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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인사이드] “세계로!”… 경제영토 넓히는 열혈 한국인, 그 뒷이야기

    [주말 인사이드] “세계로!”… 경제영토 넓히는 열혈 한국인, 그 뒷이야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이야기를 담은 책 제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경제 규모가 세계 12위, 무역 규모는 8위의 한국인에게 한반도는 너무 좁다.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최근 건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부쩍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재외국민 220만명 중 80%가 건설 근로자, 유학생, 상사 주재원 등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넓히기 위해 사막과 밀림, 설원을 누비는 열혈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덥다가 아니라 정확히 뜨겁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겁니다. 처음 이국의 땅을 밟았을 때 온도계를 보니까 섭씨 52도더군요. 여기서 어떻게 버틸지 갑자기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딸 2명과 아들 1명을 둔 마흔여덟 살의 이제동 한화건설 부장은 지난해 7월 이라크 땅을 밟았다. 20년 넘게 건설사에 근무한 그지만 해외 현장은 처음이다. 이 부장은 “회사가 80억 달러(약 9조 4000억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을 수주하면서 직원들에게는 총동원령이 내려졌다”면서 “어차피 가야 할 것이라면 고생스럽겠지만 처음 가는 것이 회사에도, 개인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기롭게 시작한 해외 현장 근무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처음 두 달 동안은 한국인 요리사가 없어 현지 음식을 먹어야 했다. 이슬람 요리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코를 찔렀다. “태국이나 중국 음식에 쓰이는 향채 냄새에 카레를 뒤섞어 놓은 것 같다고 할까? 어쨌든 요리를 먹고 나서 특유의 향신료 때문에 속이 느글거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익숙지 않은 더위와 음식이 불과 한 달 만에 그의 몸무게를 5㎏이나 줄여놨다. 어렵고 힘든 생활이지만 그래도 낙이 있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라크 근무자들은 국내에서 근무할 때보다 월급을 1.8배 받는다. 이 부장은 “현지에서는 돈 쓸 일이 담뱃값 정도밖에 없다”면서 “오른 월급으로 주택담보대출도 갚고 아이들 학원이라도 하나 더 보낼 수 있으니 조금 힘들지만 가장으로서 견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지난해 11월 한국에 돌아와 아이들과 2주 정도 시간을 보냈는데, 아이들이나 나도 예전보다 훨씬 더 애틋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단점이라면 애들을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용돈을 평소의 3~4배를 주는 바람에 아내에게 잔소리를 들은 것”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대우건설의 조태현(49·가명) 부장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나이지리아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건설 현장에서 근무한 그는 해외 근무만 15년이 넘는다. 조 부장이 해외로 나간 이유 중 하나도 살림에 큰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에 있는 직원들보다 자녀교육에 좀 더 지원을 해 줄 수 있다”면서 “플랜트 공사의 경우 대부분 후진국에서 진행돼 환경이 열악하고 위험하지만 그래도 대학생과 고등학생 아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면 ‘내가 좀 더 해야지’라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40대뿐 아니라 젊은 가장들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얀 플랜트 현장에서 3년을 보냈다는 김상일(33) 대리는 결혼을 하며 부모의 도움 없이 집을 마련했다. 가장이라는 책임감이 해외 근무자들을 지탱하고 있다. 해외 현장 근무자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대표적으로 먹는 것과 외로움이다. 먹는 것은 예전보다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 건설현장이든 공장이든 한국인 요리사를 배치하는 곳이 많고 식재료도 국내와 비슷한 것을 구해서 한식을 해먹을 수 있어서다. 비록 양배추로 만드는 김치지만, 시금치가 아닌 이상한 푸성귀가 들어간 된장국이지만 일단 구색을 갖춰서 먹을 수 있다. 먹고 마시는 데 괴로운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술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라면 우아하게 와인 한잔 마시는 낭만을 즐길 수 있겠지만, 또 동남아에 배치된 애주가라면 싼값에 술독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중동이나 이슬람 국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소주 한잔이 그렇게 그리울 수 없다. 일부 건설사들은 건설자재에 소주를 몰래 섞어 보낸다는 말도 있지만, 현장에 공급되는 알코올은 턱없이 부족하다. 중동에서 2년간 근무한 A과장은 “1주일에 맥주 캔 2개 정도가 배당되다 보니 미국식으로 맥주 캔 하나 놓고 1~2시간씩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한국에서 먹던 폭탄주가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외로움도 문제다. 그나마 유부남의 경우에는 인터넷으로 가족들 얼굴을 보면서 외로움을 달래지만 문제는 혈기 왕성한 총각들이다. 카타르 현장에서 6개월을 보내는 동안 외로움을 피해 교회를 다녔다는 B대리는 “교회에 가면 카타르 항공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여승무원이 많이 있다”면서 “우리 회사 직원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의 젊은 직원들도 주말이면 교회로 몰려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가끔 적극적으로 연애를 하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성공하기가 어렵다. 수많은 경쟁자를 뚫고 현지에 있는 한국 여성에게 간택받기가 쉽지 않아서다. 또 하나의 단점은 한국에서의 인간관계가 끊어진다는 것이다. 한 번 나가면 보통 2~3년 동안 연락을 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돌아왔을 때 지인들의 연락처가 바뀌었다면 이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된다. 해외 근무를 선택하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자부심이 서려 있다. 대한민국과 자신들의 회사 이름을 자신과 동일하게 놓고 행동 하나하나도 조심하게 된다. 그러면서 프로축구 박지성처럼 한국인 스포츠 스타 이야기가 나오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이야기를 하고, 피겨의 김연아가 빙판에 서는 날에는 시차가 얼마가 나건 꼭 챙겨보는 자신들을 발견한다. 해외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대기업 임원은 “밖에 나가면 애국자라는 말이 촌스럽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한 번 나가 본 사람이라면 그게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서 “한국에서 짠돌이라고 소문이 난 사람도 나라 망신시킬까 봐 식당에서 1달러 팁을 놓고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남해 외딴섬 ‘추도’의 겨울

