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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톈안먼 주역들의 안타까운 절규/김균미 워싱턴특파원

    [특파원 칼럼] 톈안먼 주역들의 안타까운 절규/김균미 워싱턴특파원

    “우리가 중국을 떠나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중국에서 잊혀졌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4일 미국 워싱턴 시내에서는 아침부터 톈안먼(天安門) 사태 20주년 행사들이 잇따라 열렸다. 이날 오전 내셔널프레스빌딩에서는 대학생 시위를 주도했던 왕단(王丹) 등 톈안먼 주역 50여명이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 정부와 인권 탄압 및 언론 통제 등을 하는 중국 정부에 ‘침묵’하는 미국 정부를 함께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의회에서는 ‘톈안먼의 세 영웅들’로 불리는 톈안먼 주역들이 청문회에 출석했다. 루더청(德成), 위즈젠(余志堅), 위둥웨(喩東岳)는 1989년 5월23일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 공산당의 상징이었던 마오쩌둥(毛澤東) 초상화에 물감 달걀을 투척, 수년간 수감생활을 한 뒤 미국과 캐나다로 망명한 중국 반체제 인사들이다. 미 의사당 앞에서는 중국 반체제 운동가와 미 의원들이 미 정부에 중국의 민주화를 위해 지원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중국이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며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지만 20년 전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며 외친 정치적 민주화와 개혁은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제적 경제위기와 기후변화, 북핵 위기 등을 해결하는 데 중국의 역할을 의식해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이 중국에 유화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잇따라 열린 톈안먼 20주년 행사들을 지켜보면서 톈안먼 주역들의 정치적 요구나 비판보다 더 오래, 더 깊이 귀에 남아 있는 말이 있다. 바로 “우리가 중국인들에게서 잊혀지고 있다.”는 절규다. 재결합 행사에 참여한 톈안먼 주역들은 자신들이 중국인들, 특히 ‘포스트 톈안먼 세대’인 20대에게 낯선 존재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일부는 경제적·사회적 성공에만 집착하는 20대, 돈만을 좇는 중국의 젊은 세대들의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이들의 지적처럼 중국은 지난 20년간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장을 이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978년 이후 연평균 9%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이어왔다. 1인당 국민소득도 55달러에서 2008년 6000달러로 109배나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이 같은 톈안먼 주역들의 안타까움이 묻어 있는 주장들을 들으면서 “중국만의 일은 아닌데…”하는 생각이 스쳤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 민주화를 이끌었던 이른바 ‘386세대’들은 지금 젊은 20대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도 1960~70년대 민권운동과 반전시위에 참여했던 세대들은 요즘 젊은 세대들을 보면서 정치적 무관심을 문제로 지적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우려들은 기성 세대의 눈으로 젊은 세대를 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소통방식과 표현양식은 달라졌지만 젊은 세대들의 정치참여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이나 미국 모두 대통령 선거에서 젊은 유권자층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미 대통령 선거에서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저변에는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가 깔려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가운데 기회 있을 때마다 젊은 층의 사회참여를 적극 독려하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행보는 눈여겨볼 만하다. 1960년대 평화봉사단과 1990년대 아메리코에 이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교육현장에 젊은 세대의 참여를 요구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계획도 밝혔다. 말로만 ‘나’만이 아닌 ‘우리’를 생각하라고 독려할 게 아니라 정책으로 뒷받침하며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기성세대가 할 몫이 아닌가 싶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김균미 워싱턴특파원 kmkim@seoul.co.kr
  • 잠재운 광어로 해외판로 뚫는다

    강제로 겨울잠을 자게 만든 전남 완도산 광어가 미국과 캐나다로 수출돼 양식 어가들에 희망을 주고 있다. 이 광어는 ‘무수동면(無水冬眠·물 없이 깊은 잠에 빠짐)’ 상태로 외국에 보내진 뒤 수족관에 넣고 물을 부으면 되살아난다. 고기가 깨어나지 않은 비율은 전체의 3~5%에 불과하다. 2일 완도군에 따르면 광어 수출업체인 드림피쉬(경기 안산시 상록구 사동 한국해양연구원 내)는 완도산 광어를 ‘무수동면’ 방식으로 매주 1~2t씩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수출하고 있다. ‘무수동면’은 온도조작으로 생체리듬에 변화를 줘 강제로 깊은 잠에 들어가게 만드는 것으로, 드림피쉬는 ‘무수동면’ 세계 특허권을 갖고 있다. 이 회사 김경수(32) 이사는 “인천공항내 관련 창고시설이 완비되는 9월부터는 연간 100t가량을 미국과 캐나다로 수출할 계획”이라며 “물류비용이 일반 어류 운송 때의 50~60%에 불과해 판매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광어 소비처는 한국 교포와 일본인, 중국인 등으로 판로가 넓다. 현재 완도산 광어는 공급과잉과 소비감소 등으로 값이 떨어졌다가 올 초보다 kg당 3000원가량 올라 2kg짜리가 2만 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양식 광어의 40%(2000억원선)를 차지하는 완도군은 지난해 이후 수입활어 급증과 사료값 인상, 판매부진 등으로 양식 어가들이 줄도산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완도군은 지난해 서울 등 대도시에서 광어 소비촉진을 위한 주말장터를 운영했으나 물량 소화에는 역부족이었다. 광어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양식되는 어류다. 국내 양식 광어는 1억마리로 추정되며 생산액은 5000억원에 이른다. 김종식 완도군수는 “어류양식수협, 양식어민 등과 힘을 모아 소비자가 원하는 우량 광어를 생산하고 국내외 홍보·판촉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완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중견 만화가들 한국 만화의 역사와 미래를 말하다

