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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일大 문흥술교수 ‘한국 문학평론’기고

    위기론이 심심찮게 제기되는 문학이 위기탈출을 위해 대중문화와 친하려 할때,안된다고 꾸짖을 수 있을까.문학평론가 문흥술(서일대 문창과교수)은 최근 새로운 의식과 재능으로 칭찬받곤 하는 작가의 대중문화 활용력을 문학의 본령을 해치는 ‘깜작’ 재주라고 강하게 질타한다. 문교수는 ‘한국 문학평론’ 여름호에 기고한 ‘문학의 운명과 탈 대중문화’란 글을 통해 문학의 대중문화화를 당연시하고 권장까지 하는 최근의 풍조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그는 문학이 대중문화와 상호 관계를 맺는 것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말로 글을 시작한다.본격문학과는 달리 대중들의 여가선용 내지 기분전환용으로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증폭시킴으로써 문학 수용층을 늘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90년대 들어서 대중문화와 문학과의 관계가 문제시될 정도에 이르렀다고 글쓴이는 지적한다. 이전에는 문학과 대중문화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있었는데 90년대 들어 이 거리가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그 결과 작가들은 대중문화에 깊숙이 함몰된 채 문학 본연의 임무를 망각해 가고있다고 문교수는 말한다.그에 따르면 9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문학은 ‘물질적 교환가치에 의해 인간이 소외되고 개인주의적 자아주의가 만연한 자본주의 시대에 있어서 상실된 총체성의 세계를 지향하는’ 문학 본연의 임무에 충실함으로써 문명비판의 전위기능을 담당했다. 지금은 대중문화가 문학의 거의 전 영역에 침투하면서 문학은 이같은 본래의 임무를 상실하고 말았다고 진단하는 글쓴이는 특히 ‘실상은 대중문화에그 자생적 뿌리를 두고 그것으로부터 문학적 자양분을 수용하거나 혹은 소재를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겉으로는 본격문학으로 스스로 위장하는 경우’가문제라고 꼬집고 있다.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우리의 90년대 이후의 문학이 이 상태로 전락해 있다고 글쓴이는 확신한다.90년대 문학은 지배담론(이데올로기)의 모순 비판이라는 문학 본연의 임무를 상실한 채 현 정보사회 지배담론의 꼭두각시 내지 하수인으로 전락해 가고 있는데,특히 이‘하수인’ 문학은 ‘문학은 멀티미디어 시대의 대중문화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소리 높여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들은 각 문화 장르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멀티 담론’적인 대중문화가 유행하는 멀티미디어 텍스트시대에 문학은 폐기되어야 할 ‘책’시대적 귀족주의에 젖어있다고 비판한다는 것이다.멀티미디어 시대는 ‘미증유의표현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데 기존의 문학은 ‘책’의 감각에 고착되어‘통합적이고도 실험적인 상상력’을 거부함으로써 새로운 문화의 흐름에 적응하지못하고 있다고 투덜댄다.따라서 이들은 문학도 멀티미디어 대중문화의 흐름에 동참하여 ‘멀티미디어 텍스트’를 지향해야 한다,즉 대중문화로부터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한마디로 문학은 그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 대중문화의 하수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견 현 정보사회의 현실을 통찰한 것 같은 이런 대응은 가장 빠지기 쉬운패배와 항복의 길에 지나지 않는다고 문흥술은 강조한다.이전에 본격문학은지배담론에 대해 무비판적인 대중문화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새로운이념적 좌표를 제공할 수 있었다.그러나 정보사회가 심화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작가는 예전처럼 대중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어떤 것들을 통해 시대의 모순을 비판하려 하지만 획일화한 일상성의 정보사회에서 작가의 일상은 대중의 일상과 동일한 만큼 그 비판적 상상력의 토대를 전혀 발견할 수 없게된다.이러한 사태에 직면하면서 90년대 이후의 문학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었다고 글쓴이는 설명한다. 첫째 획일화한 일상에서 쓸거리가 없음을 토로하는 소설.둘째 획일화한 일상이 지배하는 ‘감방’에서 추억으로 도피하는 경우.이 두 유형은 대중문화에 침윤되지 않고 나름으로 문학의 본령을 지키려고 애쓰는 경우라 할 수 있지만 대중문화를 그대로 문학에 차용하는 세번째 경우가 문제라는 것이다.일반 대중은 그들의 일상과 똑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문학을 멀리한다.대신일상성에서 벗어난 세계인 것처럼 보이는 정보 메카니즘의 가상현실에 흠뻑빠져든다.일상성을 탈피하는 쓸거리를 찾아 헤매는 작가에게 그러한 가상현실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그래서 문학에서 대중문화로 흐르던 상상력의방향이 이제 역으로 흐르게 된다는 것. 문제는 정보 메카니즘의 상상력에 기초한 대중문화를 문학의 자양분으로 받아들인 이 작가들은 이같은 상상력의 세계를 차용함으로써 정보사회의 획일화한 일상성을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그러나 이것은 일상성에 찌든 우리들이 삶의 재충전을 위해 다녀오는 주말여행 같을 뿐, 정보사회의 지배담론을 비판하는 기능을 담당할 수 ‘없다’고 문흥술은 갈파한다. 이어 그는 우리 문학이 본래의 임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중문화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문화의 실체와 그 문화를 지배하는 지배담론의 문제점에 대한 문학인의 과학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인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재영기자 kjykjy@
  • 4人 산문집‘아름다운 시간의 나무’

    도서출판 한울이 낸 4인 산문집‘아름다운 시간의 나무’는 여러 사람의 글을 묶은 책이지만 가슴에 와닿는 내용이 전에 없이 수두룩하다. 여기서 4인은 불문학자 정명환,소설가 최일남,소설가 남정현,문학평론가 유종호 등이다.계간 ‘내일을 여는 작가’는 2년전부터 4인이 각 4회씩의 글을 쓰는 산문연재를 해오고 있다.단순한 글이 아니라 세기말과 세기초에 즈음해 문학인들이 인생및 인생관을 정리해보는 자리였다.첫 연재의 4인이었던박완서·신경림·김윤식·김병익의 글은 산문집 ‘아름다운 성찰’로 출간되었고 이어 올 봄호에 연재를 마친 두번째 4인의 글이 책으로 나온 것이다. 이 책은 보통 산문집의 주종을 이루는 가벼운 단상,일화 류에서 벗어난 점이 독자를 끌어당긴다.감상적인 추억이나 뭔가 숨기는 듯한 추상화가 없지않지만 자기 인생과 역사적 상황에 대한 통찰력 곁들인 기억이 가끔 감동을자아낸다.또 소설가와 문학연구·비평가 간에 드러나는 시각과 문체의 차이도 흥미롭다.새로운 4인의 산문집이 기다려진다. 김재영기자
  • 젊은작가 36人, 한국문학 미래를 본다

