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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준호 패배’ 스페인 심판장, 말하는 소리가…

    ‘조준호 패배’ 스페인 심판장, 말하는 소리가…

    “이해할 수 없다.” 29일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2에서 열린 남자 유도 66㎏급 8강전을 마치고 조준호(24·한국마사회)는 딱 한마디 했다. 조준호뿐 아니라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다. 조준호는 이날 에비누마 마사시(일본)와의 8강전에서 심판진의 석연찮은 판정 번복으로 억울하게 준결승행 티켓을 빼앗겼다. 심판위원장 개입에 의한 판정 번복은 유도규정에 없어 큰 논란이 예상된다. ●조준호 패자부활전 거쳐 銅 이런 파문에도 꿋꿋이 경기에 임한 조준호는 수고이 우리아테(스페인)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연장 승부 끝에 상대가 위장공격으로 지도를 받아 정말 금보다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8강전은 처음에는 무난했다. 에비누마는 수세적이었고 조준호는 끊임없이 기술을 시도했다. ‘한판승의 사나이’ 최민호를 꺾고 올림픽 티켓을 따낸 조준호는 남자유도팀의 ‘히든카드’였다. 이날 따라 유난히 컨디션이 좋았고, 세계랭킹 1·2위가 일찌감치 탈락해 메달을 예감하고 있었다. 위기는 있었다. 연장 1분38초를 남기고 에비누마가 시도한 안 뒤축걸기에 유효를 내준 것. 그러나 비디오 판독 끝에 판정이 번복됐고 조준호가 몇 차례 공격을 시도한 뒤 득점 없이 끝났다. 판정이 이어졌다. 심판 세 명은 모두 조준호의 파란색 깃발을 들어올렸다. 관중석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일본 응원단의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조준호의 화끈한 포효가 끝나기도 전에 불길한 기운이 일었다. 갑자기 후안 카를로스 바르코스(스페인) 국제유도연맹 심판위원장이 주심을 불러 귓속말을 했다. 자꾸 이상하게 흘러갔다. 심판들은 뜬금없이 깃발을 다시 나눠 가지며 재판정을 했고, 방금 전 일제히 파란 깃발을 들었던 세 심판은 약속이나 한 듯 흰색 깃발을 들어올렸다. 조준호의 0-3 판정패. 그걸로 끝이었다. 조준호는 황당한 듯 한동안 매트를 떠나지 못했다. 유도 경기규정에는 ‘경기장 내에서 3심 합의에 의한 판정은 최종적이다.’라고 나와 있다. 3심이 모두 파란색 깃발을 든 뒤 손을 들어올려 최종 승자선언을 하지는 않았으나 심판위원장이 3심의 판정에 개입할 권리는 없다. 경기 중 포인트에 대해 비디오 판독을 할 자격이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바르코스 심판장은 “심사위원(JURY) 전원이 의심할 여지 없이 에비누마가 우세라는 판단이었다. 유도 정신을 지키기 위해 심판에게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사위원은 판정을 보조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대한유도회 조용철 전무는 “선수생활을 하고 국제대회를 돌아다니면서 심판이 판정을 번복하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매트를 떠난 데다 앞으로 왕기춘·김재범 등 금메달 후보의 경기가 이어져 섣부른 돌출행동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외신들 “우스운 경기” 조롱 하지만 왕기춘은 “유도를 17년 하면서 처음 보는 광경이며, 동네 시합도 아닌 올림픽이란 무대에서 저런 X같은 경우가 일어났다.”면서 “배심원이 하란 대로 할 거면 심판이 왜 필요한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AFP통신은 이날 “유도 8강전에서 우스운 장면이 펼쳐졌다. 심판 3명이 조준호의 승리를 선언했지만 심판위원회의 황당한 개입으로 판정이 바뀌었다.”고 조롱했다. 에비누마는 일본 남자유도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기대하는 거의 유일한 선수였던 상황이라 ‘음모론’도 거세질 전망이다. 런던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경제프리즘] 티격태격 하나·외환銀 5년 투뱅크체제 약속 무리였나

    지난 2월 17일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김기철 외환은행 노동조합위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모여 환한 얼굴로 손을 맞잡았다. 이날 하나금융과 외환 노조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합치지 않고 5년간 각자 경영하는 투 뱅크 체제’에 합의했다. 이에 외환 노조는 1년여의 투쟁 깃발을 내렸다. 그로부터 다섯 달. 웃음은 사라지고 서로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작게는 옷차림에서부터 크게는 정보 공유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충돌한다. 하나금융 측은 “독립경영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통합 효과를 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데 (외환 노조가) 사사건건 어깃장”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외환 노조 측은 “하나지주의 경영 간섭이 도를 넘어섰다.”고 맞선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 18일 열린 임원진 워크숍에서 2014년 초까지 외환은행 정보기술(IT) 부문을 통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리와 상품체계 등을 사전 통합해야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외환 노조는 즉시 성명을 내고 “통합 여부를 2017년에 결정하기로 해놓고 벌써부터 통합을 전제로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하나금융 측은 “구체적인 계획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경영 비전일 뿐”이라면서 “경영 효율을 위해 통합을 미리 대비하는 게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고객정보 공유를 놓고도 충돌했다. 외환 노조는 하나HSBC생명이 텔레마케팅을 위해 외환은행의 고객 정보를 요구했다며 비판했다. 계열사 정보 등을 모아두는 지주의 ‘시너지박스’도 노조가 문제삼자 하나금융은 경영 통계 수집 목적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업무와 상관없는 ‘쿨비즈룩 논란’도 시끄러웠다. 지주 차원에서 여름 근무복을 모두 통일하라고 지시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지주 측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외환은행 직원들의 반감은 이미 깊어진 뒤였다. 외환 노조 측은 “조직 통합을 전제로 한 모든 시도는 독립경영 합의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앞서 김정태 하나지주 회장에게 독립경영 합의서를 준수해 달라는 내용증명까지 지난 4월 보냈다. 하나금융 측은 “3조원 넘는 돈을 내고 외환은행을 인수했다.”면서 “외환은행도 하나금융지주의 계열사이므로 그룹 시너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 한눈에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 한눈에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23일 서울 청계천 광교갤러리에서 ‘기록으로 보는 대한민국 올림픽의 역사’를 주제로 기획전시회를 열었다. 29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는 1947년 6월 15일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의결한 ‘국제올림픽위원회 회원국 승인 편지’를 비롯해 1948년 런던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17일이나 걸려 도착한 일정, 당시 한국 선수단의 입촌식 장면·단복·깃발·배지 등 문서와 사진물, 영상물 등 170여점을 공개한다. 1948년 런던올림픽 외에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한국 최초의 금메달리스트인 레슬링 종목의 양정모 선수의 사진과 기록물, 1988년 서울올림픽 관련 기록물 등도 전시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메이드 인 차이나’ 이제 옛말 ‘젊은 인력의 땅’ 동남아 뜬다

    필리핀 세부 발람반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는 현장 감독 호세 위니리토 탄퀴스(47)는 5만 8000t급 선박 ‘오션 심포니’의 진수식에서 필리핀 깃발을 올리며 벅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1살 난 아들 존과 함께 땀흘려 밥벌이를 한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배 덕분에 아들은 신발이며 옷이며 사고 싶은 걸 사게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탄퀴스와 아들 존에게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안겨준 곳은 필리핀 회사가 아니다. 일본 제2의 선박회사 쓰네이시홀딩스다. 조선소를 최근 필리핀으로 확대한 쓰네이시홀딩스는 제2의 조선소 부지로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을 물망에 올리고 있다.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의 나이가 일본 근로자 평균 연령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게 이유다. 세부에서만 1만 5000명의 근로자를 거느리고 있는 쓰네이시홀딩스는 올해 이 조선소에서 11척의 선박을 진수했다. 세부 지사에 직원 1만 4000명을 둔 미쓰비시전자도 중국의 공장을 세부로 옮기려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이처럼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제조업 엔진들의 일자리가 동남아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기존 제조업 강국들의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역내에서 가장 젊은 동남아의 노동력이 기업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다. 아세안(동남아 국가연합) 10개 회원국의 젊고 값싼 노동력, 높은 경제성장률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전 세계의 공장, 일자리, 투자 등이 동남아로 몰려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세안 국가들의 통화가치 향상과 소비 및 자산 붐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동남아로 일자리가 이동하는 현상이 “인구배당 효과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구배당 효과는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많아지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일본 3대 무역상사 가운데 하나인 이토추상사의 마루야마 요시마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일본은 이미 인구배당 효과가 끝났고 중국도 곧 이 효과가 그칠 것”이라면서 “하지만 아세안 지역은 현재 인구배당 효과가 진행되고 있으며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월 메릴린치 보고서에 따르면 필리핀의 2020년 노동인구는 2010년보다 1800만명, 31% 늘어나 7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는 19% 늘어난 2200만명, 인도네시아는 1800만명 늘어난 1억 8000만명까지 노동력이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중국은 2020년 9700만명으로 정점을 찍으면서 노동자 수가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노동인구의 중간값 연령이 37.8세로 2010년보다 세 살 많아지기 때문이다. 2020년 일본과 한국 노동인구의 중간값 연령은 각각 48.5세, 43.4세로, 필리핀의 23.9세, 말레이시아의 28.4세와 비교하면 최대 2배에 이른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만화는 내 사랑] (12) 만화 서포터스 ‘클래지콰이’ 호란