    남해 외딴섬 ‘추도’의 겨울

    해마다 겨울이면 전체가 물메기덕장으로 변하는 섬이 있다고 했습니다. 큰놈들은 얼추 아기 기저귀만 해서 물메기 말리는 풍경이 겨울 추위를 떨쳐버릴 만큼 넉넉해 보인다고도 했지요. 경남 통영의 난바다에 뜬 섬, 추도(楸島) 이야기입니다. 추도 사람들은 물메기 등을 따고, 널고, 말리고, 펴고, 열 마리 한 축으로 묶는 일을 제철 석 달 동안 쉬지 않고 되풀이합니다. 엄동설한을 마다 않는 그 정성은 고스란히 맛이 되지요. 통영 사람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추도 메기를 장독대 등에 보관했다가 설날 제삿상에 올리기도 하고, 곶감 빼먹듯 겨우내 조금씩 꺼내 먹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독에 넣어둔 추도 메기가 바닥을 드러낼 쯤 푸른 봄이 찾아오는 거지요. 거제 외포항에선 긴 방파제 전체가 대구덕장으로 변한 이색적인 풍경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펄떡대는 대구들이 파란 바다 위에 내걸린 모습, 상상이 되십니까. 오전 7시. 해가 뜨는 시각이다. 통영여객터미널은 이때가 가장 번잡하다. 주변 섬들로 향하는 배들이 대부분 이 시간대를 전후해 출발하기 때문이다. 추도는 가깝다. 통영에서 한 시간 남짓 걸린다. 관광객들에게는 그게 장점이다. 이른 아침, 배를 타고 들어가 섬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오후에 배를 타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숙박하는 것도 좋다. 오후 배로 들어가 하룻밤 잔 뒤 다음 날 아침 일찍 나올 수 있다. 남해 난바다에 떠있는 섬이니, 날씨만 좋다면 해넘이와 해돋이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여객선에서 마주한 새벽 풍경이 기막히다. 멀리 한산도 등 섬 위로 빠알간 해가 얼굴을 내민다. 바다도 덩달아 붉게 충혈됐다. 배는 새벽이 선사하는 몽환적인 파란빛과 붉은 여명의 경계를 내달린다. 속도는 느리다. 통영에서 14㎞ 남짓 떨어진 추도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리니 말이다. 한 시간여 금파(波)를 헤친 배가 미조마을에 승객들을 내려놓았다. 섬의 첫인상은 평이하다. 불퉁스러운 표정으로 배에서 물건을 싣고 내리는 섬 사내들과 초점 없는 시선으로 뭍 사람들을 구경하는 촌로들, 그리고 겅중대며 뛰어다니는 검둥개까지, 외딴 섬의 전형적인 풍모다. 한데 도드라진 풍경 하나가 이방인의 시선을 끈다. 물메기덕장이다. 강원도 황태덕장처럼, 물메기를 말리는 곳이다. 한곳에 몰려 있는 황태덕장과 달리 물메기덕장은 마을 곳곳에 퍼져 있다. 게딱지만 한 공간이라도 있다면 어디건 물메기덕장이 된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오르는 고샅길이며 골목 여기저기 물메기로 꽉꽉 찼다. 심지어 집 지붕 위에서도 물메기들이 꾸덕꾸덕 말라간다. 잡아서 널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지, 말리는 일이야 어려울 게 없다. 덕장에 걸어 놓으면 볕과 바닷바람이 알아서 말린다. 섬 주민 박금도(75)씨는 올해 물메기가 최고 조황이라고 했다. 자신을 포함해 4대째 추도에서 물메기를 잡고 있다는 그의 설명은 걸쭉하고 시원시원하다. “미기(물메기)는 (바닷)물이 뜨시면 안 나. 추붜야 나오지. 올겨울에 유난히 추붜가 (물메기가) 마이 났지.” 추도는 물메기의 고향이다. 통영 등에서 판매되는 물메기의 팔할은 추도산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물메기는 우리나라 모든 바다에서 난다. 그런데 왜 하필 추도일까. 추도 앞바다가 산란지라는 설명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동중국해 등에서 여름을 난 물메기는 겨울이면 산란을 위해 한국 연안을 찾는데, 그곳이 바로 추도 인근 해역이라는 것이다. 한겨울의 물메기가 맛있는 것은 산란을 위해 살을 찌우기 때문이다. 물메기 수명은 1년 남짓. 대부분 산란을 마친 뒤 죽는다. 추도 사람들은 물메기란 표현을 내심 싫어한다. 조경렬(68) 대항마을 이장은 “그기 미기(메기)지 왜 물메기고?”라며 마뜩잖다는 표정이다. 오래전부터 섬 사람들에게 불려온 이름이 더 가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주민들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게 또 있다. 뭍사람들이 흔히 ‘옛날에는 물메기를 생선으로 취급하지 않아 잡혀도 그냥 버렸다’고 평가절하하는데, 이게 틀렸다는 거다. 조 이장은 “여기선 (물메기를)버리지 않았다고. 묵고 살 것도 없었는데 애써 잡은 걸 와 버리겠노?”라며 아쉬워했다. 지금처럼 귀한 대접은 아닐망정, 몹쓸 생선 취급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추도 어민들은 모두 대나무 통발로 물메기를 잡는다. 플라스틱 통발을 쓰는 다른 지역의 어선들에 견줘 환경친화적인 전통 어법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그 탓에 대나무 통발을 수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11월 말쯤 마을 앞바다에 통발을 내린 뒤, 수선을 거듭하며 이듬해 3월까지 쓴다. 추도 사람들은 물메기가 본격적으로 나는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 정도 번 돈으로 1년을 버틴다. 올해는 어장 형성이 다소 늦어 12월 중순쯤부터 본격적으로 물메기가 나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예년에 견줘 훨씬 많은 양이 잡히고 있다는 것. 집집마다 3동(100마리)쯤 수확하는 건 흔하고 5~6동씩 잡는 날도 있다. 이른 아침에 조업을 나갔던 어선들은 점심 무렵 돌아온다. 남정네들이 배에서 물메기를 내리면 아낙들은 마을 우물가에 모여 이를 손질한다. 물메기의 등을 따 내장과 알, 아가미 등을 깨끗하게 발라낸다. 아가미와 알은 젓갈을 담고, 두툼한 몸체는 여러 번 민물에 씻은 뒤 덕장으로 보낸다. 핵심 포인트는 여느 바닷물고기와 달리 민물에 씻어 말린다는 것. 주민들은 “바닷물에 씻으면 짭아서 못 먹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물메기 손질은 일종의 품앗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너나없이 돕는다. 품삯은 물메기로 받는다. 이 또한 오랜 전통이다. 섬 사람들에게 물메기는 현금과 다름없을 터. 1동에 두 마리가 묵계다. 물메기는 꼼칫과의 물고기답게 살이 흐물거린다. 섬 주민들은 회가 별미라며 ‘강추’하지만, 쫀득한 살점에 길들여진 도시인들에겐 어색할 수 있다. 맑은탕으로 끓인 국물은 더없이 시원하다. 매생이죽처럼 ‘술술’ 넘어간다. 남해 지역 술꾼들이 속풀이 음식으로 즐겨 먹었던 것도 그런 까닭이겠다. 물메기는 무엇보다 말려서 먹는 게 일품이다. 가격도 생물보다 훨씬 비싸다. 국에 넣어 끓이면 딱딱했던 물메기가 부드럽게 풀어지며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술안주로도 최고다. 굽거나 튀긴 다음 고추장 등에 찍어 먹는다. 말린 물메기는 택배의 경우 한 축(10마리)에 10만원부터 17만원까지 4등급으로 나눠 팔고 있다. 현지에서 사면 훨씬 싸다. 상품의 경우 10만원을 훌쩍 넘기지만, 하품은 4만~5만원짜리도 있다. 추도는 작은 섬 치고 은근히 볼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물색이 곱다. 맑은 날이면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져 파란색 젤리처럼 보인다. 한 술 떠먹으면 입가에 파란 물감이 묻을 것 같다는 식의 농짓거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두 시간이면 넉넉하다. 추도는 ‘큰산’을 경계로 대항마을과 미조마을로 나뉜다. 외지인들이 종종 큰산을 ‘희망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섬 주민들은 이를 영 탐탁지 않게 여긴다. 기암들로 이뤄진 해안은 인적 드문 섬 동쪽, 그러니까 샛개부터 펼쳐진다. 샛개 아래로 내려가 꼼꼼하게 살펴야 기골이 장대한 해안절벽과 만날 수 있다. 샛개는 해돋이 풍경이, 미조마을 용두암은 해넘이 풍경이 멋들어지다. 큰산 정상까지 오를 수도 있다. 다만 30년 넘게 사람의 발길이 끊겨 오르는 길이 녹록지는 않다. 큰산 정상엔 뜻밖에 너른 안부가 펼쳐져 있다. 사방을 병풍처럼 둘러친 나무들 사이로 남해의 쪽빛 바다가 얼굴을 내민다. 오르는 길에서 세월의 더께를 걷어 내면 옛 다랑논과 집들의 흔적이 튀어나온다. 조 이장은 농촌체험을 원하는 도시인들에게 작은 다랑논들을 임대한다든지, 큰산을 통해 미조와 대항마을을 잇는다든지 해서 섬 관광을 활성화시키고 싶다고 했다. 그때쯤 되면 오르기 수월하고 볼 것도 많은 ‘큰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작은산엔 무인등대가 있다. 추도에서 오후 배로 통영에 나왔다면 반드시 산양일주도로에 들를 일이다. 맑은 날이면 피보다 붉은 노을과 만날 수 있다. 산양일주도로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달아공원이다. 예서 마주하는 남해 풍경이 장쾌하다. 당포대첩지 인근의 원항마을 해넘이 풍경도 빼어나다. 당포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함대가 왜구의 배 21척을 괴멸시킨 전승지다. 달아공원이 웅장하고 서사적이라면, ‘장군봉’ 중턱의 마을 언덕에서 맞는 해넘이는 한결 소박하고 서정적이다. 겨울 남해의 풍성한 맛과 만나고 싶다면 거제 장목면의 외포항으로 향하는 게 순서다. ‘대구의 본고장’쯤 되는 포구다. 대구는 동해안에 서식하다 겨울철 산란을 위해 남해안으로 내려오는데, 장목 앞바다가 그 길목 노릇을 한다. 해마다 12~2월이면 장목 일대에 대구어장이 형성된다. 대구는 수컷이 비싸다. 암컷은 알을 빼고 나면 먹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맑은탕이야 익숙한 음식이고, 대구찜이 독특하다. 묵은 김치에 대구를 싼 다음 쪄 낸다. 외포항 주변 대부분의 식당들이 대구찜 2만 5000원, 맑은탕 1만 5000원(이상 1인분)을 받고 있다. 생대구 수컷 최상품은 6만~7만원선, 말린 대구는 2만 5000~5만원 선이다. 외포항에서 가거대교 방향으로 10분 남짓 가면 장목항이다. 적요한 포구에 들면 일부 혹은 전체가 노랗게 칠해진 배들이 눈에 띈다. 잠수기 어선들이다. 일반 어선과 달리 잠수부들이 바닷물 속에서 어패류를 캐는 것이 주업이다. 현지에선 ‘머구리’라고 부른다. 배가 한결같이 노란색인 건 ‘잠수부들이 바닷속에서 작업 중이니 지날 때 조심해 달라’는 경고의 뜻이다. 요즘 주로 나는 건 키조개와 대합 그리고 우럭(조개)이다. 특히 키조개는 관자가 가장 통통해지는 시기여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한 개 1000~1500원. 우럭은 1㎏에 1만 5000원선이다. 대합은 시세 차가 큰 편인데 1㎏에 1만 500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포구 바로 앞의 ‘제1, 2구 잠수기 수협거제지소공판장’에서 살 수 있다. ■ 여행수첩 →가는 길:통영여객터미널(644-0364)에서 한려페리호가 오전 7시, 오후 2시 30분 추도까지 오간다. 오전 배는 미조마을을 먼저, 오후 배는 대항마을을 먼저 들른다. 어느 마을에서 타도 상관없지만, 시간 안배는 잘 해 두는 게 좋다. 어른 편도 7550원. 조경렬 이장(017-566-7115), 미조마을 심춘우 이장(010-9313-2628). →잘 곳:여관은 없다. 민박을 해야 한다. 하루 4만~5만원. 음식점도 없다. 민박집에서 주문해 먹어야 한다. 한 끼 7000원이다. 메기탕은 1만원. 샛개 쪽에 명리의 집(010-4571-7759) 펜션도 있다. 글 사진 통영·거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외국인들에 인기 ‘한국 회식문화 체험’ 동행해 보니…

