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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드 배치 착수 이후] ‘김정남 독살’ 돌발질문에… 왕이, 한·미 훈련 비난

    짜여진 각본대로 문답 도중 로이터 질문에 北 일단 비판 뒤 “양측, 동시 브레이크 걸어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8일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피력했다. 왕 부장의 언급은 한국 매체가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전망해 달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나왔다. 외교부장의 양회 기자회견은 대체로 ‘각본’에 맞춰 진행된다. 중국 외교부가 선택한 매체에 질문권이 주어지고, 질문 내용에도 중국 외교부가 ‘영향’을 끼친다. ‘사드 보복’과 같은 단어는 애초부터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왕 부장은 일단 ‘한·중 수교 25주년’이라는 밋밋한 질문으로 ‘사드 보복’과 같은 민감한 표현을 피했다. “올해는 한·중 수교 25주년으로 매우 중요한 해”라며 “그동안 양국 국민의 노력으로 얻은 성과를 매우 소중히 생각하고 있고, 한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국면을 지켜 나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하고 싶은 얘기를 이어 갔다. “사드가 중국의 안보와 전략을 위협한다는 것은 길 가는 사람 누구에게 물어봐도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한국이 더욱 불안전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특히 “한국의 일부 세력이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자신의 길을 가지 말기를 권한다”고 말해 사드 배치를 서두르는 현 정부를 집중 겨냥했다. 한국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왕 부장은 “사드 배치의 결과는 남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해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낭떠러지에서 말 머리를 돌리고, 잘못된 길에서 더 잘못된 곳으로 계속해서 가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통신 기자는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물으며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살해됐다’는 돌발 질문을 끼워 넣었다. 그러나 왕 부장은 김정남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곧바로 북한과 한·미를 모두 비판하는 ‘양비론’에 집중했다. 왕 부장은 “북한은 국제사회의 반대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무시하고 고집스럽게 핵·미사일을 개발했고, 최근에도 미사일 4발을 쐈다”면서 북한을 비판한 뒤 “미국과 한국은 이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며 한·미도 겨냥했다. 양측을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로 비유한 왕 부장은 “설마 양측이 정면충돌할 작정이냐”면서 “지금 해야 할 일은 붉은 등을 켜고 동시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김한솔, 유튜브 등장 “어머니·누이와 있다”…도와준 ‘천리마 민방위’ 정체는?

    김한솔, 유튜브 등장 “어머니·누이와 있다”…도와준 ‘천리마 민방위’ 정체는?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22)이 유튜브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건 발생 24일 만이다. 김한솔은 8일 ‘KHS Video’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유튜브 영상에서 “내 이름은 김한솔로, 북한 김씨 가문의 일원”이라며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피살됐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어머니와 누이와 함께 있다”면서 “빨리 (이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한솔은 영상에서 자신의 신분을 확인시키기 위해 북한 공무려행용(외교관용) 여권을 보여줬다. 하지만 신상정보가 적힌 페이지를 펴드는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돼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영상 속 인물은 김한솔이 맞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은 이 영상을 김한솔 본인이 직접 올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솔과 직접 인터뷰를 했던 일부 기자도 “평소 쓰던 안경을 벗은 것을 제외하면 외모와 말투는 김한솔과 비슷하다”고 말했고, 탈북인권단체 관계자도 “영상을 검토한 결과 김한솔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한솔은 40초 분량의 짧은 영상에서 영어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게시자는 ‘천리마 민방위’로 돼 있다. 영상 윗부분에도 이 단체의 것으로 추정되는 로고가 보인다. 이 단체에서 김한솔 가족을 보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천리마 민방위’는 홈페이지에서 “지난달 김정남 피살 이후 그 가족에게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이 왔다”면서 “급속히 그들을 만나 안전한 곳으로 직접 이동해 드렸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어 “김정남 가족의 현 행방이나 위 탈출 과정에 대한 사항은 이 이상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긴급한 시기에 한 가족의 인도적 대피를 후원한 네덜란드 정부, 중국 정부, 미국 정부와 한 무명의 정부에게 감사를 표한다”면서 특히 주한 네덜란드 대사에 특별한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천리마 민방위’라는 단체는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들어본 적이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씨가 지난달 13일 피살된 뒤 마카오에서 생활해 온 김한솔을 비롯한 그의 가족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아 왔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한·중·미 3국 갈등의 핵심, ‘기승전-북한’

    [송혜민의 월드why] 한·중·미 3국 갈등의 핵심, ‘기승전-북한’

