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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일성
    202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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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륙방송에 화장고치며 “사진 잘 나와야…”

    동남아 제3국에 머무르던 탈북자 2진 241명이 대한항공 특별기 편으로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전날 227명이 성남 서울공항으로 들어온 데 이어 468명 모두가 무사히 한국땅을 밟은 것이다. 이들은 비행기안에서 “남한은 어디가 살기 좋으냐.”고 은근히 장차 살아갈 곳을 수소문해 보는가하면,곧 착륙한다는 방송이 나오자 “사진을 찍으면 잘 나와야 하는데….”라며 화장을 고치는 등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김일성’할 때 ‘성’이라니까요 “어렵게 탈출하셨으니 남한에서 잘 정착했으면 좋겠습니다.”탈북자 2진을 태운 대한항공 KE9682편 특별기가 제3국을 이륙하자 안상범(52) 기장은 이렇게 기내방송을 했다.비행기는 현지시간 오전 2시30분에 떠나 4시간55분 동안 비행하여 오전 9시29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정형철(44) 사무장은 “탈출한 지 오래된 분들이라 자본주의에 낯설어 하는 표정은 아니었다.”면서 “선글라스를 낀 남자와 색동저고리에 머리에 리본을 단 여자 아이,옅은 화장을 한 여성 등 생각보다 얼굴표정이 좋고 차림새도 깔끔했다.”고 말했다. 승무원 안혜란(25)씨는 “식사 후에 커피를 서비스했는데 사탕가루(설탕)와 우유가루(크림)를 달라고 하더라.”면서 “탈북자들은 기내식을 ‘해산물’이라고 설명하자 잘 알아듣지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안씨가 한 탈북자에게 입국신고서와 검역신고서 작성을 도와주면서 이름의 ‘성’을 ‘승’으로 잘못 알아듣자 “그게 아니라 김일성할때 성이요.”라고 크게 말해 주변 사람들이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렸다. ●취재경쟁 신기한듯 얼굴 내밀어 탈북자들은 전세버스 6대에 모두 나눠탄 뒤 관계 당국의 승용차 10여대의 인솔에 받으면서 공항을 빠져 나왔다.버스가 신공항고속도로로 가는 동안 언론사 차량 20여대가 뒤따르면서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탈북자들은 이 모습이 신기한 듯 버스 중간통로로 머리를 내밀고 쳐다보기도 했다.이들은 오전 11시57분쯤 전날 먼저 입국한 탈북자들이 있는 경기도의 공공기관 연수원에 도착했다.경찰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정문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외부인의 접촉을 철저히 통제했다.탈북자들과 면담을 하겠다고 들어간 안산 출신 박순자 국회의원(한나라당)도 관계당국이 허락하지 않자 연수원장만 만난 뒤 곧바로 나왔다. 인천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열린세상] 북한이 발전할 수 있는 길/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북한은 경제적,외교적으로 부분적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북한의 변화는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장기간의 경제침체를 벗어나려는 북한의 체제경영전략은 이른바 ‘강성대국’ 건설이다. 그런데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서는 남한과의 관계 개선뿐 아니라 미국·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남한은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 공동발전을 위해 북한에 대한 지원과 협력에 앞장서고 있다.미국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국제경제 환경을 개선해줄 수 있다.일본은 북한에 대해 많은 자본과 선진 기술을 공급해줄 수 있다.물론 이들 세 나라 이외에도 북한은 외부 자원 획득,시장 개척,실추된 신뢰 회복 등을 위하여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더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외부세계가 북한을 보는 시각은 썩 좋지 않다.세상의 이치와 모든 사물을 통치자가 내세운 이데올로기에 따라서만 보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것은,‘신정(神政)국가’를 떠올리게 한다.김일성 광장에 운집한 백만명의 군중이 함성을 지르고 행진하는 광경은,전체주의의 모습을 보여준다.최고지도자에 대한 주민들의 무조건적인 충성 강요는,북한을 ‘현대판 봉건체제’로 묘사하게 만든다.경제건설에 매진하자고 주민들을 독려하고 동원하면서 국방건설을 더욱 강조하는 선군정치는,북한을 여전히 ‘병영국가’로 보게 한다. 이러한 체제의 성격으로부터 탈각하지 못하는 한,북한이 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고 추진하는 여러 가지의 경제개혁·개방조치들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경제개방·개혁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을 때,개혁·개방의 전도자였던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은 교조적 이데올로기를 주장하지 않았다.자신을 신(神)으로 만들지도 않았으며,중국 사회에 남아있던 봉건제적 요소의 탈피를 역설했다.세상의 이치와 사물을 실용주의적으로 보고,인민들의 삶이 먼저 개선되어야 함을 강조했다.그리고 땅을 그 땅에 터를 둔 농민들이 자기의 것처럼 경작하도록 권한을 주었다.그의 이러한 비전과 정책이 김정일도 ‘천지개벽’이라고 말한 중국의 발전을 가지고 왔다. 옛 소련의 지도자 고르바초프가 개혁·개방을 추진했을 때,그는 지배층만이 아닌 모든 소련인의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비전으로 삼았다.소련이 미국에 견줄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을 가졌지만,그는 군사력이 국민들의 삶을 개선해준다고 믿지 않았다.사회주의 종주국의 최고지도자로서 전체주의를 고수할 수도 있었으나,고르바초프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체제 변화를 지향했다.비록 그 자신은 오랜 기간 누적되었던 사회주의 병폐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치일선에서 사라졌지만,그는 오늘날의 러시아가 있게 한 터를 닦았다. 1980년대 말 폴란드·헝가리·체코에서 국민들이 아래로부터 변화를 요구하였을 때,공산당의 지도부도 경제적·정치적 변화가 나라의 미래 발전을 위한 시대적 필연임을 깨달았다.그래서 이 나라들은 국민들의 요구에 따른 정치·경제체제를 채택하여 놀라운 발전의 길로 들어섰다. 이처럼 잘못된 과거의 길로부터 벗어나 오늘날 새로운 국가발전을 이루고 있는 나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지도자들이 국민의 삶을 위해 무엇이 진정으로 필요한가를 깨닫고,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여 그것을 실천하였다는 점이다. 북한의 강성대국 건설 전략과 ‘실리사회주의’의 개혁·개방정책이 전체 북한 주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비전을 갖고 새로운 발전의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가길 기대한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검찰, ‘송두율교수 무죄’ 상고

    서울고검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핵심 쟁점에 대해 무죄와 함께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송두율 교수를 22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부봉훈 서울고검 공판부장은 “정치국 후보위원 선임 문제와 김일성 주석 장례참석 등에 대해 항소심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데 검찰 내부의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오늘 오후 상고장을 항소심 재판부에 접수했다.”고 말했다. 서울고검은 수사 및 기소를 담당한 검사와 협의를 거쳐 상고이유서를 추가 제출키로 했다.검찰의 상고로 송 교수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송두율교수 집행유예] 석방 스케치

    21일 오후 9개월 만에 서울구치소 문을 다시 나선 송두율(60) 교수는 “재판부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정당한 판결을 내렸다.”며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송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역사가 나의 무죄와 국가보안법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분명히 얘기했다.”면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현명한 재판부가 시대의 흐름에 열린 자세로 민족을 위해 정당하게 판결했다.”고 주장했다.자신을 단죄한 국가보안법에는 “법이라고도 할 수 없는 법을 우리 스스로가 법이라고 여기면서 옥죄어온 관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지금은 자유스러운 공기를 맘껏 마신다는 데 만족한다.”면서 “독일의 동료들과 의논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1944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송 교수는 1967년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이듬해 독일로 유학 1972년 위르겐 하버마스의 지도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72년 유신헌법이 선포되고 1974년 민청학련사건이 일어나자 독일에서 ‘민주사회건설협의회’를 만들어 유신정권과 갈등을 빚은 뒤 반체제 인물로 분류돼 귀국이 불허됐다.1973년부터 여러차례 방북,김일성 주석 등 북한 고위층과 접촉했다.2000년 귀국을 추진했으나 국가정보원이 준법서약서 제출을 요구하자 포기했다. 그는 지난해 9월22일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반추해 보고 싶다.”며 귀국했으나 10월22일 구속수감됐다.‘역사는 끝났는가’‘21세기와의 대화’‘통일의 논리를 찾아서’‘경계인의 사색’ 등의 저서로 북한 사회에 대한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을 제안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홍석중씨 北작가 최초 만해문학상

    창비사가 주관하는 제19회 만해문학상 수상자로 북한 소설가 홍석중(洪錫中 왼쪽·63)씨가 선정됐다.수상작은 장편 ‘황진이’(오른쪽·평양 문학예술출판사 펴냄)로 지난 2월 대훈서적에서 1440여부를 수입해 국내에 보급했다. 북한 작가가 국내 문학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수상자 홍씨는 대하소설 ‘임꺽정’을 지은 벽초 홍명희의 손자다.만해문학상 운영위원회와 창비사측은 “남북한 당국의 합법적 절차를 따라 수상자 초청과 시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학상 운영위원장 겸 심사위원인 문학평론가 이선영 연세대 명예교수는 “올해부터 만해문학상 수상대상을 ‘한글로 된 국내외 모든 작품’으로 넓혀 ‘황진이’가 본심에 올랐고 심사과정에서 북한 작품에 대한 선입견 없이 순전히 작품성만을 기준으로 심사했다.”며 “종래의 이념적으로 경직된 북한 작품과는 달리 ‘황진이’는 부드럽고 유연한 감수성에다 주인공 황진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돋보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이어 “이야기 구성이 빈틈없고 사건·장면 전환이 시원한 데다 속담·격언 등 풍부한 어휘를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박진감과 생동감 등 문학성을 두루 갖춘 본격 역사소설”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태어난 수상자 홍씨는 48년 할아버지를 따라 월북한 뒤 69년 김일성종합대학 어문학부를 졸업했다. 70년 첫 단편 ‘붉은 꽃송이’를 발표한 뒤 79년부터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작가로 창작활동을 시작했고 대하소설 ‘높새바람’을 비롯한 많은 작품을 출간했다. 상금은 1000만원이며,시상식은 11월24일 오후 6시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송두율교수 집행유예] 석방 스케치

    21일 오후 9개월 만에 서울구치소 문을 다시 나선 송두율(60) 교수는 “재판부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정당한 판결을 내렸다.”며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송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역사가 나의 무죄와 국가보안법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분명히 얘기했다.”면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현명한 재판부가 시대의 흐름에 열린 자세로 민족을 위해 정당하게 판결했다.”고 주장했다.자신을 단죄한 국가보안법에는 “법이라고도 할 수 없는 법을 우리 스스로가 법이라고 여기면서 옥죄어온 관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지금은 자유스러운 공기를 맘껏 마신다는 데 만족한다.”면서 “독일의 동료들과 의논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1944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송 교수는 1967년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이듬해 독일로 유학 1972년 위르겐 하버마스의 지도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72년 유신헌법이 선포되고 1974년 민청학련사건이 일어나자 독일에서 ‘민주사회건설협의회’를 만들어 유신정권과 갈등을 빚은 뒤 반체제 인물로 분류돼 귀국이 불허됐다.1973년부터 여러차례 방북,김일성 주석 등 북한 고위층과 접촉했다.2000년 귀국을 추진했으나 국가정보원이 준법서약서 제출을 요구하자 포기했다. 그는 지난해 9월22일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반추해 보고 싶다.”며 귀국했으나 10월22일 구속수감됐다.‘역사는 끝났는가’‘21세기와의 대화’‘통일의 논리를 찾아서’‘경계인의 사색’ 등의 저서로 북한 사회에 대한 이른바 ‘내재적 접근법’을 제안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송두율 ‘北 후보위원’ 무죄…집유5년 석방

