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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시대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자화상 하면 떠오르는 작가는 빈센트 반 고흐일 것입니다. 그러나 서구 미술사에서 가장 많이 자신의 그림을 그린 거장은 렘브란트로 알고 있습니다. 생전에 10점이 넘는 자화상을 남겼습니다. 렘브란트는 17세기 르네상스시대에 살았습니다. 젊은 시절의 그에게 인간적인 패기가 느껴지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문예부흥의 시대가 저물어가던 말년에 그린 ‘쾰른 자화상’은 마치 유령을 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세상과의 오랜 불화를 견뎌낸 여유가 느껴집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보다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17세기 말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입니다. 고산 윤선도의 증손자로 알려져 있지만 조선시대 사실주의 화풍의 대가입니다. 남인이었던 그는 출세길이 막혀 막막했던 심경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자화상은 그의 대표작입니다. 허울이 아닌 사실을, 시대를 녹여버릴 듯한 강렬한 눈빛을 내뿜고 있습니다. 그의 수염은 떨리는 듯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시대,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애석하게도 웃는 얼굴이 아닙니다. 여섯 차례의 이사 끝에 겨우 마련한 집. 그러나 유명한 작품들의 상당수는 일본 등 외국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는 남산은 주한미군의 골프연습장에 가려 잘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헬기 소리로 요란합니다. 일제침탈과 한국전쟁, 그리고 독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굴곡은 이곳에선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다시 희망을 힘겹게 떠올려 봅니다. 먼 훗날에도 이 땅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고백’으로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겠지요. 당당하면서도 너그럽고, 가난하지 않아도 겸손한 우리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1층 고고관·역사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은 그 곳에 있었다. 후손들에게 기록을 남긴 역사(歷史)시대의 모습도, 지혜가 미치지 못해 문자를 남길 수 없어 유물로만 자취를 남긴 선사(先史) 시대의 모습도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박물관 건물로 들어서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동관으로 줄지어 이어진다.1층에 들어서면 상설전시관인 고고관과 역사관이 관람객을 맞는다. ●구석기 시대에서 남북국 시대까지 한눈에 동관 1층 101∼110 전시실이 바로 고고관이다. 첫 걸음을 떼는 순간 세계전도와 함께 일본·중국·대한민국·세계고고학의 연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학창시절 교과서나 사회과부도·역사부도 등의 첫 페이지에서 볼 수 있었던 ‘빗살무늬토기’(신석기시대·서울 암사동 출토)는 관람객들이 가장 처음으로 만나는 유물. 이어 ‘요령식 동검’(청동기시대·황경남도 신천 〃),‘산수무늬 벽돌’(백제·충남 부여 〃) 등이 눈길을 멈추게 한다. 마치 검은 돌처럼 바싹 말라버린 선사시대 ‘도토리’(신석기시대·경남 창녕 비봉리 〃)는 ‘갈판·갈돌’(〃·서울 암사동〃)과 함께 진열돼 있었다.500년 쯤 지나면 미니홈피 배경 음악이나 배경 화면을 사고 파는 전자화폐 ‘도토리’가 나란히 소개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선을 따라 청동기·초기 철기 유물들이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듯 스치며 지나간다.4∼6세기 고구려 고분에 집중적으로 그려졌다는 벽화는 ‘사신도’가 대표하고 있었다. 비록 모사품이지만 청룡·주작·백호·현무의 모습은 그 시절 고구려인의 호방한 기상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백제실을 대표하는 ‘백제금동대향로’(충남 부여 능산리 절터 〃) 앞에서는 좀처럼 관람객들이 눈을 떼지 못한다. 신선들이 산다는 박산(博山) 굽이굽이마다 상상의 동물들과 사람들의 모습으로 장식된 향로는 백제인들의 이상향을 엿보는 듯하다. 가야실에서 볼 수 있는 ‘투구’와 ‘말머리가리개’(부산 복천동 〃)는 외국 영화의 전투장비를 연상시키는 듯하다. 경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금관’과 ‘허리띠’ 앞에서도 관람객들은 오래 머문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유물은 아니었지만 발해실의 ‘용머리 장식’이나 ‘도깨비 기와’(중국 헤이룽장성〃)는 세상의 모든 나쁜 귀신을 쫓아낼 듯하다. 반면 두명의 부처가 함께 조각된 ‘발해불상’(발해 팔련성 〃)은 이민족도 너그러이 융합했던 민족의 포용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딸을 시집보낸 왕도 범부와 다르지 않았음을… 고고관을 다돌고 나면 맞은 편 111∼120 전시실인 역사관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대표적 기록문화유산인 한글, 금속활자를 비롯해 금석문, 문서, 지도 등 당대의 생활상을 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역사관 첫 전시실인 한글실에는 한글의 과학성보다는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달랜 어버이의 모습이 가슴에 더 와닿는다.‘새 집에 가서 밤에 잠이나 잘 잤느냐. 어제는 그리 덧없이 내어 보내 섭섭무료하기 가이 없어 하노라.’며 조선 현종 임금이 궐 밖으로 시집간 셋째 딸 명양공주에게 보낸 한글 편지는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지도실에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의 밑거름이 됐던 ‘동국대전도’가 2.3배 확대돼 바닥 타일로 꾸며져 있다. 허리를 굽혀 살펴보면서 걸어보면 마치 소인국의 ‘걸리버’가 된양 한반도 전체를 걷는 느낌이다.‘수선전도(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추정)’‘도성도’ 등 서울의 옛 모습을 담은 옛 지도도 직접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등기제도, 노비의 경제적 가치, 조선시대의 의술 등 선조들의 생활상을 이해하기 쉽게 배울 수 있다. 다리가 아플 때쯤이면 소파나 영상물 상영관 등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게시설이 전시관 곳곳에 만들어져 있다. 정해진 동선대로 이동하지 않으면 시대 흐름을 놓칠 수 있으니 질서를 지키며 정해진 동선을 따르는 것이 좋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2층 미술관Ⅰ·기증관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올라서면 서예·회화·불교회화 등 한국 미술사의 대표적인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Ⅰ’과 국내·외 각계각층 213명이 아무런 대가없이 박물관에 기증한 작품들이 있는 ‘기증관’이 있다. 특히 미술관Ⅰ에는 교과서에 실려 눈에 익은 작품들도 많아 직접 실물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교과서에 실린 그림이네? 미술관Ⅰ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첩(보물 527호)’. 춤추는 아이, 행상, 벼타작, 담배잎썰기, 씨름도 등이 눈길을 모은다. 꽉 짜인 원형 구도에 간략한 필선으로 조선시대 서민들의 소박한 일상을 담았다. 작품 크기는 30㎝ 안팎으로 아담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씨름도’의 씨름꾼 옆에는 이들의 신발로 보이는 신발들이 내팽겨쳐져 있다. 그런데 하나는 짚신, 하나는 고급신발로 보이는 고무신이다. 신분의 차이가 나는데도 공평한 승부 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구경꾼들이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경기를 보고 있다.‘허허, 저런’‘빨리 넘겨 버려.’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구경꾼들의 긴박한 표정과는 달리 엿판을 매고 떠꺼머리 총각은 아랑곳없이 천연덕스럽게 가위를 치면서 열중하는 것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얼핏보면 빛 바랜 누런 종이에 검은 잉크가 뭉개져 있는 듯하다. 한참 들여다보면 왼쪽 하단 현실세계를 보여주는 야산에서 오른편 상단 도원의 세계가 보인다. 세종대왕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풍경을 안견에게 설명해서 그리게 한 것이다. 전체적인 경관은 짙은 안개로 분리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잘 어우러져있다. 꿈과 현실을 한폭의 화폭에 담은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철학적인 질문도 떠오를 법하다. 두루말이 형태로 폭이 20m에 이르는 이 작품은 당대 지적 권력이 집약된 작품이다. 작품 양쪽에 자신이 안평대군이 직접 지은 제발(題跋)뿐만 아니라 정인지, 신숙주, 박팽년, 서거정, 성삼문 등 당대 20여명의 문사들의 찬시가 곁들였다. 다만 안타깝게도 진품은 일본 덴리(天理)대학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화려한 불교회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표현한 그림들이 모여있는 불교회화관에 들어서면 좀 더 화려해진다. 청(靑), 황(黃), 적(赤), 백(白), 흑(黑) 등 선과 악을 상징하는 오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웅전 석가모니 불상 뒤에 놓였던 ‘영취산(靈鷲山)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불’은 석가가 인도 마가다국의 영취산에서 법화경(法華經)을 설법한 사실을 화려한 색깔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원근법을 쓰지 않아 평면적으로 보이는 것이 어찌보면 불화의 세계가 시공(時空)을 초월한 세계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사 김정희가 쓴 자신의 별호에 대한 글인 ‘묵소거사 자찬(默笑居士 自讚)’은 날카로움 속에서 정중함과 정성을 담아 쓴 흔적이 엿보였다.‘침묵할 때 침묵하는 것은 때에 맞는 것이요, 웃어야 할 때 웃는 것은 중용에 가까운 것이다.’라는 글귀가 담겨 있다. 부리부리한 눈매가 인상적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240호)’에서는 내면의 세계까지 드러나는 듯하다. ●문화재 사랑으로 만들어진 기증관 기증관은 11개실로 구성됐으며 이홍근 박병래 등 문화재를 기증한 이들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1946년 이희섭 선생이 금동불상 세 점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213명이 청동기 금속공예 회화를 비롯한 국보 6점과 보물 32점 등 모두 2만 2091점을 기증했다. 특히 아시아민족조형문화연구소 운영자인 가네코 가즈시게 선생 등 일본인 3명도 기증자 대열에 포함돼 있어 눈에 띈다. 기증관에서는 손기정 선생이 기증한 그리스 청동 투구(국보 904호)를 볼 만하다. 투구는 1500년쯤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경기에서 승리를 기원하고 신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제작됐다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 선생에게 부상으로 주어졌다. 투구는 베를린 박물관이 보관하다가 1986년 뒤늦게 손 선생에게 돌아왔다. 그는 이 투구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민족의 것이라 생각해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3층 아시아관·미술관Ⅱ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곳이나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특히 3층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인기 유물’과 그렇지 못한 ‘비인기 유물’ 사이의 차이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곳이다. 이곳에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교과서를 통해 숱하게 봐 왔던 익숙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인도네시아·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물도 ‘아시아관’에 전시돼 있다. ●중국·일본·중앙아시아 유물도 전시 3층에는 306∼311호까지 인도네시아·중앙아시아·중국·일본의 유물이 전시된 ‘아시아관’이 있으며,301∼305호까지 ‘미술관Ⅱ’에는 불상·청자·백자 등 우리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보통 301호부터 관람하는 것이 순서겠지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3층에 올라오면 바로 왼쪽으로 ‘아시아관’입구인 306호가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 관람객들은 306호 ‘아시아관’을 먼저 관람하게 된다. 306호를 먼저 들어왔다고 해서 다시 나가 301호로 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아시아관’을 얼른 둘러본 뒤 ‘미술관Ⅱ’에서 우리 유물의 아름다움을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아시아관’에서 관람객들의 발걸음은 다른 전시관에 비해 조금 빨라지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12개의 팔을 가진 부처 조각상이나, 인자해 보이지 않는 부처의 미소는 이질감이 느껴진다. 다른 전시관에서는 아이들에게 유물에 대해 박사 수준의 설명을 해 주던 엄마들도 이곳의 잘 모르는 유물들 앞에서는 슬쩍 조용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시아관’에서 잠시 풀 죽은 엄마들은 3층 북쪽에 자리잡은 ‘미술관Ⅱ’에서 활기를 되찾는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볼것 많고 배울것 많은 고려청자 전시실 자비롭고 은은한 미소로 가득찬 301호 불교조각 전시실을 지나면, 전시된 모든 유물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친숙한 금속공예(302호)·청자 전시실(303호)을 지나게 된다.304호에는 수수한 느낌의 분청사기 전시실이 있고 305호에는 백자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유물에 대해 ‘일자무식’이라도 한 마디 정도는 할 수 있는 국보 78호 미륵반가사유상도 이곳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따로 마련된 방에 모셔진 이 불상은 검은 천으로 둘러싸인 전시실 자체에서 풍기는 위엄만으로도 관람객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미륵반가사유상 외에도 고려청자 전시실은 관람객들의 ‘정체현상’이 가장 심한 곳이다. 사방이 온통 비취색인 이곳에서 사람들은 걸음을 옮길 생각을 잠시 잊게 된다. 또 국보와 보물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메모하는 학생들의 손놀림도 빨라진다. 비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진열된 어느 것 하나 국보·보물 아닌 것이 없을 듯한데, 그 가운데서도 국보가 있고 보물이 있는 것을 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1층부터 차례로 관람하면서 올라왔다면 3층이 마지막 장소다. 특히 조선백자들이 전시된 305호를 마지막으로 관람하게 된다면, 어수선하게 관람했던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차분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손목없는 부처님…왜? “엄마, 왜 부처님 손이 없어요?” 3층을 관람하면서 엄마들이 아이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301호에 마련된 불교조각 전시실에는 많은 불상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가운데 3개 철조불좌상의 양 손목이 없다. 공교롭게도 ‘손목 없는 불상’3개 모두 철로 만들어졌으며 앉아 있는 자세도 비슷하다. 첫번째 ‘손목 없는 불상’은 301호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볼 수 있다. 약 2m크기이며 통일신라 시대인 8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으로 충남 서산군 운산면에서 출토된 철조불좌상이다. 두번째는 충남 서산군 보원사 터에서 출토 된 것으로 11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이며, 세번째는 10세기에 만들어져 경기 포천군에서 출토된 철조불좌상이다. ‘손목 없는 불상’에 대해 불상 전문가인 홍익대 김리나 교수는 “불상의 손목은 다른 곳에 비해 가늘고 몸체에서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누군가 고의로 잘랐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불상의 손 모양새(손갖춤)는 부처나 보살이 깨달은 중생 구제의 소원을 밖으로 표시하기 위해 짓는 것으로 부처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수목공원·공연장…가족나들이 ‘딱’이네 “박물관도 즐기고 공원 나들이도 하세요.” 박물관은 자칫 아이들에게는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다. 유물에 서려 있는 유구한 한민족의 역사를 공감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은 그런 염려를 덜어도 될 것 같다.‘거울못’과 10만그루의 수목 등 다양한 자연 환경이 박물관 주위로 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과 공연장도 갖추고 있다. 박물관을 싫어하는 아이도, 박물관을 구경하고 싶은 어른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연못·폭포·정원·식물원 등 눈길 박물관 바로 앞에는 도심 공원이 펼쳐져 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울못’이다. 거울못은 지름만 150m에 달하는 인공연못이다. 박물관을 설계한 정림건축 박승홍 건축가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박물관에 들어섰을 때 맨 처음 만나게 된다. 거울못은 성벽 모양을 한 박물관을 비추는 거울이다. 모든 물들이 한데로 모이는 저수지이자 통일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연못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연못과 박물관 정문 사이에는 언덕이 하나 있다. 박물관 정문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의 그림자가 연못에 비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박물관은 겨울에는 거울못이 얼면 야외 스케이트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열린마당’은 박물관 중심에 시원하게 배치된 수목 공원이다. 한옥의 대청마루에 해당한다.10만 그루의 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는 보물 2호 보신각종, 보물 365호 흥법사 진공대사탑 및 석관 등이 숨어 있다. 박물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공부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설계가의 바람이 담겼다. 박물관 왼편으로 석조물정원, 어울마당, 미르폭포 등 다양한 녹지 공간이 펼쳐져 있다. 박물관 뒤편에도 크지는 않지만 녹음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전통염료식물원에서는 개암나무, 씀바귀 등이 재배된다. 그 옆으로는 의자와 잔디밭 등이 펼쳐져 있어 가을 햇살을 받으며 도시락을 먹기에 그만이다. ●뮤지컬 즐기고 도서관서 책도 보고 박물관에는 공연장과 도서관 등 다양한 문화 시설도 갖추고 있다. 전문 공연장 ‘용’은 805석짜리 중극장이다. 서관에 있다. 박물관 안 공연장으로는 국내 최초다. 클래식,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무대에 올릴 수 있다. 공연도 연말까지 계속 이어진다. 지난달에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과 금난새·정명화의 공연이 열렸다.4일부터 페리아 뮤지카의 ‘나비의 현기증’, 연극 ‘이’, 뮤지컬 ‘러브 다이어리’ 등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장점은 1층에 8석의 장애인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휠체어로 들어와서 옮겨 앉지 않고 그대로 관람할 수 있다. 다만 회전무대 등 무대시설이 부족하고 완벽한 음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흠이다. 지적인 관람객들이라면 서관 4층에 있는 도서관이 제격이다. 고고학·미술사학·역사학 전문 도서관이다.9만여권의 장서와 600여점의 디지털 자료를 갖추고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환갑을 맞았다. 그러나 한 번도 ‘제 집’을 갖지 못했다. 무려 6차례나 이삿짐을 꾸려야 했다.60년 동안 타의에 의해 ‘역마살’에 시달렸다. 전쟁과 문화 홀대의 역사를 아프게 말해주는 대목이다. 국립박물관은 광복이 된 1945년 12월 경복궁 내 건물에서 정식 개관했다. 그러나 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중요 유물 2만여점은 부산대학교 박물관 등으로 전전해야 했다. ‘전세방 처지’는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53년 피란생활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와 남산 분관에 자리잡았다가 55년 덕수궁 석조전에 이어 72년에는 경복궁 현 국립민속박물관 건물로 이전했다. 86년 박물관은 옛 중앙청 건물로 네번째 이사를 갔다. 그러나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다는 게 문제가 됐다. 결국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96년 경복궁 사회교육원 건물로 옮겨가 지난해까지 임시 거처로 사용했다.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은 환갑이 돼서야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마련한 셈이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교통편 ●지하철 용산∼회기 국철과 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정문까지 걸어서 100m도 안 된다. 박물관 입구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10분 거리다. ●버스 버스도 비교적 편리하다. 초록버스 0211번(보광동∼옥수동)이나 빨강버스 9502번(의왕 고천∼신세계백화점)을 타면 된다. 용산가족공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서울시티투어버스(도심순환코스)를 타도 바로 도착할 수 있다. ●승용차 서문으로 입장하면 된다. 주차료는 2시간에 소형차 2000원, 대형차 4000원이다.30분당 각각 500원,1000원의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 단 종일 주차는 각각 1만원,2만원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개관 초기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 ◆관람료 올해 말까지 무료다. 그러나 매표소에서 무료관람권을 발급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다. 관람질서 유지와 이용객 안전 등을 위해서다. 내년부터는 성인(19∼64세) 2000원, 청소년(7∼18세) 100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20인 이상 단체는 성인 1500원, 청소년 500원이다.1주일 전에 인터넷으로 신청해야 한다. 어린이박물관도 7∼64세까지 500원을 받는다. 6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돈을 안 내도 된다. 그리고 매달 넷째 토요일과 관람 시간 종료 1시간 전부터도 무료 입장할 수 있다. 국빈이나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장애인 등도 무료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계된 문화 기관 17곳 가운데 5곳을 이용하면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관람시간·입장제한 평일은 오전 9시∼오후 6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9시∼오후 7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매표는 관람시간 종료 1시간 전까지 한다. 휴관일은 1월1일과 매주 월요일이다. 최대 3000명이 동시 입장할 수 있다. 하루 최대 허용인원은 1만 8000명이다. 어린이박물관은 더 경쟁이 치열하다. 오전 9시부터 1시간30분 단위로 150명만 들어갈 수 있다. 평일에도 오전 일찍 가지 않으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관람 유의사항·편의시설 이용법 박물관 안은 당연히 금연지역이다. 음식물이나 애완동물과 함께 들어와도 안 된다. 다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은 출입할 수 있다. 전시실에 들어가기 전에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돌려 놓는 것은 상식이다. 전화 통화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싫다면 차라리 전화 전원을 꺼 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유물과 작품의 사진을 찍을 수는 있다. 그러나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삼각대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몰지각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 상업적 용도의 촬영도 금지돼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유물을 관람하는 값이다.1000원짜리 두 장 냈다고 제것처럼 만지면 안 된다. 혹시 아이들이 제집처럼 뛰어다니거나 유물을 손대면 따끔하게 혼을 내자. 편의시설도 꽤 갖춰져 있다. 유아나 노약자, 장애인은 유모차와 휠체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물품보관함도 있어 가방 등을 넣어둘 수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PDA·MP3플레이어 이용하세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 최대의 최첨단 IT(정보기술) 박물관을 자랑한다. 설비시설은 물론 박물관 관리에 최신 IT 기술을 접목시켰다. 무엇보다 PDA와 MP3 플레이어 등 개인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더욱 편리하고 상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은 모바일 안내 시스템을 도입했다.PDA와 MP3를 갖고 전시품 앞에 서면 단말기가 전시품 위 적외선 발생장치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후 관람객들에게 화상과 음성으로 전시물에 대해 안내를 해 준다. 지난해 리움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사용법도 비교적 간단하다.PDA를 켜면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언어 선택 화면이 뜬다. 이후 각각의 박물관 전시실과 관람 코스가 안내된다. 전시실이나 코스를 따라 돌기만 하면 된다. 또 세계 최초로 박물관 네비게이터 기능도 갖췄다. 관람객의 현재 위치를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MP3 플레이어도 유물 소개는 PDA와 마찬가지다. 다만 네비게이션만 안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 PDA 300대,MP3 400대를 갖추고 있다. 현장에서는 각각 100대 이하만 선착순 대여하고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 그러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터라 오전 10시만 되면 바로 동이난다. 대여료는 종일 PDA 3000원,MP3 플레이어 1000원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김영삼前대통령 31일 타이완 방문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천수이볜 총통 초청으로 4박5일간 타이완을 공식 방문하기 위해 부인 손명순 여사와 함께 31일 출국한다. 김 전 대통령은 천 총통과 회담 및 공식오찬을 갖고 양국간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입법원장과 행정원장 등 타이완 최고위직 인사들과의 면담도 계획돼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문화대로부터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도 받을 예정이다.
  • [사설] 安風사건 흐지부지 끝내선 안된다