    계간 문예지 ‘문학과 사회’(문학과지성사)가 통권 50호를 기념해 신진시인·작가들의 신작 시·소설 선집을 냈다.소설 선집 ‘이상한 가역 반응’은 이 문예지를 통해 데뷔했거나 첫 작품집을 낸 1960년 이후 출생한 젊은작가 13명의 작품을 한편씩 모았다. 선집을 낸 문지(문학과지성)는 1990년대 후반에 등단한 문단전체 젊은 작가들의 소설 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기대는 최근까지 문지 동인이었던 평론가 성민엽이 선집 해설에서언급한 대로 “‘문지’ 스타일의 세계일 뿐 일반적 의미에서의 젊은 작가들의 세계가 아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그렇다고 하더라도 문지의 비중과 수록 작가들의 면면을 볼 때 ‘현재 문단의 가장 젊은 층에 속하는 시인·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 시·소설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가늠해보는계기를 마련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선집출간 의도는 타당해 보인다. 선집 ‘이상한 가역반응’은 젊은 풋풋한 기운이 넘치지만 또 아마추어의냄새도 배어 있다.지금 소설은 일견 소설보다 훨씬 재미있고 통렬한 이야기내용과 수단을 가지고 있는 여러 미디어들과 피나는 독자 쟁취전을 벌여야한다. 젊은 작가들의 이 소설선집은 이같은 쟁취전에서의 승전보라기보다는 싸움의 현장및 증상 보고서에 더 가깝다.승리보다 패배가 예감되는 작품도 이 선집에 적지 않다. 선집의 젊은 작가들은 너무 쉽게 리얼리즘 전략을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작가들이 선택한 대체 전법이 성과와 상관없이 주목될 만큼 실험적이지만은 않다.안이하고 빈곤한 바닥이 드러나 보이기까지한다. 그럼에도 “이 책에 실린 13편의 소설은 주제상으로나 형식상으로나 저마다나름대로의 강한 독특성을 보이고 있다”는 성민엽의 견해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이같은 작가의 개성은 ”나는 이런 작가다”라는 주장의 소산이라기보다는그들 각자가 삶의 전체성을 향해 나가는 벡터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이해되어야 한다는 해설이다.벡터의 특성 가운데 우화적,환상적 소설 형식이특히 강하게 눈에 띈다. 표제작인 박성원의 ‘이상한 가역 반응’을 비롯,김설의 ‘텔레비’,최대환의 ‘샤워하다 뒤돌아보면’, 윤형진의 ‘무서운 얼굴’, 김운하의 ‘아틀란티스의 주사위’, 류가미의 ‘고래야 고래야’ 등은 소설 한 부분이나 전체가 현실 세계를 떠나 있다.전통적 스토리 텔링 방식은 김환의 ‘나는 늘 술래였네’, 강동수의 ‘아를르의 여인’ 정도이며 박청호의 ‘몸의 사랑’,김현주의 ‘잃어버린 정원’, 김미미의 ‘그의 편의점에서는’ 등은 다소,김연경의 ‘불안’, 박무상의 ‘구두소리’ 등은 상당히 전통적인 색채가 탈색되어 있다. 이들의 새로움이 꼭 신선하다거나 실험적이다고 보기는 어렵다.그러나 “삶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이 거의 예외없이 단선적이지 않다는 점과 이 세계의 질서와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폭넓게 나타나고 있다”는 성민엽의평가에 독자들은 공감할 것이다. 한편 시 선집 ‘소리 소문없이 그것은 왔다’는 정남식 박인택 차창룡 이윤학 등 23명 젊은 시인들의 시 4편씩을 모았다.선집 해설에서 평론가 박혜경은 “선집의 시들에서 우리는 삶의 도처에서 만나게 되는 죽음의 얼굴 못지않게 그 죽음에 맞서는,혹은 죽음을 넘어서는 신생의 삶에 대한 어떤 간절한염원을 읽을 수 있다”고 쓰고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 색다른 맛… 화제의 평론집 2題

    그동안 수많은 저서를 펴냈던 문화및 문예비평가 이어령이 처음으로 문학이론서인 ‘공간의 기호학’(민음사)을 내놓았다. 청마 유치환의 시 총 599편을 대상으로 ‘문학 공간의 기호론적 분석’을시도한 그는 현재의 문학비평연구가 작가의 전기나 역사적 사회 상황 같은것에 초점을 맞추는 외재적 연구 중심으로 이루어 졌다고 지적하면서 내재적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예컨대 청마의 시 ‘깃발’과 관련, 대부분의 비평가들이 시에서‘기(旗)’를 전기적으로 풀이하거나 시대에 얽힌 역사적인 의미로서 파악하려고 하지만 이는 피상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공간 기호론으로 깃발을 분석했을 때 ‘기’는 하늘과 땅의 중간부분에 위치하는 사물이 되며 어떤 사물이나 이미지가 하늘과 땅의 수직구조에서 그 중간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면청마의 ‘깃발’과 동일한 의미를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론은 시만이 아니라 소설,희곡 등 모든 문학 장르와 회화,건축,그리고 무용 같은 비언어적 예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할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을 따라 남하해서 ‘지리산 유격 지대를 가다’‘바다가 보인다’ ‘우리는 이렇게 이겼다’ 등의 종군르포를 남긴 작가 김사량(1914∼1950)의 평전이 나왔다. ‘김사량 평전’(문학과지성사)은 재일동포 문학평론가 안우식(68)씨의 1972년작(이와나미 문고)을 번역(심원섭 옮김)한 것이다. 평양의 부르주아 집안 출신으로 도쿄제국대학 독문과를 나온 김사량은 1939년 일본어로 쓴 단편 ‘빛 속으로’가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에 올랐다.1945년2월 친일적인 학도병 위문단으로 중국에 파견된 길에 탈출했으며 해방후 재북 작가로 활동했으나 남한은 물론 북한에서도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평전 작가는 김사량의 ‘낭만적 정신’을 주목하면서 ‘성실한 한 명의 민족작가의 모습’을 꼼꼼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려내고 있다. 김재영기자
  • 흥미진진한 유럽소설 한권 어때요?