    버라이어티한 날들의 연속이다. 한국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의 관계가 정점을 향해 치닫는 형국이다. 거미줄처럼 얽힌 3국 사이에 마치 이 모든 분란을 조종하는 듯한 북한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애증 혹은 원한의 사각 관계를 연상케 하는 현 정세에는 어떤 배경이 숨어 있을까. ◆한-중 갈등의 핵심, 사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남한 배치가 결정된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중국은 한-미간 ‘사드 계약서’가 오고간 그때부터 갖은 보복을 가하더니, 사드의 부품 일부가 한국으로 이동하자 더욱 본격적으로 ‘돈줄’을 틀어막고 나섰고, 중국 내부에서는 반한 감정이 역대 최고치로 격해졌다. 미국 CNN은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자 한미 간에 사드 배치 시점을 앞당기자는 합의가 있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는 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4기를 발사해 갈등 수위를 한껏 높인 직후 나온 것이며,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 사령관은 6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롯해 계속되는 도발 행위는 지난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겠다는 우리의 판단에 확신을 준다”고 밝혔다. 북한의 잇따른 위협적 행동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사드 배치가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물론 정권교체 시기에 들어선 국내 정치 현황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으나,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이 사드 조기배치의 뚜렷한 명분을 제공했다는 사실 만큼은 반박의 여지가 없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가져온 파장 그렇다면 사드 배치에 명분을 제공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 배경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돌려보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남 암살은 단순한 ‘가족 싸움’이 아닌, 북한-말레이시아-중국이 복잡하게 뒤엉킨 사건으로 비화했다. ‘남의 안방’에서 집안싸움을 벌인 북한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여기에 말레이시아가 북한과의 단교를 정식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집중된 이목을 분산시키려는 심산이 작용했을 것이다. 다케사다 히데시(武貞秀士) 도쿄 다쿠쇼쿠대학 대학원의 특임교수이자 방위성 방위연구소의 전 총괄연구관은 NHK와 한 인터뷰에서 “김정남 살해 사건에 쏟아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해 4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대대적인 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사드 배치를 이끈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의 배경에서 미국 견제를 빼놓을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91년 철수했던 전술핵무기의 한국 재배치 및 대북 선제 타격론까지 검토하는 등 강경한 대북 정책을 잇따라 내놓은데다, 지난 1일부터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이 시작되자 이에 대한 과민 반응으로 미사일을 이용했다는 것이 다케사다 교수의 분석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7일, 4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주일미군기지 타격을 위한 훈련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주일미군기지의 타격, 사드 조기배치로 갈등이 증폭된 한중 관계 등은 미국 보다는 일본과 한국이 겪어야 할 위협에 가깝다. 결국 북한은 일본과 한국 등 미국의 주요 우방국을 인질 삼아 과격한 방어기제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적의 적은 동지다? 오랜 시간 북한의 ‘비빌 언덕’이 돼 줬던 중국은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중(2월 28일~3월 4일)으로 북·중 고위급 인사 교류가 마무리된 지 이틀 만에 벌어진 북한의 과격 행보 때문에 굴욕을 면치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리 부상 면담 당시 양국 간 소통 강화를 언급한 것으로 미뤄 ‘북한이 중국에 미사일 발사를 사전 통보했을 수 있다’면서도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면 북한이 북중 회담을 무시했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분석했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말에 빗대어 봤을 때, 북한이라는 ‘공통의 말썽쟁이’를 대해야 하는 중국과 미국은 손 한번 맞잡아 볼 법도 하지만 이미 이 두 국가 사이의 간극도 만만치 않다. 대만을 둘러싼 ‘하나의 중국’ 용인-불용인 논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 등 한발짝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두 국가의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북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못지않은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북한의 탄도미사일 4기 중 3기가 ‘하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 민간 어선의 피해라도 있었다면 곧장 전면전이 벌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국제사회를 둘러싼 일련의 사안들을 모두 북한 탓으로 돌리긴 어렵다. 하지만 그 모든 사안들에 북한이 공통적으로 개입돼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황교안, 트럼프와 통화 후 “북한 핵·미사일 개발 야욕 꺾어야”

    황교안, 트럼프와 통화 후 “북한 핵·미사일 개발 야욕 꺾어야”

    지난 6일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탄도미사일 4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한 일에 대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북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황 권한대행은 7일 오전 8시 40분부터 약 20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이날 통화는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황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압박 등을 통해 탄도미사일 발사에 엄중히 대처하고, 한·미 연합훈련을 포함한 연합 방위태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양측이 이날 긴급 통화를 한 것은 양국 간 소통 채널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북한이 계속 미사일 도발을 지속한다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권한대행은 이어진 국무회의에서도 북한을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황 권한대행은 “현존하는 위협인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야욕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면서 “북한 정권의 존립 기반인 외화벌이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는 등 스스로 셈법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연합훈련,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 확장 억제의 실효성을 제고해 한·미동맹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북한 도발 시 압도적인 응징을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최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지목돼 궁지에 몰려 있고, 지난 1일 시작된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FE)은 김정은 정권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황 권한대행의 강경대응 방침은 대내적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 의지를 보이고, 대외적으로는 한·미동맹이 견고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말레이 경찰 “대사관 은신한 김정남 암살 용의자,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말레이 경찰 “대사관 은신한 김정남 암살 용의자,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암살한 용의자로 지목된, 현광성(44)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이 치외법권이 적용되는 대사관 안에 숨어있다고 말레이시아 경찰이 7일 밝혔다. 킬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페낭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용의자들이 대사관 구내에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부 바카르 청장은 북한 당국이 현광성과 김욱일에 대한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설사 5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바깥에서 기다릴 것이다. 그들이 바깥에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3일 김욱일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현광성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대사관에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북한은 협조하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달 22일 두 사람을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현광성은 외교관 신분이어서 체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욱일 역시 대사관 내에 은신하고 있는 한 검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이 현광성과 김욱일을 체포한다고 해도 김정남 암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병을 확보핸다고 해도 암살 사건에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를 밝혀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욱일은 지난달 13일 김정남을 살해한 뒤 출국한 북한 국적의 용의자 4명을 현광성과 함께 공항에서 배웅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 전부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물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김욱일도 앞서 추방된 리정철(47)과 마찬가지로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김정남 암살의 배후가 규명될 가능성은 더욱 작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부 바카르 청장은 지난달 23일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5명의 북한 국적자를 쫓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사건 직후 출국한 4명이 이미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확신한다. 이들에 대한 신병 인도를 북한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리지우(30)로 추정되는 나머지 1명과 또 다른 북한 국적자 2명은 아직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다”면서 “2명은 각각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이며 이들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북한대사관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던 적이 있다. 말레이 경찰은 또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29)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 등 두 여성이 조사 과정에서 말한 ‘장난인 줄 알고 범행에 참여했다’는 주장도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아부 바카르 청장은 “이들 두 사람이 (범행 후) 손을 들고 이동한 뒤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다”며 “이미 독성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 여성은 그(김정남)의 얼굴을 맨손으로 쓸었고 그 이전에 4명의 용의자는 이 여성에게 액체를 줬다”고 부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1947 3·1절과 2017 내우외환/이지운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1947 3·1절과 2017 내우외환/이지운 국제부장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70년 전 3·1절이 이랬으리라 싶었다. 3·1운동 제98주년을 세종대로에서 목도하면서 ‘이렇게 갈라졌겠구나, 훨씬 더 심하고 격렬했겠구나’ 생각했다. 1947년에는 앞서 2·7사건이 있었다. 미·소 공동위원회 회의가 좌·우익 간 격렬한 대립으로 1, 2차 모두 결렬되고 신탁통치안이 무산됐다. 유엔은 1947년 9월 남북 통일 선거를 실시해 통일 합법정부를 세우는 안을 가결했으나 소련과 북한은 선거 반대 무장투쟁에 나섰다. 미국은 1948년 2월 26일 남한 단독 선거안을 유엔에 재상정했고 5월 10일 남한 총선거가 결정됐다. 이에 박헌영이 남한 단독 정부를 막기 위해 무장투쟁을 전개한 것이 2·7사건이다. 남로당 당원 30만명이 나섰다. 2월 7일부터 2월 20일까지 2주간 전국적으로 다리를 폭파하고, 기관차와 전신주를 파괴했다. 각종 파업과 학생 동맹 휴학으로 이어져 전국적으로 파업이 30건, 맹휴 25건, 충돌 55건, 시위 103건, 방화 204건으로 집계된다. 8479명이 검거됐다. 그러고 맞은 3·1절이었다. 1948년 단독 선거 후 대한민국이 수립됐지만, 혼란은 줄지 않았다. 군으로 잠입한 남로당은 곳곳에서 반란을 주도했다. 여수14연대, 광주 4연대 산하 여러 중대들, 군산 12연대 5중대, 마산 15연대, 대구 6연대의 3차 반란 등이 발발했다. 여수순천 반란 사건으로 통칭된다. 제주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시작해 1949년 6월 7일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뒤이은 게 1950년 6·25다. 북한은 6일에도 미사일을 네 발 쏘아 올렸다. 실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미국이 이달 내로 새 대북 정책을 내놓겠다고 했고,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온 다음날이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VX라는 독가스로 피살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예상을 뛰어넘는 강도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정부 업무보고에 ‘한국’이라는 단어를 뺄 만큼 대한 관계의 전면적인 재구상을 준비해 온 줄 감도 잡지 못했다. 일본은 위안부 소녀상을 문제 삼아 자국 대사를 불러들이더니 두 달 가까이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그 어느 하나 녹록지 않은 일들인데, 각 나라 속을 들여다보면 ‘이 일이 어떻게 되려나’ 상상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미국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종잡기 어려운 상태다. 중국은 시진핑의 장기 집권을 준비하느라 좌우를 돌아보고 강약을 조절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막 장기 집권의 터를 닦은 일본의 아베는 ‘해 오던 대로’ 더욱 힘차게 내달리려 하고 있다. 북한은 어디까지 가려는지 관측을 불허한다. 사안별로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해법은 고사하고 이렇다 할 분석도, 전망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어떻게 되는 건지, 중국에 진출한 기업과 교민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정부도 눈만 껌뻑이고 있다. 일대일 관계도 이럴진대 3각, 4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정세는 두말할 것도 없다. 1947년 3·1절의 재현은 막지 못했다. 태극기와 촛불이 낮밤을 교차해 세종대로로 쏟아져 나온 게 몇 주째인지 모르겠다. 탄핵 심판이 곧 나올 것이라 한다. 1948년으로 진입해선 안 된다. 1947년에서 1950년으로 이어지는 대혼란의 현대사를 되짚어 볼 때다. jj@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흐엉 만났던 한국남성 “설마했는데 깜짝 놀라”

