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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김영란법과 힐러리/오달란 경제정책부 기자

    [오늘의 눈] 김영란법과 힐러리/오달란 경제정책부 기자

    당연하게 여겼던 ‘혜택’이 갑자기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아쉬워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다음달 28일부터 시행된다. 솔직히 처음 든 생각은 “이제 비싼 밥 먹긴 어렵겠구나” 하는 것이었다(이 얘기는 신문기자 생활 9년 중 7년을 기업들을 주로 상대하는 경제·산업 부서에 보낸 기자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혀 둔다). 기자가 되고 나서 처음 받은 선물은 A경찰서 서장 이름이 적힌 생활용품 세트였다. 추석 선물이었다.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처음엔 누구나 그럴 것이다. “고생했으니까, 그리고 비싼 것 아니니까 괜찮다”는 주변의 말에 엉거주춤 받아 든 기억이 난다. 몇 년 후 B출입처로 옮겼다. 시내 고급 음식점에서 취재원을 만나 꽤 비싼 밥을 먹었다. 그렇게 알게 된 인도 음식점, 한우구이 집을 나중에 가족과 함께 갔다가 상당한 금액이 찍혀 나온 계산서를 보고 놀란 적도 있었다. 취재원들은 식사가 끝나면 화장품, 영화관람권 등을 손에 쥐여 줬다. 딱히 거부감이 없었다. 그렇게 무뎌지기 시작한 것 같다. 또 다른 출입처에서 일하게 됐다.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라며 여럿으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명절이면 집에 선물세트가 쌓였다. 지인들에게 나눠 주며 인심을 썼다. 가격표는 따로 없었지만 대부분 5만원이 넘는 선물들이었을 것이다. 기업 지원을 받아 해외 출장도 몇 차례 떠났다. 취재 일정도 있었지만 관광 일정도 적지 않았다. 숙식이 제공됐기에 개인 여비는 거의 쓰지 않았다. 당연히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적고 보니 부끄럽지만 말이다. 접대와 선물을 거부하는 기자들도 있다. 모든 선물을 그냥 돌려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작은 성의는 받지만 현금에 준하는 상품권은 거부하는 나름의 원칙을 세우고 있는 사람도 있다. 기업 홍보실 직원에게 밥과 술을 산 데스크는 미담의 주인공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기자는 드물다. 그래서 특이한 부류에 속한다. “혼자서 깨끗한 척, 잘난 척한다”며 동료의 눈흘김을 받기 일쑤다. 모난 돌이 정 맞는 격이랄까. 그런 면에서 김영란법은 원안대로 시행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접대와 청탁이 뿌리 깊은 사회를 소신 있는 개개인이 바꾸긴 어렵기 때문이다. 법의 힘을 빌려서라도 바로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대선 후보 두 사람의 연설이 겹쳐진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약해진 미국을 구할 적임자는 나밖에 없다”고 소리쳤다. 며칠 뒤 힐러리 클린턴은 민주당 후보 수락 연설에서 “미국인은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며 트럼프의 말을 비틀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문제가 있다면 우리가 함께 고칠 수 있다”고. 김영란법도 마찬가지다. 혼자서는 불가능해도 다 같이 나서면 당연했던 특권이 더는 그렇지 않게 된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나의 일상은 그전과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비싼 밥을 먹지 않아도, 명절 선물을 받지 않아도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은 변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dallan@seoul.co.kr
  • [In&Out]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 진정성 확인법/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In&Out]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 진정성 확인법/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청렴 사회를 갈망하는 국민적 간절함의 산물이다. 한국의 풍토를 바꿀 이례적 사건이다. 한국 사회는 김영란법 시행 전(前)과 후(後)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4대 쟁점에 대한 합헌 결정으로 위헌 논란도 정리됐다. 그럼에도 김영란법이 향후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는 필요하다. 첫째, 적용 대상 직군(職群)의 확대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이 포함됐다. 헌재는 “정당한 입법적 결단”이라고 했다. 문제는 민간 영역에 언론과 교육 분야만큼 공공성을 갖는데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분야가 많다는 점이다. 이들을 언제 어떤 순서로 대상에 포함시킬지 결정해야 한다. 법 적용에 있어서 사회적 형평성은 유지해야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국회는 또 스스로를 부정청탁 예외 대상으로 분류했다. 선출직 공직자가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이 아니라는 규정이 추가되면서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 전달은 부정청탁 대상에서 배제됐다. 예산국회 때마다 상습적으로 논란이 되는 ‘쪽지예산’도 마찬가지다. 결국 선출직 공직자에게 면죄부를 준 셈이다. 공직 부패 청산이라는 법 취지도 일부 퇴색됐다. ‘공익민원 예외조항’에 대한 삭제 요구가 드센 것도 이 때문이다. 20대 국회 정무위원 절반 이상이 관련 조항 유지에 찬성 입장을 밝혀 개정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공공의 민원 처리를 정치의 영역으로 본다면 공익적 고충 민원 전달을 부정청탁의 예외로 둔다는 게 원칙적으로는 타당할 수 있다. 문제는 공익적 목적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어디까지가 사익이고 어디부터가 공익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빠진 것은 더 큰 문제다. 2012년 김영란법 국회 제출 당시 법안명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었다. 공직자가 4촌 이내 친족과 관련된 직무를 맡지 못하고 고위 공직자 가족의 공공기관·산하기관 특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선진국의 공직자 부정부패 방지법에 대부분 들어 있는 내용으로 부패 척결의 핵심이다. 그런데 국회가 제외시켰다. 의원의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유감스럽게도 ‘이해충돌 방지조항’은 복원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소수당은 적극적인데 거대 정당이 외면하고 있어서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부패를 ‘사적(私的) 이익을 위한 공적(公的) 직위의 남용’이라고 정의했다. 공공성이 핵심 가치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가장 공공성을 띠어야 할 국회는 이미 공적 지위를 통한 사적 이익도모의 장(場)으로 여겨진다. ‘이해충돌 방지조항’이 있었다면 의원들의 보좌진 가족 채용 논란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여야도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이런 특위가 처음은 아니다. 어떻게 특권을 내려놓아야 할지 몰라서 위원회를 만든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와 정치권이 정말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 첫 단계가 김영란법 적용 대상 직군을 확대하고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복원하는 것이다. 이는 국회가 공공성의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이다. 백 마디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그래야 국민들이 20대 국회는 다르다고 믿을 것이다.
  •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새누리 윤한홍 의원

