 홀 주위를 돌기만 할 뿐이었다.나는 김 선배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김 선배는 ‘개똥벌레의 일주’가 놓인 이젤을 무려 다섯 번이나 거치면서도 내내 입을 열지 않았다.나는 그런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고 되뇌기만 했다. “더 이상은 못 봐주겠어!” 김 선배가 자신의 사진을 들고 돌연 도서관을 빠져나갔을 때에도 내 입 속에선,선배 사진을 내가 어떻게 가져요,하는 말만 반복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바다뱀자리와 큰개자리의경계선 부근에 섬광이 스친다.지평선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라진다.한참 만에 나타난 녀석이지만 그다지 반갑지 않다.기대를 많이 한 탓이다.플레이트 앞에 선다.50㎜ 표준렌즈를 광각렌즈로 교체한다.필름을 빼내면서 웬일인지 작품다운 작품이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46도 화각으로 유성을 잡는다는 것이 무리이지 싶었다.새 필름으로 갈아끼운다.이번엔 초점비에 따라 4분에서 8분씩 노출을 주기로 한다.버름했던 앞섶을 단단히 여미고 망원경으로 다가간다.경통에 키스하고 힘겹게 매달려 있는 카메라로 눈을 가져다댄다.잘 보여? 힘없는 목소리로 김 선배가 물었다.오늘따라 잘 잡히지 않네요.횡성에 도착하기 이전부터 무엇인가가 불안했다.달의 상을 또렷하게 끌어오는 것마저 힘에 부칠 정도로 불안이 온몸을 휘감았다.잘 안 되니? 김 선배는 까치발을 하면서 재킷 주머니에 손을 꼭 찔러 넣었다.천문학도 아닌데 왜 그렇게 쩔쩔매? 천문학이면 괜찮게요? 이건 완전히 막노동이니…….안 되겠어요.카메라 좀 가져다 줄래요? 그냥 찍어야 할 것 같아요. “왜,내가 있어서 그래?” 카메라를 받아들려고 했지만 김 선배는 잠시 악력을 썼다.카메라가 중요해,내가 중요해? 나는 뜬금없는 그녀의 질문에 장난스레 되물었다.선배는 아빠가 좋아요,엄마가 좋아요? 김 선배가 갑자기 카메라를 놓아 버리는 바람에 몸이 뒤로 밀렸다.두 시간 동안 노출할 거니까 지겨워도 참아요.김 선배는 대답하지 않았다.망원경 접안부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셔터를 누르자,김 선배가 대뜸 딸꾹질을 토해냈다.나 몰래 뭐 훔쳐 먹었어요? 나는 배낭으로 다가가 보온병과 녹차 티백을 꺼냈다.자,마셔요. “자연현상이라는 게 그 자체로 인간에게 많은 감상을 주는 거 같아.” 김 선배에게 녹차가 담긴 잔을 건넸다.안 좋은 부분이 있다면 때론 인간을 징벌하기도 한다는 점이죠.김 선배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그래,맞아.때론 징벌하기도 하지.그걸 피하는 방법은 뭘까? 나는 김 선배를 돌아보았다.피할 수 없어요.다만,치유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답일 뿐이죠.감상만 쫓아가지 말아요,제발! 그러다간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징벌을 안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뱉어내고 싶은 말이었지만 긴 한숨으로 대신했다.프로키온,외로운 별이야.김 선배는 감상에 빠지고 있었다.그녀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연거푸 그려댔다. 김 선배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다 댄 것은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그녀가 대뜸 일어섰다.우리 그만 내려가자.나 너무 피곤해.나도 모르게 김 선배를 쏘아보고 있었다.피곤하다니요? 올라온 지 고작해야 한 시간 지났는데.노출 끝내려면 적어도…….김 선배는 기필코 가야 한다는 표정이었다.그녀의 눈을 다시 한 번 뚫어지게 쏘아보았다.일단 내려가자.김 선배는 무턱대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선배님,지금! 김 선배가 바닥에 주저앉았다.선배,이건 반칙이에요.여기까지 와서 그냥 내려간다는 건…….저따위 별들이야 언제라도 볼 수 있어! 그녀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왜 그래요? 미안해,그냥 내려가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성우야,넌 여기가 어디 같니? 아까부터 유심히 살펴봤는데,아무래도 이상해.”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온 할아버지가 묻는다.주위를 둘러본다.내 눈엔 그저 낮은 산언덕으로만 보인다.무슨 겁을 주시려구요? “모르겠니? 난 아무리 봐도…….” 안 갈 거예요? 김 선배는 ‘횡성여관’ 앞에 섰다.그녀는 간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여관이라는 글자에서 ‘관’자의 네온사인이 끔벅이며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차 있는 곳까지 가려면 서둘러야 돼요.빨리 가요,선배! “나…….나,여기 예약했어.” 예약요? 여관도 예약이 돼요? 응,오래 전에…….할아버지 손끝에서 라이터 불꽃이 번뜩인다.깊은 고랑이 팬 이마 위에 돌연 플라아데스 성단이 나타난다.영묘한 빛을 산란하는 산개성단.할아버지는 담배를 문다.성단이 단박 사라진다.담배! 손전등을 켜고 할아버지를 향해 불빛을 겨눈다.담배요! 나도 모르게 뱉어버린 소리가 맞은편 산허리에 부딪힌다.어이없이 큰 내 목소리에 할아버지의 눈동자가 툭 불거진다.죄송해요,전 다만……. “다시 한 번 비춰보거라…….아무래도 무덤자리 같은데.” 할아버지는 손가락을 펴고 팔을 뻗어 허공에 둥그런 원을 그린다.손전등 불빛이 할아버지의 손끝을 따라간다.어느새 이슬이 맺힌 언덕 주위가 불빛에 번뜩인다. “그래,맞다.무덤자리가 확실해.둔덕이 좀 진 곳이 있잖니? 오래 돼서 다 깎여 내려갔지만 그것이 봉분이고…….” 할아버지는 이번에 두 팔로 허공을 감싸는 시늉을 한다. “양쪽의 활이 엉성하게나마 살아 있잖니.저 봐라,가지가 이리저리 벌어지긴 했지만 묘목도 있잖아.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지.” 다시 주위를 비추어본다.엉성한 이팝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그루씩 자라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신경을 좀 쓰지,죽어서도 한이겠구먼.” 네,그런 것 같네요.할아버지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다가 하늘로 고개를 든다.때를 맞추어 북두칠성의 국자 옆으로 상당히 밝은 유성이 떨어진다.준비해 두었던 커트필름으로 모든 카메라의 필름을 교체한다.하늘은 등갓이 손톱에 찢긴 순간처럼 번쩍 발한다.긴 유성의 꼬리가 눈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긴 궤적을 남긴 유성은 할아버지가 등진 산의 허리춤에 박히면서 소리 없이 부서진다. 망원경 접안부에 맞댄 카메라의 필름도 커트필름으로 교체한다.망원경과 카메라가 불안하게 맞대어져 있다.상이 선명하지 않잖아! 자,다시 해보자.김 선배가 내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처음엔 다 그런 거야.심호흡하고 다시 해봐! 천천히! 여자 다루어본 적 있을 거 아니야! 그래,천천히 렌즈를 돌리면서…….상을 잡아야 사진이든 뭐든 나올 거 아니야! 다시,다시! 신발 끈을 다시 단단히 매고 상이 선명해지도록 접안렌즈를 천천히 조정한다.무한대를 응시해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피하려면 파인더를 보면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그래,그래야 한다.파인더에 들이댄 눈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아랫입술을 꼭 깨문다.다시 상이 가능한 한 선명할 때까지 망원경 접안렌즈의 초점을 맞춘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댄다.전망이 별로 감동적이지 못하다.다시 망원경의 초점을 정밀하게 맞춘다.들어온다.선명해진다.조리개를 최대한 개방하고 최대한의 노출을 유도한다.긴장이 밀려온다.검지에 힘을 주고 셔터를 누른다.순간 내 행동에 대한 반감 섞인 생각이 스친다.우주는 가만히 있어도 가슴에 소지할 수 있다는.그것 봐,하면 되잖아.어,언제 왔어요? 김 선배가 남자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나는 스스로 거역하고 있었다. “가만,그러고 보니,내가 죽은 이 위에 버릇없이 앉아 있었네 그려.” 할아버지는 승창을 들고 망원경 쪽으로 다가와 앉는다.배낭으로 다가가 녹차 티백과 두유를 꺼낸다.할아버지 옆으로 다가간다.꼭 다시 한 번 만나보세요.좋으신 할머니 같던데.할아버지 손에 두유를 쥐어드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차갑지만 폭신한 낙엽방석이다.녹차가 담긴 컵을 가볍게 감싸쥐고 하늘을 올려다본다.영묘하게 빛나는 큰개자리의 시리우스가 동쪽 하늘을 호령하면서 지평선 위에 드높이 떠 있다.궁수자리의 남은 마지막 밝은 별들이 서서히 지고 있다.켄타우루스와 남십자가자리의 별들 그리고 에라다누스강자리의 아케르나르가 남쪽 하늘에 깊이 박혀 있다.할아버지,돌아가는 길에 온천욕이라도 하시겠어요? “아니다.온천은 무슨…….” 들추어진 할아버지의 바짓부리를 정리해드린다.차갑고 딱딱한 의족이 손끝에 느껴진다.할아버지가 내 어깨 위에 천천히 손을 얹는다. “힘들여서 만나봐야 게 잡아 물에 넣는 꼬락서니지.안 그러냐,성우야?” 죄송하지만,삼백이호실로 방 하나 더 주세요.돈을 지불하고 김 선배의 뒤를 따랐다.층계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처럼 벌건 융단을 뒤덮고 지루하게 이어졌다.관측장비가 무거운 탓인지도 몰랐다.