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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자연 안내서 2권

    어깨에 내리꽂히는 일상의 무게가 천근만근이라면? 보리밭길을 걸어가본다.땀 한말을 흘려야 한다는 보리타작 마당앞에서 생활의 짐쯤이야 초개처럼 가뿐해질지도 모른다. 안팎으로 스트레스받아 폭발 일보직전일때 솔숲사이로 숨어드는 것은 어떤가.송정(松亭;솔밭속 정자)에 기대앉아 송도(松濤;솔숲에 이는바람소리)에 몸을 맡기면 머리끝까지 치솟던 불기운이 송홧가루에 분분히 날아가버릴 터. 콘크리트 빌딩숲에 갇혀 하루하루 연명하는 당신에겐 꿈같은 얘기일지 모르겠다.하지만 책은 때로 꿈을 안방으로 끌어들이는 마법사.‘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농작물 백가지’(이철수 지음·이원규사진·현암사 펴냄)와 ‘소나무’(정동주 지음·거름 펴냄)는 아랫목에 배깔고 누워 우리 자연속을 한껏 거닐게끔 도와주는 안내자들이다. 제목만 보고 ‘…농작물 백가지’를 원예이론서 정도로 여기면 오산. 벼,보리에서 참깨,파,우엉,땅콩,아주까리까지 스물다섯종 농작물을꼭지삼아 풀어놓는 이야기는 고스란히 우리 민족의 논밭둑·부뚜막문화,삶의 자취에 대한기록으로 연결된다.아스라해져가는 농경민족풍속사의 복원인 셈. 첫장인 ‘벼’를 들춰보자.골수 미식(米食)권 민족은 쌀뜨물조차 버리는 법이 없다.초벌은 돼지몫,두번째는 시레기 국물용.어쩌다 밥에서 돌을 씹어도 할머니가 “장군감”이라고 추켜세우니 우물우물 씹어야 했다. 못살던 시절 먹거리 얘기엔 늘 궁기가 따라붙기 마련.‘보릿고개’그늘은 여기도 짙다.그렇지만 바라보는 눈길만은 비참하지 않다.보리숭늉도 못드신 어머니가 칭얼대는 아이에게 누룽지 한쪽 얼른 긁어주는 온기가 있고 이농사 저농사 죄다 잡쳤으되 씨뿌린지 일주일만에쏙 고개내미는 메밀밭의 해학도 있다. 지은이는 덕유산 자락에 터잡고 우리 작물을 재배중.보리엿 고는 정경,사카린에 삶은 감자,찬우물속에 풍덩 넣어둔 김장김치,사내들 오줌만 퇴비로 쓰는 고추밭 얘기 등엔 체험이 그대로 녹아있다. ‘소나무’는 우리민족 심성 밑바닥에 솔과의 유대감이 얼마나 뿌리깊은지를 주장한 예찬서이자 소나무 백과사전.솔과 같이한 한국인의생사가 그대로 책한권을 관통한다.소나무 집에서 솔갈비를 태워빚은송기떡을 먹고,솔껍질로 춘궁기를 이겨내온 한국인.밤엔 관솔불을 켜고 죽을때도 소나무관에 든다.시조를 읊조리고 세한도같은 그림을 칠때,정신과 예술세계까지 솔에 내줬다. 책은 솔에 얽힌 아름다운 말의 보물창고기도 하다.송단(松檀)은 솔이 서 있는 낮은 언덕,송영(松影)은 솔그림자,송창(松窓)은 소나무 비치는 창…. 사진작가 윤병삼이 국토 곳곳에서 담아낸 솔들은 우람하고,아름답고때로 신령스럽다.그 시원한 눈맛만으로도 피로감이 싹 가실듯. 손정숙기자 jssohn@
  • 2차 남북이산상봉/ 북측 방문객 서울 인상기

    북측 방문단은 반세기 만에 만난 혈육의 모습은 그래도 알아볼 수있었지만 옛 서울의 모습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특히100명의 방문단 중 20명은 고향인 서울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1일 개별 상봉을 마친 남측 가족들은 북에서 온 가족들이 서울의 변화상에 놀라워 하면서도 매연 등 공해 등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서울 경복중학교에 다녔던 정재갑씨(66·평양 김형직 군의대학 부교수)는 “어린 시절 성동구 신당동 장충단공원 인근에 살았던 기억이난다”면서 “어젯밤 상봉장으로 이동하면서 잠깐 본 서울 거리는 옛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재경씨(65·김책공업종합대 강좌장)는 “서울은 공기가 탁해 머리가 아팠다”면서 “거리에 번쩍거리는 불빛이 많아 어지러웠다”며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북측 방문단은 “서울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면서도 “정신력만큼은 똘똘 뭉친 우리보다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한 음식 중에서 김치 맛은 그대로라는 게 북측 방문단의 평이다.종로에서 태어난 홍성표씨(67)는 “역시 김치 맛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면서도 “남조선 음식은 달고 기름지고 북조선 음식들에서는 맡을 수 없는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조현석 홍원상기자
  • [먹거리 축제를 찾아서] (21)북제주 당근 맛축제

    제주산 당근은 요즘이 가장 물이 오를 때다.곱게 씻은 날당근을 한입 배어물면 신선한 담홍색 즙향이 입안 가득 차온다. 특히 북제주군산 당근이 크고 부드럽고 즙이 많아 유명하다. 북제주군수가 인증하는 우수 특산품인 북제주군산 청정 당근이 서울땅에서 먹거리 축제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북제주군과 당근주산지의구좌농업협동조합은 지역산 당근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2∼3일이틀동안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에서 ‘당근 맛축제’를 열기로 했다. 참가자들에게는 500g짜리 당근 1만5,000개를 무료로 나눠주고 과연맛이 어떤가를 알 수 있게 공개 시식회도 가질 예정이다.이날 오후에는 제주출신 연예인들과 함께 소비자들을 상대로 ‘당근 요리교실’과 ‘당근요리 만들기 경연’도 연다. 주요 요리로는 당근을 소재로한 케익,빵,만두,떡,튀김,깍두기,물김치,조림 등 11종이 선보여진다. 군과 농협이 이 축제를 계획한 것은 북제주군이 전국 당근 생산면적의 25%인 1,330㏊에서 전국대비 32%인 연간 5만5,000t의 당근을 생산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당근주산지이고,당근이 우리 몸과 건강에 좋은 식품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식품학자들에 따르면 당근의 적황색 색소에는 ‘베타 카로틴’이라는,생리성분이 다량 함유돼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등 항암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의 한 의학단체도 96년 ‘베타 카로틴’이 인체내 면역체계가암세포를 정확히 찾아내 파괴하는 것을 도와준다고 밝힌 바 있다. 당근은 또 칼로리가 낮아 비만예방과 치유를 위한 다이어트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식품전문가 유태종 박사(전 고려대교수)는 “당근 한뿌리에는 단백질 1.2%,당질 6.1%,무기질 1.1%,섬유질 1%가 들어있어 변비예방과 콜레스테롤 및 중금속 배설 촉진효과가 크며,칼슘·인·철·칼륨 등이포함된 우수한 알칼리성 식품이어서 한방에서는 홍역·빈혈·저혈압·야맹증 등에 좋다고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근 구입상담은 북제주군 산업경제과(064-741-0384)나 구좌농업협동조합(064-780-1136)으로 하면 된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 문화부, 내년 하반기 지원 축제 선정

    문화관광부는 부산자갈치축제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등 5개의 집중육성축제를 포함,2001년 하반기 지원 대상 문화관광축제 16개를 선정했다고 29일 발표했다.문화부는 올해 24개 지역축제에 16억5,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지역축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95년부터 반기별로 문화관광축제를 뽑고 있다.선정된 문화관광축제는 보령머드축제(7월14∼20일),고성공룡나라축제(8월2∼5일),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8월10∼19일),무안연꽃축제(9월2∼5일),금산인삼축제(9월14∼23일),영동난계국악축제(9월말),통영나전칠기축제(9월30일∼10월3일),김제지평선축제(9월말∼10월초),풍기인삼축제(9월말∼10월초),양양송이축제(10월초),화성문화제(10월7∼13일),부산자갈치축제(10월11∼15일),광주김치대축제(10월17∼21일),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10월중),익산보석축제(10월중) 등이다.
  • [구청장 25시] 鄭永燮 광진구청장

