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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톡!톡! talk 공무원] “한 해에도 빈번하게 제·개정되는 법령 신속·정확하게 알리려는 게 작은 소신”

    [톡!톡! talk 공무원] “한 해에도 빈번하게 제·개정되는 법령 신속·정확하게 알리려는 게 작은 소신”

    민원 친절상담에 ‘보살’ 별명 해외 결연 통한 나눔 실천도 “국민 누구나 원하는 법령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정확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게 작은 소신입니다. 법령은 한 해에도 빈번하게 제·개정되기 때문에 신속·정확하게 알리는 이른바 ‘현행화’가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이선이(46·전산 6급) 법제처 법제정보담당관실 주무관은 일터에서 ‘아이디어 우먼’으로 통한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법령정보 서비스는 물론, 내부 업무 시스템을 깔끔하게 정비하고 있어 차세대 정보화 전문가로 이름을 높였다. 이 주무관은 5일 “주변에서 업무에 열심이라고 ‘엄지 척’을 세우지만 당연하게 생각한다”며 “알고 보면 내세울 만한 것이라곤 주어진 업무밖에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또 “2013년 언젠가 연로한 분한테서 전화문의를 받았는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대한 것이었다”며 “속 타는 사정 때문에 강원도에서 찾아온다고 해 관보 내용 등 자료를 모아 우편으로 보낸 게 꽤 뿌듯한 기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1993년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1999년 국가법령정보센터(일명 국법)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품질 제고에 기여해 ‘국법의 어머니’라는 별명을 달았다. ‘국법’에선 우리나라의 법령 정보 12만여건, 행정규칙 6만여건, 자치법규 45만여건, 판례 17만여건을 포함해 국내외 350만여건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8월엔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현지 정부에 기술자문을 수행하고 돌아왔다. 우즈베크 정부는 이 주무관에게 법령정보체계 자문관으로 파견근무를 타진하기도 했다. 국법 사이트엔 하루 평균 40만여명이나 몰려 각종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고 뽐낸다. 그러면서도 “최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처럼 사회적으로 관심을 끄는 법령이 시행될 땐 갑자기 몰린 이용자 탓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늘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걱정했다. 이 주무관은 ‘국법’ 등 법제 서비스 관리 및 개선으로 공공기관의 업무 효율성과 일반 국민의 이용 편리성을 향상시킨 공로로 2014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8월엔 법령 4500여건과 조례 9만 1000여건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법령·조례 원클릭 서비스’를 오픈해 눈길을 끌었다. 월평균 1700여건에 이르는 전화 민원 상담에도 친절을 최우선으로 앞세워 ‘보살’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책상엔 불교 경전을 두고 짬짬이 읊으며 마음을 달랜다고 한다. 이 주무관은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려 애쓰는데 누군가에게 꾸준히 손길을 주는 게 중요한 듯해 2009년부터는 해외 결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에 자리한 라오스의 샌도라(6)와 아프리카 중앙국가 르완다에 사는 마테르(16·여)를 ‘친구’라고 부른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톡!톡! talk 공무원] “한 해에도 빈번하게 제·개정되는 법령 신속·정확하게 알리려는 게 작은 소신”

    [톡!톡! talk 공무원] “한 해에도 빈번하게 제·개정되는 법령 신속·정확하게 알리려는 게 작은 소신”

    “국민 누구나 원하는 법령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정확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게 작은 소신입니다. 법령은 한 해에도 빈번하게 제·개정되기 때문에 신속·정확하게 알리는 이른바 ‘현행화’가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이선이(46·전산 6급) 법제처 법제정보담당관실 주무관은 일터에서 ‘아이디어 우먼’으로 통한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법령정보 서비스는 물론, 내부 업무 시스템을 깔끔하게 정비하고 있어 차세대 정보화 전문가로 이름을 높였다. 이 주무관은 5일 “주변에서 업무에 열심이라고 ‘엄지 척’을 세우지만 당연하게 생각한다”며 “알고 보면 내세울 만한 것이라곤 주어진 업무밖에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또 “2013년 언젠가 연로한 분한테서 전화문의를 받았는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대한 것이었다”며 “속 타는 사정 때문에 강원도에서 찾아온다고 해 관보 내용 등 자료를 모아 우편으로 보낸 게 꽤 뿌듯한 기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1993년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1999년 국가법령정보센터(일명 국법)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품질 제고에 기여해 ‘국법의 어머니’라는 별명을 달았다. ‘국법’에선 우리나라의 법령 정보 12만여건, 행정규칙 6만여건, 자치법규 45만여건, 판례 17만여건을 포함해 국내외 350만여건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8월엔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현지 정부에 기술자문을 수행하고 돌아왔다. 우즈베크 정부는 이 주무관에게 법령정보체계 자문관으로 파견근무를 타진하기도 했다. 국법 사이트엔 하루 평균 40만여명이나 몰려 각종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고 뽐낸다. 그러면서도 “최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처럼 사회적으로 관심을 끄는 법령이 시행될 땐 갑자기 몰린 이용자 탓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늘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걱정했다. 이 주무관은 ‘국법’ 등 법제 서비스 관리 및 개선으로 공공기관의 업무 효율성과 일반 국민의 이용 편리성을 향상시킨 공로로 2014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지난해 8월엔 법령 4500여건과 조례 9만 1000여건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법령·조례 원클릭 서비스’를 오픈해 눈길을 끌었다. 월평균 1700여건에 이르는 전화 민원 상담에도 친절을 최우선으로 앞세워 ‘보살’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책상엔 불교 경전을 두고 짬짬이 읊으며 마음을 달랜다고 한다. 이 주무관은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려 애쓰는데 누군가에게 꾸준히 손길을 주는 게 중요한 듯해 2009년부터는 해외 결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에 자리한 라오스의 샌도라(6)와 아프리카 중앙국가 르완다에 사는 마테르(16·여)를 ‘친구’라고 부른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현장 블로그] 예약자는 ‘김태희’ 더 짙어진 차 선팅 ‘란파라치 포비아’

