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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웰빙 패션으로 시원한 여름

    웰빙 패션으로 시원한 여름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자연이 그리워진다.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는 상쾌한 나뭇잎 소리, 계곡의 물, 파란 바다…. 그래서 여름 패션은 자연에 가깝다. 나무, 코르크, 짚 등을 소재로 사용해 자연과 함께한다. 올 여름 패션계는 환경도 생각해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면, 마 등을 이용해 만든 제품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에 다음 세대도 생각하는 마인드를 접목시킨 ‘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로 발전하는 추세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과장은 “웰빙 트렌드는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기능을 갖춘 의류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특히 올 여름에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 개발에서도 강한 자연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 소재로 산뜻한 여성 자연친화적인 여름을 즐기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국적인 큰 꽃이나 나뭇잎을 모티브로 제품에 꽃 나무 풀 등의 디자인을 섞거나, 대나무나 밀짚을 엮어 만드는 것. 왕골을 얼기설기 엮은 메시백, 나무를 깎거나 짚으로 만든 커다란 꽃 장식은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잘 살린다. 이외에도 손잡이 부분을 대나무 소재로 만들거나 원석 느낌이 나는 장식을 단 제품들이 다양하다. 뷰티에서도 자연 소재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강한 자극으로 피부에 스트레스를 주면서 한순간에 효과를 보기보다는 천연성분을 사용해 지속적으로 건강한 피부를 만들길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먹을 수 있는’ 화장품이라 표현할 정도로 가공되지 않음을 드러낸다. 이지함화장품은 녹차에서 추출한 폴리페놀을 주성분으로 한 ‘셀라벨 화이트-P’를 선보였다. 소나무와 녹차의 폴리페놀을 동결건조 방식을 이용해 고순도 그대로 고농축한 것이 특징. 엔프라니의 자연친화적 스킨케어 브랜드 ‘네추어 비’의 호박팩도 단순 호박팩이 아닌 무공해 청정호박을 성분으로 사용했다. ●친환경 소재로 멋진 남성 디자인이나 무늬만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친환경적인 기능이 포함된 제품의 출시도 늘고 있다. 여름 소재로 잘 알려진 마뿐만 아니라 대나무, 콩 등을 이용한 건강 소재도 많다. 제일모직의 ‘지방시’는 은성분을 함유한 원사로 만든 셔츠 테라피를 선보였다. 은성분에서 원적외선이 나와 혈액순환을 돕고 유해물질을 자정시키는 작용을 한다.‘로가디스 그린라벨’의 대나무 니트는 고온다습한 여름철에 적합한 기능성 제품으로 시원하면서 감촉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LG패션 ‘닥스’는 은성분이 함유된 셔츠 에이지 클린업과 에어로 실버를 내놓았고,‘마에스트로 캐주얼’은 피부친화적·자연친화적 소재인 콩섬유가 혼방된 셔츠를 출시했다. 골프웨어 ‘PGA투어’의 기능성 티셔츠는 대나무 소재로 만들어 입었을 때 촉감이 좋고 피부 트러블이 극히 적다. 땀을 빨리 흡수하고 빨리 건조시키는 흡습속건·항균소취 기능으로 여름에 쾌적하게 입을 수 있다. ‘엘로드’의 콩섬유 골프웨어는 피부 노화 원인이 되는 산화반응을 막는 토코페롤과 사포닌을 풍부하게 함유해 피부 노화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자외선 차단 기능도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금강제화 ‘바이오소프’의 ‘은나노슈’는 은이온이 세균의 신진대사 활동을 방해해 항균·살균 효과가 뛰어나 여름철 발냄새와 무좀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권할 만하다.‘레노마’도 은나노를 사용한 트렌디한 디자인의 정장화를 5월중 출시할 예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茶속의 산책-하동군 화개골

    茶속의 산책-하동군 화개골

    천년의 향기를 간직한 햇차의 유혹이 시작됐다. 경남 하동군 화개골 지리산 기슭에서 전해오는 은은한 야생차의 맛과 향이 입과 코를 자극한다. 화개골은 천년전 우리나라에 녹차가 처음 전해진 녹차 시배지. 이 곳에 가면 지리산 이슬을 머금고 자란 야생차를 손으로 따 전통 제다법으로 덖어(볶아)낸 수제차를 맛볼 수 있다. 탁트인 섬진강과 지리산의 푸르름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특히 녹차의 날(5월25일)을 전후해 녹차의 본고장인 이곳에서 19∼22일에 야생차 문화축제가 열린다. 다양한 행사와 함께 명차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번 주말에는 쌓인 시름을 훌훌털고 입과 코와 눈, 그리고 마음까지 즐거운 ‘원조 녹차’의 맛을 찾아 떠나보자. ●천년의 향기 그윽한 원조 녹차 맛 따라 눈이 시원하다. 서울을 떠나 4시간 남짓 달렸을까. 야생차밭을 감싸안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푸르름이 눈 앞에 펼쳐졌다. 화개장터를 지나 화개골로 가는 쌍계사 입구는 봄 한때 하얀 벚꽃 세상을 연출했던 가로수들이 청량한 녹색 터널을 선사한다. 차창을 열자 5월의 싱그러운 바람이 가볍게 뺨을 스친다. 먼저 찾은 곳은 쌍계사 인근의 녹차 시배지. 우리나라 차의 원조임을 증명하 듯 깎아지른 듯한 산등성의 시배지 아래 우리나라에 처음 녹차씨를 가져온 김대렴 공의 추원비와 시배지 탑이 우뚝 서 있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씨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남녘인 이곳에 심었고, 이를 진감선사가 널리 보급함으로써 우리나라 전통차 문화가 싹트게 됐다고 한다. 이 곳은 지방기념물 61호로 지정돼 있으며, 차인들이 대렴공의 추원비와 시배지탑을 건립하고 매년 5월25일을 차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이어 쌍계사 앞으로 흐르는 화개동천을 따라 올라가자 경사가 급한 산기슭 바위틈 사이로 차밭의 전경이 시원스레 눈에 들어왔다. 머리에 수건을 둘러맨 채 손으로 조심조심 찻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은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 산세가 험해 찻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다소 위태롭게 보이기도 한다. 깔끔하게 정돈된 광활한 전남 보성의 차밭을 본 사람이라면 다소 실망스러울 정도로 작고 투박하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하동 녹차밭의 자랑이다. 비록 대량 생산은 못하지만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자부심이 남다르다.‘평지차가 인삼이라면 산지차는 산삼’이라며 입을 모은다. 그래서 하동 사람들은 다른 지역의 차와 구분해 이 곳 차를 굳이 ‘야생차’라고 부른다. 섬진강 맑은 물과 지리산의 깊은 지력을 흡입해서인지 차가 유난히 향이 짙다. 화개면 일대는 일조량이 높고 습도가 높은데다 일교차도 커 다른 지역보다 가장 좋은 첫물차인 우전(雨前)차 수확이 10일 이상 빠르다. 우전은 곡우(4월20일) 무렵을 전후해 차를 손으로 직접 딴다. 이렇게 딴 잎은 멍석에 말린 뒤 가마솥에서 볶고 비벼서 말리는 ‘덖음’과정을 거친다. 차를 덖어 내면 차맛이 은은한 향기를 띠며 차가 오랜 시간 우러나온다. ●국내 유일의 녹차명인을 만나다 이 곳은 시배지 답게 국내에서 유일한 ‘전통 수제녹차’ 명인인 박수근(61)씨가 살고 있다. 다원이 밀집한 화개동천변에서 명인다원(055-883-2216)을 운영하고 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사촌이자 차에 대한 조예가 깊었던 윤포산 스님과 선친인 박봉준 선생으로부터 전수를 받았다. 그는 “차는 색과 향과 미에 기가 더해진다.”면서 “차의 색은 연둣빛이 나야하며, 진하고 구수한 향이 나야 하고, 먹고 나면 단맛이 나야 하며, 만드는 사람의 혼신의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지역에서는 일본 품종인 야부기다종을 사용하지만 이 곳은 지리산 자락에서 자생하는 토종 차나무라고 말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중국 소엽종이지만 천년의 세월이 흘러 토종화된 셈이다. 말린 찻잎은 날로 먹어도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그는 올해는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이 불어 작황이 좋지 않아 최고 차인 우전·세작을 예년의 3분의1 수준인 1500통(한 통은 100g)밖에 만들지 못했다. 이 가운데 우전은 300통 정도로 2000평의 광활한 차밭에서 30㎏밖에 나오지 않는다. 우전 가운데에서도 한해 10여통 정도밖에 만들지 않는 최고급은 한 통에 55만원 정도. ● 이렇게 가세요 자가용으로 서울에서 4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경부·중부고속도로, 대진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하동IC에서 빠져 시내로 들어와 19번 국도 쌍계사 방향으로 가면 만난다. 다른 방법으로는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전주IC에서 나와 임실과 남원, 구례를 거쳐 내려오면 된다. 하동군청 문화관광과 웰빙이벤트 담당(880-2375), 녹차산업계(880-2751) ■ 오~설록차 녹차를 말할 때 제주도를 빼놓으면 아쉽다. 제주에는 서귀포 도순다원, 남제주군 서광·한남다원 등 총 40만평의 다원이 아름답고 싱그러운 초록 세상을 선사한다. 또 제주를 여행할 때 녹차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오’설록 녹차박물관’을 지나치면 섭섭하다. 태평양의 대표적인 녹차 브랜드 설록차를 마시면 자연스럽게 감탄사가 나온다는,‘오∼, 설록’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이곳에서 녹차의 은은한 향과 멋을 즐길 수 있다. ●녹차의 역사를 담아 녹차밭이라면 보통 보성과 해남, 하동 등을 들지만 제주도야말로 녹차의 유적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주 남제주군은 조선시대 대학자이자 명필인 추사 김정희가 유배시절에 초의선사가 보내준 차를 마시며 외로움과 고통을 달랜 곳이다. 결국 많은 다인과 차를 통해 교류하며 다선삼매의 경지에 이르러 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연평균 기온 섭씨 15도, 강수량 연간 1800㎜, 일조량이 많지 않아 차 재배의 적지이지만 돌투성이 땅에 차를 재배하기는 힘들었다. 태평양은 이곳을 2년동안 개간하고 1984년 차묘목 100만 그루를 심기 시작하면서 옥토로 바꾸어 녹차의 명소로 성장시켰다. 15만평 규모의 서광다원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설록차박물관 오’설록이 세워져 있다. 햇빛 좋고 공기 좋은 최적의 차 생산지, 제주의 멋을 느낄 수 있고 녹차와 한국 전통 차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자 학습공간, 푸른 빛으로 둘러싸인 자연친화적인 휴식공간으로 제 역할을 다한다. ●은은한 차 향기에 취해 1층 박물관에는 차와 관련된 세계의 역사, 공정과정, 삼국시대 토기잔과 상감기법으로 만든 고려잔 등 우리 찻잔 120여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이 마련돼 있어 흥미롭다. 2층 오’전망대에 오르면 넓게 펼쳐진 서광다원의 차밭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야외에는 방사탑, 물허벅 등 제주 전통 문화유산을 보기좋게 전시해 놓아 제주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설록의 길’이라는 운치있는 산책로를 마련해놓아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가족이나 연인을 위한 코스로도 딱이다. 다점에서는 연녹색의 녹차아이스크림, 녹차쿠키, 녹차초콜릿 등과 다양한 선물용 녹차를 구입할 수 있다. 특히 광활한 녹차 밭을 바라보며 먹는 2500원짜리 시원한 녹차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별미다. 먹는 것을 뺀 입장료, 주차비, 구경값은 모두 무료다. ●찾아가는 길 서광다원까지 가는 대중교통은 없다. 제주터미널과 서귀포터미널에서 ‘서광서리’ 가는 차량을 타면 내려서 25∼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렌터카를 이용하는 경우라면 서부관광도로를 타고 ‘동광’ 이정표를 따라 ‘동광검문소’까지 간 뒤 ‘설록차 전시관’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한다.(064-794-5312·www.sulloc.co.kr) 제주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손으로 우려내 다함께 茶茶茶 화개동천변 40리(16㎞)에는 다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데 대부분 무료로 차를 시음하는 것은 물론 구입할 수도 있다. 업체는 소량으로 수제차를 만드는 곳까지 합치면 200여곳에 이른다. 하동군의 연간 차 판매량이 200억원에 달하고 전국 생산량의 25%가 하동에서 난다. 그렇지만 손으로 직접 따 덖어내는 고급 차인 우전과 세작이 대부분이다. 천변에 있는 예쁜 목조건물인 고려다원(883-5007)에 들어갔다. 이 곳에서는 차밭 전경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다. 원장 하구(40)씨는 다산, 추사, 초의선사의 말을 빌여 야생차에 대해 자랑했다. 그는 ‘산다유향’(평지보다는 산지의 차가 향이 그윽하다),‘청취위성’(차의 색은 맑고 대나무 잎처럼 연녹색을 최고로 친다.),‘감윤위상’(맛이 달고, 부드러운 것을 최상으로 여긴다.),‘부초배근’(최고의 차는 손으로 덖어서 불에 말린다.) 등을 인용, 야생차의 장점을 말한다. 차는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과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뉘며, 찻잎이 여린 첫물에 딴 찻잎일수록 고급이다. 최고의 차는 우전으로 곡우(4월20일) 전후에 채취한 아주 어린 잎이며, 세작은 입하(5월6일) 전후에 딴 차다. 가격은 다원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전이 6만∼10만원, 세작이 3만∼6만원, 중작이 2만∼3만원, 대작이 1만 5000∼2만원 정도다. 한편 하동군청은 19∼22일 3일동안 화개면 운수리 차시배지 일원(쌍계사)과 진교면 백련리 차사발 도요지 일대에서 ‘제9회 하동야생차축제’를 벌인다. 이 기간동안에는 각종 차를 20∼30%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차는 고온도와 습도, 산소, 광선 등의 영향에 따라 쉽게 변질되는 만큼 진공팩에 넣어 영하 5도 내외의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맛있는 차는 종류와 양, 시간, 다구, 물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이 난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관(차를 우려낼 때 사용하는 도자기)을 사용할 경우 차를 충분히 끊인 뒤 숙우(물식힘 사발)와 찻잔에 붓는다. 이때 찻잔과 다기를 데우는 것으로 70∼80도 정도까지 식힌 뒤 250㎖의 물에 10g(5명 기준)에 식힌 물을 붓고 1∼2분 정도 우려낸 뒤 찻잔을 돌아가며 3회 정도 나누어 따른다. 특히 차는 마시는 것뿐만아니라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것으로 다례를 배워두면 좋다. 특히 생활속에서 차를 이용할 수 있다. 야채나 과일을 씻을 때 찻잎을 우렸다가 그물로 헹궈주면 농약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찻잎을 우려 냉장고나 전자레인지에 넣어두면 찌든 냄새를 없앨 수 있다. 주부 습진과 무좀을 차로 해결할 수 있는데 찻잎으로 손을 씻으면 손에 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놀랄 정도로 부드럽다. 하동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울고 싶지 그래 울고 싶다/신정일 지음