    1995년과 96년의 지방선거 및 총선에서 안기부 예산을 선거자금으로 끌어썼다는 ‘안풍(安風)사건’에 대해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배척하고 ‘김영삼(YS) 대통령의 비자금’이라고 했던 강삼재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의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7월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을 때 이미 지적했지만 YS가 역사 앞에 책임지는 자세로 진상을 고백하는 것이 최상의 해법이라고 본다. 더구나 그는 재임기간 중 불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내지 않았던가. 검찰은 “10년이 넘어 진상 규명이 어렵다.”는 식으로 적당히 얼버무리려 해선 안된다. 선거에 지원된 비자금이 YS의 당선축하금이든, 재임 중 별도로 조성한 돈이든 모두 공소시효가 3년 가까이 남아 있다. 따라서 법원 판결의 연장선상에서 전면 재수사를 단행해야 한다. 비자금의 성격을 규명함은 물론 당시 수사팀이 집권층의 의도에 따라 꿰맞추기식 수사를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부실 수사로 드러난다면 수사팀에 대해 준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검찰’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수십년 전의 사건도 ‘과거사 규명’ 차원에서 새로이 조명하는 시대상황에서 당사자들이 현존하는 사건을 흐지부지 끝내려 해선 안된다.1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됐음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대서야 어느 국민이 수긍하겠는가. 생살을 도려내는 결과가 오더라도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 정책·신임연계 국민투표?