삼층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김 선배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냈다.미안해,괜찮아질 거야.나에겐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나는 그녀가 괜한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다. 김 선배와 나는 삼백일호와 삼백이호 앞에 나란히 섰다.선배의 옆얼굴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그녀는 문을 향해 다시 한 번 딸꾹질을 토해냈다.괜찮아,정말이야.그녀에게 열쇠를 건네고 문손잡이를 돌렸다.꼭 자고 가야겠어요?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잖아요.더군다나 차도 있는데…….김 선배는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았다.잠시 말이 없던 그녀가 목에 걸린 호박을 떼어 내 앞에 들이밀었다.짐짓 어색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깔려 있었다.미안해…….오래 머물 것 같지는 않아.무엇이든 오래 머문다는 건 좋지 못해.기억이든뭐든…….그녀는 내 손바닥 위에 호박을 얹어놓고 꼭 쥐어주었다.호박이야.발트해의 상징이래.독일에 사는 이모가 보내줬는데 이젠 필요 없게 됐어.직접 가서 캐보려구…….이왕이면 북해까지 돌아볼 생각이야.보트니아만을 거쳐 핀란드만까지…….독일 북동부에 있는 발트해 연안 도시라는데.주 이름이…….아주 긴 이름이었는데……. 무척이나 밝은 대화구가 눈에 들어온다.사방이 일순 밝아진다.느낌이 좋다.큰곰자리의 꼬리 부분으로 다시 여러 개의 유성이 빗금을 그으며 떨어진다.곧 큰곰의 머리 부분으로도 유성이 떨어진다.유영하는 연어의 등지느러미처럼 은빛을 산란하며 하늘을 가른다.제법 공격적이다.머리카락이 설 정도로 쾌감이 전해진다.맞아,포어포메른주였어.독일의 북동부,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주! 망원경 앞으로 다가간다.카메라에 눈을 들이대자 동전 크기의 유성이 망원경 안으로 날아온다.몸이 반사적으로 꺾인다.조금만 참으세요,할아버지.이것만 찍으면 다 되니까.잠잠했던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한다.카메라에 키스한다.너만 믿으마.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할아버지 등뒤로 다가간다. “그놈의 미련이 문제라지…….성우야,등나무집 할머니가 만나는 주겠지?” 나는 할아버지 등뒤에서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때마침 유성의 꼬리가 할아버지의 긴 하품 소리를 따라 하늘에 은회색 칼날을 하늘에 긋는다.뒤이어 서너 개가 더 떨어진다.지평선 어딘가에 떨어졌을 유성의 잔상이 오래도록 눈 속에 남는다.무덤 주위를 둘러본다.하필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를 모르겠군요.나는 손바닥 위에 놓인 호박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그곳이 한때는 슬라브족의 요새였다는 거야.맞아,슬라브족의 요새.한자동맹이란 것도 그곳에서…….엉터리 수작 말아요! 입이 열릴 뻔했지만 참았다.내 손으로 호박을 채취하고 싶은 게 꿈이야.고대 생물이 들어 있는 호박 말이야.난…….김 선배는 말을 멈추고 문손잡이를 잡았다.잠깐만요! 김 선배는 여관 복도가 울릴 만큼의 내 부름에도 놀라지 않은 듯했다.김 선배는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눈망울에 작은 프로키온이 나타났다.우는 거예요,지금? 그녀는 다시 딸꾹질을 토해내기 시작했다.이거요,잘 구경했어요.아무리 찾아도 개똥벌레는 없던데요.나는 돌돌 만 ‘달과 금성의 일주 사진’을 점퍼에서 빼내 그녀에게 들이밀었다. “나,잠깐 약국에 좀 다녀올게.기다리지 말고 자.” 김 선배는 사진을 받지 않았다.나는 호박과 돌돌 만 사진을 번갈아 내려다보았다.말해줘요! 아니야,내가 갔다 올게.먼저 자고 있어.그녀는 이미 층계를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나는 슬라브족도 한자동맹도 아닌,김 선배가 그곳에 가겠다는 이유만을 알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기침이 다시 시작이다.할아버지를 돌아본다.할아버지의 발 앞으로 낙엽 더미가 굴러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흡사 융단이 말리는 듯하다.굴러간 양만큼의 낙엽이 또다시 굴러오는 모습이 할아버지의 발 아래 펼쳐진다.그믐달로 날아간 낙엽들이 한점 바람에 사방으로 흩어진다.주머니에 손을 넣는다.호박이 느껴진다.호박 속에 갇혀버린 것은 나일지 모른다.손님,삼백일호 손님,안에 있어요? 복도 끝,창유리를 통해 어슷하게 비쳐든 새벽의 푸른 기운이 물 위에 떠가고 있었다.발트해,삼백일호 문 아래로 차가운 해수가 밀려나오고,나는 그 위에 밤새 쥐고 있던 호박을 떨어뜨렸다.점벙! 발끝으로 밀려온 해수를 나는 나도 모르게 피하고 있었다.김 선배는 결국 호박을 캐러 떠났다.손님,손님! 이봐요! 하늘을 올려다본다.동쪽 끝에 겨우 고개를 내민 시리우스에 손가락을 찍는다.천천히 베텔게우스와 연결하고 프로키온으로 옮긴다.다시 시리우스로 손가락이 이동하지만 그만 손가락은 가던 길을 멈추고 만다.나는 겨울의 대삼각형을 그릴 수 없는 모양이다.곧 겨울이 찾아올 테지만 그때에도 삼각형을 그릴 수 없을 것이다.관측일지를 꺼내든다.11월19일,사자자리 감마성 부근을 복사점으로 20여 개의 유성 출현.30년 후에는…….호박을 꺼내 코밑에 가져다 댄다.발트해의 짙푸른 해수가 밀려간다.로스토크,그녀는 결국 그곳에 가고 없다.
  • “진솔한 자기반성 통해 혼란·분열 극복을”종교계 원로·지도자 신년 메시지

    새해 화두는 ‘나로부터의 개혁’. 종교계 원로·수장들이 일제히 자기반성을 통한 화합과 상생을 촉구하고 나섰다.불교계 원로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법어를 통해 남을 향한 비판보다는 나 자신의 성찰을 강조했고 기독교 수장들은 일제히 ‘내 탓이오.’ 정신을 새롭게 촉구했다.민족종교 대표들도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원시반본(原始返本)’의 도리를 내세웠다. 연초부터 시작돼 한해 내내 계속된 정치권 다툼과 비리,잇따른 자살과 가정파괴 등 파행은 모두 나 자신을 지키지 못해 빚어진 결과이며 이같은 혼란을 무엇보다 자기반성으로 극복해 나가자는 다짐이다. ●참나(眞我)의 발견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은 신년법어에서 줄탁동시( 啄同時)의 미덕을 강조했다.“ 啄(줄탁)의 솜씨를 지닌 사람은/不諍(부쟁)의 덕을 얻어 원융을 이룰 것이요/말에 얽매인 사람은/재주를 팔아 어리석음을 얻을 것입니다.” 닭이 알을 깔 때에 알속의 병아리가 껍질 안에서 쪼고( ) 동시에 어미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려야(啄)한다는 것으로 화합에는 나 자신의 근신이 필요함을 역설한 말이다.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도 “우리 사회가 대화와 화합을 추구하는 새해가 되기 위해선 자기만이 살겠다는 집착과 욕망을 버리고 무아(無我)의 가르침을 되새겨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일신(一身)이 청정하면 법계(法界)가 청정하고 일신이 혼탁하면 법계가 혼탁하니,밝고 아름다운 한 해를 창조하기 위해선 과도한 집착과 욕망을 덜어내고 다른 사람과 함께 갈 수 있도록 옆자리를 비워놓아야 한다.”(이운산 태고종 총무원장)/“새로운 마음의 눈을 열어 집착과 대립,독선의 어둠을 버리고,나의 네가 아닌,너의 나를 보아야 한다.”(김도용 천태종 종정)는 법어도 같은 맥락의 일갈이다. ●내 탓이오 기독교계 또한 자기반성과 평화의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나자렛 성가정처럼 사랑 안에서 산다면 참다운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며,나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말고 공동선의 증진을 위해 우리 자신이 평화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신년사를 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길자연 대표회장은 “금년에도 어렵고 암울한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교회는 이런 세상적 가치에 젖어있는 열방과 민족들을 향해 희망과 변화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세상의 소란과 분열은 인간의 욕심에 그 기초를 두고 있으므로 각자의 처소에서뿐만 아니라 함께 모여 상처받은 이웃을 위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간구하자.”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김순권 목사도 “우리는 엄격한 자기반성,성실한 자기개혁,원칙에 충실함 등 새로워지기 위한 방법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키자.”고 당부했다. ●근본 바로세우기 대순진리회 증산도 등 민족종교는 근본 바로세우기에 역점을 두고 있다.대순진리회 이유종 종무원장은 “지난해의 모든 문제들은 각자가 지켜야 할 근본을 망각한 채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한 탓”이라며 “새해에는 근본으로 돌아가 상생의 마음으로 노력하자.”고 말했다. 증산도 안운산 종도사는 “상생의 새 문화는 바로 참 마음과 정의를 바탕으로 해서 열리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본질적인 대혁신을 통해 참마음으로 자기를 바로잡자.”