    외국인들에 인기 ‘한국 회식문화 체험’ 동행해 보니…

    “세이(say) 건배~.” 지난 18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종로3가의 한 고깃집. 불판 위로 술잔을 부딪치는 직장인들 사이에 주위를 둘러보며 조심스레 술을 따르는 9명의 외국인이 눈에 띈다. 어색한 분위기는 잠시, 지글지글 갈매기살이 익는 소리에 소주잔이 몇 순배 돌아가자 금세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동행한 한식 여행 전문가가 ‘폭탄주’의 일종인 ‘타이타닉주’를 선보이자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외국인들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잔에 술이 찰 때마다 여기저기서 폭소와 탄성이 나왔다. 외국인들은 행여 놓칠세라 그림까지 그려가며 폭탄주 제조법을 받아 적는가 하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스웨덴에서 온 시실리아(51·여)는 “스웨덴에서는 술 도수가 워낙 세서 폭탄주도 거의 없고, 술을 섞어 마시지도 않는다”고 자기 나라와 비교를 하기도 했다. 길게는 3~4차까지 가는 한국의 술 문화가 알려지면서 ‘나이트 다이닝 투어’ 등 이색 음주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날 모인 외국인들은 김치만큼이나 화끈하고 독특한 우리나라의 회식 문화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고 했다. 호주, 영국, 스웨덴, 미국 등 국적부터 직업, 나이도 각양각색이다. 얼굴이 발그레해지자 한 목소리로 “2차는 어디죠?”를 외쳤다. 2차에서는 청주에 떡볶이 안주가 나왔다. 떡볶이가 맵다며 다들 쩔쩔맸지만 안주 접시는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남자친구와 함께 한국을 찾은 영국인 마리사(30·여)는 “술 좋아하기로 소문난 영국인도 친구와 펍 크롤(pub crawl·술집 돌기)을 하는 일이 있지만 한국에서처럼 직장 동료나 상사와 함께 회식을 하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최근 런던과 한국 사이에 직항 노선이 늘면서 영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여행 붐이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잔 두잔 더해진 술잔은 처음 보는 사람들 간의 서먹함을 녹여줬다. 3차로 향한 피맛골 골목 사이에 있는 두부비지집. 외국인들은 막걸리잔을 서로 따라주며 낯선 음식을 맛본 소감부터 사는 이야기까지 자신들의 사연들을 실타래 풀듯 풀어냈다. 1970년 대구에서 룩셈부르크에 입양됐다는 소니 피카드(48·여)는 “4차는 광장시장에서 빈대떡과 동동주를 마신다는데 전통시장을 가본다는 것이 무척 기대된다”면서 “오늘 제 생일인데 삽겹살에 소주로 5차는 안 갈래요?”라고 말하며 즐거워했다. 신기하고 즐거운 체험 속에 한국인들처럼 술을 마시다가는 큰일나겠다는 얘기도 나왔다. 호주인 알비 샤르프(52)는 “모든 사람이 편안한 자리 속에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은 좋지만 늘 3~4차까지 가면 마지막엔 고주망태가 돼 기억을 잃어버리게 될 것 같다”면서 “한국은 회식이 매우 잦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술을 마시면 다음날 일할 때 너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스웨덴인 롤랑드(61)는 “우리나라에서는 회사 사람들과의 파티는 크리스마스 같은 때나 하고 그나마 2~3차로 이어지는 경우도 없다”면서 “맞벌이하는 부부가 대부분이어서 번갈아가며 아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일이 끝나면 집으로 가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환갑 정명훈 생일 축하합니다”

    “환갑 정명훈 생일 축하합니다”

    지난 18일 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깜짝’ 생일 파티가 화제다. 이날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은 2000여명의 관객과 함께 22일 60번째 생일을 맞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을 축하했다. 서울시향 단원들과 사무국 직원들이 몰래 준비한 생일 이벤트는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와 교향곡 5번 ‘영웅’ 연주가 끝난 뒤 시작됐다. 수차례 커튼콜에 정 감독이 다시 무대에 나와 관객에게 인사하는 도중에 단원들이 예정에 없던 앙코르 연주를 시작했다. 단원들의 연주에 맞춰 2000명이 넘는 관객이 함께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도 콘서트홀에 울려 퍼졌다.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성시연 부지휘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축하 메시지가 담긴 동영상을 보내 생일을 축하했다. 서울시향의 트롬본 부수석인 제이슨 크리미는 무대에서 능숙한 한국어로 “마에스트로 정명훈 선생님의 귀 빠지신 날을 축하드린다”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셔서 파김치가 되셨는데도 서울시향을 위해 힘써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협연자로 무대에 섰던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전달한 케이크를 건네 받은 정 감독은 “앞으로도 서울시향을 많이 사랑해 달라”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김소월 詩 속 恨에 매료…한국 사랑하게 만들 것”

    “김소월 詩 속 恨에 매료…한국 사랑하게 만들 것”

    매콤한 제육볶음과 깍두기에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식사 내내 한국에 대한 애정을 유창한 우리말로 풀어냈다. 불가리아 소피아대 한국학과 교수 야니차 이바노바(36·여). 열흘간 건국대서 열리는 해외 한국어 교사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임신 7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1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탔다. 이바노바가 대학에 입학하던 1995년만 해도 불가리아인들에게 한국은 그저 동양의 먼 나라였다. 한국 관련 학과는커녕 대부분 국민은 한국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북한에 의료 지원을 했던 터라 어른들은 한국전쟁이란 단어를 흐릿하게 기억하는 정도였고 젊은이들은 이름조차 잘 몰랐어요.” 이바노바가 한국·중국·일본을 묶어 가르치는 소피아대 동양어문학과에 입학한 것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 차원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인생을 바꿨다. 한국이란 나라에 푹 빠지고 말았다. 그를 사로잡았던 건 시인 김소월이었다. 박사 논문 주제도 ‘김소월 시 속의 한(恨)의 특징’이었다. “그 논문을 쓰느라 제가 정말 한이 맺혔어요. 독특한 한의 정서를 이해하려면 한국의 역사·문화·사회 같은 걸 다 알아야 했는데 처음엔 그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혼’ 등을 불가리아어로 번역했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9번째다. 1998년에는 1년간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공부했다. 이바노바가 한국을 공부한 지도 어느덧 18년. 그동안 불가리아에서 한국의 위상은 180도 변했다. “1998년 대우자동차가 수입되자마자 바로 판매 2위를 달성했어요. 그때부터 한국은 선진국이란 이미지가 굳어졌죠. 이후 전자제품, K팝, 드라마, 최근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까지 한류는 정말 눈부실 정도예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를 떠올렸다. “만나자마자 나이를 물어보는 것, 외국인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것,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것. 처음에는 이런 것들에 깜짝 놀랐어요. 교회·절·점(占)집 등이 한데 모여 있는 인사동에 가서는 한국이 고리타분하지 않고 열린 나라라는 걸 알게 됐지요.” 그는 한국인의 특성을 한마디로 “뭐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일도, 공부도, 노는 것도 어쩌면 그렇게 열심히 할까요. 심지어 술조차도 죽어라 마시는걸요. 편안하고 여유로운, 그래서 어찌 보면 느리고 답답한 불가리아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특징이죠.” 그러나 공과 사의 구분이 불분명하고 비즈니스에서도 정(情)을 끌어들이는 문화는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 회사에서 일하려고 한국어를 배우는 불가리아 사람도 많은데 정작 한국 회사에 들어가면 5년을 못 버티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족보다 일을 우선시하고, 야근에 추가 근무를 당연하게 여기는 기업문화는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저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불가리아 학생들이 한국을 사랑하도록 만드는 게 소망이에요. 4월에 태어날 둘째 아이에게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잡채·김치찌개·비빔밥·라면을 해 먹일 거예요.” 글 사진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깔깔깔]

