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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들강 살인’ 16년 만에 단죄… 공소시효 폐지 적용 첫 유죄

    피해자 모친 “재수사로 억울함 풀어” 17세 여고생을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한 ‘드들강 살인사건’ 범인에게 16년 만에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형사소송법에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이른바 ‘태완이법’ 시행 이후 장기미제 살인 사건에 유죄를 확정한 첫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드들강 살인사건 범인 김모(40)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22일 확정했다. 드들강 살인사건은 2001년 2월 전남 나주 드들강 유역에서 여고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 물에 잠겨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시신에서 범인의 체액을 발견했지만, 당시엔 DNA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2012년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또 다른 강도살인 사건으로 복역 중인 무기수 김씨가 용의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김씨는 여고생과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살인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2014년 김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무혐의 처분한 수사 결과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5년 태완이법이 시행되면서 검찰 재수사가 시작됐다. 15년이던 살인죄 공소시효는 2007년 12월 25년으로 연장됐고, 2015년 태완이법이 시행되며 폐지됐다. 검찰은 무기수 김씨의 교도소를 압수수색해 그의 사건 당일 알리바이 위장용 사진, 수사·재판에 대비해 다른 재소자와 문답 예행연습을 한 흔적 등을 확보했다. 또 여고생의 일기장 등에서 확인한 당시 건강 상태와 사망 당시 모습, 김씨와 만나게 된 인터넷 채팅 사이트 접속 기록 등 자료를 수집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해 8월 김씨를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1·2·3심 전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한편 피해 여고생의 어머니(60)는 범인의 무기징역 확정 소식에 “지난 16년간 풀지 못했던 딸의 억울함과 우리 가족의 고통, 딸을 유난히 예뻐했던 작고한 남편이 생각나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라도 재수사를 통해 억울함을 밝혀내 다행”이라면서 “딸도 남편도 이제는 편히 눈감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생명공학도 꿈 부풀었는데 꽃도 못 피우고 가버렸다”

    “생명공학도 꿈 부풀었는데 꽃도 못 피우고 가버렸다”

    18세 김모양, 수능 후 헬스클럽 등록 서울에 있는 여대에 4년 장학생 합격 “아빠 불났어, 못 참겠다” 마지막 통화 또 다른 18세 김모양도 대학에 합격할머니·엄마·딸 3대가 목욕갔다 참변“어머니 1시간 30분 살아 계셨는데…”“생명공학 연구원을 꿈꾸던 아이였는데, 꽃도 피우지 못하고 가버렸습니다.” 지난 21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화재로 사망한 김모(18)양의 시신이 안치된 제천시 고암동 보궁장례식장에서 김양의 할아버지 김모(78)씨는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천의 한 여고에 다니던 김양은 서울에 있는 여대에 4년 장학생으로 합격한 상태였다. 김씨는 “집과 학교, 도서관만 오가며 공부밖에 모르던 아이였다. 학원 한번 안 다니고, 겸손하고 착한 손녀였다”며 고개를 떨궜다. 김양은 수능시험이 끝나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면서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이날도 이곳에서 운동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김양의 아버지는 사고가 난 날 오후 4시쯤 “6층에 불이 났다”는 김양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침착하고, 연기 마시니까 말하지 마라”고 한 후 현장에 도착해 계속 통화를 하며 김양을 진정시켰지만, 김양은 “못 참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당시 상황을 이야기해 주던 김양의 할아버지는 슬픔과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김양의 큰아버지는 “동생(김양의 아버지)이 아이들을 뒷바라지하겠다며 하던 일도 그만두고 한 달 전부터 치킨집을 운영했다”면서 “이제 다 잘 풀리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양의 시신으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유족들은 경찰에게서 유품 사진을 받은 뒤에야 김양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에 있던 목걸이가 김양이 친구와 함께 맞춘 것임이 확인되자 김양의 어머니는 현장에서 오열했다. 김양이 다니던 학교 관계자는 “김양과 함께 헬스에 간 친구는 다행히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 사고로 스러진 또 다른 열여덟 여고생은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건물 2층 목욕탕에서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용인에서 고등학교에 다닌 김모(18)양은 수능이 끝난 뒤 어머니 민모(49)씨와 제천에 있는 할머니 김모(80)씨 댁에 들렀다. 김양도 대학 입학을 앞둔 상태였지만 안타깝게 꿈을 이루지 못했다. 김양의 할머니는 화재가 난 후인 오후 5시 17분 막내딸 집에 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내 사위 박모(47)씨는 “장모님이 휴대전화를 챙기지 않은 채 목욕탕에 갔는데 유일하게 외우는 번호가 우리 집 전화번호”라면서 “장모님이 초등학교 5학년인 딸에게 엄마랑 아빠가 있냐고 물어봤다고 한다”고 전했다. “손녀가 엄마는 없고 아빠는 통화 중”이라고 말하니 힘없는 목소리로 “알았다”라면서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김씨의 둘째 아들 민모(52)씨는 전화 통화를 했다는 소식에 안심했지만, 오후 9시쯤 비보가 전해졌다. 민씨는 “어머니도 1시간 30분 정도 살아 계셨는데 결국 돌아가셨다”면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참사로 아내를 잃은 윤모씨는 오후 4시 6분쯤 아내로부터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1분 후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윤씨는 “아내가 전화기 너머 다급한 목소리로 살려 달라고 외쳤다”면서 “4시 27분에 유리만 깼어도 살지 않았겠나”라고 되물었다. 이번 화재 사고 사망자 중에는 코레일 기관사도 있었다. 코레일 제천기관차 승무사업소 소속 안익현(58) 기관사는 사고 당일 부인과 등산을 다녀온 뒤 점심 식사 후 오후 2시 30분쯤 사우나에 들어갔다 사고를 당했다. 안 기관사는 발견 당시 등산 복장 상태였다. 사우나를 마치고 나오려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한편 이날 오후 4시부터 제천 시민회관과 제천시청 로비에 임시 분향소가 설치됐다. 23일에는 제천실내체육관에 임시 합동분향소가 추가로 마련된다. 제천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천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전남 해남서 90대 노인 실종 “추운 날씨…제보 절실”

    전남 해남서 90대 노인 실종 “추운 날씨…제보 절실”