고 당부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녹색공간] 먹을거리 함부로 바꾸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그것은 음식쓰레기는 산에다 버려도 괜찮다는 생각이다.사람이 먹는 것이니까 새나 짐승들이 못 먹을 게 뭐냐는 것이다.그래서 먹다 남은 김밥이나 과일 껍질들을 함부로 숲에다 버린다.그러고는 심지어 산에 사는 동물들에게 좋은 일을 했다는 식으로 자기를 합리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나,그건 그렇지 않다.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수억만년 동안 섭취해온 저들대로 고유한 먹을거리가 따로 있다.먹을거리가 바뀌면 탈이 난다.그들에 비해 덩치가 큰 사람들도 먹을거리가 바뀌어지면 배탈이 나는데,하물며 작고 여린 동물들이 전혀 먹어본 적이 없는 먹을거리를 먹고 아무 탈이 없겠는가. 함량의 차이는 있지만,우리의 먹을거리에는 방부제,조미료,색소 등 화공약품들이 다 들어가 있다.우리 사람에게는 미량(微量)일지 모르지만,작고 여린 동물들에게는 초과량 또는 치사량일 수 있다.체중을 비교해보면 얼른 납득이 갈 것이다.‘인체에 해롭다’는 정도라면 새들에게는 치사량에 이른다.설령,덩치 큰 동물이라 지금 당장 치사에 이르지 않았다고 해도 음식물에 든 해로운 성분이 몸속에 쌓이면 언젠가는 심각한 탈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그것을 먹은 동물뿐만 아니라 그 새끼들까지도 탈이 유전될 수도 있다. 인간이 먹는 것과 동물이 먹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인간은 동식물을 다 섭취하는 잡식성이지만,이 지상에는 잡식성 동물의 숫자보다 초식이나 육식 어느 한 가지만 하는 동물들이 더 많다. 소는 초식이다.그런 소에게 고기를 섞은 잡식성 사료를 주었기 때문에 광우병이 생긴 것이다.광우병은 인간이 소의 오랜 습(習)을 인위적으로 깨뜨린 데서 오는 재앙이다.더욱 놀라운 것은 소의 병인 광우병이 인간에게까지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원인자인 변형 프리온은 끓여도 죽지 않고,쇠고기를 먹지 않아도 인간에 의해 전염된다는 사실이다.그뿐만 아니라,광우병과 같은 불치의 병이 다른 생명체한테서도 독자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 공주 마곡사를 다녀온 적이 있다.마곡천의 상류인 태극천은 북원의 서북쪽에서 흘러오기 때문에 맑고 차다.그래서 버들치와 같은 1급수 어종이나 살 만한 곳이다. 그런데,절에서 태극천 아래쪽에 큰 돌을 주워다 보처럼 막아놓고는 연못처럼 만들어 비단잉어를 풀어놓았다.비단잉어는 육종 관상어라 수온이 낮은 계류에는 적합하지 않다.게다가 내방객들에게 물고기 사료를 팔고 있다.일반적으로 물고기 사료에는 영양제,방부제,항생제 등이 들어있다.그것에 익숙해진 비단잉어나 금붕어는 별 탈이 없겠지만,그런 화학물에 한번도 노출되지 않은 1급수 어종인 버들치에게는 큰 탈이 일어날 수 있다.예를 들면,유전자변형 등과 같은 좋지 못한 결과가 태극천의 고유한 자생어종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마곡사 말고도 계류를 막아 연못처럼 관상어를 키우는 산간사찰이 많다. 먹을거리만 그런 게 아니다.마실 것도 마찬가지이다.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깨끗한 물을 마셔야 한다.사람은 물만 바꿔 먹어도 배탈이 난다.그렇게 해서 설사를 닷새를 계속하면 사람은 탈수 증세로 기력을 잃고,열흘 계속해 설사를 하면 탈수증세로 생명이 위기에 처한다.그런데,계곡과 하천과 심지어 하늘이 내리는 빗물까지 오염되어 있으니 그 물을 마시고 그 여린 생명들이 아무 탈이 없겠는가.계곡의 수환경을 지키고 수질을 보전하는 것이 진정한 방생이다. 김 재 일 두레 생태기행 대표
  • 눈부신 서리꽃 세상/’상고대’ 한창 핀 덕유산 산행

    겨울산에 가면 두가지 꽃이 핀다.하나는 가지마다 소담스럽게 쌓인 눈꽃이고,다른 하나는 ‘상고대’로 불리는 서리꽃이 그것이다.눈꽃이야 야외 아무데서나 쉽게 볼 수 있지만 상고대는 고산지대,그것도 특별한 기후 환경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겨울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덕유산은 상고대가 한창이다.무주리조트 스키 슬로프 꼭대기인 설천봉에서 향적봉,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하얗게 상고대가 피었다.길 옆의 싸리숲과 철쭉 나뭇가지에도,기품있게 자란 주목과 구상나무 이파리에도,미처 푸르름을 감추지 못한 길가의 풀잎까지.그저 형상을 갖추고 있는 모든 나무와 풀엔 어김없이 상고대가 꽃을 피웠다. ●따뜻한 날엔 오전 11시이전 올라야 감상 상고대는 청명한 겨울밤에,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대기중 수증기가 나뭇가지 등에 달라붙어 얼면서 생기는 현상.그래서 나무서리,즉 수상(樹霜) 또는 수빙(樹氷)이라고도 하고,안개가 얼어붙는다는 뜻에서 무빙(霧氷)이라고도 한다. 덕유산은 우리나라에서 아이들과 함께 상고대 산행을 즐길수 있는 몇 안되는 산 중의 하나다.최고봉인 향적봉 높이가 1614m에 달하지만 산행 기점인 설천봉(1525m)까지 편안하게 관광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곤돌라 탑승료는 왕복 1만원,편도 6000원. 설천봉부터 향적봉까지는 등산로가 비교적 평탄하다.조금 가파른 곳은 나무계단까지 만들어 놓아 서너살짜리 아이들이 오르기에도 부담이 없다. 향적봉 정상은 밋밋하다.소담스러운 눈꽃과 상고대를 보며 올라와선지 나무와 풀이 없는 정상 모습은 황량한 느낌마저 준다.누군가 쌓아놓은 돌탑들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덜어준다.정상에 서니 사방이 탁 트였다.어디를 둘러보아도 온통 산 뿐,산 틈새로 손바닥 만한 마을이 몇 개 보일 듯 말듯하다.남덕유산,적상산,마이산,가야산,무등산,계룡산은 물론 지리산 천왕봉까지 시야에 잡힌다.봉우리와 능선이 겹쳐지며 이어지는 준엄한 산세가 경탄을 자아낸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고사목 볼거리 향적봉에서 남덕유산(1507) 가는 길엔 상고대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마치 사방이 하얀 서리로 덮인냉동창고에 들어온 느낌.상고대는 기온이 영하로 유지되면 하루종일 볼 수 있지만 영상으로 올라가면 녹는다.따라서 날씨가 따뜻한 날엔 늦어도 오전 11시 이전까지 올라가야 감상할 수 있다. 능선길 주변엔 고산성 수목인 주목과 구상나무 등이 군락을 이뤄 운치를 더한다.나무 모양과 이파리 생김새는 분명 다르지만,무게와 기품이 느껴지는 건 둘이 똑같다.덕유산 주목은 재질이 단단하여 예전에 마패(馬牌)로 쓰였다고 하는데,현재 300∼500년 수령의 주목 10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이파리는 없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듯한 주목 고사목(枯死木)도 볼거리.주목은 ‘살아서 천년,죽어서 천년’이라는 찬사가 붙어다닌다.오히려 이파리 없이 몸체와 굵은 가지만 남은 고사목이 더 멋스럽다는 이들도 있다.껍질이 떨어져 나가고 단단한 속살이 더 굳어져 반들반들 윤이 나는 고사목 감상은 덕유산 산행의 또 다른 재미다. 상록교목인 구상나무는 해발 1000m 이상에 자생하는 희귀식물로,지리산,가야산,한라산 등지에 자생한다.덕유산에는 향적봉을 중심으로 자생하고 있다.특히 설천봉 곤돌라 승강장 옆 레스토랑 뒤편 산자락엔 비죽비죽 뻗은 구상나무 가지에 눈이 소복소복 쌓인 풍광이 볼 만 하다. ●‘무주 中하얼빈 빙등축제' 색다른 재미 가족 산행으로는 설천봉을 출발,향적봉,중봉을 지나 백암봉에서 돌아오는 코스가 무리가 없다.왕복 3시간쯤 잡으면 된다.아이가 없다면 구천동 계곡을 따라 백년사를 거쳐 향적봉에 오르는 길을 따라가보자.왕복 6시간 쯤 걸린다.좀 험난하긴해도 빼어난 계곡의 설경이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답다. 어떤 코스로 가든 아이젠은 꼭 착용하는게 안전하다.또 해발 1500m가 넘는 아고산지대이기 때문에 기온이 평지보다 10도 정도 낮고 바람도 세게 불므로 방한복과 장갑,모자 등을 단단히 갖추어야 한다. 산행후엔 무주리조트에서 개최중인 ‘무주중국하얼빈 빙등축제’ 행사장에도 들러보자.중국 빙설 예술의 역사가 깊은 하얼빈의 작가들이 제작한 다양한 빙설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직경 13m,높이 8m,길이 70m의 만리장성 등을 포함한 작품들이 8개 전시구역에 설치돼 있다.얼음속에다양한 빛깔을 내는 전등을 설치해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했다.입장료 1만원. 무주 글·사진 임창용기자 sdragon@ 가이드 ●가는 길 대전∼진주 고속도로 개통후 서울에서 무주까지 3시간이면 간다.경부고속도로 대전 회덕 분기점을 지나 조금만 더가면 나오는 무주·판암 방면 대진고속도로로 갈아타야 한다.무주IC에서 빠져 진안 방면으로 좌회전한 뒤 적상 삼거리에서 좌회전,사산 삼거리에서 다시 좌회전해 치목터널과 구천동터널을 지나면 무주리조트가 나온다.구천동 계곡은 무주리조트를 지나 10분쯤 더가면 나온다. ●숙박 무주리조트(063-322-9000)내에 콘도와 호텔이 있다.주말엔 예약이 거의 불가능하다.덕유산 자연휴양림(063-322-1097)도 묵을 만 하지만 역시 예약이 만만찮다.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무주읍내 여관이나 덕유산 인근 콘도형 민박 등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인터넷 ‘아이러브무주’(www.ilovemuju.co.kr)에 들어가 보면 깨끗한 숙박지를 안내받을 수 있다. ●상고대 피는 명산 태백산(강원 태백·1567m)은 주목 군락지에 핀 상고대와 눈꽃이 황홀한 곳.