    [초선 내 정치를 말한다] 새누리 윤한홍 의원

    새누리당 윤한홍(53·경남 창원·마산·회원) 의원은 22년간 지방공무원 생활을 하며 정책 수요자인 주민과 늘 접촉하는 행정을 해 왔다는 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행정자치비서관을 지내며 중앙정치도 경험했다. Q. 의원으로서 추진하고 싶은 정책은. A. 규제개혁 숫자를 채우기 위해 법률안을 잔뜩 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규제 개혁 부문에서 어떻게 국민에게 도움이 될까 생각 중이다.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해 놓고 못 하는 부분만 법으로 정하는 것이다. Q. 특히 어떤 규제를 개혁하고 싶은지. A. 건설, 부동산 땅을 사서 아파트를 짓고 분양 공고를 하기까지 몇 년간 많은 규제를 풀어야 한다. 몇 년 동안 금융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토지매입부터 분양까지의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시키면 부동산 가격이 30%는 떨어질 것이라고 본다. 법으로 지역별 용적률과 건폐율 등만 정해 놓고 거기에만 맞추면 모두 허용해 주도록 하면 된다. Q. 개헌에 관한 생각은. A. 총리에게 공무원 인사권을 20대 국회에서 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대통령 중임제 등 사이에서 합의가 되겠나. 다만 권력 분산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한다. 공무원 인사권만 총리에게 넘겨도 총리실이 확 살아날 것이다. 총리에게 실권이 없으니 공무원들이 총리를 바라보지 않고 대통령을 본다. 1급 승진 정도만 총리가 행사해도 될 것이다. Q. 김영란법은 어떻게 보나. A. 책임 있는 지도자가 없었다 법을 바꾸자고 하면 부패한 사람으로, 찬성하면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 돼 버린다. 시행 뒤 개정하자는 말도 너무 교과서적이다. 여기까지 온 것은 누구 하나 책임 있는 지도자가 없었다는 얘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반대가 엄청 심했다. 그때 통과시키느라 정치권이 얼마나 힘들었나. 지금 그런 지도자가 필요하다. Q. 어느 계파에 있다고 보나. A. 친대통령 공천에서 친박(친박근혜)계와 경쟁했다고 해서 내가 비박계로 분류된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밑에서 3년 부지사를 했다고 홍준표계라고 하더라. 나는 그런 것 없다. 하지만 여당 의원은 친대통령이어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개혁이란 개혁은 다 했지만 정권 재창출을 못해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평가를 못 받는다. 성공과 실패의 반은 정권 재창출에 달렸다. 대통령의 성공을 도와야 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프로필 ▲1962년 경남 창원 출생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제32회 행정고시 합격, 서울시 기획담당관, 대통령실 행정자치비서관, 경남도 행정부지사
  • 박경호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합리적 일처리 정평

    박경호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합리적 일처리 정평

    합리적인 업무 처리로 검찰 재직 당시 특별수사 및 기획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처음 추진됐던 2011년 국민권익위원회에 파견돼 법무보좌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부인 이정표씨와 1남 1녀. ▲충북 보은(53) ▲서대전고, 연세대 법학과 ▲사법연수원 19기 ▲제주지검 검사 ▲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중수1과장 ▲국민권익위원회 파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 부산 기장군, 김영란법보다 더 강화된 청렴 실천한다

