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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나예프,그는 비판적 고르비 지지자였다

    ◎본사 김영만기자의 “120분 만남” 소련대통령직을 승계한 겐나디야나예프에게 활동적이라거나 명석하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노블한 신사」라는 편이 더 적합하다. 기자가 모스크바의 봄햇살속에 크렘린궁 정원을 가로 질러 당시 부통령집무실에 도착한것은 5월14일 하오5시였다.고르바초프대통령의 집무실건물 옆건물3층에 자리잡은 야나예프 부통령의 집무실은 어림잡아 60∼70평쯤 되어 보였다.첫 한국기자의 방문을 받은 그는 기자가 집무실 문을 들어서는 것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정확하게 사무실 중간쯤에서 기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즈드라스부이체』(안녕하십니까).모스크바 국제공항에서 노태우대통령이나 부시미대통령을 영접할 때의 야나예프 얼굴은 무섭도록 굳어있다.때때로 TV를 통해 야나예프를 본 사람들은 대체 이사람이 웃을줄 아는 사람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지만 그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기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1시간20분동안 진행된 기자와의 회견내내 야나예프는 부드럽고 격식있는 태도로 기자의 질문에 대답해나갔다. 기자가 던진 첫 질문은 『외신사진에서 봤을때 당신은 항상 안경과 함께 있었다.오늘 그 안경은 어디갔는가』였다.이 질문에 야나예프는 어린아이처럼 재미있어 했다.그는 『저쪽 책상위에 있다.편한 마음으로 기자를 만나기위해 안경을 쓰지 않았다.지금 옆에 앉은 통역은 노대통령의 방소때 통역을 맡았던 대통령실 소속 통역원이다.내가 가짜일까 생각하는 모양인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소리내어 웃어보였다. 크렘린궁과 약속했던 질문은 다섯개였다.다섯개질문을 하고 답변을 다들었을 때도 시간은 40분밖에 흐르지 않았다.기자는 조심스럽게 『약속했던 질문다섯개는 모두 끝났다.만약 양해해주신다면 몇개의 추가질문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야나예프는 안경이야기때처럼 또한번 즐거워 했다.그는 『나는 처음부터 기자와의 약속은 믿지 않는 편이다.어느 기자가 모처럼만에 크림렌궁의 사람과 마주 앉았는데 질문 다섯개만하고 제발로 걸어나가려고 하겠는가』라고 웃음과 함께 되물었다. 인터뷰당시 그는 권력서열 2인자였다. 그러나 실제권력서열은 그보다 낮았던 편이다. 어디서나 대체로 2인자는 친절하다. 물론 1인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절하다는 것이지만 그가 보여주는 유머와 격조는 외신이 전하는 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공산당 엘리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영민함과 독선,화려한 말의 수사대신 그는 2인자의 친절과 전통적인 러시아민족의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뷰 도중에 그는 정치적 성향이 보수임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그는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의 경제개혁정책에 이른바 비판적 지지자의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나는 개인적으로 외국자본이나 지원이 소련경제를 호전시킬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물론 외국의 지원이 우리의 과업수행을 보다 용이하게는 하겠지만 주요한 것은 자력으로 일어서는 것이다.자기자원·자기자본·자기노력으로 시장경제를 창조할때만 우리는 성공할 수 있다』는 유의 답변은 당시 보수파들의 「자력갱생」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가 이루어진 그 5월에 야나예프는 내년 1·4분기까지는 위기수습에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내년 2·4분기부터는 대대적인 시장경제 메커니즘도입을 위한 개혁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당시에 그가 내년 1·4분기까지를 위기수습단계로 설정한 것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었다.그러나 「월요일의 쿠데타」가 감행된 지금,그의 말은 묘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인터뷰가 끝난뒤 그와 헤어지면서 오래전 귀족의 허무주의 같은 냄새,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원칙적 보수주의자라기보다는 낭만적 전통주의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쿠데타가 만들어낸 수장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감회를 갖게된다.그는 어떤 역할을 할것인가.
  • 달갑잖은 제주 「대권밀담」/김영만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3김을 「정치에 전 사람들」로 부르고 싶다.특별히 나쁜 뜻으로서는 아니다.모든 시간,모든 사물을 정치로서만 의미를 채우고 보려해서다. 제주도에서 벌어지는「대권정국」에 국민들이 힘들어하고 있다.무더위 철에 벌어지는 내년 겨울의 대통령선거이야기가 유권읨들의 신경을 미리부터 곤두세우게 한다.9월에 있을 남북한 유엔동시가입 같은,「통일로 가는 첫 이정표」세우기는 그바람에 남의 일이 됐다.대통령이 되는 일만 빼고 나머지는 가치있는 일이 없는 것처럼 이 여름의 정치판은 몰아가고 있다. 신의 땅 제주도.태평양을 바라보고,수십길 단애위에 자리잡은 호텔신라의 풍광은 「좋다!」가 절로 나온다.전문가들의 평을 빌리면 세계 제1의 휴양시설이다.그곳을 무대로 벌어지는 대권이야기는 그러나 시원하지 않다. 제주의 여름정국을 끌어가는 배우깁이 자신들은 휴가중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흥미롭다.휴가중에 우연히 만난 사람들끼리 식사를 했을뿐이라는 이야기다. 맞다. 김영삼대표와 김종필최고위원이 식사를 하고나서도 발표한것은 하나도 없다.김대표와 최영철특보,박철언체육청소년장관간의 연쇄회동에서도 발표된것은 없다. 최특보가 말했다해서 파장을 일으킨 내각제와 경선문제도 와전됐다고 해명됐다.언론과 국민만이 흥분했다는 것이 배우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배우들은 계산해서 행동하고 있다.김대표는 고르비와 노태우대통령이 회담했던 호텔신라 사라룸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김최고위원과 회담했다.총선전 대통령후보 결정을 주장해온 김대표가 10일전에 약속해 문까지 걸어 잠근 회담이라면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모두 알만한 이야기다.서울의 측근들은 그의미를 확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김대표 입장에서 후보의 조기확정은 바람직한 일이다.반대로 거기에 제동을 걸려는 발언이나 모임은,다른 계파,민정계나 공화계의 이익에 맞다. 시기적 이익의 상이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대권정국의 조기개전이 여론의 반대편에 있다.설혹 조기전을 금지시킨 대통령의 지시가 특정계파의 시각을 담은 것이라 하더라도,남북한 유엔가입을 맞아 당분간은 통일역량 극대화에 주력해야한다는 말은 명분을 얻고 있다.유엔가입이란 호재가 대통령의 명분을 강화시켜주는 적극적 소재라면 그것은 통치권자가 누릴수 있는 이익일수 밖에 없다. 지역성이 주요 투표결정요소로 작용하는 우리 정치문화는 불행히도 통합개념인 국민보다,지지자가 앞선다.선거가 끝나도 국민이 4당 지지자로 분열,아무일도 못하던 때가 3당통합전이었다. 유권자들은 어쩔 수없이 편가르기를 하면서도 그속으로 자신들이 빠져드는 것을 기실은 싫어한다.지역주의의 포로가 되면서도 정치가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희망한다. 대처수상의 사임에도 그혼란이 하루를 넘기지않는 영국의 정치를,10월말로 다가온 자민당총재선거를 3개월 남겨두고도 조용하기만 한 일본의 정치를 그래서 부러워 한다. 정치의 요체가 국민을 편하게하는 일이라고 정치인들은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국민들은 벌써부터 자신들이 대통령선거의 포로가 되기를 싫어한다.그이야기가 나오면 우리는 아무것도 못하는 경험을 갖고 있다.시간은 많다. 호텔신라를 올여름만이라도 세계 제1의 휴양지 그대로두었으면 싶다.
  • 김 대표­박철언장관/정치현안 의견교환

    【제주=김영만기자】 민자당의 김영삼대표는 29일 상오 제주 호텔신라에서 박철언체육청소년부장관과 만나 선거법개정문제와 향후 정치일정등 최근의 정치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 정치일정·현안 논의/김 대표·김종필위원 제주회동

    【제주=김영만기자】 민자당의 김영삼대표최고위원과 김종필 최고위원은 28일 상오 제주 신라호텔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선거법 개정문제와 향후 정치일정등 정치권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배석자 없이 1시간동안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 두사람은 신민당 김대중총재의 내각제관련발언과 의미,노태우대통령의 유엔총회참석동행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화내용에 대한 발표는 없었다. 김대표는 이어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는 최영철대통령정치특보의 예방을 받고 1시간여동안 요담했다. 최특보는 요담이 끝난뒤 『지난26일 있었던 나의 내각제와 대통령후보경선발언에 대해 해명했다』고 말하고 『이상하게 거두절미돼 시끄러워졌다는 해명에 김대표는 충분히 납득했다』고 설명했다.
  • 북방외교의 결실 설명…교민들 뜨거운 박수(노 대통령 북미순방여로)

