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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순형·정진석… 민주 ‘경선’ 서울 중구 누구품에?

    이번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이어 ‘정치 2번지’로 꼽히는 서울의 한복판 중구에 ‘미스터 쓴소리’로 유명한 조순형 후보가 출마한다. 이곳은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상태다. 자유선진당이 먼저 깃발을 들었다. 이현청 선진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지난 10일 “공심위는 당 고문을 맡고 있는 조순형 의원에게 서울 중구 출마를 권고했으며 조 의원이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에서는 3선의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이 지역에 전략 공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친분 관계가 두터운 정 전 수석을 서울 중심부로 끌어올려 선거를 치르겠다는 계획이다. 민주통합당은 서울 중구를 4인 경선 지역으로 선정했다. 3선인 유선호 의원과 정대철 상임고문의 아들인 정호준 중구 지역위원장, 김택수 전 청와대 비서관, 남요원 민예총 사무총장이 맞붙어 이번 주초 본선 진출자를 가린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기고] 학교폭력 체험활동으로 풀자/안재헌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기고] 학교폭력 체험활동으로 풀자/안재헌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얼마 전 일본 도쿄를 방문, 문부성 산하 독립행정법인인 국립청소년교육진흥기구와 업무협정을 체결한 뒤 일본의 청소년교육시설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청소년 활동을 소개하고 돌아왔다. 이 기구는 우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과 유사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에 머무는 동안 청소년 전문가들과 청소년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화제는 자연스레 요즘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과 학교 폭력, 인터넷 게임 중독 등 청소년 문제로 모아졌다. 일본 역시 학생들 간의 집단 따돌림이나 폭력이 그치지 않고 있고, 교사에 대한 행패 등 교권에 대한 도전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잇단 학교 폭력을 막고자 관계부처 합동으로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학교 폭력 문제는 청소년들이 수면, 휴식 등 최소한의 기본적인 욕구도 해결하지 못한 채 ‘무한경쟁’과 ‘성공’을 강요받으며 인터넷 등을 통해 불건전한 문화에 노출된 데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내면적 욕구가 억압되고 ‘자아’의 실현을 꿈꾸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폭력을 통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실제 우리 청소년들은 입시에 갇혀 꿈을 키우지 못하고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마음을 터놓고 지내지 못하고 있다. 또 적지 않은 청소년들이 꿈을 잃고 헤매다 불건전한 게임에 빠져들거나 친구 여럿이서 다른 친구를 괴롭히는 등 폭력에 휩쓸리고 만다. 궤도에서 벗어난 청소년들이 하루빨리 방황과 좌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는 게 우리 어른과 사회의 몫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청소년들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어야 하고, 청소년 발달단계별로 필요한 다양한 역량을 키워 사회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자립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청소년 체험활동이 중요하다. 이는 청소년들이 입시교육에 멍들지 않고, 잃어버린 ‘나’를 찾고 도덕심과 정의감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길이다. 흔히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지적 역량은 높은데 더불어 살아가는 역량은 매우 낮고 자율적 역량도 높지 않다고들 한다. 부족한 지식은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다. 그러나 체험과 삶으로부터 얻는 지혜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배우는 공동체의식이나 책임감 등은 늦게 배워 체화하기가 쉽지 않다. 어린 시절 경험이 풍부할수록 성인이 되어 생활력이 강하고, 자연체험과 생활체험을 많이 한 청소년이 정의감이 투철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역량과 자율적 역량을 키우기 위한 생활체험, 자연체험 등 다양한 청소년 체험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일본의 국립청소년교육진흥기구 곳곳에는 ‘청소년 체험의 바람을 일으키자’는 깃발이 꽂혀 있었다. 또 방문기간 중 진행되고 있던 청소년 교육 관계자 연수 주제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일본은 2년 전부터 이 기관을 중심으로 각 청소년 기관·단체가 연합하여 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균형 있는 자아를 찾고, 미래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모든 청소년 기관과 단체가 나서 청소년들에게 체험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지원해야 할 때다.
  • 긴테쓰 레일패스-미에三重에서는 코끝이 차갑다, 찡하다