    송두율 ‘北 후보위원’ 무죄…집유5년 석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재독 철학자 송두율(60) 교수의 항소심 재판부가 핵심 공소 사실인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이에 따라 검찰의 국가보안법 적용기준에 대한 논란과 함께 국가보안법 개정 논의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김용균)는 21일 송 피고인에 대해 “검찰이 내놓은 증거가 불충분해 피고인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 의심없이 인정하기 어렵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풀어줬다.징역 15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판결이 나오자 “상고심에서 현명한 결정이 나올 것”이라며 상고 방침을 밝혔다. 송 교수는 이날 오후 5시20분쯤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재판부가 시대흐름에 부합하는 정당한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92년 5월부터 2년여 동안 5차례 북한을 방문,김일성 주석 등을 만난 국가보안법의 잠입·탈출 혐의와 황장엽씨와의 사기 민사소송 부분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 조사에서 피고인이 자백했다고 보기 어렵고,황장엽씨의 진술은 신빙성은 있지만,내용이 막연하다.”면서 “형사소송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만큼 증거가 충분해야 유죄로 인정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피고인의 저서 ‘통일의 논리를 찾아서’에서 ‘김철수’를 적시한 것에 대해 “김일성 장의위원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대우해 줬다는 생각에서 아무런 의도없이 쓴 오류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저술활동을 통한 반국가단체의 지도적 임무수행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피고인의 저작물은 북한 편향적이지만,전체 저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우리나라의 안전과 체제를 위협하는 내용도 아니다.”라고 공소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김일성 조문과 김정일 생일 축하 편지 발송 부분에 대해서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자유정신과 동포애로써 포용하는 쪽이 우리 사회 갈등을 막고 미래지향적 국가발전과 평화통일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송두율 ‘北 후보위원’ 무죄…집유5년 석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재독 철학자 송두율(60) 교수의 항소심 재판부가 핵심 공소 사실인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이에 따라 검찰의 국가보안법 적용기준에 대한 논란과 함께 국가보안법 개정 논의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김용균)는 21일 송 피고인에 대해 “검찰이 내놓은 증거가 불충분해 피고인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 의심없이 인정하기 어렵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풀어줬다.징역 15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판결이 나오자 “상고심에서 현명한 결정이 나올 것”이라며 상고 방침을 밝혔다. 송 교수는 이날 오후 5시20분쯤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재판부가 시대흐름에 부합하는 정당한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92년 5월부터 2년여 동안 5차례 북한을 방문,김일성 주석 등을 만난 국가보안법의 잠입·탈출 혐의와 황장엽씨와의 사기 민사소송 부분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 조사에서 피고인이 자백했다고 보기 어렵고,황장엽씨의 진술은 신빙성은 있지만,내용이 막연하다.”면서 “형사소송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만큼 증거가 충분해야 유죄로 인정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피고인의 저서 ‘통일의 논리를 찾아서’에서 ‘김철수’를 적시한 것에 대해 “김일성 장의위원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대우해 줬다는 생각에서 아무런 의도없이 쓴 오류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저술활동을 통한 반국가단체의 지도적 임무수행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피고인의 저작물은 북한 편향적이지만,전체 저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우리나라의 안전과 체제를 위협하는 내용도 아니다.”라고 공소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김일성 조문과 김정일 생일 축하 편지 발송 부분에 대해서도 “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자유정신과 동포애로써 포용하는 쪽이 우리 사회 갈등을 막고 미래지향적 국가발전과 평화통일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북한, 조선 고종때 쓰던 옥새 공개

    북한이 TV를 통해 조선시대 왕이 사용했던 옥새(玉璽)를 처음으로 공개해 관심을 모았다. 북한 중앙TV가 지난 19일 이례적으로 모습을 보여준 이 옥새는 조선역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고종(高宗)시대의 것.중앙TV는 금으로 제작한 거북 모양의 옥새를 공개하면서 “전시된 옥새는 조선시대 왕들이 사용하던 옥새 중 하나이며 한일합방 후 일본이 강탈해 간 것을 경상도 지역 한 서당의 훈장 아들이 다시 빼내 김일성 주석에게 바쳤다는 설이 있다.”는 설명을 붙였다. 중앙TV에 따르면 김 주석은 이 옥새를 조선역사박물관에 전시할 것을 지시하면서 “이 옥새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전체 인민이다.나는 임금도 아니고 대통령도 아니다.나는 심부름꾼일 뿐이다.따라서 이 옥새는 전체 조선 인민이 주인이기 때문에 역사박물관에 갔다 놓고 전체 인민의 소유로,인민의 재산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학계는 고종시대 때 관인용으로 70여개 정도의 옥새가 사용됐으며 북한에서도 상당 수의 옥새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해 왔다.이번 중앙TV를 통해 공개된 것은 그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는 존경하는 글귀(존호)를 새긴 어보 외에 각 행정부의 수장들이 사용하는 결재용 옥새를 구분해 사용했다.이 가운데 일본인들이 수탈해 간 옥새의 90% 이상이 결재용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선왕조는 중국과의 사대관계로 인해 주로 거북 모양의 국새를 사용했으나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한 뒤부터는 이전의 옥새 형태를 완전히 바꿔 용의 모양으로 제작한 ‘대한국새’와 ‘황제지보’‘황제지새’ 등을 사용했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통일한국은 오는가] 단숨에 달려온 북녘… 무너지는 ‘분단의 벽’

    서울신문이 ‘대한매일신보’란 이름으로 창간된 지 100년.그간 우리는 일제에 나라를 송두리채 빼앗기는 치욕을 겪으며 온 겨레와 함께 분노했고,나라가 둘로 갈리는 뼈아픈 현실 앞에 통한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이제 새로운 100년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우리는 통일의 염원을 달성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다행히 최근 남북의 화해·협력 노력들이 하나하나 결실을 거두면서 통일은 더 이상 신기루가 아닌,엄연한 현실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다. “관광은 공단을 낳고,공단은 다시 관광을 낳고…”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 장관이 퇴임하기 얼마 전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전망하면서 던진 화두다.실제로 본격적인 첫 남북 경협사업인 금강산 관광이 우여곡절 끝에 5년 만에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고,개성공단도 올해 안에 첫 제품을 생산한다는 목표아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이는 다시 개성관광과 금강산특구 개발로 이어질 것이다.그것이 역사의 순리다. 금강산과 개성공단,그리고 그곳으로 이어지는 길은 분단의 벽을 허물고,남북간 화해와 공존공영의 미래를 여는 ‘평화의 회랑’(Peace Corridor)이다.반세기 넘게 ‘적’으로 살아온 남과 북의 사람과 문화는 양대 동서 축선을 통해 만나서 부대끼고,충돌하고 융화한다.덧붙여 중국 단동에서 신의주를 거쳐 평북 용천으로 이어지는 북방 길은 한민족의 선의가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준 인도(人道)다.그길을 통해 전달된 구호물품과 장비 등은 통일의 날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반대편 동포들이 결코 잊고 있지 않았음을 증명할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4돌인 6월15일부터 오늘(16일)까지 한달여 동안 금강산과 개성에선 뜻깊은 행사들이 잇따라 열렸다.‘금강산 당일관광’ 시범 실시,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시범단지 준공식,금강산호텔 개관식,통일기원 합수제,제1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등.숨가쁘게 진행된 이들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금강산을 3차례,개성을 한차례 다녀오면서 내린 결론은 “분단의 장벽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다.”이다. 지난 6월30일 오전 10시15분 국회의원 및 정부 관계자,업체 대표 등 220여명을 태운 관광버스 7대가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닿았다.서울 경복궁 주차장을 출발한 지 2시간여 만이다.군사분계선(휴전선) 북방한계선에서 시범단지까지는 불과 2㎞.철책선을 막 벗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행사장이다.“아니,이렇게 가깝다니….” 그뿐이 아니다.‘k41-615-014,015,016’ 등 일련의 번호판을 단 15t짜리 덤프트럭이 연신 관광버스를 스쳐 지나가고,불도저와 포클레인,크레인 등 중장비가 바삐 움직이며 희망의 땅을 조성하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대단하다.”는 감탄사를 터뜨린다.비산비야(非山非野)의 드넓은 벌판을 바라보며 누군가 혼잣말을 한다.“통일수도의 입지로도 손색이 없는데….” 오는 11월 말 2만 8000여평의 시범단지에 공장건물이 완공되면 15개 업체가 입주하게 된다.15개 업체에서 당장 고용할 북한 주민은 5000여명.인구 35만명에 불과한 개성시에서 5000여명의 주민이 아침 저녁 개성공단으로 출퇴근하는 광경은 얼마나 장관일까.“2012년까지 모두 800만평을 개발하게 되면 수십만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개성공단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게 됩니다.개성공단은 남의 자본과 기술,북의 인력과 토지를 결합해 만들어가는 경제적 통일사업입니다.” 육안으로는 경계선 구분조차 안될 만큼 광활한 벌판은 현대아산측의 설명이 과장이 아님을 웅변한다. “이번 준공식은 …반세기 넘게 지속되어온 단절의 아픔이 치유되고 깊어져온 이질성이 다시 동질성으로 회복되며,남과 북이 굳게 손잡고 나아갈 수 있음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의 목메인 축사에 북측 박창련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은 “사상과 이념,제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한 민족”이라며 개성공단을 세계적인 공업지구로 건설하자고 화답했다. 이날 남측 방문객들을 대하는 북측의 환대는 기대 이상이었다.행사 진행을 돕기 위해 나온 10여명의 여성 의례원들은 따뜻하면서도 스스럼없는 태도로 남측 손님들을 맞았다.특히 시범단지 준공식 후 30여분 거리의 개성시내 관광 도중 차장으로 마주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들일을 하는 농민이나 하굣길의 중학생,바닥이 보일듯 맑은 실개천에서 물놀이를 하던 어린이 등 수십,수백명의 주민들은 남측 방문객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으며,일부는 손을 흔드는 등 친밀감을 보여줬다. “북측 고위층이 변화하기로 작심을 한 것 같다.그러지 않고서야 군사분계선에서 이렇게 가까운 지역을 대거 남측에 내주고,일반 주민과 민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겠느냐.” 동행했던 모 대학 교수는 지난해 평양 방문때에도 이처럼 많은 주민들을 가깝게 만나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밤 금강산호텔 개관 만찬장.한나라당 국회의원 20여명이 함께 자리했다.“개척자의 길은 외롭지만 우리는 하나다.” “이제 김윤규 사장의 눈물을 내가 닦아드리겠다.” 의원들의 ‘금강산사업 찬가’가 쏟아지자 여기저기서 “한나라당 의원들 맞냐.”는 웅성거림이 들린다.이틀 뒤인 4일 오전 만물상 등산로 초입.7·4공동성명 32돌 기념 ‘통일염원합수제’를 치른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3일간의 방북 소감을 물었다.“지금껏 한나라당이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하지 못한 것을 반성한다.” “북한 실상을 알고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더 많이 교류해야 한다.” 만찬장 분위기 그대로였다.단 한차례의 방문이 ‘대북 퍼주기’라며 비난해온 한나라당 의원들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했던 것이다.가히 “금강산을 보지 않고는 통일정책을 말하지 말라.”고 일컬을 만하다. 지난 6월15일 금강산 구룡연 등산로의 한 쉼터.남측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고 김일성 주석의 어록이 새겨진 표식비를 손으로 짚거나,받침대에 앉으려 하자 북측 안내원들이 다급하게 제지한다.하지만 목소리나 표정이 의외로 부드럽다.“모르고 한 일인데 어떻게 하겠습니까.살아온 환경과 이념,생각이 달라서 그런 것인데….” “많이 변했다.”는 기자의 말에 북측 안내원들은 “이제는 우리도 알 만큼 안다.”며 고의성이 없는 행동들은 굳이 문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이해하고 관용하는 마음이 생겨났다는 것이다.금강산관광 6년의 성과이다. 이제 올 연말이 되면 하루 평균 2000여명의 남한 관광객이 금강산을 오가고,5000여명의 북한 주민이 개성공단을 드나든다.사람이 오고 가면 덩달아 생각과 문화,문물이 따라가고 자연스럽게 이질적인 것들은 부딪치고 마찰하면서 순화되고 동화될 것이다.그러면서 이웃이 되고,하나가 된다.통일은 그렇게 이뤄질 것이다. 김인철 통일·안보전문기자 ickim@seoul.co.kr˝
  • [통일한국은 오는가] 美 국제정책센터 亞국장 셀리그 해리슨

