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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50만원 받은 국장을 해임한 서울시의 ‘원칙’

    서울 한 구청의 국장이 50만원어치 상품권을 받았다가 해임 처분을 받았다. 당사자는 징계가 지나치다고 하겠지만 서울시는 이미 밝힌 ‘원칙’대로 엄정하게 처리했다. 공무원과 기업 간의 잘못된 유착 관계를 끊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가 불가피했다고 본다. 이번에 적발된 모 구청의 도시관리국장은 지난 4월 업무 유관 업체로부터 50만원의 상품권과 함께 접대를 받았다가 국무조정실 암행감찰반에 적발됐다. 해당 구청은 서울시에 경징계인 감봉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 인사위원회는 중징계인 해임 처분을 내렸다. 해임은 파면 다음으로 무거운 징계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 중인 ‘박원순법’을 처음 적용한 사례다. ‘박원순법’으로 알려진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업무 연관성이나 대가성을 따지지 않고 공무원이 다른 사람에게 1000원이라도 받으면 처벌할 수 있게 돼 있다. 100만원 이상은 물론 100만원이 안 돼도 금품이나 향응을 적극 요구하면 해임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 ‘김영란법’보다 더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다. 적용 대상 범위도 지난해 말에는 18개 서울시의 투자·출연 기관으로 확대했다. 새 행동강령이 시행된 이후 지난 3월까지 6개월간 적발된 공무원 비위는 5건으로 이전 6개월의 적발 건수 35건과 비교해 85%나 감소했다. 공무원 비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 해임 처분을 받은 국장은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낼 수 있어 법적 논란도 예상된다. 현행 지방공무원법에 따르면 100만원 미만의 금품을 받은 공무원은 경징계 처분을 받게 돼 있기 때문에 ‘상위법 우선의 원칙’을 어겼다는 지적이다. 반면 대법원 판례에 공무원이 50만원을 뇌물로 받은 사건에서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도 있다. 50만원이 뇌물이었다면 해임 처분은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공무원의 금품 수수에 대해서는 ‘온정주의’를 배격해야 한다. 그리스가 몰락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탈세와 이를 눈감아 준 공무원 사회의 부정부패도 꼽힌다. 그리스인 1명이 연평균 180만원을 뇌물로 쓴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 사회도 공무원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지금껏 끼리끼리 감싸 주고 솜방망이 처벌을 되풀이해 온 게 사실이다. 이제라도 ‘무관용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야 독버섯처럼 웃자란 공직 사회의 부정 청탁을 뿌리 뽑을 수 있다.
  • [단독] [19대 국회 평가] 1만 3215건 발의에 통과 6.3%뿐… 자신이 낸 법안 반대·기권도

    [단독] [19대 국회 평가] 1만 3215건 발의에 통과 6.3%뿐… 자신이 낸 법안 반대·기권도

    19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내세웠지만 ‘무능한 국회’라는 오명만 썼다. 여야 의원들은 법안을 ‘우후죽순’처럼 쏟아냈을 뿐 정작 처리는 뒷전이었다.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의원 7명 중 1명, 입법 실적 2건 이하 22일 서울신문과 법률소비자연맹이 공동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대 국회가 출범한 2012년 5월 30일 이후 이날까지 접수된 법안은 모두 1만 4924건이다. 휴일 포함 하루 평균 13.4건이 접수된 셈이다. 이는 지난 18대 국회 4년 동안 접수된 전체 법안 1만 3913건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헌정 사상 최고치다. 역대 국회 법안 발의 건수는 17대 7489건, 16대 2507건, 15대 1951건, 14대 902건 등이었다. 여야 의원들이 대표 발의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한 법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입법 활동을 활발히 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19대 국회 3년 동안 발의·처리 법안이 가장 많은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김우남 의원으로 70건이다. 이어 새정치연합 강창일 의원 58건,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 53건,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과 새정치연합 주승용 의원 각 48건 등의 순이었다. 반면 지난 3년간의 임기를 채운 여야 의원 257명 가운데 ‘입법 제로’ 의원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황진하 의원 등 2명이다. 입법 건수가 1건에 불과한 의원도 이재오, 정병국(이상 새누리당), 김한길, 박지원, 유인태, 이석현(이상 새정치연합) 의원 등 3선 이상 6명을 포함해 총 11명이다. 입법 건수 2건에 그친 의원은 박덕흠, 신동우, 장윤석, 주호영, 홍일표, 이인제(이상 새누리당), 김태년, 문병호, 신기남, 우원식, 정세균(이상 새정치연합), 심상정 의원(정의당) 등 12명이다. 재·보궐 선거를 통해 회기 중간에 들어온 의원(실적 0건 12명, 1건 9명)까지 포함할 경우 입법 실적이 2건 이하인 의원은 총 46명으로 집계됐다. ●“처리 법안 중 폐기 법안 절반 이상” 19대 국회 발의 법안 중 88.5%인 1만 3215건은 정부가 아닌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원안 가결(285건) 또는 수정 가결(550건)돼 지금까지 빛을 본 법안은 6.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미처리 상태(9583건)로 남아 있거나 대안 반영 등을 이유로 폐기(2641건) 또는 철회(155건)됐다. 의원 입법안의 가결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이유는 법안 제출 자체가 졸속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역구 주민이나 상임위 관련 기관·단체 등의 이해를 반영한 ’민원 입법’, 정부의 재정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선심 입법’, 여야의 정치 쟁점에 앞다퉈 개정안을 내놓는 ‘전시 입법’,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엇비슷한 법안을 무더기로 제출하는 ‘숟가락 얹기 입법’ 등의 관행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안 반영을 이유로 폐기되는 법안도 문제로 꼽힌다. ‘대안 반영 폐기’는 법안의 취지는 같으나 내용이 다를 경우 대안을 만들어 통과시킨 뒤 나머지 법안들은 폐기하되 처리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실제 19대 국회 처리 법안 4951건 중 대안 반영 폐기 법안이 전체의 56.1%인 2777건에 이른다.