교통이 편리하고 등반로도 완만해 많은 인파가 몰린다.유일사∼주목단지∼천제단∼망경사∼당골 코스가 좋다.4시간 소요. 백덕산(강원 영월·1350m)도 눈꽃과 함께 상고대가 유명한 산.문재∼사자봉∼백덕산∼먹골재∼호헌교 코스를 따라가면 5시간쯤 걸린다.수림이 우거진 소백산(충북 단양·1440m)은 눈꽃과 상고대 지대가 넓고 정상 조망이 좋다.어의곡리∼비로봉∼삼거리∼천동골로 이어지는 코스(4시간쯤 소요)가 좋다.한국등산중앙회(02-2274-7710)에 문의하면 겨울 산행 정보를 알려준다. 식후경 무주엔 민물고기를 넣고 죽을 끓이는 어죽이 유명하다.담백하고 소화가 잘돼 예부터 선조들이 냇가에서 멱을 감으며 즐겨 해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무주리조트 직원에게 물어보니 무주읍 내도리의 ‘큰손식당’을 추천한다.외지인들은 잘 모르지만 어죽에 관한 한 현지인들이 최고로 인정하는 식당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무주읍내에서 내도리로 빠지는 길을 따라 내도교,후도교를 건너 뒷섬마을에 이르니 큰손식당 간판이 붙은 외딴집이 보인다.읍내에서 10여분 거리. 어죽을 시켰더니 10여분 뒤 빙어튀김을 한 접시 내놓는다.서비스란다.바삭바삭 씹히는 맛이 고소하다.음식을 시킨후 20여분이 지나서야 뚝배기에 담긴 어죽이 나온다. 어죽의 재료는 자가미다.남대천 등 무주지역의 맑은 물에서 많이 나는 민물고기다.다음은 주인이 말해주는 어죽 끓이는법. 자가미 내장을 빼고 손질해 푹 삶아서 뼈를 발라낸다.자가미 삶은 국물에 쌀을 넣고 끓이면서 고추장을 푼다.쌀이 익을 때 쯤 수제비를 떠 넣으면서 대파,다진마늘,생강 등을 넣고 기호에 따라 후춧가루를 첨가한다. 구수하고 진한 맛에서 깊이가 느껴진다.4000원.서넛이 먹을 만한 자가미탕은 2만 5000원이다.어죽만 한그릇 시켜도 빙어튀김 한 접시는 덤으로 준다.(063)322-3605.
  • 어린이 문화행사 UP

    어린이의 문화체험에 부모는 ‘의미’를 강조하지만,당사자들은 ‘재미’를 추구한다.그런데 의미와 재미를 조화시킨 문화행사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어서,부모와 어린이 모두에게 외면당하곤 한다. 올 겨울에는 양쪽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건 문화행사가 적지않게 선을 보이고 있다.특정 장르에 그치지 않고,다양한 분야로 이런 분위기가 퍼져나가고 있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춘향전’은 어린이 성교육 교과서? 국립창극단의 어린이 창극 ‘춘향이와 몽룡이의 사랑 이야기’는 춘향의 사랑 이야기로 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열다섯 춘향과 열여섯 몽룡은 정신적,육체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는 사춘기로,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겪는 성적 에피소드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춘향이는 피가 나자 죽을 병에 걸린 줄 알지만,월매는 ‘여자가 된 경사’라며 떡과 음식으로 잔치를 벌인다.몽룡도 ‘기분이 묘하더니 꿈인지 생시인지 구름에 둥둥 뜬 듯,물위를 거니는 듯’하다 그만 바지를 버리는데,역시 “아기씨를 만들수 있는 남자로 다시 태어났다.”고 격려받는다. ‘아우성’으로 유명한 성교육전문가 구성애 소장이 자문을 맡았다.27일부터 내년 1월2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02)2274-3507. ●책을 통한 창조적 체험의 또다른 방식 금호미술관과 아트링크가 공동 기획한 ‘사람을 닮은 책ㆍ책을 닮은 사람’전은 책의 교양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예술적 체험과 밀도를 최대화한다.미술가 44명과 어린이 13명이 책을 주제로 한 회화 조각 설치 등 100여점을 선보인다. 소인국에서 보는 듯한 작은 책,반대로 거인국에 있을 법한 큰 책,계란껍질에 글자를 써넣거나,천장에 매달아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책 등으로 지적·예술적 자극을 주어 자라나는 세대에 창조적 체험을 준다.내년 2월28일까지 금호미술관(02)720-5114 ●오케스트라의 ‘속’까지 보여드립니다 스테이지원이 기획한 ‘스쿨 클래식’의 하나인 ‘오케스트라를 배우자’는 공허한 곡목해설만 나열하는 기존의 어린이음악회가 아니다. 박영민이 지휘하는 서울 클래시컬 플레이어즈가,모차르트가 9세∼22세사이에 작곡한 오케스트라 음악을 관객들앞에서 ‘해부’한다.유명한 ‘작은별 주제에 의한 변주곡’으로 악기들의 연주법을 보여주고,편곡에 따라 어떻게 느낌이 달라지는지도 체험해본다. 소프라노 김수진과 메조소프라노 추희명,플루티스트 박민상도 출연하여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접할 수 있다.내년 2월8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780-5054. ●꼬마 관객이라고 우습게 보면 곤란해! 극단 민들레의 아동극 ‘아기용 미르’는 서양식 공룡이 아니라 동양의 용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에서 주체적이다.나아가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스스로 사회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겠다는 것이 연출의도라고 한다. 황소개구리 배스 블루길 등은 무분별하게 수입돼 전통문화를 파괴하는 외래문화를 상징한다.음악은 전통적인 5음계를 사용했다.첫 장면에서는 중국의 그림자극을 이용했고,주인공의 움직임은 일본 전통극 ‘노(能)’의 걸음걸이와 봉산탈춤의 기본자세인 ‘근경자세’에서 따오는 등 아시아권 나라들의 문화를 적극 수용했다.작·연출송인현.내년 1월8일∼2월1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02)760-4640. 김종면 이순녀기자 jmkim@
  • “소설 삽화로 제2인생 도전”암투병 만화가 고우영 화백

    담백하고 꾸밈이 없다.얼핏 ‘무(無)기교’처럼 보이지만,실은 ‘극(極)기교’다.처음부터 그러한듯 자연스런 원전 재해석은 이미 ‘재창조’일 터이다.‘맛깔스러운 버무림’ 정도로 만화가 고우영(사진·64) 화백의 작품들을 표현하는 것은 차라리 폄하처럼 느껴진다. 고 화백은 1972년 ‘임꺽정’부터 시작해 수호지,삼국지,열국지,초한지,서유기,십팔사략 등 주로 고전들을 현대적으로 재각색하는 작업에 치중해왔다.“만화는 당의정”이라고 자주 말해온 고 화백에게 만화는,좋은 내용을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도구인 셈이다.몸에 좋은 쓴 약을 먹기좋게 감싸는 설탕옷 정도.어찌보면 ‘사도’(邪道)다. 때문에 고 화백의 만화관은 종종 엄숙한 정통주의자들의 비판을 산다.“‘매체가 곧 메시지’(마셜 맥루한)일터인데 감히 만화를 ‘껍질’ 취급하다니…”.잠시 심각함을 제쳐두고 그의 작품을 들춰보자.곳곳에 번뜩이는 날카로운 해학과 풍자,특유의 끈적이는 성적 환상과 은근한 익살,톡특한 인물해석….최소한 그가 만화라는 매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달인들 중 한 사람이라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도구적 만화관 탓일까.고 화백은 최근 암 투병과 복간 작업으로 바쁜 나날 속에서도 새 작품보다는 ‘남의 소설에 삽화를 그려주는 일’에 끼어들었다.고 화백은 최근 김왕석 작가의 인기 사냥소설 ‘맹수와 사냥꾼’의 삽화 작업을 계약하고 1권 분량을 완료했다.만화인생 40여년만의 ‘외도’다. “사실 미완 작품 마무리와 복간 외에 새 일을 벌일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사냥 이야기라는 말에 덮어놓고 달려들었지요.원래 사냥이 취미거든요.” 평소 만화가에게는 풍부한 현장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그다.그동안 건강이 나빠져 오랫동안 사냥 현장에서 떠나있었던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조만간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이라도 가서,잊고 살었던 현장의 긴박한 분위기를 살려내고 싶어요.” 고 화백은 지난해 8월 첫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지난 달에는 간으로 전이된 암세포의 절제 수술을 받는 등 투병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조심스럽게 투병 경과를 물었더니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답한다.“병도 암쯤 되니까 싸울 맛이 나네요.지금은 대충 5라운드쯤 됩니다.10라운드에서 KO시킬 작정입니다.” 고화백은 1938년 만주 심양 근처 본계호 출신으로 해방이 된 뒤 국내에 들어와 계성국교,동성 중·고교를 마쳤다.6·25전쟁 당시 사망한 둘째형 고일영의 만화인 ‘짱구박사’ 연재를 이어받아 만화가 생활을 시작했다.10여년을 무명으로 고생하다가 1972년 스포츠신문에 연재한 ‘임꺽정’이 성공하면서 주로 고전의 만화화에 전념해 만화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채수범기자
  • 책/숲은 연어를 키우고 연어는 숲을 만든다