    그것이 알고싶다 흐엉 만났던 한국남성 “설마했는데 깜짝 놀라”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파헤쳤다.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어디선가 나타난 두 여성이 한 남성의 앞과 뒤를 동시에 공격했다. 그는 30분 거리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사망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경찰은 다음날 사망한 남자가 평양 태생 김철, 김정남이라고 밝혔다. 용의자는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29)이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인근 식당에서 모든 과정을 보고 있던 북한 국적의 네 남성 리지현, 홍송학, 오종길, 리재남이 용의자이며 이미 말레이시아를 떠났다고 밝혔다. 추가로 공개된 용의자 역시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이었다. 국정원은 이번 암살이 이미 5년 전 김정은이 내린 ‘스탠딩 오더’가 실행된 것이라 분석했다. 용의자 흐엉은 이번 암살이 몰래카메라인 줄 알았다고 진술했으나 현지 겸찰은 그들이 범행 전 훈련을 받았다고 결론냈다. 이수정 교수는 “몰래카메라라면 얼굴에 향수를 묻히는 순간 주변의 촬영 타이밍 등을 확인한 상태로 접근했을 것이다. 하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들어 거의 2초 만에 목적을 달성하고 뛰어갔다”고 설명했다. 흐엉이 범행 당시 묵었던 호텔 직원에 따르면 흐엉은 처음 긴 머리였으나 가위를 빌렸다고 밝혔다. 흐엉은 다음날 단발머리를 하고 김정남을 암살한 공항으로 향했다. 또 흐엉은 범행 전 5일간 세곳의 호텔을 이용했다. 호텔 직원은 “와이파이 신호가 약하다고 불평하며 숙소를 옮겼다”고 밝혔고 흐엉은 체포 당시 세 대의 휴대폰을 이용하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범행 직후 말레이시아를 떠난 용의자 리지현은 흐엉과 관계가 있는 인물이었다. 리지현은 흐엉과 같은 날 말레이시아에 입국했으며 숙박비도 계산해줬다. 흐엉이 와이파이에 집착한 이유는 리지현과와의 비밀연락 때문이었을까. 제작진은 여성 용의자 흐엉을 알게됐다는 남성을 만났다. 베트남 여행에서 흐엉을 알게됐다는 한 남성은 “클럽에서 먼저 다가와서 연락처를 물었다. 흐엉이 자신을 모델이라고 소개하며 같이 놀자고 했다”며 그녀와 나눈 메시지를 보여줬다. 그는 “뉴스를 보고 설마했는데 진짜더라”며 놀라워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김정남 죽게 한 VX가스는? “내장 타들어가는 느낌”

    그것이 알고싶다 김정남 죽게 한 VX가스는? “내장 타들어가는 느낌”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파헤쳤다. 제작진은 김정남 살해 용의자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의 도안 티 흐엉(29)이 사용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를 언급했다. 제작진은 “이렇게 위험한 물질을 암살의 수단으로 사용하면서도 몰랐을까? 범행 이후 바로 손을 씻으러 갔다는 정황에서도 그들은 위험성을 알았을 것”이라며 “납득이 안 가는 건 ‘맨손’ 범행이다. 그 정도로 위험한 걸 알았다면 맨손으로 독극물을 만질 수 있었을까? 온통 미스터리한 정황들 투성이”라고 지적했다.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는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의 독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여년 전 VX 공격을 받았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거진 70대 일본인은 VX에 노출된 이후 동공이 수축하며 주변이 어두워져 보였다고 증언한 바 있다. 가슴과 폐 등 내장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 기분이 전신으로 번지면서 온 몸에서 땀이 솟았다고 말했다. 이 일본인은 다행히 VX가 피부가 아닌 외투 옷깃 아래쪽에 묻은 탓에 2주 뒤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는 “영국에 있는 어떤 화학자가 그걸 만들었는데 살충제로서 굉장히 우수했다. 그런데 보니까 너무 독성이 세서 그런 목적으로는 사용이 안되고 접어놓은 것인데 (생화학 무기로 쓰이게 됐다)”라며 VX의 탄생배경을 언급했다. 또한 김정남을 죽게 한 독가스를 맨손에 묻힌 용의자 여성 두 명은 무사한 것에 대해 법의학 전문가는 “우리 피부는 생각보다 강력한 보호 기능을 하고 있다. 빠른 시간 안에 손을 여러번 씻는다면, 그리고 여기에 잘 알려진 해독제도 존재한다. 혹시나 해독제를 맞게 될 경우에는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김정남 피살 미스터리…왜 공개된 장소에서 살해했나?