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은 “처리 법안 가운데 폐기 법안이 절반을 넘는다는 것은 그만큼 과잉 발의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대안 반영 폐기 법안의 상당수는 내용이 다른 ‘상임위원회 대안’이 통과되더라도 처리 법안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의원 가운데는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반대표 또는 기권표를 행사하거나 아예 표결에서 빠진 의원도 적지 않다. 19대 국회 1년차(2012년 6월~2013년 5월)에 자신이 대표 법안을 발의하고도 정작 표결에는 불참한 의원이 유재중, 윤상현, 이윤석, 이한구, 한기호(이상 새누리당), 강기정, 노웅래, 변재일, 신계륜, 이상직(이상 새정치연합) 의원 등 10명이나 됐다. 3년차(2014년 6월~2015년 5월)에도 자신의 발의 법안에 기권한 의원이 김재원, 김정록, 윤영석, 조원진(이상 새누리당), 강창일, 김관영, 김영록, 김윤덕, 백재현, 이미경(이상 새정치연합) 등 10명이다. ●법안 낸 의원들 불참 10명·기권 10명 해당 의원들은 “수정안에 찬성했다”, “본회의에 출석했지만 잠시 자리를 뜬 상태에서 법안이 가결됐다”, “표결 시 버튼 누르는 시기를 놓쳤다” 등으로 해명하고 있지만 궁색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19대 국회 들어 ‘법안 발의’라는 양적인 면에서는 팽창했으나 ‘법안 처리’라는 질적인 면에서는 저조한 실정이다. 의원 입법과 정부 입법을 합쳐 원안 또는 수정안이 가결된 비율이 전체의 12.8%(1912건)에 그치고 있다. 발의 법안 대비 가결 법안 비율은 14대 72.7%, 15대 57.4%, 16대 37.8%, 17대 25.5%, 18대 16.9% 등으로 하락 추세다. 이처럼 법안 처리가 저조한 이유는 여야가 정치 현안을 두고 극한 대치를 반복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는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 공방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수정 논란, 4월 임시국회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에 각각 매몰돼 사실상 ‘빈손 국회’로 마무리됐다. 앞서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해 5월 2일부터 9월 29일까지 150일 동안 여야 대치로 국회 본회의에서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열린세상] 심야에 일어난 입법권의 남용/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심야에 일어난 입법권의 남용/홍복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달 29일 새벽 국회는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과 국회법을 개정했다. 야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의 전제조건으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개정을 요구했고, 여야는 이를 담보하려고 국회법을 우선 개정한 것이다. 이날 통과된 국회법(98조의2 제3항) 개정내용은 “국회는 정부의 시행령(대통령령·총리령 및 부령) 등이 법률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정부는 이를 처리한 뒤 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규정은 국회는 시행령이 법률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정부에 내용을 통보하고 정부는 처리 결과를 보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정법과 현행법의 차이는 법률에 위반되는 행정입법(시행령)에 대하여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권이 삽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법 개정에 대하여 정부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며 행정부의 행정입법권과 법원의 사법심사권을 동시에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야 대표는 “삼권분립의 헌법 정신을 구현하면서 깨져 있는 권력분립의 균형을 복원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여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행정부도 법률에 위반되는 행정입법을 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국회가 행정입법을 심사하여 이를 강제적으로 수정·변경을 요구할 권한은 없다. 우리 법의 체계상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반되는가의 심사권(행정입법심사권)은 사법부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정 국회법상의 수정·변경 요구권과 정부의 보고 의무가 결합한다면 단순 요구를 넘어서 강제성을 가지게 되며 행정입법권과 행정입법심사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권력분립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위헌적 입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되었음에도 위헌 문제가 제기된다면 아무리 입법 취지가 좋더라도 이해 관계자 간의 갈등으로 법의 권위와 실효성만 떨어뜨릴 뿐이다. 시행령이 법에 위반된다면 모법을 개정하여 위임된 권한을 수정하든가 박탈해야지 행정부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더욱이 국회법 개정의 동기가 세월호조사위의 과장 한 명을 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바꾸려고 하였다는 것은 입법의 일반성의 원리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는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반되면 수정할 것을 강제할 권한은 없지만 국정조사, 국무위원 해임건의권, 탄핵소추권 등을 통하여 견제할 수 있다. 지난 3월 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세칭 김영란법)이나 이번 국회법 개정처럼 위헌 시비가 일어나는 것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막판 타협으로 이루어진 것이 많다. 입법이 ‘여야 타협의 산물’이라고 하지만 타협은 헌법 내에서 법안의 내용을 대상으로 해야지, 전혀 다른 것을 발목 잡기나 끼워넣기로 재갈을 물리면 부실 입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심신이 지친 심야에 회기 마지막 날 통과되는 법일수록 문제투성이의 법이 될 수 있다는 게 경험칙이다. 사회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복잡화·다문화·계층화될수록 법률의 제정과 행정입법이 많아진다. 권력분립의 원리에 따라 국회가 법을 만들고 그 법에 따라 행정과 사법을 행함에는 그 내용과 절차가 헌법상의 원리와 합치해야 한다. 또한 입법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제정된 법은 잘 지켜져야 한다. 졸속 입법으로 법이 잘 지켜지지 않고, 조령모개식으로 법이 개정된다면 누가 법을 신뢰할 것인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유독 헌법소송이 많은 것도 입법의 부실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또한 법치주의가 선진화되려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등의 입법 관련 종사자들이 청렴·공평하고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법의 규범력과 준법의식이 높아진다. 법의 형성, 집행, 운영과 관련하여 부정부패가 심한 나라일수록 부강한 나라는 없다. 부강한 나라이면서 법 규범을 엄하게 지키지 않는 나라도 없다. 심야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대기시켜 놓고 국회 본회의를 여는 관행을 없애는 것도 법치주의의 선진화인 동시에 국회의 의사일정을 지켜보는 국민을 위하는 정치이다.