    29일 오전 8시30분.정영섭(鄭永燮) 광진구청장은 출근하자마자 서둘러 간부회의를 시작했다.오늘따라 챙길 것이 더 많다.중점 토의사항은 ‘따뜻한 겨울 보내기’ 행사.간부들마저 10시까지 계속되는 회의에 지치지도 않는지 의견을 수북이 쏟아놓는다. 회의를 끝낸뒤엔 곧바로 구청광장에서 제설대책본부 발대식을 주재했다.광진구는 서울 동부의 교통 요충지이면서 한강다리가 6개나 있어 제설대책이 특히 중요한 실정이다.염화칼슘 배치상황과 출동태세를 점검하고는 다시 구의2동 아차산경로당으로 향했다. 이날 개관한 아차산경로당은 정 구청장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 전국에서 최초로 노인전용 정보화교육장을 갖춘 최첨단 복지시설이다.지난해 서울시로부터 따뜻한 겨울보내기 최우수구로 선정돼 받은 상금을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 경로당을 짓기로 하고 3층짜리 건물을 마련한 것.특히 이곳 3층에는 최신형 컴퓨터 21대,대형 LCD프로젝터,초고속 인터넷전용망 등이 갖춰진 노인전용 컴퓨터교육장이 들어섰다. 예순아홉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컴퓨터에 빠져들어 틈만나면 사이버 세계를 드나들고 있는 정 구청장은 이날 개관식에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노인들에게 컴퓨터가 전혀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사실 정 구청장의 노인사랑은 남다르다.그래서 노인복지 아이디어도 다양하다.지난 96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노인복지카드는 각 자치단체가 앞다퉈 벤치마킹한 바 있으며 야쿠르트 배달사업,가정도우미 제도,사랑의 손잡기 결연사업,밑반찬 배달사업,치매상담센터 운영 등다양한 경로사업으로 사회단체로부터 두차례 삶의 질 향상 최우수단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경로당에서 노인들과 국밥을 들고는 다시 능동 어린이회관으로 가‘사랑의 김치 담가주기 행사’를 벌이고 있는 새마을부녀회 회원들을 격려했다. 오후 1시 구청에 들러 밀린 결재를 마친 뒤 2시부터는 능동사무소에서 주민들과 ‘무엇이든 함께 터놓고 이야기합시다’라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주민들이 동사무소가 문화복지관으로 바뀐 뒤 문화프로그램은 많아져 좋지만 민원서류 발급시 구청까지 가야 해 불편하다고 하자 정 구청장은 ‘중계민원제’를 도입하고 4개동씩 묶어 생활민원을 처리하는 ‘권역별 빨리 처리반’도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인근 구의1동에서 한차례 더 주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뒤노을을 뒤로 하고 청사로 돌아온 시각은 오후 5시 30분.하지만 주민민원사항을 검토하느라 그의 집무실은 9시가 다 돼서야 불이 꺼졌다. 김용수기자 dragon@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25)유배지의 한 끼니