    ◎“한미유대 깊을수록 동포위상 높아져”/“한국의 정치적 기적 이룩한 분” 극찬/슐츠 ○페어몬트호텔서 첫밤 ◎…방미 첫날밤을 샌프란시스코시내 페어몬트호텔에서 보낸 노태우대통령은 30일 상오8시(한국시간 1일0시)호텔로 교민대표들을 초청해 아침식사를 함께 하며 격려. 노대통령은 격려사에서 『작년 6월 고르바초프소연대통령과 회담을 하러 이곳에 왔을때는 워낙 일정이 촉박해 여러분을 만날수 없어 서운했는데 오늘 아침 이처럼 편안한 자리를 함께 하게되어 기쁘다』고 한뒤 『이지역 10만명의 우리 동포들이 화합과 결속으로 미주지역에서도 모범적인 동포사회를 이루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감사를 표시. 노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는 우리겨레가 이 대륙으로 처음 이민을 왔던 곳이며 나라를 잃은 어둠의 시기에 선열들이 몸바쳐 독립운동을 벌이는등 우리의 역사와 깊은 유대를 맺고 있는 친근한 도시』라고 지적하고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한소정상회담을 시발로한 국교수립등 양국간 관계개선과정과 북방정책의 결실부분을 소상하게 설명. 노대통령은 『이러한 관계위에 소연과 지난날의 북한동맹국들이 우리의 통일정책을 지지하고 북한에 대해 우리와 함께 유엔에 가입하고 국제핵사찰을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세계가 유전벽해의 변화를 하는 상황에서 북한도 변하지 않을수 없다』고 단언. 노대통령은 『저의 이번 방미는 3년반동안 4번째로 매년 한번씩 미국에 온 셈』이라면서 『한국과 미국 사이는 그만큼 긴밀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나라가 되고 있다』고 말하고 『두나라의 관계가 깊을수록 우리 동포사회의 위상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 노대통령은 또 6·29선언 4주년에 대해 언급하면서 『대학생들이 스승이자 공직자인 총리에 폭행을 한 사건을 뉴스를 통해 보시고 여러분도 모두 개탄하셨을 것이고 저도 해외동포들의 질책과 걱정의 소리가 많았다고 보고 받았다』고 피력한뒤 『그러나 성숙한 국민들의 정치의식과 언론의 자유가 있고 참고 자제할 줄 아는 정부가 있는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하여 여러분은 더이상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역설. 이날 조찬에 참석한 교민대표들은 노대통령이 「모범적인 샌프란시스코 교민사회」라고 감사를 표시한 대목과 「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북방정책」및 「조국의 민주화 진전 상황」등을 설명할 때에는 여러차례나 박수로 환영의 뜻을 표하는등 시종 밝고 화기넘친 분위기. ○슐츠 전국무 즉석 질문 ◎…29일하오1시(한국시간 30일새벽5시)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샌프란시스코의 스탠퍼드대학 후버연구소 오찬장에 입장한 노태우대통령 내외는 슐츠전국무장관 내외와 레이지언 소장내외등과 헤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한시간여 오찬을 나눈뒤 슐츠전장관의 소개로 연설을 시작. 슐츠전장관은 인사말에서 『경제적 기적에 이어 6·29선언을 통해 한국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정치적 기적을 이룬 노대통령의 훌륭한 리더쉽과 넓은 안목을 접하기위해 노대통령을 초청한 것』이라고 소개. 동시통역으로 약 35분동안의 연설이 끝나자 교수 학생등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로공감을 표시했으며 슐츠전장관은 참석자들을 대표해 한국의 학생운동문제와 북한의핵사찰 수용가능성에 대해 즉석 질문. 노대통령은 한국학생운동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뒤 『금년봄 격렬한 시위가 있었으나 시민들이 호응하지 않아 확산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여당에 표를 몰아줘소요를 잠재우는 선택을 했다』고 말하고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 북한의 핵개발을 막아야겠지만 북한이 핵사찰에 응할 것을 기대한다』고 대답. 연설이 끝난뒤 슐츠전장관은 세계지도가 그려진 어항을 노대통령에게 선물하면서 『한국이 세계의 일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를 지닌 선물』이라고 설명했고 노대통령은 『연설한 대가로 한국의 지도를 크게 그려준데 대해 감사한다』고 조크. ○취재진들의 이목 집중 ◎…휴게실에서 슐츠전장관,레이지언소장등과 잠시 환담을 나눈 노대통령은 오찬참석자들을 위한 옥외칵테일장과 오찬장을 잇는 복도입구에서 슐츠전장관등과 함께 참석자들을 일일이 접견. 공식수행원등 우리측 40여명과 미국측 80여명의 참석자중 국내 취재진의 카메라가 집중된 것은 노대통령이 정호용전의원과 만나는 장면. 지난해 4월 대구서갑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방미, 1년3개월째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샌프란시스코에 머물고 있는 정전의원은 이번 노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방문에 따른 단독대좌로 향후 거취가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 리셉션 라인에서 정전의원을 만난 노대통령은 어깨를 감싸고 두드리며 『반갑습니다』라고 악수를 나누었고 정전의원은 웃음으로 답례. 노대통령이 리셉션장에 도착하기전 양측 참석자들이 칵테일을 나눈 자리에는 정전의원의 육사 11기 동기생인 안교덕청와대 민정수석과 나란히 서서 정담을 교환. ◎…경호용 헬리콥터가 스탠퍼드대 캠퍼스상공을 선회비행하는 가운데 이날 낮12시40분쯤 모터게이트편으로 후버연구소 후버타워 앞뜰에 도착한 노대통령 내외는 슐츠전국무장관과 레이지언 후버연구소장 내외의 영접을 받고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 □특별취재반 △김호준 워싱턴특파원 △홍윤기 LA특파원 △이경형 정치부차장 △김영만 모스크바특파원 △김윤찬 사진부기자 △김종원 사진부기자
  • 특별취재반 파견/수행취재 2명등 6명으로

    서울신문사는 28일 노태우 대통령의 미국 및 캐나다 방문을 취재 보도하기 위해 6명의 현지 특별취재반을 구성했다. 이들 중 이경형 정치부 차장과 김윤찬 사진부 기자는 노 대통령의 특별기에 동승,수행취재를 하게 되며 김영만 모스크바 특파원과 이종원 사진부 기자는 별도로 특파돼 김호준 워싱턴특파원 및 홍윤기 LA특파원과 합류,취재활동을 벌인다.
  • 외언내언

    소련 동부시베리아 체그도민시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광활한 북한벌목장. 기찻길 4백㎞에 이르는 남한 땅넓이라고 하는데 이 지역에 수십개의 북한 「벌목중대」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는 1만8천여 명. 벌목사업본부가 있는 체그도민은 하바로프스크에서 기차로 19시간이나 걸리는 우리나라 소읍정도의 자그마한 도시. 한글로 쓰여진 붉은색의 선동구호가 곳곳에 널려있고 소련시민보다 북한 노동자가 더 많은 「소련 속의 작은 북한」이다. ◆북한은 지난 66년부터 소련과 합작형태로 이 지역에서 벌목작업을 해왔는데 지난 3월 소련의 유력주간지 「모스크바뉴스」에 의해 갑자기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인권유린이란 비극적인 사태로 이름을 떨친 것. 북한의 인권유린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현지를 답사한 「모스크바뉴스」지 기자는 이곳의 북한 노동자들은 모두 이중철책으로 둘러쳐진 열악한 환경의 합숙소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합숙소 주변에는 특별감옥까지 설치돼 감방 하나에 10∼15명씩갇혀있다고 폭로했다. 이 기자는 또 체그도민강가에서 토막난 시체들을 발견했다는 놀라운 사실도 전해주었다. ◆이 잔혹의 현장에 우리나라 기자로는 처음으로 서울신문 김영만 모스크바 특파원이 들어가 취재했고 그 제1신이 28일자 서울신문에 보도됐다. 김 특파원은 벌목장 내부의 인권문제와 희귀동물남획 등을 이유로 최근 소련연방정부가 북한벌목사업소에 오는 12월말까지 북한노동자들을 전부 철수시킬 것을 통보했다고 전해왔다. 「벌목장의 인권유린」은 김 특파원의 예리한 필치로 계속 파헤쳐질 예정. ◆시베리아 삼림지대의 벌목은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사업. 경제파탄에 직면해 있는 북한으로서는 이곳에서 쫓겨난다는 것이 엄청난 타격이겠지만 지은 죄에 대한 당연한 업보. 체제유지도 좋고 외화벌이도 좋지만 최소한의 인권마저 유린하는 버릇을 버리지 않는 한 국제적 망신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 기회에 똑똑이 인식했으면 한다.
  • 김영만특파원,소 체그도민 첫 취재(시베리아 북한벌목장 취재기:1)