    전남 해남의 농촌 마을에서 홀로 사는 90대 노인이 수일째 실종돼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22일 해남경찰서에 따르면 해남군 황산면 송호리 주민 김덕례(90·여)씨는 지난 18일 오후 7시 인근 마을에 사는 딸과 전화 통화한 것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홀몸노인인 김씨는 지팡이 두 개에 의지해 걸음을 옮길 만큼 거동이 불편한 것으로 전해졌다. 키 150㎝가량에 마른 체형이다. 평소 외출할 때 머리카락에 비녀를 꽂는다. 전북 전주시에 거주하는 아들이 19일 오후 2시 김씨 집을 찾아와 3시간 가까이 주변을 둘러봤으나 모친을 찾지 못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소방당국과 신고 접수 당일부터 인원 110여명, 장비 15대가량을 투입해 야산 등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소형무인기(드론) 3대도 투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서 김 할머니 건강 상태가 걱정된다. 목격자 제보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김씨를 최근에 봤다면 국번 없이 112나 해남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061-530-1339)으로 제보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너무 안타까워서 위로조차”…제천 화재, 할머니·딸·손녀 목숨 앗아가

    “너무 안타까워서 위로조차”…제천 화재, 할머니·딸·손녀 목숨 앗아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할머니와 엄마, 딸의 목숨을 앗아갔다.화목했던 가정이 한순간에 풍비박산 나면서 홀로 남은 사위이자 남편, 아빠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망연자실했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난 화재로 목욕을 갔던 할머니 김모(80)씨와 딸 민모(49)씨, 손녀 김모(19)양이 순식간에 불귀의 객이 됐다. 지난 21일 제천시에 따르면 민씨는 지난달 대입 수능을 마친 김양을 데리고 어머니가 있는 친정 제천을 찾았다.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목욕탕을 찾은 게 화근이었다. 이들이 목욕탕에 들어간지 얼마 안 된 이날 오후 3시 50분쯤 스포츠센터에 불길이 치솟았다. 연기는 건물 전체를 뒤덮었고 이들은 몸을 피할 겨를도 없이 죽음을 맞이했다. 이들이 있던 2층 목욕탕에선 무려 20명이 숨을 거뒀다. 출입문이 사실상 고장이 난 상태여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순식간에 가족 3명을 하늘로 떠나보낸 유족은 할 말을 잃었다. 할머니 김씨의 시신은 현재 제천 명지병원에 나머지 2명은 제천 서울병원에 각각 안치돼 있다. 유족은 조만간 김씨의 시신을 제천 서울병원으로 옮길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너무나 안타까워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유족에게 위로의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화재로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29명에 달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수생태 해설사…꽈배기 제빵맨…6070 ‘인생 2막’ 열어주는 은평

    수생태 해설사…꽈배기 제빵맨…6070 ‘인생 2막’ 열어주는 은평

    “지난 시간에는 살아 있는 장수풍뎅이를 봤었죠? 오늘은 사마귀 새끼를 관찰해 볼 거예요.” 서울 은평구 불광천 생태학습방에서 ‘수생태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유정순(70)씨가 살아 있는 사마귀 새끼가 들어 있는 채집통을 들어 보이며 이야기를 시작하자 30여명의 유치원생들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아이들은 책이나 영상이 아닌 실제 사마귀와 부화한 새끼들을 보니 신기한 듯 요리조리 살펴봤다. 유씨를 비롯한 서너 명의 선생님들은 이날 아이들과 함께 솔방울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기도 했다. 아이들은 솔방울을 직접 만져 보고 트리를 만들면서 솔방울이 어떤 열매인지에 대해 배웠다.이날 아이들과 학습을 진행한 선생님들은 모두 수생태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7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다. 지난 1월 문을 연 불광천 생태학습방에는 20여명의 할아버지, 할머니 생태 선생님이 있다. 이들은 은평구의 공익형 일자리 ‘수생태 해설사’에 참여하는 노인들이다. 2014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올해 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생태학습방에서 일하고 있다. 불광천변에 있는 동식물 서식지를 정리하고 수질 모니터링 등을 하면서 불광천 지킴이로도 활동 중이다. 월평균 30시간 정도 일하고 27만원 정도의 수입을 얻는다.이날 선생님으로 활동한 유씨는 2013년에 구에서 진행하는 생태교육을 받았다가 자연스레 생태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유씨는 “젊었을 때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잠깐 하고 그동안 가정주부로 있었다”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성격과 적성에 맞아 다시 일하게 되니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유씨는 “내가 직접 교육을 해야 하다 보니 검색도 필요해서 인터넷도 배우고, 스스로 공부도 하게 된다”면서 “어떻게 하면 어제보다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삶의 활력을 찾았다”고 말했다.●“어르신 사회생활 계속하도록 배려” 은평구는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생각으로 2014년부터 ‘공익형 어르신 일자리’ 사업으로 수생태 해설사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날 생태학습방을 방문한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최고의 복지는 자기 스스로 생계를 이어 가는 것”이라면서 “어르신들이 조기에 은퇴해서 사회생활을 못하고 고립되면 빨리 병들고 결국 복지 비용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 구조가 된다. 어르신들이 사회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태학습방을 방문한 아이들의 호응도 높다. 은평구는 2014년 사업을 시행한 이래 2014년 6480명, 2015년과 지난해에는 각 7020명, 올해는 총 1만 1880명을 대상으로 생태교육을 진행했다. 올해는 대성고, 숭실고, 충암고 등의 학생들이 이곳을 찾아 불광천 수질 회복을 위해 흙공을 만들어 투척하기도 했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불광천변 유해식물 제거 작업 캠페인도 진행했다. 유씨는 “자연의 신비를 글로 읽는 게 아니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으니 아이들이 좋아한다”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연륜에서 오는 경험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과 청소년 세대, 아이들이 소통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는데 이런 생태 교육을 통해 서로 관계를 맺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평구는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이 7만 1457명으로 서울 자치구 중에서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은평구는 노인 일자리와 복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 결과 2004년 150여명이 참가했던 공공 노인 일자리사업은 올해 74개 사업 3054명으로 크게 확대됐다. 보건복지부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평가에서도 5년 연속 우수자치단체로 선정됐다. 은평구의 또 다른 대표 ‘공익형 어르신 일자리’ 사업으로는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꽈배기 나라’가 있다. 2013년 6월 은평구 녹번동에 처음 문을 연 꽈배기 나라는 어르신들에게 지속적인 일자리를 보장하고자 마련됐다.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 7명은 먼저 제빵기술을 익혔다. 작은 매장 규모(16㎡)에도 첫해 6개월 3600만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어르신들의 정성과 손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이듬해부터는 매년 8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2014년에는 응암동에 2호점이 개업했다. 1호점 7명, 2호점 6명 총 13명의 어르신들이 꽈배기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날 오전 방문한 꽈배기 나라 1호점에서 어르신 2명은 주문받은 꽈배기와 팥빵을 만드느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4년 6개월째 근무 중인 안국희(72)씨는 “요즘같이 날씨가 추울 때는 손님은 적어도 주문은 꽤 들어온다”면서 “주로 유치원에서 주문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할머니 김모(65)씨는 아들이 10년 전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면서 대구에서 상경했다. 2013년 남편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나 삶이 막막하던 차에 꽈배기 나라에서 일자리를 갖게 됐다. 김씨는 “이 나이에는 일하고 싶어도 오라는 데가 없다”면서 “손자들에게 용돈도 줄 수 있고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해져서 좋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4시간 30분씩 18일 정도 일하고 50여만원을 받는다고 한다.●“노하우 활용… 부족함은 공적 보조” 어르신을 위한 고급형 일자리도 있다. 은평구는 2014년 네이버와 연계해 ‘시니어인터넷 콘텐츠 모니터링 ’ 사업을 시작했다. 시니어인터넷 콘텐츠 모니터링은 네이버 포털사이트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부적합 이미지나 동영상 등을 걸러내는 작업이다. 은평구는 이와 관련, 네이버 협력사인 에버영코리아와 지난 6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에버영코리아는 이후 은평구 은평로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현재 만 55세 이상 어르신 23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급여는 다른 노인일자리와 비교해 높은 편이다. 1인당 월평균 95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이 밖에 은평구는 목재생활용품을 제작, 판매하는 ’우당탕 어르신 목공방’, 아파트 내 택배를 배송하는 ‘배달의기수’와 ‘실버벨 택배’ 등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노인층은 기대임금이 높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도 동일 서비스를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구 측은 설명했다. 김 구청장은 “어르신들이 각자 특정한 업무 분야에서 수십년 동안 쌓은 노하우가 있다”면서 “트렌드를 좇아가지 못하는 등 부족한 점은 공적 분야에서 보조해주면 적어도 60대에서 70대 초반까지는 젊었을 때 일했던 유사 분야에서 일을 지속할 수 있다. 앞으로도 노인 일자리 확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대참사] 7분 만에 소방차 도착 했지만… 사다리차 작동 안 해 구조 더뎌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대참사] 7분 만에 소방차 도착 했지만… 사다리차 작동 안 해 구조 더뎌