    *'별사탕'과 함께 나온 건빵 최고의 간식거리로. 훈련병 시절에는 말할 것도 없고 기간사병이 된 이후에도 교육을 받을 기회가 생기는데 보통 때에는 군대의 세 끼니를 지겨워하던 녀석들도 꼭 피교육자 신세가 되면 두 가지 병이 돋힌다.하나는 앉으면저절로 눈이 감기는 조름병이요 둘은 주는 대로 먹기는 했지만 식사를 하자마자 시작되는 허기증과 배고픈 병이다.이 허기증은 먹어도먹어도 끝이 없어 교육 기간이 끝날 때까지 뭘 배워야할 내용은 들어오지 않고 온통 먹을 것 생각만 하다가 끝난다.전쟁을 다룬 소설이나영화에서도 먹는 타령은 세계 공통이다. 대개 훈련병 시절이나 재교육 기간이나 기다려지는 게 주말의 면회시간인데,모두들 잔뜩 벼르다가 식구나 친지를 만나는 자리라 우선반가운 인사는 대충 치워 버리고 그들이 들고 온 보퉁이에만 정신을판다.갈비며 불고기는 초창기의 일이고 몇 차례 거듭되다 보면 가족들도 눈치가 있어서 허드레일지언정 부피 많고 양 많은 것으로 싸오기 마련이다.시루떡 인절미 같은 떡에서 전붙이와 호빵 만두 김밥 심지어는 찐고구마 등속인데 이런 것들을 잔뜩 먹고나서 허리춤에 싸들고 들어온다.숨겨 들여오는 음식을 전우들에게 나누어 주는 경우도있겠지만 대부분은 침상 밑에 감추어 두고 혼자서 배고플 때 야금야금 먹어 치우려는 속셈에서다. 교육 기관의 하사관들도 모두 이런 사실을 알고 있어서 몇 가지 기합으로 통과의례를 준비해 둔다.우선 내무반에 들어서자마자 신고도 받지 않고 ‘쪼그려 뛰기’부터 실시한다.몇번 뛰지 않아서 허리춤에차고 온 먹거리들이 툭툭 떨어지고 즉각 압수 처리된다.전우애를 발휘시켜 주기 위하여 다른 소대원들에게 분배되는 건 물론이다.그리고면회자는 거의 절반 정도가 이튿날 배탈이 나거나 설사로 훈련에 지장을 주기가 십상이고 그대로 취침 시켰다가는 위경련이나 급체로 위생실에 실려가는 사고도 발생하기 마련이라 특별한 기합이 준비되어있다.즉 ‘침상 배치 붙어’라는 동작이 실시된다.이층 침대의 끝에다리를 대고 물구나무 서기를 시키는 것이다.아까 면회실에서 열을맞추어 귀대할 때부터 벌써 허리띠를 제대로 채운 놈이 하나도 없고모두들 목구멍에까지 음식물이 차오른 느낌으로 헐떡거리며 바지는배꼽 아래 간신히 걸려있는 판인데 아! 거꾸로 서라니,용코로 걸린셈이다.참지못한 어느 병사가 먼저 꾸역꾸역 토해내면 그 냄새와 전염으로 참고있던 녀석들도 줄줄이 내놓아 버린다.물론 일어선 다음에 귀잡고 뺑뺑이로 마지막까지 반납하고 나서야 통과의례는 끝난다.즉각 내무실을 청소하고 일주일 동안 화장실 청소까지 전담해야만 했던 것이다. 군에서는 가끔 발생하는 일이지만 내가 훈련 받을 때에도 과식 사고가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비상식량으로 건빵이 나왔는데 별사탕이 섞여있고 아삭아삭하게 구운 것이 밥 보다더 맛이 있었다.이것을 기간사병들에게 돈 주고 사거나 지급 받은 물품과 바꿔 먹기도 하였다.어느 훈련병이 무려 다섯 봉지를 구해다가낮에는 다른 녀석들 시선 때문에 먹지를 못하고 취침 시간에 개인 침낭 안에다 몽땅 털어 넣고 오물오물 먹기 시작했다. 그런 짓은 나도 가끔 해보았고 나중에 사회에 나와서도광주에서 10. 26 직후에 계엄법 위반으로 상무대 감방에 갇혀 있을 때에 겪은 적이있었다.내 독자라는 헌병이 가끔씩 요기 하라고 건빵 한봉지 씩을 주었는데 주위에 몇 알씩 나눠 주고나서 담요를 둘러쓰고 건빵을 한알씩 넣고 천천히 씹어 먹었다.아무리 조용하게 먹으려 해도 와삭거리는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마치 천둥 소리 같았다. 그 병사도 남들이 모두 깊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먹기 시작했음에틀림없을 것이다.하여튼 와사삭 와사삭 씹어서 그 건빵 다섯 봉지를새벽녘에 모두 해치웠건만 취침 시간에 화장실을 가도 신고를 해야되는 터에 물을 마실 재간은 없었나 보다.건빵이 비상 식량인 것은뱃속에 들어가면 몇배로 불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위장은커녕 식도가 꽉 막힐 수 밖에.그래서 한 젊은 병사는 행복하게 숨을 거두었다. 나의 유년 시절은 전쟁 기간이었다.아니 태어나서 얼마 후에 해방이되어 미군이 들어왔으니 미제 먹을 것에 대한 선망과 추억이 어린 나를 온통 사로잡고 있었다.환상적인 갖가지 색깔의 드로프스가 그렇고묘한 향내나는 젤리에 형용할 수 없이 혀끝을 사로잡던 초코렛이며츄잉껌이 그랬다.그리고 무엇 보다도 이 모든 것들이 골고루 들어있던 시레이션은 천국의 선물이었다. 전쟁 직후에 농촌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보리 개떡에 밀기울이 고작이었건만 그래도 도회지에는 미군부대가 있어서 아무리 양식이 떨어져도 학교에 가면 우유죽도 나오고 옥수수죽도 배급했다.시장 모퉁이에서는 ‘꿀꿀이 죽’이 언제나 끓고 있었다.미군 부대에 청소원으로 나가는 이들이 음식 쓰레기를 내다가 파는데 성한 고깃덩이나 빵이나 통조림 음식은 좀 더 값을 쳐서 팔고 이것 저것 합쳐서 내버린 음식 찌꺼기들을 한데 몰아서 무조건 끓이는 것이었다.이게 단돈 십원이었다.시장 장사치에서부터 지게꾼이며 아주머니며 아이들까지 균일하게 십원 한 장이면 한 그릇씩 퍼 주었다. 형편없는 콩나물 소금국만 마시다가 월남 파병에 끼어 배를 타자마자미군의 급식을 받게 되면서 저 황홀함이 되살아나던 것이다. 스테이크에서 포오크며 닭과 칠면조에 이르기까지 온갖 고깃덩이와 케이크후식으로 주던 캘리포니아 도장 박힌 오렌지의 맛은 전쟁터로 간다는두려움을 대번에 날려 보낼 정도였다.야전에 나가서는 시레이션이 나왔는데 우리가 먹던 것은 이차대전 때의 보급 전형이고 당시는 개량형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 두 번이지 나중에는 모두가 질려서 김치 생각만 하게 되었고 이 틈을 탄 군납업자들이 케이 레이션이란 국산 야전식을보급하게 되었다.고추장,멸치볶음,김조림,꽁치와 고등어,김치 등속의깡통이었는데 이것들과 미제 레이션 깡통의 프랑크푸르트 소시지 햄등속을 넣어 찌개를 끓여서 탄약 통에 밥을 해먹었다.나중에 베트남전쟁이 끝난 지 얼마 뒤부터 경기도의 기지촌 부근에서부터 처음에는 미국 대통령 이름을 딴 ‘존슨탕’이네 ‘카터탕’이네 하면서 미제 깡통 고기와 김치며 면을 넣은 찌개가 나와 돌더니 아예 ‘부대찌개’라는 어엿한 이름을 달고 일종의 퓨전요리로 정착하게 되었다. 이 찌개는 일찍이 내 목숨을 살린 적이 있어서 요새도 소주 반주하며 즐겨 먹는다.바탄간반도 작전이라는 데를 끌려 갔는데 우리는 운좋게 해안방어 소대라상륙부대의 후미에서 베이스캠프만 지키고 있었다.가끔씩 밤에는 적의 박격포나 로켓포가 날아들었지만 낮에는 평온한 해수욕장 같은 곳이라 단독무장도 풀고 아주 기합이 빠져서 벙커에서 그야말로 ‘해골만 굴리고’ 있었다.취사당번이 내 차례였는데밥과 찌개를 실탄 통에 담아서 불을 지펴 놓고 뒤가 무둑해서 야전삽을 들고 볼일을 보러 모래언덕 위로 갔다.그곳은 우리네 벙커 보다지대가 높아서 나쁜 냄새가 해풍에 불려 날아가는 지점이라 소대원들이 정해 놓은 장소였다.자리를 잡고 먼 바다를 내다보며 느긋하게 볼일을 보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돌아보니 찌개가 넘치고있는 중이었다.실탄 통은 처음에만 뚜껑을 닫고 일단 끓기 시작하면얼른 열어 주어야 하고,만약 그대로 두었다가는 고무 바킹이 열리면서 찌개가 사방으로 터져 나가던 것이다.아뿔싸,저걸 열어야겠구나. 나는 얼른 바지를 올리고 바삐 모래언덕에서 뛰어 내려오는데 어디선가 귓가에 쌔액!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나는 야전에서의 본능대로 얼른 아래로 미끄러져 슬라이딩을 하면서 엎드렸다.꽝,하는 폭음과 함께 화약 연기와 모래가 나를 덮어 씌웠다.한참이나 엎드려 있다가 말짱하게 일어나서 돌아보니 모래 언덕은 없어지고 거기 엄청난 구덩이가 패었다.해상에 떠 있던 함정에서 밀림으로의 지원사격이랍시고 함포를 오폭해버린 것이다.물론 구원 받지 못한 찌개도 뒤이어 터져 버렸다. 황석영
  • “탈북 외로움 김치로 달래세요”

    “홀로 사는 탈북자들의 외로움을 달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어요” 한국자유총연맹 회원 부인들이 29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안 자유총연맹 서울시지회 앞마당에서 홀로 사는 탈북자를 위한김치 담그기 행사를 가졌다. 마당 한쪽에는 소금에 저려둔 5t 트럭 2대분의 배추 5,000여 포기가산처럼 쌓여 있었다. 여성회원 100여명은 고무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른 채 분주하게 움직였다.며느리도 봤을 듯한 50대의 아주머니들은 능숙한 솜씨로 배추속을 가르고 멸치젓,생새우,쑥갓 등으로 버무린 양념을 집어 넣었다. 포기마다 정성을 가득 담아 이쁘게 갈무리했다. 이날 담근 김치는 다음달 5일 북한이탈주민후원회를 통해 혼자 사는탈북자 400명과 독거노인 및 소년소년 가장 100명에게 전달된다. 이은규(李銀珪)여성회장은 “한사람에게 6포기씩밖에 돌아가지 않겠지만 따뜻한 이웃의 정을 전하고 싶어 정성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지회 이재석(李在錫)부장은 “역경을 뚫고 월남했으나 넉넉지못한 살림에다 가족도 없이 혼자 겨울을 지내야 하는 탈북자들의 처지가 안타까워 행사를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이같은 행사를 자주 갖겠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쌈짓돈 창업 뭘해야 짭짤할까

