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교육 “끝없는 도전이어야 한다”/김종철 덕성여대대우교수(세평)
최근 문교부는 실업계고교 지원자의 전원 수용시책등을 포함하는 일련의 실업교육 진흥책을 발표하였다. 95년까지 일반계고교의 일부를 실업계로 개편하여 6만명을 수용하고 실업계고교의 신설및 학급증설을 통해서 6만명을 받으며 도합 12만명에게 실업계고교 교육의 기회를 확대 제공하겠다는 것이다.그렇게 된다면 실업계고교 지원자 전원이 수용되는 셈이 될 것이다.
○문교정책의 최대 난제
또한 실업계고교의 실험ㆍ실습 등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것을 비롯하여 도합 2천3백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업계고교 교육의 확충과 개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몇가지 중요한 관련 시책도 제시되고 있다. 즉,일반계고교에서의 비진학 청소년들을 위한 직업과정을 대폭 확대 강화하고 농어촌지역의 공고에도 직업교육과정을 신설 운영하며 전문대학을 95년까지 22 개교 신설하고 그 수업연한도 다양화하는 등의 시책을 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실업교육의 진흥은 교육정책의 주요 현안과제의 하나였으며 문교당국이 일련의 시책을 추진하고자 한 정책의지를 구체화하고 계획과 시책을 마련하였음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업교육의 진흥은 지난 40여년간 문교부가 내세운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교육정책의 과제중 하나였음을 되새겨 보면서 이번만은 좀더 알찬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동시에 우리는 실업교육의 진흥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를 절실히 인식하여야 하겠다. 28대에 걸친 역대 문교부장관이 한두 분의 예외는 있었을망정 거의 빠짐없이 실업교육의 진흥을 강조해 왔다. 그것은 도의교육의 강화와 더불어 중점 문교시책 내지 장학방침의 하나였고 표현은 달라도 계속 추구해온 정책목표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0여년 동안 계속해서 미결의 과제로 남게 된 셈이다. 도의교육의 진흥이 지극히 어려운 과제이고 어느 의미에서는 항구적인 과제인 것과 마찬가지로 실업교육의 진흥은 계속적인 정책의 과제로 인식되어야 할지 모른다.
우리 사회의 역사적 현실로 보거나 미래사회의 필요로 미루어볼 때,실업교육ㆍ과학기술교육의 진흥은 절실한 과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교육이오늘과 내일의 삶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고 인간의 삶에 있어서 실업ㆍ산업등이 중요한 일면을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보면 농ㆍ공ㆍ상ㆍ수산ㆍ해양ㆍ가정 등 실업교육진흥의 당위성과 중요성은 제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점 간과해선 안돼
따라서 문교부가 일련의 실업교육 진흥책을 추진하고자 하는 뜻을 높이 평가하며 그 성공적 시행이 실업교육의 발전에 기여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실업교육의 진흥이 제시된 계획과 시책만으로 성취될 것으로 보는 것은 문제점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며 안이한 접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실업교육의 진흥은 시설의 확충과 학생정원의 증대등 외곽적인 시책만으로써 성취될 수 없는 것임은 자명하다.
문교부의 계획이 외곽적인 것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보다 종합적인 대응과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이 필요할 것이며 시설과 기회의 확충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점이 개재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되고,관련된 여러 문제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아니될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부문의 교육과 마찬가지로 내실화의 여러 조건,예컨대 커리큘럼,교과서와 보조교육재료,교사 등에 관련된 조건을 정비하고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고 중요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면서도 그 어느 하나도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 어려운 점은 실업교육의 진흥이 교육외적인 요인,특히 취업과 임금구조등 더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 감히 대응하기조차 어려운 인문숭상의 가치관과 일반계학교에 대한 상대적 선호,따라서 실업계학교는 성적이 나쁘거나 가난한 학생이 가는 곳이라는 막연하고 불합리한 편견 같은 것이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에 아직도 도사리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아무튼 실업교육의 진흥은 만만치 않은 과제요 도전이며 그 문을 넓히고 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극히 한정된 기본조건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문교당국자나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다같이 인식할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을 전제로 하여 몇가지 방향으로의 노력이 동시에 그리고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첫째,기회의 확대와 시설의 확충등 시책은 반드시 내실화를 위한 다른 시책과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실업교육의 기회확대는 취업과의 연관성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으로는 물론 여러 부문별로 적절한 조절이 필요할 것이다. 1970년대에 일부 농고를 일반고교와 공업고교로 개편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사실을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산업계와의 긴밀한 협동 아래 임금구조의 개편을 꾸준히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사회적 편견을 버려야
끝으로 실업교육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국민적ㆍ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유인구조의 개편과 가치관의 내면화등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며,실업계학교에 보다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힘써 나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실업교육의 진흥은 값있는 도전이며 영속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