    ●각자의 사연 기가 막혀 죽은 사람과 얼어 죽은 사람이 저승에서 만나 서로가 죽게 된 사연을 털어놓았다. 먼저 기가 막혀 죽은 사람이 말했다. “글쎄 말입니다! 우연히 마누라가 바람을 피우는 걸 알아내고 제가 밖에서 몰래 망을 보고 있는데 어떤 놈이 우리 아파트로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바로 뒤쫓아가서 들이닥쳤지만 있어야 할 놈이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침대 밑, 옷장 안, 베란다 등등 어딜 뒤져도 그 놈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하도 기가 막혀 이렇게 죽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얼어 죽은 사람이 무심코 한마디 했다. “이보시오. 혹시 김치냉장고 안도 샅샅이 뒤져봤소?”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1)제주 꿩·메밀 요리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1)제주 꿩·메밀 요리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꼭 챙기는 것이 바로 그 지방의 대표 음식과 맛집입니다. 그만큼 맛집 순례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즘, 음식평론가이자 여행작가인 손현주씨가 1월 제주도의 꿩과 메밀을 시작으로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계절 따라 지역별로 맛볼 만한 제철 음식을 엄선해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한라산에 눈이 고봉밥처럼 쌓였다. ‘직, 지익’ 빌린 소형 승용차의 라디오는 어떤 주파수도 잡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차는 어느새 중산간을 지나 서귀포로 접어들었다. 노란 귤 밭이 더러 남아 있다. 빨간 열매를 매달고 크리스마스 병정처럼 서 있는 가로수를 보니 더럭 반갑다. 문득 그녀와 주고받던 말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나무 이름이 뭐예요?” “먼나무.” “뭔 나무냐고요?” “먼나무라니까.” 허허, 서귀포를 촘촘히 수놓은 그 가로수 이름이 먼나무란다. 근래 ‘식탐’이라는 책을 쓴 ‘올레 개척자’ 그녀와 난 미식의 경계에서 죽이 잘 맞았다. 그러니 제주에 가면 포식자처럼 바닷가에서 산허리로 별난 식재료를 찾아 기웃거리거나 밤늦게까지 맛 유람기를 읊어댔다. 어떤 날은 오후에야 문을 여는 게으른 ‘봉수네 식당’ 구석방에 앉아 국물이 뽀얗게 우러난 전통 돼지족탕에 감읍했고, 문섬 위로 달이 차올라 싱숭생숭한 날은 제주의 푸른 밤 유화가 걸린 그녀의 낡은 아파트에서 애술 언니가 담가준 기막힌 파김치에 막걸리 통을 비웠다. 이번 제주여행 또한 그 변주를 넘어서지 않았는데, 촉수에 잡힌 것은 마라도의 끝물 방어다. 물 좋아 젓가락으로 집으면 조릿대처럼 낭창거리는 붉고 기름진 선어의 향연을 맛보지 않고 어찌 모슬포의 겨울을 이야기할까. 하필 이름도 기이한 제주 여인 묘생씨가 옆자리에 앉았고, 토박이 식도락 기담은 밤새 냄비뚜껑처럼 벌름거렸다. “말도 마시라, 애 낳았는데 시어머니가 메밀자베기(수제비) 달랑 두 번 끓여 주더라고. 성에 안 찼지. 메밀가루 한 말을 구했어. 이레를 끼니마다 한 낭푼씩 먹고 나니 기운이 돌더라. 요리랄 것도 없어.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해서 끓는 물에 수저로 뚝뚝 떼어 넣으면 돼. 지금도 제주 산모들은 땀 뻘뻘 흘리며 메밀자베기를 퍼먹어야 젖이 돌고 기운을 차린다고 생각하지.” 허니, 제주의 겨울 맛은 메밀이야기로 풀렸다. 메밀의 걸쭉한 점성이 산모의 젖을 풍부하게 해 주고 피를 맑게 해 주기 때문에 제주 여인들은 미역국과 더불어 산후 조리식으로 메밀수제비를 먹는다는 것이다. 중산간 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는 메밀은 제주 음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의 구황작물이다. 심한 흉년이 들면 메밀대를 삶아 먹으면서 허기를 달랬고, 뜨거운 물에 타면 바로 식사대용 비상식량이었다. 꿩메밀칼국수, 꿩만두, 빙떡, 메밀수제비, 메밀고구마범벅, 메밀칼국 등 이 일상의 음식들은 모두 메밀이 섞이고 어우러지며 긴 시간 배고픈 제주를 먹여살렸다. 잔칫집에서 빠지지 않는 몸국(돼지고기 삶은 국물에 모자반을 넣고 끓인 국)이나 고사리육개장, 순댓국에도 어김없이 메밀가루가 들어간다. 국은 걸쭉하여 따로 밥을 먹지 않아도 한 끼 식사가 될 만큼 포만감이 있다. 이튿날 오전. 비자림 입구에서 제주시 쪽으로 식당을 옮겨 왔다는, 제법 알려진 꿩과 메밀요리 전문점을 찾아갔다. 빙떡과 꿩만두, 꿩메밀칼국수까지 오달지게 주문했다. 빙떡은 본래 명절 때 나눠 먹는 전통음식이다. 역사가 700년이나 되었다면 믿어질까. 철판에 잽싸게 지져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먹는 일만큼이나 노독을 풀어주는 흥밋거리다. 할망은 묽게 갠 메밀을 한 국자 얹어 손바닥만 한 피를 만들고, 데친 무채를 얹어 빙빙 굴렸다. 양 끝을 꾹 눌러 완성시킨 빙떡은 마치 멍석을 말아 놓은 듯 가지런하기까지 하다. 모양이 길쭉하다. 좀 식혀 귀퉁이를 베어 물었다. 부드럽다. 메밀의 담백한 맛과 무채의 시원함이 어우러져 풍미가 독특하다. 삼삼하다. 이것이야말로 고향을 떠나온 도회인들이 영혼을 부릴 수 있는, 만화영화 ‘라따뚜이’에서 평론가 안톤 이고를 감복시킨 어머니의 손끝 맛이 아닐까. 설설 국물이 끓고 할머니의 꿩 이야기는 과거로 흘러 들어갔다. “지금이야 사육이지만 예전에는 늦가을부터 사냥을 했어요. 어떤 마을은 개를 앞세워 수십 명이 패를 만들었죠. 그런 날은 무 나박나박 썰어 넣은 꿩국을 맛봤고, 메밀반죽 넓게 썰어 넣은 꿩칼국은 겨울 별미였어요. 잡은 꿩을 눈밭에 툭 던져 놨다가 꽁꽁 얼려 가슴살로 육회를 해먹어요. 꾸들꾸들 말린 육포는 술안주로 최고였죠.” 메밀 피에 꿩고기와 야채를 얹어 꿩만두를 빚고, 샤부샤부처럼 데쳐 먹는 꿩 토렴은 그야말로 제주의 오랜 풍습이 깃든 세시음식이다. 제주만의 꿩엿은 어떤가. 꿩 살코기 쭉쭉 찢어 넣고 국물까지 포함시켜 엿을 고았다.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물질하는 해녀나 노인들의 보양식으로 최고였다. 여행 마지막 날, 동문재래시장에 들렀다. 꿩과 메밀요리로 입소문난 골목식당 안일수(58)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테이블 6개의 좁은 공간에서 안씨는 구이용 꿩을 다듬고 있었다. 가게는 40년 됐지만 15년 전 물려받았다고 한다. 부엌이 두어 평이나 될까. 손잡이가 떨어져 나간 들통에서는 꿩 육수가 끓고 있었다. 꿩메밀칼국수를 주문했다. 투박한 메밀덩어리는 도마 위에서 순식간에 재단되었고, 육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메밀가루가 상으로 올라오기까지 그 시간은 짧고 일정했으며 단단했다. 국수 한 그릇의 미망은 컸다. 어떻게 먹어야 할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수저부터 들었다. 여전히 낯설다. 국물을 한 술 떴다. 맛이 깊다. 베지근하다는 제주 사투리는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국수를 젓가락으로 어설프게 건져 본다. 뚝뚝 끊어진다. 그러니 순수 메밀칼국수는 수저로 퍼 먹어야 옳다. 담백하지만 텁텁하다. 고기 살점이 씹히면서 특유의 꿩 향이 난다. 우리의 미각은 보수적이어서 추억과 경험에 의존해 판단하려는 경향 때문에 꿩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가 살갑지는 않은가 보다. 비리고 날것투성이인 시장통을 빠져 나오니 눈발이 성기게 흩날린다. 그런데 모를 일이다. 비행기를 타고 본토로 돌아오는 동안 왜 그 국물이 자꾸만 떠오르던지. 단순하고 정갈한 과거의 맛. 몸을 순화시키는 편한 맛. 이 영혼을 벼리는 국물이야말로 생명의 음식이고 팍팍한 일상의 기갈을 풀 힐링 푸드 아닐까. 정초부터 꿩메밀국수에 단단히 홀렸다. 글 사진 손현주 음식평론가·여행작가 [여행수첩] 바람 많은 제주의 겨울은 만만치 않다. 바람막이 등 옷을 든든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눈 소식이 있으면 한라산 어리목 입구만 가도 기막힌 설경을 만끽할 수 있다. 공항까지 차로 25분. 동문재래시장 입구에 빙떡 파는 포장마차가 있다. →계절맛집 동문재래시장 ‘골목식당’(757-4890, 꿩메밀칼국수, 꿩샤부샤부, 꿩구이), 제주시 이도2동 ‘비자림꿩요리전문점’(783-3888, 꿩메밀칼국수, 꿩만두, 빙떡, 꿩샤부샤부), 제주시 구좌읍 ‘제주민속식품’(782-1500, 꿩엿, 전복엿, 감귤해초잼) →추천맛집 ‘봉수네식당’(763-5164, 돼지족찜, 고기국수), 표선면 ‘가스름식당’(787-1163, 토종흑돼지 삼겹살, 돼지고기 두루치기, 전통 순댓국과 몸국), 대정읍 ‘산방식당’(794-2165, 수육과 밀면, 이상 서귀포시) 제주시 삼도동 ‘미풍해장국’(724-8867, 중독성 강한 선지해장국)
  • 밀가루 이어 김치도… 밥상물가 인상 도미노