    “현 한반도 상황은 위기라기보다 평화협정으로 이행할 수 있는 50여년만의 기회이며 한국 정부는 단순히 북한과의 관계개선에만 그칠 게 아니라 통일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 맵’을 제시해야 합니다.”1972년 미국인으로는 처음 북한을 방문해 고 김일성 주석을 만난 언론인 출신의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센터(CIP) 아시아 국장은 본지 창간 100주년에 즈음한 특별 인터뷰에서 “한반도 통일은 불가피한 과정이지만 남북한이 연방제로 전환하는 데에만 10년에서 20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 하버(미 메인주) 백문일특파원| 바 하버에서 배로 1시간 정도 떨어진 크랜베리 섬의 자택에서 여름철을 지내는 해리슨을 만나 ‘통일 한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1시간 동안 대담을 가졌다.섬 주민들은 한국인의 방문이 낯선지 섬을 찾은 이유를 물으며 유명한 한반도 전문가가 이웃이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함께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대담 내용을 간추린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북한을 더이상 위협적인 존재로 보지 않는다.그렇다고 통일이 성큼 다가선 것 같지도 않다.통일을 위해 우선적으로 취할 조치를 꼽는다면. -한국은 비(非)군사적 측면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현재의 한반도 상황은 과거 북한이 드러낸 ‘적화의도’의 위험에 직면한 것 같지 않다.통일을 위해서는 한국 전쟁을 끝내야 하며 정전 체제를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는 게 급선무다.통일은 가능하고 불가피한 과정이지만 신속히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현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면서 통일로 가는 길은 ‘연방제’라고 생각한다. 연방제는 (주로 북한측에 의해) 박정희 정권 이래 계속 거론됐지만 진전된 게 없지 않은가. -노태우와 김대중 정권이 고안한 임시적인 연방제 국가는 매우 현실적이다.양측이 현재의 국경을 유지하면서 기업협력을 확대하는 경제체제를 갖추고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는 공통된 행동을 취해야 한다.각자 군대를 보유하고 국경을 통제하면서 북한 경제가 남한과 연계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점진적으로 10년 또는 20년에 걸쳐 연방제로 전환해야 한다.그러나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10년 이내로 연방제 이행은 어렵다.주목할 점은 ‘북한이 과거와 달리 연방제를 바란다는 점이다.’(이 부분에 관해서는 국내외에서 전문가들 사이에도 논란이 있다. 편집자주) 북한 당국과 군부 및 당의 고위 관리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연방제는 양측의 권력을 보장하면서 통일로 가는 조치다. 북한은 과거 남한이 흡수통일을 추진하려는 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실제 김영삼 정권은 그같은 전략에 따라 김일성과 접촉했다.그러나 김일성이 죽은 뒤 남한은 북한이 붕괴될 것으로 믿었다.김정일이 북한 체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그러나 김정일은 건재했고 통일을 위한 연방제 방식의 길은 멀어졌다. 김대중 정권은 독일식 통일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판단했다.따라서 상호공존을 거쳐 북한을 경제적으로 무너뜨리는 점진적인 연방제 개념을 고안했다.그러나 ‘햇볕정책’은 너무 급진적이라고 생각하는 보수층의 반발에 부딪혀 빛을 잃었다.남한의 상당수 사람들은 미국의 지도자들이 북한의 입장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해 통일로 가는 길이 왜곡됐다고 보기도 한다. 연방제를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이 남·북한과 미국이 포함된 평화협정 체결이 첫번째다.민주당 대선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이 대선에서 이기면 국방부가 반대해도 평화협정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그렇다고 한·미간 안보동맹을 고칠 필요는 없다.평화협정으로 전환해도 미군은 장기간 남한에 주둔할 수도 있다. 두번째는 상호 군사력의 감축이다.양적인 감축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이뤄져야 한다.김정일이나 강석주 외교부 부부장 모두 군축의 필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10만 병력의 동시 감축부터 시작될 수 있다. 세번째는 남북한을 포함한 경제교류의 확대다.특히 대북 에너지 지원은 핵심이다.지난 노무현-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가스 파이프 라인을 건설하는 것을 상세하게 논의한 것으로 안다.북한은 중국을 거치지 않고 사할린에서 북한·남한을 관통하는 가스 파이프 라인을 바란다.이를 위한 연구팀도 청와대에 구성됐다.양측의 투자를 늘리기 위한 면세혜택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전제조건도 중요하지만 미국이 한반도 통일에 실질적 역할을 하지 않겠는가.대북 강경책을 유지한 부시 행정부가 통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 평양의 정권교체다.6자회담에서 미국이 약간의 변화를 보였으나 김정일 정권을 교체한다는 목표에 변화가 없다.그럼에도 평화협정 체결은 북핵 폐기와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평화협정 체제로 이행하면 북한도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더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그들이 문제삼는 것은 한반도 주변의 미 공군력이지 지상군이 아니다.물론 평화협정 이후 미군의 신속한 대규모 감축이 있을 것으로 본다. 미국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한반도에서의 통일한국을 지지한다.문제는 한국이 북한과의 갈등을 해소하려 하면서도 분명한 통일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노무현 정권이 통일 한국의 ‘로드 맵’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대북 에너지 지원방안이나 개성단지 등과 관련한 논의는 있었으나 장기적으로 통일을 어떻게 추진할지 비전이 없다.남한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먼저 말하기는 어렵다.다만 통일 한국이 미국의 아시아 전초기지가 되는 것을 중국이 경계한다는 점을 미국은 잘 인식하고 있다. 연방제를 보는 남·북한 시각을 비교한다면. -북한은 연방제를 안보와 연계된 개념으로 본다.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선제공격할 의도가 있다고 보는 평양정권은 연방제를 통해 오랫동안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노태우와 김대중 정권이 구상한,남북한 동수의 ‘연방의회’에도 찬성한다.흡수통일에 거부감을 갖는 북한으로서는 동수제가 박정희 대통령이 제시한 인구비례에 따른 연방의회보다 공정하다고 여긴다.특히 연방제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공존의 체제’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반면 남한은 연방제로 가려는 준비가 됐는지 분명치 않다.한·미 동맹 관계에 큰 변화를 바라지 않는 남한 당국으로서는 연방제 논의에 신중하며 미국에도 압력을 가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군사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다.북한을 압도하는 군사력을 보유하면서도 남한은 해외투자 등 경제적 요인 때문에 미군철수로 이어질 연방제 추진을 꺼린다.북한이 위협인지 아닌지도 당장 결정할 필요를 못느낀다.게다가 남한은 미군이 빠져나갈 때마다 좋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이는 통일로 가는 길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정전협정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 이뤄졌기 때문에 미국이 결정하면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미국도 내부적으로 연방제 개념에 반대한다.남한이 구체적인 압력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연방제가 미군의 한반도 주변 배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국방부의 판단에서다.북한이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요구한 것도 정전협정에서 남한이 배제됐고 결국 미국이 결정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입장을 바꿨다.뉴욕 채널을 통해 남·북한과 미국 및 다른 나라들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평화협정 체제를 바라고 있다.이는 50여년 만에 한반도가 평화체제로 이행할 절호의 기회이지만 남한은 신중하다.미국에서도 한국전을 보는 인식이 바뀌어 적극적이지 않다.국무부에서 평화협정 체제가 거론되지만 남한이 제안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의미가 없다. 냉전종식과 함께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한국전을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하고 미국이 남한을 돕는 ‘대리전’으로 보지 않으려 한다.대신 일종의 ‘내전(civil war)’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늘고 있다.앞으로 남북한 사이에 전쟁이 발발해도 미국이 즉각 전쟁에 개입할 것으로 믿지 않는다.중국이나 러시아도 북한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을 통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완화된 것 아닌가. -6자회담은 실용적이다.그러나 공교롭게도 부시 행정부가 의도한 방식과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당초 미국은 중국과 한국,일본,러시아가 북한을 압박할 것을 상정했다.지금은 한국과 중국 등이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반대하며 유연한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부시 행정부내에서 거센 논쟁이 있었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북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CVID) 표현을 자제한 것은 협상의 여지를 연 것으로 해석된다.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기본 시각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중국과 한국이 미국을 압박했지만 이번 회담뿐 아니라 11월 선거 이전까지 미국의 대북 정책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2년내 북·일관계의 정상화를 말했는데.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적 제스처라고 본다.미국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일본이 북한에 접근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고이즈미가 북한을 두차례 방문하면서 미국과 사전에 상의하지 않은 점에 미국은 크게 당황하고 분개했다.일본의 북한 접근은 상당히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한국내 반미정서가 통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반미정서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안티 부시’라는 표현이 더 맞다고 본다.부시 행정부의 정책에 반대하지 미국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이에 따른 반발력으로 남·북한을 가깝게 보는 정서는 연방제로 가는 길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이 경제·군사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사실이다.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과 ‘안티 부시’의 정서와는 별개의 문제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통일정책의 차이점은? -김대중 정권의 통일 정책은 1991년부터 정립된 정책으로 연방제가 핵심이다.반발은 있었지만 비전을 제시했다.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이렇다할 방향제시가 없다. mip@seoul.co.kr˝
  • [바다로 가자] 동해

    여름 피서 일번지는 역시 동해안이다.국토의 등뼈 백두대간을 힘겹게 넘어야 ‘떠났다.’는 실감도 든다.동해안의 대동맥 7번 국도를 따라 곳곳에 언뜻언뜻 보이는 크고 작은 계곡과 해수욕장이 끝없이 이어지는 동해안,역시 동해안이다.울창한 송림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사람 손이 덜 닿은 계곡,뙤약볕에 반짝이는 백사장,수평선이 맞닿은 바다,펄떡이는 해산물들….생각만해도 엉덩이가 들썩인다.지금 당장,차머리를 동해로 돌려보자.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1) 화진포 해수욕장 ■ 특징 가장 북쪽에 위치한 화진포해수욕장은 주변의 울창한 소나무숲과 맑은 화진포호,에메랄드빛 바다,기암괴석이 어우러져 풍광이 빼어나다.둘레가 16㎞에 달하는 화진포호는 금강송과 갈대가 무성하다.절경의 화진포에는 한때 남북한 최고 실력자 김일성과 이승만 별장이 지금도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돼 있다. ■ 찾아가는 길 서울에선 46번 국도를 따라 진부령을 넘어 간성을 거쳐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 숙식 금강산콘도(033-680-7800)와 민박은 이병열씨(682-0379) 고성수협지과(682-2072)로 문의하면 된다.금강산 건봉식당(682-1929)의 산채 비빔밥과 보리밥 청국장(5000원)이 좋다. ■ 들를만한 곳 통일전망대,건봉사,어명기 가옥,청간정. (2) 덕산 해수욕장 동해안의 해수욕장이 식상하다고?그렇다면 삼척시 근덕의 덕산해수욕장으로 핸들을 돌려보자.반짝이는 황금빛 모래와 달리,바닷물에는 잠깐만 들어가 있어도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시원하다 못해 오싹한 느낌때문이다.또 딱 틔인 동해는 도심 스트레스도 확 날려버린다. 덕산해수욕장은 동해안의 해수욕장치고는 수심이 얇고 경사가 완만하다.규사질 모래가 밀가루처럼 곱고 깨끗하다.더욱이 마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해수욕장이라 더 믿음직해 가족 단위의 피서지로 적당하다.왼쪽의 무인도 덕봉과는 모래 언덕으로 연결돼 있다.군사시설인 덕봉은 낮에만 일반인들에게 개방된다.짜릿한 손맛을 볼 수 있는 낚시 포인트도 좋다.주민 김철용씨는 “요즘 돔의 입질에 낚싯대가 부러질 지경이다.”라고 말했다.또 인근 맹방해수욕장 뒤쪽 소나무 숲에는 6홀짜리 맹방 골프연습장(033-576-0780)도 있다.해수욕과 일광욕에 지칠 때쯤해서 물이 빠진다.이때 자갈과 몽돌이 드러나는 구석에선 조개잡이도 할 수 있다. 해수욕장 오른쪽의 남애포에서 앞바다의 수산물이 모인다.주로 광어·가자미·멍게·소라·해삼 등을 직접 살 수도 있다.해수욕장 뒤쪽 마을 가운데 덕산횟집(572-1314)의 물회(1만원)는 유명하다.살금 얼려서 나오는 물회 양념장은 시원하고 맛있다.민박도 겸하는 횟집의 자연산 생선회는 크기에 따라 4만∼7만원이다.근덕의 새들가든(572-7638)의 흑염소 전골(1인분 1만원)도 유명하다.삼척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몬주익 영웅’ 황영조 기념관과 관동 8경의 제1경인 죽서루,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하는 초당굴이 있다.조금 내려오면 공양왕릉도 한번 들러볼만하다.계곡이 그립다면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 우회전하면 가곡천계곡이 나온다. 덕산해수욕장은 동해고속도로(통행료 500원)동해 종점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삼척시를 거쳐 근덕에서 하맹방해수욕장과 덕산해수욕장의 푯말을 보고 좌회전하면 된다.강릉에선 1시간쯤 걸린다.버스로는 서울∼삼척(4시간30분) 고속버스를 타고가 삼척에서 해수욕장을 도는 버스를 타면 된다.삼척에서 덕산해수욕장까진 30분 가량 걸린다. (3) 신남 해수욕장 ■ 특징 전형적인 어촌 마을로 왼쪽 안쪽으로 애바위와 해신당,성민속공원(033-572-4429),어촌민속전시관이 있다.해수욕장앞에 방파제가 있어 파도가 부드럽다.해신당과 성민속공원과 관련해 애절한 전설이 전해온다.옛날 신남마을에 결혼을 약속한 처녀·총각이 살았는데,바위에서 해초를 캐던 처녀가 폭풍우를 만나 살려고 울부짖다가 끝내 파도에 휩쓸렸다.그렇게 처녀가 애를 쓰다 죽었다하여 그 바위를 ‘애바위’라고 불렀다.이후 고기가 잡히지 않자 처녀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남근(男根))을 만들어 제사를 지냈는데 그 후로는 고기가 많이 잡혔다고 내려온다.어촌민속전시관(입장료 어른 3000원)에는 동해안 어촌의 옛모습 등과 함께 세계의 성민속 박물관도 들어 있다. ■ 찾아가는 길 삼척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27㎞가량 내려오다 왼쪽 편에 있다.언덕 아래 작은 마을이어서 놓치기 쉽다. ■ 숙식 마을안쪽의 해신당 편의점(572-5774)에서 콘도형 민박한다.포구 곳곳에 포장마차처럼 꽁치와 소라를 구워 판다.물회와 해물탕을 하는 식당도 있다. ■ 들를만한 곳 초당동굴,풍곡자연휴양림. (4) 나곡 해수욕장 ■ 특징 경북의 가장 위쪽에 있는 울진 나곡해수욕장은 이른 새벽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절경이다.왼쪽 바위 절벽은 금강산의 봉우리 같은 착각이 든다.백사장 가운데로 맑은 냇물이 흘러 분위기가 더욱 아늑하다.해변과 물속에 널린 자갈도 티없이 맑다.주민들의 말투도 경상도와 강원도 말이 섞여있다.다만 왼쪽 갯바위 주변에는 갑자기 푹 꺼지는 곳이 많아 걸어다니면 위험하다. ■ 찾아가는 길 울진은 서울에선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풍기IC에서 빠져 36번 국도를 따라 오는 것이 강릉을 거치는 것보다 30분 가량 빠르다.강릉에선 2시간 가량 걸린다. ■ 숙식 해수욕장 뒤편의 나곡비치장(054-783-9999)가 있다.김두표씨(782-0561) 등이 민박을 한다.횟집인 남도가든(782-2090)을 많이 찾는다. ■ 들를만한 곳 불영계곡,덕구온천. (5) 하슬라아트월드 ■ 특징 해돋이 명소 정동진 산자락 3만 3000여평에 위치한 하슬라아트는 자연미를 최대한 살린 조각공원이다.정원은 소나무 정원·시간의 광장·습지 정원·놀이 정원 등의 테마가 있으며 어린이 체험 공간도 있다.산책로에서 내려다보는 동해바다의 전망도 일품이다.하슬라는 삼국시대 강릉의 지명.입장료는 어른 5000원,학생 4000원.문의 (033)648-4091∼3. ■ 찾아가는 길 강릉에서 동해고속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안인에서 빠져 정동진역쪽으로 가다보면 나온다. ■ 숙식 펜션 화이트하우스(644-1141) 등 정동진역 근처에 장급 여관 등이 많다.공원내 하늘식당(644-9411)의 버섯덮밥과 김치덮밥(6000원)이 먹을만하다. ■ 들를 만한 곳 등명락가사와 소금강,통일공원. (6) 환선굴 ■ 특징 종유석이 많은 환선굴에는 10여개의 크고 작은 동굴 호수와 폭포가 있다.천정과 벽면의 물방울은 쉽게 떨어지지 않고 빛에 반사돼 영롱하다.환선굴 주위의 덕항산·촛대봉 등의 경관이 수려하고 굴피집·너와집·통방아 등의 민속자료도 풍부하다.동굴관람료는 어른 1500원.문의 (033)570-3255∼6. ■ 찾아가는 길 삼척읍에서 신기면으로 가서 대이리군립공원으로 간다. ■ 숙식 대이가든(541-9999)의 염소전골,환선송어회집(541-1592)의 송어회.민박도 겸한다. ■ 들를 만한 곳 황영조기념관,어촌민속전시관. (7) 덕구온천 ■ 특징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으로 약 알칼리성이다.응봉산에서 쏟아나는 섭씨 41도의 온천수는 신경통·피부병 등에 효과가 있다.온천으로 가는 덕구계곡 길목의 2㎞에는 세계적인 다리를 축소한 모형 12개가 연결돼 있다.어린이들이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곳이다. ■ 찾아가는 길 울진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 부구에서 우회전. ■ 숙식 덕구리의 신광식당(054-782-0285)의 토종닭 백숙은 멀리 대구에서도 찾아온다.덕구온천호텔(782-0671)과 덕구온천민박(783-0972)가 있다. ■ 들를만한 곳 후정해수욕장·소광 소나무군락지(드라마 ‘영웅시대’ 촬영지)·망양정. (8) 영덕 옥계계곡 ■ 특징 맑은 계곡과 등산로가 많아 가족 동반 야영지로 그만이다.천연림의 팔각산과 동대산이 만나는 계곡으로 기암절벽이다.계곡 물은 옥같이 맑고 투명하다.또 침수정 아래로는 50여개의 작은 내와 어우러져 영덕의 젖줄인 오십천을 이룬다. ■ 찾아가는 길 영덕읍에서 신촌·양수 방면 34번 국도를 따라 가다 신양리에서 69번 지방도를 타면 된다.영덕읍에서 15분 가량 걸린다. ■ 숙식 옥계리에 민박집이 많다.민박 문의는 달산면사무소(054-730-6604)로 하면 된다.하늘끝식당(732-3766)의 토종닭과 염소 전골을 한번 먹을만하다. ■ 들를 만한 곳 용추폭포,오천솔밭,칠보산자연휴양림. (9) 내연산 연산폭포 ■ 특징 내연산은 해발 710m로 높지는 않지만 산세의 변화가 많고 4㎞구간에 12개의 폭포가 있다.초입의 보경사에서 2㎞가량 올라가면 열두 폭포의 시작인 쌍생폭포가 눈길을 잡는다.산세가 험하지 않아 어린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폭포 아래에는 용소와 너른 바위가 있어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다. ■ 찾아가는 길 포항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영덕쪽으로 27㎞가다 송라면에서 보경사쪽으로 4㎞ 들어가면 된다. ■ 숙식 보경사 입구 사하촌에는 할머니들이 직접 홍두깨로 밀어서 만드는 손칼국수집들이 민박도 겸하고 있다.시내에는 포항비치(054-241-1401)와 선프린스(242-2800)가 있다. ■ 들를 만한 곳 내연산 수목원,칠포·월포해수욕장. (10)강동·주전 해안자갈밭 ■ 특징 울산시내에서 가까운 강동·주전해안가는 검푸른 자갈밭이다.콩알만한 것부터 호박만한 크기에 이르는 몽돌이 깔린 천혜의 관광지로 맨발로 걷는 이들이 많다.바닷가 수면위로 살짝 고개를 내면 기암괴석은 수석 애호가들이 군침을 흘린다. ■ 찾아가는 길 울산시내에서 울산역을 거쳐 아산로를 통해 주전을 찾으면 된다. ■ 숙식 시내의 하얏트모텔(052-298-6666)과 약수장모텔(235-9301)이 있다.현지에선 금호횟집(295-5511)를 꼽는다.정자어촌계(295-3900)의 활어 직판장에서 회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 들를 만한 곳 봉대산공원,주정봉수대 등이 있다.˝
  • [바다로 가자] 동해