    월하노인 통해 저승에 하소연해/내세에는 우리 부부 바꾸어 태어나리/나는 죽고 그대만이 천리 밖에 살아남아/그대에게 이 슬픔을 알게하리. 1842년 제주에 유배중인 추사 김정희가 부인의 부음을 받고 절망과 슬픔속에서 지은 시다. 슬픔은 인간의 본성이요, 시공을 뛰어넘어 존재한다. 목놓아 울고 났을 때 맑은 정신과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며, 개인은 물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선지 아름다운 글 중엔 기쁨보다는 슬픔을 표현한 경우가 많다. 문화사학자 신정일의 ‘울고 싶지? 그래, 울고 싶다’(김영사 펴냄)는 이처럼 옛 고전에 실린 수많은 선인들의 가난과 이별, 죽음, 그리고 그 뒤에 밀려오는 슬픔들에 대한 글 87편을 묶은 명문선집이다. 아들 면의 죽음에 목놓아 통곡하는 이순신, 누님과 지냈던 어린 시절을 수채화처럼 펼쳐놓는 박지원, 남편 사도세자가 죽임을 당한 그날을 그리는 혜경궁홍씨, 아들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그린 여류 성리학자 임윤지당 등등. 위대한 거인들로만 알고 있었던 여러 인물들의 사사롭고도 애달픈 정과 사랑, 인간적 모습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슬픔으로 어제와 오늘을 이음으로써 옛 선인들의 삶과 사상을 읽을 수 있는 색다른 고전 읽기 방법을 제시해 준다.1만 49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추사의 그림에서 시적 영감 얻어”

    “한국문학계의 큰 별이신 정지용 시인의 이름이 걸린 상이라는 점에서 영광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제17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시인 유자효(58·SBS라디오본부장)씨는 28일 “어릴 때부터 시를 쓰기 위해 애를 써왔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그분이 지닌 시혼의 일부라도 비춰지는 행운이 따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수상작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추사의 절절한 고독이 점철된 그림 속 풍경과 현재 나의 정신적인 풍경이 순간적으로 겹쳐졌다.”면서 “삶의 고통과 이별, 그리움 등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불어교육과를 나와 1974년 KBS기자로 입사한 그는 1991년 SBS로 옮겨 정치부장, 보도제작국 부국장 등을 거쳐 라디오본부장에 재직 중이다.1972년 시조문학에 ‘혼례’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현대문학시조상·후광문학상·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집 ‘성수요일의 저녁’ ‘짧은 사랑’ ‘떠남’, 산문집 ‘세상의 다른 이름’ 등이 있다. “기자가 되기 전에 시인 소리를 먼저 들었기 때문에 시를 쓰는 일은 삶의 일부”라는 그는 “일에 바빠 몰두를 못했을 뿐 늘 쓰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잠자는 시간을 아껴 틈틈이 글을 쓴다.”고 전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핑크에 중독되다

    핑크에 중독되다

    사회학자들은 21세기를 여성의 시대, 혹은 핑크컬러 시대라고 말했다. 여성이 주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의미이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핑크컬러 시대는 아직 갈길이 멀다. 하지만 확실히 핑크 유행은 패션뿐 아니라 가전제품 등 젊은이들의 상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색으로 말하는 성공심리’(기노시타 요리코)에 따르면 핑크는 평화롭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강한 색이다. 싸움 없는 평화로운 상황을 지향하거나, 무엇인가를 동경할 때 나타나는 이상적인 색이기도 하다. 불안정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반영하듯 패션계뿐만 아니라 메이크업, 인테리어, 전자제품까지 그 어느 때보다 핑크가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커리어 여성들의 옷차림에서도 핑크는 더이상 금기의 색상이 아닐뿐 아니라, 개성적인 남성을 표현하는 더없이 매력적인 컬러로도 안착했다. ●패션의 메인 컬러, 핑크 보통 핑크는 여자아이와 여성의 패션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어주는 포인트 컬러로 활용된 색상. 올해는 이런 핑크가 주연으로 일어섰다. 셔츠, 재킷, 카디건 등 의류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지갑, 모자, 시계, 벨트 등 다양한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핑크의 변신은 눈부시다. 핑크 본연의 색을 담은 트루핑크, 연한 라이트핑크, 살짝 보라색과 결합한 퍼플핑크, 눈부신 핫핑크까지 다양한 색감으로 무장했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과장은 “우리나라의 컬러 트렌드 주기는 일반적으로 10년을 정점으로 순환하고 있다.”며 “지난 1998년 블랙·회색 등 무채색이 크게 인기를 끈 이후 점점 밝아지던 컬러가 올해에 핑크 컬러로 그 정점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남성과 여성에 공존하는 핑크 바비인형, 신데렐라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핑크. 하지만 요즘은 핑크 컬러 코디를 시도해도 좋을 만큼 남성복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여성들이 로맨틱한 데이트 상대로 꼽았던 ‘핑크 폴로셔츠가 잘 어울리는 남자’에 도전해도 눈치보이지 않을 절호의 기회다. 남성들의 핑크도 셔츠뿐만 아니라 핑크 카디건, 봄 스웨터, 재킷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변신했다. 특히 핑크컬러 타이는 너무 튀지 않게 핑크 코디를 소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 인기가 높다. 로가디스 화이트라벨의 이현정 디자인 실장은 “지난 가을·겨울부터 조금씩 사용돼 온 핑크는 올 봄 최절정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며 “상의를 핑크로 택하고 하얀색 바지나, 청바지와 함께 연출하면 세련된 코디를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핑크 퍼레이드 가장 무난하게 핑크 무드를 소화할 수 있는 패션 소품과 액세서리에서 핑크 바람은 더욱 강하다. 빈폴 액세서리는 핑크로 중무장한 ‘핑크 라인’을 선보였다. 핑크 느낌을 그대로 전하는 ‘해피 피크닉’을 주제로 가방, 지갑, 모자, 헤어 액세서리 등 전 소품에 핑크 컬러를 사용했다. 프랑스 액세서리 아가타는 핑크를 중심 색상으로 한 파스텔 컬러의 귀고리, 목걸이, 브로치 등을 내놓아 핑크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 전자제품에도 핑크 무드가 흐르며 패션 액세서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삼보컴퓨터의 신제품 ‘에버라텍 4200’과 초소형 노트북 ‘에버라텍 1000’은 블루, 레드, 그린, 핑크 등 다양한 색상을 커버에 적용했다. 앞서 애플이 선보인 2세대 신형 아이팟미니도 핑크, 실버, 블루, 그린의 네 가지 색상으로 준비돼 패션 아이템의 느낌을 살린다. 소니코리아가 신제품으로 내놓은 목걸이형 이어폰 MDR-NQ1도 블랙, 실버의 기본 컬러뿐만 아니라 블루, 핑크 등 화사한 색상도 출시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마니아] 우리는 아줌마축구의 맞수