    긴테쓰 레일패스-미에三重에서는 코끝이 차갑다, 찡하다

    TRAIN PASS 긴테쓰 레일패스 미에三重에서는 코끝이 차갑다, 찡하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제맛이라 생각했지만 영하로 뚝뚝 떨어지는 서울의 겨울이 밉살스러워질 무렵, 미에에 발을 내디뎠다. 겨울에도 좀처럼 영하로 내려가는 일은 없다지만 미에의 겨울도 두툼한 옷매무새를 매만지게 할 만큼 차갑긴 하더라. 그것도 잠시. 밤하늘에 꽃핀 나바나노사토의 일루미네이션과 일본인들이 일생에 꼭 한 번 걸음해 태양신의 기운을 받는다는 이세신궁 그리고 수많은 눈의 보살핌으로 별이 되어 뭍으로 돌아온다는 해녀들의 이야기 등 미에의 겨울은 마음을 먼저 스르르, 이내 몸도 사르르 녹아들게 했다. 나는 어깨가 맞닿은 낯선 사람들과 함께 두 손을 모으고 읊조리기 시작했다. ‘나를 기꺼이 보살펴 주세요.’ 마음을 토닥여 주는 미에의 겨울에 안겨 본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일본 정부 국토교통성 긴키 운수국 하늘의 별이 부럽지 않은 나바나노사토의 일루미네이션 터널. 반짝이는 불빛 아래서 나지막이 소원을 빌어 본다 #1 반짝반짝, 고운 빛깔 머금은 미에의 품에 안기다 겨울철 일루미네이션만큼 좋은 볼거리가 또 있을까마는 내심 이 인공의 불빛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화려하게 빛을 발할수록 그 사이를 흐르는 전류가 떠올라 머리카락이 더욱 쭈뼛 서고, 낮 동안에 그대로 드러나는 가느다란 전선들 또한 곱게 보이지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입이 딱 벌어졌다. 찬란했다. 낮에는 해를 머금은 미에의 산과 들, 그 안에 소복이 들어앉은 꽃과 나뭇잎이, 밤에는 그 위에서 반짝이는 색색의 전구들이 또 다른 빛깔을 자아냈다. 나가라가와 강변의 아름다운 정원 ‘나바나노사토’의 하루는 그렇게 물들어 있었다. 이른 봄, 매화와 벚꽃을 시작으로 수국, 창포, 코스모스가 피고 지는 마을 나바나노사토는 화려함 그 자체다. 1년 내내 1만2,000포기의 베고니아로 가득한 온실은 짐짓 떠름하게 지었던 표정마저 활짝 피게 했다. 땅은 물론 온실 천장에도 주렁주렁 맺힌 꽃송이가 신기했는지 입을 헤벌린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이 허공을 찌른다. 어째 하늘에 꽃이 피었는지 신기한가 보다. 이 순간을 추억하려는 카메라 셔터 소리도 끊이질 않는다. 뒤로 핀 꽃처럼 함박웃음 띈 자연스러운 모습이면 좋을 텐데, 어쩐지 기념사진을 찍는 모양새들이 약속이나 한 듯 부동자세. 그렇게 한 번 더 웃는다. 나바나노사토는 아름다운 꽃 가까이에서 여유롭게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곳곳에 레스토랑과 카페, 먹을거리 노점이 있어 노니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요기를 해볼까 하고 가게 마루에 걸터앉았다. 먹기 좋게 구운 찹쌀떡 한 입 그리고 따끈한 차 한 모금. 채플 뒤쪽에 있는 노천족탕에 발을 담그고 산책의 노곤함을 달래는 것은 또 어떤가. 차가운 공기에 부르르 떨리던 몸이 스르르 풀리고 만다. 그러는 동안 짧은 겨울 해가 조금씩 사그라지고 꽃송이 뒤로 새치름한 불빛이 새어나온다. 낮 동안 해님을 머금고 있다 날이 어두워지자 한꺼번에 터뜨리는 것은 아닐까. 엉뚱한 상상. 나바나노사토의 일루미네이션은 11월 초부터 3월 중순까지 580만개의 불빛으로 연출하는데, 특히 200m 가량의 일루미네이션 터널을 지나 꽃 광장에 펼쳐지는 일루미네이션 쇼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올해는 일본의 사계를 주제로 쇼를 선보였다. 새순이 돋고 꽃잎이 흩날리는 봄과 여름을 지나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지는 가을과 겨울까지 계절의 흐름을 알알이 맺힌 불빛으로 표현한 것. 탄성을 내뱉는 것도 멈추고 그저 한참을 바라다봤다. 하늘의 별빛마저 흐릿하게 만든 미에의 마법에 걸려들고 말았다. 스즈카산맥의 주봉인 1,212m의 고자이쇼다케로 오르는 길도 덜하지 않았다. 유노야마온센역에서 로프웨이로 연결된 이곳은 최고봉까지 케이블카가 오간다. 1,300년 역사의 온천마을 유노야마온센 뒤로 병풍 두른 스즈카산맥, 그 가운데를 지나는 고자이쇼다케의 빨간색 케이블카. 해발 400m에서 출발해 1,200m고지를 향하는데 마치 산의 품안으로 파고드는 것만 같다. 산기슭을 뛰어다니는 야생 동물과 고산 식물의 속살이 이따금씩 드러날 때마다 공중산책의 묘미는 더해 간다. 고자이쇼다케의 수려함에 반한 산악인들은 등산로를 이용해 산의 정기를 담뿍 받기도 한다. 산 정상에는 작은 불상과 사당이 있는데 이는 산사람들을 보살펴 주는 신을 모신 곳이라 했다. 마침내 오른 정상에서 맨 먼저 신에게 인사하는 산사람들. 정상뿐 아니라 산 곳곳에 이처럼 작은 사당이 있다. 모두 고자이쇼다케를 찾는 산사람들의 흔적이다. 멀리 이세만의 바다가, 화창한 날엔 후지산까지 내다보이는 곳.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더 길게 내뱉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 속 깊은 곳에 맺혔던 응어리들이 도르르 굴러 나온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어둑해지자 새치름한 불빛을 내비추는 나바나노사토. 이 순간을 기억하고픈 이들의 카메라 셔터가 더욱 바빠지기 시작한다 2 꽃잎이 흩날리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나리는 모습이 알알이 맺힌 불빛으로 연출되는 나바나노사토의 일루미네이션 쇼 3 정원 산책의 노곤함을 풀어줄 노천족탕에 두 발을 담가 본다. 발끝이 따뜻해지니 코끝을 스치는 겨울 바람도 반갑다 4 편안할 안安 길 영永 떡 병餠. 길어서 먹기 좋은 떡이 “안녕”하고 부르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다 5 나바나노사토의 베고니아 온실에서는 시선이 어디를 향하든 베고니아가 반겨준다 6 스즈카산맥의 주봉 고자이쇼다케로 이어지는 로프웨이에 빨간 케이블카가 오간다 7 고자이쇼다케 정상에서 마주한 작은 돌상. 산사람들의 흔적이다 나바나노사토 찾아가기 긴테쓰 나고야역 또는 구와나역에서 미에교통 ‘나가시마온센’행 버스로 환승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9시(겨울 밤 10시) 이용요금 1,000~2,000엔(시즌별로 다름) 문의 83-594-41-0787 고자이쇼 로프웨이 찾아가기 긴테쓰 유노야마온센역에서 버스로 산코유노야마온센에서 하차 후 걸어서 10분 거리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5시(10~3월은 오후 6시까지) 이용요금 2,100엔 (편도 1,200엔) 문의 83-59-392-2261 #2 일생에 꼭 한 번, 태양신을 만나러 가는 길 헛헛해진 마음을 이세신궁으로 옮긴다. 흔히 이세신궁이라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신궁神宮’. 하나의 신사가 아니라 내궁과 외궁, 별궁으로 구성된 125개의 신사를 모두 아우른다. 일본 신사의 중심이자 절정이다. 예부터 많은 일본사람들이 생애 꼭 한 번은 이곳 신궁에 오길 소망한단다. 신궁에 발걸음 하는 것만으로도 신의 혜택을 받는 것이라 믿는다고. 평일 이른 아침임에도 안내원이 높이 든 깃발 뒤로 순례자들의 줄이 끊이지 않는다. 참배하기 전에는 반드시 오초즈를 행해야 한다. 오초즈는 참배 전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의식으로 우물가에 엎어놓은 물푸개 ‘히샤쿠’에 물을 퍼 왼손 한 번, 오른손 한 번을 깨끗한 물에 씻는다. 그런 다음 왼손에 물을 받아 입을 가시고 입에 댄 왼손을 다시 물로 씻어낸다. 마지막으로 히샤쿠를 세워 남아 있는 물로 손잡이 부분을 씻는다. 요즘은 이렇게 5번으로 나누어 간소한 예를 갖추지만 옛날엔 신궁 곁으로 흐르는 강에 들어가 심신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우물쭈물하는 이방인과 달리 일본사람들의 몸가짐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일본 인구가 반으로 줄어들었을 정도의 큰 자연재난이 닥쳤다. 일본인들은 이 대재앙을 계기로 자신들을 따뜻하게 보살펴 주는 태양신이자 황실의 조상신 아마테라스오미카미를 모셔 왔다. 내궁의 정궁에 모신 이 신은 오직 천황만이 마주할 수 있다. 수상이나 황실 사람들도 문 앞까지만 갈 수 있다고 한다. 이세신궁은 20년을 주기로 원형을 그대로 살려 개축하는 전통이 있다. 현재 정궁 옆에 똑같은 크기의 부지를 두고 새 정궁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개축을 하는 동안에도 참배는 지속되어야 하기에 바로 옆에다 새로 짓는 것이다. 개축이 될 때마다 정궁의 위치가 바뀌는 이유다. 이 전통은 약 1,300년 전부터 이어져 왔는데 신에 대한 정성과 함께 문화유산으로도 가치가 높은 신궁의 건축술을 후대에 전하기 위한 노력이 더해진 성스런 의식이다. 이는 단순한 건축 기술의 전수를 넘어 전통문화가 시공을 초월해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다. 이세신궁 참배 길에 빠지지 않는 곳이 있으니 ‘오하라이마치 오카게요코초’이다. 풀이하면 ‘오하라이 읍내에 있는 오카게 골목’인데 내궁이 위치한 마을 이름이 오하라이, 오카게는 일본어로 ‘신의 보살핌 덕분’이라는 뜻이다. 신궁과 가까운 이스즈가와 강변을 따라 형성된 약 800m의 골목길로 지붕과 담장을 맞대고 나란히 들어선 상점들은 모두 2층집의 구조이나 우리의 한옥과 같이 기와를 사용한 맞배지붕과 합작지붕의 형태이다. 에도시대부터 메이지 시대에 이르기까지 전통가옥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일본 근세문화의 거리. 가옥의 1층은 대부분이 음식점과 기념품가게로 우리의 인사동길이 떠오른다. 이세신궁 순례자들이 오카게요코초에서 꼭 먹고 간다는 아카후쿠는 오늘날의 오카게 골목이 형성된 이유이기도 하다. 아카후쿠는 ‘붉은 행복’을 의미하는 찹쌀떡이다. 먹으면 복이 들어온다는 뜻이 아닐까. 특이한 것은 보통의 찹쌀떡과 달리 팥앙금이 떡의 표면을 감싸고 있는 것인데 원래는 일반 찹쌀떡과 같은 모양새였지만 이세신궁을 찾는 참배객들이 너무 많아 팥앙금을 찹쌀떡 속에 넣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고 한다. 바쁜 탓에 속성으로 떡 표면에 앙금을 발라 준 것. 300년 역사의 아카후쿠 떡집은 날로 번창했고 이 모든 것이 태양신의 보살핌이라 여긴 떡집 주인이 자본을 내 이 오카게 골목이 조성되었다. 이래저래 복덩어리 아카후쿠가 명물이 되자 요즘엔 이스즈가와 아래의 조약돌 모양을 본뜬 것으로 속은 맑게 흐르는 강물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도 덧입혀졌다. 아카후쿠 한 입을 베어 물었다. 태양신의 온기가 아카후쿠에도 스며든 것일까. 빈속에 달콤함이 퍼진다. 떡집 마루에 앉아 이세신궁과 오카게 골목 사이로 잔잔하게 흐르는 이스즈가와를 내다본다. 이보다 더 평온할 수 없다. 떡 한 입에도 그저 행복해할 줄 아는 마음, 그 속에 신의 보살핌이 있다. 결국 내 안에 있는 믿음을 만나는 것.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맞배지붕과 합작지붕 등 전통가옥의 모습이 남아있는 근세문화의 거리 오카게요코초 2 이세신궁 입구. 이제 이스즈가와가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태양신을 모신 사당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3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오초즈를 해야 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4 오카게요코초는 신궁 순례자들이 잠시 쉬어 가던 작은 마을의 작은 골목. 이젠 이곳을 부러 찾는 이들이 생겨날 만큼 명소가 되었다 5 오카게요코초를 거니는 순례자. 기모노를 곱게 차려 입은 모습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했다 6 강과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오카게 골목에서는 즉석에서 어류를 조리해 주는 가게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생선구이 달인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7 먹으면 복이 들어와요. 붉은 행복을 뜻하는 찹쌀떡 아카후쿠는 오카게요코초에서 꼭 맛보아야 할 주전부리다 이세신궁 찾아가기 긴테쓰 우지야마다역, 이스즈가와역, 이세시역에서 버스·택시 이용 홈페이지 www.isejingu.or.jp/shosai/korean 오카게요코초 문의 83-596-23-8838 (토산품가게 종합안내소) 홈페이지 www.okageyokocho.co.jp/ #3 그녀, 수많은 눈의 보살핌으로 별이 되어 돌아오다 그녀들을 만난 후 나를 위해 신의 보살핌을 바라는 일이 어쩌면 사치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세의 해녀. 뭍으로 나와 바닷물을 짜내는 그녀들에게 안쓰러움이 배어 나온다. 차가운 물에 살이 에이지만 오늘도 묵묵히 물질하는 여인네들. 이세만에 접한 이세지역에는 지금도 1,300여 명의 해녀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세의 해녀는 생업으로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와 관광객들을 위해 해녀의 작업을 재연하는 관광해녀로 구분되는데 이세에서도 오사쓰는 해녀를 생업으로 삼은 여인들이 많아 ‘해녀의 고장’이라 불리는 마을이다. 오사쓰의 아마고야 ‘오사츠가마도’에 들어서자 하얀 해녀 복식으로 단장한 해녀 두 분이 다소곳이 앉아 숯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마고야는 해녀들이 운영하는 작은 오두막으로 원래 해녀들이 물질하다 추워지면 잠시 뭍으로 나와 쉬던 공간인데 요즘에는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해녀들이 직접 숯불에 구워 주는 관광명소로 개발되어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색색이 고운 조개와 전복, 소라, 이세새우 등의 해산물이 숯불 위에서 익어 간다. 쫄깃하면서도 특유의 짭조름한 맛이 식욕을 북돋운다. 여기에 미소 된장국과 성게로 요리한 밥까지 한 그릇씩 비우고 오두막 너머 바다를 바라볼 때의 기분이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프랑스의 한 기자가 고무재질의 검은 잠수복을 입은 제주 해녀를 보고 무장공비로 착각했다는 일화가 있는데, 일본의 해녀는 전통적으로 흰색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물에 들어간다. 상어 등 다소 큰 바다생물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검은색보다 흰색 옷을 입었을 때 몸의 부피가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해녀들과 얼굴을 마주하는데 흰색 복식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두건에 수놓인 2개의 표식, 별과 격자무늬. 별은 한 꼭짓점에서 시작해 반드시 그 꼭짓점으로 돌아오는 도형이고 격자무늬의 네모 칸은 ‘눈’을 상징하는데 여기에 깊은 뜻이 담겨 있다. 12개나 되는 많은 눈이 나를 지켜봐 주고 있어 바다에 나갔다가도 다시 안전하게 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오사쓰가마도에서 나와 해안을 따라 마을 깊숙이 걸어 들어가면 오사쓰 해녀의 역사와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해녀문화자료관이 있고 그 옆으로 난 골목을 따라 3분여를 더 걸으면 해녀들을 굽어살피는 신메이신사에 다다른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해녀 일. 해녀들은 신메이신사에 모신 ‘이시가미상(돌신)’에게 안녕을 빌어 왔다. 최근에는 이 이시가미상이 특별히 여성의 소원을, 그것도 딱 한 가지만 들어준다고 해 일본 전역에서 부러 찾아오는 여인들이 많다. 이곳을 찾은 여인들은 하나의 소원을 종이에 적어 신사 앞에 놓인 함에 넣고 정성을 들인다. 세계 최초로 진주 양식에 성공한 미키모토 진주섬에서 재연하는 해녀쇼는 해녀의 일상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느껴 볼 수 있게 한다. 작은 어선의 갑판에 맨발로 디디고 서서 바다를 향해 동그란 나무통을 던지고 이내 자신도 따라 들어간다. 다리를 굴러 바다 속에 들어가기를 몇 차례. 거친 숨을 고르며 물속에서 잡은 무언가를 있는 힘껏 들어 보인다. 그녀의 발끝이 물속으로 사라지고 다시 머리가 보일 때까지 마음속으로 별을 그려 본다. 쇼지만 쇼만은 아닌. 얼마간의 뭉클함이 올라온다. 미에의 겨울은 엄마 품처럼 포근하게 나를 감쌌다. 코끝을 스치는 공기는 차지만 고운 빛깔 뽐내는 미에의 자연, 예를 갖추어 전통을 이어가는 미에의 일상, 스스로를 지켜내는 미에의 사람들은 추위에 언 몸과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자연이든, 신념이든, 사람이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소중히 여기는 미에. 미에의 겨울이 투명하게 빛나는 이유다. 1 이세의 해녀를 만나러 가는 길. 오사쓰 마을 해녀들의 작은 오두막은 오사쓰마을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2 오사쓰 마을의 해녀문화자료관 입구. 바다 속 해녀의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3 해녀쇼를 위해 배를 타고 등장하는 미키모토 진주섬의 해녀들 4 디딤판 없이 물속에서 발을 구른다. 이내 사라지는 발끝으로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별을 그려 본다 5 해녀오두막 너머로 보이는 이세만의 바다 6 해녀오두막에서는 해녀들이 직접 싱싱한 해산물을 숯불에 구워 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오사쓰가마도 찾아가기 긴테쓰 도바역에서 버스로 약 40분. 오사쓰 정류소에 내리면 도보로 오사쓰가마도, 오사쓰 해녀문화자료관까지 각 5분, 신메이신사까지는 10분 거리. 이용시간 오전 9시~ 오후 5시 이용요금 무료. 티타임 | 하루 2회 오전 10시와 오후 3시, 4명 이상 예약 가능. 1인당 2,000엔. 조개, 떡, 차 제공. 브런치 | 낮 12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4명 이상 예약 가능. 1인당 3,500엔부터 문의 81-599-33-7453(2일 전 오후 5시까지 예약 가능) 미키모토 진주섬(해녀쇼) 찾아가기 긴테쓰 도바역에서 걸어서 5분 이용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12월 두 번째 화요일부터 3일간 휴관) 입장요금 성인 1,500엔, 어린이(7~15세) 750엔 해녀쇼 1시간 간격으로 약 10분간 양식 진주를 캐내는 작업을 실연한다(한국어 해설 제공) 문의 81-599-25-2028 Travel to JAPAN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특별한 혜택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 KINTETSU RAIL PASS WIDE 간사이지방 여행자들을 위한 철도 패스. 승차개시일로부터 5일간 간사이지방의 철도와 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5,700엔. 철도와 버스 이용 외에도 관광시설 우대권 등 외국인 개인여행자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참고로, 일본 내국인은 구매할 수 없다. 국내 취급처(여행사)에서 구입한 후 긴테쓰 노선의 역에서 실물 패스로 교환하여 사용하면 된다. 일본에서는 간사이국제공항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혜택 1) 긴테쓰전철, 이가철도 자유 이용(좌석이 배정되는 긴테쓰 특급 교환권 3장 포함) 혜택 2) 미에교통버스, 도바시 가모메(갈매기)버스 자유 이용 혜택 3) 공항에서 긴테쓰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역까지 무료 이용 - 중부국제공항을 이용할 때는 메이테쓰전철 - 간사이국제공항을 이용할 때는 난카이전철 혜택 4) 오사카, 나라, 교토, 미에, 나고야 지역 관광시설 우대권 10매 1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를 이용하면 5일간 간사이지방의 철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2 중부국제공항 센트레아Centrair의 테라스식 전망대 ‘스카이 덱sky deck’ 3 간사이국제공항의 SST Satellite AIRPORTSTORE. 간사이국제공항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팬시류를 전시, 판매하고 있다 4 5종의 사케를 시음해 볼 수 있는 나라의 하루시카 양조장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일본 - 간사이關西지방 - 미에현三重縣 일본 열도의 중앙부. 오사카부를 중심으로 교토시, 나라현, 미에현 등이 속하며 메이지유신때 도쿄로 천도하기까지 일본의 중심이었던 곳. 일본에서는 이 지역을 간사이關西 또는 긴키近畿지방이라 한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 위에 유수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수놓은 지역이다. 한국에서는 간사이국제공항과 중부국제공항으로 직항이 운항되고 있으며 오사카-교토-나라-미에-나고야로 이어지는 도시간 이동은 철도를 이용할 경우 소요시간이 1시간 이내며 5일간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를 이용하면 더욱 발걸음 가벼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 여행의 시작과 끝을 위한 효과적인 공항 이용법 중부국제공항 센트레아 Centrair 2005년 2월 문을 연 중부국제공항은 공항 입구Access Plaza에서 탑승구까지 계단이나 오르막이 없다. 모든 승객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여 설계한 것. 내부 인테리어에 있어서도 이벤트 플라자를 중심으로 한 쪽은 일본의 전통미를 살린 아케이드, 반대편은 서구적인 디자인의 아케이드로 조성해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공항 활주로 방향으로 조성한 테라스식 전망대 스카이 덱sky deck과 이벤트 플라자 내에 위치한 공중목욕탕은 여행의 피로를 덜어 주는 중부국제공항만의 명소.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를 제시하면 메이테쓰전철을 이용해 나고야까지 이동할 수 있다. 메이테쓰 나고야역까지 약 30분. 간사이국제공항 KIX 오사카만의 바다를 매립한 인공섬에 만든 해상공항. 오사카 도심은 물론 버스, 철도, 페리 등의 교통편을 이용해 교토, 나라, 고베 등 인근 도시로 이동이 용이하다. 공항의 다양한 편의시설도 눈에 띈다. SST 세틀라이트 에어포트스토어 SSTSatellite AIRPORTSTORE는 간사이국제공항을 모티브로 각종 팬시류를 전시·판매하는 상점으로 간사이국제공항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24시간 이용이 가능한 라운지KIX AIRPORT LOUNGE에서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인터넷, 음료, 만화책과 잡지, 영화, 마사지 체어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여럿이 함께 쉴 수 있는 리빙룸, 씨어터 룸, 다다미룸과 비즈니스 지원이 가능한 미팅룸은 물론 흡연실과 샤워부스, 파우더룸까지 갖추고 있어 환승 또는 탑승대기 시간이 다소 긴 이용객들에게 더욱 반가운 공간이다. + 패스로 간사이를 한번에! 중부국제공항을 이용한다면 미에현으로 가는 길에 나고야를, 간사이국제공항을 이용한다면 오사카를 기점으로 교토와 나라를 두루 여행할 수 있다. 일본의 철도요금이 비싸다는 선입견은 금물.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를 이용하면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간사이 대표 음식, 대표 명물 나고야 스카이 프롬나드SKY PROMENADE 메이테쓰 나고야역에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나고야의 새로운 랜드마크 ‘스카이 프롬나드Sky Promenade’가 있다. 미들랜드스퀘어Midland Square 1층에서 전망엘리베이터를 이용해 42층 티켓로비에서 발권하면 44~46층에 조성한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360도 전면 유리창에 천장이 없는 옥외 데크deck의 형태로 건물 가장자리를 걸으며 나고야 시내를 감상할 수 있다. 나고야 최고의 야경 포인트. 이용시간 오전 11시~ 밤 10시(오후 9시30분까지 입장) 이용요금 중학생 이상 700엔, 65세 이상 500엔, 어린이 300엔 교토 게이샤의 기모노를 입고 그 옛날 게이샤의 기모노가 새 주인을 찾았다. 교토의 오랜 목조 타운하우스에 위치한 ‘쿠노치쿠 텐쇼칸’은 기모노를 재활용하여 끼메꼬미 인형을 전시·판매하고 있는 공예상점. 오래되었지만 일본의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지닌 기모노를 재활용하고 또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한 다양한 액세서리로 개발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제대로 기모노를 갖추어 입고 고즈넉한 교토의 거리를 거닐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단장을 하고 교토에서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기모노 대여 비용은 1일 약 5,000엔. 대여방법 긴테쓰 교토역에서 지하철로 한두 정거장 거리의 고조, 시조역 인근 대여점에서 대여가 가능하다. 오사카 오감이 즐거운 오사카의 밤 오사카의 밤은 유난히 화려하다. 난바 거리에 서서 색색의 불빛을 발하는 거대한 네온사인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기분이 드는데 더욱 강렬한 일본을 원한다면 우에혼마치역에 위치한 유후라를 추천한다. 유후라 6~8층, 2010년 9월 개관한 ‘오사카 신가부키자’에서 가부키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요금은 3,000엔부터 1만5,000엔까지. 가부키는 현대 일본인들도 상당히 어려워해 관람을 망설이기 쉬운데 이곳에서는 외국인들을 위해 특별한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니 과감하게 도전해 보자. 오감이 즐거운 오사카의 밤이 깊어만 간다. 나라 부드러운 사케 한 모금 그리고 나라마치 산책 일본의 고도 나라는 흔히 사케라 불리는 일본 술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봄사슴이란 뜻의 양조장 ‘하루시카’에서는 이곳에서 생산하는 사케를 사슴 무늬를 바닥에 넣은 잔으로 시음할 수 있다. 5종의 사케를 한 잔씩 시음하는데 비용은 400엔. 시음 후 잔은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다. 사케 시음 후엔 골목길을 따라 ‘나라마치’ 산책을 나서 보자. 나라마치는 행정지명상엔 없지만 19세기 민가가 나란히 들어선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다. 차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일본 특유의 마을 분위기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찾아가기 긴테쓰 나라역에서 하차 도보로 10여 분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펜타곤에 오성홍기 걸렸다

