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4)공영매체 개편
‘소유구조 개편은 신문개혁의 주요 과제중 하나이며 공영신문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시민언론단체들이 최근 내놓은 성명서의 요지다.
김대중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과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를 계기로 언론개혁이 가시화하면서 공영매체의 소유구조 개편을 요구하는목소리가 거세다. 아직도 언론이 정권의 홍보도구로 남기를 바란다면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정부소유 언론은 손대지 않으면서 사적 소유신문만 개혁해야 한다는 이중잣대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부가 신문을 소유하는 경우는 없다. 통신은 프랑스 정부가 AFP의 일부 지분을 직간접 소유하며 예산의 50%를지원하나 특별법으로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민간 지분을 높이는방향으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방송은 전파의 공공성을 감안, 프로그램의 저질·상업화를 방지하기 위해 영국 BBC처럼 정부소유 매체가 존재하나 문자 그대로 치우치지 않는 공영방송이다.
소유구조 개편과 관련, 현재 관심의 초점은 대한매일과 연합뉴스다.
대한매일은 재정경제부 50%,포항제철 36.7%,KBS 13.3%의 지분 분포를통해 정부의 직간접 지배를 받는다.연합뉴스의 지분은 KBS 42.35%,MBC 32.15%(지방 MBC 포함)로 정부가 전체 주식의 74.49%를 간접지배한다.
대한매일은 회사발전위원회가 마련한 소유구조 개편안에 지난해 10월 노사 모두 동의,대주주인 정부에 전달한 상태다.균등 무상감자(減資)후 유상증자를 통해 사원주주조합 등의 지분 참여를 허용한 뒤 정부의 잔여지분은 공익재단에 출연하거나 매각해 공익언론화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정부는 관련법규 검토 등을 이유로 처리를 망설이고 있다.
연합뉴스 소유구조개편 추진위원회도 신주 발행을 통해 공·사기업과 사원들을 주주로 참여시킴으로써 두 방송사의 지분율을 대폭 끌어내리는 공영통신화 방안을 마련했다.노사가 조만간 최종안을 확정,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두 회사 개편안 모두 경영진추천위원회를 구성,임원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의 소유구조 개편 주장은 정권 편향의 왜곡된 길을 걸어온 데대한 뼈아픈 자성에서 출발한다.친여권 인사가 사장으로 선임될 수밖에 없는 구조는 이들 매체의 정권 예속과 공정보도 훼손,자생력 상실을 불가피하게 만들어왔다.대한매일이 독립언론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지난해 11월 직선 편집국장체제를 출범시켰으나 한계는 있다.
조항제교수(부산대 신문방송학과)는 “개편 형태에는 이견이 있을수 있지만, 기본원칙은 정부가 신문이나 통신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것이며, 국민주 같은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개혁의 핵심과제 중 하나는 소유 분산을 통한 편집권 독립의 확보다.
대한매일 소유구조 개편은 김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이제는 결단이필요한 때라는 게 뜻있는 국민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김주혁기자 jhkm@.
*‘언론의 공공화'란.
막강한 지배권력을 가진 국가는 행정권력 이외에 예술·종교·문화·사상 등을 종합적으로 과잉지배하기도 한다.특히 그 가운데 신문사를 소유하거나 공영방송을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국내에서는 1980년국가권력이 무력을 동원,언론사를 통폐합하면서 개인소유 언론기업을빼앗기도 하고, 언론기업의 소유주를 모호한 상태로 만들어 배후에서영향력을 행사한 일도 있다.소유형태는 분명히 공영으로 이사회에 전권이 있으나 실제로는 정부가 모든 권한을 행사했다.
역대 정부는 그동안 언론매체를 직접 소유,정보를 통제하는 고전적수법을 사용하면서 국가독점 언론체제를 이뤄왔다.그러나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이에 대한 비판이 대두하기 시작했다.여기서 등장한 것이 ‘언론의 공공화’ 주장으로 1차 대상은 정부소유 언론이며,그 골격은 공공성을 지향한 소유구조 개편이다.
외국에서는 시장경제 제도를 택한 나라조차 예외없이 소수에 의한언론독점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운용한다.프랑스는 지난 84년 처음으로 포괄적인 신문법을 제정,신문시장의 독점구조를 혁파했다.김승수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언론 공공화는 매체사업에서 대자본의 배제,매체기업의 독립 및 업종 전문화로부터 출발한다”고 말했다.
정운현기자 jwh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