    밀가루 이어 김치도… 밥상물가 인상 도미노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소비재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밀가루, 소주, 두부, 콩나물 등에 이어 이번에는 서민 대표 반찬인 김치도 가격이 오를 것으로 파악됐다. 이상 기후 등으로 인한 원재료값 상승 압박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지만 2월 차기 정부 공식 출범 이후 본격화될 물가 관리에 앞서 서둘러 가격을 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김치업계 1위인 대상FNF 종가집은 2년 만에 김치값을 6~7% 인상할 예정이다. 이날 종가집은 내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인상안을 잠정 결정했다. 종가집 관계자는 “한파로 배추 출고량이 줄면서 배추값이 ㎏당 300~400원에서 최대 1200원으로 3배 이상 올랐고, 마늘·생강 등 양념 재료값도 지난해 1월보다 170% 이상 올라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장점유율 70%인 종가집이 김치값 인상을 확정할 경우 CJ제일제당, 동원F&B 등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원, CJ제일제당에 이어 대한제분도 지난 9일 밀가루 출고가를 평균 8.6% 올렸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40% 이상 급등해 출고가를 올렸지만 인상폭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동아원은 밀가루값을 8.7%, CJ제일제당은 8.8% 올렸다. 국내 밀가루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세 업체의 동반 인상으로 라면, 과자, 빵, 면류 등 가공식품 가격도 덩달아 뛸 전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원재료비, 인건비 등 각종 인상분을 감수해온 업체에만 부담지우지 말고 정부가 국제 곡물가 상승에 등에 대한 대응시스템을 갖추는 등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매일유업은 프리미엄과 일반 분유의 구분을 없애고 제품을 통일, 리뉴얼해 출시하면서 제품가를 6~8% 올려 분유값 꼼수 인상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인사]

    ■강원도 △정선군 부군수 전정환△DMZ정책담당관 김남섭△교육입교 박종훈 이만희 서경원 김만기△DMZ박물관장(직무대리) 김수산△의료원경영개선팀장 이계석△산림개발연구원장 심상준◇과장△문화예술 박흥용△체육진흥 김철래△복지정책 김두식△여성청소년가족 박만수△기업지원 차호준△투자유치 전대경△투자기반조성 홍원표△산림자원 김준해△산림소득 전제훈◇인재개발원△교육운영과장 최정규△교육연구실장 이용진◇소장△자연환경연구사업 김선협◇의회사무처△운영예결전문위원(직무대리) 반종구△농림수산전문위원(〃) 박영원△입법지원전문위원(〃) 김기찬 ■한국관광공사 ◇실장△기획조정 김진활△해외마케팅 김기헌△MICE뷰로 민민홍△국민관광 김영호△관광정보 김화숙△글로벌컨설팅 박병남△관광인프라 김근수△관광브랜드상품 전효식 ■한국석유공사 ◇1급 승진△석유정보센터장 구자권△총무관리처장 김형태△생산시설건설〃 노시대△비축시설〃 안영모△울산지사장 오효진△우즈베키스탄사무소장 김동희 ■한국전기안전공사 △상임이사(부사장 겸임) 박지현 ■교통안전공단 ◇승진△경영기획처장 이익훈△자동차검사처장 김지우△신교통연구실장 이종현△강원지사장 전종범△충북지사장 이재흥△교통안전교육센터장 권기동◇전보△감사처장 윤용안△지속가능경영처장 조윤구△운영지원처장 장상순△교통안전처장 서종석 ■국방기술품질원 △대외협력부장 김세현△분석평가〃 백승호△부산센터장 나두환△국방벤처실장 이창노 ■기술보증기금 ◇1급 승진△보증운용부장 박대연△업무개선부장 유장춘△창업지원부장 이훈△강남본부평가센터 지점장 박선근△광주본부평가센터 〃 박덕수 ■MBC △감사국 부국장(감사기획팀장 겸임) 김인수△글로벌사업본부 특임국장 김남태 ■KBS미디어텍 △사장 강성호 ■외환은행 ◇지점장△가산디지털기업금융 이춘성△강남구청역 정일용△강남금융센터 양진영△강남대로 겸 삼성타운 개인부문 이기원△고덕 정명상△광산 고봉인△구미역 최경찬△구의동 최영욱△남천동 김성목△대화역 윤순섭△도당동 신현재△동울산 전윤열△동탄신도시 서임선△둔산중앙 조민호△둔산 박귀호△명동 김연주△무역센터 장치규△반포자이 겸 반포뉴코아 김광석△발산역 이종하△방배동 양정철△범어동 신기석△사직동 이명훈△산곡동 계출△산본 허만국△상계동 길영준△상무 최방열△서대문 박종춘△서면남 배규효△서울대입구역 이문배△서잠실 김경수△서초중앙 김한을△석관동 강철수△성동 유원호△성수역 강성진△송파동 윤희철△수완 박준연△수유역 류근형△신림역 안상동△안산 김현석△압구정중앙 김원태△야탑역 박정규△여의도 박준식△역삼중앙 김태경△연신내 김명환△영등동 김철호△영등포 이성원△오산 고석문△원주 장대식△이태원 한상한△일원역 두필수△작전동 박기남△잠실역 양현석△정릉 오덕구△정자동 최종대△주엽역 어윤봉△죽전 이석광△창동역 기세완△천안공단 이정호△천안불당 황돈순△천안 박정재△철산역 조규형△청담역 최성찬△청주북 김철수△충무로 오진환△하남공단 진광섭△호계동 김대집△호평 김성환△홍대역 강석우△홍성 이효승△화양동 이상식△가산디지털3단지(개설준비위원장) 이규동△대기업영업1본부 SRM 김지헌 김형욱 이태균△대기업영업2본부 SRM 김치옥 오희천 ■일동제약 ◇상무 승진△의원사업부문장 나승일△병원사업부문장 전걸순 ■한진 ◇승진△전무 예상곤△상무보 심정환 이충규 ■성신양회 ◇임원 승진△수석부사장 김태현△부사장 장광치△상무 김상규△이사 김석현△이사대우 이성구 하규섭
  • [사설] 중견기업 육성이 곧 중소기업 살리는 길

    대기업은 위기에 약하다는 말이 있다. 대기업 수출에 의존하는 외끌이 경제성장 구조인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때마다 휘청거렸고, 우리 경제는 몸살을 앓았다. 이에 비해 독일이 유럽 재정위기를 무난히 극복해낸 비결은 BMW, 지멘스 같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견기업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독일은 중견기업의 숫자가 전체 기업의 12%를 넘어 ‘중견기업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우리도 대기업 위주의 기형적 산업구조를 중견기업 중심으로 체질 개선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다. 312만여개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이 99.9%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대기업은 3125개다. 중견기업은 1291개(0.04%)에 불과한 실정이고 보니, 중견기업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발전적으로 편입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중견기업이 자라지 못하는 까닭은 대기업 독과점 지배력과 중견기업 유인책 부족 탓이다. 중견기업을 살리려면 대기업으로부터 보호하고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편입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대기업은 돈만 된다 싶으면 두부, 콩나물, 김치냉장고 등 중견·중소기업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진출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중견기업들은 이런 대기업의 문어발 같은 행태로 인해 살아남기가 어렵다. 대기업의 횡포에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의 법제화가 절실하다. 대기업의 악덕행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확대해 대기업들이 감히 중견·중소기업들에 불공정행위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진입을 꺼리는 이유는 저리의 정책자금 지원, 채용 인센티브, 세제 혜택 등 160가지의 혜택을 놓치기 싫어서다. 중견기업을 키우려면 중견기업에 중소기업 못지않은 재정·세제 혜택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된다. 중견기업이 탄탄해져야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중견기업을 살리는 것이 최고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함께 수출과 내수를 이끌어 가는 쌍끌이 구조가 우리 경제의 위기 면역력을 높이는 길이다.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에 편입되고 싶어하도록 ‘손톱 끝 가시’ 하나를 빼주기를 기대한다.
  • 가족들과 함께 김치 담가요

    가족들과 함께 김치 담가요

    겨울방학을 맞아 유통업체들이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김치 체험 프로그램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대상FNF 종가집의 한식 체험관 ‘김치월드’는 청소년과 초보 주부를 위한 김치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8일 밝혔다. 청소년 체험 프로그램은 포기김치, 궁중떡볶이 등 만드는 과정 일체를 전문가가 영어와 일어로 설명해 한식 체험은 물론 외국어까지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영어·일어 김치 체험 프로그램’이다. 다음달 28일까지 주말 포함 주 4회 운영되며 청소년은 물론 대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는 재료비 포함 1만원이다. 새내기 주부를 위한 김치 담그기 강좌도 이달부터 상시 진행한다. 배추 김치 담그는 법은 물론 겉절이, 연근조림, 불고기 꼬치 등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요리를 함께 배울 수 있다. 김장과 요리에 서툰 예비 신부나 새내기 주부 등이 수강할만하다. 강좌는 주말 포함 주 4회, 참가비는 재료비 포함, 5만 5000원이다. 동반인 참석 시 3만원이 추가된다. 일정과 예약은 김치월드 유선 전화(02-3290-8801~8802)나 김치월드 홈페이지(www.kimchiworld.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풀무원이 운영하는 김치박물관에서도 새해맞이 아버지와 함께 하는 김치 체험 프로그램인 ‘부자김치’ 행사를 한달간 연다.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 김치의 역사, 종류, 저장, 효능에 대한 전시 설명을 듣고 배추 김치를 직접 담가볼 수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되며 참가비는 아버지와 자녀 1인 2만원, 자녀 1인 추가시 1만원이 추가된다. 어머니가 참여할 경우는 3만원이며 자녀 외 인원 추가는 1인당 2만원이다. 박물관 공식 까페(cafe.naver.com/pulmuonekimchimuseum)에서 사전 예약하면 된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600년전 삶의 모습 그대로