    중견 만화가들 한국 만화의 역사와 미래를 말하다

    한국 만화 100주년이다. 일반적으로 1909년 6월2일 대한민보 창간호 1면에 실린 이도영 화백의 시사만화를 한국 근대 만화의 출발점으로 본다. 한국 만화는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100년을 향한 도약을 꿈꾸고 있다. 관련행사도 다채롭게 열린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호흡하며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왔던 김동화(59) 화백, 이희재(57) 화백, 박재동(56) 화백이 지난 20일 남산 자락의 서울애니메이션 센터 인근 찻집에서 한국 만화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만화는 무엇인가. 김동화 만화는 간식이다. 안 먹어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만화는 새로운 면을 보여주며 생활을 즐겁고 윤택하게 만든다. 이희재 영양가 있는 간식이면 더욱 좋겠지. 작가 입장에서 보면 그리는 대상이 무엇이든 친철하고 쉽게 표현하는 게 쉽지 않다. 만만하고 쉬운 것 같지만 노하우와 내공이 있어야 한다. 박재동 그림과 시와 연출 등이 집약된 게 만화다. 예술 양식의 정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폭발력 있게 무엇을 전달할 수 있는 매력적인 방법이다. 작가는 그것을 위해 고통스러운 즐거움을 누린다. 만화는 정말 사랑스러운 매체다. →한국 만화가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닌데. 김동화 내가 가진 한국 만화 이미지는 대체로 회색 풍경이었다. 비바람, 눈보라 등 알록달록한 화려함보다 무채색이다. 사회적 여건이 어려웠다. 사전 검열이 가장 그랬다. 창작하는 사람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것을 찾아내야 하는데 검열에 걸리고 수정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이어졌다. 칼을 제대로 그릴 수도 없었고, 찢어지거나 때묻은 군복을 입은 군인을 그려서도 안 됐다. 박재동 어릴 때 부모님이 만화방을 했다. 남들은 만화를 골라서 봤지만 나는 무차별적으로 봤다.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들은 만화방에 가지 말라고 했고, 학부모들은 만화를 찢어버렸다. 단속 때문에 부모님이 잡혀가기도 했다. 만화는 천시받고 금기시됐다. 또 울며겨자먹기로 재미 없는 책도 사야 할 정도로 독점 자본식 출판사가 횡포를 부렸다. 그런 사회적 편견과 출판사의 횡포가 검열과 함께 우리 만화 발전을 막았다. →지금은 만화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됐나. 김동화 굉장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오해가 많았다. 만화를 보지 않는 세대가 사회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직접 보지 않고 나쁘거나 반사회적이라고 재단했다. 우리는 굉장히 억울했다. 지금도 동시대 작가를 보면 동료라기보다는 전우라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현재는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가 사회를 이끌어간다. 만화를 봤고, 좋아했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희재 조선 시대 500년 동안 글 중심의 유교적 사고 속에서 살아 왔다. 글을 알아야 현자가 되고 출세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림은 가벼운 것이라는 의식이 생겼다. 그림 그리는 사람을 환쟁이로 낮춰 불렀다. 많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500년 관습이 유전자처럼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다. 박재동 과거에는 한글도 천하게 생각해 한글 소설은 불량한 것으로 여긴 적이 있었다. 요즘은 소설을 권장한다. 입시에 나오기 때문이다. 영상 시대인데 글을 우위에 두는 것은 여전한 것 같다. 그렇지만 교과서에 만화가 실리고, 만화학과도 생기다 보니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아마 시험 문제로 만화가 출제되면 더욱 달라질 것 같다. 내가 대학에 갔을 때 어머니는 만화방 아들이 대학에 갔다고 동네방네 소리치셨다(웃음). →한국 만화의 기념비 같은 작품을 꼽는다면. 이희재 각 시대마다 대중들과 호흡한 작품들을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김종래의 ‘엄마 찾아 삼만리’는 1950~1960년대 히트했다. 전쟁 뒤 이산가족이 많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1960년대 김산호의 ‘라이파이’는 우울한 현실을 잊게 하는 환상적인 영웅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1970년대는 이상무의 독고탁이 절대적이었다. 서울 변두리를 무대로 우리들의 동생 같은 주인공을 내세워 당시 정서를 듬뿍 담았다. 1980년대에는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있다. 과거와는 달리 비호 같은 날렵한 템포로 질주하는 까치를 통해 사람들은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1987년 민주화의 물결과 함께 허영만이 한국 최초 이데올로기 만화인 ‘오! 한강’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만화 장르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고 있다. 김동화 당연한 현상이다. 이제는 콘텐츠 시대다. 즐기는 시대인데 그 중심에 만화가 있다. 글과 그림을 함께 가지고 있는 만화로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영화, 게임도 만들 수 있다. 만화가 뜨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중국이 발표한 5대 국가 사업에 만화와 애니메이션 육성이 들어가 있다. 이희재 문화 시대에는 원천 소스가 중요하다. 1990년대 이후 문화·예술 관련 창작품 한 개가 자동차 10만 대를 파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문화의 힘을 알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만화는 여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투자 대비 파급 효과가 가장 큰 고부가가치의 장르다. 수많은 창작 만화가 나왔을 때 어떤 작품이라도 문화 폭탄이, 문화적 영약이 될 수 있다. →이제 한국 만화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김동화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었던 일본 만화는 1960년대에 문학과 겨뤄보자며 양장에 평론까지 붙인 고급 만화를 내놓기도 했다. 우리는 검열 등 외부 여건과 싸우는 데 시간을 소모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노하우와 실력을 쌓았다. 실력으로 따지면 우리 작가들은 세계적이다. 이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좋은 작품을 내놔야 할 때다. 내부 혁명이 있어야 한다.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아동·청소년에게 집중했는데, 이제는 아저씨·아줌마·할아버지·할머니를 위한 작품도 늘려야 한다. 100명의 작가가 있다면 100개의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박재동 100명의 작가, 100개의 이야기는 정말 중요한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주로 만화가가 되는데 나중에 보면 늘 스토리에서 부딪히게 된다. 만화의 본질은 스토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한계를 일찍 드러내게 된다. 이희재 작가들에게 그림은 기본이다. 그런데 그림은 내용을 담는 그릇일 뿐이다. 우리가 먹는 것은 그릇에 담긴 밥이다. 맛있는 만화를 짓기 위해 인문학을 공부하고 또 창작을 할 때 몰입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선사할 수 있다. 스토리가 부족하면 좋은 스토리 작가와 협력하면 된다. 예술가는 혼자 하려는 성격이 강하지만 좋은 결과를 위해 만남과 협력의 폭을 넓혀가는 게 필요하다. →창작 만화를 발표할 통로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동화 예전에는 출판물만 중요하게 여겼지만, 요즘은 인터넷이라는 바다와 같은 잡지가 있다. 만화 독자는 늘었지만 만화 잡지를 사는 독자는 줄었다. 그들은 인터넷으로 만화를 본다. 환경이 변한 것이다. 적극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해야 한다. 지금은 적응하는 시기라 힘들지만 곧 극복할 것으로 본다. 이희재 인터넷은 만화시장의 문제이자 해법이다.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창작자가 스스로 설 때까지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 독자를 구축하고 성과가 이익으로 돌아와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작가가 전체 5% 정도다. 그 폭을 적어도 20~30%로 늘려야 한다. 창작 인력을 발굴하고, 일선에 오래 머물게 하며 내공을 키워 거인이 될 수 있게 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만화계와 정부의 숙제다. →한국 만화의 미래는 어떠한가. 김동화 60억이라는 120배 시장이 있는 세계로 나가야 한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만화 작가들이 한국 만화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역사가 있고, 아픔이 많은 민족이라 필연적으로 만화 왕국이 될 수밖에 없다. 전국에 만화 관련 학과가 140~150개가 있다. 해마다 1000명 정도의 만화 인력이 배출된다. 지금 당장은 일본과 차이가 있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만회할 것이다. 박재동 노인들 사랑 이야기를 담은 만화가 등장할 정도로 폭이 넓어졌지만 일본 만화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나는 미래를 준비하자는 말을 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찍은 스필버그가 성공한 것처럼, 우리 어린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만화를 그리는 풍토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 그렇게 10년을 키우면 더욱 탄탄해지지 않겠나. 이희재 우리 만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국 만화 100년이지만 우리가 가진 생각을 신명나게 풀어낸 것은 10년 정도밖에 안 됐다. 일제 시대, 권위주의 정부 시절 탄압,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 사건에 이르기까지 힘든 과정을 겪었다. 지금은 세계에서 만화를 가장 활발하게 지원하는 나라가 될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 가을에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도 출범한다. 이제 만화가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정리 홍지민 강병철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김동화 화백 한국형 순정만화의 아버지.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만화 100주년 위원회 공동위원장이다. 대표작으로는 ‘요정 핑크’, ‘기생 이야기’, ‘황톳빛 이야기’, ‘빨간 자전거’ 등이 있다. 부인이 한승원 작가로 만화가 부부다. ●이희재 화백 우리시대 최고의 리얼리스트. 우리만화연대 대표를 지냈으며 한국만화 100주년 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대표작으로 ‘악동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간판스타’, ‘저 하늘에도 슬픔이’ 등이 있다. 소설가 이문열과 ‘만화 삼국지’를 펴내기도 했다. ●박재동 화백 국내 대표 시사만화 작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교수이자 한국만화 100주년 위원회 공동위원장이다. 대표작으로는 ‘목 긴 사나이’, ‘만화 내사랑’, ‘정치야 맛좀 볼텨’ 등이 있다. 애니메이션 ‘오돌또기’를 만들었다.
  • [SPECIAL | 장날] 부산 기장군 월내장

    [SPECIAL | 장날] 부산 기장군 월내장

    이슬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벌써 봄을 재촉하듯 삼라만상이 부산스럽다. 봄비 속의 아침장터는 아직 한산하다. 그래서 느긋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부산 기장군 월내장. 월내(月內)마을의 포구에서 펼쳐지는 5일장이다. 아름다운 해안선과 바다풍광이 좋고, 그 위로 뜬 달이 밝고 선명한 곳. 그래서 마치 달 안에 있는 신선의 마을 같다하여 붙여진 월내. 이 월내포구의 바닷길에 전이 펼쳐지는 장터가 바로 월내장이다. 장터로 들어서자 갯내음이 물씬 풍긴다. 뒤이어 싱그러운 봄 바다가 펼쳐지고, 파도소리도 찰박찰박 들려온다. 늦은 장꾼은 아직도 전을 펴느라 손길이 바쁘고, 전을 편 장꾼들은 급하게 국밥 한 그릇 후룩후룩 털어 마신다. 아직까지는 이른 아침의 갯바람이 차다. 장터 한 귀퉁이에 모닥불이 토닥토닥 타오르고 있다. 포구에는 배들이 물결 따라 일렁이고, 뒤늦게 귀항한 어선은 잡아 온 해산물 거두기에 여념이 없다. 예로부터 기장은 바다 특산물이 많이 나는 곳. 바닷물이 맑고 깨끗하여 전국적으로 유명한 ‘기장미역’ 등 해조류나 ‘대변멸치’ 그리고 갈치, 오징어 등 맛있는 수산물이 사시사철 풍성했었다. 지금도 철마다 갖가지 수산물이 흘러넘치는 것은 여전하다. 제철 횟감을 가장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으로, 망설임 없이 ‘기장’을 꼽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월내장도 기장의 장터답게 해산물전이 올망졸망 열리는 ‘해산물 전문 장’이다. 100m의 장터를 휘휘~ 둘러본다. 기장특산의 해조류들이 가득 가득하다. 싱싱하다 못해 윤이 반짝반짝 난다. 원래 기장 앞바다는 조류가 차고 거칠기 때문에 모든 해조류들이 쫄깃쫄깃하고 맛이 깊다. 임금께 진상했다는 ‘기장미역’과 몇 년 전 양식에 성공한 쇠미역, 오동통한 톳, 끝물의 몰에 이르기까지 총망라했다. 과연 바다 해초의 고장답다.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미역에서 정제되지 않은 바다 냄새가 격렬하다. 해초전 옆에는 ‘해녀 할매’가 직접 잡은 ‘앙장구(말똥성게)’를 쌓아놓고 까고 있다. 어느새 노오란 앙장구 알이 대접에 가득하다. 이 앙장구는 질리도록 고소하고 바다의 아련한 향이 그윽해 최고의 바다요리 재료로 쓰인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고슬고슬한 밥에 갖은 해초와 앙장구 알을 얹은 뒤 기름 한 방울 똑 떨어뜨려 비벼먹는 앙장구밥을 즐겨먹는다. 그래야 비로소 봄을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곳 해녀들이 잡아서 파는 것 중 군소도 빠지면 섭섭하다. 군소는 바다 연체동물로 달팽이 모양을 하고 있다. 이것을 삶아서 말려 초장에 찍어 먹는다. 소주 한 잔에 군소 한 점 입에 넣으면, 입 안 가득 감도는 쌉사름함이 입맛 없는 봄을 아주 개운하게 한다. 자연산 전복과 소라, 코고둥, 문어 등도 해녀의 고무대야에서 꼬물거린다. 월내장은 봄 바다 장이 제격이지만, 그렇다고 해산물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장의 산과 들은 착하고 넉넉해서, 각양각색의 ‘산 것’과 ‘들 것’이 지천이다. 나물전에는 벌써 봄나물의 향연이 절정이다. 파릇파릇 취나물, 원추리, 방풍나물을 비롯해서 ‘아시 정구지(첫물 부추)’ ‘머구 싹(머위 어린 잎)’들이 앙증스레 풋풋하다. 쑥, 냉이, 달래도 있고 겨우내 잘 자라준 겨울초, 미나리, 시금치 등도 좋다. 그 옆의 닭똥 묻은 토종계란이 생뚱맞으면서도 우습다. “할매요, 미역 한 줄기만 맛보입시더”라는 말에, 미역전의 촌로는 군소리 없이 미역 두어 줄기를 집어준다. 한 입 ‘으적’ 씹어 먹는다. 코끝으로 살짝 바다 바람이 스친다. 짭조름한 갯내가 몸조차 싱그럽게 한다. 미역 1천 원치 산다. 비닐봉지 한 가득 꾸역꾸역 넣어주신다. ‘그래, 오늘 장 본 김에 해초 파티나 하자’는 심산으로 쇠미역도 사고, 톳과 몰도 조금씩 산다. 쌈도 싸먹고 나물도 조물조물 무쳐 먹으리라. 벌써 몸은 봄에 물들고 따뜻한 바닷물에 젖는다. 바야흐로 봄기운이 완연하다. 돌아오는 길 산기슭에는 매화가 한창 꽃망울을 터트리고, 완만히 흐르는 좌광천변 왕버들은 푸릇푸릇 물이 오른 채 휘휘 느린 손짓을 해댄다. 이제 곧 봄볕에 개나리도 호들갑스레 노란 봉오리를 터트릴 것이다. 일광 앞바다도 생명의 푸른 기운으로 아른아른 피어오르기 시작할 것이고. 글 · 사진 최원준 시인
  • ‘조선왕릉 40기’ 시사문제 출제 가능성