    [만화는 내 사랑] (12) 만화 서포터스 ‘클래지콰이’ 호란

    일렉트로닉 팝밴드 ‘클래지콰이’의 보컬 호란(33·최수진)은 팔방미인이다. 어쿠스틱 팝밴드 ‘이바디’의 보컬로도 활동한다.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 재능을 보이기도 했다. 연기에 도전한 적도 있다. 번역가로, 작가로 책을 내기도 했다. 이런 다재다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남다른 만화 사랑이 그 답은 아닐까. 침대에 누워서도, 화장실에 앉아서도 항상 만화를 끼고 산다는 그녀. 최근에는 만화 홍보대사격인 ‘별별 만화사랑 서포터스’로 위촉되기도 했다. 사실 ‘호란’이라는 예명도 일본 만화 ‘천재 유교수의 생활’ 15권에 나오는 몽골 여성 캐릭터 이름에서 따왔다. 소리 울림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는데, 어느 날 거울 속에서 만화 캐릭터와 비슷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고. 1980~90년대 만화잡지 세대인 그녀의 기억 속에 가장 오래된 만화는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순정만화 ‘금빛 깃발의 이름으로’다. 일본 작품의 모작이었다는 게 아쉽지만. 아버지, 어머니 모두 만화를 좋아했다. 특히 어머니는 김동화 작가의 열혈팬.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공부를 강조하면서도 만화잡지 ‘보물섬’만은 꼭 사줬다. 친척 언니들이 모아 놓은 순정만화 잡지 ‘르네상스’, ‘하이센스’ 과월호를 통해 ‘순정의 바다’에 빠져 살았다. 황미나·신일숙·김진·김혜린·강경옥·이미라 작가 등을 모두 그때 만났다. 공포, 환상, 추리, 화장실 개그까지 만화에 대한 폭이 넓어진 것은 대학 때부터. “따라 그리기에 푹 빠져 산 적도 있었죠. 만화 그리는 기법에 대한 책을 선물받을 정도였어요. 황미나의 작품은 정말 대단했죠. 황미나는 가녀린 그림체 일색인 다른 순정만화와 다르게 ‘슈퍼트리오’나 ‘웍더글 덕더글’ 같은 작품에서 인체를 강조했어요. 이런 여성 모습도 멋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불의 검’ 같은 김혜린의 작품은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불의 검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가라한 아사’가 제 이상형이었어요. 김혜린의 작품에는 한국적 정서와 한국적인 붓결이 녹아 있죠.” 만화 애호가로서 만화를 공짜로 소비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에 대한 속상함이 보태진다. 그림 그려야지 스토리 짜야지 연출해야지, 만화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란은 만화를 꼭 돈 주고 사서 본다. “좋아하는 만화를 구입하는 게 아깝다고 공짜로 보려고 하는 것은 문화를 향유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봐요. 만화방에 가서 읽어 보고 재미있으면 산다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것조차 죄스럽네요.” 만화 홍보 대사 제안을 흔쾌하게 받아들인 것도 만화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서다. 만화가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소비되는 모습도, 특정 분야에 치우친 모습도 대중음악과 겹쳐지는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만화에 담긴 노력과 예술성, 철학이 쉽게 폄하되는 경우도 많아요. 장인 정신과 깡, 애정만 갖고 버텨야 한다는 게 너무 안타깝죠. 대중음악계와 현실이 비슷해 작가들의 고충과 자괴감, 분노를 미뤄 짐작할 수 있어요.” 호란은 종이로 나온 만화를 더 좋아한다. 종이 만화가 주는 디테일에서 즐거움을 더 느끼기 때문이다. 출판 만화가 위축되며 우리 만화 시장이 웹툰 위주로 흘러가는 게 무척 아쉽다. “웹툰이 싫다는 게 아니라 웹툰만 남은 것 같은 상황이 안타깝다는 거예요. 웹툰은 만화의 한 갈래지 만화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대중음악 시장에 ‘아이돌’ 음악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게 전부가 돼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란 얘기죠.”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현실/리민용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현실/리민용

    현실/리민용 우리가 모여 사는 도시에서 대형 토목공사로 건축한 것이 감옥이었다 오염이란 이름으로 우리는 벽에다 정치 바이러스를 찬양했고 권력의 폐단을 전파했다 깃발은 여전히 휘날리고 관청에서 설치한 깃대에서 부패한 냄새가 나는 게 마치 피의 흔적이 마른 붕대에 퍼지는 것 같았다 매장된 생의 의지 우리는 진열된 질서의 가상 속에서 가장 좋은 시간이 비춰지길 기다리고 있다
  • 정동영, 대선 출마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정동영, 대선 출마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주자인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의원이 9일 경선출마 포기를 선언한다. 이재오 의원의 측근은 8일 전화통화에서 “이 의원이 9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 불참 입장과 향후 거취를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재오·정몽준 “향후 거취 밝힐 것” 49박 50일의 민생투어를 마친 지난 4일 밤 홀로 배낭을 메고 지리산으로 떠났던 그는 8일 새벽 귀경했다. 앞서 6일엔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권택기 전 의원 등 측근들도 지리산을 찾아 술잔을 기울인 뒤 삼신봉까지 함께 올랐다고 한다. 진 전 장관은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아 많은 얘기가 오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6일 트위터에 “지리산 삼신봉 하산길에 거센 비바람이 앞을 가린다.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그러나 어쩌랴. 갈 길은 가야 하는 것. 문득 젊은 시절의 노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라는 글을 올렸다. 정 의원도 6일 지리산으로 내려가 화엄사, 노고단을 거쳐 8일 소백산에서 머무른 뒤 9일 오전 귀경, 오후에 국회 정론관에서 거취를 밝힐 계획이다. 지리산에 비슷한 시기에 머물렀던 이 의원과는 전화통화만 했다고 한다. 정 의원도 트위터에 “비바람 속에 지리산 노고단 산행. 짙은 안개가 밀물처럼 몰려오는 노고단의 나무들 속에서 길을 찾는다.”고 올리며 무거운 심경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탈당은 하지 않고 당내 비박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할 전망이다. 한때 경선 출마 쪽으로 기울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8일 저녁 참모진 회의를 열며 막판까지 고심했다. ●정동영 “5년 전 대선패배 책임서 자유롭지 못해”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해 왔던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결국 불출마로 결심을 굳혔다. 정 상임고문은 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불출마 기자 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정 고문은 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5년 전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불출마 결심을 굳히게 된 이유였다.”고 밝혔다. 그는 “당 대선 후보를뒷받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5년 전 대선)패배의 경험도 경험이니 그것을 가지고 당에서 결정된 후보를 도와 주는 게 승리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유신, 독재(정권) 도래를 막는 데는 나보다 적임자가 있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가치와 노선에 대한 논쟁 없이는 12월 대선승리가 어렵다.”면서 “이런 논쟁이 실종된 데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 이게 (그동안)출마 문제를 고민한 지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정 고문은 이날 이런 뜻을 이해찬 당대표와 지도부에 전달했다. 측근인 이종걸 의원은 “12월 대선의 주요 화두가 돼야 하는 가치와 노선을 정 고문이 표현할 수 있지만, 사정이 녹록지 않았다.”며 “측근 절반 이상이 불출마를 권유했다.”고 전했다. 이재연·송수연기자 oscal@seoul.co.kr
  • 이재오·정몽준·정동영 9일 대선불출마 선언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주자인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의원이 9일 경선출마 포기를 선언한다. 이재오 의원의 측근은 8일 전화통화에서 “이 의원이 9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 불참 입장과 향후 거취를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재오·정몽준 “향후 거취 밝힐 것” 49박 50일의 민생투어를 마친 지난 4일 밤 홀로 배낭을 메고 지리산으로 떠났던 그는 8일 새벽 귀경했다. 앞서 6일엔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권택기 전 의원 등 측근들도 지리산을 찾아 술잔을 기울인 뒤 삼신봉까지 함께 올랐다고 한다. 진 전 장관은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아 많은 얘기가 오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6일 트위터에 “지리산 삼신봉 하산길에 거센 비바람이 앞을 가린다.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그러나 어쩌랴. 갈 길은 가야 하는 것. 문득 젊은 시절의 노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라는 글을 올렸다. 정 의원도 6일 지리산으로 내려가 화엄사, 노고단을 거쳐 8일 소백산에서 머무른 뒤 9일 오전 귀경, 오후에 국회 정론관에서 거취를 밝힐 계획이다. 지리산에 비슷한 시기에 머물렀던 이 의원과는 전화통화만 했다고 한다. 정 의원도 트위터에 “비바람 속에 지리산 노고단 산행. 짙은 안개가 밀물처럼 몰려오는 노고단의 나무들 속에서 길을 찾는다.”고 올리며 무거운 심경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탈당은 하지 않고 당내 비박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할 전망이다. 한때 경선 출마 쪽으로 기울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8일 저녁 참모진 회의를 열며 막판까지 고심했다. ●정동영 “5년 전 대선패배 책임서 자유롭지 못해”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해 왔던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결국 불출마로 결심을 굳혔다. 정 상임고문은 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불출마 기자 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정 고문은 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5년 전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불출마 결심을 굳히게 된 이유였다.”고 밝혔다. 그는 “당 대선 후보를뒷받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5년 전 대선)패배의 경험도 경험이니 그것을 가지고 당에서 결정된 후보를 도와 주는 게 승리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유신, 독재(정권) 도래를 막는 데는 나보다 적임자가 있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가치와 노선에 대한 논쟁 없이는 12월 대선승리가 어렵다.”면서 “이런 논쟁이 실종된 데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 이게 (그동안)출마 문제를 고민한 지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정 고문은 이날 이런 뜻을 이해찬 당대표와 지도부에 전달했다. 측근인 이종걸 의원은 “12월 대선의 주요 화두가 돼야 하는 가치와 노선을 정 고문이 표현할 수 있지만, 사정이 녹록지 않았다.”며 “측근 절반 이상이 불출마를 권유했다.”고 전했다. 이재연·송수연기자 oscal@seoul.co.kr
  • 중국은 산이고 물이로다_산시성 몐산, 쓰촨성 구채구