    600년전 삶의 모습 그대로

    강원 고성군은 청정자연 환경인 바다, 산, 호수가 어우러진 자연환경과 수백년 전 선조들의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전통마을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슬로시티’ 지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상지는 죽왕면 왕곡마을(국가중요민속자료 제235호)과 화진포 호수 일대로 명칭은 ‘금강 고성 슬로시티’로 정했다. 빠르게, 정신없이 살아가는 도시인들이 자연과 전통마을에 머물며 ‘천천히, 느리게 살아가는’ 별스러운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왕곡마을은 북방식 전통가옥의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 오고 있는 국내 최북단 전통마을이다. 마을 골목길을 따라 울안으로 둘러친 가지런한 토담과 초가집이 정겹고 고풍스러운 운치를 더한다. 다른 민속촌과는 달리 600여년간 씨족 구성원들이 전통문화를 그대로 간직하며 살고 있어 생동감이 넘친다. 기와지붕 20여채와 초가지붕 30여채 아래 37가구 50여명의 주민이 끈끈한 이웃사촌의 정을 나누며 우리 전통문화를 지켜오고 있다. 주변에는 전국 최대의 자연석호인 화진포 호수와 바다, 송림이 어우러진 둘레길, 삼림욕장, 해수욕장 등이 있어 느리게 살아 가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또 인근의 건봉다시마 장류, 고성명태, 해양심층수 김치 등 지역의 특산물과 적멸보궁 금강산 건봉사, 화진포 고인돌 등 문화유산도 잘 갖춰져 있어 슬로시티 콘셉트에 적격이라는 게 고성군의 판단이다. 군은 오는 4월 슬로시티 지정 국내본부에 승인신청서를 제출한 뒤 6∼10월 중 국내본부 및 국제연맹의 현지실사를 거쳐 11월까지 국제연맹 가입 최종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슬로시티로 지정되면 고성군의 전통문화 유산, 천혜의 자연환경, 특산물 등 브랜드 가치 향상 및 홍보효과가 극대화되고 세계적 네트워크 가입을 통한 지역의 브랜드화와 인지도 제고에 크게 도움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성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김치 속 고춧가루도 원산지 표기해야

    오는 6월 28일부터 음식점에서 파는 배추김치의 배추와 고춧가루의 원산지를 각각 표시해야 한다. 지금은 중국산 고춧가루에 국산 배추를 써 김치를 만들면 국산으로 표시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이러면 최대 7년 이하 징역, 1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7일 이런 내용의 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8일 공포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100㎡ 이상 14만 3000곳, 100㎡ 미만 51만 7000곳 등 전국 66만여곳의 모든 음식점이다. 개정안에 따라 음식점 메뉴판 등의 원산지 표시 글자 크기는 음식이름 글자와 같아야 한다. 원산지는 반드시 음식명 바로 옆이나 아래에 표시해야 한다. 원산지가 다른 재료가 섞인 경우에 대한 규칙도 새로 마련됐다. 예를 들어 중국산 닭갈비 60%와 국내산 닭갈비 40%가 섞였으면 비율이 높은 순으로 ‘중국산·국산’ 식으로 표시해야 한다. 조리해서 팔 목적으로 냉장고 등 식자재 보관 창고에 표시해야 하는 대상도 축산물에서 농수산물까지로 확대된다. 원산지 표시 대상도 양·염소고기와 족발·보쌈 등 배달용 돼지고기가 새로 포함됐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①정겨운;골목골목,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득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①정겨운;골목골목,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득

    발길 닿는 곳마다 대형마트가 들어선 서울이지만 골목을 사이에 두고 상점과 난전이 오밀조밀 마주보며 들어찬 동네 언저리 마을시장의 역사는 오늘도 계속된다. 서울은 매일이 장날이다 멋들어진 쇼윈도에, 높다란 쇼핑공간이 즐비한 서울에서 전통시장은 다소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가만 떠올려 보면 사대문 안팎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매시장과 골목골목 가지를 뻗은 크고 작은 시장들이 서울 전역에 똬리를 틀고 있다. 추운 겨울, 서울의 구석구석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시장 구경에 나섰다. 정겨운; 골목골목,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득 발길 닿는 곳마다 대형마트가 들어선 서울이지만 골목을 사이에 두고 상점과 난전이 오밀조밀 마주보며 들어찬 동네 언저리 마을시장의 역사는 오늘도 계속된다. 1. 통인市場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인동 10-3 찾아가기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500m 도보 이동 영업시간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도시락 카페는 오전 11시~오후 4시), 셋째 일요일 휴무 홈페이지 tonginmarket.co.kr 유니폼을 입거나 넥타이 반듯하게 맨 양복 차림의 회사원들이 하나둘 시장통으로 들어간다. 점심시간이긴 한데 시장통에 유명 맛집이라도 있나 뒤따라가 보니 플라스틱 도시락을 들고 골목 이 끝에서 저 끝을 오가며 반찬을 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입소문을 타고 통인동 명물이 된 통인시장 도시락카페 ‘통通’ 덕분이다. 이 골목시장에는 반찬, 떡, 분식 등 유독 먹을거리 가게가 많다. 이러한 시장의 특성과 경복궁역 인근에 오피스타운이 형성되었다는 지역적인 특성을 두루 살펴 상인들이 힘을 모아 마을기업을 일군 것이다. 시장 골목 한가운데 위치한 고객만족센터 2층에 위치한 도시락카페에서 500원 단위의 통인시장 엽전을 구입하면 빈 도시락을 주는데 이 도시락을 들고 도시락카페 가맹점에서 가면 먹고 싶은 음식을 엽전으로 구매할 수 있다. 포장해서 가져갈 수도 있고 카페에서 먹을 수도 있다. “어머, 여기 떡갈비가 맛있던데 오늘은 없나 봐요.” 도시락카페 단골들의 훈수를 귀동냥하여 맛있는 반찬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줄도 생겨난다. 밥과 국 그리고 후식은 도시락카페에서 별도로 구매할 수 있다. 점심값 아끼려는 알뜰족은 물론 데이트 나온 연인들, 마침 장보러 나왔다 사람들이 맛있는 반찬을 골라 담는 모습에 마음이 동한 동네 주민들까지 여럿이 담아 온 도시락을 한곳에 펼치니 진수성찬 잔칫상이 따로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도시락카페 가맹점은 아니지만 통인시장의 명물 기름떡볶이도 빼놓을 수 없다. 국물 없이 볶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떡볶이라고 말하는 원조 기름떡볶이 가게 아주머니는 “시중에 떡볶이는 떡볶이가 아니야. 떡 찌개나 떡 전골쯤 되려나? 이게 진정한 떡볶이지”라며 신나게 떡을 볶아댄다. 각각의 개성과 이야기를 담아 상점들을 꾸미고 있는 공공미술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통인시장만이 가지는 특별함을 새로이 디자인하여 멋을 낸 것인데 버리는 포장지를 모아 예쁜 모양으로 오려 만든 오브제와 채소가게 옆에 덩그러니 세워진 가스통에 배추 모양의 간판을 단 것이 재미있다. 속옷가게 문 앞에는 편안한 내복 차림의 사람 오브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저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되는 장면들이 계속되니 이 끝에서 저 끝까지 200m 남짓의 작은 시장이지만 몇 번을 오가며 숨어 있는 재미를 숨바꼭질하듯 찾게 된다. 1 누가 봐도 속옷 가게. 상호보다 그림 간판이 더 인상적이다 2 시장 사람들의 푸근한 표정이 그 손맛을 짐작케 한다 3 통인시장 도시락 투어! 무엇을 담아야 할지 즐거운 고민이 계속된다 4 맛있고 푸짐한 통인시장 스타일 점심식사 5 가스통 위에 배추 아가씨. 채소가게의 마스코트다 6 김이 모락모락, 갓 쪄낸 호박시루떡이 먹음직스럽다 2. 수유마을 市場 주소 서울특별시 강북구 수유동 54-5 찾아가기 4호선 미아역 8번 출구에서 400m 도보 이동 영업시간 이른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홈페이지 www.suyumarket.com “이모, 멸치 여기 쌓은 것만큼 다 주시는 거예요?” 정량보다 훨씬 더 높이 쌓아 담은 건어물을 보며 주인아주머니께 묻는다. 아주머니는 “말이라고. 예쁘니까 한 주먹 더 줄까?” 그럼 남는 게 뭐 있냐는 말에 그저 웃기만 한다. 대형마트의 쿠폰, 1+1, 마감세일 등의 마케팅 전략이 모두 전통시장의 에누리, 덤, 떨이와 같은 정과 흥의 문화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두말하면 잔소리. 강북구 수유마을시장은 전통시장 본래의 인심을 팍팍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시장이 꽤 크다 싶은데 공산품을 취급하는 상가형의 수유시장과 골목시장인 수유전통시장과 수유재래시장 등 3개 시장이 어우러져 크게 하나의 마을시장을 이루고 있다. 정신없이 시장 구경을 하다 보면 배에서 꼬르륵꼬르륵 신호를 보내 온다. 배고플 시간이 아님에도 군침 도는 먹을거리에 배꼽시계가 제멋대로 돌아가는 탓이다. 매콤한 홍어무침, 쫀득한 족발, 고소한 빈대떡, 든든한 호박죽 등등 맛보라며 한 입 권하는 시장 아주머니들의 유혹은 그래서 더더욱 물리치기 어렵다. 맛보고 사들이고 그러다 보면 두 손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봉지를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부른 배를 소화시키겠다는 핑계로 시장구경은 더 길어지는데 수유마을시장 한가운데 노란색 간판이 눈길을 끈다. 수유마을 작은 도서관이다. 시장 한가운데 도서관이라니.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이 바쁜 상인들과 마을 주민들이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공간이다. 이 좋은 취지에 공감한 분들의 기부와 상인들의 노력으로 제법 많은 책이 모였다. 누구나 들어와 책도 읽고 쉬었다 갈 수 있는 시장 속 문화공간으로 독서동아리, 북콘서트 등의 모임도 꾸려 가고 있다. 이 밖에 시장 곳곳에 상인과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는 카페 다락방, 생생클럽 등의 공간도 열어두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생활형 시장인 수유마을시장의 소통은 말뿐인 소통과는 차원이 다르다. 핵가족과 독신들도 제대로 된 식문화를 꾸릴 수 있도록 제철 갈무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산지에서 가져온 싱싱한 재료를 시장에서 공동구매하고 함께 만들어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1월 김장을 시작으로 12월에는 고추장, 간장, 딸기쨈, 쑥버무리, 매실청, 열무김치, 오미자청, 엿 만들기가 이어진다. 시간의 흐름에 둔감한 도시인들에게 제철의 기쁨을 선물하는 시장은 참으로 정답다. 1 바야흐로 김장의 계절. 속이 알찬 배추가 층층이 대기 중이다 2 수북이 쌓인 건어물. 시장 인심이 이렇게 넉넉하다 3 어디서 이렇게 향긋한 냄새가 날까. 자연스럽게 코를 대고 과일향을 들이마시게 된다 4 갓 빼낸 가래떡. 떡국용으로 썰려면 꾸덕꾸덕하게 말려야 한다 5 매콤한 양념에 군침이 돈다. 지글지글 족발이 맛있게 익어 간다 6 기름에 바삭 튀기고 설탕에 도르르 굴린 찹쌀도너츠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는 법이 없다 7 군데군데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수유마을시장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소고기 원산지 표시 위반 작년 866건… 25%↑