    “이번 주 목요일 오후 7시에 4명 예약할게요. 예약자는 ‘김태희’로 해 주세요.” 기자 이모(39·여)씨는 최근 새로운 습관이 생겼습니다. 부서명이나 실명 대신 연예인 이름으로 음식점을 예약하는 겁니다. 지난달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눈에 불을 켜고 위법 현장을 적발하려는 ‘란파라치’를 피하려는 겁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죠.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잖아요. 친구끼리 만나는 자리라도 다른 이름으로 예약합니다.” ●추적 피하는 각종 노하우 등장 김영란법 시행 일주일이 지나면서 란파라치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각종 ‘노하우’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법을 지켜도 란파라치가 오인 신고를 할 경우 신고 사실만으로 회사의 내부 조사나 사회적 지탄을 피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 대기업에서 대관 업무를 하는 김모(43)씨는 식사 자리에 합석한 공무원을 부르는 호칭을 바꿨습니다. “초면에는 쉽지 않지만 안면이 있다면 양해를 구하고 직함 대신 ‘형’이라고 부릅니다. 1인당 3만원 미만의 음식을 먹지만 그래도 란파라치에게 걸려 구설에 오르기 싫어서요.” 중견기업 회장 A씨는 지인들의 경조사에 보내는 화환에 자신의 이름을 빼고 ‘단체 일동’이라고 표기합니다. “란파라치들이 화환에 적힌 이름이 방명록에 있는지 확인하고 신고를 한다더군요. 10만원짜리 화환을 주고 부조금까지 내면 위법이라는 거죠. 그래서 아예 화환에는 이름을 적지 않습니다.” 또 다른 기업 임원은 자동차 선팅을 더 진하게 바꿨습니다. “란파라치가 감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행선지나 동행인이 공개되는 게 부담스럽더군요.” ●‘란파라치’들도 적발 어려움 호소 반면 란파라치들도 이런 대비책(?) 때문에 위법 상황을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답답해했습니다. 최모(62)씨는 “축의금을 여러 사람 이름으로 나눠 내거나 화환에 단체 이름만 적어 적발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수사권이 없다 보니 관찰만으로 사적인 자리인지 업무 연관성이 있는 자리인지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네요. 아마도 김영랍법 대상자와 란파라치 사이의 ‘눈치 싸움’은 한동안 이어질 겁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눈치를 보고 머리를 굴리는 경우도 보입니다. 그러나 원래 취지를 잊지 않는다면 적응기를 거친 뒤에는 김영란법이 인간관계를 축소하는 족쇄가 아닌 투명 사회를 위한 여과장치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이런 해프닝들을 “그땐 그랬지”라며 술자리의 안줏거리 정도로 회상하지 않을까요.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현장 블로그] 예약자는 ‘김태희’ …더 짙어진 차 선팅… ‘란파라치 포비아’

    “이번 주 목요일 오후 7시에 4명 예약할게요. 예약자는 ‘김태희’로 해 주세요.” 기자 이모(39·여)씨는 최근 새로운 습관이 생겼습니다. 부서명이나 실명 대신 연예인 이름으로 음식점을 예약하는 겁니다. 지난달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눈에 불을 켜고 위법 현장을 적발하려는 ‘란파라치’를 피하려는 겁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죠.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잖아요. 친구끼리 만나는 자리라도 다른 이름으로 예약합니다.” ●추적 피하는 각종 노하우 등장 김영란법 시행 일주일이 지나면서 란파라치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각종 ‘노하우’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법을 지켜도 란파라치가 오인 신고를 할 경우 신고 사실만으로 회사의 내부 조사나 사회적 지탄을 피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 대기업에서 대관 업무를 하는 김모(43)씨는 식사 자리에 합석한 공무원을 부르는 호칭을 바꿨습니다. “초면에는 쉽지 않지만 안면이 있다면 양해를 구하고 직함 대신 ‘형’이라고 부릅니다. 1인당 3만원 미만의 음식을 먹지만 그래도 란파라치에게 걸려 구설에 오르기 싫어서요.” 중견기업 회장 A씨는 지인들의 경조사에 보내는 화환에 자신의 이름을 빼고 ‘단체 일동’이라고 표기합니다. “란파라치들이 화환에 적힌 이름이 방명록에 있는지 확인하고 신고를 한다더군요. 10만원짜리 화환을 주고 부조금까지 내면 위법이라는 거죠. 그래서 아예 화환에는 이름을 적지 않습니다.” 또 다른 기업 임원은 자동차 선팅을 더 진하게 바꿨습니다. “란파라치가 감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행선지나 동행인이 공개되는 게 부담스럽더군요.” ●‘란파라치’들도 적발 어려움 호소 반면 란파라치들도 이런 대비책(?) 때문에 위법 상황을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답답해했습니다. 최모(62)씨는 “축의금을 여러 사람 이름으로 나눠 내거나 화환에 단체 이름만 적어 적발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수사권이 없다 보니 관찰만으로 사적인 자리인지 업무 연관성이 있는 자리인지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네요. 아마도 김영랍법 대상자와 란파라치 사이의 ‘눈치 싸움’은 한동안 이어질 겁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눈치를 보고 머리를 굴리는 경우도 보입니다. 그러나 원래 취지를 잊지 않는다면 적응기를 거친 뒤에는 김영란법이 인간관계를 축소하는 족쇄가 아닌 투명 사회를 위한 여과장치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이런 해프닝들을 “그땐 그랬지”라며 술자리의 안줏거리 정도로 회상하지 않을까요.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김영란법 때문 서비스업 타격 우려…대전 자치단체 대책 마련 부심

    김영란법 때문 서비스업 타격 우려…대전 자치단체 대책 마련 부심

    대전시와 일선 자치구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때문에 위축될 우려가 있는 서비스업 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전시와 자치구는 현장의 목소리를 취합해 개선사항을 시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지역 음식·숙박업,도·소매업 등 전통 서비스업이 위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일 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대전시는 ‘김영란법’이 일부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착한 소비’를 권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비해 다음 달 중 소비자 단체와 한국외식업조합, 전통시장 상인연합회, 사회적 경제 기업 등 관련 업종 관계자와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정상적인 소비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시청과 사업소,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자치구 등에 가이드라인을 안내할 계획이다. 지역 내 ‘착한 가격’ 업소 320곳 정보를 담은 책자를 발간해 배부하는 한편 ‘3대 30년 전통’ 음식업소와 맛집 소개도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병행한다. 권선택 시장은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시행 1주일을 맞은 지난 4일 연 10월 확대간부회의에서 “법 시행 초기여서 혼선과 과잉대응이 다소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생활문화 패턴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타격을 받는 식당, 꽃집 등 소상공인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유성구는 오는 연말까지 매주 수요일에 구내식당 운영을 하지 않고 인근 식당을 이용하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날’을 확대하기로 했다. 법 시행 초기 ‘일단 조심해야 한다’는 공직자들의 심리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구청 주변 식당이 한산한 반면 구내식당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이기 때문이다. 구는 지금까지 월 2회 지역경제 활성화의 날을 운영했으나 지역 상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매주 1회로 늘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영란법 때문…옛 경북도청 주변 식당 “손님 줄어 답답하다”

    김영란법 때문…옛 경북도청 주변 식당 “손님 줄어 답답하다”