    21일 오후 3시 53분쯤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복합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는 큰 화재로 여겨지지 않았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화재가 진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방당국이 건물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속속 시신이 발견됐고 사상자가 급속히 불어나면서 평화로웠던 목요일 밤 전국은 충격에 휩싸였다.최초 목격자 김원진씨는 “1층에서부터 연기가 나더니 차에 불이 붙고 터졌고 그 뒤로 순식간에 확산돼 119에 신고했다. 그다음부터는 불이 순식간에 위로 올라가고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뛰어내리고 살려달라고 하는 등 지옥 같았다”며 긴박했던 화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3층 남자 목욕탕에서 이발사로 근무하는 김종수(64)씨는 화재 당시 건물 내부 3층에 있었다. 그는 “창밖에서 불꽃이 튀더니 삽시간에 건물 안에 연기가 가득 찼다”며 당시 상황을 떨리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연기를 마셔 제천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김씨는 화재 당시 건물 3층 남자 목욕탕에 있다가 가까스로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이날 오후 3시 55분 김씨는 여느 때처럼 목욕탕에서 이발 손님을 받고 있었다. 김씨는 “갑자기 화재 비상벨이 울렸고, 창밖에는 이미 불길과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3층에 있던 손님 10여명을 비상계단으로 대피하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독한 연기가 3층까지 밀려들어 왔고 미처 옷을 입지도 못한 손님들이 줄지어 뛰쳐나갔다고 했다. 2년 전부터 이 목욕탕 이발사로 근무한 김씨는 “비상계단을 몰라 혹시 대피를 못하는 손님이 있을까 봐 3층에서 5분 정도 대피 유도를 하느라 연기를 마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방차의 구조작업은 더뎠다. 소방당국은 오후 3시 54분 신고접수 7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진입로에 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진입이 늦어지면서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 게다가 굴절 사다리차가 작동하지 않아 진화는 물론 구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건물 창문으로 빠져나온 한 남성은 외벽에 매달려 있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또 다른 한 남성은 119 소방대가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려 목숨을 건졌다.소방구조대는 처음에는 연기가 덜 빠지고 안이 미로처럼 돼 있어 수색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사망자 수도 소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본격적인 구조는 오후 4시 7분 3명을 구조하면서 시작됐다. 5시 15분에는 10명을 추가 구조해 병원으로 후송했고, 5분 뒤에는 사다리차를 이용해 1명을 더 구조했다. 5시 29분쯤에는 2층 여탕 쪽에서 여성 15명을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5시 52분에 마지막 생존자를 구조하면서 부상자는 29명으로 늘어났다. 관할 소방서는 어둠이 내린 오후 6시 10분쯤 사망 1명, 생사불명 15명 등 화재 현황을 공식발표했다. 그러나 혹시나 했던 사망 추정자는 오후 8시를 넘기면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망자는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2층 여탕 및 휴게실에서만 20명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6~7층 헬스클럽에서도 8명이 발견되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사망자가 속속 추가 발견되면서 0시 현재 사망자가 29명에 이르러 2008년 1월 40명이 숨진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건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나마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민간인들의 도움 덕분이다. 진입로에 주차된 차량들로 소방차 접근이 어렵자, 제천 카고 스카이의 이양섭(54) 대표는 회사 스카이 차를 화재 현장에 긴급 투입해 8층 베란다 난간에 대피해 있던 3명을 구조했다. 이씨가 이들을 구한 시간은 오후 5시께로 구조가 더 늦었다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급박한 상황이었다. 이씨는 “멀리서 연기를 보고 사고 큰불이라고 생각해 화재 현장 부근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했더니 건물 옥상에 여러 명이 매달려 구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며 “서둘러 스카이 차를 몰고 와 8층 외벽에 사다리를 붙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시커먼 연기가 너무 많이 나 사람의 위치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일하면서 터득한 감으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 주변에 사다리를 댈 수 있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서울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고3 딸 성추행 한 교사 흉기살해한 40대母, 처벌은