    ‘그것이 알고싶다’ 김정남 피살 미스터리…왜 공개된 장소에서 살해했나?

    4일 밤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김정남 피살 사건을 파헤친다. 이날 ‘그것이 알고싶다’ 1066회는 ‘무대 위의 암살 - 김정남 피살사건 미스터리’편으로 방송된다.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은 한 순간 살인사건의 무대가 됐다. 1970년 평양 태생 ’김철’. 그는 이른 아침, 공항에서 두 명의 여성으로부터 독극물 공격을 받고 숨졌다. 그리고 한국의 한 종편채널을 통해 남자의 진짜 신원이 공개되는데, 그는 바로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현 최고 권력자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었다. 공개 된 두 여성 용의자는 인도네시아 국적의 아이샤와 베트남 국적의 흐엉. 그들은 어떤 남성들에게 속아 TV방송용 몰래 카메라인 줄 알고 벌인 일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두 사람은 충격적인 암살을 감행한 범인들임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범행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특히 베트남 국적의 흐엉은 한국대중문화에 관심이 많고 한국을 드나든 적도 여러 번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용의자 흐엉의 지인 김재민(가명)씨는 “에이 설마 이랬는데 뉴스 보니 진짜더라고요. 자기도 이게 몰래카메라 같은 건 줄 알았다고 이야기하니까... 그게 만약 사실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야말로 매와 같이 달려들어서 거의 2초 만에 목적했던 바를 달성하고 뛰어갔죠”리고 말했다. 두 여성은 얼굴을 가리거나 변장을 하지 않았다. 또한 흐엉은 똑같은 옷을 입고 공항에 다시 나타나 붙잡힌다. 그들의 진술대로 몰랐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으로 보인다. 하지만 CCTV 속 두 여성은 마치 훈련된 요원처럼, 3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범행을 끝내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아난다. 김정남은 피습 이후 30분 만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약 2시간 내에 사망했다. 강력한 독성을 지닌 독극물의 정체는 신경작용제인 VX였다. 아주 적은 양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해 생화학무기로 분류되는 물질이다. 과연 이렇게 위험한 물질을 암살의 수단으로 사용하면서도 몰랐을까? 범행 이후 바로 손을 씻으러 갔다는 정황에서도 그들은 위험성을 알았을 것이다. 납득이 안 가는 건, ‘맨손’ 범행이다. 그 정도로 위험한 걸 알았다면 맨손으로 독극물을 만질 수 있었을까? 온통 미스터리한 정황들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새로운 용의자 북한국적의 ‘리정철’을 검거하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는다. 수사결과, 사건의 배후엔 북한국적의 남성 7명이 더 있었다. 그 중엔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도 포함되어 있었다. 의혹이 확신으로 바뀌어가는 순간, 피살의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과연 북한 정권이 사건의 배후에 있다면 그들은 왜 공개된 장소에서 이 시점에 김정남을 살해했을까? 여러 가지 추정이 대두됐다. 김정은의 어머니가 재일교포이기 때문에 김정남에게 백두혈통의 정통성에 대한 열등감이 작용했을 거라는 주장, 만에 하나 현재 북한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의 지위를 위협할지 모를 가능성을 차단하려 했다는 추측, 그리고 심지어 김정남이 지지 세력을 모아 망명정부를 세우려 했다는 이른 바 망명설까지 나왔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의 소행,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 범행동기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범행동기 자체가 일단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있고요”라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 연구소 연구위원은 “장성택이 살아있고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 뒤를 봐주던 이런 세력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도 사실은 깨끗하게 이제 정리가 됐다고 봐야 되는 거죠. 김정남이 평양 내에서 어떤 권력을 지향하면서 세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던가”라고 말했다. 수많은 추측들, 그 중에 밝혀진 건 없다. 사건을 담당하는 말레이시아 경찰은 용의자들이 ‘북한국적’인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정남 피살 직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가안보회의(NSC)를 두 차례나 열고 이번 테러로 우리정부와 국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능성까지 발표했다. 더불어 정치권에서는 이 사태를 계기로 사드 배치를 조속히 진행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테러위협이 언제 국내를 향할지 모르기 때문에 하루 빨리 사드를 설치해서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권력 강화를 위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을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공개된 장소에서 감행된 충격적인 김정남 암살사건의 여러 의문점들을 추적하고 사건의 배경으로 제기된 여러 가설들을 검증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고대 페르시아부터 김정남까지 끝나지 않는 화학무기 잔혹사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고대 페르시아부터 김정남까지 끝나지 않는 화학무기 잔혹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치명적인 살인 무기 VX로 암살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학무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VX를 포함한 화학무기는 일반적으로 대량살상을 목적으로 한다. ‘독가스’라고 통칭하기도 하는 화학무기는 맹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역사는 2000년 전 페르시아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레스터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BC 492~448년 동안 지속된 페르시아 제국의 그리스 원정 전쟁인 페르시아 전쟁에서는 소금 결정과 역청(천연산의 탄화수소 화합물 통칭) 등을 섞어 만든 독가스를 살포하는 기술이 이용됐다. 여기에는 이산화물과 석유화학제품 등 강력한 화학약품들도 상당수 사용됐다.●독화약 담은 ‘비몽포’ 임진왜란 때 사용 당시 페르시아인들은 적군을 포위한 채 구덩이에 가둔 뒤 화학무기 공격을 퍼부었다. 페르시아 전쟁에 참전한 로마 군인들의 시신 20구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사인이 창이나 칼에 의한 자상이 아닌 질식사라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면서 이 같은 주장은 신빙성을 더했다. 맹독성의 치명적인 화학무기는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다. 임진왜란 당시 사용된 화학무기인 ‘비몽포’(飛礞砲)가 그중 하나다. 비몽포는 독화약을 장전한 작은 포탄을 큰 총을 이용해 발사시켜 터뜨리는 살상용 무기로, 여기에는 28가지의 ‘지독한’ 성분이 포함돼 있다. 이와 유사한 화학무기인 ‘찬혈비사신무통’(鑽穴飛砂神務筒)은 균의 일종인 누룩과 약초 16가지를 졸여 만든 것으로, 바람에 실어 적군에 날려 보내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가루 형태의 찬혈비사신무통을 흡입하면 눈과 코, 입에서 다량의 출혈이 발생하고 곧 사망에 이르렀다. 이 밖에도 고대 중동에서는 유황으로 화학무기를 만든 뒤 이를 연기로 날려 적을 공격했다는 기록이 있다. 화학무기의 사용이 금지된 것은 당연하게도 그 ‘성능’ 때문이었다. 19세기 이후 화공학의 발전과 함께 세계 여러 국가가 맹독성 물질 개발에 열을 올렸고 이는 곧 무기 개발로 이어졌다. 대량살상이 가능한 이 무기는 ‘한 방에’ 승리로 이끌 수 있었지만 실전에서 함부로 사용되지는 못했다. 같은 방식으로 적에게 복수를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살상 목적의 화학무기가 국제사회에서 국제법에 의해 금지된 것은 1899년의 일이다. 화학제 또는 생물(세균)제를 이용한 무기는 1899년 헤이그 평화회의의 ‘독가스사용금지선언’을 통해 금지됐고, 이후 1922년에는 ‘잠수함과 독가스에 관한 5국 조약’, 1925년 ‘독가스 기타사용금지에 관한 의정서’ 등으로 이어졌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대게릴라용으로 최루가스와 고엽제 등을 사용하면서 독가스 사용에 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후 24년간 협상을 거쳐 1993년 화학무기금지협약이 체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상용 화학무기는 여전히 ‘애용’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 및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지난해 공동 조사를 통해 시리아 정부군이 내전 중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군은 2014년과 2015년 반군 장악 지역 3곳에 염소폭탄을 투하했다. 시리아는 2013년 우방인 러시아의 압박에 못 이겨 화학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한 뒤 화학무기를 전량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내전에서 결국 협약을 어기고 염소가스를 무기로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정남 VX 암살로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을 어긴 것이 시리아군 하나뿐이 아니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제사회는 시리아에 이어 북한의 화학무기사용 금지를 위해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국에 최근 유엔 안보리의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 관련 제재 결의안이 또 부결됐다. ●사용금지협약에도 세계 곳곳서 ‘애용’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안보리회의장에서 진행된 표결에서는 찬성 9표, 반대 3표, 기권 3표가 나왔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볼리비아가 반대했다. 안보리 결의안은 상임이사국(중국·러시아·미국·영국·프랑스)의 반대 없이 9표를 얻어야 통과된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래 러시아는 7번째, 중국은 6번째로 시리아 제재를 거부했다. 중국 측은 “화학무기 사용에 반대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제재 조치를 내리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의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 눈감아주기’의 배경에는 복잡한 속내가 숨어 있지만, 그 속내가 무엇인지는 사실 크게 중요치 않다. 2.33초의 접촉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을 사용하지 말자는 것에 거창한 이유가 필요할까. 화학무기는 유구한 역사를 가졌지만, 훌륭한 역사라고 평하긴 어렵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죽이고 죽임당하는 지구상의 대다수 전쟁이 그러하듯 말이다. huimin0217@seoul.co.kr
  • 말레이 경찰철장 “김정남 명백한 살인증거 있다”