    지난달 28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전격 시행되면서 대구시 북구 산격동 옛 경북도청 주변 음식점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많은 공무원들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어서다. 이 지역은 지난 2월에 이어 8개월이 채 안 돼 비슷한 일을 또 겪고 있다. 올해 1월부터 경북도청, 경북교육청 등 행정기관이 안동으로 이전해 옛 도청 주변 음식점에 한파가 찾아왔다. 도청과 교육청 두 기관에만 2000명 가량 근무했고 이들 가운데 200∼300명은 매일 주변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일부 음식점엔 저녁에도 손님이 적지 않았다. 이렇게 도청 주변에서 주로 공무원을 상대로 성업하던 음식점은 30여 곳이나 됐다. 그러나 도청 이전으로 일부 식당은 문을 닫았고 장사를 오랫동안 쉬는 곳도 생겨났다. 북구청 등 인근 행정기관이 나서서 ‘도청 주변 식당 이용하기’ 등 경제 살리기 차원으로 이벤트도 벌였지만 좀처럼 예전 모습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대구시청 별관이 도청 건물로 들어와 꺼져가던 불꽃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예전만큼은 아니나 시청 직원이 800명이어서 ‘장사 한 번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일부 식당은 내부 인테리어를 새롭게 하고 음식 메뉴도 재정비하는 등 손님맞이에 나섰고 예상대로 조금씩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부정청탁방지법을 시행한다고 했으나 고급음식점도 아니고 한 번 분위기를 탄 이상 큰 영향은 없을 거라고 봤다. 그러나 막상 법을 시행하자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시청 별관에 있는 구내식당으로 공무원이 다 몰렸다. 옛 경북도청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56)씨는 “경북도청 떠난 뒤 문을 닫을까 하다가 대구시청 별관이 옮겨와 다시 힘을 내고 있었는데 이 무슨 일인지…”라며 답답해 했다. 별관 주변 한 음식점 주인은 “기껏해야 1만 원도 안 되는 점심을 파는 데 갑자기 손님 발길이 끊겨 참 난감하다”며 “손님 늘어난다고 좋아하던 때가 바로 어제인데 또 문 닫을 생각을 해야 하는 건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시청 별관에 근무하는 공무원 B(48)씨는 “각자 돈을 내면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으나 법 시행 초기에 작은 오해라도 살까 봐 무조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며 “주변 식당을 찾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부천시, 업무비 ‘사전품의제’·‘집행한도제’ 시행

    부천시, 업무비 ‘사전품의제’·‘집행한도제’ 시행

    경기 부천시가 업무추진비 ‘사전품의제’와 ‘집행한도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부천시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준수하기 위해 시장까지 주요사업 청렴서약을 하고 ‘시장 핫라인’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시책을 강력히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시는 국민권익위원회 공공기관 청렴도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바 있다. 먼저 2017년 예산을 행정자치부의 편성 기준액 대비 80%만 반영해 불필요한 집행을 차단한다. 일과 후 저녁이나 휴일에 업무추진비를 쓰거나 50만원이 넘는 금액은 반드시 ‘사전품의제’를 준수해야 한다. 이때 업무비를 집행하는 사유와 근거를 사전에 결재받도록 했다. 1인당 식대를 3만원으로 제한하는 ‘업무추진비 집행한도제’도 시행한다. 또 감사관실은 시장과 부시장이 사용하는 업무추진비에 대해 분기별로 점검할 것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어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공개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자체감사 결과를 연 1회 시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시는 지난달 ‘시장 핫라인’을 개설했다. 이를 통해 관련 기관이나 기업들이 공무원들의 부조리 행위를 직접 신고할 수 있다. 공무원의 청렴서약서와 관련해서는 금품·향응수수나 이권개입, 권한남용 등 금지 대상을 구체화했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청렴도시의 명예를 얻을 땐 매우 어려우나 잃는 건 한순간”이라면서 “부정부패 예방은 물론 작은 실수나 관행 답습으로 그간의 노력이 퇴색되지 않도록 잘못되거나 부족한 것은 없는지 늘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김영란법 ‘꼼수’ 아직까진 없다 “초기에 걸릴 위험 감수하고 싶지 않아”

    김영란법 ‘꼼수’ 아직까진 없다 “초기에 걸릴 위험 감수하고 싶지 않아”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이 지난 28일 시행되고 1주일이 지난 현재, 접대문화와 여가생활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깊게 뿌리내린 한국 접대문화의 토양을 고려할 때 법 시행 이후에도 편법과 꼼수가 난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1인당 3만원으로 제한된 식사 한도액을 맞추기 위해 누군가는 2만 9000원까지만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계산해 법망을 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저녁 약속을 미리 잡아 놓은 뒤 식당 업주와 짜고 식사 총액을 1∼2주 사이에 여러 차례에 나눠 결제하거나 인원수를 실제보다 늘려 1인당 3만원 규정을 맞출 수 있다는 꼼수도 회자됐다. 그러나 법 시행 초기에 이런 편법을 쓰면서까지 접대를 하려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업계나 관가 쪽 반응이다. 충북의 한 기업 관계자는 “접대를 하는 입장에서는 사업 성공을 위해 편법을 써서라도 접대 자리를 원할 수 있지만, 접대받는 입장에서는 ‘시범 케이스’로 걸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얻어먹을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골프 접대는 식사 접대보다 더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골프장 예약률도 뚝뚝 떨어져 성수기 연휴동안 주요 골프장 예약률은 100%에 못 미쳤다. 골프장 관계자는 “이맘때면 회원제는 부킹이 다 되거나 못해도 160팀은 넘겨야 하고 퍼블릭은 상대적으로 유동적이지만 절반도 예약이 안 돼 확실히 많이 빠졌다”며 “김영란법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 시행을 앞두고 호사가 사이에서는 골프 경기 시작 전에 호스트가 내기에 사용할 현금 20만∼30만원을 먼저 나눠주고, 그린피·카트비 등 제반 비용을 각자 내면 된다는 꼼수가 하나의 대안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수법으로 홍보업계는 보고 있다. 영남권의 한 기업 간부는 “예전에는 홍보비 예산에서 일정 부분의 현금을 ‘실탄’처럼 보유했지만 김영란법 시행 후에는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는 이상 현금을 홍보비로 책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린피에 해당하는 비용을 현금으로 몰래 주는 꼼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부정부패를 걷어내고 청렴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시대적 요구 때문인지, 아니면 법 시행 초기 ‘소나기는 피하자’는 셈법의 산물인지는 현재로써는 판별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법 시행 이후에도 단골업소 업주와 친분을 무기로 은밀한 접대를 시도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 고급 카페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단골손님이 사업상 접대를 해야 하는데 1차 식사비가 3만원에 육박할 것 같다며 양주를 포함한 2차 술값은 방문일이 아닌 다른 날짜로 결제해 줄 수 있느냐는 문의를 받았다”며 “예약이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지만 요즘처럼 영업이 안 될 땐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인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고검 국정감사 ‘핫이슈’는 미르·K스포츠재단-禹수석 의혹