    14일 오후 3시(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미 국방부(펜타곤) 연병장(리버 퍼레이드 필드). 육·해·공군 의장대가 부동자세로 도열한 가운데 군악대의 연주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중국 지도자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펜타곤을 방문하는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분위기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직사각형의 연병장 왼쪽 중간부분에 얕은 단상이 마련됐고, 그 맞은편 끝에 양국 국기인 성조기와 오성홍기가 나란히 게양돼 있었다. 중국의 군사대국화와 미국의 ‘봉쇄정책’으로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갈수록 팽팽해지는 와중에 중국 국기가 미국 군사력의 심장부인 펜타곤에 걸린 역사적 순간이었다. 양국 국기 아래로 미국 50개주의 주기(州旗)가 길게 게양돼 있었고, 의장대 선두에 성조기와 함께 육·해·공군, 해병대, 국경수비대 상징 깃발 5개를 든 병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윽고 오후 3시 20분 경찰차와 경호차의 요란한 호위를 받으며 시 부주석의 차량 행렬이 들어왔다. 미군 의전장교가 차문을 열어주자 시 부주석이 내렸고 기다리고 있던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악수를 청했다. 두 사람은 펜타곤 건물 안으로 들어가 5분간 환담을 나눈 뒤 연병장으로 걸어나왔다. 패네타 장관의 안내로 단상에 오르는 시 부주석의 발걸음은 총총거리지 않고 여유로운 ‘황제걸음’이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단상에 선 가운데 그 밑에 미국의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애슈턴 카터 국방부 부장관, 게리 로크 주중 미대사, 중국 외교부의 양제츠 부장과 추이톈카이 부부장 등이 도열을 마치자 곧바로 중국 국가가 연주됐다. 그와 동시에 연병장 한쪽 끝에 마련된 4대의 대포에서 19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이어 미국 국가가 연주됐다. 미국 참석자들은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린 반면 시 부주석은 양국 국가 연주 중 미동도 않고 정면만 응시했다. 이어 시 부주석은 의전 지휘자의 인솔을 받으며 의장대를 사열했다. 얼굴은 ‘완전히’ 무표정했다. 병사들 쪽을 한번도 쳐다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걸었다. 사열이 끝나면 인솔자에게 악수를 건넨 뒤 단상으로 올라가는 게 통례인데, 시 부주석은 잠시 엉거주춤 서서 어쩔줄을 모르다가 의전 장교의 안내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어 전통 의상을 입은 군악대의 행진을 지켜보는 것으로 12분간에 걸친 환영식은 모두 끝났고, 시 부주석은 무표정한 얼굴로 행사장을 떠났다. 알링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조환익 바깥세상] 세계의 분노를 피해서