    중국은 산이고 물이로다_산시성 몐산, 쓰촨성 구채구

    중국은 산이고 물이로다 호랑나비가 되는 꿈을 꾼 장자가 깨어나 말했다지.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내 꿈을 꾼 것인가.” 한 마리의 나비처럼 중국을 누볐다. 나는 꿈을 꾼 것인가, 여행을 한 것인가. 신의 조각품이라 할 만한 산시성의 몐산, 물감을 엎지른 것만 같은 쓰촨성의 구채구는 ‘중국의 산과 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글·사진 김명상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하나투어, 레드팡닷컴 산시성 몐산 綿山 타이항산맥에서 피어난 한 떨기 산 백두산에서 시작해 지리산에서 마침표를 찍는 백두대간을 굽어보면, 산과 산이 북에서 남으로 길게 손을 잡고 있는 것만 같다. 백두대간이 9개의 산을 안고 있듯 중국의 타이항산맥太行山脈도 산시성, 허베이성, 허난성 출신의 산을 실타래처럼 엮는다. 남한 쪽 백두대간의 길이는 650km, 타이항산맥의 길이는 남북으로 600km며 동서로 250km. 수치만으로도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산시성山西省은 타이항산의 서쪽, 동쪽은 바로 산둥성山東省이다. 타이항산맥의 서쪽에서 솟아오른 몐산綿山·면산으로 향했다. 처음 들어보는 산이었다. 그러나 낯설지 않았다. 4대 명절 중 하나인 한식이 몐산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알았던 까닭이다. 한식은 춘추전국시대 충신으로 불리는 개자추介子推를 기리는 날이다. 진나라 문공이 칩거했던 시기, 개자추는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줄 정도로 문공을 지극정성으로 보필했다. 그러나 훗날 문공이 왕이 되자, 개자추는 다툼이 잦은 현실 정치를 뒤로한 채 어머니와 함께 몐산으로 숨고 만다. 충신을 잃은 문공은 개자추를 불러들이기 위해 몐산에 불을 질렀으나, 개자추는 끝내 내려오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불에 타 죽고 말았다. 그래서 동지에서 105일째 되는 날인 한식에는 뜨거운 불에 죽어간 개자추를 기리기 위해 찬 음식을 먹고 있다. 산시성의 성도인 타이위엔太原·태원에서 개자추의 전설이 영근 몐산까지는 버스로 2시간이면 닿았다. 몐산을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면 ‘이어지는 산’이다. 분명 몐산의 저 너머에는 또 다른 중국의 산이 불뚝 솟아 있을 것이다. 버스에 의지해 몐산을 본격적으로 오르자, 신이 둥근 과일을 칼로 깎듯이 저 산을 곱게 도려낸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해발 2,000m를 웃도는 산 위, 도로가 끊길 듯 끊길 듯 끊기지 않고, 연이어 나타났다. 도로의 폭이 워낙 좁은 탓에 대형 버스 두 대가 마주칠 때면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며 비켜갔다. 버스가 직사각형 반듯한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절벽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원펑수위안雲峰墅苑·운봉서원이었다. ‘하늘 위 호텔’이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았다. 숙소 창문을 열자 한 폭의 동양화가 한눈에 들어왔다. 1, 2 정궈스에 오르면 등신불을 볼 수 있다 3 몐산의 원펑스에는 한식의 유래가 된 개자추의 전설이 숨쉰다 4 원펑스의 120계단은 108가지 번뇌와 12연기를 의미한다 5 원펑스에서 정궈스로 오르는 계단이 아찔하다 6 군사요새인 몐산의 석채. 타이항산의 서쪽에 솟은 몐산의 높이는 2,000m가 넘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소원이 박힌 절벽을 지나 ‘미라 승려’를 만나다 원펑수위안의 로비인 10층은 원펑스雲峰寺·운봉사와 이어지는 비밀 통로다. 여기서 원펑스를 오르면 호텔 10층 높이만큼 발품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편한 것을 거부하고 느리게 다가오는 중년의 중국인이 보였다. 그는 아찔하게 펼쳐진 120계단 위에 두 손을 밀착하면서 연거푸 절을 했다. 고개를 들 때마다 시선은 원펑스로 향해 있었다. 120계단은 108가지 번뇌煩惱에 12연기를 더한 숫자를 의미했다. 번뇌는 집착에서 일어나는 심적인 고통이다. 마음을 비우면 쉬운 것을 우리는 항상 욕심을 부리고 의도치 않게 성을 내며 어리석은 행동을 일삼았다. 그래서 120계단은 인간의 행렬로 쉴 날이 없었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원펑스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모든 죄를 사하여 줄 것만 같은 편안함이 감돌았다. 포복사抱腹寺는 절벽 속에 감겨 있는 원펑스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절은 마치 어미의 뱃속에 아이가 안겨 있는 모습을 닮았다. 사람의 손길이 도저히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가파른 암벽을 따라 붉은 천이 휘날렸다. 천에 매달린 것은 등불 혹은 방울이었다. 왜 등불과 방울인가. 등불燈·등불등을 단 사람은 “소원이 이뤄지길 기다리겠다等·기다릴등”고 신께 기도했고, 반대로 방울鈴·방울영을 단 사람은 “소원이 이뤄지다니, 영험합니다靈·영험할영”고 감사 인사를 띄웠다고 한다. ‘등’과 ‘영’이라는 한자 음을 이용한 중국인의 재치를 엿볼 수 있었다. ‘유구필응有求必應’이라 했다. 말하는 대로, 꿈꾸는 대로 이뤄지리라. 원펑스를 지나 ‘之갈지’ 모양의 지그재그 계단을 올랐다. 정궈스正果寺·정과사로 가는 길이다. 정궈스까지 오른 이유는 하나였다. 등신불等身佛을 보고 싶었다. 등신불은 쉽게 말해 ‘미라가 된 승려’다. 미라라 하면 방부처리한 상태로 편하게 누워 있는 이집트 미라가 대번 떠오른다. 그러나 이곳의 등신불은 고고하게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 있었다. 어떻게 꼿꼿한 자세 그대로 ‘인간 불상’이 되었는지는 과학도 풀기 힘든 미스테리라고 했다. 오매불망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그대로 돌이 된 망부석처럼 등신불에는 어떤 애절함과 의지가 선연하게 묻어났다. 등신불의 갈라진 틈 사이로 뼈와 두개골이 보였다. 정궈스에는 등신불 총 12존이 있다. 등신불도 살아온 궤적에 따라 저마다의 표정이 달랐다. 유독 표정을 잔뜩 찡그린 불상이 보였다. 죽어서도 지울 수 없는 한이 가슴 깊숙이 응어리진 게 틀림없었다. 역시나 그 등신불은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상처를 안고 있다고 했다. 하산한 그대여, 왕자다위안과 핑야오구청으로 가라 몐산에서 내려와 왕자다위안王家大原·왕가대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왕씨네 집을 찾아간 것이다. “비단이 장사 왕서방 명월이한테 반해서 비단이 팔아 모은 돈 퉁퉁 털어서 다 줬소” 노래 <왕서방연가> 탓인지 중국의 부자 하면 왕서방의 퉁퉁한 얼굴이 스쳤다. 실제 왕王씨는 이李씨, 장張씨와 함께 중국의 3대 성씨로 꼽힌다. 왕자다위안은 길조차 왕씨의 집임을 증명했다. 남북으로 큰 길이 하나 놓여 있고 동서방향으로 세 개의 길이 나 있으니 영락없는 王자였다. 왕씨 가문의 시조인 ‘왕실王實’은 두부장사로 큰돈을 모은 거상이었다. 왕실의 17대손 형제는 나란히 관직에 등용돼 가문에 영광을 안겨줬고 집을 더 크게 짓고 더 화려하게 치장했다. 예나 지금이나 부와 명예를 뽐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 바로 으리으리한 집짓기가 아닌가. 수백년에 걸쳐 대대손손 지어진 이 집은 ‘민간의 자금성’으로 불릴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방의 개수는 1,118칸, 정원의 수도 100개가 넘는다. 집을 구경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족히 1시간은 걸렸다. 왕자다위안에서는 숨어있는 장치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계단과 문 앞에는 복숭아, 박쥐, 원숭이, 물고기 등의 조형물이 나타났다. “복숭아는 장수, 박쥐는 복을 의미하고요…” 여기저기서 숨은 그림 찾기에 빠진 이들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집을 채운 소품 중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만든 것이 없었다. 방문객이 어찌나 만졌던지 사람의 손을 탄 장식품은 하나같이 반들반들했다. 하산 후 여행은 대개 왕자다위안에서 핑야오구청平遙古城·평요고성으로 이어진다. 핑야오구청은 명나라, 청나라 시대의 ‘명동’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번화해 몐산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적막한 몐산에 파묻혀 며칠을 지냈던지라 왁자지껄한 핑야오구청의 분위기가 처음에는 낯설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몸이 반응했다. 정신없이 골목을 누볐더니 어느새 두 손 가득 간식과 아기자기한 기념품이 들려 있었다. 스토우빙으로 불리는 바삭바삭한 과자, 매콤하고 짭조름한 양 꼬치, 대형 지팡이 과자 등 맛있는 길거리 음식이 워낙 많아 끼니를 걸러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핑야오구청에는 지갑을 열게 하는 마력이 흘렀다. 알고보니 핑야오구청 일대는 상업 중심지로 흥했던 곳이었다. 중국 최초의 은행인 표호票號도 이곳에 있다. 처음 핑야오구청을 둘러보면 망망대해를 누비는 것처럼 막막하다. 다행히 스러우市樓·시루는 든든한 등대 역할을 했다. 아침이면 이곳을 중심으로 거리 공연이 열리고, 밤이면 화려한 빛이 뿜어 나와 여행객을 위무했다. 1 장수, 복 등을 의미하는 조형물이 곳곳에 숨어있다 2 왕자다위안은 민가의 자금성으로 불릴 정도로 거대하다 3 핑야오구청의 아침은 화려한 전통 공연으로 시작한다 Travel tip 산시성 사람은 식사 전 꼭 ‘식초’ 한 잔을 마신다. 상 위에 오른 검정 액체를 보고 당황하지 말자. 몸에 좋은 약이라 생각하고 냉큼 마셔 보시길. 핑야오구청에는 게스트하우스, 중국식 전통 숙소인 객잔이 있다. 