    말레이 경찰철장 “김정남 명백한 살인증거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사망에 대해 “명백한 살인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3일 말레이시아 현지언론에 따르면 할릿 아부 바카르 경찰청장은 전날 “여성 2명이 공항에서 독극물로 김철(김정남)의 얼굴을 문지른 뒤 그가 숨졌으며, 이후 이 물질이 맹독성 신경작용제인 VX로 판명났음을 전문가들이 확인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힐릿 청장은 “말레이에는 김철의 사망원인을 규명할 만한 실력있는 전문가들이 있다. 우리는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은 수사를 통해 김철이 살해됐다고 확신한다”며 “북한은 그들의 주장을 펼 수 있지만, (살인) 증거는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장의 주장은 전날 말레이를 방문 중인 북한대표단이 김정남의 사인이 심장질환이라고 언급한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북한대표단을 이끄는 리동일 전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철’이 심근경색, 다른 말로 심장병을 앓고 있었고 때때로 치료를 받았다”면서 사인이 심장질환임을 시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처음 공개된 김정남 살해 여성 용의자들... 초췌한 모습에 긴장한 표정 역력

    처음 공개된 김정남 살해 여성 용의자들... 초췌한 모습에 긴장한 표정 역력

    김정남 살해 혐의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여성 용의자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기소돼 이동하는 동안 처음으로 실제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1일 오전 9시30분쯤(현지시간)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 차량 10여 대가 줄지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 세팡법원 앞에 도착했다. 경찰 호송차에서 김정남 암살 용의자인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29)이 삼엄한 경비 속에 내렸다. 이들 여성 용의자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5일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이후 처음이다. 아이샤는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흐엉은 노란색 티셔츠에 검은색 경찰 보호장구를 걸치고 있었다. 이들 모두 경찰의 강도 높은 조사에 지친 듯 초췌한 얼굴이었으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날 관할 세팡법원에서 아이샤와 흐엉을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기소장을 통해 이들이 지난달 13일 오전 9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도피 중인 다른 용의자 4명과 함께 북한인 ‘김철’을 살해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철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가명이다. 김정남은 피살 당시 이름이 김철(Kim Chol)로 기재된 외교 여권을 갖고 있었으며 아직 공식적으로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마카오로 갈 예정이었던 김정남은 공항 출국장에서 아이샤와 흐엉에게 독극물 공격을 받은 뒤 공항 내 치료소를 거쳐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숨졌다. 김정남 살해가 아닌 코미디 영상을 찍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해온 흐엉은 법정에서 “죄가 없다”고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아이샤 역시 변호인을 통해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두 여성 용의자가 살해 의도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 용의자의 형량과 관련,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혀 최고 사형 구형을 예고했다. 하지만 주범으로 지목된 북한 국적 용의자들이 도피 중인 가운데 ‘조연’으로 분류되는 아이샤와 흐엉이 살인 의도를 부인하고 있어 앞으로 이들의 혐의와 형량을 놓고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들 용의자에 대한 재판은 고등법원으로 이관돼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용의자인 리지현(33), 홍송학(34), 오종길(55), 리재남(57) 등 북한 국적자 4명은 범행 직후 평양으로 도피했다. 경찰이 이번 사건으로 연루자로 지목한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은 북한대사관에 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샤와 흐엉은 이날 1시간가량 검찰과 법원의 기소 절차를 마치고 법원 뒷문으로 나와 호송차를 타고 다시 경찰서로 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말레이, 김정남 암살 女용의자 2명 ‘살인 혐의’ 기소