    고3 딸 성추행 한 교사 흉기살해한 40대母, 처벌은

    딸을 성추행한 취업담당 계약직 교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4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형사1부(이승한 부장판사)는 21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모(46·여)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획적인 범행으로 피해자를 숨지게 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피해자 가족의 정신적 고통이 크고, 엄벌을 원해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가 범행을 유발한 점이 인정되고 피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을 후회하며 참회하고 있는 점, 전 재산에 가까운 전세보증금을 빼 공탁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2월 2일 오후 5시 25분쯤 청원구 오창읍 커피숍에서 딸이 다니는 고교의 취업지원관 A(50)씨를 만나 집에서 가져온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범행 후 달아났다가 1시간여 뒤 경찰에 자수한 김씨는 “노래방에서 딸을 성추행했다는 얘기를 듣고 만나서 따지다가 격분했다”고 진술했다. 김씨 측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딸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듣고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앞서 검찰은 김씨에게 1심 재판부의 선고 형량과 같은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용인 일가족 살해범의 부인 “국민참여재판 원한다”

    용인 일가족 살해범의 부인 “국민참여재판 원한다”

    경기 용인에서 일가족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달아나 현지에서 구속된 살해범의 아내가 국민참여재판을 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21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이승원) 심리로 열린 정모(32)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정씨는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예”라고 짧게 답했다.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세 이상 국민 중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서 유·무죄 평결과 양형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평결은 판사에게 권고 수준의 효력만 있고 법적 구속력은 없다. 피고 측에서 신청하고 법원이 받아들여야 진행된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의 주범이자 정씨의 남편인 김모(35)씨가 국내 송환을 앞두고 있어 정씨와 함께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큰 점 등을 고려해,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어 국민참여재판 회부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이날 재판을 마무리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10월 21일 오후 2시∼5시 용인시 처인구 아파트에서 어머니 A(55)씨와 이부동생 B(14)군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같은 날 오후 8시 강원 평창군의 한 도로 졸음 쉼터에서 계부 C(57)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이틀 뒤인 지난 10월 23일 정씨와 두 딸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출국했다가 과거 현지에서 저지른 절도 혐의로 체포돼 구속됐다. 이후 정씨는 지난달 1일 두 딸을 데리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정씨는 남편 김씨의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그는 검찰 송치 당시 ‘남편한테 3년 동안 속고 살았다’, ‘죽이고 싶다(했)지 죽이자 계획한 건 아니다’라는 내용의 자필로 적은 쪽지를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아래 사진 참고).검찰 조사에서도 정씨는 “(숨진) 시부모가 재산 상속 문제로 내 딸들을 납치하고 해칠 것이라는 얘기를 남편한테 들어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범행을 공모한 것은 아니고 남편이 범행하는 것을 알고만 있었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그러나 정씨와 김씨가 통화한 내용 등을 토대로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확보한 통신내용에는 “둘 잡았다. 하나 남았다” 등의 대화 내용을 비롯해 정씨와 김씨가 범행 이전과 진행 과정에서 범행을 공모한 정황이 곳곳에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뉴질랜드에서 김씨를 송환한 뒤 조사를 거쳐 존속살인보다 형량이 무거운 강도살인 혐의를 김씨와 정씨에게 적용할 방침이다. 존속살인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유기징역이고, 강도살인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다. 한편 뉴질랜드 법원은 지난 8일 김씨에 대한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마지막 절차인 뉴질랜드 법무부 장관의 서명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 1월 송환될 전망이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실종 준희양 가족 경찰 수사에 비협조, 왜?

    실종 준희양 가족 경찰 수사에 비협조, 왜?

    전북 전주에서 실종된 고준희(5) 양을 찾기 위한 경찰 수사가 가족들의 비협조에 부딪쳐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21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가족들이 이야기하는 준희양의 실종 시점도 모호하고 가족들의 진술이 전부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족들을 상대로 최면수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준희양 실종 이후 친부인 고모(36)씨와 양모 이모(35)씨를 상대로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해 준희양 실종경위와 양육과정, 건강상태 등을 조사했다. 또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양모 이씨의 어머니인 김모(61)씨를 상대로도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하려고 했으나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색과 조사에도 준희양 행방을 찾지 못하자 경찰은 친부인 고씨에게 추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하려고 했으나 1차 조사 때와는 달리 “더 이상 협조 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양모인 이씨와 외할머니 김씨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준희양과 관련해 민감한 질문을 하면 가족들은 조사에 일관되게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실종 시점도 부모의 진술에만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준희양 행방을 찾기 위해 최면 수사 등 가능한 모든 수사기법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준희양은 지난달 18일 같이 살던 외할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덕진구 한 주택에서 실종됐다. 양모인 이씨는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니까 아이가 없어졌는데 별거 중인 아빠가 데리고 간 것 같아서 그동안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지난 8일 경찰에 뒤늦게 수사를 요청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살 에는 한파에도 쪽방촌 ‘자활 꿈’은 얼지 않는다

    살 에는 한파에도 쪽방촌 ‘자활 꿈’은 얼지 않는다

    최근 취업사기… 희망 잃지 않아 호텔 출근해 재활용품 분류 “임대주택서 노년 보내고 싶어” 최근 계속되는 영하권 강추위가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의 삶을 더 힘겹게 하고 있다. 하지만 살을 에는 듯한 한파도 쪽방촌에서 피어난 희망마저 얼리진 못했다.20일 오전 7시 매서운 칼바람 속 가파른 아스팔트 언덕 위로 쪽방촌 주민 김옥채(56)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쪽방 생활 20년차인 그는 지난달 16일부터 청소업체 ‘대서환경’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출근길에 만난 그는 “이번에는 꼭 자활에 성공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올해 초 처음 약속받은 월급의 절반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취업사기’까지 당했던 그에게 이번 일자리는 더없이 소중하다. 그의 목표는 쪽방촌을 벗어나 임대주택에서 노년을 보내는 것이다. 지난 15일 첫 월급을 받은 그는 “우선 빌린 돈부터 차근차근 갚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업체에서 지정해 준 서울의 한 호텔로 출근해 재활용품 선별 및 분류 작업을 한다. 주 6일·하루 8시간 근무에 4대 보험 가입은 물론 퇴직금도 받을 수 있는 ‘정규직’이다. 김씨와 함께 쪽방촌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김씨는 방 정리를 워낙 깔끔하게 해 주변에서 ‘깔끔남’으로 정평이 나 있다”면서 “청소업체에 출근한다고 하는데 적성과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연두색 야광 작업복을 입고 작업에 돌입한 김씨는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젠 눈 감고도 한다”면서 눈앞에 쌓인 한 무더기의 재활용품 분류를 금세 끝냈다. 이런 김씨의 ‘직장 생활’은 쪽방촌 주민들에겐 ‘꿈 같은 일’이다. 그가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었던 것은 대서환경에서 먼저 채용을 권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정호 대서환경 대표는 “지난달 한 직원이 자활을 꿈꾸는 분들께 기회를 주자고 의견을 내 남대문지역상담센터로 먼저 연락했다”며 “이후 남대문지역상담센터에서 소개해 준 주민들 면접을 봤는데 그분들에게서 ‘삶의 의지’가 엿보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김씨는 제가 지금껏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라면서 “추후 사업을 키우게 되면 쪽방촌 주민들을 더 고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남대문지역상담센터에 따르면 서울시내 5대 쪽방촌 지역 거주민은 3240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이른 시일 내에 자활에 성공해 쪽방촌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적이지만 주민 대부분이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거주민 중에 고령자, 사업 실패로 인한 신용불량자, 교육의 기회가 없었던 저학력자 등이 많아 업체에서 정식 고용을 꺼리는 까닭이다. 주민들은 일용직 노동, 공공근로 등의 임시직으로 돈을 벌거나 기초생활수급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항상 ‘경제적 불안’을 갖고 있다. 이들의 평균 월소득은 67만원이다. 전익형 남대문지역상담센터 실장은 “쪽방촌으로 밀려난 사람들이라고 해서 자활의 의지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다들 마음속엔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인천 초등생 사건’ 주범은 흐느끼고 공범은 ‘꼿꼿’…검찰 vs 변호인 신경전도 ‘치열’