    흥미있는 유럽소설들이 눈길을 끈다. 필리프 반덴베르크의 ‘미켈란젤로의 복수’(한길사·안인희 옮김)는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천장화에 나타난 문자 수수께끼를 추리적으로 풀고있다.이 비밀을 풀기 위해 동원되는 기호학과 밀교 지식,그리고 숫자 상징들에 관한 박학함이 돋보이며 괴물같은 천재 미켈란젤로의 행적을 바티칸 문서고 자료를 통해 추적하는 과정이 박진감있다.독일어로 글을 쓰는 작가는 ‘파라오의 저주‘ ‘녹색 풍뎅이’ 등 20여 년간 상당수의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냈다. 카렌 두베의 ‘비의 소설’(책세상·박민수 옮김)은 부패한 세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인간 실존의 깊이를 다루고 있는 본격 소설.컬트 영화와 같은 엽기적인 장면구성과 간결한 문체로 세기말의 음울한 풍경을 독창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61년생 여류 작가의 99년 작. ‘다섯번째 여자’(좋은책만들기·권혁준 옮김·2권)는 수사관 발란더를 주인공으로 하는 추리 시리즈로 유명한 스웨덴의 헤닝 만켈 작품.96년 출간 2년후 독일에서 번역되어 서적상에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독일 추리문학상’을 수상했다.알제리의 내전을 소재로 인간의 폭력성을 이야기한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된 스페인의 페르난도 산체스 드라고의 소설 ‘아리아드네의 실’(자작·권미선 옮김)은 스페인 최고의 문학상 플라네타 상을 탄 베스트셀러.포스트모더니즘의 여러 기법을 적용한 이 소설은 ‘예수는부활하지 않았다’ 는 의혹으로 출발하면서 종교의 모순과 위기를 흥미로운구성과 함께 이야기한다. 김재영기자
  • 오랜만에 만나는 중진작가의 힘

    중진 소설가들의 작품들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작가 이문구는 91년 이후 발표한 8편의 ‘나무’ 연작 단편들을 묶어 7년만의 신작 소설집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문학동네)를냈다.작가가 밝히고 있듯이 90년대 이후 변화된 농촌의 모습과 농민들의 의식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날카로운 풍자와 풍성한 해학이 특징이다. 충청도 사투리로 이루어진 그의 독특한 입담은 이번에도 예외없이 빛을 발하고 있다.각 작품에서 “수더분하면서도 고집스럽고,학식은 짧지만 제반 일상사에서 경우 하나는 깍듯하게 바른” 농촌의 갑남을녀들이 벌이는 어깃장과대거리의 입씨름판은 농촌의 토속적 분위기를 현장감있게 담아낸다. 작가 서정인의 신작 중편소설 ‘말뚝’(작가정신)은 ‘사팔뜨기’ ‘거푸집’ ‘용병대장’ 등으로 이어진 작가의 ‘르네상스 탐문 시리즈’ 완결편이다.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성,권력,예술의 타락상을 풍자적이고 구어적인 문체로 파헤친다. 십사오세기 이탈리아를 무대로 사보나롤라라는 양심적 성직자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지만 순교자의 출현을 강요하는 오늘날의 왜곡된 현실을 꼬집고있다.이러한 작가의 문제의식은 타락한 현실 속에 안주하고 있는 소설,문학,예술의 진정한 존재 방식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작가 김주영은 ‘아라리 난장’(문이당·전3권)을 출간했는데 신문에 장기연재된 작품이다.좌절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현대판 장돌뱅이들의 삶을 그리고 있으며 작가가 오랜 기간 직접 전국 장터를 돌며 현장 취재했던 생동감이팔도 사투리와 풍경 등에 잘 살아 있다. 서울 경상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등 다양한 출신 지역과 신분을 가진 등장인물들은 진한 의리를 과시하기도하고 때론 배신감으로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결국 우여곡절 끝에 다시 화합한다. 작가 이윤기는 지난 3년간 발표한 13편의 중·단편을 모아 소설집 ‘두물머리’(민음사)를 냈다.작가는 이 세번째 소설집에서도 이전의 ‘인간과 삶의본질 탐색’이라는 주제의식을 잃지 않았다고 말한다.고단한 세상살이에 욕망와아집으로 꼬여 있기 십상인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와 또다른 시야를 열어보인다는 것이다. 세계를 어떻게 보고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답을열린 자세로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그 답들은 전반부에서 독자들이 믿고 있던 것을 뒤집는 방식으로 제시되곤 한다. 김재영기자 kjykjy@
  • [문화예술 분단장벽 허무나](1)문학