    [마니아] 우리는 아줌마축구의 맞수

    스포츠는 라이벌이 있기 때문에 흥미진진한 경우가 많다. 국제 축구에서는 ‘한국VS일본’이 그렇고, 국내 야구에서는 기업 라이벌인 ‘현대VS삼성’‘해태VS롯데’경기가 유독 재밌다. 또 사학 명문인 고려대와 연세대가 펼치는 축구·야구·농구 등의 경기가 세인의 관심을 끄는 이유도 양교가 전통의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대회가 창설되고 팀 창단이 늘어가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생활체육 여성축구계에도 라이벌이 있다. 창단 후 지금까지 전국대회와 지방대회를 막론하고 우승·준우승을 양분해 온 송파구립여성축구단(감독 김두선, 이하 송파팀)과 마포여성축구단(감독 신문선, 이하 마포팀)이 그들이다. 송파팀은 지난 1998년 창단한 생활체육 여성축구단 1호팀이다. 창단 3년만인 지난 2001년 전국대회인 ‘제1회 파필리오배’와 ‘제1회 송파구청장배’를 동시에 우승하며 국내 ‘최강’으로 부상했다. 송파팀은 이후 ‘제2회 파필리오배’와 ‘제2회 송파구청장배’‘제3회 여성부장관기’대회 등 굵직굵직한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며 생활체육 여성축구 최고 팀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마포팀은 지난 1999년 6월 ‘신문선과 함께 하는 마포구여성축구교실’로 시작,2000년 7월 신문선(47·SBS축구해설위원)씨의 제안으로 팀을 창단하게 됐다. 마포구에 사는 신씨가 창단 이후 지금까지 감독을 맡고 있으며,2001년 처녀출전한 ‘제1회 파필리오배’에서 송파팀에 아쉽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이후 번번이 결승에서 송파팀에 져 준우승에 그친 적이 많았으나, 지난 2003년 ‘제2회 여성부장관기’와 ‘제1회 서울시연합회장배’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송파팀과 더불어 생활체육 여성축구계의 최강 자리에 올라 있다. ●창단 후 8차례 대결 송파팀과 마포팀은 창단 이후 첫 대결인 2001년 3월 ‘제1회 파필리오배’ 결승전을 비롯, 지금까지 공식경기에서 8차례 싸웠다. 역대 전적은 6승2패로 송파팀이 우세에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결승전만 무려 7차례다. 전국적인 대회가 매년 3차례 정도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치러진 모든 대회의 결승전 가운데 절반 이상을 송파와 마포가 맞붙은 셈이다. 두 팀이 ‘진정한 라이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가 있다. 보통 생활체육 여성축구 경기에서는 3∼5점차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다. 경기 경험이나 조직력에서 팀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파와 마포팀의 경기는 2003년 12월 한겨울에 치러진 ‘제3회 킴스컵 결승’(3대1 마포 승)을 제외하면 나머지 7경기가 모두 1대0으로 승패가 갈리거나 승부차기까지 가야만 했던 막상막하의 경기였다. 비록 전적상으로는 송파가 우위에 있지만 양팀의 전력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마포팀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 마포구청 문화체육과 장종환 과장은 “축구 한·일전이나 다른 경기에서도 알 수 있듯 라이벌팀의 경기에서 전적은 무의미하다.”면서 “시합 당일 컨디션이나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라이벌 경기”라고 말했다. 감독이나 코치의 면면도 라이벌팀답게 경합을 이루고 있다. 마포팀의 경우 SBS축구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문선 씨가 감독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인지도면에서 송파를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송파팀의 감독은 전통의 축구 명문 동북고와 고려대를 거쳐 청소년국가대표로 세계대회에 8강까지 오른 김두선(35)씨가 맡고 있다. 마포팀의 코치는 1993년 경희대 여자축구팀 창단멤버이고 현재 국제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수진(32)씨가 맡고 있다. 또 송파팀은 경희대 시절 주전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양수안나(27)씨가 맡고 있다. 양 코치는 경희대 졸업후 입단한 ‘숭민원더스’에서도 최강 공격수로 맹위를 떨친 바 있다. ●송파·마포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 “스포츠계에서 라이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송파여성축구단이라는 강팀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마포팀 역시 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죠.” 마포팀의 신문선 감독은 “송파팀과 마포팀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은 양쪽에 ‘윈윈전략’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신 감독은 특히 우리나라처럼 척박한 생활체육 여성축구 풍토에서는 송파와 마포 같은 라이벌 팀이 ‘붐’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라이벌인 송파팀에 대해 신 감독은 “전통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창단한 생활체육 여성축구팀답게 조직력과 팀 단결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경험을 가진 선수가 많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송파팀 선수들 가운데는 현역 체육선생님을 비롯,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체육을 전공한 사람들이 몇몇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들은 아무래도 ‘완전 초짜’ 주부들보다는 감각이 다르고 이들이 속해 있는 팀은 경기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파팀의 양 코치는 마포팀에 대해 “공격에 투입되는 몇몇 선수들의 능력이 프로선수들 못지 않게 뛰어나다.”면서 “마포의 가장 큰 장점은 순간적인 공격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양 코치는 “탁월한 공격력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마포의 약점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뛰어난 일부 선수들에게 경기를 의존하기 때문에 이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송파팀 주장인 김정희(45·MF)씨는 “신문선 씨가 인정한 것처럼 우리팀의 가장 큰 장점은 조직력이 탄탄하다는 것이다.”면서 “창단 때부터 송파팀에 몸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팀내 분란이나 싸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포팀 역시 ‘조직력’이나 팀 분위기만큼은 다른 팀 못지 않다는 주장이다. 신문선 감독은 “송파나 마포팀이 축구를 잘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서로 즐겁게 운동하기 때문”이라면서 “‘건강증진’이나 ‘삶의 질 향상’ ‘돈독한 인간관계’ 등에 목표를 두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승이 따라온다.”고 언급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자치구 여성축구 현황 송파구립여성축구단과 마포여성축구단이 양분해 오던 생활체육 여성축구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송파와 마포에 이어 지난 2000년에는 동대문구가 여성축구단을 창단했으며, 이듬해인 2001년에는 중구가 여성축구단을 만들었다.2002년에는 은평·금천·강동·종로구에서,2003년에는 영등포구에서 여성축구단을 창단했다. 지난해에는 서대문·중랑·노원·동작구에서 각각 여성축구단을 창단해 현재 서울시에는 14개의 여성축구단이 있다. 송파와 마포를 제외한 다른 팀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종로팀이나 강동팀은 전국대회에서 3위에 입상하는 등 저력을 보이고 있다. 마포팀의 신문선 감독은 “우선 팀이 10개 이상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실력 평준화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특히 대학이나 프로에서 활동했던 우리나라 1세대 여성축구선수들이 결혼이나 은퇴 이후 속속 거주지를 기반으로 한 생활체육 팀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송파나 마포의 우승 독식은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예상은 지난 3월19일 강원도 원주시에서 치러진 ‘제4회 킴스컵’대회에서도 맞아떨어졌다. 결승에는 마포팀과 경기도 안산시팀이 올랐으나 예상을 깨고 안산시팀이 2대1 승리를 거둬낸 것이다. 마포팀 관계자는 “안산시팀에는 경기도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실업팀인 ‘숭민원더스’나 대학팀인 ‘경희대’출신 선수들이 많이 영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순수 아마추어 아줌마들로 구성된 마포팀이 이정도 선전을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규정을 정비해 선수 출신들의 비율을 한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여성들 ‘春情’ 근거 있을까