    부산 기장군, 김영란법보다 더 강화된 청렴 실천한다

    부산 기장군이 ‘김영란법’보다 더 강화된 공직 청렴 규정을 마련, 한달 먼저 시행에 들어가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장군은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보다 더 엄격하고 강화된 공무원 청렴 규정을 마련, 오는 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16일 밝혔다. 기장군은 우선 19일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김영란법의 취지와 주요 내용, 위반사례에 대한 청렴 교육을 실시한다. 이어 직속기관, 도시관리공단 등을 대상으로 자체 순환교육도 할 예정이다. 아울러 김영란법 위반 사례를 수록한 안내책자와 리플릿을 제작해 직원교육 및 주민 홍보를 위해 나눠준다. 안내책자와 리플릿은 기장군청과 읍면 사무소에 비치하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배포해 김영란법 시행에 앞서 청렴 문화 확산에 기장군이 선도적 역할을 할 방침이다. 또 김영란 법보다 엄격하고 강화된 청렴 규정을 마련하고자 공무원행동강령을 손질한다. 직무 관련자와의 사적 만남 금지, 단 1원이라도 금품 수수 불가 및 향응 접대 금지 등 김영란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더 강화된 공무원행동강령규정을 마련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승진배제, 보직해임, 성과급 지급대상 제외 등 신상필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아울러 음주운전 공무원에 대한 징계수위를 강화하는 등 공무원 행동강령과 법률을 위반한 공무원에 대해 한층 강화된 처벌 기준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과 비리공직자 적발을 위해 현장밀착형 상시감찰과 주민암행감찰을 시행한다. 금품·향응·편의수수, 관행적 부조리, 공사감독, 인허가, 보조금 불법집행, 복지부동과 무사안일, 기초 복무 위반행위 등 공직부패 척결 5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연중 상시 단속을 한다. 주민 암행감찰반을 운영하고 공직비리 제보자에 대한 신고포상금 상향 조정과 아울러 부조리 및 민원불친절신고센터를 군수실에 설치해 토·일, 공휴일 구분없이 연중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청렴하지 않으면 공직자로서 근무할 수 없다는 시대정신에 부응해 반드시 부정부패 없는 청렴 1번지 기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열린세상] 다시 김영란법을 생각한다/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다시 김영란법을 생각한다/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9월 28일로 확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아직 여론이 분분하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청탁 관행 및 고질적인 접대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제정된 김영란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각종 이해 집단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끝에 헌법재판소가 문제가 된 쟁점에 대해 모두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헌법재판관들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높이 평가할 만한 결정이다. 서구에서와 같은 근대 시민사회의 전통이 일천한 우리 사회는 그동안 혈연, 지연, 학연 등 온갖 인연을 바탕으로 한 연고주의가 팽배하고, 사적인 인연을 앞세워 개인 또는 소집단의 이익을 위해 공익을 저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결속력이 강하기로 유명한 ○○대학교 동창회, △△전우회, XX향우회 등이 막상 끈끈한 인연을 바탕으로 공익에 기여하기보다는 끼리끼리 문화를 강화해 우리 사회 전체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특히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 결정이 이루어져야 할 공직사회에서 이러한 연고를 바탕으로 한 청탁은 뿌리 뽑아야 할 병폐다. 또한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공무원의 뇌물 사건이 매일같이 지면을 새롭게 장식하는 현실은 참으로 우울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부패의 개념은 사회의 역사적·문화적 배경이나 시대에 따라 달리 인식돼 왔으며 사회가 복잡다단해지면서 새로운 유형의 부패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동안 아름다운 인간관계로 포장돼 왔던 스폰서 문화, 과도한 접대 관행, 떡값, 전별금 등의 금품 수수 행위도 더이상 용납될 수 없는 전형적인 부패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고질적인 연고주의에 바탕을 둔 부정청탁을 근절하고, 사회 상규에서 벗어나는 과도한 접대 및 선물 관행을 타파하자는 것이지만, 기존 형사법과 관련해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더라도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한 한 경우에는 형사처벌하도록 한 점이다. 형법에서 규정하는 뇌물죄는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 그간 재판 단계에서 이 직무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해 금품 수수가 명백한 경우에도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영란법이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받자 이번에는 시행령에 규정된 식사·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을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현재의 상한액인 3만, 5만, 10만원으로는 농수축산물의 소비가 크게 줄어 농수축산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식당 등의 매출 하락으로 국민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의 시행은 직접 적용 대상인 공무원이나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의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단기적으로 농축산물 등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고급 식당이나 유흥주점, 골프장 등의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혹은 공무원들이 민원인과의 접촉을 기피함으로써 필요하고도 적법한 민원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현상이 심화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부정한 청탁이 크게 줄고, 투명하고 공정한 법집행이 이뤄져 한 단계 높은 경제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도하게 흥청거리는 우리의 밤 문화가 건전하고 절제 있는 유흥으로 바뀔 것이다. 한마디로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엄청난 긍정적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대한국민은 …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라고 규정하며 부정부패의 척결을 헌법적 사명으로 삼고 있다.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없느니만 못하다. 김영란법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승진명단 포함 안 된 본인 인사 부탁은 징계 대상”

    “승진명단 포함 안 된 본인 인사 부탁은 징계 대상”