    “싱거운 소리 한 번 하고 수수께끼를 내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30일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뒤의 북악산 산행을 마치고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열린우리당의 지도부 사퇴와 당·청 갈등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생뚱맞은’ 질문이다. 구체적으로 “(현직과 전직 캐나다 총리인)마틴과 멀로니 가운데 누가 소신있는 정치인인가.”라는 물음이었다. 노 대통령이 꺼낸 캐나다 얘기는 1989년 캐나다 보수당의 멀로니 총리가 169석(전체 301석)이라는 압도적 승리로 집권했으나 1991년 연방부가세를 도입하면서 2년 뒤 선거에서 단 2석만 남기고 ‘전멸’했다는 것이다. 파산위기에 있던 재정은 1997년에 흑자로 전환했고, 당시 마틴(현 총리) 재무장관의 인기는 폭발했다.●“임기·방법이 아닌 내용에 초점” 노 대통령은 대통령 헬기와 공군 1호기 등을 예로 들면서 대통령은 “멀리 미래를 내다보면서 일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연금 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내년초에 집권기간에 대한 평가와 ‘내 진로’에 대해 전체를 정리해서 국민에게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중장기 정책과 신임을 연계하는 국민투표 방식을 내놓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임기나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게 아니라, 한국의 고민을 풀어나가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시효가 이렇게 부당한지 몰랐다” 노 대통령은 한국경제는 파란불이고 민생은 빨간불이라고 진단하고, 국가전체의 미래를 내다보면 빨간불과 파란불이 교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하지만 민생경제를 챙기라는 야당 등의 요구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어디 나가서 국민 몇 사람과 악수 몇 번 한다고 죽고 사는 게 아니다.”면서 “사실이 아닌 것을 왜 사실인 것처럼 얘기하느냐.”고 톤을 높였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신경제 100일 계획을 겨냥해서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왜곡된 관념으로 대통령, 정치평가를 하는 한 수준있는 정치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1996년 총선 당시에 살포된 1100억원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주장에 대해 “그 양반 통이 큰 사람은 큰 사람”이라면서 “지금 시점에서 엄청난 정치자금이지만 그 시점에서는 멋진 사람”이라고 말했다.1100억원 하니까 심장이 멎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시효라는 게 이렇게 부당한지 몰랐다.”면서 “도청이고 뭐고 하는 얘기를 보면서 시효 지나간 사람들은 좋겠다는 단상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발언은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의 일에 대한 시효차이가 부당하다는 얘기로 풀이된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대법, ‘안풍’ 강삼재·김기섭 무죄원심 확정