    여성들 ‘春情’ 근거 있을까

    봄을 가리켜 ‘여성의 계절’이라고 한다. 옛 말에도 봄을 맞아 설레는 여성의 마음을 표현한 것들이 많다.‘봄바람은 처녀바람이고 가을바람은 총각바람’이라는 속담도 봄엔 처녀 가슴이 설레고, 가을철엔 총각들이 들뜬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여성과 봄바람은 실제로 관계가 있을까. ●봄은 여성의 계절 사람과 자연현상이나 사물을 연결짓는 사고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을 중시하는 동양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음양오행에서 여자는 나무(木)에 속하고 봄은 나무에 새생명을 불어넣는 계절로 풀이된다. 서정범 경희대 국문과 명예교수는 “선조들은 봄을 ‘번식의 계절’,‘여성의 계절’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봄은 식물로 보면 나무(木), 색깔은 청(靑), 방향은 동(東)으로 봄 춘(春)자는 태양이 밑에서 싹을 키우는 모습”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봄바람이란 곧 여성의 생산능력이 왕성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봄XX’가 쇠젓가락을 녹이고 남성의 성기를 뜻하는 ‘가을X’이 쇠판을 뚫는다.’등 다소 점잖지 못한 속담도 선조들의 사고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춘정(春情), 춘심(春心), 춘풍(春風) 등 봄과 관련된 단어들은 봄을 맞은 여성의 바람기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봄바람은 자연스러운 것” 역술인들은 봄이 ‘여성의 계절’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 G철학원 엄창용(71)씨는 “역학적으로 여자는 버드나무에 비유되는데, 버드나무는 생명력이 강하고 물가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이 있다.”면서 “봄이 되면 나무가 물을 만나 파란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처럼 여성 역시 봄이 되면 만개한다.”고 밝혔다. 인간 역시 삼라만상의 하나로 봄 기운의 영향은 다른 동·식물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K철학원 김정희(51)씨도 “인(음력 1월), 묘(음력 2월), 진(음력 3월)달에 해당하는 봄은 양기가 강한 시기”라면서 “따라서 봄에는 음양이 조화가 이루어져 여성이 활발해지고 화장도 잘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은 땅(土)에 비유되기도 한다. 봄은 씨앗을 뿌리는 시기인 만큼 많은 남자들이 모여든다는 것이다. 김씨는 “나무가 봄기운을 만나서 꽃을 피워 아름다워지면 나비가 달려들게 마련”이라면서 “아름다움으로 시선이 집중되면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만큼 봄이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봄이 여성의 계절인 것 만은 사실이지만 개인차가 있는 만큼 섣부른 일반화는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역술인도 있다.S사 만월(58) 스님은 “남성이면서도 여성의 기운을 가진 사람이 있고, 여성이면서도 남성의 기운을 가진 사람이 있는 만큼 세세히 따져 봐야 한다.”면서 “40% 정도는 이런 부류에 해당하는데, 봄을 맞는 반응이 역술적인 해석과 상당히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르몬 증가와 심리변화가 원인” 의학계에서는 일조량이 늘어나는데 따른 신체변화와 봄이 주는 심리변화가 ‘설레임’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봄이 되어 일조량이 늘어나면 뇌에서 멜라토닌의 분비가 증가해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것이다. 뇌의 송과선에서 밤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나오는 멜라토닌은 일종의 신경전달 호르몬으로 인간의 생체리듬을 조절한다. 하규섭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일부 호르몬은 햇볕을 받으면 분비되는 특성이 있는데 멜라토닌이 대표적”이라면서 “일조량이 늘어나면 호르몬 분비도 왕성해져 기분이 좋아지고 활동량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실제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이나 겨울이면 우울증세를 유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심리적인 변화도 적지않다. 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도 만물이 깨어나는 봄이 되면 성적인 측면에서 왕성한 활동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생명체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사람도 활동적이 되고, 사고가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봄을 느끼는데 여성과 남성이 차이가 날까. 아직 검증된 정답은 없다고 한다. 이동수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아직은 남녀간 뇌영역에서 기인하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라면서 “남성보다 감성적으로 발달한 여성은 멜라토닌의 분비량 등 변화에 더 민감해 심리적인 반응의 폭이 크다는 것이 의학계의 통설”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그렇지만 현재까지 정신과적 측면에서 가정한 유력한 학설일 뿐 단정하기는 곤란하다.”면서 “특히 남녀의 차이를 명확히 정의내리기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개인 간 차이도 크다.”고 밝혔다. 유영규 박지윤기자 whoami@seoul.co.kr ■ 속담속의 여성 이미지 김소자(51)씨는 똑부러진 성격으로 살림을 알뜰하게 잘한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하지만 어렸을 때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어른들은 “여자가 주장이 강하면 집안 일이 되지 않는다.”고 타일렀다. 하지만 요즘 김씨는 주변에서 ‘여자가 나서야 집안이 흥하는’ 대표적 사례로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 속담에서 여성은 흔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표현되곤 했다. 언어학자 김수진(35·경남대 강사) 박사는 “한국속담에서 여성은 대부분 남성보다 열등하게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속담 속에서도 여성이 동물에 비유될 때 더욱 폄하되곤 했다는 것이다. ‘사나운 암캐같이 앙앙 하지 말라.’는 여자는 온순해야 한다는 뜻으로 기가 센 여성을 개에 비유하고 있다. 여성을 닭에 견주면서 비웃는 듯한 표현도 적지 않다.‘양지마당의 씨암탉 걸음’이나 ‘노류장화는 사람마다 꺾으려니와 산닭 길들이기는 사람마다 어렵다.’에서 여성은 각각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씨암탉이나, 자유분방하여 다루기 힘든 산닭으로 비유됐다. 여성을 닭으로 비유한 속담에는 가부장적인 의식이 엿보이는 것도 있다.‘암탉이 울어서 날 새는 일 없고, 장닭이 울어서 안 새는 날 없다.’는 여성과 남성을 각각 암탉과 장닭에 견주어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그린다. ‘여자는 사흘을 안 때리면 여우가 된다.’는 여성을 교활한 특성을 지닌 존재로 그린다.‘여자 속은 뱀창자’라거나 ‘여편네 벌이는 쥐벌이’에서도 여성을 음흉하게 표현하거나 여성의 경제력을 무시한다. 여성의 정조와 관련된 속담으로는 ‘까마귀 학이 되랴.’가 있다. 부정한 여성은 피부색이 검은 까마귀로, 정숙한 여성은 피부색이 하얀 학으로 상징된다. 방운규(47) 평택대 국문과 교수는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는 속담이 남아있다.”며 ‘여자팔자는 시집을 가봐야 안다.’와 ‘여자와 쌀은 칠수록 좋다.’를 예로 들었다.‘여자와 쌀은 칠수록 좋다.’는 속담은 여자는 가꿀수록 보기 좋아진다는 뜻이다. 진민자(61) 청년여성문화원 이사장은 “유교시대에는 여성을 누르기 위한 수단으로 속담이 이용됐지만 이제는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여성의 지위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여성비하적인 속담은 설자리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종화 고려대 영문과 명예교수는 “속담은 전통사회에서는 하나의 지침이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을 낮추는 속담들은 더 이상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나는 생각한다. 고로 독신이다.’라는 신세대 격언처럼 여성은 이제 속담에서 남성과 비교되는 존재로 언급되는 것 조차 혐오하고 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책꽂이]

    ●살아 쉼쉬는 미국역사(박보균 지음, 랜덤하우스 중앙 펴냄) 중앙일보 정치담당 부국장인 지은이가 맹목적 친미나 턱없는 반미를 넘어 ‘용미’(用美)의 관점에서 미국 역사를 서술한다. 미국에서의 연구기간 중 역사적 사건의 현장을 직접 답사해 그곳에 담겨 있는 의미를 기자의 시각으로 재구성해 생생히 소개했다.1만 3000원. ●인간은 기후를 지배할 수 있을까?(윌리엄 K 스티븐스 지음, 오재호 옮김, 지성사 펴냄) 지구 탄생 이후 기후 변화의 자취를 추적하고, 인류가 이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 앞으로 지구가 어떤 위험을 겪게 될지 경고한다.1만 7000원. ●미국을 연주한 드러머, 레이건(마이클 디버 지음, 정유섭 옮김, 열린책들 펴냄) 지난 6월 알츠하이머 등 오랜 병고 끝에 타계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회고록. 측근 참모였던 공인으로서의 모습 이면에 가려져 있던 인간 레이건의 면모를 가감없이 보여준다.1만 2000원. ●히포크라테스의 발견(반덕진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500년 동안 서양 지성사와 과학사의 한 축을 담당해온 히포크라테스의 생애와 사상을 밀도있게 그려냈다. 히포크라테스 전집과 철학서, 역사서, 서사시 등 그리스의 다양한 사료를 재구성했다.2만 3000원. ●과학의 변경지대(마이클 셔머 지음, 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진정한 과학과 사이비과학의 경계에 대해 고찰한다. 대체의료나 환경정책, 생명복제와 인종문제, 최면술 등 과학의 정통과 이단 사이에 있는 애매모호한 영역을 다루고, 사이비과학과 이데올로기, 그릇된 편견 등에 흔들리는 과학의 본질을 들여다 본다.2만 3000원. ●제주 바보 이야기(조선희 글, 이왈종 그림, 솔과학 펴냄) 6년 전 도시에서의 삶을 접고 귀농해 감귤농사를 짓고 있는 지은이가 고된 노동속에서도 행복과 감사를 느껴가는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역시 제주에 둥지를 틀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이왈종 화백의 그림이 곁들여져 ‘행복한 바보’로서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었다.1만 3000원.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데이비드 하비 지음, 김병화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 마르크스주의자이면서 도시지리학자인 지은이가 그의 ‘시공간론’의 바탕으로 파리를 탐구한 책.19세기 중반 이후 파리가 자본의 철저한 공간전략에 의해 ‘낭만과 예술의 도시’로 창출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낸다.2만8000원. ●음식과 몸의 인류학(캐롤 M 코니한 지음, 김정희 옮김, 갈무리 펴냄) 음식과 몸을 둘러싼 일상적 삶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인류학을 쉽고 명료하게 풀어 나간다. 6000원.
  • 황사가 당신의 폐를 노린다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황사 속 미세먼지가 실제로 사람의 폐기능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하대의대 소아과 김정희 교수팀은 지난 2000년 황사가 발생한 직후인 3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서해안 2개 지역의 중학생 368명(인천 124명, 강화 244명)을 대상으로 폐기능을 측정한 결과 두 지역 모두 3월에 측정한 폐기능이 12월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측정 결과 조사 대상지역 2곳의 2000년 월평균 미세먼지(단위 ㎍/㎥)는 인천 55.3, 강화 52.3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황사가 4차례나 발생했던 3월의 경우 미세먼지는 인천과 강화가 64로 월평균치뿐만 아니라 12월 평균치인 인천 56, 강화 54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두 지역 모두 3월에 측정한 폐기능이 12월에 측정한 폐기능보다 크게 낮았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부유하는 고체나 액체입자 혼합물로, 이 가운데 크기가 10㎛ 이하의 미세먼지는 호흡기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황사에는 우리나라 대기질 기준의 2∼3배가 넘는 미세먼지가 포함돼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남도엔 파릇파릇 봄이…