    [바다로 가자] 동해

    여름 피서 일번지는 역시 동해안이다.국토의 등뼈 백두대간을 힘겹게 넘어야 ‘떠났다.’는 실감도 든다.동해안의 대동맥 7번 국도를 따라 곳곳에 언뜻언뜻 보이는 크고 작은 계곡과 해수욕장이 끝없이 이어지는 동해안,역시 동해안이다.울창한 송림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사람 손이 덜 닿은 계곡,뙤약볕에 반짝이는 백사장,수평선이 맞닿은 바다,펄떡이는 해산물들….생각만해도 엉덩이가 들썩인다.지금 당장,차머리를 동해로 돌려보자.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1) 화진포 해수욕장 ■ 특징 가장 북쪽에 위치한 화진포해수욕장은 주변의 울창한 소나무숲과 맑은 화진포호,에메랄드빛 바다,기암괴석이 어우러져 풍광이 빼어나다.둘레가 16㎞에 달하는 화진포호는 금강송과 갈대가 무성하다.절경의 화진포에는 한때 남북한 최고 실력자 김일성과 이승만 별장이 지금도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돼 있다. ■ 찾아가는 길 서울에선 46번 국도를 따라 진부령을 넘어 간성을 거쳐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 숙식 금강산콘도(033-680-7800)와 민박은 이병열씨(682-0379) 고성수협지과(682-2072)로 문의하면 된다.금강산 건봉식당(682-1929)의 산채 비빔밥과 보리밥 청국장(5000원)이 좋다. ■ 들를만한 곳 통일전망대,건봉사,어명기 가옥,청간정. (2) 덕산 해수욕장 동해안의 해수욕장이 식상하다고?그렇다면 삼척시 근덕의 덕산해수욕장으로 핸들을 돌려보자.반짝이는 황금빛 모래와 달리,바닷물에는 잠깐만 들어가 있어도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시원하다 못해 오싹한 느낌때문이다.또 딱 틔인 동해는 도심 스트레스도 확 날려버린다. 덕산해수욕장은 동해안의 해수욕장치고는 수심이 얇고 경사가 완만하다.규사질 모래가 밀가루처럼 곱고 깨끗하다.더욱이 마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해수욕장이라 더 믿음직해 가족 단위의 피서지로 적당하다.왼쪽의 무인도 덕봉과는 모래 언덕으로 연결돼 있다.군사시설인 덕봉은 낮에만 일반인들에게 개방된다.짜릿한 손맛을 볼 수 있는 낚시 포인트도 좋다.주민 김철용씨는 “요즘 돔의 입질에 낚싯대가 부러질 지경이다.”라고 말했다.또 인근 맹방해수욕장 뒤쪽 소나무 숲에는 6홀짜리 맹방 골프연습장(033-576-0780)도 있다.해수욕과 일광욕에 지칠 때쯤해서 물이 빠진다.이때 자갈과 몽돌이 드러나는 구석에선 조개잡이도 할 수 있다. 해수욕장 오른쪽의 남애포에서 앞바다의 수산물이 모인다.주로 광어·가자미·멍게·소라·해삼 등을 직접 살 수도 있다.해수욕장 뒤쪽 마을 가운데 덕산횟집(572-1314)의 물회(1만원)는 유명하다.살금 얼려서 나오는 물회 양념장은 시원하고 맛있다.민박도 겸하는 횟집의 자연산 생선회는 크기에 따라 4만∼7만원이다.근덕의 새들가든(572-7638)의 흑염소 전골(1인분 1만원)도 유명하다.삼척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몬주익 영웅’ 황영조 기념관과 관동 8경의 제1경인 죽서루,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하는 초당굴이 있다.조금 내려오면 공양왕릉도 한번 들러볼만하다.계곡이 그립다면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 우회전하면 가곡천계곡이 나온다. 덕산해수욕장은 동해고속도로(통행료 500원)동해 종점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삼척시를 거쳐 근덕에서 하맹방해수욕장과 덕산해수욕장의 푯말을 보고 좌회전하면 된다.강릉에선 1시간쯤 걸린다.버스로는 서울∼삼척(4시간30분) 고속버스를 타고가 삼척에서 해수욕장을 도는 버스를 타면 된다.삼척에서 덕산해수욕장까진 30분 가량 걸린다. (3) 신남 해수욕장 ■ 특징 전형적인 어촌 마을로 왼쪽 안쪽으로 애바위와 해신당,성민속공원(033-572-4429),어촌민속전시관이 있다.해수욕장앞에 방파제가 있어 파도가 부드럽다.해신당과 성민속공원과 관련해 애절한 전설이 전해온다.옛날 신남마을에 결혼을 약속한 처녀·총각이 살았는데,바위에서 해초를 캐던 처녀가 폭풍우를 만나 살려고 울부짖다가 끝내 파도에 휩쓸렸다.그렇게 처녀가 애를 쓰다 죽었다하여 그 바위를 ‘애바위’라고 불렀다.이후 고기가 잡히지 않자 처녀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남근(男根))을 만들어 제사를 지냈는데 그 후로는 고기가 많이 잡혔다고 내려온다.어촌민속전시관(입장료 어른 3000원)에는 동해안 어촌의 옛모습 등과 함께 세계의 성민속 박물관도 들어 있다. ■ 찾아가는 길 삼척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27㎞가량 내려오다 왼쪽 편에 있다.언덕 아래 작은 마을이어서 놓치기 쉽다. ■ 숙식 마을안쪽의 해신당 편의점(572-5774)에서 콘도형 민박한다.포구 곳곳에 포장마차처럼 꽁치와 소라를 구워 판다.물회와 해물탕을 하는 식당도 있다. ■ 들를만한 곳 초당동굴,풍곡자연휴양림. (4) 나곡 해수욕장 ■ 특징 경북의 가장 위쪽에 있는 울진 나곡해수욕장은 이른 새벽에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절경이다.왼쪽 바위 절벽은 금강산의 봉우리 같은 착각이 든다.백사장 가운데로 맑은 냇물이 흘러 분위기가 더욱 아늑하다.해변과 물속에 널린 자갈도 티없이 맑다.주민들의 말투도 경상도와 강원도 말이 섞여있다.다만 왼쪽 갯바위 주변에는 갑자기 푹 꺼지는 곳이 많아 걸어다니면 위험하다. ■ 찾아가는 길 울진은 서울에선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풍기IC에서 빠져 36번 국도를 따라 오는 것이 강릉을 거치는 것보다 30분 가량 빠르다.강릉에선 2시간 가량 걸린다. ■ 숙식 해수욕장 뒤편의 나곡비치장(054-783-9999)가 있다.김두표씨(782-0561) 등이 민박을 한다.횟집인 남도가든(782-2090)을 많이 찾는다. ■ 들를만한 곳 불영계곡,덕구온천. (5) 하슬라아트월드 ■ 특징 해돋이 명소 정동진 산자락 3만 3000여평에 위치한 하슬라아트는 자연미를 최대한 살린 조각공원이다.정원은 소나무 정원·시간의 광장·습지 정원·놀이 정원 등의 테마가 있으며 어린이 체험 공간도 있다.산책로에서 내려다보는 동해바다의 전망도 일품이다.하슬라는 삼국시대 강릉의 지명.입장료는 어른 5000원,학생 4000원.문의 (033)648-4091∼3. ■ 찾아가는 길 강릉에서 동해고속도로를 따라 내려가다 안인에서 빠져 정동진역쪽으로 가다보면 나온다. ■ 숙식 펜션 화이트하우스(644-1141) 등 정동진역 근처에 장급 여관 등이 많다.공원내 하늘식당(644-9411)의 버섯덮밥과 김치덮밥(6000원)이 먹을만하다. ■ 들를 만한 곳 등명락가사와 소금강,통일공원. (6) 환선굴 ■ 특징 종유석이 많은 환선굴에는 10여개의 크고 작은 동굴 호수와 폭포가 있다.천정과 벽면의 물방울은 쉽게 떨어지지 않고 빛에 반사돼 영롱하다.환선굴 주위의 덕항산·촛대봉 등의 경관이 수려하고 굴피집·너와집·통방아 등의 민속자료도 풍부하다.동굴관람료는 어른 1500원.문의 (033)570-3255∼6. ■ 찾아가는 길 삼척읍에서 신기면으로 가서 대이리군립공원으로 간다. ■ 숙식 대이가든(541-9999)의 염소전골,환선송어회집(541-1592)의 송어회.민박도 겸한다. ■ 들를 만한 곳 황영조기념관,어촌민속전시관. (7) 덕구온천 ■ 특징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으로 약 알칼리성이다.응봉산에서 쏟아나는 섭씨 41도의 온천수는 신경통·피부병 등에 효과가 있다.온천으로 가는 덕구계곡 길목의 2㎞에는 세계적인 다리를 축소한 모형 12개가 연결돼 있다.어린이들이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곳이다. ■ 찾아가는 길 울진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다 부구에서 우회전. ■ 숙식 덕구리의 신광식당(054-782-0285)의 토종닭 백숙은 멀리 대구에서도 찾아온다.덕구온천호텔(782-0671)과 덕구온천민박(783-0972)가 있다. ■ 들를만한 곳 후정해수욕장·소광 소나무군락지(드라마 ‘영웅시대’ 촬영지)·망양정. (8) 영덕 옥계계곡 ■ 특징 맑은 계곡과 등산로가 많아 가족 동반 야영지로 그만이다.천연림의 팔각산과 동대산이 만나는 계곡으로 기암절벽이다.계곡 물은 옥같이 맑고 투명하다.또 침수정 아래로는 50여개의 작은 내와 어우러져 영덕의 젖줄인 오십천을 이룬다. ■ 찾아가는 길 영덕읍에서 신촌·양수 방면 34번 국도를 따라 가다 신양리에서 69번 지방도를 타면 된다.영덕읍에서 15분 가량 걸린다. ■ 숙식 옥계리에 민박집이 많다.민박 문의는 달산면사무소(054-730-6604)로 하면 된다.하늘끝식당(732-3766)의 토종닭과 염소 전골을 한번 먹을만하다. ■ 들를 만한 곳 용추폭포,오천솔밭,칠보산자연휴양림. (9) 내연산 연산폭포 ■ 특징 내연산은 해발 710m로 높지는 않지만 산세의 변화가 많고 4㎞구간에 12개의 폭포가 있다.초입의 보경사에서 2㎞가량 올라가면 열두 폭포의 시작인 쌍생폭포가 눈길을 잡는다.산세가 험하지 않아 어린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폭포 아래에는 용소와 너른 바위가 있어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다. ■ 찾아가는 길 포항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영덕쪽으로 27㎞가다 송라면에서 보경사쪽으로 4㎞ 들어가면 된다. ■ 숙식 보경사 입구 사하촌에는 할머니들이 직접 홍두깨로 밀어서 만드는 손칼국수집들이 민박도 겸하고 있다.시내에는 포항비치(054-241-1401)와 선프린스(242-2800)가 있다. ■ 들를 만한 곳 내연산 수목원,칠포·월포해수욕장. (10)강동·주전 해안자갈밭 ■ 특징 울산시내에서 가까운 강동·주전해안가는 검푸른 자갈밭이다.콩알만한 것부터 호박만한 크기에 이르는 몽돌이 깔린 천혜의 관광지로 맨발로 걷는 이들이 많다.바닷가 수면위로 살짝 고개를 내면 기암괴석은 수석 애호가들이 군침을 흘린다. ■ 찾아가는 길 울산시내에서 울산역을 거쳐 아산로를 통해 주전을 찾으면 된다. ■ 숙식 시내의 하얏트모텔(052-298-6666)과 약수장모텔(235-9301)이 있다.현지에선 금호횟집(295-5511)를 꼽는다.정자어촌계(295-3900)의 활어 직판장에서 회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 들를 만한 곳 봉대산공원,주정봉수대 등이 있다.
  • 왕년의 골초가 쓴 ‘흡연여성 잔혹사’