    올해는 6.25전쟁이 발발한지 50년이 되는 해.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성사로어느 때보다 강한 화해 분위기가 감돌아 6.25를 맞는 감회가 유다르다. 분단극복을 포함한 민족문제의 해결은 이 시대를 사는 한국인의 최대 책무이며문화예술 부문은 믿음직한 선봉이 되고자 한다.남북화해의 세기에 맞는 첫 6.25를 기해 동족상잔의 치유와 회복,통일을 향한 장르별 문화예술의 성과와과제를 시리즈로 짚어본다. 상처는 대개 시간과 함께 아문다.그러나 세월이 상처의 본질까지 치유시켜주지는 않는다.상처를 근본적으로 낫게 하자면 세월의 망각에 마비되는 대신시간이 주는 거리감으로 기억을 보다 투명하게 닦아야 한다. 6·25이후 50년을 되돌아 볼 때 6·25를 다루거나 관련된 문학작품은 시간이 갈수록 드물어졌다.이같은 관심의 양적 축소는 작가들이 해야 할 일을 회피한 결과일 수도 있으나 주제가 본질·정예화한 데서 온 당연한 현상으로수긍될 수 있다.소설을 중심으로 한 6·25문학은 직접적 아픔에 압도된 50년대식 전중·전후 문학을 극복하면서 ‘이념’과 ‘분단’을 최대의 이슈로삼게 된다. 전중·전후문학은 “6·25로 인한 개인의 파탄과 가치관의 붕괴,풍속적 변모 혹은 전쟁의 극한 상황성,삶의 부조리 등을 묘사·절규한다”고 평론가김병익은 지적했다.김동리 박영준 황순원 염상섭 등 전쟁이전 활동 소설가들과 함께 전쟁을 체험하며 등단한 손창섭 오영수 김성한 서기원 이범선 박경리 선우휘 등의 전후세대 소설가들의 50년대 작품들은 6·25란 대폭발로 귀가 멀도록 멍멍해진 가운데 씌어진 것이다.목전의 미증유의 상황에 사로잡혀있어 역사적인 안목으로 차분히 응시하는 겨를 같은 것은 도저히 기대하기어려웠다.황순원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 김동리의 ‘실존무’ 염상섭의‘취우’ 손창섭의 ‘비오는 날’ 박경리의 ‘불신시대’ 서기원의 ‘암사지도’ 등은 높은 문학적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6·25를 객관적·전면적으로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6·25전쟁의 직접성이 닳아지면서 이 동족상잔의 거대한 뿌리로서의 이념과 끝나지 않는 전쟁의 현재로서의 분단 문제가 서서히 전면에 나선다.이때 50년대 문학은 “6·25에 대한 적극적인 의미가 결여되며 따라서 분단에 대한현실적,미래지향적 의지를 정서적 비애로만 환치시킨다”(김병익)는 비판 앞에 놓인다.즉 역사의식의 미흡을 지적받고 있는데 장용학의 ‘요한시집’(1955) 등 몇몇 작품들은 비교적 역사의식을 지닌 작중인물을 통해 분단에 대한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하고자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그리고 상상력의 문을 넓혀준 4·19혁명과 함께 최인훈의 ‘광장’(1960)이 나왔다.‘6·25를 하나의의식화된 이념의 형태로 포착한’(김윤식) 이 소설은 6·25의 이념적 동인이되었던 양대 이데올로기의 본질과 그 현실적 양상을 ‘한꺼번에’비판하는 넓은 시야를 보여주었다. 문학이 힘을 쏟아야할 당대의 이슈들이 많아지고 반공 이념 일변도의 정치상황과 맞물려 6·25문학의 후신으로서 분단 현실을 투철하게 인식하려는 ‘분단 문학’은 활기를 잃었다.이 와중에서 이호철의 ‘판문점’(1961) 하근찬의 ‘야호’(1972) 윤흥길의 ‘장마’(1973) 김원일의 ‘노을’(1977) 등은 편협하게,분단고착적으로 굳어진 6·25,남북대치에 관한 일반 독자의 인식에 일침을 가했다.또 홍성원은 역사성은 뒤떨어지지만 6·25를 총체적으로조망하는 대하장편 ‘남과 북’을 내놓았고 불명료한 역사관점 속에서도 빨치산을 주인공으로 한 이병주의 실록장편 ‘지리산’이 각각 70년대 후반 완성됐다. 시간은 망각의 잡초를 무성하게 퍼뜨리지만 뜻있는 사람에겐 드디어 기억의꽃망울을 터트리도록 한다. 6·25 체험세대인 조정래는 ‘태백산맥’을 83년9월부터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89년9월 10권으로 완간된 이 소설은 빨치산화한 민중,백성들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조명하고 있다.40년 가까이 왜곡과 망각의 음지에 차폐된 역사에 기억과 평가의 햇빛을 쏘인 것이다.이 햇빛으로쑥쑥 자라난 것은 빨치산의 신화가 아니라 보다 객관적으로 조망된 6·25당시의 역사와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투영된 분단의 현실이었다.이제 문학에서분단은 절대적으로 고착된 전제가 아니라 극복의 몸짓으로 다가갈 수 있는가변물인 것이다. 이후 미전향 장기수 문제를 다룬 김하기의 ‘완전한 만남’(1991)과 분단현실과 관련이 깊은 제주 4·3사태를 이야기하는 현기영의 ‘마지막 테우리’(1994) 등이 있지만 탈역사적 기류의 90년대에는 이렇다할 6·25,분단문학작품이 없었다. 전쟁체험 세대가 점진적으로 이룩한 분단극복의 방향성에다 남북 양쪽을 과거 어느 때보다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는 시대상황을 잘 활용할 때 6·25 미체험의 신세대들도 분단문학의 순도를 한 눈금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영기자 kjykjy@
  • 5·18 전야제…박노해 시인 10일간 삭발 단식

    5·18 전야제 밤 광주에서 386세대 정치인들과 술판을 벌여 사회적 물의를빚은 시인 박노해씨가 이같은 실수를 반성하는 뜻에서 지난 1일부터 10일 간 삭발 단식을 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박씨가 단식을 하고 있음을 알리는 근황과 함께 자신의 아이와 대화하는 형식의 서정시를 편지 형태로 300여 주변인사들에게 발송함으로써 알려졌다.현재 그는 정상적인 식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영기자 kjykjy@
  • 신인작가 남도현 「아비시엔의 문」

    신인작가 남도현이 낸 ‘아비시엔의 문’(바다)은 특이한 성장소설이다. 67년생 작가의 지난 98년 하반기 ‘작가세계’ 신인상 장편부문 수상작으로 수상이후 1년6개월 간의 수정 작업 끝에 출간됐다.아비시엔은 10세기와 11세기 이란의 철학자·선지자 이름이며 인식의 큰 틀이 바뀌고 있는 현재의지평에서 ‘자아와 영성(靈性)의 의미란 무엇이가’라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한다. 자라가면서 한 개인이 얻는 자기와 세계에 대한 여러 깨달음-이 깨달음의끝이라고 해봤자 대개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지만-을 이야기하는 성장소설은 가족,마을,학교,친구,성 등을 둘러싼 일상적인 에피소드로 이뤄지기 마련이나 이 소설은 ‘영성’이란 말이 제시하듯 드물게 관념적이다.작가는 형이상학적·종교적 깨달음을 성장의 매듭으로 여기는데 결코 일상적·보편적이라고 할 수 없는 이런 시선으로 해서 작위적인 이야기가 이어지게 된다.추리소설적인 짜맞춤이 가끔 우스워 보이지만 진지함이 다가온다. 김재영기자
  • 중견작가 서영은 「그녀의 여자」

    중견 작가 서영은의 ‘그녀의 여자’(문학사상사)가 출간됐다. 제목이 시사하듯 ‘문학사상’에 장기연재된 이 소설은 여자끼리의 ‘이성적’ 사랑을 그리고 있다.한 중년 여류화가가 양아들의 여자친구에 운명적으로 반하고 이십대 후반의 신문기자인 젊은 여자 역시 여기에 적극적으로 응한다.이 여자 동성애의 끝은 어디일까. 깊이있는 문체로 독자를 휘어잡는 작가는 동성애란 특이성보다는 이 감정과 집착의 운명성을 강조한다.동성애는 겉일 따름이고 종착지가 단 하나 뿐인운명적 사랑이 알맹이란 것이다.작품 해설을 쓴 시인 김정란도 ‘사랑하는나에게 매혹된 나-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할 뿐이다’는 작품 구절을 앞세우고 있다. 그래서 조금 애매해져 버린다.따지는 눈길을 무언으로 제압할 수 있는 운명적 사랑의 ‘텐트’를 한 칸이라도 더 넓혀보겠다는 것인가.그보다는 운명적이란 색채의 자루를 씌워 동성애를 보통의 거리로 보쌈하려는 것은 아닌지. 작가가 강조하는 운명성,도저히 어쩔 수 없음은 용기 부족에서나온 트로이의 목마는 아닐까.운명이나 일방적인 감정보다는 당당히 비판을 허용하는 선택과 미지의 지도를 그리는 듯한 분석이 사랑 혹은 동성애 소재 소설에는 더요긴해 보인다. 김재영기자
  • 홍성원 6·25대하장편「남과북」전6권으로 改作