특히 객잔에 머물면 홍등과 버드나무를 벗 삼아 객잔 주변을 산책해 보라. 귀부인이 된 것처럼 어깨가 으쓱해진다. 또한 객잔 마당의 테이블에서 맥주 캔을 든다면 풍경에 취해 밤을 새기 십상이다. 단, 객잔의 실내는 약간 쌀쌀한 편이니 취침 전 창문을 잘 닫는 게 좋다. T clip.여행상품 10월20일까지 몐산으로 손쉽게 떠날 수 있다. 바로 인천에서 산시성의 성도인 타이위안까지 아시아나항공이 전세기를 운항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총판매대리점을 맡고 있는 레드팡닷컴을 비롯해 하나투어, 모두투어, 자유투어, 참좋은여행, 온라인투어 등 전국의 여행사를 통해 전세기 상품을 예약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출발해 4박5일간 현지에 머무르며 몐산, 왕자다위안, 핑야오구청 등 산시성 대표 여행지를 모두 아우르며 중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디너쇼도 포함한다. 상품가 69만9,000원부터 문의 레드팡닷컴 02-6925-2569 쓰촨성 구채구 九寨溝 고산증은 통과의례였다 오색찬란한 물빛을 보는 순간 당신은 선계仙界에 온 듯한 착각을 할 것이다. 지구상의 온갖 푸른색 보석을 가루 내 물에 푼 듯한 구채구의 물빛은 다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산을 고이 담아낸 물이 잔잔하고, 웅장한 폭포에서는 거대한 물의 커튼이 눈앞을 가린다. 하지만 구채구에 도착하기 전 고산병이 발목을 잡았다. 구채구로 가는 관문인 청두成都·성도에서 국내편 비행기를 타고 해발 3,500m의 구황공항에 내리자마자 딱따구리가 머리를 쪼는 듯한 두통이 일어났다. 갑자기 높은 곳에 올라오자 심한 고도차에 몸이 고통을 호소한 것이다. 미리 먹었던 고산병 예방약은 별무소용이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니 몸은 금방 적응됐는지 평소와 같은 기분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일행들은 정도가 조금 덜할 뿐, 여전히 두통이 남아있다고 했다. 구채구는 해발 1,980~3,100m 정도 높이에 걸쳐져 있는데 한반도의 최고봉, 백두산 높이가 2,744m라는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종종 발생할 수 있는 고산증세는 하나의 통과의례이며 극복한다면 진한 감흥을 얻을 것이다. 구채구는 1970년대에야 벌목공에게 발견됐을 정도로 오지다. 골짜기 안에 9개의 장족 마을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아름다운 산과 오색찬란한 물로 유명하다. 동화세계, 인간선경 등으로 불리는 중국 관광의 명소로 1975년 중국 정부 지정 관광지로 지정됐고, 1992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 1997년에는 세계 생물권 보호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4 진주가 흐르는 듯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진주탄폭포 5 오화해는 꽃처럼 아름다운 다섯 색깔이 비친다는 뜻으로, 비취색이 인상 깊은 곳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감탄사가 절로 터지는 물빛 구채구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Y자 형태이며 크게 수정구樹正溝, 일측구日則溝, 측사와구則渣窪溝 3개의 골짜기로 이뤄져 있다. 전체 길이는 55.5km, 입구에서 구채구의 가장 높은 지역인 장해까지의 길이는 총 17.8km에 달한다. 따라서 도보로 걷기에는 힘들기에 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같은 버스를 탄 관광객들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찬탄을 질러댔다. 그것도 그럴 것이 산이 물 표면에 그대로 비춰지기도 하고, 비취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물 색깔의 오묘함에 홀리듯 빨려들게 된다. 예로부터 장족들이 신산성수神山聖水라 불러 왔다는데 그 이유를 짐작할 것 같다. 구채구 내에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114개, 호수 사이에 17개의 폭포군, 11개의 급류, 5곳의 트래버틴(석회암의 일종) 모래톱이 서로 연결돼 있다. 호수는 이름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있는데 명칭이 있는 호수는 보통 오화해, 경해, 장해와 같이 바다海라 명명된다. 구채구에 관한 전설에는 로맨틱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옥낙색모라는 여신이 있었는데 달과라는 남자신이 그녀를 사모했다. 한 번은 달과가 여신에게 바다를 볼 수 있는 보물거울을 선사했는데 갑자기 달려든 마귀에 놀라 거울을 떨어뜨렸다. 그 거울 조각이 인간세상에 떨어져 보석처럼 산 곳곳에 박히게 됐는데 그것이 구채구의 호수가 됐다는 것이다. 구채구의 하이라이트, 오화해·장해 구채구는 면적이 720km2 달하는 만큼 관광객이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모두를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성수기에는 가이드도 압사당할 뻔했다고 할 만큼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기에 여유로운 사진 촬영도 어렵다. 따라서 미리 몇 곳을 정해 놓고 집중해 보는 편이 낫다. 추천하는 곳은 오화해五花海와 장해長海다. Y자 계곡의 오른쪽(일측구) 상류 부분에 있는 오화해는 꽃처럼 아름다운 다섯 가지 색이 비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만큼 구채구 호수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인데 에메랄드색과 남색, 녹색 등이 서로 교차하고 영롱한 빛을 발해 눈을 어지럽힌다. 이런 신비한 색감은 석회암 지형 때문인데, 물에 석회질이 많아 색깔이 옥색으로 비치는 것에 더해 주변 산의 전경, 태양의 움직임 등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 호수 속에는 이미 오래된 나무가 유유자적하게 잠겨 있는데 신기하게도 썩지 않는다고 한다. 지질 특성상 석회 성분이 고착돼 그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들이 어우러진 오화해는 말 그대로 선경이라 부를 만큼 감동이 살아 숨쉰다. 오화해 위로는 팬더바다라는 뜻의 웅묘해熊猫海가, 아래로는 경내에서 가장 웅장하며 진주가 흐르는 듯 아름답다는 진주탄폭포珍珠灘瀑布가 있는 만큼 천천히 유람하듯 즐기는 것도 좋다. 식사 후 버스를 타고 구채구에서 제일 높은 호수인 장해로 향했다. 장해는 백두산보다 높은 해발 3,101m에 있고 길이는 약 4.3km에 달한다. 유람선이라도 뜰 것 같은 긴 물결이 호수임에도 시야를 탁 트이게 만든다. 이곳을 한 바퀴 둘러보면 마치 중식도로 산을 뭉텅뭉텅 베어낸 듯한 노르웨이의 피오르드fjord와 흡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구채구라는 계곡 하나에서 동양과 유럽의 매력을 아우르는 풍경이 숨쉬는 것이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장해 아래 쪽으로 걸어 내려가면 역시 물 색깔이 곱디고운 오채지五彩池에 닿는다. 1 석회질 성분 때문에 이곳에 잠긴 나무들은 썩지 않고 형태를 유지한다 2 웅장한 풍경을 자랑하는 장해. 이름답게 사진에 보이는 장면이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3 구채구 장족문화촌에서는 장족의 문화와 전통을 만끽하며 쇼핑도 겸할 수 있다 4 장족문화촌에서 전통복장을 한 여인이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5 장족은 중국 소수민족 중 유일하게 칼을 차고 다니기에 화를 돋우면 곤란에 처할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오지 속 쇼핑몰, 장족문화촌 구채구 내의 수정채에는 각종 기념품을 파는 장족 마을이 있다. 입구 앞에는 쵸르텐불탑과 룽다風馬가 서 있다. 룽다는 긴 장대에 매단 긴 깃발이고 타르쵸는 정사각형의 기를 이어서 매단 것으로 경문이 가득 쓰여 있다. 진리가 바람을 타고 세상에 전달돼 모두가 해탈하라는 뜻이 담겨져 있는데 해져 사라질 때까지 그대로 둔다고 한다. 입구로 들어가면 타르쵸가 만국기처럼 내걸려 있다. 상점에서 물품을 파는 이들은 모두 장족 전통 복장을 하고서 그들만의 독특한 기념품을 만든다. 티벳문자가 수놓인 천 제품, 스카프, 옥으로 만든 빗, 각종 의류, 거울, 팔찌, 귀걸이 등의 액세서리 등도 만날 수 있다. 상업적인 느낌이 강해 아쉽지만 장족의 고유한 삶도 들여다보고 기념품도 구매할 수 있어 구채구를 찾은 이라면 누구나 즐겨 찾는 곳이다. T clip.가는방법 청두(성도)는 구채구의 관문이다. 인천에서 청두까지는 아시아나항공, 중국국제항공, 사천항공 등이 운항 중이며 약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청두에서 구황공항까지는 비행기로 45분 걸리지만 육로로는 10시간도 소요될 수 있다. 그만큼 비행기 이용객이 많은데 문제는 날씨가 워낙 오락가락하는 탓에 비행기 연착이 흔하디 흔하게 일어난다는 것. 기자는 3시간 넘게 청두 공항 의자에 누워서 기다려야 했다. 상품 문의 하나투어 02-2127-1951 Travel tip. 구채구는 산에 단풍이 들고 물이 많은 가을이 성수기다. 단, 10월에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 차서 주변 호텔 가격도 비싸고, 관광할 때 인도를 걷기도 힘들 만큼 붐비니 9월이 가장 적당하다 구채구 내에서 버스 이용할 때는 앉은 자리가 풍경 감상의 핵심이다. 입구에서 상행선 버스를 탈 경우 왼쪽이, Y자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는 일측구에서는 오른쪽에 앉으면 이동하면서 멋진 장면을 만끽할 수 있다. 고산병은 평소 건강상태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니 자만은 금물. 일단 고산병 증세가 생기면 하산만이 해결책이다. 약을 준비하는 등 미리 조처하고 대비하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정동영, 연말 대선 불출마 진짜 이유 알고보니…