    남도엔 파릇파릇 봄이…

    봄의 유혹이 시작됐다. 남도에는 ‘봄의 전령사’ 동백을 시작으로 벌써 춘색이 완연하다. 무채색 도화지에 형형색색의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앙상했던 나뭇가지에는 갖가지 빛깔의 봄꽃들이 고혹스럽게 피었다. 훈훈한 봄바람은 새색시의 수줍음처럼 살포시 빰을 스친다. 산과 들녘을 수놓은 붉은 동백과 진녹색 새싹은 마치 고운 색동저고리를 차려입은 봄처녀의 거부할 수 없는 손짓으로 다가온다. 한발 앞서 봄이 찾아오는 곳 남도. 겨울의 체취를 털어버리고 봄의 설렘을 찾아 남도로 떠나보자. 가족과 함께 새생명이 움트는 그 곳에서 새 희망을 품어보자. ●봄향기에 취한 남도 “봄∼처녀 제∼오시네 새풀 옷을 입으셨네….” 진초록 보리밭과 고혹스럽게 핀 붉은 동백, 여기에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가 펼쳐진 남도로의 봄나들이는 봄노래의 흥얼거림으로 시작됐다. 봄을 맞으러 차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서울을 떠난 지 반나절 만에 땅끝마을 해남과 완도가 봄내음을 품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에 내리쬐는 따스한 봄볕과 뺨을 스치는 봄바람이 향긋한 미소로 다가왔다. 해남을 지나 완도대교를 건너자 201개의 섬으로 이뤄진 푸른섬 완도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완도(莞島)의 완(莞)자는 ‘빙그레 웃을 완’. 경치와 음식, 인심이 좋아 빙그레 미소짓는다는 섬이다. 완도는 사실상 우리나라 최남단. 얼마전 땅끝마을인 해남과 ‘신땅끝 논쟁’을 벌이기도 한 곳이다. “차를 타고 갈 수 없는 곳이 섬인데 완도는 다리로 이어진 지 40년이 넘은 육지”라는 게 완도 사람들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내륙에서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다. 남도의 봄은 동백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던가. 가장 먼저 봄을 느끼게 해준 것은 완도의 동백이다. 굽이굽이 펼쳐진 푸른 산길을 따라 올라가자 모습을 드러낸 국내 최대 난대림 수목원인 완도수목원(061-552-1544)은 완연한 봄 그 자체였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다른 수목원과 달리 자연생태 원시림. 샛노란 꽃술과 진홍빛 꽃잎, 그리고 진초록의 잎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동백이 장시간 여행의 피곤함을 한 순간에 날려 버린다. 지난 91년 문을 연 수목원은 1050㏊(약 30만평)의 방대한 규모에 난대성 희귀식물 1400여종이 집단적으로 자생하고 있다.30분쯤 걸어 수목원 전망대에 오르자 온 산이 올록볼록 ‘엠보싱’을 해 놓은 듯하다. 이 곳에 가면 수백여종의 동백과 왕실에서 황금색 도금을 위한 색소로 사용했다는 황칠나무, 약용으로 쓰이는 후박나무 등을 볼 수 있다. ●해상왕의 숨결 따라 봄나들이 완도가 가장 자랑하는 인물은 단연 해상왕 장보고(790∼846)다. 통일신라시대 동아시아 바다를 주름잡던 해상왕 장보고 유적지를 따라 봄나들이를 하면 지루하지 않게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이 곳에는 장보고의 일생을 다룬 KBS드라마 ‘해신’의 세트장 두 곳이 있어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세트장은 드라마 촬영이 진행될 경우에는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는데 촬영이 없는 날인 일∼수요일에는 일반에게 공개된다. 오는 5월말까지 드라마를 촬영할 예정이어서 재수좋으면 최수종(장보고역)과 채시라(자미부인역), 수애(정화역), 송일국(염장역) 등 연기자도 만날 수 있다. 먼저 완도대교를 건너 왼쪽 동부대로(13번 국도)를 따라 5㎞쯤 가면 불목리 세트장(신라방)을 만난다. 이 세트장은 중국거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 세트장은 중국사람이 설계하고 중국에서 기와 등 자재를 가져와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붉게 칠한 외벽과 건물, 도로 등이 벽돌로 만들어져 마치 중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드라마가 끝난 뒤 영구보존을 위해 다른 곳과는 달리 플라스틱이 아닌 목자재를 사용했다. 또다른 세트장은 완도대교 오른쪽 서부대로(77번 국도)를 따라 10㎞가면 소세포세트장(청해포구)이 나온다. 1만 6000여평의 부지에는 부두와 선박, 저잣거리, 군영 막사, 망루 등 42동의 건물이 완공되어 있다. 앞 바다 풍경은 120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마치 장보고의 시대로 돌아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바다 멀리에는 보길도 등 섬이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해신 촬영지를 따라 돌다 보면 자연스레 완도의 봄을 맞이할 수 있다. 우선 만나는 곳은 장보고가 본영인 청해진을 설치했던 장도 청해진 유적지(국가사적 308호). 물이 빠지면 본섬과 연결이 되는데 170m의 자갈길을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현재 고대 망루와 판측토성, 우물 등을 2009년까지 복원할 계획인데 현재도 관람이 가능하다. 장보고를 기리기 위해 세운 이 섬의 장좌리 굿당의 앞에 핀 동백이 일품이다. 이어 만나는 어촌민속전시관(550-5558)은 2002년 개관한 어촌의 민속 관련 박물관이다. 각종 어류 박제와 조개류, 희귀 산호 등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요금은 어른 1000원. 이렇게 다가온 완도의 봄은 봄처녀의 가슴을 울렁이기에 충분하다. ●봄비에 촉촉해진 남도 들녘 완도대교를 넘어 다시 해남으로 나오자 봄비가 촉촉하게 내렸다. 서울에 영하의 혹한이 이어지고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말이 딴나라 이야기처럼 생각됐다. 해남군 마산면 산막리에 이르자 가학산을 배경으로 보리밭이 끝없이 펼쳐졌다. 청자빛 투명한 하늘 아래 펼쳐진 진초록 보리밭의 절경은 고향마을의 추억을 되새겨 보게 한다. 이어 봄비와 어울리는 곳 녹우당(사적 167호·530-5548)을 찾았다. 고산 윤선도(1587∼1671)의 고택인 녹우당은 이름 그대로 푸르름이 한창이다. 입구에는 수백년된 은행나무가, 뒷산에는 오백여년된 비자나무 숲(천연기념물 241호)이 반갑게 맞이한다. “앞바다에 안개걷고 뒷산에 해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녹우당에 들어서면 마치 고산의 어부사시사 봄노래의 읊조림이 들리는 듯했다. 기념관에는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산중신곡, 금쇄동기 원본, 고산의 친필로 쓴 여러 편지 등 고산의 유품 등을 볼 수 있으며, 고산의 4대 증손인 공제 윤두서의 화첩들과 해남 윤씨 부녀자들의 규방문집 등이 전시돼 있다. 현재 녹우당에는 고산의 14대 종손인 윤형식(72)씨 내외가 살고 있다. 남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맛. 어느 곳에 가도 청정해역을 낀 남도 앞바다에서 생산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완도는 우리나라 김과 다시마, 톳, 미역, 전복의 70%이상을 생산하는 곳이다. 완도대교를 지나면 바로 있는 산해진미식당(552-5466)의 신선한 가오리회인 간자미회(4인기준·2만원)와 간자미 무침(3만원)이 일품이다.청실회집(552-4559)에서는 완도에서 생산되는 전복회와 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또 해남의 땅끝기와집(534-2322)에서는 해남 특유의 해산물 정식(2만원)을 맛볼 수 있다. 꽃게찜과 매생이, 전복, 새우, 삼합 등 남도 음식 전부를 섭렵할 수 있다. 완도읍 선착장 인근 씨월드관광호텔(552-3005)의 해수탕은 바다 수면아래 있어 해수탕 안의 창문을 통해 파도가 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도로의 봄맞이는 승용차를 이용해도 크게 지루하지 않다. 여행 길 곳곳에서 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길가에 핀 꽃을 감상하고 보리밭에 들러 밝은 공기를 한껏 들이 마시며 쉬엄쉬엄 다녀오면 좋다. 승용차로는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목포IC로 나온 뒤 해남과 완도로 갈 수 있으며,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광주에서 강진을 거친다. 비행기나 철도는 광주나 목포에서 해남·완도행 시외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전라남도 관광진흥과 (061-607-3333), 완도군청 (550-5224), 해남군청 (530-5224). ■ 명소 베스트5 훈훈한 봄바람이 한 번 불어올 때마다 봄꽃들이 수선수선 눈을 뜬다. 동백과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유채 등 봄꽃들의 향연이 시작된 것. 남도에 가면 봄꽃과 봄내음에 취할 수 있다. ●섬진강 매화마을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일대는 3월이면 하얀 매화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섬진강을 따라 매화나무가 지천으로 심어져 있다.10만평의 매화단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산중턱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제일이다. 매화에는 청매와 홍매가 있는데 청매나무에는 푸른 빛이, 홍매나무에는 연분홍빛이 돌아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3월 12일부터 20일까지 매화마을에서 ‘매화축제’가 열린다. 광양시 문화홍보과 (061)797-3363. ●제주 대정들녘 야생 수선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제주도 산방산 부근의 대정들녘에는 봄소식을 전하는 야생 수선화의 꽃향기가 그윽하다. 이 곳에서 9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던 추사 김정희가 수선화를 각별히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대정향교와 산방산 사이의 도로변과 송악산 해안도로변 등지에서 야생 수선화를 볼 수 있다. 남제주군 대정읍사무소 (064)794-2301.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 충남 서천군 서해바다의 풍광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마량리 언덕배기에는 80여 그루의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자라고 있다. 약 400여년 전 서면 마량리 수군첨사가 험난한 바다를 안전하게 다니려면 이 곳에 제단을 세워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계시를 받고 이곳에 제단을 만들고 주변에 동백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그때의 나무가 자라서 오늘날의 명물인 동백나무숲을 이루고 있다. 서천군 문화공보실(041) 956-7868. ●여수 거문도 동백 전남 여수에서 배로 2시간 떨어진 거문도에서 붉은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거문도 등대를 보러 가는 산책 코스인 신선바위와 365계단, 목넘어 잔교를 지나 동백터널 숲이 있는데 온통 붉은 빛으로 깔려있는 그 길은 산행자의 발걸음을 잡아끄는 신비한 마력이 있다. 여수시청 관광홍보과 (061)690-2249. ●구례 산수유마을 예로부터 전남 구례군 산동면은 ‘산수유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우리나라 산수유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산수유나무가 많은 곳이다.3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이곳은 길가는 말할 것도 없고 산기슭과 골짜기, 논둑과 밭두렁 등 눈길 닿는 곳마다 온통 샛노란 꽃구름이 내려앉은 듯하다.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 780-2224. 남도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儒林(290)-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90)-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이처럼 신분과 풍습을 초월하여 인간에 대한 휴머니즘으로 가득찬 이퇴계가 두향이가 한갓 미천한 기생의 신분이라 할지라도 그녀를 길가는 사람 보듯 하지 않았을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퇴계와 두향의 로맨스는 과장된 헛소문이 아니라 분명한 역사적 사실인 것이다. 그때였다. 짧은 상념에 잠겨 있는 동안 군청에 전화를 걸었던 선원이 내게 다가와 말하였다.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그는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말하였다. “선생님을 모시고 두향의 무덤까지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선착장에는 비상용으로 작은 쾌속정 한 대가 구비되어 있었다. 배를 타기 전 나는 매점에서 간단하게 소주 한 병과 술을 따를 종이컵, 그리고 간단한 안줏감을 사 들었다.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배에 올라타시지요.” 배에 올라타자 사내는 배가 요동치지 말라고 묶어둔 밧줄을 풀었다. 어느 정도 배가 선착장에서 벗어나기를 기다려 발동을 걸었다. 이내 투투타타― 하는 엔진소리가 터지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배가 출발하였다. 배는 빠른 속도로 사선을 따라서 호수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물의 수면을 떠올라 빠르게 전진하고 있었으므로 물보라가 일었다. 봄이었지만 호수 주위는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으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었다. “두향의 무덤 앞에는 원래 커다란 바위가 있었습니다. 강선대라고 불리던 바위지요.” 강선대(降仙臺)라면 문자 그대로 선녀들이 내려와 노닐던 바위라는 뜻이 아닐 것인가. “수몰되기 전에는 어른이 수십명 앉아 놀 수 있을 만큼 넓고 큰 바위가 그대로 보였지요. 그러나 지금은 물에 잠겨 볼 수가 없습니다. 조금만 일찍 오셨더라면 겨울가뭄 때문에 수량이 많지 않아 바위가 드러나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이퇴계 선생과 기생 두향이가 주로 이 강선대 위에서 거문고를 타고 노닐었다고 합니다.” 사내는 엔진소리를 이기기 위해서 소리를 높여 내게 말하였다. “따라서 두향의 무덤은 원래 강선대 바로 위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충주댐으로 인공호수가 생기자 물에 잠길 것을 마을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산 중턱으로 이장하였다고 하지요. 만약 이장하지 않았다면 수중무덤이 되었을 것입니다.” 나는 팔짱을 끼고 호수를 바라보았다.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어찌하여 나를 낳은 조국의 산야는 이처럼 금수강산인가. 누더기와 같은 역사와 넝마와 같은 혼란 속에서도 조국의 강산은 어찌하여 이토록 절세(絶世)인가. 순간 내 머릿속으로 이곳을 찾아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던 추사 김정희의 시가 한 수 떠올랐다. “명필의 붓처럼 천둥번개에 몰아치듯 뛰어난 운치, 그윽한 정, 먼 물가에 흩어졌구나. 천리 밖에 한 조각 돌 주워가지고 책상 위에 놓으면 이 봉우리는 언제고 푸르리.” 추사의 시는 정확하다. 이 절경의 모습은 천둥번개를 몰아치듯 뛰어난 운치로 창조주가 붓을 움직여 그린 신필(神筆)인 것이다.
  • [이집이 맛있대] 서울 신촌 ‘레트레캄빠네’