    작가 홍성원이 23년전에 완간했던 ‘남과 북’(전 6권·문학과지성사)을 개작해 다시 내놓았다. 지난 77년초까지 월간 ‘세대’에 5년2개월동안 ‘6·25’란 제목으로 장기연재됐던 이 소설은 한국전쟁 발발 직전인 1950년 4월부터 휴전이 성립된 직후의 1953년 9월까지 3년 반 기간을 다룬 6·25 대하드라마다.작가는 1만 장이 넘는 원고의 보완과 개작을 위해 꼬박 1 년 간의 시간을 투자했다고 개정판 서문에서 밝힌다.묵은 문장을 손질하고 냉전 시대의 ‘사나운 표현’들을 교체하고(북괴를 북한,괴뢰군을 인민군 등으로),새로운 주인공을 등장시키고,중복된 일부 내용은 과감히 삭제했다는 것이다. 작가 말대로 ‘남과 북’은 냉전 체제의 이데올로기가 서슬 푸르게 살아 있던 1970년대에 씌어진 작품이다.이미 77년 2월의 초판 후기를 통해 작가는북한에 대한 표현의 상한선이 ‘감상적인 민족주의 언저리거나 당국에 의해철저히 도식화된 반공 가이드라인 내’로 제한된 사실을 적시했었다.그후 20여년이 지나 “‘한국 전쟁’을 소재로 다룬 작품에서 전쟁의 절반을 담당한 북한 쪽 이야기를 빼버린다는 것은,표현상의 불평등 못지않게 공평하지 못한 일” 이며, “작품 ‘남과 북’이 한국 전쟁을 제대로 그리는 데 한계가있었다” 고 고백하면서 개작에 나선 것이다.작가는 북한 쪽 주인공을 작품에 새롭게 등장시킨 점을 이번 개작의 가장 큰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새로운 등장인물은 ‘자본주의 압제로부터 인민을 해방하여 사회주의 조국 통일을완수한다’는 북한측 전쟁 목표와 관련해 원래의 꿈을 잃지 않으려고 혼신의노력을 다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주의자다. 그러나 이번 개정판의 이같은 보완은 말 그대로 보완일 따름이다.작가가 초판부터 언급한 ‘남과 북’의 본질적인 한계가 이 보완으로 극복되는 것은아니다.마찬가지로 이 작품의 장점과 매력은 이로 해서 훼손되지 않는다.변화의 급류가 굽이친 20여년이 흘렀지만 이 소설은 아직도 읽고 주목할 가치가 있다.비록 제목과는 달리 남한 쪽에 꽉 붙잡혀 있긴 하지만 홍성원은 6·25의 ‘전모’를 드러내고자 한다.작가라면 누구나 가질 것같은이같은 목적의식은 그러나 20년 전에도 드물었고 지금도 흔하지 않다. 6·25는 수많은 한국의 소설가에게 심연의 대광맥이지만 그 채광의 결과물을 보면 가치 이전에 너무 개인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인 편향성을 어쩌지 못한다.품위를 잃지 않아 온 최초의 전업작가라고 할 수 있는 작가 홍성원은이와 달리 요컨대 6·25를 휼륭한 이야기 소재로서 접근한다.물론 작가는 ‘남과 북’이 6·25를 졸업하기 위한 졸업 논문과 같다고 말하고 6·25는 하루속히 졸업해야 될 우리 모두의 고통스런 과제라고 덧붙이고 있다.그러나작가는 6·25를 우리의 역사적인 개별 사건으로서보다 폭력과 자기 파괴의극단적인 현장인 인간의 전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역사·이데올로기 우선시대에는 역사성이 부족하고 경박·통속적이라는 평을 면치 못해 왔지만 그런과잉시대가 지나간 지금 ‘전방위적 이야기꾼’이 하는 ‘남과 북’의 스토링텔링은 이번 개작을 맞아 다시 주목할 가치가 있다. 6·25에 대한 이 작품의 ‘총체적 조망’을 확신하는 작가는 “30여 명의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국군·미군·중공군 등 각기 다른 국적의 여러 군인들을 비롯하여,한국 기자와 미국 기자·학자·상인·지주·의사·브로커·양공주·전쟁 고아·건달 등 온갖 계층의 사람들이 저마다 전쟁에서 살아남기위해 자기의 최선을 다한다”면서 “영웅도 없고 승자도 없이 오직 패자만을 다량으로 생산한 이 전쟁은,바로 그 패자들의 눈을 통해서만 황량한 전체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전자책(e-book) 동시출간. 김재영기자 kjykjy@
  • 화제의 작가전집 2題