    서울고검 국정감사 ‘핫이슈’는 미르·K스포츠재단-禹수석 의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4일 실시한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관련 의혹을 주축으로 야당의 집중 포화가 이어졌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월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하기 전 청와대 비서실·국토교통부·LH·미르재단 등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방문 이후에는 (미르가 참여한) 양국간 문화 교류·경제협력을 위한 양해각서(K타워 프로젝트) 후속 대책회의에 청와대 행정관이 참석했다. 여러 정황과 증거를 볼 때 권력형 비리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어렵다”며 신속한 수사를 요청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익명의 대기업 간부’로부터 들었다면서 안종범 청와대 당시 경제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안 수석이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게 목표액으로 500억원을 제시했는데 당시 목표보다 (모금이) 더 나올 것 같아서 재단을 미르와 K스포츠 둘로 나누게 됐다고 한다”며 “이런 사건일수록 (수사팀) 배당을 신속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사 출신인 백혜련 더민주 의원 역시 “미르재단 사건 수사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검찰의 존립 근거를 흔들 수 있다”며 “증거인멸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빠른 수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백 의원은 사문서위조·행사 의혹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영렬 중앙지검장은 “고발장 내용 속에 수사할 만한 포인트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 원칙에 따라서 들여다보고 수사할 필요가 있으면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야당은 우 수석 관련 의혹 부각에도 공을 들였다. 금태섭 더민주 의원은 우 수석이 변호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진 효성그룹 고발 사건이 우 수석의 청와대 부임 후 중앙지검 조사부에서 특수4부로 재배당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수부로 간 것이 (우 수석이 변호한) 고발인 측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조 의원은 우 수석의 변호사 시절 수임 비리 의혹과 관련해 “우 수석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임용되고서 1년 7개월간 예금액이 24억 5000만원 정도 빠졌다. 우 수석은 ‘세금 납부와 생활 자금으로 썼다’고 했는데 당시 그는 아파트 지분 밖에 없었다”며 “50억원 이상 수임료에 대한 세금 아니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여당 의원들은 야권의 의혹 제기가 정치 공세 수준이라면서 일방적인 의혹 제기와 기업 매도는 문제라고 반발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미르 문제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남녀가 손 한 번 잡는데 애 언제 낳느냐는 식”이라며 “엊그제 고발장을 냈는데 벌써 수사를 다 했고 진상 다 파악된 모양인데 이렇게 성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또 올해 진경준 전 검사장과 김형준 부장검사 두 명의 현직 검사가 구속된 초유의 사태를 맞은 가운데 여야를 막론하고 검찰의 부패 근절을 위한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갑윤 의원과 판사 출신인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검사 비리와 관련한 검찰 간부들의 의견을 묻고 과거 ‘벤츠 여검사’ 사건 등으로 ‘김영란법’ 제정 논의의 한 실마리를 제공했던 검찰에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성호 더민주 의원도 “진경준, 김형준 사건을 보면 동네 양아치도 아니고 왜 이렇게까지 됐느냐”며 “일부 검사 비리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일부 검사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질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외국인들이 본 김영란법… “당연”과 “당황” 사이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이들의 반응은 식사 비용까지 관여하는 법 정서가 ‘지나치다’는 쪽과 부패 관행에 젖어 있는 한국 사회를 바꿀 획기적인 법이라는 편으로 갈렸다. 또 외국인을 위한 법 안내서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7년째 한국 특파원으로 활동하는 스페인 언론사 EFE 스페니시 뉴스 에이전시 소속 저널리스트 아타우알파 아메리즈(35)는 “혈연·지연으로 얽힌 한국의 연고주의 문화, 관행화된 청탁문화 등이 비윤리적으로 비칠 수 있지만 김영란법은 너무 과한 규제”라며 “스페인에도 비슷한 법이 있지만 정치인에게만 적용되고, 선물 비용 등 규제 상한선도 한국보다 높다”고 4일 밝혔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공증 번역가 요코와(27·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교사와 식사를 하는 것은 뇌물이 아니라 보은”이라며 “너무 비싸지 않다면 순수한 마음에 대해 저의를 의심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반면 15년째 한국에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프랭크 스미스(51·캐나다)는 “한국 사회에는 매 순간 수많은 잘못된 관행이 뿌리 박혀 있는 것 같다. 김영란법은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이런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이자 계기”라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에서는 보통 이해관계자들끼리 식사나 운동을 하는 대신 회사 사무실 등 공개된 장소에서 미팅을 한다”며 “기자도 취재 대상에게서 선물, 식사, 무료 티켓 등을 제공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원어민 교사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E(42·여)씨는 “이렇게 구체적인 법이 나온 것을 보면 한국의 부패지수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라며 “취지는 좋지만 앞으로 청탁이나 금품 수수가 더 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신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것을 모르는 외국인도 많았다. 서울의 한 사립대 조교수 F(33·영국)씨는 “들어본 적은 있는데 법의 이름이나 내용까지 정확하게 몰랐고 내가 대상일 거라고 아예 생각도 못했다. 평소 학생들이 초콜릿이나 음료수 같은 간식을 주는데 이런 것까지 다른 목적이 있는 뇌물이라고 생각하는 정서가 낯설다”고 말했다. 올 7월 현재 학업이나 사업 등의 이유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203만 4878명에 이른다.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이들도 김영란법이 정한 적용 대상에 해당되면 법을 준수해야 한다. 국내 대학의 외국인 전임교원, 초·중·고교의 외국인 기간제 교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김영란법 대상인 내국인 공무원·교사·언론인에게 청탁을 하거나 1인당 3만원 초과 식사, 5만원 초과 선물, 10만원 초과 축의금 등을 제공해도 처벌을 받게 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외국인을 위한 김영란법 안내는 전무한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을 설명한 리플릿을 영문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해설서는 양이 많아 외부 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법제처에서도 청탁금지법 관련 영문 법령을 준비하고 있고 11월 중순쯤 배포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김영란법 수사 대상 1호’ 강남구청장 무혐의