    ◎“시베리아 벌목장은 북한 축소판”/벌목 뒷전… 희귀동물 남획 환경파괴 말썽/소,인권유린등 들어 재계약 거부 철수령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의 하나인 소련 체그도민 벌목장이 최근 벌목장 내부의 인민재판 등 인권문제와 희귀동물 남획 등으로 소련당국의 철수명령을 받았다. 동부시베리아의 체그도민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북한 벌목장은 북한 벌목인부 1만8천명이 현재 벌목작업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소련 언론들이 벌목장 내부의 인민재판과 수용소 인권유린실태를 보도함으로써 북한과 소련 양국은 물론 세계의 관심지역으로 등장한 곳이다. 소련과 북한이 벌목목재를 61 대 39의 비율로 나누어 갖는 소련의 북한벌목장은 지난 66년부터 25년간 북한이 벌목을 하고 있다. 붉은 글씨로 쓰인 주체탑,소련시민보다 더 많은 북한인부들,체그도민은 소련내의 작은 북한이었다. 하바로프스크에서 열차로 7시간 걸리는 트인다역에서부터 또다시 「12시간이 걸리는 체그도민까지 기찻길 4백㎞를 따라 북한의 벌목장은 거의 남한 만한 넓이에 걸쳐 있었다. 트인다에서부터 체그도민에 이르는 수십 개의 역 대부분에 북한 벌목중대들이 위치해 있다. 기차를 기다리거나 배웅하기 위해 나온 수십,수백 명의 북한인부들이 있는 역마다 북한으로의 수송을 기다리는 화물열차들이 대기하는 것이 목격됨으로써 벌목장의 크기를 짐작해볼 수 있을 뿐이었다. 현지 주민들의 반대로 폐쇄될 위기에 빠져 있는 체그도민의 북한 벌목장을 기자가 찾은 것은 지난 23일 낮,소련 연방정부는 최근 시베리아 체그도민에 있는 북한 벌목사업소에 전문을 보내 오는 12월말까지 사업소와 1만8천명으로 추정되는 벌목인부들의 철수를 지시했다. 북한당국은 이에 따라 러시아공화국정부와 새로운 벌목계약을 추진중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현지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협약기간 연장을 거부함으로써 설혹 러시아공화국정부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벌목인부들의 입국조건,목재의 운송 등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벌목장은 주사업인 목재벌목보다 외화가득률이 높은 사향노루 사냥 등에 치중함으로써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모스크바 뉴스지가 벌목사업장내의 인권실태를 폭로하고 나섬으로써 지역주민들의 반대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린치·살인 폭로보도에 “사실 아니다”/소선 인권문제보다 환경보호 더 관심 체그도민에는 북한의 벌목사업본부가 자리잡고 있다. 23일 낮 기자는 체그도민의 검찰당국을 통해 수용소가 있는 곳으로 보도된 벌목사업본부 취재와 북한책임자와의 인터뷰를 요청해 사업본부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자신을 벌목장 안전책임자인 안전부장으로 소개한 박춘송씨(53)는 비교적 자세하게 벌목장의 현황을 소개해주었다. 어려운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논리를 강조하는 방법으로 질문을 막았다. 이날의 기자에 대한 벌목사업소 공개는 지금까지 소련기자의 방문까지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로까지 받아들여졌다. ­근로자들의 생활은 어떤가. 『루블로 월급을 준다. 쌀과 부식은 대부분 국내에서 가져온다. 꼭 필요한 생필품은 현지에서 사기도 하지만 뭐가 살 게 있나. 채소는 우리 스스로가 키워서 먹는다』 벌목장에 나와 있는 북한인부는 모두 2만명선,1만8천명 정도가 벌목인부와 중장비 기술자로 알려져 있고 1천∼2천명 정도의 사무요원 및 사회안전부 요원이 나와 있다는 것이 소련관계자들의 이야기였다. 이 중 박씨는 88명이 가족을 동반해 있다고 말해주었다. 말문을 돌려서 벌목장 내부의 인권문제에 대해 질문을 했다. 벌목장내의 인권문제가 문제가 된 것은 지난 3월 모스크바 뉴스지가 한철기 사건을 계기로 북한 벌목장의 인권실태를 폭로하면서부터다. 한철기 사건은 벌목인부로 일하던 한씨가 탈출,소련 여자와 결혼해 정식 소련시민이 됐으나 소련전역에 퍼져 있는 사회안전부 요원들이 한씨를 다시 체포,북한으로 압송하려던 사건을 말한다. 한씨는 이때 소련 경찰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본국으로 압송되는 것을 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벌목사업본부에서 소련의 행정권이 미치지 않는 수용소가 있다는 것을 폭로했다. 한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벌목장에서 인민재판이횡행하고 있고 린치와 심지어 살인까지 예사로 행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모스크바 뉴스지는 이때 아무르강에 북한인부의 토막시체가 버려진 적도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한철기 사건과 관련해 벌목장의 인권문제는 현지교포는 물론 소련시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게 됐다. ­벌목 인민들이 인간 이하의 대접과 린치,죽음의 공포에 시달린다는 현지신문의 보도가 있었고 또 대부분의 교포들도 그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명할 수 있나. 『한철기란 반역자가 우리에게 손실을 입혔다. 그러나 한철기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는 게 판명됐다. 한철기는 조선에 있는 가족들이 모두 처벌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그의 가족들의 모습을 비디오테이프로 촬영해와 검찰관계자들에게 공개했다. 또한 수용소라고 주장한 것도 하바로프스크 제1검찰 부총장이 와서 조사했다』 ­공개할 용의는 없는가. 『기자선생,내게도 상의해야 할 상부가 있다. 이해할 것은 이해해 달라』 ­사진촬영도 안 되나. 『거기는 어렵다. 다른 곳은 다 찍어도 좋다』 하바로프스크에 사는 교포들은 이른바 수용소에 대해 한평짜리 방에 20∼30일씩 대·소변을 함께 처리할 용기 하나와 함께 가둬 둔다고 말했다. 다리를 자르기로 인민재판에서 결론이 나면 걸상 위에 다리를 올리게 한 뒤 나무토막으로 내려친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교포들의 이러한 발언은 이들이 끊임없이 벌목인부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본부에서 만난 북한인들의 대부분은 무표정했다. 처음보는 서울사람에 대해 눈을 반짝거렸으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차역에서,기차에서,시내에서 만난 북한인부들은 서울사람에 대해 놀라울 정도의 반가움을 드러냈다. 자신들과 너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서울사람에 대해 자신들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소련당국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남의 나라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들의 관심은 벌목장에서 인권유린이 있느냐하는 것보다 북한사람들이 사향노루를 잡기 위해 불법적인 대규모 사냥을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생태계 파괴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체그도민시내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무라트바키예프 나시로비 검찰국장은 북한 벌목사업본부내에 5개의 징벌용 방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는 식당 다음 건물에 철문으로 된 다섯 개의 작은 방을 발견했으며 자신이 방문했을 때 북한사람 3명이 수용돼 있었다고 말했다. ­벌목장 내부에서 체벌과 인민재판이 성행한다는데 들어본 적 있나. 『신문을 보고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일하는 인부들이 그들에게 복종하기 때문에 북한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통 문제가 있을 때는 본국으로 송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소련의 감옥에는 북한인 3명이 불법 사냥혐의로 체포돼 감옥에 있다. 나머지 다른 문제로 10여 명이 징벌을 받고 있으나 그 혐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검찰국장은 답변하기를 거부했다. 하바로프스크에 있는 국립동물 및 어류연구소는 지난 10년 동안 북한인부들이 1만4천마리에서 2만마리 정도의 사향노루를 올가미와 함정 등으로 잡아갔다고 주장했다.
  • “소의 선택은 정치·경제 동시개혁뿐”

    ◎소 민주러시아운동 의장 아파나셰프/고르비식 개혁으론 사회발전 낙관 못해 오늘날 소련에서 공산당을 제외한 가장 큰 정치조직으로 「민주러시아운동」을 들 수 있다. 이 조직은 거의 모든 소련의 야당과 민주단체·민주정파·기업·개인을 망라한 범국민운동기구로 소련의 민주화를 선도하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에 맞서 모스크바대학에서 두 번의 대중집회를 개최했고 러시아공화국의 대통령직선을 추진,성사시켜가고 있는 것도 이 민주러시아운동이다. 서울신문 김영만 모스크바 특파원은 「민주러시아운동」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4인 조정위원회 의장 유리 아파나셰프(57)와 인터뷰를 갖고 민주러시아운동이 지향하는 소련의 새로운 미래와 정치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민주러시아운동이 지향하는 이념은 무엇인가. 무엇이 사사건건 현 연방정부와 대립하게 만드나.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파블로프 총리 정부는 사회주의를 개량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주의를 극복하려 한다. 이것이 현 지배체제와 우리의 이념적 차이다. ­개혁하자는데는 고르바초프와 민주러시아에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다만 속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그것이 그렇게 대립적인 요소일 수 있나. ▲파블로프는 사회적 안정을 확보한 뒤에 경제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정치와 경제의 개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현재의 소련을 개혁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차이일 수 있다. ­민주러시아운동은 많은 대중집회를 개최하고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 당신은 그러나 소련최고회의 대의원이기도 하다. 민주러시아운동은 의회적 방법을 지지하나 아니면 개혁을 위해서는 파업·불복종 등의 행동도 불가피하다고 보나. ▲두 개의 방법들이 합리적으로 조화돼 역량이 극대화되기를 우리는 희망하고 있다. 러시아공화국의 경우 의회적인 방법이 유효하게 사용될 수 있는 정치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연방의 경우 대의원대회나 최고회의는 고르바초프의 심복들에 의해 장악되고 있고 따라서 의회적 방법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치와 경제의 동시개혁,힘의 동원은 경우에 따라 무정부적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이도 저도 아닌 혼란만 남는다는 견해도 경청할 만하지 않은가. ▲이미 부분적으로 무정부 상태가 초래되고 있다. 그러나 이 혼란과 무정부적 상황의 발생이유,그것이 증폭되고 있는 이유를 정확히 보는 것이 필요하다. 고르바초프와 그의 각료들은 파업과 불복종의 결과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계획경제체제가 파괴되고 있는 과정에서의 부분적 혼란은 불가피하다.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선거에 리슈코프 전 연방총리의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다. 옐친을 지지하는 민주러시아운동의 입장에서 선거결과를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몇몇 후보들이 더 있겠지만 옐친과 리슈코프의 대결이 될 것이다. 우리는 옐친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가 오늘의 현실에서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임에는 틀림없다. 리슈코프는 군부와 공업부문,공산당과 관료들을 대표할 것으로 보여 꽤 접전이 될 것으로 본다. ­옐친과 민주러시아운동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우리는 옐친이 민주를 지향하면 그를지지하고 과오를 저지르면 그를 비판한다. 동맹자이면서 우리는 그에게 야당일 수 있다. 그러나 비상한 상태이기 때문에 주로 동맹자로서의 관계가 강조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민주러시아운동을 하나의 거대야당으로 만들 생각은 없나. ▲그런 계획이 없고 그런 생각에 반대한다. 민주러시아는 비형식적인 기구로 남아 있어야만 우리 사회를 반영할 수 있고 시민들의 지향하는 바를 대변할 수 있다. 우리가 정당화하면 공산당과 마찬가지로 대립과 도전을 받아야 한다.
  • 중·소 「남북한 유엔가입」 협의 활발/15일 정상회담