    정동영, 연말 대선 불출마 진짜 이유 알고보니…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주자인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의원이 9일 경선출마 포기를 선언한다. 이재오 의원의 측근은 8일 전화통화에서 “이 의원이 9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 불참 입장과 향후 거취를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재오·정몽준 “향후 거취 밝힐 것” 49박 50일의 민생투어를 마친 지난 4일 밤 홀로 배낭을 메고 지리산으로 떠났던 그는 8일 새벽 귀경했다. 앞서 6일엔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권택기 전 의원 등 측근들도 지리산을 찾아 술잔을 기울인 뒤 삼신봉까지 함께 올랐다고 한다. 진 전 장관은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아 많은 얘기가 오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6일 트위터에 “지리산 삼신봉 하산길에 거센 비바람이 앞을 가린다.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그러나 어쩌랴. 갈 길은 가야 하는 것. 문득 젊은 시절의 노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라는 글을 올렸다. 정 의원도 6일 지리산으로 내려가 화엄사, 노고단을 거쳐 8일 소백산에서 머무른 뒤 9일 오전 귀경, 오후에 국회 정론관에서 거취를 밝힐 계획이다. 지리산에 비슷한 시기에 머물렀던 이 의원과는 전화통화만 했다고 한다. 정 의원도 트위터에 “비바람 속에 지리산 노고단 산행. 짙은 안개가 밀물처럼 몰려오는 노고단의 나무들 속에서 길을 찾는다.”고 올리며 무거운 심경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탈당은 하지 않고 당내 비박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할 전망이다. 한때 경선 출마 쪽으로 기울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8일 저녁 참모진 회의를 열며 막판까지 고심했다. ●정동영 “5년 전 대선패배 책임서 자유롭지 못해”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해 왔던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결국 불출마로 결심을 굳혔다. 정 상임고문은 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불출마 기자 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정 고문은 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5년 전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불출마 결심을 굳히게 된 이유였다.”고 밝혔다. 그는 “당 대선 후보를뒷받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5년 전 대선)패배의 경험도 경험이니 그것을 가지고 당에서 결정된 후보를 도와 주는 게 승리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유신, 독재(정권) 도래를 막는 데는 나보다 적임자가 있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가치와 노선에 대한 논쟁 없이는 12월 대선승리가 어렵다.”면서 “이런 논쟁이 실종된 데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 이게 (그동안)출마 문제를 고민한 지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정 고문은 이날 이런 뜻을 이해찬 당대표와 지도부에 전달했다. 측근인 이종걸 의원은 “12월 대선의 주요 화두가 돼야 하는 가치와 노선을 정 고문이 표현할 수 있지만, 사정이 녹록지 않았다.”며 “측근 절반 이상이 불출마를 권유했다.”고 전했다. 이재연·송수연기자 oscal@seoul.co.kr
  • [열린세상] 애국가의 역사적 함의/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열린세상] 애국가의 역사적 함의/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국가(國歌)는 국기와 함께 국민국가(nation state)의 국민 통합을 위한 대표적 표상이다. “상뎨는 우리 황뎨를 도우8/셩수무강하8” 1902년에 대내외에 공포된 ‘대한제국 애국가’는 상제(上帝)에게 전제군주의 성수무강(聖壽無疆)을 기원하는 구절로 시작된다. 그러나 하늘은 황제의 나라 대한제국을 돕지 않았다. ‘nation’은 ‘국민’으로도 ‘민족’으로도 번역된다. 사실 1905년 이전 민족이란 말은 거의 쓰이지 않았고 ‘백성·신민·인민·동포’라는 단어가 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신분을 넘어선 동등성의 어감(語感)을 느끼게 하는 ‘동포’도 국권의 주체로서 평등한 정치 공동체의 성원은 아니었다. 당시의 신문·잡지·역사서 등 인쇄매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도 평등한 근대 민족의 창출이 아니라 황제와 제국에 대한 충성심이었다. 당시 민권은 국권보다 하위 개념으로 국가의 생존과 유지를 위해 얼마든지 희생될 수 있었다. 백성을 국민으로 만들기보다 신민(臣民)으로 잠자게 하려 한 대한제국은 진정한 의미의 근대 국민국가로 보기 어렵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대한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1905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여 국망(國亡)의 위기가 몰아닥치자 사람들은 전제군주가 아닌 민초들 자신을 이 땅의 주인으로 호명(呼名)한 새로운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 충성의 대상은 황제에서 민족으로 바뀌었다. 민초들은 신민이기를 거부하고 미래에 올 새로운 공화주의 국가의 국민이 되기를 꿈꾸는 민족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10년 우리는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식민지 국민이자 ‘천황’의 신민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일제 치하 36년간 애국가는 태극기와 더불어 마음속으로만 부르고 흔들 수 있었던 금지된 상징이었다. 1945년 8월 15일 도둑과 같이 광복이 찾아오자 사람들은 다시 태극기를 꺼내들고 애국가를 목청껏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련을 모델로 한 공산주의 국가 수립을 꿈꾸며 “만국 프롤레타리아트의 조국 쎄쎄쎄르(소련) 만세! 세계혁명운동의 수령 스탈린동무 만세!”를 외친 남로당 당수 박헌영 같은 이에게 태극기와 애국가는 더 이상 그들이 지향하는 정치체제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아니었다. “민중의 기 붉은 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 시체가 굳기 전에/ 혈조(血潮)는 깃발을 물들인다.” 북한이 1948년 8월 인공기를 사용하기 전까지 좌익은 손에 든 태극기를 부인하는 ‘적기가’(赤旗歌)를 애국가 대신 불렀다. “마음속에 그려보던 태극기가/ 푸른 하늘 밑에 물결칠 때/ 막혀가던 핏줄도 용소슴처 흐르고/ 꿈이 아닌 이 순간에 자유의 새암은/ 어느 새 우리들의 몸을 씻겨 주었다/ 자유의 인민이 되라고/ 권력의 인민이 되라고/ 일장기를 고친 기가 무슨 우리의 기드냐/ 불 끓는 우리 마음에 그 짓 기는 살러지리라/ 거리를 뒤덮은 저 붉은 기/ 붉은 기를 억세인 그대들 손 안에/ 모든 권력은 쥐어지리라/ 날러라 붉은 기/ 이 땅 위에 날러라.” 뒤에 북한 국가를 작사한 박기영이 1945년 10월에 지은 ‘날러라 붉은 기’라는 시의 한 대목은 3·1운동 이후 이 땅 사람들의 뇌리에 독립의 강력한 표상으로 작동하던 태극기를 전술적으로 공산혁명에 활용하려 한 그들의 속셈을 잘 보여준다. 1945년 11월 임화가 남긴 ‘발자욱-붉은 군대를 환영하기 위하여’에 보이는 “아아 승리와 영광에 빛나는 스탈린그라드의 용사도 왔구나. 그대들이 가져 오는 것은 우리의 영토인가. 그대들이 들고 오는 것은 우리의 기(旗)ㅅ빨인가. 우리는 어느 것이 그대들의 것인지. 어느 것이 우리들의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대목이 잘 말해주듯이, 이데올로기에 함몰된 좌파 지식인의 맹종에 가까운 소련 추종은 명백한 오류였다. “좌익 파쇼와 일부 공산당원들의 소아병적인 경향 때문에 민심이 공산당에서 이탈하고 있다. 젊은 공산주의자 중에 공산당을 유아독존으로 여기고 스탈린을 전지전능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좌우에 치우치지 않았던 중도 성향 역사학자 김성칠이 남긴 1946년 2월 16일의 일기가 시공을 넘어 공감을 자아내는 오늘이다.
  • [길섶에서] 순천만의 역설/구본영 논설위원