    [조환익 바깥세상] 세계의 분노를 피해서

    최근 들어 미국이나 유럽의 경제상황이 다소 호전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세계경제에 드리워진 불확실성과 불안의 무게는 가벼워진 것이 없다. 많은 세계인들이 미래에 대해서 희망과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세상이 불평등하다’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들은 화가 나 있다. 이유가 있는 화도 있지만 맹목적인 분노도 많다. 현재 ‘나와 내 가족 또는 내 사회가 행복하지 못한 것은 내 탓이 아니고 세상 탓’이란 생각을 하고 비교적 잘나가는 국가나 기업, 타인에 대해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미국에서는 월가를 점령하고 의사당으로 쳐들어 간다. 유럽에서는 아시아와 중동 국가 출신 이주자들이 자기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며 이들에게 묻지마 폭력을 휘두르는 사례가 많아진다. 중국도 불평등에 눈을 뜬 인민의 분노를 정부가 달래기 바쁘다. 심지어 이집트에서는 축구경기를 응원하다 관중들끼리 싸움이 붙어 70여명이 사망했고, 평화의 상징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팔레스타인에서 봉변을 당하였다. 여기다 순식간에 수십만명이 모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은 지성적이건 반지성적이건 집단 행동의 응집력과 폭발력을 가공할 수준으로 증폭시켰다. 우리 학교 폭력의 많은 원인이 ‘나는 그 아이가 그냥 싫다.’이듯이, 세계 속의 갈등도 논리보다 감정적인 요소가 크다. 이러한 집단적 감정 표출이 명분 있는 분노로 조직화되면 재스민 혁명처럼 꽃도 피울 수 있지만, 광기에 휩쓸려 가면 중국 문화혁명의 홍위병이나 나치의 깃발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이 속죄양을 찾아 거리로 몰려 다니고 거대한 불만과 분노의 토네이도가 마구 이동하면서 세계를 할퀴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올해 글로벌 경제 이슈를 다룬 다보스 경제포럼의 화두가 ‘불균형’이나 ‘행복’이었을까! 우리도 국내적으로는 갈등의 사슬이 이리저리 얽혀 있지만 세계 속에서 한국에 대한 시각은 ‘세계가 어려울 때 잘나가는 몇 나라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분노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억울한 타깃이 되지 않고 세계와 어울려서 잘살아 나갈 수 있을까? 무조건 낮은 자세 외에 달리 방법이 있을까? 댈러스의 한인·흑인 간 분규도 1990년대 로스앤젤레스 흑인폭동 같은 상황으로 폭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한인이 억울하지만 더 참았어야 했다. ‘600만원짜리 명품백이 한국에서는 없어서 못 판다.’라는 보도를 하루하루를 힘들어하는 세계 빈국의 지식인들이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조금 잘살게 되었다고 경제위기로 벼랑 끝 공포를 느끼는 그리스 같은 나라에 가서 ‘우리는 개미였고 당신들은 베짱이가 아니었나.’하며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한국 관광객은 없는지, 이제 토요타식 경영은 경영학 교본에서 없어져야 하고 삼성이나 현대차 식의 기업 경영을 벤치마킹하라고 떠들고 다니는 기업인이나 경제학자들은 없는지, 아프리카에 다리 하나 놓아주고 마치 한국이 수호천사인 듯 재는 외교관은 없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우리는 주위를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1월에 무역적자가 발생했지만, 적자가 지속되지 않는 한 지나친 경제비관론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역설적이지만 오히려 세계 속에 한국도 힘들어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나쁠 것 없다. 요란한 국가홍보보다는 우리 스스로 내실을 기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취할 자세다. K팝 스타들이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돌풍을 일으키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모든 일은 너무 과하면 못 미침만 못한 경우가 많다. 우리가 경제·문화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시장원리 운운하며 일방적 진출만 할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형태의 교류가 오래가는 길이다. 적어도 금년 한 해는 우리 스스로 내실을 기하면서 자기자랑을 줄이고 어려운 처지의 세계를 이해해 주며 살금살금 살아나가는 것이 이 거대한 분노를 피해 나가는 현명한 길이 아닐까.
  • [사설] 학교폭력대책 현장 실천이 중요하다

    정부가 학교폭력 추방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사회적 충격파가 컸기 때문인지 정부가 어제 내놓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은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 및 구제 강화,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교장, 교사 등 학교현장의 책무를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대구 사건 이후 국무총리실,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교사 등 관계 부처 및 전문가들이 한달 반가량 머리를 맞대 만든 것인 만큼 차질없이 시행돼 올해가 학교폭력 추방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대책은 학교폭력에 대한 기존의 땜질식 대책을 다듬고 보완해 현실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은 즉시 출석 정지, 전학, 학부모 소환, 징계사항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 단계적으로 제재하고, 대신 피해학생은 경찰보호를 받을 수 있고 전학 가는 일이 없도록 했다. 또 학교폭력 은폐는 성적 조작 등 교원 4대 비위 수준에서 징계해 교장 및 교사가 숨기는 일이 없도록 했으며, 24시간 운영되는 학교폭력 신고센터를 광역단위로 확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수가 많은 교사의 생활지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에는 중학교부터 복수담임교사제를 도입한다. 그러나 학교폭력 근절에 대한 의욕이 넘친 나머지 교육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대책도 눈에 띈다. 학교폭력에 대한 전수조사는 벌써부터 교사, 학생, 학부모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는 만큼 일선의 여론을 좀 더 수렴해서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가해학생에 대한 출석 정지를 통해 유급의 길도 열어 놓았으나 교사들이 칼을 빼들지는 의문이다. 가해학생이 특별교육을 받을 경우 학부모를 소환해 특별교육을 시키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는데 적지 않은 학부모들의 반발이 우려된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관건이다. 아무리 강한 대책을 내놓아도 학부모와 학생들이 동의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염불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은 사후 대책보다는 사전 예방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소한 괴롭힘도 폭력’이고 ‘학교폭력은 범죄’라는 점을 단계적으로 교육시키겠다는 교과부 방침은 올바른 방향으로 여겨진다. 학력에 치중해 온 일선 학교가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 새누리 10대 ‘죽음의 조’ 어디 어디

    새누리 10대 ‘죽음의 조’ 어디 어디

    새누리당이 6일부터 닷새간 19대 총선후보 공천 접수에 들어간 가운데 이날까지 중앙선관위의 전국 245개 선거구 예비후보 등록 현황을 살펴본 결과, 620명이 등록해 2.5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아직 단 한 명의 예비후보도 등록하지 않은 곳도 있지만 현직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예비후보자가 몰리거나 거물급 인사들이 출사표를 던져 ‘죽음의 조’로 거론되는 지역구도 적지 않다. 서울 지역구 48곳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은 8명이 공천을 신청한 ‘강북의 강남’ 용산구다. 지역구를 맡고 있는 진영 의원이 3선을 노리는 가운데 비례대표 배은희 의원이 도전장을 던졌다. 여당의 전통 텃밭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양천갑도 주목을 모으는 곳이다. 3선인 원희룡 현 의원이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여권 인사 간 불꽃 튀는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김해진 전 특임차관과 박선규 전 청와대 대변인이 동시에 공천신청을 낼 예정이어서 MB정권 인사끼리 맞붙게 됐다. 여기에 원내대변인을 지낸 비례대표 정옥임 의원도 깃발을 꽂겠다며 벼르고 있다. ‘정치 1번지 종로’는 박진 현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데다 민주통합당 정세균 전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낸 만큼 전략공천 가능성이 높다. 비례대표 조윤선 의원이 이미 출마 선언을 했고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등판이 변수로 꼽힌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도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는 야당의 바람몰이를 차단하기 위한 새 인물 영입에 고심해야 하는 지역. 고흥길 특임장관 내정자의 지역구인 성남 분당갑, 안상수 전 대표 텃밭인 과천·의왕 등이 관심 대상이다. TK(대구·경북) 지역에선 4선 이해봉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대구 달서을에 7명이 출사표를 던져 수성갑과 함께 최고 경쟁률을 기록 중이다. 대구 중·남구에는 MB 정권 실세였던 ‘왕차관’ 박영준 전 지경부 제2차관이 출사표를 던졌다. 초선 배영식 의원 지역구인 이곳은 ‘젊은 피’ 도건우 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우경식 전 새누리당 보좌관 등이 도전장을 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지역구인 달성군은 구자춘 전 서울시장의 아들 구성재(전 언론인)씨만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경쟁률 순으로는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군이 예비후보만 10명으로 전국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신문 정치부 차장 출신인 전광삼 예비후보, 이재춘 전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장 등이 경쟁하고 있다. 강석호 현 의원도 공천신청을 할 예정이어서 경쟁률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선관위 디도스(DDoS) 공격 사건으로 탈당한 최구식 의원의 지역구인 경남 진주갑도 관심지역으로 꼽힌다. 최 의원이 무소속 출마할 예정인 가운데 7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인 박대출 예비후보를 비롯해 18대 총선 한나라당 후보였던 최진덕씨, 정인철 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 등이 뛰고 있다. 디도스 사태로 여당 비판 여론이 고조된 점을 감안하면 공천심사위원회가 전략공천으로 후보를 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누드 브리핑] 서울시 ‘弔旗 회수’ 가슴앓이