    탁광일 지음 넥서스북스 펴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뒤 유럽출신의 정착자들이 처음 마주친 것은 끝간 데 없이 펼쳐진 숲이었다.그들에게 숲은 경외와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자신들의 탐욕을 충족시켜주는 대상이기도 했다.이런 원시림이 파괴되는 데는 10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숲은 연어를 키우고 연어는 숲을 만든다’(탁광일 지음,넥서스북스 펴냄)는 숲의 원형을 거의 완벽하게 간직하고 있는 캐나다 밴쿠버 섬의 원시림 이야기다. ●뱀필드 센터 교수로 일하면서 숲 관찰 저자는 99년부터 4년동안 세계적인 환경교육기관인 SFS(School for Field Studies) 캐나다 뱀필드 센터의 교수로 일하면서 그곳의 원시림과 원주민들을 관찰했다. 온대우림 속으로 난 비포장 길을 5시간이나 달려야 닿는 인구 300명의 오지마을.집 뒷마당에서는 거대한 돌고래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솟구치고,알을 낳기 위해 연어떼가 하천을 따라 태평양에서 회귀하고,새벽이면 해변에 곰들이 어슬렁대고,낮에는 싯카 가문비나무 숲 위로 독수리가 먹이를 찾아 배회하며,밤 산책길에서는 종종 산사자를 만나는 뱀필드는 그야말로 생태천국이다.서쪽으로 태평양에 면해 있어 편서풍의 영향을 받는 뱀필드의 온대우림은 수만년전 지구를 뒤덮고 있던 숲의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어 ‘마지막 숲’이라고 불린다.저자는 “뱀필드는 내게 숲과 연어,곰,야생화들을 통해 진정한 생명의 원음을 들려줬다.”면서 “이것들은 하나의 커다란 생명의 고리로 연결돼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숲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다.고사목은 곰팡이나 곤충들에게 먹이와 은신처를 마련해주고,그 곤충들은 다시 딱따구리의 훌륭한 먹잇감이 된다.쓰러진 나무들 또한 어린 묘목의 생장을 돕는 배양목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저자는 원시림 속에서 살아가는 갖가지 동식물의 생태를 소개하며 숲을 매개로 한 생명의 연결고리를 깨뜨리는 무분별한 개발논리를 비판한다. ●생물 種 다양해야 건강한 숲 저자는 종(種) 다양성을 잃어버린 숲에 우려의 눈길을 보낸다.불가사리나 연어,도롱뇽은 생태환경의 지표종(指標種)으로 생물종의 다양성을 유지하는데 큰 구실을 한다.지표종은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척도로 삼을 수 있는 생물종을 지칭하는 말.광부들은 가끔 갱 속에 카나리아를 갖고 들어가 유해가스나 공기의 희박 정도를 가늠한다.만약 카나리아가 죽으면 갱 속의 산소가 부족하다는 신호이므로 빨리 갱 밖으로 나와야 한다.또한 도롱뇽은 온대우림에서 갱 안의 카나리아와 같은 존재다.도롱뇽이 사라지면 숲도 함께 사라져버릴 것이다.숲의 일부를 베어낸 뒤에도 생태환경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려면 숲을 베어내기 전후의 도롱뇽 개체수의 변화를 조사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나무와 연어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개울에 쓰러진 나무는 새끼 연어들에게 최적의 생활공간을 만들어 주고,연어는 알을 낳은 뒤 썩어 숲의 자양분이 된다.연어를 주식으로 했던 원주민들은 일찍이 이런 순환의 고리를 깨달아 나무를 함부로 베지 않았다.뱀필드 원주민들에게 연어는 우리의 쌀과 같은 존재다. 늦은 봄,첫 연어가 돌아오면 그들은 잔치를 열어 그 기쁨을 이웃과 나눴다.숲이 연어의 양부모임을 일찍이 체득한 그들은 나무를 결코 함부로 베어 쓰지 않았다.숲에서 흔히 발견되는 3분의 1정도만 껍질을 벗겨낸 나무들은 원주민들이 얼마나 뛰어난 생태감각을 갖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숲이 사라지면 연어는 돌아오지 않는다 뱀필드 사람들은 숲이 사라지면 연어가 돌아오지 않고,연어가 돌아오지 않으면 연어에 의존하는 범고래가 바다에서 사라진다고 믿는다.숲에서 일어난 일이 바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세계관은 ‘히슉 이쉬 사왁’이란 그들의 말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원주민말인 누차눌트어로 ‘모든 것은 하나’라는 뜻이다.원주민들의 이러한 생태철학은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캐나다 정부는 옛 원주민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나무들을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나무에 찍힌 수백년전 도끼 자국도 문화유산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뱀필드 사람들의 이야기는 퍽 시사적이다.“숲이 사라지면 연어라는 ‘행복’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단순한 은유가 아니다.숲은 곧 생명이다.1만 98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먹고 사는 이야기] 쉰 목에는

    세모가 되면 송년회나 회식 자리가 잦다.2차로는 노래방 등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흥에 겨워 너무 심하게 기분을 내다보면 다음날 목이 잠겨 말하는데 지장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목이 피로해 있는 때가 많아 불편함을 자주 느끼게 된다. 목소리는 성대가 진동하면서 생성된다.그런데 말을 너무 많이 하거나 심하게 소리를 지르면 성대가 진동을 너무 많이 하게 되고,이에 따라 성대점막이 충혈되면서 부어 올라 결국 쉰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이렇게 목소리가 쉬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목소리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다.더불어 배·치자·무화과·석류·모과·매실 등 목을 진정시키는 과일을 먹거나 차로 끓여서 마시면 좋은 효과를 본다. 배는 열을 내리고 소화를 도와주는데,목이 쉬었을 때 배즙으로 목을 헹구면 효과적이다.옛날 중국의 북부 지방에서는 건조한 기후 때문에 흙먼지가 심해서 목이 아프거나 쉬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럴 때 배를 이용했다고 한다.배를 껍질째 둥글고 얄팍하게썬 다음,그 썬 배를 넓은 사기그릇에 담고 끓여서 식힌 물 1컵을 부어 2∼3시간 정도 담가 두었다가 물이 우러나면 배는 건져내고 물만 마시면 좋다.커다란 배 1개를 얇게 저며 차가운 물에 반나절 정도 담갔다가 몇 번에 걸쳐서 마셔도 된다.우린 물을 냉장고에 넣었다가 시원하게 해서 마시면 더욱 좋다. 잘 마른 치자나무 열매와 무화과는 열을 떨어뜨리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이 우수하다.치자 열매 30g을 차처럼 달여서 하루에 3∼5차례 마시면 아픈 목이 시원하게 풀어지며,무화과 열매 15g를 적당량의 물에 달여 꿀을 타 마시면 효과적이다.석류즙을 마시거나 따뜻한 물에 희석시켜서 복용해도 좋다. 특히 통증이 심할 때는 석류즙에 꿀을 적당량 섞어서 마시면 더욱 좋다.모과를 2㎜ 두께로 썰어 흑설탕을 넣어 함께 끓인 뒤 병에 담아 두었다가 뜨거운 물 한 컵에 모과가 반쯤 잠기게 넣고 차로 마신다.남은 모과도 함께 씹어 먹으면 된다.매실 6∼8개 정도를 골라 씨를 빼내고 절구에 넣고 찧어 고운 가루로 만들어서 매실 1g에 꿀 30g를 넣고 뜨거운 물을 1컵 부어 식기 전에 마시는 것도 좋다. 목소리가 잘 나지 않을 때 목소리를 틔게 하려면 귤즙에 소금을 타서 먹거나 말린 귤껍질을 달여서 먹으면 좋다.급성 인후두염으로 인해 목이 붓고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을 때는 도라지를 달여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목소리가 자꾸 쉬게 되면 성대 결절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갑상선질환이나 심한 인후두염 등이 생겨서 쉰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으므로 증상이 오래 계속된다면 가까운 전문 병원을 찾아야 한다. 장동민 하늘땅한의원 원장
  • 베타카로틴 효능 10배 ‘아스타잔신’ 국내 시판

    노화 지연과 활성산소 제거에 큰 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이런 베타카로틴보다 10배 이상 효능이 뛰어난 아스타잔신(astaxanthin)이 국내에 도입됐다. 아스타잔신은 사이아노 박테리아의 일종인 헤마토코쿠스(Haematococcus)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휴면상태로 들어갈 때 붉게 변하면서 생겨나는 물질.깨끗한 연못 등에서 사는 헤마토코쿠스는 강한 햇볕으로 연못이 말랐을 때 붉게 변한다. 아스타잔신은 또한 크릴새우,게의 껍질을 비롯해 강으로 회귀할 때 헤마토코쿠스를 먹은 연어 등에 비교적 풍부하다. 아스타잔신을 수입,판매하는 스피루라이프는 “아스타잔신은 항산화 능력이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성분 가운데 하나”라며 “녹황색 채소와 과일에 풍부한 베타카로틴보다 세고,특히 비타민E(토코페롤)의 550배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미국 식품의약안전청(FDA)은 아스타잔신은 눈의 망막과 중추신경계(뇌)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며,류머티스 관절염 발병을 막고 통증도 억제하며,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을치료하며,근육장애 치료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정했다. 이런 아스타잔신이 함유된 제품 바이오아스틴이 수입,시판되고 있다.캡슐 1병에 15만4000원.(080)038-0088.