    다음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행정자치부가 지난 12일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황 사례 21가지를 추려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식으로 해석을 요구했다. 행자부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특별교부세를 배분하고, 비영리 민간 단체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 등을 운영하기 때문에 관련 민원이 잦은 편이다. 권익위 청렴총괄과와 법률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행자부 감사과에서 제출한 질문지 문항 중 일부를 해석했다. Q. A사무관은 인사철을 맞아 직근상사(바로 위 상사)인 B에게 자신의 승진을 부탁했다. 이때 A가 인사위원인 타 부서장 C에게 자신의 업무 성과 등을 설명하며 자신이 승진자 명단에 포함되어야 함을 강조했다면. A. 제3자를 통한 인사청탁은 법령을 위반하는 부정청탁으로 형사처벌에 처해지거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본인이 직접 청탁한 것이라면 김영란법상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A가 승진대상 기준에 부합하지도 않은 경우라면 공무원 신분상 징계가 요구된다. Q. 퇴직 예정인 주무관 D가 본인에게 추천 제한 사유가 있는데도 상훈담당계장 E에게 공적심사위원회에서 특별한 공적을 인정받아 퇴직 포상 추천을 받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면. A. 전과 등은 퇴직포상 제한 사유다. 그걸 알면서도 부탁을 하는 것은 법령을 위반한 청탁이다. 하지만 제3자가 아닌 본인 스스로 청탁한 것이므로 형사처벌을 받거나 과태료가 부과되지는 않는다. 징계를 받을 수는 있다. Q.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예산담당관이 해당 자치단체 군수인 F의 역점사업인 도로건설에 들어가는 20억원 중 10억원을 특별교부세로 지원받고자 행자부 교부세과를 방문했다. 담당자와 교부세과 과장 등을 만나 면담하고 건의서를 제출했으며, 군수 F는 행자부 장관에게 별도로 전화를 걸어 잘 검토해 달라고 건의했다면. A. 어디까지나 해당 사업을 설명하고, 홍보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금품 등이 오가지 않는다면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보조금 지원 역시 부정청탁 대상이기 때문에 설명·홍보를 넘어선 경우 제재를 받게 된다. Q.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공직자를 향해 특정한 행위를 요구한 뒤 개별적으로도 만나 부탁했다면. A. 해당 계정과 친구를 맺지 않으면 게시물을 볼 수 없기에 SNS 계정은 불특정다수가 알 수 있는 공개적 행위가 아니다. SNS에 청탁 사항을 올렸더라도, 공개된 장소로 인정될 수 없기 때문에 부정청탁이다. 본인이 청탁한 경우라면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공무원 신분인 경우 징계를 받게 된다. Q. 국회업무를 담당하는 G사무관은 원활한 국회 활동을 위해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보좌관들과 정기적인 저녁모임을 갖는데 음식값이 1인당 최소 5만원을 넘는다면. A. 정기 모임이라고 해서 공식적인 행사로 인정되는 건 아니다. 일괄적으로 이뤄지는 행사에서는 시행령상 식사 허용 금액 기준인 3만원을 넘어도 문제되지 않지만 G사무관의 행위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일부 보좌관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1인당 5만원 이상 식사를 했다면 처벌 대상이다. Q.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소속기관의 증원, 조직 확대를 위해 관련부서 국장을 만나 건의한다면. A. 공무원노조에 가입된 공무원들을 대표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 Q. 지자체에서 사과 등 지역 특산품을 몇몇 부서에 보냈다면. A. 금액이 얼마인지 확인하기 어려운데다 정확히 누구에게 온 것인지 특정이 안 되기 때문에 일단 청탁방지담당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청탁방지담당관은 보낸 사람과 선물 가격을 확인한다. 시행령상 선물 허용 금액 기준인 5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지지율 8%’ 안철수 전략은

    ‘지지율 8%’ 안철수 전략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여름휴가를 겸한 미국 방문을 마치고 15일 귀국한다.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태 이후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이어왔던 안 전 대표는 귀국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위한 ‘몸풀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14일 “우선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등을 재정비하면서 워밍업 시간을 가질 것”이라면서 “교육 분야 등에서 다른 대선 후보들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안철수표’ 의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미국에 머무는 동안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등 복귀 채비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0일 개인 트위터에 김영란법 개정안 발의를 알리는 한편 이날에는 전기세와 관련 “누진제를 6단계에서 4단계로 줄이는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안 전 대표는 최근 지지율에서 고전하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전국 성인 1004명 대상, 집전화 RDD 보완)에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이 8%로 나왔다. 한 자릿 수 지지율은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이다. 당 차원에서도 지난 9일 전북 전주 방문을 시작으로 전국순회 방문을 하는 등 지지율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추가경정예산안,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등 각종 이슈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8월 말 당헌·당규가 제·개정된 이후 당 차원의 분위기 쇄신이 이뤄지고 안 전 대표도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거래량 반토막에 가격 급락…‘고삐 풀린 소’ 잡은 김영란법

    지난 12일 새벽 동이 틀 무렵인 오전 5시께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 우시장에 소를 실은 트럭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트럭에서 내려진 송아지와 소들은 줄을 지어 경매장에 들어섰다. 이날은 청주 우시장 소 중개장이 서는 날이다. 오전 5시 30분이 되자 장이 열렸다. 빨간색 모자를 쓴 중개사들이 전표를 들고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주에서만 15년 동안 소 중개업을 한 김모(68)씨는 손가락 3개를 펼쳐 보이며 “330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310만원까지 맞춰보겠다”며 암송아지를 팔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거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최고 400만원 가까이 치솟으며 귀한 대접을 받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한달 새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소를 사려고 온 사람들과 가격 흥정을 했지만, 결국 살 사람을 찾지 못했다. 김씨는 “매년 7~8월은 추석 물량을 납품한 한우 농가들이 새로 소를 사들이는 시기라 거래가 활발한 편인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며 “거래량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청주시 낭성면에서 한우 농가를 운영하는 이모(63)씨는 이날 암송아지 8마리를 팔기 위해 우시장을 찾았지만, 이날 장이 마감할 때까지 하루종일 표정이 어두웠다. 내놓기가 무섭게 구매자가 달려들던 것과는 달리 이날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씨는 이날 오랜 흥정 끝에 송아지 2마리를 파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는 “불과 몇 달 전이었으면 8마리 모두 나갔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씨는 “소매상들 사이에서 김영란법 때문에 소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하다”면서 “오래 동안 키워야 팔 수 있는 송아지는 앞으로 소값 시세를 예측할 수 없는 탓에 더더욱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날 청원구 내수읍에서 송아지를 사려고 온 정모(61)씨는 “송아짓값이 3년 전에 비해 많이 올랐지만, 최근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면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구매 시기를 늦추는 축산농가가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날 우시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시세만 알아보고는 소를 사들이지 않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날 청주 우시장에는 55마리의 큰 소와 송아지가 나왔지만, 거래가 성사된 것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마리뿐이었다. 청주축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소와 송아지 거래량은 매달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6월 청주 우시장에 소와 송아지 267마리가 나와 146마리가 거래됐지만, 7월에는 240마리가 나와 116가 팔렸다. 이달 들어 3번의 장이 열렸지만, 50마리만이 거래돼 거래가 더욱 위축됐다. 작년과 비교하면 청주 우시장 거래량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7월에는 올해 두 배 수준인 408마리가 나와 349마리가 거래됐다. 작년 8월에도 송아지와 소 383마리가 나와 285마리가 팔려나갔다. 축협 관계자는 “김영란법 영향으로 소고기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선뜻 새롭게 사육에 나서려는 농가가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 野, 광복절 특별사면에 “민생 사면은 긍정적”…이재현에는 ‘시각차’