  • [공무원연금법 통과 후폭풍] “갈등 유발자”… 리더십 위기

    [공무원연금법 통과 후폭풍] “갈등 유발자”… 리더십 위기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며 정면 반발하고 나섰고 당내에서도 의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향후 야당과의 원내 협상에서도 국회법 개정안이 발목을 잡을 거라는 우려가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주도하에 29일 새벽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이 타결된 것은 평가할 만한 측면도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타결은 박근혜 대통령의 4대 개혁 과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협상의 주요 국면마다 졸속 입법안에 합의해 당청 갈등과 당내 갈등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앞서 4월 임시국회에서 합의한 김영란법이 위헌 논란에 휩싸였고 5월 임시국회에서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 논란에 이어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논란까지 청와대와의 갈등으로 번졌다. 위기에 몰린 유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당내 계파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국회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위헌이라며 반발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원내대표의 전략 및 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야당에 원칙 없이 질질 끌려가면 원내대표의 책임을 묻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자칫하면 야당에 의해 제2의 국회선진화법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도 “원칙 없이 성과주의에 매몰된 협상에 대해 의원들 간에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최상위법인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을 살려 국회법을 운영하고 정부도 삼권분립의 정신을 살려 행정입법권을 운용한다면 충돌은 피할 수 있다고 본다”며 수습에 나섰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당청, 정부 인사·對野 협상 ‘도 넘은 불통’

    #장면1 5월 2일 여야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문’ 발표 직전.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부랴부랴 국회를 찾아 각각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만나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한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장면2 3월 2일 여야 ‘김영란법 2월 임시국회 처리’ 관련 합의문 발표 직후. 청와대는 합의문에 야당이 요구해 온 아시아문화중심도시지원특별법이 포함된 경위 등을 파악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장면3 2월 27일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및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 인선 발표 직후.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발표) 1시간 전쯤 (전화로) 인선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주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되풀이되는 이러한 장면들은 당청 관계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정부 인선 과정에서는 여당 지도부가, 여야 협상 과정에서는 청와대가 각각 의사 결정 라인에서 사실상 배제돼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권 관계자는 5일 “당청 간 이견이 있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견에 대한 조정 과정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는 당청이 주도권을 누가 쥐려 하느냐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소통 부족에 기인한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전협의를 통한 이견 조율보다는 사후통보에 따른 불협화음만 불거지는 모양새”라면서 “당의 입장에서는 청와대의 의견 제시를 ‘오더’로, 청와대는 당이 주도하는 협상을 ‘독주’로 보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당청 간 소통의 윤활유도 부족하다. 오히려 손발이 묶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여파로 고위급 당·정·청 회동은 올스톱됐다. 당청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부특보단은 임명 당시부터 ‘겸직 논란’에 휘말리며 운신의 폭이 좁혀진 상태다. 정책협의회가 운영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필요한 말만 주고받는 ‘실무급 회의’와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고위급 회동’은 성격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당청 간 물밑 조율을 담당할 대화 채널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차기 총리 후보자 인선이 향후 당청 관계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재선 의원은 “당청 관계만 놓고 보면 총리 후보자로 누구를 임명하느냐보다는 어떤 과정을 거쳐 임명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문화마당] 너무 익숙한/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너무 익숙한/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15년 넘게 해외에서 살다가 귀국해서 겪은 음식 맛 경험이 요즘 자꾸 머리를 맴돈다. 귀국해서 얼마 동안은 예전에 좋아하던 음식들을 부지런히 먹었다. 식당에서도 먹었고 길거리에서도 먹었다. 그러나 그런 감흥은 오래가지 않았다. 처음엔 맛도 제대로 모른 채 그저 추억에 젖어 먹었지만 흥분이 가실 즈음인 한두 달 뒤로는 음식 맛이 예전에 비해 너무 달다는 것을 느꼈다. 우선 짜장면 맛이 그랬다. 서울에 돌아온 초기에 처음 두어 번은 오래간만에 먹는다는 흥분(?) 때문에 맛을 제대로 못 느꼈지만, 서너 번 먹다 보니 너무 달아서 먹기 거북할 정도였다. 그래서 짬뽕을 시켜 먹었는데, 짬뽕도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달게 느껴졌다. 이뿐만 아니라, 서민들이 즐겨 먹는 거의 모든 음식이 대체로 너무 달다는 느낌을 받았다. 탕수육 소스를 비롯해 길거리 튀김과 어묵 꼬치의 국물, 떡볶이, 식당의 각종 국물, 전골, 만두, 일부 김치, 물냉면, 비빔국수, 각종 나물 반찬 등 한결같이 예전보다 달았다. 고기구이 식당에서 제공하는 각종 소스도 꽤 달았다. 말로는 자기네가 개발한 소스라는데, 고기 없이 맨입에 맛을 보면 너무 달았고, 고기를 찍어 먹어도 달았다. 전통 방식의 불고기조차 예전보다 달았다. 순대를 찍어 먹는 소금도 달았다. 아마 설탕도 조금 섞었지 싶다. 내 입맛이 그동안 해외에서 바뀌었을지 몰라 주변 분들에게 두루 물어보았다. 다수는 맛에 무딘 이들인지, 지난 15년 사이에 일어난 음식 맛의 조용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내 입맛을 탓했다. 내 입맛은 여전히 서민적이고 털털한 편에 속하는데도, 입이 짧고 까다롭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일부 예민한 이들이 있어, 그동안 한국음식이 많이 달아졌음을 인정하며 내게 공감을 표했다. 실제로 요즘 한국 음식은 대체로 너무 달다. TV 요리 프로그램을 보아도 거의 모든 음식에 설탕이나 조청 투입은 기본인데, 화면상으로도 ‘엄청난’ 양을 서슴지 않고 투하한다. 각종 소스는 달달함 그 자체이고, 서민 음식일수록 화학조미료가 맛을 좌우한다. 그러니 달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많은 한국인들은 왜 이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으레 그러려니 하며 맛나게 점심을 사먹을까. 그건 바로 그 변화가 매우 서서히 조금씩 진행되다 보니, 그것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한국 음식 자체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만약 15년간 밖에 나가 있지 않았다면, 음식 맛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요즘 ‘성완종 리스트’ 뇌물 사건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파렴치한 범법행위를 자행하고도, 외부 압력에 견딜 수 없을 만큼 궁지에 몰리지 않고는 사실을 시인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100만원 이상의 금액은 순수한 선물일 수 없으니 뇌물로 인정해 처벌하자는 ‘김영란법’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간신히 국회를 통과한 것이 현실이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은 이제 막 절대부패 수준을 벗어난 데 불과한데도, 해외 선진국에서 바라보면 한국의 부패구조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임에도 내부의 우리들은 무덤덤하다. 부패에 너무 무디다.