  • 남산 소나무군락지 4곳 ‘집단 보존림’으로 지정

    다른 지역 소나무와 달리 껍질이 붉고 외형이 수려해 ‘민족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남산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 서울시가 보존대책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1일 남산의 소나무 집단 군락지 4곳 29㏊를 ‘집단 보존림’으로 지정,내년 4월까지 아카시아 등 소나무의 성장을 방해하는 지장목들을 제거하고 수형(樹形)을 조절해 주며,솔잎혹파리 등 병충해 방제작업도 벌이기로 했다.뿌리 수술 및 석회 8700㎏을 뿌려 토양을 개량하고 생장조절을 위해 소나무 잎에 필수 원소를 시비할 계획이다. 북측 순환도로 주변에 안내판이나 관찰로 등을 설치,시민과 학생에게 견학 장소로 제공하고,내년 9월까지 우수 형질을 보유한 ‘모수’(母樹) 50주를 선정,종자를 채취해 증식시켜 나갈 계획이다. 태종실록에 ‘1411년 태종이 장정 3000명을 동원,20일간 이 지역에 소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남산 소나무는 지난 91년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 이후 다른 지방의 소나무 1만 8000여그루가 옮겨오면서 현재 집단 군락지 5곳 32㏊ 등지에 3만 1000그루가 자라고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밀감 비타민C 덩어리 ‘겨울보약’

    시장에 한창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제주도산 노지(露地) 밀감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이유는 암 예방과 심장병 억제 효과가 밝혀진 베타클립토키산틴(CRP)이라는 밀감의 색소 성분 때문이다.밀감 1개에 1∼2㎎ 정도 함유된 CRP는 밀감과 매우 유사한 과일 오렌지의 100배에 이른다.CRP는 베타카로틴,알파카로틴,루틴,리코펜,제아키산틴 등과 함께 사람의 혈액 속에 존재하는 6종류의 카로틴 가운데 하나이다. CRP는 다른 카로틴류와는 달리,인체에 쉽게 흡수된다.당근의 베타카로틴이나 토마토의 리코펜은 흡수가 어렵고,흡수됐더라도 보통 반나절 정도 지나면 배설돼 체내에 거의 축적되지 않는다.반면 CRP는 혈중에 상당한 농도로 저장된다. 특히 CRP를 함유한 식품은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밀감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일본 교토의과대학 연구팀은 “심장병·전립선암·유방암에 걸린 사람과 건강한 사람을 비교한 결과 병에 걸린 사람의 혈중 CRP농도가 20% 가량 낮았다.”고 밝혔다.제주도 농업기술원은 “실험 결과 하루 밀감 2개를 먹으면 발암을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RP가 풍부한 밀감은 요즘이 제철이다.온실에서 재배한 밀감이 아니라 자연의 기를 머금은 노지 밀감이 나오기 때문이다.밀감에는 비타민과 무기질도 많아 ‘겨울 보약’이라고도 불린다.제주 밀감에는 비타민C 역시 무척 풍부하다.100g당 평균 39㎎에 이른다.비타민C는 항산화와 암예방,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또 감기 예방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인정받은 시네푸린 성분도 있다.이 성분은 오렌지에는 발견되지 않있다.밀감은 감귤 특유의 비타민P인 헤스페리딘도 많다.수용성 비타민과 비슷한 물질로 감귤 색소인 플라본에 들어 있으며,비타민C의 흡수와 작용을 도와준다.잇몸에서 피가 나고 피부에 멍이 잘 드는 것은 모세혈관이 약해 쉽게 잘 찢어지기 때문인데,비타민C가 콜라겐을 생성할 때 헤스페리딘이 이를 도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제주 밀감은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고정삼 제주대 식품가공학과 교수는 “밀감의 당분은 100g당 10g 정도”라며 “이 당분의 특징은 연소되기 쉽고 지방으로 바뀌기 어려워 살찔 염려가 없다.”고 말했다.또 “열량도 40∼50㎉로 낮고 신진 대사를 촉진하는 구연산과 체내의 나쁜 성분을 몰아내는 식이 섬유 펙틴이 풍부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밀감의 아스코리빈산은 인체의 백혈구에 축적돼 박테리아 감염과 종양 세포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백내장과 심장질환도 예방한다.플라보노이드는 악성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고,구마린은 강력한 항균작용으로 ‘천연 항균제’로 불리며,리모노이드는 발암을 억제하고 종양 성장을 막는다.밀감의 쓴 맛은 리모노이드 탓이다. 일본 과수연구소 감귤부는 밀감의 건강 효과에 대해 60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밀감을 매일 먹는 사람, 특히 중·노년층에서 당뇨병·고혈압·심장병·통풍의 발병률이 낮았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같이 건강에 좋은 밀감은 알맹이는 물론이고 껍질까지 전혀 버리지 않는다.김상호 규림한의원 원장은 “껍질 말린 것을 한방에선 ‘진피’라고 하는데,유행성 독감·위장병·부종 등을 치료하는 한약제”라고 말했다.또 목욕물에 담가 우러나게해 향긋한 입욕제로도 이용했다. 밀감을 많이 먹으면 손바닥을 비롯해 피부가 노래지는데 걱정할 일이 아니다.보통 하루 15개씩 1주일 정도 먹으면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이는 밀감의 카로틴 색소가 체내에 축적되었다가 모세혈관을 통해 배출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2∼3일 먹지 않으면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온다. ■ 도움말 강성근 제주도청 감귤과 과수지원담당,제주도 농업기술연구원 이기철기자 chuli@ 제주 밀감은 우리가 말하는 제주 밀감은 엄격하게 구별하면 온주 밀감으로 제주에서 나오는 감귤의 95%를 차지,연간 60만t 가량 생산된다.이를 귤,밀감,감귤 등으로 구별하지 않고 부르고 있다.김진섭 제주도청 감귤계장은 “귤은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13종의 재래 감귤로 ‘우리 것’을 의미하고,감귤은 금감과 탱자를 제외한 모든 것을 말한다.”며 “오렌지는 미국을 비롯해 아열대권에서 생산되는 감귤류의 일종이다.”고 말했다. 밀감음식 이렇게 만들어요 어떻게 하면 맛있는 밀감을 고를 수 있을까.특유의 등황색으로 진하게 익은 것이 좋다.또 껍질이 보드랍고 촘촘한 느낌이 드는 과실이 맛있다. 한라봉을 제외한 대개의 밀감은 껍질이 거칠면서 표면이 오톨도톨한 것은 맛이 없다.꼭지가 녹색이나 등황색인 것을 선택하면 실패가 적다.꼭지가 검은 것은 강제로 착색한 것이니 피하는 게 상책.열매의 꼭지 부분이 튀어나온 것은 당도가 떨어진다. ●밀감당액즙 밀감(2㎏)의 겉껍질을 벗겨 칼로 몇 등분해서 삼베 보자기 등으로 즙을 짠다.즙을 내는 데는 믹서를 이용해도 된다.즙의 20%에 해당하는 만큼의 설탕을 넣고 코팅된 냄비에 한소끔 끓인다.거품은 걷어내는 게 좋다.열탕으로 소독한 주스병 등에 뜨거운 즙을 넣고 병을 밀봉,거꾸로 세워 식힌다. 식으면 실온에서도 오래 보관할 수 있다.끓이지 않고 장기간 보관하면 변질될 수도 있다.설탕 대신 꿀이나 올리고당을 넣어도 좋다. ●밀감고추장 보통 고추장을 만들 때 물 대신 밀감즙을 넣는 방식이다.밀감의 달고 신 맛과 고춧가루의 매운 맛이 잘 어울린다.고춧가루(2㎏)·찹쌀가루(5㎏)·메줏가루(2㎏)·소금(적당)·엿기름(5컵)을 섞어물 없이 밀감즙만 넣으면 생선회를 찍어먹는 초고추장으로 적당하다.물과 밀감즙을 반반 섞어 넣으면 밑반찬용 고추장으로 좋다.