    김영란법 ‘수사 1호’ 대상에 올랐던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혐의를 벗게 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해 온 신 구청장에 대해 김영란법 위반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4일 밝혔다. 신 구청장은 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28일 관내 경로당 회원들을 초청해 수원 화성 방문 등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교통편과 식사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 경찰은 신 구청장으로부터 식사·교통 편의를 제공받은 이들이 김영란법의 대상이 되는 ‘공직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로당 회장들이 소속된 사단법인 대한노인회는 정부 보조를 받는 공직유관단체이기 때문에 대한노인회 소속 임직원은 김영란법에서 정한 ‘공직자 등’에 포함되지만, 단순한 소속 회원은 ‘공직자 등’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해당 행사는 2010년부터 구에서 노인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예산을 지원해 매년 진행해 온 행사로, 경찰은 직무관련 행사여도 주최자가 통상적 범위 안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은 허용하는 예외조항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법률 검토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남구 측은 “당연한 결과”라며 수용했다. 구 관계자는 “행사 개최 이전에 적법성 검토를 거쳤기 때문에 애초에 문제 될 게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데스크 시각] 김영란법 시대에 골프가 살아남는 법/조현석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김영란법 시대에 골프가 살아남는 법/조현석 체육부장

    고건 전 국무총리의 관운(官運)은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화려하다. 서른일곱 살에 전남도지사를 시작으로 교통부, 농림부, 내무부(현 행정자치부) 장관에 이어 서울시장과 국무총리를 두 번씩 지냈다. 평생을 공직에 몸담은 그는 구설에 오른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했다. 고 전 총리는 2003년 두 번째 총리로 재직할 당시 그의 남다른 관운에 대해 에둘러 소개하곤 했다. 그는 한때 골프를 무척 좋아했지만 농림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1981년 이후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골프장으로 가기 위해 시골길을 달리던 중 길이 막혀 이유를 알아보니 가뭄으로 갈라진 논밭에 물을 대기 위해 새벽같이 양수기를 싣고 가던 농민이 교통사고를 당해 사고 처리를 하느라 길이 막힌 것이다. 농민들은 가뭄에 고생하고 있는데 주무 장관이 한가롭게 골프를 치고 있다는 생각에 그 길로 차를 돌리고 평생 골프장에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이후 사회지도층이나 공직자들이 업무 청탁을 대가로 골프 접대와 향응 제공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들을 때마다 고 전 총리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인해 골프장 등 골프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접대 문화’를 이끌었던 기업들이 몸을 움츠리면서 전국 골프장 예약이 크게 줄어 울상이라는 소식이다. 공직자 등을 상대로 한 골프 접대는 ‘편의 제공’에 해당돼 ‘3(식사)·5(선물)·10(경조사비)만원 이하’와 상관없이 원천 금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골프가 김영란법을 계기로 ‘불건전한 접대’, ‘은밀한 거래 수단’이라는 그동안 오명을 벗고 골프 대중화를 이룰 최대 기회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골프장이 부유층만을 위한 사치스런 공간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여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분간 일시적으로 혼란이 있겠지만 골프장에도 비용을 각자 지불하는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되고, 이로 인해 골프장에 대한 국민들의 건전한 인식이 생겨 골프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김영란법 시대에 골프장이 살아남으려면 골프산업이 새로운 변화에 맞춰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골프장은 누구나 부담없이 갈 수 있도록 그린피를 낮추고, 캐디·카트 선택제 등으로 골프장 문턱을 낮춰야 한다. 국내 골프장의 그린피가 비싸고 부킹이 어려워 해외로 빠져나가는 골퍼들의 발길을 잡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미래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젊은층의 외면으로 사양길을 걷고 있는 일본 골프장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젊은이들도 골프장을 찾을 수 있도록 골프장 스스로 다양한 유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현재 성인과 똑같은 유소년들의 그린피를 대폭 내려 골프 영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물론 정부도 골프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 지난 8월 박인비 선수가 116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리우올림픽 골프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골프가 다시 한번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박인비 선수의 손가락 부상 투혼이 우리나라 골프 경쟁력을 세계에 보여 준 것처럼 골프산업도 위기 상황에서 새롭게 재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hyun68@seoul.co.kr
  • 아리송한 김영란법… 교직원·공무원 저리대출 상품, 위반일까

    시중은행에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대상자에 해당하는 교직원이나 공무원에게 저렴한 금리로 대출해 주는 상품은 법 위반일까, 아닐까.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최근 김영란법과 관련해 직원들이 업무상 궁금해하는 점들을 정리해 게시판에 공유하고 있다. 우선 은행에서 교직원·공무원 대상으로 금리 우대 혜택 등을 주는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괜찮다. 사회 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것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자동차회사가 마케팅 전략으로 특정 직업군에 한정해 할인하는 상품은 공무원이나 교직원 대상도 허용된다. 그러나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찾아가 은행 지점장으로부터 우대 혜택을 받는 것은 법에 저촉된다. 사회 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사례에는 항공사가 이코노미석에 좌석 수를 초과한 예약을 받았다가 이코노미 만석으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했는데 우연히 공직자가 혜택을 받았거나 관혼상제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음식물을 제공하는 경우 등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은행에서 VIP 고객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돌렸는데 여기에 공무원 고객이 포함된 경우도 예외로 본다. 은행이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 금고나 군인월급통장의 입찰을 따내거나 대학·병원의 주거래 은행으로 선정되기 위해 해당 기관에 거액의 출연금을 내거나 협찬하는 것도 괜찮다. 공공기관의 내부 규정과 절차에 따라 협찬 계약이 체결되고, 협찬의 내용과 범위가 일방적이지 않고 상응하는 대가 관계가 있으면 정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은행법상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공시해야 한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단체장끼리도 ‘더치페이’… 호텔 행사에선 식사 안 해요