    ◎공동성명문안 사전 의견 조정 【모스크바=김영만 특파원】 소련과 중국은 한국의 유엔 단독가입문제에 대해 매우 심각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으며 이 문제가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소·중정상회담의 주요 현안인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소련과 중국은 15일부터 시작되는 강택민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방소와 관련,양국 정상간에 발표할 공동성명 작성작업에 착수했으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이 엇갈려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공동성명 사전협의를 위해 소련을 방문했던 중국 공산당 대표단이 이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귀국한 데 이어 4일 소련측의 무사토프 공산당 국제부 제1부부장이 중국에 가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계속 모색할 예정이다. 모스크바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공동성명에 담을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양국이 매우 날카로운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전하고 주로 한국의 유엔 단독가입에 대한 입장조정이 정상회담을 앞둔 양국의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소련은 중국과 가진 정상회담 공동성명 작성작업협의에서 『남북한간의 대화를 환영하며 두 나라 인민의 숙원인 통일을 지지한다』는 문구를 양국 공동성명에서 채택하기를 희망했다.
  • “소유즈 리더” 알크스니스 첫 단독인터뷰/김영만 특파원

    ◎“파국위기의 소련… 비상선포로 타개해야”/쿠데타 성공하기엔 소 너무 큰 나라/보·혁 대결 장기화땐 내전 부를수도/경제독립 없는 연방탈퇴는 공염불… 단합 긴요 소련 인민대표회의의 강경보수파 의원들로 구성된 소유즈그룹이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개혁에 따른 혼란을 비난하며 비상사태 선포 등을 주장해 소련의 장래와 관련,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서울신문 김영만 모스크바특파원은 당중앙위 개막 직전인 23일 이 그룹의 실질적인 리더인 빅토르 알크스니스 대령(41)을 우리나라 기자로는 처음으로 단독으로 만나 개혁에 대한 입장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평가 소련의 장래 등을 들었다. 현역 공군대령으로 베일에 가린 채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뜻에서 일명 「검은 대령」으로도 알려져 있는 그는 지난해말 셰바르드나제 당시 외무장관이 사임연설을 통해 『새로운 독재의 출현을 음모하는 검은 대령』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소련 정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알크스니스 대령은 서울신문과의 회견에서 자신들이 쿠데타를 꾸민다는 설은부인했지만 급진개혁세력의 요구는 결단코 저지돼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비상사태와 통제경제를 주창하는 소유즈는 개혁 자체에 반대하나.』 『개혁을 반대하지 않는다. 개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바로 경제개혁을 위해 정치적 안정은 필요하다. 한국은 우리가 따라야 할 주요한 모델이다. 당신들은 정치적 안정이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정치적 안정이 없었다면 한국이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사임을 지지한다고 했는데 그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 『고르바초프는 노련하고 또한 여러 가지 복잡한 권력게임 때문에 우리가 사임에 필요한 지지를 얻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치적인 패배를 안길 수 있고 동시에 우리가 주장하는 비상사태의 선포를 얻어낼 가능성은 있다고 여겨진다』 ­일부 분석가들은 소유즈의 발빠른 행보가 고르바초프의 입지를 강화시켜주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한다. 말하자면 보수파의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개혁파와의 협상 여지를 오히려 넓힐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이른바민주파를 곤란하게 한다는 측면에서는 고르비와 우리의 이해가 같을 수 있다. 결과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고르비에게 우리는 민주파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인민대표회의 특별회의 소집은 가능하다고 보나. 『오늘부터 서명에 들어갔다. 4백50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전체 대의원 정수의 5분의1). 소유즈그룹의 대의원 대부분이 현재 지방에 머무르고 있어 필요서명인원을 채우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의회가 비상사태를 선포치 않을 경우 소유즈는 자신들이 제안한 방안들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이 조치는 쿠데타가 반의회적인 다른 방식에 의한 정부구성을 의미하나. 『우리의 결의내용은 아니고 블로힌 의원의 연설에 그런 내용이 있어 오해를 사고 있다. 비헌법적이고 위협·암시·공포로 이해되고 있어 유감스럽다. 우리는 합헌적인 것이 때때로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헌법의 범위내에서만 행동할 것이다』 ­민주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의 비상사태 선포 같은 극단적인 방법의 사용은 유혈사태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 그런 가능성까지 감내하면서 비상사태를 주장하나. 『생명의 가치는 무한한 것이다. 나는 유혈적인 방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국가는 때때로 힘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지금 소련에서는 전쟁이 아닌데도 지난 2년간 정치적 분쟁으로 1천명 이상이 사망했다. 세계는 지금 이라크내의 쿠르드족 문제에 비난을 집중하고 있다. 소련은 지금 민족분규 등으로 피난상태에 있는 사람의 숫자가 1백만명을 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군부쿠데타가 가능할 수 있나. 『우린 쿠데타를 하기에는 너무 큰 나라다. 장군만 모아도 크렘린으로는 모자랄 정도로 숫자가 많다. 우리는 프랑코 장군이나 피노체트 장군,주코프 원수도 없다. 있다면 야조프 원수가 있을 뿐이다』 ­군부 내에도 옐친을 지지하는 개혁파가 형성돼 있나. 『있지만 모스크바에서만 조직이 있는 극소수다. 우라즈체프 러시아 대의원(예비역 중령)이 대표로 있는 「방패」가 그것인데 최근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나에서 이 조직을 만들려다토론도 하기 전에 그들은 도망가야 했다』 ­옐친이 러시아공화국 헌법개정에 성공하고 6월12일로 예정된 선거에서 직선대통령이 된다면 소련의 장래는 어떻게 되나. 『이 대결이 멈추지 않는다면 내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세계3차대전으로 치달을 것이다』 ­당신은 독립운동의 열기가 높은 라트비아 출신인데 강경세력의 간판으로 꼽히고 있다. 출신배경과 현재의 정치적 견해 사이의 차이를 무엇으로 설명하나. 『민족주의자들이 내놓는 구호는 「배고프지만 자유롭게」이다. 경제적 독립이 불가능한데도 탈퇴만이 살 길 인양 외친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 때문에 인간의 생존권을 희생시킨다면 지나치게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셰바르드나제 전 외무장관의 사임연설로 당신은 유명하게 됐다. 실제로 사임을 종용했는가,그것 외의 다른 배경은 무엇인가. 『사임을 종용한 바 있지만 현역 대령 두 사람(한 사람은 페트루센코 대령)의 종용으로­비록 그것이 검은 대령이라 할지라도­장관이 물러날 수 있나? 그보다는 다른 배경이 있다. 하나는 그가 실시해온 정책에 대한 책임추궁의 두려움을 갖고 있었고 또 하나는 이라크를 반대하는 진영에 서겠다고 미국에 약속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못 한데 따른 자기인책으로 보는 것이 옳다』 ◎군부 강경파가 주도… 반고르비 선봉/소 「소유즈그룹」이란 소유즈(연합)그룹은 급진개혁을 반대하며 지난해 2월 소련 최고회의 보수파 대의원 1백여 명이 결성한 압력단체. 최고회의 대의원인 유리 블로힌이 대표를 맡고 있으나 알크스니스 대령을 비롯한 강경파 군장교 5∼6명이 사실상 모임을 주도해가고 있다. 89년 7월 인민대표회의내 급진파 대의원 2백50여 명이 급진개혁을 요구하며 「지역간 그룹」이란 단체를 만든 것이 소유즈그룹이 결성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창립 당시 이들이 밝힌 결성취지는 소연방을 와해시키려는 분리주의,민주주의세력과의 투쟁 및 러시아민족의 권리보호였다. 이들은 그 동안 각종 회의에서 고르바초프의 국내외 정책에 강한 비판을 가해 주목을 끌었다. 특히 90년 11월17일 최고회의에서는 『30일내에 개혁정책을 중단치 않으면 고르바초프는 사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서방 분석가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12월에는 셰바르드나제 외무,바딤 바카틴 내무 등 개혁파 장관 2명을 사퇴케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재 회원수는 4백50∼5백명 선으로 알려져 있으며 군장교,군수산업체 간부,지방공화국 거주 러시아인 출신 대의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 “한국 유엔가입의 문 열려 있다”/소 공산당 무사토프부부장 인터뷰