    ‘인천 초등생 사건’ 주범은 흐느끼고 공범은 ‘꼿꼿’…검찰 vs 변호인 신경전도 ‘치열’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은 살해범들이 항소심에서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범행을 실행한 주범 김모(17)양은 법정에서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자신의 범행에 관한 언급이 나오자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인 반면 공범 박모(19)양은 재판부를 응시하며 꼿꼿한 자세로 재판에 임했다. 이들을 사이에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의 신경전은 점점 가열되는 모양새다. 20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대웅) 심리로 열린 항소심 2회 공판에서 검찰은 “공범 박씨가 범행 직후 김씨와 나눈 트위터 다이렉트 메시지 내용을 캡쳐한 뒤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들을 삭제했다”면서 “캡쳐한 메시지들을 어느 매체에 어떻게 보관하고 있는지 밝혀달라”며 박양의 변호인 측에 석명을 요구했다. 변호인은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디지털 포렌식 자료를 확인해서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저희가 알기론 현재까지 별도의 것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박양이 경찰 진술에서 자신이 캡쳐해서 외부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거짓진술이었느냐”고 되물었다. 양측이 몇 차례 언쟁을 하자 재판부가 박양에게 직접 물었고 박양은 “보관하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또박또박 답했다. 1심부터 이들을 수사한 뒤 항소심 공판에 나선 나창수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는 “박양 측에선 이 사건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박양의 행위는 범행 가담자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트위터 대화 내용들을 박양이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나 검사는 “김양이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 박양에게 ‘나 당분간 못 봐’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에 대해 ‘무슨 일이야?’라고 묻는 게 정상인데, 박양은 ‘어떻게 된 거에요?’라며 what이 아닌 how로 묻는다”고 지적했다. 박양이 전후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이 질문했다는 취지다. 그러자 변호인은 “구글번역기에 ‘어떻게 된 거에요?’와 ‘무슨 일이에요?’ 모두 ‘What happend?’로 번역된다”면서 “검사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른 억지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나 검사는 “변호인은 우리말을 해석할 때도 일일이 구글 번역기를 돌리느냐”며 따졌다. 박양의 변호인은 또 “김양에 대한 검찰의 진술조서의 시점이 조작됐고, 검찰 측에서 열람을 원하는 증거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다”며 1심에서 수사했던 인천지검 검사와 나 검사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나 검사는 “이건 막가자는 거죠”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양측의 계속되는 설전으로 재판장이 몇 차례 주의를 주며 제지하기도 했다. 그 사이 공범인 박양은 가만히 앉아 재판 내내 재판부만 바라봤고, 김양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 검사가 김양의 범죄 행위 일부에 대해 설명하자 김양은 고개를 더 숙이며 흐느꼈다. 재판이 마무리될 무렵 김양은 갑자기 오른손을 한참 들어보였고, 재판장이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예전에 제가 재판장님께 반성문을 통해서 부탁드린 내용이 있는데 혹시 가능하시다면?”이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재판장이 “피해자 측 관련해 얘기한 거요? 현재 상태에선 가능한 내용이 아닙니다”라고 말하자 김양은 다시 “부탁드립니다”하고 작게 말했다. 재판장이 다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하자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양은 항소심이 시작된 뒤 지난달 10일부터 이날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러나 김양 측 변호인은 반성문의 내용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며 함구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모텔서 반찬 540만 주문하고 거스름돈 가로채려 한 50대 덜미

    모텔서 반찬 540만 주문하고 거스름돈 가로채려 한 50대 덜미

    반찬가게에서 수백만 원 상당의 반찬을 주문하고 거스름돈 수십만 원을 가로채려 한 혐의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부산 부산진경찰서는 20일 사기 미수 혐의로 김모(52)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 18일 오후 7시 30분쯤 부산 부산진구의 한 모텔에서 한 반찬가게에 전화를 걸어 멸치볶음, 김치 등 540만 원 상당의 반찬을 주문했다. 그는 “모텔 업주와 잘 안다”며 반찬가게 주인에게 600만 원을 줄 테니 반찬과 거스름돈 60만 원을 챙겨서 모텔로 오라고 했다. 반찬가게 주인이 모텔로 가서 업주에게 “반찬을 주문한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그런 사람을 전혀 모른다”는 대답을 듣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모텔 투숙객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 돈도 없이 반찬을 주문하는 수법으로 거스름돈 수십만 원만 챙겨 달아나려던 김씨를 검거했다. 사기죄로 복역했던 김씨는 누범 기간에 다시 사기 범행을 저지르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즐기면서 기부 ‘퍼네이션’ 뜬다