    대법원 2부(주심 배기원 대법관)는 28일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1996년 15대 총선에서 사용한 자금 1197억원은 국가안전기획부 예산이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국고손실 혐의로 기소된 강삼재 전 한나라당 의원과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93년 안기부 예산 잔고에 1293억원이 증가한 것은 외부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면서 “증가한 만큼의 돈이 95∼96년 사이에 안기부 계좌에서 빠져나갔지만 안기부 자금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가 선거자금이 안기부 예산이라고 주장한 점은 강씨가 김영삼 전 대통령 관련 사실을 폭로하자 김씨가 김 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항소심 법정에서 “김 전 대통령이 직접 940억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이 돈은 지난 92년 김 전 대통령의 대선잔금이거나 당선축하금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여부가 주목된다. 김 전 대통령이 “임기중 잘 봐달라.”는 취지로 당선축하금을 받았거나 뇌물인 줄 알았다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또 연간 5억원 이상의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밝혀지면 특가법의 조세포탈죄도 적용할 수 있다. 강씨와 김씨는 지난 2000년 9월 1심 재판에서 각각 징역 4년과 5년을 선고받았다.2001년 1월 정부는 강씨와 김씨, 한나라당에 대해 94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한나라당도 불법자금을 갚겠다며 여의도 중앙당사를 팔았다. 법무부는 국가자금을 불법으로 사용한 책임을 묻겠다며 한나라당의 9개 시·도지부 부동산을 가압류했다. 이번 무죄확정과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은 별개이므로 서울고검의 의견을 수렴해 국고환수 소송 및 한나라당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취소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임동원씨 28일 피의자신분 조사

    안기부와 국정원 도청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씨를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키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은 26일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을 구속기소하면서 임씨와 신건 전 국정원장이 도청을 공모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1999년 12월∼2001년 3월 국정원장으로 재직한 임씨를 상대로 감청부서인 8국으로부터 매일 보고받은 7∼8건의 ‘통신첩보’가 도청내용이라는 것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추가 도청지시를 내린 적은 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또 임씨가 보고받은 정보를 청와대와 여권 핵심 인사들에게 보고했는지도 추궁할 계획이다.검찰 관계자는 “임씨는 일단 조사 한 뒤 귀가하겠지만 필요하다면 여러 번 불러 조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임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임씨의 후임 국정원장을 지낸 신건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구속기소한 김씨에 대해 보강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검찰 관계자는 “김씨 공소장에 기재된 도청 사례가 전부가 아니다.”면서 “나중에 중간수사 결과 발표 때 현재 보강조사 중인 다른 사례들을 더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의 ‘유선전화 도청’과 관련, 전직 안기부 직원 3명을 불러 조사했다.김효섭 박지윤기자 newworld@seoul.co.kr
  • [부고]

    ● 임삼 前서울신문 전무 임삼(林森) 전 서울신문 전무이사가 24일 오전 8시30분 별세했다.82세.1976년부터 1982년까지 서울신문 전무이사를 지낸 고인은 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난 1997년부터 2002년까지는 대한축구협회 이사로 일해왔다. 유족은 부인 김명숙씨와 성준(중앙대 교수)·동준(진디자인 이사)씨 등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26일 오전 9시30분, 장지는 용인 선영.(02)3010-2293. ● 김진재 前한나라당 부총재 한나라당 부총재를 지낸 김진재(金鎭載) 전 의원이 24일 저녁 지병으로 별세했다.62세. 고인은 지난 1981년 11대 국회 때 부산 동래구에서 민정당 소속으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뒤 13·14·15·16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돼 5선 의원을 지냈다. 특히 13대 총선에서는 부산의 ‘YS(김영삼) 돌풍’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당 후보 중 유일하게 당선돼 화제를 모았다. 최근까지 한나라당 전당대회의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부터는 일본 게이오대 객원연구원으로 연구활동을 해 오다 두달여 전 건강이 악화돼 귀국, 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유족으론 부인 성효인(58)씨와 아들 세연(33·동일고무벨트 전무)씨가 있다. 빈소는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 발인은 28일 오전 9시, 장지는 경남 양산 어곡리 선영.(051)508-9000. ●김서강(미 이노베이티브은행 부행장)서동(자영업)서명(〃)씨 부친상 석진표(자영업)권영배(한국언론재단 재무회계팀장)김홍기(삼보기업 관리부장)씨 빙부상 2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6일 오전 9시 (02)3010-2268 ●이창식(전 담배인삼공사 대구연초제조창장)씨 별세 기춘(전 국민은행 철산역지점장)기환(자영업)기영(한국타이어 연구기획팀장)기욱(SK 경영관리팀장)씨 부친상 김정수(자영업)곽중식(벨코정보통신 상무)씨 빙부상 24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6일 오전 5시 (02)3410-6910 ●한도철(교원나라레저개발 사장)씨 모친상 2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6일 오전 9시 (02)3410-6914 ●하양숙(서울대 간호학과 교수)씨 모친상 이광재(경희대 대외협력부총장)씨 빙모상 23일 경희의료원, 발인 26일 오전 7시 (02)958-9545 ●이희범(무공수훈자회 하남시지회)씨 상배 재호(하남시 도시개발공사 주사)재웅(굿모닝신한증권 차장)씨 모친상 2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6일 오전 9시 (02)3010-2295 ●이천규(성하지질 본부장)씨 별세 현진(대한항공 서울여객지점)씨 부친상 송태화(LG 스포츠홍보팀)최은석(린나이코리아 영업본부)씨 빙부상 이인규(재미 심장내과 전문의)현규(성북구청)문규(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과장)승규(경기일보 이사)씨 형님상 2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6일 오전 6시30분 (02)3410-6916 ●진성호(팀반건축사사무소 대표)씨 부친상 양장원(이트레이드증권 부사장)신호승(삼성전자 부장)김성수(나우 대표)씨 빙부상 2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6일 오전 9시 (02)3010-2254 ●홍일표(씨-푸드 고문)씨 별세 성호(디자인이드 팀장)성무(개포교회 부목사)씨 부친상 장원근(우신피그먼트 과장)씨 빙부상 24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26일 오전 7시30분 (02)392-0499 ●탁광진(도봉구생활체육협의회 부회장)씨 모친상 라성열(구리시민교회 담임목사)씨 빙모상 23일 경희의료원, 발인 26일 오전 6시 (02)969-7499 ●백탁기(전 국정교과서 상무)씨 별세 이현(롬앤드하스 사장)진현(서울대 국제대학교수)씨 부친상 조명희(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이숙종(성균관대 〃)씨 시부상 박효헌(일본 스이타병원내과과장)씨 빙부상 2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6일 오전 9시30분 (02)3010-2291
  • “YS때 유선전화도 도청”

    안기부와 국정원 도청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24일 김영삼 정부시절 안기부가 유선전화를 도청했다는 단서를 확보,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정원과 안기부 전·현직 직원,KT지국(옛 전화국) 직원들의 조사에서 YS시절 안기부가 일반전화를 조직적으로 도청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주로 문민정부 시절 안기부가 일반 유선전화를 도청해왔다는 단서가 있어 그동안 내사를 했다.”면서 “앞으로 본격적인 조사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정원의 과학보안국과 같은 감청 관련 부서가 YS정부 때도 있었고,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시작한 96∼97년 이전 아날로그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통화를 감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부서는 음식점 등에서 주요 인사의 대화 내용을 감청장비를 이용해 직접 도청한 미림팀과는 다른 별도의 감청부서다. 검찰은 김대중 정부에서도 국정원이 유선전화에 대한 도청을 계속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할 방침이다.검찰은 유선전화 도청 실태가 드러나면 안기부 국내담당 차장과 안기부장 등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미 김덕·권영해 전 안기부장과 황창평·오정소·박일룡 전 안기부 차장 등을 소환 조사했다. 한편 검찰은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에 대해 구속기한이 끝나는 26일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김효섭 박지윤기자 newworld@seoul.co.kr
  • 千장관처리 여야 공조 가능성