    野, 광복절 특별사면에 “민생 사면은 긍정적”…이재현에는 ‘시각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12일 단행된 광복절 특별사면에 생계형 민생사범이 대거 포함된 데 대해 한목소리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으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특사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더민주 송옥주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회장은 지병 악화로 형 집행이 어렵다는 사유를 들었지만 복권까지 한 것은 경제인에 대한 온정주의적 사면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송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사면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며 “경제인에 대한 온정주의적 태도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소·영세 소상공인과 서민생계형 사범이 대거 포함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기업 재벌 회장으로서의 죄는 있지만, 건강이 그렇게 나쁜데 인도적 차원에서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앞서 자신이 이 회장의 건강을 고려해 가석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점을 언급, “이 회장은 대기업 회장이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적절하고 무방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고연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특사 대상에 중소·영세 상공인 및 서민이 포함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국민의당은 생계형 범죄자들이 사회에 복귀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의 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힘 있는 경제사범을 사면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는 김영란법으로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억지만큼 부끄러운 말”이라면서 “특별사면이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대우 사면’으로 전락하는 일은 박근혜 정부에서가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최저임금과 김영란법/박찬구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최저임금과 김영란법/박찬구 정책뉴스부장

    6470원. 최근 확정, 고시된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령상 음식물의 허용가액 기준은 3만원. 내년도 최저 시급의 4.6배를 웃돈다. 거의 5배 수준이다. 식사 한 끼의 허용가액이 최저 시급 기준으로 5시간 가까이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란 뜻이다. 일부 국회 상임위원회와 관련 업계에서는 음식물 등의 허용가액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최저임금에 목매는 수많은 노동자들에게는 한 끼 3만원 식사조차 ‘그림의 떡’일 뿐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채택한 ‘5-10-10 결의안’의 음식물 기준 금액인 5만원은 최저임금 시급의 7.7배를 넘는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6030원에 비해 440원 올랐지만, 인상률은 7.3%로 올해의 8.1%보다 하락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35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서울에 사는 ‘1인 가구’의 한 달 생활비와 맞먹는다. 이에 반발해 최저임금위원회 표결 당시 노동자위원 9명은 전원 퇴장했고, 양대 노총은 “저임금 노동자의 절박한 생계난을 외면한 최저임금 수준”이라며 비판했다. 브렉시트와 구조조정의 악재를 감안하면 그마저도 ‘고율 인상’이라는 재계의 항변에도 귀를 기울일 만하다. 하지만 최저임금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016년 기준으로 13.7%로, 7명 가운데 1명꼴이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균형추가 한쪽으로 기울어도 한참 기울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화 과정에서도 노동은 질곡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노동은 위기다. 현실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구조적 처방이나 대안 없이 그저 노동이란 글자에 ‘개혁’을 덧붙인다고 해서 노동자의 삶이 나아질 리는 만무하다. 김영란법에 원론적으로는 공감하지만 이런저런 현실 때문에 가액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선뜻 와닿지 않는 까닭이다. 오랜 기득권, 그 기득권과 맞물린 음성적인 일상의 패턴, 청탁의 습성에 기인한 거부감의 발로일 수 있다. 노동자의 최저임금 현실화 요구에는 인색하면서도 접대와 뒷거래의 묵은 관행에서는 쉽사리 헤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지 곱씹어 볼 일이다. 차라리 국회의원들이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냈다면 박수라도 받았을 테다. 최저임금에서 위태롭게 턱걸이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 최저임금 일자리마저 구하지 못해 새벽부터 인력시장과 고시원, 도서관을 떠도는 실업자들, 하루하루가 초조하고 안타까운 청년 취준생들에게 김영란법 시행령의 금액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는 공감도 설득력도 얻기 어렵다. 공동체의 조화로운 존속을 바란다면, 지향해야 할 가치에 현실을 맞춰 나가야지 현실에 가치를 꿰맞출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반칙 없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은 공존·공생의 의지를 확인하는 시금석과 같다. 그래야 패자부활전이 의미가 있고 시름 깊은 퇴직자의 골목 상권에 흥이 돋아날 수 있다. 김영란법은 그 과정에서 작은 촉매제가 되리라 본다. 구성원 모두가 공정하게 과실을 나누고, 그럼으로써 지속 가능한 성장의 틀을 쌓아 가는 의미 있는 한 걸음이 될 것이다. ‘전환의 계곡’을 맴돌더라도 언젠가는 산봉우리에 함께 올라설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 사회 구성원들이 현재의 고통을 기꺼이 분담할 수 있다. 그때 비로소 정의(正義)를 얘기할 수 있다. 김영란법 완화를 말하기 전에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실질적 대안부터 마련함이 옳은 이유다. ckpark@seoul.co.kr
  • [관가 블로그] “제보·투서 희생양 될라” 금융위, 김영란법 열공