    단체장끼리도 ‘더치페이’… 호텔 행사에선 식사 안 해요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선거법 때문에 활동 제약이 많던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오랏줄을 더한 형국이다. 지역 축제의 만찬이 줄줄이 취소됐다. 지방 특산물 판매가 부진해 지역 경제까지 위축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단체장끼리 만나도 밥값을 따로 내는 더치페이가 일상이 됐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구내식당을 단골로 이용한다. 기존 선거법이 워낙 엄격해서 음식을 접대하는 사례가 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시장은 지난 1년간 업무 추진비 카드로 가장 많이 지출한 식당이 서울시청 구내식당이다. 2억 2750만원의 카드값 가운데 3612만원을 구내식당에서 썼다. 케이터링도 1인당 2만원 수준이다. 선출직 자치단체장은 감시의 눈이 워낙 많아 경조사에 봉투를 전달하거나 고급 음식점에서 접대할 일이 거의 없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3일 예정된 지역 축제와 추모음악제 등의 참석을 취소했고 지인의 장례식에 화환도 보내지 않았다.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평상시 막걸리를 즐기고 선술집 등을 이용하고 있어 부담이 적다. 그는 오해를 살 자리나 모임은 자제를 하거나 아예 차단한다. 지난달 29일 열린 장흥 통합국제의학박람회 개막식에서도 인사말을 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 30일 열린 전남도청 국정감사에서는 국회의원들과 함께 도청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외부 행사나 모임엔 예정대로 참석하지만 호텔이나 고급 식당 등에서 열리는 행사에서는 인사말만 하고 식사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부득이 식사를 하게 되면 식대는 본인이 내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충북 청주의 한 호텔에서 박원순 시장과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조찬 모임 이후 밥값 1만원씩을 더치페이했다.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도 김영란법 시행일인 지난달 28일 지인들과의 오찬에서 밥값을 각자 냈다. ‘제15회 충북도 보육인대회’에 참석한 이시종 지사는 주최 측 오찬에 불참하고 도의원·시의원 등 10명과 인근 칼국수집에서 더치페이로 5000원짜리 칼국수를 먹고 자리를 떴다. 이 지사는 “김영란법으로 손해 보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전대책이 함께 시행돼야 법이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14년 7월 취임한 직후부터 직원들의 경조사에도 가지 않는 등 구설에 오를 만한 모든 행보를 차단했고, 술과 골프도 하지 않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평가다. 서민 경제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는 지자체장도 많다. 농축어업 인구가 대부분인 강원도는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까 오히려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소비를 장려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양양 송이와 횡성 한우 등 애써 가꾼 고급 농특산품을 선물하도록 홍보에 나섰다. 김영란법 여파로 지역 축제의 만찬이 사라졌다. 경북 봉화군은 3일까지 열린 ‘봉화송이축제’의 첫 행사로 계획했던 환영 리셉션을 20년 만에 전격 취소했다. 송이축제 만찬에 송이와 소고기를 내놓으려니 3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었다. 박노욱 봉화군수는 “송이축제인데 송이 한쪽도 대접할 수 없어 아예 만찬 행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군은 애초 환영 리셉션을 위해 고향을 찾은 200여명에게 1인당 4만원꼴인 1000만원을 예산으로 잡았다가 취소했다. 안동시도 지난달 30일 안동국제탈춤축제 개막식을 마치고 안동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내빈, 각급 기관장, 출향 인사 등 250명을 초청해 환영 리셉션을 열려다 취소했다. 지난해까지 해마다 시의회와 언론사 등에 배부하던 700장가량의 식권도 나눠 주지 않았다. 울진군도 지난 1일 울진송이축제 개막식 때 기관단체장과 출향인 등 50여명을 관내 식당에 초청하려던 환영 오찬을 취소했다. 오는 15일 ‘경북 영주 풍기인삼축제’를 앞두고 있는 영주시는 국내외 손님 240여명에게 2만 2000원짜리 뷔페를 제공하기로 돼 있던 환영 리셉션 개최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서울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hanmail.net
  • [김영란법 첫 연휴] 한정식 집 법카 결제 18% 감소

    [김영란법 첫 연휴] 한정식 집 법카 결제 18% 감소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한정식집 등 고급 음식점에서의 법인카드 결제 금액이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일 BC카드가 김영란법 시행 직후인 지난달 28~29일과 4주 전(8월 31일~9월 1일)의 법인카드 이용액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음식점에서는 8.9%, 주점에서는 9.2%가 감소했다. 가장 많이 줄어든 업종은 한정식집으로 김영란법 시행 4주 전보다 17.9%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음식점(-15.6%)과 일반 한식점(-12.2%), 갈비전문점(-10.3%) 등도 일제히 결제액이 줄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1주일 전(9월 21~22일)과 비교해서는 일식집에서 계산한 금액이 -6.0%로 가장 크게 줄었다. 결제 금액뿐만 아니라 건수 자체도 감소했다. 주점에서 법인카드를 결제한 건수는 4주 전보다 6.1%, 음식점에서는 1.7% 각각 줄었다. 한번 결제할 때 쓴 금액이 주점에서는 평균 15만 6013원에서 15만 923원으로 3.3%, 음식점에서는 평균 5만 5994원에서 5만 1891원으로 7.3% 감소했다. 1인당 금액 상한선을 정해 놓은 김영란법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BC카드는 분석했다. 반면 개인카드의 결제 건수는 1주일 전과 비교해 음식점에서 0.3%, 주점에서 2.1% 소폭 증가했다. 김진철 BC카드 마케팅본부장은 “법이 시행되기 직전까지는 점심 저녁에 개인카드를 덜 쓰던 고객이 법 시행 이후에는 ‘더치페이’하면서 개인 카드 이용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비 문화가 바뀌고 있는 만큼 카드업계와 유통업계의 전략 변화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김영란법 첫 연휴] 호텔 매출도 30% 급감… 직장인들 접대·골프 대신 자기계발

    “아침 골프 약속 사라지니 불금” 진료·수술 등 병원 민원청 “금요일 밤에 친구들과 만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S그룹 홍보팀 강모(45) 부장은 지난달 30일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폭음을 하고 다음날인 토요일 오후 1시까지 늦잠을 잤다. 평소 금요일 저녁은 평일과 달리 주말에 예정된 골프 라운딩을 위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야 했지만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법 시행으로 골프 약속이 모두 사라지면서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오히려 상대인 언론사 쪽에서 저녁 약속을 꺼리면서 평일 저녁도 한가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앞으로 평일 저녁은 술 대신 외국어,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은 골프 대신 수영을 배우러 다니기 위해 강습을 알아보고 있다. H그룹에서 홍보하는 황모(46) 부장은 지난 1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 지리산 국립공원에 놀러 갔다가 주차를 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으로 골프 약속이 모두 취소되면서 가족들과 지리산 등반을 갔는데 등산객이 몰리면서 주차 전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황 부장은 “연말까지 잡혀 있던 언론인들과의 골프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면서 “괜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당분간은 집사람과 주말에 산에 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을 성수기를 맞았지만 골프장에서는 예약 미달 및 취소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한 정보기술(IT) 업체 홍보 임원인 이모(50)씨는 2일 친구들과 경기도 용인 A골프장을 찾았다가 한산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평소 140여개팀의 예약이 꽉 차 있던 이곳이 김영란법 여파로 손님이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이 임원은 “예약하기도 어렵던 주말인데도 필드가 텅텅 비어 있었다”면서 “우리도 이제 골프 이외에 언론과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창구를 찾기 위해 아이디어를 쥐어짜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을 통해 이뤄지던 병원 민원도 올스톱 상태다. A그룹 측은 그동안 비일비재하던 계열 병원에 대한 진료·입원·수술 청탁이 뚝 끊겼다고 전했다. 그룹 관계자는 “병원 관련 민원이 거의 사라졌다”면서 “간혹 한두 건 문의가 들어오지만 이제는 도와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단호하게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비즈니스 물량이 많은 호텔도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 주말보다 평일이 붐비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내 한 레스토랑은 법 시행 이전 대비 30%가량 매출이 줄었다. 서울 삼성동 인근 5성급 호텔인 인터컨티넨탈과 광장동 워커힐호텔 등은 3만원 코스까지 내놓으며 업장 내 빈 좌석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김영란법 첫 연휴] “캠핑 하며 오랜만에 아빠 노릇 ^.^” “집에만 있으니 안 나가냐 핀잔 ㅜ.ㅜ”