    [이집이 맛있대] 서울 신촌 ‘레트레캄빠네’

    젊음의 거리 서울 신촌은 맛의 전쟁터다. 매일 수십여집이 간판을 내리고 또 새롭게 문을 여는 곳이다. 맛이 변화무쌍한 신촌에서 이탈리아 음식점 레트레캄빠네는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상호는 한국 유학생들이나 상사원들이 즐겨찾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명 피자집에서 따왔다. 이탈리아의 레트레캄빠네 조리사들이 내한, 직접 요리기술을 지도했고 한국 조리사들이 유학을 한 곳이기도 하다. 조리사 김정희씨는 “이탈리아 본토의 맛이 우리 입맛에 더 잘 맞아 본래의 맛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맞은편 굴다리 건너에 있는 레트레캄빠네에 들어서면 주방이 한 눈에 들어온다. 피자 화덕을 비롯해 조리하는 모습을 환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주방이 홀보다 더 넓다. 이집의 가장 대표적인 메뉴 가운데 하나는 루콜라 피자. 얄팍한 도에 특유의 쌉싸래한 맛에 산뜻한 향이 나는 야채 루콜라를 놓고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를 두툼하게 올렸다. 도에 신선한 토핑을 말아싸서 먹으면 맛의 조화가 절묘하다. 도는 얇지만 파삭거리지 않고 졸깃하다. 여기에 토마토의 상큼한 맛과 모차렐라의 새큼한 맛이 잘 어울린다. 루콜라가 생토마토와 모차렐라를 맛으로 연결해 준다. 도와 토핑이 두툼하고 기름기로 느끼한 맛을 기대한 사람들은 루콜라에 실망할 정도다. 하지만 느끼한 맛보다 산뜻한 맛을 추구하는 이들은 자꾸 찾게 되는 맛이다. 또 트레캄빠네라는 이름을 붙인 스파게티도 꼭 맛봐야 한다. 토마토소스에 오징어·새우·홍합·주꾸미·꽃게 등을 넣은 해산물 스파게티로 맛이 조화롭다. 한정희(24·이대 법학과 3년)씨는 “해산물이 선선한 까닭에 바다의 향도 느껴진다.”며 “국물에 빵을 찍어 먹기도 좋다.”고 말했다. 트레캄빠네가 남성적인 맛이라면 카르보나라 스파게티는 맛이 부드럽다. 여성스럽다. 크림소스에 베이컨에 달걀, 양송이에 파마산 치즈를 얹어 고소한 맛이 난다.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가장 흔한 메뉴이지만 제대로 된 맛은 흔하지 않다. 카르보나라의 맛이 좋으면 그 집은 음식을 잘하고 느끼하면 실패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맛내기가 쉽지 않다.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농림부 첫 여성총무과장에 김정희씨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10년도 채 안된 여성 공무원이 행정부처 안주인격인 총무과장에 발탁됐다. 농림부 57년 역사상 첫 여성 총무과장, 최연소 총무과장이다. 주인공은 11일 임명된 김정희(35·행정고시 38회) 과장.2002년 서기관(4급)이 된지 4년만에 주로 고참 과장들이 임명되는 총무과장 자리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 업무까지 함께 맡게 됐다. 김 과장은 서울 영동여고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행시에 합격,1996년 농림부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국제협력과, 농업정책과, 유통정책과, 기획예산담당관실 등을 거치며 농민복지, 산지유통, 농정기획, 국제협상 등을 맡아왔다. 김 과장은 “부내 살림살이를 꼼꼼히 챙겨 직원들의 사기와 복지를 높이는 한편 정부와 농촌현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면서 “특히 농민단체들이 농림부의 정책을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해를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남성들이여, 몸매를 드러내자

    남성들이여, 몸매를 드러내자

    올 봄·여름, 남성의 매력지수는 실루엣을 얼마나 잘 표현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올해 남성복 디자인의 모토는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남성 신체곡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다. 지금까지 신사복의 고급스러움을 가늠했던 척도가 소재였다면, 올해는 얼마나 자연스럽고 멋진 곡선을 그려냈느냐에 달려 있다. 패션연구소 김정희 과장은 “멋진 외모를 과시하는 ‘웰루킹(well-looking)’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짐에 따라 신사복에서도 ‘실루엣’이라는 요소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고적인 감성이 지속되면서 영국 스타일이 떠오른다. 점퍼보다는 재킷으로, 면티셔츠보다는 셔츠로, 젊고 귀족적인 영국 스타일의 매력이 표현된다. 그린, 오렌지, 핑크, 퍼플, 아쿠아 블루 등 과감한 색상의 사용도 올 시즌의 특징이다. ●남성도 늘씬 날씬 남성복 선택의 포인트는 실루엣과 패턴의 입체화다. 새로 옷을 장만한다면 소재만 볼 것이 아니라, 허리선을 살려주면서 날씬해 보이는지 확인하고, 어깨가 잘 맞는지 체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3개의 단추가 나란히 달린 3버튼 재킷, 목 부분의 브이(V)존, 약간 긴 재킷 기장은 날씬해 보일 수 있는 조건. 시선을 위로 가게 해 다리가 길고, 전체적으로 슬림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바지는 앞쪽의 밑 위 길이와 허벅지 둘레를 줄이고, 무릎선을 올려 다리가 길어 보이게 디자인한 것이 많다. ●몸매 라인을 따라 흐른다. 실루엣을 더욱 살리기 위해 하늘하늘한 실크 소재가 각광받는다. LG패션 마에스트로의 방유정 디자인 실장은 “가볍고 자연스러운 광택이 특징인 실크는 지난해부터 정장에 사용되기 시작해 올해에는 재킷, 트렌치 코트까지 그 영역이 더욱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마에스트로, 알베로 등 LG패션의 신사복 브랜드는 실크 혼방을 지난해에 비해 3∼4배가량 증가해 출시했고, 실크 100% 소재의 정장도 선보였다. 제일모직의 로가디스는 실크 소재의 비중을 전체 물량의 30%에서 50%로 늘렸으며, 실크소재에 어울리는 컬러와 패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밝고 화사하게 남성의 컬러감은 해가 갈수록 과감해진다. 기본 색상인 남색, 회색 외에 선명한 색삼이 느껴지는 블루나 깔끔한 베이지 정장이 많다. 여기에 올 봄 유행 색상인 애플그린, 라임 등의 그린계열과 환한 핑크, 화려한 퍼플 등이 악센트 컬러로 사용돼 정장의 전체적인 느낌이 한층 밝고 젊어졌다. 강력했던 스트라이프(줄무늬) 열풍은 셔츠, 타이 모두 시들하다. 셔츠는 깔끔하게 무늬없는 솔리드 스타일에, 소매와 칼라의 색상을 다르게 한 클라릭 셔츠가 늘어나고 있다. 타이는 소재의 질감이 느껴지는 올-오버(all-over) 스타일이 많다. 작은 도트나 동물, 브랜드의 로고를 활용한 문장 등을 사용한 제품이 눈에 띈다. ●업그레이드된 멋 신선하고 산뜻해 보이도록 색상 배합을 고려해 보자. 남색보다 약간 밝은 톤의 정장 안에 베이지 톤의 타이를 매거나, 남색 재킷과 하얀 바지를 함께 매치하는 식이다. 베이지 정장에 블루 타이도 신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린 색상의 타이나 그린톤의 줄무늬가 들어간 정장으로 올 유행색인 초록을 적절히 활용하면 격식있는 차림에 산뜻함을 더한다. 패션감각이 뛰어난 남성이라면 새틴 소재로 광택있는 솔리드 타이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타이 없이 재킷이나 셔츠를 화려한 무늬나 색상으로 매치해 보자. 격식있는 자리에 참석하기에도 손색이 없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클릭 이슈] 민노 의원보좌관 ‘월급논쟁’