    “슬픈 일을 당한 분들에게 깃발을 챙겨 달라고 얘기해야 하니 이만저만 난감하지 않아요.” 서울시 C주무관은 2일 이렇게 말하며 씁쓰레한 웃음을 지었다. 조기(弔旗) 탓이다. 공무원들은 문상에 시장 명의의 조화(弔花)를 없앤 대신 가로 120㎝, 세로 80㎝ 크기인 조기를 보내는데 회수에 골머리를 앓는다. 박원순 시장 시대에 벌어진 풍경이다. 박 시장은 취임 이틀째인 지난해 10월 29일 경조사비 사용 기준을 보고받은 뒤 조화 대신 조기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한번 쓰고 버리는 6만 9000원짜리 조화가 낭비를 조장한다는 게 이유다. 13만원씩 들여 조기 10개를 만들었다. 시는 지방자치단체장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행정안전부령에 맞춰 2004년부터 인조화를 달아 탁상용으로 조그맣게 만든 1만 5000원짜리 조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7년 경조사 문화 개선을 위해 직원 설문조사를 한 결과 77%가 생화(生花)를 선호했다. 값은 개당 6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풍습상도 그렇고 유가족 체면으로 보아 그럴듯하다는 해석과 함께 시행에 들어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까지 조화와 조기를 함께 제공한 것이다. 다만 본인과 배우자,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으로 대상을 묶었지만 비용은 상당했다. 지난해에만 9월까지 애사(哀事) 162건에 1117만 8000원을 썼다. 문제는 조기를 회수하는 일이다. C주무관은 “직원만 해도 1만 1000여명으로 워낙 많은 데다 빽빽하게 조문 일정이 있는데 돌려가며 사용해야 할 조기를 회수할 때 날짜를 넘기면 당혹스럽다.”고 귀띔했다. 그는 “조문 대상이 직원이라면 조기를 거두는 데 어려움을 덜 겪지만, 외부일 경우 장례식장에 일일이 연락해 택배로 받아야 하는 처지”라고 말을 맺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씨줄날줄] 북아일랜드 독립선언/구본영 논설위원

    남북한은 지구촌의 마지막 분단국으로 일컬어진다. 동병상련을 앓던 독일·베트남·예멘 등이 잇따라 통일되면서 한반도만 비극의 땅으로 남은 꼴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본래 한 나라였으나 분단된 나라들은 더 있다. 같은 핏줄에 같은 언어를 써야 통일국가가 될 수 있다는 기준을 완화했을 때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의 무대인 키프로스가 그런 나라다. 지중해 동부의 이 섬나라는 1974년 그리스계 장교들의 쿠데타 직후 터키군이 북부에 진주하면서 남북으로 분단됐다. 이후 통일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민족 간 갈등으로 인한 유혈충돌이 빈번하다. 주민 80%는 그리스계이지만, 나머지 20%가 터키계인 탓이다. 인종·언어는 유사하지만, 이념·체제를 달리하면서 갈등이 내연 중인 중국-타이완의 분단 사례와는 대비된다. 엊그제 로이터통신은 북아일랜드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론이 공식화됐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 신페인당 소속 마틴 멕기네스 북아일랜드 제1부장관이 2016년에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깃발을 든 것이다. 영국과 분리해 아일랜드와 통합하려는 수순이다. 이미 스코틀랜드가 오는 2014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여부를 주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선언했다. 한때 5대양 6대주 곳곳에 식민지를 둬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불리던 영국의 핵분열이 재연되는 형국이다. 북아일랜드는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와 함께 영국의 4개 자치국 중 하나다. 이들은 축구 제전인 월드컵에도 따로 대표팀을 내보낼 만큼 인종과 언어가 서로 이질적이다. 앵글로-색슨족이 절대 다수인 잉글랜드와 달리 북아일랜드는 켈트족이 다수다. 종족을 보면 당연히 아일랜드와 합쳐야 하겠지만, 문제는 종교다. 가톨릭이 국교 격인 아일랜드와 달리 잉글랜드처럼 신교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종교는 차치하더라도 북아일랜드 독립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많다. 주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에 비해 독립안이 통과될 확률이 적다는 관측이 우세할 정도다. 스코틀랜드는 북해 유전과 조선업으로 영국경제에서 점하는 비중이 높지만, 북아일랜드 경제는 영국정부의 수액주사에 기대는 형편인 까닭이다. 평화통일이 지상과제인 우리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통일이냐, 분리독립이냐는 결국 구심력과 원심력의 차이에서 결정된다는 게 역사의 법칙이 아닌가. 경제력뿐 아니라 사회보장제도와 복지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동독을 압도했던 서독의 구심력이 통독의 원동력이었음을 잊어선 안 되겠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서울광장] 새 깃발 누가 들텐가/최용규 논설위원

    [서울광장] 새 깃발 누가 들텐가/최용규 논설위원

    다 된 밥에 코 빠뜨리지 않는 한 민주당의 총선 승리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상대가 저토록 죽을 쑤고 있으니 지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싶다. 한나라당이 정강·정책을 좌클릭하고, 당명까지 바꾼다고 해서 이반된 민심이 쉽게 돌아올 것 같진 않다.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 주변의 부패와 실정(失政), 여당의 부도덕성에 넌더리를 내고 있어서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가 용을 써도 감동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체성을 의심받아 가면서까지 애를 쓰고 있으나 살기 위한 처연한 몸부림으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그늘진 표정은 마치 ‘잔인한 4월’을 예고하는 듯하다. 민주당의 지난 5년은 옛일이 될 것이다. 70일 뒤, TV 앞의 그들은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고 감격의 눈물로 범벅되는 꿈을 꾸고 있을 게다. 누가 봐도 요즘 민주당은 들떠 있다. 어지간한 잘못엔 눈도 깜짝 안 할 만큼 배포가 커졌다. 삶에 지친 다수의 분노와 절망이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정부와 여당이 번지르르한 친서민 정책을 내놓아도 효험이 없다. 의심은 이미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이러니 민주당 지도부의 얼굴에 화색이 돌지 않을리 없다. 총선 예비후보가 홍수를 이루고, 연줄을 대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렇듯 만개한 화단에 벌과 나비가 날아들고 있지만 사방에 진동해야 할 향기가 느껴지질 않는다. 덩치만 커졌지 새롭지도, 참신하지도 않다. 통합의 목적과 이유가 죽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무엇 때문에 통합을 시도했는가. 그것은 지난해 가을 국민의 열망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등장으로 드러난 민심은 이념으로 쫙 갈라진 지긋지긋한 ‘피의 정치’를 청산해 달라는 간절한 주문이다. 이념적 대립이 아닌 통합과 소통의 정치, 그래서 명징하기 이를 데 없는 정치의 새 틀을 만들어 달라는 염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간파하고 태동한 것이 민주통합당 아니던가. 그런데 역동적인 지도부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수구(守舊) 진보’의 역한 냄새를 물씬 풍긴다. 다 헐어버리고 내던져도 시원치 않을 판에 옛 성곽을 복원하고 있다. ‘폐족’을 자처하며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했던 사람들이 ‘돌아온 장고’가 됐다. 이들은 봄날 같은 호시절이 자신들의 작품인 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 쑥 대밭이 된 저쪽 덕분에 당과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몰라보게 상승하자 눈에 뭐가 씌었는지 어느새 자만심이 똬리를 틀고 있다. 안철수 없이는 안 된다며 안철수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던지겠다던 절박함은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새로운 이념과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통합정신은 실종됐고, 갈수록 진보 진영의 단결 구호만 커질 뿐이다. 오매불망하던 승리가 눈앞에 아른거리니 통합의 대의와 혼을 까먹은 건가. 그렇다면 이는 곧 닥칠 불행을 예고하는 것이다. 왜 노무현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은 2002년 대선 출마연설에서 정계 재편을 제안했겠는가. “지금의 정치구조로는 싸움밖에 할 수 없다.”며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고 그는 역설했다.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없는 왜곡된 정치구조를 헐어버리고 국민을 위해서 정상적 정치를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다. 그런 노무현의 정신은 지금도 유효하다. 민주당이 잇달아 패착하지 않는 한 한나라당에 불리한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상쟁의 정치에 입각한 승리는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낡은 옷을 벗어던지지 않고 그대로 걸치기를 고집한다면 제1당이 되거나 설사 집권을 한다 해도 희망의 빛은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최근 곽노현과 이정렬을 통해 진보와 보수, 좌와 우의 대립이 얼마나 잔혹한지를 직접 봤다. 어느 쪽이 정권을 잡아도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임을 알려주는 징표다. 박정희도 그랬고, 김대중, 노무현도 마찬가지다. 통합의 대의를 버리면 이겨도 역사의 죄인이다. 그럼 누가 새 깃발을 들 텐가. ykchoi@seoul.co.kr
  • 빈병위 푸시업도 거뜬히…세계 최강 꼬마 화제

    빈병위 푸시업도 거뜬히…세계 최강 꼬마 화제

    현존하는 ‘세계 최강 어린이’ 줄리아노 스트로에(7)의 깜짝 놀랄 훈련 장면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24일(현지시각) 루마니아 매체 리베르타티아는 ‘리틀 헐크’로 불리는 루마니아 출신 줄리아노의 새로운 훈련 영상을 소개했다. 공개된 영상에서 줄리아노는 바닥에 놓인 4개의 빈병 위에 양팔과 양다리를 올린 채 팔굽혀펴기를 하는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무려 10회가 넘게 팔굽혀펴기를 하는 것도 놀랍지만 병위에서 흔들림 없이 균형을 잡아가며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은 보는 이의 눈을 의심케 한다. 줄리아노는 현재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힘센 소년이란 이름으로 기록돼 있다. 그는 지난 2010년, 즉 5살의 나이로 이탈리아의 한 TV쇼에서 물구나무를 선 채 팔굽혀펴기를 20번이나 해내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그는 전년도에 이미 물구나무를 선 채 가장 빨리 달리는 것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워 기네스북에 오른 바 있다. 그것도 두 다리 사이에 무거운 공을 끼운 채였다. 줄리아노는 현재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거주하고 있다. 부친 율리안 스트로에(35)는 격투기 및 보디빌딩 전문가로 5년 전부터 아들을 훈련 시키고 있다. 또한 줄리아노는 지난해 동생 클라우디우(5)와 함께 근육질 꼬마 형제로 영국 언론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두 어린이는 철봉에 깃발처럼 매달리거나 10kg이 넘는 덤벨을 들어 올리는 혹독한 훈련 영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두 아이의 부친인 율리안은 평소 유튜브에 이들의 훈련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무리한 운동으로 키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 세계 최강 어린이 영상 보러가기  사진=유튜브(위), 더 선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총선 예비후보 대해부] ‘강남=한나라’ 공식 깨질까… 부산 문성길 바람 불까