    ‘조선왕릉 40기’ 시사문제 출제 가능성

    올해 지방직 9급 시험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이번 시험에는 모두 13만 3688명의 수험생이 원서를 내, 바늘구멍처럼 좁은 공직 문을 두드린다. 에듀윌과 에듀스파, 이그잼 고시학원의 전문 강사들로부터 암기과목인 한국사·행정학·행정법에서 출제될 가능성이 높은 ‘족집게’ 예상문제를 들어봤다. ●한국사 고대 분야에서는 통일신라의 민정문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신라말 고려 초기의 사회상과 조선 21대 왕 영조의 탕평책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영정법·대동법·균역법 등 조선 후기 수취제도의 개선도 이번 시험 예상문제다. 강사들은 또 신민회와 신간회의 활동을 꼭 구분해 정리해 둘 것을 권했고, 일제강점기 무장독립투쟁도 나올 확률이 높다고 했다. 시사문제로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은 조선왕릉 40기에 대해 물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왕릉 이름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왕릉이 담고 있는 유교적·풍수적 전통과 당시 건축 양식, 조경학적 특징 등을 폭넓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감은사지석탑과 정조어찰 등 최근 거론된 문화유산도 강사들이 찍은 예상문제다. 박용선 에듀윌 한국사 강사는 “최근 남북 관계가 이슈로 떠오른 만큼, 우리나라의 통일정책을 전반적으로 묻는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행정학 정책행정론 분야에서는 ‘정책평가의 내적 타당성과 외적 타당성의 저해요인’에 대해 물을 수 있다. 체제분석과 정책분석의 차이점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무행정에서는 성과주의예산(PBS)과 계획예산(PPBS), 영기준예산(ZBB) 등의 개념을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필수다. 최근에는 지방행정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우리나라 주민참정제도와 지방세·국고보조금·지방교부세 등 지방재정제도도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 노종태 이그잼 고시학원 수험전략연구소장은 “복식부기, 총액예산제도, BTL 등 새롭게 도입된 제도는 반드시 숙지하고 시험장에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성은 남부행정고시학원 행정학 강사는 “행정안전부가 문제를 출제하는 만큼, 과거의 지엽적인 내용에서 이해 중심의 내용으로 모든 범위가 고르게 출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법 ‘신뢰보호 원칙’과 관련한 판례는 출제 가능성이 높다. ‘국적이탈신고 반려처분’이나 ‘지방병무청 민원팀장의 보충력 편입’ 등의 판례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행정쟁송법의 ‘취소판결 효력’에 관한 문제와 ‘행정조사기본법’ ‘질서유발행위규제법’ 등과 관련한 판례 문제는 여러 강사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김유환 남부행정고시학원 행정법 강사는 “지난 4월 치러졌던 국가직 시험의 경우 만점자가 속출하는 등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면서 “이번 시험은 좀 더 어렵게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응시원서를 중복 제출한 수험생이 많아 경쟁률이 실제보다는 높게 나타난 만큼, 포기하지 말고 반드시 시험을 치르라고 권했다. 또 시험 전날에는 고사장을 미리 찾아 위치를 정확히 확인해둬야 하며, 타지역으로 시험을 치러 갈 경우 서둘러 표를 구해두라고 조언했다. 박선순 에듀스파 이사는 “시험 당일에는 자주 헷갈리거나 틀리는 부분을 볼 수 있는 오답노트를 고사장에 꼭 가져가 최종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열린세상] 잡종의 거룩한 시대 도래/최창일 현대시인협회 이사·시인

    [열린세상] 잡종의 거룩한 시대 도래/최창일 현대시인협회 이사·시인

    2002년 월드컵 축구에서 한국 사람들이 응원 구호로 외친 ‘대~한민국’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야구대표팀이 아깝게 우승을 놓치고 준우승한 세계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한민국의 응원 구호를 베네수엘라가 모방하여 응원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대한민국의 응원구호는 세계인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그런데 그 구호를 누가 만들었으며, 음절로 따지면 어느 장르에 속하느냐고 묻는다면 좀 엉뚱할까. 당시 월드컵 전야제가 열리던 시청 앞 광장으로 가보자. 김덕수의 사물 놀이패가 등장하고 불꽃놀이와 함께 사물놀이패의 무대는 치솟는 형태를 취하여 구경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서 김덕수 사물놀이자의 의도인지 흥이 나서인지는 모르나 김덕수는 ‘대한~민국~’을 외치며 사물놀이에 빠져든다. 그 유명한 응원구호는 이렇게 탄생되었다고 임진택 판소리꾼은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구호는 판소리의 8음절로 표현된 판소리 가락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과 일부 세계인은 자신도 모르고 한국의 판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모양으로 사람들은 어느 나라의 음악인지 따지지 않고 새로운 리듬에 맞추어 흥을 돋우고 있는 것이다. 김동규 성악가는 순수음악을 공부한 사람이다. 그가 대중음악을 들고 나왔다. 그가 나훈아의 트로트를 가곡풍으로 불렀을 때 듣는 사람은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미식축구로 우리에게 강렬한 조국애를 심어준 하인즈 워드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다. 미식축구를 좋아하는 미국인에게 한국과 미국인의 혼혈인의 강인함을 자연스럽게 심어주었다. 국내에서는 혼혈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긍정으로 바꾸는 데 크게 기여했다. 21세기의 특징 중에 하나가 퓨전시대의 도래다. 2009년은 또 다른 잡종의 거룩한 시대를 만나는 계기를 볼 수 있다.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비 백인이 미합중국의 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것은 세계적으로 놀라운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단순히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 분류되지만, 그는 잡종적 인종이다. 오바마는 아프리카 출신 흑인아버지와 미국인 백인 사이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 출신 양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인간 오바마는 어떤 의미에서 미국(유럽)인의 백인, 아프리카의 흑인, 아시아의 황인종이 결합된 민족적으로 잡종의 절정이다. 문자 그대로 ‘전 지구인’ 또는 명실공히 ‘세계인’일지도 모른다. 이종교배(잡종)의 거룩한 시대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 현상은 세계 경제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엄청난 사유의 대 전환으로 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푸른 잔디밭에 어느 날 나타난 골프계의 예수라고까지 불린 타이거 우즈는 스스로 자랑스러운 ‘잡종’이라는 말을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수치스럽게 여겼던 ‘잡종’이 21세기에는 자연스럽게 나아가 자랑스러운 입장으로 변화되는 잡종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문학에 있어서도 일어나고 있다. 순수문학 형식인 시, 소설에 다른 예술 매체가 과감하게 침입하여 이종 교배를 시도하고 있다. 소설에 저널리즘적인 르포르타주의의 기법이 가미되기도 한다. 순수 소설의 전통 리얼리즘적 재현양식에 공상과학 소설(SF), 추리소설, 공포괴기소설, 고딕소설의 기법에 나오는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기법이 등장하기도 한다. 시화전의 경우 시와 그림·서예가 만나서 잡종의 문학을 오래 전 친숙해져 왔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는 잡종과 순수의 현실에 적응하는 것이 최선이 되어 버렸다. 문학에 있어서 순수만의 의미 부여와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순수한 것도 아름답지만 잡종적인 것도 아름답다는 데에 대중이 동조하고 있다. 중앙 집중도 구심적인 힘이 있지만 퍼뜨리는 이산(離散)은 더 큰 원심적인 힘이다. 최창일 현대시인협회 이사·시인
  • [서울광장] 조선왕릉, 그리고 숭례문/김성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조선왕릉, 그리고 숭례문/김성호 논설위원

