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청산 부끄러운 과거와 현재] 1. 언론의 문제점
‘민족정기를 세우는 여야 국회의원 모임’의 친일파 명단 발표를 계기로 ‘친일파 청산’ 문제가 우리 사회의 커다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해방후 50여년 내내 친일 당사자들과 그 후손들의 교활한 방해공작으로 친일이란 부끄러운 역사는 여태껏 현재진행형의 과거로 남아 우리 민족의 혼을 갉아먹어 왔다.이에 일부 언론의 친일파 명단발표 보도 문제를 비롯 반민특위 실패,친일파 득세와 친일 청산운동의 계속된 좌절 등을 재조명하는 시리즈를 마련,뒤늦게나마 발동이 걸린 ‘친일반민족 행위에 대한 역사적 정죄(定罪)’추진력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친일파 보도 소모적 논쟁 흐른다.
83돌 삼일절을 맞으며 불거져 나온 ‘친일논쟁’이 일부언론의 강력한 반발과 맞물려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있다.‘부끄러운 역사 청산’이라는 의미는 뒷전인 채 몇몇 인사의 친일파 선정과 관련된 문제로 신문이 도배질되고 있는 것이다.또 의원들간 정쟁의 대상으로 몰고 가려는 듯한 불순한 의도도 엿보인다.
지난 달 28일 여야의원들의 모임인 ‘민족정기를 세우는국회의원 모임’의 친일파 명단 발표후 조선·동아일보는 두 신문사 창업주를 포함한 16인의 추가에 대해 ‘의원몇몇의 자의적 선정’‘정치·감정적 의도’ 제목과 함께시비를 걸고 있다.
이후 두 신문의 기사는 왜곡 및 과장보도는 물론 ‘초점흐리기식’보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이에 다른 상당수 신문들도 명단 발표 첫 날엔 ‘명단발표의 역사적 의미’쪽에 초점을 두고 보도하다가 이후엔 두 신문이 제기한 문제점에 덩달아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이러다간 헌정사상첫 현역 국회의원들의 친일청산 노력이 자칫 소모적 논쟁으로 흐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1일자 1면 머릿기사에서 ‘광복회,‘“정치적·감정적 처리”’,‘친일명단에 16명 임의추가 물의’란제목에서 보듯 16명 추가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3면에선 윤경빈 광복회 인터뷰 기사에서 ‘광복회가 선정한 명단,의원들 거부’‘친일행위엔 경중 따져야’ 등 의원들이 광복회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막상 윤 회장은 다른 신문들과의 인터뷰에서 “발언이 왜곡됐다.단지 ‘친일파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어선 안된다.’는 입장을 말했을 뿐 16명 추가와는 관련이없다.”고 말해 조선일보의 ‘광복회,“정치적·감정적 처리”’란 1면 머리기사 제목은 과장됐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조선일보는 또 발표를 주도한 ‘민족정기모임’ 소속 의원들중 기자회견에 참석한 의원과 참석하지 않은 의원,광복회 심의위원과 민족정기모임 자문위원 명단을 구분해 실어 ‘편’을 가르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동아일보는 1일자 1면에 ‘광복회 “자의적 선정” 유감표명’이란 머리기사를,3면에 ‘공 무시-과 부각’ ‘끼워넣기’란 해설기사와 윤경빈 광복회장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또 ‘민족정기모임’소속 일부 의원들의 입을 빌려 이단체가 공정성을 놓고 내부마찰을 빚고 있는 양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특히 인터뷰기사에서 “인촌 김성수 선생 등반민특위의 명단에 없었던 사람을 포함시킨 것은 문제 아닌가?”라고 질문,“부통령을 지내고,최고훈장을 받은 사람을 친일반역자 명단에 포함시키면국체를 부인하는 꼴”이란 답변을 받아내 창업주(김성수)변호에 지나치게 집착하려는 듯한 태도를 드러냈다.
또 2일자 1면에 ‘공개반대 의견 묵살당해’‘일부의원“서명 안했는데 이름 도용” 주장’이란 기사를,‘누가친일파인가?’란 사설,3면에 ‘친일명단 작성 참여자 명의도용 시비’ 및 ‘김희선-서상섭의원 명단발표 주도’ 등의 기사를 실었다.모두 이번 명단발표를 두고 의견을 달리했던 몇몇 자문위원들과 국회의원들의 말을 발려 분란과갈등을 조장하려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기는 기사들이다.
대한매일 한겨레 한국일보 경향신문 등은 1일자에선 친일명단 공개 내용과 의미 등을 1면를 비롯한 3∼4개면에 상세히 보도했다.특히 대한매일과 한겨레는 708명 전원의 명단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으며,한국일보는 사설을 통해 ‘친일 행위의 역사적 단죄’를 적극 주장했다.그러나 2일자에선 ‘친일 공개 왜곡 논란’(대한매일),‘“조선·동아보도 사실과 다르다.”’(한겨레),‘“정치적 선정이라고말한 적 없다.”’(경향신문),‘윤경빈 회장 “일부 언론서 왜곡보도”’ 등 모두 조선 동아의 보도에 대한 반박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한편으론 소모적 논쟁에 휘말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명단 발표는 광범위한 친일실태를 밝히는 1차 신호탄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언론은 일부의 반발문제에 매달리지 말고 친일파 청산의 의미 조명과 함께 이번에 빠진 친일파의 추가 문제,친일인사들이 오히려 ‘민족선각자’로 잘못 인식돼온 것을 교과서 개정등을 통해 바로잡는 작업 등을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
■佛 나치 협력자 숙청때…언론 더 가혹하게 처벌.
일부 언론들이 국회의원들의 ‘친일명단’ 발표에 대해‘공(功)은 깎아내리고 과(過)만 부각한다.’‘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두 언론사 창업주가 포함된 데 대한 신경질적 역습이다.
그러나 2차대전후 프랑스의 반역자 숙청 실상을 보면 언론이야말로 반민족 행위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전후 프랑스의샤를 드골 대통령은 99만여명의 나치 협력자를 투옥했으며 그 중에서도 사회 지도층,특히 언론인을엄하게 다스렸다.
종전직후 나치협력 언론인을 가장 먼저 심판대에 올렸으며,법원은 ‘히틀러의 나팔수’를 자임했던 파시스트 언론인보다 독일 점령후 뒤늦게 나치 선전원으로 전락한 ‘매춘 언론인’을 더 가혹하게 다루었다.
신문 ‘오늘’의 사장 쉬아레스,‘신시대’신문의 장 뤼세르 사장 등 6명이 처형됐으며,관련 언론사도 모두 문을닫아야 했다.900여개 신문·잡지 가운데 649개가 폐간되거나 재산을 몰수당했다.
드골은 훗날 회고록에서 “언론인은 도덕의 상징이고,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제일 먼저 죄를 물었다.”고밝혔다.
임창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