    말레이, 김정남 암살 女용의자 2명 ‘살인 혐의’ 기소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이 김정남 암살사건 여성 용의자 2명을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일 말레이시아 검찰은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29)과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를 살인혐의로 정식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용의자들은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독성 신경작용제 VX로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러나 이들은 살해 사건이 아닌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으로 알고, 김정남의 얼굴에 ‘베이비오일’ 같은 물질을 발랐던 것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사법당국은 흐엉과 아이샤가 범행 직후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다는 이유에서 이들이 독성물질을 다룬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이들의 형량과 관련해 “유죄가 인정되면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향후 경찰 수사에 따라 북한 국적의 용의자 리정철을 추가 기소할 계획이다. 외국으로 도주했거나 말레이시아 내에서 은신하고 있는 다른 용의자들에 대해서도 추적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日언론 “김정남, 중국에 있으면 살해될 일 없었다”

    日언론 “김정남, 중국에 있으면 살해될 일 없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 김정남이 마카오에 머물렀다면 살해되지 않았을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북한 정보 소식통의 견해를 인용해 김정남 암살 범행자들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살해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남이 중국에 있으면 살해될 일은 없었다”면서 “김정남은 삼엄한 경비가 성격에 맞지 않아 언제나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남 살해를 김정은에게 말했던 것은 측근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정남 살해가 장성택 숙청의 연장선에 있으며 “김정은은 최룡해와 황병서의 꼭두각시 인형처럼 돼 자신의 판단능력은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최룡해는 김정은을 어떤 형태로든 배제해 자신이 국가 지도자 자리에 앉으려고 하고 있다. 주변국의 위협이 된 김정은을 자신이 중심이 돼 배제하면 지도자가 돼도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고 신문에 말했다. 한편 일본 산케이신문은 김정남이 암살되기 열하루 전 일본의 이시이 하지메 전 자치상과 면담 계획을 확정했었다고 보도했다. 이시이 전 자치상은 이 신문에 “김정남은 국제감각도 있고 고향에 대해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북한 인민의 행복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도 들었다”면서 김정남 암살사건에 대해 충격적이고 유감이라고 표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고대부터 이어진 화학무기의 잔혹 역사