    지난 주말 여수 세계박람회장 가는 길에 순천에 들렀다. 10년 만에 찾았는데, 예전과 달리 생동감이 느껴졌다. 포스코 등 산업체가 많은 여수에 비해 적막한 갯마을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도 깨졌다. 순천은 내년 4월부터 열릴 국제정원박람회 준비에 부산한 모습이었다. 짱뚱어와 게들이 갈대가 우거진 갯벌을 기어 다니는 순천만의 속살을 보러 몰려든 관광객들로 붐볐다. 놀랍게도 깃발을 앞세운 중국·일본 단체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22.4㎢의 갯벌을 끼고 있는 순천은 오래전부터 제조업 대신 녹색 생태도시 조성을 발전 전략으로 선택했다. 전봇대 282개를 뽑아 철새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식이다. 오늘의 활력은 그런 선택이 빚은 역설적 결과인 셈이다. 낙후와 가난의 상징이었던 거대한 습지가 연간 300만명이 찾는 생태관광지로 자리잡지 않았는가. 그렇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발상의 전환’을 하면 길은 열리는 게 아닐까.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결함마저 강점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중요할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호국보훈의 달 특집 OBS스테이지(OBS 일요일 밤 9시 25분)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경기도와 함께하는 한마음 음악회-육군 오뚜기부대편’을 방송한다. 8사단 국군장병들과 군복무 중인 가수 박효신 상병, 비(정지훈) 일병을 비롯해 가수 브레이브걸스, NS윤지 등이 출연한다. 수많은 포천시민이 한자리에 모여 가수들과 함께 뜻깊은 시간을 보낸다.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토요일 오전 9시 40분) 이스트라 반도 끝에서 불어오는 고대 로마의 짙은 향기를 따라가다 보면 3000년 전 고대 로마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도시 풀라가 있다. 풀라는 같은 시기에 지어진 로마와 많이 닮았다. 원형경기장부터 아우구스투스 사원까지. 영락없는 로마의 축소판이다. 과연 크로아티아에 어떻게 로마가 있는 것일까. ●넝쿨째 굴러온 당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윤희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게 된 세광과 말숙은 딱 죽을 맛이다. 이숙과 함께 청애의 생일 축하 모임에 간 재용은 이숙 가족에게 좋은 점수를 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편 장수는 우연히 듣게 된 정훈과 양실의 이야기에 신경이 쓰인다. 결국 귀남에게 자신이 모르는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묻는다. ●대장경 천년 특별기획 무신(MBC 토요일 밤 8시 40분) 김준은 최우의 처분이 결정되었고 재수사는 소용 없을 거라는 주위의 충고에도 김약선의 역모에 대한 재수사를 직접 주도한다. 한편 김약선의 배반을 정확히 예언한 주연지를 불러 치하하던 최우는 황룡의 기운이 자신을 감싸고 있다는 그의 말에 안색이 변한다. ●드라마 스페셜-리메모리(KBS2 일요일 밤 11시 45분)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던 날 밤의 서울 근교 미술관. 혼자 남아 지하 창고에서 일을 하고 있던 영인은 살인을 목격한다. 한편 휴가 중에 불려 나온 지훈은 서 형사와 함께 살인사건 수사를 맡게 된다. 증거도 단서도 없는 사건에 영인이 유일한 목격자다. 하지만 그녀는 안면인식장애를 갖고 있는데…. ●늘 푸른 인생(MBC 일요일 오전 6시) 달콤한 멜론과 명품 쌀로 유명한 경북 고령군 성산면 기족리 깃발마을을 찾아간다. 시 쓰는 이발사, 아내에게 속죄의 시를 바친 사연부터 남편 먼저 보낸 세 아내의 망부가까지. 보름달 같은 커다란 멜론만큼이나 인심 좋고 넉넉하게 사는 깃발마을 노인들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본다. ●100회 특집 런닝맨(SBS 일요일 오후 6시 10분) 99번의 레이스로 대한민국과 전 세계 수백 곳의 랜드마크로 이동한 거리는 수만 킬로미터에 달한다. ‘런닝맨’의 끊임없는 질주는 수많은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 초호화 게스트들과 함께했다.100회 특별 게스트 김희선과 함께하는 아주 독특한 오프닝쇼가 펼쳐진다.
  • 참전 해외용사 194만명·물적원조 4조5900억