    경기도 구리시의 건원릉, 즉 조선 건국조 태조의 능에는 슬픈 사연이 담겨 있다. 태조가 계비 신덕왕후의 소생 방석을 세자로 책봉한 데 앙심을 품은 태종이 일으킨 ‘왕자의 난’. 권좌에 오른 태종은 신덕왕후 옆에 묻히길 원했던 태조의 원을 철저히 묵살했다. 신덕왕후의 능 정릉을 파괴한 뒤 태조를 홀로 모신 쓸쓸한 무덤이 건원릉이다. 태종은 뒤늦게 회심(回心), 아버지 고향 함흥의 억새풀을 가져다 봉분에 심고 깍듯이 예를 갖췄다고 한다. 건원릉이 부자지간의 한이 어린 곳이라면 경기도 화성의 융릉, 즉 사도세자와 사도세자비 혜경궁홍씨 합장묘는 부자간 정이 담긴 효심의 결정이다. 정조가 뒤주 속에서 죽임을 당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해원과 복권의 상징으로 세운 게 융릉. 정조는 지금 서울시립대 터의 사도세자 릉을 화성으로 옮겨 세운 융릉을 틈틈이 참배했다. 상경길, 서울로 향하는 1번국도변 지지대고개에서 눈물짓곤 했다는 효심이 읽힌다. 조선 500년대에 세워져 전해지는 왕릉들은 ‘핑계 없는 무덤없다.’는 말대로 얽힌 사연이 각양각색이다. 후손들이 한결같이 사연 따라 깍듯한 제례를 올려옴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선 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에 등재된다고 한다. 조선 역대 왕릉 42기 중 북한 개성의 제릉·후릉을 뺀 모든 능이 일괄등재되는 셈이다. 9번째 세계유산을 갖게 된 소식에 달뜬 잔치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런데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조선왕릉을 등재권고한 이유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만나게 된다. ‘유교적·풍수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건축, 조경양식과 함께 지금까지 제례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의 전통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독특한 건축·조경양식이야 세계유산에 당연한 요소이겠지만 무형유산을 지켜온 노력은 우리전통의 문화적 양식과 보존정신을 높이 산 것이라 흐뭇하다. 9번째 세계유산 소식에 얹어 지난해 2월 국보1호 숭례문이 무너져 내린 비극을 떠올림은 지나친 노파심일까. 수도 한복판에 우뚝했던 민족 자존심이 순식간에 허물어지는 참상. 나라의 으뜸 문화재를 빼앗긴 상실감보다 더 뼈저린 아픔은 무관심과 무지다. 노숙자들의 빈번한 잠자리며 술판으로 변해 갔고 매뉴얼 하나 없이 속수무책 당해야 했던 무방비, 미련의 회한인 것이다. 이땅의 문화재 수난을 말하자면 어디 숭례문만의 일일까. 4년 전 양양의 1300년 고찰 낙산사가 산불에 잿더미로 변했고 전국 사찰에 즐비한 성보문화재의 도난, 훼손도 다반사다. 개발에 밀려 국가·지방문화재들이 무너져 내리고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유구한 고택들이 방기되고 있다.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등재 권고가 무색할 형편이다. 그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1000만번째 관람객이 들었다. 2005년 조선총독부 건물을 헐고 ‘민족정신을 새 그릇에 담아 보자.’는 깃발 아래 세워진 지 3년 7개월만의 기쁜 소식이다. 금동미륵보살반가상이며 백제금동향로, 경천사지 10층석탑처럼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13만 5000여점의 찬란한 유산을 만나려는 발걸음의 집적이다. 우리 유전인자를 고스란히 담은 산물들이 어디 국립중앙박물관에만 있을까. 잔치가 아무리 좋아도 잔칫상의 귀한 그릇들은 챙겨야 한다. ‘숭례문 비극’의 교훈은 한 번으로 족하다. 아 숭례문.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장흥에 친환경 해조류 양식장

    바다 오염의 주범인 해조류 양식장이 처음으로 정비돼 친환경 수산물 생산으로 제품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전남 장흥군은 8억여원을 들여 청정해역인 회진면 노력도 앞바다에서 40~50년 동안 무분별하게 시설된 미역과 다시마 등 해조류 양식장을 철거하고 친환경 해조류 양식장을 9월까지 만든다고 13일 밝혔다. 양식장 규모는 미역 356㏊, 다시마 180㏊, 꼬시래기 10㏊ 등 모두 546㏊이다. 양식장은 경지정리 논처럼 바둑판 모양으로 정비된다. 여기에 들어갈 자재도 스티로폼 대신 신축형 고무제품으로 된 부표와 친환경자재로 만든 말목, 로프 등이 쓰여진다. 노력도 어촌계 등 5개 어촌계 회원들이 추진위원회를 꾸려 양식장 바닥에 널려 있는 시설물 수백t을 걷어내고 있다. 수심 12~20m 바닥에는 그동안 양식장을 설치하거나 덧시설을 하면서 버린 폐그물과 로프, 통발 등이 켜켜이 쌓여 있어 바다를 오염시켰다. 어민들이 허가 받은 해조류 양식장은 368㏊이나 실제 무허가로 설치된 면적만 1200㏊에 달한다. 정창태 군 어업생산담당자는 “노력도 앞 해조류 양식장이 무질서하게 난립하면서 바닷물 흐름을 막아 버려 영양염류가 줄었고 이는 해조류 품질을 떨어뜨린 원인”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해조류 양식단지가 조성되면 장흥지역을 대표하는 해조류인 무산(無酸) 김·매생이·꼬시래기·미역 등도 품질이 좋아져 판매가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장흥에서는 해조류 양식장(4900㏊)에서 김과 미역·다시마·꼬시래기·매생이 등을 수확해 연간 300억원대 소득을 올린다. 이명흠 군수는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해조류 양식장 정비는 장흥 해조류의 명성을 한 단계 높여 판로 확대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800년만에 전통 탑비 양식 되살렸죠”

    “800년만에 전통 탑비 양식 되살렸죠”

    “우리가 다시금 알아야 할 전통 양식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지만 바로 그 점을 깨우쳐야 합니다.” 오롯하게 외길을 걸어 왔다. 그래서 호가 ‘외길’이다. 불교의 경전을 옮겨 쓰면서 수행하는 것 중에 하나가 ‘사경(寫經)’이다. 초창기 불교 전파는 그렇게 시작됐다. 우리나라에도 고려시대까진 나름대로 ‘사경수행’이 많았다. 그러다가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공개적으로 중단됐다. 그런 세월의 흐름을, 700년간 잠들어 있던 사경을 다시 일깨운 사람이 바로 외길 김경호(47) 한국사경연구회 회장이다. ●초안선사 탑비 복원작업 완료 그는 최근 또 하나 전통의 맥을 이었다. 전통 탑비(塔碑) 양식, 그러니까 800년 만의 현대적인 복원작업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탑비란 고승의 무덤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도곁에 세워지는 비석이다. 거기에는 주인공의 한과 삶이 맺힌 글이 빼곡히 적혀 있다. 김 회장은 최근 경기 양주의 사찰인 오봉산 석굴암에서 열반한 초안(속명 송만석·1926~1998) 선사의 탑비 복원작업을 완료했다. 이는 비문에 들어갈 글과 문양을 종이 위에 제작하는 작업이다. 남은 일은 석공이 그대로 돌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그는 “불교가 발전했던 옛날 국사나 왕사 등의 전통적인 탑비는 지금처럼 비신(비석의 몸체)에 행장을 기록한 글만 새겨진 게 아니다.”면서 800여 년 만에 전통 양식을 되살렸다는 자부심과 함께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아울러 “전통 탑비 양식은 1085년에 세워진 법천사 지광 국사 현묘탑비에서 볼 수 있다.”면서 비신의 테두리와 윗부분에 극락세계를 상징한 그림과 아름다운 무늬를 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고려 말을 거치면서 상징은 도식화됐고 1150년대 이후에는 아예 찾아 보기 어렵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우주선·휴대전화 등 현대 상징물도 담아 그가 이번에 제작한 탑비는 옛날 양식을 살렸을 뿐 아니라 불교 경전인 아미타경(阿彌陀經)에 표현된 극락세계를 참조했다. 꽃, 악기, 우주선, 휴대전화, 폭죽 등 현시대의 상징물까지 반영했다. 그렇다면 전통 탑비 양식이 왜 주목을 받지 못했을까. 그는 “오래 잊혀 있던 문화이다 보니 심각하게 고민하지 못했다. 이번 탑비를 제작하면서 이제는 무엇인가를 제시해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에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사경과 인연을 맺은 것은 네살 때. 붓을 잡고 부친에게서 획과 결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였다. 초등학교 졸업 후에는 중학 진학도 미룬 채 홀로 서예공부에 빠졌다. 중학교를 1년 늦게 진학한 그는 이후 각종 전국 학생서예대회에 출전, 최우수·우수상 등 대부분의 상을 휩쓸었다. 고교 시절에는 사경에 빠져 세번이나 부모 몰래 출가하기도 했다. 대흥사에서 행자생활을 하던 중에 가족들에게 붙잡혀 왔고, 두륜산에서는 토굴에서 지내기도 했다. 김문 문화부장 km@seoul.co.kr
  • [데스크 시각] 피천득 선생 시와 5월/김문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피천득 선생 시와 5월/김문 문화부장