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익숙하면 편하지만 편한 것만 찾다 보면 그 사회 자체가 몰락할 수도 있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 [사설] 국회의원들, ‘돈 욕심’ 오해받지 않도록 처신해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국회의원 시절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고비마다 금융권을 통해 각종 지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신문이 성 전 회장이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2년 동안의 국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경남기업의 자본잠식 및 긴급자금 요구 시점에 “건설업계에 대한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의정활동을 자신의 사익과 연관시켰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그는 이러한 정무위 활동을 기반으로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 당시 금융감독원 고위층이 채권단에 압력을 넣어 부당 지원을 이끌어 냈다. 사업체를 가진 의원들의 의정활동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관련 상임위 활동이다. 성 전 회장처럼 죽어 가는 사업체를 회생시킬 정도로 국회 상임위의 위력은 대단하다. 국회가 의원 자신이 운영에 관여하는 기업 활동에 관련된 상임위 횔동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하지만 권고는 강제 조항이 아니기에 의원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재판으로 시간을 끌 경우 해당 상임위 활동을 금지할 수 있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없다. 모 의원은 건설·물류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데, 해당 업무를 관장하는 국회 국토위 간사를 맡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른 의원도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전에 운영하는 기업체를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오너로서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하며 공기업과 ‘공생’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 공기업으로부터 일감을 수주받고, 대신 국회에서 그 공기업에 대한 ‘방패막이’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의원이 소유한 기업의 주식 문제다.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인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3000만원 상당 이상의 보유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 신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주식이 팔리지 않을 경우 주가가 계속 오르더라도 해당 의원이 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임위에서 활동하는 것을 금지할 방법이 없다. 의원들이 지역 개발을 내걸고 세금으로 자신의 땅 인근에 도로를 개설해 지가 상승으로 큰 이득을 보는 것도 막아야 한다. 의정 활동을 빙자한 의원들의 축재를 막으려면 정치개혁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김영란법’에서 빠진 ‘이해출동 방지 규정’을 되살려 의원들이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법안이나 예산을 심의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관련 상임위에서의 활동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 “선의의 피해자 발생하면 안 돼”… 成, 김영란법도 비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정무위원회에서 논란이 됐던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문제 삼기도 했다. 2013년 6월 18일 정무위 회의에서다. 부정 청탁 금지에 대해서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을 언급하고,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두번이나 실형을 받은 자신의 경험이 투영된 듯 검찰 수사 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이 지적한 것은 “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에게 부정 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김영란법 5조다. 그는 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문맥을 정확하게 정리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직사회에도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이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지역에서 관급 공사를 수주하며 회사를 급성장시킨 그의 경험이 묻어난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그는 “서로의 모함도 있고 다양한 메뉴들이 있는데 제3자의 범위가 참 애매모호하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연구를 했느냐”고 당시 출석한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질의했다. 이 위원장은 “그렇게 억울한 경우가 없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위원장의 답변에 이어 성 전 회장은 검경과 법원 등 사법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드러내는 발언을 이어 갔다. 그는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법문에 근거해 획일적으로 가는 부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되면 안 된다”면서 “그 부분을 아주 신중하게 다뤄 주시기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이상민 법사위원장을 만나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을 만나다

    불운한 어린 시절을 딛고 3선 국회의원이 된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아리랑TV(사장 방석호) 이슈현장 심층 인터뷰 프로그램 ‘the INNERview’가 만났다. 이 위원장은 생후 6개월 만에 소아마비 진단을 받아 장애인으로 학창시절을 보냈고, 생계를 위해 원했던 성악가를 포기하고 법학과에 진학했다. 10년의 낙방 끝에 사법고시에 합격, 대전과 충남지역에서 조세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국회의원이 됐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정치인으로 살아간다고 했다. 그는 정치관에 대해 “(국회의원) 입문 초기엔 국민을 바라보며 소신껏 좌충우돌 밀고나가는 게 정치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념과 사상, 배경이 다른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타협해 백 걸음은 못가도 오십 걸음, 오십 걸음은 못가도 열 걸음, 아니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게 해주는 타협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보게 됐다”고 했다. 또 그는 “2004년 처음 정치에 입문했을 때 적어도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150명은 자신의 편이어야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연구실 안전법’을 처음 발의해 2005년 제정된 것에 보람을 느낀다”면서 “이로 인해 당시 과학기술부에 연구실 안전을 담당하는 조직이 생기고 예산도 배정되고, 과학기술연구소 연구실험실에 안전을 다지는 인프라가 구축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영란법 통과와 관련해 “법제정과 관련해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바로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이지만, 실제로는 국민과 여론의 힘이 무척 세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위헌 여지가 있는 법을 통과시킨 건 잘못이다. 국회가 여론만 의식하지 말고 조금 더 원칙을 지켜갔으면 좋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위헌 법률에 근거해 세금처럼 국가가 강제로 걷어가는 부담금이 있었다”면서 “초선 때 4년간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학교용지부담금 환급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거부권을 행사하던 노무현 대통령까지 설득했다. 결국 이 법으로 전국 23만 가구에 약 5000억원을 국가가 돌려주게 돼 매우 보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임기동안에 ‘군 사법 개혁안’을 통과시켜 군대의 사령관 밑에 군판사, 군 검사가 있는 민주적이지 않는 군 사법체계를 좀 더 민주적으로 바꾸고 싶다”면서 “정부와 협의를 해서 통과시키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장애인 복지법’은 인간 이상민의 평생 과제다”라고도 했다. 장애인으로 학창시절을 보내던 이 위원장은 반에서 꼴찌를 도맡았다고 했다. 