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배 2004 한국시리즈] 현대 4시간20분 빗속 혈투끝 ‘雨勝’
현대가 4시간 20분간의 ‘빗속 혈투’를 승리로 장식하며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우뚝 섰다.
현대는 1일 잠실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9차전에서 초반 무서운 집중력을 과시하며 대량 득점에 성공해 삼성의 끈질긴 추격을 8-7로 힘겹게 따돌렸다.
이로써 현대는 사상 초유의 9차전까지 펼친 한국시리즈에서 4승2패3무를 기록,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패권을 차지했다.1996년 창단한 현대는 98년과 2000년, 지난해에 이어 통산 네번째 우승의 기쁨을 맛봤고,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2년 연속 우승은 지난 96∼97년 해태에 이어 7년 만이다.
2년 만에 정상을 노린 삼성은 선발 김진웅과 후속 투수들이 초반 내준 8점을 극복하지 못해 준우승에 만족해야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현대의 ‘철벽 마무리’ 조용준에게 돌아갔다.
굵은 빗줄기가 뿌린 가운데 열린 이날 경기는 현대의 초반 응집력이 돋보인 한판.1회 선취점을 내줬지만 2회 장단 6안타를 폭죽처럼 몰아치고, 볼넷 2개와 상대의 결정적인 실책 2개를 묶어 대거 8득점,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현대는 2회 무사 1·3루에서 박진만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고 이어진 1사 2·3루에서 채종국의 2타점 2루타와 송지만의 적시 2루타로 4-1로 전세를 뒤집었다. 계속된 1·3루에서 전준호의 도루때 진갑용의 2루 악송구로 3루주자가 홈을 밟고, 브룸바의 볼넷에 이은 심정수의 좌전 2루타와 이숭용의 강습 타구를 양준혁이 빠뜨리는 행운으로 순식간에 8점째를 낚았다.
5-8로 뒤진 8회말 무사 1·2루에서 삼성은 조동찬의 안타때 통한의 주루 미스로 1점을 뽑는 데 그쳤고,9회말 1사 1·2루에서는 박진만의 실책으로 1점차까지 추격했으나 후속타 불발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우승팀 현대는 올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됐다. 그러나 에이스 정민태와 주포 심정수가 나란히 부진해 우승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하지만 용병 투수 마이크 피어리(16승)와 거포 브룸바(타격 1위, 홈런 2위)가 정민태 심정수의 구멍을 훌륭히 메워 우승의 디딤돌이 됐다. 또 선발진이 좋지 않았지만 철저한 투수 분업으로 중간계투진의 신철인 이상열 송신영 등과 마무리 조용준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 최고의 짜임새로 우승을 일궈냈다.
김민수 이두걸기자 kimm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