    주목할 만한 작가전집 두 종류가 발간됐다. 도서출판 열린책들은 러시아 대문호 ‘도스또예프스키 전집’ 25권을 완간해 내놨다.그의 전 작품을 수록한 이 러시아어 완역판 전집은 원고 매수 4만8,000매에 달한다.국내에서 1933년 첫 번역된 것으로 알려진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은 그간 러시어어판보다는 일본어판이나 영어판을 중역해 국내독자들에소개되었다. 특히 22명에 달하는 역자들이 국내 각대학 러시아문학 전공의 소장파 교수·강사로서 30대가 주축.신세대 독자들을 위해 한자어와 문어체를 지양하는대신 다소 투박한 작가의 문체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지나친 의역을 삼갔다고 출판사측은 밝힌다.중편과 장편 소설은 권말마다 외국 비평가들의 작품평론을 곁들였다.문의 (02)738-7340. 한편 솔출판사는 동양고전과 전통문예에 통달한 시인 김구용의 문학전집 6권을 펴냈다.22년생의 시인은 49년 등단한 뒤 ‘시집’ ‘구곡’ ‘송 백팔’ 등의 시집을 냈으며 삼국지(7권) 열국지(10권) 수호지(10권) 옥루몽(5권)등 34권의 동양고전을 번역했다. 이번문학전집에는 이미 발간됐던 시집을 가필 수정한 ‘시’ ‘구곡’ ‘송 백팔’과 아직 시집으로 엮인 적이 없는 연작장시 ‘구거’ 그리고 1940년대부터 꾸준히 써온 일기를 묶은 ‘구용 일기’ 산문집 ‘인연’이 포함돼어 있다.(02)332-1526. 김재영기자
  • 문학 계간지 ‘실천문학’ 특집 ‘남북이 함께 읽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진보적 문학 계간지 ‘실천문학’은 이번 여름호에 ‘남북이 함께 읽는 우리문학’ 특집을 냈다.남북한에서 다같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작가들을 되짚어보는 작업은 이런 화해와 교류의 변화가 내용적으로 지향해야 할 지평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취지다. ‘북한문학의 역사적 이해’(94년)에 이어 최근 ‘분단구조와 북한문학’(소명출판)을 펴낸 원광대의 김재용 교수는 ‘남북 문학계의 교류와 문학유산의 확충’이란 글을 특집에 기고했다.남북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문학의 유산을 확충해 나갈 때 자연스럽게 공통적 관심사를 확보할 수 있으며 적대감을 해소하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본 그는 계몽기 이후 1945년까지의 문학유산 영역이 해방이후 남북문학의 간격을 좁히는 데 가장 생산적인 논의를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전근대시대의 문학유산은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유산이지만 그 이상 서로간의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기반은 되지못하며,해방이후의 문학의 경우는 남북이같이 할 수 있는 영역은 거의 없기때문이란다. 글쓴이는 계몽기 이후 8·15이전까지의 문학을 남북이 그동안 평가해온 역사와 관련지어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하나는 남북이 분단이후 ‘줄곧’ 같이 좋게 평가해온 작가로서 시인 김소월·이상화와 소설가 신채호·강경애를 들 수 있다.둘째는 남북이 ‘최근에’ 들어 같이 평가하는 작가로서 시인백석과 정지용이 꼽힌다.세번째로는 남북한의 냉전적 적대감을 뚫고 나온 작가들로 그동안 남북이 다같이 나쁜 작가라고 비방해온 작가들이 최근에 이르러 문학적 유산으로 편입되는 경우로서 이기영과 염상섭이 대표적인 예.거론되지 않다가 새롭게 평가되는 두번째와 구분하면서 글쓴이는 냉전적 분단구조 해체의 상징으로 이 영역의 작가들을 특별히 주목한다. 이들에 대한 평가의 변화에는 남북 모두 기존의 냉전적 틀로는 우리 문학사와 문학유산을 제대로 취급할 수 없다는 탈냉전적 인식이 들어있다는 것이다.염상섭은 분단이후 북한에서 줄곧 ‘반동작가’로 규정되어 한 번도 문학사에서나 문학선집에 오른 적이 없었다.그런데 1998년에 나온 북한의 ‘현대조선문학선집’ 16권에 염상섭의 ‘만세전’이 “다른 한 측면에서 1919년 이전의 사회현실을 인텔리의 시점에서 형상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하여 긍정적인 의의를 갖는다”는 해설과 함께 실렸다.이기영은 분단 이후 남한의 문학계에서 가장 기피되어온 인물이었다.일제시대 카프(조선프로레타리아 예술동맹) 내에서 가장 중심적인 작가중의 한 사람이었고 해방후 북한을 선택했으며 84년 사망할 때까지 한번도 정치적으로 문제된 적이 없이 북한문학의 중심으로 활약·평가되었기 때문이었다.이기영은 88년 납·월북 작가에 대한 1차 해금조치에서 제외되었으나 이후 풀려났는데 해금이 문제가 아니라 더이상 남쪽에서 이기영을 빼고 문학사를 이야기하기 어려울 만큼 평가받고 있는점을 글쓴이는 지적한다. 문학평론가 홍용희는 ‘통일문학의 원형성’이란 글에서 진정한 민족적 통합은 생활 속에서 이질성이 극복될 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이를 위한 기본토대가 무엇이냐고 자문하는 글쓴이는 분단 이데올로기의 층위 이전 단계에해당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적인 원형심상과 토속적 삶의 세계에서 남북한의 민족적 동질성의 원형요소를 찾을수 있다고 말한다.그리고 이 점에서해방 이전 우리 민족의 토속성의 진경과 세련된 언어감각을 통해 낙원 상실과 향수의 정서를 펼쳐 보인 대표적 시인들인 백석과 정지용의 시 세계가 단연 빛난다는 것이다. 이밖에 중국 옌벤대학교 조선어문학부 김병민 교수는 남북한이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신채호와 강경애를 통해 민족문학 동질성 회복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 김양호 장편소설 「사랑이여, 영원히」

    중견 소설가 김양호가 ‘사랑이여,영원히.’(에듀북스)를 냈다. 76년 등단한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로서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죽음보다영원할 수 있는 사랑은 과연 어떤 것인가”라는 물음을 담았다고 작가는 말한다. 1918년 경성,세 사람의 죽마고우가 각기 다른 길을 걷는다.경술국치로 자살한 조부 때문에 일제의 감시 하에 살아가는 조운선과 기생 출신으로 그를 사모하는 한채옥이란 여인의 사랑 이야기가 작품의 중심축을 이룬다.이 두 남녀의 사랑은 경성에서 시작하여 멀리 북만주,연해주까지 이어진다.남녀 주인공은 3·1운동과 만주독립군,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흑하참변 등 역사적사건의 물결에 휩쓸린다. 이 작품에 대해 소설가 박범신은 “한 여인의 사랑이 한 사내에 대한 정결하고도 절절한 사랑이면서 동시에 식민지 조국의 현실을 뒤바꾸기 위한 거대한 싸움의 일환일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아름답고 의미있을 것인가”라면서“여주인공 채옥이 독립운동가 운선을 사랑하는 광휘로운 아름다움이 저 어두운 식민지 조국의 뒤안에서 빛을 뿜는다.사랑이 이쯤이어야 참사랑이라 할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고 있다. 김재영기자
  • 제8회 공초문학상 시상식

    대한매일신보사가 제정한 제8회 공초(空超)문학상 시상식이 2일 수상자 이탄(李炭) 시인과 공초숭모회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차일석(車一錫) 대한매일 사장은 “우리 나라 신시의 선구자이시며 현대 한국의 대덕이셨던 공초 오상순 선생의 맑고 깊은 정신이 물질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새삼 그리워진다”면서 많은 시에 공초의 정신이 깃들여 있는 이탄 시인의 수상을 축하했다. 김규동(金奎東) 원로시인은 심사보고를 통해 수상자의 ‘끈질지게 삶의 깊이를 파고드는 의지’를 높이 샀으며 수상작 ‘나무 토막’의 일상적 스케치를 통한 초현실적 수법을 칭찬했다.이근배(李根培) 공초숭모회 회장과 구상(具常) 숭모회 고문은 아무 것도 가지지 않으려 했던 공초의 무소유 정신을기렸다.특히 구상 시인은 “공초 선생의 무소유 무정처 무작위 정신은 존재의 실체에 대한 물음없이 그저 소유와 기능 등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현대 한국인,특히 젊은이들에게 큰 가르침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상자이탄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전통을 무시하고 시의 새로운 실험을할 수는 없다”면서 “시가 ‘생명의 발현’이 되도록 끝까지 애쓰겠다”고다짐했다.지난 64년 등단한 이탄 시인(본명 김형필)은 ‘기교나 재주부리지않은 차분한 지적 관조’를 40년 가까운 시작생활 동안 견지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10권의 시집을 펴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 한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공초문학상 상금은 500만원. 한편 이날 시상식을 마친 후 공초숭모회원 등 참석자들은 3일로 37주기를맞는 공초 선생의 수유리 묘소를 참배,추모 행사를 가졌다. 김재영기자 kjykjy@
  • 시인들 정갈한 산문집 잇따라