  • [먹고 사는 이야기] 겨울 골절상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근육과 관절이 굳어 작은 충돌로도 인대 손상이나 탈구 또는 골절과 같은 심한 손상을 입게 되는 일이 자주 생기게 된다.겨울철에는 특히 스키장이나 빙판길 등에서 넘어지면서 다쳐 병원이나 한의원을 찾게 된다. 보통 인대가 가볍게 손상된 경우에는 냉찜질과 온찜질요법,안정요법만으로도 회복이 되는 사례가 많다.물론 더 빨리 낫기 위해서는 정형외과나 한의원에서 물리요법이나 침구치료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심하게 다쳐 뼈에 손상이 가는 골절상이라도 입게 되면 문제가 자못 심각해진다.부러진 부위를 잘 맞춰 준 후 상처가 저절로 회복이 되어 나을 때까지 깁스를 하고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보통 환자의 회복력이나 평소 기력에 따라 회복되는 속도가 다르며,깁스를 풀고 난 이후에도 한동안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데 지장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이러한 경우에 오가피·두충·홍화씨·속단 같은 약재들을 수시로 끓여 마시면 골절상이나 기타 근골격계 질환의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 요 근래에 각광을 받고있는 ‘오가피’는 몸의 경락을 잘 돌게 해주고 무릎이나 허리·손목·발목 등의 관절 통증에 좋으며,근육과 뼈가 마르는 증상을 낫게 해준다.오가피 100g에 물 10컵을 부어 물이 끓으면 중간 세기의 불에서 10분 정도 더 끓인 후 걸러 즙만 받아 마시면 된다.또 한때 무척 유행했던 ‘홍화씨’는 칼슘이 풍부해 뼈를 튼튼하게 해주기 때문에 뼈에 금이 갔을 때나 뼈가 부러졌을 때 보리차처럼 끓여 마시면 좋다.생강차와 함께 복용하면 더욱 좋은데,특히 어혈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으므로 뼈나 근육의 손상으로 인해 어혈이 생겼을 때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임신을 했을 경우와 빈혈이 있는 경우에는 복용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두충’은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해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낫게 하고 오래 복용하면 노화를 방지할 수 있으며 생식 기능의 증진에 효과적이다.두충100g을 씻어 물 10컵을 부은 뒤 끓기 시작하면 약한 불에서 15분 정도 더 끓여서 마신다.특히 태를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으므로 임신을 했을 경우에도 사용 가능하다.가장 좋은약재는 역시 ‘속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이름 자체가 끊어진 뼈와 근육을 이어준다고 하여 ‘속단’이라 부르기 때문이다.관절의 통증도 없애줄 뿐만 아니라 안태 작용이 있으므로 역시 임신을 했을 때에도 사용 가능하다. 이밖에 호랑이의 앞다리나 거북이 또는 자라의 등껍질과 같은 동물성 약재를 쓰기도 하는데,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또 골다공증과 같은 몸 전체의 뼈와 관련이 있을 경우에는 이러한 단편적인 방법보다는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장동민 하늘땅한의원 원장
  • 애플케이크/ 차한잔과 함께 한끼식사로 충분

    음식을 잘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낙천적이고 조그만한 일에도 잘 웃는다.그래야만 음식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한 유명 식당 주방장은 손끝에 음식의 맛을 내는 맛샘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그는 “짜증이 날 때 음식을 준비하면 손끝에서 맛이 아니라 독이 나온다.”고 확신하고 있다.실제로 우리 주부들이 화가 났을 때 음식을 만들면 맛이 짜지는 경우를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리사들이 실없이 웃기만 할까?음식을 만드는 데는 정해진 절차와 온도·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이런 것에 대한 감각은 거의 예술적이며,요리사의 개성도 그래서 고스란히 드러난다.하루종일 서서하는 수작업이어서 체력 소모도 엄청나다.그래도 웃으면서 즐겁게 요리해야 한다.즐거운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이 어디 음식뿐이랴. 이렇게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공은숙(48)씨다.항상 웃는 그는 자신의 케이크 카페 슈크레(02-515-7907)에서 ‘애플 케이크’를 만들어 보였다.탐스러운 빨간 사과를 잘게 썰어 케이크에 넣은 것이다.케이크 속의 사과가 파이처럼 씹히면서 단맛이 한층 강조됐다. 이번 주말엔 온가족이 모여 애플 케이크를 만들어보자.케이크가 맛있게 잘됐으면 이웃과도 나눠 먹으면서 가을의 정감을 더해 보자. ●재료 사과 1개,레몬 1개,달걀 4개,설탕 150g,박력분 150g,베이킹파우더 ½작은술,녹인 버터 115g ●조리법 (1) 지름 18㎝ 정도의 틀을 준비한다.오븐은 섭씨 170∼180도로 예열해 둔다.레몬은 껍질만 갈아 따로 준비한다.(2) 사과는 4등분으로 나눈 다음 5㎜ 정도의 두께로 썰어서 레몬즙에 5분가량 재워둔다.(3) 달걀·설탕·레몬 껍질을 함께 풀어서 약한 불에 올려 거품기로 저어주면서 40도 정도까지 따뜻하게 해 준다.따뜻해지면 즉시 내려서 믹서로 고속으로 5분 동안 거품을 낸다.(4) (3)에 박력분·베이킹파우더를 체에 쳐 내리면서 몇차례 나눠 나무주걱으로 가볍게 섞어준다.(5) (4)에 녹인 버터를 몇차례 나눠 넣어 버터를 완전히 섞어준다.(6) 레몬즙에 재웠던 사과의 수분을 닦아 낸 다음 (5)에 넣어 섞어서 틀에 부어 굽는다.170∼180도의 오븐에서 가운데까지 충분히 익도록 45분가량구워낸다.(7) (6)이 다 익으면 즉시 틀에서 꺼내 완전히 식힌다.파우더슈거와 생크림(1컵)을 위에 뿌려 내어도 좋다. 글 이기철기자 chuli@ 사진 강성남기자 snk@ ●공은숙씨는 외교관 생활을 했던 남편을 따라 간 일본에서 6년간 요리를 공부했다.일본 에가미요리학원에서 사범과를 마쳤고,이르프르라 슈라 센(비내리는 센강)에서 프랑스 케이크 과정을 수료했다.지난 2001년 귀국해서는 쿠킹 클래스를 열기도 했다.최근 서울 청담동에서 케이크카페 슈크레를 운영하며 매일 5종류의 새로운 케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 와인 / 알고 마시면 ‘보약’ 모르고 마시면 ‘독’

    포도주를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조사 등이 신문이나 TV 등을 통해 보도되곤 한다.과연 그럴까.포도주가 몸에 이롭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그 반대로 얘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포도주를 마실 때 얻을 수 있는 이점과 부작용을 함께 싣는다. 포도주의 본고장 프랑스에서는 포도주를 ‘노인의 우유’로 부른다.장수 노인들은 와인을 매일 마시는 까닭이다. 이런 포도주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 있을까. 포도와 ‘자연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발효과정에서의 효모작용으로 유발된 화학반응으로 수백가지의 성분이 생긴다. 대표적으론 수분이 75∼90%,알코올이 8.5∼15%,당분이 0.5∼5%,타닌이 0.1∼2.5% 등이다.약리적으로 항박테리아성 물질,폴리페놀 등의 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며,이들 성분은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도주가 건강에 좋다는 사례로 드는 것이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와인 건강의 전도사란 별명이 붙은 프랑스 보르도 대학의 세르즈 르노 박사는 프랑스인들이 콜레스테롤과 알코올을 많이 섭취하는데도불구하고,운동과 식이요법을 많이 하는 미국인들보다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낮은 이유를 하루에 3잔 정도 마시는 포도주 덕분으로 풀이했다.즉,적포도주에 함유된 레스베라트롤·케르세틴 등의 폴리페놀 성분이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지단백(LDL)의 함량을 떨어뜨리고,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HDL)의 함량을 높여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혈관내의 혈소판 응집을 지연시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이다. 르노 박사는 “적포도주에 들어있는 폴리페놀은 포도의 껍질과 씨에 함유된 성분으로 콜레스테롤의 산화와 심장질환의 발병을 억제하는 성분”이라고 말했다.곰팡이와 싸워 ‘자연 살균제’로 불리는 레스베라트롤은 피를 맑게 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며,케르세틴은 인체에서 활성화돼 암 발생을 막아준다. 포도주는 뇌졸중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지만 알코올 섭취가 많을수록 뇌졸중 발생률은 다시 높아진다.폐경기 여성들에게도 포도주는 좋은 것으로 나와 있다. 여성이 폐경기에 이르면 여성 호르몬의 결핍으로 LDL 콜레스테롤이몸에 축적돼 동맥경화와 심장질환,뇌졸중 등 여러 질환의 위험이 높다.이 시기에 적포도주를 마시면 이런 질환의 발생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하루 권장량은 4온스(2잔)이다. 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일으키는 십이지장 궤양에도 포도주가 효과적이다.포도주의 항박테리아성 물질이 같은 농도(12.5%)의 알코올보다 더 살균효과가 강하고,맥주보다 2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포도주는 알칼리성 식품이므로 노화 지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이기철기자 chuli@ ■ 도움말 김준철 국산와인 마주앙 개발자,김희수 서울보건대교수,한관규 주한프랑스대사관 경제상무담당실 와인담당,주한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 포도주가 몸에 좋다는 것은 폴리페놀 성분, 특히 레스베라트롤 때문이다.