    千장관처리 여야 공조 가능성

    천정배 법무부장관 수사지휘 파문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이 확연히 갈리면서 정당별 공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신중하게 검토중인 천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비롯해 국가보안법,X파일 특별·특겁법 등 올 정기국회 쟁점법안에 대해서도 ‘짝짓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 “해임여부는 별개의 문제” 우선 천 장관의 거취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자진사퇴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반대입장이 확실하다. 한나라당이 천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거듭 자진사퇴를 요구하면서 보조를 맞추었다. 그러나 해임안 제출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 “다시 논의를 해 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우리의 주장은 천 장관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 달라는 것이지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이번 사태와 맞물려 국가보안법이 정기국회 최고 쟁점 법안으로 불거질 전망이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 국보법 개·폐 법안이 계류중이다. 지난해 말 여야가 ‘대체입법’이라는 절충점까지 간 적이 있지만 강정구 교수 파문을 계기로 이념 논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은 이번 파문이 국보법 폐지의 필요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규정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따라서 열린우리당 내 국보법 폐지론자들과 범개혁노선을 형성해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한나라당도 이에 정면대응하려는 기류다. ●X파일 관련법·사학법 쟁점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X파일관련법들도 부상할 조짐이다. 현재 법사위에는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이 각각 제출한 특별법안과 한나라당 주도로 야4당이 공동발의한 특검법이 회부돼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김영삼 정부 시절의 옛 안전기획부의 불법도청에,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불법도청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민노당과의 공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도청 테이프 내용의 공개주체를 민간기구(열린우리당)로 할지, 특검(민노당)으로 할지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사학법은 여야 합의 시한이 오는 19일로 다가왔다. 일단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자립형학교와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개방형이사회가 걸림돌인데 일각에서는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 상대방의 요구를 수용하는 선에서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에 실패, 국회의장 직권상정이 될 경우 열린우리당은 민주당 등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당과의 정책공조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대선 黨경선 나설것 결과에 깨끗이 승복”

    “대선 黨경선 나설것 결과에 깨끗이 승복”

    이명박 서울시장은 시중에 떠도는 ‘무조건 출마론’은 있을 수 없으며 당내 경선을 거쳐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대통령제가 좋으며 ‘386’들이 국가경제에 헌신한 아버지 세대를 무조건 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 초청연사로 나와 “여건이 안 되면 탈당, 창당하든지 무소속으로라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말이 나도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95년 서울시장 경선때도 파행있었지만 승복” 그는 승복하는 문화에 대한 질문에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이 당시 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다른 인사를 추천 했지만 2시간 독대한 끝에 경선을 관철시킨 경험으로 운을 뗐다. 이 시장은 “결국 경선에서마저도 밤새 대의원을 바꿔치기하는 등 파행을 겪었지만, 불복하면 당이 깨질까 우려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다음날 대통령이 불러 갔더니 ‘당신 성격으로는 승복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대단하다.’는 말을 하더라.”고 소개했다. 경선을 이끌어낸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朴대표, 역대대통령에 비해 모자람 없어” 한나라당 경선에서도 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적어도 10년 전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깨끗이 승복할 뜻을 밝혔다. 당내 대권후보 경쟁자로 꼽히는 박근혜 대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역임한 대통령들에 비해 모자랄 게 없다.”면서도 “다만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한창일 때 한나라당이 보여준 태도가 마음 속에 남아 있다.”고 말해 비판적인 입장도 감추지 않았다. ●“행정수도 이전 경제효과는 공무원 밥값 정도” 행정복합도시 조성과 관련, 이 시장은 “그렇게 해도 경제적 효과란 그곳으로 옮겨간 공무원들이 점심을 사먹는 정도”라면서 “서울시장이 아니라 충남지사였어도 반대했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장관 시절 부처의 부산 이전에 반대해놓고 이제 와서 수도이전을 추진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의 경부운하 건설 주장이 대권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물음에는 “천문학적인 물류비를 절감해 국가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어젠다를 제시한 것으로 대권은 꿈에도 없던 국회의원 시절의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대한민국 ‘중도’ 사라진다

    대한민국 ‘중도’ 사라진다

    10여년 사이 한국인의 이념성향이 보수와 진보로 양극화되는 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사회학과 홍두승 교수는 13일 “학교 사회발전연구소에서 90년 전국의 성인남녀 1500명,2002년 1000명에게 본인의 이념성향에 대해 물은 결과 ‘보수적’이라는 응답이 38%에서 48%로 10%포인트 증가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이런 요지를 담은 논문 ‘해방 60년, 한국 사회의 계층구조와 그 변화’를 이날 서울대에서 열린 ‘광복 6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광복 60년, 우리는 어디에 와 있는가’에서 발표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진보적’이라는 응답은 21%에서 25%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도적’이라는 응답자는 41%에서 26%로 크게 감소해 이념에 있어 양극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또 1960년 이후의 계층구조 변화양상을 분석한 결과 공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독립자영농과 영세농은 크게 준 반면 노동계급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노동계급은 8.9%에서 29.7%로 20.8%포인트나 늘어났다. 1950년대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도 다양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남성들이 독점해 왔던 전문직으로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보고서’와 ‘경제활동인구연보’를 분석한 결과 1950년에는 전체 의사의 7.4%만이 여성이었지만 2002년에는 여성비가 18.4%나 됐다. 같은 기간 치과의사 가운데 여성은 6.2%에서 21.6%로, 한의사의 경우 0.1%에서 11.9%로 증가했다. 홍 교수는 “사회환경이 변하면서 계층 구조에서도 큰 변동이 일어났다.”면서 “중도성향의 사람들이 김영삼·김대중 정부를 거치며 진보세력의 사회 진출, 보수세력의 결집 등의 영향을 받아 정체성을 찾기 시작, 이념성향이 양극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YS-DJ정부 도청·X파일 수사뒤 일괄 발표”

    김종빈 검찰총장은 12일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의 안기부와 국정원 도청의혹, 안기부 X파일 사건에 대한 수사를 모두 마무리한 뒤 일괄적으로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건별로 결과가 나올 때마다 발표하지 않고 수사가 모두 종료되면 수사결과를 일괄적으로 발표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또 도청테이프 274개의 내용 수사여부에 대해 “수사결과를 발표할 즈음에 검찰 의견이 자연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기부와 국정원 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이종찬 전 국정원장에게 다음주 초 출석토록 정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이씨가 국정원장이던 1998년 5월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R2)의 개발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지난달 8일 국정원 전직 과장 집에서 압수한 도청테이프의 사실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99년 10월 중국에서 연수 중이던 문모 중앙일간지 기자와 국제전화를 나눈 사실이 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임동원·신건씨 등 당시 국정원장을 불러 도청지시를 내리고, 도청내용을 보고 받았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김효섭 박경호기자 newworld@seoul.co.kr
  • [시론] 새 대법원장에 바란다/ 한상범 한국법학교수회 명예회장

    [시론] 새 대법원장에 바란다/ 한상범 한국법학교수회 명예회장

    김영삼 정부로부터 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 현정부에 이르기까지 정권이 새로 출범할 때마다 사법개혁이 당면과제가 되었다. 개혁의 외침은 거셌지만 실속은 없었다. 우선 신임 대법원장은 이제까지와 같은 형식적인 개혁 행사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말라는 주문부터 하고자 한다. 겉치레 개혁은 더 이상 필요 없고, 국민들도 동의하지 않는다. 개혁에 나선 사법부는 스스로 개혁의 대상으로서 겸허하게 반성하고 국민의 뜻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독재하에 일부 재판이 잘못되었던 것은 새삼스럽게 말할 것도 없다. 군정독재하에서 잘못된 재판을 세상에서는 ‘사법살인’ 그리고 ‘쪽지재판’과 ‘정치재판’이라고 부른다. 결국 법률에 의한 피해자로서 국민의 재판 불신을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신임 대법원장의 사과는 그에 상응한 행동과 대응책으로 나타나야 한다. 잘못된 재판은 신임 대법원장 말대로 재검토돼 시정되어야 한다. 30여년에 이르는 군사정권의 폭정이 남긴 잔재는 그 자체로 엄청나다. 우선 상당수의 재판관이 군정독재하에서 임관되어 근무하며 보직, 전보, 승진 길을 걸어 온 과거가 있다. 그 과거에는 흠도 있고 문제가 될 일도 상당히 있을 것이다. 여기서 그 모두를 두고 따질 일은 아니지만,“과거를 묻지 마세요.”식으로 얼렁뚱땅 지나칠 수는 없다. 패전후 독일의 사법부는 나치즘에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하며 거듭났다. 과거사를 정리하려는 우리 사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느 시대나 그 시대가 남긴 상처 때문에 아픔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런데 법원 일각에는 사회단체나 일반인의 재판 비판이 사법권 독립에 대한 침해인 듯 그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이를 지켜보자면 우리가 일본제국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잘못된 재판의 검토는 그 억울함의 구제와 연계되어야 한다. 공정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의 재심절차로는 부족하다. 그 문제의 해법은 입법부와 협조해 당장 모색 강구해야 한다. 법관은 시민의 비판과 참여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 우리 법원과 검찰은 권위주의와 관료주의를 깨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관료주의와 권위주의는 관리에겐 한없이 편한 제도이지만, 지금은 관료가 주인인 시대가 아니다. 일본 법조계도 시민들에게 재판참여의 문을 열고 있다.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출신 연고·기수를 따지고 서열·석차에 줄서고 전관예우의 타성에서 과감히 벗어나지 않는 한 장래는 없다. 얼마전 고위 공직자나 돈 많은 부자가 형기를 제대로 채우지 않는다는 보도를 보고 다시 한번 가슴이 쓰렸다. 사법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법률의 그늘에서 억울함을 느끼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의문사’를 다루는 기관에 근무하면서 법률에 의한 피해자를 거의 매일 만났다. 피해자나 가해자까지도 독재와 권위주의의 희생물이다. 법률의 마지막 파수꾼인 법원은 어떻게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법관들이여. 사법권의 독립은 당신들 스스로의 노력과 투쟁으로 지켜진다. 그러한 법관이 있을 적에 국민은 충심으로 그를 존경하고 신뢰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법의 권위의 기반이 되고 사법권 독립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법률(또는 재판)이 달래지 못한 피해자가 흘리는 절망의 눈물을 닦아주는 인간성과 정의를 추구해 나가는 기개가 있는 재판관을 국민은 원하고 있다. 한상범 한국법학교수회 명예회장
  • 정책국감 기틀 ‘절반의 성공’