    미리 밝히거니와,그래도 담배는 안 피우는 게 낫다.담배의 해악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경고다.이를 전제로 말하자면,새 책 ‘흡연여성 잔혹사’(서명숙 지음·웅진닷컴 펴냄)는 ‘무엇이든 남녀가 달라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봉건의식을 재는 잣대로 담배를 꺼내든,이를테면 ‘여자와 담배에 대한 담론’의 들숨이다. 시사저널 편집장을 역임한 왕년의 골초 서명숙씨는 책에서 봉건적 잣대의 모습을 이렇게 그려낸다.“대학 시절,시국사범으로 끌려가 취조를 받다 담뱃갑이 나오자 ‘담배나 피우는 갈보 같은 년들’이라던 경찰이 남학생들에게는 협박 반,회유 반으로 담배를 권하는 모습을 보면서 담배가 남자와 여자에게 얼마나 다르게 작용하는지 처절하게 깨달았다.” 확실히 흡연여성에게 한국은 그리 만만한 공간이 아니다.그는 실인 즉 주변에 흡연여성이 널렸으나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수수께끼를 푸는 키워드로 ‘아빠가 알면 죽음,남친이 알면 절교’라는 인식일반을 날카롭게 들춘다.거리에서는 익명성에 기대어 주저없이 피워대면서도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에게는 흡연 사실을 철저하게 숨긴다.그들은 공개흡연과 몰래흡연의 경계를 하루에도 몇번씩 넘나든다.이런 여성흡연자들의 의식 속에는 19세기와 20세기,21세기가 뒤엉켜 있다.저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묻는다.“그녀들에게 담배는 자유인가,족쇄인가.” 27년간 줄창 담배를 피워오다 달리기를 안 뒤 ‘파란만장 흡연사’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그녀는 솔직한 어법으로 여성흡연의 심리와 사회사적 의미를 되새김한다.여성의 공개흡연을 ‘더 이상 남성들의 뜻대로 길들여지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 보는 남성들의 해석을 두고 ‘현대판 마녀사냥의 미끼’라고 해석하는가 하면 재클린과 명성황후,김일성과 노무현 등 전후좌우로 한껏 보폭을 넓혀 흡연 에피소드를 감칠맛 나게 엮었다.그 중 노무현 대통령편의 일부.“2002년 5월 노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뒤,민주당 중진과 고참 당료들은 노 캠프의 독특한 문화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막 가는’ 흡연문화도 그 중의 하나였다.선거본부 전략회의에서 이광재,안희정 등 ‘머리에 피도 안마른’ 386세대 참모가 그 앞에서 거침없이 담배를 피워댔다.(중략)노 후보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상황이 꼬이면 가끔씩 얻어 피우곤 했다.” 흡연 여부에 관계없이 재밌는 이 책의 독자에게 건네는 경고 하나.‘담배는 결코 끊을 수 없다.다만 피우지 않을 뿐이다.’ 9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文수석 생면부지 이모상봉 눈시울

    “이모님 제가 조카 재인입니다.” 생면부지의 이모를 만난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서먹하게 상봉을 시작했지만 어머니와 이모의 얼싸안는 모습을 지켜보며 결국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제 1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중 단체상봉이 시작된 11일 오후 4시 금강산 온정각.문 수석의 이모 강병옥(55)씨가 푸른색 한복을 차려입고 상봉장에 들어서자 문 수석이 다가가 자리로 안내했다.문 수석의 어머니 강한옥(77)씨는 동생에게 “네가 병옥이냐.”고 물었고,두 자매는 얼싸안고 아무 말도 못한 채 눈물만 흘렸다. 한옥씨는 복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병옥씨와 대화를 이어갔다. 문 수석은 아머니와 이모가 대화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문 수석은 자기 때문에 어머니와 이모의 상봉이 방해받지 않을까 우려해 몰려드는 기자들에게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기도 하고,탁자 위에 놓인 마이크를 치우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북측도 문 수석의 가족 상봉장면을 집중 촬영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 471명이 50여년간 헤어졌던 북측 가족들을 만나 얘기꽃을 피우며 이산의 한을 달랬다. 올해 95세로 남측 상봉단 가운데 최고령인 노복금 할머니는 73세의 큰 아들 임승호씨를 부둥켜 안고 “이게 우리 큰 아들 아니여.”라고 하자,승호씨는 바닥에 주저앉아 큰 절을 올리며 “어머니 죄송합니다.”라며 그간의 불효에 대한 용서를 구했다.승호씨는 아버지(임복구·97)의 생존 소식에 “놀랍다.”며 기뻐했다.승호씨의 아버지는 아들 소식을 전해듣고 흥분하는 바람에 건강이 나빠져 이번 상봉에 참가하지 못했다. 이병기(58) 전 안기부 해외담당 차장도 한국전쟁 당시 북으로 간 고모 이순덕(71)씨를 만났다.전쟁 당시 경기여고 3학년이던 이씨는 김일성종합대학을 최우등으로 나와 김형직사범대학 당역사강좌장(주임교수급)을 지냈으며,현재 인민대학습당 연구사로 근무중이라고 소개했다. 금강산 공동취재단˝
  • 도전! 백두산 꽃길 트래킹