    시인들의 정갈한 산문집 발간이 잇따르고 있다. ‘섬진강 시인’으로 이름난 김용택은 교편을 잡고 있는 섬진강변 마암분교 아이들의 성장과 희망을 기록한 ‘촌아 울지마’(열림원)를 냈다.언제 폐교될지 모르는 작은 학교에서 해마다 새로 피어나는 꽃처럼 환하게 자라나는아이들의 모습을 소박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시인 오세영의 ‘꽃잎 우표’(해냄)는 목질처럼 깐깐한 보기드문 산문 95편이 수록됐다.시인이 30년 동안 발표해온 시들이 산문 형식으로 새롭게 표현되었다 할 만큼 생각은 깊고 문장은 절제되어 있다.자연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인간 내면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도종환은 네번째 산문집인 ‘모과‘(샘터)를 펴냈다.이 책에 대해 시인 정호승은 “자연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가를 일깨워준다”며 “모과가 향기로운 것은 그 상처 때문이라는 것을 고요히 어머니처럼말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의 정거장’(이레)은 김수영문학상(92년)과 현대문학상(99년) 수상자인젊은 시인 장석남의 첫 산문집.일상에서 느끼게 되는 막연한 그리움과 아프고 외로웠던 기억들이 시인의 서정적인 언어로 잘 가다듬어져 있다.특히 돌에 이미지를 새겨 구상화한 시인의 판화가 곁들여져 정취를 돋운다. 임동확신현림 원재훈 함민복 등 80년대 후반 등단의 시인 14명은 ‘시인들이 절에가면’(프레스21)을 냈다. 젊은 시인들의 시심 속에 깃든 실상사 전등사 감은사 등 산사를 에세이로 풀어내고 있다. 김재영기자
  • 원재길 소설집 ‘벽에서 빠져나온 여자’

    원재길의 소설집 ‘벽에서 빠져나온 여자’(문학동네)는 빨리 읽힌다.문제는 이 드문 장점이 소설가의 뛰어난 재능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조금 못가주저앉을 허약한 장치에 기댄 것인지를 분간하는 일이다. 59년생 작가의 이 두번째 소설집에는 9편의 단편이 들어 있다.표제작 ‘벽에서 빠져나온 여자’는 벼락을 맞고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갖게 된 사람들이야기다.벽을 통과하는 스토리는 한 세기 전 프랑스 작가가 최초로 터트린뒤 많은 작가들을 매혹시켜온 일종의 소설적 상상력의 공안이었다.작가들은이것과 비견할 만하게 기발하고 통렬한 착상을 내놓기 위해 애쓰지만 대개있으나 마나 한 부연에 그쳐 오히려 상상력의 빈곤을 노정시켜 왔다.원재길은 어떤가. ‘삼촌의 좌절과 영광’ ‘신종 바이러스에 관한 보고서’ ‘손’ 등 소설집 앞부분에 수록된 작품들은 표제작과 동일한 계열로 현실의 벽을 무시하려는 작가의 각오가 돋보인다.독자는 편안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이야기에술술 빠져드는데 착시 현상으로나마 벽에 난 틈을 놓치지 않으려고 이를악물고 있는 작가의 모습 같은 것이 눈앞에 어른거리지 않는다.이 점이 원재길의 장점이다.소재가 꼭 파격적이다거나 상상력이 기발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현실의 벽이 정당한 동의 절차없이 소실된다는 느낌이 읽는 도중 찾아들곤 한다.그럼에도 현실 도피심만은 아닌 너그러움 속에서 독자는 이런 벽의소실을 용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독자가 이처럼 너그러워지는 데는 원재길 작품이 가진 온기 덕분일 수 있다.이 온기는 유머러스한 문체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작가의 냉철한 시선 속에도 스며있다.지난해 수작으로 주목을 받았던 ‘물 속의 집’은 작가가 현실도피적으로 현실의 벽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웅변해준다.갈 데가 없어 고향을 찾아온 여자의 막판 미끄러짐을 작가는 냉혹한 거리를 유지하며 뒤쫓고 있다.그 거리감은 종당에 ‘따스한 냉철함’으로 다가오는데 이 특질을 평상적 보행 대신 무도 행보로 활용할 때 표제작과 같은 작품들이 씌어진다고 볼 수 있다.춤추는 것이 일상적이 아니라고 해서 그냥 내칠 일은 아니다. 상찬 속에 소개되고있는 젊은 작가들의 속도있는 작품들을 읽을 때 이 온기는 특히 그리워진다.원재길 소설집의 인물들은 가끔 인형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다른 소설가들의 목석같은 사람보단 훨씬 온기가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 한국문학 佛번역판 현지 호평

    한국 문학작품의 영·불역본이 현지 언론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에 따르면 프랑스 최고의 일간지 르 몽드는줄마(ZULMA)출판사가 지난달 발간한 이승우의 장편소설 ‘생의 이면(L'Envers de la vie)’을 지난 19일자 문학면 톱기사로 자세히 소개하면서 높이 평가했다.르 몽드는 ‘한국의 잔인한 이야기’라 제목의 기사에서 “때로는 너무 격렬하고 때로는 너무 능숙하나,조용하고 신실한 마음이 치솟는 이 소설은 다감하고도 엄숙하여 문학 애호가들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평했다. ‘생의 이면’은 1993년도 제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으로 우리 문단에서는드물게 종교적 사유,인간 존재의 실체 등을 다뤄온 작가가 심리적 상처의 극복을 위한 내면과의 만남을 밀도있게 그린 작품이다.이 프랑스어본은 대산문화재단의 번역·출판지원을 받았으며 고광단 홍익대교수와 장 노엘 주테 주일프랑스대사관 어학문화담당관이 공역했다.작가 이승우는 지난 4월 직접 프랑스를 방문하여 작품낭독회 등을 가졌었다. 이에 앞서 한대균(청주대 교수)·질 시르(캐나다 퀘벡 시인) 공역으로 프랑스 시르세 출판사가 발간한 조정권의 ‘산정묘지(Une tombe au sommet)’도르 몽드,리베라시옹,프랑스 엥테르 방송 등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황동규의 대표 작품 50편을 묶은 ‘사랑의 뿌리(Les racines d'amour)’ 역시 이달 시르세에서 나왔다.이에 앞서 극작가 오영진의 희곡과 사이코 드라마를 불어로 번역한 ‘맹진사댁 경사(Monsieur Maeng marie sa fille)’가지난달 프랑스 라신 출판사에서 나온 데 이어 박완서의 중단편 모음집인 ‘저문 날의 삽화(A Sketchof the Fading Sun)’가 미국 화이트파인 출판사에서 각각 간행되었다.모두 95년부터 한국작품의 해외 번역출간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대산문화재단의 노력에 힘입었다. 김재영기자
  • 韓·美 재해 재난 방지협정 서명

