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김호철총장 체육대회중 머리다쳐 급서
◎“과학계 큰별 잃었다” 충격… 애통/한국의 MIT 만들려 애썼는데… 애도/핵물리학 분야 뛰어난 논문 40편 남겨
【포항=이동구기자】 한국과학계의 거목 김호길포항공대총장이 30일 교내체육대회에 참가,젊은이들과 어울려 운동을 하다 머리를 다쳐 별세했다.
올해로 예순하나,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학문만큼이나 젊고 풋풋한 삶의 모습을 후학들에게 보여오던 김총장….언제나 그랬듯이 이날도 그는 한국의 MIT를 목표로 정열다해 가꿔오던 그 학교 운동장에서 젊은이들에 앞서 미래를 향해 내닫다 운명을 달리한 것이다.채 영글지 못한 「과학입국」의 꿈을 남겨둔채.
김총장은 이날 학교에서 열린 제5회 산학연체육대회에서 교수·연구진 및 교직원들과 함께 「발야구」경기 선수로 뛰던중 홈베이스로 달려들다 운동장옹벽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쳐 인근 성모병원으로 옮겼으나 11시40분쯤 뇌출혈로 숨졌다.
속사포로 쏟아내는 열변,털털한 모습,줄줄이 읊어대는 한시구절등…과학자로서는 보기드문 풍모를 지닌 김총장이 별세했다는 소식이알려지자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은 「국가적 손실이요,나라의 보배를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85년 학교설립작업에서 부터 시작,오늘의 포항공대가 있기까지 천리 먼길 서울출장도 귀찮은 줄 모르고 매달렸다.한국과학계의 숙원인 방사광가속기 건설사업도 그가 맡아 올해안에 완공시키려 진력해오고 있었다.
그는 물리학자로서도 학계의 큰별이었다.전공인 입자가속기의 핵물리학분야에서 뛰어난 40여편의 논문을 남겼다.56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뒤 영국 버밍엄대학에 유학,이 학교 개교이래 처음으로 3년만에 박사학위를 받아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었다.
유향인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한학에도 조예가 깊어 「난사」라는 한시동우회를 만들어 전부총리 조순박사,김용직 서울대교수,이우성 전성대교수,김종길시인등 이 시대의 「선비」들과 교류를 갖고 어울려 한시를 논했으며 지난해에는 「자연법칙은 신도 바꿀수 없지요」라는 수상집을 내기도 했다.
조순박사는 『김박사는 교육가요, 과학자로서 뛰어났을뿐 아니라 이상이 높았던 분』이라며애도했으며 후배인 서울대 물리학과 김제완교수는 『전공분야인 핵물리학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였을 뿐만아니라 한국 과학계의 카리스마적인 존재였다』고 말했다.
김박사의 유족으로는 부인 권봉순여사(58)와 아들 정호(34·미 덴버대 기계과 교수)·녕호씨(33·미국 금융회사 부사장)및 딸 윤경씨(30·뉴욕의대 교수)등이 있고 최근 한동대 총장으로 내정된 김영길박사(전 과기원 재료공학과 교수)와 형제 과학자로 우애가 남달랐다.한편 포항공대는 학교강당에 분향소를 마련했으며,오는 4일 장례식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