    도전! 백두산 꽃길 트래킹

    장맛비와 무더위가 교차하는 요즘,백두산 고원지대엔 봄이 한창이다.초록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구릉지엔 각양각색의 야생화들이 알록달록 수를 놓고,산기슭 군데군데 얼어붙은 눈더미는 마치 남극 바다를 떠다니는 빙하같다. 이맘때의 천지 주변은 ‘고산화원’(高山花園)‘천상화원’(天上花園)으로 불린다.예부터 한민족의 정기를 상징한다는 백두산 천지는 그 새파란 물빛이 서슬 푸른 9척 장수의 부릅뜬 눈을 보는 듯하다.천지 주위를 덮은 꽃밭은 개선장군의 목에 두른 꽃다발이라고나 할까.야생화가 절정에 이른다는 7월 초,백두산을 종주하는 꽃길 트레킹을 다녀왔다. 백두산 서쪽 기슭에 자리잡은 마을 쑹장허(松江河).서파코스로 오르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하늘아래 첫동네’다.대부분 이곳에서 하룻밤 묵고 이른 새벽 산에 오른다.새벽 3시,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여명속에 숙소를 나섰다.기다란 뱀이 기어오르듯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버스를 타고 오른다.예전에 벌목을 위해 낸 길을 깔끔하게 포장했다. 20여분쯤 올랐을까.방금까지 산을 덮었던 원시림은 온데간데 없고 밖은 온통 초록세상이다.버스에서 내려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됐다.중국 장백산보호국의 조선족 가이드인 야생화전문가 안이호(38)씨에게 물어보니 해발 1700m란다. “바람과 땅속 화산재 때문에 나무가 자랄수 없습니다.화산재를 덮은 흙 깊이가 20∼30cm밖에 안되기 때문에 나무 뿌리가 밑으로 뻗지를 못해요.조금 자라다가도 거센 바람을 만나 이내 뽑혀버리고 맙니다.” 등산로 양쪽 구릉지에선 꽃잔치가 벌어지고 있다.주인공은 노란만병초(萬病草).연노랑 꽃잎이 탐스러운 이 식물은 글자 그대로 만병에 효과가 있다는 약초다.이름에 얽힌 전설이 그럴듯하다.그 옛날 백두산 아래 한 마을에 병든 시어머니를 수발하던 며느리가 있었다.효심에 감복한 호랑이가 씨앗을 몇개 물어다 준 것을 심었더니 싹이 트고 예쁜 꽃이 피더란다.시어머니는 잎을 따서 달인 것을 마시고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았다고 한다.노란만병초는 천지에 이를 때까지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며 자태를 뽐낸다.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지면서 꽃이 싱싱하고,일부는 아직 봉오리 상태다. 버스에서 내린 지 2시간여 만에 천지에 닿았다.중국과 북한 국경을 표시하는 5호경계비가 서있는 곳이다.경계비 오른쪽(남쪽)은 북한땅,왼쪽(북쪽)은 중국땅이다.초소라도 있을 법하지만 아무도 지키는 이가 없다.관광객들은 마음대로 북한땅을 밟는다는 기분 때문인지 몇번씩이나 경계비 양쪽을 들락거리며 뛰어다닌다. 안개가 옅게 끼었지만 천지의 모습은 비교적 뚜렷했다.천지 오른쪽,북한쪽으로 백두산 최고봉인 장군봉(2749m)을 위시해 심기봉,고준봉,해발봉,단결봉,제비봉 등이 우뚝우뚝 솟아 있다.왼쪽(중국)으로는 마천봉,청석봉,백운봉(장백산),지반봉,천문봉 등이 이어지며 천지를 감싸고 있다. 본격적인 꽃길 트레킹은 경계비부터 시작된다.천지를 오른쪽으로 끼고,중국쪽 봉우리들을 넘거나,때로는 에둘러서 소천지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천지에 오르기까지 본 야생화들은 맛보기에 불과했다.마천봉을 넘어 청석봉 뒤로 이어지는 대평원에선 그야말로 꽃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노란만병초는 물론,진보랏빛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두메자운,하얀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모양의 개감채,이름 만큼이나 소박하면서도 예쁜 구름국화,흰동백을 따서 뿌려놓은 뜻한 담자리꽃,금매화 등등.꽃을 사랑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어떤 이들은 꽃이 밟히는 것이 안타까워 안절부절못하고,또 다른 이들은 아예 꽃밭에 눕거나 업드려 향기를 만끽한다. 안이호씨는 백두산 해발 1700m 이상 고원지대에 서식하는 야생화는 170여종이라고 설명한다.개화기는 6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가장 화려한 시기는 7월 초·중순이다. 만병초를 시작으로 두메자운,담자리꽃,담자리참꽃,하늘매발톱 등이 차례로 꽃을 피운다.가장 먼저 피는 만병초는 해발 2000m 이하에선 이미 지는 추세.꼭 꽃이 아니라도 촘촘히 얽혀 자란 풀과 이끼가 덮인 바닥을 밟는 촉감은 푹신하고 부드럽다.발등까지 쏙쏙 묻히며 한걸음씩 내디딜 때 기분은 이미 하늘을 난다. “이렇게 넓고 부드러운 고원은 처음입니다.백두산 하면 천지를 먼저 떠올리지만 저는 실상 이 고원지대가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트레킹에 참가한 한 공기업체 간부 정천은(52)씨의 입에선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백두산에 대한 찬사가 끊일 줄 모른다. 중국쪽 최고봉인 백운봉(2691)을 에둘러 금병봉쪽으로 가는 동안 오른쪽은 두메자운 군락지가 이어진다.두메자운의 보랏빛과 천지의 옥색 물빛,그리고 희미하게 낀 운무가 어울려 신비스러운 기운을 느끼게 한다. 백운봉을 지나 하산이 시작되면서 꽃의 종류가 조금씩 달라진다.가장 많은 게 담자리참꽃.꽃모양은 진달래인데 나무키는 한뼘도 채 안 된다.‘난쟁이 진달래꽃’이란 별명을 붙여주고 싶다.또 풀속에 숨듯이 머리만 살짝 내민 비로용담,어린 계집아이 머리에 달린 리본 같은 미나리아재비도 제법 많다. 좀 더 고도가 낮아지고 종착점이 가까워지면서 키를 넘는 수목지대가 이어진다.나무 아래는 온통 원추리 군락이다.아직은 꽃이 피지 않았지만 10일쯤 지나면 이 일대가 온통 원추리꽃 물결로 뒤덮인다고 한다. 글 백두산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어떤 코스있나? ●체력짱엔 서파코스 서파코스 트레킹은 길다.5호 경계비에 올라 청석봉,백운봉,금병봉 등을 거쳐 소천지로 내려오려면 보통 10시간은 걸린다.또 기상이 변화무쌍해 악천후라도 만나면 2∼3시간 더 늦어지기 일쑤다.이날도 산행 12시간중 7시간 동안 비가 와 애를 먹었다.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우비를 착용했음에도 하의가 흠뻑 젖었다.등산로가 나 있지 않은 곳도 많으므로 비가 올 때 무리에서 떨어지면 길을 잃고 조난당하기 쉽다. 서파 트레킹은 그래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반팔과 긴팔 옷,등산복,윈드재킷,우의,면장갑,손전등,방수 등산화는 필수.일교차가 심하므로 보온용 스웨터도 하나쯤 넣어가자.보통 새벽 3시쯤 등산에 나서므로,도시락도 2개가 필요하다.초콜릿이나 오이 등 간식거리도 챙기자. ●쉬엄쉬엄 북파코스 체력에 자신이 없다면 비교적 쉬운 북파코스를 선택하자.서파트레킹에서 중간에 체력이 바닥나 하산할 때 엄청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았다.북파코스는 지프를 타고 천지 턱밑까지 올라가 걸어서 10분이면 천지에 닿는다.천지부터 천문봉,철벽봉을 거쳐 장백폭포쪽으로 내려오는 3시간 코스다.백두산 여행상품을 선택할 때 자신에게 맞는 코스가 있는지 먼저 알아보는 게 좋다. ■두만강 따라 걷다 북한 엿보기 두만강을 따라 강 건너 북한을 들여다보는 것도 이곳 여행의 묘미다. 백두산 북쪽 산문을 나와 얼다오바이허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두만강으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비포장도로를 30분쯤 달리니 두만강 발원지다.2∼3평 남짓한 웅덩이에 불과하다.웅덩이 건너편은 북한땅.50여m 떨어진 숲속에 북한군의 벙커가 보인다. 발원지서 시작된 강을 오른쪽으로 끼고 올라갔다.버스 차창을 통해 강 건너 북한의 모습들이 70년대 이전의 흑백영화 장면처럼 휙휙 지나간다.폐가를 연상케 하는 집들과,까맣게 그을린 주민들의 모습이 간간이 보인다. 북한 청소년 대여섯명이 두만강에서 천렵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자 버스가 선다.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좀 더 가까이 보여주기 위한 여행사측의 배려.말이 강이지 폭이 15m 정도밖에 안 되는 개천이다.물 깊이가 무릎에도 못 미친다.넘어오려고 하면 어린아이라도 가능할 것 같다. “무엇을 잡느냐?”며 큰 소리로 말을 걸면서 사진을 찍자 한 북한 청년이 “찍지만 말고 사진을 꼭 보내달라.”고 대꾸한다.하지만 수십명의 관광객들이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어대자 부담스러웠는지 이내 족대를 걷어 마을 쪽으로 돌아간다. 강건너 마을 뒤편 산에 나무가 없다.식량이 궁한 주민들이 산꼭대기까지 밭을 일궜기 때문이다.가이드는 “저렇게 어렵게 일구어 씨를 뿌려도 폭우가 쏟아지면 모두 쓸려내려가 식량 한톨 얻기 어렵다.”며 정말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안타까워한다. 강을 따라 올라가니 김일성이 생전에 즐겼다는 김일성낚시터가 나온다.북한측이 주민들을 교화하는 애국주의 교양기지로 활용한다는 곳.여기서 좀 더 올라가자 북한 무산으로 건너가는 교량이 있는 충산(崇善)으로 이어진다.교량 끝 북한 초소에서 북한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을 뿐,국경에서 느낄 법한 긴장감은 느끼기 어렵다. “옌볜이 한국보다 30년쯤 뒤졌다면,북한은 옌볜보다 또 30년쯤 떨어져 있지요.” 친척 방문을 위해 북한을 서너번 다녀왔다는 조선족 가이드의 말이 가슴을 누른다. ●항공편 및 교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중국 북방항공에서 인천∼옌지 직항편을 띄운다.왕복 항공료는 50만원 정도.조선족의 왕래가 많아 단체나 비수기 할인율이 매우 낮은 편.따라서 여행사들은 선양(瀋陽)이나 창춘(長春),다롄(大連)을 경유해 옌지(延吉)로 들어가는 일정으로 상품을 구성한다.옌지에서 백두산으로 가려면 룽징(龍井),허룽(和龍)을 거쳐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까지 온 다음 서파와 북파 코스로 갈라진다.얼다오바이허에서 북파코스를 위한 장백산산문까지는 포장이 잘돼 있어 30분 정도면 갈 수 있다.그러나 서파코스를 위한 서파산문까지는 백두산 아래 북서쪽을 관통하는 비포장도로를 3시간 정도 달려야 한다.따라서 서파코스 트레킹을 위해선 산행 전날 서파산문에서 가까운 쑹장허(松江河)에서 하룻밤 묵어야 한다.버스의 경우 옌지∼쑹장허는 7시간 정도,옌지∼장백산산문은 5시간쯤 걸린다.옌지나 얼다오바이허에서 택시나 지프를 빌려 백두산까지 갈 수도 있다.비용은 하루 400∼500위안. ■강추! 백두산 비경중의 비경 ●천지 백두산 천지에 오르면서 가이드가 들려주는 우스개. ‘천지에 올라 천지를 못 보는 사람이 천지라서 천지’란다. 실제로 백두산에 올라가 비교적 윤곽이 뚜렷한 천지를 볼 확률은 20% 정도라고 한다.트레킹에 나선 날도 천지를 제대로 본 시간은 2시간에 불과했다.올라갈 땐 비교적 맑았으나,트레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우로 바뀌었다.중간에 2시간 정도는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하늘이 드러나며 천지가 신비스러운 자태를 보여주었다. 가이드는 하산길에 “여러분은 맑은 날의 천지와 흐린날의 천지,폭우속의 천지를 맛보았으니 백두산을 세번 온 것이라고 생각하세요.”라며 지쳐 있는 사람들을 위로했다. 천지엔 산천어가 산다.80년대 초반 북한측에서 붕어 등 몇가지 물고기를 넣었으나 소멸됐고,이후 87년 산천어를 넣었는데 크게 번식해 천지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가끔 천지에 그물을 쳐 산천어를 잡는데,큰 것은 3㎏이 넘는다고 한다.가끔 북한 군인들이 그물째 거두어가기도 한다고.천지엔 원래 산천어가 먹을 만한 작은 물고기 등 먹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산천어의 먹이는 천지 주변의 고산화원의 곤충들이다.꽃에 붙어 있던 나비나 벌 등이 거센 바람이 불 때 속절없이 천지에 떨어져 수면을 덮고,산천어는 이들을 먹는다. ●금강대협곡 북파코스 방향으로 천지 7㎞쯤 못 미친 곳에 오면 금강대협곡이라는 거대한 계곡이 나온다.목재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1시간 정도 걷는 동안 만나게 되는 이곳은 화산활동에 의해 생긴 특이한 지형이다.화산 폭발때 지반이 약한 곳이 꺼져들면서 90∼100m 깊이의 V자형 협곡이 생겨났다.이곳에 침엽수림이 울창하게 자라 지하삼림이 만들어졌다. 산책로 주변엔 아름드리 가문비나무와 전나무 등이 하늘을 가릴 듯 뻗어 있고,30∼40m 높이의 고목들이 쓰러져 썩어가면서 짙은 나무향을 뿜어낸다.금강대협곡은 지난 87년 발견돼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백두산의 대표적 볼거리다. 천지 물이 남쪽 달문을 통해 흘러나와 장쾌하게 떨어지는 장백폭포,폭포에서 3㎞쯤 더 내려오면 만나는 소천지도 들를 만하다. 소천지는 물이 거울처럼 맑고,둘레에는 아름드리 사스레나무들이 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나무꾼과 선녀’의 전설이 담겨 있는 곳이다.장백폭포 아래쪽 개울에선 섭씨 80도가 넘는 중탄산나트륨 온천이 솟는다.마치 용이 입김을 뿜는 것 같다고 해 취룡(聚龍)온천이라고 불리는 곳.곳곳에서 온천물에 삶은 계란을 판다.우리 돈으로 ‘1000원에 3개’라고 써놨다.온천탕도 마련해 놓았다.시설은 허름하지만 물은 좋다.입욕료는 우리돈으로 1만원 정도. ■꼬치구이도 맛보세요 ●숙박과 먹을거리,환전 옌지나 장백산산문 인근엔 4성급 호텔이 있어 숙박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옌지시의 백산호텔,소천지 인근의 장백산국제호텔은 시설이 깔끔한 편이다.하지만 서파코스를 위해 묵는 쑹장허는 매우 열악하다. 옌지에서 하루 묵는다면 시내에 나가 꼬치구이를 맛보자.백산호텔에서 중심가쪽으로 10분쯤 걸어가면 골목마다 ‘뀀점’이란 간판이 즐비한데,바로 꼬치구이집이다.꼬치 메뉴가 소갈비와 닭똥집,닭날개,닭심장,양고기 등 30여가지나 된다.고기 4∼5점을 쇠꼬챙이에 끼워 숯불에 구워먹는다. 1꼬챙이에 0.5위안부터 3위안까지.맛본 것중 우설(소혀)이 고소하고 쫄깃해 가장 기억에 남는다.4명이 꼬치를 골고루 15개 정도를 구워먹으면서 이과두주 4병,칭다오맥주 2병을 마셨는데 모두 53위안(8000원).너무 싸 감동적인 곳이다.중국돈 1위안은 우리돈으로 150원 정도. ●여행 패키지 세일여행사가 3박4일 및 4박5일 백두산 야생화트레킹 상품을 판매중이다.모두 노팁,노옵션 상품.3박4일은 인천∼선양∼옌지를 거쳐 백두산 북파코스를 오른다.천문봉∼철벽봉∼천지∼달문∼장백폭포로 이어지는 코스다.두만강 도문에서 북한쪽을 조망하고,룽징의 대성중학교,해란강,일송정도 돌아본다.22일,29일,8월12일,8월26일 각각 24명 출발.요금은 85만원(8월26일은 79만원).서파트레킹을 포함한 4박5일 패키지(14일 출발)는 91만원.(02)737-3031.
  • 도전! 백두산 꽃길 트래킹