    [관가 블로그] “제보·투서 희생양 될라” 금융위, 김영란법 열공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사 관리·감독을 포함해 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의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오는 19일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초청해 직원 대상 강연도 연다고 하네요. 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부터 “규제 완화를 절대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절절포)고 외쳤던 현 금융 당국 수장 임종룡호의 행보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란 자조도 나옵니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규제를 완화할 때 탁상행정을 할 수 없어 업계 관계자를 만나 의견 수렴한 것을 두고 ‘누구 부탁으로 어느 업권은 풀어주고 어느 업권은 소외했다’며 만나는 장면을 사진 찍어 제보하면 사실이 아니어도 곤욕을 치를 것”이라고 하소연합니다. 이렇다 보니 금융소비자, 기업인, 금융인 등과 만나 금융 관련 문제점과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하려던 금융개혁의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기우까지 나오는 것이지요. 실상 규제 완화나 금융개혁은 금융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는 만큼 자칫 ‘투서공화국’이 될까 우려가 적잖습니다. 나중에 죄가 없다고 밝혀져도 말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되니 ‘일단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이 사실입니다. 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실력이 ‘고만고만한’ 공무원들끼리 몇 개 안 되는 고위공무원단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인데 부정청탁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동안 받을 인사상 불이익은 어쩔 것인가”라며 “내부 징계위원회에서 논란 자체에 대한 주의만 받아도 1급으로 갈 확률이 줄어들 수 있으니 조금이라도 흠집 날 행동은 하지 말자는 기류가 강하다”고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김영란법의 문제는 적은 가액기준(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 아니라 모호한 부정청탁의 기준”이라는 목소리가 큽니다. 공직사회에서는 아예 연말까지 인간관계를 끊겠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가뜩이나 ‘복지부동’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공무원들이 더 납작 엎드리려 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공청회, 설명회, 간담회 등 공식 창구를 활성화하고 투명화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안 만나면 그만”이라며 몸 사리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합법적 소통’을 할 수 있을지 더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7~9월 가정 전기료 19% 깎아준다

    재원 4200억… 2200만 가구 혜택 ‘누진제 TF’ 장기적 요금 체계 마련 정부와 새누리당은 11일 긴급회의를 갖고 7~9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회의를 마친 뒤 “7~9월 3개월 동안 (누진요금 체계의) 전 구간의 폭을 50㎾h씩 넓혀 모든 가구가 골고루 50㎾h씩 혜택을 받도록 할 것”이라면서 “총재원 소요는 4200억원이며 대상 가구는 2200만 가구”라고 밝혔다.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은 6단계의 누진 체계로 1단계(사용량 100㎾h 이하), 2단계(101~200㎾h 이하), 3단계(201~300㎾h), 6단계(500㎾h 이상) 등으로 100㎾h 단위씩 구분된다. 여기에 각각 50㎾h씩 더해 구간의 폭을 넓힌다는 취지다. 김 정책위의장은 “7월분도 소급해서 할인할 것이고 3개월간 19.4%의 전기요금 경감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또 당정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장기적인 전기요금 관련 대책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당정이 내놓은 누진제 개편안은 앞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오찬에서 공감대를 이루며 곧바로 정책 공조로 이어진 결과다. 이정현 당 대표는 “전기요금이 누진체계로 돼 있어 요금이 대폭 오르기 때문에 많은 걱정들을 한다”면서 “당·정·청에서 한번 긴급하게 민생현안 문제로 받아들여 논의를 하자는 건의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올해 이상 고온으로 너무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하시기 때문에 정부에서 좋은 방안이 없을까 검토를 해왔고 지금도 하는 중”이라면서 “당과 잘 협의해 조만간 방안을 국민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찬 행사를 마친 지 3시간 여 만에 당정이 이 같은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당정회의에는 이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김 정책위의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직접 참석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과 관련, 농·수·축산업계의 우려가 많고 내수경기에 미칠 악영향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시행령을 수정해야 한다는 요청이 많다는 정 원내대표의 의견에 대해 “시행령이란 국회에서 만들어 준 취지에 맞게 지켜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해결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705개 법률 공식 약칭 마련

    법제처, 안내서 2000부 배포 법제처는 9일 10개 음절 이상인 705개 법률의 공식적인 약칭을 발표했다. 국회나 법원, 정부부처 및 국민 사이에 줄여서 사용하는 용어가 제각각 달라 혼란을 주고 법률의 내용을 유추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긴 법률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하거나 인용하려는 경우 줄이는 데 제각각이기도 하다. ‘개특법’(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처럼 어감이 나쁜 경우도 많다. 법제처에 따르면 ‘김영란법’도 틀린 약칭에 해당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줄이면 ‘청탁금지법’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처음엔 ‘부정청탁금지법’으로 검토했지만 통상적으로 깨끗한 청탁을 떠올리지 않는다는 판단에 편의성을 고려해 다섯 글자로 줄였다”고 말했다. 법제처는 약칭 안내서 2000부를 발간해 국회, 언론사 등에 배포하기로 했다. 아울러 흔히 ‘원샷법’으로 통하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줄여서 ‘기업활력법’이라고 불러야 한다.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률’은 ‘의료해외진출법’, ‘특수외국어 교육 진흥에 관한 법률’은 ‘특수외국어교육법’, ‘수중 레저활동의 안전 및 활성화 지원에 관한 법률’은 ‘수중레저법’으로 부르는 게 좋다. 또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의 약칭은 ‘부동산실명법’이다, 이번에 제정된 약칭은 10일부터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정부 법제처장은 “최근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 판결문, 결정문에 약칭을 많이 사용하는 것처럼 국민 실생활 속에도 널리 퍼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단독] 교육부, 금품 받은 직원 공개… 김영란법 선제 대응