    6·25 전쟁 때 우리나라는 국제사회로부터 얼마나 지원을 받았나. 정부는 194만여명의 해외 참전용사와 현재가치로 4조 5900억원에 해당하는 물적원조가 6·25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서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한다. 국방부는 지난달 10일 6·25전쟁 당시 지원국이 모두 63개국이라고 공식 확정했다. 직접 참전한 16개국 외에도 노르웨이 등 의료진을 파견한 5개국, 물자를 지원한 39개국 등이 포함된다. 군 관계자는 “당시 세계 독립국 93개국 중 64.5%가 대한민국을 지원한 셈”이라고 말했다. 병력을 지원한 16개국은 미국, 영국, 캐나다, 터키, 호주,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 콜롬비아, 그리스, 뉴질랜드, 에티오피아, 벨기에, 프랑스, 남아공, 룩셈부르크다. 참전인원은 194만여명에 달하고 이들 중 4만 4783명이 전사 또는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178만 9000명이라는 가장 많은 병력을 보낸 미국은 3만 6940명이 전사하고 3737명이 실종됐다. 에티오피아는 3518명이 참전해 121명이 전사했다. 국방부는 전 세계 6·25 참전용사 중 53만여명이 현재 생존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참전국들이 유엔의 깃발 아래 편성됨에 따라 구호와 재건지원도 유엔군의 이름으로 이뤄지게 됐다. 정부는 전쟁기간 구호원조 총액이 1953년 기준으로 4억 7190만 달러에 달한다고 평가한다. 이는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39억 8856만 달러(약 4조 5900억원)에 해당한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동물실험 안거친 메이크업 쓰세요”

    “동물실험 안거친 메이크업 쓰세요”

    동물 실험 제품을 쓰지 않겠다고 표방한 화장품 브랜드 ‘더바디샵’의 직원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동물 실험에 반대하는 깃발을 지구본에 꽂은 뒤 신제품 메이크업을 선보이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8) 만화축제·전시를 말하다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8) 만화축제·전시를 말하다

    만화를 그저 책으로만 보던 시대는 지났다. 평면 2차원(2D)에서 뛰쳐나온 만화를 3차원(3D) 공간에서, 오감(五感)으로 즐기는 시대다. 생각과 기술이 기존 틀을 깨고 무한대로 질주하며 만화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종합 예술이 됐다. 여름은 이런 만화를 또 다른 방식으로 즐기는 계절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풍성한 만화 축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7월엔 SICAF, 8월엔 BICOF 다음 달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등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이 여름 만화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올해로 16회째. 8월에는 15일부터 닷새 동안 경기 부천 한국만화박물관 등에서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가 개최된다. 올해 15회를 맞았다. 특별 전시회와 시상식, 국내외 작가 초청전, 체험 이벤트, 각종 페어로 꾸며지는 굵직한 두 행사에는 해마다 각각 20만명, 10만명 안팎이 다녀간다. SICAF, BICOF 같은 대형 행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크고 작은 만화 전시회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예술 형식의 하나로 만화를 체험하고 소비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예술 영역으로의 진출은 만화를 신한류 콘텐츠로 거듭나게 하는 디딤돌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평가된다. 해외에서 만화 전시회는 1960년대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1967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만화와 서사적 형상’ 전시회가 최초 만화 관련 전시회로 꼽히는데 개최 일주일 만에 50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만화 시장과 만화 문화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잣대인 축제가 본격화한 것은 1970년대부터다. 1970년 미국 샌디에이고 코믹콘, 1974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1975년 일본 도쿄 코미케가 세계 만화 중심지에서 차례차례 시작됐다. 세계 3대 만화 축제로 손꼽히는 행사들이다. 각각 팬덤 중심, 출판만화 중심, 동인지 중심으로 차이가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 만화축제 본격화 우리나라에서 만화 축제는 1990년대 중반에 도드라졌다. 민주화 물결 속에 각종 문화 연구 담론이 쏟아져 나왔는데 만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중 오락으로만 여겨졌던 만화는 이때부터 예술 경계를 넘어서는 문화 연구 대상으로 자리 잡게 됐다. 여기에 만화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며 산업과의 융합을 꿈꾸는 문화산업론적 시선도 보태졌다. 특히 정부는 문화 콘텐츠가 세계 강국을 만든다는 기치 아래 만화를 규제 대상이 아닌 진흥 대상으로도 바라봤다. 만화 관련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생겨난 것은 1994년 문화관광부 내에 문화산업국이 신설되고 2000년까지 문화산업진흥기본법 등이 만들어졌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1995년 SICAF가 만화 축제의 물꼬를 텄다. 첫해 15만 1000명, 이듬해 39만 5000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으며 대박을 터뜨렸다. 수많은 만화 콘텐츠를 한자리에서 종합적으로, 그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이후 1997년 동아·LG국제만화페스티벌과 춘천만화축제가 바통을 이어받았고 1998년 BICOF가 깃발을 들었다. 코미케를 본뜬 코믹월드, 아마추어리즘을 내세운 AKA만화축제도 생겼다. 이 밖에 대전, 대구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의 만화 축제들이 쏟아졌다. 이러한 흐름은 만화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히는 긍정적인 역할도 했으나 중복과 부실이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축제 포화’ 상태가 된 2000년대 들어 일부 만화 축제들은 없어지거나 축소되고 다른 취지의 행사로 바뀌었다. 대신 만화 관련 상설 전시공간이 등장하는 성과가 있었다. 2002년 서울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내에 만화의 집이, 2009년 경기 부천에 한국만화박물관이 문을 연 것이다. 방대한 만화 라이브러리와 함께 다양한 소재의 기획전을 상시적으로 열어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만화박물관의 경우 지난해 관람객 23만 7000명을 기록했다. 저소득 계층 등 무료 관람객을 제외하더라도 유료 관람객이 17만명에 달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내실은 좀 더 다져야 국내 만화 축제는 외형적인 면에서는 세계 유수 행사에 버금 가는 수준이 됐지만 좀 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해외 축제 모방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현실에 맞는 고유의 축제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축제가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자생력을 갖춰야 하는 게 가장 큰 숙제다. 대부분의 축제는 중앙정부나 지자체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유료 입장 수익과 스폰서 유치가 자생력 확보를 위한 관건이다. SICAF의 경우 서울시의 10년 지원 협약이 올해 종료된다. 관람객이 주로 어린이층이라는 것도 취약점이다. 또 관람객 대부분이 내국인이라는 한계도 있다. 예산의 한계를 딛고 보다 다채로운 기획을 마련해 성인 마니아층을 이끌어 내는 한편 진정한 의미의 국제화를 위해 해외 만화 전문가·작가·관람객 유치를 위한 노력도 다각도로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만화 축제는 작가와 독자, 작품이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런데 관(官) 주도로 출발했다는 한계 때문인지 실적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본래 취지가 퇴색돼 정작 작가는 참여를 꺼리고 마니아들도 찾지 않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김병수 만화가) 만화 축제는 다소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만화 관련 전시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만화가 가진 파격적인 상상력이 관객 코드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전시 비용 측면도 무시못할 부분이다. 국내 전시 시장이 위축되다 보니 사업자들이 미술품에 비해 제작비가 덜 드는 만화나 일러스트레이션 쪽에서 틈새 시장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비용에 대한 고려가 우선되면 질이 담보되지 않는 경우도 나오기 때문이다. “만화 관련 전시가 늘어나는 것은 일단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관객들에게 신선함과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전시도 많다. 인터넷 등을 통해 엄청나게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여해 기획해야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한상정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지금까지 만화 축제나 전시회는 만화를 산업 콘텐츠로 생각하며 꾸려졌지만 순수 예술 차원에서 바라보는 행사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야 작가주의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 만화가 진정한 의미의 신한류 콘텐츠로 도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 3월에는 만화 원화를 순수 미술 작품처럼 판매하는 만화 전문 아트 마켓이 국내 최초로 열리기도 했다. “국공립 미술관에서 만화 전시를 하고 정부 아트뱅크에 만화 원화가 당당히 포함되는 등 순수 예술로 인정받을 때 만화가 오랫동안 한류라는 이름에 걸맞은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이철주 문화기획사 아르떼피아 대표)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고구려 벽화 속 사행상철기 출토

    고구려 벽화 속 사행상철기 출토

    문화재청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말 안장 뒷부분에 고정해 장식했던 ‘사행상철기’(蛇行狀鐵器)로 추정되는 철기가 경기 연천군 왕징면 무등리 2보루에서 출토됐다고 31일 밝혔다. 고구려 쌍영총 고분벽화에는 사행상철기 말단에 휘날리는 깃발을 단 모습이 표현돼 있다. 이 철기는 중국 지안 환도산성 궁전지에서 용도 미상의 철기로 일부분이 보고된 적은 있으나 지금까지 중국이나 북한에서도 이처럼 완전한 유물이 발견된 적은 없었다. 이 지역을 3차 발굴하고 있는 서울대 박물관은 “유물을 수습한 결과 철기의 일부분에 붉은 안료를 입힌 것이 확인돼 고구려 철기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4일부터 7월 4일까지 연천 무등리 2보루 2차 발굴조사 때는 고구려 장수의 갑옷이 출토됐고,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보존처리 중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사설] 62년만의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 환영한다