그러나 장애인으로 살아가려면 뚜렷한 밥벌이 수단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좋아하던 성악의 길을 포기하고 공자가 알려준 ‘반복학습’으로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법대에 진학하고 20대를 사법시험 준비로 다 보낸 뒤 서른한 살에 합격해 대전과 충남지역에서 조세변호사로 명성을 떨쳤다. 이 위원장은 대전을 떠나기 싫어하는 어머니 때문에 서울로 이사하지 않고 매일 대전에서 서울까지 왕복 4시간 출퇴근하고 있다. 주변에선 힘들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오히려 쉴 수 있는 좋은 공간이 생겨 기쁘다는 그다. 학창시절 포기했던 성악가의 꿈을 출퇴근 시간 KTX 내에서 듣는 음악으로 달랜다고 했다. 또 국회의원 이전에 한 가정의 아들로서 가장으로서 그 동안 듣지 못했던 아내와의 결혼생활, 세 자녀와의 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아리랑TV(사장 방석호)는 내달 5일 오전 7시, 11시, 오후 4시, 9시 네 차례 ‘the INNERview’에서 이 위원장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방송할 예정이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영란법’ 부패 신고 시 보상금 최대 20억 지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부패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최대 2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등 후속조치가 마련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5일 바른사회운동연합과 공동주최한 ‘반부패·청렴사회 구현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을 통해 부정청탁 금지법의 신고자에게 최대 20억원의 보상금 또는 최대 2억원까지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 신고 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보상금은 부정·부패 신고로 부정한 자금이 국고로 환수됐을 때 환수 금액에 비례해 지급하게 된다. 현행 부패방지권익위법에는 구체적인 보상금 및 포상금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다. 아울러 국고 환수액과 상관없이 부패 신고자에게는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김영란법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지적에 대해 “부패를 윤활유로 한 성장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공적 신뢰를 각자의 도덕 감각이나 윤리 감각에만 맡겨 둘 수 없다”며 “앞으로 과도단계를 거쳐 이 법이 정착되면 우리 사회에 공적 신뢰가 더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서 그 과실을 사회 전체가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서울광장] 정치의 왜소함에 대하여/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치의 왜소함에 대하여/진경호 논설위원

    시쳇말로 빵 터졌다. 야당 대표가 “국회의원이 400명은 돼야 한다”고 했다가 논란이 되자 “장난삼아 한 소리”라고 주워 담았다. 장난? 갈피를 잡기 힘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화법이야 진작 익숙해진 터. 그를 힐난하는 데 새삼 열 올릴 생각은 없다. 문제는 정치다. 야당 대표의 ‘장난’조차 별 게 아닌 일일 만큼 ‘장난’이 정치의 일상이 됐다. 아니 정치 자체가 장난이 된 듯하다. 양태는 두 가지다. 툭하면 법원으로 달려가기, 걸핏하면 여론조사에 매달리기…. 국회법, 일명 국회선진화법이 대표적이다. ‘폭력국회’를 추방하자며 여야가 손잡고 만든 이 법은 지금 헌법재판소에 가 있다. ‘식물국회’를 청산해야겠는데 야당이 말을 안 들으니 헌재가 나서서 이 법이 위헌이니 고치라고 해 달라며 여당이 갖다 놨다. 희대의 코미디지만, 이 정도론 웃기지 않는다. ‘유병언법’(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이 있다. 유씨에 대한 유죄 판결문이 있어야 그의 차명은닉 재산을 추징할 수 있는데 돌연 그가 죽었고, 이로 인해 유죄를 물을 대상 자체가 사라졌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법을 만들었다. “대상도 없는데 왜 만들지?”, “이거 위헌 아냐?” 하고 몇몇이 수군댔지만 세월호 앞 성난 민심 앞에서 죄다 끽소리 못했다. ‘김영란법’,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어떤가. 위헌 심판대에 설 걸 뻔히 알면서도 의원들은 나 몰라라 가결 버튼을 눌렀다. 걸핏하면 여론조사를 들먹이는 정치의 자기부정도 증세가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지방선거 무(無)공천을 고집하다 반발에 부닥치자 여론조사 카드를 뽑아들었고, ‘배수진’인 양 내세운 이 ‘퇴로’로 결국 탈출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준을 여론조사로 가리자고 했다가 본전도 건지지 못했다. 새누리당 의원인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최근 세월호 인양 여부를 여론조사로 가릴 것처럼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만 맞았다. 무릇 정치란 ‘사람들 사이에 생각이 다르거나 다툼이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는 활동’이라고 교과서는 초등학생들을 가르친다. 한데 지금 정치만 보면 이건 거짓말이다. 정치는 다른 생각을 절충하지도, 다툼을 해결하지도 않는다. 그럴 생각도 없고, 그럴 능력은 더 없어 보인다. 공무원연금 개혁처럼 골치 아픈 문제는 이름만 거창한 특위의 초·재선 의원들에게 던져 놓고 정책 엑스포니 하는 광 나는 행사에 나가 무슨무슨 성장론 운운하며 거창한 담론을 들먹이거나, 충분히 논의된 당론을 담아야 할 정당 대표 연설을 자신의 대립각을 부각시키는 도구로 쓰는 행태도 큰 틀에서 정치적 장난의 범주에 든다. 자기를 위한 정치는 될지언정 나라와 국민 다중을 위한 정치로 보기 힘들다. 난제(難題)일수록 법원이나 여론에 떠넘기고 자신들은 비전이란 이름의 장밋빛 다짐을 앞세워 해결 능력 부재의 실체를 숨기는 작금의 책임회피 정치는 대의민주주의 쇠락에 따른 불가피의 현상일지 모른다. 디지털미디어 발달로 더 많은 정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빨리 전달되면서 권력의 하방(下放)이 빨라지고, 이에 맞춰 아래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치인은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제 새누리당이 확정한 ‘국민공천제’도 작아지는 정치의 맥락 안에 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말을 입 밖에 내든 말든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은 해 먹기 쉽지 않은 자리가 됐다. 그러나 정치인이 작아진다고 해서 정치가 작아져도 되는 건 아니다. 권력 분산에 따른 힘의 균형이 권력 주체들의 갈등을 더 첨예하게 만들수록 정치가 풀어야 할 과제는 더 늘어만 가는 게 필연의 귀결이다. 정치 권력의 힘은 줄어들고 있으나, 갈등을 풀고 대립을 화해로 치환할 정치의 역할은 더 절실하고 중요해지는 역설적 상황, 이것이 지금 신(新)직접민주주의 시대의 문턱에 선 우리 정치가 맞이한 도전인 셈이다. 28세 여성 제노비스는 주민 38명이 제 집 문틈으로 내다보는 1964년 뉴욕의 밤 골목에서 한 괴한에게 50분 동안 난자당한 끝에 숨졌다. 책임질 사람이 많아질수록 책임지려 나서는 사람은 줄어드는 이 ‘제노비스 신드롬’에 우리 정치인들이 포박돼 있다. 설거지는 팽개치고 화장만 하는, 딱한 장난의 정치다. 비겁하다. jade@seoul.co.kr
  • 무능·부패 드러낸 공직의 민낯… 조직 대수술 아직도 진행형

    무능·부패 드러낸 공직의 민낯… 조직 대수술 아직도 진행형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해상구조와 사고 수습, 원인 규명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무능과 부정이 드러나자 공직사회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그러나 공직개혁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제시한 개선 방안을 종합해 보면 각종 후속 법안 시행 후에도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참사 원인 중 하나는 선박 인·허가권을 지닌 공무원들이 퇴직 후 관련 기관·단체에 취업을 보장받는 먹이사슬 구조에 있었다. 봐주기를 위한 금품이 오가는 비리 구조가 드러나 일부 공무원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취업 규정을 강화한 공직자윤리법(일명 관피아 방지법)을 서둘러 개정해 지난달 3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공직 경험이 민간에 선순환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기회가 손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8일 “하위 규정을 바꿔 현직뿐만 아니라 재취업자에 대해서도 중간 평가를 강화하는 식으로 취업은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 끝에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재개정 얘기가 나온다. 공직자 가족의 직업선택권 침해 등이 문제로 부각되지만, 전문가들은 시행령과 규칙 등으로 보완할 일이지, 공직 풍토를 혁신하려는 취지를 담은 핵심 내용에는 손을 대면 안 된다고 말한다. 정부는 비리와 부패가 공직의 낡은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제 식구만 감싸는 철밥통’을 부수기 위한 대안으로 ‘민간 수혈’이 정책적 화두로 떠올랐다. 2017년까지 민간 채용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현 정부의 방침은 공직 사회를 술렁이게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세월호 참사에서 직접 출발한 문제는 아니다. 