    올 국정감사가 11일 막을 내렸다. 예년에 견줘 ‘유달리 조용했다.’는 평가 속에 여야는 “정책국감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자료 제출 공방’ ‘이벤트 치중’이나 ‘피감기관과 술자리’ ‘인신공격성 질의’ 등의 구태로 아쉬움도 남겼다.●상임위 곳곳 ‘자료 전쟁’ 이번 국감은 ‘자료제출 공방’으로 시작했다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곳곳에서 피감기관의 자료 부실 제출을 놓고 설전을 벌였고, 건설교통위는 한때 파행을 겪었다.특히 국무조정실이 ‘국정감사 정보공개 및 홍보강화방안’ 지침서를 내려보내면서 이런 신경전을 더욱 부채질한 형국이 됐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은 “실사 결과 국무조정실 지침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며 “효과도 없는 지침을 만들어 국감을 물타기하고 국정 활동을 방해했다.”고 꼬집었다.문화관광위 소속 민주당 손봉숙 의원의 보좌관은 KBS 이사회 회의록을 직접 열람하느라 2주일 동안 KBS로 출퇴근하는 ‘수공업’에 매달렸다.●의원들의 빛과 그림자 올 국감에선 ‘중국산 김치의 납 함유량이 국산의 5배’라는 사실을 밝혀낸 보건복지위의 고경화(한나라당) 의원과 인터넷 민원 서류의 위·변조 가능성을 제기한 행정자치위의 권오을(한나라당) 의원 등이 돋보였다. 재정경제위 등 3개 상임위에서 삼성문제를 다루고 처음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되는 등 ‘삼성 국감’으로도 불릴 만큼 삼성그룹이 화제였다.열린우리당 박영선, 민주노동당 심상정·노회찬 의원 등은 ‘삼성 3인방’으로 맹활약했다. 철저한 사전 현장 답사를 바탕으로 꼼꼼한 질의가 돋보인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박순자·박재완 의원, 건설교통부 산하 기관들의 부도덕 실태를 까발린 한선교 의원도 호평을 받았다. 여야의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로 매일 국감 브리핑을 하면서도 소속 상임위에서 ‘송곳 질의’를 하며 ‘1인 2역’을 한 열린우리당 오영식,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대한축구협회의 회계비리를 적발한 열린우리당 이광철 의원, 차분한 질의로 ‘시청료 논쟁’에 불을 지핀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 등도 눈길을 끌었다. 반면 ‘술자리 폭언 파문’을 일으킨 법사위 소속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과 그 자리에 참석한 열린우리당 이원영·정성호·최용규 의원 등의 행태는 ‘이맛살 케이스’로 꼽힌다.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은 피감기관장의 언어 장애를 비화하는 발언을 했다가 사과했고,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은 이원종 충북지사를 김영삼 정부 시절 이원종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오인하고 자료를 뿌렸다가 회수하는 해프닝을 벌였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씨줄날줄] 경부운하/이목희 논설위원

    1992년 대통령선거를 취재하면서 후보로 나온 고 정주영씨를 지켜본 적이 있었다. 그의 행태에 문제가 많았지만, 기발함과 진취성은 돋보였다. 정씨가 내세운 대선공약 가운데 거센 논란이 일었던 것은 ‘경부고속도로 복층화’였다. 측근들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말렸으나 정씨는 공약으로 밀어붙였다.“당신, 하기는 해봤어?” 누구도 안해본 일을 미리 안된다고 반대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정씨의 낙선으로 2층 고속도로 구상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엔 이명박 서울시장이 그를 뛰어넘는 제안을 내놓았다. 서울-부산간 500여㎞에 이르는 경부운하를 뚫자는 것이다. 경인운하가 환경파괴, 경제성 등 장애에 부딪혀 표류하는 상황이다. 국토를 종단하는 수상(水上) 고속도로를 건설하자니, 일반인의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게 당연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7.7%가 경부운하 건설에 반대했다. 김영삼 정권 이래 역대 정부의 반응도 ‘타당성 없음’이다. 이 시장측은 이렇게 말할지 모르겠다.“해보지도 않고, 왜 반대해? 청계천 복원사업 봤지.” 사실 이 시장의 경부운하 제안이 단발성은 아니다. 국회의원 시절인 1996년 대정부질문에서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90년대 중반부터 학계에서도 경부운하 건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만만찮게 나왔다. 한강과 낙동강의 끝자락을 연결하는 20㎞ 남짓의 운하터널을 뚫으면 된다는 설명이었다.8조∼9조원을 들여 3년이면 완공한다고 했다. 경부운하 건설론자들은 중부유럽을 관통하는 RMD(라인-마인-도나우강) 운하를 모범으로 든다. 중국이 2002년부터 59조원을 투입, 양쯔강 물을 베이징 등 북쪽으로 끌어올리는 ‘남수북조(南水北調)’사업을 시작한 예를 들기도 한다. 경부운하 건설은 이 시장이 대선후보가 된다면 선거판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이다. 더 근본적 문제는 개발연대 리더십의 부활 여부이다. 이 시장에게서는 박정희-정주영으로 이어지는 개발 우선주의 리더십이 읽혀진다. 일부 국민들은 ‘구체적 성과물이 없는 듯한’ 민주주의 리더십에 싫증내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이 시장은 그 틈새를 파고들 것이고, 경부운하 건설이 상징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천용택씨 사법처리 ‘0순위’

    천용택씨 사법처리 ‘0순위’

    6일 전 국정원 2차장 김은성씨가 전격 체포됨에 따라 DJ정부 시절 국정원 도청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시작됐다. 그동안 도청사건과 관련, 사법처리된 사람은 ‘안기부 X파일’에 관련된 미림팀장 공운영·박인회씨뿐이다. 개정 전 통신비밀보호법의 공소시효 5년이 남아 있는 국정원 시절 도청과 관련, 김씨 외에 사법처리가 유력한 인사들 중 0순위는 1999년 12월 ‘안기부 X파일’의 내용을 유출한 천용택(68) 전 국정원장이다. 천씨의 재임 시절이던 1999년 12월부터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CAS)가 개발·사용됐다. 김씨가 차장으로 재직할 당시 국정원장이던 임동원(71)·신건(64)씨도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김씨가 어떤 형태로든지 도청사실을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임씨와 신씨의 사법처리 여부는 김씨 조사 이후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청을 담당하던 국정원 과학보안국 등 해당 국 국장들의 사법처리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차장 등의 지시를 받고 도청 실무자들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도청을 담당했던 실무 직원은 사법처리에서 배제될 수 있다. 단순히 지시에 따랐기 때문이다. ●김은성씨, 국정원 정보 개인적 활용 의혹 미림팀이 활동했던 김영삼 정부 시절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02년 개정 전 통신비밀보호법의 공소시효는 5년이기 때문이다. 다만 YS시절 도청 관련자들이 당시 도청한 내용을 최근 5∼7년 사이에 활용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에는 통비법이나 국정원직원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김씨는 1971년 중앙정보부로 시작해 30년 넘게 국정원에 근무했다.DJ정부 들어 요직인 대공정책실장에 발탁된 데 이어 2000년 4월 국정원 국내담당 2차장을 맡았다. 당시 김씨는 민주당 실세 정치인들과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고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게 정보보고를 했다는 의혹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김씨는 2001년 12월 검찰의 ‘진승현 게이트’ 재수사 때 진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고 진씨의 구명을 위해 정·관계 로비를 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는 재판을 받던 2002년 5월 “사회지도층 인사 130명이 분당 파크뷰 아파트를 특혜분양받았다.”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 파크뷰 사건을 촉발시켰다. 김효섭 박지윤기자 newworld@seoul.co.kr
  • “수능·학점 서울대 상관없다”