    [송혜민의 월드why] 고대부터 이어진 화학무기의 잔혹 역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치명적인 살인무기로 꼽히는 VX로 암살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학무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VX를 포함한 화학무기는 일반적으로 대량살상을 목적으로 한다. ‘독가스’라고 통칭하기도 하는 화학무기는 맹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역사는 2000년 전 페르시아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레스터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BC 492~448년 동안 지속된 페르시아 제국의 그리스 원정 전쟁인 페르시아 전쟁에서는 소금결정과 역청(천연산의 탄화수소 화합물 통칭) 등을 섞어 만든 독가스를 살포하는 기술이 이용됐다. 여기에는 이산화물과 석유화학제품 등 강력한 화학약품들도 상당수 사용됐다. 당시 페르시아인들은 적군을 포위한 채 구덩이를 가둔 뒤 화학무기 공격을 퍼부었다. 페르시아 전쟁에 참전한 로마 군인들의 시신 20구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사인이 창이나 칼에 의한 자상이 아닌 질식사라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면서, 이 같은 주장은 신빙성을 더했다. 맹독성의 치명적인 화학무기는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다. 임진왜란 당시 사용된 화학무기인 ‘비몽포’(飛礞砲)가 그중 하나다. 비몽포는 독화약을 장전한 작은 포탄을 큰 총을 이용해 발사시켜 터뜨리는 살상용 무기로, 여기에는 28가지의 ‘지독한’ 성분이 포함돼 있다. 이와 유사한 화학무기인 ‘찬혈비사신무통’(鑽穴飛砂神務筒)은 균의 일종인 누룩과 약초 16가지를 졸여 만든 것으로, 바람에 실어 적군에 날려 보내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가루 형태의 찬혈비사신무통을 흡입하면 눈과 코, 입에서 다량의 출혈이 발생하고 곧 사망에 이르렀다. 이밖에도 고대 중동에서는 유황으로 화학무기를 만든 뒤 이를 연기로 날려 적을 공격했다는 기록이 있다. ◆화학무기 금지의 역사 화학무기의 사용이 금지된 것은 당연하게도 그 ‘성능’ 때문이었다. 19세기 이후 화공학의 발전과 함께 세계 여러 국가가 맹독성 물질 개발에 열을 올렸고 이는 곧 무기 개발로 이어졌다. 대량살상이 가능한 이 무기는 전쟁은 ‘한방에’ 승리로 이끌 수 있었지만 전쟁에서 함부로 사용되지는 못했다. 같은 방식으로 적에게 복수를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살상 목적의 화학무기가 국제사회에서 국제법에 의해 금지된 것은 1899년의 일이다. 화학제 또는 생물(세균)제를 이용한 무기는 1899년 헤이그 평화회의의 ‘독가스사용금지선언’을 통해 금지됐고, 이후 1922년에는 ‘잠수함과 독가스에 관한 5국 조약’, 1925년 ‘독가스 기타사용금지에 관한 의정서’ 등으로 이어졌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이 대 게릴라용으로 최루가스와 고엽제 등을 사용하면서 독가스 사용에 관한 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고, 이후 24년간 협상을 거쳐 1993년 화학무기금지협약이 체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상용 화학무기는 여전히 '애용'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 및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지난해 공동 조사를 통해 시리아 정부군이 내전 중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군은 2014년과 2015년 반군의 장악지역 3곳에 염소폭탄을 투하했다. 시리아는 2013년 우방인 러시아의 압박에 못 이겨 화학무기금지조역에 가입한 뒤 화학무기를 전량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이후 내전에서 결국 협약을 어기고 염소가스를 무기로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정남 VX 암살로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을 어긴 것이 시리아군 하나 뿐은 아니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제사회는 시리아에 이어 북한의 화학무기사용 금지를 위해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국에, 최근 유엔 안보리의 시리아화학무기 사용 관련 제재 결의안이 또 부결됐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안보리회의장에서 진행된 표결에서는 찬성 9표, 반대 3표, 기권 3표가 나왔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볼리비아가 반대했다. 안보리 결의안은 상임이사국(중국·러시아·미국·영국·프랑스)의 반대없이 9표를 얻어야 통과된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래 러시아는 7번째, 중국은 6번째로 시리아 제재를 거부했다. 중국 측은 “화학무기 사용에 반대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제재조치를 내리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의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 눈감아주기’의 배경에는 복잡한 속내가 숨어있지만, 그 속내가 무엇인지는 사실 크게 중요치 않다. 2.33초의 접촉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을 사용하지 말자는 것에 거창한 이유가 필요할까. 화학무기는 유구한 역사를 가졌지만, 훌륭한 역사라고 평하긴 어렵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죽이고 죽임 당하는 지구상의 대다수 전쟁이 그러하듯 말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울광장] 김정은이 아버지에게 배우지 못한 것/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정은이 아버지에게 배우지 못한 것/황성기 논설위원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남한의 시청자들에게 예능 프로의 연예인만큼이나 익숙해진 얼굴이 됐다. 풍채도 좋고, 출세 코스를 탄 딱 외교관 인상이다. 그러나 TV에 자주 등장해 저질 코미디를 연기하면서 그는 미안하지만 3류 배우같이 됐다. 지금은 언론 대응에 나서지 않고 아래 직원을 내보내고 있지만. 강 대사는 평양외국어대학을 나온 64세의 고급 엘리트다. 그가 김정남 부검이 치러진 병원에 나타났을 땐 놀랐다. 북한 대사관 직원을 지휘하고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필시 평양의 훈령을 받아 싫어도 나갔겠지만 김정남도 아닌 김철이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일개 공민’의 하찮은 부검이라면 대사가 나서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했다. 평양도, 강 대사도 상식적 판단을 못할 만큼 급했을 것이다. 그는 ‘북에 의한 김정남 암살’을 ‘정치 스캔들’이란 남한식 용어까지 써 가며 뒤집으려 했다. 30도를 웃도는 대낮 대사관 앞으로 기자를 불러 남한과 말레이시아가 결탁해 ‘김철’의 돌연사를 암살로 꾸며 내고 있다고 생트집을 잡았다. 빨간 김일성·김정일 배지에 유행 지난 안경을 쓰고 고함을 치는 강 대사를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북한은 깊이 생각하고 그 같은 장면을 연출했을까. 김정남 제거에는 성공했지만, 소행이 만천하에 드러나 응분의 대가를 되로 주고 말로 받고 있는 실패한 암살의 뒤처리 반장 특명전권대사 강철. 실시간으로 뉴스를 접하고 판단을 내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손에 피를 잔뜩 묻히고 “우리는 안 죽였다”고 외치는 강 대사는 평양의 어두운 심부를 들여다보게 해 주는 음습한 자화상이다. 북한이 수많은 국가범죄를 저지르고, 딱 한 번 인정한 적이 있다. 일본인 납치 사건이다. 2002년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부른다. 김정일의 중대한 고백. “우리 애들이 충성 경쟁을 하느라 일본인을 납치했다.” 북한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를 달성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했던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일은 일생일대의 도박을 했다. 김정일은 유감을 표하고 북·일의 역사적인 ‘평양선언’이 탄생한다. 김정일은 일본인 납치 피해자 5명을 돌려보내는 통 큰 결단을 했다. 그러나 일본의 여론은 납치를 저지른 ‘야만 국가 북한’ 때리기로 들끓었다. 고이즈미가 2004년 5월 한 번 더 김정일을 만나 납치 피해자 가족 5명을 데리고 돌아왔지만 100억 달러급 대북 경제원조를 포함한 다음 단계로 이행하지 못했다. 김정일로선 카드 패만 보여 주고 판이 엎어진 셈이었다. 김정은은 아버지의 국가범죄 인정이 불러온 ‘떡 주고 뺨 맞은’ 나쁜 결과만 학습했다. 김정남 암살 이후 북한이 열흘 만에 관영 매체를 통해 보인 첫 반응은 ‘무조건 부인’과 남한의 음모책동이란 ‘뒤집어씌우기’였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조선을 전복하기 위한 ‘대형폭탄’으로 이용하려는 시도, 여론몰이로 남조선 정국의 혼란을 무마시키려는 의도로 비난하면서 침을 뱉고 있다”는 담화는 김구라의 구라만큼이나 웃긴다. 아무리 북한 내부용이라지만 개그콘서트도 아닌데 이런 담화를 버젓이 내놓는 배짱이 우습다. 제3국 국제공항에서 인류가 개발한 최악의 화학무기로 테러를 저지르고도 ‘일개 공민의 돌연사’, ‘남한과 말레이시아의 암살극 조작’이라 우기는 평양. 세계가 두눈 부릅뜨고 보고 있는 ‘나’를 외면하고 ‘나’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북의 자기중심적 폭주 위험성에 소름이 바싹 돋는다. 국제사회는 김정남 암살로 김정은을 비롯한 평양 지도부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임을 재확인했다. 오랜 친구 말레이시아의 정부 각료까지 북한을 깡패국가라며 단교를 주장한다. 아버지 김정일은 20년 전의 납치 범죄를 뒤늦게 인정하고 세상 밖으로 나오려 했다. 당시 국제사회는 북의 납치 범죄는 이제 없을 것이라고 김정일을 평가했다. 안타깝게도 김정은은 아버지를 배우지 않았다. 왕좌를 위협하는 이복형을 없앤 김정은에게 돌아온 대가가 야유와 정권 교체 압박인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marry04@seoul.co.kr
  • [열린세상] 자충수를 둔 북한, 차선책은 준비되어 있는가/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열린세상] 자충수를 둔 북한, 차선책은 준비되어 있는가/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신경작용제 VX를 이용한 김정남 암살은 북한 당국에 자승자박의 결과가 됐다. 백두혈통과 애민주의의 강조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김정은 우상화의 허구를 폭로하는 결과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김정은이 준비한 김정일 생일 75주년 경축 선물인 북극성 2형 발사의 선전을 반감시켰다. 반면 국제사회가 금지한 북한의 화학무기 보유 및 능력, 공항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북한의 화학테러 위협 등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고,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에 대한 의구심을 증대시켰다.이처럼 김정남 암살은 여러 각도에서 볼 때 최악의 비합리적 결정이었다. 첫째, 김정남은 소위 북한의 실세 혹은 2인자로 간주됐던 장성택, 최룡해, 김원홍 등과 비교해 볼 때 김정은에게 잠재적 도전 세력이나 위협이 될 만큼 북한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크지 않다. 김정남은 장성택 처형 이후 더욱 숨죽이며 언론을 피하며 지냈다. 그럼에도 이복형을 암살한 것은 김정은 스스로 체제 공고화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잠재적 위협과 2인자로 부각되는 인물에 대한 지나친 견제와 제거는 김정은 체제를 공고화시키기보다는 대체 인물을 성장시키는 환경을 조성한다. 둘째, 최악의 독재자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김정은은 이미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지역 안정과 국제 규범에 맞서는 무모함과 비합리성을 보인 데다 감시, 통제, 숙청 등 고질적인 인권 탄압으로 유엔총회 대북인권결의안에 3년 연속 국제사법재판소(ICC) 회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고모부 장성택 처형에 이어 이복형 암살로 반인륜적인 면모까지 더해져 김정은이 대내외로 선전하는 ‘애민주의’와 ‘최고의 존엄’ 이미지는 독재자의 잔인성과 폭력성을 덮기 위한 조작된 이미지였음을 스스로 폭로하는 셈이 됐다. 셋째, 비교적 북한에 온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외교적 관계를 훼손시킴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더욱 고립되는 결과를 자초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1973년 외교관계 수립 이후 상호 무비자 입국을 허용할 만큼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쿠알라룸푸르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도 비공식 미·북 간 회담 장소로 자주 사용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당국은 말레이시아 경찰과 의료진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무시한 북한 강철 대사의 외교적 결례와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북한 당국의 거짓 주장을 겪으면서 북한에 매우 원칙적이고 강경한 태도를 취하며, 외교적 관계의 재검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이번 암살로 북한은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 북한과 우호적 관계에 있는 국가들에 직간접적인 부정적 효과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큰 외교적 오점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북한 당국의 화학테러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아흐메트 위쥠쥐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사무총장은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조인하지 않은 북한, 남수단, 이스라엘, 이집트 중 북한을 제외한 3개국의 합류는 긍정적으로 내다봤지만, 북한은 대화를 일절 거부하고 있어서 가장 큰 도전 과제로 보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건에서 김정남이 독성이 강한 VX로 20여분 만에 사망에 이르렀지만, VX에 직접 노출된 2명의 여성은 그렇지 않은 점을 볼 때, 북한의 화학무기 보유량과 더불어 연구 수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화학무기 및 화학테러 문제까지 더해짐으로써 북한 문제는 한층 더 복잡해지는 가운데,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김정은은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은 이복형을 죽임으로써 득보다 비용을 증대시켰다. 앞으로 권력 유지에 대한 더 큰 불안감과 의심을 증대시킬 것이고, 이는 다시 사찰 및 통제기구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며 공포통치의 악순환에 빠져들 것이다. 또한 국제사회의 더 큰 제재와 압박을 초래하며 김정은의 스트레스 지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제 궤도 수정을 할 때다. 현 정책을 고집하고 시간을 보낼수록 북한 당국의 선택폭은 더욱 좁아진다. 최선이 부담스럽다면 차선책이라도 찾아 정책 수정을 해야 할 것이다.
  • 북한 리동일 전 유엔 차석대사 말레이시아 입국…“시신인수 논의”