    ◎「KAL 피격」 객관적 조사 필요/소·중 관계개선,한반도에도 긍정적 영향/소 경제난 극심… 경협에 큰 기대 서울신문 김영만 모스크바특파원은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소련 공산당 발레리 무사토프(51) 국제부 제1부부장과 인터뷰를 갖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이 갖는 의미와 양국 관계의 발전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소련 공산당의 아시아문제 책임자이기도 한 무사토프 부부장은 헝가리 등 동구지역에서 오랜 기간 외교관 생활을 한 뒤 84년부터 공산당 국제부에서 일하고 있는 외교전문가로 팔린 현 국제부장의 뒤를 이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소련 대통령의 첫 한국방문이 갖는 의미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풀이할 수 있나.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한국방문이 이 지역정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임을 확신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제주도에서 양국 정상의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것은 양국 관계가 얼마나 바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인가를 말해준다. 소련은 남북한이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것을 희망하고 있고 모든 문제가 평화적이고도 정치적인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전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소간의 관계발전은 한반도의 문제해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소련은 서울은 물론 평양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소련은 평양과 서울에 대한 등거리외교가 한반도 문제해결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의 폐쇄성을 깨기 위해 서울 쪽에 더 체중을 싣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고 보는데. 『소련의 입장은 두 정부 모두에 대한 호의적인 자세가 평화통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옛친구도 버리지 않고 새로운 친구와의 관계도 계속 진전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의 한소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믿고 있나. 『우리는 현재의 빠른 관계진전 속도를 바람직한 것으로 생가하고 있다. 또한 더 많은 부분에서의 교류가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는어떤 제한도 있을 수 없다. 소련은 알다시피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고 이 부분에서 한국정부와 경제계가 취하고 있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한국은 통제경제체제를 완전한 자유경쟁체제로 이전시킨 성공적인 경험을 갖고 있다. 소련은 한국의 이 같은 경험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때문에 학자·경제관료·정당과의 교류확대가 더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한국 체류시간이 3∼4시간이란 점에 관심을 두려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에 오지 않고 제주도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고려되어야 할 정치적 배경이 있기 때문인가. 『지금의 소련 사정이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시간을 제약하고 있다. 내 생각에는 두 대통령 모두가 경험 많은 정치인들로 시간을 유용하게 처리할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시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또한 1년도 되지 않은 기간에 갖는 세 번째의 정상회담이란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는점이다』 ­한국정부의 유엔 단독가입 문제에 대한 소련의 입장은 어떤 것인가. 『유엔의 보편적 원칙은 어느 국가에나 적용되어야 한다. 유엔헌장을 준수한다면 유엔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 다만 내 생각에는 두 개의 한국이 이 문제에 대해 합의를 본다면 보다 유익하고 세계가 환영할 것이며 또한 그곳서 받는 이익이 클 것이다』(그는 이 대목이 자신의 개인의견임을 분명히했다)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정부가 가입을 청원할 경우 소련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론적으로 모든 나라의 가입권리는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실천면에서 본다면 남북한이 합의하는 것이 보다 나을 수 있다』 ­중국의 이붕 국무원 총리가 북한을 방문,한국정부의 유엔가입신청에 대한 입장 등을 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중국정부의 입장은 어떻게 표현되리라 보는가. 『소련 정치인이 중국 입장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소중 관계가 개선되고 있고 이것이 아시아 전역과 한반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개선은 강택민의 5월 방소에서도 드러난다』 ­KAL기 격추사건에 대해 소련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가. 최근 이즈베스티야지의 비화공개 등으로 이 문제가 양국간에 새로운 외교현안이 되고 있다. 『이즈베스티야지의 보도는 어디까지나 센세이셔널리즘에 입각한 기자들의 아마추어적 조사에 입각한 것이다. 객관적인 조사가 앞으로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니까 이에 대한 결론을 미리 짓지 말고 침착하게 하나씩 해명되어야 할 것이다. 유가족들에게는 다시 한 번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객관적인 조사는 양국간의 공동조사까지를 포함하는 것인가. 『양국 정부가 협의해서 결정할 문제이다. 두 나라 사이가 정상적인 관계인만큼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침착하게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양국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소련의 해당기관들은 이 문제를 푸는 데 협조할 것이다』 ­셰바르드나제 전 외무장관의 사임과 새로운 외교진영의 등장으로 소련 외교가 보수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다. 『특정개인의 개성이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외교정책은 국가최고기관들 사이의 집단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정해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바로 페레스트로이카를 시작했음을 이해하면 된다. 소련 외교의 기본원칙과 수단은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군축,유럽에서의 정책,아시아에서의 정책에서 소련은 여전히 적극성을 띠고 있다. 한국과의 시종일관하는 관계개선,일본과의 관계개선 모두가 소련 외교정책의 불변성을 증거하는 것들 아닌가』
  • 소,「KAL기」 공동조사 용의/당 국제부 부부장

    ◎“한국정부와 진상규명 협의 준비”/김영만 모스크바특파원 단독인터뷰 소련은 지난 83년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KAL(대한항공)007기의 진상조사와 사후 처리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와 협의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련의 토의대상에는 양국 정부간의 공동조사도 배제치 않고 있는 것으로 시사되고 있어 주목된다. 소련 공산당의 발레리 무사토프 국제부 제1부부장은 18일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본사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대한항공기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진상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소련과 한국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무사토프 부부장은 객관적인 조사에 양국간의 공동조사까지를 포함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직접 이를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양국 정부가 협의해서 결정할 문제이며 두 나라 사이가 정상적인 관계인만큼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침착하게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소련이 양국간 관계 확대개선의 장애물인 대한항공문제에 대해한국정부와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대한항공 격추사건은 지난해 12월 노태우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 때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이에 대한 유감을 밝힌 바 있으나 최근 소련정부 기관지인 이즈베스티야가 민간 항공기인 점을 알고도 격추시켰다는 점,소련 해군이 블랙박스와 유체 등을 회수했다고 폭로함에 따라 양국간에 새로운 외교 현안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측은 최근 소련당국에 대해 이에 대한 자료 및 진상공개 등을 요구했었다. 소련측이 공산당이나 정부의 고위관계를 통해 그 동안 언급을 피해왔던 대한항공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진상해명 및 마무리를 위한 협의용의 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도 19일의 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KAL기 사건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한국서 해답찾는 소 경제/김영만 모스크바특파원(오늘의 눈)

    19일 한국을 방문하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나라 소련에서 보는 한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신비하고 경이로운 나라 중의 하나다. 「기적」 「경이」는 지난 70년대에 우리가 듣다가 이젠 잊어버린 단어들이다. 이 말들이 한국을 묘사하는 소련신문에는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학교나 연구소들은 한국의 경험청취에 대단한 관심을 기울인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방한이 발표되기 전날,지면이 있는 공산당 국제담당관계자로부터 외무성 산하 외교아카데미에서 있는 작은 한국문제토론회에 참석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외교아카데미의 분위기를 보는 기회도 쉽지 않을 것 같아 참석한 토론회는 수업형식으로 질문,답변위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기자에게 어떻게 민주화과정의 혼란을 극복했는가.그런 혼란은 필연적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거듭하면서 무엇인가를 얻으려 애쓰고 있었다. 한국이 6·29를 거쳐 권위주의 체계에서 민주화사회로 급속한 이행을 하면서도 동반하는 혼란을 어렵지 않게 극복한 것에 이들은 찬사를 감추지 않았다. 개혁파와 보수파의 대결,가중되는 경제 혼란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는 소련의 인텔리겐차들에게 한국의 경험은 매우 유익하고 훌륭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참석자는 직접화법으로 『소련의 현재 혼란상황과 관련해 가장 주요하게 추진되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면서 『한국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 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외교아카데미 토론회에서의 경험은 소련인들이 한국의 정치·사회를 보는 시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 다음날 소련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는 서울발로 한국경제에 대한 찬사와 부러움으로 가득찬 장문의 르포기사를 게재했다. 프라우다지의 워싱턴·런던특파원을 지낸 필자 토마스 콜레스니첸코씨는 이 기사의 제목을 「한강변의 기적」이라고 붙였다. 『바다와 산 사이에 끼어있는 좁은 땅 안에서 이 기적을 창조한 나라로 오기 위해 넓고 넓은 소련땅을 10시간 이상 날아온 소련인에게 이 나라에서 목격한 현실은 우리에게 끝없는 질문만 던지게 한다』 『한국인의 근면성을 배우자,기자가이곳에서 본 것을 모스크바에서 한 가지라도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젠 소련인이 우리에게 보내는 찬사가 현재의 우리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것인지 알아봐야 할 때다. 기자는 토론회에서 『한국인은 위기상황에서 나라를 위해 쉽게 단결하고 민주화과정의 혼란수습은 이런 전통이 바탕이 됐다. 한국의 경제에 대해서도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 전통의 힘으로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이 말이 틀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모스크바에서 한다.
  • 한국기업들 소서 과당경쟁/김영만 모스크바 특파원(오늘의 눈)

    요즘 모스크바 시내 외화식당 손님의 상당수는 한국인이다. 소련에 제공키로 한 상품차관 8억달러에 대한 배분결정을 앞두고 국내 종합상사들이 본사의 정예 판매요원들을 대거 모스크바에 풀어놓은 결과다. 현지 공관에서는 이들 단기체류 판매요원의 숫자가 1백명 선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시장경제체제인만큼 돈의 성격과 상관없이 자기회사 제품을 한 개라도 더 팔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일을 나무랄 것까진 없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고 있다. 국내 업체간의 과당경쟁으로 우리 돈을 빌려주고 파는 물건이면서도 제값을 못받는 현상이 여러 계약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70년대 말을 전후해 국내 건설업체들이 중동에서의 제살 파먹기 수주경쟁으로 큰 상처를 입었던 일을 기억한다. 이런게 모스크바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면 원론적 시장경제체제 논리의 반추만으로 넘기기엔 부담스럽다. 경협자금의 상품구입 창구로 지정된 소련의 국영상사들은 국가간 상거래에서 금기시되는 일도 한다. 현지의 한국측 수출입관련 관계자는 소련 바이어들이 수입상담 내용을 다른 경쟁회사에 알려주는 방법으로 더 낮은 가격을 유도하는 편법을 거의 모든 경협 자금거래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거래가 있으면 일본의 상사들은 자체 회합을 통해 가격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달여에 걸친 한국상사 직원들의 활약(?)으로 8억달러에 대한 회사간 상담이 거의 끝나가는 상태다. 모스크바에 주재하거나 출장온 상사원들은 새벽 2시를 넘기면서까지 상담 마무리에 열중하고 있다. 일본식의 자체 조정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음은 물론이다. 국내 상사들간의 무한경쟁을 거쳐 계약서가 마무리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정부의 최종재가 과정이 남아 있기는 하다. 때문에 소련측 수입창구와 한국상사들간의 계약은 가계약의 성격을 가진다고도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간의 경험으로 봐서 정부가 종합상사들의 기를 꺾고 이왕에 결정된 계약내용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상품차관문제로 국한할 때 한국은 두번의 아픈 실수를 경험하고 있다. 정부간 협상에서 상품공급창구 지원권을 우리 정부가 갖지 못한 것이 그 하나고 그나마도 제살 파먹기로 제값 아래로 물간을 공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 두번째다. 이제 막 장사를 시작하는 소련에게 장사로 일어선 한국이 장사를 배우고 있다해야 할 것 같다.
  • 러시아공 대통령 직선 결정 안팎/모스크바=김영만 특파원