    서울대 재학생들은 1학년 때는 입학 성적이 높을수록 학교 성적도 좋지만 2학년 이상으로 올라갈수록 그 차이가 좁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입학 성적이 학업 성취도와 직접적인 상관성이 덜한 만큼 성적 우수자들을 독점하기 위한 ‘줄세우기식’ 입시정책 대신 새로운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08학년도부터 통합형 논술고사 비중 증대와 특목고의 동일계열 특별전형 폐지, 내신비중 약화 등을 골자로 한 서울대 입시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확대될 조짐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6일 서울대가 제출한 ‘2001∼2004학년도 입학생들의 수능점수와 학점분포 통계’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수능 고득점자들이 중·저득점자들에 비해 재학기간 중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업 성취도가 그다지 높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3학기부터는 중·저득점자가 고득점자들보다 우수한 학업 성취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학년도에 입학한 380점 이상 수능 고득점자의 경우 1학년 1학기의 평균 학점은 3.36이었고 중위권인 350점대는 3.07, 하위권인 300점대는 2.97로 수능점수와 학점은 비례관계를 보였다. 하지만 2학년 2학기에는 평균학점이 각각 3.19와 3.13,3.30으로 파악돼 중위권과 하위권간에 ‘역전’현상이 일어났다. 2003학년도에 입학한 학생들도 유사한 상황이다.380점 이상의 수능 고득점자들이 1학년 1학기에 받은 평균 학점은 3.31이고 수능 330점대와 300점대는 각각 3.02,3.00의 점수를 받았다.1년 뒤 이들이 받은 평균 학점은 각각 3.23과 3.28,3.24로 서울대가 학생 선발과정에서 ‘예민한’ 변별력을 앞세울 필요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영삼 서울 대신고 교사는 “영재교육과 고교등급제 등 초·중등 교육에서는 수준별 교육을 강조하면서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차별화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이 지난해 서울대 합격생 가운데 서울지역 분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강남권의 경우 38.26명당 1명이, 비강남은 233.45명당 1명이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학윤 연구원은 “서울대의 지역균형 선발제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결과”라면서 “역으로 서울대 입시전형이 특목고와 특정지역 학생들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서울대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 선발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고교 교육을 정상화시키고 학벌 사회의 폐해를 최소화하면서 다양한 적성과 능력의 학생들을 뽑는 입시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9년만에 자유의 몸 된 로버트金

    ‘미숙한 외교의 슬픈 피해자’ 로버트 김이 돌아온다.9년만에 자유의 몸이 돼 꿈에 그리던 고국땅을 다음달 찾는다고 한다.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조국은 그를 외면했지만, 그는 그런 조국에 대한 사랑을 끝내 놓지 않았다. 그리고 10년 가까운 세월을 거슬러 마침내 그리던 조국을 찾게 되는 것이다. 지난 10년 가까이 계속돼 온 로버트 김 사건은 어제 미 연방법원의 결정에 따라 그가 가택연금에서 풀려남으로써 한 단락을 맺게 됐다.1996년 9월 미 연방수사국에 체포된 지 꼭 9년 1개월만의 일이다. 조국을 위해 미국의 북한 관련 군사기밀을 한국에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지만 한국 정부는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며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다. 김영삼, 김대중 정권에 이어 지금까지 세 정권을 거쳤지만 로버트 김은 조국 정부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얻지 못한 채 맨몸으로 긴 영어(囹圄)의 세월을 겪어내야 했다. 꼭 한번 아들을 보고 죽을 것이라던 부모의 별세 소식도 머나먼 미국의 차가운 교도소에 갇힌 채 접해야 했다. 로버트 김은 그가 자서전에서 말한 것처럼 단순히 ‘외교적 미숙함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크게 보면 한반도 안보 현실이 빚어낸 희생자이며, 지금도 안보의 상당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는 분단 조국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는 자유의 몸이 됐지만, 우리 정부는 그에게 진 빚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 그 빚을 갚을 차례다. 그동안 민간 부문의 성원이 그에게 큰 힘을 주었다면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관련 법안을 면밀히 살피고 법령을 정비해서라도 그의 희생을 보상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 [혁신 공기업 탐방] (25) 박재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혁신 공기업 탐방] (25) 박재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역대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거둔 성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분명 스포츠 강국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체육예산은 얼마나 될까. 불행히도 전체 국가예산의 0.1%도 안 된다. 국가예산 208조원(올해 기준) 가운데 1137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국가 체육예산보다 많은 1789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체육발전에 쓸 계획이다. 박재호 공단 이사장은 3일 “소수의 엘리트를 집중 육성하는 엘리트체육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생활체육기반을 확고히 해 두꺼운 선수층을 만들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공단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신문 오풍연 공공정책부장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집무실에서 박 이사장을 만났다. ▶공단의 설립배경과 역할을 설명해 달라. -지난 1989년 4월 88서울올림픽 잉여금 3000억원을 재원으로 설립됐다.88서울올림픽의 성과를 계승·발전시키고 체육진흥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공단의 역할이다. 공단은 창립한 지 16년 동안 설립취지에 걸맞은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 지금까지 1조 5000여억원의 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해 엘리트체육은 물론 학교체육, 생활체육분야에 지원했다. 올해도 1700여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원할 방침이다. 기금은 경륜·경정사업과 스포츠토토 사업 등으로 조성한다. 공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4700만 국민 모두가 체육복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체육기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전국에 지원하는 것이다. ▶인사문제를 특히 강조하는데 어떤 인사 운영 계획을 갖고 있나. -인사가 만사라고 하지 않는가. 그 같은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위해 인사평가자료를 인터넷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인사평가자료의 인터넷 공개는 공기업 인사의 정실주의, 온정주의를 개혁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전직원들에게 생중계되는 임원회의에서도 인사문제를 거론했다. 공단 이사장으로서 외부의 어떠한 인사청탁도 거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후임 이사장이 와서 인사청탁을 들어주면 나와 공단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고 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공정한 인사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직원들에게 인사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했다.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임원회의를 전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생중계하는 것은 투명한 경영차원인가. -그렇다. 매주 금요일에 하는 임원회의를 생중계해서 전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전직원들이 공단의 전반적인 업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지난달 27일 공단에 대한 국정감사도 생중계했다. 공단의 예산도 이달말쯤부터 인터넷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부정의 소지를 막기 위해서다. 공단의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는지, 또는 부풀려 집행하지 않았는지는 관련 영수증을 공개하기 때문에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조만간 팀제를 도입하면서 팀장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한다고 하는데. -연말에 공단 조직을 팀제로 바꿀 것이다. 팀제로 바꾸면서 성과평가시스템(BSC)도 도입할 예정이다.3개월 단위로 각 팀의 과제를 설정하고, 각 팀들이 얼마나 과제를 해냈는지를 평가한다. 그러면서 팀장들과 목표치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할 것이다.60여개의 팀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목표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나도 이사장직을 그만 두겠다. ▶공단의 혁신수준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 -기획예산처가 213개 공공기관의 혁신수준을 진단한 결과, 우리 공단의 혁신수준은 6단계 중 4단계로 전체기관의 평균 혁신수준인 2.5단계보다 1.5단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우리 공단보다 혁신수준이 높은 기관(5∼6단계)은 8개에 불과하며, 특히 문화관광부 27개 산하기관 중에서는 공단의 혁신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성과는 기획예산처가 선정한 혁신우수사례 기관 7곳 중 한 곳으로 선정돼 지난 5월 ‘공공기관 CEO혁신토론회’에 ‘성과관리 추진시 구성원 참여방안’이라는 주제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것은 직원이 이사장을 직접 평가하는 제도로 평가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며, 사업별 경영실적평가에 전 직원을 참여시켜 평가결과에 대한 불신을 없애는 등 성과중심의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공단내에는 학습동아리가 조직돼 활동 중이라고 들었다. -혁신활동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전 사원이 상시적으로 혁신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학습동아리(Cop·Community of practice)를 자발적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현재는 ‘인사·조직 혁신을 위한 Cop’,‘올림픽공원 활성화를 위한 Cop’ 등 모두 41개의 혁신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지난달 14일 출범식을 시작으로 활동에 들어간 Cop는 다음달 말까지 Cop별 자율선정 분야에서 혁신과제를 도출하게 된다. ▶공단이 조성한 국민체육진흥기금이 엘리트체육에만 쓰이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일반 국민들을 위해서는 어떻게 쓰이나. -동네 뒷산에 운동하러 가면 철봉이나 역기 등 간이운동시설이 설치돼 있다. 국민들은 이같은 시설을 국가나 구청, 시청에서 지원해 주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동네체육시설은 공단이 지방자치단체에 1989년부터 지금까지 420억원의 체육진흥기금을 지원해 설치됐다.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28개의 국민체육센터가 시·도별로 2∼3개씩 운영되고 있다. 국민체육센터는 지방도시 및 군단위 거주자들을 위한 복합스포츠센터다. 국민체육센터는 하나 짓는데 30억에서 많게는 90억의 비용이 든다. 현재 완공된 지역은 이번에 개관된 충남 연기 국민체육센터를 포함 28개이며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71개 지역에 1140억원을 지원했다. 올해는 현재 12개지역을 선정하였고, 내년에는 10개지역을 선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공단의 최종목표는 234개 시·군·구에 각각 1개씩 국민체육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다. ▶학생들을 위해서는 어떤 지원을 하나. -1990년대만 해도 학교운동장이나 공공운동장에 잔디나 우레탄트랙이 깔린 곳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공단은 2000년부터 전국적으로 331개 학교나 공공운동장에 잔디나 우레탄 트랙을 설치해 학생들이 안전하게 운동하도록 하고 있다. 생활체육의 저변확대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원시설당 3억원의 체육진흥기금을 들여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87개 초·중·고교와 지자체에 지원할 예정이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4일 문여는 난지골프장 난지골프장(9홀)이 4일 문을 연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146억원을 들여 지난해 3월 말 공사를 완공한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난지골프장의 운영·관리권에 대한 서울시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박재호 이사장이 무료 임시개방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박 이사장은 “골프장을 개장하지 않더라도 코스 관리비용 등으로 매달 1억 5000만원이 들어간다.”면서 “이같은 비용이 매달 들어가는데 골프장을 개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서울시와 협상은 계속하겠지만 우선은 문을 여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난지골프장 개장이 늦어진 이유는 골프장에 대한 운영·관리권을 누가 갖느냐하는 주도권 싸움 때문이다. 공단은 지난 2001년 7월 난지골프장을 조성하고, 운영·관리권을 최대 20년 동안 가진다는 내용의 난지골프장 관련 협약서를 서울시와 체결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해 3월 골프장이 완공되기 직전 골프장 운영·관리권이 서울시에 귀속한다는 조례를 제정했다. 서울시 조례안은 법정으로 갔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협약에 따라 공단이 최대 20년 동안 정당한 운영권자이며 서울시 조례는 무효라고 판결, 공단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서울시는 법원 판결에 항소,2심이 진행중이다. 서울시는 공단이 골프장을 무료 개장하면 물리적으로 막지는 않겠지만 지방재정법에 따라 하루 318만원(연간 11억원)의 변상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공단-서울시간 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든 형국이다. 어쨌든 시민들은 한시적이지만 한강을 바라보며 무료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난지 골프장을 이용하려면 새벽 5시부터 정문 매표소에서 줄을 서서 손목띠를 받아야 한다.4명이 골프를 치려면 4명 모두 함께 와서 줄을 서야 한다.1∼2명이 오면 다른 사람들과 1조가 돼 골프를 쳐야 한다. 캐디는 없고 수동카트이며 무료다. 당분간은 하루에 9홀만 이용이 가능하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박재호 이사장은 박재호 이사장은 과감한 결단력이 있는 CEO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불과 한달여 만에 공단 최대의 현안이었던 난지골프장 개장 문제를 ‘한방’에 해결했다. 지난달 21일 공모제를 통해 상무이사를 선임할 때도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칙대로 밀어붙였다. 추천위원회가 공정한 기준에 따라 특정인을 선정했다면 당연히 상무이사로 뽑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역대 최연소 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박 이사장은 체육행정 전문가는 아니다. 인사와 재무행정 전문가다. 그는 김영삼 정부시절, 대통령 비서실 정무국장을 거쳐 인사·재무비서관을 지냈다. 비서관으로 근무하면 중앙대에서 ‘국민연금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연간 2000억원에 가까운 국민체육진흥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배분하는 데 적격이다. 박 이사장은 이같은 재무행정에 대한 감각과 특유의 결단력으로 공단을 180도 바꿔놓는 혁신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부산(46) ▲부산 동성고·중앙대 행정학 석사 ▲청와대 인사·재무비서관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청와대 정무비서관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문민·국민·참여정부 ‘정책브레인’ 토론회