    경제위기에 분연히 일어나 강하게 대처하는 이들은 다름아닌 주부들이다.최근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창업·부업전선에 나서는 주부들이늘고 있다. 전업 주부들의 창업 조건은 대부분 열악한 편이다.자본금은 2,000만원∼1억원 안팎이며 사업아이템은 모호하고 자신감이 부족하며 인적 네트워크와 정보에 약하다.그러나 ‘쌈짓돈’으로 성공한주부들도 많다.이들의 창업성공 사례와 관련 정보들을 모았다. ◆무점포 택배업 고기,생식,생수,쌀,김치 등은 점포없이 배달만으로수익을 올릴 수 있는 무점포 택배사업이 가능한 품목들이다. 이 가운데 양념육류는 냉장고,전화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하고 다른품목에 비해 포장이 1㎏단위로 가벼워 여자가 배달하기에도 무리가없다.무점포 택배업은 가맹점비도 150만∼500만원으로 초기 투자비용이 적다. ◆자신만의 노하우 활용 친정아버지가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주부 문경화씨(31)는 의약분업이 실시되자 유니텔에 1,000여가지 약에 대한설명과 복용방법 등을 제공하는 유니약국(go pam)과 약을 이메일로주문받아 택배로배달해주는 사이버약국(www.pharmdata.co.kr)을 개설했다.각각 지난 6월과 7월에 만들었다. 아직 초창기인만큼 월수입은 100만원 정도로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앞으로 사업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아기들이 잠든 새벽시간을 이용해 학원을 다니면서 인터넷을 배워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었다는 문씨는 “처음 PC통신사에 사업제안서를 쓸 때는 과연 채택될까 의심스러웠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정보를 가졌는가”라면서 “다른 주부들도자신만의 노하우를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전공인 식품영양학을 응용,재래식 된장을 택배로 배달해주는 콩전문사이트(www.cofood.co.kr)를 만든 유미경씨(39)는 본인이 슈퍼에서파는 된장맛에 불만을 느껴 전국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좋은 전통된장을 만드는 업체를 찾았다.사이트 개설 두달만에 회원수가 500명으로 늘어나 다음달이면 2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대전창업보육센터에 회사를 차린 유씨는 “창업환경이 좋아져 누구나 한가지 능력만 있으면 인터넷과 접목시켜 창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전문가 조언 여성을 위한 창업전문사이트 사비즈(www.sabiz.co.kr)의 최미라(30) 실장은 창업의 가장 중요한 점은 ‘자본’이 아닌 ‘사업 아이템’이라며 아이템 발굴법으로 ▲기존 시장 분석 ▲관련 동향 리스트화 ▲최신 정보와 유행 파악 ▲확실한 네트워크 활용 등을들었다.최 실장은 “주부들이 창업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력자가 필요하다”면서 “가족,친지,친구들의 전문성을 자신만의 아이템으로 충분히 활용하라”고 말했다. ◆각종 창업강좌 및 훈련정보 한국여성벤처협회는 30일까지 서울 숙명여대 멀티미디어센터에서 사업계획서 작성,법률상식 및 세무·회계실무, 특허정책,성공사례 등으로 구성된 창업강좌를 무료로 열고 있다. 서울시의 여성발전센터(women.metro.seoul.kr)는 월 1만원의 수강료로 각종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남부여성발전센터(www.nambuwomen.seoul.kr)는 다음달 12일까지 자수기능사,헤어디자인,한식조리사,제과제빵기능사,워드프로세서 등의 기술교육생을 모집하고 있다(02-802-0922).북부여성발전센터(happywoman.org)도다음달 6일부터 피부관리,도배,산모도우미 등의 기술교육생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02-972-5506∼8).서부여성발전센터(02-2607-8791)와 중부여성발전센터(02-719-6307)도 다음달 4일부터 교육생을 뽑는다. 윤창수기자 geo@. *양념 돼지갈비 택배업 김재금씨. “일단 자기가 먹어보고 틀림없이 맛있을 때 시작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지난 7월 친구네 피자가게 귀퉁이에 냉장고 한 대를 놓고 체인점 본사로부터 양념돼지갈비 등을 공급받아 배달하는 무점포 택배업을 시작한 주부 김재금(39·서울 강북구 수유동)씨.사업이 날로 잘 돼 지금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상가에 6평의 점포를 열고 있다. 김씨는 가맹점비 250만원,초기물품구입비 80만원,배달용으로 할부 200만원에 구입한 경차 아토즈로 사업을 시작했다.총투자비는 가게보증금 500만원과 시설비 100만원을 포함, 1,130만원이 들었다. 창업 첫달인 7월에는 50만원을 벌었고 다음달부터는 평균 100만원의수익을 올렸다. 점포를 연 지난 10월에는 임대료 15만원,관리비 17만원,전화료 6만원,차량유지비 30만원 등 총지출 69만원에 순이익 198만원을 거뒀다. 냉장고와 시식회를 위한 탁자 등의 시설,홍보전단 등은 가맹점비를내면 즉시 제공되지만 돌려받을 수는 없다. 제품은 구입후 2∼3일 안에 모두 소화될 정도로 알맞은 양을 공급받고 있다.김씨는 지난해 남대문에 악세서리 도매점을 열었다 손해만 보고 접어야 했던 경험이있다.공장을 직영하면서 도매점을 운영해야 성공할 수 있는 현실을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양념육류 배달은 먹는 장사이니만큼 30·40대 맞벌이 부부가 많은아파트촌에서 시작하면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창업 초기에는 시식회를 자주 갖고 아파트상가 홍보책자에 광고도싣는 등 홍보에 주력했다.김씨가 직접 배달,주부들 사이에 입소문도좋게 퍼졌다. 현재 김씨가 가맹점으로 가입한 ‘계경촌(www.kk114.co.kr)’은 서울 및 수도권 일대에서 50여점이 개업했고 앞으로 10여점 쯤 더 생길것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반 정도는 주부들이 거실이나 아파트 베란다에 냉장고만놓고 영업 중이다.손님은 역시 주부들로저녁 찬거리,모임,야유회 용으로 1주일에 평균 1번 정도 주문하며 오후 5∼6시,주말에 배달이 몰린다. 가맹점은 중산층과 젊은층이 많은 아파트촌과 의정부,안양,시흥 등수도권 일대에 골고루 퍼져 있다.그러나 부촌인 강남,서초구에는 한군데도 없다. 마진율은 30%정도이며 겨울이라 만두,찐빵 등의 수요도 많다. 김씨는 가맹점 가입과 관련,“본사를 직접 방문,회사 연혁과 제품설명 등을 들은 뒤 상담을 하면서 과연 믿을 수 있는 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창수기자
  • 한국, 그 ‘재미있는 지옥’에 관해

    한국 생활 23년,귀화한 지 13년째인 독일 출신의 방송인이자 기업가이참(46·옛이름 이한우)이 한국인의 장단점을 분석한 책을 펴냈다. ‘툭!터놓고 씹는 이야기’(서울문화사).한글과 김치 등을 예찬하면서 몰개성과 허술한 법망 등을 꼬집는다.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는 않지만 역동적인 한국을 사랑한다며,재미없는 천국보다는 재미있는 지옥을 택하겠노라고 그는 말한다.요리 에세이도 곁들였다.
  • 800억시장 ‘김치전쟁’ 후끈

    김장철이 돌아왔다. 예전에는 “언제 김치를 담글까.몇포기를 해야하나”를 걱정했지만이제는 “담글까”“사먹을까”를 먼저 결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달라졌다. 서울 중계동에 사는 주부 최영훤씨(38).결혼 13년째인 그녀는 한해도 거르지 않고 직접 김치를 담궜고 또 시어른들에게 갖다드리기도했다.그러나 올해는 김치를 담궈야 할지 고민중이다.“몸도 안좋고주위에서 김치를 사먹었더니 맛도 있고 편하더라고 얘기해 나도 그럴까 하고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시장 매출 매년 늘어=최씨 처럼 자기 손으로 김치를 담궈왔던이들도 요즘 김치를 사먹는 것을 고려중이다.이에 따라 해를 거듭할수록 김치시장은 커지고 있다.지난해 포장김치 시장규모는 대략 500억원대였으며 올해는 800억원,2003년에는 2,3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여기에 영세사업장이나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김치 등을 포함하면 실제 시장규모는 이보다 휠씬 크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입맛의 평준화=김치시장이 커진 것은 맞벌이 부부의 증가,외식문화 발달,핵가족화 등이 그 이유다. 서울 역삼동에 사는 주부 이정희(56)씨도 두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하루 한끼도 집에서 먹지 않자 김치를 사먹기 시작했다.“음식을 해도 먹는 사람이 없으니 버리는 것이 더 많아요.애써 담근 김치도 시어져 먹지 못하곤 합니다.그래서 가끔 사먹는데 맛이 괜찮더군요”라면서 올해는 아예 김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굳이 우리집 입맛을고집하지 않게됐고 입맛이 ‘평준화’되면서 김치를 사먹는 데 대한편견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어떤 업체들이 있나=자영업 형태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대기업으로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고 있는 업체는 동원산업에서 최근 분사한 동원F&B와 두산이 있다.이 두업체는 ‘양반김치’와 ‘종가집 김치’라는 이름으로 포장김치 시장에 뛰어들어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농협도 지난 92년 이 시장에 뛰어들어 현재 전국 12개지역에 김치가공공장을 두고 있으며 올해는 50억원을 판매목표로 삼고 있다.제일제당은 수출용으로 최근 ‘햇김치’란 브랜드를 만들어김치사업을 시작했다. ‘암웨이’도 자사 유통망을 이용,지난 7월부터 ‘종가집 김치’를판매한다.매월 평균 판매액은 8억원 전후며 이는 회사 전체매출의 2%수준이다. ◆포장김치와 즉석김치로 시장 양분화=동원이나 두산에서 생산되는포장김치,즉석에서 버무려 파는 김치,백화점 등지에서 만들어 놓고봉지에 담아 파는 김치 등 다양하다.특히 김장철이 되면 대형업체들은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지에서 시연행사를 벌이거나 김장투어로 주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동원F&B 조현준대리는 “포장김치는 먹기좋을 정도로 알맞게 숙성된 것으로 익은 김치를 싫어하는 이들은 즉석김치를 사먹는 것 같다”면서 “최근 김치생산업체들도 김치의 숙성정도를 살필수 있도록 투명포장을 한 것도 내놓아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장투어와 김치상품권도 등장=김장투어는 고객들이 직접 김치공장을 방문,준비된 재료로 김치를 담그면 원하는 날짜에 집으로 배달해준다.동원(02-3472-6981)과 두산(02-3398-1244)에서는다음달 29일까지 김장투어를 실시한다.참가비는 12만원이며 김치량은 30㎏이다.지난해부터는 선물용 김치상품권도 등장,호평을 받고 있다. 강선임기자 sunnyk@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24)유배지의 한 끼니