    [김영란법 첫 연휴] “캠핑 하며 오랜만에 아빠 노릇 ^.^” “집에만 있으니 안 나가냐 핀잔 ㅜ.ㅜ”

    “휴일다운 휴일… 삶의 질 높아져” “시간 보내는 법 몰라 TV 시청만”일상 변화에 편안·어색 엇갈려 “골프장에 가는 대신 아이들과 함께 놀이공원도 가고 영화관도 갔어요. 3일간 집에만 있으려니 어색하긴 했죠. 아이들도 집에 있는 아빠가 이상한가 봐요. 차차 적응되겠죠.” 대기업 홍보팀에 재직 중인 권모(43)씨는 이번 연휴 기간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토요일 오전은 골프 약속, 오후에는 결혼식장을 찾는 게 일상이었다. 그는 “아이들이 ‘일하러 안 가냐’고 자꾸 물어보더라”며 “그간 일 핑계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휴일을 휴일답게 보낸 것 같다”고 전했다. ●영화관·놀이공원 북적… 골프장 한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첫 연휴는 골프장과 같은 접대시설보다 영화관, 놀이공원 등 가족 단위 오락시설로 사람들이 몰렸다. 결혼식장에서는 화환 대신 정성을 담은 편지를 축의금 봉투에 넣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들은 법 위반 사례를 잡아내기 위해 결혼식장, 장례식장, 골프장 등을 누볐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했다. ●란파라치 활개… 신고는 아직 없어 3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일과 2일 영화 관람객 수는 196만 2017명으로, 지난 주말(95만 8259명)과 비교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별한 신작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휴 효과를 고려해도 김영란법의 효과가 예상보다 컸다는 게 영화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같은 기간 프로야구 관객은 1만 3945명에서 1만 3695명으로 엇비슷했다. 반면 회원제 골프장은 예상대로 된서리를 맞았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경기 성남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 첫 주말인 지난 1일과 2일 예약분 가운데 20% 정도가 취소됐다”며 “악천후를 따져 봐도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이 떨어졌다”며 답답해했다. 그는 “수도권의 다른 회원제 골프장도 도토리 키재기일 뿐 크게 다르지 않다”고 푸념했다. 참고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중제 골프장이나 지방 골프장은 큰 타격이 없었다. 주말이면 접대 골프를 치거나 경조사를 챙기던 기업 관계자들은 오랜만에 휴가를 즐겼다. 정보기술(IT) 기업 홍보팀에 근무하는 이모(45)씨는 “서울 인근의 캐러밴 캠핑장을 예약해 지내면서 그간 미뤘던 아빠 노릇을 제대로 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박모(32)씨도 “법 시행으로 생활이 변하면서 여러 모로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반면 갑작스런 변화에 오히려 가족들이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유통업체 홍보팀에서 일하는 김모(48)씨는 “휴일에 집에만 있었던 적이 거의 없어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며 “아이들도 아내도 내가 집에 있는 것을 불편해하는 것 같아 주말 내내 TV 앞에만 앉아 있었다”고 했다. ●결혼식장 화환 대신 쌀… 축하 편지도 란파라치들은 연휴 기간에 법 위반 사례를 잡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부고 기사로 찾은 공무원의 장례식장에 가 근조 화환에 적힌 이름을 촬영하고, 추가로 부의금을 냈는지를 파악했다. 결혼식장에서도 축하 화환과 축의금 명부 등을 몰래 촬영했다. 서울의 한 결혼식장 관계자는 “화환 대신 기부를 위해 쌀을 받는 경우도 늘고 화환 대신 직접 쓴 편지를 넣는 축하객도 간혹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112 신고를 제외하고, 서면으로 정식 접수된 김영란법 위반 사례는 없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손목시계·안경·머리끈까지… 007 뺨치는 란파라치 몰카

    손목시계·안경·머리끈까지… 007 뺨치는 란파라치 몰카

    전문적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자를 신고해 포상금을 타내는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들이 사용하는 첨단 소형 카메라가 3일 서울 서초구의 공익신고 학원에 전시돼 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손목시계, 라이터, 명함지갑, 자동차키로 위장한 소형 카메라, 머리끈 장식, 안경. 연합뉴스
  • 지자체장들 김영란법 오랏줄 묶인 듯…더치페이 생활화·지역축제 위축