    지금 한국사회의 문제를 꼽으라면 ‘양극화’가 1순위다. 양극화는 사회불안의 원인이자 성장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런데 한국의 양극화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바로 논리적으로 억압적 군부독재보다 민(民)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는 민간정부에서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두고 박세일·최장집·이정우 3인이 만난다.29일 서울 올림피아호텔에서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창립 4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민주화, 세계화 시대의 양극화’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다. ●3人 3色 이들 3인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핵심 브레인이자 학문적으로도 ‘일가’를 이룬 이론가다. 그러나 강조점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들의 논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먼저 박세일 서울대 교수는 시장을 옹호하는 미국식 자유주의 주류 경제학에 가깝다.YS정부에서 정책기획수석·사회복지수석 등을 역임하면서 세계화에 개입했고 지금의 노동·교육·사법개혁 등의 단초를 마련했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은 구호에 그칠 뿐, 내용은 신자유주의라는 비판을 떠올려보면 된다. 이에 반해 최장집 고려대 교수와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시장의 우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최 교수는 대표적인 시카고학파 정치학자로 국가의 전면적인 개입을 적극 옹호한다.DJ정부 초기 ‘민주적 코포라티즘(조합주의)’ 개념으로 ‘민주적 시장경제’와 ‘노사정위원회’의 근거를 제공했다. 이 교수는 정당한 노동 없이 불로소득을 얻는 행위(지대추구행위·rent-seeking)를 정부가 없애야 한다는 데 강조점을 둔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최 교수와 이 교수 간에도 차이는 있다. 최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제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반면, 이 교수는 부족하더라도 주요 정책들이 하나둘씩 마련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토론회에 앞서 배포된 자료에서 이들의 개성은 도드라졌다. ●박세일 “교육·복지·노동 연계 필요” 박 교수는 시장주의자답게 양극화의 원인에서 세계화는 제외한다. 이는 자유무역에 대한 믿음과 연결되어 있다.“이론적으로 볼 때 자유무역 그 자체는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경향이 더 크다.”고 말한다. 해결책도 시장주의적이다. 교육·복지·노동이 연계된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을 언급하지만 방점은 ▲높은 성장률 ▲개방경제 ▲세계최고의 대학·연구소에다 찍는다. 한마디로 경쟁체제의 도입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것. 그럼에도 관건은 국가의 대응이라 한다. 박 교수가 여기서 비관적으로 변한다.“새로운 비전과 발상을 가지고 동시에 효과적인 정책추진력을 가진 새 역사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최장집 “노조는 더 강화돼야 한다” 민주적 코포라티즘은 노사정이 세금·임금·고용 등에 대해 정치적 대타결을 통해 사회적 협약을 체결한다는 의미다. 이는 참가자들의 힘이 균등할 때 성립한다. 힘이 비슷해야 타협할 공간이 생기고 이 공간에서 정치력은 작동한다. 그래서 최 교수는 ‘귀족노조’라는 말에 강하게 반발한다. 대기업 노조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노동자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약자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노조가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북돋워줘야 한다는 것. 최 교수는 되묻는다.“노조 없이 누가 노동자·노동운동을 대표하고, 대표 없이 사회협약, 또는 산업 내, 부문간 코포라티즘적 협약이 가능한가?” ●이정우 “성장과 분배는 동행해야 한다” 이 교수는 ‘성장과 분배의 동행’이라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자세히 설명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에 대한 토로도 일부 옅보인다.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소득 재분배 정책을 언급하면서 “2005년 2월 보건사회연구원 설문조사를 보면 복지증가와 추가적 세부담에 대한 동의는 18.9%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59.9%, 영국의 72.6%, 스웨덴의 44%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고 밝힌 것이 한 단면이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최 교수의 민주적 코포라티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1920∼30년대 일부 유럽에서 이미 성공했는데 한국의 노사관계나 대화의 문화가 80년전 유럽에도 못 미친다는 것은 지나친 자기비하가 아닐까.”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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