    장맛비와 무더위가 교차하는 요즘,백두산 고원지대엔 봄이 한창이다.초록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구릉지엔 각양각색의 야생화들이 알록달록 수를 놓고,산기슭 군데군데 얼어붙은 눈더미는 마치 남극 바다를 떠다니는 빙하같다. 이맘때의 천지 주변은 ‘고산화원’(高山花園)‘천상화원’(天上花園)으로 불린다.예부터 한민족의 정기를 상징한다는 백두산 천지는 그 새파란 물빛이 서슬 푸른 9척 장수의 부릅뜬 눈을 보는 듯하다.천지 주위를 덮은 꽃밭은 개선장군의 목에 두른 꽃다발이라고나 할까.야생화가 절정에 이른다는 7월 초,백두산을 종주하는 꽃길 트레킹을 다녀왔다. 백두산 서쪽 기슭에 자리잡은 마을 쑹장허(松江河).서파코스로 오르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하늘아래 첫동네’다.대부분 이곳에서 하룻밤 묵고 이른 새벽 산에 오른다.새벽 3시,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여명속에 숙소를 나섰다.기다란 뱀이 기어오르듯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버스를 타고 오른다.예전에 벌목을 위해 낸 길을 깔끔하게 포장했다. 20여분쯤 올랐을까.방금까지 산을 덮었던 원시림은 온데간데 없고 밖은 온통 초록세상이다.버스에서 내려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됐다.중국 장백산보호국의 조선족 가이드인 야생화전문가 안이호(38)씨에게 물어보니 해발 1700m란다. “바람과 땅속 화산재 때문에 나무가 자랄수 없습니다.화산재를 덮은 흙 깊이가 20∼30cm밖에 안되기 때문에 나무 뿌리가 밑으로 뻗지를 못해요.조금 자라다가도 거센 바람을 만나 이내 뽑혀버리고 맙니다.” 등산로 양쪽 구릉지에선 꽃잔치가 벌어지고 있다.주인공은 노란만병초(萬病草).연노랑 꽃잎이 탐스러운 이 식물은 글자 그대로 만병에 효과가 있다는 약초다.이름에 얽힌 전설이 그럴듯하다.그 옛날 백두산 아래 한 마을에 병든 시어머니를 수발하던 며느리가 있었다.효심에 감복한 호랑이가 씨앗을 몇개 물어다 준 것을 심었더니 싹이 트고 예쁜 꽃이 피더란다.시어머니는 잎을 따서 달인 것을 마시고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았다고 한다.노란만병초는 천지에 이를 때까지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며 자태를 뽐낸다.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지면서 꽃이 싱싱하고,일부는 아직 봉오리 상태다. 버스에서 내린 지 2시간여 만에 천지에 닿았다.중국과 북한 국경을 표시하는 5호경계비가 서있는 곳이다.경계비 오른쪽(남쪽)은 북한땅,왼쪽(북쪽)은 중국땅이다.초소라도 있을 법하지만 아무도 지키는 이가 없다.관광객들은 마음대로 북한땅을 밟는다는 기분 때문인지 몇번씩이나 경계비 양쪽을 들락거리며 뛰어다닌다. 안개가 옅게 끼었지만 천지의 모습은 비교적 뚜렷했다.천지 오른쪽,북한쪽으로 백두산 최고봉인 장군봉(2749m)을 위시해 심기봉,고준봉,해발봉,단결봉,제비봉 등이 우뚝우뚝 솟아 있다.왼쪽(중국)으로는 마천봉,청석봉,백운봉(장백산),지반봉,천문봉 등이 이어지며 천지를 감싸고 있다. 본격적인 꽃길 트레킹은 경계비부터 시작된다.천지를 오른쪽으로 끼고,중국쪽 봉우리들을 넘거나,때로는 에둘러서 소천지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천지에 오르기까지 본 야생화들은 맛보기에 불과했다.마천봉을 넘어 청석봉 뒤로 이어지는 대평원에선 그야말로 꽃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노란만병초는 물론,진보랏빛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두메자운,하얀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모양의 개감채,이름 만큼이나 소박하면서도 예쁜 구름국화,흰동백을 따서 뿌려놓은 뜻한 담자리꽃,금매화 등등.꽃을 사랑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어떤 이들은 꽃이 밟히는 것이 안타까워 안절부절못하고,또 다른 이들은 아예 꽃밭에 눕거나 업드려 향기를 만끽한다. 안이호씨는 백두산 해발 1700m 이상 고원지대에 서식하는 야생화는 170여종이라고 설명한다.개화기는 6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가장 화려한 시기는 7월 초·중순이다. 만병초를 시작으로 두메자운,담자리꽃,담자리참꽃,하늘매발톱 등이 차례로 꽃을 피운다.가장 먼저 피는 만병초는 해발 2000m 이하에선 이미 지는 추세.꼭 꽃이 아니라도 촘촘히 얽혀 자란 풀과 이끼가 덮인 바닥을 밟는 촉감은 푹신하고 부드럽다.발등까지 쏙쏙 묻히며 한걸음씩 내디딜 때 기분은 이미 하늘을 난다. “이렇게 넓고 부드러운 고원은 처음입니다.백두산 하면 천지를 먼저 떠올리지만 저는 실상 이 고원지대가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트레킹에 참가한 한 공기업체 간부 정천은(52)씨의 입에선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백두산에 대한 찬사가 끊일 줄 모른다. 중국쪽 최고봉인 백운봉(2691)을 에둘러 금병봉쪽으로 가는 동안 오른쪽은 두메자운 군락지가 이어진다.두메자운의 보랏빛과 천지의 옥색 물빛,그리고 희미하게 낀 운무가 어울려 신비스러운 기운을 느끼게 한다. 백운봉을 지나 하산이 시작되면서 꽃의 종류가 조금씩 달라진다.가장 많은 게 담자리참꽃.꽃모양은 진달래인데 나무키는 한뼘도 채 안 된다.‘난쟁이 진달래꽃’이란 별명을 붙여주고 싶다.또 풀속에 숨듯이 머리만 살짝 내민 비로용담,어린 계집아이 머리에 달린 리본 같은 미나리아재비도 제법 많다. 좀 더 고도가 낮아지고 종착점이 가까워지면서 키를 넘는 수목지대가 이어진다.나무 아래는 온통 원추리 군락이다.아직은 꽃이 피지 않았지만 10일쯤 지나면 이 일대가 온통 원추리꽃 물결로 뒤덮인다고 한다. 글 백두산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어떤 코스있나? ●체력짱엔 서파코스 서파코스 트레킹은 길다.5호 경계비에 올라 청석봉,백운봉,금병봉 등을 거쳐 소천지로 내려오려면 보통 10시간은 걸린다.또 기상이 변화무쌍해 악천후라도 만나면 2∼3시간 더 늦어지기 일쑤다.이날도 산행 12시간중 7시간 동안 비가 와 애를 먹었다.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우비를 착용했음에도 하의가 흠뻑 젖었다.등산로가 나 있지 않은 곳도 많으므로 비가 올 때 무리에서 떨어지면 길을 잃고 조난당하기 쉽다. 서파 트레킹은 그래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반팔과 긴팔 옷,등산복,윈드재킷,우의,면장갑,손전등,방수 등산화는 필수.일교차가 심하므로 보온용 스웨터도 하나쯤 넣어가자.보통 새벽 3시쯤 등산에 나서므로,도시락도 2개가 필요하다.초콜릿이나 오이 등 간식거리도 챙기자. ●쉬엄쉬엄 북파코스 체력에 자신이 없다면 비교적 쉬운 북파코스를 선택하자.서파트레킹에서 중간에 체력이 바닥나 하산할 때 엄청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았다.북파코스는 지프를 타고 천지 턱밑까지 올라가 걸어서 10분이면 천지에 닿는다.천지부터 천문봉,철벽봉을 거쳐 장백폭포쪽으로 내려오는 3시간 코스다.백두산 여행상품을 선택할 때 자신에게 맞는 코스가 있는지 먼저 알아보는 게 좋다. ■두만강 따라 걷다 북한 엿보기 두만강을 따라 강 건너 북한을 들여다보는 것도 이곳 여행의 묘미다. 백두산 북쪽 산문을 나와 얼다오바이허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두만강으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비포장도로를 30분쯤 달리니 두만강 발원지다.2∼3평 남짓한 웅덩이에 불과하다.웅덩이 건너편은 북한땅.50여m 떨어진 숲속에 북한군의 벙커가 보인다. 발원지서 시작된 강을 오른쪽으로 끼고 올라갔다.버스 차창을 통해 강 건너 북한의 모습들이 70년대 이전의 흑백영화 장면처럼 휙휙 지나간다.폐가를 연상케 하는 집들과,까맣게 그을린 주민들의 모습이 간간이 보인다. 북한 청소년 대여섯명이 두만강에서 천렵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자 버스가 선다.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좀 더 가까이 보여주기 위한 여행사측의 배려.말이 강이지 폭이 15m 정도밖에 안 되는 개천이다.물 깊이가 무릎에도 못 미친다.넘어오려고 하면 어린아이라도 가능할 것 같다. “무엇을 잡느냐?”며 큰 소리로 말을 걸면서 사진을 찍자 한 북한 청년이 “찍지만 말고 사진을 꼭 보내달라.”고 대꾸한다.하지만 수십명의 관광객들이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어대자 부담스러웠는지 이내 족대를 걷어 마을 쪽으로 돌아간다. 강건너 마을 뒤편 산에 나무가 없다.식량이 궁한 주민들이 산꼭대기까지 밭을 일궜기 때문이다.가이드는 “저렇게 어렵게 일구어 씨를 뿌려도 폭우가 쏟아지면 모두 쓸려내려가 식량 한톨 얻기 어렵다.”며 정말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안타까워한다. 강을 따라 올라가니 김일성이 생전에 즐겼다는 김일성낚시터가 나온다.북한측이 주민들을 교화하는 애국주의 교양기지로 활용한다는 곳.여기서 좀 더 올라가자 북한 무산으로 건너가는 교량이 있는 충산(崇善)으로 이어진다.교량 끝 북한 초소에서 북한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을 뿐,국경에서 느낄 법한 긴장감은 느끼기 어렵다. “옌볜이 한국보다 30년쯤 뒤졌다면,북한은 옌볜보다 또 30년쯤 떨어져 있지요.” 친척 방문을 위해 북한을 서너번 다녀왔다는 조선족 가이드의 말이 가슴을 누른다. ●항공편 및 교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중국 북방항공에서 인천∼옌지 직항편을 띄운다.왕복 항공료는 50만원 정도.조선족의 왕래가 많아 단체나 비수기 할인율이 매우 낮은 편.따라서 여행사들은 선양(瀋陽)이나 창춘(長春),다롄(大連)을 경유해 옌지(延吉)로 들어가는 일정으로 상품을 구성한다.옌지에서 백두산으로 가려면 룽징(龍井),허룽(和龍)을 거쳐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까지 온 다음 서파와 북파 코스로 갈라진다.얼다오바이허에서 북파코스를 위한 장백산산문까지는 포장이 잘돼 있어 30분 정도면 갈 수 있다.그러나 서파코스를 위한 서파산문까지는 백두산 아래 북서쪽을 관통하는 비포장도로를 3시간 정도 달려야 한다.따라서 서파코스 트레킹을 위해선 산행 전날 서파산문에서 가까운 쑹장허(松江河)에서 하룻밤 묵어야 한다.버스의 경우 옌지∼쑹장허는 7시간 정도,옌지∼장백산산문은 5시간쯤 걸린다.옌지나 얼다오바이허에서 택시나 지프를 빌려 백두산까지 갈 수도 있다.비용은 하루 400∼500위안. ■강추! 백두산 비경중의 비경 ●천지 백두산 천지에 오르면서 가이드가 들려주는 우스개. ‘천지에 올라 천지를 못 보는 사람이 천지라서 천지’란다. 실제로 백두산에 올라가 비교적 윤곽이 뚜렷한 천지를 볼 확률은 20% 정도라고 한다.트레킹에 나선 날도 천지를 제대로 본 시간은 2시간에 불과했다.올라갈 땐 비교적 맑았으나,트레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우로 바뀌었다.중간에 2시간 정도는 언제 그랬냐는 듯 파란 하늘이 드러나며 천지가 신비스러운 자태를 보여주었다. 가이드는 하산길에 “여러분은 맑은 날의 천지와 흐린날의 천지,폭우속의 천지를 맛보았으니 백두산을 세번 온 것이라고 생각하세요.”라며 지쳐 있는 사람들을 위로했다. 천지엔 산천어가 산다.80년대 초반 북한측에서 붕어 등 몇가지 물고기를 넣었으나 소멸됐고,이후 87년 산천어를 넣었는데 크게 번식해 천지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가끔 천지에 그물을 쳐 산천어를 잡는데,큰 것은 3㎏이 넘는다고 한다.가끔 북한 군인들이 그물째 거두어가기도 한다고.천지엔 원래 산천어가 먹을 만한 작은 물고기 등 먹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산천어의 먹이는 천지 주변의 고산화원의 곤충들이다.꽃에 붙어 있던 나비나 벌 등이 거센 바람이 불 때 속절없이 천지에 떨어져 수면을 덮고,산천어는 이들을 먹는다. ●금강대협곡 북파코스 방향으로 천지 7㎞쯤 못 미친 곳에 오면 금강대협곡이라는 거대한 계곡이 나온다.목재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1시간 정도 걷는 동안 만나게 되는 이곳은 화산활동에 의해 생긴 특이한 지형이다.화산 폭발때 지반이 약한 곳이 꺼져들면서 90∼100m 깊이의 V자형 협곡이 생겨났다.이곳에 침엽수림이 울창하게 자라 지하삼림이 만들어졌다. 산책로 주변엔 아름드리 가문비나무와 전나무 등이 하늘을 가릴 듯 뻗어 있고,30∼40m 높이의 고목들이 쓰러져 썩어가면서 짙은 나무향을 뿜어낸다.금강대협곡은 지난 87년 발견돼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백두산의 대표적 볼거리다. 천지 물이 남쪽 달문을 통해 흘러나와 장쾌하게 떨어지는 장백폭포,폭포에서 3㎞쯤 더 내려오면 만나는 소천지도 들를 만하다. 소천지는 물이 거울처럼 맑고,둘레에는 아름드리 사스레나무들이 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나무꾼과 선녀’의 전설이 담겨 있는 곳이다.장백폭포 아래쪽 개울에선 섭씨 80도가 넘는 중탄산나트륨 온천이 솟는다.마치 용이 입김을 뿜는 것 같다고 해 취룡(聚龍)온천이라고 불리는 곳.곳곳에서 온천물에 삶은 계란을 판다.우리 돈으로 ‘1000원에 3개’라고 써놨다.온천탕도 마련해 놓았다.시설은 허름하지만 물은 좋다.입욕료는 우리돈으로 1만원 정도. ■꼬치구이도 맛보세요 ●숙박과 먹을거리,환전 옌지나 장백산산문 인근엔 4성급 호텔이 있어 숙박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옌지시의 백산호텔,소천지 인근의 장백산국제호텔은 시설이 깔끔한 편이다.하지만 서파코스를 위해 묵는 쑹장허는 매우 열악하다. 옌지에서 하루 묵는다면 시내에 나가 꼬치구이를 맛보자.백산호텔에서 중심가쪽으로 10분쯤 걸어가면 골목마다 ‘뀀점’이란 간판이 즐비한데,바로 꼬치구이집이다.꼬치 메뉴가 소갈비와 닭똥집,닭날개,닭심장,양고기 등 30여가지나 된다.고기 4∼5점을 쇠꼬챙이에 끼워 숯불에 구워먹는다. 1꼬챙이에 0.5위안부터 3위안까지.맛본 것중 우설(소혀)이 고소하고 쫄깃해 가장 기억에 남는다.4명이 꼬치를 골고루 15개 정도를 구워먹으면서 이과두주 4병,칭다오맥주 2병을 마셨는데 모두 53위안(8000원).너무 싸 감동적인 곳이다.중국돈 1위안은 우리돈으로 150원 정도. ●여행 패키지 세일여행사가 3박4일 및 4박5일 백두산 야생화트레킹 상품을 판매중이다.모두 노팁,노옵션 상품.3박4일은 인천∼선양∼옌지를 거쳐 백두산 북파코스를 오른다.천문봉∼철벽봉∼천지∼달문∼장백폭포로 이어지는 코스다.두만강 도문에서 북한쪽을 조망하고,룽징의 대성중학교,해란강,일송정도 돌아본다.22일,29일,8월12일,8월26일 각각 24명 출발.요금은 85만원(8월26일은 79만원).서파트레킹을 포함한 4박5일 패키지(14일 출발)는 91만원.(02)737-3031.˝
  • 의문사위·퇴역장성 날 세운 설전