    [클릭 이슈] 민노 의원보좌관 ‘월급논쟁’

    “이런 식으로 당이 운영되면 집에 돈이 넘쳐나는 당원이나 ‘무책임한 가장’만 당에 남게 될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40대 초반의 한 보좌관이 터뜨린 분통섞인 하소연이다. 최근 마련된 당직자 임금체계 개편안 때문에 민주노동당 보좌관들이 당측에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냐.”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보좌관들의 ‘노동자 선언’이라는 긍정적인 시각과 함께 진보정당 일꾼 스스로를 ‘이기적인 월급쟁이’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이 엇갈리고 있다. 70여명의 보좌진으로 구성된 민노당보좌관협의회(노보협·회장 김정희)는 지난달 “당측이 임금을 삭감할 경우, 특별당비 납부를 거부하겠다.”면서 1일까지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집단행동 엄포’를 놓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다른 당 보좌진들이 매달 250만∼500만원을 받는 것과 달리 120만∼19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월급은 당에서 정한 임금 체계에 따라 모두 특별당비로 납부해 왔다. 이는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매달 800여만원의 월급중 18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특별당비로 내고 있다. 이 중 300만(비례대표)∼450만원(지역구)을 사무실 운영비로 다시 돌려받는다. 하지만 민노당이 최근 단일호봉제를 채택하면서 사실상 임금 삭감에 나서자 발끈한 것이다. 삭감 폭이 클 경우에는 최대 30만원까지도 월급이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임금 문제’를 둘러싸고 벌써 두번째 겪는 내홍이다. 이미 지난달 14일 윤종훈 회계사가 민노당을 떠나면서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그는 “당에 희망이 보이지도 않는데 배고픔을 참을 이유가 없다.”면서 ‘사직의 변’을 밝혔었다. ●전임 지도부의 무책임함…현 지도부 막막 민노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13.1%의 정당 지지율과 10석의 의석을 확보한 뒤 한껏 고무됐다. 노회찬 전 사무총장 등 전임 지도부는 당직자 임금 문제, 보좌관·정책연구위원 채용시 고임금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장밋빛 공약’을 남발한 셈이고,‘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될 정도가 됐다. 당시 재원 마련 또는 중앙당, 시·도당 당직자와 임금 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 검토는 없었다. 여기에 급여 문제 등을 둘러싸고 김창현 사무총장 등 현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자주(NL)-평등(PD) 계열간의 정파갈등’으로 내모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아 당 지도부는 더욱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창현 사무총장은 “실무적 차원에서 해결이 가능한데도 자꾸 정파간 대립으로 몰고 가려는 흐름이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원인 제공자’인 노 의원조차 지난달 27일 서울시당 강연에서 “일선에서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만 현재 당은 사람 채용, 보수 지급, 내부 권력과 재원의 배분 문제조차 해결못하고 있다.”며 현 지도부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핵심 관계자는 “노 의원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면서 “실제로 당은 자신이 지난해 무책임하게 저질러놓은 일을 처리하느라 고심하고 있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이 상식있는 행동이냐.”고 분개했다. ●당직자와 보좌관의 갈등도 우려 현재 중앙당, 시·도당 당직자들은 4대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퇴직금도 없다. 반면 보좌관들은 4대보험 혜택과 함께 적지않은 퇴직금을 보장받는 혜택도 누리고 있다. 보좌관 월급 120∼190만원은 호주머니에 들어가는액수(NET)다. 보좌관들의 불만과는 달리 당직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사무총장, 당 상조회장, 노보협 회장 등으로 구성된 ‘당 임금체계 개편연구팀’은 지난해 10∼12월 단일호봉제를 통해 보좌관과 당직자 상호 임금 격차를 차츰 줄여나가는 한편 중앙당직자에 한해 법적으로 보장된 4대보험도 적용하는 내용 등의 새로운 임금 체계를 마련했다. 당 임진수 상조회장은 “민주노동당 일꾼들은 평등주의적 요소가 강한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임금체계의 보완이 불가피하다.”면서 “계속 논의 중인 만큼 조금씩 양보해서 타협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곤혹스러운 의원단 보좌관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의원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역시 다른 의원실과 달리 의원-보좌관의 관계가 직접 고용 관계는 아니다. 보좌관의 임금 문제는 당의 소관 사항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깨가 축 처진 보좌관들에게 신명나게 일할 것을 주문하기도, 의원들이 직접 나서서 당에 뭔가를 요구하기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심상정 의원은 “개인적으로 노보협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당 역시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40년지기 김형오-유홍준 ‘광화문 현판’ 공방

    40년지기 김형오-유홍준 ‘광화문 현판’ 공방

    ‘광화문’ 현판 교체 논란을 놓고 친구 사이인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과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공개서한을 주고받으며 한판 공방전을 벌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광화문’ 한글 현판을 정조대왕 글씨를 집자한 한자 현판으로 바꾸겠다는 문화재청 방침에 대해 김 의원이 26일 밤 재고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자 유 청장은 27일 오후 교체의 불가피성을 담은 답신을 보냈다. ●대학동기… 40년 지기 두 사람은 서울대 67학번 동기로, 김 의원은 외교학과, 유 청장은 미학과를 나왔다. 김 의원은 먼저 서한에서 유 청장과 서울대 67학번 동기임을 나타내며 친분을 강조한 뒤 “어떤 경우에도 승자에 의한 역사파괴는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화문’ 한글현판은 당시 매우 파격적이고 혁명적이었다. 그것을 정조의 글자로 집자해서 ‘가짜 현판’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위험천만한 반역사적 발상”이라며 “그 시대의 정신과 아픔이 녹아 있는 것을 외면하고 과거 형식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역사의 회복은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1995년 이미 교체 결정” 이에 대해 유 청장은 “김 의원이 내게 공개 ‘연애편지’를 보내 40년 우정을 잊지 않고 애정어린 비판을 해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인사를 건넨 뒤 김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광화문 현판 교체는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1995년 경복궁 복원계획 속에 들어있던 것으로 2003년 공청회까지 거친 사안”이라며 “그동안 ‘뜨거운 감자’여서 누구도 건드리지 않던 것을 오는 8월 광복 60주년 행사가 광화문과 근정전 사이에서 열리게 돼 불가피하게 시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왜 정조 글씨냐.’란 지적은 오해이며, 이는 여러 안(案)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광화문 옛 현판이 없으므로 ▲현역 대표 서예가의 글씨 ▲한석봉이나 김정희 등 조선왕조의 대표적 서예가 글씨 집자 ▲임금님 글씨, 이를테면 정조의 어필 등 세 가지 안을 갖고 있다.”며 오는 3월 문화재위원회 합동회의에서 심의,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조개혁 배우라는 뜻” 유 청장은 “내가 노 대통령을 정조와 비교했던 일을 언론이 ‘아부쟁이’ 내지 ‘어용학자’로 몰고 있다.”고 분함을 표시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개혁을 기치로 내걸면서 정조 같은 역사적 사례를 모르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진짜 개혁을 하시려면 정조를 통해 개혁을 배우십시오.’란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아부를 할 줄 몰라 길바닥에서 10년여를 백수로 지낸 시절을 잘 알지 않느냐.”며 “내가 뭐가 아쉬워 대통령에게 아부를 하는가. 아부를 하려면 대통령이 내개 일 잘해 달라고 해야지.”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선현들 편지에 담긴 묵향

    “당계서색구홍약(當階瑞色句紅葯) 임수문광정록천(臨水文光淨綠天)” 추사 김정희가 당대의 서예가였던 유상에게 써준 ‘대련 서색문광(對聯 瑞色文光)’의 한 대목이다. 뜨락의 상서로운 빛은 붉은 작약과 같고, 물에 임한 아름다운 빛은 하늘처럼 푸르다는 내용이다. 또한 다산 정약용은 지인이 보내온 전복과 해초를 받고 그 고마운 마음을 간찰(간지에 적은 편지)로 적어 보냈는데, 이는 다산의 고결한 인품과 심성은 물론 당대의 풍속과 사회상까지 고스란히 전해준다. 13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관훈동 우림화랑에서 열리는 ‘선현들이 남기신 묵향’전에는 이처럼 선현들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1500년대부터 구한말까지의 서예가 156명의 서간 200여점이 선보인다. 성리학자인 우암 송시열과 퇴계 이황, 개화파 김옥균, 독립운동가 오세창까지 다양하다. 이번 전시와 관련, 초정 권창륜 한국서예학술원장은 “선현들이 남긴 묵적(墨蹟)은 대부분 간찰 글씨다. 한편 한편의 편지에도 모두 쓴사람의 개성과 심경이 확연히 드러나며 완상의 흥취를 북돋워준다.”고 말했다. 우림화랑측은 전시에 맞춰 156점의 작품과 해설이 실린 도록을 발간, 간찰 연구를 위한 자료로 활용하도록 했다.(02)733-3738.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어떻게 지내세요] 화가 천경자