    지자체장들 김영란법 오랏줄 묶인 듯…더치페이 생활화·지역축제 위축

    “원래 구내식당이 단골집이에요.” 부정청탁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도 기존 선거법 때문에 청렴을 생활화했던 지자체장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역 축제가 취소되거나 농축산물 업체 등의 위축으로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000원만 받아도 처벌하기 때문에 김영란법보다 더 엄격한 박원순법(공무원 행동강령)을 제정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단골 식당은 다름 아닌 구내식당이다. 지난 1년간 업무 추진비 카드로 가장 많이 지출한 곳도 서울시청 구내식당으로 모두 2억 2750만원의 카드값 가운데 3612만원을 구내식당에서 썼다. 시청 8층의 간담회장에서 구내식당 케이터링으로 대접하는 식사도 1인당 2만원 수준이라 그동안 김영란법을 생활하면서 살았다. 경기지역 시장·군수들은 기존 선거법이 워낙 엄격해서 돈을 쓰거나, 음식을 접대하는 사례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김영란법을 시행했다고 해서 단체장들이 위축될 일은 별로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선출직 자치단체장은 감시의 눈이 워낙 많아서 경조사에 봉투를 전달하거나, 고급음식점에서 접대할 일이 거의 없어 김영란법이 시행되더라도 특별히 달라진 점은 없다. 다만, 각계 공무원들이 주로 찾는 중·고가 음식점들은 비명 일색이다. 경기 고양시에서 고급 한우집을 운영 중인 A씨는 “돼지갈비집에서도 1인당 객단가가 3만원에 이르고, 값이 가장 저렴하다는 정육점 식당의 경우도 1인당 객단가가 4만원씩 하는 상황에서 1인당 3만원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소고기 집은 문을 닫으라’는 말과 같다”고 주장했다. B한정식은 1인당 최저 3만 5000원짜리 식단으로 구성돼 있었으나, 최근 1인당 3만원 미만의 이른바 ‘김영란 메뉴(4인 이상 주류 무제한 공짜)’를 선보였다가 비난만 샀다. 이 음식점 관계자는 “단가를 맞추기 위해 음식 가지 수를 줄이고, 저렴한 식자재를 사용했다가 손님들로부터 먹을 게 없다며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막걸리를 즐기는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원래 식사를 간단하게 하는 편이다. 평상시 막걸리를 마시고 선술집 등을 이용하고 있어 음식값에 대한 부담이 없는 편이다. 이 지사는 참석해야 하는 행사장은 찾아가지만 오해를 살 자리나 모임은 자제하거나 아예 차단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9일 열린 장흥 통합국제의학박람회 개막식에서도 인사말 만하고 자리를 떴고, 30일 열린 전남도청 국정감사 때에도 국회의원들과 함께 도청 구내식당을 이용했다. 이 지사는 “농축수산물 등 현실에 대한 세밀한 고려가 없었다는 데서 잘된 법이라고는 보지 않지만, 일단 법은 지켜야 하므로 공직사회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김영란법 이외에도 최근 측근 인사의 시정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외부활동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이다. 윤 시장은 3일 예정된 지역 축제와 추모음악제 등의 참석을 취소했다. 또 이날 지인의 장인상에 조의를 표하는 화환도 보내지 않았다. 김영란법 시행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에는 지역 언론사 간부들과 예정된 만찬도 취소하는 등 구설수에 말릴 우려가 있는 모임이나 활동을 아예 자제하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더치페이’를 생활화하고 있다. 행사나 모임의 성격을 불문하고 식사자리에 가게 되면 더치페이를 솔선수범한다. 지난 1일 음성군에서 열린 ‘제15회 충북도 보육인대회’에 참석한 이 지사는 행사주최 측이 오찬을 마련했지만 불참하고 도의원, 시의원 등 10명과 함께 인근 칼국수집으로 향했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이 지사는 칼국수값 5000원을 내고 자리를 떴다. 이 지사는 앞서 지난달 30일 청주의 한 호텔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 조찬을 가진 후에도 박 시장과 함께 각자의 밥값 1만원씩을 더치페이했다. 이재영 비서실장은 “김영란법 해석을 두고 당분간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여 식사 때마다 더치페이를 하기로 했다”며 “도청 밖에서 식사약속이 없으면 구내식당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서민경제 위축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정과 청탁을 방지하자는 법 취지는 살리되 어려운 서민경제 현실을 고려, 하루빨리 김영란법을 대폭 개정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김영란법으로 손해 보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보전대책이 함께 시행돼야 김영란법이 빛을 보게 될 것”이라며 “하나만 보다가 열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 여파로 지역축제 만찬이 사라졌다. 경북 봉화군은 3일 막을 내린 ‘봉화송이축제’의 첫 행사로 계획했던 환영리셉션을 전격 취소했다. 봉화송이축제 20년 사상 환영리셉션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이 축제인 만큼 축제에 참석하는 출향인사나 지역 유지 및 기관단체장 등을 위해 송이와 소고기를 내놓으려니 한 끼 식사값이 3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었다. 결국 김영란 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행사를 취소했다. 박노욱 봉화군수는 “송이 축제 행사인데 송이 한쪽 대접할 수 없어 아예 만찬 행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군은 애초 환영리셉션을 위해 출향인사 등 200여명에게 1인 4만원 꼴인 1000만원을 예산으로 잡았다. 경북 안동시도 지난달 30일 안동국제탈춤축제 개막식을 마치고 안동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내빈, 각급 기관장, 출향인사 등 250명을 초청해 환영리셉션을 열려다 취소했다. 지난해까지 해마다 시의회와 언론사 등에 배부하던 700매가량의 식권도 나눠주지 않았다. 경북 울진군도 지난 1일 울진송이축제 개막식 때 기관단체장과 출향인 등 50여명을 지역 식당에 초청하려던 환영 오찬을 취소했다. 오는 15일부터 ‘경북 영주 풍기인삼축제’를 개최하는 경북 영주시는 환영리셉션 개최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국내외 자매도시 관계자 등 240여명에게 2만 2000원짜리 뷔페를 제공할 예정이지만 참석자들의 직무 범위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시는 4일 관련 회의를 가진 뒤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농축어업 인구가 대부분인 강원도는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까 오히려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소비를 장려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양양송이와 횡성한우 등 애써 가꿔 놓은 고급품질 농산물이 직격탄을 맞지 않을까 적극 홍보와 소비에 나서기로 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기관장들이 앞장서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농특산품을 선물하고 회식도 더치페이문화를 바탕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적극 홍보 하겠다”면서 “경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고품질 농특산물은 계속 육성하면서 건전한 소비문화도 자리잡도록 행정력을 모아가겠다”고 말했다. 서울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고양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무안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김영란법 무섭다고 했잖아”…‘곡성’ 울려퍼지는 카드사

     신용카드사들이 울상이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후폭풍’이 현실로 다가와서다. 시행 전부터 기업의 접대비용 한도가 3만원으로 줄어든만큼 법인카드 사용 역시 현저히 줄 것으로 예상됐는데, 실제 식당과 같은 요식업종의 법인카드 사용액이 팍 줄어들었다.  3일 BC카드의 빅데이터 분석자료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직후인 지난달 28∼29일과 시행 4주 전 같은 요일인 지난 8월 31일∼9월 1일을 비교한 결과 요식업종에서 법인카드 이용액은 8.9% 감소했다. 개인카드는 같은 기간 3.4% 감소하는 데 그쳤다. 또 주점업종에서는 법인카드와 개인카드 이용액이 각각 9.2% 줄었다. 법인카드로 밥값과 술값을 계산한 금액이 전부 줄어든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전체 카드사 자료를 놓고봐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단서를 달면서도 “카드사의 법인카드 승인금액이 전체 수익의 25% 가량이나 되는만큼 실제 김영란법으로 (카드사가)수익에 타격을 입은 것이 증명됐다”면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영세상점 신용카드 결제액의 수수료 면제 법안까지 발의돼 더 비상”이라고 토로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영세 상점과 택시 종사자들에 한해 1만원 이하 소액 카드 결제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를 면제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여전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을 말한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통상 카드 이용 절반이 넘는 1만원 이하 소액 수수료를 아예 못받게 되는 것이라 카드사들이 김영란법 여파와 함께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또 분석자료에 따르면 요식업종 중에서는 한정식집에서 법인카드 사용액이 17.9%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중국음식점이 -15.6%로 뒤를 이었다. 요식업종에서 법인카드 이용 건수는 김영란법 시행 직후 4주 전과 비교해 1.7% 줄었고 주점업종에서는 6.1%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카드는 요식업종에서 2.4%, 주점업종에서 6.4% 각각 줄었다.  법인카드 결제 건당 이용액은 요식업종은 5만 5994원에서 5만 1891원으로 7.3% 감소했다. 주점업종도 15만 6013원에서 15만 923원으로 3.3% 줄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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