    행정자치부 김재영(金在榮)차관과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의 제임스 L.위트 장관은 지난 27일 오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재해·재난 방지,대응에 관한 상호 협력을 위한 협정서’에 서명했다고 28일 행자부가 밝혔다. 협정은 재해예방,응급대응,재해복구,재난관리,소방,구조·구난 등 재해 관련 전 분야에 걸쳐 상호 협력하는 방안이 주요 내용으로,이를 위해 매년 ‘한·미 긴급대처·재해관리 위원회’를 열어 사업계획을 협의토록 돼있다. 양국은 또 재해예방을 위한 각종 세미나와 전문가회의를 개최,정보를 교환하기로 했다.특히 재해담당 실무자와 전문가의 상호 파견근무를 실시하는 데도 합의했다. 한편 양국간 협정 체결에는 경기도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사무소가 지역간 협력 파트너로 참여키로 했다. 이지운기자 jj@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 작가와의 대화

    본지에 연재될 작가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는 두 가지의 커다란 새로움을 한꺼번에 독자에게 선사할 전망이다.잊어버린 맛의 기억을 새롭게 되살려주고 작가 ‘황석영’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케 하는 것이다.모두 우리의삶을 살찌우는 새 기억이고 새 모습임이 틀림없다. 충남 홍성 부근의 덕산에 신축한 집에서 작품활동에 여념이 없는 작가를 서울에서 잠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른‘오래된 정원’의 독자사인회 상경길이었다.웬 요리 이야기냐는 등의 질문에 논리정연한 대답을 내놓았다.그만큼 이 연재물에 대한 생각과 준비가 숙성된 표시였다. 작가는 우선 요리가 “새로운 세기에도 대단히 중요한 일거리로 남을 것임”을 강조한다.사람끼리의 사적인 관계와 소통,인간적인 작업,비획일성,다양함,생산의 창조적인 과정 등이 사라지는 후기 산업사회에서 요리는 인간적이고 가족적인 영역으로서 한층 소중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거기에 세계화에도불구하고 요리는 지역적 전통적 특수성을 잃지 않으면서 서로 어우러지고섞여 새롭게 태어난다는 점에서 새 세기의 인간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덧붙인다. “한 시대의 먹거리는 당대 삶의 표현입니다.이 점은 글쓰는 사람한테 굉장히 중요하게 다가옵니다.담론의 형식이 바뀐 것이 분명하다면 요리를 통해서 시대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 거죠” 시대의 실체를 밝히는 소설을 쓰듯 이번 연재물에 접근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엿보인다.소설이 재미있어야 하듯 ‘맛따라 추억따라’는 작가의 구수하고흥미진진한 음식 이야기가 먼저 독자들의 구미를 당길 것이다.장떡 개떡 수제비 술찌게미 보리밥 장아찌 등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음식은 물론 베트남유럽 중국 일본 미국 그리고 북한에 체류하면서 작가가 유일하게 경험한 음식 이야기가 ‘입담좋게’ 펼쳐질 전망이다. 그러나 ‘맛따라 추억따라’는 이런 구상적인 소재와 소품 일색이 아니다. 작가는 음식,요리로 인간과 삶을 꿰뚫어보고 싶은 것이다.작가가 그간 작성한 집필 메모를 읽어보면 이같은 인문학적인 시선과 각오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일정한 기간 단식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침 점심 저녁의 식사가 하루 중에서 얼마나 중요한 행사인가를 알게되었을 것이다.‘끼니’를 잇는 일은 생명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잠자는 시간 외에 깨어나 활동하는 사람들의 ‘시간’을 적절히 분할해주고 매 단락을 맺어준다.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으면 하루가 엄청나게 길고 모든 것이 갑자기 무의미해진다” “그리고 매우 소중한 발견은 만남이나 헤어짐이나 대화나 목소리 얼굴의인상 따위와 같은 사람끼리의 관계가 빠져버린다는 점이다.천하가 적막하고고요할 뿐이다.남과의 소통은 당연히 끊기고 자기 자신마저 살아있는 것 같지 않다.먹지 않는 시간은 시간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맛을 잃어버렸다.맛있는 음식은 노동의 땀과,나누어 먹는 즐거움의 활기,오래 살던 땅,죽을 때까지 언제나 함께 사는 식구,낯설고 이질적인 것과의 화해와 만남,사랑하는 사람과 보낸 며칠,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궁핍과 모자람이라는 조건이 그 기억을 최상으로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미식가나 식도락자를 ‘맛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규정한다.마치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끝없이 헤매는 돈 쥬앙처럼 말이다” 이어 작가 황석영은 “무엇보다 인생살이와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작정”이라는 말로 음식에 관한 멋지고 선도적인 담론을 쓰기 위한 집필메모를 마무리하고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삽화 민홍규 화백…“우리색채로 고유의 맛 우려낼 것”. 황석영씨와 함께 일을 하게 되어 기쁘다.새달부터 시작되는 새연재 제목처럼 황씨의 파란만장한 삶속에 녹아있는 구수한 맛의 향수를 단화(單畵)로 승화시키는 작업은 만만치 않을 일로 본다. 맛을 그림으로 그려낸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감응과 묘한 맛이 배어있어 때론 정반합의 역설화법이 필요하다.삽화의 획일성에서 가끔 벗어나는 일도 있어야 한다. 독자들의 일방적 ‘감상 들추기’에 폭넓은 구상,비구상 형식이 전개될 것이다. 된장찌개는 할머니의 손맛으로,장떡은 코흘리개 아이들의 가슴으로,보리개떡은 늦은 봄 야윈 어머니의 미소로 그려내고 싶다.밥상 위에 다양한 맛의반찬이 있듯 ‘우리색채’로 맛을 우려내려고 한다.아울러 고단한 우리네 삶을 녹여주는 숱한 표상을 그려내고 싶다. ■프로필 1952년 경남산청에서 출생했다.중학시절 석불문하에서 ‘옥새전각’전수생활을 했고 극장간판을 그리기도 했다.90년 옥새전각의 종합성으로새로운 미술사조인 LAP ART(선묘,문자예술) 장르를 정립했다.1991년 ‘현대서예협회’를 창립해 서예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했다.현재 옥새복원작업을 하고 있으며 해외 LAP ART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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