    청렴문화운동 7개 과제 추가 낮은 청렴도 평가 따른 고육책 교육부가 금품을 받았다가 적발돼 징계를 받은 교육부 직원 2명을 홈페이지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준비 중인 청렴 운동의 하나로, 법 시행을 앞두고 공직기강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최근 ‘2015년 하반기 부패공직자 현황’과 ‘2016년 상반기 부패공직자 현황’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자료에 따르면 A서기관은 업무 관련 민원으로 164만원을 받아 지난해 11월 검찰수사를 받고 정직 2개월에 징계부가금 329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B서기관은 지인의 술자리에 참석해 현금과 향응 등 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B서기관은 올해 3월 경찰 조사를 받았고, 감봉 3개월에 징계부가금 200만원의 조처를 받았다. 교육부는 개인정보법에 따라 이들의 구체적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2명 모두 교육부 본부에서 근무하다 징계 이후 국립대로 전보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9일 “지금까지 부패공직자가 수사 결과에 따라 처분을 받더라도 개인에 대해 그 현황을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김영란법을 앞두고 교육부가 청렴 과제를 만들면서 공개하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올 4월에 만든 ‘2016년 교육부 청렴문화운동 추진과제 정비안’을 지난 2일 새로 정비했다. 1차 안에 담긴 27개 과제에 ‘부패공직자 적발현황 공개’와 ‘청렴문화운동 추진기획단 구성·운영’, ‘과장급 이상 공직가치 교육’ 등 7개 과제를 새로 추가했다. 앞서 교육부는 청렴의무 위반자의 징계양정기준을 강화하고, 청렴도 평가대상을 고위공무원에서 과장급으로 확대하는 등 과제를 담은 정비안을 마련했다. 교육부의 이런 노력은 다른 정부기관에 비해 청렴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은 데 따른 고육책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지난해 시행한 공공기관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3등급, 청렴도 평가에서는 5등급으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교육부 감사관 측은 “직원 대상 온라인 설문과 심층 면담, 권익위의 청렴 컨설팅 자문위원 진단을 통해 이번 정비안을 추가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해당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이것이 5만원 이하 돼지고기 선물 세트

    이것이 5만원 이하 돼지고기 선물 세트

    다음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축산물육가공 전문업체 도담이 8일 경기 안산시 냉동창고에서 국산 돼지고기(한돈) 삼겹살과 목살로 구성된 5만원 이하 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복규 도담 대표는 “10만~15만원대 한우 선물 세트의 매출 점유율이 과거 70%대에서 최근 40%대로 줄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관가 블로그] “부정청탁 저촉 막자” 부처, 김영란법 열공

    [관가 블로그] “부정청탁 저촉 막자” 부처, 김영란법 열공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50여일 앞두고 관가에 공부 열풍이 불고 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해 직원 대상 특별 강연회를 여는가 하면, 각 부처가 맞닥뜨리게 될 부정청탁 사례와 행동요령 등을 담은 맞춤형 ‘김영란법 Q&A 자료집’도 자체 제작하고 있다. 민원인 청탁, 식사·선물·경조사비 관행 모두 김영란법 저촉 대상이다 보니 행여 직원들이 구설에 오르거나 중앙부처 청렴도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진 않을까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2015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꼴찌의 불명예를 안았던 보건복지부는 정진엽 장관이 직접 나서 직원들의 김영란법 교육을 챙기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8일 “권익위에서 배포한 김영란법 설명 책자가 있지만 정 장관이 ‘그 두꺼운 걸 누가 다 읽겠느냐’며 책자를 따로 만들고 별도 교육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이참에 마음 단단히 먹고 청렴도를 올려보자는 취지에서 두 차례 교육 일정을 잡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10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본부 직원과 국민연금공단 등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설명회를 연다. 직원들이 궁금증을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에 김영란법 질의답변 게시판을 만들고, 김영란법 시행에 선제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내부 익명신고 시스템’도 도입했다. 정례헌 복지부 감사담당관은 “익명 신고는 참고만 해왔는데, 이제는 익명 신고에 거론된 당사자를 적극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근로자 임금 체납, 실업급여 관련 민원이 많은 고용노동부는 일찌감치 고용부 특화형 ‘김영란법 Q&A 자료집’ 제작을 시작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음주 자료집을 전 직원에게 배포하고서 민원인과 자주 접촉하는 전국의 지방청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연초부터 내부 게시판에 김영란법 저촉 사례를 알리고 있으며 5월 말 1차 교육에 이어 이달 말 2차 교육을 할 예정이다. 여성가족부는 최정수 한국웃음청렴연구소 소장을 초빙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미 1차 교육을 진행했다. 각 부처에서 교육 요청이 쇄도하자 권익위는 아예 외부 청렴 강사 70명으로 강사단을 만들었다. 권익위 관계자는 “웬만하면 부패방지국 직원들이 직접 교육을 나가지만, 요즘에는 요청이 워낙 많아 외부 강사를 추천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김영란법 위반도 수사… 2野, 공수처법 발의