    남파간첩과 빨치산의 민주화운동 인정 여부를 놓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퇴역장성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의문사위 회의실에서 1시간10분 남짓 진행된 면담에서는 시종 항의와 반박,설전이 이어졌다. 이 자리는 남파간첩 등에 대한 의문사위의 ‘민주화운동 인정’ 결정 직후 퇴역장성 모임인 ‘성우회’가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의문사위에 면담을 요청해 마련됐다. ●남파간첩이 민주화 인사인가 이들은 한상범 위원장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의 건강에 대해 덕담을 나눴지만,면담장에 마주 앉자 분위기는 돌변했다. 오자복 성우회 회장은 공개질의서를 읽으며 “비전향 장기수들이 죽는 순간까지 신봉했던 지상의 가치는 공산주의 1당 독재였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공산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죽음이 민주화운동이냐.”고 따졌다. 그는 “1기 의문사위에서 기각된 것을 2기에서 인정한 것은 국가의 기초를 부인하는 논리적 모순”이라며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한때 공산주의에 빠졌다고해서 영원히 법 밖에 두고 고문할 수 있다는 논리는 법치주의가 아니다.이런 사람들도 법의 보호 규정 안에서 다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세계관에 대한 심사는 국가의 권리가 아니다.”라면서 “이번 결정을 공산주의를 찬성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의문사위 해체 등을 주장하면서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결정문과 사건내용,법률 등을 꼼꼼히 참고해 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희수 의문사위 제1상임위원도 “헌법에 규정된 민주공화국의 최고의 가치는 인간답게 살 권리”라면서 “사상전향 공작 과정에서 억울하게 죽은 이들은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민주화 운동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상훈 재향군인회장은 “그들은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남파된 사람들”이라면서 “그들이 민주화 인사면 김일성·김정일은 민주화운동의 대부고 호국용사들은 반민주 인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위원장은 “단순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생산성도 없다.”면서 “남파 간첩이었던 김창순씨는 북한문제연구소장이 됐고,빨치산 출신 이우태씨는 민주산악회 활동도 하고 국회의원도 했다.”고 예를 들었다. 이 회장이 지지 않고 “그들은 전향을 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하자, 한 위원장이 “전향제도는 이미 폐지됐고 UN인권위,미 국무부,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 등에서도 부당함을 지적했다.개인의 사상이나 양심을 심사하는 것은 국가의 권한이 아니다.”라고 재반론을 펼쳤다. 이기욱 의문사위 위원도 “역지사지의 자세도 필요하다.”면서 “북파 간첩이 붙잡혔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그러나 그 사람이 전향을 강요당하며 고문당했고 이에 저항했다면 북한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식·감정에서 납득할 수 없어 김인기 공군전우회장은 “법리적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선에서 논하는 것”이라면서 “장기수들의 억울한 죽음에는 동의하지만 이들이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법보다 상식이 편리하지만 상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지 않으냐.”면서 “우리의 결정도 빨갱이나 좌익을 존중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 회장은 “하지만 해를 끼친 게 더 크지 않으냐.”면서 “작은 공로가 있다고 해서 민주화 인사로 인정하는 건 납득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위원은 “이번에(위원회 결정이) 4대3으로 나온 점을 주목해 달라.”면서 “여러분과 논리나 논거가 다를지는 몰라도 반대 견해도 있었고,어찌 보면 죄가 더 크다고도 할 수 있지만,죽음으로 항거했다는 것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인균 성우회 사무총장은 그러나 “법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게 있다.그들은 어디까지나 우리나라를 전복하러 온 적이고 그들과 북한의 다른 동포,민족은 구별해야 할 것이며 국민에겐 법 이전에 감정이 있다.”면서 “이런 것을 모르니까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라고 호통을 치자 의문사위측에서도 “표현을 삼가라.”라고 맞받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대한상이군경회 등 보수인사들은 의문사위 앞에서 항의농성을 벌였다. 국민행동·친북좌익척결본부 서정갑 본부장은 “의문사위 위원장 체포조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일간지에 내겠다.”고 주장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의문사위·퇴역장성 날 세운 설전

    의문사위·퇴역장성 날 세운 설전

    남파간첩과 빨치산의 민주화운동 인정 여부를 놓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퇴역장성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송동 의문사위 회의실에서 1시간10분 남짓 진행된 면담에서는 시종 항의와 반박,설전이 이어졌다. 이 자리는 남파간첩 등에 대한 의문사위의 ‘민주화운동 인정’ 결정 직후 퇴역장성 모임인 ‘성우회’가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의문사위에 면담을 요청해 마련됐다. ●남파간첩이 민주화 인사인가 이들은 한상범 위원장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의 건강에 대해 덕담을 나눴지만,면담장에 마주 앉자 분위기는 돌변했다. 오자복 성우회 회장은 공개질의서를 읽으며 “비전향 장기수들이 죽는 순간까지 신봉했던 지상의 가치는 공산주의 1당 독재였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공산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죽음이 민주화운동이냐.”고 따졌다. 그는 “1기 의문사위에서 기각된 것을 2기에서 인정한 것은 국가의 기초를 부인하는 논리적 모순”이라며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한때 공산주의에 빠졌다고해서 영원히 법 밖에 두고 고문할 수 있다는 논리는 법치주의가 아니다.이런 사람들도 법의 보호 규정 안에서 다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세계관에 대한 심사는 국가의 권리가 아니다.”라면서 “이번 결정을 공산주의를 찬성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의문사위 해체 등을 주장하면서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결정문과 사건내용,법률 등을 꼼꼼히 참고해 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희수 의문사위 제1상임위원도 “헌법에 규정된 민주공화국의 최고의 가치는 인간답게 살 권리”라면서 “사상전향 공작 과정에서 억울하게 죽은 이들은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민주화 운동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상훈 재향군인회장은 “그들은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남파된 사람들”이라면서 “그들이 민주화 인사면 김일성·김정일은 민주화운동의 대부고 호국용사들은 반민주 인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위원장은 “단순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생산성도 없다.”면서 “남파 간첩이었던 김창순씨는 북한문제연구소장이 됐고,빨치산 출신 이우태씨는 민주산악회 활동도 하고 국회의원도 했다.”고 예를 들었다. 이 회장이 지지 않고 “그들은 전향을 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하자, 한 위원장이 “전향제도는 이미 폐지됐고 UN인권위,미 국무부,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 등에서도 부당함을 지적했다.개인의 사상이나 양심을 심사하는 것은 국가의 권한이 아니다.”라고 재반론을 펼쳤다. 이기욱 의문사위 위원도 “역지사지의 자세도 필요하다.”면서 “북파 간첩이 붙잡혔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그러나 그 사람이 전향을 강요당하며 고문당했고 이에 저항했다면 북한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식·감정에서 납득할 수 없어 김인기 공군전우회장은 “법리적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선에서 논하는 것”이라면서 “장기수들의 억울한 죽음에는 동의하지만 이들이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법보다 상식이 편리하지만 상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지 않으냐.”면서 “우리의 결정도 빨갱이나 좌익을 존중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 회장은 “하지만 해를 끼친 게 더 크지 않으냐.”면서 “작은 공로가 있다고 해서 민주화 인사로 인정하는 건 납득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위원은 “이번에(위원회 결정이) 4대3으로 나온 점을 주목해 달라.”면서 “여러분과 논리나 논거가 다를지는 몰라도 반대 견해도 있었고,어찌 보면 죄가 더 크다고도 할 수 있지만,죽음으로 항거했다는 것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인균 성우회 사무총장은 그러나 “법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게 있다.그들은 어디까지나 우리나라를 전복하러 온 적이고 그들과 북한의 다른 동포,민족은 구별해야 할 것이며 국민에겐 법 이전에 감정이 있다.”면서 “이런 것을 모르니까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라고 호통을 치자 의문사위측에서도 “표현을 삼가라.”라고 맞받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대한상이군경회 등 보수인사들은 의문사위 앞에서 항의농성을 벌였다. 국민행동·친북좌익척결본부 서정갑 본부장은 “의문사위 위원장 체포조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일간지에 내겠다.”고 주장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인간 김정일과 가려진 땅 북한

    인민복 차림을 트레이드 마크로 냉정한 독재자로만 알려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그런 그가 러시아 여기자와 수준급 실력의 왈츠를 추고,‘대부’‘007 시리즈’‘13일의 금요일’‘글래디에이터’ 등 할리우드 영화를 즐길 정도로 낭만적인 면도 갖고 있다고 한다.과연 독재자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김정일은 어떤 인물일까. 히스토리채널은 오는 8일 ‘국제사회가 본 김정일’(오전·오후 8시)과 ‘정적의 땅,북한’(오전·오후 9시) 등 북한 특집물 두 편을 잇따라 방영한다. ‘국제사회가 본 김정일’편에서는 독재자 김일성이 집권하게 된 과정과 그의 아들 김정일의 출생·성장 배경,그리고 부자세습으로 권력이 이양되는 과정,김정일의 우상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북한 현실에 관한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또 김일성의 사망후 북한의 지배자가 된 김정일이 조금씩 문호를 개방하면서 세계와 벌이는 ‘핵개발 줄다리기,벼랑끝 외교 전략’의 속내를 분석하고,북한의 미래를 예측한다.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빌 클린턴 전 대통령,조지 부시 대통령,납북됐던 영화배우 최은희·영화감독 신상옥 등 유명인사의 인터뷰도 소개한다. ‘정적의 땅,북한’편에서는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 사회 속에서 권력 기반을 놓치지 않고 있는 김정일의 철권 통치를 조명한다. 제작진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국가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수용소’인 북한 속 주민들의 생활상과 인권실태를 생생하게 고발한다.특히 대를 이은 독재정권이 계속 존립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심층 분석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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