    [어떻게 지내세요] 화가 천경자

    색채의 마술사이자 최고의 여류화가인 천경자씨. 국내 화단에서조차 그의 근황을 확실히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1998년 국내의 모든 ‘짐’을 정리하고 훌쩍 미국으로 떠났다는 것 외에는.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사당동)에서는 지난달 9일부터 ‘천경자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천 화백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서울시에 기증한 93점 중 대표적인 소장품 43점을 재구성했다. 전시 기간은 내년 2월10일까지. 미술관 관계자는 “평일에는 300여명, 휴일에는 500여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최고의 화가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천 화백의 근황을 알고 싶어도 속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한 채 안타깝게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소문 끝에 천 화백의 가족과 연락이 닿았다. 천 화백은 현재 뉴욕에 사는 큰딸 이혜선씨 집에서 투병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에 살고 있는 천 화백의 둘째 딸 김정희 교수는 최근 본지 워싱턴 특파원과의 전화통화에서 “어머니는 몸이 많이 편찮으셔서 뉴욕에 계시다. 한달 전에 뉴욕에 가서 어머니를 뵈었다. 많이 쇠약하시다.”고 밝혔다. 천 화백이 자신의 인생이나 예술에 대해서 아무 말씀이 없었느냐고 묻자 “중환중이어서 그런 말씀을 하실 여력이 없다.”며 더이상 언급하기를 꺼려했다. 국내 지인들도 이같은 상황을 간접적으로 전한다. 이번 전시를 돕고 있는 한 지인은 “실어증이기 때문에 사람을 알아보기도 하고, 못 알아보기도 하는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술평론가 L씨는 “천 화백의 큰딸과 절친한 친구가 국내에 살고 있어 (천 화백에 대해)간접적으로 전해듣고 있다.”면서 “치매로 투병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천 화백은 1924년 11월11일 생으로 내년에 81세가 된다. 천 화백을 아끼는 많은 국내 팬들이 다시 붓을 든 그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김문기자 km@seoul.co.kr ‘어떻게 지내세요’ 는 독자와 함께 합니다. 각계 명사는 물론 한때 스타였던 인물, 화제를 뿌렸던 사건 속 주인공들의 근황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추천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연락처 : km@seoul.co.kr)
  • [부고]

    ●차동민(대검찰청 수사기획관)씨 부친상 15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3410-6925∼6 ●조승묵(전 중앙일보 기자)창묵(춘천행복예식장 대표)씨 부친상 이규성(증권거래소 홍보부장)김정희(사업)씨 빙부상 16일 춘천장례식장, 발인 18일 오전 7시30분 (033)263-4401 ●오상은(D&I 대표)씨 부친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2)3010-2268 ●김순길(하이닉스 과장)씨 부친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6시 (02)3010-2265 ●김병수(전 한국은행 부장)씨 별세 상언(전 삼애실업 부사장)상욱(현대카드 전무이사 홍보실장)상민(호주 거주)씨 부친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3010-2295 ●고영길(한국조류보호협회 홍보위원)씨 별세 16일 서울 용산 중대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2)798-3499 ●김백중(전 서빙고초등학교 교장)씨 별세 선조(자영업)선광(보성중기 대표)선욱(경인방송 카메라기자)씨 부친상 명계성(뉴질랜드 거주)백종현(대우정보통신 팀장)씨 빙부상 16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30분 (02)590-2352 ●이영주(선토공영 동부지부장)현주(서울시관리공단 직원)철주(동부수도사업소 〃)광주(한국공항공사 부장)건주(엑스코 대표)씨 부친상 16일 서울아산병원,18일 오전 8시 (02)3010-2235 ●허융웅(전 쌍용 과장)웅범(둔촌고 교사)씨 모친상 이가원(정문교회 목사)방영태(법무법인 로고스 부장)김주헌(기쁨의교회 목사)씨 빙모상 김종희(여성정치연맹 강동지회장)씨 시모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2)3010-2240 ●전은영(삼성전자 LCD총괄모바일디스플레이 사업팀 직원)씨 모친상 박광준(전자신문 총무팀장)씨 누님상 16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2)590-2538 ●김태영(전 지멘스 이사)씨 별세 혜선(서울대 의대 교수)혜경(성결대 겸임교수)혜식(PS인터내셔널 대표)씨 부친상 유태영(성창인터내셔널 대표)김재진(청와대 빈부격차·차별시정위 조세팀장)윤흥원(김&윤회계사무소 대표)씨 빙부상 16일 서울대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2072-2016 ●신용식(HSBC증권 이사)경미(경희여고 교사)씨 부친상 최영식(변호사)조창현(전 재경부 서기관)이강희(공군 소령)씨 빙부상 1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6시30분 (02)3410-6907 ●박혜경(성북구 보건소 의사)씨 부친상 한용철(현대건설 차장)씨 빙부상 1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3010-2254 ●신양섭(전 해군 군종감)씨 별세 우인(신사동교회 목사)우선(SBS나이트라인 앵커)씨 부친상 16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2)590-2660
  • 그림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만난다

    그림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만난다

    요즘 서점의 신간코너에 가면 ‘그림책’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 미술작품에 그럴 듯한 이야기를 버무린 단행본들이다. 고전명화에 신화를 섞은 것, 현대작품에 에세이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것, 화가의 삶과 그림 이야기 등등. 전통적 필자였던 미술평론가나 미술사가는 물론이고, 작가 스스로 또는 큐레이터들까지 앞다퉈 글쟁이로 데뷔 중이다. 추측컨대 큐레이터는 나름대로 자신이 쌓아온 흔적과 성과에 대한 정리의 욕구 때문에, 화가들은 작품 이면에 숨은 치열함의 흔적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이 책들은 대체로 쉽게 읽히는 것들이어서 예술에 대한 독자들의 지적 허영심 혹은 갈증을 채워주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번 주엔 특히 각각 특색이 뚜렷한 단행본 3권이 출간됐다. 근대 200년 우리 화가들의 이야기를 묶은 ‘畵傳(화전)’,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서양의 고전명화와 버무린 ‘로망스’, 명화(名畵)란 널리 알려진 그림이 아니라 울적한 가을날 따뜻한 위로가 되는 그런 그림이라고 주장하는 한 젊은 큐레이터의 ‘사랑한다면 그림을 보여줘’가 바로 그것이다. 지은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풀어내며 그림속으로 들어가는지, 화가들의 삶과 예술정신의 내면을 어떻게 넘나드는지 보기만 해도 제법 흥미롭다. (최열 지음, 청년사 펴냄,2만 4000원)은 미술사가인 지은이의 말대로 ‘그림을 통해 찾아 헤맸던’ 화가들의 이야기다. 지은이는 ‘만나기로 작정했지만 이미 세상을 떠나버렸기에 문득 그들이 남겨둔 그림 속으로 걸어들어가 그들을 만났다.’고 했다. 한데 그들이 살아 있지 않기에 오히려 텅빈 마음 같아 그들의 빈터에서 편안히 만났고, 그 때마다 글을 썼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만난 그들은 누군가. 바로 19세기 묵장의 영수로 불리는 조희룡에서 격정의 시대정신을 보여준 이응노까지 200여년에 걸쳐 각기 독특한 스펙트럼을 보여준 화가 28명이다. 그 안엔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인연을 보여준 김정희외 허련, 휘황한 천재의 빛을 남긴 김수철, 단아함과 충실함에 깃든 정열의 소유자 윤희순, 우주의 질서에 도전한 유영국, 아름다운 감옥의 죄수를 연상케하는 김환기,20세기 신화의 탄생 박생광이 포함된다. 지은이는 추사 김정희와 제자 소치 허련의 만남을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추사 자신은 난초 그림과 서예에 집중했으므로 회화 창작의 욕망을 구현해줄 누군가 필요했고, 그가 바로 소치였다. 소치는 김정희가 꿈꾸던 세계를 현실에 형상화했고, 이후 남도 산수화의 종장이요 문인산수화풍을 조선에 아로새긴 거장으로 우뚝 섰다.‘세한도’‘산수도’ 등 그의 거칠고도 깔끔한 화폭들은 당대에 이미 절정의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었으며, 이같은 허련에 대해 조희룡은 “그림을 통해 시에 들어가고, 시를 통해 선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시종일관 거친 듯하면서 세밀하게, 군더더기 하나 없이 지은이는 당대의 붓장이 28명의 삶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촘촘히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명옥 지음, 시공사 펴냄,1만 4000원)는 중세때 그야말로 ‘전설적인 세기의 사랑’ 이야기를 남긴 4쌍의 가슴저린 로맨스를 뼈대로 한다. 평소 ‘연애의 정수는 로망스임을 의심치 않았다.’는 지은이는 “요즘들어 신파조로 폄하하며 왕따시킨 로망스를 제자리로 복권시킬 필요가 있다.”고 집필 동기를 밝힌다. 미술관장인 그는 먼저 단테의 ‘신곡’에서 로망스의 모티브를 찾는다. 단테가 지옥의 제2원에서 연인 사이인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를 만나고, 이들의 애절한 사연에 충격을 받고 혼절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두 연인이 한 소설속 남녀 주인공의 달콤한 입맞춤에 자극을 받아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입술을 찾고, 지옥까지 함께하는 영원한 연인관계로 빠져드는 이야기를 당대의 거장들이 표현한 그림에 버무린다. 또 아더왕에게 충정을 맹세한 기사 랜슬롯과 아더왕의 부인 귀네비어의 불같은 사랑,‘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서로에게 매혹당하나 끝내 둘 다 세상을 떠난다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가 뒤를 잇는다. 마지막엔 다시 단테로 돌아간다. 단테는 스탕달의 이른바 ‘사랑의 결정작용’을 통해 오염된 영혼을 정화시키고,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는 베아트리체를 얻어 사랑의 완결을 이룬다는 이야기다. (공주형 지음, 학고재 펴냄,1만 5000원)에선 풋풋한 삶의 이야기를 다양한 그림을 통해 이야기한다. 다섯살과 여덟달 짜리 아이를 둔 젊은 주부 큐레이터인 지은이는 때로 왜 내 삶은 밀레의 ‘만종’이 전하는 진정한 평화를 하락받지 못할까, 나는 왜 베르메르의 ‘레이스 뜨는 여자’가 갖고 있는 숭고한 여유를 건너뛰어야 하는 것일까 의아해 한다. 하지만 절망하는 실직자와 그 옆을 지켜주는 한 남자가 등장하는 박수근의 ‘실직’은 엄마이자 아내, 딸이자 며느리인 그에게 상생의 지혜를 일깨워주었고, 김상유의 ‘세심정(洗心亭)’은 삶의 속도에 치여 사는 지은이에게 차 한 잔의 여유를 권했으며, 반복되는 일상의 우울을 하늘 높이 날려보낼 수 있었던 것은 샤갈의 ‘파란 풍경속의 연인’ 덕분이었다고 고마워한다. 어떤 그림이 있어 그 그림이 나에게 오늘 저녁 퇴근길에 동행이 되고, 그 그림 앞에서 가쁜 호흡을 고를 수 있다면 그게 명화가 아니겠느냐며 그는 독자들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마치 지은이가 그의 아이들에게 설명하듯 쉽고 다정하게 풀어가는 그림 이야기, 그리고 그림을 보는 눈이 더없이 따사롭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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