    [총선 예비후보 대해부] ‘강남=한나라’ 공식 깨질까… 부산 문성길 바람 불까

    4·11 총선은 향후 정국 흐름은 물론 대선 구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는 설 연휴를 기점으로 총력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호남을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 정치 구도가 흔들리면서 서울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여야의 혼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과 부산의 현장과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의 전통 텃밭인 대구와 광주의 표심을 짚어본다. ■서울 강남을 정동영 유력시… 여권 대항마 고심 정세균 종로 베팅… 與 임태희·이동관 거명 4월 총선을 80여일 앞두고 야권의 불모지인 강남 지역과 정치 1번지 종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강남 지역은 한나라당의 초강세 지역이지만 민주통합당의 중량감 있는 의원들이 ‘돌격 강남’을 외치며 속속 출마를 선언해 서울의 핵심 승부처로 떠올랐다. 총선 때마다 여야 간 혈투가 벌어지던 종로에는 민주당 정세균 전 최고위원이 승부수를 던지며 또 다른 격전을 예고했다. 한나라당은 정 전 최고위원에 맞설 대항마를 찾아야 할 입장이다. 정동영 전 최고위원의 출마가 유력시되는 강남을은 강남의 신흥 부촌인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와 ‘강남의 판자촌’ 구룡마을이 공존하는 양극화의 상징적 지역이다. 이곳에서 야권 인사가 당선된다면 ‘강남=부촌=한나라당’이라는 도식화된 공식이 깨진다.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며 무주공산이 된 이곳에는 민주당 원내대변인을 지낸 전현희 의원도 출사표를 던졌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야권에서 누가 나서더라도 이곳의 아성을 뚫지는 못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강남을은 15대 국회의원 선거 때 당시 무소속이었던 홍사덕 의원이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16~18대 총선까지 내리 한나라당이 깃발을 꽂았다. 비례대표 현역의원인 나성린·원희목·이정선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나 당 지도부는 비례대표 의원들에게 ‘텃밭’ 공천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제3의 인물이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허준영(59)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 맹정주(64) 전 강남구청장 등도 지역연고를 내세워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종로는 이 지역 현역 의원인 박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이동관 전 청와대 언론특보의 출마 여부가 주목된다. 한때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종로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본인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한나라당 쇄신파를 중심으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종로에 출마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권영진 의원은 17일 라디오 방송에서 박 위원장의 지역구 출마와 관련해 “서울 종로에 당의 깃발을 들고 출마하라.”고 주문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부산 “이번엔 생각 달라” “보수층 더 뭉칠것” “선거가 이 나라를 망칠낍니더. 서민들은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맨날 정치권에서는 선거타령만 하고 있다 아입니꺼.”( 50대 자영업자). 팍팍한 살림살이와 정치권에 대한 불만 등이 얽히고설켜 총선을 향한 부산의 설 민심은 밑바닥 그 자체다. 20일 부산 동래구 사직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주부 이귀자(61)씨는 “자고 나면 물가가 올라 장보기가 겁난다.”며 “올 총선과 대선 때는 서민경제를 확실히 살릴 수 있는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여당 깃발만 꽂으면 개도 당선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던 부산이 이제 더 이상 한나라당 텃밭이 아니라는 느낌이 여기저기에서 감지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전국 7대도시 중 최고를 기록하고 저축은행 사태, 동남권 신공항 무산에 이어 최근에는 돈 봉투사건 등의 악재가 터지면서 현 정권과 여당에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야당 인사들의 바람몰이는 거세질 전망이다. 항간에는 4월 따듯한 봄날(총선)에 민주통합당 후보인 문재인, 문성근, 김정길, 최인호, 김영춘 등 5명을 반드시 당선시키자는 ‘문성길 호춘에’가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중구 남포동 자갈치 시장에서 30여년간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윤재웅(56)씨는 “그동안 한나라당을 지지한 친구나 주변상인들이 이번에는 달리 생각해야겠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구관이 명관”이라며 한나라당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택시기사인 이모(54)씨는 “두고 보이소. 부산사람들 맨날 선거 때만 되면 ‘여당이 해준 게 뭐 있노’ 하면서도 나중에는 결국 한나라당 후보를 찍는다 아입니꺼. 오히려 보수층이 위기감을 느껴 더 똘똘 뭉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시의회 모 시의원은 “한나라당 인기가 밑바닥이었으나 박근혜씨가 비대위원장을 맡고부터 조금씩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야당에 2석을 내주면 본전이고 3석이면 지는 것인데 아마 그리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당 우세를 점쳤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대구 “TK 표심 바뀌나” “일단 물갈이부터” 대구·경북(TK)민심의 한나라당 이탈이 심상치 않다. 신공항과 과학벨트 등 지역숙원사업 유치가 무산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나라당을 대놓고 밀어준 대가가 빈손이냐.”며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신공항을 추진했던 시민단체는 총선에서 보자며 엄포를 놓았고, 과학벨트를 대전에 뺏긴 경북지사는 단식까지 했다. 이 때문에 1996년 15대 총선 결과가 재현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영삼 대통령의 집권 4년차였던 당시 TK지역의 소외감은 절정으로 치달았고 총선 결과는 이를 그대로 반영했다. 대구 13개 의석 중 집권당인 신한국당이 건진 곳은 2곳에 불과했다. 자민련이 8곳, 무소속이 3곳에서 승리했다. 최근 한 여론조사도 한나라당의 인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대구시민 50% 이상이 한나라당 의원 모두가 교체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지역 의원들의 지지도도 대부분 10~2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북 의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한나라당 지지도가 선거결과로 연결될 것이란 예상에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TK 표심이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심정으로 결국 한나라당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데다 야권이나 무소속 등 다른 후보들의 경쟁력도 그다지 높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김부겸 최고의원의 대구 수성갑 출마도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정광석(46·대구 수성구 시지동)씨는 “TK 표심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또 총선이 대선의 전초전이라 생각하면 더욱 한나라당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천개혁 등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면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망신을 당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홍정태(52·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현역의원 상당수를 물갈이하는 공천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부터 한나라당을 찍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광주 “정권 꼭 바꿔야지” “젊은 후보 찍겠다” “지금대로라면 팍팍해서 못 살겄소. 이번엔 정권을 꼭 바꿔야지라.” 호남지역 주민들은 지난 4년간의 이명박 정부에 대해 “꽉 막히고 답답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남북관계 경직과 4대강 사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따른 국론분열과 국회 파행으로 빚어진 피로감을 호소했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민주당의 기반마저 흔들고 있다. 최근 유선호 의원의 지역구 불출마 선언 이후 호남 중진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지방신문의 여론 조사 결과 광주·전남에선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이번 총선에서는 새 인물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광주의 8개 지역구 가운데 7곳이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가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서구 갑에서는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정용화 예비후보가 현역 의원과 박빙의 지지율을 보이는 등 민주당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시민 이모(42·회사원)씨는 “당만 보고 무조건 표를 찍던 시대는 끝났다.”며 “지역발전에 열정을 가진 젊은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양동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주변에 대형 슈퍼마켓이 들어서기 시작한 몇 년 전부터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올 총선과 대선 때는 서민층의 어려움을 알아주는 후보에게 표를 찍겠다.”고 말했다. 호남 농민들은 “한·미 FTA 타결로 사실상 농사는 끝났다.”며 농업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도 요구하고 있다. 전농 광주·전남연맹 박형대 사무처장은 “시장에 맡기는 ‘개방 농업’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쌀 등 기초농산물에 대한 국가수매제 도입에 찬성하는 정당을 지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총선에 지고서 대선에 승리할 수는 없다. 때문에 이번 총선 공천은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불가피하다. 호남에서 민주통합당이 기득권을 버리고 범야권 통합 또는 연대에 힘써야 하는 이유이다. ”라고 지적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관타나모수용소 10년] (3) 장병 막사 체험

    [관타나모수용소 10년] (3) 장병 막사 체험

    겨울 내복에 점퍼까지 껴입고 양말을 신은 채 누워도 어디선가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머리가 시려 수건으로 둘둘 감싸 보지만 큰 효험은 없다. 지급된 담요 1장은 수건처럼 얇다. 여기에 고막을 찢을 듯한 “윙~” 하는 발전기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쉼 없이 귀를 울린다. 무슨 혹한의 전쟁터 한가운데 누운 것 같다. 바람을 이리저리 막으며 뒤척이다 보니 날이 밝았다. 16, 17일(현지시간) 이틀간 텐트로 된 관타나모 훈련 장병 막사에서의 취침은 20여년 전 모진 군대 생활을 경험한 기자한테도 버거웠다. 텐트에 설치된 히터를 틀면 소리만 요란할 뿐 에어컨처럼 찬바람이 쌩쌩 불어닥쳤다.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한낮에 섭씨 25도를 넘나들 정도로 따뜻한 적도의 기후에서 준비해 간 겨울 의복을 실제 활용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텐트 1개당 몸뚱아리 하나 겨우 누일 만한 침대 6개와 서랍장, 소형 냉장고가 가구의 전부였다. 젖은 수건을 걸어 놓을 만한 빨랫줄도 없었다. 일반 사병이 아닌 지휘관급은 텐트 전체를 사용한다. 그래도 별로 부러울 것 없는 황량한 텐트 생활이다. 아침에 눈을 비비며 들어선 화장실용 텐트는 태어나서 처음 본 광경이었다. 앞과 옆 칸막이가 휑하니 얇은 커튼으로 돼 있었다. 옆에서 ‘실례’하는 소리가 다 들리는 구조였다. 다행히 샤워실에서는 더운물이 나왔다. 오전 8시 관타나모 기지 전체에 스피커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졌다. 이때 3000명이 넘는 기지 내 모든 장병은 부동자세를 취한다. 일몰 때인 오후 5시 30분 팡파르 소리가 나올 때도 예를 표한다. 한 장병은 “매일 아침과 저녁 국기를 올리고 내리는 때에 맞춰 의식이 행해진다.”면서 “하지만 관타나모 기지는 실제 깃발을 움직이지 않고 상징적으로 음악을 울린다.”고 했다. 기지 내 상가에 나가기 힘든 장병을 위해 하루 한 차례 이동식 매점 트럭이 와서 샌드위치, 과자, 과일, 커피 등을 판다.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 상점에 고기, 야채, 소스 종류까지 선택해 샌드위치를 주문하면 맞춤형으로 배달해 주기도 한다. 훈련 장병이 아닌 상주 장병 막사는 건물로 돼 있어 훨씬 쾌적하다. 개인별로 자기만의 방을 가진다. 침대와 옷장, TV,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이 갖춰져 있다. 화장실 겸 욕실은 2인 1실로 공유하는 구조다. 화장실을 통해 룸메이트끼리 연결되는 셈이다. 앤드루스 하사는 “룸메이트를 만나려면 화장실로 들어가야 한다.”며 웃었다. 장병들마다 근무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에 취침 전 점호 같은 의식은 없다. 아침에 단체로 구보를 하는 소대도 있지만 각자 자율적으로 운동하는 소대도 있다. 부대 안에는 야구장과 축구장 등 각종 운동시설이 있고 심야에도 환한 불빛 아래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미국 본토의 코앞에 있는 사실상의 미국 땅이지만 장병들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해외 파병 장병과 같은 처우를 받는다. 한 해에 2주간 휴가를 주는 식이다. 결국 미군 스스로도 관타나모가 미국 땅이 아님을 인정한다는 얘기일까. 글 사진 관타나모(쿠바)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LG전자 멕시코 레이노사 법인을 가다