    ‘내 나이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첫번째 만남 금아 피천득 선생, 2004년 꼭 이맘때였다. 연분홍 치마 꽃단장으로 흐드러진 진달래가 집앞(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먼저 반기던 그 봄날, 짙은 꽃향기를 맡으며 금아에게 넙죽 머리를 조아렸다. 악수를 건네는 그의 손이 어린애처럼 보드라웠다. 의자에 앉으며 그는 “책 읽는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라고 했다. 낡은 책장에서 셰익스피어의 시 ‘소네트’ 같은 영국 고전을 하나씩 꺼내 원어로 읽다 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고 했다. 대부분 예전에 읽은 것이지만 나이 들어 접하는 느낌이 새삼스럽다고 했다. 이어 2002년 월드컵 때 승리를 기원하며 시 ‘붉은 악마’를 지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붉은 악마들의/끓는 피 슛! 슛! 슛 볼이/적의 문을 부수는/저 아우성! 미쳤다. 미쳤다/다들 미쳤다 미치지 않은 사람은/정말 미친 사람이다.’ #두번째 만남 2006년 5월초였다. 그의 시 ‘오월’이 너무 좋아 퇴근길에 금아의 자택을 찾았다. 평생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삼았기에 칠순이 넘은 제자들이 자주 찾는 집이다. “선생님, 지난번보다 더 젊어 보입니다.” “허허,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까. 영국의 버나드쇼가 채식주의자였어요. 나이 들어 죽었는데 이때 ‘런던타임스’에서 사설에 뭐라고 했냐 하면 ‘버나드쇼 장례행렬에는 염소와 소, 양떼들이 울면서 뒤를 따랐다.’라고 했지. 평생동안 육식을 안 했으니깐 그놈들이 얼마나 좋아했겠어. 어쨌든 사설에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해.” 피식 웃는 금아의 얼굴은 천진난만한 아이였다. 아껴도 아껴도 부족한 봄날의 화사한 꽃이었다. 소설가 최인호는 “전생의 업도 없고, 이승의 인연도 없는, 한번도 태어나지도 않은 하늘나라의 아이!”라고 읊었다. “선생님, 오월이라는 시에 보면,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 가락지,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고…” “그거 말고, 좋은 시들 많아요. 영국시인이 그랬죠. ‘겨울이 깊었으니 봄이 그다지 멀겠는가’, 이것은 일본 시인데 ‘봄비니까 맞고 가자, 젖어서 가자.’ 요즘 같으면 황사로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생각할수록 아주 운치가 있어요.” 시라는 것은 영혼에 가장 좋은 양식이고, 시에는 순수한 동심과 맑은 서정이 담겨 있으며 마른 나무에서 꽃이 피는 것과 같다고 했다. 순수한 동심은 세상 살면서 희망의 빛을 선사하는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세번째 만남 2007년 5월26일, 장례식장이었다. 5월29일 태어나 98세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인형 ‘난영’을 꼭 껴안고 주무셨단다. 난영은 딸 서영의 동생이라는 뜻에서 이름지었다. 목욕도 시켜주고 예쁜 핀으로 머리도 묶어 주었다. 난영은 잠 잘 때 즐거운 꿈의 세계로 가는 길동무였다. 인형과 함께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을 자주 들었다. 아! ‘인연’이다. 흔하디흔한 단 두 글자임에도 불구하고 금쪽같은 소중함으로 다가왔다. 금아는 원래 천득(天得)이었는데 면사무소 호적계의 잘못으로 ‘天’이 ‘千’으로 바뀌었다. 획수가 하나 줄어드는 바람에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다고 우스개 삼아 말하곤 했다. 3일 뒤 그가 태어난 날 땅에 묻혔다. 오늘이 5월 첫날이다. 금아의 시를 음미하면서 찬란한 이 달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는 것이 참으로 즐겁다.~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김문 문화부장 km@seoul.co.kr
  • 동대문 명물 디자인 파크 28일 착공

    동대문 명물 디자인 파크 28일 착공

    서울 강북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파크(DDP·조감도)’가 28일 착공식을 갖고 본격 공사에 들어간다.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한 자리에 들어서는 DDP는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의 디자인 플라자와 3만 7398㎡ 규모의 공원(파크)으로 조성된다. 2011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디자인 플라자는 컨벤션홀과 디자인 전문 전시관, 박물관, 정보교육센터, 스카이라운지 등을 갖춘다. 플라자 남측엔 걸어서 올라가는 잔디 지붕이 조성된다. 디자인파크에는 녹지를 배경으로 건립 부지에서 발굴된 조선시대 훈련도감의 분원인 하도감(下都監) 건물의 양식을 보여줄 유구(遺構)가 복원된다. 또 이곳에서 발굴된 서울성곽과 이간수문(二間水門)도 제 모습을 일부 되찾는다. 이간수문은 남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청계천으로 빼내기 위해 건설한 조선시대 수문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장애인 등을 위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깔린 폭 3m 규모의 이동통로가 별도로 설치되고, 주출입구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센터도 들어선다. 박성근 서울시 문화시설사업단장은 “DDP는 도심 상권 부활의 계기가 되고, 서울이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관광객 유치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착공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디자인플라자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 디자이너 앙드레 김 등 1000명이 참석한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씨줄날줄] 똥파리/김성호 논설위원

    새달 13일 개막되는 제62회 칸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경쟁부문에 올랐다. ‘박쥐’를 포함해 무려 4편의 한국영화가 칸행 티켓을 따냈다. ‘박쥐’는 한국영화로는 2007년 ‘밀양’ 이후 2년 만의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박 감독의 또 한번 쾌거에 관심이 쏠린다. 이창동 감독의 경쟁부문 심사위원 위촉으로 ‘황금종려상’ 수상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프랑스 칸에서 날아온 낭보에 발이라도 맞추듯 양익준 감독의 독립영화 ‘똥파리’가 싱가포르 국제영화제서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해외영화제에서만 무려 8번째 수상. 이 릴레이 수상은 폭발적인 관객동원의 기세에 얹혀 주류 영화계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똥파리’는 개봉 1주일 만에 4만명을 넘긴 데 이어 9일 만인 지난주 말 6만명을 동원, 10만명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똥파리로 상징되는 밑바닥 인생과 변죽서 건져올린 보편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이 이단아적 독립영화가 무슨 일을 낼지 예측불허다. ‘똥파리’의 흥행가도가 시선을 잡아끄는 근저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독립영화의 선전이라는 특이현상이 숨어 있다. 지난해 관객 1만명을 넘긴 ‘우린 액션배우다’부터 시작해 ‘워낭소리’엔 290여만명, ‘낮술’도 3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이 들었다. 난해한 실험성과 정치적 메시지 짙은 영화쯤으로 폄하되는 풍토를 보란 듯이 뒤집는 셈이다. 가족보다 더 살가운 인생 동반자로 소를 등장시킨 ‘워낭소리’며 한 남자의 강원도 여행을 다룬 ‘낮술’…. 이 영화들의 성과에는 독립영화를 내세운 준상업영화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상업영화의 코드나 흥행양식들을 그대로 따랐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관객들이 영화가 끝난 뒤 달려와 감독의 손을 잡고 고마움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는 ‘똥파리’ 감독 양익준의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들불 같은 입소문을 타고도 개봉조차 못하거나 개봉 1주일도 안 돼 간판을 내리는 독립영화가 태반이다. 비판에 앞서 독립영화들이 ‘준상업영화’의 틀을 버리고 온전한 독립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하지 않을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방치된 김 유기산 드럼통 전남 신안등 바다 흉물로

    김 양식장에서 잡태(이끼) 제거에 쓰이는 유기산 용기 드럼통(200ℓ)이 바닷가에 버려져 흉물이 되고 있다. 전남 신안군은 23일 “지난해 군내 12개 읍·면 김 양식 어가에 공급된 유기산 드럼통 3300여개 가운데 2044개만 수거돼 빈 용기를 반납하지 않은 어가에는 내년도 유기산을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해변 만들기에 힘쓰고 있으나 플라스틱 유기산 드럼통이 바닷가나 선착장, 도로변, 밭두렁 주변에 방치돼 볼썽사나운 경우가 적잖다.”고 지적했다. 신안군이 올해 김 양식 어가에 공급할 유기산은 650t(7억 6700만원)으로 드럼통 3250개 분량이나 된다.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도내 김 양식장이 있는 8개 시·군에 공급할 유기산은 3333t(37억 5500만원)으로 드럼통 1만 6665개 분량에 이른다. 유기산을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진도군으로 855t(8억 5500만원), 드럼통 4275개 분량이었다. 해남군이 700t(8억 1900만원), 드럼통 3500개 분량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친환경 김을 생산하는 장흥군은 수년 전부터 유기산 등 염산을 전혀 쓰지 않고도 재래식 김을 생산하고 있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전남 농수산물 중국시장 본격 공략