고질적인 4대 연금의 수익구조를 중장기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탄력을 받았다. 그런데도 공직에 주는 충격은 컸고, 이는 현재도 정치권의 논쟁과 공무원노조의 반발을 낳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성공하면 사학·군인 연금에 대한 개혁이 뒤따라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개혁의 당위성은 어느 정도 확보된 만큼 조금 더 합리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구난 과정에서 드러난 해양경찰과 소방, 해군 등의 ‘책임 떠넘기기’ 행태는 결국 정부조직 개편으로 이어졌다. 인사혁신처와 국민안전처가 신설되고 해경이 개편됐지만 만족스런 개편이라고 여기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다만 정부조직 개편이 공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관피아 논란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재난 안전 강화 움직임이 실제 재난 현장에서 소기의 효과를 거둘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헌재, 김영란법 위헌 여부 심리 착수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김영란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본격 심리에 착수했다. 헌재는 31일 대한변호사협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주심은 강일원(56·사법연수원 14기) 재판관이 맡는다. 헌재법 72조에 따르면 헌재는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경우 권익 침해의 현재성과 직접성, 청구인의 자기 관련성 등 요건에 맞게 청구됐는지 사전 심사를 한다. 헌재 관계자는 “심판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앞으로 본안 심리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변협은 지난 5일 김영란법 일부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언론사 임직원 등을 규제 대상에 포함한 점, 부정청탁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점, 공직자 등의 배우자에게 금품수수 신고를 의무화한 점 등이 위헌이라는 게 변협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공포되기도 전에 심판을 청구해 현재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영란법은 내년 9월 28일 시행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열린세상] 창조경제시대의 옴부즈맨 역할/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온라인 리걸센터 대표변호사

    [열린세상] 창조경제시대의 옴부즈맨 역할/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온라인 리걸센터 대표변호사

    지식재산금융 등을 통한 창조경제 및 경제민주화가 더한층 강조되는 요즈음 분위기에서 최근 기업투자 전문회사의 대표로부터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접했다. 국내 대기업의 1차 협력사에 대한 투자는 중단한 지 오래됐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들 회사가 파산 등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기업에서 새로운 부품 등의 공급을 위해 일정한 시설의 투자를 요청했다가 갑자기 중단을 선언하면서 이에 따른 위험을 모두 이들 기업에 전가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외국 기업의 예를 들었다. 이러한 기업 풍토에 익숙한 국내 협력업체가 외국 대기업으로부터 납품을 의뢰받아 납품 단가를 국내 대기업 제공 단가보다는 높으나 여전히 낮은 단가를 제시했다. 놀랍게도 해당 외국 기업에서는 그들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 단가로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고 하면서 납품 단가를 20% 올려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 시대에는 물적·인적 자원을 단지 회사 내로 한정하지 아니한다. 이는 곧 협력업체의 물적·인적 자원도 이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협력업체의 물적·인적 자원의 질적인 우수성은 해당 대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익은 대기업에 집중하고, 위험은 협력업체로만 전가하는 경향이 지속된다면 이는 해당 대기업의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저해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지 하도급 거래의 불공정 해소나 경제민주주의 실현이라는 다소 추상적이고도 관념적 논쟁 차원을 넘어 기업의 생존 문제와도 직결된다. 이러한 불공정한 거래 구조의 주요인은 대기업 임직원에 대한 인센티브가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이고 시스템적인 경쟁력 제고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재직 중의 단기 성과와 여기서 파생되는 인센티브에만 집중해서다. 즉 위험이 전가된 협력업체는 채산성이 악화돼 망하게 되더라도 새로운 업체로 교체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실로 심각한 문제다.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응해 장기적으로 안정되고 경쟁력 있는 시스템 구축 여부를 점검·개선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할 수 있는 제도가 외부 감사인인 옴부즈맨 제도다. 옴부즈맨은 부정부패의 척결뿐만 아니라 고객 만족과 원만한 의사소통 내지 분쟁 해결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고객이라 함은 단지 거래처나 소비자인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 등과 같은 내부 고객까지도 포함한다. 오픈 이노베이션 시스템하에서는 협력업체 역시 광의의 직원 개념으로 접근된다. 따라서 이들 협력업체의 질적인 향상, 나아가 충성심 제고 차원에서 이들과의 원만한 의사소통을 위한 옴부즈맨의 역할은 실로 중요하다. 이를 좀 더 체계화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옴부즈맨 제도는 단지 부정부패 방지 차원 등에서 실시되는 한계점이 있다. 나아가 옴부즈맨의 지위나 역할 등에 대한 명확한 국내 근거법 규정 등이 미흡하다. 차제에 옴부즈맨의 지위 및 역할에 대한 근거법령 및 모델 내부 규정 등 실효성 있는 법·제도적인 대책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운용되는 디지털 시대, 특히 오픈 이노베이션 시스템하에서는 옴부즈맨 제도가 새롭게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옴부즈맨은 단순한 부정부패의 척결뿐만 아니라 고객과 내부 직원 및 협력업체 등에 대한 원만한 의사소통, 불만, 갈등 및 분쟁의 원만한 해결 등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김영란법’의 운용에서도 옴부즈맨이 역할에 좀 더 충실해 모범적인 청렴 문화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는 곧 창조경제, 경제민주주의의 실현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현행 옴부즈맨 제도의 합리적인 재편과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범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하루속히 제반 법·제도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나아가 이를 제대로 정착시켜 우리나라의 옴부즈맨 제도가 국제적으로도 모범 사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4·29 재보선 D -30 관전포인트] “어차피 1년짜리… 누가 되든 제대로 일하겠나”

    [4·29 재보선 D -30 관전포인트] “어차피 1년짜리… 누가 되든 제대로 일하겠나”

    “어차피 1년짜리 의원 뽑는 것 아닌감요” 지난 27일 경기 성남시 상대원 재래시장, 반찬가게 주인 류모(57)씨는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으며 갓 만들어진 반찬들을 연신 담아냈다. 류씨는 “물가랑 인건비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데 밥값, 반찬값은 도통 올릴 수가 없다. 우리 같은 영세상인은 신용카드 수수료 대는 것도 벅찬데 의원님들이 아는지 모르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지금 뽑아봤자 내년이면 또 선거하는데 무슨 일을 하겠나. 여당이 되든 야당이 되든 누가 되든 똑같다”고 했다. 옆에서 거들던 다른 상인들은 “성남은 호남 텃밭인데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가 민심은 잘 다져놓은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옆 생선가게 주인 최승한(54)씨는 “집사람도 나도 무조건 민주당인데 이번은 고민”이라며 고무장갑을 벗었다. 최씨는 “노동자당이 국회 들어가서 한번 잘해보라고 지난번 총선 때 통진당을 찍었다. 그런데 그 당이 국회 들어가서 뭘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서민들은 불경기에 배 곯는데 종북 얘기 하느라 날 다 샜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우리한테는 먼 나라 놀음밖에 안 됐다”고 혀를 찼다. 최씨는 “새정치민주연합도 능력이 있어야 여당 된다”면서 “새누리당 후보는 그동안 지역을 누벼서 얼굴이라도 아는데 야당은 낙하산 공천해서 생판 모르는 사람을 찍으라고 하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가게 안의 손님들은 “대통령이 김영란법 말고는 잘한 게 하나도 없더라. 