    LG전자 멕시코 레이노사 법인을 가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중남미의 멕시코가 한국 기업들의 생산 및 기술 전초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새롭게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오래전부터 이곳에 생산 공장을 가동하며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멕시코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생산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의 국경도시 맥알렌을 거쳐 멕시코 레이노사로 들어가 차로 10분쯤 달리자 대한민국 국기와 멕시코 국기 그리고 ‘LG’의 깃발이 함께 펄럭이는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7개의 생산라인 북적 LG전자가 미국 시장의 ‘시네마 3D TV’ 전진기지로 삼고 있는 레이노사 법인이다. 공장에 들어서니 넓은 면적의 7개의 TV 생산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멕시코 현지 근로자들은 LG 브랜드가 박힌 55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를 박스에 담아 정성스레 포장하고 있었다. 21세기 들어 글로벌 가전업계에는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여러 명이 한 작업대에 모여 함께 TV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셀 방식’이 보편화됐다. 하지만 이곳에서 생산하는 3차원(3D) 입체영상 TV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그 물량을 대기 위해 과거 방식인 ‘라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안내를 담당한 최종룡 LG전자 멕시코 레이노사법인 부장은 “지난해에는 500여만대의 TV를 생산해 LG전자 해외 공장 가운데 가장 많은 생산량을 기록했다.”면서 “올해는 ‘시네마 3D TV’가 미국 시장에서 3D TV 분야 1위를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폭주하는 주문량을 맞출 생산성 혁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미국 가전업체 제니스(1995년 LG전자가 인수)가 운영하던 멕시코 산업단지 ‘마킬라도라’ 내 레이노사 공장을 2000년 ‘LG전자 레이노사’로 이름을 바꿔 북미시장 생산기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멕시코는 1992년 10월 미국, 캐나다 등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해 북미 지역에 무관세로 가전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 현재 마킬라도라에는 LG전자를 비롯해 파나소닉, 델파이, 노키아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공장을 두고 있다. LG전자는 인수 이후 지난해까지 총 8200만 달러(약 940억원)를 투자해 LCD TV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등 평판TV를 주로 생산해 왔다. 지난해 10월 늘어나는 대형 TV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에 생산하던 모니터와 소형 LCD TV를 멕시코 북서부 멕시칼리 공장으로 이관했다. 현재 레이노사에서는 40~60인치대 LCD·PDP TV만 만들고 있다. LG전자가 레이노사 공장을 인수한 뒤 이곳의 생산성은 급격하게 높아졌다. 2000년만 해도 매출이 4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5억 7100만 달러를 벌어들여 6배 이상 성장했다. 직원 1인당 생산액도 같은 기간 19만 달러에서 123만 달러로 높아졌다. ●올해 30억弗 매출 목표 현재 이곳에서는 2초에 1대씩 TV가 만들어진다. 불과 10여년 전인 2000년에만 해도 72초에 1대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생산속도가 36배나 빨라졌다. LG전자 관계자는 “2004년 혁신학교가 설립돼 매달 식스시그마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불량률도 통계적으로 관리하며 낮추고 있다.”며 그간의 노력을 소개했다. 올해 레이노사 법인의 TV 생산 목표는 650만대 규모로 매출로는 30억 달러(약 3조 44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15%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LG전자의 미주지역 평판TV 점유율 역시 지난해 15.6%에서 올해는 20%대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레이노사법인은 북미 시장에서 3D TV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물류시스템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 부장은 “레이노사에서 생산된 TV가 미국 댈러스까지 전달되는 데 하루밖에 걸리지 않으며, 뉴욕에도 이틀이면 도착한다.”면서 “올해는 실시간 육로 배송을 통해 납기 강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노사(멕시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주말 영화]

    ●벙어리 삼룡이(EBS 일요일 밤 11시 40분) 1960년대 한국문예 영화의 대표적인 걸작으로 나도향의 동명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완성된 영화, ‘벙어리 삼룡’. 착하고 선량한 머슴인 벙어리 삼룡이(김진규)는 오갈 데 없는 자신을 거두어준 오생원 영감의 은혜를 잊지 않고 주인 일가를 성심껏 섬긴다. 어느 날 돈에 팔려 순덕(최은희)이 난폭한 주인의 아들 광식(박노식)에게 시집 온다. 식모로 일하는 추월(도금봉)에게 정신이 팔린 광식은 순덕을 심하게 구박한다. 삼룡은 순덕 아씨가 안쓰러워 남몰래 연모한다. 삼룡은 광식과 추월이 물레방아간에서 사랑을 나누는 것을 발견하고는 기절초풍해 이 사실을 추월의 남편에게 알린다. 이 일로 삼룡은 광식에게 죽도록 두들겨 맞고 집에서 쫓겨난다. 삼룡이 쫓겨나던 날 밤, 오생원의 집에는 원인 모를 불이 난다. 삼룡은 집으로 뛰어들어 아씨를 구해낸다. 목숨을 구한 아씨가 광식이 안에 있다며 어쩔 줄 몰라 하자, 삼룡은 다시 집 안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삼룡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황금시대(KBS1 토요일 밤 1시 15분) 세상에 속아 자살을 결심한 두 청년, 억울함을 알리고자 자살 장면을 비디오로 녹화하고 있다. 소주병을 기울이는 이들은 힘겹게 모은 전 재산을 털어 가게를 열었지만, 부동산 사기로 쫓겨나야 할 상황. 사다리에 매단 줄은 힘없이 풀어지고, 남은 재산을 털어 인터넷에서 구입한 독극물은 가짜. 라이브로 녹화되고 있는 이 자살 현장에 뜻밖의 상황과 방문객들이 밀어닥친다. 바로 느닷없이 찾아온 여자 친구가 선물로 받았던 지갑이 마음에 안 든다며 바꿔달라고 하는데…. 되는 일 없는 두 청년의 생생 현장은 과연 어떻게 끝이 날까. 또 다른이야기,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하려는 철물점 청년. 그런 그에게 빗속을 뚫고 미스터리한 여자가 들어와 톱을 찾는다. 비에 흠뻑 젖은 그녀를 만난 뒤, 청년은 악몽의 밤을 보내게 된다. ●남극일기(OBS 일요일 밤 10시 15분) 영하 80도의 혹한, 그리고 낮과 밤이 번갈아 6개월씩 계속되는 남극. 탐험대장 최도형(송강호)을 비롯한 6명의 탐험대원은 도달 불능점 정복에 나선다. 해가 지기 전, 도달 불능점에 도착해야 하는 세계 최초 무 보급 횡단. 이제 남은 시간은 60일.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우연히 낡은 깃발 아래에 묻혀있는 80년 전 영국탐험대의 ‘남극일기’를 발견한다. 일기에 나오는 영국 탐험대도 우리와 같은 6명. 그런데 팀의 막내인 민재(유지태)는 일기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탐험대가 ‘남극일기’를 발견한 뒤부터 이들에게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바이러스가 살지 않는 남극에서 감기 증상을 보이며 쓰러지는 대원,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과 함께 위험천만한 상황은 계속된다.
  • 박세일 신당 ‘깃발’

    박세일 신당 ‘깃발’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겠다고 주창한 대중도 통합신당 ‘국민생각’(가칭)이 11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장기표 녹색사회민주당 대표의 주도로 창당 발기인 대회를 갖고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돈 봉투 파문으로 기성 여야 정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정점으로 치닫는 시점에서 깃발을 든 신당 국민생각은 다음 달 말 공식 창당한 뒤 4·11 총선에서 200명 이상의 후보를 내고 70~80석의 의석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성정당과의 차별화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발기인 대회에는 1000여명이 참석, 4·11 총선과 연말 대선에서 제3신당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총선후보 200명내 70~80석 확보” 국민생각에는 전직 국회의원과 고위 관료들이 많이 참여했다. 전직 국회의원으로는 박계동 전 국회 사무총장과 배일도 한국사회발전전략연구원 대표, 김용태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경재 전 민주당 최고위원 등 10여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고위 관료 출신으로는 김석수 전 국무총리와 이명현 전 교육부 장관,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장관, 정태익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참여한다. 국민생각은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총선을 앞두고 공천 문제 등으로 내홍을 겪는 과정에서 정치권 빅뱅이 이뤄질 경우 현역의원 다수를 포함한 기성 정치권 인사가 대거 합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생각 측은 “선진과 통일을 향한 전혀 새로운 정당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박세일 이사장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삶과 당략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을 우선시하겠다.”면서 “국민이 아파하면 같이 아파하는 국민의 정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박계동·배일도·김용태·김석수 등 참여 이날 발기인 대회에는 한나라당 권영세 사무총장과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회장인 법타스님 등 외부 인사도 참석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 등은 화환을 보내 축하했다. 국민생각은 2, 3차 영입을 통해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과 함께할 예정이지만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중도를 표방했지만 보수색이 강하다. 대중성이 강한 대선주자가 아직 없다. 현역의원도 없다. 젊은 층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다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탈당하는 등 정계 빅뱅이 일어날 경우 이들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국민생각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자유주의… ‘진보’ 더하거나 빼거나