    지난해 소고기 원산지 표시 위반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여파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은 4일 지난해 농식품 원산지 표시 위반 적발건수가 4642건으로 2011년 4927건에 비해 5.8% 줄었다고 밝혔다. 품목별로는 돼지고기가 134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배추김치 870건, 소고기 866건, 쌀 492건 순이었다. 소고기 원산지 표시 위반 건수는 2011년 690건에서 지난해 866건으로 25.5% 늘었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미국산 소고기의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표시하지 않은 음식점 등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지금 세종청사에선] “출퇴근 전쟁 너무 힘들어” 하소연 “애들 맡길 어린이집 부족” 불만도

    세종청사 입주 부처·기관들은 일제히 새해 업무를 시작했지만 늦게 내려온 부처는 아직도 이삿짐 정리가 한창이다. 청사 여기저기서 공사 중이라 여전히 어수선하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고충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세종청사로 출퇴근하는 이들은 빠듯한 일정에 파김치가 되고, 정착한 공무원들은 콩나물 어린이집 때문에 속병을 앓고 있다. 거처를 마련하지 못한 공무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출퇴근 문제. 특히 수도권에서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이들은 새벽 칼바람을 맞으며 집을 나섰다가, 밤늦게 도착하는 일정으로 점점 지쳐가는 기색이 역력하다. 오전 9시가 가까워지면 세종청사 주변은 밀려드는 통근버스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퇴근 무렵엔 버스에 오르기 위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공무원들로 북새통이다. 통근버스 때문에 해프닝도 벌어진다. 한 부처 고위간부는 서울 잠실에서 통근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내려보니 경기도 기흥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이었다고. 수도권 잠실·양재 등에서는 일반 기업들이 운행하는 차량도 많기 때문에 잘못타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차량 앞에 ‘청사행’이란 글씨만 믿고 탔다가 대전청사까지 간 공무원들도 많다. 수도권 출퇴근자들에겐 칼퇴근이 필수다. 버스를 못타면 서울 집으로 돌아갈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세종에 정착하려는 공직자들은 영유아 자녀들을 맡길 데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청사 내에 정원 200명인 어린이 집 2곳이 운영 중이다. 총 400명을 받을 수 있지만 현재 두 곳에 등록된 영유아 등 어린이는 총 530명을 넘어섰다. 정원을 초과하다 보니 놀이공간 등을 개조해 모두 수용공간으로 만들었다. 당연히 교사들도 부족하지만 3월쯤이나 돼야 채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부처 한 여성 사무관은 “3세 이하 영유아반에 아들을 맡겼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기본적인 공간도 없어 시설이 열악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 연일 ‘눈 폭탄’에 제설제 바닥… 염화칼슘값 2배 급등 ‘발 동동’

    연일 ‘눈 폭탄’에 제설제 바닥… 염화칼슘값 2배 급등 ‘발 동동’

    잦은 폭설에 제설제가 바닥을 드러내자 자치단체에 비상이 걸렸다. 제설제로 쓰이는 염화칼슘은 100% 중국산이지만 확보가 어려워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등 제설제 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있다. 한겨울이면 눈, 얼음과 전쟁을 치르는 강원도는 겨울 초입인데도 벌써 염화칼슘을 70% 이상 소진했다. 염화칼슘 3000t과 소금 8300t을 추가로 주문했지만 수입이 제때 이뤄질지 걱정이다. 3일 강원도에 따르면 도는 18개 시·군과 함께 지난해 10~11월 염화칼슘 9706t과 소금 1만 4414t을 제설용으로 확보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눈이 잦아 염화칼슘 6829t, 소금 1만 1738t을 이미 살포했다. 하지만 강원도 눈은 1~2월이 피크다.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낭패를 볼 위기다. 김영길 강원도 도로철도교통과 담당은 “물량 확보에 최선을 다하지만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서울도 비상이다. 이번 겨울 시와 구에서 확보한 제설제(염화칼슘, 소금) 5만 1000t 가운데 4만t을 소비했다. 예년 같은 기간엔 2만 8000t을 사용했다. 웬만한 강설량에는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던 서울시는 부랴부랴 1만t 추가 반입을 추진하는 등 당황해하는 눈치다. 인천은 염화칼슘 1000t 중 절반을 썼다. 지난해에는 500t으로 겨울을 났다. 경남도는 제설제 3522t 중 2034t을 소비했다. 이미 지난겨울 사용량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28일 폭설로 하루 만에 재고율이 70%에서 30%로 뚝 떨어진 게 결정타였다. 눈이 많이 내리는 전북 무주군은 비축한 300t이 바닥났다. 경북 김천시, 영천시, 군위군, 의성군, 칠곡군 등 대다수 시·군은 재고량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이달 중 추가 구매할 계획이지만 업자들이 납품을 기피하고 있다. 포대(25㎏짜리)당 2100원 비싼 9000원을 주고 시중에서 사려 해도 1주일 이상 걸린다. 고진희 경북도 치수방재과장은 “염화칼슘이 동난 곳에 눈이 내리면 인근 시·군 재고량을 빌려 주도록 조치를 취했으나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염화칼슘 가격이 치솟고 있다. 불과 석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올랐지만 물량이 달려 지자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사고 있다. 경기 오산시는 지난해 10월 중국산 염화칼슘이 t당 17만 8000원, 12월 25일 26만 4000원에 이어 불과 6일 뒤인 같은 달 31일에 31만 4000원으로 올랐지만 잇단 폭설에 수입업체를 통해 구매에 나서야 했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업체가 지자체 약점을 상술에 이용하는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반면 업체 관계자는 “올해는 눈이 잘 안 오던 대구, 경남, 울산 지역에까지 폭설이 내려 중국에서도 물량이 부족하다”면서 “지난해 눈이 많지 않아 재고량이 쌓일 때는 비축에 손 놓고 있던 자치단체가 엉뚱하게 업체 탓을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친환경 제설제만 공급하는 조달청에 주문이 몰린다. 조달청은 중국산 염화칼슘이 도로 파손 및 차량 부식, 가로수 고사 등의 부작용을 낳자 올해부터는 친환경 제설제만 구매 대행해 준다. 홍순후 조달청 사무관은 “액상 친환경 제설제가 ㎏당 325~330원인데 염화칼슘이 350원까지 오르면서 주문이 빗발친다”면서 “올 들어 벌써 2만t이나 주문이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한편 제설담당 직원들은 격무에 파김치가 되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해보다 많은 14차례의 눈이 한달 만에 쏟아지자 담당 직원 2명이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제설장비도 부족하지만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 15t 덤프트럭에 살포기를 부착하려면 대당 1억 4000만원 안팎이 든다. 대전은 2004년 3월 5일 사상 최대 폭설을 기록했을 때 강원도의 지원을 받았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비싼 장비를 사놓고 내년 겨울부터 눈이 많이 안 오면 어떡하나 한참 고민하다 일단 용역업체에 맡기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길섶에서] 세한(歲寒)/서동철 논설위원