    김영란법 위반도 수사… 2野, 공수처법 발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8일 공동으로 마련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률안에 따르면 국회 재적의원 10분의1 이상의 수사요청이 있을 때 공수처는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하며, 공수처 처장·차장·특별검사는 검사의 직에서 퇴직 후 1년이 경과해야 임용될 수 있다. 두 당 간 이견이 있었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은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더민주 민주주의회복 태스크포스(TF) 간사인 박범계 의원과 국민의당 검찰개혁 TF 간사인 이용주 의원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공수처 신설 법률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법률안은 대통령의 경우 배우자와 4촌 이내의 친족까지 수사할 수 있게 하는 한편 특별검사가 충분한 혐의가 인정되고 소송조건을 갖춘 때에는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충분한 범죄혐의가 없거나 범죄가 성립되지 않거나 소송장애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수사를 중지하거나 기소하지 않도록 하는 기소법정주의를 규정했다. 또한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특별검사의 불기소 처분의 적정성을 묻는 불기소심사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두 의원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공수처법안 공통안을 발의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까지 공조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열린세상] “고마 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열린세상] “고마 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올여름 폭염과 더불어 국민을 열 받게 만든 것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다. 합헌 결정이 난 직후 기자협회는 자유로운 취재를 방해하고 언론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수많은 직무 관련성을 확인해야 하니 사람을 함부로 만날 수 없다는 주장, 서민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강조하는 언론 기사들이 뒤를 이었다. 정치인들도 나섰다. 김영란법은 국회에서도 오랜 기간 세세하게 검토되어 압도적 지지로 통과된 것이다. 그런데 시행도 해 보지 않고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식사 5만원, 선물 10만원으로 상한선을 올리자고 주장하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결의안을 채택했다. 농축수산업에 대한 대책은 김영란법과 별도로 다룰 경제 문제이고 그에 반대할 국민도 없다. 그러나 비논리적 핑계로 법의 근본 취지를 무력화하려고 하니 국민의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먹던 밥과 한우와 굴비, 자기 돈으로 사 먹으라고. 그러면 경제에 타격이 있을 리가 없지 않으냐고. 접대만 받아 온 ‘갑’들 입장에서는 음식을 함께하고 선물을 주고받는 미풍양속이지만, 힘없는 ‘을’들에게는 지긋지긋한 접대문화다. ‘갑’들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다. 3만원, 5만원으로 가능한 식사와 선물을 따지고 있으니 말이다. 상한선을 정한 것은 그 한도까지는 공짜로 얻어먹어도 괜찮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혹시나 해서 소소한 선의의 피해자들을 막기 위한 상징적인 기준일 뿐이다. 친하지 않아도 같이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하는 우리 사회의 특징을 고려해서, 자장면 한 그릇과 커피 한 잔 먹은 것까지 처벌 대상으로 하는 것은 좀 심하다는 정도의 의미다. 우리보다 소득 수준이 훨씬 높은 나라들도 이해관계자 간의 개인적인 식사는 아예 생각할 수도 없고, 선물도 약 2만원에서 5만원 사이가 상한선이다. 그러니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 식사와 선물 상한을 각각 5만원과 10만원으로 올리자는 정치인들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가. 김영란법을 만들면서까지 얻어먹지 말라는데, 참으로 지독하고 악착같이 남의 밥 얻어먹으려 한다는 비난을 자청하는 꼴이다. 더구나 1인분에 5만원짜리 식사라니, 험한 욕설의 댓글이 넘치고 있다. 대한민국 ‘갑’들은 무심코 ‘을’에게 얻어먹던 밥과 술에 서려 있는 억울함이나 불쾌감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한다. 웃는 얼굴로 주던 선물에도 굴욕감과 경멸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는 법에 어긋나는 것이니 당연히 “내 돈으로 사먹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런데 입 딱 다물고 ‘어떻게 빠져 나갈 방법이 있겠지’라며 ‘을’이 알아서 편법을 찾아내겠지 하는 ‘갑’, 부당한 접대를 합법화하고자 상한선을 올리려고 용을 쓰는 정치권을 보면서 국민들은 절망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은 공무원,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교사 및 언론인 등의 공직자로서 갖고 있는 영향력과 권한 때문에 남으로부터 대접받고 살아가는 집단이다. 깨끗하고 공정해야 하고, 그래서 국민의 존경을 조금은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국민으로부터 가장 심한 지탄과 불신의 대상 집단으로 추락한 것은 대접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무너진 도덕심과 오만함에 큰 원인이 있을 것이다. 공익을 위해 써야 할 권한을 국민의 고혈을 빨아먹는 데 악용하면서도 잘못인 줄 모르는 뻔뻔한 공직자들, 정말 위험천만하다. 정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 가진 자들에 대한 심각한 분노가 여기서 출발하고 계층 갈등과 사회 불안의 근원이 될 것이다. 김영란법은 정당한 실력 경쟁과 공정한 평가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을’들을 일상적으로 괴롭혔던, 연고주의에 기반을 둔 접대 문화를 깨부수고 부패를 척결하자는 것이다.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는 중요한 ‘갑’들은 시급히 추가하고 기준은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국민 절대다수가 지지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특권의식을 버리고, ‘갑’과 ‘을’이 호혜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 대한민국 ‘갑’들 이제 고마 해라, 그동안 마이 묵었다 아이가~.
  • 호접란 농장 찾은 농식품 장관

    호접란 농장 찾은 농식품 장관

    오는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농축수산 등 특정 산업 분야에 타격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동필(왼쪽 네 번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6일 경기 화성시 호접란 농장을 방문해 법 시행 이후 농가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생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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