    즐기면서 기부 ‘퍼네이션’ 뜬다

    국정농단 사태와 여중생을 납치·살해한 이영학 사건 등으로 우리 사회에서 기부문화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온정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단순 모금을 넘어선 다양한 기부 방식이 우리 사회에 점점 꺼져 가는 기부문화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아프리카 TV ‘기부스’ 1억 모금 취업준비생 김형완(32)씨는 최근 연말을 맞아 복지단체에 ‘통 큰’ 기부를 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지 꽤 돼서 경제적 여유는 없었지만 1년간 모은 10만원 상당의 ‘해피빈 콩’을 이용해 클릭 몇 번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었다. 김씨는 18일 “블로그를 이용하면서 틈틈이 캠페인에 참여했더니 생각보다 많은 콩이 모였다”며 “적은 금액이나마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해피빈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운영하는 비영리재단으로, 네이버 이용자들이 지식인(iN)에 답변을 달아 채택되거나 블로그 서비스 등을 이용하면 기부에 쓸 수 있는 ‘콩’을 지원한다. 2012년만 해도 해피빈 기부금 가운데 네이버의 자체 기부 비중이 80%를 넘었지만 지난해엔 개인 비중이 38%로 확대됐다.●네이버 해피빈·카카오 기부 인기 카카오는 지난 11일 카카오톡 내 선물하기 메뉴에 연말기부 코너를 만들었다.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 ‘같이가치’가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함께 진행하는 캠페인 모금함을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지갑을 열기 쉬운 곳에 마련한 것이다. 이렇게 진행된 두 건의 모금 코너에는 지난 17일까지 약 8000만원의 모금액이 모였다. 연예인을 향한 애정이 따뜻한 온정으로 이어지는 일도 팬 문화로 자리잡았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10일 트위터에 이례적으로 인기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멤버 강다니엘의 생일을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그의 한 팬이 매년 12월 10일에 121만원씩 10년간 기부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팬들은 또 강다니엘의 생일을 맞아 국제구호단체 월드쉐어의 캄보디아 우물 조성 사업과 굿네이버스의 르완다 식수 사업 등에 강다니엘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 연탄 봉사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아이돌 팬들 기부·봉사 잇따라 자립 노숙인들이 판매하는 ‘빅이슈’는 최근 호인 168호의 초판 2만부가 이틀 만에 매진되는 등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인기 그룹 엑소의 멤버 카이가 재능기부를 통해 표지 모델로 나서자 팬들이 적극 구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류가 확산되면서 해외 팬들이 자발적으로 좋아하는 연예인의 이름으로 국내외 기부에 동참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1인 방송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기존의 TV를 통한 자동응답시스템(ARS)을 넘어선 방식의 기부도 부쩍 늘었다. 최근 아프리카TV 공식 기부 방송 ‘기부스’는 방송을 시작한 지 1년 5개월 만에 2400여명의 시청자로부터 별풍선 100만개를 받았다. 돈으로 환산하면 1억원에 해당한다. 아프리카TV는 일반 방송에 적용되는 20~40%의 수수료 없이 전액을 기부에 이용하도록 했다. 황성주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장은 “과거에는 TV, 신문, 라디오 같은 전통적인 매체나 거리 캠페인 정도의 한정된 플랫폼에서 기부가 이뤄졌지만 모바일 환경이 발달하면서 나눔의 무대가 온라인으로 옮겨 왔다”면서 “기부 방식은 즐기며(Fun) 기부(Donation)하는 ‘퍼네이션’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샤이니’ 종현 사망…“이제까지 힘들었다. 나 보내줘 누나”

    ‘샤이니’ 종현 사망…“이제까지 힘들었다. 나 보내줘 누나”

    지난 4월 전체 자작곡 앨범 선보이며 의욕 보이기도…타이틀곡 ‘lonely’ 가사 의미심장 유명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종현(27·본명 김종현)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종현은 숨지기 직전 친누나에게 “이제까지 힘들었다”, “나 보내달라” 등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2분쯤 종현의 친누나인 김모씨가 경찰에 “동생이 자살하는 것 같다”고 신고했다. 김씨는 신고 직전 종현으로부터 “이제까지 힘들었다”, “나 보내달라. 고생했다고 말해달라”, “마지막 인사” 등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았다. 종현은 이틀 전인 16일에도 김씨에게 ‘우울하다. 힘들다’라고 털어놓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의 신고를 받고서 논현동과 청담동 일대를 수색했다. 위치 추적 끝에 해당 레지던스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종현의 승용차를 찾아내고 그가 묵은 방 위치까지 파악하는데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경찰은 오후 6시 10분쯤 119구조대와 함께 방문을 열고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종현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종현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으며,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119구조대가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응급실에 이송된 종현은 오후 6시 32분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시신은 해당 병원 안치실로 옮겨졌다. 종현이 발견된 장소는 자택은 아니었다. 종현은 이날 정오쯤 이틀간 묵겠다며 이 레지던스를 예약하고서 입실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경찰은 종현이 발견된 장소에 난방용 재료로 추정되는 물체가 탄 흔적이 나왔고, 내부에 연기가 가득 차 있던 점으로 미뤄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부검 여부를 유족 등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종현은 2008년 5월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5인조 아이돌 그룹 샤이니(SHINee)의 멤버로 10년째 활동해왔고, 솔로 활동도 병행했다. 종현은 또 싱어송라이터로 지난 4월에는 전곡을 자작한 두 번째 소품집 ‘이야기 Op. 2’를 공개하며 활동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소녀시대’ 태연이 피처링하기도 했던 타이틀곡인 ‘Lonely’에는 “나는 혼자 참는 게 더 익숙해, 날 이해해줘” 등 마치 그의 생전 심경을 담은 듯한 가사가 담겨져 눈길을 끌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샤이니 종현 사망…“이제까지 힘들었다. 마지막 인사예요” 누나에게 메시지

    샤이니 종현 사망…“이제까지 힘들었다. 마지막 인사예요” 누나에게 메시지

    유명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김종현(28·활동명 종현)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김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친누나에게 문자를 보내 “이제까지 힘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1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번개탄 종류를 이용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김씨의 친누나는 이날 오후 4시 42분 “종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시점은 김씨의 친누나가 김씨로부터 죽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받은 직후였다. 김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친누나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제까지 힘들었다”, “마지막 인사에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샤이니’ 종현, 청담동 레지던스에서 숨진 채 발견

    ‘샤이니’ 종현, 청담동 레지던스에서 숨진 채 발견

    유명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김종현(28·활동명 종현)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1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레지던스에서 번개탄 종류를 이용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친누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친누나는 이날 오후 4시 42분쯤 “종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 같다”고 신고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검찰, ‘변호사 폭행’ 한화 김동선 불기소 처분

    검찰, ‘변호사 폭행’ 한화 김동선 불기소 처분

    ‘변호사 폭행 갑질’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28)씨가 경찰에 이어 검찰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진동 부장검사)는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폭행 및 모욕 혐의로 고발당한 김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9월 29일 새벽 1시쯤 서울 종로구의 한 술집에서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 11명과 술자리를 하던 중 술에 취해 변호사 2명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은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그는 변호사들에게 “존댓말 써라” “허리 펴고 똑바로 앉아라” 등 폭언을 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그러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진행한 조사에서 피해 변호사들은 김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그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고, 모욕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다. 경찰은 반의사불벌죄나 친고죄가 아닌 업무방해 혐의도 검토했으나 술집 측에서도 김씨로 인한 피해가 없다고 진술해 적용하지 못했다.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도 같은 판단을 내려 김씨는 이번 사건으로 처벌받는 것을 면하게 됐다. 김씨는 올해 1월에도 청담동 술집에서 만취해 종업원을 폭행해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5만원으로 낮춘 경조사비… “그동안 뿌린 게 얼만데” “부담 덜고 취지 살려”