부정부패부터 없애 버리라”고 한마디씩 해댔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4·29 재보선을 치르게 된 성남 중원은 18대 지역구 의원이었던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가 앞서나가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정환석 지역위원장, 무소속으로 나선 김미희 전 의원이 추격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호남 출신 인구가 많고 통진당의 핵심인 경기동부연합의 거점지역이지만, 주민들에게선 야당 후보에 대한 미련과 야권연대에 대한 불안감이 중첩돼 있었다. 2012년 19대 총선 때 김 전 의원에게 654표 차 석패했던 신 후보는 지역일꾼론, 정 후보는 여당심판론, 김 후보는 야권 대표후보론으로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 일명 ‘달나라’라고 불리는 은행동 일대는 청계천 판잣집 철거민들이 이주해 오면서 만들어진 달동네다. 언덕배기에 있는 자혜로 64번길 연립주택 골목길에서 만난 주민 황모(68)씨와 곽삼금(75)씨는 “야당은 아무리 찍어줘도 단합이 안돼 매번 진다”며 답답해했다. 전북 남원에서 상경한 후 35년째 살고 있다는 황씨는 “저번에 통진당을 찍어줬더니 당선되고 나서는 코빼기도 안 비치더라”면서 “당이 없어지고 나니 동네 교회에 찾아와서 억울하니 탄원서에 이름 적어달라고 하는데 괘씸해서 안 적었다. 아쉬울 때 닥치니 그제서야 뒤늦게 찾아오는 게 무슨 소용이야”라고 반문했다. 곽씨는 “이제는 새정치연합도 영남당 아닌가. 당 대표도 영남이고, 새누리는 호남 사람들에게는 자리 안 주고…”라고 했다. 황씨는 “당이 해산될 빌미를 만들어준 게 잘못이다”고도 했다. 젊은 층에서는 집권여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신도 흠씬 묻어났다. 단대 5거리역 근처의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고윤영(35)씨는 “누가 되든 솔직히 관심 없다”며 못마땅한 기색부터 보였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한 게 없으니 여당에 페널티를 줘야 하는데 야당은 후보를 잘 몰라서 고민”이라며 “이재명 성남시장이 무상 산후조리원을 지원한다는 것도 솔깃하긴 하나 포퓰리즘 같아 분간이 잘 안 된다”며 반신반의했다. 여성 판매사원인 장모(46)씨는 “신 후보가 의원 시절 구설에는 안 올랐던 것 같다. 의원 떨어지고 난 뒤에도 지역일꾼 노릇을 했다. 정 후보도 젊은 이미지로 문재인 당대표가 나서서 지원사격을 해주는 걸 보면 뭐가 있지 않겠나”라고 비교했다. 중원구청 근처에서 만난 40대 여성 택시기사는 “나는 민주당을 지지했어도 박근혜 대통령을 찍었다. 그런데 하는 게 영…”이라면서 “갈수록 정 후보의 추격전이 되살아나지 않겠나. 선거 막판에 야권후보가 사퇴하거나 해서 표가 결집 되면 판세가 흔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성남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김영란 “김영란법 왜 두려워하는가”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26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과 관련, “전 국민의 문화가 바뀌어야 성공할 수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서강대 경영연구소와 지속가능기업 윤리연구센터 공동 주관으로 열린 ‘부패 패러독스를 넘어서’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법안이 우리 사회의 문화와 관습을 바꾸는 것이다 보니 관심과 기대, 우려가 큰 것은 당연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 시간가량 강연한 김 전 위원장은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이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면서 “하지만 약간의 부패가 국가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시각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라고 되물었다. 그는 “발전한 사회라면 공적신뢰를 좀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 일각에서 김영란법의 위헌 요소를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 법안은 행동의 양심만 규정한 것이지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라며 “문화를 바꾸자는 취지인데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며 “법이 시행되고 나서 적응해 나가면 10∼20년 후에는 소위 ‘빽’ 등 연고가 없어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朴대통령, 김영란법 재가 내년 9월 28일부터 시행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공포안을 재가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법안은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부서 절차를 거쳐 27일 관보에 게재돼 공포된다. 국회는 지난 3일 이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정부는 24일 이완구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 공포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 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9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되게 돼 있지만 위헌 소지가 있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되면서 국회에서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신고하도록 한 조항이 형사법 체계와 충돌하고 ‘연좌제’에 해당하는 등 논란이 계속돼 왔다. 이에 대해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개정 이야기부터 하는 건 문제가 있고 과잉 수사, 표적 수사 등 우려가 있는 부분은 시간을 두고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날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의 비리를 감시하기 위해 출범하는 특별감찰관제의 첫 특별감찰관인 이석수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도 재가했으며 임명은 27일 이뤄질 예정이다. 이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지난 24일 경과보고서가 여야 합의로 채택됐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사설] 공직사회 일탈 막을 사정활동 더 강화해야

    경찰이 서울과 경기 지역의 조직적인 세무 비리에 대한 전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국세청과 세무서 직원 수십명이 세무조사 무마를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게 수사 내용이다. 뇌물을 받은 세무 직원 리스트에는 100여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한다. 또 서울 강남에서 성매수를 하다 경찰에 붙잡힌 감사원 공무원들은 한국전력 직원들에게서 1인당 40만원짜리 식사를 대접받고 성상납까지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힘 있는 권력기관들이 어떤 식으로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지 실체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세무 비리 사건을 보면 세무서 직원이나 국세청의 조사담당 직원들의 조직적인 비리 실태를 알 수 있다. 세무사가 중간에서 로비스트가 돼 병원 원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뒤 세무 공무원들에게 뿌린 것이다. 강남의 한 병원만 연루된 사건인데 다른 병원이나 기업들까지 뒤지면 얼마나 많은 비리가 쏟아져 나올지 짐작도 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인 것이다. 정부는 세입이 부족해 아우성인데 공무원들은 세금을 덜 받도록 해 주고 뇌물을 받았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감사원 공무원들의 일탈은 더욱 한심하다. 엄정한 감사를 해서 비리를 캐내야 할 감사원 공무원들이 도리어 성매수를 한 이 사건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렵다. 한전은 한전 소속 모 부장과 공무원의 개인적인 모임이었다고 해명한다. 그렇더라도 고급 요정에서 식사를 하고 성매매까지 한 것은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한 부도덕한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두 사건에서 우리는 썩을 대로 썩은 공직자의 실상과 땅에 떨어진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인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가 정보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해 대대적인 공직 사정에 나서는 일뿐이다. 왜 김영란법이 필요한지 이번 사건은 확실히 증명해 주었다. 특히 세무 직원들의 뇌물수수 사건은 부패가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경제 활성화에도 해악을 끼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패척결 선언 이후 검찰과 경찰은 기업과 공직 비리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 이제 그 사정의 칼날을 더 강하게 휘둘러야 한다. 사정 정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 드러나지 않은 공직사회의 비리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국세청이나 감사원 같은 권력기관과 인허가권이 있는 지방자치단체, 단속 권한을 가진 기관들은 어디서 어떤 비리를 저지르고 있을지 알 길이 없다. 공직사회, 특히 권력기관의 비리를 잡지 않고서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