    전남 농수산물 중국시장 본격 공략

    홍수처럼 밀려드는 중국산 농수산물의 파고를 뚫고 중국으로 수출되는 우리 농수산물이 늘고 있다. 22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에서 중국으로 수출되는 농수산물은 통틀어 유자차, 김, 양란, 전복 등 15가지로 지난해 수출액이 1587만달러(200억원대)에 이른다. 지난해 전남이 중국에서 수입한 농수산물 총액(5359만달러)의 3분의1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농수산물 총 수입액은 중국에서 36억달러 등 모두 245억달러다. 수출품목별로는 중국에서 향과 맛이 뛰어난 것으로 호평받고 있는 고흥 유자차가 올들어 1~2월 수출액은 16만 7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같다. 중국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을 고려하면 선전한 셈이다. 또 전남도는 최근 홍콩에 본사를 둔 리싱(利興)유한공사와 완도산 전복 수출협약을 해 새로운 수출 판로를 뚫었다. 그동안 전복은 일본으로만 수출됐다. 리싱은 전복 특산지인 완도군에 2억원을 투자해 활전복과 전복가공공장 수출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앞서 리싱은 이달 초부터 완도산 전복 2.5t(1억원)을 수입했고 다달이 10t씩 내년까지 300여t을 수입하기로 약속했다. 리싱은 홍콩에 대형매장 3개가 있고, 내년에 인근 중국 광둥성으로 매장을 확대하는 등 수입물량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중국인들이 소비한 전복은 지난해 2만 6000여t으로 자국 생산량이 2만 2000여t에 그쳐 해마다 4500여t을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전남의 전복 생산량은 5212t으로 우리나라 생산량의 98%를 차지했다. 김인휴 전남도 경제통상과장은 “중국 구매자들이 미역이나 다시마로만 키운 완도산 전복의 품질 우수성을 인정한 만큼 수출 물량이 급속도로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도는 중국인들이 즐겨먹는 해삼의 시장성이 높다고 보고 지난해 시험양식에 성공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량생산 체제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 중국도 경제위기로 수입량을 줄이기는 마찬가지다. 올 2월까지 전남도내에서 수출한 김은 6만여달러로 지난해 동기 23만여달러보다 73.9%나 줄었다. 품질면에서 중국인들의 추격을 불허했던 나주산 양란(신비디움)도 올들어 2월까지 수출이 4만여달러에 그쳐 지난해(86만달러)보다 무려 95.3%나 감소해 재배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무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완도 군민들 “광어 좀 사주쇼잉~”

    전남 완도군민들이 양식 넙치(광어) 소비촉진에 다시 발벗고 나섰다. 21일 완도군과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에 따르면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로 도산 위기에 몰린 넙치 양식어가들을 돕기 위해 군부대와 각급 학교, 공공기관 등의 대형 소비처에 넙치를 사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군과 수협은 이들 기관에서 넙치 시식회를 열고 소비촉진 운동 동참을 당부했다. 최근 한전 전남본부 직원들이 5000만원어치를 사들여 양식어가들의 시름을 덜었다. 김종식 완도군수는 “공무원과 양식어가는 물론 관내 사회기관단체, 명예이장단, 출향인사 등도 완도 넙치 사주기 운동에 다 함께 참여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완도군은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완도 넙치 & LOVE’라는 소비전략 계획을 세워 서울, 광주 등 대도시에서 주말마다 직판행사(39차례)를 열어 40여t(4억여원)을 팔았다. 그러나 완도산 넙치는 제주도산보다 가격 경쟁력과 물량 공세에 밀려 소비가 급감했다. 제주 넙치는 바닷물 수온이 높아 완도 것보다 2개월가량 빨리 자란다. 여기다 제주는 올해 지난해보다 5000여t 늘어난 2만여t을 출하했다. 횟집에서는 쫄깃쫄깃한 맛이 좋은 완도산보다 ㎏당 500~1000원이 더 싼 제주도산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도군에서는 250여 양식어가가 해마다 넙치 1만 4000여t을 출하했으나 지난해부터 경기침체 등으로 2㎏ 이상(2년 양식) 나가는 적체물량이 1500여t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양식어민들은 “넙치는 1년가량 키우면 내다 팔아야 하는데 수족관마다 고기들로 가득 차 있어 어민들이 사료값을 감당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현(43) 전남서부어류양식수협 지도과장은 “완도 넙치는 추운 겨울을 나기 때문에 다른 지역 양식산에 비해 육질이 단단하고 맛있다.”며 “넙치는 수입산이 거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어종”이라고 강조했다. 완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김보슬 PD 체포에 시민단체·야당 “참 나쁜 정권”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TV ‘PD수첩-광우병 편’ 제작에 참여한 김보슬(32·여) PD를 검찰이 15일 체포한 데 대한 시민단체와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의 MBC 김 PD 체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MBC본부는 김 PD의 체포에 대해 “현직 언론인에 대한 정권의 테러”라고 규정한 뒤 “현 정권과 검찰은 일말의 양식조차 없는가.”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검찰은 김 PD에게 결혼 전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압력을 가해왔다.”고 주장하면서 “고민 끝에 결혼 준비차 나간 김 PD를 강제 체포한 것은 인륜지대사인 결혼마저 강제수사에 이용하려는 파렴치한 작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노조는 또 “비록 김 PD가 체포됐다고 해도 현 사태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며 “현 정권은 권력에 복종하는 주구들을 내세워 언론인들의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무참히 짓밟고 있다.”고 규탄했다.  노조는 “검찰이 남은 PD들을 또 잡아들이고 경찰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한다고 할지라도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 뒤 “우리 모두는 제2의 김보슬이 될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이어 검찰을 향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지키지 않는 패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김 PD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국PD연합회 김영희 회장은 김 PD에게 “아무런 걱정하지 마라.적어도 내일까지는 나올 수 있게 해주겠다.”며 “김 PD는 19일로 예정된 자신의 결혼 문제에 대해서만 걱정하면 된다.”고 말했다.한국PD연합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권은 결혼을 코앞에 둔 신부마저 기어이 잡아가고 말았다.”며 “이성을 상실한 독재정권에게 인륜 따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야당 역시 검찰의 김 PD 체포에 대해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16일 현안브리핑을 통해 “참 끈질기고 지독한 정권” “참 잔인한 경찰” “참으로 못된 경찰”이라고 꼬집으면서 “언론인을,그것도 인륜지대사라는 결혼을 나흘 앞둔 PD를 약혼자의 집 앞에서 체포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폭거이자 반인륜적 수사”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이춘근 PD 체포,MBC 압수수색 시도에 이어 또다시 언론인에 대한 탄압이 강행된 것이다.도대체 이 정권이 이성이 있는 정권인지 묻고 싶다.”며 “여전히 잘못을 반성하지 않은 채 비판언론 잠재우기에 혈안이 돼 있는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적 행태를 강력히 비판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참으로 나쁜 정권이다.역대 어느 정권도 이렇게 방송사 PD를 무지막지하게 탄압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뒤 “정권을 잃었던 10년 동안 남몰래 기자와 PD를 손볼 궁리만 해왔다는 말인가.이명박 정권은 언론탄압의 화신으로 역사에 기록되려고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공중파방송 PD가 잘 나가는 사회고발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결혼식 사흘(사실은 나흘) 앞두고 잡아가는 언론후진국은 대한민국 외엔 없을 것”이라며 “제 아무리 독재 정권이라 하더라도 세상에 이런 식으로는 안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보도에 고의적인 오역이 있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전현준 부장)는 15일 저녁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김 PD를 체포했다고 밝혔다.김 PD는 이날 오후 7시55분쯤 결혼을 앞두고 인사차 시댁을 방문했다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김보슬 PD 체포에 시민단체·야당 “참 나쁜 정권”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TV ‘PD수첩-광우병 편’ 제작에 참여한 김보슬(32·여) PD를 검찰이 15일 체포한 데 대한 시민단체와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의 MBC 김 PD 체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MBC본부는 김 PD의 체포에 대해 “현직 언론인에 대한 정권의 테러”라고 규정한 뒤 “현 정권과 검찰은 일말의 양식조차 없는가.”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검찰은 김 PD에게 결혼 전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압력을 가해왔다.”고 주장하면서 “고민 끝에 결혼 준비차 나간 김 PD를 강제 체포한 것은 인륜지대사인 결혼마저 강제수사에 이용하려는 파렴치한 작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노조는 또 “비록 김 PD가 체포됐다고 해도 현 사태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며 “현 정권은 권력에 복종하는 주구들을 내세워 언론인들의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무참히 짓밟고 있다.”고 규탄했다. 노조는 “검찰이 남은 PD들을 또 잡아들이고 경찰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한다고 할지라도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 뒤 “우리 모두는 제2의 김보슬이 될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이어 검찰을 향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지키지 않는 패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김 PD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국PD연합회 김영희 회장은 김 PD에게 “아무런 걱정하지 마라.적어도 내일까지는 나올 수 있게 해주겠다.”며 “김 PD는 19일로 예정된 자신의 결혼 문제에 대해서만 걱정하면 된다.”고 말했다.한국PD연합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권은 결혼을 코앞에 둔 신부마저 기어이 잡아가고 말았다.”며 “이성을 상실한 독재정권에게 인륜 따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야당 역시 검찰의 김 PD 체포에 대해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16일 현안브리핑을 통해 “참 끈질기고 지독한 정권” “참 잔인한 경찰” “참으로 못된 경찰”이라고 꼬집으면서 “언론인을,그것도 인륜지대사라는 결혼을 나흘 앞둔 PD를 약혼자의 집 앞에서 체포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폭거이자 반인륜적 수사”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이춘근 PD 체포,MBC 압수수색 시도에 이어 또다시 언론인에 대한 탄압이 강행된 것이다.도대체 이 정권이 이성이 있는 정권인지 묻고 싶다.”며 “여전히 잘못을 반성하지 않은 채 비판언론 잠재우기에 혈안이 돼 있는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적 행태를 강력히 비판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참으로 나쁜 정권이다.역대 어느 정권도 이렇게 방송사 PD를 무지막지하게 탄압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뒤 “정권을 잃었던 10년 동안 남몰래 기자와 PD를 손볼 궁리만 해왔다는 말인가.이명박 정권은 언론탄압의 화신으로 역사에 기록되려고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공중파방송 PD가 잘 나가는 사회고발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결혼식 사흘(사실은 나흘) 앞두고 잡아가는 언론후진국은 대한민국 외엔 없을 것”이라며 “제 아무리 독재 정권이라 하더라도 세상에 이런 식으로는 안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보도에 고의적인 오역이 있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전현준 부장)는 15일 저녁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김 PD를 체포했다고 밝혔다.김 PD는 이날 오후 7시55분쯤 결혼을 앞두고 인사차 시댁을 방문했다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글 /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영상 / 서울신문 나우뉴스TV 김상인VJ bowwow@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뉴스 다큐 시선] 도봉산 산악구조대