    [관가 인사이드] 5만원으로 낮춘 경조사비… “그동안 뿌린 게 얼만데” “부담 덜고 취지 살려”

    경기 북부의 한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8급 공무원 김모(31·여)씨는 최근 근심거리가 하나 생겼다. 내년 3월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리는데, 정부가 내년 설 전까지 청탁금지법에서 허용하는 경조사비 한도액을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예식장 식대가 6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축의금 5만원을 받아도 식대를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본전 생각도 든다. 여태껏 동료 공무원들에게 보통 축의금을 10만원씩 냈는데, 자신은 5만원만 받을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동료 사이에는 경조사비 상한액 규정이 적용되지 않지만 축의금 지침처럼 작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축의금 대부분이 5만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씨는 “축의금 상한액이 5만원 줄어든다고 해서 큰 차이 있겠느냐마는 마음 한편에 억울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식장 식대가 6만원인데… ” 일부는 난감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3일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함에 따라 공무원들의 표정도 바뀌고 있다. 내년 설 전에 청탁금지법이 허용하는 경조사비 상한액이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농축수산물과 농축수산물을 원료·재료로 이용한 가공품의 선물 상한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에 가려 주목은 많이 못 받았지만, 사실 공직자들의 피부에 더 와닿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은 경조사비 인하 건이다. 실제로 권익위가 이 규제로 영향을 받는 이들을 대략 40만명으로 보고 있다. 어떤 이들은 경조사비 부담이 줄어서 좋다고 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과거에 자신이 냈던 경조사비보다 덜 걷힐까 마음을 졸이고 있다. 경조사비 상한액을 5만원으로 낮추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이는 이낙연 국무총리다. 박은정 권익위원장은 애초에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인 ‘3·5·10’ 규정을 고칠 생각이 크지 않았다. 청탁금지법이 지난해 9월 시행된 이후 1년이 갓 넘은 시점에서 상한액 규정을 수정하면 청탁금지법 본래 취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7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추석이 다가온다는 이유로 특정 직종 부진 등의 관점에서 가액을 조정한다면 새 정부의 반부패 정책 기조에도 맞지 않고 국가의 청렴 이미지 제고에 손상을 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총리에게 청탁금지법 개정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달 권익위에 제출한 ‘관련 업종 경제적 영향 연구’를 근거로 들었다. 청탁금지법이 우리 경제에 단기적으론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으론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우·화훼·음식점 등 영향업종의 파급 효과 때문에 총생산은 9020억원, 총고용은 4267명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총생산의 0.019%, 총고용의 0.015%에 불과하다. 당시 핵심 쟁점은 농축수산물의 선물 한도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는 안이었는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은 선물액 한도를 1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농축산물 선물 확대·경조사비 축소 제안 수용 이 총리는 회의 당시 한 참석자가 제안한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10만원으로 올리는 대신 경조사비를 5만원으로 낮추는 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경조사비 상한액을 낮춤으로써 청탁금지법 취지를 강화할 수 있고, 논란이었던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을 10만원으로 올리는 것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희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조사비 상한액 10만원은 부담이 된다는 설문조사도 영향을 미쳤다. 행정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조사를 보면, 경조사비를 낮춰야 한다는 일반 국민 의견이 18.3%, 적정 의견이 72.2%,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8.8%였다. 경조사비 상한액 조정 시 금액 기준을 보면 일반 국민은 5만원으로 낮춰야 한다가 82.2%, 5만원 이하가 9.3%, 7만원이 8.5% 순으로 나타났다. 이 총리는 지난달 17일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3·5·10 규정을 ‘3·5·5+농축수산물 10만원’ 규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권익위 전원위원회의 두 차례에 걸친 격렬한 논의 끝에 전원 합의로 의결됐다. # “현금 5만원+화환 5만원 가능 청렴 강화” 환영도 실제로 경조사비 상한액을 5만원으로 낮추는 것을 환영하는 공직자들도 많다. 그간 경조사비로 10만원을 내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상사가 아닌 동료나 부하 직원의 경우 경조사비 상한액 기준이 적용되지는 않지만,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언론을 상대해야 하는 공보 담당 공무원들도 반기고 있다. 경조사비 상한액은 5만원으로 낮아졌지만, 조화나 화환은 여전히 추가로 5만원 내에서 보낼 수 있어서다. 권익위는 경조사비 상한액을 5만원으로 낮추는 대신 추가로 5만원 범위 내에서 화환과 조화를 할 수 있도록 규제에 여유를 뒀다. 권익위 관계자는 “농축수산물을 배려하면서 국민에게 부담이 큰 축의금과 조의금 상한액을 낮춰 공직자의 청렴의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어 경조사비 가액 범위를 낮췄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커버스토리] 민원인은 “네까짓 게” 윗선에선 “네가 참아”… 경비원이 아닙니다 공무수행 청원경찰입니다