    자유주의… ‘진보’ 더하거나 빼거나

    요즘 한국 사회의 뜨거운 이슈는 자유주의다. 뜨거운 이유는 이론적 격렬함도 있지만 1980년대 비판적 지지론과 비슷하게 현실 정치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다. 자유주의는 바로 진보 진영의 화약고랄 수 있는 ‘반MB연합의 정체성’ 문제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해서 자유주의자들이 의회를 통해 점진적이고 제도적인 개혁을 얘기하는 순간 불판 자체를 갈아 버리자는 진보 쪽에서는 ‘너희가 대체 보수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낸다.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최태욱 엮음, 폴리테이아 펴냄)는 그런 진보 진영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아니, 질문이지만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충분히 진보적이고도 남음이 있다는 결론이다. 진보적 자유주의라면 진보주의자들이 이상향으로 내거는 사회민주주의와 내용상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내친김에 한 걸음 더 뻗어 보자면 사회민주주의를 내세우는 것보다 자유주의를 내걸었을 때 색깔론 공세로부터 진보의 가치를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학자 8명이 참가했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에서’와 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의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라는 두 글이다. 글 제목에서 드러나듯 최 교수는 자유주의에 대한 옹호론에, 고 교수는 비판론에 서 있다. 최 교수는 보수 진영이 말하는 자유주의는 간단히 기각한다. “슬로건·구호로는 말하면서 이를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서 최 교수는 자유주의에 대한 진보 진영의 폄훼를 겨냥한다. 그가 보기에 현실 정치를 보는 시각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윤리학’으로, 다른 하나는 ‘실천이성’으로 보는 시각이다. 최 교수는 여기서 실천이성을 택한다. “정치현상, 정치행위라는 것은 역사적 성격을 갖는 것이어서 영속적인 문제들을 추구하는 규범적 이론에 관심을 두기보다 정치를 현실 속에서 가능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 또는 기예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 여부가 아니라 ‘그래서 이뤄낸 것이 대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다. 이는 “진보적 엘리트들의 정서적 급진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불완전성이라는 본원적 한계를 무시한 채 “진보적이고 올바른 이론과 기획에 의해 이상적 공동체가 일거에 성취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신 현실 정치는 “다양한 특수 이익과 사적 이익들이 특정 시점에서 만나 힘의 균형을 이뤄 만들어 낸 구성적 산물”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정치는 고귀한 성전이 아니라 질퍽한 뻘밭에서 벌이는 싸움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그 조건 아래서 무엇을 성취해 낼 것인가라고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유주의가 이 대목에서 유용하게 쓰일 때, 한국의 진보에 도움을 준다는 주장이다. 고 교수도 최 교수의 진단에 일정 정도 동의를 표한다. 냉전의 반공 이데올로기 때문에 너무나 왜곡된 자유주의에 제자리를 찾아 줘야 하고, 좌파라고 하면 일단 빨간색부터 연상하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자유주의가 인기를 끌 만도 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현재 한국의 진보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도 지적한다. “오늘날 진보 진영의 정책 가게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이 없다.”거나 “진보의 내용보다 진보라는 깃발 자체를 더 중시하면 진보 자체가 단기적 권력투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 쉽다.”고 비판한다. 진보인가, 아닌가를 두고 싸우는 것보다 진보의 내용을 어떻게 채우고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고민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 교수는 자유주의를 끄집어내기는 싫다는 입장이다. “자본주의하에서 민주주의는 노동의 대항 권력이 항시적으로 제도화되는 것을 제1원리”로 삼기 때문이다. 노동이 사회적 권력을 키워 밑에서부터 올라온 개혁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이상 진보는 진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파이를 나누는 방법에 합의하지 않고 파이를 키우자는 전략에 동조하는 것은 기만적”이고 “대체 파이가 얼마나 더 커져야 하는가를 정하는 일도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에서만 실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해서 진보 진영이 해야 할 일은 진보를 위해 자유주의를 끌어들이는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고통스럽더라도 계급정치적 관점을 되살리는 것이 진보에 걸맞다고 본다.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가 쓴 ‘진보적 자유주의와 한국 자본주의’도 눈길을 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활동한 이 교수는 시민운동 진영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가 ‘상생적’ 자유주의를 화두로 삼았을 때 보수적인 입장이 아니겠느냐는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인다.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논란에 대해 “둘 다 필요한데 엉뚱한 논란만 일고 있다.”고 밝히는가 하면 “진보적 자유주의에 입각한 합리적 복지국가”를 한국 사회의 미래상으로 제시한다. “기회주의로 권력에 편승했던 사람들은 자손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려온 역사” 때문에 우리 사회에 천민 윤리가 만연하게 됐다는, 자유를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이 땅의 보수주의자들을 격노케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연상케 하는 주장도 눈에 띈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대한민국 대표 중공업 인재로…”

    “대한민국 대표 중공업 인재로…”

    대우조선해양(대표이사 남상태)이 고졸인재 육성을 위해 만든 ‘중공업 사관학교’의 1기생 입학식이 5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렸다. 조선소 내 중공업 사관학교(옛 남문종합관)에서 열린 입학식에는 사관학교 1기생 104명(남자 81명, 여자 23명)을 비롯해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한나라당 윤영 의원, 권민호 거제시장, 학부모 등 400여명 참석했다. 입학식은 국민의례, 홍보영상 상영, 기념사와 축사, 입학생 대표 선서와 배지·깃발 수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또 초대가수 허각의 축하공연, 입학생과 학부모들의 야드투어, 기념식수 등이 이어졌다. 남상태 대표이사는 입학식에서 “신뢰와 열정으로 뭉쳐진 대우조선해양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훌륭한 인재로 키워내겠다.”고 말했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축사에서 “대우조선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서 담대한 변화에 나섰다.”며 “실력의 바다에서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기생들은 입학 뒤 한 달 동안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거쳐 인문·사회과학·교양·어학·예체능을 비롯한 기본 소양과목과 설계·공학·생산관리·경영지원 등 전문과정 및 실무과정이 포함된 교육을 받는다. 거제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F1] 드라이버 랭킹 있다? 없다?

    국내에서는 전남 영암의 서킷(경주장)에 대한 국가 예산 지원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지만 포뮬러원(F1) 자동차경주대회는 엄연히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하나다. 우선 ‘포뮬러’란 단어는 왜 붙었을까. 말 뜻대로라면 ‘규정’ 또는 ‘규칙’이다. 당초 자동차경주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었지만 1904년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창설되면서 드라이버와 관중의 안전을 위한 제한 규정이 만들어졌다. 1950년 월드챔피언십부터 포뮬러원이란 이름이 붙었다. 또 출전 팀들은 규정에 따라 머신(차량)을 만들되 규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기술 경쟁을 벌여 레이스에 유리한 머신을 만드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됐다. 결국 포뮬러란 레이스의 주인공인 차량과 드라이버, 관중을 아우르는 규정을 뜻한다. 명색이 세계 3대 스포츠 중 하나인데 드라이버의 세계 랭킹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유감스럽게도 FIA와 F1 조직위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월드 랭킹’이란 말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대신 ‘순위’란 단어가 눈에 띈다. 대회마다 드라이버가 올린 누적 점수다. 우승하면 25점을 받고 2위부터 차례로 18-15-12-10-8-6-4-2-1점을 챙긴다. 해당 시즌이 종료되면 그걸로 끝이다. 새 시즌에는 모두 ‘0 베이스’에서 시작한다. 스피드가 관건인 레이스 방식은 지극히 단순하다. 영암 서킷의 경우 5615㎞를 55바퀴 돌아 가장 먼저 들어오는 선수가 1등이다. TV에서 흔히 보는 체크무늬 깃발인 ‘체커기’는 선두가 골인해 레이스가 끝났을 때 나온다. 2010년까지는 10개 팀이 출전했지만 지난해부터 12개 팀이 출전했다. 팀당 2명의 드라이버를 내보내니 모두 24대의 머신이 레이스에 참가한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민주화 대부’ 김근태 1947~2011] 체포 26회·투옥 5년… 민주화역사 중심에서 새 세상 꿈꾸다

    [‘민주화 대부’ 김근태 1947~2011] 체포 26회·투옥 5년… 민주화역사 중심에서 새 세상 꿈꾸다

    군부 독재의 서슬 퍼런 고문도 견뎌냈던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병마와 싸우다 끝내 쓰러졌다. 뇌정맥혈전증으로 30일 세상을 떠난 김 상임고문은 유난히 ‘희망’이라는 말을 좋아했다. 틈만 나면 ‘인간의 가치는 희망의 질량으로 결정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정작 김 상임고문의 65년 인생은 ‘희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30여년에 걸친 민주화 운동, 16년간 걸었던 대중 정치인의 길. 오롯이 고난과 분노의 궤적이었다. 하지만 상처와 고통 속에서도 그는 끊임없이 희망을 길어 올렸다. 그가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진보개혁 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는 까닭이다. 김 상임고문은 1960년대를 제적과 강제징집으로, 1970년대는 수배와 피신으로, 1980년대는 고문과 감옥 생활로 혹독한 시절을 견뎌야 했다. 암울한 군사독재 정권은 경제학 교수가 되고 싶었던 초등학교 교장의 막내 아들, 한 평범한 청년을 민주화운동 대열의 맨앞에 세웠다. 1965년 대학에 입학한 뒤 30여년 동안 서울대 내란음모 사건(1971년), 긴급조치 위반(1974년) 등 수배를 되풀이했다. 체포 26회, 구류 7회, 투옥 5년 6개월. 1983년 만들어진 학생운동 최초의 공개·독자적 사회운동단체였던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은 ‘민주화운동가 김근태’ 인생의 최대 정점이었다. 민청련 의장이었던 1985년 8월 24일 이른바 서울대 깃발사건(민추위)의 배후조종 혐의로 연행된 뒤 그해 9월 4일부터 26일까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11회에 걸쳐 이근안 전 경감에게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당했다. 그 후유증으로 평생 비염에 시달리고 치과 치료도 못했다. 무시무시한 고문으로 살집이 떨어져나간 발뒤꿈치의 상처 부스러기를 모아뒀다가 부인(인재근씨)에게 건네, 살인적인 고문의 실상을 세상에 알렸다. 혹독한 고문에도 민청련 기관지를 만들었던 인쇄소 이름을 끝까지 불지 않았다. 그가 투쟁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가해자였던 이 전 경감을 용서했다. 심지어 “이 전 경감은 고문의 가해자이면서 어두웠던 군사독재의 피해자이기도 했다.”며 그에게 되레 악수를 청했다. 흔히 ‘고뇌와 회의’, ‘부드러운 힘’ 등은 정치인 김근태를 이르는 표현이다. 현실 정치 참여를 미루던 그는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로 합류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 2000년 8월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 열린우리당 초대 원내대표, 당 의장,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15대 총선부터 지역구인 서울 도봉갑에서 내리 세 차례 당선됐지만 18대 총선에서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에게 1200여표 차로 고배를 마셨다. ‘정치인 김근태’의 행보는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상이었다. 소신과 파격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2001년 김대중 총재에게 거국내각 구성을 제안하며 범야권 인사도 중용하자고 주장했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대선자금 양심고백을 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강한 소신엔 대가도 따랐다.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던 2002년 여름, 그를 호출했지만 ‘정몽준과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던 노 전 대통령에게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갈등의 시발점이었다. 2004년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해 보자.”고 했던 분양원가 공개 논란 등에서 보듯 노 전 대통령과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그는 국회 출입기자들이 선정하는 백봉신사상을 수차례 수상할 정도로 지적이며 신사적인 정치인으로 평가받았으나 대중적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결국 2002년 3월과 2007년 7월,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 경선을 포기해야 했다.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지난 10월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이다. 사실상 유언이 됐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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