    * 제4장 유배지의 한 끼니①** 배고팠던 졸병시절 서리한 닭 통째 삶아 포식. 술자리나 동창모임 같은 자리에서 남자들끼리 모이면 가장 오랫동안끊이지 않고 길게 지속되는 얘기꺼리가 바로 군대 이야기다.군대 얘기는 대개 몇 가지로 그 특성을 집약할 수 있다.남들은 다 뭣 빠지게 고생했지만 자기는 요령과 능력을 발휘해서 ‘재미있고 편하게 군대생활을 했다’는 것이며,자기가 얼마나 운좋게 특과로 빠지게 되었는지,그래서 주로 상관과 고참을 골탕을 먹이면서 위세를 부렸다는 얘기,등등이다.얘기 끝에 꼭 덧붙이기를 요새 군대는 아저씨 고참들 말투대로 ‘빳다가 폐지되고 기합이 빠져서 할랑한’민주화가 된 데다나라가 살만하여 ‘반찬 투정’이나 할 정도로 식사도 좋아졌다고 가볍게 넘어가 버린다. 그렇지만 개개인의 속사정을 알고 보면 신성한 의무라는 ‘군대’는젊은이들에게는 젊은 꿈을 유보시키고 일정기간 국가권력의 군율로족쇄를 채우는 악몽임에는 틀림없다.지나고 보면 늘 사람 사는 곳의그럴듯한 ‘인정’으로 달리 채색되어 있지 않던가. 처음에 훈련소에 가입대를 하면 비위가 약하거나 도회지에서 반찬 가려먹기를 하던 젊은이들은 한 이틀은 밥을 먹지 못한다.훈련을 받으면서 사나흘 지나자마자 꿀맛으로 변하기는 하지만.내가 군에 갔던육십년대에는 나라의 경제가 신통치 않은 때여서 부식이 정말로 형편없었다.일년 삼백육십오 일을 콩나물국만 먹었으니 오죽하면 콩나물늘어놓는 길이로 고참순을 따졌겠는가.멀건 된장에 배추오래기나 콩나물이 떠있고 두부가 가끔 나타났으며 ‘왕거니’라야 통째로 넣은꽁치가 고작이었다.그것도 취사장에서부터 유리한 부서 순서로 다시막사에 오기 전에 고참 순으로 건져져서 나중에는 꼬리나 대가리나가시만 바닥에 갈아앉아 있기 마련이었다.양념이나 간이란 것은 된장 고추장 그리고 소금이 전부였다.특히 생선이 ‘헤엄만 치고 지나간’콩나물국은 거의 소금국이었다. 훈련병 시절에는 뭐든지 뱃속으로 들어가지만 기간사병이 되어 부대에 배치 받고 반년쯤만 지나도 세 끼니의 밥을 넘기기가 곤욕스런 일이 된다. 신병이 부대에 배치 되어서 가자마자하는 일이 고참들의 식사당번인데 제일 먼저 주보에 가서 화학 조미료를 사다가 군복 윗호주머니에지참해 두어야 한다.국을 받아 오면 제일 먼저 국을 맛있게 드시라고 조미료를 적당량 털어 넣는다.자기 것은 포기하더라도 아랫것들 국속에서 건더기를 건져서 따로 반찬거리를 만든다.콩나물은 건져내어알토란 같이 아껴 쓰는 박카스 병에 담긴 참기름을 치고 관급 고추장에 비벼서 그야말로 반찬 콩나물을 만들고,두부는 건져서 간장과 참기름을 쳐서 두부 무침을 만들고 무 국은 무를 따로 건져서 고춧가루 조금 치고 간장 쳐서 무나물로 만든다.그래도 고참들은 뭔가 특식을 요구하기 마련인데 지난번 신병 아무개는 밖에서 무엇이든 조달해오던 천재였다면서 신병의 창의성 없음과 무능함을 꾸짖는다.그래서남들 다 자는 밤에는 신병들 몇몇이 짝을 지어 철조망을 넘어 부대인근의 민가로 보급투쟁을 나간다.풋고추에 감자에 오이며 호박은 기본이고 남의 장독에 가서 된장 고추장은 물론이고 겨울에는 김장 김치도 퍼 온다.재수가 좋을 때에는 멀리 있는 양계장까지 진출을 해서 닭서리도 해온다. 대개 단위 부대의 작은 막사 창고에는 사제 석유곤로나 아니면 하다못해 등산 버너라도 준비해 놓고 있어서 고참들을 위한 취사가 따로준비된다.겨울에는 높은 사람들 눈을 피해서 막사 안의 난로에서 직접 이루어지기도 한다.어떤 녀석은 자신도 먹지 못하는 특식을 끼니마다 장만하는 일에 역증이 나서 찌개를 끓여서 바치기 직전에 침을혀 끝에 동그랗게 몰아서 퇴 뱉고는 휘휘 저어서 갖다 주었다고도 한다.그래서인지 고참들은 맛있게 먹으면서 요리 솜씨가 훌륭하다고 칭찬이 자자했고. 그래도 원래의 부대에 주둔해 있을 적에는 근처의 주민들도 그러려니 하여 민원이 그리 심하지는 않은 편이지만,무슨 훈련이나 작전으로부대 이동이 생겨나서 다른 고장으로 가면 젊은 병사들도 뭔가 새로운 일이 없을까 하여 눈을 반짝이고 민간인들은 줄지어 항의하고 민원을 내기 마련이다.그렇게 단속을 하건만 한창 식욕이 왕성한 나이에 입을 봉하고 앉았을 리가 없다. 훈련을 나갔다가 어느 동기생 녀석과 함께 닭서리를 나간 적이있었다.보전협동이라고 탱크와 보병의 합동작전을 연습하던 중이라 분대단위로 이인용 텐트를 치고 야영 중이었는데 한밤중에 아랫마을로 내려갔던 것이다.우리는 낮에 그 집 앞을 지나치면서 대개의 지형지물을 관측해 두었던 터였다.어쨌든 개가 짖는 통에 여러 마리를 잡아올 틈은 없었고 내가 닭장 앞에서 망을 보는 사이에 녀석이 안으로 들어가 두 마리를 잡아 옆구리에 끼고 나왔다.닭이 꼬꼬댁 거리고 개가 요란하게 짖으니 주인이 누구요,하면서 방문을 열었고 우리는 논두렁 밭두렁에 고꾸라지고 엎어지면서도 간신히 주둔지까지 땀 투성이가 되어 기어 왔다.녀석이 잡아올 제 어찌나 세게 비틀었던지 한 마리는 목이 꺾여서 덜렁거렸고 또 하나는 아직 설 죽어서 날개를 퍼덕거렸다.나보고 처치하라는 것을 그저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 군화발로 지긋히 누르고 기다렸을 뿐이었다.이제 튀겨먹을 일만 남았는데 오늘 밤 안으로 처치를 하지 못하면 분명히 내일 아침에는 이동을 하거나 상관들 눈에 띨 위험이 있었다.하는 수 없이 철모를 벗어서 얼룩무늬 위장 천을 벗기고 속의 화이버도 빼내어 알철모를 만들어 물을채워서 끓이는 수 밖에 없었다.내가 준비하는 동안에 공범 녀석은 어둠 속으로 기어 다니며 소나무 마른 가지를 꺾어 왔다.먼저 불을 때서 뜨거운 물에 닭을 담가 털을 뜯고 다시 물을 끓여서 내장도 빼지않은 닭을 통째로 넣어 삶았다.물이 끓기 시작하자 아니나다를까 곁에 있던 텐트에서 구수한 냄새에 잠이 깬 분대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닭이 대충 삶아지자 우리는 그래도 보급 당사자인지라 닭다리를 맡았고 몸통이며 다른 부위들은 깨끗이 다른 녀석들에게 넘겨 주었다.소금이 없는 대신에 라면 스푸 가루에 찍어 먹는 닭다리 맛이그만이었다. 뜯어 놓았던 닭털은 증거 인멸을 위해서 텐트 안에 습기 방지로 깔아둔 판쵸 우의를 젖히고 맨땅을 파고 묻고나서 원상복구 시켜 두었다. 지금은 작고한 시인 조태일이도 군대 시절에 소대원들이 저지른 돼지 서리를 얘기한 적이 있었다.방법이 기묘해서 기억하고 있는데 릴 낚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낚시와 줄은 바다낚시용의 제일 큰 놈을 쓰는데끝에다 고구마를 끼운다고 했다.돼지우리 속으로 낚시를 던지면 당연히 제일 힘 좋고 큰 놈이 덥석 물고 우적우적 씹는다.그때 줄을 감으면 낚시가 돼지의 혀에 탁 걸린다.돼지우리 문을 열어주고 살살 당기면 돼지는 버티지도 못하고 골골골 하는 낮은 소리를 내면서 잘도 따라온다고.그날 밤 벽지의 초소에서는 난데없는 잔치가 벌어졌다는데 이튿날 일대 색출 작전이 벌어졌다고 한다.땅에 파묻었던 돼지의 네 굽이 나오는 바람에 들통이나서 전 소대원이 봉급 몰수되고 갹출까지 해서 돼지값을 물어주고도 주동자는 사단 영창살이를 했다는데. 어느 통신부대 출신의 친구는 전봇대 애자 속을 깨면 안에 노란 유황이 들었는데 닭서리에 그만이라고 한다.유황 덩어리에 불을 붙여 닭장 안으로 던져 놓으면 노오란 연기가 피어 오르고 횃대에 올라앉았던 닭들이 비실거리며 아래로 툭툭 떨어진다고 한다.푸대 자루를 들고 들어가 슬슬 주워 담아서 유유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황석영
  • [외언내언] 손맛