    ◎고르비·옐친 재대결 소 권력체계 “양분 위기”/옐친 당선 확실시… 보혁격돌 불가피/발트 3국 독립·연방해체 재촉할듯 러시아공화국이 오는 6월12일 공화국 대통령을 직선키로 함에 따라 소 연방내의 개혁파와 보수파간의 정치적 갈등이 빠른 속도로 절정을 향하고 있다. 소련 내부의 정치적 혼란은 어떤 의미에서든 증폭이 불가피해 보인다. 러시아공화국 대통령 직선이 초래할 권력구조상의 변동은 경우에 따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한 개의 축으로 하고 있는 국제정치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소 연방 최대공화국인 러시아공화국에 주민 직선에 의한 강력한 대통령이 탄생할 경우 소련 권력핵심부의 거대한 지각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어렵지않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바로 러시아 최고회의 의장인 급진개혁파 옐친 세력이 공화국 대통령 직선을 주장,관철시킨 주된 이유이자 목적이기도 하다. 크렘린과 러시아대통령간의 권력 양극화 협상이 가장 쉽게 상정할 수 있는 직선 이후의 모습이다. 나아가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이 사실상 소 연방권력의 정점이 되고 현재의 크렘린이 내각제하의 대통령과 같은 모습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러시아공화국 대통령 직선이 소 연방의 권력구조에 충격을 주리라 보는 것은 물론 개혁파의 승리를 기정사실화 하는데서 비롯된다. 공화국 인민대표대회가 대통령 직선과 선거일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킨 5일 모스크바는 선거가 실시될 경우 옐친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중심가에서 만난 거의 대부분의 시민들이 옐친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보수세력들이 투표에 반대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공화국의 급격한 친옐친화 분위기는 그러한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을 희박하게 하고 있다. 5일의 직선안 투표에서 보수파는 마지막 반대연설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이보다 앞서 옐친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안건이 통과된 4일 회의만 해도 보수파인 고랴체바 최고회의 부의장 등이 『우리 아이와 우리의 운명을 옐친에게 맡기는 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격렬한반대논쟁을 벌였다. 그러나 이날 투표에서 보수파는 참패를 했고 이날의 분위기가 5일의 투표에서 반대연설의 필요성마저 무의미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공화국 주민들의 분위기를 반영한 4∼5일의 투표결과는 두개의 주요한 정치적 결사행위가 있고 난 이후에 나왔다. 대의원들간에 지난 2일 친옐친이거나 옐친 지지세력임이 분명한 「러시아 연방대의원그룹」이 진보적 공산당원·민주당원·진보무소속대의원들에 의해 구성된 것이 그 하나다. 이어 3일에는 연방대의원 그룹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역시 진보적인 공산당원들에 의해 「민주주의를 위한 러시아 공산당원그룹」이 결성됐었다. 이들 그룹은 전체 대의원의 80% 정도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두차례의 대규모 시위,지난 2일의 물가인상 조치에 이어 나타나고 있는 고르바초프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현상이 이들 결사에 이어 두개의 주요한 안건이 통과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시지역과는 달리 러시아공화국의 농촌지역은 보수적 공산당 지도부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농촌에서의 공산당 영향력 잔존이나 연방정부의 옐친 반대 노력도 보수파의 승리를 예상토록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현실적으로 공산당은 출마후보를 고르는 일만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옐친파의 승리를 가정할 경우 개혁파는 보수파에 앞서는 권력의 정통성을 확보하게 마련이다. 카자흐·우즈베크·아제르바이잔 등의 다른 공화국에 이미 대통령이 있지만 간선에 의해 선출된 것이고 또한 공화국의 세력면에서 러시아공화국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러시아공화국은 소련 전체인구의 절반,면적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소련의 모든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만큼 러시아공화국이 소련에서 갖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같은 공화국의 직선대통령이 주민이 선거를 통해 수치로 구체화 시켜준 지지를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면 사실상 연방정부가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해야할 것이다. 옐친이 직선대통령이 될 경우 소 연방의 권력구조가 대지각변동을 일으키리라고 보는 것도 이때문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내각제하의 대통령과 같은 위상을 갖게 될지 모른다는 가정도 여기서 나오고 있다. 보수파와 개혁파간의 주쟁점인 경제개혁의 방향 및 속도문제,신연방조약 체결문제 등은 선거결과에 따라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재론될 수밖에 없다. 또한 러시아공화국에서의 독립성 강화는 연방이탈 움직임을 오래전부터 가시화시켜온 발트연안국들에 새로운 희망과 여건을 만들어 주게될 것으로 보여 연방해체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게 된다. 지난달의 국민투표에 이어 고르바초프와 옐친의 명운을 건 2차 대회전이 러시아공화국 대통령 직선이다. 지난 국민투표가 구조적으로 양자간의 무승부를 가능케 했다면 대통령 직선은 어느 일방의 완전한 승리,완전한 패배를 필요조건으로 한다. 어쩌면 고르바초프와 옐친의 이번 재대결로 소련의 역사가 새로이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유례없는 가격인상…줄서기는 여전/김영만특파원 모스크바표정 긴급보고

    ◎생필품등 값 올랐지만 「품귀」 해소 못해/시민들,「인플레 면역」된듯 동요는 없어/페레스트로이카 성패 가름할 가격혁명… 효과는 회의적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소련의 미래를 건 또 하나의 혁명이 2일 소련전역에서 시작됐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포고한 대로 소련국가 가격위원회는 이 날자로 대부분의 생필품에 대해 60%에서 3백%까지의 물가인상을 단행했다. 정부직영의 모든 상점이 이날 개장시간에 맞춰 새로운 가격표를 내 걺으로써 소연방창설 이래 전례가 없는 가격인상이 소련국민들 앞에 현실로 등장한 것이다. 빵은 30코페이카(1루블=1백코페이카)에서 60코페이카로,생선은 ㎏당 1.80루블에서 5.40루블로 인상됐다. 돼지고기는 1.90루블에서 6루블로,쇠고기는 2루블에서 7블루로 인상된 가격표가 내걸렸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이래 수많은 개혁조치가 이루어졌지만 전국민을,그것도 국민의 실생활을 직접 개혁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날의 가격인상 조치가 처음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만큼 고르비정권으로서는 위험부담이 큰 셈이다.동시에 이날의 가격인상조치가 큰 후유증 없이 정착되고 생산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난다면 시장경제로 가는 소련의 경제개혁정책은 한 개의 큰 고비를 넘는 셈이 된다. 전례없는 가격인상을 전후해 모스크바는 생각보다 훨씬 평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민들은 앞으로의 가계운영을 우려했다. 그러나 새로운 가격표 앞에서 당황하거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 듯해 보였다. 소련 당국은 보름 전부터 품목별 가격인상률을 발표해 왔다. 비록 실패했지만 지난해 여름 이미 물가인상을 한차례 시도한 바 있었다. 모스크바가 물가인상 당일 예상외로 평온을 유지한 것은 시민들이 이런 조치들로 인해 물가인상에 대한 면역성을 나름대로 획득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지고 있다. 이와 함께 당국이 실시한 물가인상에 대한 보조금 지급도 비록 충분하진 않더라도 시민들의 심리적 동요를 막는데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 당국은 물가인상이 이루어지기 전인 3월중에 국민 1인당 60루블씩의 보조금을 지급,물가폭등의 폭발성을 낮추는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60루블은 소련 근로자 평균임금의 약 20%에 해당한다. 그러나 물가인상을 전후해 있었던 모스크바의 평온이 이번 물가인상의 성패를 전망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성싶다. 정부당국은 이번 물가인상 조치가 시장경제로 가는 가격자율화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이며 생산자들의 생산의욕을 높여 물자품귀를 해소해줄 것으로 믿고 있고 또 그렇게 홍보해 왔다. 이에 비해 급진개혁 세력들은 그 정도로는 생산 의욕을 높여나갈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물가는 3백%씩 뛰었음에도 여전히 물자품귀현상이 계속되고 품질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고르비 정권과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한 불신은 더욱 증대될 수밖에 없다. 모스크바의 중심가인 드베르스카야 거리의 식품가게 블로츠나 앞에서 만난 일리나(46)씨는 가격인상으로 자신들의 생활은 현재보다 한참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조치로 줄을 서지 않고도 빵을 살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럴 리는 없을 것이며 자신들은 여전히 줄을 서고 빵값은 3배가 오르게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직업이 엔지니어인 그녀의 월 가계총수입은 9백90루블이었다. 자신의 봉급이 2백,남편의 봉급 4백,학생인 딸에 대한 보조금60,사위의 봉급 2백10,친정어머니의 연금1백20루블 등이다. 여기에 물가인상에 대한 정부보조금 3백루블이 새로 보태져 총 가계수입은 1천2백90루블로 늘어났지만 그것이 가격인상분을 상쇄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고 했다. 소련 국민들의 걱정은 이미 일반 소비재의 40% 가까이를 공급해온 협동조합상점의 물건값과 서비스요금 등의 인상은 정부가 고시한 인상률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데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계산한 것보다 실제로는 더 나쁜 파급효과가 국민생활에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한다. 고르비 정부의 유례없는 가격 인상조치의 첫 번째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가 생산농민과 기업에 지급해오던 판매가격과 생산비 차액에 대한 보조금지급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소련은 생산비용과 상관없이 임금구조와 재정규모를 고려해 생필품의 산매가격을 결정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의 경우 생산비 정부보조금은 5백40억달러로 전체 예산적자의 58%를 차지했다. 올해의 보조금 수요는 9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정부가 더 이상 이를 부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또 하나의 이유이자 정부의 논리는 시장경제로 가기 위한 가격구조정상화란 소련국민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는 경제이론이다. 정부당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더 나은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악이 이번 가격개혁 조치일 수 있다. 경제논리로도 그렇다. 그러나 당분간 적어도 이번 가격개혁조치가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 소련 국민들에게 살인적인 가격인상은 더 못 살게 되었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밖에 없다. 이번의 대폭적인 물가인상은 무려 30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주부들에게는 자신들이 주부가 되고 난 이후 처음으로 겪는 경제인식까지를 뒤흔드는 혼란일 수 있다. 그 충격은 시장경제체제에서 보는 물가인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소련­스위스 경제협력사무국에 근무하는 알렉세이(30)씨는 고르비정권에 경제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비전이 없다면서 가격인상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그것의 성공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생각과 달리 근로자들이 근로 의욕을 높이기보다는 물가인상으로 인한 임금삭감 효과를 보충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자신의 일터보다는 부업에 쏟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가인상에 대한 평가는 적어도 1∼2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인상이 우려했던 대로 부정적인 효과만 낳는다면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일어났던 것과 같은 시위는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피할 수 없는 연방의 명운과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건 제2의 국민투표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 “한반도에 「화해의 난류」 몰고왔다”/노대통령 방소결산