    ‘나는 살아 있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서울에서 보낸 반찬은 일곱 달 만에도 오고, 빨라야 두 달 만에 오니 성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김치는 워낙 짜게 절인 것이라 맛은 변했어도 주린 입이라 견디며 먹습니다.’ 제주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추사 김정희가 서울에 있는 부인 예안 이씨에게 보낸 한글 편지의 일부이다. 추사는 헌종 6년(1840)부터 9년 동안 제주 남서쪽 대정에 유배됐다. 그가 위리안치된 대정은 겨울이면 거센 바람과 눈·서리로 ‘못살포’라고 불릴 만큼 환경이 척박한 곳이었다. ‘세한도’는 이렇듯 추사가 혹독한 세월을 보내고 있던 시절의 작품이다. 세한(歲寒)이란 ‘추워져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는 공자의 말씀. 나락에 떨어진 추사를 외면하지 않고 의리를 지킨 제자 이상적에게 감격해 그려준 것이다. 추사가 느꼈던 추위가 오늘 같았을까. 바깥 날씨보다 더 얼어붙은 겨울을 보내고 있을 친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면 좋을 텐데 잘 되지 않는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한파속 ‘창작의 꿈’ 펼치는 얼음조각 달인들

    한파속 ‘창작의 꿈’ 펼치는 얼음조각 달인들

    “한겨울에 야외에서 얼음을 깎는 작업이 굉장히 추울 거라 생각하죠. 하지만 조각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다 보면 추운 줄도 몰라요.” 얼음 조각가 김광성(38)씨의 말이다. 4일 오후 8시 케이블 채널 서울신문STV로 방영되는 ‘TV 쏙 서울신문’은 대구 비슬산자연휴양림을 찾아 맹추위 속에 얼음과 씨름하고 있는 얼음 조각의 달인들을 만났다. 얼음 위에 올라가 조각을 하기 때문에 신발에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은 필수다. 얼음 조각가 하석구(38)씨는 “위험한 장비로 작업하기 때문에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며 “전기톱에 잘린 얼음 조각이 얼굴을 때리고 피부까지 상하게 하지만 이런 고된 과정을 거쳐 조각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환희를 느낀다”고 말했다. 높이 2m 정도인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4~5시간 정도 쉬지 않고 작업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얼음 조각가는 80여명 정도다. 각종 축하연에 얼음 조각이 빠질 수 없는 장식물로 인식되면서 점차 늘고 있는 추세지만 야외에서 ‘창작의 꿈’을 펼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조각가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 밖에 ‘TV 쏙 서울신문’은 3일 경기 여주군 일대와 서울에서 열린 ‘한·아세안 청년 네트워크’를 찾아갔다. 한·아세안센터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각국의 학생 70여명이 모였다. 세종대왕릉과 명성황후 생가를 방문하고 인삼과 김치 체험장에서 직접 음식을 맛보는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문화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장면들을 담았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일한 혈흔 형태 전문가 서영일(38) 연구사도 만났다. 범죄 현장에 떨어진 핏자국은 살인 등 유혈 범죄 수사에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다. 혈흔의 모양이나 크기, 방향에는 범행 도구와 용의자의 움직임 등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다. 서 연구사는 “공판 중심주의 사법제도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혈흔의 형태는 기소 내용의 설득력을 높이고 진술의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유품을 최초로 공개한 국립고궁박물관을 찾아가 덕혜옹주의 복식과 장신구, 혼수품 등 귀중한 기록물을 영상으로 담았다. 그 밖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타난 목소리를 통해 한 주일간의 뉴스 흐름을 짚어보는 ‘톡톡 SNS’에서는 새해 예산안 및 ‘택시법’ 통과 등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전한다. 박홍규 PD gophk@seoul.co.kr
  • 더는 외롭지 않아, 더 살고 싶어졌지… 할머니 넷, 깨소금 동거중

    더는 외롭지 않아, 더 살고 싶어졌지… 할머니 넷, 깨소금 동거중

    #충남 공주시 반포면 온천1리 최숙려(79) 할머니 집 6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마을에서 가장 ‘행복한 집’이다. 대문도 없고 창호지를 바른 방문 틈 사이로 찬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촌집이지만 웃음꽃이 지질 않는다. 이 집에는 최 할머니와 오순기(79)·정옥주(72)·윤명자(66) 할머니 등 4명이 모여 산다. 다 독거노인이다. 이 마을로 시집 와 형님, 동생 하며 지내던 이웃사촌이 한 가족이 된 것이다. ‘고독사’. 적어도 이 집에서는 낯선 용어다. 충남의 일부 자치단체들이 도입한 ‘독거노인 공동생활제’ 덕이다. 농사일을 품앗이하던 전통적 공동체 방식을 뛰어넘은 신개념의 농촌공동체다. 자식과 떨어져 사는 독거노인들이 이웃과 형제·자매처럼 한집에 어울려 살면서 서로를 보듬는 생활공동체다. 1일 최 할머니 집을 찾았을 때 할머니 넷이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변변치 않은 찬이지만 할머니들의 맛있는 수다가 펼쳐졌다. 자식 얘기 등 정담이 끊임없이 오갔다. 상을 물리고는 윷놀이를 하며 함박웃음꽃을 터뜨렸다. 남편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고 자식들마저 타지로 떠나 외로움에 사무치던 예전의 모습과 딴판이다. 20년 전 혼자가 된 최 할머니만 해도 밥을 거르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몸이 아파도 도와줄 사람이 곁에 없어 병원도 제때 가지 못했다. 밤마다 무서움에 잠을 설쳤고, 겨울이면 추위에 떨었다. 하지만 사정이 비슷한 이웃 할머니들과 함께 살면서 삶이 180도 달라졌다. 2년 전 최 할머니 집이 독거노인 공동생활 터가 됐기 때문이다. 동생뻘인 할머니 여럿과 식사하면서 밥맛도 좋아졌고 무료함이나 막연한 두려움도 말끔히 사라졌다. 막내 윤 할머니가 식사준비를 하는 사이 나머지는 집안청소를 했다. 몇 달 전 갑상선 암 수술을 받은 정 할머니는 “퇴원하고 집에 혼자 있었더라면 무척 힘들었을 텐데 옆에서 식사와 약을 챙겨 주고 팔다리까지 주물러 줘 회복이 빨랐다”면서 “같이 음식을 해먹고 얘기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고 웃었다. 최 할머니는 “마음이 맞는 이웃끼리 모여 사니까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자랑했다. 공주시가 1200만원을 들여 집을 고쳐 줬고, 연간 운영비로 480만원을 지원한다. #충남 청양군 목면 대평2리 마을회관 낮에 마을 노인 20여명이 찾아와 점심을 해먹고 놀다 집으로 돌아가면 할머니 5명만 남는다. 이들은 한 방에서 잠을 자거나 TV를 본다. 김장도 함께 담갔다. 김윤단(80) 할머니는 “무엇보다 외롭지 않아서 좋다. 말벗이 있어 웃을 일이 참 많아졌다”고 말했다. 얼마 전 김 할머니가 대상포진으로 가슴 통증이 엄습했을 때 같이 사는 할머니가 119 구조대에 전화해 병원에 다녀왔다. 김 할머니는 “혼자 있었으면 고통과 서러움에 몸서리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로당에는 냉장고, 에어컨에 노래방기기와 김치냉장고까지 없는 게 없다. 청양군이 재작년 325만원을 들여 사준 것들이다. 방도 뜨끈했다. 군은 매달 경로당에 주는 낮시간대 기름값 40만원 외에 25만원을 더 얹어 주고 있다. 쌀과 반찬 등 생필품 구입비로 다달이 30만원을 대준다.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김해영(66) 할머니는 “객지에 사는 아들이 같이 살자고 하는데 눈치 보면서 뭣하러 그러느냐”면서 “여기서는 자매처럼 편하게 살 수 있는데…”라고 좋아했다. 강옥재(74) 할머니는 “5년 전 남편 잃고 혼자 살다 우울증이 심해졌는데 여기 온 뒤로 훨씬 나아졌다”고 기뻐했다. 겨울철 기름값으로 30만~40만원이 들었다는 강 할머니는 요즘 자신의 집 보일러를 ‘외출’로 해놓고 대부분 이곳에서 지낸다. #청양군 정산면 대박리 마을회관 혼자 사는 할머니 5명과 할아버지 2명이 이 회관에서 방을 달리해 산다. 할머니들이 교대로 밥을 하고, 할아버지들을 불러 함께 먹는다. 최인자(85) 할머니는 “혼자 살 때는 겁났다. 아프면 이불을 붙잡고 꾹꾹 참았다”며 “밥 해먹기도 귀찮아 깡통(통조림)만 먹고 지냈다”고 옛 생활을 회고했다. 양인정(81) 할머니는 “여기 온 지 석 달 만에 살이 3㎏이나 쪘다”며 활짝 웃었다. 남자방의 김성렬(91) 할아버지는 “작년 봄에 할망구가 죽고 여기로 왔어”라면서 “가져갈 게 있나 먹을 게 있나. 집에 뭣하러 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현석(76) 대박리 노인회장은 “함께 살다가 맘이 안 맞는다고 삐쳐서 집으로 돌아가는 노인도 있지만 대부분 잘 지낸다”고 귀띔했다. 충남도와 시·군은 2010년부터 16개 마을회관과 3개 노인 개인주택을 활용해 독거노인 공동생활제를 시행하고 있다. 허인강 충남도 주무관은 “공동생활제가 농촌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면서 “적어도 사회문제로 대두된 고독사는 아웃(OUT)”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청양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공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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