    지난 9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20차 코덱스(Codex) 가공 건채류분과회의에서 김치의 국제규격이 한국김치를 중심으로 확정된 바 있다.그동안 ‘김치’의 국제규격을 놓고 우리와 신경전을 벌였던 일본의 ‘기무치’를 누르고 김치종주국으로서 위상을 확실히 한 것이다. 10여년전만 해도 ‘고약한’ 냄새라며 코를 싸매던 일본인들이 관광차 우리나라를 찾았다가 돌아가는 길에 김치를 한 보따리씩 사간다고 한다.88 올림픽 이후 독특한 맛을 가진 한국의 대표적인 식품으로세계에 알려진 김치가 이제 연간 1억달러를 넘을 정도로 수출되고 있다. 김치는 현대인들의 식생활에서 부족하기 쉬운 여러가지 면역기능을활성화하여 면역성을 강화하고 젖산발효 채소로서 소화를 촉진해주는 식품이다.또 대장암 동맥경화 빈혈 같은 성인병 예방기능은 물론 생체리듬 조절이나 질병회복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김치와 같은 형태는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래된1600년대부터 정착됐다.이규보(1168∼1241)의 ‘동국이상국집’에 “순무를 장에 넣으면 여름에 먹기 좋고 청염(淸鹽)에 절이면 겨울내내 먹을 수있다”고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전에는 장아찌나 동치미류 김치를 상용했던 것으로 보인다.다른 문헌에도 나박김치 산갓김치 죽순김치 등 여러 기록이 발견되고 있다. 음식에 관한 ‘손맛’의 사전적 의미는 ‘음식을 만들때 손으로 이루는 솜씨에서 우러나는 맛’이다.손맛은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맛이다. 똑같은 재료,똑같은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어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손맛’좋은 할머니나 어머니들을 보면 별 특별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남다르다.오랜 세월동안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만들어왔기 때문에 나름대로 특별한 맛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음식 맛이란 재료를 썰고 무치고 지지고 볶고 하는 동안 손 끝에서우러나오는 ‘기(氣)’에서 결정된다고 한다.손맛이 있고 없고는 바로 이 ‘기’에 따른다.요즘처럼 재료의 양을 계량컵이나 스푼으로계산해서는 손맛을 낼수 없다는 것이다.집집마다 짜고 싱겁고 매운것에 대한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또 일설에는음식을 만들 때 손에서 아미노산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 아미노산이 음식의 양념배합과 잘 맞아들어갈 때 손맛이 나온다고 한다. 요즘은 많은 집에서 공장김치를 사다 먹는다.때문에 김치를 어떻게담그는지 조차 모르는 젊은 주부들이 많다.바야흐로 ‘손맛’이 잊혀져가는 시대가 오고있는 것이다.안타까운 일이다. 박찬 논설위원 parkchan@
  • 고교생·노숙자들의 따뜻한 만남

    “저희들이 땀 흘려 가꾼 이 배추가 맛있는 김치가 되어 실직의 아픔을 겪고 있는 어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서울 여의도고 봉사활동동아리 ‘인터액트’ 소속 학생 48명은 지난8월 초부터 경기도 일산 백석동에 있는 텃밭 200평에서 배추 1,500여포기를 재배해 왔다.텃밭은 학생들의 뜻을 기특하게 여긴 한 학생의 부모가 내놓았다. 학생들은 수확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을 위해 일요일인 19일 아침 일찍 모두 밭에 나왔다.배추 속을 꽉 차게 하려면 일일이 새끼줄로 배추를 감싸야 한다.오는 25일쯤 배추를 수확할 예정이다. 수확한 배추는 서울 영등포 ‘광야교회 실직자쉼터(소장 林明熙 목사)’로 보내진다.자원봉사자들과 학생들의 어머니들이 김장을 담그기로 했다.학생들과 실직자들은 김장독을 묻는 일 등을 거들기로 했다.김치는 이 쉼터에 머물고 있는 노숙자 80여명의 겨우내 먹거리가된다. 정태근(鄭太根·18·2년)군은 “여름 내내 뙤약볕 아래에서 땀흘렸던 기억과 김치를 맛보고 기뻐할 실직 어른들의 얼굴이 떠오른다”고말했다.학생들과 노숙자 쉼터의 인연은 2년 전부터 시작됐다.‘경제불황으로 도움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곳은 노숙자들’이라는 생각에 수요일오후마다 청소도 하고 빨래도 했다. 처음에는 술만 마시고 싸움만 일삼는 노숙자들이 낯설고 무서웠지만지금은 반갑게 맞이하고 일도 함께 하는 사이로 바뀌었다. 영등포구청은 지난달 26일 학생들의 선행에 감사하는 표창장을 수여했다.배추를 수확하는 날에는 트럭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김치냉장고 인기도 ‘싱싱’