  • “김영란법 입법 과정 정치권 한계 적절히 지적”

    “김영란법 입법 과정 정치권 한계 적절히 지적”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김영호 한국교통대학교 총장)는 25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사 회의실에서 제72차 회의를 열고 ‘김영란법과 공직부패 방지’와 관련한 서울신문의 보도 방향을 논의하고 개선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청수(연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위원은 “서울신문이 ‘자치·정책·고시’ 등 공직자와 관련 있는 콘텐츠에 축적된 전문성을 갖고 있는 만큼 (김영란법과 관련해) 타 신문에 비해 관심을 가지고 매우 비중 있게 다뤘다”며 “앞으로 법 시행까지 1년 6개월 정도 남은 만큼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 심층적인 보도와 대안 제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범수(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위원은 “부패와 관련된 문제는 가치적 문제, 윤리적 문제이기 때문에 법을 만들자고 했을 때 반대하는 사람이 존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면서 “따라서 입법 과정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한계가 있는데, 서울신문이 이를 적절하게 지적했다”고 평가했다. 김광태(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위원도 “서울신문의 3월 4일자 보도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김영란법이 어떤 법이며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쟁점별로 조목조목 짚어준 구성이 좋았다”며 “김영란법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강경한 논조로 쓴 사설은 ‘언론의 지적이 이 정도는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했다”고 말했다. 고진광(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대표) 위원은 “올해는 삼풍백화점 붕괴 20년이자 세월호 참사 1년으로 두 사건은 부실 공사와 불법 개조 등 부정부패로 인한 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도록 서울신문이 부정부패에 경종을 울리는 기획시리즈를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영란법의 처벌 대상으로 언론인이 포함된 부분에 대해서는 편향된 목소리를 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 위원은 “김영란법이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는 충분한 갈등 여지가 있지만, 언론사들이 자기 시각에서만 다룬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의 기획 보도에 대한 격려도 잇따랐다. 전 위원은 “신(新)평판사회 기획은 부패방지라는 측면에서 시의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은 “최근 분노조절 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범죄가 성행하는 등 모든 것이 극단적으로 가고 있다”며 “서울신문이 ‘욱하는 대한민국’ 시리즈를 통해 이 문제를 파헤치고 언론의 범죄예방적 역할에 충실했던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열린세상] 비리와 부정부패의 어머니는 규제다/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비리와 부정부패의 어머니는 규제다/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2015년에 들어와 아직 채 석 달도 지나지 않았건만 왠지 비리 또는 부정부패라는 말을 많이 듣고 사는 것 같다. 그리고 한동안 대한민국의 관심을 모았던 김영란법의 국회 통과와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논쟁들 또한 사실 공공기관에 만연된 비리와 부정부패를 어떻게 척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기인하였으니 역시 비리, 부정부패의 만연과 관련이 있다. 물론 당장은 비리와 부정부패를 저지른 장본인들을 찾아내어 처벌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김영란법 또한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계속 있었던 이런 처벌이 앞으로 비리와 부정부패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비리와 부정부패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기 위해서는 비리와 부정부패가 어떤 이유에서 발생하는가를 파악해서 발생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리고 비리와 부정부패는 타인의 이익을 좌우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없다면 발생하지 않을 현상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그리고 이렇게 특정인이 권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대부분 이 사람이 권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 다른 이름으로는 규제에 그 원인이 있다. 김영란법의 대상이 되어 논란이 일고 있는 학교 교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자신이 어렵게 얻은 지식을 제자에게 전수해 주는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우리의 부모들은 책을 떼면 떡을 해서 스승에게 바치는 등 오래된 미풍양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미풍양속이 비리로 전락하게 되었을까. 적어도 그 원인 중의 하나는 상급학교 진학을 좌우할 수 있는 권한을 교사에게 준 것에 있다. 자식을 지도해 주는 교사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것이 우리의 부모들인데 교사가 자식의 미래를 좌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마음이 들겠는가. 지금의 입시 제도에서는 교사가 작성하는 학생부에 의해 대학 진학의 성패가 크게 좌우된다. 성의 있게 써 주는가 아닌가에 따라 학생 본인의 실력에 관계없이 입시에 제출하는 서류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으니 부모로서는 교사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음에 드는 학교로 옮기기도 어려우니 교사의 권한은 점점 강해지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교사는 제자들을 위해 공정한 자세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교사가 많다 보면 그렇지 못한 교사들도 있을 수 있다. 또한 교사들이 그러지 않더라도 마음이 다급해진 부모들이 옳지 못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결국 학교와 관련된 비리의 근본에는 적어도 일부는 상급 학교들의 선발권을 규제하고 학생부를 중시하도록 하는 정부의 정책이 있다. 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받기는 포스코 사태나 자원 개발 산업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군의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는 정부에 의한, 정부를 위한 사업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포스코의 경영진을 선출하는 과정에 정부가 관여하지 않고, 자원 개발 또한 짧은 임기를 가진 정치인들이나 자신의 돈을 투자하지 않는 공직자들이 맡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민간에게 맡겼다면 지금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은 벌어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군사 장비는 민영화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국산 장비만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한다거나 하여 경쟁을 제한하는 식의 규제가 있다면 이런 것들도 모두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규제에 그 근원을 두는 비리와 부정부패가 발생하면 오히려 그 규제가 더 강화되고 관련된 공직자들의 권한은 전보다 더 강화되는 현상을 자주 관찰하게 된다. 세월호 사건의 수습 과정에서 관련된 공직자들의 처벌보다는 오히려 관련된 공직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리와 부정부패의 유혹을 받게 되는 권력을 규제를 통해 강화시켜 놓고는 비리와 부정부패가 일어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정상적인 사회라고 보기 어렵다. 작년 청와대는 규제 철폐의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최근 들어서는 규제 철폐의 목소리는 전혀 들을 수도 없다. 비리와 부정부패를 거론하며 오히려 이를 유발하는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다시 한 번 규제 철폐를 강력히 추진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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