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결정 대안 언급 안할듯
25일 국회에서 이뤄지는 노무현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적잖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이해찬 국무총리가 대독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행정수도 혼란과 관련해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되지 않을 것 같다. 워낙 미묘한 사안인 만큼 고민이 깊고,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청와대측 설명이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정리되고 결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시정연설에서 큰 메시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언론 역시 새로운 방향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이번 사안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층적 검토를 해야 할 사안”이라며 “따라서 지금으로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론의 흐름을 살피면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주와 비슷한 스탠스다.
이런 기류는 이날 시정연설 작성과정에서도 뒷받침된다. 이례적으로 청와대가 아닌 총리실에서 연설문을 작성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밤 총리실이 작성한 연설문을 한차례 검토하는 선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노 대통령 연설을 전담해 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시정연설은 노 대통령이 이 총리에게 권한을 많이 넘겨준 연장선에서 이 총리가 주도적으로 작성했고,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기존 연설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도록 스크린할 뿐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총리실이 시정연설을 주도한 만큼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분명한 정책방향이 제시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정연설 작성에 참여한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핵심인 국가균형발전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 국정 전반에 대해 다룰 것”이라며 “새해 정부 예산안에 대한 설명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밝혔다.
결국 노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헌재의 위헌 결정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범정부적 차원에서 이에 따른 후유증과 혼란을 막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하는 한편 보다 면밀한 검토를 거쳐 후속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선에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신행정도시 건설 등 여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구체적 방안은 언급되지 않을 듯하다.
남은 관심은 행정수도 이전사업 중단에 따른 정부 차원의 대국민 사과 여부다. 한나라당은 지난 22일 박근혜 대표의 대국민사과를 기점으로 “노 대통령과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을 강행, 국민적 혼란을 야기한데 대해 사과하라.”고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 총리가 어떤 표현으로, 어떤 수위로 이번 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느냐는 것은 승복 논란이 일고 있는 헌재 결정에 대한 여권의 자세와 함께 향후 대응방안을 말해 주는 지표인 셈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헌재도 헌법기관인데 그 결정을 부인해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밝혀, 어떤 식으로든 헌재 결정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 내용에 따라 여야간 긴장도 달라질 것 같다.
진경호 조현석기자 jad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