    “김치냉장고 장점요?” “아마 김치가 시어지지 않는다는 점일거예요.이 김치 좀 보세요.지난 달 20일 친정에서 가져온 건데 한달이 다됐는데도 맛이 변하지 않았어요” 결혼 7개월째인 주부 안은영(28)씨의 말이다. 안씨는 친정어머니가김치냉장고는 꼭 있어야 된다며 혼수품으로 챙겨주었다. “김치찌개를 만들거나 볶아먹고 싶을 때는 미리 김치를 꺼내 냉장고에 넣어둡니다.그래야 김치가 적당히 익어 제맛이 나기 때문이죠” 안씨는 자칫 김치냉장고 예찬론자로 비쳐질지 모르지만 먹고 싶은대로 김치맛을 조절할 수 있고 정성들여 담근 김치를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최근 한 인터넷업체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부들은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김치냉장고’를 꼽을 정도다. ■김치냉장고 왜 인기인가? 일반 냉장고가 500ℓ에 100만원이라면 김치냉장고는 120ℓ에 80만원이다.ℓ당 가격을 비교해보면 냉장고는 2,000원인 반면 김치냉장고는 6,700원선으로 3배 이상 비싸다.그런데도주부들이 꼭 같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대해 주부들은 이구동성으로 ‘가사노동’의 부담을 덜어주고고민거리인 ‘신김치’가 생기지 않도록 해준다는 점을 들었다.김장철과 달리 여름철에는 김치를 자주 담그는데 매번 김치 담그는 일이수월하지는 않다.한번에 식구들이 서너달 먹을 분량을 마련해놓아도김치 맛이 변하지 않아 김치 담그는 수고를 덜면서 맛있는 김치를 먹을수 있다고 한다. 이밖에 내부 온도변화가 적어 김치는 물론 육류·야채·와인·과일·쌀 등 다른 식품 보관도 가능하다. 안씨는 “저희는 두식구여서 야채도 한번 사면 여러날을 둬야 하는데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2∼3주 지나도 야채가 싱싱해서 버리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흡한 점이 아직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상계동에 사는전혜경(38)주부는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적당히 익었을 때의 깊은맛을 느낄 수 없다”면서 “오랫동안 뚜껑을 열지 않으면 성에가 끼는 등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모양인가 기능인가 시중에는 서랍식 뚜껑식 콤비형 등 3가지모델이 나와있다. 초기에는 뚜껑식이 대부분이었으나 지난해부터 편리함을 강조한 서랍식이 선을 보였고 최근 용량이 커지면서 둘을 합친 콤비형이 나왔다. 위나아의 김종우과장은 김치보존상태를 실험해본 결과 서랍식은 1달반, 뚜껑식은 3∼4개월정도 맛이 유지됐다고 전했다. 안씨는 “친정에서는 ‘서랍식’을 사용했어요.모양은 좋았지만 용량표시보다 김치가 많이 들어가지 않고 서랍을 열때마다 냉기가 빠져나가는지 김치 맛이 변하는 것 같았다”며 “자신은 ‘서랍식’과 위에서 뚜껑을 들어올리는 ‘뚜껑식’을 겸한 콤비형을 선택했다”고밝혔다.뚜껑이 달린 윗부분에는 김치를,아래 서랍에는 야채나 과일등을 보관하고 있다. ■크기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용량도 60ℓ부터 170ℓ까지 다양하다.초기에는 김치보관 전용으로 용량이 적었으나 최근 냉장기능이 첨가되면서 점차 대형화되고 있다는게 업계의 이야기다.가장 많이 팔리는것은 120ℓ로 2㎏전후의 배추는 40포기,김장배추처럼 포기가 크고 수분이 적은 것은 20포기 남짓 들어간다. 강선임기자 sunnyk@
  • 중랑구 중랑천둔치 재배…무 3만단 불우이웃 전달

    ‘씨뿌려 가꾸는 영농의 보람에다 나누는 즐거움까지’ 16일 중랑천변에서는 내리는 빗줄기에도 아랑곳없이 500여명의 주민과 공무원,자원봉사자들이 나서 알타리무 수확에 여념이 없었다.궂은날씨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얼굴에는 ‘수확’과 ‘나눔’의 기쁨이넘쳤다. 이 알타리무는 중랑구(구청장 鄭鎭澤)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마련한 ‘사랑의 채소가꾸기 사업’에 따라 지난 여름동안 거의 매일 200여명의 공공근로인력을 동원해 가꾼 것. 중랑천변을 따라 장평교에서 한신아파트에 이르는 둔치 1만3,000여평을 채소농장으로 일궈 거둔 결실이다. 워낙 재배면적이 넓고 거둘 양이 많아 채소밭을 20개 두락으로 나눠각 동별로 수확하도록 했다. 이날 수확한 알타리무는 모두 3만5,000여단.중랑구는 이 알타리무전부를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실직가정,부자·모자가정,복지시설등 지역의 어려운 이웃이나 불우시설 등에 전달해 월동용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구청에서 직접 ‘사랑의 김치’를 담가 전달했으나 올해는 인력수요를 줄이고 개별적으로필요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사전에 신청한 9,000여 가구 및 단체 등에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중랑구는 특히 일부의 우려를 씻기 위해 지난달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이곳 채소의 오염도검사를 의뢰,카보페노치온과 치노메치오네이트 등 잔류농약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으며 납 카드뮴 수은 등중금속도 모두 기준치에 크게 못미치는 ‘안전식품’임이 입증됐다며결과도 공개했다. 정진택 구청장은 “중랑천변에 조성한 다양한 체육·휴식시설과 함께 채소밭이 서울의 또다른 명소가 되어 왔다”며 “많은 주민들이수확행사에 참여해 결실의 기쁨을 맛보는 것을 보니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먹거리 축제를 찾아서](18)남산골 한옥마을

    잘 담근 김치 하나면 산해진미도 부럽지 않다.덧붙여 윤기 자르르흐르는 따끈한 쌀밥까지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한국인의 주식인 쌀과 김치가 한자리에 모였다.서울 중구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10일 개막된 ‘쌀과 김치,그 어울림의 한마당’이그것이다.일요일인 12일까지 계속된다. 한옥마을의 김치축제와 전업농중앙회의 쌀축제가 접목된 이번 행사에서는 우리 식단의 토대이자 최고 식품인 쌀과 김치의 모든 것을 볼수 있다. 행사의 백미는 한옥마을내 윤택영가옥에서 열리는 팔도김치 전시회. 서울의 석류김치,강원도 해물김치,충청도 가지김치,경상도 우엉김치,제주도 귤물김치,황해도 닭김치,평안도 겨자김치,함경도 가자미식해,경기도 순무김치 양강도 갓짠지 등 여간해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팔도의 특미김치와 북한김치,사찰김치등 50여종이 선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맛도 볼 수 있고,김장김치와 젓갈 등 각종 양념을 살 수도있다.김장김치의 경우 1㎏에 4,000원이며 주문량이 10㎏을 넘으면 택배도 해준다. 11·12일 매일 오후 1시부터2시간동안 김치담그기 시연회도 열려가족과 함께 직접 김치를 담가볼 수도 있다.오후 2시부터 공동마당에서는 배화여대 윤숙자 교수의 김치역사와 영양학에 대한 강좌,특미김치 및 김치를 소재로 한 각종 요리강습도 열린다. 쌀축제는 천우각 광장에서 열린다.하일라이트는 전국 80여개 시·군이 고장의 명예를 걸고 출품한 쌀을 전시하는 ‘전국쌀 브랜드전’. 어느 고장쌀이 더 좋은지 직접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광장한켠에 마련된 시식코너에서는 경기 이천쌀 등 유명쌀로 지은 밥을맛볼 수 있다.맛을 본 후 마음에 드는 쌀을 구입할 수도 있다. 또 행사기간중 매일 오후 국악공연 및 민속놀이 한마당이 펼쳐진다.마들농요·경기민요·밀양백중놀이·남도민요 등이 축제의 흥을 한껏 돋운다. 다만 남산골 한옥마을 안에 관람객을 위한 주차공간이 따로 마련돼있지 않다.따라서 대중교통 이용이 필수다.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에서 내려 3·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한옥마을 입구와 마주친다.문의 남산골 한옥마을관리소 (02)2266-6937∼8임창용기자 sdragon@
  • [먹거리 축제를 찾아서] (14)부산 아시안푸드