    [커버스토리] 민원인은 “네까짓 게” 윗선에선 “네가 참아”… 경비원이 아닙니다 공무수행 청원경찰입니다

    지난달 20일 오후 5시 30분쯤 전북 군산시청 4층 시장실로 민간인 10여명이 들어가는 모습이 방재센터 폐쇄회로(CC)TV 모니터에 나타났다. 청원경찰 8명이 즉시 올라가 보니 남성 5명이 시장실 진입을 시도하고 있었고 수행비서와 여비서가 시장 집무실 문 앞을 간신히 막아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비서실장이 “약속 없이 찾아와 막무가내 시장실로 들어가면 어떻게 하느냐”며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강제로 문을 열려는 남성들을 청원경찰들이 한 명씩 뒤로 밀어내자 “경비들이 시민들을 폭행한다”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5분 동안 소동이 계속되자, 문동신 군산시장이 “무슨 일인지 들어보자”며 수습을 시도했다. 그러나 민원인 대표 7명은 “일개 경비들이 시장을 만나러 온 시민들에게 강압적으로 완력을 행사했다”며 먼저 사과를 요구했다.그러나 당시 청원경찰들은 근무복 점퍼가 찢어지고 신분증이 파손됐으나 민원인들은 이상이 없었다. 현장에 있던 20여년 차 한 청원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정당한 공무를 수행 중이었는데도 사회적 인식은 ‘경비원’이라 무조건 하대를 하고 욕설을 퍼붓더라”면서 “막상 담당 공무원이나 시장을 만났을 때는 태도가 상당히 부드러워진 것을 보면 ‘우리가 정규직 공무원이었다면 이 정도까지 무시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친노동자 정부 출범 후 사회 곳곳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약자 배려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1만 2000명에 이르는 청원경찰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청원경찰은 국가기관과 공공단체 등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중요기관이 경비·보안 업무를 필요로 할 때 지방경찰청장의 심사와 승인을 받아 채용하는 ‘무기계약직’이다. 1962년 기존 경찰인력 부족을 보완하고 중요시설 경비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도입했다. 그러나 일반 ‘경비원’으로 인식되면서 사기 저하는 물론 공무집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군산시청 청원경찰 김영출(45)씨는 사물함에 근무복이 한 벌 더 있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청사에 무단 진입한 민원인과 몸싸움을 벌이다, 단추가 떨어지고 옷이 찢어지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얻어맞는 일도 있다. 김씨는 “전국적인 현상”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공무집행 방해죄’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다. 시장, 군수 등 자치단체장 입장에서는 주민 모두가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한 청원경찰은 “윗선에서 ‘참아라’ 하기 때문에 실제 주민들을 고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시 청원경찰 조원동(26)씨는 백석대 경호학과를 졸업한 태권도 4단, 합기도 3단 등 무도 10단 보유자다. 인천공항 특수경비원직에 근무하다 지난해 부천시청 청원경찰 공채에 합격했다. 그는 “선망하던 청원경찰이 됐으나 막상 현업에 들어와 보니 시민들이 우리를 일반 경비원으로 보는 게 안타깝다”고 말한다. 특히 방호업무가 핵심업무인데도 민원인들이 “네가 뭔데 우리를 막느냐”며 따질 때 서글픔을 넘어 눈물이 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아파트 재건축 행정에 화가 난 주민 일부가 지정된 시위 장소를 벗어나 청사에 난입했다. 조씨는 “지정된 장소로 돌아가셔야 한다”며 복도에 앉아 농성 중인 주민들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그러자 돌아온 답은 그를 한없이 초라하게 했다. 60대 남성은 손가락질까지 해 가며 “네까짓 게 뭔데 경비원 주제에 나가라고 하느냐”고 버럭 소릴 질렀다.전북 한 지자체에서도 복지부서에서 난동을 피우던 취객을 청원경찰이 어렵게 끌어내 경찰에 인계한 적이 있다. “네까짓 게 뭔데”라며 막무가내 난동을 피우던 이 민원인은 경찰관이 나타나자 ‘언제 그랬냐’ 싶게 즉시 조용해지더란다. 결국 경찰관은 “잘 달래 보내시라”고 하고는 그냥 되돌아갔다. 경찰관이 안 보이자 이 민원인은 “권한도 없는 자식들이 왜 나를 막느냐”며 또다시 소란을 피웠다. 다시 연락받은 경찰은 “별거 아닌데 잘 달래 보내시라”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무기계약직’이라 겪는 설움도 있다. 부산 수영구청 청원경찰 일부는 지난 10월 몸싸움을 벌인 민원인들로부터 고소를 당했지만,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송 비용을 스스로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광안1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소음 분진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 20여명이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며 구청 앞에서 집단행동을 하자, 청원경찰 2명이 이들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주민 4명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다. 청원경찰 2명도 2주 진단 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은 청원경찰 2명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고소를 당한 청원경찰들도 주민들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맞고소했다. 청원경찰이 민원인을 맞고소한 것은 무기계약직인 청원경찰이 민원인의 고소에 보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청원경찰은 청사 경비 등의 업무를 하지만 공무원 신분이 아니다. 청원경찰법 및 시행령 등에 산업재해로 인한 보상규정은 있지만 실제 업무에서 벌어지는 소송·고소 등에서 비용을 보전받는 규정은 없다. 맞고소로 원만하게 합의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경찰 역할을 하면서도 위계질서를 확립할 마땅한 호칭도 없다. 30여년을 경기 안양시에서 청원경찰로 일해 온 김모(55)씨는 현재 직급이 없다. 순경·경장·경사·경위 등으로 불리는 경찰과 달리 청원경찰은 형식적인 계급장은 있지만 단일 직급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근무 연수에 상관없이 신분상 모두 똑같은 청원경찰일 뿐”이라며 “‘형님’, ‘선배’ 등 상황에 따라 제멋대로 부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방호직처럼 공무원 신분 회복이 중요하지만 먼저 직급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씨 역시 “시민들이 우리를 단순 경비원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어깨에 일반 경비원들처럼 ‘무늬만 계급장’인 견장을 부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씨는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일사불란한 지휘가 이뤄지려면 경찰, 군인과 같은 계급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일하는 동안 임신은 금지”라는 기관장 결국은...

    “일하는 동안 임신은 금지”라는 기관장 결국은...

    “꺼져”“말하는데 토달지 마”“일하는 동안 임신하는 것은 절대 금지”“여직원은 치마 입고 다녀라”직원들에게 이런 정신나간 발언들을 해 징계를 받은 기관장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민사13부(김동빈 부장판사)는 김모(53, 여)씨가 경기문화재단을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는 최근 2년간 경기도의 한 박물관에서 관장으로 근무할 당시 직원들에게 “박물관에서 일할 동안에는 임신하지 말라” “치마를 입어라” 등 성차별적 발언은 물론 “꺼져” “토 달지 마” 등의 폭언을 하는 것은 물론 남자직원들의 엉덩이 부분을 토닥거리거나 치는 등 성희롱을 했다. 이에 문화재단은 감사를 실시하고 김씨가 그 같은 언행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판단해 지난 4월 인사위원회를 열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했다. 김씨는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징계가 변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김씨는 법원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적은 없고 재심 당시 처음 인사위원회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그대로 참여해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았다. 재판부는 “한 직원의 고충상담 민원으로 감사가 시작된 점, 감사과정에서 다수의 직원이 성차별적 발언과 폭언을 들었다고 진술한 점, 원고가 엉덩이를 친 남자 직원이 당시 상황에 대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했지만 원고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춰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재심의 절차상 문제에 대해서는 “재단 내부의 징계절차와 재심절차를 심급의 이익이 엄격히 보장되는 형사재판과 동일시하기는 어렵고 재심을 위한 인사위원회 구성에 관해 재단이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도 않아 재심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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