신경과 심장,혈관 그리고 항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증명되고 부터다. 그동안 술은 의학적으로 좋지 않다는 점만이 강조되어 왔으나 포도주의 폴리페놀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의학자들에겐 관심을 끌 만한 흥미로운 연구 주제다. 포도주가 건강에 좋다는 ‘프렌치 패러독스’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않다.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골드핑거 박사는 “프렌치 패러독스 효과는 포도주의 비(非)알코올 성분에서 비롯된 것으로,사람을 대상으로 포도주를 계속 마시게 하거나,못마시게 해서 결과를 분석하는 것은 사회·경제적인 여건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술 자체는 알코올로 인한 독성이 있으므로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반드시 줄이거나 끊어야 하며,와인에 그러한 성분이 있다고 해서 음주를 조장하는 것은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실제로 포도주속에 든 알코올은 물 다음으로 15%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알코올을 하루 2잔가량 섭취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2∼0.03%로 넘어갈 때 중추 신경계 작용이 억제되고,간에 독성이 생기며,비타민 흡수가 방해를 받는다.부작용들은 치매와 간경화의 원인이 된다.알코올도 1g당 7㎉의 열량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생활습관병(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비만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그리고 몸에 좋다는 성분인 레스베라트롤 등의 폴리페놀은 꼭 포도주에만 들어 있는 것은아니고,땅콩과 녹차에도 많이 들어 있다.이런 성분들은 비교적 건조한 상태에 자라는 식물에서 많기 때문에 예부터 우리가 술로 담가온 머루에도 풍부하다. 그래서 포도주가 부담스러운 이들은 포도주를 과음하기보다는 이런 견과류나 껍질이 있는 과일류를 먹으면 포도주보다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포도주가 곁들여진 식사는 대체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친한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천천히 즐기는 것이다.식사에 포도주를 반주로 할 정도의 사람들은 대개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고 여가 시간에 운동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대체로 건강하다. 포도주가 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천천히 골고루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포도주라 해도 과음하면 건강에 나쁘고 위암·간암·고혈압 등의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윤도경 고려대 의과대학 가정의학과 교수
  • 뉴스 플러스 / 럼즈펠드 美국방 “북한은 惡”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18일 북한을 주민들이 굶는데도 무기에만 돈을 쓰는 ‘악’이라고 규정했다.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를 방문,미군 장병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북한 사람들은 아이들이 야위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무)껍질을 먹고 있다.”면서 “사악한 (북한)정권은 무기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 빨간 갑옷속 새하얀 속살 ‘가을 꽃게’ 입맛 유혹

    빨간 껍데기 속에 든 새하얀 속살을 빼 먹는 그 맛.담백한 가운데 단 맛이 입 안 가득하다.꽃게 특유의 감칠 맛이다.오죽하면 중국 진(晉)나라의 선비 필탁(畢卓)이 “왼손에 게발을 들고,오른손에는 술잔을 들며 인생을 보냈으면…”이라고 읊었을까. 요즘이 가을 꽃게철이다.속살이 꽉 찼다.가을에는 연평도 꽃게를 최고로 치고 다음은 서산 꽃게,인천(소래포구) 꽃게 순이며,김포 대명리 꽃게도 알아준다. 요즘 수산시장에선 중간 크기 꽃게 서너마리(1㎏)에 2만 5000원 선이다.보통 암게가 수게보다 더 살이 실하고 맛이 있다.암게는 배 모양이 둥근 마름모 꼴이고,수게는 길다란 삼각형 모양이기 때문에 구별이 쉽다. 꽃게는 다리의 뿌리 부분이 단단하고 들었을 때 묵직한 느낌이 와야 실하다.강경희 서울 서부여성발전센터 요리 강사로부터 꽃게 요리법을 배워보자.강씨는 “게는 살이 잘 빠지고 상하기 쉽기 때문에 즉시 요리해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꽃게 손질요령 살아 있는 꽃게를 다룰 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손가락이 물리면 피가날 정도로 아프다.급할 땐 흰 면장갑을 끼고 꽃게를 만지면 된다.시간 여유가 있을 땐 꽃게를 검은 비닐 봉지에 싸 냉동칸에 10여분 넣어 두면 기절한다.게는 흐르는 물에 솔로 잘 문질러 씻은 다음 배쪽의 삼각형 모양에 손을 넣어서 반대쪽으로 껍질을 들어올린다.게 털은 가위로 잘라낸 다음 몸통을 먹기 좋게 자른다.게를 자를 때 단번에 내리쳐야 살이 빠져나오지 않는다. 또 껍데기가 단단한 집게발은 대강 부숴두면 먹거나 요리하기 편하다.사면서 손질해 달라고 해도 된다. ●꽃게무침 재료 꽃게 5∼6마리,소주 ½컵,양파 ½개,풋마늘(마늘종)과 쪽파 줄기 5∼6개씩,청고추 2개,홍고추 1개,고춧가루·마늘 약간씩,양념장(간장 1½컵,청주 1컵에 생강 3쪽을 저며 함께 넣고 끓인 다음 고춧가루 5큰술,파 6큰술,다진 마늘 4큰술,깨소금 1큰술,설탕 2큰술,물엿 4큰술을 넣어 버무린다.) 조리법 (1) 손질한 꽃게를 먹기 좋게 네 토막 쳐서 소쿠리로 밭아 물기를 뺀다.(2) (1)의 꽃게를 소주에 넣어 흔든다.꽃게의 소독을 위해서다.(3) 양파·풋마늘·쪽파를 손질해 4㎝ 크기로 썰고 청·홍고추를 어슷썰어 씨를 뺀다.(4) 양념장에 (2)와 (3)을 넣고 잘 버무려낸다. ●꽃게 매운탕 재료 꽃게 2마리,무 100g,애호박 60g,두부 80g,양파 (C)개,배춧잎 3장,대파 1대,청·홍고추 1개씩,쑥갓 30g,고춧가루 2큰술,고추장 ½큰술,다진 마늘 1큰술,다진 생강 1작은술,다시마 10㎝ 1장,물 4컵,소금 약간 조리법 (1) 다시마를 행주에 닦아 물 4컵을 붓고 끓여 국물을 우려낸다.(2) 꽃게를 손질하고,꽃게 발 끝은 조금씩 잘라낸다.(3) 무·배추·애호박은 나박나박 썰고,양파는 굵은 채로,대파·청·홍고추는 어슷하게,쑥갓은 4㎝ 크기로 썬다.(4) (1)에 고추장을 풀고,무를 먼저 넣어 끓이다가 배춧잎·꽃게·애호박·두부·양파를 넣고 끓인다.거품은 걷어내고 마늘·생강·대파·고추·쑥갓을 넣는다. 글 이기철기자 chuli@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 [먹고 사는 이야기] 콧물감기와 생강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차가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따뜻한 곳에 들어가거나 혹은 뜨거운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에 주책없이 콧물이 주루룩 흘러내려 민망한 경우가 생기게 된다.또는 코감기 때문에 콧물이 쉴새 없이 흘러내리기도 하며,심한 경우에는 비염이 되기도 하고,체질적으로 알레르기성 비염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이러한 경우엔 본인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심리적으로 상당히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특히 식사 중에 콧물을 훌쩍거리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하며 여러 상황에서 매우 난처해지게 된다. 원래 코털이나 점막에서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이물질을 거르기 위해 적당히 콧물을 내려보내거나 재채기를 해서 항상 깨끗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그러나 감기에 걸리면 코 점막이 붓게 되고 이때 우리의 몸은 코에 이물질이 있다는 신호로 알아듣고 이를 내보내기 위해 계속 콧물을 흘리게 되고,재채기를 하게 된다.심해지면 자극이 없어도 수시로 콧물이 날 수 있으며,아주 심한 경우에는 만성 축농증과 후각기능 마비까지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렇게 콧물이 나고 코가 막히고 간지럽고 재채기가 나는 콧물감기의 경우에는 주로 항히스타민제가 처방된다.그러나 항히스타민제는 부작용으로 졸음증세가 생기는데,어떤 사람은 적은 용량을 복용하여도 졸음이 와서 곤란할 수가 있다.운전이나 기계작동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미리 얘기를 하고 처방을 받는 것이 좋다. 콧물이 날 때는 생강을 갈아 따뜻한 물에 넣고 꿀을 타 마신 후 땀을 낸다.생강과 계피를 2대1의 비율로 달여 아침과 잠자기 전에 수시로 마셔도 좋으며,곶감 3∼4개와 생강 한 뿌리를 적당량의 물에 달여 하루 한번 자기 전에 마시기도 한다.양파즙은 비타민C의 흡수를 촉진하고 콧물 감기에 효과가 있다.양파의 껍질 가까운 부분을 갈아 찻숟가락 하나 정도의 양파즙을 낸 다음 5∼10배의 뜨거운 물을 붓는다.여기에 꿀을 타면 더욱 좋다.느릅나무 뿌리껍질(유근피) 20g에 물을 200㏄ 넣고 30분 정도 달이면 콧물처럼 끈적끈적해지는데,이 찌꺼기를 건져내고 그 물만 하루에 두세 번 나눠 먹기도 한다.목단뿌리의 껍질속에 들어 있는 파에놀이라는 성분은 알레르기를 개선하는 작용을 하며 이 약재의 향기 역시 비염을 치료한다.따라서 목단 6g에 물 2컵을 부은 뒤 물이 반으로 줄 때까지 달여 마시면 증세가 좋아진다. 또한 목련의 꽃봉오리는 한방에서 ‘신이’라 하여 재채기 콧물 코막힘 등의 각종 코 증상이 심할 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약재이다.이밖에 비타민A와 C가 풍부한 토마토를 먹으면 감기나 비염 등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며,배는 콧병의 원인인 폐의 열을 없애주기 때문에 식사 후 입가심으로 몇 쪽씩 먹으면 좋다. 장동민 하늘땅 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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