    [뉴스 다큐 시선] 도봉산 산악구조대

    서울 도봉산에 가면 다른 산에서 좀체로 보기 힘든 이들이 있다. 해발 650m 지점에 자리잡은 산악구조대, 전국에 3개뿐인 경찰산악구조대 중 하나다. 서울에선 북한산구조대와 더불어 등산객들의 지킴이 역할을 해 왔다. 상춘객들의 이어지는 이맘 때, 그들에겐 봄을 즐길 여유가 없다. 26년간 등산로에서 조용히 사람과 산을 지켜 왔을 뿐이다. 생명을 지키는 의무감과 끈끈한 동료애로 뭉친 그들이 ‘산에서 배워 사람들에게 베푸는’ 등정길을 따라가 봤다. 글·사진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산악구조대’라는 글씨가 새겨진 녹색점퍼 차림의 구조대원들의 순찰길을 따라나섰다. 구조대 산장에서 마당바위 쪽으로 가다 신선대로 방향을 트는 비교적 짧은 코스였다. 10분쯤 지났을까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대원들은 축지법을 쓰며 날아다니는 손오공 같았다. 다들 아무리 20대 초반이라지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고 발걸음은 마치 솜털 같이 가벼워 보였다. 세 갈래 길 앞에 다다르니 등산로를 벗어나 낙엽이 쌓인 좁은 길로 접어들었다. 인명을 구조할 때 이용하는 단축 루트라고 한다. 김준석(22) 대원은 “구조할 때 헬기가 뜰 수 있는 날은 절반밖에 안 된다. 대부분 우리들이 들쳐 업거나 들것에 싣고 119구급대가 있는 산밑까지 무조건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선대부터 주봉, 포대능선을 거쳐 사패산까지가 구조대의 영역이다. 하루 24시간 비상대기체제다. 도봉산은 대부분 암반과 기암절벽으로 돼 있어 안전사고가 잦은 편이다. 지난해만 해도 125명이 다치고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는 3월 현재까지만 17명이 다치고 3명이 숨졌다. 지난달 28일엔 1만 4245명이 방문해 하루 동안 구조 헬기가 세 번이나 떴다. 구조대원이라고 다치지 말란 법은 없다. 김병철(54) 대장은 “지난해 송추에서 신선대로 오는 길목에서 사고가 접수됐는데 우리 대원이 구조하러 뛰어가다가 돌 사이에 발이 끼어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가 골절됐다.”면서 “사람 구하기도 전에 대원들이 먼저 일 치르겠다는 생각이 번쩍 나더라.”며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전득주(45) 대장은 아침에 올라오면 근처 석굴암에 들러서 다치는 사람이 없게 해달라고 기도부터 올린다. 종교는 없지만 지난해 5월 도봉산으로 거처를 옮긴 이후 생긴 버릇이다. ●산에서 인생을 배운다 의경 신분이라 아직 어린 대원들은 산에서 인생의 첫 죽음을 경험했다. 홍기문(22) 대원이 겪은 첫 사망자는 아직도 그의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난해 5월 칼바위에서 떨어져 죽은 20대 남자다. 어려운 집안사정 때문에 결혼을 미뤄 왔다고 한다. 결혼할 때까지 약혼녀가 뒷바라지해 준 끝에 어렵게 취직했다며 좋아하던 얼굴이 떠올랐다. 이 남자는 약혼녀와 등산복을 맞춰 입고 다정하게 손잡고 도봉산을 찾았다. 가파른 암벽 앞에서 약혼녀를 산에서 내려가는 길로 먼저 보내고 혼자 바위를 탄 게 마지막이었다.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 돌아온 것이다. 이렇듯 죽음이 쌓여갈수록 그들은 삶을 배운다. “구조하면서 오히려 저희가 더 배웁니다. 삶에 감사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돼요. 산 앞에서 겸손해지기도 하고요.” 홍 대원은 순찰을 돌다 사망지점을 밟을 땐 이 곳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눈에 선해진다. 그럴 땐 영혼이 산을 맴돌지 말고 편한 곳으로 가시라고 잠시 두 손도 모아 본다. 대원들의 목소리는 하나 같이 차분하고 얼굴은 부처처럼 온화하다. 분초를 다투는 응급현장에선 나이가 서너배 많은 어르신도 그들의 등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리라. 산은 인생이다.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쉼없이 이어진다. 급한 맘에 성급히 추월하거나 준비없이 덤벼들면 사고가 나게 마련이다. 날이 궂은 날엔 오히려 사고가 적다. 노인들의 사고 빈도도 낮다. 험한 날엔 일부러 조심하고 노인들은 자신의 약점을 알기 때문이다. ‘등산 좀 했다.’고 자부하는 30~40대들이 잘 다친다. 사고는 순간이다. 대원들은 “산에선 1초도 만만히 봐선 안 된다.”라며 신신당부했다. 구조대원들에게 시간은 곧 생명이다. 때문에 ‘One for all, all for one(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의 정신이 강조된다. 고참이니 신참이니 하는 위계 질서는 중요치 않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로프처럼 단단히 엮여져 있어야 한다. 전득주 대장은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원을 뽑을 때 신체조건보다 인성을 더 본다.”고 소개했다. ●“등산도 경쟁의 장이 돼서 안타깝다” 조난 접수가 들어오면 실종자를 찾을 때까지 몇 시간이 걸려도 온 산을 헤매고 다녀야 한다. 김준석 대원은 “그럴 땐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제발 빨리 찾아서 구하게 해달라는 간절함 뿐이다.”라고 말했다. 구급장비가 담긴 20㎏짜리 배낭을 짊어지고 힘든 걸 느낄 새도 없이 뛰고 난 다음날이면 옴짝달싹 못한다. 등산객들이 봄꽃을 즐기는 쉼터가 그들에겐 촉각을 다투는 응급현장이자 삶의 배움터다. 사망자가 생길 땐 내 탓인것 같아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전 대장에겐 지난해 12월에 사망한 40대 여성의 경우가 그랬다. 영하 12도가 넘는 칼바람 추위에 해질 무렵쯤 만장봉에서 추락자 신고가 접수됐다. 전 대장은 “갈비뼈가 부러지고 머리를 심하게 다쳤는데 헬기 예열시간을 벌려고 미리 헬기 요청을 띄워 놓고 현장에 나선 사이 최종 결재를 기다리다 시간이 좀 걸렸다.”면서 “그날따라 사정상 헬기는 뜨지 못했고 구조대가 병원으로 옮겼지만 환자는 결국 숨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주5일제 이후 등산객이 급증했지만 등반 문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즐기는 게 아니라 남보다 앞서서 산 정상을 올라가기에 바쁘다는 지적이다. 전 대장은 “원래 우리의 산 문화는 ‘입산(入山)’이다. 굳이 정상을 밟지 않아도 물 좋고 바람 좋은 바위에 걸터 앉아 시 한 수 읋고 피리부는 풍류를 즐기는 쪽이었다.”면서 “그런데 서양식 산행 문화가 도입되면서 언제부턴가 정상탈환이 목표가 돼버렸다. 등반시간을 단축해야 된다는 생각에 산도 대결의 장으로 바뀐 것 같아 안타깝다.”며 멀리 산너머로 눈길을 돌렸다. ●몸짱·마음짱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등산로는 대원들에겐 생명길이다. 구조대에 들어오면 먼저 도봉산 등산로 지도를 그리고 읽는 법부터 배운다. 지난달 23일 입산한 막둥이 김수호(21) 대원은 아직도 등산 루트를 정확하게 외지 못했다. 마당바위~관음암~칼바위~신선대~포대능선 등 주 순찰 코스는 서너곳. 그러나 산악구조대원이라는 명함이라도 들이밀자면 등산로 수십 개를 훤히 꿰고 있어야 한다. 김 대원은 그러면서도 “사고 다발지역인 칼바위, 포대능선쪽은 자신있다. 순찰 때마다 앞장서서 가보곤 한다.”며 자랑했다.  등반대에 들어오면 3주 정도는 구조요청 접수, 응급처치 연습 등 실전에 투입될 준비를 한다. 대원들에게 주어지는 덤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단련되는 몸이다. ‘물살’로 입산해서 한 달이 지나면 배가 들어가고 6개월이 지나면 잔근육이 튀어 나오기 시작한다. 하산할 때쯤엔 다들 몸짱으로 변신한다. 자신만의 은신처도 생기게 마련이다. 홍 대원은 “마당바위로 가는 길목에 아지트가 있다. 사람들의 왕래도 적고 햇볕이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데다 바위가 험하지 않아 힘들 때면 찾곤 한다.”고 귀띔했다. 입산해서 처음 내려다 봤던 서울 야경에 푹 빠진 적이 있었다. 홍 대원은 “새까만 바탕에 별빛처럼 박힌 도심의 불빛을 보고 고참들에게 ‘절경 보고 왔습니다.’고 보고했더니 막 웃더라. 그것도 한달만 지나면 지겨워진다고.”라며 웃어 보였다.  하산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최고참 박서광(22) 대원 눈에 비친 산과 사람들의 모습은 어떨까. 박 대원은 “의외로 어른 같지 않은 어른들도 많다. 술이 취했거나 다투는 사람들, 불법취사를 하거나 인화물질을 소지한 이들까지. 안 된다고 말하면 막 대하는 분들도 많다.”며 씁쓸해했다. 의무경찰기간을 대충 때우라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박 대원은 “우리에게 ‘대충’이란 없다. 산에서 생명을 구하는 이들은 우리뿐이고 또 그 우리도 그 속에서 많은 걸 배운다.”며 힘주어 말했다. ■ 도봉산 산악구조대는 총8명 24시간 비상대기 26년째 ‘생명 지킴이’로 1983년 3월 북한산 인수봉에서 대학생 산악연맹 소속 7명이 암벽에 매달려 동사한 사고가 일어났다. 119구조대가 출동했지만 꽁꽁 언 로프 때문에 바위 아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이 비극을 계기로 북한산과 도봉산에 산악구조대가 생겼다. 24시간씩 교대근무하는 대장 3명과 대원(의경) 5명이 한 식구다. 도봉산 정상 선인봉 약 300m 아래의 암벽 밑에 위치한 구조대는 2003년 12월, 99㎡(약30평) 남짓한 아담한 단층 목재건물에 둥지를 틀었다. 침실 2개와 주방, 화장실을 갖췄지만 대원들은 그전까지 움막 같은 곳에서 쪽잠을 자야 했다. 물도 맘놓고 쓸 수 없었지만 지난해 11월 근처 샘(푸른샘)을 연결해 그나마 생활이 나아졌다. 대원들은 “이제는 등산객들이 언제고 방문해도 마음껏 물동냥을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1t짜리 물탱크와 정화조를 갖춰 도봉산 환경 문제도 해결했다. 이들의 하루 일과는 순찰로 시작해 순찰로 끝난다. 아침 6시30분쯤 일어나 끼니 때와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2인 1조로 짜여 무전기를 동반하고 순찰을 돈다. 하루 최소 7시간 이상을 산 속에서 보낸다고 한다. 구조대에 도착하면 마스코트인 혼혈 진돗개 ‘마초’가 먼저 맞아 준다. 앞서 자리를 지켰던 흑삽살이가 병으로 아쉽게 저 세상으로 간 뒤 들여온 녀석이다. 등산객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라 심하게 짖지는 않지만 눈빛이 날카로워 ‘마초’란 이름이 붙었다. 낯을 익히면 금방 짓궂게 달려드는 놈이다. 구조대를 힘빠지게 하는 것은 오래된 구조 매뉴얼과 부실한 현장 지원이다. 구조헬기는 소방방재청장의 최종 결재가 떨어져야 뜰 수 있다. 분초를 다투는 현장에선 가슴이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대장까지 6명, 소규모 살림에 의경 한 끼 부식비 1200여원은 빠듯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을 오르내리며 등산객들이 건네는 ‘수고하십니다.’ 한 마디, 도움받은 이들이 고맙다며 산 아래 맡겨 놓는 김치 한 통에 오늘도 대원들은 밤낮없이 도봉산을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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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전통의 현대화·재창조를 위하여/김창규 한국전통문화학교 문화재관리학과 교수