    입맛을 잃고 건강을 해치기 쉬운 환절기를 맞아 부산에서는 아시아여러 나라의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잔치가 열려 미각을 돋운다.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부산시청 뒤뜰 광장에서 펼쳐지는 ‘아시아 푸드 페스티벌’이 그것이다.부산시가 2002년 아시안게임의성공적인 개최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한 ‘아시안위크 2000’ 행사의하나다. 음식축제에는 한국·중국·일본·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아시아지역 8개국의 유명 요리사들이 초청돼 면(麵)과 전(煎)을 주제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전시도 하고,판매도 한다. 관람객들은 냉면 등 국내의 7개 요리를 비롯해 일본의 하카다 라면과 다코야키,중국의 만두,말레이시아의 시즐링 프론 미와 사떼,베트남의 포가 차죠,필리핀의 프라이드 럼피아 방거스와 바쵸이,인도의난과 치킨마살라,인도네시아의 미고렝 등 외국의 13개 요리 등 20종류의 아시아 전통요리를 싼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중국의 해물춘권은 각종 해산물을 밀전병에 말아 기름에 튀긴 만두요리로 뛰어난 맛을자랑한다.부추와 쇠고기 잡채를 넣어 겹겹이 만든 말이만두도 한겹씩 풀어가며 먹는 중국의 전통음식이다. 일본 하카다 라면은 돼지뼈를 고아 만든 육수에 삶은 생면을 넣은뒤 양념과 돼지고기 수육과 다진 파 등을 첨가해 먹는 일본의 전통라면이다. 말레이시아의 시즐링 프론 미는 국수에 소스를 뿌려 철판에 볶아서먹는 전통요리다.사떼는 닭고기나 소고기 등을 꼬치로 만들어 구운뒤 땅콩 소스를 뿌려 먹는데 우리의 닭꼬치와 비슷하다. 필리핀은 마늘과 당근·양파·실파 등을 섞어 튀긴 음식인 프라이드 럼피아 방거스와 돼지고기와 돼지 간,닭 간 등의 재료로 만든 국수요리인 ‘바쵸이’를 내놓는다. 인도는 밀가루 반죽에 버터를 넣어 약간 부풀려 만든 밀전병에 카레 등의 소스를 발라 먹는 ‘난’과 닭고기를 튀기거나 삶은 뒤 카레와 함께 먹는 ‘치킨마살라’를 출품한다. 인도네시아는 국수와 파,토마토를 섞어서 만드는 소토 미에 베타위와 튀긴 국수인 미고렝을 선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냉면 이외에 삼겹살과 닭고기로 만든 샌드위치와 해물로만든 감자팬케익 등의 퓨전요리와 김치볶음밥,해물칼국수,모듬산적꼬치 등을 내놓는다. 문의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051)888-3282.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성인병 “걱정 뚝” 건강빵 잘나간다

    윤기 자르르한 모닝빵,달콤한 사과파이,예쁘게 장식된 생크림케이크는 떨쳐버리기엔 너무나 강렬한 유혹이다. 웬만한 자제력의 소유자가 아니면 ‘하나쯤이야’하고 손을 댔다가앉은 자리에서 배가 부를 정도로 먹어 버리고는,죄없는 빵만 노려보며 원망하기 마련이다. 맛있고 예쁜 죄로 다이어트 실패와 성인병의 주범으로 찍혔던 빵들이요즘 ‘화장’을 지우고 소박한 변신을 시도중이다.내로라하는 시내유명 베이커리에서는 투박스럽고 색깔도 칙칙한 ‘못난이 건강빵’들이 날개 돋힌듯 팔려 나가고 각종 제과·제빵 경연대회에서도 사물탕을 첨가한 ‘한방 활력빵’,‘솔가루를 넣은 야채빵’ 등이 1등상을 휩쓸고 있다. 건강빵은 입에 착 달라붙는 첫맛보다는 담백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끝맛이 매력.섬유질이 풍부한 통밀,호밀,보리에서부터 깨,해바라기씨,호박,쑥,대추 등 몸에 좋다는 온갖 것들이 재료가 된다. 좀더 건강에 좋고,맛도 괜찮은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제빵사들은동의보감 등 한방책까지 뒤적여가며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그중에서도 롯데호텔제과점 ‘델리카 한스’와 힐튼호텔 ‘실란트로델리’가 최근 내놓은 신제품들은 영양제처럼 먹기만해도 건강해질것 같은 착각까지 불러 일으킬 정도. ‘델리카한스’ 김억규 제과장은 항암 및 성인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아가리쿠스,잎새버섯,능이버섯 등을 이용한 버섯빵과 칡 분말로만든 빵과 소나무 효소빵을 지난 1일부터 시판하기 시작했다. 3년전 김치빵을 선보여 일본인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던김씨는 TV에서 우연히 아가리쿠스 버섯의 효능을 보고 ‘바로 저거다’ 싶어 곧바로 연구에 들어갔다.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밀가루와 버섯분말의 비율을 조절하느라 시행착오를 겪었다.시식을 한 동료들과 회사 임원들이 ‘의외로 맛있다’고 입을 모았지만 일반고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된다고. “요즘 유럽에서도 자연 그대로의 재료 맛을 살린 빵이 인기죠.호텔을 찾는 투숙객들은 거의 흰빵보다 건강빵을 찾는다”고 귀띔했다. 아가리쿠스빵은 반죽을 할 때 맹물 대신 아가리쿠스를 삶아 우려낸물을 넣고 버섯을 잘게 썰어 넣어 씹히는 맛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버섯이 워낙 비싼 탓에 원가의 40%나 되지만 부담없이 맛볼 수 있도록 1개 4,000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질세라 ‘실란트로 델리’ 김한식 제과장은 숯가루를 넣어 만든숯빵을 내놓았다.반죽할 때 숯가루를 넣고 외관상 너무 시커멓게 보이지 않도록 부분적으로 사용했다.버터는 일절 넣지 않았다.평소 건강에 좋은 빵이 없을까 늘 고심하다 우연히 청송에서 식용숯을 만들어 파는 농가를 발견했던 게 계기가 됐다. 숯가루는 흡착력이 강해 체내에 누적되어 있는 독소 배출에 특효가있는 것으로 알려진다.식용숯은 보통의 참나무 숯이 아니라 재래종소나무를 구워내 고열의 수증기로 다시 열처리하는 등 까다로운 활성화 과정을 거친다. 김씨는 몸에 좋다는 소문에 특히 중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며 “처음엔 이상하게 생겼다고 꺼려하던 분들이 맛이 담백하다며 다시 찾기도 한다”고 자랑했다.가격 4,000∼7,500원. 허윤주기자 rara@
  • 광양·마산에 농산물수출물류센터

    2003년 5월까지 전남 광양과 경남 마산 등 두 곳에 수출용 농산물을일괄처리할 수 있는 수출 물류센터가 건립된다. 수출농산물의 수집,포장,운송에서 검역,통관까지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돼 농산물수출의 전진기지로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갑수(韓甲洙)농림부장관은 3일 전남 순천 농협 김치공장에서 현장농정회의를 갖고 이렇게 밝혔다. 물류센터는 각각 부지 3,000평에 건물 970평,선별·포장·저온저장시설 등 일괄 처리시설을 갖추게 된다. 내년 예산 22억원은 건설기본 계획을 짜기 위한 연구용역비,설계비,부지매입비 일부 등에 쓰여지며,구체적인 사업계획은 12월에 확정된다. 김성수기자 sskim@
  • “’우리집 김치맛’ 뽐내보세요”

    강동구가 가족들이 참여하는 김치 맛자랑대회를 연다. 24일 오전 11시부터 강동구민회관 주차장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엔시어머니와 며느리,시누이와 올케,부부 등 가족으로 구성된 30개팀이 참여,손끝에서 우러난 다양한 김치맛을 선보인다. 김치 종류에는 제한이 없고 그 집만이 자랑하는 아이디어 김치면 더욱 환영.3포기 정도를 담가 1포기는 출품하고 나머지 2포기는 관내장애인 복지시설에 전달하게 된다. 2명의 가족을 1팀으로 하며,재료 등 참가에 필요한 준비는 참가자가 부담해야 한다.참가신청은 오는 10일까지 각동사무소에서 받는다. 아이이어와 맛을 평가해 8개팀을 뽑아 5만∼20만원의 상금을 지급한다.문의 480-1490∼1. 임창용기자 s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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