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퇴장… ‘3金시대’ 종식
자민련 김종필(JP) 총재가 19일 “국민의 선택은 조건없이 수용해야 한다.”며 총재직 사퇴 및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김 총재는 이날 오전 마포당사에서 김학원 총무 등 17대 총선 당선자들과 만나 “패전의 장수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모든 게 나의 부덕한 탓으로 깊이 반성한다.”며 “오늘로 총재직을 그만두고 정계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김 총재가 17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재직 사퇴 및 정계 은퇴를 선언함에따라 ‘3김 정치시대’의 종식이 이뤄졌으며,자민련은 본격적인 ‘포스트 JP’ 시대를 향한 진로 모색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이봉학 사무총장에게 4월중 전당대회를 열어 새 총재를 선출토록 지시했다.
김 총재는 “노병은 죽진 않지만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다.지난 43년간 정계에 몸담아왔고 이제 완전히 연소돼 재가 됐다.”며 “여러분들이 지혜를 모아 당을 수습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자민련은 조만간 전당대회를 열어 새 총재를 선출키로 했으며,전당대회에는 김학원 총무와 이인제 부총재의 출마가 예상된다.
자민련은 또 전대와는 별도로 김 총무 등 당선자를 주축으로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6월 재보궐선거에 대비하면서 당의 정체성을 재확립함으로써 ‘포스트 JP’ 시대에 걸맞은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3김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정계은퇴를 전격선언함으로써 이미 카운터 다운에 들어갔던 3김시대도 동시에 막을 내렸다.
그는 35세때인 지난 61년 처삼촌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에 가담하며 한국 정치사의 주역으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이후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현실 정치를 떠난 뒤에도 ‘마지막 3김’으로 의지를 불태웠다.그러나 김 총재는 마지막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10선고지와 내각제 도입을 이루지 못한 채 긴 그림자를 끌며 정치를 떠나게 됐다.5·16 쿠데타로 등장한 그가 40여년간의 정치인생을 접은 날이 우연하게도 4·19 혁명 44주년 기념일이어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실감케 한다.
김 총재는 61년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40여년간 ’자의반 타의반‘ 외유,정치 규제,3당합당과 민자당 탈당,자민련 창당,DJP엽합 및 공조 파기,16대 총선 참패 등숱한 곡절을 겪으면서도 정치적 입지를 유지해왔다.
물론 김 총재가 이러한 위기상황에서도 재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충청권이란 텃밭이 있었기 때문이다.매번 침몰직전까지 몰렸던 JP에게 충청권은 아낌없는 지지를 해 줬다.
그러나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참패하고 소속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한데 이어 그해 16대 대선에서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민주당에 텃밭을 잠식당하면서 충청권 맹주로서의 위상이 크게 약화됐다.
김 총재는 지난해 10월 자민련이 충청지역 기초단체장 재·보선에 모처럼 승리,이번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복원을 꿈꿨지만 ‘한·민 공조’의 대통령 탄핵 추진에 뒤늦게 가담하면서 ‘탄핵폭풍’에 치명타를 맞아 재기불능의 상태로 몰렸다.
더욱이 총선 결과는 충남지역 4석이라는 사상최악의 성적를 기록한데다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한 자기 자신 조차 낙선하면서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졌다.
결국 총선후 사흘간을 청구동 자택에 머물며 장고(長考)를 거듭하던 그는 이날 오전 당사에 출근,당선자들과 만나 “패전의 장수가 무슨 말이 있겠느냐.모든게 저의 부덕한 탓”이라며 “오늘로 총재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