    [문화마당] 전통의 현대화·재창조를 위하여/김창규 한국전통문화학교 문화재관리학과 교수

    전통과 현대의 결합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 우리는 과거의 문화원형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양식을 ‘모던 오리엔탈’이라 부른다. 2007년 파리 이상봉의 한글 디자인 패션쇼가 큰 주목을 받았다. 한글을 변형시킨 디자인이 세계인의 감수성을 자극한 것이다. 최근에는 전통한옥의 정갈하고 소박하며 기품이 넘치는 느낌과 친환경적인 구조적 장점이 아파트 주거공간에 접목되어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전통한옥양식 중 하나인 내루(內壘)와 원(園)의 개념을 결합시키고 있다. 죽은 공간으로 있는 베란다를 한옥의 내루로 되돌려 차를 마시는 다실이나 아이들의 놀이터로 활용하고, 일정한 규모를 갖춘 양반가의 폐쇄된 담장 안에서나 존재했던 정원이 아파트라는 공동체의 열린 공간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한옥의 내부처럼 꾸민 병원의 진료실, 서까래와 적벽돌로 조화를 이룬 와인바 등 전통주거양식을 현대화시키려는 시도들은 지금 우리 주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전통문화의 보호정책은 그동안 엄격한 원형보존, 즉 원래의 양식을 변형시키지 말 것을 강조하여 왔다. 그러나 전통을 현대화시켜 대중을 설득하는 것, 즉 ‘모던 오리엔탈’이 지금 시대의 황금 금맥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생활예술로서 자리잡고 있는 다례, 꽃꽂이 등은 우리의 삶과 밀착되어 발전을 거듭하면서 예술의 영역으로 승화되어 왔다. 이들 생활예술은 쇠진·소멸의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나, 우리 삶과 전통생활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어서 체계적 보호와 육성이 필요하다. 정규의 학교교육과정에 우리의 생활예술교육을 포함시켜 발전시키고, 생활예술 전승자들이 정규 학교교육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생활문화는 우리들 삶 속에 형성·발전되어 온 것들로서 지역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지역의 환경에 바탕을 두고 발전되어 온 어로기술, 민간에 전승되어 오는 어린이 놀이 등이 그것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민속자료로 지정·보호되고 있지만, 엄격한 ‘지정제도’ 하에서 박제화된 원형유지 및 전승에 머물고 있어 지금의 보호방법으로는 그 창조적 전승이 불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보다 완화되고 유연한 방법으로 지역민의 삶에 뿌리내리고 확산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하며, 그 가운데 가치가 큰 생활문화는 국가차원에서 전국단위로 보급·육성해야 한다. 이와 아울러 지역민의 생활·생업 및 당해 지역의 풍토에 의하여 형성된 경관지 중 우리 국민의 기반적인 생활·생업의 특색을 표시하는 전형적이거나 독자적인 문화경관도 새롭게 조망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논과 같이 그 일부는 이미 ‘명승’으로 지정·보호되고 있지만, 우리의 일상 생활경관인 산촌경관, 어촌경관, 농촌경관의 보존과 활용은 여전히 미약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들 일상 생활경관의 보호와 활용방법을 개발하고, 이를 외국인과 도시민에게 제공함으로써 외부인은 당해 지역의 문화를 체험·공유하고, 지역민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21세기 문화트렌드인 ‘모던 오리엔탈’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전통문화교육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전통문화의 원형을 찾고, 그 원형을 재창조하여 활용할 수 있는 심화된 교육과정으로서 석·박사과정의 대학원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과정은 그렇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이와 아울러 ‘모던 오리엔탈’의 성장과 발전의 바탕이 되는 문화재의 파수꾼, 전문자격자의 배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문화재관리사 같은 새로운 국가자격제도의 신설이 기대된다. 문화재관리사는 전통문화의 원형을 발굴하고, 재창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김창규 한국전통문화학교 문화재관리학과 교수
  • 신용조회서비스는 ‘범죄서비스’

    신용조회서비스는 ‘범죄서비스’

    신용정보업체의 신용조회 서비스가 불법 대부업·카드깡 등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누구나 손쉽게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제도상의 허점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속수무책이다. 8일 H 신용정보업체의 영업부서에 전화했다. 유통업을 하는 개인사업자라고 한 뒤 “고용할 때 필요해서 그런데 타인의 신용정보를 열람하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관계자는 “팩스로 서류만 보내면 몇시간 안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 절차는 간단했다. 사업자등록증·개인인감증명서(법인은 법인인감증명서)·주민등록증 사본, 계약서(소정양식)를 팩스로 보내면 2~3시간 서류심사를 거친 뒤 신청인에게 아이디를 부여한다. 신청인은 나이스 크레디트(회원사 전용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조회하려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신용등급 등 금융정보 ‘술술’ 조회 건수에 따른 비용은 계좌로 이체하면 된다. 관계자는 “채무·신용카드 개설은 물론 신용등급까지 개인의 모든 금융 정보를 제공한다.”고 자랑했다. 지난달 26일 경찰에 대부업등록및 금융이용자 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위모(45)씨는 이같은 신용정보 조회 서비스의 허점을 악용, 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경우다. 위씨는 2007년 1월 노숙자 명의로 유령회사를 차린 뒤 신용정보 제공업체에 ‘타인 신용정보’ 조회 서비스를 신청했다. 고액 대출을 미끼로 꾀어낸 노숙자들의 신용정보를 조회하기 위해서였다. 조회 결과,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들 명의로 60여개의 유령업체를 세워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등록했다. 신용정보기관에 카드가맹점 모집업체로 등록하면 개인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120억여원의 허위 매출전표를 발행한 뒤 전표 금액의 4~5%를 수수료를 떼는 수법을 사용했다. 경찰은 이런 사례가 앞으로도 더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신용정보업체는 조회 건당 비용을 받기 때문에 회원사들이 조회를 많이 할수록 이득인 구조여서 불법영업을 하는 업체가 전국에 퍼져 있을 것”이라면서 “신청인의 재정 정보나 실제 신용정보 이용을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 등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범죄 막을 대안 없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행 법상 신용정보회사가 신용조회 때 본인 동의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없어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면서 “대안은 없다.”고 밝혔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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