    ◎본사특파원 긴급 전화방담/“모스크바 선언은 획기적”… 통일의 디딤돌로/한·중수교 교섭 가속화… 북한 개방의 촉매역/재소한인들에 민족적 긍지 심은 것도 커다란 성과 모스크바=김영만특파원 워싱턴=김호준특파원 도쿄=강수웅특파원 홍콩=우홍제특파원 사회=임춘웅(국제부장) ▲임춘웅=노태우 대통령의 방소 일정이 성공리에 끝났습니다. 노대통령의 소련 방문은 냉전체제의 가장 큰 희생국이랄 수 있는 한국 대통령이 한반도 분단의 「절반의 책임」국인 소련에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실로 역사적인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노대통령 스스로도 귀국인사에서 밝혔듯이 이번 방문이 한소 두나라의 안정적 발전과 특히 남북한의 정치 군사 대결완화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이번 방문을 결산하고 한소 두나라의 관계발전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중국의 입장들을 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방문에 앞서 현지 분위기등을 취재해온 모스크바 특파원이 그곳의 입장을 먼저 정리해 주시지요.○소 국민들 “환영” 일색 ▲김영만=소련 정부 언론 국민 모두가 한마디로 환영 일색이었습니다. 이곳 언론들은 특히 14일 발표된 모스크바 선언에 나타난 합의사항을 크게 평가했습니다. 모스크바선언이 한 소 두나라 관계를 다룬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며 냉전종식이 마침내 동북아에서도 이루어지기 시작한 증거라는 평가들입니다. 노보스티통신은 앞으로 양국간 경제유대 발전에 자극제가 될 것으로 이번 방문을 평가했고 경제분야에서의 중요한 협정들이 계속 체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호준=미국 정부는 이번 방문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정부와 언론 모두가 매우 제한적인 입장만 보이고 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지가 16일 모스크바발 기사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한반도 통일실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는 노대통령의 회견내용을 상세히 전하면서 한 소간의 새 우호관계는 크렘린이 경제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이념적 야심을 포기한 극적인 실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신문은 따라서 양국간에체결된 경제협정으로 위기에 처한 소련 경제에 한국이 대규모 투자를 할 길이 열렸으며 한국도 소련의 원자재 도입과 함께 이번 일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도 비공식 논평을 통해 노대통령의 방소가 『한 소 양국관계에서 역사적인 계기』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기여할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오랫동안 한 소 관계를 진작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점을 상기시키며 이번 방문을 일단 『환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교적 담담한 편입니다. ▲임=이번 노대통령의 방소가 일본과 북한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일본의 입장도 관심거리입니다. ○“경제유대의 자극제” ▲강수웅=일본 정부는 『한 소 정상이 6일 샌프란시스코 회담에 이어 여러 문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습니다. 주요 신문들도 16일 일제히 사설로 다루고 특히 한 소 공동선언이 아시아의 긴장완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습니다. 유력지 아사히(조일)신문은 「긴장완화 재촉하는 한 소 접근」이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한때 한국을 친미 괴뢰정권으로 몰아 붙였던 소련이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대등한 입장에서 노대통령을 맞이한 것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지위를 높여온 한국의 존재를 인식치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이니치(매일)신문도 사설을 통해 한 소 관계가 발전해 안정을 취하는 것은 아시아의 평화를 강화하기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로 그런 의미에서 노대통령의 방소를 성공으로 평가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일본 외무성은 한 소 관계의 긴밀화가 북한을 국제사회에 참가시키는 큰 힘이 되는 것은 물론 남북대화의 계속과 일 북한간 회담의 추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아울러 북한이 한 소 관계 강화를 강하게 의식,일 북한간 국교정상화 회담에 보다 접근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면서 오는 1월 하순 본회담을 착수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우홍제=홍콩의 신문과 방송들은 15일 노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발표한 공동선언을 주요기사로 크게 보도하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한국의 통일노력을 지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경의 중국 관영 언론들은 논평없이 사실보도만 하고 있습니다. ▲임=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북방정책의 최종목표는 역시 통일입니다. 정부도 북방외교의 명분 중 하나로 「모스크바와 북경을 거쳐 평양으로 간다」는 이른바 우회전략을 내세웠습니다. 역시 이번 노대통령의 방소가 한반도의 긴장완화,북한의 태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우리로서는 최대의 관심사항입니다. ○미­북한 교섭도 촉진 ▲김영=소련 외무부의 한 관리는 노대통령의 방소가 동북아 전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보장에 도움이 될 것이므로 한반도문제 해결의 외부조건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인 우려와는 달리 한 소 두나라의 접근이 북한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 관리는 실례로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이 있은 뒤 오히려남북 총리회담이 시작됐고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나섰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두 정상간의 만남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은 극히 자제가 됐지만 고르바초프가 남북대화를 지지하고 북한의 핵안전협정 가입이 재강조된 것은 북한에 대한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들입니다. ▲김호=한 소 관계의 급진전은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대 북한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워싱턴 정가의 시각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왔으나 한반도에 있어서 소련의 이니셔티브를 방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지금까지 13차례에 이르는 참사관급의 미 북한 접촉이 멀지않아 대사급으로 격상되고 관계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들입니다. 우리의 북방외교는 물론 미국과의 긴밀한 사전협의하에 수행되고 있으나 그 속도에 있어 미국의 예상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모스크바선언에 대해 미 국무부가 아직 공식논평을 내놓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어느 정도 미의 「불편한 심사」를 엿보게 하는것입니다. 아울러 한 소간에 막대한 규모의 경협이 진행될 때 미 의회나 언론 대중 일각에서 주한미군 철수나 한국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이 다시 강하게 제기될 소지가 있다고도 보여집니다. ▲강=일본 언론들은 대체적으로 한 소의 급속한 접근이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입장들입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남북대화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도 북한은 두 개의 한국이라는 현실을 직시,한쪽의 이익이 다른 쪽의 손실이라는 냉전적 사고방식을 버리기 바란다』고 썼습니다. 아사히신문도 이번 방문이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해 일 북한간 국교정상화 회담,한 중 국교수립 추진 가속화,나아가 일 소 관계진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임=우리 북방정책의 마지막 과제로 이제 중국과의 수교만 남아 있는 셈입니다. 현재 무역대표부의 교환설치 단계에 있는 한 중 관계가 이번 노대통령의 방소로 공식관계 진입을 위한 발전적 계기를 맞게 됐다는 생각입니다. 중국쪽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중국,침묵으로 일관 ▲우=이곳 외교소식통들은 노대통령의 방소를 지켜보는 중국 지도자들의 심경이 편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언론이 일체 논평을 내놓지 않고 중국 지도자들이 이에 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는 것입니다. 북경의 이러한 심기는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 소련에게 선수를 뺏겼다는 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역대표부 설치문제를 놓고 북한을 의식해 머뭇거리던 중국이 지난 9월30일 한 소 수교 직후 오히려 먼저 교섭을 제의해 왔지 않습니까. 이곳 외교가에서는 『소련에 한발짝씩만 뒤처져 대한 관계를 정립해 가고 있는 것이 중국 정부의 입장』이기 때문에 한 중간의 본격적인 수교교섭이 곧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김영=이번 노대통령의 방문으로 재소 한인들 사이에 민족적인 「뿌리」에 대한 긍지를 크게 높여 주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방문이 뿌리없이 이국에서 고생한 재소 한인들의 한이 조금이라도 풀리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실제로 노대통령의 방문을 전후해 소련 언론들은 재소 한인들의 이야기를 대형 특집으로 소개했습니다. ▲임=노대통령이 귀국하는 기내에서 남북한 문제에 관해 고르바초프와 회담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남쪽 단독으로 유엔가입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것 역시 다른 성과 못지 않은 이번 방문의 중요한 성과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노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항간의 우려대로 북한을 더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냉전을 실질적으로 종식시키고 통일로 가는 큰 디딤돌이 되기를 바랍니다.
  • “「탈냉전의 드라마」 한반도서 대단원”