    북녘 땅에 묻혀 있던 국군 전사자 유해 12구가 어제 봉환됐다. 지난 2005년 미국의 유해발굴팀에 의해 수습된 이후 유전자 감식에 극적으로 성공하면서 이뤄진 한국전 전사자의 첫 귀환이다. 이들이 62년 만에 돌아와 고국의 품에서 영면하게 된 것은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하지만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즉 카투사가 아니었다면 봉환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단의 현실이 더없이 안타깝다. 역사가 일천한 다민족국가인 미국은 참전용사를 극진히 예우하는 전통이 있다. 과거나 현재 적성국인 베트남과 북한에서도 상당한 반대급부를 주면서까지 유해 발굴 작업을 해 왔다. 특히 1996년부터 2005년 북핵 위기로 잠정 중단할 때까지 226구의 미군 유해를 발굴했으며, 북한은 그 대가로 2500만 달러를 챙겼다. 어찌 보면 이번에 국군 전사자 유해가 돌아오게 된 것도 미국의 강한 보훈 의지와 한 푼의 외화도 아쉬운 북한의 이해 관계가 요행히 맞아떨어진 결과일지도 모른다. 우리로서는 씁쓸한 노릇이지만, 여기에서 몇 가지 교훈을 찾으면 다행일 게다. 무엇보다 전세계 격전지 어디에서나 펄럭이는 미국의 ‘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사령부’(JPAC) 깃발의 구호를 상기해 보라. 즉,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라는 슬로건이다. 국가 유공자들의 뼛조각 하나까지 찾아내 예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실려 있지 않은가. 이런 ‘국가 신념’이야말로 미국이 강대국의 명맥을 이어가는 비결일 듯싶다. 우리도 조국을 위해 헌신한 희생자들이나 유공자들을 각별히 대접해야 할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어제 서울공항에서 열린 고 김용수·이갑수 일병 등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 행사는 평가할 만하다. 이명박 대통령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는 점에서다. 과거 군통수권자가 이런저런 이유로 1, 2차 연평해전 희생장병 장례식조차 외면한 적도 있었다. 그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어느 국민인들 유사시에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치겠는가. 이 대통령은 북한 내 6·25 전사자 발굴사업을 “통일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전에라도 경제적 반대급부를 주는 미국식 유해 발굴 방식으로 북측과 협상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통진당 압수수색 후폭풍] 黨심장 잃은 통진 혁신은 간데없고 주도권 내분 격화

    ●홈피에서도 책임 공방전 비례대표 부정 경선 문제를 놓고 신당권파와 구당권파로 나뉘어 끝없이 대립하던 통합진보당은 검찰이 22일 ‘당의 심장’으로 여기는 당원 명부를 압수해 가자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하며 잠시 통일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당의 운명을 검찰 손에 내맡기게 된 책임 소재를 놓고 신·구당권파 간의 내분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전날 구당권파인 김미희 당원비대위 대변인이 신당권파의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향해 “(압수수색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날을 세운 데 이어, 사퇴를 거부한 비례대표 15번 황선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아 당을 야만의 손에, 해산의 위기로 몰아넣은 자를 용서할 수 없다.”는 글을 남겼다. 오병윤 당원비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 압수수색에 대한 책임이 혁신비대위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 “지금 책임을 논하는 건 맞지 않다. 당원 명부를 압수당한 상황에서 이 비대위, 저 비대위를 넘어 당을 지키는 일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책임 공방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도 당원들은 하루종일 책임을 전가하며 공방전을 폈다. 구당권파는 “신당권파가 당을 배신하고 검찰을 끌어들였다.”고 공격하자, 신당권파는 “구당권파의 비정상이 검찰 사태를 일으켰다.”고 반박하는 글이 게시판을 도배했다. 구당권파는 검찰의 압수수색 사태로 신당권파가 수세에 몰리자 이를 반전 카드로 삼아 당권을 되찾아 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양측, 지지층 결집 새 기회로 이번 일을 계기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오 당원비대위원장은 전날 당원 명부 사수를 위해 당원 총동원령을 내리기도 했다. 당초 지난 21일 이석기·김재연 비례대표 출당 문제를 논의하려 했던 신당권파는 23일로 회의를 미뤘다. 신당권파 관계자는 “검찰 압수수색 사태 때문에 도저히 지금은 출당 문제를 논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찰이 연일 코너에 몰리던 구당권파의 생명을 연장해 준 셈”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학계와 종교계, 시민사회 원로로 구성된 ‘희망2013·승리2012원탁회의’의 지지에 힘입어 이·김 당선자를 사퇴시키고 쇄신 작업을 진행하려던 신당권파는 압수수색으로 제동이 걸리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들의 사퇴 문제도, 지난 12일 중앙위 폭력 사태를 일으킨 당직자 징계 문제도 점점 관심에서 밀려나는 분위기다. 오는 30일까지 매듭지으려 했던 비례대표 사퇴에 차질이 예상된다. ●시민사회도 “쇄신 어쩌나” 당혹 신당권파의 혁신비대위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통합진보당의 혁신을 짓밟으려는 의도’라고 규정하며 구당권파가 만들어 놓은 책임론의 프레임을 벗어나려고 애썼다. 심상정 전 공동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은 통합진보당의 혁신 노력에 대한 찬물 끼얹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권영길 의원은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가 이석기·김재연 두 당선자에 대한 출당 조치를 하려는 시점에 검찰이 통합진보당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것은 비대위 개혁 작업을 방해하는 조치”라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통합당 손학규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진보당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가짜 진보, 좌파수구적 진보에 깊은 절망을 느낀다.”며 “껍데기만 남은 진보는 이제 깃발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자승 물러나라” 조계종 수행승 첫 집단성명

    전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을 비롯한 수좌(선방에서 수행에 정진하는 스님) 10명이 ‘조계종 도박 파문’과 관련해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수좌들의 움직임은 ‘조계종 사태’이후 총무원장 거취를 직접 겨냥한 첫 조치이자 수행승들의 이례적인 집단행동이어서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수경 스님과 연관(봉암사 선덕), 영진(백담사 무금선원 유나), 현진(전 봉암사 선원 입승), 원타(봉암사 주지), 함현(전 봉암사 주지), 철산(문경 대승사 선원장), 월암(문경 한산사 용성선원장), 혜안(선원 수좌), 성종(선원 수좌)스님은 22일 성명을 내고 현 사태에 대해 참회했다. 스님들은 ‘부처님오신날 목놓아 통곡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정녕 조계의 깃발은 찢어지고 말았는가. 오늘 이 후안무치의 작태는 불교라는 울타리와 무관하게 온 나라 사람들의 심기를 어지럽힌 과보를 떨쳐낼 수 없게 되었다.”며 탄식했다. 성명에 참여한 스님들은 종단 행정에 관여하지 않은 채 제방 선원에서 수좌들을 이끌고 있는 중진들이다. 수좌 스님들의 집단 행동도 이례적인 것이지만 이들의 요구가 총무원장과 집행부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스님들은 “총무원장은 지금의 모든 책임을 통감하며 퇴진해야 한다.”면서 “자승 원장은 마지막 참회의 기회로 건전한 사부대중에게 그 임무와 책임을 순조롭게 넘겨주는 소임에 충실하고 그나마 명예롭게 퇴진할 것”을 요구했다. 혼란을 빙자한 일체의 음모를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총무원장이 수임기구를 설치해 종단을 정상화하라는 것이다. 총무원장의 이권과 관련 있는 연주암을 즉각 포기할 것도 주문했다. 그러면서 “인구에 회자되는 도박, 술집, 성매매, 폭로, 조폭 등 세속에서조차 언급하기 난감한 말이 조계종의 핵심부를 향한 사회적 비난에 동원되고 있다.”고 질책했다. 최근 사태해결과 계율 확립을 위해 출범한 승가공동체 쇄신위원회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스님들은 폭로를 일삼고 있는 훼불 행위자에게도 더 이상의 망동을 삼갈 것을 엄중히 촉구했다. 한편 조계종 소속 승려들의 도박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허철호)는 22일 억대 도박을 한 혐의로 고발당한 승려 2명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 21일 조계종 호법부로부터 도박 관련 진상조사 결과를 건네받아 승려 8명의 신원을 파악, 개별적으로 소환 일정을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승려 가운데 일부는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극도로 신분 노출을 꺼리고 있어 소환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들을 상대로 지난달 23일 전남 백양사 인근 호텔에서 도박을 한 경위와 돈의 출처, 판돈의 규모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김성호 선임기자·최재헌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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