    북한 리동일 전 유엔 차석대사 말레이시아 입국…“시신인수 논의”

    북한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등 고위급 대표단이 28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 리 전 차석대사는 이날 오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권 문제를 논의하고 합의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체류기간 말레이시아 측과 세 가지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면서 “첫째는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사망한 북한 인민의 시신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북한 시민의 석방 문제를, 마지막으로는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 전 차석대사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재검토하기로 한 것과 관련한 입장 등을 묻는 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리 전 차석대사의 말레이 방문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이후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양국은 김정남 시신 신원확인과 시신 인수, 그리고 북한대사관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용의자 현광성 등의 인계 문제를 놓고 거세게 충돌해왔으며 말레이 내에서는 단교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국 ‘김정남 ‘VX 암살’ 계기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 착수

    미국 ‘김정남 ‘VX 암살’ 계기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 착수

    국제협약상 금지된 화학무기인 ‘VX’를 사용해 김정남(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을 암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에 대해 미국이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미 정부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한·미·일 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고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전했다. 일본 언론이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안건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적은 있으나, 미 정부 인사가 한·미·일 3국 간 다자 협의 무대에서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24일 김정남(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피살에 신경성 독가스인 ‘VX’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 독극물(에틸 S-2-디오소프로필아미노에틸 메틸포스포노티올레이트)은 몇 분 만에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신경작용제로,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 독성을 발휘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남 암살에 현지 북한대사관 관계자와 고려항공 직원이 연루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북한 정부 차원의 조직적 개입 가능성을 분명히 한 셈이다. 북한은 지난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 이후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다가 2008년 10월 부시 행정부와의 핵 검증 합의에 따라 해제됐다.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될 경우 북한은 미국과의 외교관계 수립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고,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 수출관리법, 국제금융기관법, 대외원조법, 적성국교역법 등 5개 법률에 근거해 제재를 받게 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한미일 6자수석 ‘김정남 VX 암살’ 향후 대응방안 논의

    한미일 6자수석 ‘김정남 VX 암살’ 향후 대응방안 논의

    한국과 미국, 일본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에 북한 안팎에서 벌어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대응 방안을 긴밀히 조율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한·미·일 3국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열어 국제협약상 금지된 화학무기인 ‘VX 신경제’에 의한 북한의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우리 측 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밝혔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24일 김정남(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피살에 신경성 독가스인 ‘VX’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 독극물(에틸 S-2-디오소프로필아미노에틸 메틸포스포노티올레이트)은 몇 분 만에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신경작용제로,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 독성을 발휘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날 수석대표 협의에는 김 본부장과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3국 대표로 참석했다. 우리나라는, 김정남 암살 사건은 국제적으로 금지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국제규범에 대한 심각한 위반일 뿐 아니라,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 범죄라는 측면에서 국제사회가 강력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3국 대표는 또 최근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도발이 추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의 전조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공감하면서 추가 도발에 강력히 경고하고 철저히 대비해 나가기로 했다. 중국이 지난 18일 발표한 북한산 석탄 수입 잠정중단 공고 조치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평가하고 국제사회의 철저한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하기도 했다. 3국 대표는 이런 협의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으며, 향후 제반 사항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 차기 회의를 열기로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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