    ◎한·소·일 기자,「모스크바선언」 현지 긴급진단/한국,21세기 「평화의 축」으로 급부상/북한 개방만이 동북아 안정에 기여 □참석자 ▲콘스탄틴 델리바스 ▲이토 요시히데 ▲김영만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14일 「한소관계의 일반원칙에 관한 선언」(모스크바선언)을 채택함으로써 한반도 냉전의 종식을 선언하고 새로운 한소 관계설정의 거보를 내디뎠다. 역사적인 모스크바선언을 계기로 한소 관계의 전망 및 동북아정세의 변화 등을 현지에서 취재중인 특파원들의 긴급 대담을 통해 알아본다. ▲김=오늘 발표된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간의 「모스크바선언」은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주요한 「헌장」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동북아의 냉전구조를 해소하는 최초의 구체적 결실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는 과소평가 될 수 없다고 봅니다. 공동선언의 의미와 그것이 가져다줄 파급효과 등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델리바스=최근까지의 세계적 냉전구조 청산작업은 주로 유럽을 배경으로 해서 이루어져 왔습니다. 실질적으로 동북아에 있어서의 첨예한 대치상황은 탈냉전의 기류를 타고 그 분위기는 호전되었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변화는 볼 수 없었습니다. 오늘 발표된 선언은 냉전종식이 마침내 동북아에서도 이루어지기 시작한 구체적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소련의 아시아 지역에서의 외교는 ▲중국과의 관계개선 ▲지역문제 해결의 두 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특히 1990년도의 소련외교는 한국의 깃발 밑에서 이루어져왔고 그 결과가 노대통령의 방소,공동선언 채택으로 나타났다고 볼 것입니다. ▲이토=유럽에서 만들어진 안보협력회의의 모습이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한소 양국간의 공동선언은 일단은 두나라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전체가 공동선언의 정신에 동참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델리바스=한소관계는 아직 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 훌륭한 모범이 될 것으로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중국과 한국이 수교하고 북한과 일본이 관계를 정상화한다면 아시아지역의 안정은 보다 확실히 담보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한소관계는 북한에 미칠 영향을 언제나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의 궁극적 외교 목표는 통일에 있고 한소관계는 이 궁극적 외교목표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공동선언과 노대통령의 방소가 북한에 어떤 영향을 끼치리라고 보십니까. ▲이토=공동선언은 북한에 큰 자극을 줄 것입니다. 소련과 한국의 관계가 발전할수록 북한은 이 추세를 가로 막으려 노력할 것은 당연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북한도 긴장완화,평화추구의 전체적 흐름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은 우려를 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델리바스=소련에 있어서 한국과의 수교라는 선택은 북한으로 인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치와 외교는 현실적이어야 하고 세계의 공통된 견해는 한국의 통일에 대한 태도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소 수교와 노대통령의 방소는 북한의 부정적 반응에도불구하고 대단히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소 수교가 북한을 지나치게 고립시킨다는 우려는 수교 이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결과는 그러한 우려와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북 고위급회담이 오히려 시작됐습니다. 양측이 수십년간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이토씨가 고립을 우려했지만 그 고립이 일본과의 접촉 시작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평화유지를 위해서 한반도와 전세계의 의존관계 구성은 필요합니다. ▲이토=단기적으로 북한은 이 선언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소련과의 관계 단절 등은 상상할 수는 없을 것 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이나 일본과의 접촉을 강화할 것이란 점도 분명하고 이미 그런 현상은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소련은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고 동맹국에 대한 원조를 축소해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정치·경제 모두에서 중국과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 됩니다. ▲김=양국 대통령은 정치·경제·문화 모든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소련의 한국에 대한 큰 관심도 경제쪽에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소련과의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장애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토=소련의 시베리아지역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일본 모두에 가깝고 자원이 풍부해 협력의 여지가 많은 곳입니다. 그러나 소련 경제는 지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소련은 일본에 대해 무역대금의 결제를 미루고 있습니다. 특히 소련연방과 공화국간의 갈등으로 누구하고 협력해야 하는지 조차 결정할 수 없을 만큼 소련경제에는 안정성이 없습니다. 소련과의 경제협력은 ①위기를 극복하도록 모험을 감수하고 도와주는 방법 ②상황의 발전을 지켜보고 거기에 맞춰 협력을 결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만 일본 기업들은 후자를 택하고 있습니다. ▲델리바스=저는 소련이 일본보다 한국과의 경제협력확대를 앞세우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먼저 오는 국가가 이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노대통령의 방소로 한소 양국의 협조를 위한 넓은길이 뚫렸습니다. 물론 모든 장애들이 제거된 것은 아닙니다만 모든 장애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초를 이번 방소를 통해 열어 놓았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이토=노대통령의 방소를 지켜보면서 모든 것이 빠른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델리바스=우리나라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대단히 높고 훌륭합니다. 노대통령의 방소는 1990년의 소련에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일본은 소련과의 관계에 있어서 북방도서에 대해 지나친 관심을 표명한다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김=오랜시간 고맙습니다. 노대통령의 방소는 한국민의 염원인 통일을 이루는데 큰 이정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노대통령 맞은 모스크바/김영만 특파원 제4신

    ◎공동이상의 상징 「크렘린궁 태극기」/「가해자」로서의 악연 청산이/참된 동반 경협의 선결요건 『북한은 6월25일 새벽 소련제 탱크를 앞세우고 38선 전역에서 기습남침을 강행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소련의 이미지는 38선을 넘어오는 탱크에서 시작된다. 그위에 다시 사할린 상공의 KAL기 격추가 겹쳐지고 그것으로 소련에 대한 이미지 형상화는 끝나 버린다. 노태우 대통령의 방문을 맞아 소련의 심장,크렘린궁에 태극기가 게양됐다. 소련땅에 태극기가 걸린 게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차례 태극기는 모스크바의 하늘에 있었다. 스포츠경기장의 태극기는 소련과 한국이 스포츠에 있어서 공동이상을 추구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크렘린의 태극기는 두 나라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공동이상을 갖는,즉 친구가 되었음을 시각적으로 이야기해준다.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탱크,조각조각 떨어지는 KAL기의 잔해들은 물론 두 나라가 공동이상을 갖지 않았을 때의 과거의 이야기 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련이 우리와 맺었던 악연을 생각한다면 두 나라가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청산해야 할 과거가 너무 많다. 소련이 우리에게 심어준 부정적 이미지는 너무 크고 강렬한 것이기 때문에 크렘린의 태극기에서 느끼는 뿌듯한 감상만으로는 친구라 부르기가 쉽지 않다. 넘어야 할 벽,과거의 청산은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소련측이 노력하고 해결해주어야 할 성질의 것들이다. 노 대통령이 도착한 13일 모스크바의 1TV는 아침 뉴스에서 『노 대통령의 역사적인 방소가 오늘부터 시작된다』고 밝히고 『한국의 대통령이 소련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제1TV가 「역사적인 방소」라고 표현할 만큼 소련당국은 노 대통령의 방소에 커다란 관심과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관심과 비중이 혹여나 대한제국 때 제정러시아가 가졌던 관심이나,얄타회담에서 스탈린이 한반도문제에 두었던 비중과 같은 성질의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소련에 그들이 바라는 경제협력을 할 수 있다면 소련은 우리에게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담보하고 한국의 통일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국교수립을 전후해 소련당국과 언론이 보여준 태도는 한국에서 많은 것을 얻어야 한다고 계산했으나 한국측이 경협확대를 미루고 있어 유감스럽다는 것에 모아지고 있다. 물론 이들이 그러한 그들의 조바심을 공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노 대통령의 방소 관련기사를 다루었던 프라우다나 이즈베스티야의 기사들도 소련당국의 그런 심증을 반영해왔다. 이들 신문들은 노 대통령에 대한 인터뷰 질문에서 한결같이 『왜 경제협력의 확대가 늦어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들은 또 한국당국이 기업인들의 소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데 대한 유감을 간접적으로 표현해왔다. 소련의 국내사정이 어렵다는 점은 모스크바의 어느 곳에서나 느낄 수 있다. 국영상점에서 식료품이 바닥나고 그나마도 모스크바 시민임을 증명하는 카드가 없으면 물품을 구입할 수가 없다. 담배를 사기 위해서는 길게 줄을 서야 하고 달러를 지불하는 호텔식당에서음식물의 가짓수가 줄어들고 질이 떨어지고 있음을 며칠만 같은 호텔에 묵어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보완적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에 소련이 급격한 경협확대를 희망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협확대와 정보교류의 확대는 상호신뢰의 기반이 구축된 연후에야만 가능하다. 소련제 탱크의 잔영과 사할린 KAL기에 대한 기억의 상처가 치유되어야만 할 것이다. 태극기가 걸려있는 크렘린궁에서 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또 한 번 역사적인 한소정상회담을 갖는다. 크렘린궁의 태극기가 시각적으로 두 나라 사이가 친구임을 입증하는 것이라면 이날의 정상회담에서는 실질적으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되었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나 가해자이기만 했던 과거에 대한 소련측의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유감표명이 있어야 한다. 유감의 표명이 있어야만 역사 속에서 한국민이 입었던 상처가 부분적으로라도 치유될 수 있을 것이며 그 바탕에서 소련측이 바라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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