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대북사업 정상화되나
지난 20일 담화문을 통해 현대와의 대북사업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던 북한 아태평화위원회가 25일 현대측의 협상제안을 받아들임에 따라 두달 동안 파행을 거듭해 온 현대의 대북사업이 활로를 모색하게 됐다. 현대는 불과 5일 사이에 ‘지옥과 천당’을 오고간 셈이다.
현대측은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지난달 15일 평양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이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현정은 회장의 면담이 주선됐다.”고 밝힌 이후 북측에 2∼3차례 협상을 제의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었다. 오히려 북측의 ‘폭탄발언’으로 16년간 이어온 대북사업이 파국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았다.
현대는 대북사업의 ‘수장’들이 만난 자리에서 금강산관광 정상화, 개성·백두산 관광 등 현안들을 한꺼번에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금강산관광은 9월1일부터 2박3일 일정 1일 600명으로 제한된 뒤 두달 가까이 정상화되지 못했고 개성관광도 9월7일 3차 시범관광 이후 본관광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만날 시기나 장소에 대해서는 실무진이 협의중”이라면서 “대화가 재개됨에 따라 꼬여 있던 대북사업의 정상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측이 현대와의 협상을 재개키로 한 것은 금강산관광 정상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과거사가 돼 버린 김윤규 전 부회장 문제를 더 이상 끌고 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강산 관광객수가 절반으로 축소되는 바람에 ‘관광대가’ 수입도 줄었고 롯데관광으로 파트너를 바꿔 보려던 개성관광이 여의치 않은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현대를 다시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현정은 회장의 ‘리더십’도 한층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현 회장은 김윤규 전 부회장을 퇴출시키는 과정에서 안팎의 거센 도전을 받았지만 대북사업의 투명성과 원칙을 강조하며 난관을 헤쳐왔다. 김 전 부회장을 복귀시키라는 북측의 압력에는 “비굴한 이익보다 정직한 양심을 택하겠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현 회장의 ‘정공법’은 지난 20일 북측의 담화문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북측이 변화된 우리를 인정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던 소망대로 북측의 인정을 받았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대북사업은 그동안 민영미씨 억류사건, 관광대가 지불조건 변경, 서해교전, 정몽헌 회장 사망 등 주요 고비마다 급격하게 ‘냉온탕’을 오가곤 했다.”면서 “북측이 담화문을 발표했을 때도 대북사업 파기보다는 재개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北·현대 사태 일지
▲3월17일 현대아산 윤만준 공동대표이사 선임
▲6월말∼7월초 현대, 김윤규 부회장 비리 감사 착수
▲7월16일 현정은 회장, 김윤규 부회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회담
▲8월19일 현대아산 이사회 김윤규 부회장 대표이사직 박탈
▲8월25일 북측, 금강산관광 축소 통보
▲8월26일 개성시범관광(9월7일까지 3회 1500명)
▲9월12일 현정은 회장,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 발표
▲9월15일 정동영 통일부장관,“현정은 회장과 이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조만간 만날 것” 발언
▲9월20일 김윤규 부회장 미국서 귀국
▲10월5일 김윤규씨 부회장직 박탈
▲10월10일 현정은 회장,“북측 변화 기다리겠다”
▲10월20일 북 아태평화위 담화문 발표, 현대와의 대북사업 재검토
▲10월21일 현대아산 직원 2명 방북 불허
▲10월22일 김윤규씨 중국서 귀국
▲10월25일 북측, 현대의 협상 제의 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